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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EBS ‘다큐프라임-게임에 진심인 편’ PD-자문위원의 코멘터리 대담
지난 10월 10일, EBS에서 만든 게임 다큐멘터리 〈게임에 진심인 편〉이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참조: https://youtu.be/5LWXpmdV_BU) 일반적인 게임 다큐멘터리처럼 게임의 산업적 측면을 강조하지 않고 게임의 본질과 가치를 다루고 있으며, 트렌디한 연출에서부터 방송 직후 유튜브에 즉시 공개한 것까지, 제작과정과 유통과정 모두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공개된 유튜브의 댓글에는 ‘제작자가 게임에 진심’이라는 시청자들의 호평이 잇따랐다. < Back 09 GG Vol. 22.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Dowon Seo Studies culture in pursuit of a more interesting life. Curious about a wide range of cultural domains, including games, religion, and film.
- [인터뷰] 북미 게임연구자 Consalvo, 한국과 북미의 게임문화를 말하다
콘살보 교수와의 이번 인터뷰는 게임에 대한 인문사회학적 고찰에 있어 필수적인 게임학의 현재를 진단해보는 한편 북미의 상황에 대해 들어봄으로써 이 시점, 여기에서 고민해볼 만 한 지점들을 모색하고자 기획하였다. 실시간 인터뷰가 어려운 현재 여건상 이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되었음을 밝힌다. < Back [인터뷰] 북미 게임연구자 Consalvo, 한국과 북미의 게임문화를 말하다 01 GG Vol. 21. 6. 10. 게임학(Game Studies)은 게임에 대한 인문사회학적 연구를 통칭하는 연구 분야다. 2000년대에 들어와 게임이 산업적으로 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영향력이 크게 확장되면서 서구권에서는 게임학 분야가 본격적으로 발전되기 시작했다. 이번에 창간호 기념 인터뷰를 하게 된 캐나다 콘코디아대학교(Concordia university)의 미아 콘살보 교수(Mia Consalvo) 또한 비슷한 시기에 게임학 연구에 발을 들여놓은 후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게임연구자다. 게임의 문화적 측면에 특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콘살보 교수는 개발사에서 규정해 놓은 방식 외의 게임플레이 및 그로부터 파생된 산업과 문화에 대한 논의가 인상적이었던〈Cheating: Gaining Advantage in Videogames(2007)〉을 비롯해서 관용적으로 '일본의 침공'이라 불리는 - 타이토의 〈Space Invader〉가 북미 시장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일본의 게임들이 대거 유입되었던 현상에 대한 비유적 표현 - 일본 게임의 북미 시장 진입과 번성을 둘러싼 다양한 맥락을 추적한 〈Atari to Zelda: Japan’s Videogames in Global context(2016)〉, 그리고 오늘날 게임문화 내에서 게임의 정통성을 두고 벌어지는 논박을 관찰하고 문화적 함의를 고찰한 〈Real Games: What’s legitimate and What’s not in Contemporary videogame(2019)〉 등을 저술하였다. 콘살보 교수와의 이번 인터뷰는 게임에 대한 인문사회학적 고찰에 있어 필수적인 게임학의 현재를 진단해보는 한편 북미의 상황에 대해 들어봄으로써 이 시점, 여기에서 고민해볼 만 한 지점들을 모색하고자 기획하였다. 실시간 인터뷰가 어려운 현재 여건상 이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되었음을 밝힌다. 질문: 콘살보 교수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왕이면 게임과의 개인적인 인연을 중심으로요 . - 어렸을 적 동네 피자 레스토랑에서 가족들이 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릴 때 매장 내에 설치되어 있던 아케이드 게임기로 <팩맨> 같은 게임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것이 게임에 대한 첫 기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가시간에 간간이 이런 식으로 게임을 접하다가, 1년쯤 뒤에는 부모님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저와 여동생에게 아타리 2600 콘솔과 <스페이스 인베이더> 게임을 사주셨어요. 언제 어디서든 원할 때마다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정말 신이 났는데,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을 때면 텔레비전 수상기에 콘솔을 연결해야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이후 종종 게임을 즐기곤 하면서, PC로도 <7번째 손님>이나 <미스트> 같은 게임도 플레이를 했지요. 이후에 1999년이 되어 제가 밀워키에 있는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첫 강의를 하게 되었을 때, 한 학생이 일본 게임을 소개해줘서 흥미를 가지게 됐어요. 그래서 플레이스테이션과 게임 여러 개를 구매하게 되었는데, 특히 <파이널 판타지 9>을 열심히 플레이 했습니다. 이후 그 학생과 저는 게임에 대한 논문을 몇 편 접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치팅(cheating)과 게임에 대한 제 연구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죠. 콘살보 교수가 답변 말미에 언급한 연구작업이란 저서 『 Cheating: Gaining Advantage in Videogames』를 의미한다. 그 외에도 일본 게임에 대한 경험은 이후 또 다른 저서인 과도 연결되고 있다. 이어서 팬데믹 상황으로 인한 근황에 대해서 질의하였다. 질문: 작년은 우리 모두에게 힘든 한 해였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게임은 언택트 여가활동으로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죠. 선생님께서도 게임을 플레이하셨는지요? 플레이하셨다면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게임이 있을까요? 코로나 팬데믹은 어떤 식으로 선생님의 게임 생활에 영향을 미쳤을까요? Consalvo: 작년 한 해는 정말 힘든 시간이었고, 게임은 시간을 때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창의적인 활동을 하고 겨루고 긴장을 푸는 등 여러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저도 작년에 꽤 많은 게임을 플레이했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거의 싱글플레이 위주로 게임을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활용하지는 않았습니다(그렇지만 몇몇 친구들과 <디아블로>를 플레이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적은 있습니다). 가장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게임은 롤플레잉 게임 <디스코 엘리시움>이었어요. 스토리와 메카닉 디자인 뿐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 전투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술들을 제공했다는 점이 매우 좋았습니다. 또 가장 감동적이었던 게임으로는 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스텔라라는 이름의 소녀가 되어 망자들을 배에 태워 사후세계로 무사히 인도하는 게임입니다. 망자들이 사후세계로 떠나기 전 플레이어는 그들과 함께 여러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이로써 망자들은 마침내 자신의 죽음과 생의 종결을 받아들이게 되죠. 정말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게임이에요.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진행할 수 있고요, 주어진 퀘스트들은 게임의 분위기와 주제와 아주 잘 어우러집니다. 스토리, 아트, 사운드, 음악 등등 모든 것이 다 훌륭합니다. 가끔 슬프기도 하지만, 재밌고 신나는 일도 있지요. 저는 동료들과 함께 이 게임에 대한 논문을 썼고요, 7월 초에 열릴 Games for Change festival에서도 이 게임에 대한 발표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와 같은 답변을 콘살보 교수의 학술 활동의 기반이 직접 플레이한 경험에 놓여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저서 에서 보여준 북미 게이머 커뮤니티 및 그 문화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력의 근간이 바로 그 지점에 있었던 것이다. 눈여겨 볼 만한 지점이라 생각된다. 이어서 콘살보 교수의 학술적 관심사와 북미권의 게임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질문: 교수님께서는 주로 게임문화에 대한 연구를 해오셨는데요, 그래서 북미의 게임문화에 대해서 여쭙고 싶습니다. 한국의 경우 게임의 산업적 발전 수준에 비해 그 문화적 위상은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WHO가 게임이용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한다는 결정이 이루어졌던 시점에 한국 게임업계와 게이머 커뮤니티는 "게임은 문화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대적인 캠페인에 나선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노력에 비해 실질적인 효과는 별로 없었습니다. 게임에 대한 오랜 편견의 벽이 여전히 견고했던 것이죠. 그래서 관련 업계와 학계는 이러한 상황을 바꿔보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북미의 경우에도 1990 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발생했던 일련의 학교 총기난사 사건으로 말미암아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게임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논문이나 저서들이 연달아 발간되고 있는 걸 보면 북미 사회에서 게임에 대한 인식에 모종의 변화가 있는 것 아닐까 생각됩니다.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Consalvo: 1990 년대에 비하면 북미에서 게임은 확실히 보다 분화의 일부로서 수용되고 있는 분위기라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찍혀있던 낙인을 완전히 털어냈다고 할 수는 없지요. 언급하신대로 이 낙인은 총기난사 사건과 연관되는데, 최근 몇년 간 그러한 대규모 총기난사 사건이 별로 발생하지 않았어요. 팬데믹 영향으로 학교가 운영되지 않았으니까요. 오히려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서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지요. 팬데믹 상황이 지난 후 사회가 원상복귀 되어도 이러한 변화가 지속될 지 흥미롭게 두고 볼만한 부분입니다. 제 생각에 현재 북미에선 그 어느 때 보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가운데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게이머'라고 인식하지 않지만 그걸로 충분합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든 <콜 오브 듀티> 최신작을 플레이하든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한 인식 자체에 이미 많은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전통적으로 북미의 게임에 대한 편견은 한국의 그것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강력한 편이다. 게임 및 게임을 플레이하는 아케이드 같은 장소들에 대해 공중위생적으로나 사회문화적으로나 깨끗하지 못하다는 낙인이 강력하게 찍혀있었기 때문이다. 다소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미국 메사츄세츠주의 마쉬필드라는 도시에서는 2014년에서야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허용되었을 정도다(물론 법적으로 금지되어있었다고 해서 이 지역 사람들이 수십년간 전혀 게임을 하지 않았을 거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사실은 1982년 해당 법령이 시작된 이래 1994년과 2011년 두 번에 걸쳐 게임 금지 법령을 뒤집으려 했지만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회에서 스스로를 게이머라고 인식하지 않는 보통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는 콘살보 교수의 관찰은 분명 게임이 대중적인 일상에 스며들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콘살보 교수는 팬데믹 후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살짝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대체로 팬데믹 현상이 게임이 대중화되는데 있어 유효한 변인이 되고 있다는 의견을 보였는데, 한국에서는 팬데믹과 게임 간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일지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는 부분이었다. 게임의 이용시간이나 결제액수는 늘었지만, 그것으로써 하나의 여가활동으로서 대중성을 획득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이어서 북미 게임학 연구의 현황에 대해서도 질의하였다. 북미권의 게임학 연구는 한국 연구자의 입장에서 볼 때 부러운 면이 없지 않은데, 왜냐하면 한국의 경우 2010년대 이후 인문사회학적 게임연구의 동력이 크게 떨어진 반면, 북미권에서는 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질문: 이번에는 북미 게임문화 연구 현황에 대해서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우선 한국의 상황에 대해 말씀드려보자면, 제가 대학원에서 처음으로 게임학 연구라는 것을 접했던 2000년대 초중반은 <리니지>나 <미르의 전설> 같은 게임들이 한국 뿐 아니라 중국 등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이에 고무된 정부가 게임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관련 연구분야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였지요.