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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스포츠 25년, 그 좌충우돌의 역사
초창기 e스포츠는 열악한 환경에서 탄생했다. 1999년 처음 중계된 제5회 하이텔배 KPGL(Korea Professional Gamers League) 당시에는 방송국 지원이 없어 탁구대에 천을 씌워 경기 테이블과 중계석으로 사용했으며, 경기복 두 벌을 출전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입었다. < Back e스포츠 25년, 그 좌충우돌의 역사 23 GG Vol. 25. 4. 10. 다른 그 무엇도 아닌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며 시작된 2000년은 한국이스포츠협회(이하 협회)의 전신인 ‘21세기 프로게임협회’가 창설되고 전문적인 리그대회가 한참 생겨나던 시기였다. 당시 e스포츠는 젊은 남성층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인기를 얻던 문화 콘텐츠였지만, 기성세대에게는 그저 유치하고 심지어 병리적인 사회 현상으로 여겨지곤 했다. 어느 누구도, 심지어 당시 게임을 플레이하던 프로게이머조차도 e스포츠가 이렇게 커다란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e스포츠는 치열하게 대결하며 전략과 열정을 공유하던 게이머 공동체에서 시작되었으나, 산업의 성장과 함께 e스포츠의 정체성도 변화되어 갔다. 연구자와 산업 관계자 각자 e스포츠에 대해 다른 정의를 내리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지점은 e스포츠가 기존 산업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갔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미디어학자인 허친스(Brett Hutchins) 는 e스포츠가 미디어와 스포츠, 컴퓨터 게임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하이브리드 산업이라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게임과 e스포츠 문화를 연구하는 테일러(T.L.Taylor) 는 e스포츠가 텔레비전, 게임, 인터넷 그리고 온라인 네트워크의 융합을 통해 형성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e스포츠는 그 전부터 존재했던 미디어·문화 산업의 울타리 안팎을 넘나들며 다른 그 무엇도 아닌 e스포츠만의 정체성을 획득하기 시작했다. 어느 하나로 규정하기 힘든 e스포츠의 혼종성은 게임 산업의 빠른 생애주기, 플랫폼의 전환 등 변화의 순간마다 과감한 결단을 통해 변화에 적응하고자 노력한 결과이다. 그래서 e스포츠는 매순간 위기와 함께 했다. 짧은 호황기를 누리다가도 돌발적인 변수로 인해 다시금 어려움을 맞닥뜨렸다. 불안정한 기반 위에서 내가 즐기고 있는 이 리그와 종목이 언제 무너지거나 중단될지 알 수 없기에 팬들은 늘 불안감을 품은 채 선수와 팀을 응원한다. 그렇기에 e스포츠가 무엇인지 한 마디로 정의하는 것보다는 그 변화의 흔적을 그저 따라가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공교롭게도 대한민국에서 e스포츠가 시작된 시점으로 여겨지는 1999년은 내가 태어난 해이기도 하다. e스포츠의 역사를 훑는 일은 나의 성장기를 되짚어 보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 글은 한 명의 팬으로서, 그리고 이 산업과 함께 자라온 동시대인으로서 e스포츠 문화의 궤적을 따라가 보려는 짧은 기록이다. 초기 e스포츠의 도약과 제도화 초창기 e스포츠는 열악한 환경에서 탄생했다. 1999년 처음 중계된 제5회 하이텔배 KPGL(Korea Professional Gamers League) 당시에는 방송국 지원이 없어 탁구대에 천을 씌워 경기 테이블과 중계석으로 사용했으며, 경기복 두 벌을 출전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입었다. 좁은 방 하나에서 선수들끼리 함께 자거나 PC방에서 생활하는 일이 빈번했다. 게임 자체에 대한 사회 전반의 부정적 인식과 신생 산업의 불안정한 기반에도 게임에 대한 열정으로 버티던 게이머와 산업 관계자들은 2000년 말 붕괴한 닷컴 버블로 인해 한 차례 무너져 내렸다. KPGL, PKO, KIGL과 같은 초기 스타크래프트 리그는 빠르게 폐지되었고 우후죽순 생겨나던 게임대회 주최사 역시 자취를 감추었다. 게임만 해서 먹고 산다는 목표는 당시로서는 허황된 꿈에 가까웠다. 많은 선수들이 다른 직업을 겸하여 생활하거나 게이머 경력을 통해 게임 관련 회사에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 때문에 선수들의 프로 수명은 짧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 최초의 프로게이머로 인정받는 신주영, 한국통신(Korenet) CF를 촬영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이기석, 지금은 방송인으로 더욱 유명한 기욤 패트리 등이 이 시기에 짧은 인기를 누린 게이머들이었다. 그리고 2003년부터 게임 방송사를 중심으로 한 차례의 도약이 이루어졌다. 대표적으로 온게임넷과 MBC 게임(당시 이름은 geMBC)이라는 두 케이블채널은 기존의 대회 주관 업체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메꾸며 방송 중심의 게임리그 시스템을 구축하기에 이른다. 1대1 대결이던 기존 대회 형식에 더해 팀 단위의 리그를 새로 만들면서 그와 함께 대기업의 재정지원을 받는 프로팀이 등장한다. 임요환, 최연성의 SKT와 강민, 홍진호, 박정석의 KT는 스타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팀을 꾸리며 통신사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이러한 구도는 단순히 팬들의 즐거움을 넘어 기업이 홍보를 위해 전면에 나서 팀을 만들고 자본을 투자하여 리그의 판을 키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특히 광안리에서 진행된 2004년 스카이 프로리그 결승전(한빛 스타즈 vs SKT T1)에는 10만여 명의 관중이 몰려 상징적인 순간을 만들어냈고, 2005년 So1 스타리그 결승전(임요환 vs 오영종)은 역대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는 등 스타리그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다. 당시 기사에서 SK텔레콤 T1은 팀 창단만으로 150억 원이 넘는 홍보 효과를 봤다고 전해지며 리그를 후원한 신한은행 역시 300억 원이 넘는 홍보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한다. 이를 기점으로 2006년까지 대기업팀의 적극적인 창단이 이루어졌다. * [2004년의 광안리 대첩(출처: https://home.kepco.co.kr/kepco/front/html/WZ/2023_09_10/sub1_4.html )] 특히 협회에 의해 2005년부터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대한 본격적인 제도화가 이루어졌다. 협회 공인 대회에서 입상한 선수는 준프로게이머의 자격을 얻게 되고, 매년 진행되는 드래프트 제도를 통해 특정 팀에 소속되면 프로게이머가 되는 식이었다. 또한 각 팀 내에서도 연습생을 10여명 내외로 육성하며 선수 인력의 재생산을 위해 힘쓰기 시작했다. 오늘날 대기업 구단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e스포츠 아카데미의 국내 모델이 이때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프로게이머는 점차 많은 게이머와 청소년들이 꿈꾸는 어엿한 직업으로 자리잡았다. 한 차례의 위기 그리고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의 등장 그런데 이때부터 커진 파이 를 둘러싸고 산업 행위자들 사이의 치열한 힘 싸움이 시작된다. 2007년 협회와 양 방송사 사이의 중계권료를 둘러싼 논란이 발생했고, 2010년에는 블리자드와 협회, 방송사 간 지적재산권 소송이 이어졌다. 그 전까지 게임사가 협회와 방송사의 IP 활용을 암묵적으로 승인하는 형식이었다면, 이제는 e스포츠 산업의 생산과 유통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초창기 e스포츠 리그의 제작과 주최, 방송을 도맡아 하며 독점적인 권한을 수행하던 방송사는 이 시기부터 서서히 힘을 잃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러한 힘 싸움에 더해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 사건까지 벌어지며 스타크래프트 리그뿐 아니라 e스포츠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을 입힌다. 다른 한편에서는 2011년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리그 오브 레전드가 서서히 인기를 모으고 있었다. 이후 2013년, 넓게 보면 2016년까지 국내 e스포츠 산업은 과도기를 거치게 된다. 당시 나를 포함한 청소년들은 이러한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하고 또 적극적으로 수용하던 세대였을 것이다. 당장 PC방에서 친구들과 하던 게임이 스타크래프트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로 바뀌었고, 당시 보급되기 시작한 스마트폰을 통해 아프리카 TV를 보는 것이 또래 문화가 되었다. 교실에서 남자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던 밈(meme)은 ‘날아오르라 주작이여’에서 ‘이걸 나진이’로 옮겨갔다. 페이커(Faker)가 미드 마이를 썼다느니 미드 리븐을 썼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경기 다음날 아침부터 화제가 되었다. 그 중에서도 아프리카 TV와 트위치, 유튜브 게이밍과 같은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의 등장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스트리밍 플랫폼은 ‘보는 게임’ 문화의 대중화를 이끌며 산업의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매체였는데, e스포츠 역시 마찬가지여서 수용자층을 하드코어 게이머에서 캐주얼 팬으로까지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더불어 전현직 프로게이머가 스트리밍 플랫폼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선수와 팬 사이의 온라인 소통의 기회도 확대되었다. 라이브 채팅을 통한 정동의 공유는 기존의 TV라는 일방향적 정보 제공을 넘어 실시간 상호작용에 기반한 능동적인 콘텐츠 소비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테일러는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e스포츠가 단순히 스포 츠가 아니라 복합적인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에 가까워졌다고 분석했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또 다른 장점은 방송사에서 여러 사정으로 인해 제한적으로만 방영할 수밖에 없던 다양한 종목의 리그를 중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전까지 어렵게 찾아보아야만 했던 해외 리그나 철권, 워크래프트 3와 같이 한국에서 대중적 인기를 얻는 데 실패한 종목의 국내 리그도 인터넷 스트리밍을 통해 챙겨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인터넷 스트리머 중심의 게임 대회가 인기를 끌고 아마추어 게이머 대상의 리그 역시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중계가 가능해지면서 풀뿌리 리그와 자생적 e스포츠 생태계의 기반이 마련되었다. 즉 스트리밍 플랫폼의 발전은 한편에서는 전 세계 팬들과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국제화의 흐름을 만들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지역과 소규모 리그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며 e스포츠 문화의 저변을 넓혀주었다. e스포츠의 황금기 스트리밍 플랫폼의 발전에 힘입어 e스포츠 산업은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이 이루어졌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e스포츠 산업규모는 연평균 17.9%의 성장률을 보였으며 국제적으로는 매년 30.7%의 고속 성장이 진행되었다. 경기장 역시 양적·질적 확장이 이루어져 2016년 OGN e스타디움이 개장한 이후 2018년에는 LOL 파크와 VSG 아레나가, 2020년에는 아프리카TV 콜로세움, V.Space 아레나, 부산·광주 e스포츠 경기장이 연이어 개장했다. 프로게이머 평균 연봉 역시 2018년 50% 넘게 뛴 데 이어 2019년에는 80%나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경제적 성장과 함께 두드러진 건 기술의 발전이었다. 대표적으로 e스포츠 관전 및 연출 기능이 개선을 거듭하면서 e스포츠는 거대한 스펙타클 이벤트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초창기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관전 및 연출 기능은 옵저버의 수동 조작과 선수 얼굴 클로즈업이 전부일 정도로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해설진은 경기 시작 전이나 직후 맵 위에 마우스로 그림을 그리면서 바둑처럼 맵을 설명하고 각 선수의 전략을 예상했다. 선수의 미네랄과 가스 보유량, 인구수를 보여주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한참 시간이 지난 ‘EVER 스타리그 2007’이었다. 반면 2010년대에 들어 게임사가 리그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려는 의욕을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관전 및 중계 모드의 기능을 대폭 개선하면서 보다 직관적이면서도 극적인 시청을 가능하게 했다. 2015년부터 LCK에서는 스포트라이트 카메라 기능을 통해 게임 화면을 3D 애니메이션처럼 연출할 수 있게 되었고 2018년에는 한국에서 개최된 월즈 무대에서 가상 걸그룹 K/DA의 증강현실 무대를 꾸몄다. 같은 해 OGN에서는 VR을 통한 배틀그라운드 경기 생중계가 국내 최초로 시도되었다. 이 같은 실험적 시도는 비록 모두 상용화되지는 않았더라도, 그 당시 기술의 발전과 e스포츠 산업 전반에 만연하던 낙관을 반영한 산물이었다. * 리그오브레전드 2018 월드 챔피언십 K/DA 오프닝 세레머니 영상 다시, 겨울을 나는 e스포츠 그러나 최근의 e스포츠 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또 한 번 어려움을 맞이하게 되었다. 당장 e스포츠 게임단과 게임 대회 운영사들의 누적된 적자가 문제되었다. 특히 젠지 e스포츠의 CEO인 아놀드 허(Arnold Hur)는 2023년 ‘e스포츠의 겨울’을 주장하며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함을 역설했다. 또 라이엇 게임즈나 블리자드, 일렉트로닉 아츠(EA)와 같이 게임과 e스포츠 업계를 지탱하는 게임사들이 2024년 들어 줄줄이 구조조정과 해고를 단행하며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다. 위기를 초래한 내부적·외부적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지나치게 빠른 성장과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를 그 이유로 들 수 있을 것이다. 특정 종목에 편중되어 있는 산업 구조 역시 산업의 안정화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이에 게임사와 구단은 나름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LCK는 2020년부터 폐쇄형 프랜차이즈 리그 [1] 로 전환했으며 FC 온라인 슈퍼챔피언스 리그 역시 2025년부터 리그 프랜차이즈화를 시도하고 있다. 반대로 오버워치 리그는 프랜차이즈 및 연고제를 2024년부터 폐지하고 개방형 리그 시스템으로 개편했다. 다른 한편 2023년 정식출시한 게임 이터널 리턴은 국내 최초로 지역 연고 풀리그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e스포츠 구단 역시 참여 종목 다양화와 함께 아카데미 설립, 국내외 대학과의 활동 연계, 팬덤 마케팅 활성화 등의 노력을 통해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의 e스포츠는 빠르게 달려온 궤도를 잠시 조정하는 또 하나의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처럼 갑작스럽게 닥친 위기에 무너지기보다, 이제는 산업 전체가 변화의 국면을 인식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차분히 모색하고 있다. 다가올 e스포츠의 모습, 그리고 그것을 즐기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모두가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러나 e스포츠는 처음부터 고정된 형태로 존재하지 않았다. 스포츠이자 게임이고, 방송이자 오락이며 문화인 이 복합적 정체성은 위기의 순간마다 유연하게 적응하며 스스로를 재정의하는 힘의 원천이었다.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무너졌을 때도, 방송사가 사라졌을 때도, 플랫폼이 전환되었을 때도 e스포츠는 멈추지 않았다. 누구도 이 산업이 여기까지 올 줄 몰랐듯, 지금의 과도기 역시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시 한번 자신을 재구성할 시간, 본질을 점검할 기회일지 모른다. 아직도 춥고 눈이 내리는 날씨이지만, 곧 봄이 올 것이다. 변화의 속도에 익숙한 e스포츠가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따뜻한 봄을 맞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 Hutchins, B. (2008) Signs of meta-change in second modernity: The growth of e-sport and the World Cyber Games. New Media and Society, 10(6): 851-869. - Taylor, T. L. (2018) Watch me play : Twitch and the rise of game live streaming, Princeton, New Jersey : Princeton University Press. - 박건하. (2004) 게이머들의 PC방 문화와 프로게임리그의 형성에 관한 연구. 연세대학교 대학원 문화학협동과정 석사학위논문. - 이용범. (2020) 동북아시아 e스포츠 현황에 대한 기초연구 1: 정동(affect)의 실각, 한국 e스포츠 10년사. <한국게임학회 논문지>, 20권 2호. 61-73. - 정헌목 (2009) ‘스타’ 게이머 팬클럽을 통해 본 e-스포츠 팬덤의 형성과정과 특성. <비교문화연구>, 15권 1호. 51-95. - 진예원. (2022) 이스포츠의 기술성(technicity) 분석을 통해 본 포스트디지털 문화 연구.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미디어문화연구전공 석사학위논문. [1] 프랜차이즈 모델은 리그에 소속되는 팀을 고정하여 이 팀들이 강등이나 해체의 위험 부담 없이 수익 창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을 의미한다. 반대로 개방형 모델은 리그 참가 및 탈퇴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기에 리그 소속팀이 자주 바뀌며, 승강제를 도입해 경쟁을 보다 치열하게 만들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프로야구 KBO 리그는 프랜차이즈 모델, 프로축구 K리그는 개방형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Tags: e스포츠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연구자) 박여찬 e스포츠를 포함한 보는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미디어문화연구를 전공 중입니다.
