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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out GG | 게임제너레이션 GG
게임문화재단이 만들고 (주)크래프톤이 후원하는 격월간 게임문화비평전문웹진. 게임비평 및 연구결과 수록. 게임문화 교양웹진, 게임 제너레이션 게임제너레이션은 한국 게임문화 담론을 선도해 나가고자 2021년 8월에 창간한 게임비평 전문 웹진입니다. 2개월에 한 번씩 GG는 동시대 디지털게임의 주요 주제를 선정해 다양한 시각에서 그 의미를 탐색하고 밝히고자 합니다. GG의 철학 GG는 오늘날 대중문화에서 디지털게임이 차지하는 영향력에 주목합니다. 우리는 디지털게임이 일상이 된 시대에 살고 있으며, 이는 게임을 하는 이도 안하는 이도 게임으로부터 영향받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게임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문화적 의미를 밝히는 것이 GG의 가장 큰 목적입니다. 현대 대중문화담론이 처한 위기는 무거움과 가벼움 양 쪽 모두를 딛고 있습니다. 학술적인 깊은 논의들은 대중적으로 널리 퍼지지 못하고 있으며, 널리 퍼지는 이야기들은 게임문화담론의 깊이를 품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GG는 '학술지보다 가볍게, 웹진보다 무겁게'라는 슬로건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보다 게임문화를 보다 무겁게 다루는 일이 충분히 대중적일 수 있다고 믿으며, 그러한 독자와 필자를 찾아내고 담론장에 유통하는 일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GG를 만드는 사람들 척박한 게임문화담론을 개척하는 일에는 많은 인력과 자원, 시간이 들어갑니다. GG는 게임문화재단에서 제작을 맡고 있으며, 그 후원을 (주)크래프톤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크래프톤의 후원은 전적으로 후원에 머무르며, 웹진 제작과정과 방향성에 대해서 간섭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합니다. 이러한 후원을 바탕으로 GG는 많은 게임연구자들과 협업하며 게임문화담론의 생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내외를 망라한 젊고 명망있는 게임연구자들, 게임의 문화적 비평에 의지를 가진 비평가들이 GG와 함께합니다. 더불어 새로운 필진의 발굴을 위해 GG는 매년 1회 게임비평공모전을 주최, 동시대의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자 노력중입니다. GG가 꿈꾸는 미래 한국은 게임문화에 있어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곳입니다. 우리의 문화담론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은 비단 한국어권에 머물지 않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GG는 장기적으로 한국의 게임문화담론을 전세계와 공유하고자 하는 미래를 꿈꿉니다. 해외의 다양한 게임연구, 담론, 비평을 공유하고, 또 한국에서 생산된 논의들을 해외로 내보내는 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넘어 전세계와 함께 디지털게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으로서의 GG를 우리는 상상합니다.
- 게임을 연구한다는 것 - 『크리티컬 워드 - 게임 스터디즈』가 던지는 질문들
북유럽에서는 디자인 학부가, 북미에서는 영화학과가, 일본에서는 사회과학이나 이공계가 게임 연구를 주도하는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그들은 문제가 아니라 가능성으로 본다. 이 책은 단순한 게임 연구의 용어사전이 아니다. 여기에는 일본 게임 연구 공동체가 지난 20년 동안 축적해온 고민이 농축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학문적 경계 위에 서 있는 한국 게임 연구자들 역시 공유하는 고민이기도 하다. < Back 게임을 연구한다는 것 - 『크리티컬 워드 - 게임 스터디즈』가 던지는 질문들 27 GG Vol. 25. 12. 10. 게임 연구, 어디에 속하는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게임 연구를 한다고 자기소개를 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대개 비슷하다. "게임 연구요? 그럼 코딩하시나요? 게임 개발 쪽인가요?" 게임을 연구한다는 말이 곧 기술 연구나 프로그래밍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물론 게임 연구에는 기술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미디어 연구, 문화 연구, 장르 연구, 철학이나 미학 연구 등 게임을 바라보는 지평은 다양하다. 그러나 '게임 연구'라는 말은 여전히 명확한 윤곽을 갖지 못한 채, 사람들에게 서로 다른 이미지를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혼란은 비단 연구를 하지 않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게임 연구자들 스스로도 게임 연구가 어느 학문 분과에 속하는지 명확히 답하기 어렵다. 게임 연구는 어디에 속하는가? 미디어학과 강의실, 컴퓨터공학과 실험실, 문화연구 세미나실 가운데 어느 곳이 그 자리가 될 수 있을까? 2025년 5월 일본에서 출간된 『クリティカル・ワード ゲームスタディーズ ― 遊びから文化と社会を考える』(이하 『크리티컬 워드 - 게임 스터디즈』)의 네 명의 편저자 – 이노우에 아키토(井上明人), 마츠나가 신지(松永伸司), 요시다 히로시(吉田寛), 마틴 로스(Martin Roth) – 는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제시하는 대신, "게임 연구는 기존의 대학 분과나 학문 제도로는 수용되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북유럽에서는 디자인 학부가, 북미에서는 영화학과가, 일본에서는 사회과학이나 이공계가 게임 연구를 주도하는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그들은 문제가 아니라 가능성으로 본다. 이 책은 단순한 게임 연구의 용어사전이 아니다. 여기에는 일본 게임 연구 공동체가 지난 20년 동안 축적해온 고민이 농축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학문적 경계 위에 서 있는 한국 게임 연구자들 역시 공유하는 고민이기도 하다. 일본 게임 연구가 바라보는 지평 그렇다면 일본의 게임 연구자들은 게임 연구의 이 불안정한 위치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크리티컬 워드 - 게임 스터디즈』에서 서문을 통해 드러나는 일본 게임 연구의 현주소는 흥미롭다. 편저자들은 게임 연구가 "새롭고 영역횡단적인 학문"이기에 전체와 현위치가 보이지 않는 상황을 인정한다. 앞서 국가별로 게임 연구가 주도되는 학문의 영역이 다르다고 언급했듯, 이러한 지역적 편차는 게임 스터디즈가 아직 확립된 학문 분과가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게임이라는 대상 자체가 단일한 학문적 렌즈로는 포착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오늘날 게임 제작에 요구되는 기능이 프로그래밍부터 영상, 시나리오, 세계관 설정, 사운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듯, 게임 연구 역시 문과도 이과도 아닌, 혹은 문과이면서 동시에 이과인 성격을 띤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책의 구성에도 반영된다. 네 명의 편저자는 각기 다른 전문 분야와 배경을 가진다. 편저자들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각각의 연구자가 자신의 전문 분야 내에서 각자의 게임 연구에 임해도 좋다"며, 학문적 다원주의를 적극 옹호한다. 일본 게임 연구가 주목하는 것들 이러한 학문적 다원주의는 구체적으로 어떤 주제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을까? 그 답은 책이 다루는 주제들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책의 제1부 이론편은 '룰(Rule)', '미디어(Media)', '놀이(Play)', '픽션(Fiction)',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소셜(Social)', '인공물(Artifact)', '인터랙티비티(Interactivity)' 등 8개 핵심 개념을 다룬다. 주목할 점은 하나의 개념을 네 명의 편저자가 각각 다른 관점에서 해설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룰' 개념을 둘러싸고 "게임은 룰인가", "룰 개념의 다의성과 다양한 성질", "룰은 게임을 정의하는가"라는 세 가지 소제목 하에 서로 다른 시각이 제시된다. 이는 단일한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독자가 다양한 견해 속에서 자신의 입장을 형성하도록 유도하는 교육적 전략이다. 제2부 키워드편은 27개 항목으로 구성되며, 현재 게임 문화와 게임 연구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주제들을 다룬다. 여기에 수록된 키워드들을 살펴보면, 현재 일본 게임 연구가 어떤 영역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드러난다. 이 항목들은 크게 다섯 가지 주제로 묶인다. 첫째, 기술적·물질적 기반 주제다. 'NFT', '에뮬레이션', '아카이브', '플랫폼' 같은 파트들은 게임을 단순히 의미의 텍스트가 아니라 특정한 기술적·경제적 조건 속에서 작동하는 미디어로 파악한다. 특히 아카이브와 에뮬레이션 파트는 게임의 보존과 접근성 문제를 다루는데, 이는 게임이 점점 더 '사라지는' 미디어가 되어가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개입이다. 플랫폼 개념은 게임이 중립적 공간이 아니라 특정한 권력 관계와 경제 구조 속에 배치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둘째, 사회문화적 쟁점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다. '젠더와 섹슈얼리티', '접근성과 장애의 표상', '게임 행동 장애(Gaming Disorder)' 같은 파트들은 게임을 둘러싼 정치성을 전면화한다. 젠더 파트는 게임 문화의 남성중심성과 배제의 구조를 분석하고, 접근성 파트는 장애인 게이머들의 경험이 어떻게 주변화되어왔는지를 다룬다. 게임 행동 장애 파트는 WHO의 질병 분류를 둘러싼 논쟁을 다루면서, 게임 플레이를 병리화하는 담론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는 게임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광범위한 사회 현상과 맞물려 있음을 시사한다. 셋째, 플레이어의 창조적·전복적 실천에 대한 주제다. '게임 실황', 'UGC(User-Generated Contents)', '치트', '내비게이션' 같은 파트들은 게임이 개발자가 설계한 대로만 소비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게임 실황은 게임 플레이를 관람 가능한 퍼포먼스로 전환하는 실천이고, UGC는 플레이어를 공동 창작자로 위치시킨다. 치트는 게임의 룰을 의도적으로 위반함으로써 다른 종류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행위다. 이러한 항목들은 게임 연구가 '텍스트 분석'에서 '실천과 문화 연구'로 확장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넷째, 게임의 사회적 확장에 대한 주제다. '스포츠', '투어리즘',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같은 파트들은 게임이 더 이상 오락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게이미피케이션은 업무, 교육, 건강관리 등 삶의 다양한 영역이 게임의 논리로 재편되는 현상을 가리키며, 투어리즘 파트는 <포켓몬 GO> 같은 게임이 실제 공간의 이동과 경험을 재조직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스포츠 파트는 e스포츠의 부상과 함께 게임과 전통적 스포츠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상을 다룬다. 다섯째, 메타적 성찰에 대한 주제다. '비평(Criticism)', '윤리(Ethics)', '역사 서술', '내러티브(Narrative)', '몰입' 같은 개념들은 게임을 연구하는 방법론 자체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윤리 파트는 게임 내 폭력 표현, 착취적 과금 모델, 개발 노동 조건 등 게임을 둘러싼 다층적 윤리적 쟁점들을 다룬다. 역사 서술 파트는 게임이 역사를 재현하는 방식과 그것이 갖는 정치적 함의를 탐구한다. 비평 파트는 게임 비평의 언어와 방법이 무엇인지, 게임을 평가하는 기준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묻는다. 제3부 북가이드편은 20개의 필독 문헌을 소개한다. 하위징아(Huizinga)의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카이와(Caillois)의 『놀이와 인간(Man, Play and Games)』 같은 고전부터, 예스퍼 율(Jesper Juul)의 『하프 리얼(Half-Real)』, 이안 보고스트(Ian Bogost)의 『설득적 게임(Persuasive Games)』 같은 현대 게임 연구의 주요 저작까지 망라한다. 흥미롭게도 편저자들은 일본어 문헌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 밝히는데, 이는 "일본 독자에게 익숙하지 않거나 접근이 어려운 외국어 문헌 소개에 주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의의는 어쩌면 내용보다 형식에 있을지 모른다. 서문에서 편저자들은 독자에게 "이 책을 도중에 내던지고 즉시 자신만의 게임 스터디즈를 시작해도 좋다"고 말한다. 동시에 "이 책에는 다양한 전문 분야와 연구 테마를 가진 많은 저자들이 다루는 현재진행형의 게임 스터디즈가 담겨 있으므로, 끝까지 읽는 것을 권장한다"고도 덧붙인다. 이는 게임 연구라는 아직 확립되지 않은 영역에서 학술 공동체를 형성하고자 하는 게임 연구자들의 마음가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2000년대 이후 게임 연구 커뮤니티와 연구 서적이 서서히 쌓여 왔고, 이 책은 그 축적의 위에 서서 ‘입문용 지도’를 제안하는 위치에 있다. 이러한 모습은 일본의 게임 연구 씬뿐만 아니라 한국의 게임 연구 현장에서도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본 게임 연구는 명확한 학문적 경계나 방법론적 합의가 부재한 상황을 문제로 보기보다, 오히려 가능성으로 전환하려 한다. "문과도 이과도 아니다", 기존 학문 제도의 바깥에 머물러 있다는 진단은 패배주의적 자조가 아니라, 새로운 학문적 실험을 위한 생각의 전환에 가깝다. 일본의 지형, 한국의 질문 사실 한국과 일본의 게임 연구 지형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일본에서는 미학, 철학, 미디어 이론, 기술사 등 인문학적이고 이론 지향적인 게임 연구 관점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 연구, 디자인학 연구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진행되며, 지역이나 대학별로 강조하는 학문 분과도 다르다. 한국 역시 커뮤니케이션학, 미디어학, 문화연구는 물론이고 게임 정책 연구, 산업 분석, 기술 연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접근이 공존한다. 두 나라 모두 게임 연구를 단일한 학문 체계 안에 정착시키기보다는, 여러 분과의 경계를 넘나들며 각자의 방식으로 게임이라는 대상을 탐구해왔다. 그렇다면 이 책이 한국 게임 연구에 던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그것은 비교의 프레임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 한국과 일본의 게임 연구는 문화적 맥락과 제도적 환경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게임 연구는 어디에 속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는 비슷한 방향성을 가지고 발전하고 있다. 젠더 담론, 게임 병리화 담론, 아카이브와 보존 문제, 플레이어 실천의 의미 등 한국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쟁점들을 일본 게임 연구가 어떻게 다루는지 살펴보는 일은, 우리 자신의 연구 지형을 새로운 각도에서 성찰하게 만든다. 『크리티컬 워드 - 게임 스터디즈』는 단순히 일본 게임 연구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한국 게임 연구자들에게도 "당신은 게임을 어떻게 연구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진다고 볼 수 있다. 나가며 『크리티컬 워드 - 게임 스터디즈』는 완결된 지식 체계를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책은 게임 연구라는 영역이 여전히 형성 중이며, 다양한 관점들 사이의 긴장과 대화를 통해 성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임 연구는 확립된 지식 체계가 아니라 끊임없이 갱신되는 탐구의 과정이며, 따라서 단일한 방법론이나 관점으로 고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게임 연구가 제도화된 학문 권위가 아니라 개방적이고 실험적인 지적 실천이어야 한다는 선언이다. 35개의 키워드와 20개의 필독서는 하나의 '정전'(正典, canon)이라기보다, 계속 수정되고 확장될 '잠정적 지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제시하는 비전이 순탄하게 실현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게임 스터디즈가 기존 학문 제도에 수용되지 않는다는 진단은, 동시에 제도적 지원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학문적 다원주의는 지적 풍요로움을 약속하지만, 공통의 언어와 방법론이 부족해지는 위험도 함께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한국 게임 연구에 중요한 참조점이 된다. 일본 게임 연구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현재 위치를 점검하고, 미래의 방향을 탐색하며, 동시에 새로운 참여자들을 초대한다. 한국의 게임 연구자와 게임 문화 연구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귀중한 비교 참조점이자, 우리 자신의 게임 연구 지형을 성찰하게 만드는 거울이 될 것이다. 우리는 게임을 어떤 학문적 렌즈로 바라보고 있는가? 국내 게임 문화의 고유성과 글로벌 게임 연구 담론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찾을 것인가? 『크리티컬 워드 - 게임 스터디즈』를 비롯해 다른 나라의 게임 연구 동향을 살펴보는 일은, 이 질문들을 다시 꺼내어 놓게 만드는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미디어콘텐츠연구자) 이미몽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닌텐도 게임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몇 개월 전 스팀덱을 할부로 구매하여 열심히 즐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선 문화매개를 전공했고, 현재는 일본의 리츠메이칸 대학교 첨단종합학술연구과 박사과정에 재학중 입니다. 게임과 웹툰 등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와 문화를 연구합니다.
- [4회공모전수상작] 게임은 어떻게 우리를 소외시키는가
소외는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하나는 인간 집단에서 배제되어 외로움을 느낀다는 뜻으로, 일상생활에서 소외라고 말하면 대체로 이를 의미한다. 반면 다른 하나는 철학 특히 마르크스가 주로 사용한 의미로, 한 인간이 특정 대상에 대한 주권을 상실하여 더 이상 주체로 있지 못 하고 오히려 그 대상의 객체로 전락해, 결국에는 자기 자신의 권리와 정체성이 외부 요소에 의해 좌우되는 상태를 뜻한다. < Back [4회공모전수상작] 게임은 어떻게 우리를 소외시키는가 26 GG Vol. 25. 10. 10.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까 [1] ' 소외 '소외'만큼 현시대의 인간상을 관통하는 단어가 있을까. 소외는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하나는 인간 집단에서 배제되어 외로움을 느낀다는 뜻으로, 일상생활에서 소외라고 말하면 대체로 이를 의미한다. 반면 다른 하나는 철학 특히 마르크스가 주로 사용한 의미로, 한 인간이 특정 대상에 대한 주권을 상실하여 더 이상 주체로 있지 못 하고 오히려 그 대상의 객체로 전락해, 결국에는 자기 자신의 권리와 정체성이 외부 요소에 의해 좌우되는 상태를 뜻한다. 그런데 전자가 명확한 사회적 사건이라서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한 것과 달리, 후자는 개인 내부의 실존적 문제기 때문에 원인과 해법을 분별하기는커녕 그 존재조차 파악하기 어렵고, 그래서 인류 역사에서 오랜 기간 동안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근대에 이르러서 '개인'이라는 개념이 완전히 자리 잡자 자연스레 그 개인의 문제인 소외 또한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 이후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그 학술적 사회적 중요성은 점점 커지더니, 소외란 -'그저 나쁜 상태'가 아닌- 인간 존재에 내재된 본성임이 밝혀졌다. 이는 곧 소외가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알아낼 열쇠 중 하나라는 의미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인간인 이상 결코 소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 탓에 실존적 위기로써 소외가 다뤄진 지 근 2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소외에 시달리고 있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해졌다. 사회가 다각화되고 새로운 기술과 위기가 등장함에 따라 전에 없던 소외가 생겨났고 수많은 이들이 일상적으로 소외를 겪게 됐다. 우리 내부에 자리 잡은 외부가 우리와 함께 커졌다. 자동차가 땅을 기어다니는 일개 행성도 이 정도인데, 수많은 우주선이 날아다니는 초거대 우주 정거장은 얼마나 심각할까? <우주 정거장 청소부의 일기> <우주 정거장 청소부의 일기>(이하 <청소부>)는 마치 소외를 게임화시켜 놓은 듯한 작품이다. 제목으로 알 수 있듯이 거대한 우주 정거장을 배경으로 한다. 그곳은 매우 번잡하고 발달한 곳이라서, 곳곳에서 값비싼 상품들이 거래되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능력을 얻을 수도 있는 기회의 땅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플레이어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왜냐면 플레이어는 그저 푸른 피부의 중성적인 청소부일 뿐이고, 땅에 떨어진 잡동사니를 주워 소각하거나 팔아서 번 푼돈으로 하루하루를 근근이 연명하는 게 할 수 있는 것의 전부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그것조차도 할 수 없다. 그녀가 버는 돈으로는 아무리 싼 식품도 버거우며 그렇다고 유사 식품을 사 먹으면 구토하기 일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종족은 정기적으로 '성별을 구매'해야 하기에 또 돈을 써야 하는 데다가, 어쩌다가 빨간 완장을 찬 공권력을 만나면 돈을 빼앗기기도 한다. 그녀는 언젠가는 이 거지 같은 곳을 벗어나고자 성실하게 일하지만, 일 하면 일 할수록 오히려 더 가난해지기만 한다. 그런 주인공에게 더 큰 일이 닥치는데, 보물을 찾기 위해 들어간 지하 던전에서 저주에 걸려버린 것이다. 머리만 둥둥 떠다니는 해골이 나타나 자꾸 옆에서 소리를 지르는데 정말 죽을 맛이다. 설상가상으로, 이 저주를 풀려면 세 개의 석판 조각을 모아야 하는데 그 과정도 전부 너무나 무의미하고 피곤한 일들 뿐이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 했길래? 그녀에게는 이 모든 것이 말도 안 되고 불합리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가장 끔찍한 것은 따로 있으니, 바로 이 우주 정거장 그 자체다. 단언컨대 이 정거장을 설계한 작자는 인류에 대한 끝없는 악의를 가진 천재일 것이다. 도대체가 길을 맙소사 찾을 수가 없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요일명도 아무 단어나 조합해서 만든 듯한 각종 고유 명사도 낯설지만, 그중에서도 정거장 구조는 특히나 낯설어서 도저히 자신이 어디 있는지도 어디로 가야 할지도 알 수 없다. 고통과 스트레스 . 그게 <청소부>가 플레이어에게 주는 전부다. 세 가지 소외 이렇게 <청소부>는 '안티-어드밴처 장르'답게, 일반적인 어드밴처는 물론이고 보편적인 게임의 틀에서도 크게 벗어나 있다. 플레이어는 성장할 수 없고 활약할 수 없으며 극복하지도 못한 채, 그저 불가해한 원인에 의해 끊임없이 휘둘릴 뿐이다. 여느 게임과 달리 이 게임을 하면서 즐거움이나 재미를 느끼기는 어렵고 오히려 당혹감과 좌절감 그리고 무력감만 느껴질 뿐이다. 그렇다면 이 게임의 의의는 도대체 무엇일까? 명백하게도 <청소부>는 일종의 사회비판물을 지향한다. 실제로 개발자 브래드포드 호튼과 이소벨 샤샤는 게이머게이트를 비롯한 정치적 혐오나 가난한 청년들, 성 정체성 혼란 등의 사회적 문제와 모순들을 본 게임에 담아냈다고 말했다 [2] . 그러나 이에 대해서 일부는 동의하고 일부는 동의하지 않는데, 왜냐면 본 작품은 단순한 사회적 사례를 넘어 인간 본질에 대한 고찰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청소부>는 크게 세 가지 부분에서 플레이어를 소외시킨다. 첫째는 계급 에 의한 소외다. 플레이어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상품과 퀘스트 진행에 필요한 물건을 제외하고는 그 무엇도 구매하거나 얻을 수 없는데, 여기서 핵심은 -애초에 그것들이 게임 내에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고 구매하거나 획득할 수 있는데도 플레이어의 경제적 사회적 계급이 낮기 때문에 완전히 무관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가치 있는 상품을 홍보하는 찌라시라도 주인공에겐 또 하나의 소각할 쓰레기일 뿐이고, 수많은 우주선이 오고 가는 우주 정거장에서 살지만 어디로도 벗어날 수 없다. 플레이어 또한, 향락과 가능성이 가득한 곳에서 살지만 그 무엇도 갈망할 수 없고 그저 삥이나 뜯기는 존재에 불과하다. 플레이어의 권리와 욕구 그리고 정체성이 -그의 자유의지나 합리적 근거가 아닌- 오직 계급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다. 일견 이는 자본주의의 문제로 보이지만 그보다는 인간 사회 자체의 한계라 보는 것이 옳다. 자연적 경제가 원인이든 인위적 정치가 원인이든, 사회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계급에 의한 소외가 있어왔다. 현대 대한민국에는 최고의 인프라를 가진 주거 시설이 즐비하지만 국민 중 다수는 평생을 일해도 그곳에 살 수 없다. 근현대 공산국가에도 안락하고 부유한 삶은 있었지만 이를 누릴 수 있는 이는 당과 가까운 사람들뿐이었다. 중세 봉건사회에서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계급은 물질뿐 아닌 능력, 사상, 민족, 종교, 성별, 거주지, 직업 등 온갖 차이에서 발생해왔다. 따라서 아무리 평등해지고 계급 간의 벽이 낮아진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완전히 동일한 개체가 아닌 이상은- 인간 사회라면 어디든 계급에 의한 소외를 겪을 수밖에 없다. 둘째는 부조리 에 의한 소외다. 퀘스트라고 주어진 것들은 전부 영문을 알 수 없고 전혀 즐겁지 않은 것들 투성이다. 어째서 해골이 따라다니는지도 설명되지 않고 어째서 저주를 풀기 위해서 성인 서적을 사야 하는지 혹은 지하에 숨겨진 오브젝트를 찾아야 하는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아홉 여신의 우상을 모으는 일은 정말로 아무런 단서가 없어서 우주 정거장 곳곳을 무식하게 돌아다녀야 하며, 심지어 마지막 퀘스트는 600 MC의 금액을 요구하는데 이를 벌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20일 넘게 노동만 해야 한다. 그 어떤 행운도 편법도 활약도 없다. 플레이어는 이유도 모른 채, 타인이 하라고 했기 때문에 혹은 운명이 그렇게 정해졌으니까, 괴롭고 무의미한 노동을 반복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해야 한다. 더 어이없는 건 당초 목표인 우주 정거장을 벗어날 돈을 모았음에도 저주를 풀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그 돈을 저주를 푸는 데 써버린다는 사실이다.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참으로 비상식적이기 그지없지만 사실 현실의 우리들도 남 말 할 처지는 아니다. 비록 어느 날 눈을 떴더니 벌레가 됐다거나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소송을 당한 것은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부조리한 운명에 휘둘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탄생이 결정되고, 그 탄생 환경과 어렸을 적의 작은 선택이 인생 전부를 좌우한다. 성장한 후에도 그저 사회가 그렇게 만들어졌고 또 명령을 받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삶을 살고, 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끝을 맞이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점은 어느샌가, 의문을 갖거나 거부하는 능력을 상실해 버린다는 것이다. 마치 문지기가 자신을 위해 문을 지키고 있었음에도 문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처럼, 우주 정거장에서 탈출할 수 있음에도 부여받은 임무를 수행하느라 탈출을 망각한 주인공처럼, 방충망을 열어줬음에도 여전히 '방충망 너머에 밖이 있다'라고 굳게 믿고 방충망을 떠나지 않는 날벌레처럼, 우리는 우리가 만든 운명 속에서 소외당한다. 셋째는 위치 에 의한 소외다. <청소부>에서는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다. 