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저도 이 때 정부 지원으로 DiGRA 같은 국제 학술 컨퍼런스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오면서 학계 - 특히 인문사회학 분야 - 에 대한 지원이 크게 줄었고, 이후 인문사회학적 게임연구는 정체되고 있는 분위기 입니다. 또한 학부에서 게임 전공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긴 하지만, 대개는 실용적인 기술을 가르치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인문사회학적 게임학에 대한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대학원은 극소수구요. 관련 학술지들 또한 산업/기술적인 분야를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한국에선 현재 인문사회학적 게임연구의 구심점이 없는 셈이지요. 한편, 제 기억으론 오픈형 온라인 게임연구 저널 Gamestudies.org가 2001년에 개설되었고, 전문학술지 Games & Culture는 2000년대 후반에 시작되었는데, 제 생각엔 이러한 학술지들이 영미/서구권에서 게임학 연구의 중요한 구심점이 되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관련 부문에서 학술서 출간도 활발하구요(예를 들어 MIT Press의 플랫폼 시리즈나 플레이풀 씽킹 시리즈 등). 그래서 제 생각엔 서구/영미권의 게임학 부문은 꽤 잘 운영되고 있는 듯한데, 교수님 생각은 어떠실지 궁금합니다. Consalvo: 인문사회학적 게임연구는 지속적으로 성장세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지원을 구하는 것은 언제나 힘든 일이지요. 대학은 여전히 양적 연구를 하는 연구자를 원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 여러 펀딩 에이전시들, 특히 금전적으로 큰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에이전시들이 사회과학이나 양적 접근을 선호합니다. 그러니까 질적 연구 또는 인문학적 연구를 하는 것이 가능하긴 하지만, 대개의 경우 좀 더 힘이 든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캐나다의 경우 상황이 조금 나은 편인데, 대부분의 공적 펀딩 에이전시들과 여러 대학들이 인문학적 연구에 호의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향이 유지되길 바랄 뿐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갈수록 보다 많은 연구자들이 DiGRA나 Game Studies.org 같은 곳(주: 게임 전문 학술 대회나 학술 저널)에 참여하기 보다는, 자신들이 속한 학문 분야의 학술 저널에서 활동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연구자들이 테뉴어를 받거나 진급해야 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납득이 가는 현상이긴 한데, 다른 한편으론 게임학 연구들이 갈수록 고립되어가는 현상일수도 있겠습니다. 게임에 대한 고유한 학문 영역의 필요성에서 기인했던 게임학 연구는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다소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반드시 게임학 연구의 정체라고는 볼 수 없는 것이, 오히려 게임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가 다양해지면서 양적/질적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 전문 학술 저널이나 컨퍼런스 보다는 각자 개별적으로 소속된 연구 분야에서 게임을 연구하는 경향이 학계에 소속된 연구자들의 진급과 연관이 있다는 현실은, 게임학 연구 분야의 식민화를 염려했던 초기 게임학 연구자들의 우려가 상기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미 구축된 이론이 탄탄한 타 분야에서 게임을 연구함으로써 연구의 질적 향상이 고양될 수는 있겠지만, 그 중심축이 '게임'에 놓여있는 게임 고유의 연구 영역이 구심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게임 연구는 늘 타 학문 영역의 주변부에 머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콘살보 교수의 지적은 게임학의 미래와 관련해서 고민해볼 만 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업계와 학계간 소통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져보았다. 한국에서는 학문적 성취 - 특히 인문사회학적 연구 - 가 업계가 게임을 만들고 판매하고 관리하는데 있어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드문데, 북미에서는 어떠한 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Consalvo: 업계와 학계간의 소통과 교류가 분명히 있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날 게임업계는 굉장히 크고 다양하기 때문에 소위 "업계"가 정확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한 것을 배우고 인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가 바로 GDC 같은 곳인데, 저의 경우 지난 몇년 간 참석을 하지 못했습니다. 캐나다에선 일부 연구자들이 업계 종사자들과 작업적으로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도 한데, 개발사들이 즉각적으로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는 컴퓨터 그래픽이나 AI 개발분야에 비하면 그와 같은 교류나 관계는 항상 소수인 편이죠. 근본적으로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지만, GDC와 같은 행사가 업계와 학계간 소통에 있어 중요한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국내에서도 지스타나 NDC 등의 행사가 있는데, 이런 기회를 통해 업계가 보다 다양한 학계와의 '스킨십'을 넓혀갈 필요성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다음으로는 좀 욕심을 내서 한국의 게임에 대한 북미인들의 인식에 대해 물어보았다. "두 유 노우 BTS?"" 같은 류의 질문으로 받아들여 질까봐 조심스러웠는데, 이 질문은 사실 한국의 게임에 대한 외부자의 시선을 통해 우리 자신을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던진 질문이었다. 질문: 이번 질문은 한국의 게임에 대한 북미권의 인식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 자신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외부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니까요. 개인적인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2000년대 초중반은 한국의 온라인게임 붐이 서구에서 화제가 되곤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아직 온라인 플랫폼이 글로벌하게 구축되어 있던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서구에서 한국을 찾아온 몇몇 연구자나 기자 등이 24시간 게임방송만 내보내는 게임 전문 방송 채널이나 수많은 사람들이 <스타크래프트>를 무슨 캐주얼 게임 마냥 즐기고 있는 PC방 같은 곳을 보면서 신기하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한국인들이 게임을 하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훨씬 전부터였지만, 한국이 게임으로 글로벌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이 때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로부터 이십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는데요, 그래서 한국의 게임산업과 문화가 국경 바깥에선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Consalvo: 제가 명확하게 그 과정을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여기(북미)에서 한국의 게임문화와 관련해서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것은 아마도 e스포츠의 인기일 것입니다. e스포츠의 기원이 북미인지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나 <리그 오브 레전드>같은 게임으로 e스포츠가 엄청나게 성장한 것을 확실해 보입니다. 이는 국제적인 경기를 통해 한국인 플레이어들의 뛰어난 기량(과 보다 긴 역사)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졌습니다.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은 그러한 측면에 분명 많은 기여를 했지요. e스포츠가 한국의 게임과 게임문화에 대한 지속적인 주목을 끄는 분야 중 하나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불행한 일이지만 이러한 부분은 한국인 플레이어들에 대한 인종 차별 사건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e스포츠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사실 게임의 역사에 있어 한국의 비중이나 영향은 아직까지 제대로 연구된 바가 없다. 분명한 사실은 2000년대 들어와 온라인 플랫폼의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운데서 한국의 게임이 세계 게임 산업과 문화에서의 비중을 크게 늘려왔다는 것이지만, 이에 대한 담론이 늘 국내에서만 맴도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한 가운데 e스포츠가 서구/영미권에서 한국과 관련하여 많이 회자되는 부문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인종차별의 문제가 e스포츠 관련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콘살보 교수의 진단은 북미인(이자 게임문화 연구자)의 시각이었기에 가능한 부분일 것이다. 이는 한국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e스포츠 분야이기에, 북미(를 비롯한 서구)권에서 e스포츠가 인종차별 문제를 진단하고 극복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영역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또한 e스포츠과 관련해서 종주국 논쟁 등 다소 국수주의적인 성격을 띄거나 산업적 가능성에만 한정되는 국내 게임 담론에 있어, 콘살보 교수의 제안은 게임 문화 연구의 측면에서 e스포츠의 역할(또는 가능성)을 짚어준 것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시 일상적인 질문으로 돌아와 한 명의 게이머로서 콘살보 교수의 게임플레이와 북미 게임 이슈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질문: 딱딱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 게이머로서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여쭙고 싶습니다. 저도 한 때는 밤새도록 동료들과 아제로스를 누비곤 했습니다만, 최근에는 야심차게 시작했던 X박스 게임패스 구독을 정지해야 했습니다. 도대체 플레이할 시간이 나질 않더라구요. 명색이 게임연구자인데, 제 일상 속에 게임을 배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거죠.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Consalvo: 저의 경우 게임플레이는 비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곤 합니다. 몇 주에 걸쳐 매일 같이 수시간을 게임을 플레이할 때도 있고, 다른 때에는 전혀 못하기도 해요. 제 스케줄과 하고 싶다는 동기 여부에 따라 달라지죠. 현재 저는 지난 해에 출시된 DLC를 플레이하기 위해 를 다시 플레이하는 중입니다(저는 롤플레잉 게임팬인데, 이 게임의 개발자들은 제가 진짜 좋아하는 시리즈인 <폴아웃>을 만들었던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스토리 중심의 도 플레이 중인데, 여기서 플레이어는 안드로이드가 되어 다른 안드로이드들을 조사해서 일탈자를 색출하고 그들을 불량품으로 처리할 지 결정해야 하죠. 저는 윤리적 딜레마를 다루는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있구요,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새롭게 다루는 게임들을 접하는 게 즐겁습니다. 한편 한 명의 게이머로서 북미에서 벌어지고 있는 게임 관련 이슈 중에서 어떤 것에 관심이 있을지 궁금했다. 질문: 북미의 게이머로서 가장 흥미로운 이슈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한국의 경우엔 랜덤박스가 아주 큰 이슈입니다. 게임사들이 확률 공개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면서 게이머들이 트럭시위를 벌일 정도였지요. 미국에서는 어떤가요? Consalvo: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랜덤박스 문제가 이슈가 된 적 있지만, 특히 많은 이목이 집중되었던 문제는 에픽과 애플 간에 벌어졌던 다툼이었습니다. 두 거대 기업이 보다 많은 수익 비중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가운데 누가 진짜 피해를 보고 있는지 확실히 파악하기는 어려운 이슈였죠. 작년 같은 경우에 게임과 관련해서 가장 많은 주목을 끈 문제는 팬데믹 동안 게임을 통해 사회성을 어떻게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인가였어요. 그 전에는 온라인게임에서 벌어지는 각종 유해한 상황들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요. 이제 마지막 요청입니다. 이제 막 시작된 저희 게임 제너레이션을 위해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Consalvo: 새롭게 창간된 게임 제너레이션의 창창한 앞날을 기원합니다! 오늘날 우리 삶의 필수적인 요소로서 게임에 접근하는 시각이 증가하는 건 언제나 신나는 일입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연구자) 나보라 게임연구자입니다. 게임 플레이는 꽤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게임학을 접한 것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우연히 게임 수업을 수강하면서였습니다. 졸업 후에는 간간히 게임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연구나 저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역사>, <게임의 이론>, <81년생 마리오> 등에 참여했습니다.
