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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록 ‘스트레인지 리얼’한 토요일 – 탑승형 시뮬레이터 게임에 대한 소고
그렇다고 해서 현실 모사를 향한 <에이스 컴뱃>의 시도와 곤혹이 완전히 축소되지는 않는다. 2025년 지스타 컨퍼런스의 세션에서 청중 질의를 소화하던 코노 카즈토키는 시리즈의 근본적인 제약을 쓰게 웃으며 인정한다. 30년 간의 진보를 이야기하는 데에 있어 게임이 구름을 얼마나 사실적으로 구현했는지 거듭 되풀이하는 이유는, 실상 그 외에 발전사를 검토할 만한 인상적인 요소가 부족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 Back 이토록 ‘스트레인지 리얼’한 토요일 – 탑승형 시뮬레이터 게임에 대한 소고 27 GG Vol. 25. 12. 10. 반다이 남코의 <에이스 컴뱃> 시리즈는 간명한 골자를 지닌다. 우수한 파일럿으로 내정된 주인공-플레이어가 전투기를 우수하게 조종하고 적을 사격하여 미션을 완수한다는 내용이다. 전개는 시네마틱과 게임 플레이가 번갈아 제시되는 형식으로 이어진다. 한편 시리즈의 브랜드 디렉터 코노 카즈토키는 플라이트 시뮬레이션이 아닌, 어디까지나 플라이트 슈팅으로서의 <에이스 컴뱃>을 강조한다 [1] . 그와 같은 방점 찍기는 시뮬레이션이라고 천명했을 때의 어떤 경직성이나 엄격함을 다소 우회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슈팅이라는 표현은 어떻게 이를 우회할 수 있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게임에서의 슈팅 장르가 무엇을 축약할지 관습적으로 합의해 온 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 HP로 일반화되는 피격, 단순화된 반동, 와중에 귓가를 멍멍하게 울리는 에픽한 사운드트랙 기타 등등… 물론 디지털 게임이 입력과 출력 사이의 복잡한 관계 맺기로 이루어진 만큼, 축약의 논리가 오직 슈팅 장르에서만 유달리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슈팅의 경우 그것이 차용해오는 이미지는 현실의 아우라를 끌어들임과 동시에 조작에서는 편의를 추구해야 했다(현대전을 재연하려 애쓰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조차 훨씬 간결해진 조작을 제공한다). 그렇게 정립된 슈팅은 실상 재연이 아닌 형식에 가깝다. <에이스 컴뱃>도 그와 같은 문법에 동조한다. 일인칭의 카메라 안에 구현된 콕핏 내부에서 조종간이나 계기판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를 제대로 읽어내지 않더라도 조작에 불편함이 없다. 기체가 구름을 통과하면 캐노피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과 같은 디테일이 있지만, 그 사실이 전투기의 작전 수행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이 지점에서 <에이스 컴뱃>은 그들 스스로를 시뮬레이션으로 부르길 겸연쩍어하는 듯하다. 요컨대 코노 카즈토키의 말을 통해 상대적으로 시뮬레이터 장르의 위치를 헤아려봤을 때, 비약하지 않은 현실적인 무언가와 같은 인상이 환기된다. 팬들 역시도 시뮬레이터가 아닌 아케이드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 모사를 향한 <에이스 컴뱃>의 시도와 곤혹이 완전히 축소되지는 않는다. 2025년 지스타 컨퍼런스의 세션에서 청중 질의를 소화하던 코노 카즈토키는 시리즈의 근본적인 제약을 쓰게 웃으며 인정한다. 30년 간의 진보를 이야기하는 데에 있어 게임이 구름을 얼마나 사실적으로 구현했는지 거듭 되풀이하는 이유는, 실상 그 외에 발전사를 검토할 만한 인상적인 요소가 부족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RPG에서 관습적으로 유형화된 전투를 펼쳐놓을 수 있을 전장을 <에이스 컴뱃>은 채택할 수 없다. 게임이 스스로 의식하는 특유의 제약은 허황되지 않은 것, 현실적인 것을 구현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자신의 신체를 실제적으로 감각할 곳은 일인칭의 조종실인 만큼, 얼마나 조종 환경을 감각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가가 곧 몰입과 직결되기도 한다. 이는 탑승형 시뮬레이터에 대한 일반적 인식과도 어딘가 유사해 보인다. 한번 시뮬레이션이라는 용어 자체가 환기하는 범박한 인상을 그려볼 필요가 있다. 시뮬레이션이라고 하면 흔히 재현의 외피를 하나둘 벗겨낸 끝에 남는 순수한 조작의 모델을 떠올리게 된다. 탑승형 시뮬레이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역사적으로 탑승형 시뮬레이터는 현실에 적응하는 것을 목표로 엄격하게 설계되었다. 사용자가 어떤 환경에 투입되더라도 적절한 조작을 수행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다. 세계 2차대전 당시 50만이 넘는 조종사를 훈련시켰다고도 추정되는 링크 트레이너는 훈련생의 조종석과 평가를 위한 외부 교관용 기록을 연동시킨 것과 더불어, 오르간의 공기 펌프를 응용해 비행 역학에서의 스핀이나 윈드 버펫팅을 인위적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2] . 즉 시뮬레이터에서는 “현실의 가정에 기초하며, 사용 전에 반드시 검증 과정을 거쳐 현실 시스템의 행동을 예측하거나 재현할 수 있는지”가 주요한 화두가 된다. 이런 점에서 탑승형 시뮬레이터에 관해 이야기할 때 지속적으로 현실과의 모델 사이의 관계가 위계적으로 소환된다. 시뮬레이터가 가닿고자 하는 현실과, 시뮬레이터가 재현하는 모델 사이를 지속적으로 가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때로 이 위계는 때때로 재미와 같은 가치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재생성된다. 2000년대 초에 제출된 한 연구는 시뮬레이션 게임과 훈련용 시뮬레이터를 구분하려 시도한다 [3] . 개발자적 관점에서 저자들은 둘을 나누는 핵심적인 기준이 재미라고 주장한다. 시뮬레이션 게임은 재미를 발생시키기 위해 설계되지만, 시뮬레이터에서는 설령 재미가 발생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전자는 재미를 다하기 위해 특수한 목표나 가상적인 환경을 설정하여 플레이어로 하여금 이를 추구하게 만든다.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에서 플레이어는 트럭을 운전한다는 일차적인 조작 외에도 기업을 경영해야 하며, <월드 오브 워쉽>은 1차대전부터 냉전기에 이르는 20세기의 역사적 맥락을 결합한다. <마리오 카트>는 아예 <슈퍼 마리오>의 캐릭터들을 기수로 삼아 테마파크로서의 닌텐도를 재가공하고 단단하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게임들에는 종결 상태가 존재한다. 종결 상태란 적 진영을 말살하는 지령일 수도, 레이스에서 높은 순위를 갱신하는 도전일 수도 있다. 이는 (간접적인 형태로라도) 승리와 패배를 감각하게 만들며, 게임의 재미와도 깊숙하게 연동된다. 시뮬레이션 게임과 달리 훈련용 시뮬레이터의 전개는 시나리오에 기반한다. 현용 운전 시뮬레이터에서 제공하는 장내 기능 시험 주행이 대표적이다. 구체적인 기능시험장 환경을 조성하고 출발부터 도착까지의 상세한 요소를 구현한다. 사용자는 경사로, 직각 주차, 돌발과 같은 주요 항목을 올바르게 수행할 것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사용자의 입장에서 재미란 언제든지 전도될 수 있는 것이다. 1994년 손갑철은 플라이트 시뮬레이션 입문서인 『컴퓨터 파일럿』을 출판한다. 서문에서 그는 비행 시뮬레이션이 어디까지나 “재미있는 게임”과 다르며, 숙달에 일종의 인고를 요한다고 밝힌다. 하이텔 시뮬레이션 게시판에서의 활동을 바탕으로 저술된, A4판형에 382페이지에 달하는 가이드라인인 이 책의 존재 자체가 “독자들 모두 비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후술을 피상적인 격려로만은 읽히지 않게 만든다 [4] . 시뮬레이터가 지향하는 목적인 조작의 숙달 그 자체가 자아내는 재미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시스템 일체와 완전히 동기화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환희는 마치 소울라이크 게임에서 눈과 손의 협응이 완벽히 맞아떨어졌을 때 환기되는 쾌감과 흡사하다. 그리고 이 숙달을 둘러싸고 동원되는 맥락, 외피, 픽션은 결국 플레이와 함께 얽히며 서로의 경계를 뒤흔든다. 더불어 조작에 숙달한 플레이어가 매개될 수 있는 가상적 환경이 점점 정교해질 때, 뒤얽힘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한국이나 인도와 같은 지역을 구현한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2>의 모드는 유럽이 아닌 장소 맥락을 정교하게 부연한다. 비크나쉬바란 나라야나사미의 연구는 가정용 컴퓨터의 연산력이 훨씬 향상됨에 따라 전문화된 영역에서나 활용되던 시뮬레이션이 보다 친숙한 외피를 쓰고 가정용 컴퓨터에서 구동하게 되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개인용 PC의 연산력이 강화함에 따라 더 이상 둘을 구분하기 힘들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발흥한 것이다. 하지만 연구가 제출된 시점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시차를 둔 현재의 시점에서, 혹은 그보다 더 멀리, 자원에 구애받지 않고 무언가를 제한 없이 시뮬레이트할 수 있는 일종의 특이점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듀나의 소설 『제저벨』은 위의 질문에 대한 한 가지 대답이다. 이 소설집에서 구체화된 ‘링커 우주 세계관’은 온 우주에 퍼진 링커 바이러스로 인해 생물 개체의 유전적 안정성이 마구 뒤흔들린다는 설정이다. 그 불안정성을 토대로 후천적으로 습득한 형질을 지속적으로 재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을 독특하게 만든다. 문화적 형질 역시 재생산될 수 있는 탓이다. 작중 토요일이라는 이름의 대륙은 흥미로운 장소로 격상된다. “은하계 곳곳에서 몰려온 밀리터리광들”이 토요일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소 전차전을 재현할 수 있는 이상적인 장소”로 여기며 “당시 무기들을 생산하는 자궁들을 들여”왔다. 마치 탑승형 시뮬레이션의 가상성을 극대화한 것처럼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작품의 소설이 단언하듯, “오로지 놀이만을 하는 자들에게 놀이일 수만은 없다. 그것은 삶이다. 역사이다. 우주이다.” 어느 순간 놀이와 현실의 관계는 도치된다. 사실 “1941년부터 1944년까지 일어났던 실제 역사적 사건을 충실하게 재현”한다는 토요일 대륙의 제1의 목표부터 이미 유희적 목적에 포섭되어 있지 않은가? [5] 토요일에서 벌어지는 모의전의 참가자들이 “진짜 전쟁”을 원했다고 하지만 그게 “놀이일 수만은 없는” 바로 그 “놀이” 그 자체가 아닐 이유도 없지 않은가? 자궁들은 실제 전쟁이 흘러간 달력에 맞추어 고증에 알맞은 무기를 뽑아냄으로써 특정한 플레이 행위 양식을 창출한다. 여기에 참가자들의 몰입에의 의지, 역사적 감수성 따위가 한 데 결합해 반복과 지연을 일삼는다. 되풀이되는 전쟁-놀이의 사이클 안에서 사람들은 자기 진영의 자궁에 사료라고 불릴 법한 고철들을 되먹인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사료의 디테일로 침잠한 ‘역덕’들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대체 역사적 감각이다. 이처럼 『제저벨』에서는 게임과 현실의 도치가 직접적으로 이뤄지는 인상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여기 작용자의 심상과 현실을 매개해 주는 지렛대로 기능하는 것이 전차-자궁이라는 시뮬레이터다. 시뮬레이터는 단지 메커닉의 정교함만을 향해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픽션 그 자체를 향해 수렴하기도 한다. <에이스 컴뱃>이 그들의 가상 세계관을 ‘스트레인지 리얼’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은 퍽 흥미롭다. 나름의 설득력 있는 현실감 있는 조종은 슈팅의 형식 안에 놓아둔 반면, 픽션 세계관을 ‘리얼’로 명명하기 때문이다. 이 기묘한 도치는 아무리 사실적인 시뮬레이터라 하더라도 어느 지점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밧심이나 이바오 같은 가상 항공 네트워크에서 트래픽이 활발하게 교환되듯 이미 모델화된 현실이 픽션으로 치닫는 순간들, 거기에서 탑승형 시뮬레이터의 고유한 재미가 발생하지 않을까. [1] 박상범. “‘에이스컴뱃’, 3개의 기둥을 지켜온 개발 철학과 기술 진화의 융합. ” 게임뷰. 2025.11.19.등록. https://www.gamevu.co.kr/news/articleView.html?idxno=53505 [2] “14-April 1929 – Edwin Link Launches the Link Trainer”. Canadian Aviation Museum. https://canadianaviationmuseum.ca/14-april-1929-edwin-link-launches-the-link-trainer/ [3] Narayanasamy, Viknashvaran & Wong, Kok & Fung, Chun & Rai, Shri. (2006). Distinguishing games and simulation games from simulators. Computers in Entertainment (CIE). 4. 9. 10.1145/1129006.1129021. [4] 손갑철. (1994). 『컴퓨터 파일럿』. 서울: 크라운출판사. [5] 듀나. (2012). 『제저벨』. 서울: 자음과모음. 101-104쪽.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연구자) 김규리 게임이 이야기를 경험시키는 방식에 관심이 있습니다. 이것저것 기웃거리다가 최근에는 <마라톤>을 플레이했습니다.
- Three Trends in Western AAA Games Research: Creators, Culture, and Cash.