여기서 위치는 정체성으로서의 위치와 공간으로써의 위치 모두를 의미한다. 먼저 정체성으로서의 위치는 정기적으로 성전환을 해야 하는 기믹이 대표적이다. 우리가 인간인 이상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성별(로 상징되는 사회적 위치)을 꼭 가져야 한다는 것 자체도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그 성별 자체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작중에 나오는 성별의 이름이라곤 'CROSSFIT'이나 'DIRT'나 'MEH' 같이 무작위로 정한 듯한 이름뿐이다. (이는 요일명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플레이어는 꼭 사회적 위치를 가져야 해서 식비를 아끼면서까지 위치성을 확보하지만, 정작 그 위치는 정말로 아무런 의미도 없다. 결과적으로 그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위치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래서 자신이 의지하지도 추구하지도 않는 것을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건 공간으로써의 위치다. 상대적으로 과소평가(?) 당했지만 본 작품에서 가장 끔찍한 건 단연코 길 찾기다. 상술했듯 악의적인 천재가 설계했는지, 길을 찾는 건 커녕 여기가 어디인지조차 알 수 없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먼저 건물들 사이에서 유의미한 규칙성이나 차이를 찾을 수 없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너무 무작위라서 그 차이가 무의미하다. 둘째로 흔히 '디즈니 위니 Disney Weenie'라고 불리는, 어디서든 보이고 눈길을 끄는 구조물 [3] 이 거의 없다. 그나마 있는 구조물도 주변 건물이 다 높은 탓에 가려져서 볼 수가 없고, 그래서 플레이어는 자신이 어디 있는지를 파악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는 살짝 스포일러인데- 가운데의 지구라트를 중심으로 매우 유사한 몇 개의 구역이 반복된다. 그런데 플레이어는 도중까지 이 사실을 알 수가 없기에 -상술한 이유 때문에 눈치채기 어렵다- 계속 돌아다녀도 매번 같은 곳으로 돌아오게 되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되고, 결국 전체 구조를 완전히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 결국 이 모든 문제는 '유의미한 차이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결국 각 기표의 의미를 결정하는 것은 -기의가 아닌- 다른 기표와의 차이기 때문에, 차이가 상실되면 기표는 무화無化되고 그 아래에 숨겨져 있던 낯선 실재가 출현하게 된다. 자크 라캉의 '수집가 프레베르의 성냥갑 우화 [4] ', 앤디 워홀의 <캠밸 수프>, 게슈탈트 붕괴 현상, 리미널 스페이스의 반복된 이미지와 공간,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의 '엔들리스 에이트' 등도 마찬가지다. 모든 존재는 위치를 가져야만 하는데, 위치는 유의미한 차이에 의해서만 성립하기에, 끝없는 반복에 갇힌 존재는 위치를 상실하고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된다. 소외에서 실존으로 의문은 해결되기는커녕 더 깊어진다. 본작이 소외의 결정체라는 건 알겠지만, 어떻게 그게 게임의 의의일 수 있는가? 그저 답답하고 괴롭기만 한 이 게임에 도대체 어떤 효용성이 있단 말인가? 분명 게임의 기본적인 목적은 재미를 주는 것임에도 <청소부>는 재미가 없다. 그러나 <청소부>에서 경험할 수 있는 그 모든 소외는 놀랍게도 재미의 훌륭한 재료가 된다. 왜냐면 우리는 실존할 때 재미를 느끼는데, 역설적이게도 소외는 실존의 단초 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소외의 반대로 하면 실존할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보다는 소외를 이해할수록 우리는 인간에 대해 알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실존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소외와 실존 모두, 서로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인간의 본질일 뿐이기에. 생각해 보라, 소외란 자기 자신을 보장하던 무언가를 상실한다는 것인데, 애초에 다른 무언가에 의해 보장받는 상태 자체가 곧 그 무언가에 의한 소외 아닌가? 그렇다면 자신을 보장하던 것을 상실하는 것은 오히려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기회이며, 이는 곧 실존을 의미한다. 물론 인간인 이상 언제나 다른 무언가에 의해 보장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추구해야 할 것은 -언제나 독립되어 있는 완전한 상태가 아니라- 무엇에 보장받던 '그것은 그저 일시적 수단일 뿐 결코 영구적 본질이 아님'을 항상 인식하고 그럼으로써 자유의지를 잃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안락한 보장 상태에서 박탈당하는 사건, 즉 소외다. 특정한 직업이나 사유재산 같은 물질을 잃었을 때 진정한 자유가 가능해지고, 말도 안 되고 당혹스러운 상황에 쳐할 때 스스로에 의한 (그리고 대한) 성찰을 할 수 있게 되며, 고정된 좌표를 상실하고 위상적 비전체로 떨어질 때 비로소 자신의 위치를 직접 결정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런 얘기는 너무 두루뭉술하고 추상적일뿐더러 <청소부>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다. 따라서 우리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다른 예시를 들어야 한다. <킹덤컴 시리즈>나 <언더월드>같이 높은 자유도의 오픈월드 RPG가 재밌는 것은, 게임이 상당히 복잡한 데 비해 플레이어의 계급과 능력치가 낮은 탓에 초반에는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지만(소외), 점차 성장하고 적응하다 보면 계급의 격차를 극복하거나 혹은 반대로 계급의 벽을 우회하여 자유롭게 활동(실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넷핵>이나 <슬레이 더 스파이어> 등의 로그라이크 '계열' 게임들은 실수 한 번으로 자신의 모든 걸 잃을 수 있지만(소외), 오히려 그렇기에 특정 빌드나 플레이 스타일에 구속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할(실존) 수 있다. 마찬가지로 <스탠리 패러블>이나 <페이퍼 플리즈>와 같은 게임이 재밌는 것은, 처음에는 근거 없고 불합리한 명령이 부과되고 플레이어는 이를 따라야만 하지만(소외), 동시에 그것을 거부하고 반항하며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실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우터 와일즈>, <섹시 브루탈>, <포가튼 시티> 등의 타임 루프물은 훨씬 더 노골적이다. 이 게임들은 모두 플레이어의 의지와 무관하게 똑같은 사건이 영원히 반복되고 그래서 게임 내 모든 차이가 소멸하는 위기에 처하는데(소외), 이때 플레이어는 각종 활동과 추론을 통해 반복되는 연쇄를 끊고 차이(실존)를 다시 불러낼 수 있다. 이 게임들 속에서 플레이어들은 실제로 실존한다. <청소부>에서 경험한 소외가 진짜인 만큼, 이 게임들에서의 실존 또한 진짜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소외의 효용성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사례는 단연코 <레인 월드>다. <레인 월드>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척박한 야생을 배경으로 하는 생존 플랫포머 게임으로, 플레이어는 끔찍한 조작감의 하얀 생물 '슬러그캣'으로써 살아남아야 한다. 이 세계의 생태계는 매우 유기적이고 적대적이어서 각양각색의 동식물과 현상이 서로 잡아먹고 먹히는데, 문제는 슬러그캣이 그 먹이 피라미드의 거의 밑 바닥이라 대부분의 생물이 천적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게임의 무대는 오래전에 멸망한 인류가 남긴 정체불명의 구조물과 그 위에 퇴적된 자연 지형이라 맵이 극도로 복잡한데, 목적지를 가르쳐주는 가이드도 거의 없어서 길 찾기는커녕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파악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정기적으로 내리는 어마어마한 양의 폭우는 피난처를 제외한 모든 공간과 그 위의 생물을 -물론 슬러그캣도- 집어삼켜 버리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죽지 않으려면 매일매일 벌레를 잡아먹고 피난처를 찾아야만 한다. 말 그대로 낯선 세상에 피투彼投되어 배타적 환경에 소외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째서 이렇게 디자인했을까? <언더월드>처럼 플레이어가 고통받기를 바랬던 것일까? 이에 대하여 <레인월드>의 개발자 요아르 야콥슨Joar Jakobsson은 ' 맨해튼의 쥐 ' [5] 라는 개념을 언급한다. 지하철에 살고 있는 쥐는 그 지하철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는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쥐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이는 쥐에게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지하철을 마치 제 집처럼 돌아다니는데, 어쨌거나 쥐는 무엇이 자신에게 위험하고 유용하고 맛있는지를 알며 결국 중요한 건 그 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쥐의 인식은 지하철을 건설하고 이용하는 인간들의 인식과 다르겠지만, 배부르기만 하다면 쥐에게 그런 건 아무 상관이 없다. 그리하여 더 이상 지하철의 낯섦과 미지는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쥐의 방식과 세계관이 지하철을 가득 채운다. '맨해튼의 쥐'가 '쥐의 맨해튼'으로 역전되는 것이다. (개발자가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에서 유학했을 때의 경험도 이와 같은 맥락을 가진다) <레인월드>의 플레이어도 마찬가지다. 막 게임을 시작하면 알 수 없는 생물과 공간에 휘둘려 고통받을 뿐이지만, 점차 적응하면 할수록 뭐가 좋고 나쁘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알게 된다. 여전히 그것들의 정체는 모르지만, 어떤 행동과 선택이 자신에게 득이 될지는 안다. 어느샌가 미로 같던 맵을 앞마당처럼 돌아다니게 되더니, 심지어는 자신을 잡아먹던 포식자까지 사냥할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피투성에서 기투로, 소외가 실존이 된 것이다. 게임만이 줄 수 있는 재미 이쯤에서 제목을 바꿔야 할 듯하다. 소외와 실존의 작동 원리가 완전히 동일하다면, '게임은 어떻게 우리를 소외시키는가?'라는 질문과 '게임은 어떻게 우리가 실존할 수 있게 해주는가?'라는 질문 또한 근본적으로 동일하다. 그리고 그 대답은 이미 둘러본 바 있다: 게임은 향유자가 직접 참여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매체기 때문이다. 영화나 소설 같은 미디어는 작품이 향유자에게 일방적으로 작용하고, 그래서 작중에서 소외나 실존이 아무리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하더라도 수신자의 입장에서는 아주 실감 나는 대리 체험에 불과하다. 반면 <청소부>에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생존하기 위해 매일 쓰레기를 줍는 노동을 하는 것도, 비싸고 좋은 상품을 사려다가 단념하는 것도, 제대로 된 음식과 값싼 유사 식품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도, 상한 음식과 젠더 캡슐을 먹어야 하는 부조리에 얽매이는 것도, 불합리하고 지루한 퀘스트를 묵묵히 진행하는 것도, 이 모든 것을 매일 일기로 쓰는 것도 전부 플레이어의 몫이다. 그렇기에 좌절감과 무력감을 느낀 채 소외되는 것도 -주인공이 아닌- 플레이어 자신이다. 소외를 실존으로 승화시킨 게임들도 마찬가지다. 플레이어가 직접 실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과 자유의지를 발현해야 하지만, 이는 소외를 스스로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기에 먼저 소외를 직접 당해야 한다. 그리고 소외를 당하기 위해서는 부조리와 불합리에 휘둘려야 하는데, 이는 오직 플레이어가 직접 그 세계에 참여하고 맞부딪힐 때만 가능하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자신을 발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상실해야 하고, 자신을 상실하기 위해서는 먼저 거기에 자신이 있어야 한다'라고. 그렇기에 플레이어가 직접 소외당하고 실존하는 경험은 참여형 미디어인 게임에서만 가능하고, 마찬가지로 자유의지를 발현할 때만 느낄 수 있는 '실존적 재미' 또한 오직 게임의 전유물이다. (때로는 소외도 그 자체로 재미가 된다) 그런 점에서 <청소부>가 선사한 그 끔찍한 경험에는 제대로 의미가 있다. 게임이 실제로 플레이어를 소외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게임이 플레이어의 자유의지와 정체성에 관여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곧 게임이 플레이어를 실존하게 해줄 수 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기 때문이다. 비록 <청소부> 자체는 두 번 다시 플레이하고 싶지도 추천하기도 힘든 게임이지만, 그 시도는 게임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때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자꾸 소외네 실존이니 반복하는데, 그렇다면 게임의 의의는 실존이라는 것인가? 실존이 재미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인가? 이는 정말로 바보 같은 질문이다. 왜냐면 실존이 곧 재미고 재미가 곧 실존 이기 때문이다. 분명 실존이라는 개념은 학술 용어로 자주 쓰이고 인간 존재에게 있어서 핵심적이기에, '오락'처럼 가벼운 개념과는 상반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오락도 인간의 일부고 오락에서 느끼는 재미 또한 그렇다. 재미 중에서는 크리쳐 100마리를 도살하거나 0.02퍼센트의 확률을 뚫고 상품을 얻는 재미도 있지만, 기존의 자신으로부터 해방되거나 미지 너머의 새로운 곳으로 도약하는 재미도 있다. 지금까지 계속 얘기했던 바로 그 재미 말이다. 그렇다면 실존이 재미있지 않을 이유는 무엇이고, 재미를 위해 실존하지 않을 이유는 무엇인가? 그러니 인간 존재를 고찰하는 것과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 중에 어느 쪽이 더 중요하냐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어차피 둘은 게임 속에서 하나가 되니까. 분명 본 글의 의의 중 하나는 '게임이 인간을 고찰하는 데 있어서 탁월한 도구'임을 설파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실존과 재미가 본질적으로 같은 뿌리를 공유함을 증명하는 시도이기도 하며, 궁극적으로는 게임을 더욱 재밌게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몰색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게임이 <청소부>와 같거나 영향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게임이 줄 수 있는 재미에는 실존적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며 그 외의 재미들도 모두 가치있고 필요하다. 게다가 실존적 재미는 기본적으로 소외를 전제하기 때문에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밖에 없다. 불친절함은 무력감으로 부조리함은 당혹감으로 불합리함은 불쾌함으로 이어지기 쉽다. 즐거워야 할 게임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싶은 사람은... 적어도 절반을 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소외당하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실존해야 한다. 왜냐면 그럴 때 인간 존재의 본질에 더 깊이 다가갈 수 있고, 오직 게임만이 개척할 수 있는 새로운 예술이 시작되며, 무엇보다 훨씬 짜릿하고 차원이 다른 재미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게임이여, 계속해서 우리를 소외시켜다오. '방황해 보지 않으면 자각에 이르지 못하는 법이야' [6] [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 317행 [2] https://www.vice.com/en/article/diaries-of-a-spaceport-janitor-asks-players-to-find-the-beauty-in-garbage/ [3] https://mouseplanet.com/the-origin-of-the-disneyland-wienie/5245/ [4] 자크 라캉, <세미나 7. 강의 8> (1960.01.20) [5] https://www.vice.com/en/article/rain-world-is-like-stalker-but-a-platformer-and-youre-a-rodent/ [6]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 7847행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 류호준 게이머. 오락으로써의 게임도, 작품으로써의 게임도, 실험으로써의 게임도 모두 중시합니다.
- QUOVADIS, 게임법 - 국회 안에서 바라본 게임법 진행의 경과와 미래
물론 전부개정안의 모든 내용이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발의하고 보니 보완해야할 부분들도 여럿 보였다. 특히 국내대리인지정제도는 더욱 강화해서 발의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부개정안에 빠져 있거나 부족한 부분들은 심사 과정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될 것이다. 또한 다른 게임법 일부개정안과도 병합심사되어 더 좋은 내용으로 고쳐질 것이다. 이를테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는 컴플리트 가챠 규제 법안이나 이용자 권익보호위원회 규정 법안과 함께 병합심사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느릴지언정 멈추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꾸준히 내딛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국민의 꾸준한 관심은 국회를 일하게 한다. < Back QUOVADIS, 게임법 - 국회 안에서 바라본 게임법 진행의 경과와 미래 01 GG Vol. 21. 6. 10. 게임법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대로 쓰다가 순서를 거꾸로 뒤집었다. 아무래도 현재 게임법이 어떤 단계에 있는지,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시리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다. 법안이 발의되고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의 과정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발의-상임위원회 심사-법제사법위원회 심사-본회의 심사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전부개정안은 상임위원회 심사단계에 있다. 상임위원회 심사는 다시 전체회의 상정-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전체회의 의결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전부개정안은 상정 단계를 지나 법안소위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발의된 지 벌써 반년이 지났는데 왜 아직도 심사가 되지 않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공청회 순번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고, 또 다른 이유는 여‧야 문체위 소관 법안에 대한 이견으로 심사 속도가 더딘 것이다. 공청회부터 설명해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법안의 종류부터 설명해야 한다. 법안은 크게 제정법안, 전부개정안, 일부개정안으로 구분된다. 제정법안은 말 그대로 여태껏 없었던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이다. 전부개정안은 기존에 있던 법이지만 어떠한 이유로 법의 체계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싹 바꾼 형태다. 마지막으로 일부개정안은 어떤 법의 몇몇 조항만 개정하여 발의한 유형이다. 게다가 제정법안과 전부개정안을 대상으로는 한 가지 절차가 더 필요하다. 국회법상 공청회를 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일부개정안에 비해 전부개정안과 제정법안을 심사할 때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을 진술인으로 불러 이 법안에 대한 의견을 듣는다. 이를 통해 법안을 심사할 때 참고하게 된다. 공청회는 상임위 교섭단체 간사간 협의에 따라 생략이 가능하다. 공청회를 생략하면 법안 심사에 걸리는 시간이 단축될 수 있지만, 반면 심사가 부실해질 수 있고 법사위에서 공청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류될 우려도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21대 상반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간사는 발의된 모든 문체위 소관 제정법안과 전부개정안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실시하고, 그 순서는 발의순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게임법 공청회는 15번째 순서다. 한참 오래 걸릴 것처럼 보이지만, 여차저차 공청회가 계속 열렸다. 이제 게임법 앞에 놓인 공청회는 불과 네다섯개 정도다. 여‧야 정쟁을 설명하자니 국회의 구성원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이 먼저 든다. 하지만 숨기지 않고 세세하게 얘기하겠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문화 및 예술 분야의 법안을 심사하는 1소위원회와 관광‧체육 분야의 법안을 심사하는 2소위원회로 나뉘어 있다. 2소위원회는 꽤 잘 진행되어 왔다. 문제는 1소위다. 일단 문체위 소관으로 발의되는 법안 중 1소위 소관의 법안 수가 2소위 법안보다 많다. 그리고 지금까지 여야간 이견이 컸던 법안들은 거의 다 1소위 법안들이었다. 법안을 심사하다가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정회를 한다. 정회하고 간사간 협상을 시도하는 것인데, 타결이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다. 후자의 경우엔 머리가 아파진다. 정회 시간이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지거나, 산회하고 다음 회의 전까지 협의를 이어가기로 하고 회의가 끝나게 된다. 심할 때는 법안소위가 아예 열리지 못하는 회기도 왕왕 있다. 이 경우, 해당 쟁점 법안 뒤에 심사를 기다리던 나머지 법안들까지 심사가 밀리게 된다. 앞서 말한대로 쟁점법안들은 거의 1소위 법안인데, 가뜩이나 법안 수도 많은데 병목현상까지 생기면서 심사 속도가 느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럴 때면 게임법이 2소위 소관이었으면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러다 아예 심사도 못하고 전부개정안이 폐기되는거 아니냔 불안이 엄습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된다. 이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은 법안은 ‘언제’심사될 지의 문제일 뿐, 심사 자체는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부개정안을 제외하고서도 확률형 아이템 관련 법안이 이미 3건이나 발의되어 있고, 발의 절차에 있는 법안이 2건 더 있다. 이처럼 특정 사안에 대해 여러 건이 발의 되어 있는 법안은 심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낮다. 국회에서 일한 지 10년 차다. 그동안 적지 않은 수의 법안을 만들어 왔다. 국민에게 칭찬을 받을 때도, 반박할 수 없는 비판을 들을 때도 있었다. 정말 좋은 내용의 법안인데 생각하지도 못한 말도 안되는 이유로 임기 만료 폐기될 때도, 일사천리로 통과될 때도 있었다. 법안 하나하나가 모두 내 자식 같고,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법안을 만드는 정책보좌진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때문에, 어떤 법안에 가장 애정이 깊은지 물어보면 답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어떤 법안을 추진할 때 가장 힘들었나 물어보면 1초의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다. 게임법 전부개정안이다. 게임법처럼 이해관계자가 많고, 첨예한 법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게임법이 게임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이 유독 크기도 하다. 역사에 비해 발전 속도가 빠른 산업일수록 이런 경향이 큰데, 게임산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게임법 조항 하나만 개정돼도 파급력이 클 때가 많다. 조항 하나에도 이런데, 수십 개의 조항이 새로 쓰여지는 제정법안이나 전부개정안은 말할 것도 없다. 조항만 많은 것이 아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 아래 한데 묶여있는 게임의 종류들도 많다. 몇 가지만 꼽아보자. 온라인 pc게임, 모바일 게임, 아케이드 게임, 웹보드 게임, 콘솔 게임, 교육용 게임, VR 게임, 여기에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블록체인 게임까지. 종류는 여러 가지인데 법은 하나다. 물론 게임법 내에서 몇 가지 구분을 둔다고는 하지만, 게임 저마다의 특징을 모두 반영하기란 불가능하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한국게임산업협회, 게임문화재단, 모바일게임협회,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게임학회 등등… 게임 종류별, 직업별 의견을 내는 목소리들도, 추구하는 바도 각양각색이다. 목적 자체가 이윤추구인 게임사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법 하나에 이 모든 내용을 담으면서도 모두가 만족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기 때문에 게임법 전부개정안을 우리 의원실에서 발의하기 내키지 않았다. 나도 사람인데, 이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에 발을 담그고 싶지 않았다. 심사 과정 내내 가시밭길을 맨발로 걸어야 할 것이 뻔해 보였다. “욕먹기 싫은건 당연하다. 이해한다. 하지만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 국민이 그 노력을 몰라줘도, 언론에 기사가 많이 나오지 않아도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쉽고 편한 길만 가려고 하지 마라. 나는 그렇게 정치를 배우지 않았다.”이 문제로 이상헌 의원님께 보고드렸더니 하신 말씀이다. 결국 우리 의원실에서 게임법 전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발의하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확률형 아이템 이슈는 언론에 많이 다뤄져서 내용을 알고 계신 분들도 많다. 확률형 아이템 이슈를 두고 게임업계와 논쟁하는 동안, 많이 괴로웠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교묘하게 법안과 나를 헐뜯었다. 추측성 음모론도 있었다. 친하게 지내던 게임업계인이나 기자들 여러명과 서먹해지기도 했다. 전부개정안의 다른 조항과 연관된 다른 이해당사자들은 내 뒤를 밟는다던지, 면전에서 몸 조심하라는 협박까지도 했다. 그래도 앞을 보고 걸어가야 한다. 전부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 이상헌 의원님 말씀대로 힘들어도 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산고(産苦)가 크지만, 통과되고 나면 이용자 권익보호가 보다 강화될 수 있고 게임업계도 한층 성숙해질 것이라 믿는다. 물론 전부개정안의 모든 내용이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발의하고 보니 보완해야할 부분들도 여럿 보였다. 특히 국내대리인지정제도는 더욱 강화해서 발의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부개정안에 빠져 있거나 부족한 부분들은 심사 과정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될 것이다. 또한 다른 게임법 일부개정안과도 병합심사되어 더 좋은 내용으로 고쳐질 것이다. 이를테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는 컴플리트 가챠 규제 법안이나 이용자 권익보호위원회 규정 법안과 함께 병합심사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느릴지언정 멈추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꾸준히 내딛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국민의 꾸준한 관심은 국회를 일하게 한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국회 보좌관) 이도경 역대 국회 게임 관련 법안 최다 발의·최다 통과 시킨 것이 자부심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자부심은 와우에서 리치왕 하드모드 서버 퍼스트킬 한 것과 카오스 유명 클랜인 RoMg에서 샤먼을 했다는 사실입...
