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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리뷰] 피, 땀, 리셋 - 리셋 버튼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 세계에서 비디오 게임을 개발하며 살아간다는 것
비디오 게임 제작은 어렵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규모의 수많은 게임들이 기획되고, 제작되지만 실제 완성되는 것은 극히 미미한 수에 불과하다. 게임이 제작 도중 엎어지는 이유는 수 없이 많다.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로 제작이 중단되는 경우도 있고, 근사한 아이디어를 구현해 봤더니 상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나와서 더 이상 개선을 할 수 없어 개발 중단을 선언하게 되는 경우도 매우 많다. 20년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경험과 주변의 사례를 지켜본 바를 바탕으로 감히 멋대로 주장하건데, 개발을 시작한 비디오 게임이 단지 완성되어 세상에 공개되는 비율만 따져도 아마도 고작 10% 미만에 불과할 것이다. < Back [북리뷰] 피, 땀, 리셋 - 리셋 버튼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 세계에서 비디오 게임을 개발하며 살아간다는 것 08 GG Vol. 22. 10. 10. 비디오 게임 제작은 어렵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규모의 수많은 게임들이 기획되고, 제작되지만 실제 완성되는 것은 극히 미미한 수에 불과하다. 게임이 제작 도중 엎어지는 이유는 수 없이 많다.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로 제작이 중단되는 경우도 있고, 근사한 아이디어를 구현해 봤더니 상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나와서 더 이상 개선을 할 수 없어 개발 중단을 선언하게 되는 경우도 매우 많다. 20년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경험과 주변의 사례를 지켜본 바를 바탕으로 감히 멋대로 주장하건데, 개발을 시작한 비디오 게임이 단지 완성되어 세상에 공개되는 비율만 따져도 아마도 고작 10% 미만에 불과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세상에 빛을 보게 된 10%의 게임 중 단 1% 만이 이른바 성공한 게임의 반열에 들어간다 - 개인 창작이나 인디 게임을 제외하고도 그렇다는 가정이다. 「피, 땀, 리셋」 (원제: Press Reset: Ruin and Recovery in the Video Game Industry)는 바늘구멍 같은 확률을 뚫고 성공한 게임을 만들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황망하게 망한 게임 개발 스튜디오와 이후에 남은 개발자들의 운명 을 다룬다. 이 책에서 언급된 게임 제작 스튜디오는 세상에 빛을 보지도 못한 38 스튜디오(38 Studios)의 프로젝트 코페르니쿠스(Project Copernicus)부터, 에픽 미키(Epic Mickey)나, 데드 스페이스(Dead Space) 시리즈 처럼 상업, 비평 양쪽의 매우 준수한 성적을 낸 작품을 만든 스튜디오에 관한 사례부터, 다수의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 GOTY) 수상을 이뤄내고 1,100만장의 판매고를 달성한 바이오 쇼크 인피니트(Bioshock Infinite)를 만들고도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스튜디오, 이레셔널 게임즈(Irrational Games)의 이야기까지 포함되어 있다. 가장 처음 다뤄지는 비디오 게임 디자인의 거장으로 추앙받는 워렌 스펙터(Warren Spector)의 사례는 비디오 게임 산업의 이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어쩌면 충격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그는 속편 제작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적당히 성공한 작품을 완성해냈고 모 회사인 디즈니 인터렉티브 스튜디오(Disney Interactive Studios)의 의사결정권자들에게 성과를 인정 받는다. 하지만, 비디오 게임 산업의 미래를 잘못 예단한 여타 비전문적인 경영진에 의해 결국 자신의 스튜디오를 폐쇄당한다. 이러한 결정이 내려지던 2013년의 전후는 모바일 게임의 중흥으로 인해 비디오 게임 콘솔(Video Game Console) 플랫폼 산업은 급격히 쇠퇴할 것이라는 여러 경제 분석가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시기였다. 워렌 스펙터의 정션 포인트 스튜디오(Junction Point Studios)는 콘솔 게임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스튜디오였고, 모바일 게임 산업으로 전환을 결정한 경영진은 “가망이 없는 콘솔 게임 시장을 노리고 게임을 만드는 스튜디오”에 지속적인 투자를 할 수는 없었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이후 콘솔 게임 시장은 모바일 게임 시장과 함께 여전히 큰 폭으로 성장 중이다. 그의 사례는 비디오 게임 업계에서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비디오 게임 산업에 대한 이해가 없는 대기업이 야심차게 비디오 게임 산업에 뛰어들었다가 성과가 나오기 직전에 사업을 철수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었고, 게임 제작 스튜디오로 성장한 몇몇 국내 스튜디오들은 과거 이와 비슷한 악명 높은 허들 시스템으로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이와 관련한 불편한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다. 이른바 “사업상의 결정”으로 인해 회사에서 성실히 근무하던 개발자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사례는 너무도 많기 때문에 일일히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이후의 에피소드들은 아무리 비디오 게임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도 좀 체로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디렉터 한 명이 퇴사했을 뿐임에도 그의 밑에서 같이 게임을 만들어낸 훌륭한 팀을 단번에 박살내 버려버린 이야기(이레셔널 게임즈 -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매번 전작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뒀지만, 경영진이 목표로 하는 “전 보다 매우 뛰어난 성공”을 거두지 못해 결국 버려진 스튜디오에 대한 이야기(비서럴 게임즈 -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 마치 제조 공장의 조립 라인처럼 개발자들을 이 프로젝트, 저 프로젝트 옮기다 개발 역량과 좋은 조직 문화를 모두 소진하고 자연스럽게 소멸된 스튜디오(2K 마린 - 더 뷰로: 기밀 해제된 엑스컴)에 대한 이야기는 그나마 순한 맛에 해당한다. 매이저 리그의 전설적인 선수였던 커트 실링(Curt Schilling) 개인 재력과, 주 정부의 투자 약속을 바탕으로 비디오 게임 산업 불모지인 지역에 스튜디오와 대규모 개발 인력을 이전한 38 스튜디오. 그리고 38 스튜디오의 자회사 빅 휴즈 게임즈(Big Huge Games)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는 그것 자체로도 황당하기 그지없지만, 여기에 희망과 게임 개발의 꿈을 걸었던 개발자들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는 게임 개발자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두 스튜디오의 폐쇄 이후 하루 아침에 길거리에 나앉게 된 개발자들의 운명은 매우 끔찍했다. 이주 지원 명목으로 회사가 받은 거액 대출은 개발자 개인이 값아가야 할 몫으로 남아버렸는데, 해당 지역에서는 다시 취업할 수 있는 비디오 게임 회사가 없다. 겨우겨우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다른 지역에 일자리를 찾았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정리해고의 공포를 안고 일을 해야만 한다. 실제로 빅 휴즈 게임즈의 개발자들은 이후 에픽 게임즈(Epic Games)의 새로운 스튜디오에 합류했지만, 에픽은 고작 8개월만에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이 스튜디오를 폐쇄해 버린다. 한번도 극복하기 힘든 일을 일년 사이에 두번이나 겪게 된 개발자들의 심정이 어땠는지는 차마 가늠하기도 어렵다. 이 책은 이해할 수 없는 스튜디오 폐쇄와, 이로 인해 재기 불능의 피해를 입고 업계를 영원히 떠나버린 개발자들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인생은 사람의 수만큼 다양하듯, 여기에도 살아남는데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또한 포함되어 있다. 인디 게임 개발로 진로를 바꿔 인생의 벼랑 끝에서 겨우 빠져나온 이야기. 북미에 비해 노동권 및 복지에 대한 보장이 잘 되어 있는 유럽으로 이주해 안정적인 개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개발자의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일부의 사례에 불과하다. 이 책의 서문에는 션 맥러플린(Sean McLaughlin)이라는 개발자의 인터뷰가 나온다. “그리고 저는 이제 책상에 이것저것 늘어놓지 않아요. 가방 하나에 다 들어갈 정도의 짐만 가져다 두죠.” 이 이야기에 어떠한 동질감을 느꼈다면, 당신은 이미 이 바닥에서 구를 만큼 구른 게임 개발자이거나 산전수전 다 겪고 뛰쳐나온 옛 종사자일 것이다 - 나 또한 여러 업체들을 옮겨 다니면서 개인 짐을 많이 가져다 두지 않는다. 가장 최근의 퇴사에서는 오직 백팩 하나 분량의 짐만 가볍게 챙겼을 뿐이다. 크런치로 불리우는 강도 높은 근무 환경. 프로젝트에 따라 얼마든지 직장을 잃어버리기 수월한, 다른 산업과 비교되는 노동 유연성은 국내의 비디오 게임 산업에서도 똑같이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피, 땀, 리셋」에서 나오는 예시처럼 하루 아침에 스튜디오가 폐쇄되고 직장을 잃어버리는 사례에 개발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이에 대한 응답을 받는 사례가 점차 나오고 있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주어진 성과는 아니다. 다른 산업계에서 이어진 뿌리깊은 노동 운동은 2000년대 초 IT 노조의 출범과 이후 2013년 게임개발자연대 등의 단체에서 비디오 게임 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활동을 시작하였다. 게임 업계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게임 개발자들 스스로도 노동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8년부터 넥슨, 스마일게이트, 웹젠 등의 대형 게임 회사들에 개별 노조가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으며, 여러 활동가들의 노력 덕분에 느리지만, 점차 개선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오히려 북미의 비디오 게임 산업 보다 더 빠르게 발전하는 모양새이다. 미국의 경우 2022년이 되어서야 액티비전 블리자드(Activison Blizzard)의 자회사인 레이븐 소프트웨어(Raven Software)에서 노조가 결성되었다. 이는 미국 내 상장 비디오 게임 업체 중 최초의 일이다. 혹자는 이러한 일에 이렇게 이야기한다. “게임이 망했으면, 당연히 거기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어쨌든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피, 땀, 리셋」에서 언급된 사례들은 거의 대부분 “성공했으나 망한” 경우이고, 실패 역시 개발자가 아닌 “경영진의 잘못된 의사 결정”에 기인한 경우가 절대 다수이다. 본문에서도 언급되지만, 개발진에게 잘못된 판단에 기반한 결정을 강요한 경영진들은 개인적인 큰 손실을 입거나, 여타 개발자처럼 빚에 허덕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런 결과를 두고 “게임이 망했으니 책임을 지라”라는 말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 혹은 얼마나 불평등한 이야기인지는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희망적인 것은 「피, 땀, 리셋」 같은 책이 세상에 소개되면서, 비디오 게임 산업의 어두운 이면을 알리고, 이를 통해 끔찍한 게임 개발 노동 환경에 대한 문제가 느리지만 점차 개선되고 있다. 비디오 게임 제작은 충분히 어렵다. 그리고 그 성공은 더더욱 어렵다. 그렇다면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게임을 만드는 것 이외의 문제로 힘들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 개발자) 임현호 과거의 게임 개발 영웅들의 모험담을 쫓으며 게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게임 개발자. 매우 긴 기간 동안 대표, 기획자, 인디 게임 개발자, 프로젝트 매니저 등의 여러 타이틀을 달고 살았으나 게이머이자 게임 개발자로 불리길 희망하는 소시민.
- 제1회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 발표
안녕하십니까, 게임제너레이션입니다. 제1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을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 Back 07 GG Vol. 22. 8.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유년기부터 게임과 친하게 지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이야기를 업으로 삼은 것은 2015년부터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일련의 계기를 통해 전업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2016), 『81년생 마리오』(2017), 『게임의 이론』(2018), 『슬기로운 미디어생활』(2019), 『현질의 탄생』(2022) 등의 저서,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 〈다큐프라임〉(EBS, 2022), 〈더 게이머〉(KBS, 2019), 〈라이즈 오브 e스포츠〉(MBC, 2020)등의 다큐멘터리 작업, 〈미디어스〉'플레이 더 게임', 〈매일경제〉'게임의 법칙', 〈국방일보〉'전쟁과 게임' 등의 연재, 팟캐스트〈그것은 알기 싫다〉'팟캐문학관'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 게임과 사회가 관계맺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한다. 게임연구소 '드래곤랩' 소장을 맡고 있다.
- [대담회] 게임비평의 오늘,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 왔고 어디로 향해야 할까?
이번 대담에서는 창설에 기여했으며 초창기부터 공모전을 지켜보거나 심사위원 활동에 부분적으로 참여했던 연구자 및 평론가들이 모여, 가 만들고자 했던 게임 비평 및 담론 장의 성격과 현재까지의 성과와 이력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게임 비평 씬에서의 후속세대 양성에 대한 고민과 계획을 함께 짚어보았다. < Back [대담회] 게임비평의 오늘,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 왔고 어디로 향해야 할까? 26 GG Vol. 25. 10. 10. 2021년 여름 창간 이래 국내 디지털게임 비평의 활성화와 신진작가 발굴을 목표로 하는 <게임 제너레이션(이하 GG)>의 게임비평 공모전이 4회차를 맞았다. 이 공모전의 창간과 지속적인 개최에는 게임에 대한 새롭고 신선한 시각을 발굴하는 것뿐 아니라, 한국 게임 비평 씬의 형성과 장기적인 유지 및 확장을 위한 고민들이 녹아 있다. 이번 대담에서는 창설에 기여했으며 초창기부터 공모전을 지켜보거나 심사위원 활동에 부분적으로 참여했던 연구자 및 평론가들이 모여, 가 만들고자 했던 게임 비평 및 담론 장의 성격과 현재까지의 성과와 이력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게임 비평 씬에서의 후속세대 양성에 대한 고민과 계획을 함께 짚어보았다. 게임비평 담론 장의 구축 매개로서 의 성과 이경혁 편집장: 반갑습니다. 게임비평공모전이 올해로 4회를 맞아, 이번 호는 공모전 특집입니다. 는 게임 비평문화 담론의 확산과 동시에 게임 씬의 성립을 위한 후속세대 양성을 목적으로 창간 첫 해부터 공모전을 시작해 왔습니다. 오늘 오시지 못한 강신규 박사님을 포함하면 여기 계신 분들이 창간부터 함께한 개국공신 같은 분들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편집장 후기에서도 풀겠습니다만, 어느덧 4회를 맞으니 개인적으로 남다른 소회가 생기더라고요. 오래전 저와 함께 이 작업을 해보자고 생각했던, <인문학협동조합>에서 출발해서 지금까지 함께한 나의 동료들은 시작 당시의 마음과 지금의 차이는 어떤지, 현재 게임 비평 씬에 대한 각자의 생각은 어떤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에게 게임 비평이란 옛날에 시작할 땐 뭐였지? 그리고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지?’ 정도를 얘기해 보면 좋겠습니다. 이정엽 박사: ‘비평’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어떤 담론의 장 같은 게 살아 있어야 작동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가 없었던 시절을 돌이켜 보면 게임 비평을 위한 지면은 사실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 게임을 빠르게 공략할 수 있는 형태의 리뷰나 게임에 대한 산업적 형태의 기사였죠. 거기서 약간의 비평적 톤이나 메타 분석이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그건 그냥 필자가 그런 담론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로 한정됐었던 것 같고요. 제가 스스로 비평가라는 생각을 의식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같은 저널이 생기는 게 게임 씬 내 비평적인 움직임을 만드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의 편집위원을 하진 않았지만 투고는 초반에 많이 했던 것 같네요. 이경혁 편집장: 사실 이정엽 선생님은 공모전 심사위원도 하셨지요. 이정엽 박사: 네. 공모전 심사도 그렇고 초기에 일을 도왔던 것 같은데. 4년이 지나면서 바뀐 부분이 있다면 그런 형태의 (비평을 위한) 담론의 장이 형성됐다는 거. 게임에 대한 진지한 분석이나 사회적인 분석들이 통용될 수 있는 어떤 무대가 만들어졌다는 건 큰 의미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아니, 처음부터 너무 잘 말씀해 주시는 것 아닌가요. 읽는 분들이 자기들끼리 짜고 친다고 욕할 것 같은데... 이정엽 박사: 조금 뒤에서 까면 되잖아요(웃음) 잘한 부분은 칭찬을 해야죠. 그 전까지 못 했던 건 확실히 맞거든요. 저는 <디스이즈게임>, <게임톡>, <인벤> 등 여러 지면에 기사를 실어본 경험이 있지만, 게임 관련해서 특정한 비평적인 시각을 갖고 분석해달라는 식의 청탁은 받지 못했던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데스크가 현재 게임계의 트렌드를 소화하는 데에 치중하다 보니 메타적 분석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지 않나. 그러다 보니 게임 비평 관련 장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죠. 이경혁 편집장: 근데 ‘게임비평 장’이 있다고 하기에는, 가 게이머나 학술 대중 사이에서 굉장히 많이 읽힌다고 얘기하기는 아직 어렵지 않습니까? 이정엽 박사: 일례로 과거에는 여러 개 있었지만 지금은 <월간 게이머즈>가 유일하게 남아있는 국내 게임잡지잖아요. 저는 <게이머즈>가 게임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버티면서 하나의 게임 담론을 만드는 독립된 분야로 성립하고 있다는, ‘장’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매체가 존재하는 이유에 조회수나 구독률만으로 책정할 수 없는 지표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차원에서 는 제 생각에 국내에서 유일한 게임 비평지라는 생각이 들고요. 물론 다른 비평 조직들이 없었던 건 아니죠. <게임문화연구회>나 김상우 평론가님이 하셨던 <앨리스 온>도 있었지만, <앨리스 온>은 미디어 아트 쪽에 방점이 많이 찍혀 있었고. <게임문화연구회>는 저널을 만들기보다는 이너서클처럼 활동을 했고요. 그러다 보니 외부의 사람들이 들어오기에는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는 지속적으로 공모전을 하며 이너서클의 단계를 넘어서려고 노력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글 쓰는 필진도 굉장히 다양해졌잖아요. 제가 에 글을 안 쓴 지 한 1년쯤 된 것 같은데요. 요즘 나온 글을 읽으며 느끼는 게 잘 쓰는 후배들이 많아지니까 확실히 다양한 시각이 들어와서 좋아요. 그런 차원에서 오픈된 마인드로 계속해서 후속 세대가 양성된다는 생각이 들어 뜻깊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오영욱 선생님도 공모전을 1회부터 4회까지 쭉 지켜보셨을 텐데 어떠셨나요? 오영욱 박사: 네, 사실 이전에 네이버 공모전도 봐 왔는데 그게 한 5회 정도 했을거에요. 당시 상을 받으셨던 분들이 네이버에서 책도 발간하고 했지만 그 다음부터는 계속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지면이 없었어요. 수상자 중에 계속 활동하시는 분이 제가 알기로 한 분밖에 안 계시거든요. 그런데 에서는 수상자들이 활동할 공간을 계속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좋고 게임비평 씬이 형성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어요. 착각인진 모르겠지만 그간 게임 비평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가 꾸준히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왜냐면 2000년대 초에 <게이머즈>를 운영하던 게임문화가 일본에서 가져와서 발간한 <게임비평>이라는 잡지가 있었잖아요. 조금 나오다 휴간되었지만 그 후로도 사람들이 ‘우리도 그런 잡지가 있었으면 좋겠어’라는 얘기를 계속 했었거든요. 