The AAA space continues to be one where art, industry, and culture coalesce. What games research attunes us to most is that each of these elements, while moving forward, seems to be stuck in stasis where the problems of the past remain unresolved. In the pleasure of the next big release, the anticipation of the next hype cycle, and the excitement of the next awards ceremony, it’s clear that AAA development is no-doubt heading full-bore into a future of even greater artistic heights, but these heights come with even more troubling extremes. Despite interventions on the part of games journalists and academics, and mobilization attempts from game workers, long-standing and pervasive issues with the legitimacy of games, and the exploitation of workers and players alike, persist. Academic work on the AAA space shines a spotlight on the issues that continue to go unresolved while major gaming studios propel forward in the perpetual quest for artistic recognition, prestige, and the almighty dollar. < Back Three Trends in Western AAA Games Research: Creators, Culture, and Cash. 10 GG Vol. 23. 2. 10. On December 8th, 2022, the 9th iteration of The Game Awards, a Hollywood-style awards show “celebrating the best in games,” streamed live to 103 million viewers. 1) Not unlike the Oscars, The Game Awards is an amalgamation of industry recognition for games large and small, a validation of the artistic or technical merits of games, and an indicator of the cultural spaces games are being marketed towards. While The Game Awards does recognize smaller games, it is largely part of the cultural apparatus of AAA marketing and recognition for the most recent blockbuster games. Indeed, the Game Awards have been a hype and marketing machine, where numerous awards are given out rapid-fire style without ceremony or acceptance speeches to make room for trailers, first-looks, and gameplay premieres, some of which include elaborate musical presentations, or lead-ins from super-star creators like Hideo Kojima, famous for the Metal Gear franchise (Konami), and more recently Death Stranding (Kojima Productions, 2019). The largest AAA titles such as last year’s God of War: Ragnarok (Sony, 2022) and Game of the Year Winner Elden Ring (FromSoftware, 2022) get the lion’s share of the screen time, and while smaller games are not forgotten, it is mainly a night to celebrate and market big budget and mainstream games. Not inconsequentially, the night ended with a now-infamous young man crashing Hidetaka Miyazaki’s acceptance speech - another reminder that no matter how much we dress up mainstream games culture there is a level of meme-driven social deviance bubbling beneath the artifice. This confluence of socio-economic forces as seen through the pageantry of The Game Awards is emblematic of three linked trends within Western research on the AAA game space: First is the creative domain and the artistic merits of big budget games. Second is the cultural domain, which is concerned with both the studio spaces and work environments that produce and ship these large-scale projects, which tie into the cultures of play that grow out of communities of players. Third is the monetary element through the marketing and monetization of games as premium entertainment experiences. This article is a brief introduction to a small portion of the discourse around these trends in the context of AAA games. To begin with the creative and artistic merits of games, it’s important to understand that a great deal of media and scholarly attention on games into the late 1990s and early 2000s focused on the harms and benefits of games on society, with the largest emphasis on the impact of violent gaming content on children and youth. 2) While many players and some scholars of this time implicitly understood games as having artistic value, there was a prevalent current of thought that saw games as a lesser media form. As Felan Parker notes, the discussion around games and their artistic merit came about in the wake of American film critic Roger Ebert’s notorious, and still oft-quoted comments, “that games can never be art,” between 2005 and 2010. 3) More attention within journalism and academic spaces was reserved for this debate in the wake of these comments, and one strategy to uplift games from this ‘non-art’ assumption was to elevate game designers as auteur figures, not unlike world-famous Hollywood directors who are able to leave a distinct artistic flourish on their games. 4) This trend is still visible through the elevation of key directors at The Game Awards just a few months ago. AAA games, due to their high visibility and large budgets for production and marketing, maintain a status as flagship games for new consoles. They are also more likely to be games that push the technological limits of design, and so dominated the discussion of artistic games until the indie boom of the early 2010s. Brendan Keogh notes that AAA game studios operate under large publishers most interested in making profits, and so many games designed within a AAA framework have traditionally been conventional or risk-averse. 5) Yet, the legend of the videogame auteur continues, and games like Kojima’s Death Stranding (Kojima Productions, 2019) can make unconventional choices regarding gameplay and aesthetic, while ‘indie’ games make up a much smaller portion of games discourse than they did through the 2010s. In part, AAA has both been influenced by and co-opted elements of ‘Indie’ design and aesthetic. 6) There are certainly familiar AAA games that do not defy convention with any regularity, such as annual sports releases or FPS franchises like Call of Duty (Activision). Awards season, and to a larger extent games journalism, has adapted to celebrate a form of AAA game that takes the familiar tropes and genre conventions of yesteryear’s big budget titles while providing the slightest bit of something new or challenging to our collective sensibilities, thereby offering a hint of indie spirit that upholds the idea that these titles are the products of auteurs. In part because the ‘are games art’ debate is still alive in popular culture, players and the industry support this arrangement because it seems to validate gaming as an activity, while elevating the cultural cache of games which will ultimately sell more copies and grow the consumer base. The inner workings of the AAA studio space are unfortunately lost in the emphasis of the auteur figure, but this has also been taken up in academic work on AAA games. There are two prominent topics when thinking about AAA work culture: overwork and the gendered work space. An early piece on overwork in the games industry was written by Dyer-Witheford and de Peuter in 2006, and examined labor exploitation, burnout, worker turnover, and struggles to unionize within this extreme work culture. 7) Twelve years later, in 2018, former Kotaku writer Jason Schreier posted an exposé on the overwork, or ‘crunch culture’ within Rockstar Games as the company was finishing work on Red Dead Redemption II (Rockstar Games, 2018). 8) Despite being a known issue within big budget game development for nearly two decades, crunch persists and continues to be a key topic of analysis, particularly as scholars explore possibilities for unionization and workers rights. 9) Related to this is the gender divide within game studios. Drawing from a 2013 Game Developer’s Magazine survey, deWinter and Kocurek point out that “the gendered disparity in salary is significant in all areas of game employment except programming and engineering (which is 96 percent male).” 10) Contrary to assumptions that this is because women to not play games or are averse to entering the games industry, deWinter and Kocurek found that women were far more likely to be alienated by the workplace culture that has itself been influenced by the toxic and misogynist elements of game culture, and as a consequence would burn out more quickly and leave the industry. 11) Much of the work written on games culture indirectly engages with AAA games precisely because of this feedback loop between the culture and the workplace. Critically, any change to either the player culture or work culture of gaming needs to occur simultaneously between the labor and leisure spaces of gaming culture. Recently much of the focus on AAA games, and gaming in general, has been on business models and monetization. In particular, the prevalence of microtransactions, loot boxes, and battle passes. While these tend to be associated with mobile and free-to-play games, there is no set definition for AAA games and so there is no inherent exclusion of a game from the AAA category based on a free-to-play model. As Daniel Joseph’s work on battle passes shows, big-budget games produced by large studios, such as Apex Legends, DOTA 2, or Fortnite, can use free-to-models and microtransactions as the primary method of monetizing their games. 12) Importantly for Joseph, these models effectively turn games into shopping platforms that obfuscate their primary goal of extracting money from the consumer. 13) Exactly how predatory these models are becoming is of great concern, as is the way microtransactions change what kinds of AAA games are being made as there is a much larger emphasis on the service, or seasonal model of games precisely because they can make more money off of their players. It isn’t just a question of exploitation, but how these monetization models change the way AAA games are made and how they’re consumed. Building on the labor issues within AAA design, this also is creating new forms of crunch, as Joseph points out that Fortnite developers “...reported exhausting 100-h work weeks due to the massive success of the game and the drive to constantly be developing for the next season and battle pass.” 14) The AAA space continues to be one where art, industry, and culture coalesce. What games research attunes us to most is that each of these elements, while moving forward, seems to be stuck in stasis where the problems of the past remain unresolved. In the pleasure of the next big release, the anticipation of the next hype cycle, and the excitement of the next awards ceremony, it’s clear that AAA development is no-doubt heading full-bore into a future of even greater artistic heights, but these heights come with even more troubling extremes. Despite interventions on the part of games journalists and academics, and mobilization attempts from game workers, long-standing and pervasive issues with the legitimacy of games, and the exploitation of workers and players alike, persist. Academic work on the AAA space shines a spotlight on the issues that continue to go unresolved while major gaming studios propel forward in the perpetual quest for artistic recognition, prestige, and the almighty dollar. 1) Zheng, Jenny. “The Game Awards 2022 Received Over 103 Million Views, Sets New Viewership Record.” Gamespot. December 16th, 2022. 2) Ivory, James D., “A Brief History of Video Games.” The Video Game Debate: Unraveling the Physical, Social, and Psychological Effects of Digital Games. Edited by Rachel Kowert and Thorsten Quandt. New York and London: Routledge, 2016, 16-17. 3) Parker, Felan. “Roger Ebert and the Games-as-Art Debate.” Cinema Journal 57, no 3 (2018):77-79. 4) Ibid., 95-96. 5) Keogh, Brendan. “Between Triple-A, Indie, Casual, and DIY: Sites of Tension in the Videogames Cultural Industries.” The Routledge Companion to the Cultural Industries. Edited by Kate Oakley and Justin O’Connor. New York and London: Routledge, 2015. 153-154. 6) Lipkin, Nadav. “Examining Indie’s Independence: The Meaning of ‘Indie’ Games, The Politics of Production, and Mainstream Co-optation.” Loading… The Journal of the Canadian Game Studies Association 7, no 11 (2012): 8-15. 7) Dyer-Witheford, Nick, and de Peuter, Greig. “‘EA Spouse’ and the Crisis of Video Game Labour: Enjoyment, Exclusion, Exploitation, Exodus.” Canadian Journal of Communication 31, no 3 (2006): 599-617. 8) Schreier, Jason. “Inside Rockstar Games’ Culture of Crunch. Kotaku. October 23rd, 2018. 9) Cote, Amanda, and Harris, Brandon, C. “‘Weekends Became Something Other People Did’: Understanding and Intervening in the Habitus of Video Game Crunch.” Convergence: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New Research into Media Technologies 27, no.1 (2021): 161-176. 10) deWinter, Jennifer and Kocurek, Carly. “” Gaming Representation: Race, Gender, and Sexuality in Video Games. Edited by Jennifer Malkowski and Treaandrea M. Russworm. Bloomington: Indiana University Press, 2017, 65. 11) Ibid. 12) Joseph, Daniel. “Battle Pass Capitalism.” Journal of Consumer Culture 21, 1 (2021):68-83. 13) Ibid., 81. 14) Ibid.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Game Researcher) Marc Lajeunesse Marc is a PhD candidate in Concordia University's department of communication studies in Montreal, Canada. Marc’s research focuses on toxicity in online games. He is driven to understand toxic phenomena in order to help create more positive conditions within games with the ultimate hope that we can produce more equitable and joyful play experiences for more people. He has published on the Steam marketplace and DOTA 2, and is a co-author of the upcoming Microstreaming on Twitch (under contract with MIT Press). (게임연구자) 나보라 게임연구자입니다. 게임 플레이는 꽤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게임학을 접한 것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우연히 게임 수업을 수강하면서였습니다. 졸업 후에는 간간히 게임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연구나 저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역사>, <게임의 이론>, <81년생 마리오> 등에 참여했습니다.