- 라이브 서비스 전쟁 · 역사 기계 - <폭스홀>과 <헬다이버즈 2>
<폭스홀>은 극단적으로 상세화된 활동적 측면으로, <헬다이버즈 2>는 운영진의 적극적 개입과 플레이어 활동 반영 등의 실시간 소통의 방식으로 각각 전쟁 앞 개인의 감각을 생산해 플레이어들에게 역사를 체험하게 만든다 할 수 있다. < Back 라이브 서비스 전쟁 · 역사 기계 - <폭스홀>과 <헬다이버즈 2> 25 GG Vol. 25. 8. 10. 게임에서 전쟁은 주제로, 소재로, 또 하나의 주된 장르로 그 태동부터 아주 오랜 시간 다뤄져 왔다. RPG, RTS, FPS, TPS 등 형태를 가리지 않고 전쟁이라는 하나의 커다란 현상의 부분적 측면들을 다뤄 왔으며 MMO 장르에서 플레이어들이 형성한 길드, 혹은 클랜 간의 전쟁은 그 자체로 인류 역사에서 일어난 여러 전쟁들을 짧은 기간 안에 축소판으로 시뮬레이션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 출현한 라이브 서비스 (Live Service) 형식으로 운영되는 멀티플레이 전쟁 게임들은 종래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쟁을 다룬다. 여기서 전쟁의 라이브 서비스 측면은 교전 대상을 정하고 선전포고를 하는 등의 구조적이고 정치적 측면을 게임의 개발진이나 운영자가 대신 전담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선 2003년 <플래닛사이드>에서 2012년 <플래닛사이드 2>로 이어지는 전신이 존재하긴 했었지만 2022년에 발매된 <폭스홀>과 2024년에 발매된 <헬다이버즈 2>는 각각 PVP와 PVE의 형식으로 서로 다른 분야에 주안점을 두며 이전보다 훨씬 본격적인 차원에서 전쟁을 구현한다. “지속적 세계 전쟁” - <폭스홀> <폭스홀>에서 플레이어는 조감도로 비치는 화면 아래 놓인 아주 작은 군인 한 명을 조종한다. 서버에 접속하자마자 성별과 피부색 등을 선택할 수 있지만 어차피 군모와 군복으로 전부 가려진 아주 작은 신체들은 시각적으로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 이와 별개로 선택해 참여할 수 있는 콜로니얼 (Colonials)이라는 연방국과 워든 (Wardens)이라는 제국의 서로 국경을 맞댄 진영들은 각각 녹색과 청색의 대표색 말고도 장비 및 기반 시설, 시작 구역의 지형 등 적잖은 차이를 지닌다. 그러나 이 차이 또한 어느 한쪽이 유리하게 설정되어 있지는 않고 예를 들어 워든의 무기는 성능이 다소 우월한 대신 생산 비용이 비싼 등 접근 방식에 차이를 줄 뿐이다. 여기서 눈치챘겠지만 <폭스홀>은 무기 생산은 물론이고 자원 채취까지, 즉 군사 활동의 모든 물리적 측면을 플레이어들이 직접 운영해야 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그러나 기존의 RTS 게임과는 달리 한 진영의 전체 유닛들을 한 명의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광활한 전장에서 플레이어는 그저 단 하나의 유닛만을 조종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동 및 행동 속도, 소지 물품의 무게, 조준 시간 등 각 유닛의 역량은 너무 한정되어 있는 나머지 직접적인 전투에 참여하고 있는 플레이어는 해당 싸움 속에서도 영웅적 활약은커녕 아주 작은 총알받이 하나의 역할 이상을 수행할 수 없다. 그러니 게임 내 병과 간 수행 가능한 작업을 구분 짓는 시스템상 제한이 따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병이 의무병의 치료를 돕는 것도, 의무병이 보급병의 병참을 돕는 것도 순수하게 ‘여력’ 상 불가능하다. 군장 무게상 치료에 필요한 구급상자를 보병이 소지하고 있을 일이 없을 뿐 아니라 만에 하나 구급상자가 근처에 떨어져 있었다 하더라도 총을 내려놓고 그것을 주워 착용한 뒤 그 안에 붕대를 채워 넣는 데 걸릴 시간이면 이미 총알에 맞아 죽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병참은 트럭과 같은 이송 장치를 모는 것이 아니면 물자를 들고 옮기는 건커녕 기지에서 하나하나 꺼내는 데만도 시간이 적잖이 걸리며 심지어 창고에서 물자를 꺼내는 시간과 기지에서 꺼내는 시간은 천지차이이다. 또 병참 안에서도 물자 이동과 군수품 생산, 그리고 자원 생산 사이의 역할이 전부 하나하나 나뉘어 있으며 역시 여기도 시스템상에 제한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업무 수행 역량의 한계 때문에 자연스레 플레이어들이 특정 역할을 전담하게 되는 것이다. <폭스홀>에서 각각의 플레이어는 하나의 분야 속 하나의 아주 작은 역할을 수행하며 하나의 커다란 전쟁을, 현실 시간으로 짧게는 10일에서 길게는 50일까지도 걸리는 전쟁을 영원히 반복해서 작동시킨다. <폭스홀>이 자신을 “지속적 세계 전쟁 (Persistent World Warfare)”이라고 소개하는 것도 과장은 아니다. 하나의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한번 선택한 진영은 바꿀 수 없으며 전체 지도는 게임 내 실제 축척으로 한 변의 길이가 1km인 육각형으로 구획된 43개의 지역들이 모여 이루어져 있다. 즉 대략 111.7km²의 전체 넓이를 가진 거대한 (프랑스의 수도 파리시 전역이 105.4km²) 전장에서 평균 3,000명가량의 플레이어가 한꺼번에 싸우려면 이 게임의 진정한 주인공은 결국 병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보급 활동은 앞서 설명했듯 단계적으로 각 활동이 절차적으로 세세하게 나뉘어 있는 이 게임의 특성상 게임의 기제로는 다소 터무니없는 시간을 소모하는데, 예를 들어 경기관총 100개와 그 탄창 120개가 각각 생산 시간이 1시간씩 걸린다. 그리고 재고를 확인하고 15상자에서 60상자 사이의 물품을 적재한 뒤 차량을 주유하며 전방에서 후방으로 이동하는 데 도로 상황과 차량의 종류 등 변수에 따라 짧게는 15분에서 길게는 20분까지 걸린다. 지금 여기에 물자 생산에 필요한 자원 채취 및 정제 시간, 생산 기반 시설 건설, 시설 작동을 위한 연료 보급 등을 위한 시간은 생략되어 있다. 그리고 이렇게 열심히 달렸는데 전방 근처에서 적군 파르티잔에게 습격당하는 일이 허다하다. 이 모든 군사 활동을 하나하나 전부 한 명 한 명의 플레이어들이 수행해야 하니 한 번에 기여할 수 있는 범위는 당연히 한정된다. 활동 종류에 시스템상 제약이 존재하지도 않고 채팅은 존재하지만 지휘 체계가 있는 것은 아니고, 계급은 있지만 별도로 권위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니 플레이어들은 자주적으로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역할을 맡는다. 전방 재고를 확인하여 어떤 부족한 물자를 채워 놓을지도 보급병이 알아서 선택해야 하고 자원을 채취하다가도 채팅에서 전방 보병들이 무기 부족을 외치면 급하게 트럭을 돌리는 일도 생긴다. 물론 자유도의 부작용으로 같은 물자를 동시에 여러 명이 배달해 잉여분이 쌓이는 경우나 보병보다 위생병이 몰리는 경우도 자주 있다. <폭스홀>에선 오인 사격도 가능하고 이처럼 활동에 제약이 없다 보니 아군 방해의 걱정이 있을 수 있지만 다행히도 신고 및 정지 시스템은 존재하며 나아가 한 번에 행위할 수 있는 역량이 제한되어 있는 점이 여기에도 적용되어 애초에 마음먹고 방해 공작을 벌이는 것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다.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대규모 전쟁 활동을 시뮬레이션하는 이 게임의 면모가 가장 여실히 기록된 일화는 2022년 초창기 물류 노조 파업 사건이다. 게임 내 물류 부서에 노조가 결성되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지만 파업까지 벌이는 건 전례를 찾기 힘든 사건일 터이다. 실제로 해당 파업은 기사화 [1] 도 되었고 노조 자체적으로 만든 웹사이트에 아카이브도 되어 있는데 당시 물류 운영의 불합리한 환경에 제기한 열한 가지 문제는 다음과 같다. 1. 공공 재고 및 정제소 적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림. 2. 게임 초반 부품 확보가 과하게 어렵고 경쟁적이며 비건강함. 3. 공장 주문 유지 시간이 너무 짧음. 4. 생산 건물들에 연대 차원의 대기열이 필요함. 5. 컨테이너들이 물류 작업의 폐쇄회로 운영을 불가능케 함. 6. 전방과 후방 사이에 물류 시설 부족. 7. 물량을 쉽게 합칠 수 없기 때문에 재고 안에서 재료 포장을 푸는 것이 극단적으로 느림. 8. 화물선 전체 양의 폐품을 기본 자재로 가공할 수 없음. 9. 비축 재고 내 상자 양 제한이 너무 적음. 10. 전쟁 첫날부터 눈보라가 오는 것은 말이 안 됨. 11. 맵 상에 끼인 차량 강제 이동 명령어를 한 전쟁에 세 번까지 밖에 사용 못하는 건 너무 적음 [2] . 이 파업은 49일간 진행되어 결국 개발진이 위 요구 사항들을 업데이트에 반영하기로 하며 막을 내렸다. “모든 일이 정사” - <헬다이버즈 2> <폭스홀>이 미국과 유럽의 1 · 2차 세계 대전을 섞어 가상의 배경에서 재현하고 있다면 <헬다이버즈 2>는 미래 세계의 우주 전쟁을 구현한다. <헬다이버즈 2>는 4인분대로 작전에 배치되는 3인칭 협동 PVE 슈터로, <폭스홀>과 마찬가지로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헬다이버”의 체형 및 목소리를 정할 수 있지만 헬멧과 방어구에 가려 그 안의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헬다이버들은 궤도에 정박한 구축함에서 외계생물과 로봇 군단 등 다양한 적 세력 한복판으로 강하정을 타고 직접 투하되어 구축함의 지원을 받으며 싸운다. 여기서 한복판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셀 수 없이 많고 또 하나하나가 플레이어와 비슷하거나 더 강한 전투력을 지닌 적들 사이에 둘러싸이게 된다는 뜻인데 그렇다고 플레이어가 강력한 보호 장비나 압도적 화력을 소지한 채 지상에 내려가는 것도 아니다. 플레이어는 그저 평범한 한 인간으로 로봇의 총탄이나 외계 생명의 발톱 등에 한두 방 맞으면 단숨에 몸이 토막 나며 죽는다. 그나마 플레이어가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은 AI 지능에 비해 조준과 반응 속도, 판단력 등이 나은 점, 그리고 구축함의 궤도 공격 지원이지만 궤도 공격의 경우 피아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므로 마찬가지로 플레이어는 고폭탄이나 레이저에 무수히 육편이 된다. 또 플레이어의 공격 또한 <폭스홀>처럼 오인 사격이 가능해 같은 분대원 간에도 많은 사망 요인을 낳는다. 군장의 무게로 인해 아주 낮은 높이에서 떨어져도 낙사하고 헤엄을 칠 수 없어 얕은 물에서 익사하는 것에 이르면 어이없어 말조차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플레이어가 끊임없이 죽으며 다시 투입되는 과정은 게임 내 허용으로 다시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설정상 정말로 한명 한명의 병사가 일일이 죽으며 증원되는 것이다. 즉, <헬다이버즈 2>는 플레이어가 복무하게 되는 인류 세력이 “슈퍼지구”라는 황당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군국주의 파시즘에 대한 노골적인 풍자를 게임플레이 장치로 구성한 작품이다. 생명 경시를 넘어 병사 하나하나를 말 그대로 총알로 써 가며 외계 세력을 선제 침공하는 슈퍼지구는 적반하장으로 자신들이 침략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선전하고 적들더러 “전체주의” “계급사회” “외계인 혐오주의” “팽창주의” “폭정”로 자신들이 현재 하고 있는 모든 행위를 역으로 뒤집어씌워 모함한다. 작중 외계 세력은 크게 세 가지인데 ‘테르미니드’는 신체에서 연료를 추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슈퍼지구가 공격하고 있는 곤충 형태의 외계 생물들이다. ‘오토마톤’은 A부터 F까지 등급으로 시민권을 나누고 A와 B등급 시민마저도 공휴일에 최대 1시간의 휴식 시간만을 가질 수 있으며 “아이를 가질 가능성이 있는 행위”를 위해선 허가증을 작성 후 제출해야 하는 극단적인 전체 · 감시사회에 반기를 든 분리세력으로 패권국에 저항하기 위해 신체를 개조한 기계 세력이다. 특히 일루미닛이란 고등 외계 종족의 경우에 슈퍼지구는 그들이 대량살상병기를 가지고 있다는 명분을 들며 침략했는데, 이는 미국의 2003년 이라크, 2025년 이란 침공을 직접적으로 떠올리게 한다. 슈퍼지구가 내세우는 “통제민주주의” 이데올로기까지 <헬다이버즈 2>는 해당 게임이 현실 미국에 대한 풍자임을 숨기지 않는데, 통제민주주의 아래 시민들은 컴퓨터가 정해준 결과를 투표할 뿐이지만 이 ‘민주주의’에 대한 광적인 충성심으로 헬다이버는 전투 내내 “ 민주주의 맛 좀 봐라!”, “ 번영 을 위하여!”, “이 다친 팔로는 자유 를 전파할 수 없어” 등 세뇌의 표제어들이 담긴 함성을 질러댄다. 튜토리얼 지역에서부터 플레이어는 석판으로 세워진 고용 계약서 주변 15미터 이내에 1초만 서 있어도 서명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정작 3.3번 항목에 따르면 해당 계약서를 직접 읽는 것은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 이러한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심각한 파시즘에 대한 묘사의 끝은 바로 운영자들이 “진리부”를 통해 게임 내외로 내리는 공지다. 새로운 적을 먼저 업데이트해놓고 공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플레이어들이 발견하면 이 진리부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들이 테르미니드 중 날아다니는 개체들이 등장한 것을 발견하자 진리부는 “벌레는 날 수 없으며 벌레 동조자들의 프로파간다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얼마 후 같은 진리부가 “언제나 날아다니는 벌레의 가능성을 믿어왔다”라며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꿨던 것과 같은 일은 예삿일이다. 게임 외적 공지마저 이러한 설정에 이입하며 “인류부는 전투 이동 안전 지침에 대한 개정안을 발표하여 헬다이버가 강하 중 스스로 각성제를 투여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이는 이전에는 “가위를 들고 달리는 행위”와 “실제 수류탄으로 저글링하는 행위”와 동일한 위험 구역으로 분류되었던 행위입니다”, “우리의 혁신적인 군사 연구팀이 더 날카로운 깃대를 개발한 덕분에 깃발은 이제 적들에게 직접 자랑스럽게 꽂을 수 있습니다. 죽어있든지 살아있든지 말이죠. 이것으로 적들의 피로만 갈증을 채울 수 있는 슈퍼지구의 영원한 색깔이 바래지 않도록 보장할 수 있었습니다. 완전한 민주주의”와 같은 식으로 패치 내용을 알린다. 난이도와 같은 플레이 시스템 차원에서도 일루미닛은 느린 발사 속도로 거의 정확하게 플레이어를 사격하는 것에 반해 오토마톤은 빠른 발사 속도를 가지고 있지만 사격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오토마톤의 상황 인식 프로토콜” 성능 때문이라고 서술하는 등 설정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풍자적으로 이입하는 설명을 멈추지 않는다. <헬다이버즈 2>에서 라이브 서비스 전쟁 게임으로서의 측면이 빛나는 지점은 바로 이 운영자의 개입이다. 플레이어가 배치될 수 있는 행성은 시시각각 변하는데, 바로 은하계의 전황이 플레이어의 참여에 따라 실시간으로 요동치기 때문이다. 운영자는 앞서 말한 진리부의 입을 빌어 슈퍼지구, 그리고 교전 중의 세 세력이 각각 어떻게 움직이는지 주기적으로 알리며 은하계 지도 상황을 변경한다. 이는 새로운 전쟁 이벤트 (제트팩 오토마톤 등장, 블랙홀 출현, 일루미닛의 슈퍼지구 본성 침공 등)나 임무 (“두마 티어” 행성 확보, 샘플 22,000,000개 수집, 테르미니드 1,500,000,000마리 처치 등)를 소개하며 또 이 이벤트들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참여를 집계하고 다시 참여 통계를 반영해 임무 성공 혹은 실패 등 향후 이벤트 전개를 정하는 피드백 고리를 형성한다. 이는 플레이어들에게 계속해서 다른 환경의 맵을 경험할 기회를 만드는 설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개개인이 스스로 하나의 커다란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는 감각을 제공한다. 특히 운영진은 플레이어 커뮤니티 내에서 공유되는 경험을 게임 내 공식 설정으로 만들기까지 하는데, 절망적인 난이도로 악명 높았던 전장 “말레벨론 크릭” 행성에서 전사한 이들을 위한 추모일을 지정했던 것이나, “마르파르크” 행성에서 플레이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신무기 재료를 구하는 임무와 “버넌 웰스” 행성에서 아동 중환자 병원 생존자를 구출하는 임무가 사실상 둘 중 하나만 성공할 수 있는 작전으로 동시에 주어졌을 때 플레이어들이 후자의 행성으로 집결하자 실제로 개발진이 아이들의 감사 편지를 그려 공식 계정에 올리고 세이브더칠드런 재단에 기부를 했던 일처럼 그 범위가 역시나 게임 안팎으로 활개 친다. 그리고 당연히 성공뿐 아니라 실패 시에도 방어 대상이었던 행성이 영영 파괴되어 잔해만 남는 등 그 영향이 뚜렷하게 궤적을 남긴다. 이러한 운영 방식에 대해 커뮤니티 내에서 <헬다이버즈 2>의 플레이어들은 파시즘에 대한 풍자로 유명한 또 다른 게임 시리즈 <워해머 40K>에서 “(수없이 많은 매체상으로 묘사되는) 모든 것이 정사”라는 표현이 널리 사용되는 것을 빌려와 “(게임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정사”라는 의미로 살짝 비틀어 쓴다. 전쟁이라는 역사 기계 앞 개인의 참전 <폭스홀>와 <헬다이버즈 2>는 둘 모두 각각 제목 그대로 참호전의 참혹함과 전장의 지옥을 그리는 데 주력한다. <폭스홀>에선 전쟁 한번에 평균 3백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헬다이버즈 2>에선 출시 이후 1년간 총 28억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이렇게 하나의 커다란 전쟁에서 혼자선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개 병사이자, 광막한 죽음 앞에 선 자그마한 개인에 불과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은 현실에서 한 인간 앞에 ‘참전’이라는 행위가 가지는 규모를 짐작게 하는 것이다. 어쨌든 슈터, 즉 액션 장르인 <헬다이버즈 2>에서 그래도 하나의 ‘전투’에선 목숨을 희생하며 혹은 특출나게 뛰어난 실력으로 중요한 목표를 개인이 달성하는 업적이 가능하지만 그래봤자 그 업적은 전체 은하 전쟁 차원에선 미미한 숫자로 실제 구축함 귀환 후 화면에 뜨는 기여도 수치는 0.0015% 정도에 불과하다. PVP임에도 지휘 체계가 없는 <폭스홀>과, 적진과 아군 작전을 전부를 운영자가 대신 움직이는 <헬다이버즈 2> 모두 위계가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영향력은 아무리 게임을 오래 해도 다른 모든 플레이어들보다 유달리 커지지 않는다. 이것이 <폭스홀> 말마따나 ‘지속적’인 전쟁 경험을 제공하는 비결이리라. 러시아의 무정부주의자이자 사회지리학자였던 레프 메치니코프 (Lev Mechnikov)는 고대 중국의 거대 건축물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양자강의 운하와 황하의 제방들은 십중팔구 수세대에 걸친 정교하게 조직된 공동작업의 소산이다. (...) 이러한 노동은 시간이 지나야만 바로 그 결실을 보게 된다. 그래서 그러한 노동의 계획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이해되지 않은 채 그대로 수행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3] . 즉, 자신이 당장 운송한 물자가 정확히 전쟁에 어떻게 사용될지를 알지 못하면서도 몇 시간 째 배달하는 콜로니얼의 트럭 운전수나 진리부의 공지만 믿고 오토마톤 공장 습격 작전에 뛰어드는 헬다이버는 마치 기계 속 하나의 부품과 같다. 발터 벤야민 (Walter Benjamin)은 실제로 산업사회의 기계 속 노동자는 도박사와도 같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벤야민은 프랑스의 사상가 알랭 (Alain)이 “도박이라는 개념이 지니는 독특한 면은 어떠한 게임도 이전에 이루어진 게임과는 무관하다는 점이다. 도박에 있어서는 어느 편도 확실한 입장에 있지 않다. 이전에 이겨서 벌었던 것들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포착한 것을 변주해 “기계노동자의 기계조작이 먼저번의 기계조작의 동작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이유는 바로 그 동작이 먼저번의 동작을 그대로 반복하기 때문이다. 도박에 있어 한탕이 그때마다 이전의 한탕과는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계조작의 동작도 매순간마다 그 이전의 동작과 차단된 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임금노동자의 작업은 노름꾼의 작업과 그 나름대로 짝을 이루게 된다”라는 고찰을 생산한다. 즉 마치 로그라이트 장르처럼 느껴지는 이 공통 구도상에서 노동자와 도박사 모두에게 “양자의 작업은 하나같이 일의 내용과는 무관하다 [4] .”라고 썼다. 콜로니얼의 트럭 운전수와 헬다이버 모두 다음 날, 혹은 며칠이 더 지나서야 그나마 지도상에서 전선이 살짝 전진한 것을 보며 희미하게 자신 행위의 사소한 영향력을 가늠이나 할 수 있을 따름이지만 그러면서 동시에 다시 임하는 같은 작업이 또 다시 어떤 결실로 맺어질지는 정확하게도 구체적으로도 알지 못하면서도 전장으로 향한다. 벤야민은 이처럼 과거 · 미래와 분리된 시간을 통해 관망하는 역사관을 가지고 있는데, 그에 따르면 어떠한 사실도 그것이 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해서 역사적 사건이 되는 법은 없다. 원인으로서의 사실은, 수천 년이라는 시간에 의해 그 사실과는 동떨어져 있을 수도 있는 사건들을 통해서 추후에 역사적이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전제에서 출발하는 역사가는 사건들의 계기를 마치 염주를 하나 하나 세듯 차례차례로 이야기하는 것을 중지하고 그 대신 그가 살고 있는 자신의 시대가 지나간 어느 특정한 시대와 관련을 맺게 되는 상황의 배치로 파악한다. 이렇게 해서 그는 메시아적 시간의 단편들로 점철된 <현재시간>으로서의 현재라는 개념을 정립하게 되는 것이다 [5] . <폭스홀>과 <헬다이버즈 2>가 형식적 측면에서 전쟁, 그리고 역사적 시간과 관계하고 있다면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 (Obsidian Entertainment)의 게임들은 주제적 측면에서 이러한 역사 앞 한 개인의 인식이라는 문제를 연속적으로 다루어 왔는데, <스타워즈: 구 공화국의 기사단 2>의 ‘크레이아’에서 <폴아웃: 뉴 베가스>의 ‘율리시스’로 이어지는 인물상은 인과를 알 수 없는 운명의 의지 앞에 너무나도 왜소한 인간의 주체성을 회복하려는 시도에 투신하는 초인의 꿈을 꾼다. 특히 두 작품 모두의 서사 전체에서 전쟁은 지배적인 이야기꾼이고 두 인물은 국가 사이에 흐르는 그 거대한 힘의 충돌 앞에 개인이 역사와 어떻게 관계할 수 있는지 고뇌하는 것이다. 벤야민의 역사관은 옵시디언이 포착한 전쟁 앞에서 문자 그대로의 현상이 되는데 그들에게 전쟁은 역사를 쓰는 것도, 지우는 것도 가능한 그 무엇보다 “현재시간” 속의 것인 사건이다. 마찬가지로 그 성격상 필연적으로 전쟁은 개인이 역사와 관계하도록 강제하고, 그 개인들은 또 반동 인물로서 주인공에게 파편인 동시의 영원인 역사를 잇고 전해 나간다. 전쟁과 역사에 대해 이와 같이 주제적 측면에서 사유하는 시도는 그야말로 태초부터 형식을 가리지 않고 모든 예술 분야에서 이루어져 왔지만 형식적 측면에서 그 자체를 체화하고 시뮬레이션하는 사례는 오직 게임에서만 발생해 왔다. 임마누엘 칸트 (Immanuel Kant)는 그 원리를 인간 본질에서 찾은 바 있는데, " 국가들의 역사를 한낱 우리에게 많은 부분이 숨겨져 있는 인간성의 내적 소질의 현상으로 본다면, 국가들의 목적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의 목적인 목적들에 따르는 자연의 모종의 기계적인 보행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국가는 정복하기를 희망하는 이웃 나라가 있는 한, 그 나라를 정복함으로써 자기를 확대하고, 하나의 보편왕국을, 즉 그 안에서 일체의 자유와 그리고 그것과 함께하는 덕, 취미, 학문이 소멸할 수밖에는 없는 하나의 체제를 향해 애쓴다. 그러나 이 괴물은, 모든 이웃 나라들을 삼켜버린 다음에, 결국은 저절로 해체되어 봉기와 분열에 의해 많은 작은 국가들로 쪼개진다. 이 작은 국가들은 하나의 국가연합을 향해 노력하는 대신에, 다시금 그들 각각이 전쟁을 정말로 끊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똑같은 놀이 를 시작한다 [6] . " 다시 말해 칸트는 국가를 인간 본성의 표현으로 본다면 궁극적으로 전쟁 또한 그 성질에 내재된 하나의 치명적인 “악”이며, 심지어 그 자체로서 목적성을 가지는 자기 완성적 · 순환적 “놀이”이기까지 하다고 말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폭스홀>은 극단적으로 상세화된 활동적 측면으로, <헬다이버즈 2>는 운영진의 적극적 개입과 플레이어 활동 반영 등의 실시간 소통의 방식으로 각각 전쟁 앞 개인의 감각을 생산해 플레이어들에게 역사를 체험하게 만든다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특히나 플레이어들에게 위계에 대한 접근을 제공하지 않고 또 개인으로서의 플레이어들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을 제공함으로써 오히려 체감되는 전쟁의 크기를 키우고, 역설적으로 하나의 역사에 참여했다는 생생한 실감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게임은 ‘악의 반영’으로서 놀이에 대한 놀이를 이루고 궁극적으로 인간 행위의 본질에 대한 섬광을 계속해서 비춰 나간다. [1] https://www.nme.com/news/gaming-news/foxhole-logistics-union-ends-49-day-strike-after-demands-met-3173270 [2] https://logiunion.com/archive/openletter/ [3] 발터 벤야민,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 (서울, 민음사, 1983), 76쪽. [4] 위의 책, 145쪽. [5] 위의 책, 355쪽. [6] 임마누엘 칸트, 『이성의 한계 안에서의 종교』, (파주: 아카넷, 2015), B30=VI34. Tags: 온라인게임, 라이브서비스, 전쟁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작가) 영이 폭력과 고통, 분열의 상관관계에 관심을 갖고 글을 쓴다. 『정서 지도 그리기』, 『밑 빠진 독(毒)에 물 붓기』, 『월간 종이』 등을 제작하고 연극 <오페라 샬로트로니크>, <벼개가 된 사나히> 드라마터지를 맡았다. 『호르몬 일지』와 『게임 코러스』를 썼고, 『미친, 사랑의 노래』를 함께 썼다.