지속적인 수요는 있었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저는 지금 나오는 게임 비평들의 수준이 굉장히 높다고 생각해요. 게임에 대한 인문사회학적인 통찰이 담겨있고. 그 전시대의 게임 비평들은 사회적인 깊이는 담지 못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과거에 물론 게임 평론가들도 존재했죠. 게임 잡지에 쓴 글을 모아 평론집을 내기도 하고. 그보다 더 전에는 <컴퓨터 학습> 같은 잡지에서 게임 공략을 하던 대학생들이 있었고. ‘하이텔’도 아니고 ‘케텔’ 시절에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애니메이션부터 게임 비평까지 같이 하셨던 분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지금까지 씬의 유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느낌이 있고요. 반면 지금의 는 연속성을 가지고 이어지는 부분들이 있어 좋은데 다만 이런 걱정은 있어요. 예를 들어 ‘경혁 샘이 쓰러지면 GG는 없어지겠지’ 같은 생각... 두 번째는 항상 얘기하던 거지만 지금 평론의 느낌이 인문학 지식이 충분하지 않으면 따라가기 힘든 종류의 칼럼들이 많다는 것. 저는 어쨌든 기본적으로 게이머고 개발자다 보니 인문학도는 아니잖아요. 이걸 어떻게 하자라는 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요. 그리고 저 같은 경우 옛날 게임잡지를 복간하려는 작업을 하는데 그때 당시의 스타 기자들을 보면 그런 게 있거든요. 과거 스타 기자 중 하나인 정태룡 씨가 <게임라인>의 ‘B급 게임 코너'에서 <풍래의 시렌>이라는 게임을 추천한 적 있어요. 그 사람이 얘기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이 게임을 명작이라고 얘기하지 않았는데 그 사람이 발굴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얘기가 있거든요. 당시 스타 기자가 자기가 좋아했던 B급 게임들을 추천하던 게 마치 영화 평론가의 픽처럼 동작했던 것 같아요. 요즘 영화 평론도 B급 영화도 막 건져내서 얘기하고 그러는데, 지금 에서 나오는 게임 얘기를 보면 사실 저희는 (발굴은커녕) 트렌드를 따라가기도 약간 힘들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에서 경혁 선생님 글을 많이 봐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대부분 게임에 대한 사회적, 외적 접근이 중심인 것 같아 조금 아쉽긴 합니다. 이경혁 편집장: 냉정하게는 제가 뭐 격겜을 그리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소울류 게임을 열심히 하지도 않는데 학계의 물은 살짝 먹었고. 이런 사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긴 해요. 그러다 보니 (에) 어느 정도 제 성격이나 제가 추구하는 게 묻어나기도 해요. 그런데 신기한 건 공모전은 제 뜻대로 안 나온다는 겁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현재의 공모전에 대해서는 글이 너무 아카데믹하지 않나, 이렇게 어려운 걸 사람들이 읽을까 항상 고민입니다. 나름대로 심사위원 풀에 계속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만. 오영욱 박사: 근데 생각해 보면... 예를 들어 저는 <버추얼 파이터>같은 격투 게임에서 프레임 단위로 싸움이 일어나는데 그 프레임의 의미나 전투 디자인, 게이머의 수용과정을 고찰하는 글을 보고 싶거든요. 근데 <버파>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 프레임 가지고 때리고 맞고 이런 거 얘기하면 그걸 누가 볼까 하는 생각은 있어요(웃음). 반대로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미국의 당시 사회상황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게임을 몰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글이라 비평하기 좋은 게임이지요. 이경혁 편집장: 아까 제가 하려던 얘기를 해주셨어요. 제가 어느 정도 비평 씬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 아웃풋들이 ‘게임하지 않는 독자’에게 먹혔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게임 갖고 저런 얘기를 하는구나를 따라올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거죠. 근데 우리 공모전을 보면 실제로 정말 게임 메카닉을 파고드는 비평들이 있습니다. 그것도 유의미할 수 있지만, 첫째로 충분히 깊이 파고들지 못한다는 것, 둘째로 굉장히 좁은 독자층에게만 먹힐 수 있는 글이라는게 고민입니다. 저는 그걸 잘 풀면 격투 게임을 모르는 사람들도 따라갈 수 있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리듬 게임 정도를 제외하면 거기까지 나갈 수 있는 필자가 아직까지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늘 가능성은 있는데 아직까지 우리가 그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재현될 수 있다를 보여주진 못하지 않았나. 공모전이 이어진다면 그런 것들이 되게 중요한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정엽 박사: 공모전 심사를 했던 사람의 입장에서 회고를 해보면, 아카데믹한 글들은 기본적으로 대학원에서 보통 어떤 방법론을 가지고 그 대상을 분석해야 된다는 형태의 교육을 하잖아요. 그래서 어떤 이론적인 배경을 넣고 게임이라는 대상을 분석해야 된다는, 인문학적인 방법론으로 접근하는 수련들을 (필자들이)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비평 씬과 학계의 씬이 일정 부분 겹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학계 씬이 (비평 씬의 형성에) 완전히 부정적인 역할을 했던 건 아닌게. 아까 <레데리>같이 사회적인 배경이나 역사가 존재하는 게임이 비평적으로 분석하기 좋다는 말씀을 주셨지만, 저는 거기에서부터 게임이 다른 분야와 연결될 수 있는 지점들로 같이 뻗어져 나간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를테면 비교 대상으로 삼을 다른 분야의 저널이 영화에서는 <키노>나 <씨네21>, 음악에서는 <웨이브> 같은 게 떠오르는데요. 그런 잡지들이 폐간되거나 침체되면서 한국 음악에서 인디가 가지는 힘 자체가 같이 줄어든 것 같아요. 과거 같으면 내가 정말 좋은 어떤 음악을 들었는데 <웨이브>에 가면 이미 비평이 올라와 있는 경우가 많았고. 그 글을 보며 작품에 대해서 느꼈던 부분이 상호 교차하면서 훨씬 더 깊이 있는 시선을 갖출 수 있게 되고. 한국 안에서 이런 형태의 대중문화 관련 비평들이 크로스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거든요.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중반 정도까지가 그런 시기였던 것 같아요. 미국의 게임 비평 분야에서도 시도가 아예 없지는 않았습니다. <킬 스크린> 같은 저널도 있었고, 아트포럼 형태의 스타일로 게임을 예술적으로 비평하려고 하는 움직임들이 있었는데 거기도 딱 2016년에 장이 끝나거든요. 2010년대 중반이 사실 그 기간내 매체의 변화를 정량적인 차원으로 환산해서 깊게 보지 않으면 그냥 자본주의 흐름으로 모든 것들을 환산해 버렸던 시점이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신기하게도 그 시기가 얼마 지나지 않아 가 참전했다는 게 저는 의미심장해요. 오영욱 선생님이 정리해 주셨지만 국내 게임 평론도 초창기의 흐름이 완벽하게 단절됐다고 생각하거든요. 몇몇 분들을 제외하면 게임 평론이라는 걸 (전문적으로) 했던 사람이 거의 없어요. 대부분 다 학계에 적을 두면서 게임을 학술적으로 연구해서 살아남겠다는 형태였죠. 저도 그중의 하나였고. 그렇게 포지셔닝했던 사람들만 남아있던 상황에서 누군가 새롭게 ‘게임 평론가’라고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혼자 주장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사회적인 형태의 공인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러려면 일단 지면이 필요하고 담론의 장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걸, 아마 누구보다 먼저 알고 그걸 지면화를 시킨 게 의 의의가 아닌가 합니다. 지금 영화도 비평이 망해가고 음악은 이미 아이돌 중심 음악으로 다 재편되어서 인디나 비평의 수혜랄까 이런 것들을 거의 받지 못하게 된 상황이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게임은 그래도 국내에서 계속 게임들이 나오면 그런 것들에 대해 최소한 논의할 장소가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고, 안도감 같은 것도 있어요. 우리 게임 씬 자체가 아직까지는 스스로에 대해서 반성적 회고를 할 수 있는 시선이 갖춰져 있다는 느낌도 들고요. 게임비평 공모전, 4년의 성찰과 아쉬움 이경혁 편집장: 아니, 깐다면서 왜 자꾸 칭찬을... (당황) 그럼 얘기를 돌려서 아쉬운 얘기에 초점을 맞춰 볼까요? 어쨌든 우리가 4년을 해 왔는데, 게임비평 공모전의 형식, 알려지는 숫자, 사회적 영향력 이런 면에서 우리는 뭘 더 해야 되고 뭐가 미진했는가를 한번 진단해보면 좋겠습니다. 오영욱 박사: 우선 저는 트위터를 하고 있는데요. 사실 지금 평론 씬의 최전선은 어떻게 보면 트위터가 아닐까 생각도 합니다. 기존 평단에 없던 사람들이 트위터에서 좋은 평론을 내서 출간하기도 하거든요. 지브리 영화나 안노 히데아키에 대해서 트윗을 쓰는 분이 계셨는데, 어떤 씬이 있고 이 장면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혼자 타래로 몇백 개의 트윗을 다셨거든요. 그 트위터 글만 모았는데 그게 두 권짜리 책으로 나왔어요. 그런 분들이 게임에 대한 글도 쓰시곤 하는데, 그런 느낌의 글들은 제가 지면에서 못 봤던 비평이기 때문에 공모전에도 올라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아마 심사위원이었다면 저는 그런 글을 올려봤을 것 같아요. 다만 트위터에서 글을 쓰시는 분들은 이 공모전의 존재를 모를 가능성도 있어서. 저희가 그나마 가장 열심히 활동하는 데가 트위터이긴 하지만 그런 부분들이 조금 아쉬워요. 어쨌든 (에 글을) 내는 사람들을 보면 학계가 좀 많다는 느낌을 받고요. 이정엽 박사: 저도 공모전 심사를 하면서 받았던 초기 글들은 여전히 아카데미의 영향력이 좀 있다고 보이고요. 어떤 글들은 방법론을 증명하기 위한 글인가라는 싶을 정도로 과도한 것들도 있었고. 사실 평론의 1차적인 목적이 분석할 대상이 게임이고 이 게임이 가지는 의미를 규명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그 1차적 목적을 망각하는 글들이 꽤 많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한편으로 인상적이었던 건, 영화나 미술, 애니나 웹툰 비평하시던 분들이 그 쪽의 담론 장이 사라지니까 기존에 자신이 했던 형태의 방법론을 가지고 게임을 분석하는 글을 많이 투고했다는 거에요. 그런데 그런 글들은 상대적으로 방법론적인 강박이 덜했던 것 같아요. 그런 비평을 하셨던 분들은 기본적으로 비평이 대상에 대한 어떤 애정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들어가고, 사실 그런 의미에서 (분야간) 접점이 게임 장 안에서 많이 생겼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예를 들면 권태현 선생님이 24호에 쓰셨던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 분석글 같은 경우 사실 미술 비평가의 시선이 아니라면 쓸 수 없었던 형태의 글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접점을 갖춘 글들이 안에 더 많이 들어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경혁 편집장: 4년간의 모든 로 데이터를 보면 생각보다 공모전 응모작 수에서 학계가 압도적인 건 아니긴 합니다. 또 아쉬웠던 점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이정엽 박사: 전에 이경혁 선생님께서 게임이 ‘세상을 보는 창’이라는 얘기를 하셨었지요. 그 표현이 참 좋았던 게 게임을 통해서 다른 연결 지점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하고, 게임을 통해서 외부적인 담론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얻어져야 게임이 대중문화로서 성립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해서였어요. 이를테면 <씨네21>을 보면 영화 얘기를 하지만 사회 문제를 얘기하고, 영화가 가지는 어떤 그 담론의 자장을 풍성하게 넓히는 역할들이 보여지거든요. 그런 것들이 게임 안에만 갇히게 하지 않고 우리 사회와 연결되어 있는 지점에 대한 인식을 자연스럽게 시켜주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대부분 퀄리티가 좋지만, 뭐랄까 게임 안의 담론들이 그냥 게임 안에 다 갇혀 있는 거 아닌가라는 느낌을 받아요. 게임이 세상을 보는 창이어야 하는데, 게임을 통해서 외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통해서 게임을 계속 보고 있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사실 게임 평론도 그렇고 글밥을 먹는 분들이 대부분 갖는 강박이 있는 것 같은데요. 게임 바깥으로 나갔을 때의 두려움이라는 게 있는 듯합니다. 내가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아니니까 이 얘기를 해서는 안 되겠다. 실질적으로는 더 많은 부분을 얘기해야 되는데 일정 부분 이상 이야기를 안 하고 그냥 게임 담론 안으로 마무리를 지어버린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게 매체의 단점 때문인지 아니면 게임 평론가들의 어떤 인식적인 한계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분야 웹진이나 비평을 하는 매체와 비교했었을 때 여전히 갖고 있는 약점으로 보입니다. 오영욱 박사: 근데 그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누군지 생각해 볼 필요도 있어요. 지금까지 게임 비평을 해 왔던 대부분은 기자들이었죠. 한국에서 게임 기자라는 직군 자체의 역사를 보면 처음에는 다들 학생들이었어요. 게임 잡지를 처음 만들고 게임을 잘 모르는 어른들이 PC 통신이나 게임을 잘하는 학생들을 데려다가 저단가 착취로 글을 쓰게 한 게 대부분 최초의 게임 공략이나 평론들이었던 겁니다. 그 사람들은 게임 얘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사회 경험도 많지 않고, 심지어 대학 안 가고 계속 게임 하신 분들도 있고 잘 풀리면 게임 회사에 가시고. 그 분들은 정말 밥 먹고 게임만 했거든요. 사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해 왔고요. 예를 들어 저는 <블랙 팬서>를 비평하는 사람들이 흑인 운동의 맥락을 얘기해 주기 전까지 그런 게 있는 줄 몰랐어요. 정치사회적인 지식도 예를 들면 학생운동부터 시작하셨던 경혁 선생님과 비교해 본다면 그게 끊겼을 때 대학에 들어가서 졸업할 때까지 사실은 잘 몰랐고요. 그런 상황에서 이제 게임을 해 온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이런 느낌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요즘은 다양한 경험을 해본 분들이 많이들 게임을 하니까 많이 나아졌다고는 생각하는데. 옛날에 게임을 하던 사람들은 극단적인 게임 오타쿠들이었고 게임 비평을 하던 사람들은 게임에 대해서만 잘 알고 그거를 (외부와) 어떻게 연결을 해야 할지는 몰랐다는 것도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두 가지 고민이 드는 것 같아요. 아까 말씀하신 게임만을 딥하게 파거나 메카닉이나 UI에 치중한 글들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고 공모전에서는 다양한 주제의 유니크한 글들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근데 저도 과연 그런 글 중에 뭐가 정말 좋은 글인지를 확답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네요. 그리고 두 번째가 더 큰데, 잘 쓴 글이 하나 있을 때 이 필자가 이걸로 지속적으로 이 얘기를 할 수 있는지 지속성에 대한 담보가 정말 안 보이는 것 같습니다. 우리 공모전의 목적은 결국은 신진 발굴인데, 4회 정도 진행해 보니 계속 작업을 하는 필자와 그렇지 못한 필자가 있지 않습니까? 냉정하게 얘기하면 게임 씬에서 자기 시각을 갖고 계속 비평이란 유의미한 활동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누군가가, 저와는 또 다른 포인트에서 전문성과 지속성을 갖고 나오면 최고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런 필자를 찾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이정엽 박사: 그동안은 게임이 되게 기술 중심적인 미디어였고 게임 창작에는 큰 자본과 코딩실력 같은 것들이 필요했는데 지금은 점점 그 장벽이 약해지고, 누구나 상용 게임 엔진을 바탕으로 게임을 쉽게 할 수 있게 됐죠. AI가 그런 허들을 더 낮춰주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게임이 받아들일 수 있는 소재적인 것들이 더 많아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게임도 사회 문제들을 굉장히 많이 다루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게이머들이 바라보고 있는 게임의 대상은 되게 장르화돼 있고 패턴화되어 있다고 보여요. 그거를 누군가가 풀어줘야 되는데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 게임 비평 씬에서는 서구도 그렇고 한국은 더 없었다는 생각이 들고. 근데 조금씩 그런 움직임들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일례로 제가 BIC 심사위원장 하면서 제안한 ‘소셜 임팩트 게임상’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데요. 그런 것들이 상으로 만들어졌을 때 ‘아 이런 주제로도 게임을 만들 수 있겠구나’라고 개발자가 역으로 인식하기도 합니다. BIC에서 소셜 임팩트 게임상을 만든 뒤에, <언폴디드: 동백이야기>같이 4.3 사건을 다룬 게임들이 나오기도 하고요. 게임의 소재적 다양성이 넓어지고 역사, 젠더, 심리, 1인가구의 문제 등을 다루는 임팩트 게임들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결국 ‘장을 만들어 주는 게 사람들한테 얼마나 큰 역할을 미치는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역시 지금까지는 그 장을 만드는 데까지는 성공한 것 같고요. 그런데 가 여기서 게임 안에 다시 갇혀버린다면 그건 가능성을 훨씬 더 줄이는 일인 것 같아요. 가 지금 보면 메인 토픽과 아티클, 인터뷰, 해외논문 번역 등 몇 가지 세션이 있는데 이 중 게임 바깥의 것을 보여주는 형태의 섹션이 필요하고, 그것과 게임의 관계를 어떻게 접목을 시킬 건지 통시적으로 점검하는 세션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게임과 다른 분야의 접점을 넓혀줄 거는 생각이 들어요. 기본적으로 평론이라는 건 일종의 분석 대상으로 삼는 매체가 사회와 맺는 관계를 어떤 식으로 재증명해야 되는지를 스스로 나름대로의 어떤 논리를 가지고 뚫어 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게 ‘오타쿠의 한계다’라고 접어버리는 순간 그다음부터 그 가능성은 안 열린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형태로든 담론의 공간을 만들어 놓고, 혼자 할 수는 없으니 많은 다른 평론가들에게 그런 형태의 지면들을 유도해 가며 담론을 만드는 것부터가 가 다시 해야 될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영욱 박사: 제가 편집위원회를 그래도 좀 오래 했었는데, 이정엽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시도들을 다 해봤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더라구요. 예전에는 UI/UX 특집을 매일 연재해보자고도 했었는데, 두세 번 다음부터는 필자를 못 구했던 것 같아요.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 특집도 자주 만들었는데 그것도 요즘은 좀 잘 못하죠. 사실 뭘 다루냐를 결정하는 것도 힘들고 쓸 사람이 부족해서가 가장 크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그리고 또 드는 생각이, 예전에 제가 게임을 좋아하니까 대학에서 국문과에 있는 게임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텍스트 분석’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던 기억이 나요. 당시 전 공학 수학 배우던 공대생이었고 전공도 달라서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최소한의 지식이 없었거든요. 어쨌든 평론의 동기를 가진 사람들은 주변에 적잖이 있지만 ‘어떻게 글을 끝까지 쓰는 훈련을 받아서 정제된 형태의 글을 내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게임 씬의 후속 세대를 위한 과제와 전망 이경혁 편집장: 제가 매번 씬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결국 그 또래에 같은 방향을 보는 사람들이 모여야 된다는 생각이 드는데, 특히 함께하는 그룹의 중요성이 크다는 걸 느껴요. 작년 공모전이 끝나고 제일 뿌듯했던 순간이 언제였냐면 수상자가 4명이 나왔어요. 지스타에서 시상식을 해서 다 초청했는데, 편집위원과 수상자들이 1차만 같이 하고 2차는 알아서 하라고 하셨는데 그 오신 분들끼리 2차를 가신거에요. 이 작업을 하며 3-4년 동안 가장 보람찼던 때가 그 순간이었어요. 이정엽 박사: 국문과에 오래 적을 두고 있다 보니 느낀 건데, 피어 리뷰를 통해서 생성되는 동료 의식이 중요하고 그런걸 만들어주는게 ‘문단’이잖아요. 글을 통해 드러나는 어떤 사람의 강한 자아의식도 동료의 의식과 같이 부딪혔을 때 ‘내가 타인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를 한번 거쳐서 객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자정 작용을 해주는 부분이 문단일 텐데요. 게임은 사실 개인적으로 즐기고 SNS에 올려서 내 기분을 발산하는 형태의 문화가 기본적으로 자리 잡았기에, ‘동료에 의한 피어 리뷰를 거친다’는 마인드를 굉장히 적게 가지고 있는 미디어였다고 봅니다. 그러다 보니 게이머, 게임 생산자, 게임 평론가들 사이를 아우르는 형태의 접점의 장이 많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정제되지 않았다고 해도 내 자의식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별로 부끄럽지 않은 거죠. 