- 소수자들의 게임에 대한 세 가지 소고
디지털게임은 한때 ‘소수자’들의 매체이기도 했다. 소수자라는 개념이 단순히 적은 숫자를 가진 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디지털게임 초창기에 한국에서 게이머는 소수자에 가까웠다. 전자오락실은 불량한 이들이나 다니는 곳으로 낙인찍혔고,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렵지만 엄연한 자영업장인 오락실에 학교 교사들이 들이닥쳐 ‘손님’인 학생 게이머들을 강제로 끌고나가는 영업방해 행위도 자연스러웠던 시절이 있었다. 뉴스와 신문에서는 연일 불량한 오락실과 게임 때문에 망가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쏟아냈고(이 부분은 아직도 유지되는 바 또한 있다) 게임은 눈치보면서 해야 하는, 말그대로 여가오락 문화 부문에서의 소수자 포지션이었다. < Back 소수자들의 게임에 대한 세 가지 소고 04 GG Vol. 22. 2. 10. 디지털게임은 한때 ‘소수자’들의 매체이기도 했다. 소수자라는 개념이 단순히 적은 숫자를 가진 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디지털게임 초창기에 한국에서 게이머는 소수자에 가까웠다. 전자오락실은 불량한 이들이나 다니는 곳으로 낙인찍혔고,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렵지만 엄연한 자영업장인 오락실에 학교 교사들이 들이닥쳐 ‘손님’인 학생 게이머들을 강제로 끌고나가는 영업방해 행위도 자연스러웠던 시절이 있었다. 뉴스와 신문에서는 연일 불량한 오락실과 게임 때문에 망가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쏟아냈고(이 부분은 아직도 유지되는 바 또한 있다) 게임은 눈치보면서 해야 하는, 말그대로 여가오락 문화 부문에서의 소수자 포지션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디지털게임을 소수자들의 매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콘솔게임 같은, 한국에서 수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는 경우를 가리킬 수도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소수자라는 개념은 단지 숫자의 많고 적음으로 분류하는 말은 아니다. 특히 급격히 게이머 범주가 넓어지기 시작한 모바일 시대 이후를 생각한다면 게임은 오히려 대중문화에 가까운 모습으로 그 위상을 바꿔온 바 있었다. 대중문화콘텐츠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되면서 디지털게임과 소수자의 문제는 좀더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는 대중문화라는 이름과 함께 하는 디지털게임의 이야기를 할 때 크게 세 맥락의 소수자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이 매체에 접근가능한 매체이용자로서의 접근성 관점에서 바라보는 소수자 문제이고, 두 번째는 이 매체가 콘텐츠 안에서 재현하고 재구성해내는 대상으로서의 소수자 문제다. 그리고 온라인게임이라는 특성에 따른, 게임 안에서 게이머들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재현을 통해 나타나는 소수자 문제가 마지막으로 거론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은 대중문화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단지 ‘모두가 즐긴다’는 말로 그 의미를 뭉뚱그려선 안된다. 텔레비전이나 영화 등에서도 지속적으로 시도되었던, 모두에게 다가갈 수 있는 매체가 되기 위해 필요한 실천과 개선의 방향까지를 대중문화로서의 매체는 선언할 수 있어야 한다. 더욱 넓어지는 게이머 저변 안에서 커진 덩치만큼 우리의 디지털게임은 대중문화로서 갖춰야 할 지향을 제대로 가지고 있는지, 또 그 실천이 얼마만큼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를 고찰해 볼 때다. 접근성 관점에서의 소수자 이슈들 서구권의 게임연구들에서는 오랫동안 ‘비디오게임’의 주이용자층을 ‘젊은 백인 남성’이라는 그룹 안에서 살피며 게이머집단에서의 주류화와 그에 따른 마이너리티의 발생을 논의해온 바 있었다. 그러나 이용자집단의 문제는 게임 저변이 점차 넓어지면서 과거와는 사뭇 다른 형태로 게이머집단의 구성이 변화하는 흐름이 존재한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서구의 ‘젊은 백인 남성’에서 ‘백인’은 빠지게 되며, ‘젊은’ 또한 게이머집단이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과정에서 점차 희미한 정체성이 되어가는 중이다. 콘텐츠가 타겟으로 삼는 소비자집단이 호응하는 피드백 속에서 남성 중심의 게임콘텐츠와 게이머집단이라는 점은 여전히 주류집단의 존재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게임 플랫폼의 다양화와 모바일기기를 통한 대중화 속에서 남성중심적인 게임이라는 말도 과거만큼의 집중도를 보인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지는 추세다. 전반적인 대중화의 과정에서 오히려 두드러지는 것은 특유의 인터페이스로 인해 접근성 자체가 제한되는 경우인 장애인 게이밍, 혹은 노화나 미디어 리터러시 문제로 인해 접근이 어려워진 노년 게이밍과 같은 영역일 것이다. 여전히 손쉽게 게임에 접근할 수 없는 여러 환경들이 존재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지난 호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은 게임 접근성에 대한 고민들이 점차 누적되면서 아주 조금이나마 대중문화로서의 게임이 가져야 할 범용성의 위상에 대한 변화들도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매체의 재현에서 드러나는 소수자 문제 오랫동안 디지털게임이 주류 게이머가 아닌 대상을 향해 만들어낸 대상화된 재현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받아온 주제였다. 수동적 대상이나 트로피처럼 등장하는 게임 속 여성의 문제, 존재 자체가 지워진 성소수자 문제, 비서구권 캐릭터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의 반복과 같은 문제들이 꾸준히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고, 이는 2000년대 이후 디지털게임 시장이 소비자 확장의 상황을 맞이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오버워치>의 저격수 캐릭터 ‘아나’는 그런 변화를 상징할 만한 캐릭터다. 60대 노년 여성에 장애를 가진 비서구 아랍권 출신의 캐릭터는 단순히 정치적 올바름에 의해 만들어진 캐릭터라기보다는 마치 과거 인종차별과 대상화에 적극적이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변화한 양상을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더욱 넓어진 시장에서 대중문화콘텐츠로 어필하기 위해 이뤄진 시장적 조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의도가 어떤 것이건간에 게임에서의 소수자 재현 문제에 변화가 일어나는 확인 가능하다. <툼레이더>의 라라 크로프트가 리부트되면서 변화한 캐릭터나, 가 게임 내 NPC들의 인종적 다양성을 컴퓨터 사양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옵션을 추가하는 것과 같은 변화는 분명 소수자 재현 문제에 있어 유의미한 변화다. 그러나 동시에 여전히 변하지 않는 부분들도 적지 않다는 점 또한 공존한다. 게이머 저변의 확대로부터 비롯되는 시장의 압박에 의한 변화가 시작되었지만 아직까지는 글로벌 릴리즈가 중심인 AAA급 대형 게임들에 한정된 변화이며, 대중문화로서의 게임콘텐츠 전반에 걸친 변화라고 이야기하기엔 이제 겨우 첫 발을 뗀 수준이라는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게이머 속에서의 소수자 문제 콘텐츠 내부에서 발생하는 소수자 이슈보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불거지는 이슈는 게이머 스스로로부터 발생하는 이슈들이다. 온라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멀티플레이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디지털게임은 생산자로부터 소비자로 이어지는 메시징 이상으로 게이머간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나타나는 맥락이 더욱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게임에서 수시로 나타나는 여성, 성소수자, 인종, 장애인에 대한 비하들부터 게임 캐릭터 등을 활용한 2차창작에 이르기까지 게이머들이 직접 생산하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폭넓게 나타난다. 게임 규칙 내적으로서의 트롤링이나 일반적인 욕설, 모욕이 아니라면 아직까지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발언이나 혐오발언 등이 별도로 제재받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는 않다. 현실의 현행법상에서도 차별금지법 등이 입법에서 난항을 겪는 것을 생각하면 게임 속에서의 소수자 차별 문제는 더 험난한 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예상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생산된 콘텐츠 이상으로 이용자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소수자에 대한 대상화, 혐오 문제는 디지털게임과 소수자 문제를 다룰 때 더욱 큰 영향력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전망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왜 게임이 소수자 문제를 신경써야 하는가 접근성, 콘텐츠, 상호작용 세 측면 모두에 걸쳐 디지털게임과 소수자 문제를 살펴보는 이유는 서두에도 언급했듯이 결국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 ‘모두의 게임’이라는 대중문화로서의 디지털게임이기 때문이다. 특정한 소수집단에 의해 향유되는 것이 아닌, 이름 그대로 ‘대중’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매체가 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대중 전반에 끼치는 영향력과 그에 따라 해당 매체가 짊어져야 할 사회적 책무가 요구된다. ‘게임은 문화다’ 라는 말은 실제 한국사회를 이루는 대중문화의 일각으로 디지털게임이 자리하고자 할 때 요구되는 최소한의 윤리와 공공성을 갖추고자 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된다. 대중화 시대를 맞아 게임이 갖게 된 영향력은 기존에 비할 바 없을 정도로 커졌다. 영향력이 커질수록 이 매체가 짊어져야 할 책임과 부담 또한 막중해질 수 밖에 없다. 디지털게임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장벽 허물기, 게임 콘텐츠 안에서 사회적으로 소수자인 이들을 향한 부당한 표현을 줄이기, 그리고 게이머들 스스로가 이 매체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나와 다른 누군가에게 무례가 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되돌아보기. 이런 여러 요소들이 함께 할 때서야 우리는 비로소 당당하게 ‘게임은 문화다’라는 말을 꺼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실천이 따라가지 않는 한, 디지털게임은 적어도 좋은 의미로의 문화에 다다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산업계와 이용자 모두 이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게임평론가이자 연구자. 2015년부터 게임을 업으로 삼아, 평론가로서는 게임이 사회와 관계맺는 방식을, 연구자로서는 상품으로서의 게임이 사회 안에 자리잡는 구조를 살펴본다. 『81년생 마리오』(2017), 『현질의 탄생』(2022) 등을 썼고, 〈다큐프라임〉(EBS)을 비롯한 다큐멘터리와 여러 매체 연재에 참여했다. 디지털게임을 시간권리상품으로 분석한 연구로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게임연구소 '드래곤랩'대표를 맡고 있으며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 [논문세미나] 옛날 전쟁 비디오게임이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 알려주는 것 : <환경을 위한 역설적 투쟁으로서 레트로 폭력>
최근 우리는 게임의 문제를 기후/환경 문제와 연결짓는 담론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게임장비와 콘솔에 물질적 자원이 투입될수록 전자폐기물(E-waste) 문제가 더 많이 발생하고, 게이머의 플레이 시간이 늘어날수록 탄소배출량이 늘어난다는 기사들이 적잖이 나오고 있다. 이제 게임 플레이는 거의 환경오염의 문제와 불가분이 되었고, 게임회사 또한 게임을 개발한다면 필연적으로 지속가능성의 문제를 고려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게 된 것이다. < Back 31 GG Vol. 26. 8. 10. Tags: 레트로 게임, 게임과 환경, 행위자-네트워크 이론, 포스트휴머니즘, 콘트라, 배틀 시티, 리버 레이드, 논문세미나, Retro Games, Actor-Network Theory, Games and Ecology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Jisu Kim Studies a range of fields—culture and knowledge, space, and the academic field. Also interested in the history of games and the lives of gamers.