- [공모전] 모순된 세계의 충돌을 '다시' 그릴 때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미지를 좇는다. 이는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이고, 누군가에게는 믿음이다. 세상에는 언제나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며, 현재 우리가 가진 논리나 통용되는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진실이 존재한다는 믿음. < Back [공모전] 모순된 세계의 충돌을 '다시' 그릴 때는 13 GG Vol. 23. 8. 10. 인간은 본능적으로 미지를 좇는다. 이는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이고, 누군가에게는 믿음이다. 세상에는 언제나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며, 현재 우리가 가진 논리나 통용되는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진실이 존재한다는 믿음. 누군가에겐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이 그러할 것이다. 20세기 초 미국 소설가 러브크래프트H. P. Lovecraft에 의해 발전한 이 세계에는 흥미로운 두 가지 요소가 있다. 하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는 우리가 결코 감당할 수 없는 불가해한 힘, 또는 현실, 또는 진실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 영역에 발을 들여놓게 된 인간은, 그 압도적이고 불가해한 힘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 무기력한 태도가 바로 두 번째 요소다. 이 거대한 힘에 비하면 인간은 말 그대로 미물만도 못한 존재이며, 자신의 비천함을 받아들이고, 모든 존엄을 내려놓고, 그저 이 힘이 가진 무자비한 의지에 무릎을 꿇는다. 불가해하고 거대한 힘과 이를 받아들이는 인간의 무력함. 러브크래프트는 늘 무언가를 상실한 것으로 묘사되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혼란과 두려움, 무기력을 이러한 구도로 표현했다. 프로그웨어Frogwares는 2006년, <셜록 홈즈 디 어웨이큰드Sherlock Holmes The Awakend(이하 ’06)>를 통해 러브크래프트와 셜록 홈즈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앞서 말했듯 러브크래프트가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과 그에 대한 무력함을 말한다면, 셜록 홈즈는 인간의 이성과 논리를 통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없음을 증명하는 인물이다. 이 두 세계가 충돌했을 때 벌어지는 이야기는, 얼핏 매력적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오히려 상대가 가진 장점에서 비롯된 한계를 정면으로 공격할 수밖에 없는 구도를 지닌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모순을 안고 있는 이 이야기는 어떻게 다루어져야 하는가?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 2023년, 프로그웨어는 이 작품을 리메이크했다. 말 그대로, 다시 만들었다. 이들은 20여년 전 자신들의 유산에서 새로운 시각과 이야기, 돌파구를 찾았고, 불가해한 세계에 맞서는 논리의 투사를 다시 한번 그려냈다. 2006년의 홈즈에서 2023년의 홈즈가 되기까지 2000년대 프로그웨어의 셜록 홈즈 시리즈는 고전적인 어드벤처 퍼즐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시나리오는 스테이지의 형태로 구성되었고, 플레이어는 각 스테이지를 풀어나가기 위해 주변에서 유용한 아이템을 모았다. 사건을 수사하면서 확보한 문서들은 퍼즐을 위해 플레이어에게 제공되는 단서로 쓰였다. <’06> 역시 이러한 형식을 따르고 있었고, 이를 통해 탐정 셜록 홈즈와 파트너 존 왓슨, 기벽을 가진 두 신사의 모험이라는 고전적인 컨셉을 충실히 구현했다. 이런 형태의 ‘모험’은 <셜록 홈즈의 유언The Testament of Sherlock Holmes(2012)>에서 종언을 고한다. <셜록 홈즈: 죄와 벌Sherlock Holmes: Crimes and Punishiments(2014, 이하 죄와 벌)>이 보여준 것은 단순히 향상된 그래픽뿐만은 아니었다. ‘인물 묘사’, ‘기록 보관소’, ‘기억의 궁전’ 등 지금의 셜록 홈즈 시리즈에 사용되는 핵심적인 추리 시스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 셜록 홈즈의 관점에서 직접 추리를 시도해야 했다. 그리고 2021년 작 <셜록 홈즈 챕터 원Sherlock Holmes Chapter One(이하 챕터 원)>에 이르러, 프로그웨어는 자신들이 오랫동안 만들어왔던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 역설적이게도, 셜록 홈즈 시리즈의 주인공은 오랫동안 그 자신의 그림자에 가려져있었다. 셜록 홈즈가 겪는 모험은 이야기를 위한 흥미로운 소재로 쓰이기에 충분했으며, 이를 위해서는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 자체의 견고함이 필요했다. 때문에 그 자체로 개성이 강하고 존재감이 뚜렷한 이 캐릭터는 그 기본적인 묘사 이상으로 접근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프로그웨어는 이 견고하고 뚜렷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의 내면을 탐구하기 시작했고, 2023년 작 <셜록 홈즈: 디 어웨이큰드Sherlock Holmes The Awakend(이하 ’23)>가 출시되었다. <’23>은 단순히 <’06>의 시나리오를 <챕터 원>의 시스템에 입히는 리메이크를 시도하지는 않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현실적인 한계들도 있었겠지만, <챕터 원>에서 시도되었던 오픈월드 구조나, 플레이어가 결말을 선택하는 시스템을 <’06>의 시나리오에 구태여 입히려 애쓰지 않는다. <챕터 원>에서의 오픈월드 구조 대신, <’23>은 <’06>의 스테이지식 구성을 활용한다. 그렇다고 해서 <챕터 원>의 유산을 거부하고 <’06>을 그대로 구현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프로그웨어가 이 리메이크를 위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선택했으며, 이를 통해 무엇을 만들려 했는지다. 셜록 홈즈의 러브크래프트적 붕괴 <챕터 원>에서 프로그웨어는 홈즈에 대한 더욱 내밀한 관점을 구축했다. 이 관점이 강조하는 것은 바로 홈즈가 가진 광기, 진실(사건 해결)에 대한 집착이라는 잠재적인 광기다.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상실한 그는 끊임없이 진실의 가치와 중요성을 역설하며, 이는 필연적으로 그가 스스로에게 저지르는 신체적, 정신적인 자해 행위를 수반한다.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단순히 난제를 푸는 지적 유희가 아니라, 결핍된 진실을 추구하는 홈즈의 본능적 갈망으로 그려진다. 때문에 <’06>에서 낯설고 기이한 세계를 맞이하는 셜록 홈즈가 이성과 논리의 영역에서 이 세계를 ‘관찰’하며 수사에 몰두하는 것과 달리, <’23>에서 홈즈의 수사는 단순히 국제적인 실종과 인신매매라는 범죄의 배후를 찾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진실을 원한다. 저들이 말하는 세계, 저들이 섬기는 불가해한 힘, 그 오래된 신의 존재. 그것이 현실인지, 현실일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홈즈는 저들의 세계에 직접 뛰어든다. 이로써 <’23>은 <’06>에서보다 더 내밀하고 노골적으로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표현한다. <’06>에서 기괴한 신의 조각상과 잔혹한 의식에 대한 묘사에 그쳤던 컨셉은, 셜록 홈즈라는 샤먼을 매개로 이 불가해한 세계를 직접 보여주는 레벨을 중간중간 삽입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이는 프로그웨어의 <싱킹 시티The Sinking City(2019)>에서 연구, 사용되었던 유산을 마음껏 활용할 기회가 될 뿐 아니라, 플레이어로 하여금 직접 이 혼란스러운(그리고 흥미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하며, 이를 겪는 셜록 홈즈를 붕괴시킨다. <’23>은 셜록 홈즈가 겪는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의 경험을 플레이어블 레벨로 제공한다. 앞서 말했던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의 요소인 불가해한 세계와 그에 대한 무기력, <’23>은 셜록 홈즈를 통해 이를 충실히 구현하며, 이렇게 붕괴한 셜록 홈즈가 다시 그에게 요구되는 ‘셜록 홈즈’로써의 역할에 충실하려 할 때 이 무력함은 극대화된다. <챕터 원>에서 홈즈는 어머니를 앗아간 광기가 언젠가는 자신을 덮치게 될지 모른다는 근원적인 공포를 가지고 있다. <’23>에서는 마침내 광기에 잠식되었을 때, 그 날카로운 추론 능력과 예리한 감각은 더 이상 없을 것임을 실제적인 위협으로 느낀다. 그리고 매 순간, 자신이 이러한 능력을 잃고 있음을 누구보다도 절감하며 더욱 빠르게 붕괴한다. 여정의 최종장인 로체스터와의 조우. <’06>에서 등대 꼭대기에 올라선 로체스터에게 ‘당신을 사랑하는 어머니를 생각하라’고 설득하던 ‘협상’ 장면은, <’23>에서 여정을 좇으며 목격한 진실에 결론을 내리는 ‘자기 고백’의 장면이 된다. '당신들처럼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할까 두렵다'는 그의 고백은 결국 '이 모든 것은 현실'이라는 무력하고, 그가 끝까지 거부하려 했던 선언으로 귀결된다. 플레이어는 이 대화에서 제공되는 다른 대답을 선택할 수 없다. <’06>에는 이러한 선택지 대화 자체가 없었고, <챕터 원>에서는 매 선택지가 분기성을 띄었으며, <’23>의 다른 대화에서도 선택지를 통한 게임 오버 처리의 사례가 없다는 점을 봤을 때 이 대화 장면은 더욱 흥미롭다. 이는 결국 플레이어 역시 셜록 홈즈가 진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무력한 순간을 함께 경험할 것을 요구받는 장면이다. 불가해한 세계로 입장하면서 여정을 시작한 그는 끝내 굴종과 무기력이라는, 러브크래프트 풍의 서사를 완성하는 불가피한 운명을 뼛속 깊이 맞이한다. 새롭게 지어진 셜록 홈즈의 세계 <’23>에서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의 핵심 요소들은 셜록 홈즈라는 인물을 통해 셜록 홈즈의 세계관에 녹아들었다. 그렇다면 셜록 홈즈의 세계관은 러브크래프트를 어떻게 수용하고 반응하는가? 러브크래프트의 무기력과 절망을 표현하면서 어떻게 범죄를 해결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셜록 홈즈의 세계관을 지킬 수 있는가? <챕터 원> 이후로 프로그웨어가 보여주는 괄목할 만한 행보 중 하나는, 다른 주요 캐릭터들을 적극적으로 서사에 끌어들여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챕터 원>은 셜록 홈즈의 내면과 개인사를 구축하는 과정을 통해, 셜록 홈즈와 존 왓슨, 마이크로프트 홈즈라는 세 인물 간의 관계를 구축한다. 그리고 이는 서사를 이끌어가고 작품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데에 있어 지속적으로 유용한 자원을 제공한다. 프로그웨어의 이전작들에서, 존 왓슨은 그다지 존재감과 역할을 가진 캐릭터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모험에서 그는 사건과 한 발짝 떨어져 있다가 뒤늦게 따라잡거나, 홈즈가 여러 이유로 해야 하는 일을 하지 못할 때, 그 역할을 대신하는 캐릭터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 존 왓슨의 역할은 <’06>에 비해서도 눈에 띌 정도로 분량이 늘어난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현실적인 인물인 그는 홈즈처럼 이 불가해한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그러나 홈즈가 실마리를 찾기 위해 심연에 몸을 던지는 역할이라면, 현실의 영역에 머무르며, 끊임없이 닥치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홈즈와 홈즈의 현실을 수호하는 것이 왓슨에게 주어진 책임이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무엇을 지켜야하는 지 알고 있으며, 이를 위해 판단하고 행동한다. 다음 여정으로 향하는 기차를 탈 때면, 홈즈와 왓슨은 서로의 상처를 나눈다. 두 사람 모두 이 상처를 극복하지 못했으며, 여전히 방황하고 있고, 적어도 이 방황을 함께하고 있다. 이는 <’06>의 같은 장면을 셜록 홈즈와 존 왓슨의 유대감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각색된 장면으로, 후에 서술할 작품의 메세지를 뒷받침하는 장치가 된다. 셜록 홈즈와 존 왓슨의 기차 장면은 두 사람의 유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각색되었다. 마이크로프트 홈즈를 해석하는 관점 역시 <챕터 원>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구축된다. 그는 광기가 어머니를 집어삼키는 과정을 지켜봤고, 그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었으며, 동생인 셜록을 이 진실로부터 보호하는 젊은 가장으로 등장한다. 때문에 <’06>에서 편지를 통해서만, 셜록 홈즈의 수사를 돕는 유용한 정보원 정도로 등장했던 마이크로프트 홈즈는, <’23>에서는 셜록 홈즈의 수사와 삶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근거를 가진다. 그는 동생이 또 다른 광기에 빠져 기이한 세계로 끌려들어 가는 것을 염려하고, 분노하며, 조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결국, 셜록이 이 사건을 빠르게 종결하도록 가장 결정적인 증거를 손수 제공한다. 그가 제공한 자료는 작품을 곧바로 종막으로 이끈다. 끈질기게 추적해왔던 사건의 배후, 핵심적인 의문이 다른 이에 의해 손쉽게 풀려버린다는 전개는 <’06>에서 역시 다소 갑작스러운 느낌을 준다. 그러나 <’23>은 이 전개를 그대로 가져오며, 홈즈의 자기 구원 - 사건을 해결하고 진실을 찾는 여정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존 왓슨이 셜록의 붕괴에 분노한 마이크로프트를 설득해 내는 장면으로 각색한다. 존 왓슨이 마이크로프트 홈즈와 독대, 설득하는 장면은 <’23>에서 추가되었다. 이 간단한 액트를 통해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시나리오를 전달하는 기회이며 장치가 된다. 주요 인물들이 서로의 관점을 펼치고 대립하며 서로에 대한 생각과 결심을 표현하는 장치다. 주인공인 셜록 홈즈가 누구보다도 극단적으로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에 휘말려 붕괴하는 상황에서, 이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에 대한 적극적인 묘사와 구도의 구축은 셜록 홈즈의 세계를 유지한다. 그리고 이러한 안전장치들에 기반해, 러브크래프트와 셜록 홈즈 세계관의 합은 드디어 결론에 다다른다. 절망과 무기력, 그리고 그 너머 마침내 사건을 해결했고, 세상을 구했고, 원하던 진실을 얻었지만, 그 대가로 홈즈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았다. <싱킹 시티>의 결말을 고려했을 때도,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의 이야기에서 모든 불안과 의혹으로부터 승리하는, 셜록 홈즈 세계관의 영광스러운 승리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23>의 결론은 이 승리의 상처 너머에 있다. <’06>의 셜록 홈즈는 철저히 외부인의 관점에서 이 사건을 관찰하고 접근한다. 로체스터의 의식을 막고, 그에게 자수를 설득한다. <’23>은 이 협상 장면의 방향을 러브크래프트 풍의 자기고백 장면으로 전환하며, <’06>에서 부재했던 한 가지 요소를 더한다. 로체스터는 불가해한 진실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셜록 홈즈를 굴복시키는 데에 성공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와 그의 신을 좌절시키는 것은 셜록 홈즈와 존 왓슨의 ‘관계’다. 홈즈와 왓슨의 관계, 이 전형적인 주제가 <’23>에서는 오히려 두 세계의 충돌이 낳는 모순을 돌파하는 해결책이 된다. 로체스터와 달리 셜록 홈즈에게는 언제든 그를 현실로 끄집어낼 친구가 있었다. 존 왓슨의 존재, 이 관계 덕분에, 홈즈는 사건을 해결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셜록 홈즈 식 결말을, 스스로의 붕괴라는 러브크래프트적 결말을 성취하는 동시에 이끌어낸다. 그리고 이 관계에서 조금 더 시야를 확장해 보면, 뉴올리언즈 챕터의 각색된 결말이 눈에 들어온다. 홈즈와 왓슨이 구해낸 아네슨은 뉴올리언스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폭력들을 막기 위해 이 사건에 뛰어들었지만, 그 결과로 심각하게 손상되고 붕괴되었다. 그를 염려하는 연인 루시와 수사를 도와준 샴페인은 그의 회복을 도울 것을 약속하며, 그가 이루고자 했던 뉴올리언즈의 정의를 위해 싸움에 나설 것을 선언한다. 그러니까 이 작품에서, 홈즈와 왓슨의 관계는 작품의 메세지를 담은 단면이다. <’23>은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의 무기력과 절망을 포용하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그 너머로 나아가 제시할 수 있는 요소들을 강조한다. 다른 사람들의 존재, 이들과의 관계. 붕괴한 셜록 홈즈와 아네슨을 지탱하고, 그들이 폭력에 맞서 정의를 구현하며 세상을 구하게끔 만드는 것은 그들 주변을 지키는 존, 마이크로프트, 루시, 샴페인과 같은 인물들이다. 모순 가득한 두 세계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다 러브크래프트와 셜록 홈즈라는 두 세계의 조우 한복판에서, 셜록 홈즈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사건을 파헤치고 진실을 밝혀냈으며, 거대한 범죄를 막고 사람들을 구해냈다. 이를 위해 자신의 몸을 던져,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이 가진 가치관을 깊이 있게 체화했다. 이는 프로그웨어가 전작인 <챕터 원>에서 구축한, 진실에 대한 집착이라는 셜록 홈즈의 성향에 의해 지치지 않고 추동되었으며, 플레이어 역시 모순적인 두 세계를 오가면서 셜록 홈즈의 내면이 겪는 여정을 함께한다. <’23>에서 이 여정은, 원작에서의 기이하고 잔혹한 사건을 수사하는 모험에서 더 나아가 두 세계의 조우, 그 너머를 바라보는 관점을 결론으로 제시한다. 러브크래프트가 표현하는 공포와 절망, 이 앞에서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모든 것이 압도적인 힘을 가진 신에 의해 무용해질 수 있다면, 인간은 무엇을 위해 행동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은 불가해한 신의 힘, 또는 사건의 해결이라는 승리를 넘어선 곳에서 제시된다. 셜록 홈즈와 존 왓슨, 마이크로프트 홈즈의 관계, 이 관계가 상징하는, 현실에 존재하는 타인들과의 견고한 유대와 삶에 있다. <챕터 원>에서 구축된 인물들 간의 서사, 그리고 20여 년의 간극을 뛰어넘기 위해 선별되고 집중된 플레이 요소들은 쉴 새 없이 맞물려 돌아가며 모순과도 같은 두 세계의 조우라는 이야기를 성립시키고 메세지를 끌어내는데에 기여한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이머) 박해인 게임에서 삶의 영감을 탐색하는 게이머. 게임의 의도와 컨셉을 전달하는 방식들을 분석하는 데에 관심이 많습니다.
- [Editor's View] Ways of Seeing
아이템을 기획하는 내내 편집위원들과 편집장은 보는 게임이라는 개념의 모호함에 대해 토로했다. 어디까지가 게임일 것인가? 어디부터가 게임의 변화인 것인가? 인간의 역사가 늘 그래왔듯이 우리는 동시대에 대해 스스로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시대를 이끌어가는 것은 즉시성있는 답변보다 늘 우직하게 본질을 바라보는 질문이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보는 게임’의 시대에 감히 어떤 정답을 내리기보다는, 다양한 질문과 사유를 통해 이 시대 게임의 변화를 사유하는 계기로 ‘GG’3호가 자리잡을 수 있었으면 한다. < Back [Editor's View] Ways of Seeing 03 GG Vol. 21. 12. 10. 이제는 고전이 된 존 버거의 ‘본다는 것의 의미Ways of Seeing’라는 책을 기억한다. 본다는 행위는 결코 영원히 고정된 의미로 남아있는 것은 아니며, 시대와 맥락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지며 변화해 왔다. 그리고 그 변화는 심지어 ‘보는 것으로는 완성되지 않는’ 게임이라는 매체에까지도 닥쳐온 듯 하다. 오랫동안 디지털게임은 그 중심에 직접적인 상호작용성이 있다고 이야기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의 현실에서는 이러한 개념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현상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플레이어의 개입이 줄어든 방치형 게임, 타인의 게임플레이를 보며 즐기는 e스포츠나 게임스트리밍 등은 게임에 대한 관점을 보다 새롭게, 혹은 보다 폭넓게 정립하기를 요구한다. ‘게임제너레이션’ 3호는 바로 그 ‘보는 게임’ 현상에 주목했다. 플레이어의 개입이 줄어든 오늘날의 게임을 게임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부터 이 변화한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게임의 대중화에 대한 해석까지 우리는 적지 않은 과제를 받아안는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다양한 시선의 다채로운 고민을 담고자 했다. ‘보는 게임’에 대한 두 접근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도 사뭇 다른 관점을 취한다. 윤태진과 이상우는 각각 ‘본다’는 행위가 만들어내는 변화와, 그 변화로부터 나타나는 공백에 주목한다. ‘보는 게임’이라는 변화의 중심에 있는 방치형 게임이 만들어내는 플레이를 관찰하는 박이선의 글은 플레이어라는 주체의 위치와 자세를 되묻는다. 홍영훈은 e스포츠팀 속 개인으로서의 게이머라는 존재가 갖는 정체성을 되물으며, 가깝지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일본의 게임문화 속 ‘보는 게임’의 의미는 신주형의 추적 끝에 우리 앞에 되살아난다. ‘트렌드’에서는 세 가지 테마를 관찰한다. 2021년 국감에 등장한 게임 접근성 문제는 어느새 대형 게임에서는 조금씩 적용되고 있는 트렌드다. 오랫동안 우리 곁을 맴도는 질문, 왜 한국의 콘솔게임 점유율이 낮은지에 대한 소고는 최근 들어 늘어나기 시작한 한국 게임제작사들의 콘솔 도전과 맞물린다.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가 보여준 전체채팅 금지라는 정책의 도입과 재철회 이슈는 그 원인인 온라인게임 채팅의 문제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아티클 부문은 ‘보는 게임’의 또다른 반대편인 ‘듣는 게임’에 관한 임태훈의 글로 서두를 연다. 12월 개최되는 실험게임축제 ‘아웃오브인덱스’의 주최자인 박선용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서울 합정역 인근에서 열린 미술전시 ‘로우스코어 걸’은 게임의 방법론을 활용하고자 하는 미술의 도전을 보여주며, ‘메탈기어’ 시리즈와 주인공 스네이크의 통시적 변화를 다룬다. ‘데스루프’ 가 보여주는 회귀와 게임이라는 텍스트 자체가 가지고 있는 회귀성에 대한 영원회귀로의 접근, 실황중계를 통한 간접체험의 시대를 들여다보는 글들이 준비되어 있다. 인터뷰는 e스포츠, 유튜브, 방치형게임을 선택했다. 게임을 통해 교육을 준비하는 젠지 글로벌아카데미, 보는게임 시대의 중심에서 살아가는 게임유튜버 김성회, 대표적 방치형게임으로 거론되는 ‘어비스리움’의 운영진과 이야기를 나누며 오늘날의 보는게임에 관한 이야기를 품고자 애썼다. 아이템을 기획하는 내내 편집위원들과 편집장은 보는 게임이라는 개념의 모호함에 대해 토로했다. 어디까지가 게임일 것인가? 어디부터가 게임의 변화인 것인가? 인간의 역사가 늘 그래왔듯이 우리는 동시대에 대해 스스로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시대를 이끌어가는 것은 즉시성있는 답변보다 늘 우직하게 본질을 바라보는 질문이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보는 게임’의 시대에 감히 어떤 정답을 내리기보다는, 다양한 질문과 사유를 통해 이 시대 게임의 변화를 사유하는 계기로 ‘GG’3호가 자리잡을 수 있었으면 한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게임평론가이자 연구자. 2015년부터 게임을 업으로 삼아, 평론가로서는 게임이 사회와 관계맺는 방식을, 연구자로서는 상품으로서의 게임이 사회 안에 자리잡는 구조를 살펴본다. 『81년생 마리오』(2017), 『현질의 탄생』(2022) 등을 썼고, 〈다큐프라임〉(EBS)을 비롯한 다큐멘터리와 여러 매체 연재에 참여했다. 디지털게임을 시간권리상품으로 분석한 연구로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게임연구소 '드래곤랩'대표를 맡고 있으며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 핑, 협상, 그리고 그림 - 플레이어들은 어떻게 소통하는가?
게임은 본질적으로 소셜입니다. 1970년대 후반의 MUD게임에서부터 90년대 초반의 MMORPG에 이르기까지, 게임을 하는 것은 사회성을 기르고 사회적 교류를 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져 왔습니다. 미디어에서 만연한 ‘외톨이’ 게이머의 스테레오 타입과는 정반대입니다. < Back 14 GG Vol. 23. 10. 10. Tags: 핑, 커뮤니케이션, 트롤링, 음성채팅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Game Researcher) Cortney Blamey Courtney is a Communication PhD student and game designer at Concordia University, Montreal, Canada. Her doctoral research concentrates on the process of meaning-making in games tackling serious themes and exploring this relationship between player and designer in her own critical game design process. Her previous research unpacked Blizzard’s approach to community moderation in Overwatch by investigating both developer and community inputs on forums. She is a member of the mLab, a space dedicated to developing innovative methods for studying games and game players and TAG (Technoculture Arts and Games). (Game Researcher) Marc Lajeunesse Marc is a PhD candidate in Concordia University's department of communication studies in Montreal, Canada. Marc’s research focuses on toxicity in online games. He is driven to understand toxic phenomena in order to help create more positive conditions within games with the ultimate hope that we can produce more equitable and joyful play experiences for more people. He has published on the Steam marketplace and DOTA 2, and is a co-author of the upcoming Microstreaming on Twitch (under contract with MIT Press).