그런 마인드를 갖고 기본적으로 작업해 온 장르였기 때문에. 그런데 저는 평론이 어느 정도 공적인 담론에서 얘기해야 하는 장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리뷰든 논문이든 어떤 글에서 갖춰야 할 사회적인 요건 같은 것들이 있잖아요. 게임 씬은 그걸 기존의 학계나 평단, 예술계의 스타일을 빌려와서 형성해왔던 건데. 예컨대 아즈마 히로키처럼 타 분야에서 내공을 쌓은 사람이 와서 이 분야를 휘저을 때 그것에 대한 대응 논리가 형성이 안 되는, 일종의 어떤 식민성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중요한 지적입니다. 매번 공모전마다 유행하는 주제가 있어요. 예를 들어 저희 1회차에는 내러톨로지, 루돌로지에 대한 글만 한 열 개가 왔어요. 보면서도 아쉬웠던 게 한 가지 주제가 휩쓸면 다 그쪽만 다루는 것 같은 거에요. 오영욱 박사: 항상 공모전 수상 소감들을 보면 ‘자기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어 외로웠다’는 이야기들도 많거든요. 저는 그 분들이 늦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이 얘기를 주변에서 지인들과 할 수가 없었구나’라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필진분들이 밖에서도 서로의 글을 읽고 비평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정엽 박사: 저도 그런 바람이 좀 있어요. 에서도 필진끼리 오프라인 만남 같은 것들이 잘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문단 같은 경우에는 한 명이 등단하면 등단지 외의 다른 모임도 가면서 그 안에서 서로 인정해 주는 문화가 있고, 그게 무언의 사회적인 소속감을 만들기도 하거든요. 인정감, 소속감이 만들어지면 그걸 바탕으로 내가 쓰는 글에 대해 더 책임감을 갖고, 스스로 문학 생태계나 씬 안에서 어떤 자장을 만들것인지 반성적인 태도를 갖게 되기도 하고요. 우리가 맨날 메타비평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은 그 메타 비평을 하는 주체에게도 사회적인 인정이 주어진 상황에서야 메타적인 사고가 주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이렇게 공모전을 거쳐 나온 평론가들에 대한 지면을 마련해 주는 걸로 끝나지 않고,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준과, 그들이 왜 게임을 비평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 질문에 대해 계속 화답할 수 있을 정도의 대외적인 활동이 뒷받침되어야 비평이 지속될 수 있을 겁니다. 이런게 잘 형성이 된다면 어느 날 어떤 필자가 이경혁 선생님을 저격하려고 다른 잡지를 만들지도 몰라요. 그게 되어야 실질적으로 그 장이 완성되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경혁 편집장: 그 점은 제가 더욱 신경써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회적인 어떤 인정과 존경을 이 바닥에서 만드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제가 그동안 레거시 미디어에서 겪었던 수많은 일들을 생각하면(웃음) 외부에서는 여전히 오타쿠라는 말을 듣는 한편 내부에서는 평론가가 아니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요. 이제 시니어가 된 입장에서 다음 세대가 조금 더 편하게 자리잡게 하려면 말씀하신 사회적 인정을 어떻게 만들어주고 자존감을 북돋을 수 있는가 고민을 해봐야겠네요. 사실 오프라인 네트워크가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데, 안타깝게도 이 잡지를 혼자 하고 있다 보니 그게 잘 되지 못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정엽 박사: 실은 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은 되게 외로운 형태의 싸움이었던 거 같아요. 경혁 선생님도 그런 차원에서 다른 미디어나 학계,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인 인준을 바라는 조직들로부터 부당하게 곡해당하거나 아니면 오타쿠 클리셰를 뒤집어 쓰시거나 이렇게 끝났다는 거는 우리가 그 안에서 사실 에 대응할 만한 형태의 거울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예를 들어 게임 웹진들도 서로 계속 싸우고 있지만 그것은 비교대상이 될 수 있는 거울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자생력 측면에서 게임 평론이 웹진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가 하면 분명히 쉽지 않지요. 원고료도 줘야 되고 필자도 모아야 되고, 그 안에서 어떤 무브먼트도 만들어 나가야 되고, 자기만의 어떤 시각들을 확보해 나가야 되는데. 분야를 막론하고 평론들 자체가 많이 붕괴한 상황에서 게임이 이렇게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만 해도 사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자장을 거의 못 만들고 있는 상황이니까. 여하간 어떤 거울이 빨리 생겨야 도 경쟁심도 갖고 배울 것도 생기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제가 에서 역할이 좀 더 있다면 그런 걸 하고 싶어요. 후배 평론가들과 얘기를 더 나누고, 그분들이 아직 지면에 못 쓴 나머지 것들이 많이 있을 텐데 그게 무엇일지, 게임을 통해 세계의 어떤 측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건지, 이런 게 더 많이 나와야 된다라고 생각해서요. 여기도 어떻게 보면 세대 교체를 위한 ‘문단’을 형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여요. 오영욱 박사: 그랬으면 좋겠어요. 저는 젊은 필자랑 이야기를 해볼 기회가 별로 없으니까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어요. 젊은 게임 연구자들도 사실 점점 줄어들고 있고, 저 같은 경우에는 게임 역사 얘기를 계속 해야 하는데 ‘게임 역사 연구자’라는게 있나, 내 작업물을 누군가한테 물려줘야 할 텐데 그걸 누구한테 물려주지 싶어요. 그러면 양성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나도 조금 있으면 40대 중반이고 새로운 사람을 만들어야 하는 소명이 오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제가 대학에서 학생들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 처음에 공모전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우리 대담의 핵심은 게임비평 씬의 후속세대에 대한 고민이네요. 공모전이라는 이름을 걸고 우리는 ‘게임 이야기할 다음 세대의 사람들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일을 해왔던 것 같고요. 저는 실무자로서 씬 형성에 대한 욕심이 있는 사람이다 보니 항상 고민이 있고, 그래서 사실 이 자리도 처음에 같이 의견을 모았던 사람들에게 도대체 우리는 어디까지 온 걸까라는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공모전 수상작이 나가는 호에 같이 실리면 이 글을 보시는 다른 독자들도 함께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담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연구자) 김지수 문화와 지식, 공간과 학술 장 등 다양한 영역을 공부합니다. 게임의 역사와 게이머의 생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모든이에게 게임을! 국립재활원 “같이 게임! 가치게임” 프로젝트 인터뷰
그 중에서도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 자립생활지원기술연구팀은 보조기기의 국산화를 위해 2020년부터 노인·장애인 보조기기연구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경제적 가치 부문과 사회적 가치 부문으로 나뉜다. 전자가 개인이 부담하기에 지나치게 비싼 해외 보조기기를 국내에서 연구개발하고 상용화하는 프로젝트라면, 후자는 장애인과 노인에게 꼭 필요한 보조기기 수요를 공모를 통해 파악하여 수요자와 함께 개발하고 오픈소스로 공유하는 프로젝트이다. < Back 04 GG Vol. 22. 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연구자) 김지운 인디음악 씬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예술사회학 연구와 (공연)사진 촬영에 매진중이다. 라캉 정신분석 철학서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영번역을 맡았다.
- [축사] 창간을 축하합니다
이렇듯 게임이 단순한 놀이가 아닌 하나의 산업이자 문화로서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게임의 가능성과 가치를 계속 공유하고 논의해야 합니다. 이번에 창간하는 ‘게임 제너레이션’이 게임의 역사, 게임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게임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등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는 담론의 장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또한 정부와 게임업계, 이용자들이 소통하는 대표 창구로 성장하길 기대합니다. < Back 01 GG Vol. 21. 6.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황희
- 소화 불량 커비의 사물 머금기
커비는 왜 인간이 사물을 쓰던 방식과 다른 접근을 취할까? 커비가 사물과 상호 작용하게 된 배경에는 이번 〈디스커버리〉가 펼쳐지는 무대에 있다. 〈디스커버리〉에서 커비가 도착한 곳은 커비의 세계와 인간 세계가 충돌한 곳이다. 이제까지 커비의 모험이 주로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우주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별 모양의 행성 팝스타에서 이루어졌다면, 〈디스커버리〉에서 커비가 종횡무진하는 이 세계는 플레이어에게 어딘가 익숙하다. < Back 06 GG Vol. 22. 6.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기획자) 박유진 시각 문화의 경계 안과 밖에서 읽고, 쓰고, 상상한다. 다른 시간과 공간이 교차하는 방법론에 관심이 많으며 플랫폼을 만들고 매개자로부터 배우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자 한다. 현재는 상상력을 통해 현실에 균열을 내는 실천에 관심을 두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아레시보 Arecibo》를 기획했다. (@_ehpark)
- [인터뷰] 25년간 게임의 지평은 어떻게 바뀌었나? : 게임 역사연구자 나보라, 게임 아카이비스트 오영욱 대담회
한때 미래 세계를 의미했던 21세기가 들어선 지도 벌써 25년이 지났다. 그 25년 동안 많은 문화적 변화가 야기되었는데, 그중에서도 게임은 급격한 속도로 우리의 일상 안으로 들어왔고 다양한 문화적 유산들을 만들어냈다. 이번 호에서는 게임 역사 연구자인 나보라 박사와 게임 아카이빙을 하고 있는 오영욱 박사를 모시고 그동안 우리의 게임이 얼마나 변했는지에 대해 대담회 형식으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Back [인터뷰] 25년간 게임의 지평은 어떻게 바뀌었나? : 게임 역사연구자 나보라, 게임 아카이비스트 오영욱 대담회 23 GG Vol. 25. 4. 10. 한때 미래 세계를 의미했던 21세기가 들어선 지도 벌써 25년이 지났다. 그 25년 동안 많은 문화적 변화가 야기되었는데, 그중에서도 게임은 급격한 속도로 우리의 일상 안으로 들어왔고 다양한 문화적 유산들을 만들어냈다. 이번 호에서는 게임 역사 연구자인 나보라 박사와 게임 아카이빙을 하고 있는 오영욱 박사를 모시고 그동안 우리의 게임이 얼마나 변했는지에 대해 대담회 형식으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연구자 개인들이 겪은 25년의 세월: 세대 혹은 코호트 이경혁 편집장: 21세기가 시작된 지 벌써 한 쿼터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게임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이야기하고자 두 분을 모셨는데요. 먼저 조금은 편하게 ‘지난 25년간 내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부터 이야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주제가 너무 무거우니 가볍게 제 이야기를 말씀드리자면, 제가 기억하는 2000년대 초반 게임의 가장 큰 이미지는 댄스 게임이었어요. 99년 6월에 부천역 오락실에 처음 이 등장했는데, 제가 당시 군대를 갔거든요. 딱 두 달 밟아보고 군대를 갔는데 댄스 게임이 굉장히 아른거리더라고요. 이때 흥미로운 점은 ‘게임했던 공간’입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오락실이라는 공간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의미가 조금 달라졌잖아요? 이런 변화들이 우리의 기억 속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보라 박사: 저는 97년에서 2001년 사이에 미국에 유학을 가 있었는데요. 당시에 제가 느꼈던 것은 게임이 ‘아이들만의 것’에서 ‘성인들의 취미’로 변해간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때 ‘플레이스테이션 2’가 미국에서 인기였는데, 그 이유가 DVD 플레이어 기능도 제공하기 때문이었거든요. 그 듀얼 기능이 먹히면서 보였던 변화상 중에 하나가 TV 메인 광고 시간대인 저녁 7시에 게임 광고가 나왔던 지점이었어요. 그전까지 게임 광고는 어린이 채널이나 아이들이 주로 TV를 보는 시간대에 나왔어요. 그런데 ‘드림캐스트’의 <쉔무>나 ‘플레이스테이션 2’의 <파이널 판타지 7> 광고가 영화처럼 만들어졌고 성인들을 타겟으로 하더라고요. 저는 이때부터 비디오 게임이라는 것이 주류의 성인들도 즐길만한 오락으로 등장했다고 보고 있어요. 이경혁 편집장: 한국은 2010년대 들어서서 게임이 성인을 대상으로 포커싱하는 변화가 만들어졌는데, 북미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그런 변화가 있었군요. 당시에 20대를 타게팅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지금 북미 게임 시장은 중년을 타게팅할 수 있겠네요. 오영욱 박사: 저는 2000년에 청주에서 고등학생 시절을 보냈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리듬 게임이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엄청 인기를 끌었거든요. 나 이 나오면서 장판 같은 것을 은박지로 납땜해서 채보를 연습하고, 학교 컴퓨터에 연결해서 야자 시간에 놀고, 그랬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90년대에는 오락실하면 어둑어둑한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런 것들이 확 바뀐 것이 2000년대 초였던 것 같아요. 또 한가지 기억에 남는 경험은 밤새 오락실을 빌리는 문화가 있었다는 점이에요. 당시에 PC통신으로 만난 친구들이랑 같이 다니면서 <이니셜 D>, <태고의 달인> 같은 게임들을 했는데, ‘압구정 조이플라자’같은 곳에서 하루를 대여해서 밤새 대결을 했었어요. 몇만 원 내고 게임기를 빌려서 밤새 돌아가면서 게임했던 문화가 있었던 거죠. 게임하는 공간: 오락실, PC방, 그리고 이경혁 편집장: 확실히 2000년대 초반을 상징했던 게임 중에 리듬 게임이 있었지요. 90년대까지 오락실은 스틱과 버튼 위주의 아케이드 스타일이었다면, 여러 기기들이 만들어진 건데요. 그렇게 보면 2000년대부터는 오락실이 특정 연령이나 특정 성별의 공간이라기보단 누구나 손쉽게 올 수 있는 형태로 대중화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오영욱 박사: 그렇죠. 당시에 신촌을 지나가다 보면, 지금 독수리 다방 건물 1층을 다 리듬게임으로 해놓고 밖에서 볼 수 있는 구조였어요. 그러면 안에서 춤추는 사람들이 보이는 거예요. 그렇게 대중적 공간으로 문화가 변해갔던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그러면 오락실이 변모해온 과정을 오늘날 돌아봤을 때, 일종의 대중화나 캐주얼화라고 볼 수도 있는 걸까요? 나보라 박사: 대중화라기보다는 양성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대중화라고 한다면, 시장의 주류가 되었다는 느낌이 드는데, 사실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로 ‘격상’되었다기보다는 공간의 분위기와 이용방식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그렇네요. 사실 붐비기는 예전의 오락실이 더 붐볐거든요. 한편으로는 이러한 변화를 이야기할 때, 공간성의 변화를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요. 아까 오영욱 선생님이 PC 통신에서 만난 사람들과 게임하던 2000년대 초반을 말씀해주셨는데, 당시에는 온라인 문화의 확장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었겠죠. 그러나 ‘오프라인에서 모여서 게임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도 구시대 문화가 되어버린 것이 2025년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나보라 박사: 말씀하신 것처럼, 예전에는 오락실이 약속 장소로의 공간이 가지는 의미가 있었어요. 아케이드 오락실을 역사적으로 보면, 원래 영화관 옆에 붙어있던 공간이었잖아요? 미국에서도 그랬고 우리나라에서도 그랬고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기능이 거의 없어진 것 같아요. 오영욱 박사: 일본의 오락실의 경우에는 지금도 여전히 오프라인 중심의 공간이거든요. 확실히 우리의 문화와 다르죠. 그 중심에는 카드 게임기가 있는데, 카드 게임기가 한국에 들어오지 못해서 완전히 다른 형태를 보이는 것 같아요. 재밌는 것은 아케이드 시장을 구축하는 것이 게임기의 순환이라는 점이에요. 일본에서 어떤 아케이드 게임이 유행하면 한 사이클이 돈 뒤에 한국으로 넘어가고, 한국에서 한 사이클이 돌면 동남아로 넘어가고 그런 글로벌 물류 체인 시스템이 아케이드 산업을 지탱하는 점이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바다이야기’ 사태도 있었고 법적인 환경이 제공되지 않아서 카드 게임이 넘어오질 않았어요. 디지털게임 연구 이경혁 편집장: 지금 이야기하신 부분이 한국의 게임 환경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테마일 것 같아요. 2005년에서 2006년 일어났던 바다이야기 사태는 한국 게임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기도 했는데요. 이 사태가 한국 게임 문화에 어떤 영향을 남겼을까요? 오영욱 박사: 산업적인 영역에서는 너무 많은 논의가 있을 것 같고요. 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드려보고 싶어요. 저는 당시에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였고, 관련 연구를 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요.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지면서 게임 연구가 확 줄어들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경혁 편집장: 나보라 박사님은 당시에도 학계에 계셨는데, 실제로 어땠나요? 나보라 박사: 확실히 바다이야기의 영향이 없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전에는 인문 분야든 이공계든 게임 연구를 전반적으로 지원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후에는 이공계나 산업쪽으로 지원이 쏠렸어요. 다만 바다이야기 사태가 직접적인 원인인가 라고 묻는다면 명확한 상관관계는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원래 정부의 연구 지원 풍토가 대체로 산업, 기술 등 실질적으로 눈에 보이는 성과를 선호하기 때문에 인문사회학적 게임 연구가 각광받긴 힘든 분위기였는데, 그런 상황에서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진거죠. 이경혁 편집장: 말씀하신 것을 들으니, 인과관계를 딱 잘라서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긴 하네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이전에는 게임 인문 연구를 왜 장려하는 분위기가 있었을까요? 나보라 박사: 이 역시 인과로 이야기하기는 어려운데요.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가 가지는 특수성도 여러 영향 중에 하나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2000년대 초반에 우리나라가 전세계 게임 씬의 주목을 받았잖아요. 세계 최초로 게임 방송 채널이 만들어지고, PC방이 대중문화 공간으로 확산되고 그러니까 외국의 게임 기자나 저널리스트들이 와서 신기해했거든요. 그전까진 항상 서구권을 쫓아가던 입장에서, 정부나 기업을 설득할 때도 중요한 특이점이었던 거죠. 이경혁 편집장: 그런 지점도 중요한 영역이었겠군요. 그러면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지금은 인문학 계열의 게임 연구가 조금 나오고 있나요? 오영욱 박사: 옛날에 비하면 확실히 확 나아졌죠. 지원이나 환경이 좋아졌다고 이야기할 순 없지만, 일단 연구자들이 늘어났고, 관련 논의가 늘어나고 있어요. <제국의 게임> 나왔을 때가 중요한 분기점이었다고 생각을 하고요. 이후로 이경혁 편집장님 책이 나온 것처럼 유의미한 논의들이 나오고 있어요. 이경혁 편집장: 종합해 보면 그런 흐름은 있네요. 2000년대 초반에 스타크래프트와 PC방을 필두로 소위 말하는 ‘게임 문화의 붐’이 있었고, 이를 따라서 연구나 비평이라는 흐름도 형성이 되어 2006, 7년까지 흐름이 이어졌다가 모종의 이유로 침작하는 시기를 거치고 2010년 후반부터 다시 논의가 나오고 있다. 나보라 선생님은 당시에도 연구하셨고 지금도 연구하시는 입장에서 게임 연구의 환경은 나아졌다고 볼 수 있을까요? 나보라 박사: 나아졌다고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때는 게임 연구에 대한 소스를 찾을 만한 게 마땅치 않았고, 박상우 선생님 등을 제외하면 나오는 연구라고는 다 영어 연구들인데 이를 접할 수 있는 창구도 많지 않았죠. 그런데 지금은 바로바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 연구자의 풀이 넓어진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나아졌다고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늘 느끼는 것은 결국 구심점의 문제인 것 같아요. 