- [Interview] The Story of Digital Game Diversity & Accessibility and Making Books About it – Kyung-jin Lee, Diversity & Inclusion Director at Smilegate
In August 2024, Smilegate – one of the best-known South Korean game developers & publishers, published two books aimed at game developers, focusing on game accessibility and diversity. The first book, “게임 접근성 개념과 사례 (Concepts and Cases of Game Accessibility)”, explores the concept and current state of accessibility and diversity in South Korean games and case studies. It also delves deep into design approaches to ensure all players can fully enjoy games without restrictions. Smilegate’s second book, “콘텐츠 다양성 개념과 사례(Concepts and Cases of Content Diversity)”, introduces the idea of "cultural diversity" and examines how it has been implemented in South Korean media and games. < Back [Interview] The Story of Digital Game Diversity & Accessibility and Making Books About it – Kyung-jin Lee, Diversity & Inclusion Director at Smilegate 23 GG Vol. 25. 4. 10. ** You can see the Korean version of this article at this URL: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181117cd-bed7-427a-bc3c-ecba6413a629 In August 2024, Smilegate – one of the best-known South Korean game developers & publishers, published two books aimed at game developers, focusing on game accessibility and diversity. The first book, “게임 접근성 개념과 사례 (Concepts and Cases of Game Accessibility)”, explores the concept and current state of accessibility and diversity in South Korean games and case studies. It also delves deep into design approaches to ensure all players can fully enjoy games without restrictions. Smilegate’s second book, “콘텐츠 다양성 개념과 사례(Concepts and Cases of Content Diversity)”, introduces the idea of "cultural diversity" and examines how it has been implemented in South Korean media and games. For this special issue of GG, we spoke with Kyung-Jin Lee, Director of Smilegate’s Diversity & Inclusion (D&I) department, to discuss why the company emphasizes D&I and what this means for socially and commercially in game productions. Editor: Thank you for coming. One of the reasons we wanted to interview you was to highlight what Korean game companies are taking action regarding game accessibility and diversity. Smilegate has taken a proactive approach to this topic by publishing these guidebooks. We all agree that taking the first step is never easy, especially when there are only a few known cases to reference here in Korea – yet. So, thank you for taking the initiative. So, our first question is, were there any challenges you faced when initiating this accessibility and diversity project at Smilegate? What’s your thought on this? Lee: About six months after I joined Smilegate, I attended the GDC (Game Developers Conference) in the US for the first time. Seeing tens of thousands of developers gather to discuss a wide range of topics—many of which weren’t directly tied to the profitability of the games—was eye-opening for me. What caught my eye was that those topics were not isolated within specialized teams within each company. Instead, they were discussing these topics with various stakeholders between the team and companies. It was astonishing to see that game developers were organically sharing various insights and know-how on making games better for the future. The issue of game accessibility, in particular, stood out to me the most. Considering that video games continue to grow as a mainstream entertainment medium, I wondered, ‘Are we truly considering players from diverse backgrounds when designing our games? Are we listening to their needs?’ And the reality was that we had a long way to go. One of the biggest hurdles pointed out at the GDC that year was accessibility for players with disabilities, presented by actual people with physical challenges. It was also insightful to see that some game companies actively hire people with physical challenges while developing a game or establish community channels to gather feedback directly from those people to achieve better game accessibility. So, that visit to the US was a pivotal experience for me. Upon coming back to Korea, we realized that this was something that we needed to do here at Smilegate. So, after a series of discussions, we decided to hire game developers with disabilities – as we thought that would be the most effective way to tackle the issue of our game accessibility. Editor: Right. So, if I understood correctly, your team hired several game testers to work on accessibility together? Can you tell us more about how it went? Was it easy to find candidates? Lee: Hiring was not the biggest issue. For example, one of our current game accessibility testers is an active game player born with a hearing impairment. They told us that until the age of six, they were unable to speak. Thankfully, after getting a hearing aid, their language skills developed rapidly. For this person, video games were both a friend and a way of life. Opportunities for people with disabilities were relatively sparse. If we do a rough estimation, say roughly 5% of the population has some form of disability, then it would make sense to have that amount of job opportunities in game-related fields for those individuals. The reality is, apparently not. So, we thought there would be enough people to join our initiative and start posting job listings looking specifically for game accessibility testers. We also worked closely with the Korea Employment Agency for the Disabled (KEAD) to explain our intentions and goals. KEAD also saw great potential in this because most jobs often offered to people with disabilities in Korea are primarily concentrated in the service sector, like nail polish art or car washing jobs, but have little to do with the creative industry. So KEAD was like, ‘This is a new thing for us,’ and provided significant support in the recruitment, which resulted in a surge in applicants. During interviews, I realized something profound: many people love games and want to turn that passion into a career, yet they have never been given the opportunity to do so. One of our testers, who I mentioned earlier, the one with hearing impairment, later told me, ‘If not for this job, I would never have imagined myself being able to engage deeply and think about games that I love in this professional manner’. Editor: When implementing game accessibility and diversity initiatives, companies often view business objectives as their natural pursuit of profitability while perceiving ethical responsibilities as something they ‘have to’ do because of rules. This could be a bit of a sensitive question, but if we were to categorize Smilegate’s motivations into game accessibility and diversity, which one would hold greater weight? Business or ethical considerations? Lee: That’s a great question. Initially, I approached this initiative purely from social and ethical responsibility, believing it aligned well with Smilegate’s corporate values. However, as more testers came in, we received incredibly detailed feedback about the games we were developing. Since they were passionate gamers, they analyzed the games meticulously and reported their experiences to the developers. I can confidently say that their input significantly improved our games’ quality. We also acknowledge that people play games in many different ways—some use one hand, some use their feet, and others rely entirely on their eyes. Meeting and talking with these players who use ‘diverse’ ways to play games helped us pinpoint the issue more in-depth and iterate our game designs. While game accessibility may be seen as an initiative to improve the game for the ‘few,’ what it does is that it benefits the ‘many.’ That’s why we now consider improving accessibility means improving our overall game quality, which in turn attracts more players. Editor: Would you say Smilegates’ accessibility-related tasks primarily focus on testing but not so much on the actual game development process? Lee: That is correct. Our current primary focus is identifying issues within games. We try constantly testing our various game titles, pinpoint problematic areas from an accessibility standpoint, and report them to the development team. Since our testers play many games across genres, they provide us with how different each game is, good or bad, in terms of accessibility. For instance, one game might include colorblind-friendly features, while another in the same genre might completely lack such a thing. Such insights allow us to provide constructive feedback to developers, with actual references for them to benchmark on. For players with hearing impairments, visualizing audio cues in games is quite crucial. If all in-game sounds can be represented as visual indicators, the barriers to their playing games will be significantly improved. So we try to provide as many references to our game developers, on how to iterate UX/UI design solutions that can effectively translate audio into visual elements. Which serves as a good guide for our developers to iterate their designs. Editor: Solutions like that seem like not just an isolated issue for players with disabilities. For instance, such visualized audio cues would also be helpful for those playing games in the metro or other public spaces without audio devices. I also often say, “Low-floor buses are not just for those with wheelchairs; in fact, they also help my mom and her knees.” In the same way, accessibility doesn’t just help usability for minorities; it enhances usability for everyone. So, in your case, having testers with firsthand experience with game accessibility challenges has been crucial in identifying where and what to improve Smilegate’s games. Then, have you noticed any changes within the development teams due to their feedback? Lee: Frankly speaking, that was one of my biggest concerns at the beginning of this initiative. Game development teams are often under tight deadlines and limited resources, so game accessibility issues might not always be a priority compared to, let’s say, fixing critical bugs in the game. So, it wasn't easy to bring up the topic at first. But thankfully, over time, I sense that our game development teams’ overall awareness of game accessibility has significantly improved. For example, one of our Smilegate teams working on new game projects has proactively approached us, saying, ‘Since we’re targeting a global audience, we want to make sure our game meets accessibility standards. Could you test our game?’ I think there’s certainly a market demand here. I was in discussion with some game projects at Smilegate that aim for a global launch. And we hear things like, ‘We had to make several revisions because our game lacked game accessibility issues’. This shift in mindset shows that the industry is starting to recognize the need for accessibility. Editor: How long did it take for your development teams to recognize these needs for accessibility efforts? Lee: We hired accessibility testers in January and then held our first game accessibility review open session in June. Many game developers attended, and one lead developer told me that despite working in games for over a decade, they had never considered accessibility in this way. They also said that they have felt deeply about the need for game accessibility and will consider it when making games. I’d say it took us about a year and a half until we started receiving proactive requests from teams to review game accessibility in their projects. That was also the amount of time we needed to raise awareness of the issue to take root; if we do not consider game accessibility now, the game will end up in trouble. One and a half years was the time that we needed to reach the point where, in development team meetings, it became natural to have someone asking, ‘Is this okay from an accessibility standpoint?’ or where a project lead would say, ‘let’s make sure to consider accessibility as well’ to their team. Editor: Okay, so one and a half years, until you noticed changes. Was it shorter or longer than you anticipated? I’m asking because I also hope to interview other game companies in Korea and their relevant departments on what we can learn from this experience. So, it would be nice to provide some hope to teams out there who are working on similar issues that you’ve faced. Lee: I think things improved quicker than I thought. Perhaps it’s because quite a few people at Smilegate were already interested in game accessibility, which helped us spread the idea faster. Editor: We’re also interested in hearing about the game accessibility in gameplay devices, aka, hardware. You’ve recently showcased a gameplay device accessibility exhibition as well. But Smilegate isn’t particularly a hardware company; it’s a company that develops and publishes games. So, are there any challenges you face regarding game accessibility due to limitations coming from gameplay hardware rather than software? From your game accessibility department’s perspective, are there any unsolvable challenges you might have that come from the physical limitations of the gameplay devices? Something that is beyond game software developers’ control? Lee: So far, we have only tackled areas that we can control and haven’t caught up with such hardware issues. There are vendors that provide various assistive devices for living and gaming. We worked closely with the Gyeonggi Assistive Technology and Rehabilitation Assistant Center (GGATRAC), which allowed us to showcase various assistive equipment at the exhibition. However, we still need to talk with players using those types of equipment in daily life to pinpoint what we can do to iterate our games. That’s why we expect a one-day panel session with these individuals to hear their needs and discuss what we could do. Unfortunately, we are having difficulty finding enough participants for this session. Editor: Even if a game company is committed to improving their games’ accessibility, there are still limits to the limited hardware infrastructure. So, in that sense, perhaps your work goes beyond just enhancing Smilegate’s internal game development process. It seems more about fostering a dialogue and external collaboration. Lee: Absolutely. Expanding accessibility requires a broader foundational work. That’s why we’ve been discussing a project with GGATRAC to install some gameplay devices for people with disabilities. The center has around 1,000 members and is equipped with about 165 square meters of available space. So perhaps we could use profits from our two books to set up some computers and assistive devices there, transforming the space into a place where people with disability could play games freely at any time. And call it a ‘Game Play Lab’ or ‘Game Living Room’—something like that. Editor: Funny that you mentioned the profit from the books. Making profits by selling books is not always easy these days. I guess the books have sold decently well? Lee: True. It’s not easy. But honestly, we never aimed to profit from these book projects, so we didn’t have high expectations. We mainly released these books because, when pioneering something new, we have to develop a cohesive language (vocabulary) for it, too. Without a clear terminological framework, it’s challenging to articulate ideas and concepts or define them in a way that would resonate with many people. By putting these ideas into words, we hoped to spread awareness and help people understand the value of accessibility. In many ways, this book is our first step. It is about establishing language and providing a foundation for future works before it’s too late. Our next goal is to refine these concepts further to continue evolving our work. Perhaps we can publish more books in the future. Editor: Oh, so would there be follow-ups? If so, what are the plans for the next publications? Lee: Yes. If you take a look closely at our books “Concepts and Cases of Game Accessibility” and “Concepts and Cases of Content Diversity,” you’ll notice that they are labeled as books number 1 and 2. We don’t have concrete plans for a third or fourth book just yet, as we’re still in work progress. Our current aim is to document more of our internal case studies and investigate more case examples in future volumes. In fact, the third chapter of “Concepts and Cases of Game Accessibility,” already includes some of our real-case examples. We want to continue recording and sharing our journey onwards. In addition to book publishing, we also have some educational videos titled "An Alternative Perspective on Diverse Players: Inclusive Game Design (다양한 플레이어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방식, 포용적 게임 디자인)", which is specifically designed as an educational video for game developers. Right now, we are in the process of distributing the video internally within our company—to game developers here in Smilegate. But of course, our long-term goal is to expand its reach to universities and industry organizations, exposing them to future game developers. We plan to collaborate with institutions that recognize the importance of this topic, providing the content for free and integrating it into their pedagogical coursework. Editor: This might be a bit sensitive question, but do you feel that our industry and education have the necessary expertise to effectively educate people on diversity and inclusion? Lee: Surely diversity and inclusion haven’t been part of the mainstream agenda of our conventional paradigm in Korean society. That’s why we are exploring potential partnerships with universities and academic organizations in Korea that align with our vision to incorporate the topic of diversity and inclusion. The aim here is to tackle the issue in a more structured way, such as curricula and practical pedagogical implications for future game devs. For example, we could organize an academic conference with both domestic and international speakers while also discussing with these experts the “Concepts and Cases of Game Accessibility” book. When we first started this work, we collaborated with experts from the AbleGamers Foundation, a US-based nonprofit organization focused on game accessibility, and professionals specializing in inclusive game design worldwide. We envision one day inviting these experts here and hosting a forum where we could foster industry and education-wide conversations. We look forward to joint collaboration with academia and industry experts in the future. Editor: The issue of game accessibility is not the one-game-company problem, and Smilegate cannot tackle this alone. We were particularly struck by, during the recent accessibility exhibition, how many representatives from different companies were present, indicating a growing industry-wide interest in this topic. What’s your thought on this? Lee: There are outside cases like the Fair Play Alliance. It’s the place where game companies and players meet and collaborate to make gaming more inclusive. I think these kinds of cross-industry conversations help not only improve accessibility but also grow the game market itself. I believe Korea would greatly benefit from similar open discussions and exchanges of ideas among game developers. Editor: IT sectors tend to establish industry standards through international dialog, where companies and academia work together to discuss certain new terminologies and technologies. And eventually, establish universal standardized protocols across the industry. I see that we perhaps also need such cross-regional cross-sectional collaboration for games. Some countries already do have some game accessibility guidelines, but they aren’t always shared or discussed outside their comfort zone. What’s your thought on this? Why does game accessibility still struggle to achieve broad dialog? Lee: I’ve been contemplating this issue, too. For instance, North America has proactively driven game accessibility initiatives, but those initiatives’ connection to Asia remains weak. This is a bit surprising for me, given how rapidly the Asian gaming industry has grown in the past years. However, I also sense that we’re living in a moment of change. I see that things are different now. Within our company, I’ve noticed a shift in the atmosphere. More game developers are expressing interest in game accessibility. For instance, I’ve met a front-end developer who has reached out to us, saying they resonate with these values and want to learn more. Seeing this kind of naturally emerging engagement motivates us to keep pushing forward. Even if it starts with just a handful of individuals, sustaining this momentum is key to long-term progress. Editor: It’s remarkable to see how your company has made significant strides in promoting game accessibility. And we’re starting to see some tangible results. But what about the public sector? You seem to be actively collaborating with public organizations—do you think