- 하이파이러시: 같은 뿌리의 리듬과 액션 사이에서
리듬은 사전적 정의에서 ‘일정한 박자나 규칙에 따라 장단과 강약이 반복될 때의 규칙적인 음의 흐름’을 의미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음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것에 있다. 박자에 따라서 음이 일정하게 반복될 때. 음의 덩어리를 리듬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게임에서 리듬 게임이라 부르는 장르 자체는 연주하는 행위. 혹은 건반을 정확한 타이밍에 수행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 리듬 그 자체보다는 음악 연주를 모사하는 것에서 시작하므로 날아오는 노트를 처리하는 형태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 Back 11 GG Vol. 23. 4.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Pilkwon Jeong A farmer, a baker, and a barista. Currently in an eighth year of writing as a game journalist. Striving to experience and witness as much as possible within the limited time given.
- 가지고 나올 수 있는가? 소유하는 슈터, 익스트랙션 슈터
가상공간이 현실의 반영이라거나, 현실의 불안이 게임으로 흘러들어온다는 식의 분석은 이미 오래된 틀이다. 익스트랙션 슈터가 보여주는 것은 그보다 좀 더 급진적인 무언가에 가깝다. 가상공간이 현실로부터 독립적인 삶의 층위로 자리잡았다는 것. 그 안에서 세워진 자아가 독자적인 소유를 갖고, 그 소유의 상실이 독립적인 감각으로 작동한다는 것. 이것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진다는 말과는 다르다. < Back 29 GG Vol. 26. 4.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KyungHyuk Lee Game critic and researcher. Since 2015, he has made games his life's work—as a critic, examining how games relate to society, and as a researcher, exploring how games, as commodities, take their place within it. He is the author of Mario, Born in '81 (2017) and The Birth of In-Game Spending (2022), among other works, and has contributed to documentaries including EBS's Docuprime as well as columns across various outlets.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research analyzing digital games as time-rights commodities.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lab Dragon Lab and serves as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 규모의 문화상품 - 블록버스터 영화와 트리플A 게임
약간의 오해를 감수하고 말해보자면, 어느 순간부터 게임 시장은 트리플A 게임과 인디게임으로 양분되어 있다. 이는 트리플A 게임과 종종 비교되곤 하는 영화의 블록버스터 개념과도 차이를 보인다. 소위 상업영화라 불리는 범주 속에 블록버스터가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상업영화가 블록버스터는 아니다. 중저예산의 로맨스, 코미디, 호러 영화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으며, 이 영화들은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등 비상업적 영역에 속해 있지 않다. 다만 대규모의 자본이 투입되어 제작, 유통, 홍보되는 영화가 아닌 작은 규모의 상업영화일 뿐이다. 게임은 그 반대의 위치에 놓인다. 영화는 소수의 블록버스터를 ‘텐트폴 영화’라 부르며 그에 속하지 않는 다수의 저예산 상업영화, 독립영화, 예술영화 등으로 구성된 시장을 지닌다. 게임도 몇몇 트리플A 게임이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스트레이〉(2022), 〈잇 테이크 투〉(2021)와 같은 인디게임들이 흥행을 기록하고 〈뱀파이어 서바이버즈〉(2022)처럼 유행을 선도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게임은 트리플A 게임이든 인디게임이든 상업성을 우선적으로 추구한다. “비상업적 게임”이라는 어색한 어감의 단어조합은 극소수의 예술적 게임, 혹은 전시나 공공성을 위해 만들어진 몇몇 게임만이 속해 있을 뿐이다. < Back 10 GG Vol. 23. 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Dongsoo Park Majored in art studies as an undergraduate and is currently studying media cultural studies at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Yonsei University. Writes primarily about film, while keeping a curious eye on visual culture broadly—art, games, and broadcasting among them. Also a film critic, host of the podcast Café Critique, and an organizer of community film screenings.
- A급과 B급의 차이, 끊임없이 저항하고 결국은 차지하는
우리는 가끔 B급, 다시 말해 A급이 아닌 ‘것’을 하나의 영역으로 묶어 생각한다. 딱 집어서 이야기할 수 없지만 B급은 ‘A급이 아닌 무언가’로 정의된다. 그렇다면 B급을 인지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하는 것은 A급에 대한 정의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A는 늘 우리에게 ‘보편’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B를 보고나서야 A가 A임을, 다시 말해 그것이 우리에게 보편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 Back A급과 B급의 차이, 끊임없이 저항하고 결국은 차지하는 05 GG Vol. 22. 4. 10. 1. Intro 우리는 어떤 대상을 구매하거나 이용할 때 등급을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획득하고자 하는 대상에 등급을 매기는 순간, 우리는 상대적으로 어떤 기준을 통해 이 대상이 우월하거나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경제적 가치로 환원되거나, 어떤 영역에서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로 작동하게 된다. 우리는 가끔 B급, 다시 말해 A급이 아닌 ‘것’을 하나의 영역으로 묶어 생각한다. 딱 집어서 이야기할 수 없지만 B급은 ‘A급이 아닌 무언가’로 정의된다. 그렇다면 B급을 인지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하는 것은 A급에 대한 정의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A는 늘 우리에게 ‘보편’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B를 보고나서야 A가 A임을, 다시 말해 그것이 우리에게 보편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2. 아주 사적인 게임의 역사 난 어렸을 때 남동생이 게임을 하는 것을 보고 자랐다. 80년대생인 내가 PC게임을 시작하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집에서 하나뿐인 컴퓨터를 차지한 건 남동생이었다. 그 전까지 거실에 한 대 뿐인 텔레비전에 연결해 플레이할 수 있었던 일본산 콘솔 게임기기도 늘 남동생의 차지였다. 당시 컴퓨터 두 대를 들이기엔 기기 값이 너무 비쌌다. 하나를 사면 누군가가 차지하는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컴퓨터’의 영역에서 A급은 아마도 남동생이었던 것 같다. 자주 갔던 오락실에서도 플레이는 남동생이, 나는 그것을 뒤에서 지켜보는 역할을 주로 했다. 난 어쩌면 게이머의 영역에서 B급을 맡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는 동안 국내에서 게임 잡지가 발간되었고 남동생은 열심히 그 잡지를 구독했다. 그 덕에 나도 게임 잡지를 함께 읽게 됐다. 종종 게임 잡지에서는 새로 출시된 PC 게임을 소개하면서 베타 버전을 부록으로 넣어주기도 했다(지금 생각해보면 불법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지만). 그 중에서 내 눈을 사로 잡은건 〈프린세스 메이커〉라는 게임이었다. 당시 RPG 게임이나 어드벤처, FPS가 주류였던 PC 게임 내에서 캐릭터를 기르는 장르가(육성 시뮬레이션) 있다는 걸 그 당시 처음 알았다. 육성 시뮬레이션 장르의 시초라 할 수 있는 〈프린세스 메이커〉는 내가 처음으로 서점에 가서 게임CD를 구입하게 된 최초의 계기가 되었다. 일본 가이낙스사에서 1991년에 제작했던 이 게임은 악마의 침입으로부터 왕국을 구한 용사가 마리아라는 고아 소녀를 키우고 그의 장래를 설계해주는 역할을 맡으면서 시작된다. 제목처럼 용사는 마리아의 아버지로 그를 프린세스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육성시뮬레이션 장르를 크게 대중화 시켰던 〈프린세스 메이커〉라는 게임은 당시 게임은 남성만의 놀이 문화라는 인식을 깨고 많은 여성층을 확보하여 게임 플레이에 있어 젠더 편향성을 무너뜨리는 계기로 작동했다. 한동안 육성 시뮬레이션 장르 게임에 푹 빠져 있던 나는 십대 후반을 기점으로 게임하기에서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PC방이 생기고, 온라인 게임이 흥행하기 시작하고, 게임채널이 생겨 이스포츠가 활성화되던 그때. 당시 수험생이었던 내가 게임을 할 시간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온라인 게임에서 기본이 되는 ‘팀 플레이’가 나는 불편했다. 내가 게임 플레이를 못해서 파티원에게 받을 비난도 싫었고, 상대적으로 끊임없이 익명의 누군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플레이를 하는 것이 적성에 맞질 않았다. 