- 시각장애인에게 지하철역은 미로 던전이다 - <사운드스케이프> 제작사 오프비트 황재진 대표
지난 11월 29일 개최된 ‘버닝비버 2024’는 인디게임 창작자들의 다양한 열정과 실험정신을 드러내기 위해 열린 인디게임 컬처&페스티벌이다. 사흘간 총 83개의 인디게임 부스가 열리고 1만여 명의 관람객이 참여한 이 행사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작품 중 하나는 <사운드스케이프>다.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 이 게임은 전맹 시각장애인의 경험을 구현한 탈출 게임으로, 게임의 독특한 시각화 방식과 그 속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로 인해 호평을 받았다. 그간 유사한 컨셉의 게임이 소수 있었지만 특히 대학생으로 구성된 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이는 더욱 새롭다. < Back 시각장애인에게 지하철역은 미로 던전이다 - <사운드스케이프> 제작사 오프비트 황재진 대표 22 GG Vol. 25. 2. 10. 지난 11월 29일 개최된 ‘버닝비버 2024’는 인디게임 창작자들의 다양한 열정과 실험정신을 드러내기 위해 열린 인디게임 컬처&페스티벌이다. 사흘간 총 83개의 인디게임 부스가 열리고 1만여 명의 관람객이 참여한 이 행사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작품 중 하나는 <사운드스케이프>다.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 이 게임은 전맹 시각장애인의 경험을 구현한 탈출 게임으로, 게임의 독특한 시각화 방식과 그 속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로 인해 호평을 받았다. 그간 유사한 컨셉의 게임이 소수 있었지만 특히 대학생으로 구성된 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이는 더욱 새롭다. 이번 호에서는 <사운드스케이프>의 개발자이자 인디 게임 개발팀 ‘오프 비트’에서 활동하는 황재진 팀장을 만나, 게임의 제작 과정과 출시 계획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게임 씬의 젊은 게임 개발자 개인이 겪게 되는 다양한 궤적과 어려움에 대해서도 조명해 보았다. -------------------------------------------------------------------------------- 이경혁 편집장: GG의 인터뷰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안녕하세요, 현재 아주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과에 재학 중이고 ‘오프비트’라는 인디 게임 개발팀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 황재진이라고 합니다. <플레이리스트>라는 리듬 게임을 시작으로 2023년부터 팀을 꾸려서 개발을 시작했고 2024년 여름부터는 <사운드스케이프>라는 게임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저희가 처음 버닝 비버에서 서로 만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런 게임이 나온다는 사실에 놀랐고 또 굉장히 젊은 분들이 만드셨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사운드스케이프>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사운드스케이프>는 플레이어가 전맹 시각장애인의 입장이 되어 지하철 내 점자블록 같은 장애인 편의 시설을 실제로 활용해 보면서, 지하철을 타러 가거나 역을 나오는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보는 게임입니다. 게임 내 배경인 대한민국 지하철 역을 최대한 현실과 동일하게 만들었고, 편의시설들도 기능적으로 모두 구현해서 최대한 시각장애인의 경험을 생생하게 살리자는 목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사실 게임을 위한 아이디어 기획 단계에서 시각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이 이 생각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봤거든요. 그래서 기획 단계에서 어떤 계기가 있어 이 아이템을 선택했는지 궁금합니다.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우선 제가 재미있게 했던 게임 중 <스캐너 솜브레>라는 게임이 있었어요. 지금 저희 게임에서 가지고 있는, 지팡이를 짚으면 점이 찍히며 소리가 시각화되는 시스템의 모티브가 된 게임입니다. <스캐너 솜브레>에는 라이다 스캐너라는 게 있는데 화면을 대고 클릭하면 그 공간에 점이 주르르 찍히거든요. 그런 식으로 공간을 파악해 가며 길을 찾는 걷기 시뮬레이션 공포 게임인데요. 처음 그 게임을 했을 때 이런 식으로도 게임의 비주얼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해서 그거를 유니티로 똑같이 구현해 봤거든요. 주변 지인들에게 한번 보여줘 봤더니 어느 선배가 이거 시각장애인이 체험하는 느낌 같다는 피드백을 줘서 염두에 두게 됐어요. 그러다가 제가 다니는 대학교의 학점 인정 프로그램을 활용해 이 프로젝트를 해보기로 했는데, 기획을 위해 좀더 조사를 해 보니 생각보다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인 점자나 점자블록 상태가 좋지 않더라고요. 제 기억으로 점자블록 설치율은 50%였고 그 중에서도 제대로 설치된 적정 설치율은 45% 정도였어요. 이런 부분을 게임으로 녹여내면 일종의 소셜 임팩트를 줄 수 있겠다 싶어서 <사운드스케이프>의 초기 기획안이 만들어졌고, 그걸로 계속해서 개발을 해온 상태입니다. 이경혁 편집장: 실제로 <사운드스케이프>를 여러 대회에 출품을 좀 하셨잖아요, 저도 버닝 비버를 포함해 적어도 두 군데서 본 것 같은데 좋은 반응이 많았고 인터뷰도 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반응들에 대한 느낌이 어떠셨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게임을 개발했을 때 첫째로 걱정이 되었던 부분은 소셜 임팩트 측면에서 저희가 생각한 ‘시각 장애인 체험’이라는 의도가 플레이어에게 확실히 전달될까였고, 둘째는 이 게임이 ‘게임’으로서 재미있을까 였어요. 버닝 비버는 저희가 큰 규모로는 처음 참여하는 전시회였는데 거기서 사람들 피드백도 받아보며 질문을 드렸거든요. 첫 번째 고민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생각보다 게임의 의도가 아주 잘 전달된 것 같다고 느꼈어요. 두 번째 고민에 대해서는 반응이 두 부류로 갈렸던 것 같아요. 이 게임 자체가 비주얼적으로 일반적인 형태가 아니다 보니까 새롭고 신기해서 재밌다는 분들도 있었고, 게임 자체가 재밌다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래서 나름의 어느 정도 특색은 갖추고 있는 게임이 아닐까라고 저희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사운드 스케이프>와 비슷한 컨셉 게임들이 있잖아요. 저는 반향정위를 응용한 VR 게임들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제작과정에서 <스캐너 솜브레>를 비롯해 다른 레퍼런스로 말씀해 주실 수 있는 게임들이 더 있을까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첫 번째 레퍼런스가 <스캐너 솜브레> 였다면, 두 번째는 <다크 에코>라는 2D 게임인데 걸어 다니면 발소리와 함께 주변으로 선 같은 게 퍼지다가 벽에 튕기며 공간이 파악되는 공포 게임이었어요. 발소리를 통해서 공간을 보여주는 거다 보니 소리 시각화 컨셉과 어느 정도 일치해서 레퍼런스로 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구요. 전체적으로 오픈월드 게임들도 봤는데, 시스템을 완전히 가져오지는 않았고 오픈월드가 플레이어를 유도하는 방식을 참고했어요. 예를 들어 <젤다의 전설>에서 빛을 밝게 만들어놔서 그쪽으로 플레이어가 가게 하거나, 게임을 시작하면 넓은 전경을 보여줘서 탐험하고 싶은 욕구를 만들게 하는 등 심리적으로 유도하는 부분들에 주목했습니다. 그래서 <사운드스케이프>도 점자 시스템이 플레이어 주변에 있으면 밝게 만들어서 플레이어를 유도하도록 구현했구요. 초기에는 튜토리얼도 만들어서 게임 내에 공간의 UI를 띄워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관심을 끌어 보려고도 했습니다. 사람들의 유도가 잘 안 되서 실패하긴 했지만요. 이경혁 편집장: 지하철 역을 게임 안 플레이 공간으로 만든다면 실제로도 지하철 역을 많이 가보셔야 했을 것 같습니다. 가장 많이 방문하셨던 곳이 어딘가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지하철 역을 선정할 때, 우리 스테이지로 만들기 적합한 곳을 찾기 위해서 네이버 지도 거리뷰와 교통공사 홈페이지의 편의시설 분포도를 확인했어요. 단계별로 스테이지가 점점 어려워지게 만들고 싶어서 스테이지 1은 나름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구축된 역, 스테이지 2는 적당하고 애매한 상태, 스테이지 3은 좀더 열악한 곳으로 고르려 했어요. 자료 찾아보고 거리뷰에서 출구 쪽 주변 상황은 어떤지도 보면서 그때 거의 1호선부터 수인분당선까지 대부분의 역을 찾아봤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첫 번째 스테이지로 선정한 곳이 신분당선의 청계산입구 역이었어요. 교통공사 측에 촬영 허가를 받고 데이터 수집을 하면서 거의 네 번 넘게 방문을 했고요. 그 외에 수인분당선의 보정역과 매교역 등 추가적인 스테이지도 선정한 상태입니다. 이경혁 편집장: 사실 어려운 스테이지라고 하면 떠오르는 역들이 있는데(웃음) 오래된 역들이 확실히 편의시설이 구축이 덜 돼 있는 느낌도 있고요. 역들을 다니시다 보면 시각장애인들에게 이 공간이 어떤 의미였을지에 대한 여러 가지 느낌도 좀 받으실 것 같아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어떻게 보면 사람들마다 직업병이라는 게 있잖아요. <사운드스케이프>를 계속 만들다 보니 지하철을 타면 여기는 점자블록이 왜 이렇게 생겼지, 아 여기는 점자블록 깔려 있고 점자랑 음성유도기도 있네 이런 식으로 계속 눈에 밟히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이건 저도 이유를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역 내부는 시설이 잘 되어 있는데 역 외부가 안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계산입구 역 같은 경우도 게임 내에서는 구현되지 않았지만 역 바깥으로 조금 걷다 보면 점자 블록이 끊기거든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역 내부까지는 교통공사의 관할이지만 밖은 아니어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가장 문제가 많았던 역은 인천 쪽 지하철역들이었어요. 저희가 대구나 부산 같은 곳까지는 가지 못하고 수도권 역만 조사한 것이긴 한데, 인천은 확실히 좀 오래된 것 같긴 하더라고요. 이경혁 편집장: 부천 출신으로서 공감합니다. 저는 되게 재밌는 게, 애초에 게임을 제작하실 때 뭔가 사회적인 메시지를 만들려고 시작하셨던 것은 아니지만, 하다 보니까 스스로도 자꾸 그게 눈에 밟히게 되신 거잖아요. 혹시 <사운드스케이프>를 하면서 이 팀이 준비하고 있는 게임에 대한 방향이 사회적 메시지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좀 바뀌게 되신 걸까요? 아니면 여러 가지 제작 경험 중의 하나 정도로 생각하고 계신가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일단 팀원 분들께서 각자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강조하는 게임에 치중하겠다는 생각까지는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게임을 만들어 보며 느낀 건데, 사회적 메시지에 100% 치중하지 않더라도 이를 게임에 어느 정도 넣어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예시로 게임 스토리에 사회적 풍자를 넣을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블랙 코미디처럼 연출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런 식으로 게임에 사회적 메시지를 한 스푼 넣는다는 느낌으로는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국내에서는 그런 시도는 거의 인디 쪽에서만 일어나고 있다고 봅니다. 혹시 국내 인디 게임 중에서 좀 임팩트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작품이 있을까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제가 인디 씬에서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마음 먹는데 영향을 크게 준 게임들이 있어요. 대표적인 게 유명한 <스컬>입니다. 고등학교 입학 면접 전형날에 <스컬> 데모 플레이 영상을 봤는데 이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아직도 나요. 저희 게임과는 장르가 좀 멀고, 지금은 게임이 커져서 인디를 벗어난 것 같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인디 게임 중 하나에요. 그리고 <그리스>라는 스토리 형식의 퍼즐 게임이 있는데, 텍스트가 한 개도 없는데도 스토리가 전달되더라고요. 조작에 대한 튜토리얼 정도는 있지만 퍼즐 메카닉 설명도 없거든요. UI가 이렇게 없는데도 연출만으로도 게임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감명깊었어요. 또 좋아하는 게임이 <리듬 닥터>라는 리듬게임입니다. 크레딧이 나오는 스테이지가 있는데, 게임 크레딧까지 스토리에 전부 녹여버린다는 게 신기했어요. 보통 리듬게임이라 하면 위에서 노트가 내려와 치는 건데 실제로 리듬을 타야 하는 게임 시스템도 재미있고요. 이경혁 편집장: 이제 이야기가 슬슬 개발자 개인으로 향하고 있는데요, 2004년생이신데 게임 개발자 치고는 굉장히 젊은 나이이십니다. 언제 처음 게임을 만들겠다고 다짐을 하셨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제가 게임은 초등학생 때부터 계속 해왔었는데 중학생이 되면서 PC방을 가게 됐어요. <리그 오브 레전드>랑 <오버워치> 두 개를 거의 몇 천 시간을 했던 것 같아요. 이제 너무 질리는데 PC방에 있는 <바람의 나라>, <리니지> 같은 다른 게임들은 하고 싶지가 않은 거에요. 그때는 스팀의 존재를 아예 몰랐거든요. 그런 플랫폼이 있을 거라고도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럼 이제 도대체 무슨 게임을 하지 하다가 그냥 내가 게임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할 게임이 없었던 게 게임을 만드는 계기가 됐습니다. 게임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아보다가 SBS 같은 게임 학원을 알게 되서 직접 문의도 드렸어요. 나중에는 학교 다니면서 학원에 주말반으로 들어가서 유니티랑 게임 기획 과정을 배웠고 그렇게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게임 관련 진로를 잡으시는 데 집에서 반대가 있지는 않았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게임 학원 등록할 때만 해도 반대를 정말 많이 하셨어요.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니잖아요. 보통 고등학교 졸업 뒤에 대학 가서 진로 찾아서 취업하는 게 수순일 것 같은데, 중학생 때부터 갑자기 아이가 게임 만들고 싶다고 하면 부모님 입장에서 당황하시는 게 당연했을 것 같아요. 게임 관련 진로를 잡으면서 고등학교도 특성화고를 선택하게 됐는데, 자랑은 아니지만 중학생 때 성적이 나쁘진 않았어서 갑자기 특성화고를 가버린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엄청 반대했어요. 교장 선생님께서 따로 부르실 정도로…. 그래서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했죠(웃음). 이경혁 편집장: 고등학교도 특성화 고등학교로 가신 거군요. 게임 관련 분야로 가신 것이지요? 본인과 비슷한 입장의 학생들이 많았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제가 다녔던 곳에는 컴퓨터 게임 개발과와 e-스포츠 학과가 있었어요. 즉 게임을 하는 사람과 게임을 만드는 사람으로 나뉘어지는데, 게임을 만들려고 온 경우 제 기대와는 좀 다르게 게임 개발에 대한 큰 의지를 갖고 오진 않은 것 같았어요. 생각보다 예상과 많이 달라서 1학년 때는 무작정 애들을 모아서 게임을 만들어 보기도 했지만 무산이 됐어요. 그 이후부터는 적당히 팀 프로젝트 하면서 거의 원맨 팀으로 게임 만들고, 그런 식으로 게임 개발 공부하고 고등학교 나와서 대학 다니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제가 그쪽 커리큘럼을 잘 몰라서 궁금해서 드리는 질문이지만, 사실 게임 개발하려면 수학적인 기반이 되게 중요하지 않습니까. 특성화고에서 그런 수학에 대한 강의가 좀 충분하게 제공이 되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다른 학교들은 잘 모르겠지만 저희 학교는 사실 많이 부족했어요. 제가 들어올 때만 해도 커리큘럼은 1학년 때는 그냥 다양한 진로가 있다는 거를 보여주려고 자바스크립트나 웹 서버, C 프로그래밍,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밍 등등 이것저것 많이 해보는 식이었어요.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유니티배우면서 개발에 들어가는데, 정말로 수학적으로 베이스가 되는 부분은 알려주지 않고 대부분 툴 쓰는 법이나 언어 기초 위주였던 것 같아요. 다행히 제가 학교 다닐 때는 저한테 엔진 프로그래밍 쪽에 눈을 뜨게 해준 좋은 선생님이 한 분 계셨어요. 그분께서 벡터 부분이라든지 행렬 연산 자원수 같이 게임에 필요한 수학들을 많이 알려주셨고 그 덕에 게임 개발에서 수학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서 공부를 했었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주니어 개발자들이 기초 수학에 대한 이해가 너무 없는 상황이고 회사들 입장에서 신입을 뽑아 수학을 가르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커리큘럼에 대한 전면적 재개발이 필요하지 않냐는 얘기가 많아 한번 여쭤봤습니다. 특성화고를 나올 경우 그냥 취업하시는 분들도 있고, 대학에 가는 분들도 있으실 텐데요. 대학을 선택한 이유가 특별히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디지털 관련 학과 소속이라고 하셨는데 세부전공에 게임이 있는 것이지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네, 대표적인 전공들이 영상이랑 게임 쪽이에요. 일단은 저희 고등학교는 다른 특성화고와 달리 대학 진학이 일반적인 케이스였고 취업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그런 분위기도 있고, 개인적으로도 고등학생 때 배우면서 아직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꼈었어요. 이대로 취업하면 회사 생활을 배울 수는 있겠지만 기술을 갈고닦기는 어렵겠다 생각해서 좀 더 배우기 위해 대학을 갔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오프비트’라는 팀에 대한 것으로 옮겨볼까 합니다. 오프비트를 구성하게 된 계기와 팀의 첫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부탁드립니다.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오프비트는 지금은 저를 포함해 5명이 함께하고 있지만 2년 전 처음 결성했을 때는 2명으로 시작했습니다. 대학교 개강총회 자리에서 모션 그래픽이나 아트워크 영상을 정말 잘 만드는 친구를 만났는데, 게임에 이런 아트워크를 넣고 싶어서 제가 납치를 했어요(웃음). 그렇게 함께 만든 첫 작품이 <플레이리스트>라는 마우스로 플레이하는 리듬 게임이었어요. 이후에 그 친구가 생각보다 너무 유명해지고 바빠져서 그 작업은 마무리하고, <사운드스케이프> 기획안을 구성하고 팀원을 모아 지금에 이르게 됐어요. 팀원들도 같은 대학교의 비슷한 전공 사람들이에요. 이경혁 편집장: 아직 학교에 계시다 보니 어느 정도 팀이 유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사실 오프비트 활동이 지금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는 상황은 전혀 아닐 것 같습니다. 작업 동력은 어떤 식으로 생겨나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지금 팀 활동에 대한 경제적 이득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저도 사람들과 개발을 하려면 이 동기를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는데,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때는 그걸 잘 몰랐을 때라 충돌도 있었어요. 그때 이후로는 저희가 (오프비트 활동에 대해) 돈을 줄 수는 없는 상황이니까 개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선 '내가 만든 게 실제로 게임에서 이렇게 동작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일례로 3D 작업을 할 때는 3D 모델이 나오면 최대한 게임에 바로 적용시킬 수 있게 만들어서 바로 팀원에게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게끔 했구요. UI 디자인을 하시는 분이 가져오면 제가 최대한 애니메이션화하여 게임에 들어갈 수 있게 해서, 팀원이 자신이 만든 리소스 활용에 대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워크 플로우를 구성했어요. 그리고 물론 가장 큰 동력은 버닝 비버에 선정되어 출품한 거였어요. 저희가 다같이 가서 전시를 했는데 실제 사람들의 반응을 바로 느낄 수 있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팀원 분들이 제일 많이 동력을 얻었던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사운드스케이프>가 버닝 비버에 나간 뒤 여러 게임회사에서도 굉장히 관심이 있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전시회에서의 반응들이 여러 가지로 동기나 감흥을 주셨을 것 같은데, 한편으로 이런 커리어를 쌓아 게임사에 취업하는 진로 방향을 생각하신 적은 있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다들 창업을 하기 전에 취업은 꼭 해봐야 된다라고 말씀을 하시기도 해서 회사도 한번 들어가 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작업을 어떻게 하며 아트 부서랑 개발 부서가 있다면 협업이나 소통 같은 것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그런 것들을 배우려면 회사에 들어가는게 맞다고 생각해서요. 일단 이 팀은 제가 곧 군대를 가기 때문에 추가적인 개발이 어려운 상황이고, 팀원 중에는 4학년에 올라가는 분들도 있다 보니 다들 취업을 생각하는 상황이에요. 이경혁 편집장: 그렇다면 <사운드스케이프>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향후의 출시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듣고 싶습니다.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사운드스케이프>는 1월 31일자에 출시를 예정해두고 개발 중인 상황이에요. 원래는 얼리 억세스도 생각을 해봤지만, 아무래도 복무기간인 1년 반 동안 소식이 사라지는 거라 일단은 정식 출시를 먼저 해 놓고 군입대를 할 계획에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스팀 플랫폼에 정식 출시하는 게 1순위이고요, 버닝 비버에 출품했으니 스토브 쪽도 연락이 올 수도 있다고는 생각하고 있어요. 