당시에는 박상우 선생님의 ‘게임문화연구회’라는 구심점이 있었고, 그다음엔 성균관대의 ‘게임 인문학’이나 중대의 ‘엘리스 온’, 인문학협동조합 등 구심점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어떤 구심점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그러면 오늘날 어떤 게임 연구가 필요하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나보라 박사: 2000년대 초반의 게임 연구는 게임 자체, 그리고 게임 연구 자체의 정체성을 찾는 데 많은 방점이 찍혀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게임이 대중화되었고 여러 가지 매체와 뒤섞이게 되었죠. 그래서 게임만을 이해할 수 있는 이론을 찾아내는 것은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는 것 같아요. 오늘날과 비교하면 가장 큰 차이점은 게임이 더이상 젊지 않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기에 이제는 더 다면적인, 학제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게임 아카이빙 이경혁 편집장: 연구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엔 아카이빙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죠. 오영욱 박사님은 언제부터 아카이빙을 하셨나요? 오영욱 박사: 저는 2000년대 초에는 일종의 취미 생활로 작품을 모으다가, 2006년쯤부터 본격적으로 아카이빙을 하기 시작했어요. 이경혁 편집장: 아카이빙을 꾸준히 하신 분의 입장에서 2000년대 초반과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오영욱 박사: 일단 2000년대 초에는 게임이 아카이브의 대상으로 인식되지 않았어요. 2006년만 하더라도 <컴퓨터 학습>이나 <게임 월드> 같은 잡지들을 권당 몇천 원으로 팔았거든요. 극단적인 예시지만 제가 2008년에 강원도에서 게임 잡지 6박스를 5만 원에 받아왔어요. 사실 이런 흐름은 미국이랑 일본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런데 2010년대 후반부터 게임이 수집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죠. 2013년에 문을 연 넥슨의 ‘컴퓨터 박물관’ 같은 경우가 게임이 수집의 대상이 되기 딱 직전부터 수집품들을 받았던 형태였어요. 그런데 이후로 수집가들이 수집을 하고 재테크 목적이 들어가면서 체감상 2020년쯤부터는 돈 주고 살 수 없는 가격으로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아카이브를 하는 입장에서 옛날 자료를 모으는 건 거의 불가능한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제 경우에는 원래 잡지나 게임의 내용을 알고 싶어서 샀었거든요. 그런데 가격이 오르고, 한정판이 나오면서 점점 이게 힘들어져요. 일단 실물 패키지라는 것도 이제는 한정판으로 나오는데, 이 게임을 하려면 기기도 사야 하고, 박물관 입장에서 ’직원이 한정판을 줄서서 사야 하나?라고 물으면 어려운 부분들이 있는 거죠. 온라인 미디어 때문에 애매한 영역도 크고요. 인프라와 플랫폼, 그리고 장르 이경혁 편집장: 물성의 변화도 두 시대를 놓고 본다면 너무나 큰 변화죠. 이제는 수집의 용도 외에는 물질 매체의 의미가 사라졌잖아요? 게다가 이런 변화는 단순히 물건을 소유할 수 없다는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서버’라는 형태에 게임 소프트웨어가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물성 때문에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기승전결도 사라졌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특히, 요즘 게임에서 엔딩이 없어졌죠. 어떻게 보면 오늘날을 ‘엔딩이 없어진 시대’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오영욱 박사: 이제는 모바일 게임이나 온라인 게임들은 결국 하나의 게임이라기보다, IP라고 봐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이경혁 편집장: 사실은 2000년대 초반에도 엔딩이 없는 온라인 게임들이 있었거든요. <바람의 나라>도 이미 당시에 서비스를 하고 있었고. 재밌는 것은 <스타크래프트>의 사례인데, 판매는 패키지로 했지만 서비스는 엔딩 없이 돌았잖아요? (웃음) 그 결과, 블리자드는 플레이 양에 비해서 돈을 못 벌었죠. 당시에는 ‘패키지를 사면 베틀넷은 평생 무료’ 이게 마케팅 콘셉이었잖아요. 오영욱 박사: 그 이상의 비즈니스 모델을 못 찾은 거죠. 당시에 돈 내고 베틀넷을 하라고 했으면 아무도 안 했을 테니까요. 그때는 그게 그나마 최선이었을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결제 수단 변화도 되게 크네요. 2010년대 스마트폰 대중화 이후에 ‘오픈 카드’가 가능해지면서, 스마트폰에 카드를 오픈해 놓고 클릭 한 번 하면 그냥 들어가는 이 방식이 2000년대 게임과 지금의 게임을 크게 나누는 부분이기도 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지로가 있었거든요. 나보라 박사: 옛날에 온라인 게임을 하려면 지로로 보냈어야 했죠. 오영욱 박사: 한국에서 온라인 게임이 발전했던 거는 온라인에서 할 수 있는 결제 모듈, 그런 종류의 그런 온라인으로 쓸 수 있는 결제 모듈, ‘다날’ 이런 게 있어서 가능했죠. 미국에서도 2008년에야 ‘마이크로트랜잭션(소액 결제)’이 주목받는 분위기가 나오기 시작했으니까. 그때는 카드 자동결제도 없었고요. 이경혁 편집장: 신용카드의 보편화도 되게 중요한 변화네요. 2001년까지만 해도 신용카드가 그렇게 막 쉽게 발급되지 않는 시절이 있었어요. 오영욱 박사: 결제가 사실 중요한 부분이긴 한데 연구가 잘 안 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종류의 편의성들이 게임의 디자인이라든가 장르적인 부분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히 있을 텐데, 논의가 안 된 거죠. 이경혁 편집장: 지금의 게임 장르 유행이 나오기 위해서는 당연히 인프라의 변화가 있는 거고, 이것처럼 게임 밖의 영역이 게임 내부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겠죠. 특히, 요즘같이 인앱 결제를 베이스로 스토리나 메카닉까지 영향이 가는 거면 당연히 결제 수단 연구가 필요해서 저도 결제 관련 연구들을 하고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변화 중에 하나가 요금 종량제와 요금제의 변화이기도 합니다. PC 통신 때만 해도 전화 요금이라는 거는 사용량 베이스로 갔었어요. 돌이켜 보면 지금처럼 인터넷 요금이 초기 전화 요금처럼 누진제로 갔으면 이 상황은 오지 않았겠죠. 오영욱 박사: 예전에는 데이터양으로 요금을 내거나, WAP(Wireless Application Protocol, 무선 어플리케이션 프로토콜) 같은 경우에는 뎁스마다, 명령 하나 당 돈을 냈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게임 개발도, 플레이도 힘들었을 거예요. 나보라 박사: 실제로 그땐 휴대폰에 인터넷 접속하는 버튼 잘못 누르면 막 끄고 그랬죠. (일동 웃음) 오영욱 박사: 진짜 이런 지점은 외부에서 들어와서 생긴 혁명적인 변화였던 것 같습니다. 아이폰 안 들어왔으면 게임계가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어요. 나보라 박사: 아이폰 같은 경우엔 앱 스토어도 게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게임 산업 이경혁 편집장: 한국의 게임 역사를 이야기하면 MMORPG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한편으로는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고, 많은 변화를 만들기도 했던 한국의 게임 산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예전에는 각광받던 벤처 기업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대기업들이 되었잖아요? 그 변화 이면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섞여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자면, 저는 최근 드라마에 게임사가 배경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서 ‘예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장면’이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2000년대 초까진 게임을 한다거나, 게임 회사에 다니는 것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역으로 여겨졌는데, 이제는 양지화가 된 측면이 있어요. 나보라 박사: 양지화의 측면에서는 NC의 야구단 창설이 가지는 문화적 의미가 크긴 했지요. 대중문화에서 굉장히 아이코닉한 순간이었잖아요? 넥슨의 컴퓨터 박물관도 그렇고, 게임계의 위상이나 인식이 바뀐 순간들이 있어요. 오영욱 박사: 이어서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MMO RPG가 제한한 한국 게임 시장의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그동안은 한국 게임이 많이 수출되었고 중국은 <던전 앤 파이터>, 대만은 <라그나로크 온라인> 등 국민 게임이 될 정도로 영향력을 보였는데, 지금은 한계에 부딪힌 느낌이 있어요.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야 하는데, 인도에서 <배틀그라운드>가 성공한 것처럼 다른 가능성을 여는 작업들이 산업적으로나, 경영적으로나 많이 시도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로스트아크> 정도의 새로운 플레이어가 나오긴 했지만,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어떤 전략과 기획을 가져가야 할지 더 고민이 필요해보여요. 이경혁 편집장: 그런 지점에 있어서는 MMORPG라는 것도 2000년대 초반의 장르는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그러면 지금의 메이저 장르는 뭐가 될까요? 나보라 박사: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네요. 이경혁 편집장: 어떻게 보면, ‘메이저 장르’라는 개념이 옛날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볼 수 있겠네요. 장르 자체가 다변화됐고 수용자층도 확실히 넓은 저변을 갖게 되면서, 한편으로는 시장에 독이고 한편으로는 시장의 약인 그런 포스트모던한 상황으로 변한 것 같기도 하네요. 이 역시 중요한 변화네요. 2000년대에는 올해의 GOTY를 뽑기 쉬웠는데, 이제는 점점 어려워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그리고, 게이머 이경혁 편집장: 마지막으로 이 질문은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게이머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2000년대 게이머와 2025년의 게이머. 오영욱 박사: 사실 게이머 자체는 그때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고 생각을 해요. 다만, 분화가 생기고 나눠서 싸운다고 할까요? 예를 들어 그런 이야기 있잖아요.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은 일반인이 하기 어려운 게임이니, 일반인한테 추천하지 말아라” 근데 여기서 누가 일반인이냐, 게이머냐고 싸우는 거죠. 저희 어머니는 예전에도 쓰리매치류 게임을 하셨고 지금도 하고 계신데, 이런 분들이 게임을 안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예전에는 지금처럼 갈라서 싸우는 문화는 없었긴 했어요. 나보라 박사: 문화연구 쪽에서는 전형적인 이야기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게임이 하위 문화였는데 지금은 점점 아니게 된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전엔 게이머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어떤 균질적인 속성을 공유하고 서브 컬처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는데, 지금 시점에는 이런 게이머들도 존재하지만, 이들 역시 여러 게이머들 중에 하나일 뿐 다양한 게이머들이 나오고 있다.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정체성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죠. 이경혁 편집장: 사실 오늘날에 텔레비전 보는 사람한테 ‘텔레비저너’라고 부르진 않습니다. 그러니까 게이머가 게이머일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고, 지금 게임을 하는 사람을 게이머로 부르는 게 맞는지에 대한 의심이 들어요. 게이머라는 단어의 사회적 용례는 소멸해 가는 게 아닌가? 옛날에는 ‘게임하는 사람’이 게이머였는데, 지금은 ‘“제가 게이머입니다”하는 사람’이 게이머인 거예요. 왜냐하면 게임하는 행위가 너무나 일반화됐기 때문이죠. 나보라 박사: 말씀하시는 부분을 들으며 그런 생각이 드네요. 최근 말씀하신 그 하드코어 게이머들이 업계에서 목소리를 내는 가장 큰 근거가 ‘본인은 돈을 많이 쓰는 소비자다’는 거잖아요. 따라서 ‘소비자인 내가 이 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말할 권리가 있고 업계는 들어야만 한다’고 주장을 하는데, 이게 20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만들어진 결과라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요. 본인이 정말 게임을 사랑하고 매니악하게 파고 든다면, 게임 자체에 대해서 더 깊이 있는 논의를 만들거나 ‘게임에 대한 감수성’ 같은 부분으로 문화적인 권위를 내세웠으면 좋았을텐데, 문화적인 소양이나 매체에 대한 이해로 하드코어함이 성장했으면 좋았을 텐데, 여전히 소비자로의 권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쉬운 거죠. 오영욱 박사: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소비자 주의가 팽배하다는 문제가 있죠. 트럭 집회도 그런 지점에서 볼 수 있고요. 이경혁 편집장: 그런 문제점들을 대면하면서, 확실히 오늘날에는 게임하는 사람을 게이머라고 부르는 것이 무용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치 밥먹는 사람을 ‘밥먹러’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게이밍이 일반 행위가 되면서, ‘행위하는 사람’으로의 의미는 소멸해간 것 같습니다. 긴 시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Tags: 좌담회, 게임역사, 게임연구, 아카이빙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미디어문화연구자) 서도원 재미있는 삶을 살고자 문화를 공부합니다. 게임, 종교, 영화 등 폭넓은 문화 영역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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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예로부터 어떤 게임을 설명할 때 “야, 이 게임에서는 섹스도 가능해!!” 라고 하면 대체 얼마나 대단한 게임인지 저절로 호기심을 동하게 만들었듯, ‘연애’ 는 사람들을 흥분케하는 콘텐츠였다. < Back 16 GG Vol. 24. 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기자) 이명규 게임 기자(2014~), 글쓴이(2006~), 게이머(1996~)
- 레트로 시대 한국 게임비평의 흔적들
지금의 한국에서 게임 평론 시도들은 일부 웹진의 기자들을 통해 이루어지거나, 일부 게임평론가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꾸준히 평론을 지면에 생산하는 게임평론가는 매우 적다. 이렇다 보니 국내에 게임 평론계는 의미 있게 존재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25년 동안 한국 게임계는 대체 무얼 한 걸까. 이렇다 보니 실제 게임평론을 생산하지 않는 자칭 평론가들은 자신들이 최초의 게임평론가라고 이야기하는 웃지 못할 상황들도 벌어지고는 한다. 이런 점을 정리하려면 먼저 과거에 있었던 게임비평에의 시도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Back 레트로 시대 한국 게임비평의 흔적들 02 GG Vol. 21. 8. 10. 한국에서 게임의 역사는 길지 않다. 길다 짧다는 것이 주관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길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은 한국 게임의 역사가 길지 않다고 한다. 다른 매체에 비하면 그 탄생이 늦어서 짧다. 미국, 일본보다도 짧은 편이다. 주변부의 다른 국가에 비하면 길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게임의 역사를 몇 년으로 봐야 할까. 어떤 사람들은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나 〈리니지〉가 한국 게임 역사의 시작이라고 하기도하고. 어떤 사람들은 1987년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 시행 시기와 함께 출시된 〈신검의 전설〉을 그 시작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1983년 컴퓨터 보급과 컴퓨터 잡지의 발간 시작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고 그에 앞서 아케이드용 전자 오락기들이 막 수입되고, 가정용 오락기들이 수출용으로 제작되던 때를 시작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가장 짧게 잡는다면 25년 정도가 될 것이다. 가장 길게 잡는다면 50년이 될 수 있는 이 역사는 길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80년대 〈갤러그〉를 하던 오락실 어린이들이 지금은 성인이 되어 비슷한 연배의 자녀를 둔 학부모가 된 사람이 있을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 그런데도 게임이란 매체가 다른 매체만큼 우리 사회에서 자리 잡았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될 것이다. 다만 우리 안에서 문화로서의 게임의 위치가 산업적으로의 게임의 위치만큼은 아니라는 것은 어느 정도 동의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이유로 여러 가지를 지목할 수 있겠지만 다른 매체처럼 충분한 평론 등이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것을 지목하는 사람들도 있다. 게임 평론이란 분야는 다른 매체만큼 활성화되어있지 못하다는 것 역시 대부분 동의할 것으로 생각한다. 극단적으로 국내에서 게임 평론은 존재하지 않으며 해외의 평론만을 수입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게임 평론이 필요하다고 하는 견해만큼이나 게임평론가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많은 부분일 것이다. 지금의 한국에서 게임 평론 시도들은 일부 웹진의 기자들을 통해 이루어지거나, 일부 게임평론가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꾸준히 평론을 지면에 생산하는 게임평론가는 매우 적다. 이렇다 보니 국내에 게임 평론계는 의미 있게 존재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25년 동안 한국 게임계는 대체 무얼 한 걸까. 이렇다 보니 실제 게임평론을 생산하지 않는 자칭 평론가들은 자신들이 최초의 게임평론가라고 이야기하는 웃지 못할 상황들도 벌어지고는 한다. 이런 점을 정리하려면 먼저 과거에 있었던 게임비평에의 시도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게임잡지를 통해 나타난 초창기의 게임평론 시도들 한국에서 최초의 게임잡지를 꼽으라면 1990년에 창간된 〈게임월드〉일 것이다. 그 무렵 컴퓨터 게임을 복사해주거나 판매하는 소프트하우스 중심으로 동인지 등이 만들어지기도 했으나, 공식적으로 출판된 게임잡지는 〈게임월드〉가 가장 먼저였다. 이후 〈게임뉴스〉, 〈게임챔프〉, 〈게임정보〉 등 다양한 가정용 게임기를 다루는 게임잡지들이 출간되고 이후 컴퓨터 게임을 다루는 컴퓨터 게임 전문지들이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잡지들은 국내에서 게임 문화가 자리 잡는 데 큰 영향을 끼쳤지만, 시기상 게임의 유입보다는 늦었다. 흔히 한국 게임개발 원년으로 다뤄지는 1987년보다 4년 이른 1983년 창간된 〈컴퓨터학습〉과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서는 이미 컴퓨터와 게임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며, 각 컴퓨터 제작사별로 제공되는 게임들을 비교하기도 했다. 이 무렵의 게임에 대한 소개를 평론이나 공략이라고 보기는 무리가 있었다. 〈컴퓨터학습〉 1984년 1월부터 3월까지 3차례에 걸쳐 실린 〈제비우스 1,000만점 돌파의 비밀〉은 일본 컴퓨터 잡지에 있는 공략을 그대로 옮겼으나, 국내 최초의 게임공략으로 인지되며, 〈컴퓨터학습〉이 이후 게임을 좀 더 본격적으로 다루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 〈제비우스〉 공략이 실린 컴퓨터학습 1984년 1월호와 2월호. 컴퓨터 전문 잡지들의 게임 필자들은 학생들이 주로 맡은 경우가 있었는데, 대부분 투고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 게임 초기에 게임평론가로 활동했던 박병호는 학생 때 〈컴퓨터학습〉에 게임공략을 투고하여 잡지에 게재된 것을 인연으로 〈컴퓨터학습〉에 MSX 게임공략을 꾸준히 연재하였다. 상당히 많은 필자가 게임공략으로 활동하였으나 이 중 게임평론가로 활동을 한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박병호는 이후 〈PC매니아〉 등에서 만화, 애니메이션 평론가로 활동하며 나중에 〈게임피아〉 등의 잡지와 〈경향신문〉에서 종합지 최초로 게임 관련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 〈컴퓨터학습〉 86년 3월호에 실린 〈헬기대작전〉의 공략. 〈헬기대작전〉은 윌라이트가 제작했던 〈번겔링만의 습격〉 MSX판의 국내 유통 제목이다. 1990년대 초 게임잡지들의 창간은 이러한 컴퓨터 잡지들의 게임 코너의 영향들을 받았다. 