- '포터블'과 '모바일': 주머니 속 게임의 사반세기 변천사
'포터블'과 '모바일'이라는 두 개념의 차이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둘 다 휴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 문화적 의미와 게임 경험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2005-2011년 사이 닌텐도 DS 시리즈와 소니 PSP 시리즈가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과 병행하여 존재했던 시기에 주목하여 이 두 개념을 생산적으로 구분해서 사용하자고 제안한 연구도 있다(McCrea, 2011). < Back '포터블'과 '모바일': 주머니 속 게임의 사반세기 변천사 23 GG Vol. 25. 4. 10. "지하철에서 게임기를 꺼내면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까?“ * 혼밥하며 스팀덱으로 대역전재판을 하고 있는 사진 약속 장소로 향하는 지하철 안. 내 가방 속에는 약 640 그램의 묵직한 스팀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약속 장소까지 평소라면 스마트폰으로 가볍게 게임을 하거나 웹툰을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날만큼은 어제 밤 늦게까지 플레이하던 '발더스 게이트3'의 전투를 이어서 진행하고 싶었고, 그 뒤의 새로운 지역을 더 탐험하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 스팀덱은 가방 속에 고이 모셔진 채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지하철에서 서서 갈 때도, 좌석에 앉아있을 때도 도저히 스팀덱을 꺼내들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변의 시선들과 "저 사람 게임에 진심인가보다"와 같은 상상 속 목소리가 나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인 망설임이 아니라, 공적 공간에서 게임을 하는 행위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 그 시선이 내포하고 있는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담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스마트폰 게임이었다면 당연히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플레이했을텐데, 스팀덱으로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나는 이 경험이 포터블과 모바일 게임의 현 모습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게임보이나 닌텐도 DS를 학교에 가져가 몰래 게임을 하던 시절부터,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즐기는 시대를 거쳐, 다시 전용 게임기로 회귀하는 듯한 현상까지. 우리의 '주머니 속 게임 세계'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변화가 단순히 기술적 진화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포터블 게임기기가 점점 더 크고 무거워지면서 ‘과연 이것을 휴대용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생겨난다. 동시에 스마트폰이라는 완벽한 휴대성을 지닌 기기가 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무거운 전용 게임기를 구매하고 들고 다닌다. '포터블'과 '모바일'은 서로 다른 게임 문화를 의미했다. 포터블과 모바일의 구분은 쉽지 않지만, 포터블을 '게임 전용 기기에서의 몰입적 경험'으로, 그리고 모바일은 '다기능 기기에서의 접근성 높은 경험'으로 정의해보자.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이 경계는 다시 흐려지고 있다. 모바일 게임은 점점 더 콘솔 게임을 닮아가고, 포터블 게임기는 다양한 기능을 흡수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우리의 주머니 속 게임 세계는 어떻게 변화해왔으며, 그 변화는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어떤 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을까? 다마고치, 닌텐도 DS, PSP, PS Vita에서부터 스마트폰 게임, 그리고 다시 닌텐도 스위치와 PS 포탈, 스팀덱, 로그 엘라이 등으로 이어지는 휴대용 게임 문화의 흐름은 게임과 휴대용 게임 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만한 주제다. 이 글은 '포터블'과 '모바일'이라는 개념이 단순한 기기의 차이를 넘어 어떻게 우리의 게임 경험과 일상을 재구성해왔는지, 어떤 사회문화적 의미를 갖게 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휴대용 게임의 25년 여정은 단순한 기술 발전의 역사가 아니라, 우리가 게임을 어떻게 경험하고, 공유하고, 삶에 통합시켜왔는지를 보여주는 사회문화사이기도 하다. '휴대용 게임'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를까? 나에게는 그것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내내 손에 늘 들려있었던 닌텐도 DS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스마트폰 속 수많은 앱 중 하나일 테고, 또 누군가에게는 닌텐도 스위치나 최근의 스팀덱 같은 기기일 것이다. 같은 '휴대용'이라는 말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와 경험은 사뭇 다르다. 여기서 우리는 '포터블'과 '모바일'이라는 두 개념의 차이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둘 다 휴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 문화적 의미와 게임 경험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2005-2011년 사이 닌텐도 DS 시리즈와 소니 PSP 시리즈가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과 병행하여 존재했던 시기에 주목하여 이 두 개념을 생산적으로 구분해서 사용하자고 제안한 연구도 있다(McCrea, 2011). 이 연구에서 ‘포터블’은 ‘게임이라는 목적 하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모바일’은 ‘게임이 다양한 기능 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정의했다. 닌텐도 DS나 PSP 같은 '포터블' 게임기는 오직 게임만을 위해 태어났다. 그 모든 부품, 버튼, 화면은 게임 플레이라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최적화되어 있다. 이 기기들은 '게임을 하기 위해' 구매하는 것이고,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게이머로서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물건이 되기도 한다. 반면 아이폰이나 갤럭시 같은 '모바일' 기기에서 게임은 그저 수많은 기능 중 하나다. 전화, 문자, SNS, 지도, 음악, 동영상, 그리고 가끔은 게임. 모바일 게임은 그 자체로 목적이라기보다는 지하철에서 시간을 때우거나, 심심할 때 잠깐 즐기는 부수적인 활동인 경우가 많았다. 닌텐도의 '게임 앤 워치'부터 시작된 포터블 게임기의 발전은 단순히 이동성을 강조한 '시계와 게임기의 결합'이라는 초기 개념에서 시작하여, 크로스 키, 듀얼 스크린, 음성 및 터치 입력 등 다양한 상호작용 시스템으로 진화해왔다(권용만, 2015). 이러한 진화 과정은 게임 전용 기기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게임 경험을 풍부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포터블과 모바일의 차이는 게임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쳤다. 포터블 게임은 장시간의 모험, 게임 맞춤형 조작, 깊은 이야기를 담는 경향이 있다. DS의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나 PSP의 '몬스터 헌터'는 몇 십 시간씩 투자해야 하는 게임들이다. 반면 '앵그리버드'나 '캔디크러시' 같은 초기 모바일 게임들은 짧은 시간에 쉽게 즐길 수 있고, 언제든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할 수 있게 설계됐다. 물리적 느낌에서도 차이가 존재했다. 포터블 게임기의 버튼은 누를 때마다 확실한 감각적 피드백을 준다. 반면 스마트폰의 화면은 직관적이지만 손가락으로 화면 일부를 가리게 되고, 내가 정확히 어디를 터치했는지 확신하기 어렵지만 이것이 게임 플레이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윤장원, 2011). 이는 인터페이스나 기술의 차이가 아니라, 게임 자체에 대한 몰입과 경험의 차이이다. 여기에서 주목해볼 부분은 포터블과 모바일이 구성하는 사회적 의미의 차이다. 2007년 아이폰 등장 이전, 지하철에서 닌텐도 DS나 PSP를 꺼내든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 '게이머'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다. 게임이라는 취미를 가진 사람, 혹은 게이머라는 특정 문화에 속한 사람이라는 표식 같은 것이었다. 전용 게임기를 구입하고, 게임 카트리지를 모으고, 특정 게임 시리즈의 팬덤에 참여하는 행위는 게이머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건 너무 흔한 일이 되었다. 옆자리 직장인이 '쿠키런'을 하든, 학생이 '피크민 블룸'을 하든, 그것은 그저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수많은 활동 중 하나를 하고 있을 뿐이다. 2010년대 중후반 이후부터는 '포터블'과 '모바일'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닌텐도 스위치는 TV와 연결하여 사용하는 가정용 콘솔과 손에 쥐고 플레이하는 휴대용 게임기의 경계를 허물었다. 한편, 스마트폰 게임은 그래픽과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 점점 더 전통적인 콘솔 게임에 가까워지고 있다. '원신', '명조:워더링 웨이브',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같은 게임은 더이상 '틈새 시간'에 즐기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장시간의 몰입과 헌신을 요구한다. 스팀덱은 아예 PC 게임을 손 안에 넣어버렸다. 이러한 경계의 흐려짐은 단순한 기술적 수렴이 아니라, 게임 문화 자체의 변화를 반영한다. 기존의 게이머와 비게이머라는 이분법적 구분이 약화되고, 다양한 플랫폼을 넘나드는 게임 경험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포터블은 게임 전용 기기가 제공하는 깊은 몰입과 전문성을, 모바일은 일상에 자연스럽게 통합된 접근성 높은 게임 경험을 제공한다고 나는 생각했지만, 이제는 이러한 구분이 무의미해질 정도로 융합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살펴보는 것은 우리가 게임을 어떻게 경험하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대한 문화적 이해를 돕는 렌즈가 된다. "엄마, 닌텐도 DS 사주세요. 포켓몬 하고 싶어요.“ 아마 2000년대 초중반,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많은 부모들은 이런 간절한 요청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저렴한 물건이 아니었다. 당시 닌텐도 DS의 가격은 약 15만원, 게임 카트리지는 3~5만원 정도였으니, 초등학생에게 사주기에는 결코 낮은 금액이 아니었다. 당시 부모들이 생각하기에 닌텐도 DS는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 비싼 오락기였을 뿐이다. 이러한 '초기 진입 비용'은 포터블 게임 문화의 확산을 막는 장벽으로 작용했다. 모바일 게임이 대부분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고 인앱 구매를 통해 점진적으로 돈을 쓰게 만드는 것과 달리, 전통적인 포터블 게임은 처음부터 상당한 투자가 필요했다. 게임기를 사고, 게임 카트리지를 사고, 때로는 추가 메모리나 액세서리까지 구매해야 했다. 이런 높은 진입 장벽은 어떤 의미에서 게임 경험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했다.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기에 더 소중했고, 투자한 만큼 더 깊이 몰입했다. 부모님을 설득해 게임기를 사거나,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게임기를 구입하는 과정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하나의 성취였고, 그래서 게임기를 받아든 순간의 기쁨은 무척이나 특별했다. 초기 진입 비용이 높다는 것은 분명 단점이고 장벽이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은 게임 경험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런데 포터블 게임의 가치는 단순히 초기 투자의 심리적 효과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아마도 게임 자체의 디자인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경험일 것이다. 전통적인 포터블 게임들은 종종 상당한 '학습 비용(learning cost)'을 요구한다. '학습 비용'이란 게임을 능숙하게 플레이하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복잡한 전투 시스템, 다양한 무기 타입, 몬스터별 특성 등을 이해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포켓몬 시리즈'는 다양한 포켓몬의 타입, 기술, 진화 조건 등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학습은 일견 게임을 즐길 때 겪을 수 있는 어려움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실행을 통한 학습'(learning by doing) 안에서 '즐거움을 통한 학습'(learning by enjoying)이라는 독특한 경험을 만들어낸다. 게임의 규칙과 시스템을 배우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성취감을 주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학습의 동기가 된다. 이러한 학습 곡선은 게임의 수명을 연장하기도 한다. 쉽게 배울 수 있는 게임은 쉽게 질린다. 반면 적절한 난이도와 학습 곡선을 가진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지속적인 도전과 성취감을 제공한다.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 시리즈나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 같은 게임이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다. 그리고 모바일 게임이 콘솔 게임과 유사한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무거워지는 포터블 기기, 무거워지는 모바일 게임 * 게임보이 사진 (출처: 픽사베이 무료 이미지) 1989년, 처음 게임보이가 출시됐을 때의 무게는 220그램이었다.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크기는 아니었지만, 아이들의 작은 손에도 부담 없이 들 수 있는 무게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휴대용 게임기는 점점 무거워졌다. 닌텐도 3DS는 230그램, PS Vita는 280그램, 닌텐도 스위치는 400그램, 그리고 최근의 스팀덱은 670그램에 달한다. 포터블 게임기가 점점 더 무거워지는 변화는 우연이 아니다. 게이머들은 더 나은 그래픽, 더 긴 배터리 수명, 더 다양한 기능을 원했고, 제조사들은 이에 부응하기 위해 더 강력한 하드웨어를 탑재했다. 닌텐도 스위치가 HD 화면과 분리 가능한 조이콘을 갖추고, 스팀덱이 미니 PC 기능을 하면서 PC 게임을 돌릴 수 있는 성능을 갖추게 된 것은 이런 욕구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러니한 질문이 생긴다. "과연 이것을 '휴대용'이라 할 수 있는가?" 670그램의 스팀덱을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는 없다. 가방에 넣어 들고 다닐 수는 있지만, 출퇴근길 붐비는 지하철에서 꺼내 들기는 쉽지 않다. '휴대용'의 의미가 변질된 것일까, 아니면 우리의 기대가 변한 것일까? 이와 동시에, 모바일 게임도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물리적 무게가 아닌, 게임의 복잡성과 요구하는 시간과 자원의 측면에서 말이다. 최근의 모바일 게임들을 보자. '붕괴: 스타레일'은 다운로드 크기가 15GB에 육박한다. 이는 몇 년 전의 콘솔 게임 크기와 맞먹는 수준이다. '명조: 워더링 웨이브'와 같은 오픈월드 ARPG는 광활한 세계, 복잡한 전투 시스템, 깊이 있는 스토리라인을 자랑한다. 이런 게임들은 더이상 틈새 시간에 즐기는 '가벼운' 게임이 아니다. 상당한 시간과 집중력을 투자해야 하는 '무거운' 경험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런 복잡한 모바일 게임들이 종종 스마트폰보다 PC에서 플레이하기 더 적합하다는 점이다. 작은 화면, 손가락으로 가려지는 시야, 정밀한 조작의 어려움과 같은 모바일 인터페이스의 한계 때문에, 많은 유저들이 PC 버전으로 연동해 플레이한다. 심지어 개발사들도 이를 인지하고 모바일, 태블릿PC, 데스크탑 등과 연동되는 크로스 플랫폼 기능을 적극 지원한다. 모바일 게임이라는 이름을 가진 게임이 모바일이 아닌 환경에서 더 잘 작동하는 아이러니가 생긴 것이다. 함께 있어서 가능한 '로컬 플레이'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휴대용 게임 문화의 가장 특별한 측면 중 하나는 '로컬 플레이'라는 경험이었다. 여기서 로컬 플레이란 두 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각자의 기기를 통해 함께 게임을 즐기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는 '통신 플레이'라고도 불렸으며, 휴대용 게임기가 제공하는 가장 독특한 사회적 경험 중 하나였다. 이러한 로컬 플레이의 특별함은 무엇일까? 그것은 물리적 근접성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사회적 경험에 있다. 온라인 플레이와 달리, 로컬 플레이는 상대방의 표정, 목소리, 반응을 직접 볼 수 있다. 게임에서 이긴 후의 환호, 패배한 후의 아쉬움, 희귀한 아이템을 얻었을 때의 놀라움 같은 감정의 교류가 게임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그러나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로컬 플레이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고속 인터넷의 보급, 스마트폰의 대중화, 그리고 온라인 서비스의 발전은 게임의 사회적 측면을 물리적 공간에서 가상 공간으로 옮겨놓았다. PS Vita는 여전히 로컬 플레이 기능을 제공했지만, 그 인기는 이전 세대만큼 크지 않았다. 모바일 게임은 주로 온라인 멀티플레이에 초점을 맞추었고, 로컬 플레이는 점차 특별한 기능이 아닌 부가적인 기능으로 취급되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2017년 닌텐도 스위치의 등장은 로컬 플레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스위치는 그 디자인 자체에 로컬 멀티플레이를 핵심 요소로 포함시켰다. 분리 가능한 조이콘, 테이블 모드, 그리고 쉽게 휴대할 수 있는 크기는 언제 어디서나 다른 사람과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마리오 카트 8 디럭스', '슈퍼 스매시브라더스 얼티밋', '스플래툰 2' 등의 게임은 온라인 플레이뿐만 아니라 로컬 플레이에도 큰 비중을 두었다. 로컬 플레이의 가치는 현시점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가상 공간에서의 연결이 일상화된 지금, 물리적 공간에서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은 오히려 더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이는 단순히 향수나 복고 트렌드가 아닌, 인간의 근본적인 사회적 욕구와 관련이 있다.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직접 느끼고, 감정을 공유하고, 같은 공간에서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한다. 오늘날 로컬 플레이는 온라인 플레이와 병존하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아마도 두 경험 모두를 선택적으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일 것이다. 스팀덱이나 ROG Ally와 같은 최신 휴대용 PC 게임기들은 온라인 기능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휴대용으로 기기를 들고 나가 같은 공간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로컬 플레이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이는 휴대용 게임 문화에서 로컬 플레이가 가진 고유한 가치가 여전히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사용자 경험에도 영향을 미친다. 과거 휴대용 게임기의 장점은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접근성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무거운 포터블 기기들은 이동하면서는 아니지만, 공간의 자유로움을 제공한다. 침대에서, 소파에서, 카페에서, 화면 앞에 고정되지 않고 편안한 자세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모바일 게임 역시 비슷한 변화를 겪고 있다. 초기에는 '언제 어디서나 잠깐씩' 즐기는 것이 장점이었지만, 이제는 '어디서든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의 성능이 향상되고, 모바일 게임의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일어난 변화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기존 카테고리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왜 무거운 전용 게임기를 구매하는가?'라는 질문은 남는다. 이미 강력한 게임기로써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데, 왜 추가로 스위치나 스팀덱을 사는 것일까? 이는 그저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문화적, 경험적 선택이다. 전용 게임기는 물리적 버튼이 주는 촉각적 만족감, 게임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어쩌면 '진지한‘ 게이머로서의 정체성 표현까지, 스마트폰이 제공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제공한다. 스마트폰 알림에 방해받지 않고, 손에 딱 맞는 그립감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많은 게이머들에게 중요한 가치다. 결국 무거워지는 포터블 기기와 무거워지는 모바일 게임은 ‘같은 현상의 두 측면’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게이머들이 더 깊고 풍부한 경험을 원한다는 신호이며, 게임이 단순한 오락보다 몰입형 미디어로 자리잡고 있다는 증거다. 휴대성과 편의성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더 나은 게임 경험을 추구하는 것—이것이 2025년 현재 휴대용 게임 문화의 핵심이다. 마치며 몇 주 전 오후, 나는 친구를 기다리며 조용한 카페 구석 자리에서 샌드위치와 음료를 주문하고 조심스럽게 가방에서 스팀덱을 꺼냈다. 주변을 살피고,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안전한 각도를 찾은 후에야 게임을 시작했다. 친구들과 닌텐도 DS를 들고 '동물의 숲'을 플레이하던 어린 시절의 나와, 오늘날 670그램짜리 휴대용 PC를 들고 인적 드문 카페에서 '발더스 게이트3'를 플레이하는 성인이 된 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명확한 연속성도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게임을 통해 다른 세계로 빠져들고, 그 세계를 언제 어디서나 내 손 안에 담고 다니고 싶은 욕구이다. 휴대용 게임 문화의 25년 여정을 돌아보면, 기술적 변화의 속도와 규모는 정말 놀랍다. 게임보이의 흑백 픽셀에서 스팀덱의 고화질 3D 그래픽까지, 2KB 게임 카트리지에서 100GB 이상의 다운로드 게임까지, 링크 케이블을 통한 두 명의 연결에서 전 세계 수백만 명이 동시에 접속하는 온라인 게임까지. 이러한 기술적 진화는 게임 경험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확장해왔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것은 '포터블'과 '모바일'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을 재구성해왔는지에 관한 문화적 변화이다. 휴대용 게임기는 단순한 기술적 장치를 넘어 우리의 시간, 공간, 사회적 관계를 재조직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시간의 측면에서, 휴대용 게임은 '틈새 시간'의 개념을 변화시켰다. 과거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5분, 병원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30분과 같은 시간들은 그저 '죽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휴대용 게임은 이러한 시간들을 의미 있는 경험으로 채울 수 있게 해주었다. 동시에, 모바일 게임의 푸시 알림과 일일 퀘스트는 우리의 시간 인식과 일상 리듬에 게임의 논리를 침투시켰다. 공간의 측면에서, 휴대용 게임은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경계를 흐렸다. 지하철, 카페, 공원과 같은 공적 공간은 이제 게임 경험의 배경이 되었다. 이것은 공간의 용도와 의미를 변화시키고, 때로는 공공장소에서의 적절한 행동에 대한 사회적 규범에 도전하기도 했다. 사회적 관계의 측면에서, 휴대용 게임은 새로운 형태의 교류외 공동체를 만들어냈다. 로컬 멀티플레이는 직접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했고, 온라인 기능은 물리적 거리를 넘어선 연결을 가능하게 했다. 때로는 디지털 연결이 실제 대면 관계를 보완하거나 대체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포터블'과 '모바일'이라는 두 개념은 끊임없이 충돌하고 융합하며 진화하고 있다. 포터블이 의미하는 전용성과 깊이, 모바일이 상징하는 접근성과 일상성은 때로는 대립하고, 때로는 서로를 보완하며 휴대용 게임 문화를 형성해왔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모든 기술적, 문화적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근본적 욕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연결, 몰입, 도전, 성취를 향한 갈망은 게임보이 시대에도, 스마트폰 시대에도, 스팀덱 시대에도 휴대용 게임 문화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연결에 대한 욕구는 포켓몬 교환에서 온라인 멀티플레이어 게임으로, 몰입에 대한 욕구는 테트리스의 단순한 집중에서 오픈 월드 RPG의 복잡한 서사로, 도전과 성취에 대한 욕구는 하이스코어 경쟁에서 트로피와 업적 시스템으로 그 형태만 다를 뿐, 본질은 동일하다. 이러한 욕구들이 휴대용 게임 문화의 진정한 원동력이다. 기술은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더 좋은 그래픽, 더 강력한 프로세서, 더 큰 저장 공간은 결국 더 깊은 몰입, 더 풍부한 연결, 더 의미 있는 도전과 성취를 위한 도구이다. 카페에서 조심스럽게 스팀덱을 꺼낸 그 순간, 나는 여전히 공적 공간에서의 게임 행위가 갖는 미묘한 긴장감을 느낀다. 그것은 25년간의 기술적 진화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문화적 위치가 여전히 협상 중인 상태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그 작은 기기 속에서 펼쳐지는 방대한 세계는 게임 경험의 본질적 가치를 증명한다. 결국 휴대용 게임의 미래는 단순한 기술적 혁신이 아닌, 인간의 근본적 욕구와 문화적 맥락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 속에서 형성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포터블'과 '모바일'이라는 개념은 계속해서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고, 우리의 일상을 재구성해나갈 것이다. 21세기 첫 25년의 여정이 그러했듯이, 앞으로의 25년도 기술적 발전과 인간적 지속성이 공존하는 흥미로운 변화의 연속일 것임을 기대한다. 그리고 그 여정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주머니 속에 작은 세계를 담아 다니며, 그 세계를 통해 게임을 즐기게 되지 않을까? 참고자료 권용만. (2015). NDS와 PSP를 중심으로 분석한 휴대용 게임기의 인터랙션 진화 윤장원. (2011). 아이폰 게임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분석 -휴대용 게임기 게임과 아이폰 게임의 사례 비교를 중심으로- Christian McCrea. (2011). We play in public: The nature and context of portable gaming systems. Tags: 모바일, 닌텐도, 포터블, UMPC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과학연구원 이미몽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닌텐도 게임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몇 개월 전 스팀덱을 할부로 구매하여 열심히 즐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선 문화매개를 전공했고, 현재는 일본의 리츠메이칸 대학교 첨단종합학술연구과 박사과정에 재학중 입니다. 게임과 웹툰 등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와 문화를 연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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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View] 21세기 1쿼터를 마무리하며
나이든 게이머들에겐 섬뜩하게 들릴 수 있지만, 2000년대가 시작된 것도 올해로 벌써 25년, 한 쿼터가 지났습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 말을 되새겨보면, 우리네 강산은 벌써 두 번 하고도 반은 변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온라인 대중화에 힘입어 디지털게임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던 시점도 아마 그와 비슷한 만큼의 시간을 겪어왔을 것입니다. < Back [Editor's View] 21세기 1쿼터를 마무리하며 23 GG Vol. 25. 4. 10. 나이든 게이머들에겐 섬뜩하게 들릴 수 있지만, 2000년대가 시작된 것도 올해로 벌써 25년, 한 쿼터가 지났습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 말을 되새겨보면, 우리네 강산은 벌써 두 번 하고도 반은 변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온라인 대중화에 힘입어 디지털게임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던 시점도 아마 그와 비슷한 만큼의 시간을 겪어왔을 것입니다. 21세기의 첫 1쿼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GG는 지난 사반세기를 돌아보는 기획을 꾸렸습니다. 갈수록 세상이 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디지털게임이 시간을 겪으며 역사화하는 과정에서 잠시 착시를 겪기도 합니다. 25년 전에 유행하던 게임은 오락실 게임이 아니라 <스타크래프트>와 <펌프잇업>이었고, <갤러그>나 <테트리스>같은 초창기 아케이드 게임들은 아예 머나먼 과거의 이야기로 넘어가버린 지 오래입니다. 지난 25년의 세월동안 디지털게임과 그를 둘러싼 문화는 다시 되돌아보면 충격적일 정도로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장르와 플랫폼을 넘어 게임하는 사람들의 구성과 인구 자체도 대격변을 겪은 것이 21세기 첫 쿼터를 보낸 디지털게임의 변화일 것입니다. 한국에서 막 게임문화라는 것이 대중성을 가져가기 시작할 때 즈음의 모습을 다시 되새김으로써 우리는 지금 우리의 게임과 게임문화가 나아가는 방향을 한번쯤 점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이상 디지털게임을 뉴미디어라는, 다소간의 경외와 다소간의 과장이 섞인 개념만으로 부르기는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보편미디어의 일환으로, 마치 공기처럼 그 존재가 특별히 여겨지지 않는 무언가로 자리잡기 시작한 디지털게임의 오늘을 사유하기 위해 우리는 25년전의 과거 모습과 오늘의 게임을 비교해 봅니다. 그리고 오늘 이 순간에 꽂아둔 GG 23호라는 마일스톤 하나를 통해 다가올 2050년에 또 한번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21세기의 두 번째 쿼터도 늘 GG와 함께 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드림.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유년기부터 게임과 친하게 지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이야기를 업으로 삼은 것은 2015년부터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일련의 계기를 통해 전업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2016), 『81년생 마리오』(2017), 『게임의 이론』(2018), 『슬기로운 미디어생활』(2019), 『현질의 탄생』(2022) 등의 저서,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 〈다큐프라임〉(EBS, 2022), 〈더 게이머〉(KBS, 2019), 〈라이즈 오브 e스포츠〉(MBC, 2020)등의 다큐멘터리 작업, 〈미디어스〉'플레이 더 게임', 〈매일경제〉'게임의 법칙', 〈국방일보〉'전쟁과 게임' 등의 연재, 팟캐스트〈그것은 알기 싫다〉'팟캐문학관'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 게임과 사회가 관계맺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한다. 게임연구소 '드래곤랩' 소장을 맡고 있다.