별도의 퍼블리셔는 없고 개인 사업자 단위로 출시할 것 같아요. 1.99달러 정도의 싼 가격의 유료 패키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기존에는 오프비트가 동아리 같은 느낌으로 작업하다가 결국 출시라는 상황을 맞게 되면 ‘사업자’가 되는 것이고, 실제로 수익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른 새로운 고민 앞에 서시게 될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게임 제작이라는 커리어를 쌓는 과정에서 그 고민이 진짜 고민일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그래서 지금도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아는 것이 없으니까 정말 고민이긴 합니다. 제가 배웠던 아카데미에서는 기획 관련 부분에서는 도움을 받을 수 있어도, 그런 운영이나 사업적인 부분은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요. 근데 막상 게임 제작을 해보면 이 사업적인 부분과 떼려야 뗄 수 없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프비트도 지금까지는 동아리였다고 생각을 해요. 영업 수익이 0원이었고 전시회 가는 교통비나 전시회 준비비까지 포함하면 마이너스였으니까요. 그런데 실제로 게임을 출시해서 어느 정도 수익을 내려면 진짜로 회사 의 영역까진 아니어도 팀의 영역으로는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제작 과정에서 따로 클라우드 펀딩을 받거나 이런 것은 없었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네, 일단 <사운드스케이프>는 시각장애인분들에 대한 인식에 도움을 주고 장애인 환경에 대한 개선을 도모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에요. 제가 게임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컨셉에 잡아먹히는 것인데요. 그래서 소셜 임팩트 차원에서 강조하는 목적의 게임이라면 우리는 어차피 돈 벌 생각 없으니까 전부 기부하자고 해서, 실제로 수익이 얼마나 발생할지 모르겠지만 이 게임을 통해 판매 수익이 나온다면 전액을 기부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원래는 펀딩도 해보면 좋겠다 싶어서 텀블벅 쪽에 문의를 드렸더니 기부 목적의 펀딩은 안 된다고 하여 일단 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경혁 편집장: 어쨌든 그걸로 지금 당장 돈을 벌겠다라는 입장은 아니신 거군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네, 저희로서는 이 게임을 만들고 출시해서 실제로 수익이 났다는 거에 좀 의의를 두고 싶은 그런 상황입니다. 이경혁 편집장: <사운드스케이프>를 출시할 경우 해외로도 나가게 될텐데요, 인터페이스도 전부 영어 버전으로 나가는 걸까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그렇습니다. 일단 출시일에는 한국어만 출시를 하고 입대가 2월 17일이니까 2주 안에 번역해서 업데이트할 계획에 있습니다. 고민이 많은 게, 원래는 영문 대응을 하고 싶었는데 가장 큰 문제가 시각장애인들의 음성유도기 문제였어요. 영문 버전으로 출력을 하면 한국 지하철인데 영문 TTS가 나오는 상황도 좀 이상한가 싶으면서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고증적인 측면에서도 고민이 됩니다. 저희가 그래도 나름 실제 지하철역을 동일하게 최대한 동일하게 구현한다는 컨셉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 지하철에서는 영어 TTS를 실제로는 이용하지 않으니까 컨셉과 안 맞지 않을까, 그냥 TTS에 영문 자막을 달까 등등의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쉽지 않겠지만, <사운드스케이프>의 컨셉은 오히려 해외에서 먹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마 이번에 겪어보셨겠지만 국내는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지만 외국은 좀 다르다 보니 커리어상으로도 굉장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고요. 이런저런 얘기를 쭉 했는데 오늘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면, 처음부터 장애라는 사회적 메시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고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여러 결과로 나름의 파급력과 재미를 만드는 어떤 게임이 나오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여러모로 이 프로젝트가 나중에도 좀 생각이 많이 나게 되실 것 같은데요. <사운드스케이프>라는 게임 하나와, 이 게임을 만들기 위해 모였던 사람들의 소통들, 그리고 실제로 물리적으로 떨어지는 소프트웨어의 빌드 등 여러 경험들이 묶여 한 덩어리가 되어 있는 거잖아요. 이 덩어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어떠세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제가 아무래도 팀장이고 팀 활동의 거의 모든 일에 관여를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장단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일례로 3D 만들 때의 방향이나 디자인을 게임에 가져왔을 때, UI 아트 부분의 애니메이팅. 게임 기획, 프로그래밍에 다 제가 얽혀 있다보니 제가 없으면 팀이 안 굴러가고 게임이 안 만들어지는 것 같기도 해요. 비록 몸은 힘들지만 그래도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서 굉장히 좋게 생각하고 있고 다음부터는 조금 내 일을 덜자라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군입대를 통해서) 멈췄어요(웃음). 지금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총 4개 스테이지가 나오는데 원래는 버닝 비버 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서 여러 개를 더 만들어볼까 했지만 안 될 것 같더라고요. 너무 욕심을 내면 오히려 기획이 무산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이 조금은 아쉽더라도 딱 적절하게, 할 수 있는 만큼은 한 것 같습니다 저의 최종적인 목표는 나중에 어떤 형식으로든 창업을 해서 게임 회사를 만드는 것인데요. 지금까지 여러 사람을 만나 같이 개발을 해왔는데 이 과정을 앞으로는 제가 창업을 할 때 정말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실제로도 개발 과정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정말 귀중한 경험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연구자) 김지수 문화와 지식, 공간과 학술 장 등 다양한 영역을 공부합니다. 게임의 역사와 게이머의 생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확률이 만드는 스킵: 즐거움과 귀찮음 사이를 맥동하는 플레이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상황을 풍부한 경우의 수로 뽑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확률은 디지털게임에서 직면하는 상황의 다채로움을 만들어내며 빛을 발한다. ‘다키스트 던전’에서 랜덤하게 튀어나오는 스트레스 상황과 영웅의 기상은 플레이어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나락에서 극락까지의 폭넓은 감정 변화를 만들어내고, ‘슬레이 더 스파이어’에서 매 라운드마다 주어지는 랜덤한 카드보상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예측불가능한 도전에 대해 예측과 적응으로 돌파하게 만드는 즐거움의 원천이다. < Back 17 GG Vol. 24. 4.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KyungHyuk Lee Game critic and researcher. Since 2015, he has made games his life's work—as a critic, examining how games relate to society, and as a researcher, exploring how games, as commodities, take their place within it. He is the author of Mario, Born in '81 (2017) and The Birth of In-Game Spending (2022), among other works, and has contributed to documentaries including EBS's Docuprime as well as columns across various outlets.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research analyzing digital games as time-rights commodities.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lab Dragon Lab and serves as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 먹지 않으면 죽는다 – 게임에서의 음식과 먹는 행위
유난히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으레 나오는 말들이다. 하지만 이 말 안에는 단순히 맛이 좋다는 것을 뛰어넘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입에 맞는 음식을 먹음으로써 피곤했던 하루가 풀리는 감각, 살아 있길 잘했다는 감각, 그러니 아직은 견딜 만하다는 감각.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진 감각이 바로 ‘살맛’이다. 무엇을 먹는가는 곧 어떻게 사느냐와 연결되고, 인간다운 삶의 기준으로도 여겨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음식은 인간에게 영양 섭취 이상의 의미로 자리 잡혀있다. < Back Eat or Die: Food and the Act of Eating in Games 30 GG Vol. 26. 6. 10. "Now this is the taste of being alive!" "It makes life worth living!" These are the things we reflexively say when we eat something especially good. But inside these words is a meaning that goes beyond simply tasting nice. The sense that a tiring day is undone by eating food that suits you; the sense that it was good to be alive; the sense that, so, things are bearable yet. The sense in which all of these blend into one is precisely salmat —the "taste of living." For what one eats connects directly to how one lives, and is taken, too, as a measure of a humane life. In a word, food has settled into a meaning, for humans, beyond the intake of nutrition. The act of eating is taken as an important element within games as well. As befits a medium that expresses the many parts of life, games have gone on representing cooking, food, and the act of eating. That players seek out food in games for all sorts of reasons is, no doubt, a natural phenomenon following from these many modes of representation. Perhaps, just as "food" (食) is in our lives, "food" (食) in games long ago moved beyond the mere act of eating. If so, was food, from the earliest games, the same as it is now? What meaning does the act of eating carry, genre by genre, within games? Is there a genre in which eating is especially important—and if so, which, and why did it become that way? 1. A Genealogy of Food in Games When you call to mind the role of food in games, three things come up broadly: a consumable for recovery and survival, a support item for buffs, and a trade good. Add in the content one can enjoy in connection with food, and naming just a few probably will not be enough. Bubble Bobble. Source: Nintendo Store This kind of food functioned as points in early arcade games. Take a game like Bubble Bobble . The characters in Bubble Bobble did not go hungry in the first place; food simply popped out as you played along. Here, food was as good as a sign converting play performance into something visual. Following real-world worth or degree of fullness, it appeared in such a way that a plate of cake or a bowl of ramen gave a bigger score than a single piece of fruit. Final Fight. Source: Game Informer ( https://gameinformer.com/2020/08/25/the-top-10-health-items-in-gaming ) Food, which had taken price and fullness as its scoring criteria, gradually advanced into a device for recovering health. So it is with the food that appears when you smash trash cans and crates in Final Fight . These foods—whiskey, fruit, sushi, barbecue, and more, varied in kind—become the stamina for the characters to fight again. The recovery amount of these foods was applied by the same law as the foods that had functioned as points: the greater an item's fullness, the higher its recovery rate, and foods that could not serve as a meal had a lower recovery rate. The way of recharging body and mind by eating something appears together with this symbolism, leading players to accept it naturally. That said, it is hard to regard the food in these cases as perfectly represented. The food that pops out of trash cans and crates has its cooking process omitted, and stays whole without ever spoiling. That food of unknown origin should restore the body is, in fact, an impossibility. Within this, there is neither wariness nor anxiety about something being digested. The reason this era's game foods cannot be perfect elements of representation is that the food does not function as ordinary fare. What is demanded of these foods is the role of fuel to sustain violence. The campfire and Festival Food of Mabinogi. This function of food meets a change as we enter the era of online games. Now food, beyond the role of points or recovery, becomes a device for firming up the bonds between players. Mabinogi 's campfire is famous for representing a model of romantic adventure—playing instruments and sharing food. As the saying goes that people grow close over meals, the act of sharing one another's food before a campfire worked as a new form of fellowship. Here one might say food settles the player as a resident within the game world. At the same time, food in online games also played a large role in strengthening stats. Likewise, Mabinogi 's "Festival Food" is one example of food functioning as a buff. The better the quality of the ingredients, the more powerful the festival dish's effect, and through the stats boosted here one can fight more easily. Eating festival food can also be seen as a kind of rite, a prayer for a successful hunt. The role of food in games, developed this way, forms a genealogy: points—recovery—communion and buff. This genealogy seems to show every element of food that a game can represent. But upon reaching the survival game, food advances one step further, into yet another aspect. 2. From Food to Provisions: Food in the Survival Game As said above, food in games was an index for getting a higher score, a recovery item for sustaining play, and also a support item needed to strengthen communal experience and ability. And most of these properties are inherited by the survival game, where food begins to function as something for maintaining the player's body. Don't Starve , blunt right down to its title, is a game where you have to worry about every meal, every moment. Threats to survival appear in plenty, monsters among them, but what comes at the player as the greatest anxiety is, before anything else, hunger. The same can be seen in Oxygen Not Included , a game from the same studio: a world where food resources are scarce, where even calories must be weighed carefully. Caloric energy is as good as lifespan, and the presence or absence of provisions puts you squarely at the crossroads of life and death. Project Zomboid. Project Zomboid , set in a world overrun by zombies, requires you to survive in a similar way. To stay alive here, you must learn how to light a fire, find seeds and farm, and ready the tools to make food. At the same time, distributing appropriate resources to teammates and checking how far the leftover food has rotted are essential. Canned goods, provisions that help over the long term, are useless without a tool to open them. This is the same in The Long Dark —which even represents, with a sense of realism, the way you waste energy when you do not use the proper tool. In such extreme conditions the player has to find ways to eat food and to preserve it. The reason is simple: to survive without dying, and keep a foothold in this world a little longer. And in this respect, food in the survival game comes to be seen as a consumable and, at the same time, an object of investment. In a survival game, in fact, leaving food aside matters more than eating it. The act of eating comes to presuppose production, storage, and distribution. The player must therefore solve the present hunger and, at the same time, calculate even future hunger. In the traditional action game, death was an event brought by the enemy. But the death that appears in the survival game occurs with the passage of time. So what the player faces in a survival game is not only the enemy. Time, too, is something to be overcome, and in that process the greatest variable becomes the player's own body. At this point food takes on a meaning different from earlier genres. Food, which had been the means of points, recovery, communion, and buff, changes into the essential condition for maintaining survival. The recipes and effects of food grow concrete, and the situation careens toward the extreme. The player must prepare even for the coming winter, for disaster, for being unable to move. And through it all, hunger is sure to arrive, and the body is consumed accordingly. Here the property of food in the survival game is revealed for the last time: even if taste and aroma cannot be implemented, hunger at least is represented to the point of obstinacy. The less the provisions, the more it is the pressure of hunger that tightens its grip on the player. Hunger leads straight to game over. In that sense, the survival game has more persuasive power in conveying the sense of sustenance than the five senses. 