그러나 이십대가 됐고,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점차 게임 플랫폼이 컴퓨터에서 개별 모바일로 옮겨가게 되면서 나는 게임을 다시 플레이하게 됐다. 부담없이 싱글 플레이가 가능한 모바일 게임을 지속하다보니, 예전에 했던 PC 게임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나는 우연히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어이쿠 왕자님〉이라는 게임 소개글을 읽게 됐다. 〈어이쿠 왕자님〉은 한 인디게임 제작팀이 자체적으로 개발해낸 PC게임이었는데, 여성을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라는 모토로 시작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2007년에 제작하고 발매되었던 이 게임은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의 포맷을 패러디한 BL(Boys Love 1) )장르 게임이다. BL장르는 근본적으로 비주류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 첫째, (주로) 여성이 생산하고 (대다수의) 여성이 소비하는, 생태계 특성상 젠더 편향적이다. 둘째, BL장르는 여성들 사이에서도 ‘독특한’ 취향의 것으로 특정된다. 대부분 BL장르 소비자들이 여성으로 상정되지만, 그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동인’이나 ‘비공개 커뮤니티’방식으로 자신의 취향을 숨긴 채 활동해 온 역사가 이를 반증한다. 실제로 BL 콘텐츠를 소비하고 생산하는 여성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취향에 대해 확고하게 이해하고 있으나, 성인이 되어서도 이를 드러내면서 소비하지 않는 경향들을 보인다. BL장르는 원본이라 할지라도 2차 생산의 성격을 갖는다. 이는 BL장르가 주류 콘텐츠가 아니었던(혹은 될 수 없었던) 역사에서 비롯된 것인데, 주류의 다음이나 맞은편, 다시 말해 이성애 젠더 질서에 맞서는 방식으로 생산되었기 때문에 의미화 과정에 있어 이용자들이 직접 생산해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정체성을 본질적으로 갖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주류적인 특성이 현대로 오면서 변화하기 시작한다. 이는 콘텐츠 소비 방식이 공적인 것에서 사적인 것으로, 다품종 소량생산체제에서, 롱테일 전략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생성되기 시작한 흐름으로 분석할 수 있다. 심지어 그 당시 나는 내가 키우는 딸이 나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에 이상하다는 감정을 느끼지 못했는데, 〈어이쿠 왕자님〉에는 고정된 젠더 정체성인 아버지 대신 ‘어머니’와 ‘아버지’라는 선택적 주체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거하게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다시 말해 〈프린세스 메이커〉는 보편의 게이머를 ‘남성’으로 상정하고 있었던 것이고, 나는 여전히 게임의 역사에서 그 보편의 맞은편에 서 있었다는 사실을 그 순간 깨닫게 됐던 것이다. 3. B급의 힘 B급은 A급의 반대항에 서 있기 때문에, 주류문화에 매달리지 않는다. 동시에 B급은 반문화적인 성격도 함께 포함하고 있다. B급이 사회가 정한 A급인 주류에 반하는 것이라면, B급은 주류로 표현되는 지배적인 권력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사회적 효과에 대해 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윤 극대화를 목적으로 한 거대 자본의 영향 아래에서는 창작의 자유와 다양성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B급은 꾸준히 주류게임의 맞은편에 설 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의미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푸코가 지적했듯, 권력이 존재하는 곳에 저항이 있다. A급과 B급은 양분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 A가 존재하기 때문에 B가 존재하는, 권력의 내부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B급은 A급을 긍정하고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B급 정체성을 긍정하면서 존재한다. B급으로 불리면서도 끊임없이 생산을 지속하는 요인이 바로 여기 있다. B급이 가진 힘은 주류문화의 위계화나 독점화, 권력화에서 탈주하려는 욕망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내가 〈프린세스 메이커〉를 플레이하는 동안 강요되거나 권력으로 작동했던 무언가를 벗어나 〈어이쿠 왕자님〉을 플레이하게 되면서 느꼈던 해방감, 혹은 카타르시스는 결국 B급이라는 패러디의 형태로 드러났던 정체성을 긍정하면서 나타났던 현상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A와 B의 존재는 위계가 아니라 서로 공존하며 권력의 줄다리기를 하는 셈이다. B급에서 자주 나타나는 패러디라는 양상을 살펴보면 더욱 그러하다. 패러디는 원본을 알지 못하면 이해할 수 없다. 정상과 비정상, 규범과 일탈, 그리고 주류와 타자를 구분하는 경계가 패러디를 통해 수면위로 떠오른다. 특히 사회가 이상이라고 상정한 것을 모방하고 비트는 것은 자연스러움이 결과적으로 권력을 통해 만들어진 것을 사유하게 한다. 스토리텔링 기법 중 하나인 스핀오프는 기존의 중심이 되었던 원작의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이 주인공이 되어 새로운 관점에서 이야기를 창작한다. B급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저항하고, 그 가운데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낸다. 낯설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B급의 시각은 A급을 다시 보게하고 권력이 어떤식으로 작동하는지 주체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긴다. 게임의 영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다른 콘텐츠에 비해 경험의 몰입도가 높다. 그러니 우리는 B급에서 재미를 찾고 새로운 경험을 하길 욕망하는 것이다. A급과 다른 무엇을 또 다시 깨닫게 해주길 바라면서. 1) 남성동성애-서사를 일컫는 용어. 실제 동성애자의 문화와는 거리가 있으며, 남성동성애에 대한 판타지를 기반으로 한 장르라 볼 수 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조교수) 장민지 덕후 진화론(덕후는 정신적/육체적/기술적으로 진화한다)을 믿는 팬-미디어 연구자.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영상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5년 박사논문〈유동하는 세계에서 거주하는 삶 : 20~30대 여성청년 이주민들의 집의 의미와 장소화 과정〉으로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 학회 학술상, 2016년 〈비인간 캐릭터에 대한 대중의 환상〉으로 한국방송작가협회 한국방송평론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 게임, 폭력, 범죄 연구의 타임라인
2023년 8월 11일, 검찰은 신림동에서 거리에서 서있던 20대 남자를 흉기로 공격하여 사망하게 하고 3명에게 상해를 입힌 사건에 대해 “현실과 괴리된 게임중독 상태에서 마치 컴퓨터 게임을 하듯이 젊은 남성을 공격하였다”라고 설명하며, 사건의 원인을 게임중독으로 지목하여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논란에 대해서 각계에서 의견을 밝혔지만, 게임과 범죄 간의 연구들을 기반으로 한 의견들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것 같다. < Back 14 GG Vol. 23. 10. 10. Tags: 폭력성, 연구리뷰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ChangSeok Yoo Professor in the Department of Culture and Entertainment at Kyung Hee University. Drawing on eleven years of experience in the entertainment industry—at companies including Nexon, NCSOFT, and CJ Entertainment—conducts research on consumer behavior and industrial policy across entertainment at large, from the game industry to tourism. Works primarily with the tools of economics, and lately has taken a strong interest in the business models of games and the behavior of game users. Having succumbed to the school's relentless pressure, has to date published research in 29 domestic and 17 international academic journals, with continuing publications in internationally renowned journals such as the Journal of Media Economics, Journal of Business Research, and Information Processing & Management.
- 셧다운제부터 게임 사전심의까지 - 21대 국회에서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
그럼에도 유독 지난 국회에서는 ‘친게임’이라 부를 만한 국회의원이 다수 활동했으며, 유의미한 성과를 기록했다. 게임이라는 의제에 대한 정치권의 높은 관심은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어져 각 정당의 대통령 후보들이 게임 정책을 힘주어 발표하거나, 게임 전문 유튜버, 매체와 인터뷰를 가지기도 했다. < Back 17 GG Vol. 24. 4.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Jaeseok Kim Worked for eight years as a reporter at ThisIsGame. Now handles external relations at a subculture startup. Loves editors and the power of cheat codes.