- 넷마블 게임 박물관에 느꼈던 게임의 과거와 미래
2025년 3월 넷마블 게임 박물관이 정식으로 일반 공개를 시작했다. 넷마블 게임 박물관은 아직 정확하게 공지는 되지 않았지만 현재(2025년)기준으로 한국에서 최초로 정부에 등록된 게임을 테마로 한 박물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국내에서 이름에 컴퓨터가 들어간 등록박물관은 2023년 기준으로 넥슨 컴퓨터 박물관이 유일하다.) < Back 넷마블 게임 박물관에 느꼈던 게임의 과거와 미래 23 GG Vol. 25. 4. 10. 넷마블 게임 박물관 문을 열다. 2025년 3월 넷마블 게임 박물관이 정식으로 일반 공개를 시작했다. 넷마블 게임 박물관은 아직 정확하게 공지는 되지 않았지만 현재(2025년)기준으로 한국에서 최초로 정부에 등록된 게임을 테마로 한 박물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국내에서 이름에 컴퓨터가 들어간 등록박물관은 2023년 기준으로 넥슨 컴퓨터 박물관이 유일하다.) 물론 이전에도 게임을 가지고 있는 박물관이 없지는 않았다. 레트로 게임 카페를 표방하는 개인이 운영하는 공간이나 제주도에 있는 컴퓨터 박물관, 지금은 없어졌던 제로하나 박물관에도 과거의 게임을 상당 수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럼에도 서울이라는 접근성과 게임 업계에서는 대기업에 속하는 넷마블이 운영한다는 지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넷마블의 게임 박물관에 기대하는 부분이 컸다. 필자는 게임 박물관이 일반 공개를 시작한 날과 두번째 주의 평일의 시간을 골라 방문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면서 박물관도 조금씩 개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 언급된 내용이나 정보가 방문 시점에는 다를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이야기하고 싶다. 또한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박물관 개관 준비의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완전히 객관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싶다. * 넷마블 박물관 초입 (직접촬영) 넷마블 박물관 직접 가보다. 역사속에서 초기의 박물관은 여러 유산들을 모아서 대중에게 공개하는 형태였다. 넷마블의 게임 박물관도 이러한 형식은 충실히 지키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넷마블의 게임 박물관을 처음 방문하면 넓은 공간에서 “나 혼자만 레벨업”의 주인공이 이야기해주는 인류의 게임에 대한 역사를 짧게 훑는 영상을 보여준 후, 보이는 수장고로 넘어간다. 보이는 수장고는 초반의 수장고와 유물에 대한 전시 공간은 게임 관련 유물을 보여주는 주된 공간이며 특히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1980년대 이전의 기기들은 레플리카이긴 하지만 사진이 아니라 실제 기기를 볼 수 있다는 점은 넷마블 게임 박물관이 가지고 있는 큰 장점이다. 2배로 크기를 키운 둘을 위한 테니스나 PDP-1의 레플리카에서 재현한 스페이스워!(Spacewar!)의 동작화면은 국내에서는 쉽사리 보기 힘든 물건이며 전시 공간 마지막에 존재하는 실물 컴퓨터스페이스(ComputerSpace) 역시 마찬가지다. * 보이는 수장고 전경 (직접 촬영) 보이는 수장고 오른편에는 보기 힘든 수장품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보이는 수장고는 뒤에도 공간이 있어 수장품들의 뒷모습들도 확인할 수 있다. 90년대 대기업들에서 정식 발매된 가정용 게임기용 기기들이나 팩과 패키지 매뉴얼들의 실물은 지금은 대부분 수집가들의 손에 들어가있기 때문에 실물을 실제로 보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물건을 확인할 수 있는 보이는 수장고는 정말 좋은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 보이는 수장고 뒷편 보이는 수장고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소장품 인벤토리는 대형 스크린 5개로 이루어진 키오스크로 수장품들의 이미지가 계속 흘러가면서 이미지를 터치하면 수장품들의 정보를 확인 할 수 있다. 소장품들이 적지 않아서 흘러가는 소장품의 이미지를 보는 것도 즐거움을 준다. * 소장품 인벤토리 이렇게 보이는 수장고가 끝나면, 좀 더 어린 연령대의 관람객들을 위한 자신의 적성에 맞는 게임 개발자를 알아볼 수 있는 체험 키오스크나 게임 개발자들의 테이블과 실제 게임 개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려주는 프로젝션 아트, 그리고 이어서 <제2의 나라>에서 게임 캐릭터 생성을 체험하는 코너가 나온다. 연령대에 따라 관심사가 갈리는 콘텐츠일 수 있겠지만 <제 2의 나라> 게임 개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컴퓨터 모니터와 벽면을 넘나드는 캐릭터의 설명은 한번쯤 봐 둘만 하다. * 오른쪽 버튼을 꼭 눌러 보길 바란다. 게임의 사운드 트랙과 함께 박물관의 두번째 아카이브인 라이브러리가 나온다. * 도서 라이브러리 게임 박물관의 라이브러리는 다양한 책들이 존재한다. 해외서적과 함께 최신서적 중심으로 되어있긴 하지만 책은 점차적으로 늘려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 아카이브 키오스크 한편 한 켠엔 1990년부터 2010년대의 한국의 게임 역사를 정리해놓은 디지털 아카이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 디지털 아카이브는 인터랙티브 키오스크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해당 기가 한국에서 있었던 주요 게임 사건과 함께 당시 자료들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여기까지 지나면 게임에 등장하는 한국과 함께 마지막으로 올해 11월 30일까지 진행하는 한국 PC 게임 스테이지 특별전을 하고 있다. 보이는 수장고와 마찬가지로 한국 PC 게임 스테이지 역시 90년대 한국 PC 패키지 게임의 실물과 역사를 간략하게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으며, 지금은 실물을 보기 매우 힘들어진 당시 PC게임 패키지와 매뉴얼등의 실물이 실제 전시되어있다. * 게임 체험존 마지막으로는 누구에게나 인기가 있는 게임 체험 존이 존재한다. 고전 아케이드게임 중심의 체험존이긴 하지만 실제 이야기를 들어보면 넷마블 사내 카페인 'ㅋㅋ다방'은 외부인들도 이용 가능하다보니 어린이들은 자리를 안떠나려고 하고 있고, 보호자들이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게임을 좋아하는 데는 연령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보인다. 게임 박물관 VS 컴퓨터 박물관 한국에서도 컴퓨터 테마의 박물관은 몇 군데 존재하며, 게임 박물관을 표방하는 개인이 운영하는 곳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비교를 해볼수 있는 곳이라면 정식으로 국가에 등록된 박물관들과 비교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국내에서 현재 컴퓨터 등을 테마로 한 등록된 박물관은 넥슨 컴퓨터 박물관 정도이다. 시대가 흐르면서 컴퓨터 역시 수집 대상이 되었고 박물관의 전시품에 포함되고 있다. 넷마블 게임 박물관 옆에 있는 G밸리 산업 박물관에서도 90년대 국산 가정용 컴퓨터들이 전시되어있으며 국립 중앙 박물관의 어린이 박물관 등에는 PC통신 시절 사용하던 단말기가 통신의 역사를 설명하며 배치되어 있었던 적도 있다. 한양대 박물관에는 국내 초창기의 아날로그 컴퓨터가 존재하며, 한글 박물관 또한 다양한 한글 시대 컴퓨터 소프트웨어들을 소장하고 있기도 하다. 이와 함께 조금씩 게임들이 전시되어있는 부분도 찾아볼 수 있다. 넥슨 컴퓨터 박물관의 경우 주된 테마는 컴퓨터이기 때문에 게임 박물관과 바로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1층의 가정용 게임기의 발전과 실물 가정용 게임기의 전시라든가, 게임 사운드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체험 코너, 그리고 2층의 게임 체험 공간과 라이브러리, 3층의 교육코너와 함께 있는 오픈수장고들은 현재 디지털 기기 및 게임 박물관에서 어떤식으로 전시 및 체험을 진행하는지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 있음을 알수 있다. 오픈 수장고의 경우 넥슨 컴퓨터 박물관의 경우는 거리가 있고 살펴보기 힘들게 배치되어 있다면 넷마블의 그 것은 좀 더 보기 좋게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라이브러리의 경우는 넥슨 컴퓨터 박물관이 좀 더 오래되었다 보니 과거 자료를 좀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번에 개관한 넷마블 게임 박물관의 경우는 매우 고가에 거래되는 수집품이 되어버려 그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던 국산 가정용 게임들의 실물을 오픈 수장고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한편 넥슨 컴퓨터 박물관이 가장 자랑하고 있는 콘텐츠인 복원된 바람의 나라나 PC통신 서비스 같은 국내의 환경을 재현한 게임환경들은 넷마블에서는 체험해보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 넥슨 컴퓨터 박물관의 PC통신 체험코너 (2013년 직접 촬영) 조금 강하게 평가하자면 넷마블 게임 박물관에 대한 느낌이라면 보기 힘든 유물들이 잘 정리되어있는 유물 쇼룸이다. 어디서도 보기 힘든 우주 거북선 패키지 라든가, 실물을 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정식 발매된 국산 게임기들, 레플리카지만 테니스포투(Tennis For Two), MIT PDP-1, 거의 원본에 가깝게 복각해놓은 마지막 코너의 퐁 까지 다큐멘터리나 책에서나 볼 수 있는 기기들을 실제로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은 넷마블 게임 박물관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강점이며, 레트로 게임 마니아나 게임의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이면 한번 쯤 눈으로 봐야하는 물건들이 정말 많다. 다만 박물관 운영 초기라 이러한 유물에 대한 정보가 부드럽게 전달되는 지는 아쉬움이 있다. 일반적으로 박물관이라면 유물 옆에 좀 길게 적어놓은 텍스트 패널을 둘 법 하지만 넷마블 게임 박물관의 경우 이러한 설명들을 모두 한 단계 아래에 숨겨놓은 경향이 강하다. 전체 디자인 철학이 그렇게 디자인되었다는 느낌인데, 이렇다보니 좀 거칠게는 쇼룸이라는 느낌을 주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본다. 대부분의 설명을 QR코드로 들어갈수 있는 음성 안내 페이지나 인터렉티브 키오스를 통해 볼 수 있다는 점은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나 사람이 많이 몰릴 경우, 혹은 키오스크를 놓치는 사람이라면 유물에 대한 설명을 놓칠수 있다는 점은 박물관의 구성에서 특히 아쉬운 부분이었다. * 인터랙티브 키오스크 과거를 전시한 박물관과 게임 박물관의 미래 넷마블 게임 박물관에 대한 평가를 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다. 어떤 사람들은 소장품 구색의 아쉬움을 이야기 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도서관에 대한 자료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고, 공간의 크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먼저 던져봐야 할 것 같다. 그래서 게임 박물관은 어떤 것을 전시해야 할 것인가. 앞서 말했듯이 넷마블 박물관은 희귀한 게임 관련 유물들이 정말 많다. 물론 게임 팩이나 가정용 게임기에 한정하면 더 많이 모은 수집가들이 존재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박물관의 전시는 대부분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넷마블 게임 박물관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명확해진다. “유물이 존재하지 않는 게임들은 어떻게 전시할 것인가.” 우리는 지금은 대부분 구성품이 존재하지 않는 게임을 즐기고 있다. 가정용 콘솔이나 PC용으로는 패키지들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게임 구매의 주된 흐름은 주문형 게임으로 넘어가고 있으며 게임 패키지의 구성품도 소장용으로 나오는 아주 소수로 찍어 프리미엄이 붙는 패키지 외에는 칩만 들어가있으며, 게임에 대한 설명등은 유튜브나 홈페이지로 대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편 과거의 게임들은 에뮬레이터나 어밴던웨어 등으로 현재의 기기에서 즐길수 있는 경우가 존재하긴 하지만, 당시 패키지의 물성이나 기기의 물성들을 직접 체험하기는 매우 힘들다. 그렇다보니 전문가라는 사람이 매뉴얼을 읽지 않고 기기와 게임의 특성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게임을 평가하는 경우도 발생하기 쉬운 상황이기도 하다. 이러한 게임을 위해서는 넷마블 게임 박물관이란 공간은 정말 필요한 부분이다. 대부분의 고전 게임 패키지들이 수집가들의 손에 들어가 빛을 보기 힘든 상황에서 연구자나 과거 게임의 구성품을 살펴 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한편 2000년대 들어서 이러한 물성이 거의 없이 소프트웨어로만 존재하는 게임들은 박물관에 전시하기 참 힘든 상황이 되었다. CD 등으로 나오기라도 했다면 CD 등을 전시하겠지만 USB 디스크등의 실물 조차 안나오고 다운로드로만 존재했던 게임이라면 어떤 것을 전시해야할 것인가.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고민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의문은 게임을 어떻게 아카이브할 것인가와도 연결된다. 특히 온라인 게임 중심의 시장이 진행되어온 한국에서는 이러한 문제는 더욱더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게임을 어떻게 아카이브 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들은 사실 전세계적으로도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다만 점차 이러한 논의들이 활발해져가면서 미국, 유럽, 일본등에서는 단체등이 생기면서 점차 연구나 토론이 늘어나고 있다. 한편 유물로서의 게임만 전시하다보니 당대의 게임 문화, 개발자, 환경들에 대한 전달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도 약점이다. 유물에 대한 설명들도 아쉬운 지점들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박물관의 준비 문제라기보다는 이러한 연구 자체가 부족한 한국 게임 학계의 토양에 대해 이야기해야할 것이다. 넷마블 게임 박물관이 게임의 미래도 보존하길 바라며 시작하면서 박물관의 역사에서 유물의 전시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현대의 박물관의 역할은 좀 더 다양해졌다. 앞서 말한 아카이브와 함께 연구, 교육 등이 전시와 함께 따라오는 박물관의 역할이다. 박물관의 입구에서는 청소년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습지들이 존재하며, 라이브러리에 존재하는 <배틀 가로세로> 풍의 퀴즈 게임들은 어린이들이 박물관에서 학습할 수 있는 좋은 체험 프로그램이지만, 이러한 체험활동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공간의 아쉬움은 있다. 첫번째 방의 게임 영상이나, 제2의 나라 체험관 같은 넓고 화려한 체험관도 좋지만 좀 더 박물관스러운 아날로그한 학습공간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마블 게임 박물관의 개설이 반갑다. 지금까지의 한국에서는 게임 역사를 정리할 구심점이란 것이 부족했었고 이러한 박물관같은 구심점이 생겨나면 자석처럼 자료와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꾸준한 투자만 계속 된다면 박물관을 중심으로 새로운 유물들이 모이고 연구가 계속되며 네트워크가 생겨날 수 있다. 이렇게 모인 자료들과 사람들은 새로운 게임의 역사를 조명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대의 박물관은 유물을 한번 배치하고 끝나는 고정된 공간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기획전과 교육 프로그램 업데이트 되는 지식들을 피드백하는 공간이 되었다. 넷마블 게임 박물관 역시 앞으로의 게임을 아카이브하며 새로운 역사를 정리해나가는 게임 역사를 전시하는 공간의 최전선이 되기를 희망한다. Tags: 넷마블, 아카이빙, 박물관, 학예연구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개발자, 연구자) 오영욱 게임애호가, 게임프로그래머, 게임역사 연구가. 한국게임에 관심이 가지다가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것에 취미를 붙이고 2006년부터 꾸준히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고 있다. 〈한국게임의 역사〉, 〈81년생 마리오〉등의 책에 공저로 참여했으며, 〈던전 앤 파이터〉, 〈아크로폴리스〉, 〈포니타운〉, 〈타임라인던전〉 등의 게임에 개발로 참여했다.