초기 게임잡지 중 특히 주요한 영향을 꼽은 잡지라면 〈게임월드〉, 〈게임챔프〉, 〈게임채널〉 등이 있으며, 게임잡지들은 대부분 창간과 함께 필자들을 모집하며 기술 중에 게임 평론을 요구하기도 했다. 93년 추가로 〈게임정보>를 창간한 미래시대는 "나도 게임평론가"라는 코너로 독자들의 게임에 대한 평가를 연재하기도 했다. * 〈게임정보〉에 실렸던 독자마당 '나도 게임 평론가' 코너. 93년에 창간된 〈게임챔프〉는 기자들을 명인으로 지칭하며 신작들을 모아 평가를 했다. 평론이라고 부르기는 힘들지만, 평점과 함께 기자의 이름을 걸고 평가를 하는 시스템은 이후 창간되는 〈PC챔프〉-〈PC파워진〉으로도 이어져 기자의 이름과 함께 게임뿐만 아니라 게임 업계를 평론하는 연재하는 지면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게임챔프〉에 실린 명인의 게임평가. 초기의 게임잡지들이 일본의 것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 게임 유통사였던 동서게임채널에서 발행한 〈게임채널〉은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미국 유학을 계기로 게임산업에 진출하게 된 대표의 영향도 있겠다. 〈게임채널〉은 창간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미국의 〈컴퓨터게이밍월드지〉의 칼럼이나 게임에 대한 평가를 국내에 소개했으며 바이라인과 함께 기자 사진이 같이 소개되기도 했다. 한국 게임 시장이 컴퓨터 게임을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컴퓨터 게임 전문지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기존 게임잡지들의 부록으로 시작해서 자매지로 창간되는 경우부터 방송사에서 직접 창간하는 경우까지 다양한 잡지들이 창간되었으며 비디오 게임 잡지의 편집 형태가 일본 게임잡지를 따라가는 그것과 달리 좀 더 미국의 게임잡지에 가깝지만 고유한 형태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 무렵부터 기자들의 이름을 걸고 게임 자체를 깊게 평가한다던가, 게임뿐만 아니라 업계나 문화 자체에 대한 칼럼을 기자의 이름을 건 코너 등 평론을 싣기도 했다. 1993년 12월 정보문화센터에서 주최한 게임 시나리오 공모전에서는 여러 수상작이 나오며 실제 게임으로 발매되는 단계까지도 갔는데, 당시 인식으로 게임 시나리오 공모전 수상자는 게임전문가라는 인식이 있어, 이 수상자들이 게임 칼럼니스트들로 활동하는 예도 있었다. 이 중에서도 이문영 씨의 경우 다양한 기고와 함께 게임피아에서 울티마 온라인 여행기 등을 연재하기도 했다. * 〈피씨파워진〉에 실렸던 기자들의 평론이나 칼럼들. 〈게임월드〉와 〈게임챔프〉가 시작한 가정용 게임 잡지들은 〈게임매거진〉, 〈게임라인〉 등 후속 잡지들이 출현하면서 좀 더 다양하게 바뀌었다. 모두 다른 잡지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노력했는데, 가능한 일본의 최신 정보를 가져오려고 노력한 부분과 함께 깊이 콘텐츠를 만들려는 노력이 함께 했다. 〈게임매거진〉의 경우는 TRPG를 국내에 소개하기 시작했으며 〈게임라인〉은 좀 더 자신의 색이 강한 콘텐츠가 강점이었다. 이중 게임라인에서 연재했던 'B급 게임의 심오한 세계'는 게임에 대해 좀 더 깊게 접근하면서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 〈게임라인〉에 실린 B급 게임의 심오한 세계 코너. 게임잡지의 인기가 좋다 보니 그동안 〈게임채널〉이나 〈PC챔프〉에서 기사 협약을 통해 단신으로만 소개되던 〈컴퓨터게이밍월드〉를 〈마이크로소프트웨어〉를 출간하던 잡지사인 정보시대에서 직접 라이선스를 가져와서 창간하는 예도 있었다. 다만 이러한 시도는 게임잡지들의 과다한 경쟁으로 인해 길게 가지는 못하였다. 〈게이머즈〉를 발행하던 게임문화는 일본의 잡지 〈게임비평〉의 라이선스를 얻어 일본의 잡지 내용에 한국에서 제작한 원고를 추가하여 같은 이름으로 〈게임비평〉을 격월로 출간하였다. 일본의 〈게임비평〉처럼 광고를 전혀 받지 않아 독립적인 편집을 보장한다는 기조는 격월로 좀 더 깊은 주제의 이야기들이 실렸으며, 국내 실정에 대한 분석, 평론이나 당시 〈악튜러스〉를 개발했던 김학규가 〈악튜러스〉의 개발 철학과 다루는 주제에 대해 기고를 하는 등 인상적인 시도가 많았으나, 3년 정도 이어지고 휴간하였다. * 〈게임비평〉 표지. 한국에서 90년대 게임 평론에 대한 시도의 한 축이 잡지라면, 다른 한 축은 PC통신일 것이다. PC통신이 등장하기 전에는 게이머들의 교류는 각 지방 소프트하우스를 중심으로 매우 작게 일어났으며, 잡지에 기고하던 필자들 역시 이렇다 할만한 교류가 있지 않았다. KETEL이 등장하고 개오동이 등장하고서야 게이머들이 장소를 초월해서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곳에서는 활발하게 이야기가 오갔는데, 이러한 PC통신 동호회의 특징이라면 게시판에 대한 강한 규칙이라 양식이나 내용을 구분할 수 있는 제목의 말머리 등을 강하게 통제하였다. 초반에는 게임의 공략 질문 친목 위주로 운영되었다. 처음엔 PC통신 서비스가 KETEL이 이름을 바꾼 하이텔뿐이었지만 이후 PC-Serve가 이름을 바꾼 천리안과 나우누리 등의 서비스가 늘어나고 게임을 다루는 동호회도 늘어났다. 이러한 동호회에서는 게임에 대한 소감, 평가에 대한 수요가 있어 한곳에 모아놓기 시작했으며 당시의 컴퓨터 자원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제한된 게시판 숫자, 글, 자료실 용량으로 기존 게시판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90년대 후반에서는 동호회들마다 평론, 평가 게시판들이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렇다 보니 게임의 홍보에 게임평론가란 호칭과 함께 이름과 하이텔 아이디 등을 사용하기도 했다. * 하이텔 시뮬동의 소개/평론 게시판.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걸쳐 게임 평론에 대한 시도들은 게임전문지뿐만 아니라 그 밖에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초기 게임평론가로 활동하던 박병호는 1996년부터 5개월에 걸쳐 경향신문에 "다시 보는 컴퓨터 게임"을 매주 연재하였으며, 이는 알려진 종합지에 연재된 최초의 게임칼럼이다. 1999년에는 문화연구로 게임에 접근한 박상우가 〈씨네21〉에 게임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무가지로 시작한 잡지 〈페이퍼〉에서도 “박정선의 게임스테이션”이란 제목으로 게임칼럼이 연재되었다. 2000년대 초 게임의 중심이 PC게임에서 온라인게임으로 넘어가고,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종이 잡지의 영향력이 줄어가면서 2010년에 이르러선 대부분의 게임 잡지들이 폐간하였다. 이후 게임비평 공모상 등의 시도와 함께 저술 활동을 한 게임평론가들이 등장하고 사라져왔다. 가끔 왜 한국에 게임 평론이 뿌리내리지 못하는가에 대해서 주변과 여러 이야기를 나눠왔다. 그중 한 가지는 시장이 게임 평론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90년대에서 2010년에 이르러서 게임 평론에 대한 요구가 없었을까. 90년대 당시의 독자 코너들을 살펴보면 미국의 게임 평론을 찬양하고 한국의 게임 평론은 수준이 낮으니 노력해야 한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각 게임잡지의 구인코너에서 요구하는 능력에 게임 평론은 빠지지 않으며, 1998년에 호서대학교에서 게임공학과가 개설되면서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게임평론가와 매니저 양성이 목표라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국내 게임 잡지들이 사라진 이후에는 관에서 진행하는 행사나 지면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이 역시 수요 덕분일 것이다. 2008년부터 진행된 게임비평 상이나 월간 〈게임문화〉지 같은 것은 기존의 게임잡지에서 시도되었던 평론의 외연을 넓히는 데 성공하였으나, 재정의 영향을 크게 받아 시행사나 주관사의 의지 때문에 지속되지 못하고 없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 게임잡지, PC통신의 게임 평론의 특징이라면 그 특징이 외국의 것을 흉내를 내거나, 자신만의 이론으로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초기의 게임잡지들에서는 게임 평론보다도 게임음악 평론들이 먼저 등장하며, 초기 게임 평론 역시 평론이란 호칭을 단 원고는 고전 게임 평론 등을 먼저 살펴볼 수 있었다. 이렇다 보니 일반적으로 다른 매체의 비평에서 사용되는 접근들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다른 게임들과의 비교들이 평가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평가를 작성하던 사람들이 대부분 미성년자라는 점. 그리고 매체 중에서도 주로 게임을 접했다는 것 역시 당시 평론이 게임의 바깥을 다루지 못한 이유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흐르면서 이러한 평론 경험을 했던 학생들이 성장하여 계속 게임 평론을 생산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러기엔 시장이 너무 척박하였다. 앞서 게임 비평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고는 하였으나, 그것이 금전적으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수요라고는 이야기할 수 없겠다. 〈게임챔프〉에서 “명작에세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던 칼럼은 필자를 공개하지 않고 1년에 걸쳐 연재되었는데, 독자들에게 평론으로의 반응 역시 좋았다. 나중에 가서야 필자를 공개하였는데, 당시 막 창세기전을 출시한 소프트맥스의 최연규였다. 이처럼 게임평론가 등으로 활동하던 사람들은 대부분 게임개발자를 겸업하거나, 게임지 기자, 필자로 일하는 상황이었다. 게임 평론을 할 수 있는 게임전문가들이 대부분 게임업계 내에서 게임 지식이 있는 사람 외에는 힘든 상황이었고, 게임 평론의 원고료만으로는 충분한 수입이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했다. 피씨게임잡지 등에서 소개되는 어떻게 하면 게임 필자가 될 수 있나요.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도. 필자들은 대부분 생업이 따로 있다고 언급하며 고정적인 수입이 없어 매우 힘들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박상우 역시 2000년 피씨피워진에서 실린 게임평론가란 직업에 대한 인터뷰에서 영화평론가도 먹고살기 힘든데, 게임으로 돈을 벌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게임평론가와 하드코어 게이머의 관계 역시 평론이 계속되기 힘든 환경이라 지목된다. 〈라스트 오브 어스 2〉가 평단과 하드코어 게이머의 골을 크게 부각해 이러한 거리감이 최근에 생겼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2000년 〈피씨파워진〉의 기자 칼럼에서 게임 평론 부진의 원인을 맹목적인 팬덤 문화로 지적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역시 20년 전에도 존재하는 전통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인터뷰에 나왔던 것처럼 게임 평론에 대한 반응은 자신의 게임 지식을 자랑하는 형태로 흐르거나, 자신의 느낌과 다르다며 “겜알못”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임 평론을 지속하기 힘든 환경이다 보니 박병호의 경우는 1999년 미국 유학으로 더는 게임 평론 활동을 하지 않았으며 박상우 역시 일반 문화지와 게임전문지에서 집필활동을 하였으나 지면의 부족으로 지속되지 못하기도 했다. 평론가나 전문 필자 호칭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 중 상당수는 게임개발사로 직장을 옮기기도 했다. 비단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에 이르러서도 지면과 인식의 부족으로 게임 평론 활동이 지속되는 경우는 찾기가 힘들다. 이렇다 보니 이러한 시도들이 대부분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새로 등장하는 게임평론가들은 대부분 앞선 평론의 영향을 받았다기보다는 해외의 칼럼이나 다른 매체 평론의 방법론을 통해 혼자 고민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의 활동이 다른 평론가들에 영향을 주었는지 파악하기는 매우 힘들다. 각 평론가가 저술한 평론의 숫자 역시 많지 않다 보니 각자의 개성을 정의하기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존재를 알기조차 쉽지 않다. 2000년 박상우가 게임평론가란 직업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게임은 산업이 아닌 문화"라고 이야기했다. 2021년에도 우리는 똑같은 이야기를 공허하게 외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21년 동안의 시도들이 쌓아나갈 수 있었다면 좀 덜 공허할 수 있었을까. 2000년의 평론에서 다루는 게임과 2021년에 평론을 다루는 게임은 다르다. 게임 평론에 대한 시도를 더 찾아보기 힘든 것은 2010년 이후의 게임들이 단발적인 작품이 아니라 대부분 서비스 형태의 게임이 되었기 때문에 그것을 이야기하기 더욱 힘들어진 영향도 존재할 것이다. 가정용 게임의 보급과 스팀 같은 서비스들이 일반적으로 늘어나면서 인디게임을 비롯한 싱글 플레이게임 운신의 폭이 늘어나, 이러한 게임에 대한 평론은 지금은 게임웹진 등에서도 어느 정도 찾아볼 수 있게 되었지만, 한국 게임에서 주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온라인게임에 대한 평론은 시도할 방법조차 찾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심지어 커뮤니티 중심으로 재편된 게임웹진의 온라인게임 사이트들은 이제 공략조차 기자가 작성하지 않고 이용자가 작성하는 상황에 이르러 전문가가 더는 전문성을 확보하기 힘든 상황이기도 하다. 최근 5년간은 게임산업 바깥의 지면에서 게임평론들을 찾아보기 쉬워졌다. 케이블은 물론 공중파 라디오에서도 게임 전문 코너가 생겼던 적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평론들에서 지금 까지의 한국 게임에서 있었던 평론의 영향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2030년에 연구자나 산업관계자들이 "한국에 게임 평론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확언할 수 있을까. “옛날에 게임잡지들이 있었고, 게임문화재단의 〈게임문화〉나 〈게임제너레이션〉 같은 시도가 있었다.” 정도만 언급될 수도 있다. 그조차 언급되지 않을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게임비평 잡지나 게임문화재단의 〈게임문화〉는 현재는 볼 수 있는 수단이 없다. 〈게임비평〉 등의 과거 게임을 다루던 잡지들은 이제 레트로 게임 아이템이 되어 수집가들에 의해 비싸게 거래되는 것이 보통이고, 게임문화재단의 〈게임문화〉는 분명히 당시에는 pdf로 배포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은 구할 방법이 없다. 책이 아닌 인터넷의 자료들은 더욱더 쉽게 휘발된다. 한국엔 게임 비평에 대한 시도들이 있었다. 끊임없이 있었다. 모든 시도가 무의미하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쌓는 데는 실패했다. 어떻게든 부스러기를 모으다 보면 계속 손가락 사이로 흘러가는 느낌을 받는다. 게임 평론 문화를 탑처럼 이야기했다. 이것이 탑이고 재료를 쌓는 데 실패했다면 탑을 세우는 데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탑이 아니라 화학작용이라면 어떨까. 수많은 재료가 쌓여왔고 무언가 촉매로 인해 화학작용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게임제너레이션-GG〉가 그것이길 희망해본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개발자, 연구자) 오영욱 게임애호가, 게임프로그래머, 게임역사 연구가. 한국게임에 관심이 가지다가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것에 취미를 붙이고 2006년부터 꾸준히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고 있다. 〈한국게임의 역사〉, 〈81년생 마리오〉등의 책에 공저로 참여했으며, 〈던전 앤 파이터〉, 〈아크로폴리스〉, 〈포니타운〉, 〈타임라인던전〉 등의 게임에 개발로 참여했다.
- 프리 포 올에서 협력을 유도하기 – 아크 레이더스
멀티플레이어 게임이라는 틀 안에서도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은 정말이지 천차만별의 형태를 보인다. 게임이 추구하는 바에 따라 서로 적대적인가, 우호적인가, 규모는 얼마나 되는가, 실시간인가 비동기인가 같은 각종 요소에 따라 어떤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가의 큰 틀이 정해지곤 한다. < Back 프리 포 올에서 협력을 유도하기 – 아크 레이더스 28 GG Vol. 26. 2. 10. 멀티플레이어 게임이라는 틀 안에서도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은 정말이지 천차만별의 형태를 보인다. 게임이 추구하는 바에 따라 서로 적대적인가, 우호적인가, 규모는 얼마나 되는가, 실시간인가 비동기인가 같은 각종 요소에 따라 어떤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가의 큰 틀이 정해지곤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플레이어라는 변수는 항상 본래의 의도, 예측보다 거대하고 강력해서, 게임의 흐름과 문화 자체를 미지의 세계로 이끌고 가버린다. 그 정도에 따라, 어떤 게임은 그렇게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서비스를 아예 틀어버리기도 하고, 어떤 게임은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어버리는 무서운 일도 있었다. 그리고 지난해, 이러한 멀티플레이어 게임에서의 플레이 유도 측면에서 매우 흥미로운 사례가 있었다. 바로 ‘아크 레이더스’ 다. ‘아크 레이더스’ 는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 에서 시작된 익스트랙션 슈터의 유행을 따르는 게임이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분명히 독자적이고 다른 형태의 게임 플레이를 향유했다. ‘아크 레이더스’ 가 수많은 SNS 피드와 릴스, 숏츠를 장악한 원동력은 온갖 우스꽝스러운 상황과 긴박한 프리 포 올(Free for all)의 전장에서 맺어지는 갑작스러운 유대와 배신에 있었다. 이들은 대체 무엇 때문에 모두가 적이 되는 전장에서 낭만의 협력을 추구하게 된걸까? 물론, 이는 기본적으로 게임 제작자들의 의도와 그에 맞춘 설계가 뒷받침된 덕분이긴 하지만, 단순히 한두가지 변화로만 만들어진 건 아니었다. 각 게임의 문화는 플레이어와 제작자의 WWE 게임 플레이를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플레이어의 반응을 유도하는 능력이다. 이에 대해서 여러 명작을 만들어낸 개발자들이 수도 없이 강연을 진행하거나 코멘트를 남겼을 정도다. ‘포탈 2’ 코멘터리 모드에서 수많은 테스트를 거치며 플레이어의 방향성을 정하기 위해 게임을 수정해온 경험을 들을 수 있고,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관련 강연에서도 개발자들은 오픈월드 게임이지만 철저히 플레이어들의 흐름, 방향을 유도하고 정하는 식으로 오픈월드를 설계했음을 밝히기도 했다. 때문에 잘 짜여진 게임 플레이는 기본적으로 게임 제작자의 탁월한 의도와 유도방식에 플레이어가 나름의 방식으로 호응하여, 큰 틀에서는 정해진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세부적으로 제각각 플레이어들의 개성이 드러나는 독자적 플레이가 만들어질 때 나온다. 너무 기본적인 플레이 노선을 벗어나게 되거나, 너무 틀에 박힌 플레이만 가능하다면 게임 플레이는 금새 지루해지고 재미를 느끼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이러한 플레이 유도를 철저히 잘 계산하여 디자인할 수 없다면, 좀더 포괄적인 방향으로 한계선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나아가는게 기본이다. 하지만 긴 호흡의 라이브 서비스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플레이어들의 행동을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방식은 꾸준히 시도되어 왔다. PVP 게임은 아니지만, ‘헬다이버스 2’ 가 좋은 예이다. ‘헬다이버스 2’ 는 전체 지도 하에서 개발자들이 그때그때 플레이어들의 참여도와 성공률을 파악하며 다음 진행 루트를 제시하고, 그 안에서 플레이어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단결하면서 게임 플레이 흐름을 정하고, 또다시 그에 따라 실제로 게임 내 플레이와 환경이 변화하는 게임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이는 기존의 라이브 서비스 게임들보다 한발 더 나아간 셈이었다. 기존의 라이스 서비스 게임들은 이미 사전에 설계된 플레이 과정을 제시하고, 이를 플레이어들이 개별 진척도로 이루어내는 일종의 비동기식에 가까운 방법을 추구했다. 하지만 게임들이 점차 커뮤니티 밀착이 강해지고, ‘헬다이버스 2’ 라는 특유의 게임 테이스트와 결합하여 전체 플레이어가 하나의 캠페인에 참가하는 온라인 공동 캠페인의 방식을 도입함으로서 전체 플레이어가 훨씬 ‘멀티플레이어 게임’ 에 걸맞는 플레이를 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헬다이버스 2’ 에서 함께 플레이하는 건, 비단 나와 함께 전장에 투입된 3명의 플레이어들 뿐만 아니라 함께 커뮤니티를 구성해나가는 모든 이들이었던 셈이다. 이런 예시처럼, 멀티플레이라는 개념 역시 꾸준히 발전해왔다. 그리고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을 키워드로 삼고 있는 익스트랙션 슈터의 문화를 바꾼 ‘아크 레이더스’ 의 방법론은 사실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비롯됐다. https://www.youtube.com/watch?v=YO65XXU3sl0 ‘아크 레이더스’ 는 분명 PVP 라는 대전제가 붙어있는 게임이지만, PVP 게임이라면 왜 이런 기능이 있는지 의문이 들만한 디테일이 많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이모트휠 최상단에 위치한 “쏘지마!(Don’t Shoot!)” 으로, 싸우라고 만든 게임에서 쏘지 말라는 이모트가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셈이다. 그리고 정확히 그 반대에는 “같이 팀할래?” 가 있고, 다른 쪽에는 “고마워!”, “맞아.”, “아니오.’ 가 위치해 있다. 즉, 이 게임의 이모트휠은 굉장히 실용적이고 목적성 강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존재한다. 여기에 거리에 따라 들리도록 설정되어 있는 음성채팅이 적극 권장되는 게임이기에, 보통 가장 빠르고 편리한 대화수단인 총탄만큼이나 사람 목소리를 많이 듣게 된다. 