- 규모의 문화상품 - 블록버스터 영화와 트리플A 게임
약간의 오해를 감수하고 말해보자면, 어느 순간부터 게임 시장은 트리플A 게임과 인디게임으로 양분되어 있다. 이는 트리플A 게임과 종종 비교되곤 하는 영화의 블록버스터 개념과도 차이를 보인다. 소위 상업영화라 불리는 범주 속에 블록버스터가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상업영화가 블록버스터는 아니다. 중저예산의 로맨스, 코미디, 호러 영화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으며, 이 영화들은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등 비상업적 영역에 속해 있지 않다. 다만 대규모의 자본이 투입되어 제작, 유통, 홍보되는 영화가 아닌 작은 규모의 상업영화일 뿐이다. 게임은 그 반대의 위치에 놓인다. 영화는 소수의 블록버스터를 ‘텐트폴 영화’라 부르며 그에 속하지 않는 다수의 저예산 상업영화, 독립영화, 예술영화 등으로 구성된 시장을 지닌다. 게임도 몇몇 트리플A 게임이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스트레이〉(2022), 〈잇 테이크 투〉(2021)와 같은 인디게임들이 흥행을 기록하고 〈뱀파이어 서바이버즈〉(2022)처럼 유행을 선도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게임은 트리플A 게임이든 인디게임이든 상업성을 우선적으로 추구한다. “비상업적 게임”이라는 어색한 어감의 단어조합은 극소수의 예술적 게임, 혹은 전시나 공공성을 위해 만들어진 몇몇 게임만이 속해 있을 뿐이다. < Back 규모의 문화상품 - 블록버스터 영화와 트리플A 게임 10 GG Vol. 23. 2. 10. 약간의 오해를 감수하고 말해보자면, 어느 순간부터 게임 시장은 트리플A 게임과 인디게임으로 양분되어 있다. 이는 트리플A 게임과 종종 비교되곤 하는 영화의 블록버스터 개념과도 차이를 보인다. 소위 상업영화라 불리는 범주 속에 블록버스터가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상업영화가 블록버스터는 아니다. 중저예산의 로맨스, 코미디, 호러 영화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으며, 이 영화들은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등 비상업적 영역에 속해 있지 않다. 다만 대규모의 자본이 투입되어 제작, 유통, 홍보되는 영화가 아닌 작은 규모의 상업영화일 뿐이다. 게임은 그 반대의 위치에 놓인다. 영화는 소수의 블록버스터를 ‘텐트폴 영화’라 부르며 그에 속하지 않는 다수의 저예산 상업영화, 독립영화, 예술영화 등으로 구성된 시장을 지닌다. 게임도 몇몇 트리플A 게임이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스트레이〉(2022), 〈잇 테이크 투〉(2021)와 같은 인디게임들이 흥행을 기록하고 〈뱀파이어 서바이버즈〉(2022)처럼 유행을 선도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게임은 트리플A 게임이든 인디게임이든 상업성을 우선적으로 추구한다. “비상업적 게임”이라는 어색한 어감의 단어조합은 극소수의 예술적 게임, 혹은 전시나 공공성을 위해 만들어진 몇몇 게임만이 속해 있을 뿐이다. 이는 게임과 영화라는 서로 다른 매체의 차이일까? 혹은 게임시장과 영화시장이 구성된 방식의 차이인 것일까? 게임이 ‘블록버스터 게임’이라는 말 대신 ‘트리플A 게임’이란 용어를 새로이 만들어낸 이유는 무엇일까? 예술운동이자 사회운동으로 전유되었던 영화와 달리 게임은 태생부터 상업적인 것이었기 때문일까? 명확한 답을 내놓을 수 없는 질문들에 관한 나름의 답안지를, 블록버스터와 트리플A 게임이라는 개념을 비교해가며 적어보고자 한다. 물론 트리플A 게임 이상으로 수익을 내는 모바일 게임이라든가 트리플A 게임이라 불러도 무방한 스케일을 지닌 온라인 게임처럼, 트리플A 게임과 인디게임 사이에 속한 무수한 게임들이 있다. 하지만 논의의 편의를 위해 이 글에서는 싱글 플레이 중심의 게임들을 중심으로 말하고자 한다. ∗ 〈죠스〉 포스터(왼쪽, 출처: IMDB)와 MCU 포스터(오른쪽, 출처: IMDB) 1. 블록버스터 영화와 트리플A 게임의 태동 영화에서 블록버스터(Blockbuster)라는 단어는 2차대전 시기 제작된 전쟁 영화 〈봄바디어〉(1943)의 홍보문구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본래 “한 블록을 날려버릴 수 있는 폭탄”이라는 의미에서 사용되었던 단어이기에, 종전과 함께 잠시 자취를 감춘다. 1950년대 TV 보급에 맞서 〈쿼바디스〉(1951), 〈십계〉(1956), 〈벤허〉(1959) 등 스펙터클을 강조한 대규모 서사극이 등장하며 다시 등장한 이 용어는, 1975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가 대성공을 거두며 완전히 자리 잡게 된다. 1970년대 당시의 블록버스터는 대자본이 투입된 영화라기보단 다수의 상영관에서 상영되고 월드와이드 4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거둔 영화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죠스〉와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1977)의 성공 이후, 할리우드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1981, 1984, 1989), 〈E.T.〉(1982), 〈백 투 더 퓨처〉 3부작(1985, 1989, 1990), 〈타이타닉〉(1997) 등 다수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생산하며 1980~90년대에 블록버스터라는 용어는 완전히 자리 잡게 된다. 동시에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었음에도 실패한 영화들 또한 블록버스터를 홍보문구로 사용하며, 대규모 성공을 거둔 영화에서 점차 대자본이 투입된 영화로 개념이 이동하게 된다. 〈트론: 새로운 시작〉(2010), 〈존 카터: 바숨 전쟁의 서막〉(2012) 등 흥행에 실패한 블록버스터의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블록버스터 영화는 대체로 영화를 구현하는 데 많은 자본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SF, 판타지, 전쟁, 슈퍼히어로 장르 등을 생산해낸다. 폭발, 대규모 전투 등이 포함된 액션 장면이 삽입될 수 있는 장르들이 주로 채택된다고 할 수 있다. 회수해야 할 금액이 큰 만큼 고어나 누드 등 선정적인 표현은 가급적 지양되며, 많은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어렵지 않은 이야기를 담아낸다. 물론 여러 반례(많은 관객이 해설을 요구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나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2021)처럼 수위 높은 신체훼손을 묘사하는 영화)도 존재하지만, 문자 그대로 소수의 사례에 속한다. 블록버스터라는 용어의 가장 정확한 예시로는 아무래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꼽을 수밖에 없다. 묘사를 위해 대자본을 요구하는 장르적 특성, 대다수의 관객이 무리 없이 관람할 수 있는 수위, 지나치게 클리셰적이라 비판받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관객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선형적인 서사 등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 〈파이널 판타지 VII〉 플레이 장면 (출처: 스팀 상품페이지) 트리플A 게임이라는 용어는 1990년대 후반 몇몇 게임 개발사에서 사용하며 등장하였다. AAA라는 용어는 채권 신용등급의 용어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리플A 게임의 시초로 꼽히는 게임은 스퀘어 에닉스 〈파이널 판타지 VII〉(1997)다. 시리즈 최초의 3D 작품으로 당시로서는 놀라운 수준의 그래픽, 오케스트라가 동원된 음악 등이 도입되었다. 그 중 영화처럼 연출된 FMV(혹은 컷씬)는,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1998)가 발매 전 시네마틱 트레일러를 공개하며 큰 호응을 이끌어냈던 것 등과 함께 떠올린다면 흥미로운 사례다. 트리플A 게임이 자신의 규모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비상호작용적인, 고쳐 말하자면 영화적인 장면들을 대거 투입하는 것은 지금의 트리플A 게임들과도 연결되는 특징이다. 이후 세가의 〈쉔무〉(1999) 등이 등장하였고, 〈둠〉(1993~)이나 〈툼레이더〉(1996~) 등 기존 히트작의 후속편이 트리플A 게임의 규모로 제작되며 본격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슈퍼 마리오〉 (1985~)나 〈젤다의 전설〉 (1986~)처럼, 지금은 고전으로 자리잡은 시리즈의 후속편들 또한 마찬가지다. 블록버스터 영화와 달리 트리플A 게임의 장르는 비교적 다양하다. 이는 게임 매체의 특징 때문이기도 하다. 〈스타크래프트〉나 〈시드 마이어의 문명〉(1991~)와 같은 전략 시뮬레이션부터 〈배틀필드〉(2002~)나 〈콜 오브 듀티〉 (2003~) 등의 FPS 슈팅 게임, 〈심즈〉 (2000~) 같은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철권〉 등의 대전격투 게임, 〈포르자〉(2005~)와 같은 레이싱 게임, 〈피파〉(1993~)와 〈위닝 일레븐〉(1995~) 등의 스포츠 게임 등 무수한 장르가 트리플A 게임의 범주에 속한다. 다만 지금의 시점에서 트리플A 게임을 말할 때 주축이 되는 것은 오픈월드다.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2011)과 〈GTA V〉(2013)가 비슷한 시기 대성공을 거두며 오픈월드를 트리플A 게임의 대표적인 장르로 만들었다. 2022년 한 해 공개된 트리플A 게임인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와 〈엘든 링〉은 처음부터 오픈월드를 표방했으며, 액션 어드벤처에 가깝게 분류되는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도 전작에 이어 부분적으로 오픈월드의 방식을 차용해온다. 선형적인 내러티브의 게임이지만,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2020)의 경우엔 몇몇 구간을 소규모 오픈월드처럼 구성하기도 하였다. 2023년 발매 예정인 트리플A 게임 중 〈호그와트 레거시〉,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킹덤〉, 〈스타필드〉 등 또한 오픈월드를 표방하고 있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트리플A 게임은 다양한 장르에서 제작되고 있으며 트리플A 게임=오픈월드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트리플A 게임이라는 용어가 연상시키는 장르가 오픈월드임을 부정하긴 어렵다. 하나 흥미로운 지점이라면, 트리플A 게임에서의 폭력 묘사는 블록버스터 영화와 정반대의 방식을 택한다. 많은 트리플A 게임이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으로 발매되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블록버스터 영화 대부분보다도 수위 높은 고어와 유혈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크래프톤의 트리플A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2022)와 같은 최근의 사례만 놓고 보아도, 고어 묘사 자체를 일종의 마케팅 요소로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영화와 달리 게임은 플레이어가 직접 작품 속 폭력에 개입하기 때문에, 플레이 영상만 봤을 때는 얼핏 기존 블록버스터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위의 게임들도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기도 한다. 