- <사이렌> 속 불쾌한 플레이
리플레이 디자인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사이렌>의 내러티브는 더욱이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다. 이 게임의 내러티브 진행은 극도로 제한된 정보량으로 제공되는 내러티브 전개이다. 게이머는 일반적으로 주어진 스테이지를 플레이하면서 게임의 스토리를 파악하기 어렵다. <사이렌>은 그저 스테이지가 시작하면 게이머에게 클리어 조건을 제시하고 방치한다. < Back <사이렌> 속 불쾌한 플레이 23 GG Vol. 25. 4. 10. <사이렌(サイレン; SIREN)>(SCEジャパンスタジオ, 2003)은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재팬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호러 어드벤처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시리즈의 공통적인 줄거리는 주인공 일행이 (당장은) 알 수 없는 사건으로 인해 농어촌 마을에 갇힌 상태에서 살아 남아 탈출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제목이 알려주듯, 이 알 수 없는 사건이 발생했음을 알려주는 알림이 바로 ‘사이렌 소리’이다. 기본적으로 <사이렌>은 시리즈의 틀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사이렌>의 특징은 사실적인 인물 표현과 실제 일본 풍경을 참조한 현실적 호러 묘사다. 게임은 심리적 공포를 유도하는 방식을 주로 이용하는데, 이를 극대화하는 요소로 채택하고 있는 것이 ‘시인(屍人; 시비토)’이다. 시인의 디자인은 흔히 볼 수 있는 인간형 귀신이나 좀비처럼 그로테스크하게 표상되는데, 이들 시인은 인간일 적에 했을 법한 일상적 행동을 반복적으로 수행한다. 경찰관 시인은 총을 들고 순찰하며, 농부 시인은 낫을 들고 작물을 수확하거나 엽총을 들고 새를 쫓는 행위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괴물이면서도 동시에 인간적임을 표현하는 시인의 존재는 <사이렌>의 리얼리티와 엮이며 역설적이면서도 기묘한 공포감을 강조한다. 심리적 공포와 현실적인 디자인으로 여전히 훌륭한 호러 게임으로 평가받는 <사이렌> 시리즈이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 게임을 플레이한 게이머들이 게임에 대해 어렵고 짜증난다는 평가를 남기고 있다는 점이다. 야후 재팬 지혜봉투 [1] 에서 한 유저는 “<사이렌>이라는 게임은 어렵다고 들었는데, 플레이하면서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짜증나는 느낌인가요? (…) ” [2] 라고 질문을 올리기도 하고, 관련 질문에도 난이도에 대해 알려달라고 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일본 실황 영상 타이틀에는 빠지지 않고 난이도가 높다는 댓글들이 자주 달린다. 오죽하면 일본의 한 블로거 珠音真珠(타마네 펄; 2022)은 “명작 호러 게임 「SIREN」은 무엇이 어려운가 게임 디자인을 해설(名作ホラーゲーム「SIREN」は何が難しいのかゲームデザインを解説)” [3] 이라며 이 게임의 어려움을 설파할 정도이다. * (<사이렌> 실황 타이틀. 난이도 올라가고 있다(難易度上がってきた)라던가, 불합리 오브 불합리(理不尽of理不尽) 등의 문장과 수식어는 그 악명을 보여준다. – 출처: YouTube) <사이렌>의 난이도 악명은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의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뭔지도 모르겠는 지도만 보고 길찾기가 무섭다(O)” [4] 라며 어려워서 무섭다며 비꼬는 의견에 동의하듯이, “옛날 게임 특유의 (비속어) 난이도”라는 덧글이 달리기도 한다. 개인 블로그의 게임 플레이 리뷰나 유튜브 영상에서도 어려움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는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에 걸치는 사이에 출시된 호러 어드벤처 게임에서 어려움을 언급하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다. 일례로 <바이오하자드(Biohazard, 1996)>의 경우, 좀비들을 쓰러뜨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한정적인 수의 총알로 인해 적절한 타이밍에 총을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게이머들 사이에서 높은 난이도로 인해 불만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사이렌>은 이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 리플레이 디자인에서 비롯된 불쾌함 이 게임의 어려움은 무엇이 다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사이렌>이 채택하고 있는 게임 디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이렌>은 공포 뿐 아니라 불편함과 불쾌함을 유발하는 플레이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사이렌>은 가장 기본적인 상호작용 시스템 층위에서부터 불편함을 유발한다. 우선 게임 내 상호작용 버튼을 누르게 되면 게이머가 취할 수 있는 행위를 선택지로 제공하는데, 이를 통해 주변 NPC 부르기(기본 기능)나 아이템 수집, 오브젝트와의 상호작용 행위가 가능하다. 하지만 오브젝트에 다가서도 이 오브젝트와 상호작용하라는 별도의 지시는 나오지 않는다. 앞에 있는 오브젝트가 상호작용이 가능한 것인지, 어느 정도까지 가까이 가야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 수집이 가능한 물건인지, 심지어 이것이 게임을 클리어하는 데에 필요한 것인지조차도 게이머는 직관적으로 알 수 없다. * (<사이렌>의 상호작용 시스템. 거리나 위치에 따라서 상호작용 가능한 개수가 달라진다.) 이러한 시스템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게임 플레이 경험은 어렵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게임의 전반적인 클리어 과정은 시인과의 추격 관계 하에 이루어진다. 게이머는 시인을 피하면서 스테이지 내에서 시인의 행동을 파악하고 [5] , 은신해서 피하며, 스테이지를 탐색하는 식으로 퍼즐 풀이를 해 나간다. 불친절한 지도 시스템은 우리가 찾고 있는 클리어 조건이 어디에 있는지도, 플레이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보여주지 않는다. 불충분한 정보 안에서 게이머는 시인을 피하면서, 혹은 시인을 무력화시켜 가면서 게임 클리어를 위한 단서를 수집해야 한다. 다만 주인공은 시인을 완전히 제압할 수 없다. 일시적으로 쓰러뜨리더라도 시인은 다시 부활한다. 결국 주인공은 시인에게 죽고, 게이머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도 한다. 방금 전까지 쫓아오던 시인의 위치와 행동 패턴은 다시 리셋 되어 주인공 앞에 나타나고, 왔던 길을 다시 지나면서 아까 살펴보지 못한 곳을 다시 살핀다. 점차 공포를 유발하던 시인의 존재는 공포의 표상이 아닌 비대칭적 관계에서 비롯된 장애물로 여겨지게 된다. 게이머가 받는 시인이나 게임 분위기로부터의 공포는 점차 사라진다. 이는 <사이렌>이 채택하고 있는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 디자인이 바로 ‘반복’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반복적인 플레이를 통해 <사이렌>의 공포 경험은 우리가 다른 게임을 하며 경험하는,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목표지향적 놀이로 변화한다. 즉, <사이렌>의 게임 플레이 경험은 다시 하기, ‘리플레이’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 때 공포는 장애물을 극복하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목표지향적 놀이의 부차적인 요소가 되어 어려움을 유발하는 기제로 작동하게 된다. 이미 이 시점에서 공포는 없어졌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의 리플레이는 공포를 피로, 지루함 등의 불쾌함으로 만든다. 정리하자면 우리는 공포에서 변질된 어려움으로 인한 불쾌한 게임 경험을 얻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게이머에게 여전히 최종적으로 게임을 클리어하겠다는 목표가 남아 있다는 점이다. 서튼 스미스는 다양한 유형의 놀이와 게임의 동기 부여 요인에 부정적 감정 또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놀이가 단순히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 아닌, 이러한 감정들을 재인식하여 지배하고 있는 부정적 제약을 벗어나기 위함이라고 보았다(Sutton-Smith, 2008). 즉, 공포에서 불쾌함으로 변화하는 게이머의 부정적 감정 경험은 게임을 계속해서 할 수 있게 만드는 동기의 일체인 셈이다. 게이머는 불쾌함을 해소하기 위해 다시 플레이하게 되고, 비로소 자신에게 주어진 불쾌함의 근원을 해결했을 때 성취감과 함께 게임을 플레이했다고 느끼게 된다. 즉, 게이머가 겪는 <사이렌>의 경험은 부정적 감정을 재인식하고, 정서적 기술을 연마하여, 예측할 수 없는 혹은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의 개발과 실천을 동반하는 시뮬레이션으로써 놀이가 된다(Henricks, 2015a). 난잡한 내러티브 해독 게임 리플레이 디자인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사이렌>의 내러티브는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가 된다. 이 게임의 내러티브 진행은 극도로 제한된 정보 제공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게이머는 일반적 방식으로 주어진 스테이지를 플레이하면서는 게임의 스토리를 파악하기 어렵다. <사이렌>은 그저 스테이지가 시작하면 게이머에게 클리어 조건을 제시하고 방치한다. 제한된 내러티브는 다른 스테이지 내에서 스토리 관련 아이템을 수집하거나 다른 스테이지의 정보(맵 이름, 등장인물 등)와 조합해야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을 반복해도 플레이어는 게임의 기본적인 줄거리를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 이유는 게임 플레이가 여러 캐릭터를 통해 진행되고, 인물 사이의 관계들이 스토리 이해에 중요하게 작용하며, 이 인물들로 조합되는 사건들이 다양한 시간대를 오가며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런 난잡함은 게임 내러티브 이해 자체를 방해한다. 게이머가 느끼는 답답함과 의문은 특정 엔딩에 도달하더라도 풀리지 않기도 한다. 이처럼 게이머가 겪는 두루뭉실한 내러티브 참여는 불쾌한 게임 경험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 (시간대, 등장인물을 표시해주는 ‘링크 내비게이터 시스템’) 또 하나의 난점은 ‘종료조건’이다. <사이렌>의 종료조건은 일반적으로 다른 게임에서 볼 수 있는 클리어 요건이다. 그러나 독특하게도 이 게임에서의 종료조건은 한 스테이지에 2가지가 존재한다. 2번째 종료조건은 해당 스테이지가 아닌 다른 스테이지에서 특정한 조건을 달성하거나 아이템을 수집해야만 등장한다. 이 때문에 게이머는 다른 종료조건을 가진 채로 이전에 플레이한 스테이지를 다시 플레이해야만 한다. 앞선 게임 플레이 디자인이 의도하듯이, <사이렌>은 리플레이 유도를 내러티브 전개에서도 활용한다. 종료조건 또한 게임 플레이와 내러티브 디자인이 의도한 불편함을 유발하는 중요한 장치인 셈이다. * (<사이렌>의 종료조건. 특정 위치에 도달하는 것이 기본 목표이다.) 이렇게만 보면 이 게임은 마치 게이머에게 불쾌감만을 주기 위해 디자인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내러티브 참여의 불쾌한 경험이 단순히 재미나 즐거움을 반감시키기 때문에 놀이로 기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게이머가 계속해서 내러티브에 참여하며 플레이하게 되는 것은 결국 몰입에 의해 이루어진다. 허나 몰입은 지루함과 불안 사이의 중간 지점에 존재하는 상태로 긍정적 감정 경험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Henricks, 2015b; Calleja, 2022). <사이렌>의 내러티브 경험은 난해, 불편, 불쾌와 같은 부정적 감정을 수반하지만, 게이머는 내러티브를 이해하기 위한 정보를 종합하여 앞으로의 플레이에 반영한다(Henricks, 2015b; Calleja, 2022). 게이머가 겪는 불편하고 불쾌한 내러티브 참여 과정 그 자체는 놀이 과정의 한 단계로 기능하게 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게임 시스템은 ‘아카이브’이다. 여러 게임에서도 아카이브는 존재하지만, <사이렌>의 아카이브는 내러티브 이해를 위해 필수적이다. 특정 아이템에서 도출되는 텍스트는 게임 내 별도의 기능인 아카이브에 저장된다. 아카이브는 게임 설정이나 스토리의 일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당연하게도 아카이브만으로 내러티브를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러나 파편화되어 있는 아카이브를 모으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며 얻는 내러티브 정보와 이어 붙이는 작업을 통해 비로소 <사이렌>의 스토리는 이해할 수 있는 글이 된다. 남아 있는 불쾌함을 해소하기 위한 게임 텍스트 밖 놀이 정말 놀라운 사실은 두 가지 방향(게임 플레이 & 내러티브 이해)에서 게이머가 열심히 노력해도 진정으로 <사이렌>을 완전히 즐길 수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해도 이 게임의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스토리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스테이지의 모든 부분을 가 보고, 상호작용해 보고, 모든 텍스트를 정리해서 자기 나름의 설정집을 만들어본다면 혼자 힘으로도 가능하다. 이쯤 되면 이 게임은 사실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가진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사이렌>이 그만큼 치밀하고 방대하게 짜여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독특한 파고들기 요소가 가미된 것은 맞지만, 게이머에게 불편함을 유발해 어려움을 겪게 하고 불쾌한 감정을 경험하게 만드는 것은 게임 디자인 의도된 결과이다. 그러므로 한 명의 게이머가 이 게임을 전부 파헤치길 바랬던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사이렌>에 관한 게임 플레이 공략과 내러티브 이해를 위한 커뮤니티 실천이 곳곳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일본의 경우, 인물이나 시계열순으로 시나리오 공략을 작성하거나 [6] , 아카이브만을 위한 공략 등 [7] 이 존재했고, 한국의 경우도 시스템부터 스테이지 순서대로 공략을 작성하는 등의 노력 [8] 들이 있었다. 물론 공략이 활발했던 것이 당시 <사이렌>만의 특징이라고 할 순 없다. 여기서 또 하나의 독특한 양상은 난잡한 내러티브를 정리하려는 실천이 공략뿐만 아니라 2차 창작까지 이어지기도 했다는 점이다. 일본의 <사이렌> 팬 페이지인 ‘레무리아(Lemuria)’ [9] 는 <사이렌>의 세계관, 설정, 시나리오, 등장인물 등을 활용해 실사 영상을 만들어서 이를 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웹게임처럼 구성되었다. 물론 그 방식은 여전히 <사이렌>과 같이 비-선형적이지만, 게임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장치들을 게임 텍스트 밖에서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해 두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이처럼 <사이렌>을 둘러싼 게임 텍스트 밖 실천들은 엔딩에 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산발적인 내러티브가 어떻게 선형적으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공략이나 관련 글을 접하면서 게이머는 자신의 놀이 반경을 넓혀간다. 게이머는 이런 외부 공략을 보고 자신의 플레이에 반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게임이 끝난 후 다시금 게임 속 이야기를 즐긴다. 즉, 놀이는, 매직 서클과 같이 제한된 영역이 아닌, 분리된 경계가 없고, 게이머 자신만의 해석 프레임에 따라 언제 어디서든 어떠한 행위라도 놀이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Calleja, 2022). <사이렌>에서 겪은 불쾌한 플레이 경험은 게임이 끝난 후의 일상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메타게임 플레이 과정 중 하나이다. 나가며 <사이렌>의 플레이는 내가 느끼는 불편함과 불쾌함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놀이이다. 게이머는 게임 디자인이 의도한 리플레이를 피하고자, 제한적인 정보를 효율적으로 조합하여 공략을 찾아간다. 이러한 플레이 속에서 접하게 되는 내러티브는 산발적이고, 난잡하다. 나아가 같은 스테이지를 강제적으로 반복하기도 한다. 그러나 게이머는 <사이렌>을 즐기기 위해 타인의 공략을 참조하거나 스토리가 정리된 글 또는 영상을 보는 등의 행위를 통해 메타적 실천을 행한다. 이 사이클이야말로 <사이렌>이 제시하는 부정적 감정 경험으로서 놀이이다. 물론 이는 모든 게이머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수수께끼와 같은 구조에서 파고드는 재미를 느끼거나, 게임이 제시하는 불편함조차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플레이 요소로 여겨질 수도 있다. 또 놓쳐서는 안 될 지점은 <사이렌>이 제공하는 불쾌한 게임 경험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놀이는 아니라는 점이다. 서튼 스미스나 헨릭스가 말하듯이, 놀이는 모든 감정 경험에서 발생한다. 그러므로 특정한 놀이는 긍정적 감정 추구가 아닌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생존하는 놀이로 존재해왔다(Henricks, 2015a). 그러나 본고는 우리가 이 게임에 대해서 왜 어렵다고 느끼고, 또 남겨진 평가에서 왜 자신의 불쾌했던 경험을 표출하는가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해석을 덧붙여보고자 했다. 비단 이러한 놀이 양상은 <사이렌>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이렌>을 살펴보고자 했던 출발점은 세간의 평가에 녹아 있는 부정적인 경험에 대한 단상이었다. [10] 이 측면에서 여러 게임에 대한 평가를 찾아보면 굉장히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순수하게 특정 게임의 안티로서 비난하는 글들이나 코멘트를 제외하고도, 게이머들은 종종 부정적이었던 게임 경험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특정 게임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순간의 분노나 불쾌감의 표현을 위해 표출하면서도 ‘그래서 재미없었다’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무용담처럼 ‘난 이런 점이 어려웠고, 되게 힘들고, 그거 때문에 불쾌했지만, 이젠 클리어했지.’와 같은 발언들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이들의 의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여러 불특정 다수와 이를 공유하고 공감하면서 상호간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교환해 나간다. 게이머들은 플레이 당시 부정적이었던 자신의 게임 경험을 되돌아보면서 그 경험을 게시글이나 코멘트, 영상으로 남기고, 이 속에서 플레이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창출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필자는 지금 이 현상에 대해 관찰하고 있고, 여러 아이디어를 정리해보고자 시도하고 있다. 이 글 또한 그 과정 중 하나다. 아직은 엄밀하게 ‘부정적 게임 경험’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여러 이론적 자원을 바탕으로 이러한 현상을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라고 제언해 보며 글을 마친다. 참고문헌 Calleja, G. (2022). Unboxed: Board game experience and design. The MIT Press. Henricks, T. S. (2015a). Play as experience. American Journal of Play, 8(1), 18-49. Henricks, T. S. (2015b). Play and the Human Condition. University of Illinois Press. Sutton‐Smith, B. (2008). Play Theory: A Personal Journey and New Thoughts. American Journal of Play, 1, 80-123. 참고자료 SCEジャパンスタジオ. (2003). サイレン(SIREN). [Game]. 東京, SONY. [1] 네이버 지식인과 같은 형태의 야후 재팬 질문 사이트이다. [2] https://detail.chiebukuro.yahoo.co.jp/qa/question_detail/q1011257965 [3] https://tamane-pearl-survive.com/%E5%90%8D%E4%BD%9C%E3%83%9B%E3%83%A9%E3%83%BC%E3%82%B2%E3%83%BC%E3%83%A0%E3%80%8Csiren%E3%80%8D%E3%81%AF%E4%BD%95%E3%81%8C%E9%9B%A3%E3%81%97%E3%81%84%E3%81%AE%E3%81%8B%E8%A7%A3%E8%AA%AC/ [4] https://bbs.ruliweb.com/best/board/300143/read/62209319?m=humor&t=now [5] 여기서 ‘환시’라는 적의 시야를 하이재킹하는 시스템이 사용된다. 이 시스템 또한 <사이렌>의 매우 독특한 시스템이지만, 이번 분석에서 환시는 <사이렌>이 의도하는 플레이에서 어려움을 가미해주는 조미료에 가까웠다. [6] http://kremnant.html.xdomain.jp/siren/siren-character.html [7] https://niwaka-games.com/2018/05/15/2466/ [8] https://blog.naver.com/gamedonga/223752058889 [9] https://nakadararirurero.wixsite.com/lemuria-sirenda [10] 물론 그 이후 필자는 직접 게임을 해보면서 납득할 수 있는 지점과 그러한 점들이 모여 이 게임을 계속해서 플레이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Tags: 게임디자인, 난이도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문화연구자) 박수진 게임연구에 발을 들인 대학원생입니다. 지금은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첨단종합학술연구과에서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최근엔 게임을 매개로 한 다양한 게임 경험과 일본 내 서브컬처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글 쓰는 건 여전히 어렵습니다.
- [논문세미나] 베트남 게임 환경과 무협문학의 관계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 무술과 영웅담은 문학, 영화, 텔레비전 등 다양한 미디어로 확장되는 무협 이야기를 이루는 근간이 된다. 베트남 현지어로 키엠히엡(kiếm hiệp), 트루옌쯔엉(truyện chưởng)으로 불리는 무협물은 베트남에서 중요한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았다. 20세기 초 베트남에 처음 소개된 무협소설은 인쇄매체와 온라인게임을 통해 다양한 역사적 변천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는데, 우리는 이 글에서 오늘날의 베트남 디지털게임이 다루는 무협 콘텐츠가 어떠한 배경 속에서 무협문학으로부터의 유산을 이어받고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나는 초창기의 무협물에 관한 경험이 베트남의 동시대 게임에 미친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생애사적 접근법과 문화적 근접성의 개념을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 Back [논문세미나] 베트남 게임 환경과 무협문학의 관계 GG Vol. 25. 4. 10. 무협물은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문화에 크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판타지 문학의 하위 장르다. 특히 중국 문화권 혹은 중국 문화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Chen, 2009)을 대표하는 장르로 이야기된다.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 무술과 영웅담은 문학, 영화, 텔레비전 등 다양한 미디어로 확장되는 무협 이야기를 이루는 근간이 된다. 베트남 현지어로 키엠히엡(kiếm hiệp), 트루옌쯔엉(truyện chưởng)으로 불리는 무협물은 베트남에서 중요한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았다. 20세기 초 베트남에 처음 소개된 무협소설은 인쇄매체와 온라인게임을 통해 다양한 역사적 변천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는데, 우리는 이 글에서 오늘날의 베트남 디지털게임이 다루는 무협 콘텐츠가 어떠한 배경 속에서 무협문학으로부터의 유산을 이어받고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나는 초창기의 무협물에 관한 경험이 베트남의 동시대 게임에 미친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생애사적 접근법과 문화적 근접성의 개념을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베트남 무협의 초창기 영향력 베트남 무협 소설의 뿌리는 처음 베트남 독자들이 중국 무협소설을 경험한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 작품들은 무술 소재에 유교적 이상, 역사 소설을 결합한 전통적Oldschool(Hamm, 2005) 중국 무협문학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온 편이었다. 베트남 작가들은 무협물을 베트남 현지 상황에 맞게 각색하기 시작했고, 종종 베트남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룩밧( lục bát) [1] 구절과 같은 베트남 문학의 형식을 사용하기도 했다. 초창기 베트남의 무협물들은 중국 무협의 전통으로부터 강하게 영향을 받았지만, 동시에 로맨스 서사와 같은 프랑스 문학의 요소로부터도 영향받은 바 있어 중국 작품에 비해 보다 말랑말랑한 구성을 가지고 있었다(Phan. 1998). 그러나 1954년 베트남이 남북으로 분단된 이후 정치적 변화를 겪으며 북베트남에서 무협물은 탄압받게 된다. 북베트남 공산정부는 무협물을 체제전복의 도구이자 자본주의적 퇴폐의 상징으로 간주했고, 동시에 이를 해로운 외세의 영향이라고 보았다(Linh 외, 1977).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협물은 남베트남에서 여전히 번성했으며, 특히 홍콩과 대만에서 진용(김용), 량유성, 우롱성, 니광, 구롱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무협작가들이 등장하면서 베트남 대중문화의 한 축을 차지하기 시작했다(Vu, 2015). 베트남 무협물은 1975년 사이공(현 호치민)에서 북베트남이 승리를 거둔 이후 정부 당국으로부터의 지속적인 적대감에 직면했다. 북베트남 당국이 무협 서적을 전면 금지한 이후, 북베트남 사람들은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무협 서적을 돌려 읽기 시작했다. 출판 및 유통이 금지되어 불법으로 수입될 수 밖에 없었던 사본들이 시장 전체로 조용히 퍼져나가는 과정에서 무협물의 매력은 오히려 더 커져갔다(응우엔 통, 2018). 베트남 정부는 1990년대 경제개혁과 미국의 금수조치가 종료되면서부터 무협물 제작과 유통에 대한 접근방식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무협 관련 자료들은 국영 출판사에서 제작하는 합법적 번역출판물들을 통해 다시금 공개적인 자리에서의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 인터넷이 등장하면서부터는 디지털 자료, 영화 콘텐츠, 게임 등을 통해 무협물을 접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들도 나타나게 되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온라인게임에서의 무협 인터넷 기술이 베트남에서 본격화하면서부터는 온라인 게임 플랫폼을 통해 무협물은 다시한번 부각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 온라인게임 Võ Lâm Truyền Kỳ(The Swordsman )와 Cửu Long Tranh Bá(9Dragons ) 가 베트남 전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플레이어들은 김용과 구룡의 작품에 등장했던 무술의 테마와 영웅들의 컨셉을 가져온 이 게임을 통해 무협의 무한한 세계를 경험했다. 무협 온라인 게임은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무협소설(Ge, 2017)에 묘사된 복잡한 세계를 탐험하는 무협무술가 당사자로서의 이야기를 경험하게끔 함으로써 개별 플레이어들의 협력이 가능한 장을 조성했다. * 2000년대 베트남 무협 온라인게임 Võ Lâm Truyền Kỳ 베트남에서의 온라인 무협 게임 붐의 배경에는 플레이어들의 향수가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쳤다. 1980년대, 1990년대에 태어난 이들 무협 게임 플레이어들은 어린 시절부터 소설과 TV 프로그램, 영화 등을 통해 무협물에 익숙한 세대였기 때문이었다. 무협 게임 플레이는 이들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어린 시절 경험했던 무협물의 이야기와 캐릭터에 대해 가진 환상과 정서적 유대감을 다시금 일깨우며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Chan, 2006). 이러한 현상은 생애 초기의 경험이 이후의 행동과 선호도를 형성한다는 인생과정 이론과 일치한다. 베트남 게이머들의 경우, 무협물에 대한 노출이 게임 취향을 형성하는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베트남 – 중국 사이의 영토 분쟁으로 인해 반중 감정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베트남 게이머들은 정치적 갈등과 문화적 감상을 구분했고, 무협물을 비롯한 중국 미디어 콘텐츠들을 계속 수용하고 있었다. 향수는 베트남 전역에서 무협 게임의 인기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무협 관련 콘텐츠들은 베트남과 중국 사이에 존재하는 수천년 이상 이어진 문화적 연관성을 토대로 베트남 플레이어들을 매료시킨다. 양국 간의 역사적 연결은 양국 정부가 중국 미디어 콘텐츠를 베트남 이용자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문학 및 게임 등에서의 무협 소재를 베트남 이용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유지하는 가교로서 작용한다(Yoo et al, 2014). 베트남과 중국 사이의 영유권 분쟁으로 인한 정치적 긴장은 베트남 게이머들이 중국산 무협 게임 플레이를 즐기는 것을 막지는 못했는데, 이는 베트남 게이머들이 정치적 문제와 문화적 소비행동을 분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Kinh Hoa, 2018). 외국 미디어의 수용에 영향을 미치는 두 문화 간의 유사성 정도를 의미하는 문화적 근접성 개념 또한 베트남에서의 무협 게임 인기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개념이다. 문화적 근접성은 베트남 시장에서 무협 게임의 수용을 촉진했으며, 플레이어는 충성심과 명예, 무술 철학과 같은 무협을 통해 공유된 문화적 주제와 가치를 반영하는 게임에 더욱 강한 유대감을 느꼈다(Straubhaar, 1991). 베트남 무협 게임 시장은 아시아 게임사들의 효과적인 홍보 전략을 통한 지속적인 사업전략적 선택 덕에 갈수록 번창하는 중이다. 게임 프랜차이즈로서의 무협물이 가진 인기에 힘입어 베트남 게임 개발사들은 무협을 주제로 한 게임들을 자사의 주요 제품 라인으로 채택하게 되었다. 이들 업체는 보다 저렴한 라이선스 비용으로 이미 무협 게임을 좋아하는 베트남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중국으로부터 무협 게임 수입에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사가 무협물을 테마로 선택하는 주요한 이유로 이들 무협물이 베트남 플레이어들의 문화적 선호도를 충분히 충족하고 있고, 무협물 콘텐츠에 대한 기존의 시장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MIC, 2019a). 이는 통계상으로도 드러난다. 베트남 정보통신부(MIC, 2019a)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 사이에 308개의 온라인 게임이 PC 혹은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으며, 이들 중 95%는 무협물 혹은 무협 컨셉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2019년 상반기에 수입된 게임 중에서는 90%가 무협 컨셉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MIC, 2019b). 베트남 문화부 웹사이트에 게시된 최신 보고서(MIC, 2024)에서도 무협 게임의 수입 우세가 뚜렷하게 기록되는 것으로 볼 때 무협물의 강세는 여전히 지속되는 중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은 인기 MOBA게임이 무협게임의 소비자층을 줄이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한데, 다른 장르의 유행에도 불구하고 무협게임의 팬층 자체는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맥락에서의 베트남 무협물 무협물은 베트남에서 큰 성공을 거둔 반면, 서구 시장에서는 그다지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중국 철학, 무술과 같은 소재들이 강조된 무협물 속의 문화적, 서사적 뉘앙스가 관련 배경지식이 없는 서양인들에게는 생소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무협물 서사는 중국 문화의 깊은 곳까지를 파고들기 때문에 서구권 수용자들에게 무협은 이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Frisch, 2018). 실제로 무협물을 영어로 번역할 때 서양 언어에는 각각의 무협 개념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용어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 또한 무협물이 서구권에 알려지기에 어려운 또다른 요소로 작용한다(Earnshaw, 2018). 그 결과 무협 기반 게임은 베트남을 비롯한 동아시아, 동남아시아에서 보여준 성공과 달리 서구권에서는 상대적으로 틈새 시장에 머무는 형태가 되었다. 서양과 동양의 게임문화 간 차이는 무협 게임의 차별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서양 게임들은 종종 군사화된 남성성, 전략 기반의 전쟁, 식민지 서사를 강조하는 반면, 동아시아 게임에서는 판타지와 신화, 무술적 전통이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시적 기교에 가까운 무술의 기교나 무협물에서 활용하는 역사적 우화와 같은 간접적 뉘앙스들은 서구 이용자들의 무협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무협 서사가 가진 복잡성과 어려움은 무협 게임에도 영향을 미쳐, 서구권을 포함한 글로벌로의 진출이 제한되며 무협 게임은 주로 동아시아 특유의 문화현상으로서의 위상이 강화되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에서의 무협 게임은 문학과 영화 등을 통해 다양하게 각색된 장르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친화도 덕분에 게임업계에서는 지속적인 활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베트남의 게임산업 발전에 대한 열망 또한 무협물의 영향을 받았다. 투언 티엔 키엠(Thuận Thiên Kiếm) [2] 과 같은 베트남산 무협 게임을 제작하려는 시도는 국가의 역사와 신화를 게임 서사에 통합하려는 열망을 반영한다. 하지만 높은 제작비용, 각종 규제, 수입 게임과의 경쟁과 같은 문제는 베트남 내부에서 개발하는 무협 기반 게임들의 성공을 가로막고 있다. 그 결과, 베트남 게임업체들은 독창적인 게임 개발보다는 외산(중국산) 게임의 현지화에 보다 집중하였고, 이로 인해 무협물의 상당 부분은 중국산 무협 게임이 차지하게 되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과 베트남 도서 시장에는 셴샤(판타지), 옌칭(로맨스), 보이러브, 툼레이더와 같은 새로운 장르들이 등장하면서 무협소설의 출판량과 독자가 감소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무협소설이라는 장르 자체는 여전히 베트남 그리고 세계적인 규모에서 그 명맥을 유지하는 중이다. 고품질 게임을 만들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고자 한 중국 게임 스튜디오들의 노력 덕택에 무협물 게임은 전 세계, 그리고 특히 베트남에서 무협의 본질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나라카: 블레이드포인트>는 무협에서 영감을 얻은 블록버스터 게임을 개발하려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웠고, <검은 신화: 오공>은 그러한 열망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24엔터테인먼트의 게임개발자들은 배틀로얄 규칙에 양식화된 무술전투 메커니즘을 결합하여 <나라카: 블레이드포인트>를 제작했다. 2021년에 출시된 이 게임은 가 성공적으로 수행해 낸 서바이벌 개념을 따라가는 대담한 시도였다. <나라카>는 무협물이 가진 개방형의 미학을 속도감 넘치는 경쟁모드로 전환하면서 무협 게임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바 있다. 멀티플레이어 기반의 온라인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 속에서 <나라카>는 중력을 거스르는 이동기술, 마샬 ‘아츠’ 로서의 검술, 신화적 요소와 같은 무협 게임의 기본적인 특징을 고스란히 유지했다. 중국과 서구시장 모두에서 이뤄낸 <나라카>의 성과는 무협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게임이 전통적 문화적 기반과 함께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한다(Obedkov, 2024) 한편 <검은신화: 오공>은 매혹적인 그래픽 속에서 중국 고전 <서유기>를 재해석해낸 신화적 이미지가 훌륭하게 연출되며 큰 인기를 모았다. <서유기>의 여정을 따라가는 주인공 캐릭터는 봉술이라는 무술의 전문가로 묘사되면서 무협 요소를 크게 차용했다. <오공>의 개발자들은 언리얼 5를 사용하면서 강한 몰입감과 영화적 영상연출을 동시에 일궈냈고, 이러한 접근방식은 무협 미디어가 발전하는 기술을 통해 어떻게 무협물의 국제화를 달성하고 기존의 수용자층을 넘어서는 범주 확장을 이뤄내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도 무협물 본연의 스토리텔링을 유지함으로써 <서유기>에 익숙한 이용자 뿐 아니라 서구권의 수많은 초심자들까지도 플레이어 풀에 끌어들이는지를 보여주었다(Meng, 2025). 결론 베트남 무협의 역사는 문학과 기술미디어, 디지털 엔터테인먼트가 갖는 복잡한 관계를 잘 보여준다. 인쇄소설에서 시작된 무협은 온라인게임의 디지털 전환에 이르기까지 베트남 문화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유지해 왔다. 향수와 문화적 근접성은 중국발 무협 게임이 베트남에서 지속적인 인기를 가져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으며, 많은 플레이어들은 무협물을 일찌감치 다른 미디어를 통해 접해 왔다는 배경 속에 무협 장르를 게임을 통해서도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었다. 베트남에서 무협 게임이 달성한 성공은 이 장르의 지속적인 매력을 인식한 베트남 게임사들의 비즈니스 전략에 힘입은 바 또한 크다. 다른 게임장르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무협 장르는 베트남 게임산업에서 여전히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유산은 베트남에서 무협소설이 문화적 중요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변화하는 미디어 형식에 적응할 수 있을 만큼의 지속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하는 증거다. <나라카: 블레이드포인트> 와 <검은신화: 오공>의 성공은 무협 장르가 전세계 게임업계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장르이며, 게임만 잘 나온다면 동서양의 문화적 경계도 모호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이 게임들은 현대적인 게임 플레이로부터의 요구에 적응하면서 전통적인 장르가 현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무협 장르의 지속가능성을 증명한다. 참고문헌 Chan,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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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per Seminar] The Legacy Goes On: Wuxia and its impact seen in the gaming landscape of Vietnam