이미 이보다 이모트가 훨씬 부실했던 게임인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 에서도 총소리만으로도 한국인끼리 우호적인 싸인을 보내는 문화가 있었음을 감안할 때(흔히 말하는 짝짝 짝짝짝 대한민국! 패턴) 이 이모트는 굉장한 발전이다. 거기다 부활 킷을 들면 적대 플레이어라도 살려낼 수 있고, 연주 가능한 악기가 존재하며, 여러 부착물, 지뢰 등의 작동 방식도 피아 식별 규칙이 일반적인 게임과 조금 다른 부분들도 많다. 즉, 커뮤니케이션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또 디테일을 통해 예상 못한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기본 목적과 다른 용도로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이러한 디테일들은 결국 플레이어들이 협동을 하고자 할 때 얼마든지 그 시도와 신뢰 형성이 가능하도록 돕고 있다. 그리고 이런 수많은 여지가, 마침내 이루어진 협력을 각별하게 한다. 기간제 이벤트로 벌어지는 벙커 이벤트는 한두명이 아닌 세션 전체의 인원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당연히 그만큼 성공하는 일보다 실패하는 일이 많고, 때로는 뒤따르는 배신으로 깊은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쉽지 않은 과정이 있기에 마침내 이루어낸 협력이 더욱 각별하게 여겨지고는 한다. 반대로, 배신의 과실도 그만큼 더욱 달콤하게 다가온다. 낯선 이를 만나 무방비 상태에서 함께 파밍을 했다면 대강 그가 어떤 아이템을 들고 있을지 알 수 있을 터. 또 때로는 가학적인 행위가 재미를 주기도 하는 PVP 게임인 만큼 상대방의 절망을 최고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최후의 배신이란 종종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즉, 이렇게 협력이 가능하게 만드는 시스템은 협력만큼이나 배신과 폭력도 더 달콤하게 만드는 셈이다. 또한 이러한 게임 시스템, 환경을 문화현상으로 비화하게 한, 게임에서 벌어진 일을 게임 밖 커뮤니티로 꺼내 공유할 수 있는 수단 자체의 발전도 특기해볼 만 하다. 엔비디아의 섀도우 플레이, OBS 같은 툴에서 제공하는 기능들은 이미 지나간 플레이도 저장하여 편집, 가공하기 쉽도록 되어 있고, 유튜브 등의 플랫폼 역시 이러한 쉬운 공유를 돕는다. 그렇게 소수의 플레이어가 직접 겪은 상황들이 넓게 퍼져나가 어떤 교훈이 되고, 예시가 되어주면서 새롭게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들 또한 “이 게임은 무작정 서로 총질만 하는 게임은 아니다.” 라는 사전 지식을 갖출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중요한 건, 앞서 이야기했듯 결국 이러한 게임 제작자의 안배가 가득 들어있다 하더라도 플레이어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도록 하느냐이다. 아무리 랜덤하게 조우한 상대와 즉석에서 협력을 할 수 있도록 도구와 방법을 많이 준비해놓았더라도, 협력의 확실한 목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철저히 목적 중심으로 움직이는 플레이어들에게는 불필요한 사치가 될 뿐이다. 결국 플레이어들에게 어떤 공통된 목적의식, 또는 이러한 일시적 동맹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공통의 적, 아크가 등장한다. ‘적의 적은 나의 친구’ 라는 명제 아래, 아크라는 공통의 무자비한 위협 앞에서 플레이어들은 빠르게 계산을 굴리게 된다. 아크는 모든 플레이어에게 공정하게 적대적이고 특유의 행동 패턴이 명확하기에 분석 가능한 적이다. 불확실성은 예측할 수 없는 변수를 늘리지만, 아크의 행동 패턴은 명확하기에 플레이어들의 계산은 명확해진다. 일시적인 동맹으로 아크를 우선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공동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 여기에 단순히 수집 퀘스트를 진행중이거나, 탈출 직전의 공생 아니면 공멸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선택의 여지는 매우 뾰족해진다. 플레이어의 행동 방향이 명확해질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이러한 게임의 매 순간마다 주어지는 목적성이 있기에, 플레이어들은 필요에 따라 일시적 동맹을 맺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즉, 단순히 커뮤니티 밈이자 재미를 위한 돈슛단을 넘어서서, 실제로 이러한 플레이가 상황과 플레이어에 따라 이익에 부합하는 행동이 되는 셈이다. 공격성 기반 매치메이킹, 회색분자를 길들이기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따라오는 시스템이 바로 공격성 기반 매치메이킹이다. 그 자체로서 오직 긍정적인 효과만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여러 논쟁이 있지만, 공격성 기반 매치메이킹이 이 게임에서 가져다주는 이점은 명확하다. 서로 비슷한 성향의 플레이어들을 묶어 그들이 겪는 허탈함이나 스트레스를 감내 가능한 선으로 낮추는 것이다. * 개발진 인터뷰를 통해, 속칭 카르마 매치메이킹, 또는 공격성 기반 매치메이킹이 실존함을 알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 GamesRadar+) 하지만, 공격성 기반 매치메이킹은 한가지 더 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다. 사실 어쩌면 이거야말로 핵심이라고 할 수도 있는 부분으로, 협력과 폭력 사이의 회색지대를 주 무대로 삼는 이들을 향한 것이다. 익스트랙션 슈터가 극히 매니악하고 저변이 넓지 못한,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이 되는 이유중 하나는 바로 ‘억울한 죽음’ 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훨씬 강력한 장비로 무장한 플레이어만을 만나거나, 또는 ‘아크 레이더스’ 처럼 협력이 가능한 게임이라면 자신은 명확히 적대한 적이 없음에도 일방적으로 살해당하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당한다면 그 플레이어의 피로도는 수직상승하게 된다. 바로 이른바 양민학살, 불공정한 상황에서의 일방적 살육만을 즐기는 부류의 플레이어들이 그러한 불쾌감을 유발하는 주된 요인이다. 물론 이들이야말로 익스트랙션 슈터라는 게임 타입의 정체성과도 같은 플레이어들이지만, 이런 플레이어들이 더 많아지고 마주치는 빈도가 높아질수록 플레이어들은 고립되고 빠르게 수가 감소하기 마련이다. 즉, 이들은 장기적으로는 게임 서비스 유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부류이기도 하다. ‘아크 레이더스’는 바로 이러한 플레이어들의 비중을 줄이는데 게임의 여러 요소를 할애하고 있다. 이 게임에서 살육을 하려면 자신 또한 살육당할 위험에 놓여야만 한다는게 이 게임의 룰이라는걸 주지시킨다. 이는 거시적인 측면에서 게임이론의 ‘팃 포 탯(Tit for Tat)’ 과도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물론 ‘팃 포 탯’ 의 중요 전제인 협력/적대 대상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고, 그동안 협력/적대에 대한 기록이 있다는 전제가 일반적인 게임에서는 배제되지만, 비슷한 성향의 플레이어들을 한데 묶어놓는 이러한 매치메이킹에서는 매칭된 다수의 플레이어가 비슷한 성향의 그룹으로서 특정될 수 있기에 명확한 개인 대 개인의 데이터는 아니더라도 상대의 행동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즉, 게임이론 하에서의 팃 포 탯이 각각 대상의 기록을 바탕으로 이어지는 자신의 행동을 결정한다면, 공격성 기반 매치메이킹은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과 유사한 상대와 매칭된다는 전제에 대한 신뢰로 상대 유저에 대한 기대를 조정하여 행동을 결정한다는 근거의 차이가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은 비슷한 면이 있다. 이러한 기대치를 통해 팃 포 탯의 선제 협력, 즉각적인 응징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한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와 비판도 있다. 공격성 기반 매치메이킹에 대해 가해지는 주된 비판은 게임 플레이의 촉매제와도 같은 이러한 플레이어들을 게임에서 배제시킨다는 점이다. 이를 옹호하는 이들은 이 또한 익스트랙션 슈터의 플레이이며 아예 사라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무조건적인 폭력이나 무조건적인 협력만 남는다면 그 폭력도 협력도 이만큼 각별해지지 않을테니 말이다. 이는 꽤나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게임 상에 오직 이런 플레이어들만 남게 된다면 흔히 말하는 뉴비 제초의 연쇄로 인해 더는 플레이어들이 남아있지 않게 된다는걸 의미한다. 그만큼 이들은 아예 사라져서는 안되지만 적절한 비중으로 억제되어야 하고, 때문에 공격성 기반 매치메이킹은 매우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개발진은 밝히고 있다. 즉, 아무리 비슷한 성향의 플레이어들이 모이더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플레이를 펼칠 여지가 남아있음이 명확해야, 이를 플레이어들이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더 공정해져야 하는 부분은, 협력 대신 폭력을 선택한 플레이어들이 무조건적인 악, 또는 처벌받아야할 대상으로 여겨져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그러한 폭력의 긴장감이 없다면 이 게임은 매우 시시한 협력 게임이 되어버릴 뿐이다. 때문에 ‘가능성’ 측면에서, 폭력과 협력 중 어느 것도 순간적인 판단으로 뒤집힐 수 있다는 긴장감은 이 게임 내내 유지되어야만 한다. 이에 대해 ‘아크 레이더스’ 의 개발자들도 공격성 기반 매치메이킹이 전투 성향의 플레이어들에게 주어지는 패널티가 아님을 항상 강조하고 있다. 정확하게는 이를 통해 일방적인 양민학살만 즐기는 플레이어들을 회색지대에서 빼내어, 보다 예측 가능한 플레이어의 범주에 넣고자 하는 시도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시스템은 절대적인 판단자가 아니며, 플레이어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시스템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점 역시 주요한 포인트다. 오래된 기록은 휘발되고 플레이어의 최근 행동에 기반하고 시스템의 판단 방식이 플레이어가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이기에, 마치 모범수인척 착하게 하루 정도를 보내다가 낮은 공격성의 플레이어들 속에 섞여 들어가 살육을 벌이는 것 까지는 막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또한 게임의 텐션을 유지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즉, 이 게임이 정말 간단하게 서로 공격만 가능하게 하거나, 서로 협력만 가능하게 하는 이분법적인 게임 디자인을 따르지 않고 이러한 복잡한 유도체계를 활용한 이유도 이러한 변수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긴장감과 카타르시스 때문이다. 배후의 연출자가 탁월할 때 무대는 다채로워진다 이렇게 수많은 안배에서 볼 수 있듯, 게임 플레이를 만들어나가는 주도권은 플레이어에게 있지만 그 책임은 게임 제작자에게 있다. 고양이를 길들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정말로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말 같지만 실제로 수많은 게임들의 플레이 구조가 완성되는 과정은 이러했다. 그럼 핵심은 어떤 영리한 방법으로 주도권을 쥔 이들을 알게모르게 자신이 원하는대로 몰아갈 것인가? 이며, ‘아크 레이더스’ 개발진이 내놓은 답안이 이러할 뿐이다. 익스트랙션 슈터의 주된 재미는 불확정성에서 오곤 한다. 어떤 상황을 겪을지,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어떤 사람을 만날지 모두가 변수이고, 그러한 변수는 통제되지 않은 듯 보이지만 교묘하게 플레이어마다 다른 기대치를 충족시키도록 조율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 게임은 배후의 연출자가 되기를 택했다. 그게 바로 이 게임이 그동안의 다른 익스트랙션 슈터, 그리고 PVP 슈터와 확연하게 다른 면이다. Tags: 익스트랙션슈터, 코옵, 슈터, 1인칭, FFA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기자) 이명규 게임 기자(2014~), 글쓴이(2006~), 게이머(1996~)
- Alan Wake 2 – The brilliant sequel to a cult classic
Before we delve a bit deeper into the Dark Place that has Alan trapped, I shall talk more about the developers of the Alan Wake series, Remedy Entertainment (henceforth Remedy), and their impact on Finnish games industry. < Back Alan Wake 2 – The brilliant sequel to a cult classic 15 GG Vol. 23. 12. 10. ***You can see Korean version of this article at this URL: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36aa6690-bf8c-4d72-ab97-33b03e4db055 Alan Wake 2 . The long-awaited sequel to the 2010 game that follows the protagonist of the same name, Alan Wake , who is a bestselling crime fiction author. The first game takes place in a fictional city of Bright Falls in the northwestern United States of America. Alan suffers from the infamous writer’s block and decides to travel for a vacation to Bright Falls with his wife Alice. They end up residing in a cabin on an island in the middle of a lake. However, after a nightmarish evening and a fight with his wife, Alan wakes up in a car he does not remember driving off road, or how he got there. The locals tell Alan that there has not been cabin in the lake for decades, and this marks the beginning of the spiralling story where Alan tries desperately to find his wife. Things get complicated when hallucinations and events of a book he does not remember writing start to come to life around him. Alan Wake 2 continues the story of the writer who has been trapped in an alternative dimension for over a decade navigating a warped version of New York City. He attempts to escape back to reality by writing a story involving an FBI agent Saga Anderson, the second protagonist of the game. Saga’s story takes place in the very same Bright Falls. Things turn to worse when different versions of Alan work against him and it is up to the writer to destroy them before they inflict too much damage and terror in the real world. Both games belong to the genres of third-person shooter and survival horror, somewhere between Resident Evil series and Silent Hill series in its tempo and pacing with action scenes. Before we delve a bit deeper into the Dark Place that has Alan trapped, I shall talk more about the developers of the Alan Wake series, Remedy Entertainment (henceforth Remedy ), and their impact on Finnish games industry. Remedy Entertainment – from Death Rally to first Alan Wake Remedy is a Finnish powerhouse with multiple massively popular game franchises and releases. With first game published all the way back in 1996, Death Rally , Remedy has been very well-known developer in Finland and globally. What really helped Remedy to become so powerful could be attributed to luck to some degree, but even more should be attributed to their ambition to push not only the gaming as experience but themselves with design decisions. The lucky part? Death Rally was published by Apogee (later 3D realms ) who also published Duke Nukem 3D around the same time. The popularity of Duke Nukem 3D helped Remedy to be part of a big publisher to ensure the future of the company. Death Rally managed to sell over 100 000 copies in the late 1990s, and that was more than enough to pave way for the next chapter for Remedy , Max Payne . Max Payne was released in 2001 and was the first massive international success for a Finnish game development team and truly started the shift of working on games from being “just for the nerds” to “a career to be taken seriously”. Max Payne is most known for its film noir style of storytelling and setting, but even more Max Payne is known for its “Bullet Time” mechanic where player can slow time and aim faster than their opponents. In 2002, Remedy sold the rights to the game series to Take-Two Interactive for ten million dollars, while Rockstar Games would publish the sequel The Fall of Max Payne in 2003. The games have sold reportedly over eight million copies, further ensuring the legacy of Remedy and Max Payne as the important events in Finnish game industry. With the tonal change and de-stigmatization regarding video games, more opportunities started to rise for those interested in studying and making games. There have been video games as topic for courses and classes in higher education institutes (HEI) in Finland ever since 2003 with multiple HEIs offering degree programmes focusing on video games at all levels from Bachelor’s to Master’s and all the way to doctorate degrees. The success story of Remedy is not the only catalyst for video games and gaming becoming so permeated in everyday life in Finland, but it is the first one to gather sizeable international attention. The history of video game industry in Finland goes back to the 1980s when hobbyism towards programming and the rising popularity of game consoles, and later in the 1990s Personal Computers (PC), gave birth to the “demoscene” (computer art subculture) that is still active. Programmers turned their hobbyism and experiences partaking in demoscene into a business. The very first development groups that started from demoscene with successful games are Bloodhouse (known for their Stardust and Super Stardust games) and Terramarque , who fused later to Housemarque . Housemarque is still going strong as their latest game, Returnal (2021), has been a commercial success. Further success stories from game companies, such as Remedy and Housemarque , have ensured that game industry, education, hobbyism, demoscene and gaming as career are still surging onwards with no end in sight. After Max Payne , Remedy spent time to develop new game ideas and after two years in 2005 Alan Wake was born. Microsoft Game Studios was chosen as the collaborator. The