이를테면 〈호라이즌〉 시리즈(2017~)처럼 비교적 가벼운 수위의 게임들도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이다. ∗ 〈아바타〉 포스터 (출처: IMDB) 2. 영화와 게임의 플래그십으로서 두 개념 블록버스터와 트리플A 게임은 제작에 투여되는 자본의 크기만큼이나 기술을 선도하는 역할 또한 수행한다. 영화의 사례는 손쉽게 떠올려볼 수 있다. 〈트론〉(1982)이 처음 영화에 CGI를 도입한 이후 〈터미네이터 2〉(1992)의 T-1000과 〈쥬라기 공원〉(1993)의 공룡 등으로 이어지는 기술의 발전은 〈반지의 제왕〉 삼부작(2001~2003), 〈폴라 익스프레스〉(2004), 〈트랜스포머〉(2007) 등을 거치며 발전과 비판을 반복하여 받아왔다. 〈아바타〉(2009)는 그 정점에 있었으며, 속편 〈아바타: 물의 길〉(2022)은 그것을 다시금 증명하였다. 물론 〈아바타〉를 이야기할 때 3D를 빼놓을 수 없다. 〈아바타〉의 대성공은 3D 영화의 (일시적) 유행을 불러왔다. 물론 〈아바타〉 개봉 이전에도 3D 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폴라 익스프레스〉도 3D로 개봉했었고, 〈아바타〉 직전에 개봉한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2008)와 〈블러디 발렌타인〉(2009)도 있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1952년 〈브와나 데블〉을 시작으로 1954년 히치콕의 〈다이얼 M을 돌려라〉까지 70여 편의 3D가 쏟아져 나왔던 시기도 있다. 〈아바타: 물의 길〉이 다시금 3D를 부흥시킬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블록버스터의 규모를 통해 가능해지는 기술의 도입은 어떤 기술적 유행을 만들어낸다. CGI의 발전이나 퍼포먼스 캡처처럼 유행을 넘어 상식이 된 기술의 경우들 또한 블록버스터가 지닌 규모를 통해 가능했다. 더 나아가 블록버스터에 투여된 자본과 기술은 시장의 모습을 바꾸기도 한다. 일반관보다 높은 가격이 책정되는 3D 영화는 물론,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주도한 IMAX의 부흥이 특히 그러하다. 대규모 블록버스터 영화의 경우 IMAX 화면비 장면을 삽입하는 것은 관례가 되었다. 이는 당연하게도 일반관보다 1.5배에서 2배 가까운 가격이 책정되는 IMAX 상영관으로 관객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유인책이다. 물론 IMAX 상영관은 그 수가 적기 때문에 그것이 영화 한 편의 수익을 극적으로 바꿔 놓지는 못한다. 이는 IMAX를 포함해 돌비시네마, 4DX 등 여타 특별관도 마찬가지다. 다만 “IMAX 특별관 매진행렬!!”과 같은 홍보문구가 형성하는 시장장악력을 무시할 수 없다. 더불어 〈덩케르크〉(2016)나 〈놉〉(2022)의 경우처럼, 그것이 성공적이든 실패했든 종종 IMAX를 미학적 선택의 결과물로 내놓는 블록버스터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포스터 (출처: 닌텐도 스토어) 트리플A 게임의 경우 조금 더 적극적인 유인책으로 활용된다. 트리플A 게임의 시초격인 〈파이널 판타지 VII〉은 5세대 콘솔 경쟁 속에서 플레이스테션을 완전히 자리잡게 한 일등공신이었다. 새로운 세대의 콘솔이 등장할 때마다 소위 레퍼런스 게임이라 불리는 고사양 게임들이 등장하여 기기성능을 뽐낸다. 2020년 플레이스테이션5의 런칭 타이틀로 출시된 〈마블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2020) 같은 경우는 기기의 새로운 기능을 소개하는 레퍼런스 게임으로 기능했다. 〈라쳇 앤 클랭크: 리프트 어파트〉(2021)처럼 기기가 발휘할 수 있는 최대사양을 활용하는 독점타이틀 또한 마찬가지다. 혹은 닌텐도 스위치의 런칭 타이틀이었던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2017)이라든가 플레이스테이션5의 런칭 타이틀이자 기기 독점 타이틀인 〈데몬즈 소울〉 리메이크(2020)처럼, 기기의 판매를 유인하기 위해 기존 트리플A 게임 프랜차이즈의 후속작이나 리메이크를 독점 발매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트리플A 게임은 스스로의 규모를 감당하기 위해 첨단의 사양을 지닌 기기를 요구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기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 지점에서 트리플A 게임의 기술적 성취는 블록버스터의 것과 다소 방향성을 달리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아바타〉의 3D나 〈인터스텔라〉(2014)의 IMAX는 작품의 내적인 성취를 위해 도입된 기술이지,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는 산업적 요구가 작품에 앞서 존재하지는 않는다. 물론 〈아바타〉 이후에 등장한 질 낮은 3D 블록버스터들과 마케팅을 위해 IMAX를 도입하는 영화들이 무수히 존재하지만, 산업적 유행에 휩쓸려 제작된 기획영화들을 선구자 격의 영화들과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무의미할 것이다. 독점발매는 게임시장만의 독특한 방식이다. 영화시장에서도 종종 독점개봉작을 발견할 수 있지만, 이 작품들은 와이드릴리즈에 투여되는 비용부담을 절감하기 위한 중저예산 상업영화, 혹은 독립영화의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 이는 게임 매체의 독특한 지위 때문이다. 다른 대중문화, 이를테면 문학, 만화, 음악, 영화와 같은 것들은 손 쉽게 복제가 가능하며 다양한 기기에 어렵지 않게 이식할 수 있다. 책처럼 문화상품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완전히 동기화된 경우도 있고, 스트리밍 플랫폼의 도입으로 음악과 영화는 거의 모든 전자기기에서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게임은 하드웨어의 성능적인 부분을 요구한다. 특히나 고사양을 트리플A 게임의 경우가 그렇다. 비록 경험적 차원에서는 구별될지라도, 블록버스터 영화는 IMAX관에서 보든 넷플릭스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보든 같은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은 그렇지 않다. 물론 엑스박스의 클라우드 게이밍처럼 빠른 인터넷 환경만 갖춰진다면 저사양의 기기에서도 트리플A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아직 음악과 영화의 스트리밍 시장만큼 자리잡은 것은 아니다. 〈사이버펑크 2077〉(2020) 발매 당시 많은 게이머가 PC사양을 끌어올리기 위해 그래픽카드를 구입했던 것을 떠올려보자. 아직까지 트리플A 게임은 PC나 콘솔 등 ‘하드웨어’와 깊게 결부된 것으로 다뤄지고 있다. 때문에 블록버스터 영화가 3D나 IMAX의 플래그십으로 작동한다고 말하는 것은 어딘가 어색하다. 반면 트리플A 게임이 차세대 콘솔 혹은 최신의 그래픽카드를 시장에 도입하기 위한 플래그쉽으로 기능한다는 명제는 어렵지 않게 받아들여진다. 전자가 참이라 가정한다면 스티븐 스필버그가 CGI 기술의 도입을 위해 〈쥬라기 공원〉을 만들었다던가, 크리스토퍼 놀란이 IMAX를 영화시장에 도입하기 위해 영화들을 만들고 있다고 말하는 셈이 된다. 그들의 영화가 시장과 산업의 유행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후적인 결과에 가깝다. 더불어 영화의 흥행은 영화의 개봉시점에서 1~2주 안에 결정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이버펑크 2077〉이 애니메이션 〈사이버펑크 엣지러너〉(2022)와 지속적인 업데이트에 힘입어 뒤늦은 성공을 거두었거나,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뉴비’를 끌어 모으는 여러 트리플A 게임의 사례와는 다르다. 물론 트리플A 게임 또한 발매 시점에 구매가 몰리게 되지만,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극단적이지는 않다. 영화업계에서 블록버스터에 대해 플래그십이라는 말 대신 ‘텐트폴 영화’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큰 흥행을 거둘 수 있는 프랜차이즈 영화, 화려한 멀티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를 대목 시즌에 개봉시켜 빠르게 큰 수입을 올리는, 블록버스터를 제작사와 배급사의 지지대처럼 활용하는 것은, 영화 한 편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수입의 대부분이 개봉 초기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의 경우 발매일로부터 수 년의 시간이 흐른 뒤라 해도 플래그십의 기능을 수행한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하기 위해서 닌텐도 스위치가 필요하고,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가 불러온 논쟁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플레이스테이션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플래그십의 기능을 다 한 게임의 경우 다른 콘솔이나 PC를 통해 일종의 재발매를 거치기도 한다.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와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가 발매에 맞춰 전작을 PC로 발매한 것처럼 말이다. 트리플A 게임, 아니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수익을 낼 수 있는 기간이 영화 콘텐츠에 비해 길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블록버스터가 단발적으로 수익을 내는 상품이라면, 트리플A 게임은 플랫폼(콘솔 같은 하드웨어부터 게임패스 같은 플랫폼 서비스까지를 포괄하는 의미에서)을 견인하는 장기적인 수입창출 상품이다. 이 지점에서 트리플A 게임이 굳이 ‘블록버스터 게임’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는지 추측해볼 수 있다. 폭탄의 이름에서 따온 블록버스터라는 명칭은 단발적으로 많은 수익을 거두는, 문자 그대로 박스오피스의 폭탄 같은 존재를 말한다. 앞서 적은 것처럼, 게임시장은 영화시장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트리플A 게임은 단기적으로 폭발적인 수익을 올리는 것보다 플랫폼의 장기적인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작동한다. ‘AAA’의 어원이 채권 신용등급에 있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트리플A 게임은 기기의 성능, 플랫폼의 지속가능성, 엔딩까지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시간적 비용 등을 모두 보장하고자 하는 단어처럼 다가온다. * 〈데스 스트랜딩〉 포스터 (출처: 에픽게임즈 스토어) 3. 영화적인 게임, 게임적인 영화, 각자의 재료가 되기까지 각각의 시장이 작동하는 방식이나 역할은 다르지만, 블록버스터와 트리플A 게임은 제작방식과 작품 내부의 차원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다. 