3. What Is Represented by Eating Food in games began with points and the means of recovery, then expanded all the way to communal experience and the condition of survival. This genealogy can also be seen as the result of how we have imagined human life and the body. So why do humans, why do games, ceaselessly seek to represent these elements? And why is this represented most concretely in the survival genre? To cook and to eat is an act that has become utterly taken for granted in our daily lives. We are always thinking we want to eat something, and we are in fact eating—yet perhaps we have never properly thought about the essence of the act of eating. That to live, a person must ceaselessly secure resources; that the matter of making a living was, from the start, hard. What lets us experience that, if only indirectly, is, I think, the survival game. The survival game restores this sense with a primal tension. But one important part is omitted from this restoration: namely, that real-world hunger is a social problem, whereas the survival game's hunger has to do with personal management. The player dies if they fail to secure food, but that death is not a social tragedy—only a failed playthrough. This happens because the medium of the game, even when it seems to handle society itself, places individual action more at the center. And so there always remains a certain measure of blank space in the way a game handles something. So it is with the matter of food. Even so, that we feel a certain "taste of living" within a game is an undeniable fact. This does not mean only having survived in the game. Just as in reality we eat good food and think it was good to be alive, the enjoyment and satisfaction felt in a game grant us a sense that life is worthwhile. Even if taste and aroma cannot be conveyed, it lets us feel, at least, a hope about how we will go on living from here. In this respect, what a game represents through food may be the sense of living on—one more "taste of living."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Dahin Park Interested in the boundary between the real and the virtual. Recently returned to a certain online game.
- 〈포켓몬 고〉는 당신의 시공간에 침투한다
〈포켓몬 고〉는 2016년 글로벌 출시된 증강 현실 모바일 게임이다. 증강 현실이란 더해진 현실이라는 뜻이니, 현실 위에 정보 레이어가 한 겹 더해졌다는 의미다. 일반적인 지리 데이터 위에 포켓몬스터 데이터를 덧씌워보니 게임이 탄생했다. 출시 초기 〈포켓몬 고〉는 플레이어의 GPS를 추적하여 구글 맵 위에 포켓몬들을 등장시키고,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으로만 보여주던 포켓몬스터 트레이너의 삶을 살아보도록 선보였다. < Back 〈포켓몬 고〉는 당신의 시공간에 침투한다 08 GG Vol. 22. 10. 10. 〈포켓몬 고〉는 2016년 글로벌 출시된 증강 현실 모바일 게임이다. 증강 현실이란 더해진 현실이라는 뜻이니, 현실 위에 정보 레이어가 한 겹 더해졌다는 의미다. 일반적인 지리 데이터 위에 포켓몬스터 데이터를 덧씌워보니 게임이 탄생했다. 출시 초기 〈포켓몬 고〉는 플레이어의 GPS를 추적하여 구글 맵 위에 포켓몬들을 등장시키고,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으로만 보여주던 포켓몬스터 트레이너의 삶을 살아보도록 선보였다. 하지만 지리 정보를 이용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한국의 사례와 같이 국가 기밀 등의 이슈로 국가별 지도 데이터 확보는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7년 개발사는 오픈 소스인 오픈 스트리트 맵(Open Street Map, OSM)으로 지도 데이터 기반을 바꿔 지금까지 현실 공간을 모험의 공간으로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구글의 사내 스타트업에서 시작한 개발사 나이언틱이 자사의 지리 정보를 포기하고 오픈 소스를 선택한 것은 과감하면서 탁월한 결단이었다. 이후로 〈포켓몬 고〉는 철저히 커뮤니티 기반의 서비스가 된다. 오픈 스트리트 맵은 위키피디아처럼 전세계의 개인 편집자들이 정보 수집에 기여하여 하나의 지도를 만들어가는 형태다. 〈포켓몬 고〉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플레이 요소인 포켓 스탑이나 체육관의 위치를 유저 커뮤니티가 논의하여 결정할 수 있게 ‘Niantic Wayfarer’라는 자체 심사 시스템을 구축했다. 〈포켓몬 고〉 속의 지리 정보는 수많은 유저들이 만든 결과물이다. 지리 정보의 기여자가 되기 위해서 트레이너 레벨 37 이상 달성해야한다. 플레이어는 트레이너를 넘어 ‘맵 제작자’가 되는 또 하나의 역할을 부여 받게 된 셈이다. 당신의 데이터를 주워 만드는 게임 〈포켓몬 고〉가 표방하는 주요 컨셉은 한마디로 “포켓몬들이 당신의 근처에 있다”는 것이다. 일명 ‘야생’ 상태의 포켓몬은 플레이어가 움직이고 있는 위치 근방에서 생성된다. 마주친 포켓몬에게 플레이어는 포켓볼을 던져서 잡는다. 이 과정은 모두 확률 싸움이다. 던진 포켓볼의 등급, 회전구의 여부나 던진 타이밍의 정확도, 나무 열매 아이템의 사용 여부, 그리고 포켓몬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희귀도 등이 점수로 합산되어 포켓몬을 최종 포획하는 확률이 결정된다. 이 말은 즉,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게임 조작 능력을 크게 요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커브볼이나 타이밍에 맞춰 던지는 행위는 며칠 플레이 하다보면 쉽게 손가락 요령을 얻을 수 있다. 길을 걷고, 발견하고, 던지는 이 심플한 〈포켓몬 고〉의 메카닉은 플레이어의 연령대 경계를 파괴한다. 때문에 어린이부터 중년층 이상까지 넓은 유저풀이 6년 가까이 이 게임을 즐기고 사용자수 순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게임의 또 다른 컨셉은 “당신이 사는 곳 근처가 게임의 무대가 된다”로 이어진다. 플레이어가 매일 드나드는 포켓 스탑과 체육관은 실제 지역의 거점에 기반한다. 퀘스트와 아이템을 획득하고, 자신의 포켓몬을 과시하거나 다른 유저와 싸우기 위해서 플레이어는 근처의 공원이나 프랜차이즈 편의점, 골목길 벽화, 특이한 조형물에 행차한다. 그곳이 게임이 펼쳐지는 주 무대다. 특히 체육관은 특정 시간이 되면 희귀 포켓몬이 출현하는 레이드의 공간으로 설정된다. 레이드를 벌여 여러 명의 플레이어를 같은 시간 같은 장소로 끌어들이는 독특한 오프라인 자력이 〈포켓몬 고〉라는 게임이 작용시키는 ‘힘’인 것이다. 〈포켓몬 고〉는 보행하는 플레이어가 떨어뜨리는 데이터 조각들을 열심히 주어 담아 게임의 자료로 남김없이 가공한다. 보행 거리, 날씨, 자연 환경, 계절 등이다. 오늘 얼마나 걸었는가? 게임은 플레이어의 족적을 측정하여 포켓몬의 알을 부화시키고 퀘스트를 달성하도록 한다. 오늘 날씨는 어떠한가? 비가 내릴 때와 눈이 올 때 당신은 서로 다른 포켓몬을 마주할 것이다. 게임은 날씨에 맞는 포켓몬 군집을 배정하여 다양하게 등장하도록 짜여져있다. 혹시 사막 또는 해변 근처에서 걷고 있는가? 그렇다면 특정한 자연 환경에서만 서식하는 포켓몬이 나타나 있을 것이다. 사계절 중 지금 어떤 계절을 지나고 있는가? 여름과 겨울에 만날 포켓몬들은 각각 차이가 있을 것이다. 예측할 수 없다는 현실의 본질은 게임에서 ‘이벤트화’되기 최상의 조건으로서 탈바꿈한다. * 포켓몬 고와 연동되는 계절 데이터 코로나19 위기에 단단해진 게임 현실 데이터로 치밀하게 직조된 게임은 당연하게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피할 수 없었다. 현실과 연동된 게임은 정지한 현실에 뒤따라 함께 멈춰버렸다. 사람들이 걷지 않자 포켓몬 트레이너도 한 발자국도 발을 뗄 수 없었다. 〈포켓몬 고〉는 시류에 맞추어 대책을 세우며 오프라인에서 세미-오프라인으로 기준점을 옮겨가기로 했다. 우선 포켓몬 출몰량이 증가하는 특별한 날인 ‘커뮤니티 데이’가 사라졌다. 사람들의 군집 가능성을 차단시킨 것이다. 전염병 사태가 더욱 심해지자 플레이를 집중하도록 만드는 장치였던 레이드 아워, 스포트라이트 아워 등 또한 무기한 중지되었다. 이에 따라 안전하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수단이 도입되었는데, 2020년 3월 3일 〈포켓몬 고〉의 플레이어들이 원격으로 서로 배틀을 진행할 수 있도록 배틀 리그 참가조건을 제거했고, 체육관이나 포켓 스탑에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가닿을 수 있도록 접근 반경을 조정했으며, 포켓몬 등장 확률을 높이는 아이템인 향로의 지속시간을 증가시켰다. (글을 쓰는 2022년 현재 중지되었던 이벤트는 재개 되었으며 배틀리그 참가 조건 등의 플레이 원격화 대책들은 유지 상태에 있다.) 자칫 존폐 위기에 있던 〈포켓몬 고〉는 위기를 기회삼아, 마치 포켓몬들이 방어 기술로 ‘단단해지기’를 사용하는 것처럼, 온라인-오프라인 하이브리드 형태를 구축하며 단단해졌다. 친구 관계는 오프라인으로(QR코드) 맺되 교류는 원격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유저들과 침대에 누워서 싸울 수 있지만 출전할 포켓몬의 성장은 일정한 거리를 활보해야만 도모가 가능하도록 한다. 여러 명이서 힘을 합쳐 공략하는 레이드를 각자의 집에서 할 수도 있게 리모트 레이드패스 아이템을 추가하였지만 그 아이템의 취득의 난이도를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 리모트 레이드 패스 게임이 매개하는 지역 커뮤니티 ‘레이드방’ 게임이 출시되고 얼마 되지 않은 2017년, AR게임이라는 하이프를 겪은 이후 인기가 사라질 것 같았던 〈포켓몬 고〉는 여러 시스템을 추가하면서 국내에서 모바일 게임 이용자수가 가장 많은 게임 중 하나로 순위권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무엇이 인기를 꾸준히 유지하게 만들었을까?이렇듯 단단해진 게임의 코어에는 레이드 배틀(줄여서 레이드)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레이드는 불시에 출몰하는 고급 포켓몬을 체육관에 여러 사람이 모여 동시에 공격하는 파티 성격의 이벤트다. 인원을 모으고 서로의 시간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사전 작당모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유저 커뮤니티가 활발하고, 이 커뮤니티에서 레이드 참여자를 모집하거나 정보를 공유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주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형성된 커뮤니티는 마포구, 송파구, 구로구와 같은 구 단위로 형성되거나 김포, 제주와 같은 시 단위로 묶이기도 한다. 해당 위치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검색하여 채팅방에 참여할 수 있다. 필자는 지역 레이드방에서 활동하며 문화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을 관찰했고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포켓몬 고〉의 지역 레이드방은 온라인의 익명 구조에 있지만 같은 지역에 거주한다는 신뢰에 기반한 정보 공유의 장이 된다. 마치 GPS 인증 기반 중고 거래 장터앱 ‘당근 마켓’이 넓은 범위의 온라인 커뮤니티 ‘중고 나라’보다 끈끈한 공동체의 성격을 보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레이드방에서 주로 공유되는 정보는 인근 레이드 보스 출현 현황이다. 레이드 보스는 한 번 등장하면 45분이라는 제한 도전 시간이 넉넉하게 주어지지만, 언제 어떤 포켓몬이 보스로 등장할지 플레이어가 알 수 없는 레이드 시스템의 특성상 하루종일 게임을 확인하지 않고서는 레이드 현황을 시간 맞춰 파악하기 어렵다. 레이드방 참여자들은 어떤 레이드 보스가 해당 지역 근방에 등장하고 있는지 또는 등장할 예정인지를 스크린샷과 함께 정보를 공유하며 돕고 있다. 레이드 보스가 알에서 깨어나기 때문에 이를 ‘알 상황’ 공유라고도 부른다. A: 00쪽 알 상황 알 수 있을까요? B: (사진) A: B님 감사합니다. A: 여러분 00백화점 근처 ‘터검니’ 나왔어요! B: 저 지금 본가에 와 있는데 슬프네요. A: 혹시 ‘마기’ 등장하면 제보 부탁드리겠습니다. B: 저도 제보 기다립니다. 레이드는 1성, 3성, 5성과 같이 도전 난이도가 부여되어 있는데, 어려운 레이드의 보스는 일정 인원 이상이 참여해야만 성공 가능성이 확실해진다. 레이드에 도전하고 싶은 유저는 함께 도전할 팀원을 모집하는 공고문을 레이드방에 게시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채팅방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공고문 양식은 까다롭고 규격화 되어있다. 이 양식에는 만나기로 할 약속 시간과 장소, 레이드 난이도 또는 등장하는 보스 포켓몬 이름, 참여자 이름이 들어갈 공란의 수가 적시 되는 편이다. 만약 참여자가 스마트 폰을 2대로 참여한다면 2인분을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디 옆에 +1을 적어두기로 합의된다. 레이드 모집은 하루에도 수도 없이 이루어지지만, 매주 특정 요일 및 시간마다 반복되는 레이드 아워 이벤트 때에 가장 활발한 편이다. 카카오톡 메시지 알림은 끊임 없이 울린다. 모집 공고문이 마감되면, 약속된 시간에 모인 레이드 팀원들은 서로의 인상착의를 올려 현실 만남에서 알아볼 수 있도록 한다. “조형물 앞에 하얀 외투 입고 서있습니다"와 같은 말들이 오고 간다. 레이드 개최자로부터 최초 공지되는 공고문 7:23 00지역 00조형물 앞 레이드 난이도 5성 1 A(개최자) +1 2 3 4 사람들의 참여로 채워지는 공고문 양식 7:23 00지역 00조형물 앞 레이드 난이도 5성 1 A(개최자) +1 2 B +2 3 C +1 4 D 5 E 6 F 7 G +1 8 H +1 레이드 시작 직전과 직후의 대화 (레이드 시작 전) A/31 : 어디세요? B/30 : 000앞 도착했습니다~ A/31 : 어디세요 다들 C/28 : 000이 어디 쪽인가요? D/30 : 0000 앞 광장이요 E/28 : 000앞인데 E/19 : 저도 000 앞이에요 (레이드가 끝난 후) C/28 : 000? 여기 이건가... 아머드 뮤츠 E/19 : 저희 끝났습니다.. G/26 : 끝났어요ᅮ E/28 : 헐 ᅲ A31 : 고생하셨어요 여러분~~ E/19 : 고생하셨습니다!! D/30 : 고생하셨어요~~~ ᄒᄒᄒᄒᄒ 오프라인으로 만나기 때문에 파티 약속은 신뢰가 매우 두텁다. 물리적인 공간 이동을 필요로 하여 다른 플레이어가 허탕을 치게 하면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레이드 파티에 무단 결석시 채팅방에서 퇴장되어 더이상 활동을 할 수 없도록 처벌이 가해지기도 한다. 또한 해당 채팅방에서 모집된 레이드 팀원은 현장에 모인 일반 개인 유저들과 플레이가 뒤섞이면 안된다. 모집문에 기입된 명단이 모두 참석했는지 확인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쇼를 하는 팀원의 경우 공개적으로 질타와 제재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레이드 리더는 반드시 참여코드를 생성하여 레이드 팀원만 플레이에 입장할 수 있도록 공유한다. 사람들은 같은 체육관 앞에 서있지만, 투명하게 세워진 경계에 의해 분리된다. 이러한 레이드 참여 규율들은 〈포켓몬 고〉 지역 커뮤니티 채팅방에 명시되어 있어 반드시 지켜야할 규칙으로서 나타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다고 마냥 이해타산적이며 친밀함의 경계를 삼엄하게 세우진 않는다. 다양한 배경의 플레이어들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재미있는 일들도 벌어진다. 참여자들의 주요 연령대는 20~30대지만, 극단에는 10대나 50대 이상도 존재한다. 이들은 서로를 연령 구분 없이 ‘님’이라는 수평적인 호칭으로 부르며 활발하게 플레이를 이어간다. 이들의 연령 구분 없는 문화의 단편적인 일화를 언급하자면, 나이든 유저를 혼내는 중학생 유저가 있었다. 14세라고 밝힌 한 레이드 개최 유저는 공고문을 올려 사람들을 모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한 43세 유저가 레이드 약속 시간에서 5분 정도 지각을 할 것 같아 뛰어오고 있었고, 14세 레이드 리더는 “안 오시면 시작할 거예요”라는 엄포를 놓으며 닦달하였다. 나이든 유저를 버리고 시작했는지, 아니면 기다렸는지 채팅 밖 상황은 알 수 없지만, 게임의 유저 문화는 현실에서 오는 어떠한 위계가 작동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마음 따뜻한 광경이 펼쳐질 때도 있었는데, 한 49세 유저는 자신이 오늘 잡은 희귀 포켓몬을 자랑했다. 그러자 15세, 31세, 44세, 48세 유저들이 연이어 칭찬어린 말을 이어갔다. 손수 사진을 찍어 본인이 잡은 포켓몬을 보이고, 채팅방 속 읽은 숫자가 점차 늘어나더니 “잡으신 것 축하드려요!"라고 떠오르던 메시지들. 필자가 관찰했던 지역 커뮤니티 레이드방 풍속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서로 같은 목적을 지향하는 놀이 모임이자 익명의 지역 공동체에 가까웠다. 공간을 넘어 플레이어의 시간과 간식까지? 위치 정보에 기반하여 플레이어의 공간과 연동되는 것을 필두로 했던 게임은 점차 넓은 범위로 촉수를 드리 세운다. 시작과 끝이 있는 정적인 게임과 다르게, 출시 이후 플레이어의 삶과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생명을 이어가는 라이브옵스(LiveOps)의 특성이 〈포켓몬 고〉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게임은 날짜에 기반한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플레이어의 한 달 스케줄을 조직한다. 매주 화요일 오후 6시~7시는 특정 포켓몬이 등장하는 스포트라이트 아워, 수요일 6~7시는 희귀한 포켓몬이 레이드 보스로 자주 등장하는 레이드 아워, 한 달에 한 번 사전 공지되어 찾아오는 보상 집중의 커뮤니티 데이, 그리고 매주 달라지는 특별한 포켓몬 등장과 종종 추가되는 이벤트 기간까지. 〈포켓몬 고〉는 한 달 내내 계획을 세워 플레이어들을 더욱 게임과 결합시킨다. 플레이어들은 이에 맞춰 이벤트 달력을 만들고 커뮤니티에 공유하여 패턴을 맞추도록 노력한다. 기간 한정이지만, 〈포켓몬 고〉는 동일한 포켓몬스터 IP를 활용하는 포켓몬빵과도 연동을 시도한다.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품절 대란이 이는 포켓몬빵을 활용하여, 스티커 뒷면에 코드를 삽입해 〈포켓몬 고〉 게임 속 아이템을 증정한다. 플레이어는 처음엔 삶의 공간과 게임을 연동하고, 그 다음에는 삶의 시간과, 마지막으로 자신이 먹는 음식과 게임을 연결 짓는 은밀한 경험을 한다. * 사진 4- 커뮤니티에 공유되는 이벤트 달력 * * * 서비스 6년이 넘은 〈포켓몬 고〉는 가장 처음 기반을 닦은 GPS기반 컨셉에서 점차 플레이어의 다른 데이터와 연동을 실현하고 있다.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게임은 굴복하지 않은채 그 틈을 찾고 주인 없는 데이터를 주워 현실-가상현실 간의 연결을 꿰한다. 개발사의 이러한 시도 속에서 플레이어들은 레이드를 중심으로 끈끈한 지역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한다. 오프라인 속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게임의 대명사라고 볼 수 있는 〈포켓몬 고〉가 점차 온라인-오프라인의 하이브리드를 선보인다. 이 모든 것은 캐릭터를 매개로 한 구글과 닌텐도 자본의 기획, 점차 게임 콘텐츠로 활용될 포켓몬 수가 고갈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다음에는 또 어떤 ‘이벤트'를 기획하여 현실-가상현실 간 데이터 연결을 탄생시킬지 주목할만 하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문화연구자) 박이선 사회적인 관점에서 게임을 연구합니다. 게임이라는 도구를 통해 결국 인간을 탐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금은 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 [Editor's View] 작동하는 세계를 곱씹는 놀이로서의 시뮬레이션
장르로서의 시뮬레이션은 무엇인가? 를 정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저는 그것을 엄밀히 정의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다소 의문입니다. 시뮬레이션이라는 말은 애초에 모든 장르의 디지털게임에 녹아있는 원천 요소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2025년 GG의 마지막 테마로 선정된 시뮬레이션이라는 단어에 대해 우리는 개념어로 접근하기보다는 경험적으로 접근하고자 했습니다. < Back 27 GG Vol. 25.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KyungHyuk Lee Game critic and researcher. Since 2015, he has made games his life's work—as a critic, examining how games relate to society, and as a researcher, exploring how games, as commodities, take their place within it. He is the author of Mario, Born in '81 (2017) and The Birth of In-Game Spending (2022), among other works, and has contributed to documentaries including EBS's Docuprime as well as columns across various outlets.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research analyzing digital games as time-rights commodities.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lab Dragon Lab and serves as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 노미배 천하제일 와갤요리 대회에 어서 오세요