game was finally published in 2010 for Xbox 360, and somewhat later in 2012 for Windows PCs. Alan Wake did not sell as many copies initially as expected, but the game has since sold over four million copies and has become a cult classic in survival horror genre. In many ways Alan Wake was intended to be the opposite of Max Payne as Remedy wanted Alan’s story to focus more on the narrative and atmosphere than action. Not only that, but Max Payne was a cop which is suitable career for action, whereas Alan as an author is rather atypical choice. Further, the first Alan Wake is structured like a television program with episodic storytelling and progression. Remedy has said that they felt Alan Wake to be first season with the downloadable content to work as a bridge to what lies beyond the conclusion of the game. After Alan Wake – from 2010 to 2023 In retrospective it might be easy to say that Alan Wake was impactful enough to warrant a sequel soon after its release in 2010, but metrics that mattered to the publisher, namely sales, weren’t enough to justify a direct sequel at the time. Further, Microsoft reportedly wanted a new intellectual property (IP) focusing on interactive storytelling. So, back to the drawing board for Remedy to start the process from the scratch. In 2013 Remedy announced Quantum Break to be released in 2015 but was delayed avoiding competition with exclusive games set to be released for the Xbox One only. Quantum Break shifted the focus from dark and harsh environment to a cleaner science fiction where events take place in the 2010s. Quantum Break is about a time travel experiment gone wrong bringing a growing fracture in time while an existence threatening the end of the world looms around. The protagonist must use their time control abilities to prevent that. As is the case with previous games from Remedy , the game is also third-person shooter with further focus on action than Alan Wake . Remedy advertised Quantum Break as an “entertainment experience” and “transmedia action-shooter video game and television hybrid”. This means that Quantum Break incorporates a live action television show to be watched at certain points during the game play, called “junction points” in-game. The television show reflects the choices player makes and sets the stage for the next episode in the game. The gambit of doing two side-by-side productions for the same entertainment artefact paid off as the game received positive reception with its story, gameplay, visuals, and the performances of actors being praised. However, the inclusion of television show to be so closely interacting with the game was something that garnered rather mixed opinions. But that is the price to pay when you truly push the creative boundaries which Remedy is known for. Quantum Break was the best-selling new IP published by Microsoft during Xbox One console generation until it was eventually broken two years later by Sea of Thieves . After Quantum Break , Remedy separated from Microsoft and had their initial public offering (or stock launch) in 2017. The publishing rights to Quantum Break are still owned by Microsoft , but Remedy acquired the publishing rights to Alan Wake from Microsoft in 2019. The first new IP after this decade long partnership with Microsoft was a project called P7. At the same time Remedy announced that they were developing a story mode to the sequel of Crossfire by Smilegate . This shift in company practice from a partnership deal to a publicly owned company meant that project P7 needed to be developed more efficiently and in shorter amount of time to prevent the delays and inflation of the development costs. Alan Wake took seven years to publish and Quantum Break five years. Remedy managed yet another success story by completing the project P7 in three years. This project has become known as Control (2019). Control shifts the focus again, but this time the shift happens in how the game world reacts around the player rather than tonal change in story telling. Control focuses on the protagonist, Jesse Faden, exploring the paranormal headquarters of a secret U.S. government agency Federal Bureau of Control (FBC), called the Oldest House. Jesse is the new Director of the Bureau and must utilize various abilities and interact with the environment to defeat enemy only known as the Hiss that has invaded and corrupted reality. FBC studies Altered World Events and collects Objects of Power from these events inside the Oldest House, which itself is an Object of Power. The Game starts with Jesse arriving to the headquarters to seek answers related to her brother after a prior event in their youth that led to the brother being kidnapped and an Object of Power claimed by the FBC. It is up to Jesse to prevent the spread of the Hiss outside the Oldest House, understand what Hiss’ aims are and where her brother is. The town where she lived with her brother was called Ordinary. Control , like so many previous titles before by Remedy , was met with a commercial and critical success with its storytelling, world building, audiovisual presentation and the characters being praised. Even though Control has its contained story, literally in more than one way, its world is shared by a certain writer trapped in their own Dark Place, after all. The plunder of CrossfireX Before the massive success of Alan Wake 2 gets the spotlight it much deserves, there is one very, very important lesson Remedy had to learn from. That is the development of the story mode to the CrossfireX (2022) that Remedy worked on since 2016 as another project alongside Control . Short story short, Remedy missed the mark with the story mode massively even after that long time in development with reviews reporting bad pacing and tempo and shallow characters. Essentially many other game development studios could have done the same as Remedy did. The “mark of Remedy” was not in the story. What did Remedy learn from this? I strongly believe it is about playing to your strengths as studio and keeping your identity, rather than trying to play into others’ hand. However, the silver lining is that CrossfireX was shut down after mere sixteen months in May 2023 after its release in February 2022. The game is dubbed to be a massive misfire with awful controls, bland story mode, and very cliche multiplayer experience that didn’t reach its target audience in the Western markets. In the West, the first-person shooter genre is dominated by Call of Duty , Halo , Overwatch , and Battlefield , and it would have required more than an amazing story by Remedy to get a sizeable enough market share. Bringing it all together for Alan Wake, again After this both short and lengthy history of Remedy ’s past games, it is time to return to one version of our reality in this current time. The sequel to Alan Wake and why everything written above matters. Much like Bethesda has its imprinted style, so has Remedy . In Alan Wake 2 , Remedy successfully incorporates lessons learned from their previous games with continued passion to push the boundaries of what games are and how they are experienced. The Remedy style of episodic gameplay is present, and so are intersecting timelines and character stories. Furthermore, the player has the freedom to choose the order they engage in the stories being told, and the exploration of the perceived reality being shifted when one is going through their Dark Time. Alan Wake 2 continues the story of the author who has been trapped in the Dark Place for thirteen years. Alan feels that the only way for him to escape back to the real world is to write a horror story that takes place in Bright Falls where the events of the first game took place. The game combines survival horror and crime investigation game play styles with Remedy -esque focus on detail and storytelling through atmosphere that is always uneasy . One of the ways Remedy is pushing the medium of episodic presentation of games further is the given freedom in which order players want to complete the stories being told. The initial start and the eventual end are using forced perspective of Saga Anderson and Alan, respectively. These two separate stories will become intertwined with each other increasingly as the game progresses over its roughly twenty-hour duration. The success of Alan Wake is yet another feather in their cap, as Remedy truly shows through Alan Wake 2 that they have learned their lessons and are building upon their strengths. It is joyful to see the passion to provide entertainment experience through quality game play and storytelling in Alan Wake 2 , while the developers are experimenting with various puzzles and honing certain experiences to build upon for future games. 2023 has been a massively successful year for gamers with numerous amazing games released which each would have won numerous awards in any other year. Alan Wake 2 being released late in 2023 and still it managed to be nominated in eight categories for the 2023 Game Awards ceremony and won the Critics’ Choice Award at the Golden Joystick Awards 2023 earlier this year. The only game to rival Alan Wake 2 in this behemoth of a gaming year is Baldur’s Gate 3 in the number of nominated categories. Remedy went all out on Alan Wake 2 and that shows, and it is very delightful to see. Remedy is brining high quality survival horror to the front pages and setting the trend of their future with this sequel. This will bode only good news for Remedy and the Finnish game industry because the continued success of Remedy in the post-covid era shows that with proper development environment and direction of resources amazing things happen. In a world filled with scummy monetization practices, Remedy shows that when passion and love for games is given time and space to flourish, the success is nothing but guaranteed. Remedy is one of the flagship companies turning the ship from live services to complete packages and complete entertainment experiences. A feature-complete game is more wanted and treasured by the players than a shiny skin of a horse for more than half the price of a sixty-dollar, or nowadays seventy-dollar, game. The Future , The Present and The Past - Remedy Connected Universe Finally, or another beginning. What complicates the storytelling of Remedy games is the confirmation of Remedy Connected Universe becoming canon in Control ’s second expansion called “ AWE ” that features our dear writer, Alan Wake and the Dark Presence. However, in the base game of Control , players can find documents that FBC has been made aware of what is going on with and around Alan Wake. The creative director of Remedy , Sam Lake, made it clear that Control and Alan Wake games share the universe and Control: AWE was merely the first crossover. Sam Lake has mentioned earlier that they have at Remedy had the idea of connected universe for multiple years and through Control and Alan Wake they can finally utilize that aspect. Alan Wake 2 fully embraces this connection with FBC and what happens in the Bright Falls. Safe to say that Saga Anderson’s career as FBI agent gathers certain attention further pulling these universes together as she works to investigate and solve the murders in Bright Falls. Further connections between these worlds are in place and two of them are present in the spin-off Alan Wake’s American Nightmare . Namely, the town called Ordinary (see above about Jesse’s past) and another character that is quite head-scratching to deal with. Oh, and not to forget about Ahti, the FBC’s janitor having good times in Bright Falls. Remedy has confirmed to be working on the sequel to Control , and it can be assumed it further combines the workings FBC and Jesse to the ones of Saga and Alan. How? Who knows currently, but right now you can immerse yourself to Alan Wake and Saga Anderson in a fantastic survival horror game that does not let you go from its grasp. Be ready, be prepared, and don’t burn your light too fast. One of the best horror games in years is here and its a testament to Remedy ’s learned lessons and utilizing their own strengths to new heights.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Postdoctoral Researcher) Henry Korkeila PhD, MSc, is postdoctoral researcher whose recent work has focused on the avatarization of our analog cultures as they inevitably turn into digital cultures. Special focus has been on avatars themselves, usage of avatars in their different contexts including multiple online video game genres. He has approached avatars through the types of capital, or resources, they have. His recent works in progress continue to explore the cultures of MMOs, and game accessibility and inclusivity at large.