블록버스터에서 CGI와 모션 캡처의 발전은 그대로 트리플A 게임의 기술적 발전으로 연결되었다. 한 가지 부정적인 면모를 우선 짚고 넘어가자면, 블록버스터와 트리플A 게임 양측 모두에서 기술의 발달과 함께 크런치 모드에 관한 논란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트리플A 게임 개발사인 너티독은 〈언차티드 4: 해적왕과 최후의 보물〉(2016) 발매 당시 처음으로 회사 내 크런치 문제가 논란이 되었으며, 이는 스튜디오의 최근작인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발매 당시에도 마찬가지로 지적되었다. 〈더 위쳐〉 시리즈(2007~)와 〈사이버펑크 2077〉의 CDPR과 〈GTA〉 시리즈(1997~)의 락스타게임즈 또한 같은 논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화업계에서의 크런치 모드 논란은 최근에서야 터져 나왔다. 2022년 한 해에만 3편의 영화와 3편의 드라마를 내놓은 대표적인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그 대상이다. VFX를 맡았던 몇몇 이들이 작업 분량에 비해 적은 시간, 무수한 재작업 요구, 저임금 등의 상황을 폭로하며 크런치 모드가 비단 게임업계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렸다. 다만 크런치 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글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문제가 있음을 언급하는 정도에서 지나가고자 한다. 영화에서 모션 캡처는 〈토탈 리콜〉(1990)에서 처음 도입되었고, 〈스타워즈: 보이지 않는 위험〉(1999)의 자자 빙크스와 〈반지의 제왕〉 삼부작의 골룸 캐릭터를 거쳐 〈아바타: 물의 길〉의 나비족까지 이어지고 있다. 21세기로 넘어오며 3D CGI 위주의 시장으로 변화한 게임업계 또한 모션 캡처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였고, 〈비욘드: 투 소울즈〉(2013)이나 〈데스 스트랜딩〉(2019)처럼 모션 캡처를 통해 유명 영화배우가 게임에 대거 출연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혹은 〈레드 데드 리뎀션 2〉(2018)처럼 모션 캡처로 말의 움직임을 게임 내에 구현하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CGI의 발전에 따라 디즈니, 픽사, 드림웍스와 같은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포토-리얼리즘적인 이미지를 구현하려 했다. 〈라푼젤〉(2010)의 옷감 표현이나 〈굿 다이노〉(2015)의 자연물 표현, 〈겨울왕국 2〉(2019)의 눈을 구현하던 물리엔진 등이 그러하다. 하지만 역으로 포토-리얼리즘한 CGI 이미지가 과거 〈폴라 익스프레스〉나 〈베오울프〉(2007)가 그랬던 것처럼 불쾌한 골짜기를 자극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고, 포토-리얼리즘이 작품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의 영역으로 다루어지며 최근의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들은 다른 방식의 이미지를 선보이곤 한다. 코믹스의 표현을 구현해낸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2018), 포토-리얼리즘적 현실과 대비되는 세계를 비교적 단순한 선들로 표현한 〈소울〉(2020), 유화풍의 그림체를 가져온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2022) 같은 사례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실사 블록버스터 영화와는 다른 경우라 할 수 있겠지만, 똑같이 실사 이미지를 사용하지 않는 게임에서 포토-리얼리즘을 추구하는 모습은 종종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킨다. 게임엔진이 그대로 영화에 사용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언리얼 엔진 4가 영화 및 영상업계 전반에서 사용되었고, 언리얼 엔진 5의 경우엔 〈매트릭스: 리저렉션〉(2021)과 콜라보한 데모 게임 〈매트릭스: 어웨이큰스〉(2021)를 9세대 콘솔로 공개하기도 했다. 〈레디 플레이어 원〉(2018)의 2차 매체 부가영상을 보면 게임엔진이 영화의 프리 비주얼 등에서 활용되는 방식을 엿볼 수 있다. 해당 영상에서 스티븐 스필버그가 VR 헤드마운트를 쓰고 게임처럼 구현된 CGI 세트장에 접속하여 디렉팅을 진행한다. 굳이 기술적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트리플A 게임은 처음부터 영화와 모종의 친연성을 지녔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파이널 판타지 VII〉의 FMV씬과 〈스타크래프트〉의 시네마틱 트레일러처럼, 초기의 트리플A 게임은 자신들의 규모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영화적으로 연출된 장면들을 넣어 두었다. 이러한 방식은 더욱 강화된 방식으로 이어진다. 마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1996~)의 한 장면처럼 연출된 〈언차티드 4〉의 추격전은 QTE 방식의 조작을 택해 액션을 플레이하는 감각과 함께 관람한다는 감각을 함께 전달한다. 현재 실사 드라마로 방영중이기도 한 〈더 라스트 오브 어스〉(2013)는 영화적인 플롯과 장면연출로 호평 받음과 동시에, 같은 이유로 비판받기도 했다. 지극히 게임적인 체험과 무수한 영화인이 출연하는 컷씬으로 양분된 〈데스 스트랜딩〉 같은 분열적인 사례도, 인터랙티브 드라마 장르를 채택하며 게이머의 여러 선택들로만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는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2018)처럼 영화와 게임의 경계선상에 있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반대로 FPS의 시점을 채택한 〈하드코어 헨리〉(2016), 여러 전쟁 게임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았던 원테이크 영화 〈1917〉(2019), 인터랙티브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영화’로 분류되는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2018) 등 게임적 요소라 불리는 것을 가져온 영화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관련한 논의는 필자의 이전 글 [영화와 게임의 스침]( http://www.critic-al.org/?p=5927)을 참고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qQssqOmBZw * 플레이스테이션 프로덕션 로고 애니메이션(https://www.youtube.com/watch?v=5qQssqOmBZw) 당연한 이야기지만 게임을 원작으로 삼은 무수한 영화와 영화를 원작으로 삼은 무수한 영화를 찾아볼 수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최근 몇 년간 〈명탐정 피카츄〉(2019), 〈슈퍼 소닉〉(2020)과 〈슈퍼 소닉 2〉(2022), 〈모탈 컴뱃〉(2021), 〈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2021) 〈언차티드〉(2022) 등을 내놓았다. 흥미로운 것은 〈언차티드〉인데, 플레이스테이션 프로덕션의 첫 장편영화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영화 본편 상영 전 등장하는 프로덕션의 로고 영상을 보면 〈호라이즌 제로 던〉의 에일로이, 〈갓 오브 워〉의 크레토스와 아트레우스,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조엘과 앨리 등을 발견할 수 있다. 기존 플레이스테이션 독점작의 실사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이 스튜디오는 현재 드라마 〈더 라스트 오브 어스〉를 HBO와 손잡고 제작해 방영 중이며, 앞으로 〈고스트 오브 쓰시마〉, 〈그란 투리스모〉 등의 영화와 〈갓 오브 워〉, 〈호라이즌〉 등의 드라마를 제작할 예정이다. 하나의 IP가 여러 매체를 통해 소화되는 전략은 오랜 기간 보아왔던 것이지만, 트리플A 게임의 IP를 대거 보유한 퍼스트 파티가 직접 스튜디오를 차려 실사화를 진행하는 것은 첫 사례다. 게임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는 실패한다는 징크스가 있지만,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2016)과 〈언차티드〉, 〈슈퍼 소닉〉 등이 흥행에 성공하며 징크스도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이 영화들에 대한 평가는 별개이겠지만 말이다. 트리플A 게임의 블록버스터 영화화, 블록버스터 영화의 트리플A 게임화는 IP의 소유권 위주로 재편된 지금의 미디어 생태계에서 당연한 일로 다가온다. 대부분의 게이머와 관객들은 이러한 상황에 싫증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이미 플레이한, 관람한 이야기를 다른 매체로 이식할 뿐인 이 작품들에서 어떤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지금껏 이야기해온 영화와 게임의 친연성, 블록버스터 영화와 트리플A 게임이 같은 공통점과 차이점을 곱씹으며 이 작품들을 다시 마주한다면 흥미로운 접점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1981~)에서 〈툼 레이더〉, 〈내셔널 트래져〉(2004), 〈언차티드〉로 이어지는 보물 사냥꾼의 계보를 그려본다든가, 〈소닉 더 헤지훅〉의 모션이 〈슈퍼 소닉〉에서 구현되는 방식에 관해 고민해보면서 말이다. 그러한 접점을 발견하는 것이 두 계열의 거대한 오락문화를 더욱 흥미롭고 다채로운 것으로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비평가) 박동수 학부에서 예술학을 전공했고,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미디어문화연구를 전공하고 있다. 영화에 관한 글을 주로 쓰고, 미술, 게임, 방송 등 시각문화 전반에 관심을 가지고 기웃거리고 있다. 영화평론가, 팟캐스트 [카페 크리틱] 진행자, 공동체상영 기획자이기도 하다.
- [북리뷰] 도망쳐 도착한 곳의 낙원: 가브리엘 제빈, <내일 또 내일 또 내일>
심지어 게임을 업으로 삼은 이에게도. 그때 게임이 경이로웠던 것은 삶의 고통과는 무관한 신비 그 자체였기에 노스탤지어는 더욱 짙은 그리움을 부른다. 그럼 지금의 당신에게 게임은 어떤 경험인가. 지금 다시 플레이하면 분명 지루하게 느낄 그 시절의 게임들과 비교하면 오늘의 게임은 어떤 의미인가. 여전히 신비로운가, 혹은 신비를 잃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내게는 이 소설이 그렇게 묻는 것처럼 읽히기도 한다. < Back 23 GG Vol. 25. 4. 10. Tags: 북리뷰, 소설, 게임개발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Eol Jo Started out as a terrestrial broadcasting producer and now creates a wide range of content. Mainly plays console games—an introvert who dislikes multipl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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