greater government involvement and support could accelerate progress? Lee: Last month, there was a conference discussing tax benefits for game companies investing in game accessibility. Unlike other media, games rely heavily on complex technology, making accessibility solutions particularly challenging to implement without the private sector’s effort. There’s certainly a growing discourse about the need for game accessibility, and that is also true even in the public sector. So, I believe things will move faster from now on, as both public and private sectors are on board. What stood out to me was their shift in focus—not just recognizing the importance of accessibility but actively considering how to encourage companies to take action rather than the government trying to approach this top-down. Editor: Perhaps we will see more game companies that have dedicated accessibility and diversity teams in the future. Some may take individual initiatives, but do you think there’s value in forming an industry-wide coalition in Korea for game accessibility initiatives? Like an overarching organization to drive progress beyond each company and its teams working individually that could perhaps help foster further external collaboration. Lee: Surely, it would be nice to have a diverse group of people contributing to this effort in their ways. But then, I firmly believe that game developers must be at the center of these efforts. They are the creators. They are the ones developing games that directly reach their consumers (players), so their engagement will be crucial to making meaningful changes. In Silicon Valley, developers take the initiative to identify challenges, collaborate with experts from various backgrounds, and drive innovation. If developers who are passionate about accessibility come together, discuss these issues, and work toward solutions, we can avoid stagnation and create real impact. That’s why we’ve been building an internal accessibility community—bringing game developers together, at least within our company, to nurture knowledge-sharing and problem-solving and gradually expand our efforts. Editor: The ideal situation would be to have people with actual experience, with needs for game accessibility and inclusive design, to work on game development. But the reality is that you would need education and training to develop games, and accessible game education barely exists in Korea. One could be willing to learn about game development, but with a physical disability, entering a game career itself can be challenging. Lee: Absolutely. We also want to see more and more game developers with various backgrounds, including those with disabilities, join the industry. That’s why I think, despite the fact that we are currently hiring accessibility testers, their career journey shouldn’t stop there. Instead, we need to create pathways for them to become game designers, programmers, etc. And supporting them if necessary. In the end, establishing a culture where everyone, regardless of disability, has the opportunity to develop their game development skills will benefit the entire industry. When people from different backgrounds collaborate, they bring new perspectives that spark innovation. Our role is to help create those intersections—where diversity leads to fresh ideas and meaningful progress. Editor: I fully agree. That’s also the reason why I keep coming back to the idea that we need something beyond individual companies tackling accessibility on their own. Because game development education—especially in areas like accessible game design—shouldn’t fall solely on one company’s shoulders. It makes me wonder if there would be any external organization that could take the lead on this. For example, game education institutions could introduce designated intake quotas for people with disabilities or create development environments designed with game accessibility and hire people who are fit for such workspace. But as far as I know, we’re not quite there yet. That’s why I feel that we need to scale up these efforts, such as a designated organization or consortium. What’s your thought on that? Lee: That could certainly play a role in laying the groundwork. Our current goal is to open up a conversation. If someone says, ‘Accessibility is not my major focus in game development’ but later says, ‘Thanks to your effort, now I know why and how it is needed’ – then we did our job. That’s what we’re aiming for. What we’re striving for now is to create more moments where people realize, ‘Yeah, game accessibility is something I can contribute to.’ That way, I believe more and more people would be actively discussing game accessibility as one of the main agenda items in the design meetings. Also, I think that Korea, in particular, could adopt accessibility measures at a much faster pace. Because the game industry here tends to be quick to catch up with global trends, and Korean game companies’ technical capabilities are in a strong position – they can implement solutions effectively. So, I believe that once we gain momentum, we can excel in this area. Editor: Watching you and your team’s efforts as it unfolds has been inspiring. But I can’t help but think about how challenging this must be for you. One of the toughest aspects, I imagine, is addressing not just game accessibility but also the issue of diversity. The two issues overlap but are not quite precisely the same. How would you describe the current attitude toward diversity in Korea’s game industry? (Translator’s note: The issue of “diversity,” more specifically the topic of gender diversity and equality, is a highly debated topic in the South Korean game scene since post-#gamergate.) Lee: Yes, accessibility and diversity are not identical concepts. One key distinction is that diversity is interpreted in a much broader range of ways, often shaped by personal experiences, and thus, how someone perceives diversity is largely influenced by their experiences. It’s a delicate subject, but we’ve seen cases where some games received negative reception because they pushed certain ideological messages too forcefully without a strong foundation in gameplay. At the core, I believe a game must be fun to play. We’ve seen games that fail because their fundamental foundation for fun gameplay is weak but instead leans too heavily on a social message that does not correspond to its core design. Although diversity and a game’s success can be linked, they are not directly causal with each other. Because if you cannot separate “fun” from game design, it would break the fundamental equation of games. Of course, another aspect here is that we must not isolate the “fun”-ness of the game targeting one specific target audience, the so-called ‘core gamers.’ Instead, we need to acknowledge the wide variety of gamer profiles and their broad range of games out there in the world. When addressing diversity, regardless of global collaboration or direct engagement with stakeholders, the crucial thing here is to bring in people with disabilities and experts who know about accessibilities to join. Having those direct stakeholders to get involved. Without that, efforts can backfire. Editor: We GG sometimes receive articles from Canadian researchers. And I asked them what comes to mind when they think of Smilegate. Many have answered “K-games,” which makes me wonder…beyond accessibility, how much of your work on diversity intersects with localization? Have you encountered practical challenges in this area? Lee: Well, of course, developing a game with a single build for global distribution has its advantages in terms of business efficiency. However, we have to acknowledge that certain elements may be universally accepted, while some cannot. Awareness of cultural nuances that specific regions may find problematic is vital in global game service. We also tried to emphasize such cultural aspects of it in our book. I consider localization shouldn’t be treated as an afterthought. Recognizing and addressing elements that could be sensitive or provocative to people in different parts of the earth is essential to game service. However, localization isn’t just about avoiding pitfalls; it is something that can also be used as a powerful marketing tool. For example, we’ve seen success in Indonesia when games incorporate elements that resonate with local audiences. Companies that have access to diverse groups of people and a channel to discuss such cultural aspects have the advantage of it. Game companies with a global presence, like subsidiary offices around the earth, have an advantage here. If a game features a Japanese character, their Japanese office can provide insights on attracting their game to the local audience. And the same applies to Korean players. Therefore, companies that primarily operate with homogenous groups of talents and domestically isolated pipelines would face more challenges in maintaining a global approach to diversity and localization. Without direct access to diverse perspectives, there’s a higher risk of missing core elements that could either alienate or engage different audiences. Editor: This might be a more challenging topic. Regional cultural diversity is a relatively less sensitive topic to discuss in games compared to, let’s say, gender diversity in games. We still consider gender issues, and gender representation in games is something that we should pay attention to. So, in terms of gender diversity, what is Smilegate’s approach? Lee: No one (in Smilegate) has brought up that issue (about gender diversity) with us face-to-face until this moment. But few people brought it up online, and we have seen fearsome debates and conflicts emerge on social media and web forums. (Translator’s note: The issue of gender diversity and equality has been a highly debated topic in the South Korean game scene since post-# #gamergate .) Over time, I’ve come to realize that whenever we talk about diversity, whether in discourse or terminology, there are always supporters but also people who strongly reject it. Witnessing this wide range of spectrum of reactions coming from both in and out of our company has been a valuable learning experience for me, particularly in understanding how to navigate and balance this discourse. Editor: So, it sounds like you’re saying that reactions tend to exist on both ends of the spectrum? And you’ve witnessed reactions from both sides? Lee: Exactly. But I’ve realized that even people with vastly different perspectives, even those with extreme points of view, can all engage in conversations to learn more about each other. The problem is that, in many cases, people dislike something without fully articulating why they don’t like each other’s thoughts. So, I’ve taken the approach of simply asking: What exactly don’t you like? What would be acceptable to you? And surprisingly, it worked. It’s certainly not easy, but I’ve come to see that the effort to balance the dialog is incredibly difficult but also absolutely necessary. Editor: It is certainly not easy. Communication is arguably one of the most complicated aspects of mankind. And even when you put in the effort, you don’t always see immediate results. What do you think of that? Lee: That’s true. To be honest, I was intimidated to talk with gamers whose views were very different from mine. But instead of avoiding those conversations, I tried to meet with them and talk to them if possible. And some of the discussions turned out to be incredibly insightful. I realized that these conversations and efforts to find a common ground are essential for conflict management. From there, I also try to navigate the discussions with tangible example cases or topics. Like, rather than debating abstract concepts, I prefer to create something – whether it’s a book, a game, or another concrete project. And use that as a basis of conversation. I came from a non-game development background and worked in different sectors before joining the game industry. I’ve also learned to be extra careful and always ask more questions before assuming anything. Editor: I feel even more strongly that more game companies should be engaging in these conversations. As someone who personally identifies as a gamer, I’ve always been frustrated by the way gamers are often stereotyped in one particular profile. Ironically, even gamers themselves are trapped in this idea that they are supposed to resist diversity to secure their ground. But when it comes to the topic of diversity in games, it also extends to the issue of diversity of gamers. Lee: You just pointed out one of the essential things that I think about when it comes to diversity in games; the diversity of gamers. Anyone can be a gamer. This person can be a gamer, that person can also be a gamer, and even people who haven’t yet played a game can become gamers. We need to broaden our view and definition of gamers. I believe that is the way to elevate the societal view towards gaming in Korean society in a more positive direction and recognize a mainstream cultural activity – instead of being neglected as a nerdy activity for a deserted few. We are getting there. Everland (Translator’s note: one of Korea’s largest amusement parks) recently hosted a Game Culture Festival featuring popular game IPs, targeting family visitors. That tells us that gaming has become a widespread, accessible form of entertainment. If that’s the case, then we need to move beyond outdated stereotypes about games and gamers about who qualifies as a real gamer. Shifting that mindset isn’t just about inclusivity. It’s also an important mindset for game production and business standpoints as well. Editor: Games have the potential to achieve the aspect of diversity that no other conventional media can do. For example, games could do something that films cannot do. But the key part of game design is making players see diversity as inherently fun – and align with the core gameplay. Making the topic of diversity attractive and fun to play is a matter of game design. It’s a game design challenge, which is why I don’t see diversity as a sole issue of game ethics. Lee: I agree. If we frame diversity purely as a moral obligation, it can feel forced. What I’d really love to see is gamers engaged in thoughtful discussions about why diversity matters instead of blunt negative reactions like ‘Oh! I hate this political correctness…’ blah blah blah. (Laugh). Look at “Baldur’s Gate 3”. The level of freedom in gameplay there is extraordinary. The game allows players to freely customize their experience, adjusting everything from the visibility of sensitive content to detailed character appearance options. The game offered gameplay for diverse people to enjoy the game in the most diverse way possible, and in turn, received an overwhelmingly positive response. Perhaps that’s the direction we should be leaning toward when it comes to diversity in games. Just like players have different game preferences, they also have unique aesthetic and narrative tastes. By embracing that diversity in game design, companies can turn diversity into a strategic asset, not just a social responsibility. Tags: Diversity, DEI, D&I, smilegate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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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모던 워페어nonmodern warfare
당연한 이야기지만 매개자의 증식이 전쟁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다만 현대의 일상적인 세계는 때때로 전쟁보다도 불투명하다. 물류와 인프라가 점점 고도화되면서 모든 것들이 상시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착각이 팽배하지만, 역설적으로 매개자들의 네트워크는 (아이패드처럼) 이음새 없이 매끈하게 빛나는 표면 아래서 가시성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알고리즘의 지배로부터 팬데믹을 거쳐 급격한 기후 변동까지, 2020년대의 우리는 마치 이 모든 비인간 행위자들이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세상에 등장하기라도 한 듯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 Back 논모던 워페어nonmodern warfare 09 GG Vol. 22. 12. 10. 더 이상 편한 날은 없다 The Only Easy Day...Was Yesterday 〈콜 오브 듀티〉 만큼 널리 알려진 게임 프랜차이즈도 드물 것이다. 특히 〈모던 워페어〉 시리즈는 게임 플레이의 일신(一新)과 엄청난 상업적인 성공, 그리고 그에 못지않은 사회/정치적인 논란들이 합쳐져서 그야말로 블록버스터 게임의 어떤 ‘범례’로 자리매김했다. 영화에서 폭발을 떠올리면 반자동적으로 마이클 베이가 연상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대전 FPS 게임을 이야기할 때 모던 워페어를 떠올리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당연하게도 수많은 논의들이 있어 왔고, 그중 대부분은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범주들 사이에서 진동한다. 그런데 이미 나왔던 이야기들을 비슷하게 반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 외에도 이 카테고리들에서 벗어나야만 하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2022년의 시공간은 모던 워페어 시리즈가 발매되었던 2007-2011년과는 완전히 다르며, 심지어 첫 번째 리부트가 등장한 2019년과도 많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1) 흔히 ‘클래식은 시대를 타지 않는다’ 고 이야기하지만, 이 문장에서 생략된 전제는 시대가 변할 때마다 새롭게 (혹은 다시금) 부각되는 관점에 맞춰서 의미망을 성공적으로 업데이트한 작품들만이 클래식으로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방식으로 ‘왜곡’된 2022년의 렌즈로 모던 워페어 시리즈를 바라볼 때, 우리는 기존의 의미망들이 잘 작동하지 않음을 목도한다. 예를 들어, 모던 워페어 시리즈를 개발한 인피니티 워드가 속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2022년 3분기 매출 2) 발표에 따르면 회사 총매출의 52%가 모바일 게임들에서 발생한다. 그중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는 작품은 모던 워페어의 스펙터클한 느낌과는 거의 정반대 편에 서 있는 〈캔디 크러쉬 사가〉다. 2021년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매출 을 기록한 탑 3 게임은 전부 모바일 게임들이며, 리스트 어디에도 콜 오브 듀티와 같은 전통적인 블록버스터나 다른 트리플 A 게임들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액티비전의 챔피언 〈캔디 크러쉬 사가〉만이 당당히 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을 뿐. 3) ‘블록버스터’ 라는 단어가 아주 큰 상업적인 성공을 함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아이러니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계속해서 시장에 쏟아지는 압도적인 연출과 그래픽을 내세운 (모던 워페어 리부트를 포함한) ‘소위’ 대작들은 다른 어떤 게임보다도 더 ‘블록버스터’스러운 외양을 자랑하지만 정작 온전한 의미로서 블록버스터라고 명명되기에는 애매한, 이런 웃지 못할 상황에 처해 있다. * 깜찍한 ‘블록버스터’ 〈캔디 크러쉬 사가〉 게임 플레이의 일신 또한 모던 워페어 시리즈를 규정하는 한 축으로 여겨져 왔다. 〈콜 오브 듀티 4: 모던 워페어〉는 이 시리즈의 근간이 되는 게임 플레이의 포석을 깔았다는 점에서 특히 더 중요한데, 〈하프라이프〉의 오프닝 트램 시퀀스를 센세이셔널하게 비틀어 버린(“repurposing the techniques popularized by Half-Life’s tram to march you through a city being torn apart, and ultimately, to your own execution.”) 4) 프롤로그의 ‘쿠테타The Coup’ 미션부터 마치 드론 조종사가 된 것 같은 섬뜩한 기시감을 전달해 주는 그 유명한 AC-130 건쉽 미션인 ‘하늘의 저승사자Death From Above’, 수많은 적 탱크들과 보병들이 코 앞에서 지나가는 걸 낮은 포복자세로 숨 죽인 채 기다려야 하는 ‘위장 완료All Ghillied Up’ 미션까지, 타이트한 연출로 제어되는 스펙터클이 게임 플레이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매우 ‘쫄깃한’ 싱글 플레이 경험을 선보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모던 워페어 1이 발매되었던 2007년은 보통 해가 아니었다. 7세대 콘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3와 엑스박스 360, 그리고 닌텐도 Wii가 바로 그 전 해에 출시가 된 상황이었고, 업그레이드된 하드웨어에 발맞춰서 무시무시한 타이틀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슈퍼 마리오 갤럭시〉, 〈포탈 1〉, 〈갓 오브 워 2〉, 〈팀 포트리스 2〉, 〈바이오쇼크〉, 〈매스 이펙트 1〉, 〈메트로이드 3 커럽션〉, 〈헤일로 3〉, 〈언차티드: 엘도라도의 보물〉, 〈크라이시스〉 등등. 그 외에도 거대 프랜차이즈의 시작을 알린 〈위쳐 1〉과 〈어새씬 크리드〉가 발매되었다. 즉, 모던 워페어가 게임플레이의 혁신을 이유로 명함을 내밀기에는 좀 뻘쭘한 그림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2007년에 출시한 ‘인디’ FPS 게임 〈스토커 섀도우 오브 체르노빌〉과 비교해봐도, 마치 오래된 롤러코스터를 연속으로 타는 것과 같은 모던 워페어의 계산된 스펙터클은 어느 순간 지겨움과 상호 교차가 가능한 상태가 되어 버린다. 물론 멀티 플레이를 빼놓고 모던 워페어의 게임 플레이에 관해 이야기할 수는 없다. 실제로 캐릭터 퍽과 킬스트릭 시스템은 기존 모던 워페어 시리즈 전체를 관통할 뿐 아니라 다른 많은 멀티플레이 게임들에도 영향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킬스트릭을 통해서 앞서 언급한 AC-130 건쉽을 일종의 공중지원 보너스로 끌어옴으로써 특정한 싱글 플레이 미션의 충격 효과를 멀티플레이에서의 반복으로 소진시키는 탁월함(?)을 뽐내기도 했다. 하지만 참신한 시스템으로 인더스트리를 선도하던 모습은 ‘그땐 그랬지’의 느낌처럼 추억 속의 이야기가 되어 가는 중이다. 모던 워페어 1 리부트의 멀티 플레이 버전으로 2020년 출시한 〈콜 오브 듀티: 워존 퍼시픽〉은 (올해 출시된 워존 2.0과 마찬가지로) 〈배틀그라운드〉와 〈포트나이트〉가 본격적으로 유행시킨 배틀로얄 모드를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혁신의 아이콘이기보다는 노련한 후발 주자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하고 싶어 하는 것이 명백해 보인다. 이처럼 기존 모던 워페어 시리즈의 담론을 지탱하던 두 개의 커다란 범주들(게임 플레이의 혁신, 굉장한 상업적인 성공)은 점점 ‘라떼는 말이야~’와 같은 톤에 가까워지고 있다. 반면 사회/정치적인 논란들을 둘러싼 이야기는 좀 더 미묘한 방향으로 선회한다. 엿같은 날들 S.S.D.D.(Same Shit, Different Day) 사실 모던 워페어 시리즈가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적과 아군이 비교적 명확하고 (영화와 게임 제작자들에게 나치가 얼마나 소중한(?) 빌런인지 생각해 보자) 어느 정도 역사적 평가가 마무리된 2차 세계대전과는 달리 현대전modern warfare은 여전히 ‘전장의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아무리 가상의 국가와 인물, 심지어는 가상의 타임라인을 설정한다고 해도 ‘중동’, ‘러시아’, ‘대량살상 무기’, ‘테러리즘’, ‘블랙 옵스’, ‘극단적 국수주의자’ 등과 같이 민감하고 복잡다단한 역사적인 레이어들이 누적된 키워드는 게임 바깥의 현실과 긴밀하게 연동됨으로써 게임의 유틸리티적인 측면(무해한 오락으로서의 소프트웨어)이 애써 무시하고 싶었던 정치적 텍스트로서의 측면을 급부상시킨다. 더욱이 모던 워페어 시리즈가 연이어서 발매되던 2007년과 2011년 사이에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왠지 끝은 보이지 않는) ‘영원한 전쟁’이 계속되고 있었다. 5) 그 와중에 현대전으로의 전환을 처음부터 탐탁지 않아했던 퍼블리셔 액티비전 6) 과는 달리 개발사 인피니티 워드는 미국 해병대USMC의 자문을 적극적으로 수용함은 물론, 논란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이는 문제적인 미션들도 서슴없이 도입하는 등 매우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특히 1편의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 미션과 2편의 ‘러시아어 사용금지No Russian’ 미션은 지금도 종종 회자될 정도로 악명이 높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와 같이 선명한 정치적인 논란은 블록버스터적인 연출과의 기이한 콜라보를 통해서 (지금은 좀 달라졌지만 대작 할리우드 영화들에서 종종 보이던) 일종의 ‘맛있는 불량식품’을 만들기 위한 완벽한 레시피로 거듭날 수 있다. 모던 워페어 시리즈는 그런 면에서 꽤 훌륭한(?) 