- [논문세미나] 우리 삶 속의 게임: : No Time to Dream
브랙스턴 소더만(Braxton Soderman)의 은 젠더화된 게임 취향을 ‘시간’의 관점에서 규명한 글이다. 그에 따르면 흔히 게이머는 ’하드코어(hardcore)’와 ‘캐주얼(casual)’ 집단으로 구분되고, 이중 하드코어 게이머는 ‘백인 청소년 남성’, 캐주얼 게이머는 ‘중년의 여성’ 집단으로 표상되곤 한다. 즉, 백인 청소년 남성들이 곧 ‘하드코어 게임’을 즐기는 ‘하드코어 게이머’이며, ‘캐주얼 게임’을 플레이하는 ‘캐주얼 게이머’는 곧 중년 여성들이라 인식되어왔다는 것이다. < Back [논문세미나] 우리 삶 속의 게임: : No Time to Dream 21 GG Vol. 24. 12. 10. Text: Malkowski, J., & Russworm, T. M. (Eds.). (2017). "No Time To Dream: Killing Time, Casual Games, and Gender." Gaming Representation: Race, Gender, and Sexuality in Video Games. Indiana University Press: 38-56 브랙스턴 소더만(Braxton Soderman)의 은 젠더화된 게임 취향을 ‘시간’의 관점에서 규명한 글이다. 그에 따르면 흔히 게이머는 ’하드코어(hardcore)’와 ‘캐주얼(casual)’ 집단으로 구분되고, 이중 하드코어 게이머는 ‘백인 청소년 남성’, 캐주얼 게이머는 ‘중년의 여성’ 집단으로 표상되곤 한다. 즉, 백인 청소년 남성들이 곧 ‘하드코어 게임’을 즐기는 ‘하드코어 게이머’이며, ‘캐주얼 게임’을 플레이하는 ‘캐주얼 게이머’는 곧 중년 여성들이라 인식되어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인구통계학적 지표를 특정한 취향과 연관시키는 것은 그 집단의 구성원들이 지니는 본질적인 특성의 문제로 환원되곤 하지만, 소더만이 볼 때 캐주얼과 하드코어의 구분은 다른 무엇도 아닌 시간의 문제이다. 하드코어와 캐주얼 먼저, 하드코어와 캐주얼의 구분점을 살펴보도록 하자. 하드코어 게이머는 게임 문화에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집단을 가리킨다. 여기서 열성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은 자원 투여의 양과 직접 관련되는데, 하드코어 게이머들은 게임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고, 상당한 수준의 돈을 쓰는 사람들로 인식되어 왔다. 이러한 ‘양(quantity)’은 다시 게임 플레이의 ‘질(quality)’과 연관되어 하드코어 게임이라는 특정한 게임 스타일을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구체적으로 하드코어 게임이라는 용어는 곧 시간과 돈을 많이 들여야만 플레이 할 수 있는 특정 게임들을 의미하며, 주로 PC나 가정용 콘솔로 즐길 수 있는 1인칭 슈팅 게임, 격투게임, 고자본이 투여된 높은 난이도/그래픽의 게임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Chess & Paul, 2019). 하드코어 게이머/하드코어 게임이 높은 자원 투여량을 특징으로 한다면, 반대로 ‘캐주얼 게이머’와 ‘캐주얼 게이밍’은 저비용에 쉬운 난이도로 특징지어진다. 캐주얼 게이머는 게임에 큰 자원을 투여하지 않는 사람들로, 이들이 플레이하는(플레이한다고 여겨지는) 캐주얼 게임은 게임 구성이 비교적 느슨하여 누구나 쉽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것들이다. 매체로 특정지어 보자면, 하드코어 게임은 PC나 콘솔 게임으로, 캐주얼 게임은 대개 모바일 게임으로 볼 수 있다. 자원 투여를 기준으로 삼는 개념이니 만큼, 캐주얼과 하드코어 간의 구분은 마케팅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고 추정된다. 체스와 폴 (Chess & Paul, 2019)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게임 전문 잡지들로부터 ‘하드코어 게이머’와 ‘캐주얼 게이머’라는 분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러한 분류는 젠더 및 연령 코드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었는데, 흔히 하드코어 게이머는 ‘젊은 (백인) 남성’으로, 캐주얼 게이머는 그 밖의 ‘중년의 여성’ 등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 결과, 하드코어와 캐주얼 간의 구분은 게이머에 대한 대표성 담론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게임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진짜 게이머(real gamer)’는 하드코어 게이밍을 하는 ‘젊은 (백인) 남성’으로 구성된 집단이며, 나머지 집단 (특히 캐주얼 집단으로 추정되는 중년의 여성)은 언제라도 게임을 그만두고 다른 취미로 이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젊은 (백인) 남성’에 맞추어 게임을 제작·유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 Open Ai의 이미지 생성 모델 '달리(Dall·E)'에 "하드코어 게이머(hardcore gamers)"를 입력값으로 넣은 결과이다. 하드코어 게이머에 대한 편향된 사회적 관념을 확인할 수 있다 (생성일: 2024. 11.13) 대표적으로, 2016년 SIEK(Sony Interactive Entertainment Korea)의 크리스마스 시즌 광고는 게임사가 누구를 ‘진짜 게이머’로 인지하고 있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허락보다 용서가 빠르다”를 핵심 슬로건으로 내세운 이 광고 영상은 플레이스테이션4를 사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배우자에게 허락을 받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산 이후에 용서를 구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허락/용서를 구하는 주체로서 기혼 남성’과 ‘게임을 원하지 않는 이성 배우자’라는 이분법적 구도로부터 우리는 게임사가 (기혼) 남성을 ‘진짜 게이머’, (기혼) 여성을 ‘비 게이머 집단’으로 상정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2016년 12월 21일자 플레이스테이션4 광고 영상의 한 장면이다. 영상에서 플레이스테이션4 구입을 망설이던 한 기혼 남성은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라는 문구와 함께 쇼핑 카트에 기기를 한껏 담아 달려가는 남성 무리를 마주한다. 이렇게 젠더나 세대, 인종적 코드를 바탕으로 게이머 집단을 나누는 시도는 게임 계 내부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차별을 정당화한다는 점에서 꾸준히 비판 받아왔다. 그럼에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지금까지 ‘젊은 남성’이라는 집단이 게임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데 큰 축을 담당해왔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위 광고가 제작된 2016년 기준 전체 게임 이용률은 연령대에 따라 크게 벌어졌으며(10대, 20대, 30대 모두는 80%이상, 40대, 50대, 60~65세는 모두 50%대), 젠더에 따라서도 10%가량 차이 났다(남성: 75.0% /여성: 65.5%). 젠더 간의 차이는 ‘하드코어 게임’이라 일컫는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졌는데, 2016년 기준 PC용 패키지게임과 비디오콘솔게임 모두에서 남성 이용자 수는 여성 이용자 수의 두 배 이상이었다. 더불어 여성 게이머들의 경우 대부분이 모바일로(여성 게이머 92.1%가 모바일게임을 플레이) 퍼즐 게임을 즐긴다(그중 66.2%)고 나타났는데, 이와 같은 지표들은 젠더나 연령대에 따라 선호하는 게임이 다르다는 주장과 공명하고 있었다. 시간과 게임 다만, 위와 같은 구분이 발생하는 원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흔히 게이머 집단을 구별 짓는 문제는 "남성은 어렵고 복잡한 게임을 선호하며, 여성은 쉽고 가벼운 게임을 선호한다"는 식의 선천적인 취향 차이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저자의 관점에서 집단 간 게임 플레이 양상이 달라지는 주된 원인은 취향의 차이가 아니라 '시간'의 차이에 있다. 흔히 ‘캐주얼 게임 이용자’로 분류되는 가사 노동자의 경우를 살펴보자. 그들은 분절된 여가 시간을 보낸다. 가사 노동자는 일상과 노동이 뒤섞인 삶을 살며, 특정한 근무 시간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아침에는 다른 가족 구성원의 준비를 돕고, 가족들이 집을 떠난 후에는 그동안 쌓인 다양한 가사 업무를 처리하며, 다시 가족이 귀가할 준비를 한다. 이렇게 순환적인 일상 속에서 그들의 노동은 완전히 끝나는 일이 드물며, 삶 전체가 끊임없는 준비와 실행의 연속으로 채워진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가사 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가는 필연적으로 제약을 받는다. 짧고 분절된 시간을 활용해야 하는 그들은 즉시 업무로 복귀할 수 있어야 하기에, 오랜 시간 동안 몰입하거나 높은 집중력이 요구되는 여가 활동에는 참여하기 어렵다. 따라서 가사 노동자들은 주로 언제든 쉽게 빠져들고 종료할 수 있는 가벼운 형태의 여가를 선호하며, 소위 캐주얼 게임이라 불리는 놀이는 여기에 정확히 부합한다. 캐주얼 게임을 특징짓는 모바일 기기는 누구나 일상적으로 들고 다니는 것으로 언제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한다. 또한, 그 안의 게임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완료할 수 있으며, 다시 접속했을 때 큰 부담 없이 이어서 즐길 수 있는 설계가 주를 이룬다. 이상의 특성은 분절된 여가 시간을 가진 사람들에게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데, (집안)일 사이사이의 짧은 휴식 시간이나 이동 중의 틈새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각 게이머 집단이 지니는 젠더적 관념에 대한 다른 설명을 제공해 준다. 지금까지 하드코어와 캐주얼은 각각 ‘남성적’이고 ‘여성적’인 것으로 인식되어왔지만, 여성의 게이밍이 캐주얼쪽으로 기운 이유는 지금까지 대다수의 여성들이 가사 노동을 수행하였고, 캐주얼 게임이 가사 노동자와 같이 분절된 시간 구조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여가 형태였기 때문이었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짧고 파편적인 여가 시간을 보내는 (여성) 가사 노동자들은 하드코어 게임과 같이 한 번에 오랜 시간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놀이를 꿈을 꿀 시간이 없었다(No Time to Dream). 즉, 노동이 젠더화되었기 때문에 놀이 역시 젠더화되어 보인 것이다. 우리 삶 속의 게임 놀이는 순전히 개인 취향의 문제로 여겨지곤 하지만, 여가는 삶과 함께한다. 곧, 내가 어떻게 사느냐가 어떻게 노느냐를 결정한다. 그래서 동질적인 집단은 유사한 여가 활동을 하고, 삶의 방향이 바뀌면 향유하는 여가 역시 변화한다. 대표적으로 우리는 팬데믹 시기를 떠올려볼 수 있다. 당시 성별이나 연령을 불문하고 사회 구성원들의 게임 플레이 시간이 대폭 증가하였는데, 이는 사람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남녀의 노동에 대한 사회적 구분이 점차 흐려지고, 젠더에 따른 노동 시간이 재배치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하드코어 게임이 남성적이고 캐주얼 게임이 여성적이라는 것은 점차 낡은 관념이 되어가고 있다. 젠더에 따른 사회적 활동에 대한 인식이 유연해질수록 성별에 따른 게이밍 양태 역시 변화하고 있는데, 2023년 게임 백서 기준 여성의 게임 이용률(44.5)은 남성의 이용률(55.5)과 거의 비슷하며, 특히 콘솔 게임 이용률의 경우 젠더 간의 격차가 상당히 줄어든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연령대를 고려한다면 더욱 부각되는데, 노동과 젠더가 비교적 긴밀히 묶여 있는 30대부터 50대와 달리, 10대와 20대의 경우 젠더 간 게임 이용률은 거의 차이 나지 않는다. 이상의 지표는 어떤 게임을 즐기는지의 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취향이나 성별에 따른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처한 환경과 시간적 제약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다만 함께 고려해야하는 점은 게임 역시 이용자를 변화시킨다는 사실이다. 게임은 사람들의 생활 양식에 맞추어 여가 활동으로 자리잡았지만, 이용자의 생활 양식을 다시 바꾸어놓기도 한다. 이의 대표적인 사례로 캐주얼 게임을 생각해 보자. 오늘날 캐주얼 게임은 누구나 짧은 시간에 간단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 인식되고 있지만, 실상 그 플레이 양상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예를 들어, <캔디크러쉬 사가>와 같은 게임은 간단한 규칙과 직관적인 조작법을 제공하면서도, 끊임없는 레벨 추가와 반복적인 도전을 유도하는 설계를 통해 사용자의 플레이 시간을 연장한다. 이를테면 하트가 다 떨어질 즈음 게임은 아이템이나 무제한 이용권 등을 지급해주는데, 이는 이용자로 하여금 더 오랜 시간을 게임에 보내도록 한다. 우리가 밤새 핸드폰을 부여 잡고 다음 레벨을 깨기 위해 밤을 새는 등 캐주얼하지 않은 캐주얼 게이머의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게임을 플레이 하는 과정에서 이용자들은 자신의 생활 패턴을 바꾸기도 하는데, 목표를 달성하거나 레벨을 클리어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시간을 게임에 할애하거나, 특정 시간에 제공되는 보상을 받기 위해 일정을 조정하기도 한다. 삶은 시간의 집합이다. 우리의 하루는 무수한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 순간들은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을 띤다. 어떤 사람은 시간을 흘려 보내고, 또 어떤 사람은 시간을 채워가며 삶의 모양새를 빚어낸다. 그리고 게임은 그 시간 속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이자, 우리의 삶과 밀착된 또 다른 세계다. 어떤 게임을 즐길지, 얼마나 깊이 몰입할지는 우리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마주한 선택지들과 긴밀히 얽혀 있는데, 또 어떤 게임을 선택하는지가 다음의 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게임을 한다는 것은 단순한 여가 이상의 의미를 품는다. 그것은 삶의 구조 안에서 시간을 채우는 동시에, 시간을 통해 삶의 또 다른 구조를 그려나가는 행위다. 게임 속에서 우리는 단순히 레벨을 깨고 점수를 쌓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마다 삶을 들여다보고, 다시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Chess, S., & Paul, C. A. (2019). The end of casual: Long live casual. Games and Culture, 14(2), 107-118.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연구자) 이연우 함께하는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게임의 관계성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게임으로 다함께 즐거워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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