케이크는 거짓말이다. 〈포털〉을 해본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문장이다. 게임 속 인공지능 글라도스는 플레이어에게 모든 테스트 챔버를 통과하면 케이크를 보상으로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제안은 거짓이었다. 정확히는 케이크는 있다. 다만 플레이어가 들어갈 수 없는 방에 놓여 있을 뿐이다. 이 짓궂은 장면 이후 플레이어 중 누군가는 화면 너머 케이크, 블랙 포레스트를 진짜로 굽기 시작했다. 모니터에 잠깐 스쳐 지나간 레시피 조각을 짜맞춰 베이킹하고 사진을 올렸다. 글라도스의 케이크는 거짓말이긴 했지만 영원한 거짓말이 되지는 않았다. < Back 노미배 천하제일 와갤요리 대회에 어서 오세요 30 GG Vol. 26. 6. 10. 1. 케이크는 거짓말이‘었’다 케이크는 거짓말이다. 〈포털〉을 해본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문장이다. 게임 속 인공지능 글라도스는 플레이어에게 모든 테스트 챔버를 통과하면 케이크를 보상으로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제안은 거짓이었다. 정확히는 케이크는 있다. 다만 플레이어가 들어갈 수 없는 방에 놓여 있을 뿐이다. 이 짓궂은 장면 이후 플레이어 중 누군가는 화면 너머 케이크, 블랙 포레스트를 진짜로 굽기 시작했다. 모니터에 잠깐 스쳐 지나간 레시피 조각을 짜맞춰 베이킹하고 사진을 올렸다. 글라도스의 케이크는 거짓말이긴 했지만 영원한 거짓말이 되지는 않았다. 〈포털〉만의 에피소드에 국한할 것도 아니다. 게임 속 음식은 늘 조금은 이상한 자리에 있다. 〈디아블로〉의 빨간 물약은 체력 회복이라는 숫자로 환원되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빵 한 조각은 일정 시간 동안 능력치를 올려주는 효용 아이콘이며, 〈젤다의 전설〉에서 링크가 솥에 재료를 던질 때 화면을 가득 채우는 요리 컷씬조차 영양 정보를 담은 인벤토리 칸으로 정리된다. 어느 경우든 게임 속 음식은 보이지만 먹을 수 없다. 이 어긋남이 게임 요리책이라는 출판 장르를 발생시킨 동력이다. 지난 십 년 사이 영미권 출판 시장에는 이런 책들이 꽤 많이 출간되었다. 〈폴아웃〉 요리책, 〈파이널 판타지〉 요리책, 〈어쌔신 크리드〉 요리책, 〈원신〉 요리책. 표지마다 게임의 로고가 박혀 있고, 사진은 게임 속 음식을 진짜 음식처럼 보이게 찍어두었으며, 안에는 레시피가 빼곡하다. 이 장르에 표준은 첼시 먼로 카셀이 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공식 요리책: 진짜 맛있는 아제로스 요리 백과』다. 책의 실물은 일단 묵직하다. 표지는 와우 특유의 짙은 황금색과 푸른색의 게임 로고가 박혀 있다. 누가 봐도 게임 굿즈처럼 보이는 책이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다 보면 단순한 굿즈가 아니라, <와우> 세계관을 좋아해서 음식을 만들고 그것을 묶은 결과물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미디어 연구자 니콜 라메리히스는 팬이 게임 속 음식을 부엌에서 만들어 먹는 과정을 “글라도스를 진짜로 이기는 행위”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진짜 맛있는 아제로스 요리 백과』는 그 일을 한 권의 출판물로 정리한 결과다. 2. 헤드노트가 만드는 세계 이 책을 다른 요리책과 가르는 결정적인 장치는 레시피가 아니라 그 위에 붙은 짧은 헤드노트들이다. 보통의 요리책에서 헤드노트는 음식의 유래, 저자의 회상, 조리할 때 유의할 점 같은 것을 적어두는 자리다. 그런데 이 책의 헤드노트는 <와우>를 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생소한 이름들을 슬쩍슬쩍 호명한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이런 문장들과 마주치게 된다. “호잰의 위핑 스프만은 건드리지 말 것.” “단팥빵이 리리 스톰스타우트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라니 더 말해 무엇하랴!” “염소 치즈라면 사족을 못 쓰는 제이나 프라우드무어 역시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볶음의 대가인 안시아 아이언 포우가 직접 지도한 조리법 중에 가장 간단한 요리가 바로 당근 볶음이다.” “이 언더시티의 스낵은 호드 종족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와우>를 해본 독자라면 이 이름들이 누군지 곧장 알아챌 것이다. 리리 스톰스타우트는 미스트 오브 판다리아 확장팩의 핵심 인물이고, 제이나 프라우드무어는 얼라이언스의 가장 유명한 영웅 중 한 명이다. 안시아 아이언 포우와 아비가일 쉬일은 게임 안에서 요리 스킬을 가르쳐주는 트레이너 NPC다. 헤드노트들은 <와우> 세계 안에 실재하는 인물들을 부엌의 우스갯소리에 호명하고 있다. 캐릭터 피규어, 일러스트 아트북, 사운드트랙과 같은 게임 굿즈는 현실 세계에서 게임 세계의 사물을 보여준다. 보는 사람은 분명히 현실 세계에 서 있고, 게임은 그 너머의 어딘가에 있다. 그런데 이 책의 헤드노트는 그 거리를 묘하게 흐트러뜨린다. “제이나도 동의할 것이다”라고 쓰는 순간, 책의 화자는 제이나를 마치 독자가 아는 누군가처럼 혹은 잘 알려진 미식가 친구처럼 호명한다. 화자는 현실 세계의 안내자가 아니라 제이나가 누구인지 자연스럽게 아는 <와우> 세계 안의 누군가다. 다른 헤드노트들이 이 감상을 강화한다. “이 조리법은 칼림도어의 먼지진흙 습지대에서 비롯된 원조 조리법과는 다르게 용을 해칠 필요가 전혀 없다.”— 용숨결 칠리 “서부 몰락지대의 낚시꾼들의 원조 조리법이 명실상부 최고다.” — 조개 스프 “한때 멀고어 지역의 타우렌 부족만이 먹던 주식이었다.” — 옥수수 만나빵 “한때 고대 모구 종족이 즐겨 먹던 속 채운 싱싱버섯은 현재 판다렌 대표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 속 채운 싱싱버섯 “원조 조리법”, “한때 어느 종족만이 먹던”, “현재 누구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표현들은 요리책이 아니라 식문화사 연구자의 어조에 가깝다. 음식 하나하나에 발생지가 있고, 종족 간 전파의 역사가 있으며, 지금의 위상이 있다. 헤드노트는 <와우>라는 세계에 진짜 식문화사가 있는 것처럼 발화한다. 마치 그 세계의 어느 학자가 혹은 어느 부지런한 여관 주인이 자기 세계의 음식들을 정리한 책이 있고, 독자가 지금 그 책을 읽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새콤달콤 덩굴월귤 소스의 헤드노트에 이르면 이 인상은 확실히 굳어진다 “푸짐한 요리책에 조리법이 실려 있던 순례자의 감사절 전통 소스이다. 과거에는 아제로스 이외에서는 이 조리법을 구할 수 없었다.” 책은 자기 안에 다른 책을 인용하고 있다. <푸짐한 요리책>이라는 책이 아제로스 안에 존재하고, 거기에 이 소스의 조리법이 실려 있었다는 진술. 그러니까 독자가 지금 읽고 있는 <와우> 요리책은 아제로스 안의 다른 요리책들과 같은 계보에 속한 책이다. “과거에는 아제로스 이외에서는 이 조리법을 구할 수 없었다”라는 진술은 그 가장(假裝)의 증거다. 이 책 자체가 그 이외의 어딘가로 조리법을 처음 전한다는 함의가 깔려 있는 것이다. 이런 가장은 일관되게 유지된다. 추적자 과자의 헤드노트는 “다루기 힘든 반려동물을 찾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쓴다. <와우>의 사냥꾼 캐릭터가 펫을 부리는 인게임 메커닉에 대한 농담이지만, 농담의 화자는 그 메커닉을 마치 상식인 것처럼 다룬다. 알 약초구이의 헤드노트는 “꽤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어서 요리 실력을 높이고 싶은 요리사에게 연습용으로 안성맞춤이다”이다. <와우> 안에서 요리 스킬을 레벨업할 때 만드는 연습용 음식이라는 점을 그것이 일반적인 요리 학습의 상식인 것처럼 진술한다. 꿀이끼의 헤드노트는 “보통 버섯장수들에게서 살 수 있는데, 이제는 당신도 직접 만들 수 있게 되었다”라고 적는다. “보통 버섯장수들에게서 살 수 있다”는 진술은 아제로스의 상식이고, “이제는 당신도 직접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진술은 책의 존재 의미를 설명한다. 해당 요리책은 아제로스의 음식을 아제로스 바깥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가르쳐주는 책인 척한다. 이 가장은 독자의 위치를 미묘하게 옮긴다. 독자는 한국어판 양장본을 손에 들고 부엌에 서 있다. 그런데 책을 펼치는 순간, 잠깐 동안 아제로스의 어느 여관 주인이 막 펴낸 요리책을 들춰보는 사람이 된다. 호잰의 위핑 스프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듣고, 제이나가 어떤 치즈를 좋아하는지 알게 되고, 모구 종족이 먹던 버섯이 어떻게 판다렌 음식이 되었는지를 배운다. 그 짧은 순간 동안, 부엌은 독자 집이지만 동시에 아제로스의 어딘가다. 3. 수습생 요리사의 부엌 헤드노트가 독자를 아제로스 안으로 데려간다면, 책의 형식과 시각 디자인은 그 안에서 독자에게 어떤 자리를 부여하는가. 먼저 책의 구성을 살펴보자. 챕터는 음식 종류로 나뉘어 있다. 사이드, 빵, 수프와 스튜, 메인, 디저트, 음료. 어느 서양 요리책에서나 볼 법한 익숙한 분류다. 호드와 얼라이언스라는 진영은 앞서 본 헤드노트들 속으로 흩어져 들어가 있다. 칼도레이 잣 빵은 나이트엘프(얼라이언스)의 음식이고, 멀고어 향신료 빵은 타우렌(호드)의 음식이며, 판다렌 자두주는 진영을 떠난 중립 종족의 음식이다. 와인의 원산지 표시처럼, 진영은 풍미와 산지의 표지로 남아 있다. 대신 책의 구조를 지배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각 챕터에는 부제가 하나씩 붙어 있다. 사이드는 “간식의 길”, “빵의 길”, 수프와 스튜는 “국물 요리의 길”, 메인은 “본식의 길”, 디저트는 “후식의 길”, “음료의 길”이다. 이 명명법은 미스트 오브 판다리아 확장팩에서 도입된 인게임 요리 전문화 시스템의 차용이다. 게임 안에서 캐릭터의 요리 스킬을 어느 방향으로 전문화할지 선택하던 체계가, 책 안에서는 독자가 어떤 종류의 요리부터 시작할지 선택하는 체계가 된다. 조금 더 책장을 넘기면 더 많은 게임 인터페이스가 인쇄되어 있다. 모든 레시피 상단에는 숙련도 항목이 있고, 수습생, 전문가, 대가 중 하나가 표시되어 있다. 인게임 요리 스킬 등급을 본뜬 분류다. 챕터 시작 부분에는 친절하게도 업적 안내가 있어서, 각 길에서 다섯 개의 레시피를 만들면 업적이 해금된다는, 게임 시스템을 그대로 옮긴 표시가 박혀 있다. 레시피마다 “어울리는 음식” 항목이 붙어서 어떤 다른 요리와 짝지을지 알려주고, 일부 레시피에는 “사용 가능한 요리” 항목이 더해져서 그 음식이 어떤 다른 음식의 재료가 되는지를 알려준다. <와우>의 제작 시스템이 작은 활자로 책 곳곳에 흩뿌려져 있는 셈이다. 책이 모방하는 것은 <와우>의 세계관만이 아니라 <와우>의 시스템 그 자체이기도 하다. 양파를 다지는 일은 수습생 단계의 행위가 되고, 다섯 개의 빵 레시피를 완성하는 일은 “빵 의 길”의 업적이 된다. 헤드노트가 독자에게 아제로스 안에 들어왔다고 속삭인다면, 인터페이스는 그 안에서 독자가 수습생 요리사라는 직책을 받았다고 알려준다. 사진은 또 다른 방식으로 동일한 작업을 수행한다. 모든 레시피에는 한 면을 가득 채우는 사진이 따라오는데, 그 사진들은 자연광에 가깝다. 한쪽에서 부드럽게 떨어지는 빛이 음식의 표면을 살짝 그늘지게 만들고, 따뜻한 황색조가 전체 화면을 감싼다. 음식 옆에 놓인 것은 나무 도마, 무쇠 팬, 도자기 그릇과 같은 평범한 부엌 도구들이고, 거기에 거친 마, 구리 주전자, 가죽으로 묶인 양피지과 같은 중세풍 소품이 더해진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사진 안에 살짝 숨어 있는 것들이 있다. 음식 뒤로 흐릿하게 처리된 무기 한 자루가 놓여 있거나, 주석으로 만든 맥주잔이 함께 등장하기도 한다. 양념 육포의 사진을 예로 들면, 음식 옆에 야영을 연상시키는 덩굴이 놓이고, 나무 도마와 칼, 그리고 숫돌이 함께 배치되어 있다. 이 작은 디테일들이 사진의 의미를 바꾼다. 양념 육포는 단순히 잘 찍힌 음식이 아니라, 누군가가 야영지에서 무기를 손질하면서 함께 먹었을 법한 음식이 된다. <와우>를 해본 독자라면 그 야영지를 어렵지 않게 떠올린다. 칼림도어의 어느 황량한 평원, 혹은 동부 왕국의 어느 숲속. 음식 사진 옆 페이지의 펜화도 같은 작업을 한다. 펜화에는 음식 자체가 아니라, 그 음식과 연상되는 풍경이 그려진다. 해산물 요리 옆에는 항구의 선박이, 고기 요리 옆에는 전사가 놓이는 식이다. 음식이 어느 세계의 누구의 식탁에 놓이는지를, 펜화가 옆에서 거든다. 사진이 음식의 현실감을 만들고, 펜화가 그 음식이 속한 세계를 환기한다. 이 사진들이 일반적인 푸드 포토그래피와 약간 다른 자리에 있다는 점은 짚어둘 만하다. 보통 푸드 포토그래피는 식욕을 자극하기 위해 찍힌다. 음식을 매혹적으로, 윤기 있게, 먹고 싶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와우> 요리책의 사진은 식욕보다는 정황에 충실하다. <와우>라는 세계에 속한 음식이 그 세계의 어느 자리에서 어떤 사람의 손과 무기와 야영지 곁에 놓이는가 하는 정황과 같은. 사진이 게임 화면의 색감을 흉내내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사진이 게임 화면처럼 보였다면, 그것은 여전히 화면 너머의 음식일 뿐이다. 사진이 자연광과 평범한 부엌 도구를 채택하되 그 옆에 흐릿한 무기를 두는 순간, 비로소 그 음식은 당신의 부엌에서 만들 수 있는, 그러나 동시에 아제로스의 야영지에서 누군가가 먹었을 법한 음식이 된다. 책은 세 가지 장치를 동시에 작동시키고 있는 셈이다. 헤드노트는 독자를 아제로스 안의 누군가가 된 듯한 자리에 앉히고, 인터페이스는 그 자리에 수습생 요리사라는 직책을 부여하며, 사진과 펜화는 그 직책으로 만드는 음식이 어떤 정황에 놓이는지를 보여준다. 세 가지가 한 페이지 안에서 함께 작동할 때, 책은 단순한 요리책이 아니라 한 세계 전체를 부엌으로 가져오는 장치가 된다. 4. 생존자가 첨삭한 폴아웃 요리책 이 가장은 <와우> 요리책만의 것이 아니다. 게임 요리책이라는 장르는 비슷한 가장의 회로를 공유한다. 그중 빅토리아 로젠탈이 쓴 『폴아웃: 볼트 거주자의 공식 요리책』은 <와우> 요리책과 묘하게 비슷하면서도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 있다.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된다. “볼트텍 라이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독자는 당신이 알던 세계가 —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 분명 종말을 맞았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전환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폴아웃> 세계관에서 볼트텍은 핵전쟁을 대비해 거대한 지하 방공호 시설을 운영하는 회사다. 게임의 플레이어 캐릭터는 그 방공호에서 깨어나 핵전쟁 이후의 황무지로 나와 모험을 시작한다. 책은 볼트텍이 방공호 거주자들에게 입주 안내서로 발간한 요리책처럼 가장한다. <와우> 요리책이 아제로스의 어느 식문화 연구자가 펴낸 책인 척한다면, <폴아웃> 요리책은 핵전쟁 직전 어느 미국 기업이 자기 고객들에게 나눠준 라이프스타일 책자인 척하는 것이다. 이 가장은 책 곳곳에서 일관되게 유지된다. 도입부 뒤에는 “볼트텍 방식의 손님 접대” “식이 제한 안내” 같은 절들이 이어진다. 손님 접대 절은 이렇게 적혀 있다. “여덟 명을 초과하는 모임은 별도의 서류 작업이 필요합니다. 부엌 사용은 언제든 박탈될 수 있는 특권임을 유념하십시오.” 식이 제한 절은 채식, 글루텐 알레르기, 유당불내증 대응 가이드를 회사 사보의 어조로 알려준다. “마가린이 너무 많이 비축되어 있습니다 — 부디 가져가 주십시오! 산소 탱크를 둘 공간이 필요합니다.” 이런 농담들이 책의 맥락과 뉘앙스를 만든다. 거주자를 통제하고 감시하는 권위주의적 회사의 매뉴얼이라는 <폴아웃> 세계의 분위기가, 한 권의 요리책으로 압축되어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정교함은 그다음에 있다. 책 안에는 두 번째 화자가 손글씨로 끼어든다. 회사 공식 텍스트로 인쇄된 레시피 옆에, 마치 누군가가 책에 연필로 끄적인 듯한 메모가 곳곳에 추가되어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닭 육수 레시피 옆에는 손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다. “방사능 닭은 잡기 쉽지만, 매우 빠를 수 있으니 조심해서 접근해야 한다.” 핵전쟁 이후의 황무지에서는 일반 닭이 없으니, 방사능에 노출된 변종 닭을 사냥해서 잡아야 한다는 메모다. 베이컨으로 감싼 관자 레시피 위에는 누군가가 제목을 “미스터리 미트 누카럴크”로 고쳐 쓰고, 그 옆에 이런 메모를 남겼다. “누카-월드의 미저들에게서 미스터리 베이컨을 구했다. 그곳에서 돼지를 한 마리도 못 봤다.” 데스클로 달걀말이 레시피 옆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닭 알이 그냥 굴러다니지는 않는다. 그런데 데스클로 둥지는 어디에나 있다. 데스클로 알 두 개로 일반 달걀 여섯 개를 대체할 것.” 이 손글씨 메모의 화자는 회사의 매뉴얼 위에 자기 경험을 덧붙이는 핵전쟁 이후 황무지를 떠도는 한 명의 생존자다. 그는 볼트텍이 알려준 닭 육수 레시피를 받아두되, 핵전쟁 이후에는 닭이 없으니 <폴아웃> 세계의 거대 도마뱀형 괴물의 알로 대체해야 한다는 현실을 메모로 남긴다. 회사의 권위적 어조 위에 생존자의 실용적 어조가 겹쳐지는 셈이다. 한 권의 책 안에 두 개의 화자, 두 개의 시간대, 두 개의 어조가 공존한다. 이 이중 화자 구조가 만드는 효과는 강력하다. <와우> 요리책이 단일한 가장을 일관되게 유지한다면, <폴아웃> 요리책은 두 개의 가장을 동시에 가동한다. 핵전쟁 이전의 권위적 회사와 핵전쟁 이후의 외로운 생존자. 책을 펼치는 독자는 이 두 시간대 사이에 끼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회사가 약속한 안온한 가정생활과 그 약속이 무너진 자리에서 데스클로 알을 깨는 생존자의 현실. <폴아웃>이 다루는 전쟁 이전 미국의 1950년대적 낙관주의와 그것이 폐허로 변한 이후의 디스토피아가 한 권의 요리책에 두 화자로 압축되어 있다. 이 책 역시 인게임 시스템을 그대로 옮겨온다. 레시피마다 그 음식을 먹으면 얻는 S.P.E.C.I.A.L. 스탯 효과가 적혀 있다. <폴아웃> 게임 안에서 캐릭터의 능력치를 결정하는 힘, 인내, 지각, 매력, 지능, 민첩, 행운의 머리글자다. 데스클로 달걀말이를 만들어 먹으면 한 시간 동안 지능 +1, 누카콜라 한 잔을 곁들이면 30분 동안 인내 +1 같은 식이다. <와우> 요리책의 수습생/대가 등급이 요리 행위를 게임화한다면, <폴아웃> 요리책의 스페셜 효과는 음식 자체를 게임 아이템화한다. 부엌에서 만드는 모든 요리가 자기 능력치를 어딘가에서 약간씩 올려주는 음식이 되는 것이다. <와우> 요리책과 <폴아웃> 요리책을 함께 놓고 보면 두 책이 같은 회로 안에서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가장한다는 점이 드러난다. <와우> 요리책의 가장은 따뜻하다. 호잰의 위핑 스프를 건드리지 말라는 호명, 제이나가 좋아하는 치즈에 대한 농담, 모구 종족에서 판다렌으로 전파된 버섯 요리의 역사. 그 가장 안의 아제로스는 살기에 나쁘지 않은 세계처럼 보인다. 반면 <폴아웃> 요리책의 가장은 차갑다. 거주자를 감시하는 회사의 매뉴얼, 핵전쟁 이후 데스클로 알로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생존자의 메모. 그 가장 안의 <폴아웃> 세계는 살아남기 어려운 세계다. 두 책 모두 부엌을 다른 세계로 옮기지만, 그 결은 반대 방향이다. 5. 『또다요』를 계승하는 노미의 레시피 <와우> 요리책에는 후속작이 있다. 첼시 먼로 카셀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공식 요리책 2: 아제로스의 새로운 맛』는 70여 개의 레시피가 수록된 시리즈의 두 번째 권이다. 이 2권을 1권과 함께 펼쳐놓고 보면, 카셀이 1권에서 시작한 가장(假裝)을 어디까지 밀어붙였는지가 드러난다. 2권의 결정적인 변화는 화자다. 1권의 화자가 <와우> 세계를 아는 어느 식문화 연구자처럼 음식을 소개했다면, 2권에는 그 자리에 분명한 이름이 붙는다. 판다렌 셰프 노미. 노미는 판다리아 확장팩의 도시 언덕골에서 작은 요리 학교를 운영하는 NPC인데, 게임 안에서는 재료를 받아두고 자꾸 태워먹는 것으로 유명한 캐릭터다. 그 노미가 “판다리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을 때, 나는 요리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우고 싶었다.”는 회고로 시작하는 한 권의 책을 펴낸 것이다. 변화의 의미는 카셀도 개인 블로그에서 설명한 적이 있다. 1권과 달리 2권은 게임 세계관 내의 책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게임 안에서 어떤 퀘스트의 일부로 주워올 법한 책으로 의도되었다는 말이다. 1권에서 헤드노트들이 슬쩍슬쩍 흩뿌렸던 이 책이 아제로스 안의 어느 식문화 연구자가 펴낸 책인 것처럼 발화하는 가장은 2권에서는 명시적이고 일관된 책의 전제가 된 셈이다. 책의 표지를 펼치면 거기서부터 독자는 노미의 책을 들고 있다. 가장은 책 안에서 곳곳에서 발화된다. 챕터 구분도 달라졌다. 1권이 사이드와 메인과 디저트 같은 음식 종류로 나뉘었다면, 2권은 지역으로 나뉜다. 칼림도어, 부서진 섬, 동부 왕국, 쿨 티라스, 줄다자르, 판다리아, 어둠땅, 나즈자타, 노스랜드, 아웃랜드 그리고 그 너머. 노미가 여행한 곳들이다. 헤드노트들은 노미의 1인칭 회상으로 발화되고, 책 곳곳에 “노미의 메모”라는 작은 박스가 끼어들어 본문에 부연을 덧붙인다. 다크문 도넛 항목 옆에는 “달콤한 게 당긴다면?”이라는 노미의 메모가 따라붙는 식이다. 책 본문도 그 위의 메모도 노미가 쓴 것인 셈인데, 이 한 권 안에서 노미는 본문을 쓰는 셰프이자 그 본문 위에 친근한 부연을 끼적이는 친구의 자리를 동시에 차지한다. 게임 안에서 노미가 가졌던 평판을 카셀은 농담거리로 살리기도 한다. 책 곳곳에서 노미는 “음식을 태우지 않는 법”에 대한 팁들을 강조하기도 한다. 2권에서 또 한 가지 작은 변화는 숙련도 등급이 더 세분화되었다는 점이다. 1권에서 수습생, 전문가, 대가의 세 단계로만 나뉘던 것은, 2권에서는 기초 요리, 수습 요리, 숙련 요리, 전문 요리, 요리의 대가라는 다섯 단계로 펼쳐진다. 게임 세계관 내부의 책이라는 2권의 위치가 등급 분류의 두께까지 영향을 미친 셈이다. 2권의 목차 앞부분에 들어 있는 한 절의 제목은 특히 흥미롭다. “또 다른 요리책에 대해.” 노미가 자기 책 안에서 이전에 출간된 다른 요리책을 직접 호명한다. 자기 책이 시리즈의 두 번째 권임을 알고 있고, 1권의 존재를 자기 세계 안의 사물로 호명하면서 시작하는 것이다. 1권에서 새콤달콤 덩굴월귤 소스의 헤드노트가 “푸짐한 요리책에 조리법이 실려 있던” 한 줄로 슬쩍 열어두었던 책 안에 다른 책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2권에서는 책 자체의 전제가 된다. 자기 참조는 단순한 호명에 그치지 않는다. 2권은 1권의 레시피와 자기 레시피를 같은 식탁 위에 함께 놓는다. 본문의 어느 저녁 메뉴 추천을 보자. “아이스크림을 얹은 스테이크(141쪽), 땅콩 맥주빵(115쪽), 저민 장가르 양송이(또다요), 당근 볶음(또다요).” 페이지 번호와 함께 적혀 있는 두 요리는 책 안의 레시피이고, “또다요”라고 약칭이 붙은 두 요리는 1권에 실린 레시피다. 칼럼의 앞부분에서 인용했던 “볶음의 대가인 안시아 아이언 포우가 직접 지도한” 그 당근 볶음이 여기서 다시 호명된다. 1권과 2권은 따로 서 있는 책이 아니다. 같은 식탁에서 함께 펼쳐지는 두 권의 자매 책이고, 노미는 자신의 식탁에서 두 책의 요리를 함께 차려낸다. 축제 관련 절도 가장의 일부다. 2권 앞부분에는 “축제를 버프하라”라는 절이 있는데, 그 절 안에서 노미는 핼러윈 축제와 죽은 자들의 날, 해적의 날 같은 <와우>의 계절 이벤트를 호명한다. 그러면서 두 번 구운 고구마 레시피의 헤드노트는 이렇게 쓴다. “아제로스나 그 주변에서 순례자의 감사절 절반만큼이나 축제 가치가 있는 휴일은 없다.” “아제로스나 그 주변에서”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화자는 <와우> 세계 속에서 옆 동네의 휴일 풍경을 진술하고 있다. 1권에서 인터페이스가 책의 형식으로 차용되었다면, 2권에서 그 차용은 노미라는 화자의 인격적 발화로 변환된다. 노미가 자기가 사는 세계의 축제와 음식 효과를 생활의 일부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권은 1권의 단순한 후속작이 아니라 1권이 시작한 가장을 완성하는 책이다. 1권에서 독자는 헤드노트의 농담을 따라가며 아제로스의 어딘가에 잠깐씩 머물렀지만, 책의 표지에는 여전히 현실 세계의 저자 이름이 적혀 있었다. 2권에서 독자는 노미라는 분명한 화자의 책 한 권을 통째로 들게 된다. 시리즈가 한 권에서 두 권으로 늘어나면서, 카셀의 작업은 게임 굿즈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아제로스의 출판물을 현실 세계로 옮겨오는 일에 가까워진다. 글라도스는 케이크가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케이크를 굽기 시작했고, 그 누군가가 책을 쓰기 시작했고, 그 책은 시리즈가 되었고, 시리즈의 두 번째 권은 아제로스 안의 어느 판다렌 셰프가 쓴 책이라고 자기를 소개한다. 거짓말이었던 케이크가 진짜 케이크가 되고, 진짜 케이크가 책이 되고, 책이 두 권의 시리즈가 되고, 그 시리즈가 한국어로 옮겨져 누군가의 부엌에 도착하는 그 회로의 한 끝에, 독자는 노미와 함께 서 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성균관대학교 강사) 홍현영 패미콤을 화목한 가족 구성원의 필수품으로 광고한 덕분에 게임의 세계에 입문했다. <저스트댄서> 꾸준러. 『81년생 마리오』, 『게임의 이론』, 『미디어와 젠더』 등을 함께 썼다.