길티 플레져 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떤 부분에 더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서 이 게임을 둘러싼 사람들을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맛있는’에 집중하는 (모던 워페어를 포함한)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광적인 팬들이 존재한다. 그 반대편에는 ‘불량식품’에 치를 떠는 (아마도 게임 그 자체를 혐오하는 사람들과 모던 워페어의 정치적 스탠스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혼재되어 있을) 비판자들이 소리 높인다. 마지막으로 ‘맛있는 불량식품’이 가지는, 그 약간의 죄책감이 얹힌 맛을 제대로 음미할 줄 아는 계몽된 냉소주의자들이 조용히 게임을 플레이한다. 폴리곤의 〈 How Call of Duty turned war into a circus 〉 7) 영상은 계몽된 냉소주의자인 화자의 입장에서 나머지 두 팩션을 가로지르는 재치 있는 영상으로 세 가지 다른 입장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이점을 제공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세 부류의 사람들이 모두 동의할 수 있을만한 지점인데, 바로 모던 워페어 시리즈의 내러티브는 바보 같다는 점이다. 이 공통의 감각(?)은 모던 워페어를 둘러싼 담론의 장을 (단발적인) 논란으로 가득 차게 만듦과 동시에 도식적인 구도를 강화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논의의 지루한 공회전을 유지시키는 역설적인 상황을 조성한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루도내러티브 부조화를 통해 이야기해보자. 이전 글 8) 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거의 모든 비디오 게임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루도내러티브 부조화가 작용한다. 이에 따라 게임 플레이를 통한 경험과 게임의 공식적인 내러티브는 마치 한 컵에 담긴 물과 기름처럼 완전히 하나가 되지는 못한 채, 일종의 느슨한 동기화로 연결된다. 때로는 특정한 사건(괴랄한 게임/과금 디자인 혹은 모딩과 같은 유저의 초월적인 개입)으로 인해서 마치 예전 아이튠즈처럼 아예 동기화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지점에 이르기도 한다. 즉, 동기화는 보장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반(半) 연결적인 투 트랙의 구조는 게임의 분열적인 수용을 가속화한다. 모던 워페어 시리즈의 멀티플레이를 이미 수천 시간 이상 뛰었으며, 아마 지금도 리부트의 멀티플레이인 워존에서 구르고 있을 ‘찐팬’들에게 바보 같은 내러티브라는 조롱은 통하지 않는다. 킬스트릭을 달성하면 주어지는 AC-130 건쉽 폭격의 등장을 내러티브적으로 녹여냈다는 것만으로도 모던 워페어의 스토리는 이미 “장르적인 정당성”을 획득한다. 비판자들에게 모던 워페어의 황당무계한 내러티브는 영미 제국주의와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프로파간다 텍스트다. 대부분은 모던 워페어 시리즈를 단 한 번도 플레이해보지 않았을 것이며, 그중 소수는 약간의 싱글 플레이를 통해서 자신들의 신념을 재확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중 누구도 멀티 플레이에 수백 시간 아니 수 시간도 쓰고 싶지 않을 것이다. 계몽된 냉소주의자들은 양쪽의 의견을 모두 공감할 뿐 아니라, 그 간극이 주는 ‘불량식품’의 맛을 은근히 즐기고 있을 것이다. 관건이 되는 것은 모두가 어떤 방식으로든 만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모던 워페어가 출시할 때마다 언제나 똑같은 방식으로 비슷한 비판들이 다시 도래하며, 또다시 비슷한 반론이 재등장한다. 비슷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그러거나 말거나 ‘찐팬’들은 바로 이전 모던 워페어와 아주 유사하지만 약간 다른 멀티플레이에 다시 수천 시간을 퍼붓는다. 어쩌면 우리는 이 일련의 행위들을 축제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축제는 반복된다. 그런데 기존 모던 워페어 시리즈의 ‘마이클 베이스러운’ 9) 내러티브가 더 이상 의례 그렇듯이 바보처럼 보이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면, 그때도 우리는 이 축제를 지속할 수 있을까. 가령 자국 내의 ‘극단적 국수주의자’ 반군들이 미국과 인근 유럽 국가들을 침략해서 전쟁이 벌어지자 그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평화 회담장으로 향하는 러시아의 대통령을 국수주의자 무리의 리더가 납치하는 이야기와, 본인부터가 ‘극단적 국수주의자’인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인근 유럽 국가의 침공을 명령하는 이야기 중 어느 쪽이 더 황당무계하고 초현실적인가. 둘 다 만만치 않지만 나는 후자에 손을 들어주겠다. 잘 알려졌다시피 이는 지금까지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가리킨다. 장기전에 돌입하면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에게 행한 전쟁 범죄 10) 가 더 확연하게 드러나는 중인데, 그에 따라 러시아군을 굉장히 악랄하게 묘사해서 많은 비판을 받았던 모던 워페어 1 리부트가 사실 알고 보니 그들을 미화(?)했던 거라는 블랙 코미디스러운 재평가를 받는 지경에 이른다. * 러시아 대통령마저 납치하는 상남자 마카로프. 하지만 게임 바깥의 현실을 따라잡지 못한다. 〈콜 오브 듀티 4: 모던 워페어〉의 ‘쿠테타The Coup’ 미션에서 유저들은 이 게임의 메인 빌런 중 하나인 알 아사드가 생중계되는 카메라를 앞에 두고, 자신들의 머리에 총을 쏘는 것을 중동 ‘어느’ 국가의 대통령의 시점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몇 년 뒤 세계는 아이에스Islamic State가 포로들을 ‘참수’하는 영상들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퍼뜨리는 것을 (이번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또다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11) 그뿐 아니라 마치 ‘아랍의 봄’의 뒤집힌 악몽과도 같이 아이에스는 스마트폰이라는 물리적 네트워크 노드 기반 위에서 소셜 미디어와 다크 웹을 통한 매우 공격적인 ‘모집’ 과정을 전개했다. 그 결과는 도저히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유럽 전역과 동남아시아에 걸쳐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테러들이다. 2010년대 중반의 시점에서 이미 ‘중동을 너무 선정적으로 묘사했다’, ‘스테레오 타입들의 캐릭터로만 채워져 있다’는 식의 관습적인 모던 워페어 비판들은 길을 잃어버린다. 어느 순간 현실은 거의 스너프 필름에 가까워지고, 중동의 ‘새로운 전사’들은 네트워크로 연계된 새로운 양태의 테러를 직접 시연함으로써 기존의 스테레오 타입들에서 아득히 멀어진다. 먼지에서 먼지로 Dust to Dust 모던 워페어 시리즈가 배태한 그 수많은 논란들은 어쩌면 역설적이게도 당시의 세계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음을 알려 주는 일종의 지표가 아닐까. 바꿔 말하면 우리가 지금 이 시점에서 기존 모던 워페어 시리즈를 할 때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거나 오히려 어떤 편안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그만큼 지금의 세계가 더 많이 불안정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렇다면 모던 워페어는 이제 평화로운 시대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당시에는 나름 센세이셔널했던) 추억의 펑크록 앨범 같은 존재가 되어 가는 것인가. 나는 아직 그렇게 단정 짓기는 이르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게임 시리즈는 조금 다른 의미에서 현재의 급격한 불안정성을 예비하는 단초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전이 이전 시기의 전쟁들과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지점은 바로 물류, 장비, 인프라, 기술, 국경, 평화협정 등을 포함한 수많은 비인간적인 요소들에 의해서 심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전쟁은 인간들의 결정에 의해서 많은 것들이 좌지우지된다. 하지만 사소해 보이는 기술 하나가 전쟁의 향방을 결정하거나, 혹은 아예 전쟁 자체를 예방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제3차 대만 해협 위기 때도 그런 일이 벌어졌다. 당시 중국군은 위협용으로 대만의 군기지 근처에 미사일 3개를 연달아 발사했다. 첫 번째 미사일은 예정된 목적지에 떨어졌지만, 나머지 2개의 행방이 묘연했다.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날아가는 도중 그 2개 미사일 내에 GPS 신호가 끊어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는 미국이 개발하고 관리해 온 시스템이다. 즉, 미군은 중국군이 GPS에 접근하는 것을 막아버린 것이다. 이 사건은 단기적으로는 중국군이 물러남으로써 전쟁 위기를 해소하는 계기가 됐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이를 갈고 자체적인 항법 시스템을 개발해서 위성을 쏘아 올리도록 만들었다. 12) 이렇듯 스마트폰의 여러 앱들을 통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GPS 같은 기술조차 전쟁 상황에서는 그 파급력을 가늠하기 어렵다. 모던 워페어 시리즈 역시 이러한 자의식이 느껴지는 레벨 디자인을 선보인다. 앞서도 잠깐 언급했던 ‘하늘의 저승사자Death From Above’ 미션은 (3편의 ‘철의 여인Iron Lady’ 미션도 마찬가지로) 유저들을 AC-130 건쉽 조종사의 모니터링 스크린 앞으로 데려다 놓는데, 이때 유저들이 경험하는 것은 사실 무인 드론 조종사의 포지션에 더 가깝다. 왜냐하면 우리는 실제로 굉음을 내는 건쉽 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방 안에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지상의 풍경은 무인 드론 조종사의 모니터 화면과 놀랄 만큼 유사한 것도 사실이다. 이와 같은 오버랩은 이 미션의 꽤 노골적인 (소격 효과를 노리는) 의도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미션을 수행하는 건쉽 오퍼레이터들의 건조한 대화 중 간간이 들리는 즐거운 환호성과 농담보다도 유저를 더 무겁게 짓누르는 것은 건쉽/드론을 조종하는 감각이다. 한껏 당긴 망원 렌즈 덕에 원근감이 제거된 평평한 화면 위로 작게 꼬물거리는 ‘타겟’들은 마치 치워 버려야 할 ‘벌레’처럼 제시되며, 그들을 ‘처리’하는 과정은 실제 벌레를 잡는 일보다도 훨씬 간단하다. 즉, 수백 명을 학살하는 행위는 전혀 드라마틱하지 않은 일상적인 ‘클릭질’의 영역으로 전환한다. 이는 또다시 무인 드론 조종사의 실제 경험과 겹쳐지면서, 초점을 유저/조종사와 같은 인간적 주체에서 건쉽/드론 - 적외선 카메라 - 모니터/스크린 - 마우스/조이스틱으로 이어지는 (라투르의 표현을 빌자면) 매개자들의 네트워크로 옮겨 놓는다. 그리고 바로 이 비인간 행위자들의 네트워크가 ‘피도 눈물도 없는 차가운 학살자’로서의 유저/드론 조종사를 역으로 ‘주조해’ 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모던 워페어modern warfare가 어째서 ‘근대적이지 않은지nonmodern’ 이해할 수 있다. * ‘하늘의 저승사자Death From Above’ 미션의 스크린(왼쪽)과 실제 무인 드론의 스크린(오른쪽) 당연한 이야기지만 매개자의 증식이 전쟁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다만 현대의 일상적인 세계는 때때로 전쟁보다도 불투명하다. 물류와 인프라가 점점 고도화되면서 모든 것들이 상시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착각이 팽배하지만, 역설적으로 매개자들의 네트워크는 (아이패드처럼) 이음새 없이 매끈하게 빛나는 표면 아래서 가시성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알고리즘의 지배로부터 팬데믹을 거쳐 급격한 기후 변동까지, 2020년대의 우리는 마치 이 모든 비인간 행위자들이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세상에 등장하기라도 한 듯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여기서 모던 워페어 시리즈는 과장된 스펙터클과 거친 매너로 우리의 등을 떠밀면서 그들(비인간 존재들)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였으며, 우리 역시 그들에 의해서 계속해서 새롭게 거듭났었다는 진실을 상기시킨다. 그리하여 위태로운precarious 현재란 다른 무엇도 아닌 그들과 우리가 함께 만들어 온 역사라는 것을 말이다. 그럼 누군가는 비관적인 전망을 하며 이렇게 반문할지 모르겠다. 이제 와서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냐고. 프라이스 대위라면 아마도 다음과 같이 답할 것이다. “네가 알던 그 세계는 끝났어. 그런데 그걸 다시 되찾을 수 있다면 너는 어디까지 갈 수 있지? Your world as you knew it is gone. How far would you go to bring it back?” 1) 얼마 전에 발매한 모던 워페어 2 리부트 역시 이미 여러 해 전부터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 있었다는 것을 고려해 보면, 일종의 타임캡슐적인 성격을 지닌다. 2) Evgeny Obedkov, “Diablo Immortal and Candy Crush were biggest contributors to Activision Blizzard’s mobile growth in Q3” Game World Observer, 2022.11.10. https://gameworldobserver.com/2022/11/10/diablo-immortal-candy-crush-saga-mobile-revenue-activision-blizzard 3) David Curry, “Top Grossing Games (2022)” Business of Apps, 2022.10.27. https://www.businessofapps.com/data/top-grossing-games/ 4) Amr Al-Aaser, “Shock and Awe: The Political Influence of Modern Warfare” Paste Magazine, 2016.11.02. https://www.pastemagazine.com/games/call-of-duty/shock-and-awe-the-political-influence-of-modern-wa/ 5) 미국은 결국 2011년 12월에 이라크 전쟁의 종결을 공식 선언했다. 모던 워페어 3가 출시한 지 한 달 뒤의 일이다. 6) 액티비전이 콜 오브 듀티 4가 모던 워페어로 출시하지 않기를 바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굳이 황금알을 잘 낳고 있는 거위(2차 세계대전 배경의 콜 오브 듀티 1,2,3)의 배를 가르고, 논란이 클 것이 뻔한 현대전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 비즈니스적으로 큰 리스크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바비 코틱은 개발사 인피니티 워드에게 전권을 위임한 상태였고, 개발사는 그대로 밀어붙여서 모던 워페어를 출시한다. 7) Patrick Gill, “How Call of Duty turned war into a circus” Polygon, 2022.05.06. https://www.youtube.com/watch?v=JIEB5DKzJLM 8) 웜뱃, “게임은 XX다: 동어반복적 회로를 차단하기” 게임제너레이션, 2022.08.08. https://gamegeneration.or.kr/board/post/view?pageNum=1&match=id:143 9) 공교롭게도 모던 워페어 2에는 마이클 베이가 감독한 〈더 록〉의 샤워실 총격신을 그대로 옮긴 듯이 오마주한 챕터가 있다. 10) DW Documentary, “War crimes in Ukraine | DW Documentary” DW Documentary 2022.11.27. https://www.youtube.com/watch?v=ONWW02pNvFk 11) 유튜브와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메인스트림 앱들은 재빠르게 대응했지만, 이내 IS는 텔레그램과 Surespot 같이 소셜 미디어의 기능이 혼합된 메시지 앱으로 이동했다. 12) Minnie Chan, “'Unforgettable humiliation' led to development of GPS equivalent” South China Morning Post, 2009.11.13. https://www.scmp.com/article/698161/unforgettable-humiliation-led-development-gps-equivalent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작가) 웜뱃 잡다한 일을 하는 프리랜서입니다. 역시 잡다한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게임에는 특히 관심이 더 많습니다.
- 슈퍼 히어로 '게임'의 과거와 오늘
원전인 수퍼히어로 만화는 여전히 독자적 산업을 잘 이끌고 있다. 그리고 영상 컨버전이 최근에 들어 절정을 찍었다면, 게임 컨버전은 비교적 신생이다. < Back 슈퍼 히어로 '게임'의 과거와 오늘 16 GG Vol. 24. 2. 10. 한 장르의 팬으로서, 그 장르가 대중의 화제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을 마주할 때마다 양가적인 감정을 느낀다. 내가 사랑하는 장르를 많은 사람들이 갖고 놀기에 더불어 대화하는 즐거움을 느끼지만, 동시에 틀린 정보나 나와는 너무 다른 해석 앞에서 불안과 아픔을 느끼기도 한다. 다행인지 요즘은 그런 감정의 골짜기에 빠질 일이 별로 없다. 사람을 덜 만나서도 있지만 화제로 다뤄지는 빈도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두 번째 사가인 멀티버스 사가가 진행되면서, 수퍼히어로 장르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서서히 식어가고 있다. 정확히는 영상화된 수퍼히어로, 수퍼히어로 영화에 대한 관심이다. 원전인 수퍼히어로 만화는 여전히 독자적 산업을 잘 이끌고 있다. 그리고 영상 컨버전이 최근에 들어 절정을 찍었다면, 게임 컨버전은 비교적 신생이다. 수퍼히어로라는 장르 만화, 특히 미국 만화를 고향으로 두고 있는 수퍼히어로라는 영웅 서사 장르는 세 가지의 특징이 있다. 그리고 영상이나 게임으로의 컨버전 또한 이 세 가지 특징을 플랫폼에 맞춰 변용하는 것에 핵심이 있다. 수퍼히어로라는 부류의 캐릭터와 서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첫 번째로 수퍼파워, 초능력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요건은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 반드시 코스튬, 복장을 정해놓는다는 관습이다. 세 번째는 코스튬을 입고 수퍼파워를 휘두르는 수퍼히어로의 반대항인 수퍼빌런이 등장하여 양자 간의 결전을 절정으로 하는 서사 구조를 기본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이 세 특징 혹은 요건 중에서 앞의 둘은, 만화에서는 손쉽게 표현된다. 만화의 ‘수퍼파워’는 과장의 미학이기 때문이다. 초능력의 표현 또한 소설 문학 다음으로 경제적인 표현 수단 덕분에 손쉽게 표현한다. 반면 돈이 많이 드는 표현 수단을 쓰는 영상 문학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이지드로잉가이드닷컴이라는 그림 교육 사이트에서 ‘superhero’의 예시로 든 코스튬. 하지만 이런 디자인의 코스튬이 실사로 제시되면 유치해지기 쉽다. 3D 그래픽의 경우엔 다소 허들이 낮아지긴 하지만 낮아질 뿐이다. 만화의 표현으로는 괜찮았던 코스튬이 영상에서는 유치하거나 불합리해진다. 초능력의 표현은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효과가 어느 이상의 수준이 되기 전까지는, 역시 유치한 연출 기법에 기대야 했다. 게임으로의 컨버전은 영상의 고생에 비하면 별 거 없었다. 영상의 ‘수퍼파워’가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발달이었기 때문에, 같은 수퍼파워를 쓰는 게임 입장에서는 미적 디자인과 게임 기획만 고민하면 되었다. 그리하여 영상과 게임 모두 공히, 코스튬이라는 요소는 미학적 코드를 약간 틀어서 해결했다. 초능력의 표현은 기술적 발전으로 해결했다. 그리고 수퍼히어로 장르가 영웅 서사의 일종이기 때문에 생긴 마지막 특징, 빌런과의 대결 서사는 표현형을, 클리셰를 결정짓게 되었다. 일단 대결 서사이기 때문에 기본 표현형은 액션 장르가 된다. 그래서 수퍼히어로와 수퍼빌런을 연기하는 모든 배우 및 스턴트는 다양한 액션을 소화해야 한다. 게임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로, 기본 장르가 액션으로 고정된다. 이 때문에 수퍼히어로 영화는 모두 액션 영화이거나 액션 요소가 강하며, 수퍼히어로 게임의 주류 또한 상황이 비슷하다. 수퍼히어로 영화의 성과 게임이 참고할 수 있었던 수퍼히어로 영화 장르의 역사를 보면 그 결과로 나온 클리셰의 구조를 요약할 수 있다. 영상화의 시도는 40년대부터 있었지만, 수퍼히어로 영화라는 하위 장르를 집대성한 첫 작품은 1989년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 영화였다. 2003년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2’는 앞선 배트맨의 성과를 좀 더 대중적인 형태로 구성하는 데에 성공했다. 수퍼히어로의 캐릭터성 – 작중 세계의 구현 – 영화 서사의 성격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모델이었고, 이는 사실 원전 만화에서 명작들이 가닿은 지점이기도 했다. 팀 버튼의 1989년 배트맨 코스튬. 원전의 코스튬에서 회색과 남색 부위를 없애버렸다. 이 코스튬은 어둑한 고담시를 구현한 미장센, 심리적 불안정을 드러내는 연기와 유기적으로 맞아떨어졌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는 현실적인 수퍼히어로를 보여주려 애썼다. 이는 마블의 캐릭터 묘사 전략이기도 한데, 영화의 사실적인 뉴욕 풍경 및 스파이더맨의 오리지널 캐릭터성과도 맞아 떨어졌다. 이 두 영화의 성취를 통해 수퍼히어로 영상 문학에서 정형화된 클리셰 구조가 등장했다. 초반에는 히어로와 빌런의 오리진 스토리를 보여준다. 이후 전개에서 둘의 갈등이 형성되어 부딪히면서 액션 장면들이 나오고, 빌런의 계획을 히어로가 박살내는 절정부에서 둘의 최종 결전이 벌어진다. 히어로의 승리로 이야기가 종결된 후에는 다음 영화를 예고하는 짤막한 에필로그가 덧붙는다. 이렇게 클리셰를 완성한 수퍼히어로 영화는 2008년,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와 존 패브로의 ‘아이언맨’에서 다음 단계로 진입한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정립된 서사 구조를 따라가는 한편 교묘하게 뒤틀어서 다른 용도로 썼다는 점이다. 다크 나이트 3부작은 원전 만화에서 성공했던 상징 체계 도입 전략을 써서 성공했고, ‘아이언맨’은 에필로그를 이용해 작중 세계 확장 전략을 시작했다. 다크 나이트 영화는 미국 의회도서관의 영구 보존 영화에 포함되는 걸작으로 남았다. 아이언맨의 첫 영화는 기획도 거창하지 않은 평범한 수퍼히어로 영화로 제작되었으나 ‘장비 제작’을 서사의 중심에 놓는 등의 독특한 테이스트가 현실감을 부여하면서 독자적인 성취를 이뤘다. 이 두 영화의 성취는 만화 원전의 두 회사, DC와 마블의 스타일과도 걸맞는다. DC는 수퍼히어로 장르를 개창한 회사이며, 그래서인지 영웅의 신적 면모를 강조하는 스타일을 갖고 있다. 이는 서사가 상징 체계와 궁합이 잘 맞는다는 의미다. 마블은 스탠 리 이후 ‘현실성의 닻’을 독자적 스타일로 하고 있다. 현실의 독자와 유사성을 설정과 서사에 집어넣어, 독자의 감정이입을 꾀하는 전략인데, 이것이 아이언맨 이후 진행된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다만 DC 캐릭터들의 작가주의적 스타일은 이후 한참 길을 찾지 못하다가 2019년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에서 간신히 부활한 반면, 마블이 시도한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인피니티 사가의 완성이라는 확장 전략의 업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다수의 영상 작품이 하나의 서사로 확장 통합되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그러나 현재에는 다음 클리셰로 발전하지 못하면서 목적 잃은 확장이 되어 답보 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돌파구가 될 작품을 기다리는 상태다. 수퍼히어로 게임, 시작 그리고 수퍼히어로 게임은 영상 장르가 겪은 이 모든 경험을 흡수했다. 기본적으로 게임에서의 수퍼히어로 서사 또한 만화와 영화가 먼저 만들어놓은 클리셰 구조를 따라간다. 당연한 것이, 게임은 대결 서사를 녹여내기 딱 좋은 플랫폼이다. 하지만 초창기의 수퍼히어로 소재 게임은, 서사 구조가 복잡하거나 장대하지 않았고 게임 디자인이 심층적이지 않았던 초기 게임의 특성을 그대로 공유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장르는 스크롤 액션이었다. 특히 이런 게임들은 영화 시장에서 히트한 작품의 홍보용 게임이었는데, 1989년 배트맨 영화를 기반으로 한 패미컴의 배트맨 게임 시리즈가 대표적이었고, 이런 류의 게임들은 대부분 퀄리티가 낮았다. 반면 코나미의 1992년작 ‘엑스멘’은 영화에 기대지 않은 게임이었다. 여전히 장르는 벨트스크롤 액션이었지만, 익숙한 장르를 제대로 만들기만 하면 이미 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캐릭터의 인기를 이용해 충분히 히트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무려 6인 플레이가 가능했던 엑스멘. 스크롤 액션 장르 다음으로 수퍼히어로가 이식된 장르는 격투였다. 역시 마블의 캐릭터들이 쓰였는데, 1994년의 ‘엑스멘: 칠드런 오브 디 아톰’, 1995년의 ‘마블 슈퍼 히어로즈,’ 바로 다음 해 나온 캡콤의 ‘엑스맨 vs 스트리트 파이터’와 이후 시리즈는 대결 서사를 납작하게 압축하면 격투 게임 디자인으로 치환 가능함을 간파한 결과물이다. 비록 캐릭터 밸런스는 엉망이었지만 캡콤의 ‘vs 시리즈’는 주욱 이어지면서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한다. 이 계보는 DC 방면에서는 2008년의 ‘모탈 컴뱃 vs DC 유니버스’를 거쳐 2012년의 ‘인저스티스: 갓즈 어몽 어스’로 이어진다. 인저스티스 시리즈는 수퍼히어로 게임 중 격투 장르의 최신판이다. 수퍼히어로 게임, 액션 어드벤처 스크롤 액션, 격투를 지나 수퍼히어로 서사가 게임에서 제대로 꽃을 피운 장르는, 액션 어드벤처다. 2009년 락스테이디의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은 배트맨의 캐릭터성, 원전 서사의 특성, 게임 디자인의 완성도 모두를 잡아낸 명작으로, 이후의 수퍼히어로 게임의 전형성을 제시해냈다. 하지만 이 정점까지 가는 길은 험했다. 2000년, 액티비전에서 ‘스파이더맨’이 발매되었고 후속작 ‘스파이더맨 2: 엔터 일렉트로’가 이듬해에 발매되었다. 최초의 3D 스파이더맨 게임이었으며 액션 어드벤처 장르에서 전투와 웹 스윙 액션을 구현해냈다. 이 시리즈의 시도는 곧이어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발매된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영화를 게임화한 시리즈와 액티비전의 2008년 ‘스파이더맨: 웹 오브 섀도우즈’, 2010년 ‘스파이더맨: 섀터드 디멘션즈’ 등의 시도로 확대되었다. 한편 2005년에는 영화 ‘배트맨 비긴즈’의 홍보용 게임 또한 유사한 성과를 올렸다. 영화에 기대는 게임임에도 2005년의 배트맨/스파이더맨의 두 작품은 다소의 완성도를 보인다. 스파이더맨은 웹 스윙 액션을 오픈월드에서 펼친다는 게임 디자인을 완성해가고 있었고, 배트맨은 연막탄 같이 환경에 맞는 도구를 사용해 적을 제압한다는 게임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둘 모두 각자의 캐릭터성을 구현해낸 성과다. 이 성과가 2009년의 ‘아캄 어사일럼’에서 시작되는 아캄 시리즈와 2018년 인섬니악의 ‘마블즈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이어지는 것이다. 아캄 시리즈의 성취는 이후 스파이더맨 게임에서 재조합된다. 영화에서 있었던 일이 그대로 게임에서도 일어난 것이다. 마블즈 스파이더맨은 아캄 어사일럼과 함께 이후 등장할 수퍼히어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의 전형을 만들어냈다. 이 두 작품에서의 배트맨/스파이더맨은 원전 만화의 배트맨/스파이더맨을 체험하는, 게임 자체의 특성을 십분 이용했다. 아캄 시리즈의 수사 모드는 탐정 소설의 후예로서 “세계 최고의 탐정”인 배트맨의 캐릭터성을 반영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웹 스윙 액션 또한 같은 성격의 요소다. 수퍼히어로 캐릭터의 캐릭터 컨셉 자체를 게임 디자인에 녹여낸 것이다. 물론 프리플로우라는 간편하면서도 화려한 전투 시스템이 아캄 어사일럼에서 마블즈 스파이더맨으로 이어진 것도 성과였다. 이 두 시리즈를 통해 수퍼히어로 게임의 주류는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장르가 되었고, 이에 따른 클리셰도 정립되었다. 영화와 달리 문서의 형태로 전달이 가능한 오리진 스토리는 생략한다. 오픈월드 내지는 느슨하게 열린 형태로 연결되는 스테이지가 게임 내 공간이 된다. 액션 어드벤처에서 전투를 하며, 영상과 달리 시간 제한이 없는 게임의 특성상 빌런도 여럿 등장하기에 결전 서사도 여럿 중첩된다. 캐릭터는 롤플레잉처럼 레벨링 성장을 하는데, 이 과정을 배트맨의 장비나 스파이더맨의 수트를 업그레이드하는 형식으로 풀어낸다. 이 클리셰를 종합한 첫 번째 시도가 2020년의 ‘마블즈 어벤저스’다. 오픈월드는 포기한 대신 각 스테이지가 매우 넓으며, 빌런만이 아니라 히어로도 여럿 등장하며, 성장 시스템이 있고, 프리플로우 대신 진 삼국무쌍과 유사한 액션 시스템을 사용했다. 이 작품의 만듦새는 다소 떨어지긴 했으니 캐릭터별 특색을 가진 액션은 잘 표현되었고, 같은 형태가 이후의 AAA 수퍼히어로 게임에서 반복되었다. 바로 다음 해에 발매된 ‘마블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플레이어블 캐릭터만 하나로 축소한 마블즈 어벤저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에 가깝다. 2022년의 ‘고담 나이츠’는 아캄 시리즈의 연장선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같은 해 발매된 ‘미드나잇 선즈’는 앞선 클리셰를 대부분 따르지만 장르가 X-COM 스타일의 턴제 전술인 것이 특징이다. DC 캐릭터의 레고 버전을 컨셉으로 한 레고 DC 게임 시리즈도 이런 분류에 포함된다. DC 캐릭터의 레고 버전을 이용해 게임을 만든 레고 DC 시리즈의 게임 또한 액션 어드벤처가 기본 장르다. 그리고 영화의 예에서 보듯 클리셰 정립이 완료되면 정체기가 등장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게임의 단점이 마블즈 어벤저스와 동일한 점, 고담 나이츠의 완성도가 애매했던 점, 마블즈 어벤저스와 미드나잇 선즈가 결국 흥행에 실패한 점은 수퍼히어로 게임 또한 영화처럼 다음 돌파구를 필요로 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넓은 맵에서 벌어지는 액션과 성장의 경험은 이미 충분하다. 오픈월드에서의 액션 어드벤처는 폭넓은 경험을 보장하지만, 경계가 명확하다. 그렇다면 다른 시도는 무엇이 있을까? 수퍼히어로 게임의 다른 시도 주류의 시도와는 동떨어진 장르에서도 수퍼히어로 서사를 써보려는 시도가 있다. 가장 먼저 모바일 환경의 게임에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한 다양한 게임들이 있다. 2018년에 발매하여 2020년에 종료한 ‘DC 언체인드’는 액션의 외피를 쓴 수집형 게임이다. ‘마블 퍼즐 퀘스트’, ‘마블 스트라이크 포스: 스쿼드 RPG’, ‘마블 퓨처파이트’ 같은 게임들 또한 매치3 퍼즐이나 수집 장르의 게임에 수퍼히어로 스킨을 씌운 수준이다. 이런 사실상의 수집 장르 게임이 카드 배틀의 형태로 바뀌는 시도는 이제 시작되는 중이다. 2023년작 ‘마블 스냅’은 게임성 면에서는 호평을 받았으나, 얼리 억세스로 시작한 ‘DC 듀얼 포스’는 2월 29일에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다. 한편 MMO 장르에서는 수퍼히어로가 흔하지 않다. 유의미한 게임은 ‘시티 오브 히어로즈’(COH)와 ‘DC 유니버스 온라인’(DCUO)이다. COH는 2004년에 시작, DCUO는 2011년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MMORPG 장르가 클리셰와 시스템이 완성된 후 긴 정체기를 겪는 장르여서인지 신작이 없다시피하다. 그나마 2013년에 시작한 ‘마블 히어로즈’는 핵 앤 슬래시의 MMO였는데, 2017년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선구자인 COH 또한 2019년에 결국 서비스를 종료해 유저 서버만 남았으니, 현재 수퍼히어로 MMO 게임은 DCUO가 유일하다시피 한 상태다. COH와 DCUO의 특색은 커스터마이징에 있다. 이 두 게임은 기존 히어로/빌런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방식인데, 그래서 캐릭터의 초능력 또한 스킬 트리 조합의 형태를 통해 자기만의 초능력 조합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택했다. 스킬 조합을 통해 자신만의 수퍼히어로를 커스터마이징한다는 컨셉은 게임 제목인 ‘시티 오브 히어로즈’와 잘 어울렸다. DC 유니버스 온라인은 COH와 같은 계열의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한다. 이는 새로운 수퍼히어로가 되어 기존 DC의 수퍼히어로 캐릭터를 멘토로 둔다는 스토리와 어울린다. 아쉽게 끝난 장르 도전도 있다. 클래식한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을 만들어 온 텔테일 게임즈는 DC에서는 배트맨을, 마블에서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사용해 2016년과 2017년에 게임을 발매했다. 수퍼히어로의 요건 중에서 서사 부분에 집중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게임들의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텔테일 게임즈가 경영난으로 인해 폐업하게 되면서 일단락 되었다. 다음 지점을 향한 고민 수퍼히어로 장르에서는 역사에서 반복되어온 공식이 하나 있다. 이 산업에서 혁신이라 할 수 있는 시도는 DC 코믹스가 먼저 시도한다. 장르를 개창한 최초의 수퍼히어로인 수퍼맨이 DC의 캐릭터이며, 수퍼히어로 팀이라는 아이디어도 DC가 먼저 시작했으며, 장르의 두 번째 확장기인 실버 에이지(Silver Age)를 시작한 것도 DC가 플래시를 통해 멀티버스 서사를 들여오면서였다. 실버 에이지의 다음 시대를 연 것도 DC였으며, 영상화 시대의 방점도 배트맨 영화들이 수행했다. 반면 마블 코믹스는 시장의 혁신을 완성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실버 에이지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아이언맨인 것과, 배트맨에서 생긴 영상화 조류의 변곡점을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 영화가 이어받은 것이 그 대표적인 예시다. 반면 게임에서 수퍼히어로 게임의 주류가 액션 어드벤처 장르로 정립되는 과정은 예외로 보인다. 다수의 스파이더맨 게임이 시도한 3D 오픈월드 액션의 시도가, 비슷한 시도를 한 배트맨 게임보다 더 충실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시도를 종합하여 변곡점이 된 작품이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이었고, 이 시스템을 계승해 발전시킨 작품이 ‘마블즈 스파이더맨’이라는 것은 역사의 공식대로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초기의 유산을 이어온 격투 장르와, 주류가 된 액션 어드벤처 장르 외의 수퍼히어로 게임은 성과가 미미하거나 없거나 계보가 끊긴 상태다. 앞서서 영화와 게임에서 수퍼히어로 장르가 정체기라는 서술을 했지만, 기실 수퍼히어로라는 장르 전체가 현재 정체기다. 최초 원전인 만화에서는 풍부한 역사와 저렴한 표현 형식의 강점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혁신을 꾀해 왔지만, 최근 10여 년 동안은 자기 복제 혹은 자기 변주의 레벨에 머무는 중이다. 그리고 만화에 비해 표현 형식을 구현함에 있어 자본이 더 필요한 영화와 게임의 경우에는, 이미 만화가 쌓아놓은 다양한 형식의 서사를 이식해 오거나 자신들만의 형식을 개척하기에는 굼뜬 편이다. 그리하여 현재 수퍼히어로 만화와 영화는 다음 단계의 성과가 어떤 것인지 제시하는 작품을 기다리는 중이다. 반면 수퍼히어로 게임은 현재 주류가 된 액션 어드벤처라는 장르적 한계를 깨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다. 그런 돌파구를 보여줄 작품을 기다린다. 수퍼히어로 영화는 등장 요소의 문화적 다양성을 다음 지점으로 정했고, 그 지점으로 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쌓는 중이다. 수퍼히어로 게임의 화두는 무엇일까? 같을까, 다를까?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덕질인) 홍성갑 프리랜서 작가. 이 직업명은 ‘무직’의 동의어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딴지일보에서 기자를 시작하여 국정원 댓글 조작을 최초로 보도했다. 평생 게이머로서 살면서, 2001년에 처음 게임 비평을 썼고 현재 유실된 것을 매우 기뻐하고 있다.