Wuxia represents the martial arts and fantasy literary subgenre that dominates East Asian and Southeast Asian cultures (Chen, 2009), especially where Chinese-speaking societies are founded, or the trace of Chinese culture is recorded. The Chinese martial arts and heroics of ancient times take place in wuxia stories that have expanded into various media such as literature and movies and television programming. Wuxia under its local names kiếm hiệp and truyện chưởng has established itself as an important cultural phenomenon in Vietnam. Wuxia fiction introduced in Vietnam during the early 20th century experienced various historical transitions through print media and online gaming until reaching its current state. The current wuxia content in Vietnamese video games will be examined through an investigation of how wuxia originated historically from its literary heritage. This article has the life course approach and concepts like nostalgia and cultural proximity recruited to study the influence of early wuxia experiences on current gaming choices in Vietnam. < Back [Paper Seminar] The Legacy Goes On: Wuxia and its impact seen in the gaming landscape of Vietnam GG Vol. 25. 4. 10. Wuxia represents the martial arts and fantasy literary subgenre that dominates East Asian and Southeast Asian cultures (Chen, 2009), especially where Chinese-speaking societies are founded, or the trace of Chinese culture is recorded. The Chinese martial arts and heroics of ancient times take place in wuxia stories that have expanded into various media such as literature and movies and television programming. Wuxia under its local names kiếm hiệp and truyện chưởng has established itself as an important cultural phenomenon in Vietnam. Wuxia fiction introduced in Vietnam during the early 20th century experienced various historical transitions through print media and online gaming until reaching its current state. The current wuxia content in Vietnamese video games will be examined through an investigation of how wuxia originated historically from its literary heritage. This article has the life course approach and concepts like nostalgia and cultural proximity recruited to study the influence of early wuxia experiences on current gaming choices in Vietnam. Early Wuxia Influences in Vietnam The roots of wuxia in Vietnam can be traced to the early 20th century when Vietnamese readers were first introduced to Chinese martial arts novels. These works were often influenced by the Old School of Chinese wuxia literature (Hamm, 2005), which combined martial arts, historical fiction, and Confucian ideals. Vietnamese authors began adapting wuxia to local contexts, often using traditional poetic forms like lục bát verse to create a distinct Vietnamese flavor. These early Vietnamese wuxia works, although influenced by Chinese traditions, included elements of French literature, such as love stories, making them less rigid than their Chinese counterparts (Phan, 1998). However, after the partition of Vietnam in 1954, political changes led to the suppression of wuxia in the North. The communist government in North Vietnam viewed wuxia as a harmful foreign influence, considering it a tool for subversion and a symbol of capitalist decadence (Linh et al., 1977). Despite this, wuxia fiction flourished in the South, where it became a staple in popular culture, particularly following the rise of the New School of wuxia writers like Jin Yong, Liang Yusheng, Wo Long Sheng, Ni Kuang and Gu Long in Hong Kong and Taiwan (Vu, 2015). The wuxia phenomenon faced continued hostility from North Vietnamese authorities throughout their rule beginning in 1975 after their victory in Saigon (now Ho Chi Minh City). The people of North Vietnam read wuxia books through illegal channels since the authorities had established a complete ban on these works. The banned status of these publications boosted their fascination because illegally imported copies spread quietly throughout the market (Nguyen Thong, 2018). The Vietnamese government changed its approach toward wuxia production after economic reforms and the United States embargo’s end during the 1990s. Wuxia material started regaining mass popularity through legal translation publications run by state-controlled publishing houses. The internet emerged in the early 1990s, becoming a platform where players could access wuxia literature through digital formats and film content as well as gaming materials. The Digital Transformation: Wuxia in Online Gaming The arrival of internet technology in Vietnam brought wuxia back to life through online gaming platforms. In the mid-2000s the online video games Võ Lâm Truyền Kỳ (The Swordsman) and Cửu Long Tranh Bá (9Dragons) gained immense popularity across Vietnam. Players experienced boundless wuxia -inspired worlds through these games that adopted martial arts themes and hero-based concepts from both the works of Jin Yong and Gu Long. Wuxia online games provided players to join forces while telling stories as wuxia martial artists who explored the complex Jianghu world described in romantic martial arts novels (Ge, 2017). Wuxia games have wide popularity in Vietnam because they trigger nostalgia in players. Players born during the 1980s and 1990s participated in these games because they were familiar with wuxia literature starting from their youth under a combination of book novels and TV shows and movies. The experience of playing wuxia games allowed players to maintain an emotional connection with their childhood fantasies about stories and characters from wuxia adaptations (Chan, 2006). This phenomenon aligns with the life course theory, which posits those earlier experiences shape later behaviors and preferences. For Vietnamese gamers, their exposure to wuxia literature played a pivotal role in shaping their gaming habits. Thus, even amidst rising anti-China sentiment due to territorial disputes, Vietnamese consumers distinguish between political conflicts and cultural appreciation, continuing to embrace Chinese media products, including wuxia games. Nostalgia functions as a key factor that maintains the popularity of wuxia video games across Vietnam. Wuxia entertainment attracts Vietnamese players because of millennia-old cultural connections between Vietnam and China. The historical connection between Vietnam and China functions as a bridge through which both governments make Chinese media content more acceptable to Vietnamese audiences while keeping literary and gaming wuxia materials within their reach (Yoo et al., 2014). Political tensions between Vietnam and China regarding disputed territories have not deterred Vietnamese gamers from playing wuxia games made in China because they maintain separate realms of political affairs from cultural consumer behavior (Kinh Hoa, 2018). The concept of cultural proximity, which refers to the degree of similarity between two cultures that affects the reception of foreign media, also helps explain why wuxia games have gained such popularity in Vietnam. Cultural proximity has facilitated the acceptance of wuxia games in the Vietnamese market, with players feeling a stronger connection to games that reflect shared cultural themes and values, such as loyalty, honor, and martial arts philosophy (Straubhaar, 1991). The Vietnamese wuxia game market thrives because Asian gaming firms consistently make well-strategized business choices combined with effective promotional tactics. The popularity of wuxia as a gamer franchise prompted Vietnamese game developers to establish wuxia particular games as their central product line. These businesses invest in importing Chinese wuxia games since their affordable licensing fees attract Vietnamese users who already love wuxia stories. Industry personnel state that gaming companies select wuxia -themed games because these products fulfill players' cultural preferences and address the established market demand for wuxia entertainment content (MIC, 2019a). Statistically, the list of licensed games (Ministry of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MIC, 2019a) also confirmed that the period 2015 to 2018 witnessed the entrance of 308 online games to Vietnam, either PC or mobile, among which 95% are wuxia games. In the first half of 2019, among 106 newly imported games, 90% of them also contain wuxia concepts (MIC, 2019b). In the latest reports published on the website of the Ministry (MIC, 2024), this scenario remains unchanged as the dominance of wuxia -themed games imported is apparently recorded. It is noteworthy that popular MOBA games like League of Legends have not reduced the customer base for wuxia games since wuxia games still maintain their dedicated fanbase. Wuxia in the Global Context While wuxia has enjoyed great success in Vietnam, its reception in Western markets has been less enthusiastic. The cultural and narrative nuances of wuxia , such as its emphasis on martial arts and Chinese philosophy, are unfamiliar to many Western players. Moreover, the complexity of wuxia narratives, which often span many volumes and delve deeply into Chinese cultural values, makes them challenging for Western audiences to engage with (Frisch, 2018). Translating wuxia works into English poses additional challenges, as the cultural references and martial arts terminology often do not have direct equivalents in Western languages, making the genre less accessible (Earnshaw, 2018). As a result, while wuxia games have found success in East Asia and Southeast Asia, including Vietnam, they remain relatively niche in the West. The contrast between Western and Eastern gaming cultures further highlights the distinctiveness of wuxia games. Western games often emphasize militarized masculinity, strategic warfare, and colonial narratives, whereas East Asian games prioritize fantasy, mythology, and martial arts traditions. The cultural nuances embedded in wuxia games, including poetic martial arts maneuvers and historical allegories, make them less accessible to Western audiences. The complexity of wuxia narratives, coupled with translation challenges, limits their global reach, reinforcing their status as a predominantly East Asian cultural phenomenon. In Vietnam, nonetheless, wuxia games benefit from the familiarity of players with the genre’s literary and cinematic adaptations, ensuring their continued relevance in the gaming industry. Vietnam’s aspiration to develop its own gaming industry has also been influenced by wuxia . Attempts to create a domestically produced wuxia game, such as Thuận Thiên Kiếm , reflect the desire to integrate national history and mythology into gaming narratives. However, challenges such as high production costs, regulatory restrictions, and competition from imported games have hindered the success of Vietnamese-developed wuxia games. As a result, the market remains dominated by Chinese-produced wuxia games, with local companies focusing on localization rather than original game development. Nowadays, although there has been a decreasing trend in publishing and reading wuxia novels in recent years, mostly due to the presence of other genres that are more appealing in both Chinese and Vietnamese book markets, including xianxia (fantasy), yanqing (romance), boylove, tomb raider, to name but a few, wuxia has still managed to find a way to keep delivering its essence globally and in Vietnam particularly via the efforts of several Chinese game studios- those who determined to prove themselves to the world that China is also capable of producing high-quality games. By drawing inspiration from wuxia to pursue long-term plans in developing blockbuster games, Nakara: Bladepoint or Black Myth: Wukong could be named as examples that highlight the global aspirations of Chinese companies. The game developers at 24 Entertainment combined battle royale features with stylized martial arts battle mechanics to create Naraka: Bladepoint when they released it in 2021, a truly bold move as the survival motif employed in gameplay had successfully been performed by PUBG: Battlegrounds . Naraka: Bladepoint gives a new perspective to wuxia games by transforming their open-ended aesthetics into a speedy competitive mode. The development follows rising player interest in multiplayer online games but seamlessly keeps fundamental wuxia features including gravity-defying movement techniques alongside artistic swordfighting and mythical elements. The game's achievement among both Chinese and Western markets proves that wuxia adaptations work effectively with modern gaming conventions alongside their traditional cultural foundation (Obedkov, 2024). Meanwhile, the significant hype surrounding Black Myth: Wukong stems from Game Science's innovative blend of mesmerizing graphics and mythological re-imagery of Chinese classics. Through its depiction of a martial arts specialist who follows a life-changing journey the game adapts wuxia elements from Journey to the West. The developers of Black Myth: Wukong opted for Unreal Engine 5 to create their adaptation because this technology enhanced their presentation of cinema along with full immersion into the game world. The approach demonstrates how wuxia media thrive with evolving technology to help promote the idea of internationalization and expand its reach beyond original audiences but retain essential storytelling depth, attracting a pool of players who are either already familiar with the concept of Journey to the West or exposed to it for the first time (Meng, 2025). Conclusion The history of wuxia in Vietnam illustrates the complex relationship between literature, media, and digital entertainment. From its origins in print novels to its digital transformation in online games, wuxia has maintained a strong presence in Vietnamese culture. Nostalgia and cultural proximity have played key roles in the ongoing popularity of wuxia -themed games, with many players continuing to engage with the genre due to their earlier exposure to wuxia literature and media. The success of wuxia games in Vietnam is also driven by the business strategies of local gaming companies, who recognize the genre's enduring appeal. Despite the rise of other gaming genres, wuxia continues to be a dominant force in the Vietnamese gaming industry. This legacy is a testament to the lasting influence of wuxia fiction in Vietnam, where the genre has been able to adapt to changing media formats while retaining its cultural significance. Wuxia games continue their endurance because of worldwide trends in Chinese popular culture expansion. The global gaming industry looks favorably upon Chinese projects that deliver high-production-value content representative of Chinese cultural heritage when China dominates the market more assertively. Naraka: Bladepoint ’s success, along with Black Myth: Wukong , demonstrates that wuxia remains a viable genre within the worldwide gaming industry; and if a game is well developed, then the so-called East-West demarcation line can also be blurred. Besides, these games prove the enduring nature of wuxia as they adapt to modern gameplay needs showing how the traditional genre remains relevant in the present age. References Chan, D. (2006). Playing with indexical Chineseness: The transnational cultural politics of Wuxia in digital games. Enter Text, 6(1), 182–200. Chen, L. C. (2009). The value chain in the Asian online gaming industry: A case study of Taiwan [Doctoral dissertation]. University of Westminster. Earnshaw, G. (2018, November 1). I translated Chinese writer Louis Cha “Jin Yong.” Here’s why he never caught on in the West. South China Morning Post. https://www.scmp.com/news/china/society/article/2171127/i-translated-chinesewriter-louis-cha-jin-yong-heres-why-he-never Frisch,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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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view] The Story of Digital Game Diversity & Accessibility and Making Books About it – Kyung-jin Lee, Diversity & Inclusion Director at Smilegate
In August 2024, Smilegate – one of the best-known South Korean game developers & publishers, published two books aimed at game developers, focusing on game accessibility and diversity. The first book, “게임 접근성 개념과 사례 (Concepts and Cases of Game Accessibility)”, explores the concept and current state of accessibility and diversity in South Korean games and case studies. It also delves deep into design approaches to ensure all players can fully enjoy games without restrictions. Smilegate’s second book, “콘텐츠 다양성 개념과 사례(Concepts and Cases of Content Diversity)”, introduces the idea of "cultural diversity" and examines how it has been implemented in South Korean media and games. < Back [Interview] The Story of Digital Game Diversity & Accessibility and Making Books About it – Kyung-jin Lee, Diversity & Inclusion Director at Smilegate GG Vol. 25. 4. 10. ** You can see the Korean version of this article at this URL: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181117cd-bed7-427a-bc3c-ecba6413a629 In August 2024, Smilegate – one of the best-known South Korean game developers & publishers, published two books aimed at game developers, focusing on game accessibility and diversity. The first book, “게임 접근성 개념과 사례 (Concepts and Cases of Game Accessibility)”, explores the concept and current state of accessibility and diversity in South Korean games and case studies. It also delves deep into design approaches to ensure all players can fully enjoy games without restrictions. Smilegate’s second book, “콘텐츠 다양성 개념과 사례(Concepts and Cases of Content Diversity)”, introduces the idea of "cultural diversity" and examines how it has been implemented in South Korean media and games. For this special issue of GG, we spoke with Kyung-Jin Lee, Director of Smilegate’s Diversity & Inclusion (D&I) department, to discuss why the company emphasizes D&I and what this means for socially and commercially in game productions. Editor: Thank you for coming. One of the reasons we wanted to interview you was to highlight what Korean game companies are taking action regarding game accessibility and diversity. Smilegate has taken a proactive approach to this topic by publishing these guidebooks. We all agree that taking the first step is never easy, especially when there are only a few known cases to reference here in Korea – yet. So, thank you for taking the initiative. So, our first question is, were there any challenges you faced when initiating this accessibility and diversity project at Smilegate? What’s your thought on this? Lee: About six months after I joined Smilegate, I attended the GDC (Game Developers Conference) in the US for the first time. Seeing tens of thousands of developers gather to discuss a wide range of topics—many of which weren’t directly tied to the profitability of the games—was eye-opening for me. What caught my eye was that those topics were not isolated within specialized teams within each company. Instead, they were discussing these topics with various stakeholders between the team and companies. It was astonishing to see that game developers were organically sharing various insights and know-how on making games better for the future. The issue of game accessibility, in particular, stood out to me the most. Considering that video games continue to grow as a mainstream entertainment medium, I wondered, ‘Are we truly considering players from diverse backgrounds when designing our games? Are we listening to their needs?’ And the reality was that we had a long way to go. One of the biggest hurdles pointed out at the GDC that year was accessibility for players with disabilities, presented by actual people with physical challenges. It was also insightful to see that some game companies actively hire people with physical challenges while developing a game or establish community channels to gather feedback directly from those people to achieve better game accessibility. So, that visit to the US was a pivotal experience for me. Upon coming back to Korea, we realized that this was something that we needed to do here at Smilegate. So, after a series of discussions, we decided to hire game developers with disabilities – as we thought that would be the most effective way to tackle the issue of our game accessibility. Editor: Right. So, if I understood correctly, your team hired several game testers to work on accessibility together? Can you tell us more about how it went? Was it easy to find candidates? Lee: Hiring was not the biggest issue. For example, one of our current game accessibility testers is an active game player born with a hearing impairment. They told us that until the age of six, they were unable to speak. Thankfully, after getting a hearing aid, their language skills developed rapidly. For this person, video games were both a friend and a way of life. Opportunities for people with disabilities were relatively sparse. If we do a rough estimation, say roughly 5% of the population has some form of disability, then it would make sense to have that amount of job opportunities in game-related fields for those individuals. The reality is, apparently not. So, we thought there would be enough people to join our initiative and start posting job listings looking specifically for game accessibility testers. We also worked closely with the Korea Employment Agency for the Disabled (KEAD) to explain our intentions and goals. KEAD also saw great potential in this because most jobs often offered to people with disabilities in Korea are primarily concentrated in the service sector, like nail polish art or car washing jobs, but have little to do with the creative industry. So KEAD was like, ‘This is a new thing for us,’ and provided significant support in the recruitment, which resulted in a surge in applicants. During interviews, I realized something profound: many people love games and want to turn that passion into a career, yet they have never been given the opportunity to do so. One of our testers, who I mentioned earlier, the one with hearing impairment, later told me, ‘If not for this job, I would never have imagined myself being able to engage deeply and think about games that I love in this professional manner’. Editor: When implementing game accessibility and diversity initiatives, companies often view business objectives as their natural pursuit of profitability while perceiving ethical responsibilities as something they ‘have to’ do because of rules. This could be a bit of a sensitive question, but if we were to categorize Smilegate’s motivations into game accessibility and diversity, which one would hold greater weight? Business or ethical considerations? Lee: That’s a great question. Initially, I approached this initiative purely from social and ethical responsibility, believing it aligned well with Smilegate’s corporate values. However, as more testers came in, we received incredibly detailed feedback about the games we were developing. Since they were passionate gamers, they analyzed the games meticulously and reported their experiences to the developers. I can confidently say that their input significantly improved our games’ quality. We also acknowledge that people play games in many different ways—some use one hand, some use their feet, and others rely entirely on their eyes. Meeting and talking with these players who use ‘diverse’ ways to play games helped us pinpoint the issue more in-depth and iterate our game designs. While game accessibility may be seen as an initiative to improve the game for the ‘few,’ what it does is that it benefits the ‘many.’ That’s why we now consider improving accessibility means improving our overall game quality, which in turn attracts more players. Editor: Would you say Smilegates’ accessibility-related tasks primarily focus on testing but not so much on the actual game development process? Lee: That is correct. Our current primary focus is identifying issues within games. We try constantly testing our various game titles, pinpoint problematic areas from an accessibility standpoint, and report them to the development team. Since our testers play many games across genres, they provide us with how different each game is, good or bad, in terms of accessibility. For instance, one game might include colorblind-friendly features, while another in the same genre might completely lack such a thing. Such insights allow us to provide constructive feedback to developers, with actual references for them to benchmark on. For players with hearing impairments, visualizing audio cues in games is quite crucial. If all in-game sounds can be represented as visual indicators, the barriers to their playing games will be significantly improved. So we try to provide as many references to our game developers, on how to iterate UX/UI design solutions that can effectively translate audio into visual elements. Which serves as a good guide for our developers to iterate their designs. Editor: Solutions like that seem like not just an isolated issue for players with disabilities. For instance, such visualized audio cues would also be helpful for those playing games in the metro or other public spaces without audio devices. I also often say, “Low-floor buses are not just for those with wheelchairs; in fact, they also help my mom and her knees.” In the same way, accessibility doesn’t just help usability for minorities; it enhances usability for everyone. So, in your case, having testers with firsthand experience with game accessibility challenges has been crucial in identifying where and what to improve Smilegate’s games. Then, have you noticed any changes within the development teams due to their feedback? Lee: Frankly speaking, that was one of my biggest concerns at the beginning of this initiative. Game development teams are often under tight deadlines and limited resources, so game accessibility issues might not always be a priority compared to, let’s say, fixing critical bugs in the game. So, it wasn't easy to bring up the topic at first. But thankfully, over time, I sense that our game development teams’ overall awareness of game accessibility has significantly improved. For example, one of our Smilegate teams working on new game projects has proactively approached us, saying, ‘Since we’re targeting a global audience, we want to make sure our game meets accessibility standards. Could you test our game?’ I think there’s certainly a market demand here. I was in discussion with some game projects at Smilegate that aim for a global launch. And we hear things like, ‘We had to make several revisions because our game lacked game accessibility issues’. This shift in mindset shows that the industry is starting to recognize the need for accessibility. Editor: How long did it take for your development teams to recognize these needs for accessibility efforts? Lee: We hired accessibility testers in January and then held our first game accessibility review open session in June. Many game developers attended, and one lead developer told me that despite working in games for over a decade, they had never considered accessibility in this way. They also said that they have felt deeply about the need for game accessibility and will consider it when making games. I’d say it took us about a year and a half until we started receiving proactive requests from teams to review game accessibility in their projects. That was also the amount of time we needed to raise awareness of the issue to take root; if we do not consider game accessibility now, the game will end up in trouble. One and a half years was the time that we needed to reach the point where, in development team meetings, it became natural to have someone asking, ‘Is this okay from an accessibility standpoint?’ or where a project lead would say, ‘let’s make sure to consider accessibility as well’ to their team. Editor: Okay, so one and a half years, until you noticed changes. Was it shorter or longer than you anticipated? I’m asking because I also hope to interview other game companies in Korea and their relevant departments on what we can learn from this experience. So, it would be nice to provide some hope to teams out there who are working on similar issues that you’ve faced. Lee: I think things improved quicker than I thought. Perhaps it’s because quite a few people at Smilegate were already interested in game accessibility, which helped us spread the idea faster. Editor: We’re also interested in hearing about the game accessibility in gameplay devices, aka, hardware. You’ve recently showcased a gameplay device accessibility exhibition as well. But Smilegate isn’t particularly a hardware company; it’s a company that develops and publishes games. So, are there any challenges you face regarding game accessibility due to limitations coming from gameplay hardware rather than software? From your game accessibility department’s perspective, are there any unsolvable challenges you might have that come from the physical limitations of the gameplay devices? Something that is beyond game software developers’ control? Lee: So far, we have only tackled areas that we can control and haven’t caught up with such hardware issues. There are vendors that provide various assistive devices for living and gaming. We worked closely with the Gyeonggi Assistive Technology and Rehabilitation Assistant Center (GGATRAC), which allowed us to showcase various assistive equipment at the exhibition. However, we still need to talk with players using those types of equipment in daily life to pinpoint what we can do to iterate our games. That’s why we expect a one-day panel session with these individuals to hear their needs and discuss what we could do. Unfortunately, we are having difficulty finding enough participants for this session. Editor: Even if a game company is committed to improving their games’ accessibility, there are still limits to the limited hardware infrastructure. So, in that sense, perhaps your work goes beyond just enhancing Smilegate’s internal game development process. It seems more about fostering a dialogue and external collaboration. Lee: Absolutely. Expanding accessibility requires a broader foundational work. That’s why we’ve been discussing a project with GGATRAC to install some gameplay devices for people with disabilities. The center has around 1,000 members and is equipped with about 165 square meters of available space. So perhaps we could use profits from our two books to set up some computers and assistive devices there, transforming the space into a place where people with disability could play games freely at any time. And call it a ‘Game Play Lab’ or ‘Game Living Room’—something like that. Editor: Funny that you mentioned the profit from the books. Making profits by selling books is not always easy these days. I guess the books have sold decently well? Lee: True. It’s not easy. But honestly, we never aimed to profit from these book projects, so we didn’t have high expectations. We mainly released these books because, when pioneering something new, we have to develop a cohesive language (vocabulary) for it, too. Without a clear terminological framework, it’s challenging to articulate ideas and concepts or define them in a way that would resonate with many people. By putting these ideas into words, we hoped to spread awareness and help people understand the value of accessibility. In many ways, this book is our first step. It is about establishing language and providing a foundation for future works before it’s too late. Our next goal is to refine these concepts further to continue evolving our work. Perhaps we can publish more books in the future. Editor: Oh, so would there be follow-ups? If so, what are the plans for the next publications? Lee: Yes. If you take a look closely at our books “Concepts and Cases of Game Accessibility” and “Concepts and Cases of Content Diversity,” you’ll notice that they are labeled as books number 1 and 2. We don’t have concrete plans for a third or fourth book just yet, as we’re still in work progress. Our current aim is to document more of our internal case studies and investigate more case examples in future volumes. In fact, the third chapter of “Concepts and Cases of Game Accessibility,” already includes some of our real-case examples. We want to continue recording and sharing our journey onwards. In addition to book publishing, we also have some educational videos titled "An Alternative Perspective on Diverse Players: Inclusive Game Design (다양한 플레이어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방식, 포용적 게임 디자인)", which is specifically designed as an educational video for game developers. Right now, we are in the process of distributing the video internally within our company—to game developers here in Smilegate. But of course, our long-term goal is to expand its reach to universities and industry organizations, exposing them to future game developers. We plan to collaborate with institutions that recognize the importance of this topic, providing the content for free and integrating it into their pedagogical coursework. Editor: This might be a bit sensitive question, but do you feel that our industry and education have the necessary expertise to effectively educate people on diversity and inclusion? Lee: Surely diversity and inclusion haven’t been part of the mainstream agenda of our conventional paradigm in Korean society. That’s why we are exploring potential partnerships with universities and academic organizations in Korea that align with our vision to incorporate the topic of diversity and inclusion. The aim here is to tackle the issue in a more structured way, such as curricula and practical pedagogical implications for future game devs. For example, we could organize an academic conference with both domestic and international speakers while also discussing with these experts the “Concepts and Cases of Game Accessibility” book. When we first started this work, we collaborated with experts from the AbleGamers Foundation, a US-based nonprofit organization focused on game accessibility, and professionals specializing in inclusive game design worldwide. We envision one day inviting these experts here and hosting a forum where we could foster industry and education-wide conversations. We look forward to joint collaboration with academia and industry experts in the future. Editor: The issue of game accessibility is not the one-game-company problem, and Smilegate cannot tackle this alone. We were particularly struck by, during the recent accessibility exhibition, how many representatives from different companies were present, indicating a growing industry-wide interest in this topic. What’s your thought on this? Lee: There are outside cases like the Fair Play Alliance. It’s the place where game companies and players meet and collaborate to make gaming more inclusive. I think these kinds of cross-industry conversations help not only improve accessibility but also grow the game market itself. I believe Korea would greatly benefit from similar open discussions and exchanges of ideas among game developers. Editor: IT sectors tend to establish industry standards through international dialog, where companies and academia work together to discuss certain new terminologies and technologies. And eventually, establish universal standardized protocols across the industry. I see that we perhaps also need such cross-regional cross-sectional collaboration for games. Some countries already do have some game accessibility guidelines, but they aren’t always shared or discussed outside their comfort zone. What’s your thought on this? Why does game accessibility still struggle to achieve broad dialog? Lee: I’ve been contemplating this issue, too. For instance, North America has proactively driven game accessibility initiatives, but those initiatives’ connection to Asia remains weak. This is a bit surprising for me, given how rapidly the Asian gaming industry has grown in the past years. However, I also sense that we’re living in a moment of change. I see that things are different now. Within our company, I’ve noticed a shift in the atmosphere. More game developers are expressing interest in game accessibility. For instance, I’ve met a front-end developer who has reached out to us, saying they resonate with these values and want to learn more. Seeing this kind of naturally emerging engagement motivates us to keep pushing forward. Even if it starts with just a handful of individuals, sustaining this momentum is key to long-term progress. Editor: It’s remarkable to see how your company has made significant strides in promoting game accessibility. And we’re starting to see some tangible results. But what about the public sector? You seem to be actively collaborating with public organizations—do you think greater government involvement and support could accelerate progress? Lee: Last month, there was a conference discussing tax benefits for game companies investing in game accessibility. Unlike other media, games rely heavily on complex technology, making accessibility solutions particularly challenging to implement without the private sector’s effort. There’s certainly a growing discourse about the need for game accessibility, and that is also true even in the public sector. So, I believe things will move faster from now on, as both public and private sectors are on board. What stood out to me was their shift in focus—not just recognizing the importance of accessibility but actively considering how to encourage companies to take action rather than the government trying to approach this top-down. Editor: Perhaps we will see more game companies that have dedicated accessibility and diversity teams in the future. Some may take individual initiatives, but do you think there’s value in forming an industry-wide coalition in Korea for game accessibility initiatives? Like an overarching organization to drive progress beyond each company and its teams working individually that could perhaps help foster further external collaboration. Lee: Surely, it would be nice to have a diverse group of people contributing to this effort in their ways. But then, I firmly believe that game developers must be at the center of these efforts. They are the creators. They are the ones developing games that directly reach their consumers (players), so their engagement will be crucial to making meaningful changes. In Silicon Valley, developers take the initiative to identify challenges, collaborate with experts from various backgrounds, and drive innovation. If developers who are passionate about accessibility come together, discuss these issues, and work toward solutions, we can avoid stagnation and create real impact. That’s why we’ve been building an internal accessibility community—bringing game developers together, at least within our company, to nurture knowledge-sharing and problem-solving and gradually expand our efforts. Editor: The ideal situation would be to have people with actual experience, with needs for game accessibility and inclusive design, to work on game development. But the reality is that you would need education and training to develop games, and accessible game education barely exists in Korea. One could be willing to learn about game development, but with a physical disability, entering a game career itself can be challenging. Lee: Absolutely. We also want to see more and more game developers with various backgrounds, including those with disabilities, join the industry. That’s why I think, despite the fact that we are currently hiring accessibility testers, their career journey shouldn’t stop there. Instead, we need to create pathways for them to become game designers, programmers, etc. And supporting them if necessary. In the end, establishing a culture where everyone, regardless of disability, has the opportunity to develop their game development skills will benefit the entire industry. When people from different backgrounds collaborate, they bring new perspectives that spark innovation. Our role is to help create those intersections—where diversity leads to fresh ideas and meaningful progress. Editor: I fully agree. That’s also the reason why I keep coming back to the idea that we need something beyond individual companies tackling accessibility on their own. Because game development education—especially in areas like accessible game design—shouldn’t fall solely on one company’s shoulders. It makes me wonder if there would be any external organization that could take the lead on this. For example, game education institutions could introduce designated intake quotas for people with disabilities or create development environments designed with game accessibility and hire people who are fit for such workspace. But as far as I know, we’re not quite there yet. That’s why I feel that we need to scale up these efforts, such as a designated organization or consortium. What’s your thought on that? Lee: That could certainly play a role in laying the groundwork. Our current goal is to open up a conversation. If someone says, ‘Accessibility is not my major focus in game development’ but later says, ‘Thanks to your effort, now I know why and how it is needed’ – then we did our job. That’s what we’re aiming for. What we’re striving for now is to create more moments where people realize, ‘Yeah, game accessibility is something I can contribute to.’ That way, I believe more and more people would be actively discussing game accessibility as one of the main agenda items in the design meetings. Also, I think that Korea, in particular, could adopt accessibility measures at a much faster pace. Because the game industry here tends to be quick to catch up with global trends, and Korean game companies’ technical capabilities are in a strong position – they can implement solutions effectively. So, I believe that once we gain momentum, we can excel in this area. Editor: Watching you and your team’s efforts as it unfolds has been inspiring. But I can’t help but think about how challenging this must be for you. One of the toughest aspects, I imagine, is addressing not just game accessibility but also the issue of diversity. The two issues overlap but are not quite precisely the same. How would you describe the current attitude toward diversity in Korea’s game industry? (Translator’s note: The issue of “diversity,” more specifically the topic of gender diversity and equality, is a highly debated topic in the South Korean game scene since post-#gamergate.) Lee: Yes, accessibility and diversity are not identical concepts. One key distinction is that diversity is interpreted in a much broader range of ways, often shaped by personal experiences, and thus, how someone perceives diversity is largely influenced by their experiences. It’s a delicate subject, but we’ve seen cases where some games received negative reception because they pushed certain ideological messages too forcefully without a strong foundation in gameplay. At the core, I believe a game must be fun to play. We’ve seen games that fail because their fundamental foundation for fun gameplay is weak but instead leans too heavily on a social message that does not correspond to its core design. Although diversity and a game’s success can be linked, they are not directly causal with each other. Because if you cannot separate “fun” from game design, it would break the fundamental equation of games. Of course, another aspect here is that we must not isolate the “fun”-ness of the game targeting one specific target audience, the so-called ‘core gamers.’ Instead, we need to acknowledge the wide variety of gamer profiles and their broad range of games out there in the world. When addressing diversity, regardless of global collaboration or direct engagement with stakeholders, the crucial thing here is to bring in people with disabilities and experts who know about accessibilities to join. Having those direct stakeholders to get involved. Without that, efforts can backfire. Editor: We GG sometimes receive articles from Canadian researchers. And I asked them what comes to mind when they think of Smilegate. Many have answered “K-games,” which makes me wonder…beyond accessibility, how much of your work on diversity intersects with localization? Have you encountered practical challenges in this area? Lee: Well, of course, developing a game with a single build for global distribution has its advantages in terms of business efficiency. However, we have to acknowledge that certain elements may be universally accepted, while some cannot. Awareness of cultural nuances that specific regions may find problematic is vital in global game service. We also tried to emphasize such cultural aspects of it in our book. I consider localization shouldn’t be treated as an afterthought. Recognizing and addressing elements that could be sensitive or provocative to people in different parts of the earth is essential to game service. However, localization isn’t just about avoiding pitfalls; it is something that can also be used as a powerful marketing tool. For example, we’ve seen success in Indonesia when games incorporate elements that resonate with local audiences. Companies that have access to diverse groups of people and a channel to discuss such cultural aspects have the advantage of it. Game companies with a global presence, like subsidiary offices around the earth, have an advantage here. If a game features a Japanese character, their Japanese office can provide insights on attracting their game to the local audience. And the same applies to Korean players. Therefore, companies that primarily operate with homogenous groups of talents and domestically isolated pipelines would face more challenges in maintaining a global approach to diversity and localization. Without direct access to diverse perspectives, there’s a higher risk of missing core elements that could either alienate or engage different audiences. Editor: This might be a more challenging topic. Regional cultural diversity is a relatively less sensitive topic to discuss in games compared to, let’s say, gender diversity in games. We still consider gender issues, and gender representation in games is something that we should pay attention to. So, in terms of gender diversity, what is Smilegate’s approach? Lee: No one (in Smilegate) has brought up that issue (about gender diversity) with us face-to-face until this moment. But few people brought it up online, and we have seen fearsome debates and conflicts emerge on social media and web forums. (Translator’s note: The issue of gender diversity and equality has been a highly debated topic in the South Korean game scene since post-# #gamergate .) Over time, I’ve come to realize that whenever we talk about diversity, whether in discourse or terminology, there are always supporters but also people who strongly reject it. Witnessing this wide range of spectrum of reactions coming from both in and out of our company has been a valuable learning experience for me, particularly in understanding how to navigate and balance this discourse. Editor: So, it sounds like you’re saying that reactions tend to exist on both ends of the spectrum? And you’ve witnessed reactions from both sides? Lee: Exactly. But I’ve realized that even people with vastly different perspectives, even those with extreme points of view, can all engage in conversations to learn more about each other. The problem is that, in many cases, people dislike something without fully articulating why they don’t like each other’s thoughts. So, I’ve taken the approach of simply asking: What exactly don’t you like? What would be acceptable to you? And surprisingly, it worked. It’s certainly not easy, but I’ve come to see that the effort to balance the dialog is incredibly difficult but also absolutely necessary. Editor: It is certainly not easy. Communication is arguably one of the most complicated aspects of mankind. And even when you put in the effort, you don’t always see immediate results. What do you think of that? Lee: That’s true. To be honest, I was intimidated to talk with gamers whose views were very different from mine. But instead of avoiding those conversations, I tried to meet with them and talk to them if possible. And some of the discussions turned out to be incredibly insightful. I realized that these conversations and efforts to find a common ground are essential for conflict management. From there, I also try to navigate the discussions with tangible example cases or topics. Like, rather than debating abstract concepts, I prefer to create something – whether it’s a book, a game, or another concrete project. And use that as a basis of conversation. I came from a non-game development background and worked in different sectors before joining the game industry. I’ve also learned to be extra careful and always ask more questions before assuming anything. Editor: I feel even more strongly that more game companies should be engaging in these conversations. As someone who personally identifies as a gamer, I’ve always been frustrated by the way gamers are often stereotyped in one particular profile. Ironically, even gamers themselves are trapped in this idea that they are supposed to resist diversity to secure their ground. But when it comes to the topic of diversity in games, it also extends to the issue of diversity of gamers. Lee: You just pointed out one of the essential things that I think about when it comes to diversity in games; the diversity of gamers. Anyone can be a gamer. This person can be a gamer, that person can also be a gamer, and even people who haven’t yet played a game can become gamers. We need to broaden our view and definition of gamers. I believe that is the way to elevate the societal view towards gaming in Korean society in a more positive direction and recognize a mainstream cultural activity – instead of being neglected as a nerdy activity for a deserted few. We are getting there. Everland (Translator’s note: one of Korea’s largest amusement parks) recently hosted a Game Culture Festival featuring popular game IPs, targeting family visitors. That tells us that gaming has become a widespread, accessible form of entertainment. If that’s the case, then we need to move beyond outdated stereotypes about games and gamers about who qualifies as a real gamer. Shifting that mindset isn’t just about inclusivity. It’s also an important mindset for game production and business standpoints as well. Editor: Games have the potential to achieve the aspect of diversity that no other conventional media can do. For example, games could do something that films cannot do. But the key part of game design is making players see diversity as inherently fun – and align with the core gameplay. Making the topic of diversity attractive and fun to play is a matter of game design. It’s a game design challenge, which is why I don’t see diversity as a sole issue of game ethics. Lee: I agree. If we frame diversity purely as a moral obligation, it can feel forced. What I’d really love to see is gamers engaged in thoughtful discussions about why diversity matters instead of blunt negative reactions like ‘Oh! I hate this political correctness…’ blah blah blah. (Laugh). Look at “Baldur’s Gate 3”. The level of freedom in gameplay there is extraordinary. The game allows players to freely customize their experience, adjusting everything from the visibility of sensitive content to detailed character appearance options. The game offered gameplay for diverse people to enjoy the game in the most diverse way possible, and in turn, received an overwhelmingly positive response. Perhaps that’s the direction we should be leaning toward when it comes to diversity in games. Just like players have different game preferences, they also have unique aesthetic and narrative tastes. By embracing that diversity in game design, companies can turn diversity into a strategic asset, not just a social responsibility. Tags: Diversity, DEI, D&I, smilegate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Researcher in Cultural Studies) Jisu Kim I am interested in a variety of topics concerning culture, knowledge, space, and learning environment. The history of games and the life of gamers are also something that fascinates me. (Doctoral researcher at Aalto University, Finland) Solip Park Born and raised in Korea and now in Finland, Solip’s current research interest focused on immigrant and expatriates in the video game industry and game development cultures around the world. She is also the author and artist of "Game Expats Story" comic series. www.parksolip.com
-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 현실과 가상의 구분을 없앴던 비범함에 대해서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은 2024년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로, 노르웨이의 ‘마츠 스틴’라는 게이머의 삶에 주목한다. 작품은 작년 한 해 동안 선댄스 영화제에서의 수상과 더불어 여러 영화제에 이름을 올리며 유명세를 얻었고, 현재는 OTT서비스 ‘넷플릭스’와 계약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다큐멘터리에 접근할 수 있도록 공개되어있다. < Back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 현실과 가상의 구분을 없앴던 비범함에 대해서 GG Vol. 25. 4. 10.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은 2024년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로, 노르웨이의 ‘마츠 스틴’라는 게이머의 삶에 주목한다. 작품은 작년 한 해 동안 선댄스 영화제에서의 수상과 더불어 여러 영화제에 이름을 올리며 유명세를 얻었고, 현재는 OTT서비스 ‘넷플릭스’와 계약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다큐멘터리에 접근할 수 있도록 공개되어있다. 하지만 제목만 봤을 때, 이것이 게임에 관한 다큐라는 것을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 게임을 소재로 한 다큐들이 <하이 스코어>(2020), <낫 어 게임>(2020), <프리 투 플레이>(2014), <인디 게임: 더 무비>(2012)처럼 제목에서부터 ‘게임’에 대한 내용임을 알려왔다는 점과 다르게, 이 다큐는 게임 다큐라는 사실보다는 ‘이벨린’이라는 인물에 방점을 찍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벨린은 누구이길래 주목받게 되었는가? 걸을 수 없는 소년에게 쥐어진 게임기 다큐는 1990년대 홈 캠코더로 촬영된 한 소년의 어린 시절 영상으로 시작된다. 이 소년의 이름은 ‘마츠 스틴’. 노르웨이에서 태어나 가족의 사랑 속에서 자라났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의 몸 상태에 이상이 감지된다. 거동할 때마다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의지하거나, 늘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반복된다. 이 의자는 점점 휠체어로 대체되고, 화면 너머로 마츠가 중증 질환을 앓고 있음을 암시한다. 마츠가 앓은 병은 ‘듀센 근이영양증’이라는 희귀 질환이다. 어린 시절 발병해 시간이 지날수록 근육이 점차 소실되는 병으로, 걷거나 음식을 먹는 등 일상적인 신체 활동이 서서히 불가능해진다. 점점 불편해지는 몸은 사회생활을 가로막았고, 대인 관계 또한 큰 장벽에 부딪혔다. 다른 아이들이 운동을 하거나 어울려 놀 때, 마츠는 그들을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곤 했다. 그러나 이 시기의 홈비디오 속에서 유난히 자주 포착되는 물건이 있다. 바로 게임기다. 마츠는 게임보이, 닌텐도64와 같은 콘솔 게임기를 즐겨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아이가 게임에 지나치게 몰두하면 부모가 이를 제지하기 마련이지만, 마츠의 부모는 달랐다. 게임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던 마츠에게, 그가 원하는 만큼 게임을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 가족들과 휴양지 여행을 떠난 어린시절 마츠의 두 손에는 게임 보이가 들려있다. (출처: 유튜브 영상 “The Remarkable Life of Ibelin | Official Trailer | Netflix”) 아제로스 대륙을 여행한 마츠 2000년대에 들어서며 블리자드의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가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다. 수많은 사람들은 판타지 세계관 ‘아제로스’ 대륙으로 접속해, 아바타의 몸을 빌려 또 다른 삶을 살기 시작했다. 마츠도 이에 동참하여 노트북으로 와우 세계에 접속했고,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한다. 마츠는 <와우> 세계에서 굉장히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가 <와우>를 플레이한 10년 동안 총 플레이 타임은 약 2만 시간 가까이에 달했다. 아제로스의 방대한 대륙을 여행하며 그는 다양한 국적의 유저들과 교류를 이어갔다. 하지만 그의 신체는 점점 움직이기 어려워졌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에도 제약이 따랐다. 처음에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해 조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마츠는 특수 장비의 도움을 받게 된다. 게임에 필요한 조작키가 원형으로 배치된 이 맞춤형 장치는 마츠를 위해서 특별하게 제작된 것이었고, 이 덕분에 다른 유저들과 함께 게임 플레이를 지속할 수 있었다. * 마츠가 사용하는 컴퓨터 조작 장치 (출처: 유튜브 영상 “The Remarkable Life of Ibelin | Official Trailer | Netflix”)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알린 마츠의 죽음 듀센병 환자의 평균 수명은 보통 20대에 머무른다. 마츠 역시 병세가 악화된 끝에, 2014년 가족들의 깊은 슬픔 속에서 세상을 떠났다. 계속 재생되던 홈비디오 테이프는 멈추었고, 가족들은 애통스러운 감정으로 그를 추억한다. 그리고 마츠가 오랜 시간을 보냈던 온라인 세계에도 이 사실을 알리고자, 가족들은 그가 생전에 운영했던 온라인 블로그에 부고 소식을 게시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츠를 추모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메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마츠를 ‘이벨린’으로 부르고 있었다. 이벨린이 <와우> 세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던 인물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에 대한 추모 메시지를 전해온 것이다. 다큐 제목에 등장한 ‘이벨린’은 마츠의 <와우> 캐릭터명이다. 긴 머리를 가진 건장한 남성 도적. 이벨린의 모습은 휠체어 위의 왜소한 현실의 마츠와는 전혀 달랐다. 그러나 마츠는 이벨린으로서, <와우>의 길드 ‘스타라이트’에 오래 몸담으며 수많은 사람들과 폭넓은 관계를 맺었다. 유가족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활발한 사회적 삶이 그 안에 있었다. * 게임에서 다른 유저들과 활발하게 사회생활했던 이벨린 (출처: 유튜브 영상 “The Remarkable Life of Ibelin | Official Trailer | Netflix”) 현실에서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기 어려웠던 마츠는, 이벨린으로서 연인을 만나 사랑을 경험하기도 했다. ‘루머’라는 캐릭터와 숲속에서 데이트를 하며 첫사랑을 나눴고, 루머의 현실 인물인 ‘리세트’가 가족과 갈등을 겪었을 땐 직접 편지를 써 그녀의 부모와 화해의 길을 터주기도 했다. 또 한 명의 길드원이 자녀와 소통에 어려움을 겪자, 마츠는 그 아이와 함께 게임을 하도록 주선해 관계를 회복하도록 도왔다. 그는 단지 도움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다른 이들을 진심으로 돕고 응원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마츠 덕분에 삶이 더 나아졌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게임만 하며 고립된 삶을 산 듯 보였던 마츠. 그러나 그는 언제나 연결되어 있었다. 이벨린이라는 이름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깊은 삶을 살아냈다.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가족은, 마츠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이전에는 제한된 삶으로 여겼던 그 생애가 사실은 너무도 풍성하고 비범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장례식은 슬픔보다는 뒤늦은 기쁨과 안도 속에서 치러진다. * 홈비디오 속의 마츠 (출처: 유튜브 영상 “The Remarkable Life of Ibelin | Official Trailer | Netflix”) 채팅으로 기록된 과거의 시간들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이 과거를 다시 그려내는 방법은 매우 독특하다. 일반적인 다큐멘터리가 과거에 기록된 영상이나 사진을 편집하거나, 당시 인물들을 인터뷰를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는 반면, 이 작품의 핵심 기록물은 다름 아닌 ‘채팅 기록’이다. 마츠는 음성 채팅 없이 텍스트로만 대화를 나눴기 때문에 그가 나눈 모든 의사소통은 대화 로그로서 기록되어 있었다. 일부러 아카이브 하지 않아도, 이미 보존되고 기록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보존된 이벨린의 문장들은 사후에도 그의 삶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흔적이 되었다. 제작진은 이 채팅 기록을 대역 성우가 낭독하도록 하여 현재 시점에서 재구성했다. 성우들이 읽은 대본은 모두 이벨린이 나눴던 채팅과 동일한 문장이었고, 이 음성은 애니메이션에 더빙되어 영상으로 제작되었다. 재연 애니메이션은 실제 게임 내 캐릭터와 주변 사물, 배경, 다른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표정으로까지 장면 하나하나로 연출되어 게임 속에서 녹화되었다. * 이벨린의 목소리를 맡은 에드 라킨(Ed Larkin)외에도 모든 성우가 장애인이다. (출처: 유튜브 영상 “The Remarkable Life of Ibelin | Behind The Scenes | Netflix”) 여기에 제작진은 마츠의 삶을 더욱 면밀하게 재현하기 위해 또 다른 층위를 더했다. 채팅을 읽는 성우들을 모두 장애를 가진 사람들로 구성한 것이다. 이벨린과 이벨린의 첫사랑 루머, 주변 길드원, 친구들 모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로 입혀졌다. 루머를 연기한 성우는,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가상 캐릭터’가 아닌, 실제 사람이 뒤에 있는 ‘아바타’였기 때문에 깊은 존중감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들이 실제로 이 상황에 어떤 기분을 느꼈을지, 섬세하게 고려하면서 연기해야만 했다고 인터뷰에서 덧붙였다. 연극 대본처럼 남은 채팅 기록 덕분에 게임 속 캐릭터로 과거를 재현하는 이 방식은 게이머의 삶을 다큐로 풀어내는 방식 중에서 매우 신선하고 도전적인 시도로 보인다. 다만 그 과정에서 ‘재현’과 ‘재연’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약간의 아쉬움도 남는다. 다큐로서의 과거를 충실히 복원했다기보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감정적으로 과장된 재연이 되는 듯한 느낌이 남기 때문이다. 특히 이벨린이 루머와 숲속 호숫가에서 연애하며 첫키스를 나눴던 사건을 정면 카메라로 촬영하여 보여줄 때는, 마츠의 매우 사적인 기록, 그러니까 원치 않는 사춘기 소년의 일기장을 억지로 들춰보는 듯한 기분을 안겨주기도 했다. 물론 마츠가 살아생전에 이 다큐멘터리 제작에 관여했기 때문에, 이 역시 그가 의도한 연출일 수도 있겠다. * 데이트를 즐기는 이벨린과 그의 첫사랑 루머 (출처: 유튜브 영상 “The Remarkable Life of Ibelin | Official Trailer | Netflix”) 현실 도피라는 오해 마츠는 매일 아침, 이벨린으로 접속해 아제로스 대륙(게임 속 세계)을 달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현실에선 달릴 수 없었지만, 게임 속에서는 원 없이 달릴 수 있었다. 현실의 제약이 닿지 않는 가상 세계는 마츠에게 해방의 공간이기도 했다. 그곳에서 그는 이벨린이라는 존재로 살아가며 자유로운 신체로 움직였고, 장애인이라는 사회적 정체성을 넘어서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능동적인 주체로서 자신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은 자칫 ‘게임은 현실 도피처’라는 식의 해석으로 단순화되기 쉽다. 실제로 마츠는 자신의 블로그에 “게임은 탈출구이고, 모니터는 자유로운 공간으로 향하는 관문”이라고 썼다. 게임을 탈출 혹은 도피의 수단으로 보는 관점은, 현실의 고통과 결핍에서 심리적으로 벗어나기 위한 몰입이나 위안으로만 게임을 설명하곤 한다. 이때 현실은 그대로 남아 있고, 억압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잠시 보류될 뿐이다. 더 나아가 장 보드리야르의 시각에서 보자면, 이러한 가상 세계는 실재를 대체하는 이미지에 불과하며, 우리는 그 안에서 ‘해방의 감정’만을 소비하게 된다. 이 관점에서 보면, 다큐가 게임을 낭만화하고, 단선적인 감동 구조로만 재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 매일 30분씩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대륙을 뛰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이벨린 (출처: 유튜브 영상 “The Remarkable Life of Ibelin | Behind The Scenes | Netflix”) 그러나 마츠의 사례는 단순한 현실 도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그는 가상 세계에서 새로운 의미를 창출했고, 사람들과의 대화와 연대를 통해 현실로도 울림을 확장시켰다. 게임 속에서 나눈 말과 관계는 다시 현실에서 목소리가 되었고, 그 메아리는 여전히 강하게 울리고 있었다. 이벨린의 첫사랑 루머의 목소리 역을 맡은 켈시(Kelsey Ellison)는 자신도 장애인으로서 가상 세계로의 탈출이 주는 자유를 공감하는 한편, 마츠가 도피주의(escapism)를 잘 활용했다고 평가했다. 하루 종일 누워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는 마츠를 수동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게 아니라, 적어도 자신이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능동적인 힘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고, 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고무시키는 데에 노력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마츠가 단지 억압된 현실의 신체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었다고 해석하는 것은 부족하다. 자유/억압의 이분법적인 규정보다, 완전히 새로운 문법 안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존재했던 인물로 바라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존재의 전환, 존재의 확장으로서 바라봄이 더 정교하고 정당할 것이다. 마츠는 생전 이렇게 말했다. “이벨린은 저의 확장판이에요. 저의 다른 면모이죠” 존재의 확장이라는 비범함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은 단순한 감동 서사를 넘어, 가상 세계 안에서의 삶이 어떻게 존재를 확장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마츠는 게임으로 도피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확장했고, 새로운 문법을 통해 타인과 연결되었다. 가상 세계가 현실의 억압을 완전히 지워주진 않았지만, 그는 그 안에서 한계를 넘는 관계를 만들고, 사회적 의미를 생산하는 능동적인 존재로 살아갔다. 그렇기 때문에 이 다큐가 보여주는 진짜 이벨린의 ‘비범함’이라는 평가는 마츠가 이벨린으로서 보여줬던 활약뿐만이 아니라, 게임이라는 조건 속에서 여전히 현실을 향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보냈기 때문이다. 그가 남긴 채팅 기록, 함께 시간을 보낸 동료들, 그리고 이 다큐를 본 사람들이 기억하는 ‘이벨린’은 마츠가 단지 가상의 인물이 아니라 현실을 구성했던 하나의 주체였음을 증명한다. * 이벨린이 죽은 이후, 블리자드는 이벨린이 자주 다니던 엘린 숲 한켠에 이벨린을 추모하는 비석을 세웠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 그곳에 모여 그를 다시금 기억했다. 그리고 블리자드는 이벨린의 캐릭터에 관한 유료 아이템 판매하고 그 수익을 듀센 치료를 위해 기부하기도 했다. (출처: 유튜브 영상 “Rest in Peace, ibelin) Tags: 다큐멘터리, WOW, MMORPG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문화연구자) 박이선 사회적인 관점에서 게임을 연구합니다. 게임이라는 도구를 통해 결국 인간을 탐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금은 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 [북미통신]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변화하는 북미 게임계의 DEI 기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하자마자 한 달안에 70개가 넘는 행정명령을 쏟아냈다. 그 중에서도 취임 첫 날 바로 서명하고 공포한 행정명령들은 향후 정책적 방향을 가늠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 중 하나가 백악관 행정명령 14151호다. 행정명령의 제목은 ‘급진적이고 낭비적인 정부 DEI 프로그램의 종료’다. < Back [북미통신]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변화하는 북미 게임계의 DEI 기조 GG Vol. 25. 4. 1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하자마자 한 달안에 70개가 넘는 행정명령을 쏟아냈다. 그 중에서도 취임 첫 날 바로 서명하고 공포한 행정명령들은 향후 정책적 방향을 가늠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 중 하나가 백악관 행정명령 14151호다. 행정명령의 제목은 ‘급진적이고 낭비적인 정부 DEI 프로그램의 종료’다. DEI는 Diversity, Equity, Inclusion의 약자로 다양성, 평등, 포용을 이야기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성소수자나 소수인종과 같은 비주류 계층에 대한 차별하지 않고 나아가서 배려를 해주는 모든 정책을 의미한다. 행정명령은 정부기관 내에서 이 DEI 정책들을 폐기하는 방법에 대해서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다양성과 관련한 직책은 모조리 없애고 인종이나 성적 지향이 고려되서 지급되던 보조금 등은 다 폐지한다. 정부기관 채용을 할 때나 수의계약을 맺을 때도 인종이나 성적지향에 대한 고려를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사실 게임계에서도 DEI는 논쟁적인 주제 중 하나였다. 일부 게이머들은 게임 내용에 하등 상관없이 DEI적인 요소를 게임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서 비판을 하곤 했다. 게임 내 주요 캐릭터가 성적소수자이거나 소수인종인 경우에 격렬하게 반발하는 반응도 나오곤 했다. 심지어 게임 주요 캐릭터가 미형이 아니면 ‘또 PC(정치적 올바름) 묻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게임계는 DEI 문제에 대한 첨예한 전쟁터였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해리 포터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게임 <호그와트 레거시>였다. 해리 포터 원작자인 J. K. 롤링이 트랜스젠더 혐오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내고 게임의 주요 제작진 중 한 명이 소수자 혐오 발언으로 가득찬 유튜브를 운영해온 것이 밝혀지자 많은 사람들이 게임의 제작사 워너 브라더스를 비판하고 나섰다. 결국 완성된 게임을 보면 주요 NPC는 트랜스젠더거나 동성애자가 많았고 학교 내 캐릭터들도 ‘적절하게’ 인종적 분배가 되있었다. 플레이어 커스터마이제이션에는 트랜스젠더도 있었다. <어쌔신 크리드> 최신작을 끌고 들어오지 않더라도 대작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다. 북미의 경우 게임계에서는 DEI의 위세가 강한 편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주류 계층 모두를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싶기 때문이다. 백인 남성 위주였던 미국의 게이밍 커뮤니티의 외연을 확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DEI였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부문 한 임원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고객층을 끌어들이는 방법’ 중 하나가 DEI 측면의 부각이라고 밝힌 바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취임하면서 DEI 정책 자체가 공격받자 게임계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직장 내 변화 가장 가시적인 변화는 역시 직장 내에서의 변화다. 한 때는 DEI의 전도사처럼 나섰던 테크업계와 게임업계는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블룸버그에 따르면 S&P 지수에 편입돼 있는 기업 100군데 중 DEI 프로그램을 축소한 것은 20%를 넘는다. 메타, 구글, 아마존도 DEI에 소극적으로 변했다. 게임업계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다. 엑스박스라는 플랫폼은 물론 액티비전블리자드킹의 모회사기도 한 마이크로소프트는 DEI 관련한 팀 자체를 폐지하기도 했다. 당연히 게임업계에서는 이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게임업계의 일터는 남성중심적이고 여성혐오적인 문화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바 있어서 더욱 그렇다. 수유실이 없어서 회의실에서 수유를 하고 있는 여직원을 놀리려 남자 직원들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는 에피소드가 법정에서 명시된 블리자드의 케이스가 이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아직까지 현직의 이야기가 기사화 등을 통해서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개발자 커뮤니티 등에서 변화를 느꼈다는 목소리는 조금씩 나오고 있다. 커뮤니티의 변화 게이밍 커뮤니티에서는 그동안 DEI를 공격하는 움직임이나 비판하는 목소리가 꽤 있었지만 트럼프 당선 이후로는 강도가 한층 심해졌다는 인상이 크다. 이미 10여년 전 게이머게이트 사건으로 성차별적인 시각에서 비롯된 괴롭힘 논란이 있었던 것을 상기하면 우려스럽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에 가장 큰 사례는 스윗 베이비 INC 사건이었다. 스윗 베이비 INC는 캐나다에 있는 내러티브 컨설팅 회사다. 말 그대로 게임의 스토리에 대해서 자문을 하는 것이다. 게임 내 이야기 구성과 대사 작성 등을 전문으로 한다. <앨런 웨이크 2>와 <갓오브워 라그나로크> 등에 참여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해부터 게이밍 커뮤니티 일부에서 스윗 베이비가 게임에 강제로 다양성을 주입한다는 음모론이 확산됐다. <앨런 웨이크 2>에 등장하는 사가 앤더슨이 흑인 여성인 것은 스윗 베이비 때문이라는 루머가 퍼졌다. <앨런 웨이크 2>의 디렉터가 직접 이를 부인했으나 소용 없었고 스윗 베이비가 참여한 게임은 불매하자는 스팀 그룹이 만들어져 가입자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DEI가 마치 게임업계 전체의 적처럼 공격받는 현상에 대해서 플랫폼은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스팀은 스윗 베이비 안티 그룹에 대해서 활동을 제재하지 않았고 이 그룹을 움직이는 디스코드 서버 또한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스윗 베이비의 CEO 킴 벨에어는 “우리는 게임 속 문제를 상상해 쓰는 작가들일 뿐, 실제 괴롭힘을 막는 전문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플랫폼은 분명 더 나은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게임 내 변화 일터와 팬 커뮤니티 양 쪽에서 DEI가 거세게 공격받고 있기 때문에 이는 게임 내부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특히나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서 미국에서는 이제 성별은 단 두 개라고 못을 박았기 때문에 성소수자들의 피해는 커질 것이다. 게임에서 등장했던 트랜스젠더 캐릭터들은 이제 갈 곳을 잃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과장된 위협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해 공개돼서 파장을 일으켰던 ‘프로젝트 2025’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프로젝트 2025는 보수성향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이 공개한 문서로 향후 미국 보수정치의 전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문서에서는 공공연하게 젠더나 인종과 관련된 ‘평등정책’을 축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다. 헤리티지 재단 대표 케빈 로버츠는 이미 트랜스젠더의 권리 옹호를 포르노그래피로 규정하고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프로젝트 2025가 그대로 실행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맥락을 같이 하는 ‘두 개의 성별’ 행정명령을 발표한 마당에 <사이버펑크 2077>과 <발더스 게이트 3>에 트랜스젠더 캐릭터가 있다는 이유로 포르노로 취급될 수 있다는 예상은 웃어넘기기 힘들다. 여기에 플랫폼이 콘텐츠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질 수는 없다는 플랫폼 책임 보호법도 폐지하자는 제안이 있어서 결국 게임사들의 자기검열은 더욱 심해지고 다양성과 관련한 콘텐츠는 보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예측은 힘을 얻는 중이다. 게임이라는 전장 게임은 이제 어린 세대만 즐기는 문화가 아니고 모든 세대가 즐긴다. 따라서 게임만큼 폭넓은 세대에게 영향을 미치는 매체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업계가 이데올로기의 가장 치열한 전장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보인다. 상업적인 이유로 혹은 문화적 트렌드로 지금까지 DEI가 힘을 발휘했다면 이제는 백래시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최소한 트럼프의 정책적 추진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이는 2026년 중간선거 전까지는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을 만드는 쪽과 게임을 즐기는 쪽은 어떤 선택을 할까에 대해서 고민은 커져만 갈 것으로 보인다. Tags: DEI, 트럼프, 북미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나성인) 홍영훈 캘리포니아에서 살면서 게임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에 출연하고 매체에 기고를 하며 많은 분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패션부터 게임까지 분야에 상관없이 재밌는 글을 평생 쓰고 싶습니다.