- 게임비평의 쓸모
게임 비평 역시 앞서 언급한 시의성이나 대규모 자본과의 관련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글의 형식은 게임 비평일 수밖에 없다. 자기 스스로에 대해 자문하지 않는 존재는 점차 자기 합리화의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현재 한국 게임이 처해 있는 다양한 위기들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 Back 게임비평의 쓸모 20 GG Vol. 24. 10. 10. 비디오 게임을 둘러싼 많은 글들이 존재한다. 리뷰, 공략, 기사, 논문, 비평 등 그 형식도 다양하다. 이러한 글들은 모두 게임 산업이 굴러가는 맥락과 결부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게임 구매와 소비에 관한 패턴이 이 글들의 형식을 규정해주는 좋은 구분점이 된다. 비단 글뿐만 아니라 유튜브나 트위치 등에 올라가는 영상들도 맥락은 모두 유사하다. 게임 리뷰는 게임 전문 웹진이나 유튜브 게임 채널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유형으로 기본적으로 그 전제는 구매 가이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 게임을 살까 말까 고민하는 게이머들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형태의 리뷰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리뷰가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리뷰들은 통상 별점과 같은 평가 기준을 두고 있다. 이는 게이머들이 구매 과정에서 겪는 고민을 손쉽게 정리해줄 수 있는 정량화 툴이다. 업계에서 말하는 좋은 게임 리뷰는 해당 게임의 장점과 단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게이머의 구매 고민을 줄여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게임 리뷰는 시의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제 막 출시된 신작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게임 리뷰를 올려서 연명하는 매체들은 가장 시의성 있는 게임만을 골라 이를 빠르게 평가하여 게이머들의 주목을 끌어야 한다. 그래야 게이머들이 모여 웹진의 트래픽도 올리고 이를 통해 광고도 수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 공략은 리뷰와는 달리 주로 이미 해당 게임을 구매한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한다. 해당 게임의 기본 조작법부터 시작하여 스토리 전개, 보스 공략법, 팁 등을 상세히 서술하는 것이 특징이다. 게임 공략 글은 과거 인터넷이 보급되기 이전 게임 전문 잡지에 수록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의 보급과 유튜브 같은 영상 채널에서 라이브로 실시간 공략 등이 이루어지면서 한국에서 비디오 게임 전문 잡지는 <게이머즈> 정도만이 남아 있다. 게임 공략은 리뷰와 마찬가지로 신작 위주의 시의성 있는 작품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해당 작품에 대한 가치 평가가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매우 건조하고 짧게 서술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해당 글을 읽을 독자는 이미 게임을 구매했다고 전제하기 때문에 공략이 구매 가이드의 역할을 더 수행할 필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게임 공략은 점점 종이 매체에서 웹진 형태를 거쳐 유튜브 같은 영상 플랫폼 위주로 대체되고 있다. 스틸 컷 이미지와 텍스트 밖에 넣을 수 없는 종이 매체와 글, 이미지, 영상 모두를 넣을 수 있지만 게임 기사는 게임 업계 전반에 일어나는 현황이나 사건 등을 사실 위주로 알리는 글을 뜻한다. 기사 역시 대체적으로 시의성 위주로 작성되는 경우가 많으나, 때에 따라서는 특정한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비평적인 특집 기사가 수록될 때도 있다. 또한 게임 리뷰나 공략과는 다르게 게임 업계 전반에 대해 논평하는 메타적인 기사들도 존재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일부 게임 기사는 게임 리뷰와 공략이 논하지 못한 업계 전반의 상황이나 현안을 다룰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글들의 경우 대부분 외부 필진의 칼럼 형태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고 실제 기자들이 쓰는 기사들은 대체적으로 기자의 논평이 생략된 팩트 위주의 단신으로 작성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게임 논문은 주로 게임 학계에서 활동하는 교수나 연구자, 대학원생 등이 게임과 관련한 학술적인 연구 결과를 수록한 글이다. 시의성이 있지 않고 특정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시도한다는 점, 메타적인 비평도 허용된다는 점에서 게임 논문은 게임 비평과 유사한 측면이 존재한다. 그러나 학술 논문은 기본적으로 다른 연구로부터 더 발전된 측면을 기존 참고문헌의 인용과 분석, 비판을 통해 증명하여야 된다는 점에서 게임 비평과 차이가 있다. 또한 게임 논문은 학술지마다 정해 놓은 글의 스타일과 인용 및 주석 방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게임 비평에 비해 상당히 딱딱하게 진행된다. 비평은 일종의 문예적인 창작이기 때문에 평론가의 표현적 재능이 필요하고 이는 문장과 스타일에서 자유로운 창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여지를 두게 된다. 그러나 학술 논문에서는 이러한 개인의 창작적 표현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비평과 구분된다. 이에 비해 게임 비평은 앞선 세 부류의 글처럼 시의성과 관련 없이 작성될 수 있다. 당연히 게임 비평 역시 현재 당장 출시된 게임을 논평하면서 시의성을 갖출 수도 있으나, 이럴 경우 비평이 갖추어야 할 작품으로부터의 ‘비평적 거리’를 만족하지 못할 수 있다. 비평(批評)이란 주로 예술 작품의 분석을 통해 그 가치를 논하는 작업인데, 이는 상당 기간 면밀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 얻어질 수 있다. 또한 게임 비평에는 해당 게임을 분석하기 위한 특정한 시각이나 분석방법론이 동원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방법론은 분석 텍스트에 해당되는 게임을 논자의 독창적인 시선으로 분석하게 만드는 도구인 셈인데, 이러한 분석 방법론을 자신의 글에 적용하여 특정한 게임 텍스트를 비평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소양을 갖추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 때문에 게임 비평은 업계의 시의성으로부터 분리되는 경우가 많지만, 보다 면밀하게 해당 게임이나 사회적인 현상을 둘러싼 반응을 관찰할 수 있는 여유와 비평적 거리를 갖출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에서의 비평은 비단 게임뿐만 아니라 문학이나 영화 등 다른 예술 분야에서도 평론가의 글이 갖추어야 할 질적인 완성도 관리를 위해 등단(登壇)이라는 제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 분야는 이러한 제도적 특성이 다소 미비한 측면이 있지만, 문학 쪽에서 기성 문예지나 신문에 비평을 게재하기 위해서는 신춘문예나 문예지의 공모전에 당선되어 일종의 자격을 갖추어야만 한다. 드물게 유명 문인이 신인을 문예지에 추천하여 그 글이 문예지에 두세 차례 기고가 되면 추천 완료라는 형태로 등단한 문인들도 있다. 전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만이 지닌 독특한 제도인 이 등단이라는 제도는 이처럼 일정한 자격을 갖춘 이들을 문인으로 대접하고, 이렇게 모인 문인들의 모임을 문단(文壇)이라 불렀다. 문단은 프로 작가와 아마추어 작가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작동해 왔을 뿐만 아니라, 문인들이 스스로에게 사회적 권위를 부여하는 일종의 의식으로 작용해 왔다. 문제는 이러한 문단이나 평론가 그룹의 자의식이 과도하게 작용하거나 리뷰와 구분되지 않는 행태를 보이면서 스스로를 상업적인 올가미에 빠져들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한국 문학 평론은 문단 내부로만 서로 읽어주고 평해주는 일종의 게토화에 빠져 있다. 수많은 문예지가 나오고 있고 거기에 다수의 문학 평론이 실리고 있지만 일반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지는 오래이다. 영화 평론은 기존의 영화 주간지들이 판매부수가 줄거나 폐간되면서 입지가 좁아진 지 오래이다. 또한 예전 송능한 감독이 <세기말>이라는 영화를 통해 “자네는 자네 마누라한테도 별을 주고 그러나? 마누라 얼굴은 두 개 반, 젖퉁이는 별 세 개. 사랑하는 대상이라면 신중해야지. 영화를 밥그릇으로 보니까 함부로 별을 주고 그러는 거 아냐? 천박한 짓이야. 그런 짓 하지 마.”라고 일갈했듯이 평론의 정체성을 지닌 채로 자본의 흐름에 따른 리뷰 위주로 글쓰기를 자행해 온 평론가들의 이중성 때문에 그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온 적도 있었다. 게임 분야에서 비평과 관련된 단체들은 대체로 이러한 공모전 제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에서 게임 비평을 명시적으로 내세우는 거의 유일한 매체인 ‘게임제너레이션’도 창간 첫 해부터 게임 비평 공모전을 열고 있으며, 예전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5회에 걸쳐 주관했던 게임비평상 역시 공모전의 형태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정부기관과 기업의 후원으로 진행되었던 게임비평상은 그 공모전을 뚫고 나온 게임평론가들이 지속적으로 글을 실을 수 있는 매체나 지면을 확보하지 않은 채 진행되었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등단한 평론가가 활동하기 위해서는 우선 매체나 지면이 필요한데, 그 당시 존재했던 게임 매체들은 주로 게임 리뷰와 기사, 공략 위주로 운영되었기 때문에 신인 게임평론가들의 글이 실릴 사회적 기반을 갖추지 못했다. 그 당시 게임비평상을 수상했던 이들 중에는 필자의 수업을 들은 제자들이나 학계의 선후배들이 꽤 많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중 어느 누구도 현재 전업 게임평론가로 활동하는 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그 당시의 한국 게임업계와 학계 혹은 평론계가 게임평론을 사회적으로 인정할만한 제도적 장치와 인프라를 갖추지 않은 채 이러한 글들을 산발적으로 소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또 한편으로는 2000년대 후반 정도까지 한국 게임업계에서 제작해 온 게임들이 굳이 진지한 게임 비평의 대상이 될 필요성이 많지 않았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 게임비평상의 비평들을 메타적으로 분석한 전경란 교수의 논문 <게임비평에 대한 연구 : 게임비평 텍스트의 메타분석적 접근>에 따르면 그 수상작 30편 중 한국 게임을 주요 분석 대상으로 쓴 평론은 4편에 불과하다. <마그나카르타 2>, <타이니 팜>, <애니팡>, <아이 러브 커피> 등이 그 게임들인데, 이 중 <마그나카르타 2>를 제외한 다른 게임들은 페이스북이나 모바일 플랫폼에서 소비되었던 플랫폼과 게임 소비 패턴의 변화를 주로 다루고 있는 글이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다시 말해 소셜 게임과 모바일 게임으로서의 변화가 가져온 게임 유저 층의 확대라는 차원을 제외하면 2000년대 후반까지 한국 게임 중 비평적 사고가 필요했던 게임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이다. 신인 게임 평론가 대부분이 해외 게임에서 스토리텔링이나 인터랙션 구조, 테마의 사용이나 게임적인 수사학을 분석할 거리를 찾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게임제너레이션의 게임 평론상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에서 게임 평론이 자생하기 어려운 지점을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게임 평론이 아직 필요하다고 믿는 이유는 게임이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매체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한국 게임은 인디게임을 중심으로 사회적으로 문제적 이슈들을 게임 내의 테마로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게임도 대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인디게임 개발자 Somi의 죄책감 3부작이나 최근 신작 <미제사건은 끝내야 하니까>와 같은 작품이 다룬 정치권력과 개인 양심의 충돌, 제주 4.3사건의 비극성에 초점을 맞춘 <언폴디드> 시리즈, 독립운동가 최재형의 삶을 재조명한 <페치카> 등 사회적 임팩트를 주고자 하는 소셜 임팩트 게임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는 점은 게임 비평만이 다룰 수 있는 분석적 조망을 필요로 한다. 또한 최근 들어 게임 업계를 둘러싼 다양한 환경의 변화는 이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할 비평적 시선이 필요함을 역설해준다. 게임 기사와 리뷰를 주로 실어 온 게임 웹진들은 아무래도 광고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의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이 때문에 국내 게임 대기업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최근 들어 게이머들이 단순한 소비자에서 벗어나 트럭 시위와 같은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개진하면서 주체성을 갖춘 존재로 거듭하고 있다거나, 확률형 아이템과 같은 게임 규제가 신설되거나 전반적인 게임 비즈니스 모델이 변모하고 있는 문제와 관련하여 업계와 객관적인 거리를 확보한 비평적 시선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매체들은 이러한 문제를 다루는 데에 소극적이거나 외부 필진을 통해 칼럼을 게재한 뒤 본지의 입장과 관련 없다는 진술을 넣는 정도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게임 비평 역시 앞서 언급한 시의성이나 대규모 자본과의 관련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글의 형식은 게임 비평일 수밖에 없다. 자기 스스로에 대해 자문하지 않는 존재는 점차 자기 합리화의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현재 한국 게임이 처해 있는 다양한 위기들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게임 비평은 현재 시점에서 한국 게임업계에 가장 부족하고 필요한 영역이라고 보인다. 한국 게임비평은 한국 게임이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맞아야 할 백신인 셈이다. 물론 기존의 문학이나 영화 평론이 걸어갔던 게토화나 리뷰화의 전철을 슬기롭게 피해나가야 하기도 한다. 그 어려운 길을 가는 이들을 묵묵히 응원하고 싶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교수) 이정엽 순천향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게임 스토리텔링과 게임 디자인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인디게임 페스티벌인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창설을 주도하고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인디게임 행사인 Independent Games Festival(IGF)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저서로 『디지털 스토리텔링』(공저, 2003), 『디지털 게임, 상상력의 새로운 영토』(2005), 『인디게임』(2015), 『이야기, 트랜스포머가 되다』(공저, 2015), 『81년생 마리오』(공저, 2017), 『게임의 이론』(공저, 2019), 『게임은 게임이다: 게임X생태계』(공저, 202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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