- 오락실 시대의 대표주자 대전격투 게임, 어떻게 변해왔나
2000년대 이후 대전격투게임에 초점을 맞춰, 사반세기 동안 대전격투게임과 그 문화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논의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대전격투게임의 주요 변화 양상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은 무엇이고, 그것이 게임 플레이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구체적인 논의를 위해 역사적 맥락, 산업 구조, 기술 변화, 문화 수용 등의 차원을 고려한다. < Back 오락실 시대의 대표주자 대전격투 게임, 어떻게 변해왔나 23 GG Vol. 25. 4. 10. 21세기 사반세기의 대전격투게임 대전격투게임(fighting game)은 말 그대로 플레이어가 컴퓨터나 다른 플레이어를 상대로 싸우는 류의 게임을 말한다. 체스나 장기처럼 추상화되지 않고, 캐릭터끼리 직접 몸을 맞대 치고박는 원초적인 싸움 형태를 취함으로써 플레이어들에게 강한 자극을 주는 장르이기도 하다. 정확하진 않지만, 보통 1976년 세가에서 아케이드용으로 출시했던 <헤비급 챔프(Heavyweight Champ)>를 대전격투게임의 기원으로 꼽는다. 1:1 대결이라고는 해도 복싱시합에 국한돼 있었던 데다 스틱과 버튼도 사용하지 않아 지금과 같은 의미의 대전격투게임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그래도 흑백으로 그려진 두 명의 복서를 글러브 모양의 컨트롤러로 움직이며 펀치를 날리는 방식을 취하는 등 대전격투게임의 기본적 형태를 지녔다고는 할 수 있다. 이후 다양한 대전격투게임이 등장했지만, 대전격투게임이라는 장르를 확립한 대표적인 게임은 <스트리트 파이터 2(Street Fighter 2, 1991)>였다. 마치 영화나 만화의 세계를 그대로 게임으로 만든 듯한 연출과, 특수한 커맨드 입력을 통한 기술 시전이라는 신선한 조작방식에 더해, 플레이어의 실력으로 승부내기를 권장하는 게임 디자인은 많은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강한 흥미를 유발시켰다. <스트리트 파이터 2>의 그야말로 엄청난 히트 이후 1990년대 초중반까지 대전격투게임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아랑전설(Fatal Fury, 1991)>, <버추어 파이터(Virtua Fighter, 1993)>, <킹 오브 파이터(The King of Fighters, 1994)>, <철권(Tekken, 1994)>을 비롯해 굉장히 많은 수의 대전격투게임이 발매됐다. 1990년대 게임문화 전반의 흐름을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던 장르였고, 아케이드뿐 아니라 콘솔과 같은 플랫폼으로도 수많은 작품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는 조금씩 대전격투게임 붐이 사그러들기 시작했고, 2000년대부터는 마니아들 중심으로 플레이되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스테디셀러 장르가 되어 AAA급 게임부터 인디게임에 이르기까지 매년 대전격투게임이 꾸준히 발매되고 있고, 특히 북미와 일본에서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2000년대 이후 대전격투게임에 초점을 맞춰, 사반세기 동안 대전격투게임과 그 문화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논의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대전격투게임의 주요 변화 양상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은 무엇이고, 그것이 게임 플레이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구체적인 논의를 위해 역사적 맥락, 산업 구조, 기술 변화, 문화 수용 등의 차원을 고려한다. 변화의 배경 구체적인 변화 양상을 논의하기에 앞서, 그 변화를 추동한 요인들에 대해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기술적 혁신과 플랫폼의 전환, 그리고 온라인화와 네트워크 대전의 부상이 대표적이다. 첫째, 기술적 혁신과 플랫폼의 전환이다. 2000년대 초반 가정용 콘솔과 PC의 기술적 발전은 대전격투게임 환경에 극적인 전환을 가져왔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 2(PlayStation 2)와 Xbox의 등장은 아케이드에서 콘솔 중심으로의 본격적인 이동을 촉진했으며, PC방 문화의 안착은 대전격투게임 플레이 무대 중심을 바꿔놓았다. 고해상도의 그래픽, 향상된 프레임 속도 등 기술적인 발전은 플레이어들에게 아케이드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몰입감을 제공하였다. 이러한 기술적 혁신은 아케이드 산업의 쇠퇴와도 관련 맺는다. 이와는 별개로 ‘바다이야기 사태’와 같은 사건으로 인해 이 시기 한국에서 아케이드의 위상이 급격히 하락하게 된 측면도 있다. 이는 대전격투게임 플레이어의 감소를 야기하는 한편, 가정 내에서의 게임 환경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는 계기로 작용했다. 둘째, 온라인화와 네트워크 대전의 부상이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 확대와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은 대전격투게임의 플레이 양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온라인 대전 기능은 지리적 한계를 없애고 글로벌한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특히 Xbox 라이브(Xbox Live)와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PlayStation Network) 같은 플랫폼은 온라인 대전 환경을 정착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온라인화는 단순한 환경 변화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격투게임에서 중요한 심리전과 반응속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롤백 넷코드(rollback netcode)와 같은 기술이 도입되었으며, 이는 보다 원활한 대전 환경을 제공하고 경쟁을 더욱 심화시켰다. 랭킹 시스템의 확립으로 경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는 플레이어들 간의 실력 격차를 더욱 명확히 드러내면서 숙련된 소수의 ‘고인물’ 문화 형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변화의 양상들 기술 변화와 온라인화를 중심으로 대전격투게임은 사반세기 동안 여러 측면으로 변모해왔다. 첫째, 2D에서 3D 그래픽 중심으로 이동한 듯 보였던 대전격투게임 트렌드 속에서, 다시 2D 스타일이 부활하는 움직임이 발견된다. 2000년대 초 대전격투게임은 하드웨어의 발전과 함께 본격적인 3D 그래픽 기반으로 전환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철권>, <버추어 파이터>, <데드 오어 얼라이브(Dead or Alive)> 시리즈로, 이들은 다면체 기반의 입체적 전장과 움직임을 제공하면서 시각적 현실감을 극대화하였다. 동시에 2D 기반 대전격투게임들은 조금씩 비인기 타이틀로 밀려났다. <스트리트 파이터 3: 3rd 스트라이크(Street Fighter III: 3rd Strike, 1999)와 같은 2D 고전 명작들도 복잡한 메커니즘과 고난이도 탓에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2008년 <스트리트 파이터 4>가 출시되면서 상황이 반전된다. 이 게임은 3D 모델링 기술을 사용하되 2D 게임 플레이를 유지하는 ‘2.5D’ 방식으로, 전통성과 현대성을 동시에 포섭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는 과거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새로운 플레이어층도 유입시키는 전략이었다. 이후 <길티 기어 Xrd(Guilty Gear Xrd, 2013)>는 셀셰이디드 렌더링(cel shaded rendering) 기법을 통해 3D 모델로 2D 애니메이션과 같은 비주얼을 구현하여 비평적 호평과 상업적 성공을 모두 거두었으며, <드래곤 볼 파이터 Z(Dragon Ball Fighter Z, 2018)>는 애니메이션 IP를 기반으로 동일 기술을 적용해 폭넓은 플레이어 층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술적·미학적 변화에 대한 고려는 3D에서 2D로의 단순 복고가 아니라, 시각 스타일과 게임 플레이의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둘째, 글로벌 시장 전략과 캐릭터 다양성의 강화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전격투게임 캐릭터의 재현은 스테레오 타입의 단순 반복에 가까웠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대전격투게임 제작사들은 캐릭터들의 다양성에 신경을 쓰고 있다. <철권 7(2017)>은 샤힌(사우디), 조시(필리핀), 라르스(스웨덴), 리로이(흑인 무술가) 등의 캐릭터를 도입하였고, 현지 언어(아랍어, 타갈로그어 등)를 사용하는 음성 연출도 탑재했다. 이는 외양적 다양성만이 아니라, 문화적 리얼리즘 구현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의미한다. 또한 캐릭터 성별과 체형의 다양성, 성격과 배경의 서사성도 중요해졌다. <스트리트 파이터 6>의 마농(프랑스 여성 유도 선수), <길티 기어 스트라이브(Guilty Gear Strive, 2021)>의 브리짓(트랜스젠더), <더 킹 오브 파이터즈 XV(The King of Fighters XV, 2022)>의 돌로레스(흑인 여성 샤먼) 등은 기존 남성 중심, 체격 중심의 캐릭터 구성을 넘어서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시장 다변화 전략과 맞물리며, 문화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시하는 게임산업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이처럼 대전격투게임은 다문화적 접점으로 기능하는 장르로 변모하고 있다. 셋째, 싱글플레이 요소와 RPG적 시스템의 결합이다. 대전격투게임의 본질은 PvP 대결이지만, 플레이어층 확대를 위해 PvE 콘텐츠와 싱글플레이 요소가 강화되는 경향도 보인다. 대표적인 예는 <모탈 컴뱃(Mortal Kombat)> 시리즈의 시네마틱 스토리 모드다. 단순한 컷씬 삽입을 넘어, 할리우드식 내러티브 구조를 도입함으로써 기존 대전격투게임에 새로움을 더했다. 2023년 출시된 <스트리트 파이터 6>의 월드 투어 모드는 더 나아가 오픈월드 탐색, NPC 대전, 캐릭터 육성 시스템 등을 통합한 RPG형 콘텐츠를 구현하였다. 이러한 시도들을 통해 대전격투게임은 대전 외적인 플레이 구조에서도 기술 습득의 서사화, 성장의 게임 플레이화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또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장비 아이템, 스탯 강화 등 RPG 요소는 기존 대전격투게임의 단순반복성을 완화하며, 플레이어의 새로운 정체성 형성 및 몰입 강화 기능을 수행한다. 대전격투게임이 경쟁 중심 장르에서 경쟁과 모험이 함께하는 장르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넷째,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로의 이행이다. 대전격투게임의 온라인화는 게임 플레이 방식뿐 아니라 커뮤니티 성격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 아케이드게임장 중심의 직접적인 대면 교류는 온라인 포럼, 소셜 미디어, 스트리밍 플랫폼과 같은 비대면 커뮤니티로 대체되었다. 이 변화는 커뮤니티의 글로벌화와 함께 플레이어 간 정보·전략 공유를 급격히 가속화시켰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의 성장은, 숙련된 플레이어 중심의 폐쇄적인 문화가 심화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특정 기술과 전략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와 공유가 이루어지는 반면, 신규 플레이어들에게는 다소 배타적인 환경이 조성되면서, 결과적으로는 전체 플레이어층의 확장보다는 특정 그룹의 전문화가 더욱 강조되는 현상을 초래했다. 다섯째, e스포츠의 부상과 글로벌 경쟁문화 확산이다. 2000년대 들어 대전격투게임이 겪은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e스포츠화의 급격한 발전이다. EVO(Evolution Championship Series)와 같은 글로벌 대회가 본격화되면서, 대전격투게임은 전문성을 요구로 하는 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과정에서 전문 플레이어가 등장하고 스폰서십과 프로리그가 활성화되었고, 이는 게임의 기술적이고 전략적인 수준을 극도로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e스포츠의 발전은 격투게임의 위상을 높이고 새로운 플레이어를 유입시키는 긍정적 효과도 있었지만, 전문적이고 고도화된 경쟁 환경으로 인해 일반 플레이어와 전문 선수 사이의 간극을 넓히는 문제점도 함께 발생시켰다. 여섯째, 인디 개발자의 실험적 다양성 추구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스팀(Steam)’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유통 플랫폼의 확산과 유니티(Unity),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 등과 같은 개발 툴의 민주화로 인해 인디게임 씬의 대전격투 장르로의 진입이 활발해졌다. 랩 제로 게임즈(Lab Zero Games)의 <스컬걸즈(Skullgirls, 2012)는 여성 중심 캐릭터, 복고풍 애니메이션 스타일, 커뮤니티 중심 업데이트 구조로 대전격투 장르의 실험성과 다양성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인디 팀 마네6(Mane6)에서 개발한 <뎀스 파이팅 허드(Them’s Fightin’ Herds, 2020)>는 원래 <마이 리틀 포니(My Little Pony)> 팬 게임으로 시작해 독자 IP로 전환된 사례로, 비주류 미학과 대중성의 융합을 시도하였다. 이러한 인디 대전격투게임들은 기술적 실험, 표현 양식의 다양화, 커뮤니티 참여 모델의 구현 등을 가능케 했으며, 기존 주류 대전격투게임의 방향에도 일정 영향을 미쳤다. 더불어 인디 개발자들은 커스터마이징, 모드 지원, 공개 개발 등의 방식을 통해 개방형 게임문화를 격투게임에 도입한 주체로도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의 사반세기 지난 25년 동안 대전격투게임의 변화는 기술 혁신과 온라인화의 토대 하에, 2D 스타일의 부활, 글로벌 시장 전략과 캐릭터 다양성의 강화, 싱글플레이 요소와 RPG적 시스템의 결합,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로의 이행, e스포츠의 부상과 글로벌 경쟁문화 확산, 인디 개발자의 실험적 다양성 추구 등 다양한 축에서 이뤄져 왔다. 이러한 변화는 대전격투게임의 대중화와 전문화를 동시에 만들어내면서 복잡한 문화적 현상으로 이어졌다. 앞으로의 대전격투게임은 기술 발전과 플레이어 문화의 상호작용 속에서 대중성과 전문성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과제를 계속 안고 나아갈 것이다. 대전격투게임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신규 플레이어 유입을 촉진하고, 동시에 숙련된 플레이어를 위한 깊이 있는 경험을 유지하는 전략적 접근이 요청된다. 물론 둘 간 조화를 이루기 위한 게임 디자인 차원의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초보자들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복잡한 입력 없이도 주요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끔 조작체계를 단순화한다거나,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IP와의 협업을 통해 대중성을 강화한다거나, e스포츠 이벤트와 스트리밍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장르 인지도를 높이거나, 기존의 플랫폼 제한을 넘어 여러 플랫폼(PC-콘솔-모바일 등)에서 크로스 플레이가 가능하게 하는 등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동시에 숙련된 플레이어들이 요구하는 깊이와 전략성까지 유지하려는 균형 잡힌 디자인을 추구함은 물론이다.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숙련된 플레이어와 신규 플레이어 간의 실력 간극이 완전히 좁혀지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의 25년 동안 대전격투게임이 보다 많은 사람이 함께 똑같이 즐기는 장르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해 볼 만하다. Tags: 대전격투게임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이론 전문지 〈문화/과학〉 편집위원) 강신규 문화이론 전문지 <문화/과학> 편집위원. 게임, 방송, 만화, 팬덤 등 미디어/문화에 대해 연구한다. 저서로 <흔들리는 팬덤: 놀이에서 노동으로, 현실에서 가상으로>(2024), <서브컬처 비평>(2020), <아이피, 모든 이야기의 시작>(2021, 공저), <서드 라이프: 기술혁명 시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2020, 공저), <게임의 이론: 놀이에서 디지털게임까지>(2019, 공저) 등이, 논문으로 ‘이기지 않아도 재미있다: 부모-자녀 게임 플레이의 사회성과 행위성, 그리고 분투형 플레이’(2024), ‘커뮤니케이션을 소비하는 팬덤: 아이돌 팬 플랫폼과 팬덤의 재구성’(2022), ‘‘현질’은 어떻게 플레이가 되는가: 핵납금 게임 플레이어 심층인터뷰를 중심으로’(2022, 공저), ‘게임화하는 방송: 생산자적 텍스트에서 플레이어적 텍스트로’(2019) 등이 있다.
- 아포칼립스의 거울: 불완전한 정보는 어떻게 인간을 심판자로 만드는가?