- 오락실 시대의 대표주자 대전격투 게임, 어떻게 변해왔나
2000년대 이후 대전격투게임에 초점을 맞춰, 사반세기 동안 대전격투게임과 그 문화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논의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대전격투게임의 주요 변화 양상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은 무엇이고, 그것이 게임 플레이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구체적인 논의를 위해 역사적 맥락, 산업 구조, 기술 변화, 문화 수용 등의 차원을 고려한다. < Back 오락실 시대의 대표주자 대전격투 게임, 어떻게 변해왔나 GG Vol. 25. 4. 10. 21세기 사반세기의 대전격투게임 대전격투게임(fighting game)은 말 그대로 플레이어가 컴퓨터나 다른 플레이어를 상대로 싸우는 류의 게임을 말한다. 체스나 장기처럼 추상화되지 않고, 캐릭터끼리 직접 몸을 맞대 치고박는 원초적인 싸움 형태를 취함으로써 플레이어들에게 강한 자극을 주는 장르이기도 하다. 정확하진 않지만, 보통 1976년 세가에서 아케이드용으로 출시했던 <헤비급 챔프(Heavyweight Champ)>를 대전격투게임의 기원으로 꼽는다. 1:1 대결이라고는 해도 복싱시합에 국한돼 있었던 데다 스틱과 버튼도 사용하지 않아 지금과 같은 의미의 대전격투게임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그래도 흑백으로 그려진 두 명의 복서를 글러브 모양의 컨트롤러로 움직이며 펀치를 날리는 방식을 취하는 등 대전격투게임의 기본적 형태를 지녔다고는 할 수 있다. 이후 다양한 대전격투게임이 등장했지만, 대전격투게임이라는 장르를 확립한 대표적인 게임은 <스트리트 파이터 2(Street Fighter 2, 1991)>였다. 마치 영화나 만화의 세계를 그대로 게임으로 만든 듯한 연출과, 특수한 커맨드 입력을 통한 기술 시전이라는 신선한 조작방식에 더해, 플레이어의 실력으로 승부내기를 권장하는 게임 디자인은 많은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강한 흥미를 유발시켰다. <스트리트 파이터 2>의 그야말로 엄청난 히트 이후 1990년대 초중반까지 대전격투게임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아랑전설(Fatal Fury, 1991)>, <버추어 파이터(Virtua Fighter, 1993)>, <킹 오브 파이터(The King of Fighters, 1994)>, <철권(Tekken, 1994)>을 비롯해 굉장히 많은 수의 대전격투게임이 발매됐다. 1990년대 게임문화 전반의 흐름을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던 장르였고, 아케이드뿐 아니라 콘솔과 같은 플랫폼으로도 수많은 작품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는 조금씩 대전격투게임 붐이 사그러들기 시작했고, 2000년대부터는 마니아들 중심으로 플레이되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스테디셀러 장르가 되어 AAA급 게임부터 인디게임에 이르기까지 매년 대전격투게임이 꾸준히 발매되고 있고, 특히 북미와 일본에서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2000년대 이후 대전격투게임에 초점을 맞춰, 사반세기 동안 대전격투게임과 그 문화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논의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대전격투게임의 주요 변화 양상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은 무엇이고, 그것이 게임 플레이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구체적인 논의를 위해 역사적 맥락, 산업 구조, 기술 변화, 문화 수용 등의 차원을 고려한다. 변화의 배경 구체적인 변화 양상을 논의하기에 앞서, 그 변화를 추동한 요인들에 대해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기술적 혁신과 플랫폼의 전환, 그리고 온라인화와 네트워크 대전의 부상이 대표적이다. 첫째, 기술적 혁신과 플랫폼의 전환이다. 2000년대 초반 가정용 콘솔과 PC의 기술적 발전은 대전격투게임 환경에 극적인 전환을 가져왔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 2(PlayStation 2)와 Xbox의 등장은 아케이드에서 콘솔 중심으로의 본격적인 이동을 촉진했으며, PC방 문화의 안착은 대전격투게임 플레이 무대 중심을 바꿔놓았다. 고해상도의 그래픽, 향상된 프레임 속도 등 기술적인 발전은 플레이어들에게 아케이드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몰입감을 제공하였다. 이러한 기술적 혁신은 아케이드 산업의 쇠퇴와도 관련 맺는다. 이와는 별개로 ‘바다이야기 사태’와 같은 사건으로 인해 이 시기 한국에서 아케이드의 위상이 급격히 하락하게 된 측면도 있다. 이는 대전격투게임 플레이어의 감소를 야기하는 한편, 가정 내에서의 게임 환경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는 계기로 작용했다. 둘째, 온라인화와 네트워크 대전의 부상이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 확대와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은 대전격투게임의 플레이 양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온라인 대전 기능은 지리적 한계를 없애고 글로벌한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특히 Xbox 라이브(Xbox Live)와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PlayStation Network) 같은 플랫폼은 온라인 대전 환경을 정착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온라인화는 단순한 환경 변화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격투게임에서 중요한 심리전과 반응속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롤백 넷코드(rollback netcode)와 같은 기술이 도입되었으며, 이는 보다 원활한 대전 환경을 제공하고 경쟁을 더욱 심화시켰다. 랭킹 시스템의 확립으로 경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는 플레이어들 간의 실력 격차를 더욱 명확히 드러내면서 숙련된 소수의 ‘고인물’ 문화 형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변화의 양상들 기술 변화와 온라인화를 중심으로 대전격투게임은 사반세기 동안 여러 측면으로 변모해왔다. 첫째, 2D에서 3D 그래픽 중심으로 이동한 듯 보였던 대전격투게임 트렌드 속에서, 다시 2D 스타일이 부활하는 움직임이 발견된다. 2000년대 초 대전격투게임은 하드웨어의 발전과 함께 본격적인 3D 그래픽 기반으로 전환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철권>, <버추어 파이터>, <데드 오어 얼라이브(Dead or Alive)> 시리즈로, 이들은 다면체 기반의 입체적 전장과 움직임을 제공하면서 시각적 현실감을 극대화하였다. 동시에 2D 기반 대전격투게임들은 조금씩 비인기 타이틀로 밀려났다. <스트리트 파이터 3: 3rd 스트라이크(Street Fighter III: 3rd Strike, 1999)와 같은 2D 고전 명작들도 복잡한 메커니즘과 고난이도 탓에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2008년 <스트리트 파이터 4>가 출시되면서 상황이 반전된다. 이 게임은 3D 모델링 기술을 사용하되 2D 게임 플레이를 유지하는 ‘2.5D’ 방식으로, 전통성과 현대성을 동시에 포섭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는 과거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새로운 플레이어층도 유입시키는 전략이었다. 이후 <길티 기어 Xrd(Guilty Gear Xrd, 2013)>는 셀셰이디드 렌더링(cel shaded rendering) 기법을 통해 3D 모델로 2D 애니메이션과 같은 비주얼을 구현하여 비평적 호평과 상업적 성공을 모두 거두었으며, <드래곤 볼 파이터 Z(Dragon Ball Fighter Z, 2018)>는 애니메이션 IP를 기반으로 동일 기술을 적용해 폭넓은 플레이어 층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술적·미학적 변화에 대한 고려는 3D에서 2D로의 단순 복고가 아니라, 시각 스타일과 게임 플레이의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둘째, 글로벌 시장 전략과 캐릭터 다양성의 강화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전격투게임 캐릭터의 재현은 스테레오 타입의 단순 반복에 가까웠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대전격투게임 제작사들은 캐릭터들의 다양성에 신경을 쓰고 있다. <철권 7(2017)>은 샤힌(사우디), 조시(필리핀), 라르스(스웨덴), 리로이(흑인 무술가) 등의 캐릭터를 도입하였고, 현지 언어(아랍어, 타갈로그어 등)를 사용하는 음성 연출도 탑재했다. 이는 외양적 다양성만이 아니라, 문화적 리얼리즘 구현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의미한다. 또한 캐릭터 성별과 체형의 다양성, 성격과 배경의 서사성도 중요해졌다. <스트리트 파이터 6>의 마농(프랑스 여성 유도 선수), <길티 기어 스트라이브(Guilty Gear Strive, 2021)>의 브리짓(트랜스젠더), <더 킹 오브 파이터즈 XV(The King of Fighters XV, 2022)>의 돌로레스(흑인 여성 샤먼) 등은 기존 남성 중심, 체격 중심의 캐릭터 구성을 넘어서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시장 다변화 전략과 맞물리며, 문화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시하는 게임산업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이처럼 대전격투게임은 다문화적 접점으로 기능하는 장르로 변모하고 있다. 셋째, 싱글플레이 요소와 RPG적 시스템의 결합이다. 대전격투게임의 본질은 PvP 대결이지만, 플레이어층 확대를 위해 PvE 콘텐츠와 싱글플레이 요소가 강화되는 경향도 보인다. 대표적인 예는 <모탈 컴뱃(Mortal Kombat)> 시리즈의 시네마틱 스토리 모드다. 단순한 컷씬 삽입을 넘어, 할리우드식 내러티브 구조를 도입함으로써 기존 대전격투게임에 새로움을 더했다. 2023년 출시된 <스트리트 파이터 6>의 월드 투어 모드는 더 나아가 오픈월드 탐색, NPC 대전, 캐릭터 육성 시스템 등을 통합한 RPG형 콘텐츠를 구현하였다. 이러한 시도들을 통해 대전격투게임은 대전 외적인 플레이 구조에서도 기술 습득의 서사화, 성장의 게임 플레이화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또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장비 아이템, 스탯 강화 등 RPG 요소는 기존 대전격투게임의 단순반복성을 완화하며, 플레이어의 새로운 정체성 형성 및 몰입 강화 기능을 수행한다. 대전격투게임이 경쟁 중심 장르에서 경쟁과 모험이 함께하는 장르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넷째,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로의 이행이다. 대전격투게임의 온라인화는 게임 플레이 방식뿐 아니라 커뮤니티 성격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 아케이드게임장 중심의 직접적인 대면 교류는 온라인 포럼, 소셜 미디어, 스트리밍 플랫폼과 같은 비대면 커뮤니티로 대체되었다. 이 변화는 커뮤니티의 글로벌화와 함께 플레이어 간 정보·전략 공유를 급격히 가속화시켰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의 성장은, 숙련된 플레이어 중심의 폐쇄적인 문화가 심화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특정 기술과 전략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와 공유가 이루어지는 반면, 신규 플레이어들에게는 다소 배타적인 환경이 조성되면서, 결과적으로는 전체 플레이어층의 확장보다는 특정 그룹의 전문화가 더욱 강조되는 현상을 초래했다. 다섯째, e스포츠의 부상과 글로벌 경쟁문화 확산이다. 2000년대 들어 대전격투게임이 겪은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e스포츠화의 급격한 발전이다. EVO(Evolution Championship Series)와 같은 글로벌 대회가 본격화되면서, 대전격투게임은 전문성을 요구로 하는 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과정에서 전문 플레이어가 등장하고 스폰서십과 프로리그가 활성화되었고, 이는 게임의 기술적이고 전략적인 수준을 극도로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e스포츠의 발전은 격투게임의 위상을 높이고 새로운 플레이어를 유입시키는 긍정적 효과도 있었지만, 전문적이고 고도화된 경쟁 환경으로 인해 일반 플레이어와 전문 선수 사이의 간극을 넓히는 문제점도 함께 발생시켰다. 여섯째, 인디 개발자의 실험적 다양성 추구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스팀(Steam)’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유통 플랫폼의 확산과 유니티(Unity),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 등과 같은 개발 툴의 민주화로 인해 인디게임 씬의 대전격투 장르로의 진입이 활발해졌다. 랩 제로 게임즈(Lab Zero Games)의 <스컬걸즈(Skullgirls, 2012)는 여성 중심 캐릭터, 복고풍 애니메이션 스타일, 커뮤니티 중심 업데이트 구조로 대전격투 장르의 실험성과 다양성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인디 팀 마네6(Mane6)에서 개발한 <뎀스 파이팅 허드(Them’s Fightin’ Herds, 2020)>는 원래 <마이 리틀 포니(My Little Pony)> 팬 게임으로 시작해 독자 IP로 전환된 사례로, 비주류 미학과 대중성의 융합을 시도하였다. 이러한 인디 대전격투게임들은 기술적 실험, 표현 양식의 다양화, 커뮤니티 참여 모델의 구현 등을 가능케 했으며, 기존 주류 대전격투게임의 방향에도 일정 영향을 미쳤다. 더불어 인디 개발자들은 커스터마이징, 모드 지원, 공개 개발 등의 방식을 통해 개방형 게임문화를 격투게임에 도입한 주체로도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의 사반세기 지난 25년 동안 대전격투게임의 변화는 기술 혁신과 온라인화의 토대 하에, 2D 스타일의 부활, 글로벌 시장 전략과 캐릭터 다양성의 강화, 싱글플레이 요소와 RPG적 시스템의 결합,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로의 이행, e스포츠의 부상과 글로벌 경쟁문화 확산, 인디 개발자의 실험적 다양성 추구 등 다양한 축에서 이뤄져 왔다. 이러한 변화는 대전격투게임의 대중화와 전문화를 동시에 만들어내면서 복잡한 문화적 현상으로 이어졌다. 앞으로의 대전격투게임은 기술 발전과 플레이어 문화의 상호작용 속에서 대중성과 전문성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과제를 계속 안고 나아갈 것이다. 대전격투게임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신규 플레이어 유입을 촉진하고, 동시에 숙련된 플레이어를 위한 깊이 있는 경험을 유지하는 전략적 접근이 요청된다. 물론 둘 간 조화를 이루기 위한 게임 디자인 차원의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초보자들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복잡한 입력 없이도 주요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끔 조작체계를 단순화한다거나,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IP와의 협업을 통해 대중성을 강화한다거나, e스포츠 이벤트와 스트리밍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장르 인지도를 높이거나, 기존의 플랫폼 제한을 넘어 여러 플랫폼(PC-콘솔-모바일 등)에서 크로스 플레이가 가능하게 하는 등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동시에 숙련된 플레이어들이 요구하는 깊이와 전략성까지 유지하려는 균형 잡힌 디자인을 추구함은 물론이다.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숙련된 플레이어와 신규 플레이어 간의 실력 간극이 완전히 좁혀지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의 25년 동안 대전격투게임이 보다 많은 사람이 함께 똑같이 즐기는 장르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해 볼 만하다. Tags: 대전격투게임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이론 전문지 〈문화/과학〉 편집위원) 강신규 문화이론 전문지 <문화/과학> 편집위원. 게임, 방송, 만화, 팬덤 등 미디어/문화에 대해 연구한다. 저서로 <흔들리는 팬덤: 놀이에서 노동으로, 현실에서 가상으로>(2024), <서브컬처 비평>(2020), <아이피, 모든 이야기의 시작>(2021, 공저), <서드 라이프: 기술혁명 시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2020, 공저), <게임의 이론: 놀이에서 디지털게임까지>(2019, 공저) 등이, 논문으로 ‘이기지 않아도 재미있다: 부모-자녀 게임 플레이의 사회성과 행위성, 그리고 분투형 플레이’(2024), ‘커뮤니케이션을 소비하는 팬덤: 아이돌 팬 플랫폼과 팬덤의 재구성’(2022), ‘‘현질’은 어떻게 플레이가 되는가: 핵납금 게임 플레이어 심층인터뷰를 중심으로’(2022, 공저), ‘게임화하는 방송: 생산자적 텍스트에서 플레이어적 텍스트로’(2019)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