태양 폭발로 문명이 무너진 세계, 플레이어는 매일 밤 TV 앞에 앉아 정부가 배포하는 식별 가이드를 시청한다. 지하에서 올라와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쓴 ‘방문자’를 색출하라는 임무다. 뉴스는 완벽하게 고른 흰 치아, 털 없는 매끈한 겨드랑이, 빛에 민감해서 충혈된 눈 등을 방문자의 징후라고 보도한다. 위생 관리가 불가능한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청결함은 역설적으로 괴물의 증거가 된다. 이 플레이어에게 건네는 첫 번째 질문이다. < Back 아포칼립스의 거울: 불완전한 정보는 어떻게 인간을 심판자로 만드는가? 28 GG Vol. 26. 2. 10. 태양 폭발로 문명이 무너진 세계, 플레이어는 매일 밤 TV 앞에 앉아 정부가 배포하는 식별 가이드를 시청한다. 지하에서 올라와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쓴 ‘방문자’를 색출하라는 임무다. 뉴스는 완벽하게 고른 흰 치아, 털 없는 매끈한 겨드랑이, 빛에 민감해서 충혈된 눈 등을 방문자의 징후라고 보도한다. 위생 관리가 불가능한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청결함은 역설적으로 괴물의 증거가 된다. 이 플레이어에게 건네는 첫 번째 질문이다. 문제는 정보는 필연적으로 맥락을 삭제한 채 극도로 단편적으로 전달된다는 점에 있다. 뉴스가 ‘방문자’라고 말한 기준을 현장에 적용하는 순간 플레이어는 지독한 딜레마에 빠진다. 문을 두드린 남자는 자신의 손톱 밑 흙에 대해 정원사라서 당연하다고 항변하고, 치아가 고른 이는 최근에 교정을 마쳤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붉게 충혈된 눈을 가진 여성은 빛에 민감해서가 아니라 가족을 잃고 밤새 울었기 때문일 수 있다.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정보는 ‘충혈된 눈은 곧 괴물’이라는 공식뿐이지만, 눈앞의 현실은 그보다 훨씬 복잡한 사연을 품고 있다. 그러나 생존 본능은 복잡한 맥락을 무시하고 안전한 공식을 따르도록 강요한다. 결국 플레이어는 정원사를, 교정 환자를, 유가족을 잠재적 괴물로 규정하고 총구를 겨누게 된다. 위험한 존재를 집에 들이는 것은 플레이어뿐 아니라 같은 장소에 기거하는 생존자들의 안전도 위협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 그림1. 정보만으로 인간과 ‘방문자’를 구분할 수 없다고 해서 혼자 생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에서 집에 혼자 남는 경우는 ‘방문자’의 표적이 되거나 연제청에 잡혀가 제거된다. 게임의 엔딩 중 하나인 ‘비질란테의 분노’는 불완전한 정보를 맹신한 인간이 어떻게 파멸에 이르는지를 극적으로 드러낸다. 방문자를 색출한다는 명분으로 광기에 사로잡힌 자경단원은 “너 같은 인간들이 내 친구를 죽였다”고 울부짖으며 플레이어의 집을 찾아온다. 그가 움켜쥔 전리품, 즉 뽑힌 치아와 잘린 손가락은 그가 사냥한 대상이 괴물이 아니라 육체를 가진 진짜 인간의 것이다. 이는 방문자의 식별 징후인 ‘완벽하게 고른 치아’를 색출하겠다는 강박이 개인적 원한과 결합했을 때, 인간이 얼마나 쉽게 타자를 괴물로 오인하고 무차별적인 폭력의 도구로 전락하는지를 보여준다. 자경단원은 스스로를 공동체의 심판자로 규정했지만, 결국 그는 괴물보다 더 끔찍한 학살자가 되어버린다. 그의 손에 들린 전리품은 단순한 증거물이 아니라, 인간성을 잃고 광기에 잠식된 자경단원의 몰락을 상징하는 물증이다. 이 엔딩은 미디어가 제공하는 불완전한 식별 기준이 무력, 그리고 맹목적인 복수심과 결합할 때 어떤 참혹한 결과를 낳는지를 경고하며, 괴물을 잡겠다는 집착이 오히려 인간을 괴물로 변모시킨다는 아이러니를 그려낸다. <격리 구역(Quarantine Zone: The Last Check)>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관료주의적 시스템 안으로 끌어온다.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세상에서 격리 시설 관리자가 된 플레이어는 검문소에 선 생존자들을 오직 수치로만 판단해야 한다. 체온계, 청진기, 육안 검사라는 도구가 주어지지만 이 역시 인간의 생사를 가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다리에 있는 상처가 좀비에게 물린 자국인지 단순히 넘어져 생긴 멍인지 구별하기 어렵고, 얼굴이 붉은 것은 감염 증상일 수도 있지만 단순히 더위에 익은 것일 수도 있다.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플레이어를 압박하는 것은 ‘효율성’이라는 이름의 비용이다. 감염자를 들이면 기지가 위험해지고, 의심스러운 자를 모두 격리하면 수용 시설 유지비가 폭증한다. 결국 플레이어는 화씨 180도 이상이라는 숫자에만 매몰되거나,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일단 추방하는 효율성의 논리를 택한다. 아이의 떨림이나 생존자의 호소는 배제된 채, 인간은 오직 데이터로 전락한다.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다 보면 어느새 플레이어는 비인간적인 행위에 가담하게 된다. 성벽 밖에서 으르렁거리는 감염자보다, 모호한 정보 앞에서 효율성을 택하는 자신의 손끝이 더 섬뜩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반면 는 시각 정보가 주는 공포를 역이용해 판별 행위 자체를 무력화하는 독특한 지점을 보여준다. 주인공 샘은 창문을 열어 ‘방문자’라 불리는 우주적 존재를 목격하거나 인식하면 끔찍한 괴물로 변이한다는 명확한 정보를 획득한다. 샘이 거주하는 아파트는 물리 법칙이 무시된 미로로 변해 있으며, 복도에는 하키 마스크를 쓴 거구의 여성, 머리가 카메라와 융합된 이웃 라일, 바퀴벌레 떼가 뭉쳐 지성을 갖춘 바퀴 씨 등 기괴한 형상의 이웃들이 돌아다닌다. 기존의 서바이벌 호러 문법대로라면 이들은 생존을 위해 제거하거나 배제해야 할 ‘적’으로 간주되지만, 샘은 시각적 기표가 주는 혐오감을 넘어 그들의 내면을 보기를 택한다. 그는 변이한 이웃들에게 식량을 나누어 주고 거처를 제공하며 대화를 시도하고, 그들은 괴물의 외형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샘에게 고마움을 표하거나 그를 왕으로 추대하는 등 인간적인 유대와 이성을 유지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게임 후반부에 이웃이자 조력자였던 ‘11’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판별의 무의미함은 존재론적 차원에서 증명된다. 인류의 기원은 사실 우주를 떠도는 거대한 생명체인 방문자의 미세한 말단 신경세포였으며, 인간이 방문자를 목격하는 순간 발생하는 변이는 외부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아니라 독립된 개체라는 환상이 깨지고 본체와 하나가 되려는 회귀 본능의 발현이었다. ‘11’이 기억을 지우고 육체와 분리되면서까지 숨기려 했던 것은 바로 “우리가 곧 괴물의 일부”라는 사실이었다. 결국 눈으로 보고 괴물이라 판별하며 배척하려 했던 존재는 가장 근원적인 자아의 본모습이었고, 이 게임에서 창문은 외부를 감시하는 방어 기제가 아니라 내면의 끔찍한 기원을 비추는 거울로 기능한다. 시각적 정보에 의존해 타자를 괴물로 규정하는 행위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그리고 불완전한 정보가 어떻게 우리를 진실로부터 격리시키는지를 이 게임은 역설한다. 판별의 서사는 <도시전설 해체센터>에 이르러 물리적 실체를 넘어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정보’ 그 자체에 대한 가차 없는 폭로로 확장된다. 앞선 작품들이 가시적인 괴물과 인간의 경계를 획정하려 했다면, 이 작품은 SNS와 미디어라는 거울에 투영된 비가시적 공포, 즉 도시전설의 이면을 해체하는 인식론적 탐구에 집중한다. * 그림2. <도시전설 해체센터>의 침대 밑의 남자 에피소드. 괴담은 단편적인 시각 정보와 결합되어 확산된다. 플레이어는 ‘침대 밑의 남자’, ‘저주받은 상자’, ‘도플갱어’ 등 전형적인 괴담의 형식을 띤 사건들을 추적하지만, 그 심연에서 마주하는 것은 초자연적 존재가 아닌 인간의 뒤틀린 욕망과 악의다. 첫 번째 에피소드인 ‘침대 밑의 남자’의 경우, SNS를 통해 괴한의 침입이라는 공포가 실시간으로 확산되지만 그 실상은 타인의 파멸을 발판 삼아 이득을 취하려는 치밀한 기획이었다는 사실을 플레이어는 확인할 수 있다. 목격자를 자처했던 김하나는 사실 고위층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 브로커였으며, 피해자를 심리적 궁지로 몰아 통제하기 위해 괴한을 고용한 자작극을 벌인 것이다. 대중은 자극적인 이미지와 텍스트에 매몰되어 피해자를 향한 무분별한 신상 털기와 2차 가해를 서슴지 않았다. 결국 이 사건의 진짜 괴물은 침대 밑의 괴한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유희로 소비하고 확산시킨 익명의 대중과 조작된 정보 그 자체다. ‘저주받은 상자’ 에피소드 역시 궤를 같이한다. 상자를 접한 이들이 뱀의 환각과 심장마비를 일으킨다는 소문은 오컬트적 저주처럼 보였으나, 실상은 남미산 환각 성분과 알코올의 상호작용에 의한 화학적 반응으로 밝혀진다. 저주의 매개체로 여겨진 치아와 인형 또한 광신도 집단 ‘삼매지마’에 세뇌된 택배 기사가 살의를 담아 배치한 범죄 도구에 불과했다. 나아가 후반부의 ‘그레이트 리셋’ 음모는 실체 없는 공포가 어떻게 사회를 붕괴시키는지 극명하게 투영한다. 테러 집단은 예언의 형식을 빌린 카드를 유포해 대중의 불안을 선동하고, 이를 주가 조작과 사회 혼란의 도구로 삼았다. 우리가 재앙이라 믿었던 현상들은 사실 조회수를 갈구하는 미디어, 타인을 해하려는 악의, 그리고 검증 없이 정보를 유포하는 대중 심리가 합작한 거대한 시뮬라크르였던 셈이다. “소문 자체가 악이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인간이 문제”라는 센터장 빈차아의 일갈은 이 게임의 문제의식을 관통한다. 현대의 아포칼립스는 핵전쟁이나 좀비 창궐이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혐오를 배양하고 인간성을 잠식하는 순간 도래한다. <도시전설 해체센터>는 불완전한 정보를 맹신하고 확산시키는 우리의 태도야말로 시대의 진정한 공포임을 역설하며, 판별의 화두를 타자가 아닌 ‘정보를 소비하는 나 자신’에게로 돌려놓는다. 앞서 언급한 네 편의 게임이 공유하는 핵심은 판별이라는 행위가 지닌 윤리적 함정이다. 우리는 불완전한 정보와 모호한 기준을 손에 쥐고 너무나 쉽게 타인을 심판대에 세운다. 생존을 위해 타인을 의심하는 동안 그 의심의 근거가 얼마나 허약한지를 잊어버린다. “당신은 인간입니까?”라는 질문은 결국 “당신은 단편적인 정보로 타인을 괴물로 낙인찍고 있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괴물은 바깥에서 침략하는 것이 아니다. 타자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손쉬운 정보로 심판하려는 게으른 시선 속에 이미 도사리고 있다. 아포칼립스가 비추는 거울 속에서 플레이어는 괴물이 아니라 정보를 맹신하며 방아쇠를 당기는 자신의 일그러진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Tags: 포스트휴먼, 인본주의, AI, 인공지능, 비인간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성균관대학교 강사) 홍현영 패미콤을 화목한 가족 구성원의 필수품으로 광고한 덕분에 게임의 세계에 입문했다. <저스트댄서> 꾸준러. 『81년생 마리오』, 『게임의 이론』, 『미디어와 젠더』 등을 함께 썼다.
- 게임제너레이션::필자::서다솜
큐레이터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종종 전시를 기획하거나 글을 쓰고 주로 게임을 한다. 큐레이터 게임 동호회 'Mods'의 멤버다. 서다솜 서다솜 큐레이터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종종 전시를 기획하거나 글을 쓰고 주로 게임을 한다. 큐레이터 게임 동호회 'Mods'의 멤버다. Read More 버튼 더보기 모험은 그곳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 게임 속 여성 캐릭터들의 모험에 대하여 2021.08.10 게임을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모험가가 된다. 평범한 일상을 벗어난 주인공이 되어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고 숨겨진 비밀을 파헤쳐 나가며 때로는 자신 안의 영웅적 면모를 깨워 세상을 구하기도 한다. 플레이어는 게임 속 세계 곳곳에 산재된 난제를 해결하는 모든 여정에 기꺼이 뛰어들며 게임을, 모험을 이어왔다. 게임과 모험은 그 궤적을 함께하며 게임을 경험하는 친숙한 방법론을 구축해왔다. 게임의 역사 자체가 일종의 모험기처럼 계속해서 쓰여지는 것처럼도 보인다. 이 글은 ‘게임’이라는 오래된 모험기를 다른 방향에서 펼쳐 본다. 거꾸로 펼친 모험기는 모험의 바깥에서 주인공의 모험이 무사히 끝나기만을 기다렸던 여인들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 전체 1건 로딩중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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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 게임의 역사도 반세기에 이르면서 레트로 게임에 대한 선호가 일련의 마니아적 현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레트로, 복고라고 불리는 이들 현상은 한편으로는 게이머 세대의 나이듦을 보여주며, 동시에 게임연구자들에게는 이제 게임에서 '클래식'이란 무엇인지를 정의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음을 알려준다. 8bit era in china This article looks to the 8 bit gaming history in China to illuminate the Chinese gaming industry of today, one that earned 2786.87 billion yuan in 2020 (GPC et al. ) . While becoming the world's largest game market, Chinese gaming industry has also attracted worldwide attention. However, despite our fascination with the great success of the Chinese gaming industry in the 21st century, we should not forget the road ahead. Looking back on the early challenges that China's 8 bit gaming industry ever faced is an essential prerequisite for us to understand the industry’s current success. Therefore, this paper will analyze the Chinese 8 bit game and its history. Read More Inside BIC 2021- 감염병 시대의 인디게임페스티벌 참관기 부산행 전날, 병원에 들러 코로나 PCR 진단검사를 받았다. 부산인디커넥트 페스티벌(BIC Festival)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입구에서 PCR 음성 확인증(혹은 백신 접종 완료증)을 제시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작년 BIC-2020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감염병 상황으로 인해 온라인으로만 진행되었지만, 올해는 철저한 방역 절차 아래 오프라인에서도 행사가 개최되었다. 이렇듯,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지금 이 시대의 대표적인 정서를 하나 꼽아보자면 ‘불안’이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감염자가 내 주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혹은 모르는 사이에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다닐 수 있다는 불안감이 어딜 가든 짙게 깔려 있다. Read More [Editor's view]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근래들어 출시되는 많은 게임들을 묶을 수 있는 하나의 키워드는 ‘복고’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이 넘은 게임들이 새로운 플랫폼과 형식으로 다시 현역 복귀 신고를 줄줄이 하고 있는 분위기다. 왕년의 인기 게임들은 함께 성장해 이제는 중장년에 이른 게이머들에게 추억을 앞세우며 다시금 인기를 몰았다. 가장 최근 출시한 <디아블로 2: 레저렉션>은 20여년 전 게임규칙을 그대로 가져왔지만 PC방 게임순위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Read More [북리뷰] 스테이지를 전환하자는 제안, 〈모럴컴뱃〉 따라서 필요한 것은 ‘컨트롤러를 집어들고 게임을 계속 즐기면서’(246쪽) 게임에 대해 계속 대화하는 것이다. 〈모럴컴뱃〉은 게임에 대한 대화를 하기에 아주 좋은 책이다. 310개에 달하는 각주는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연구와 부정적인 연구를 포함하면서 게임에 관한 주요한 사건에 관한 자료들을 포함하고 있다. 게임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든 이 책의 자료를 통해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거기에서부터 새로운 호기심이 찾는 여정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Read More Oldies But Goodies - 클래식 게임의 조건 그래서 다시 클래식 게임이다. 그의 분투는 눈물겹다. 이 보다 더 순수할 수 없을 그 시대만이 줄 수 있는 순정의 게임 경험과 이를 통한 자수성가형 성취감을 제공한 클래식 게임은 게임 미디어의 '형식'으로서 명예의 전당에 봉인되는 순간, 수 많은 아류작과 온전한 장르의 모태가 됨으로써 태를 바꾸어 '미디어'로 존재한다. 이렇게 미디어로 명명된 클래식 게임은 상징으로 일반화되고, 상징을 통해 제시된 '기대'는 클래식 게임 고유의 경험을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재현하고 확장한다. Read More ‘인디게임’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반지하게임즈 이유원 대표 인디게임의 범주에 관해서는 여러 행위자의 관점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바, 모두를 만족시킬 온전한 합의점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관념적인 개념어의 범주와 상관없이 지금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며 인디게임의 가능성을 확장시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호에서는 ‘반지하게임즈’의 이유원 대표를 만나 그가 정체화하고 있는 인디게임은 어떤 개념이며 지향점은 무엇인지 살피고자 한다. 2021년 9월,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이 직접 반지하게임즈 스튜디오를 찾아갔다. Read More 〈디아블로〉 시리즈의 역사로 바라보는 블리자드의 변화 2021년 2월 20일에 시작된 블리즈컨라인(BLIZZConline)의 분위기는 어수선하기만 했다. 2005년 10월 처음 개최된 블리즈컨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가 자신들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는 팬들을 위한 축제로써 기획되었다. 하지만 지난 몇년간의 블리즈컨의 분위기는 분명 예전과 달랐다. 제작자와 게임 팬의 화합의 장이었던 블리즈컨이 끝나면 항상 팬들의 열화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지만, 최근 들어 함성은 잦아들고 작은 수근거림이 더 많이 들리기 시작했다. Read More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단절을 넘어서-퀘이크 리마스터 최근 다수의 리마스터 타이틀이 얼굴을 비추고 있다. 과거 발매되었던 게임의 비주얼이나 시스템을 조정해 다시금 선보이는 리마스터 / 리메이크들이 예다. ROM 혹은 디스크 등의 형태를 넘어서 디지털로 복각되고 라이브 서비스를 진행하는 MMORPG 또한 ‘클래식’이라는 이름을 달고 과거의 빌드를 그대로 서비스하는 사례도 여럿이다. Read More 나는 아직까지도 현역 게이머 - 레트로게이머 꿀딴지곰 인터뷰 네이버 지식인을 통해 기억에서 희미해진 4,000여 개의 고전 게임을 찾아주고 이제는 유튜브로 영역을 넓혀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그는 국내 몇 없는 ‘레트로 게이머’이자 ‘레트로 게임 컬렉터’다. 그를 만나 레트로 게임의 현주소와 그가 생각하는 과거, 현재 게임의 접점을 물었다. 쉼 없이 흘러나오는 전문용어와 자세한 게임의 예시들 그리고 이제 중년이 된 그가 회고한 어린 날의 추억 이야기로 현장엔 웃음이 마를 새가 없었다. 그날의 대화를 정리한다. Read More 노년게이머에에게 경외와 동료애를 - 그레이게이머 연구의 필요성에 대하여 <리그 오브 레전드>가 처음 들어와 국내에서 조금씩 바람을 일으키던, 아직 프로씬은 만들어지기 전이었던 그 시절 전국구 고수로 이름을 떨치던 사람 중에는 ‘황충아리’라는 게이머가 있었다. 챔피언 ‘아리’ 장인으로 유명한 그였지만 ‘아리장인’ 보다 그는 ‘황충아리’로 더 이름을 떨쳤는데, 이유는 그가 노장 게이머였기 때문이었다. ‘삼국지연의’에서 노장 캐릭터로 유명한 황충의 이름이 그에게 붙었지만, 그의 당시 나이는 겨우 30대 중반이었다. Read More 레트로 시대 한국 게임비평의 흔적들 지금의 한국에서 게임 평론 시도들은 일부 웹진의 기자들을 통해 이루어지거나, 일부 게임평론가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꾸준히 평론을 지면에 생산하는 게임평론가는 매우 적다. 이렇다 보니 국내에 게임 평론계는 의미 있게 존재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25년 동안 한국 게임계는 대체 무얼 한 걸까. 이렇다 보니 실제 게임평론을 생산하지 않는 자칭 평론가들은 자신들이 최초의 게임평론가라고 이야기하는 웃지 못할 상황들도 벌어지고는 한다. 이런 점을 정리하려면 먼저 과거에 있었던 게임비평에의 시도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Read More 레트로를 다시 소환하는 인디게임의 방식들 이런 점에서 레트로 장르를 계승하는 인디 게임들이 평론가와 대중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자명하다. 올드 게이머와 뉴 게이머를 이어주는 인디 게임들을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팬덤은 게이머의 확장된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 올드 게이머에겐 추억을, 뉴 게이머에겐 신선함을 말이다. 어찌 보면 레트로 게임, 장르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린다. 누군가에겐 레트로일 수 있지만, 다른 이들에겐 새로운 게이밍일 수 있다. 인디 개발자들의 레트로 장르 경의와 찬사는 게임 과거 게이밍과 현대 게이밍을 이어주는 가교를 만들어 주고 있다. Read More 모험가들은 다시 고향을 찾을 수 있을까? : 게임과 노스탤지어 2015년 9월 1일 게임 개발자 론 길버트(Ron Gilbert)는 자신의 블로그에 ‘Happy Birthday Monkey Island(원숭이 섬 생일 축하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다. 그가 1990년에 개발한 어드벤처 게임 〈원숭이 섬의 비밀〉의 25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글이었다. 그는 글의 마지막에서 〈원숭이 섬의 비밀〉을 함께 만들었던 당시의 팀과 ‘이 게임이 25년간 살아 있을 수 있게 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 후, 오래전에 받은 한 통의 팬레터 사진1)을 첨부한다. 당시 12살이라고 밝히고 있는 크레이그 톰슨(Craig Thompson)이 그에게 보낸 것이다. Read More 모험은 그곳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 게임 속 여성 캐릭터들의 모험에 대하여 게임을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모험가가 된다. 평범한 일상을 벗어난 주인공이 되어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고 숨겨진 비밀을 파헤쳐 나가며 때로는 자신 안의 영웅적 면모를 깨워 세상을 구하기도 한다. 플레이어는 게임 속 세계 곳곳에 산재된 난제를 해결하는 모든 여정에 기꺼이 뛰어들며 게임을, 모험을 이어왔다. 게임과 모험은 그 궤적을 함께하며 게임을 경험하는 친숙한 방법론을 구축해왔다. 게임의 역사 자체가 일종의 모험기처럼 계속해서 쓰여지는 것처럼도 보인다. 이 글은 ‘게임’이라는 오래된 모험기를 다른 방향에서 펼쳐 본다. 거꾸로 펼친 모험기는 모험의 바깥에서 주인공의 모험이 무사히 끝나기만을 기다렸던 여인들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 Read More 변호사의 눈으로 본 역전재판 벌써 오래 전 이야기다. 토요일 아침이면 신문을 펼쳐 TV 편성표를 살펴보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곤 했다. 특히 “토요명화”나 “주말의 명화”에서 어떤 영화를 방영하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였는데, 넷플릭스도 IPTV도 없던 시절이니, 시간도 돈도 없는 학생에게는 영화를 볼 기회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편성표 옆에는 영화평론가들이 영화를 간단히 소개하며 별 5개 만점으로 나름의 평가를 달아두었는데, 별점이 높은 영화가 방영되는 날에는 종일 설레었던 기억이 난다. Read More 북유럽 레트로: 핀란드의 레트로게임 문화 핀란드에서 컴퓨터게임이 개발되기 시작한 것이 1970년대부터 였고 80년대부터는 상업화 되었으니 그 역사는 꽤 긴 편이다. 최초의 e스포츠 토너먼트 - 당시에는 “이스포츠”가 아니라 “핀란드 컴퓨터게임 챔피언십”이라 불렸다 - 가 1983년에 이미 개최되었으며, 90년대 초반에 이르면 게임플레이가 청소년들의 주요 여가활동으로 자리잡는다. Read More 역사적 트라우마와 유령의 소환술: 〈반교: 디텐션〉의 역사주의 이처럼 애매하고, 역설적이고, 공백으로 가득 찬 대안적 역사인식의 상징극장(학교)을 탐색하며 퍼즐 열쇠들을 수집하는 플레이어는, 유령이 된 채 부재하는 현재의 표식들을 이어붙이고, 역사의 버려진 시신을 가르는 부검의가 된다. “너는 나고, 나는 너다” 며 자신의 그림자에게 읊조리는 주인공의 대사처럼, 파편화된 상흔들은 수집과 탐색행위로 이뤄진 이 부검에 의해 점차 진혼된다. 플레이어의 부검은 사망 원인 추적에 그치지 않고, 망자의 부릅뜬 눈을 감기는 의식으로 연동되는 것이다. Read More 전자오락, 게이머, 인터페이스의 공진화 인터페이스는 설계에 투영된 이상을 정확히 구사하기 위해 발전할 수도 있지만, 우연한 계기들에 의해 손쉽게 그 설계가 변형되기도 한다. 변형된 인터페이스는 게이머들의 게임 실천 자체를 변형시키기도 하며, 이런 변화된 게임실천은 게임이 제공하는 경험의 변형을 가져오고, 게임성 그 자체를 다르게 느끼게 하는 효과도 가져온다. 이처럼 인터페이스는 단순한 입력장치이고,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 없는 게임의 요소라기보다는 게임을 구성하고 있는 하드웨어이면서 동시에 게이머와 연결되어 신체화된 기계적 대상물이다. 인터페이스는 게임의 설계에 따라 발전하거나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과 게이머는 물론이고 자신과 연결된 모든 환경과 함께 상호작용하며 변화무쌍하게 공진화(co-evolution)하는 과정 안에 놓여있다. Read More 중국의 레트로 게임: 8비트 시대의 흔적들 21세기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산업 규모를 구축하고 있는 중국이지만, 그 이전의 상황이나 흐름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저자는 그 이전의 역사, 그러니까 ‘8비트 게임 시대’를 고찰함으로써 오늘날 중국 게임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라 이 글은 중국의 8비트 게임 시대를 조망하고 그 역사가 지닌 함의를 논한다. 이 글은 또한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의 초기 게임사를 다룬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것이다. Read More 초기 3D 그래픽의 미학, 인지적인 디지털 물성에 관하여 2010년대를 중심으로 다시 반짝였던 포스트 디지털 담론에서 이어지는 미술 작업의 비쥬얼은 그 이름에 걸맞지 않게 최신의 리얼한 그래픽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차라리 그들의 작업에서 나타난 비쥬얼적 특징은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중반까지 볼 수 있었던 낮은 품질의 3D 그래픽에 가까웠다. 이는 보다 리얼하고 현대적인 3D 그래픽 이미지를 미술 작가 개인이 구현하기에는 소요되는 자본과 기술의 한계가 따른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자면 적당한 수준의 3D 그래픽을 구현하는 데에 있어서는 굉장히 접근성이 용이해졌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그들은 로우-파이하고 한편으로는 레트로, 노스탤지어적인 기억과 선명함이 억압되는 특정한 디지털 이미지의 미학에 기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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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The Story of Digital Game Diversity & Accessibility and Making Books About it – Kyung-jin Lee, Diversity & Inclusion Director at Smilegate](https://static.wixstatic.com/media/d03518_a46e9767a9d54462aa065e8aba26d39d~mv2.jpg/v1/fit/w_176,h_124,q_80,usm_0.66_1.00_0.01,blur_3,enc_auto/d03518_a46e9767a9d54462aa065e8aba26d39d~mv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