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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란으로 1277개 검색됨

  • 모험가들은 다시 고향을 찾을 수 있을까? : 게임과 노스탤지어

    2015년 9월 1일 게임 개발자 론 길버트(Ron Gilbert)는 자신의 블로그에 ‘Happy Birthday Monkey Island(원숭이 섬 생일 축하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다. 그가 1990년에 개발한 어드벤처 게임 〈원숭이 섬의 비밀〉의 25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글이었다. 그는 글의 마지막에서 〈원숭이 섬의 비밀〉을 함께 만들었던 당시의 팀과 ‘이 게임이 25년간 살아 있을 수 있게 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 후, 오래전에 받은 한 통의 팬레터 사진1)을 첨부한다. 당시 12살이라고 밝히고 있는 크레이그 톰슨(Craig Thompson)이 그에게 보낸 것이다. < Back 02 GG Vol. 21. 8.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Harim Lee Researches and writes about memory, story, and image. Interested in moving-image work where public and private memory intersect. Drawn to things that rest on the boundary—beings that cannot settle and drift instead. These days, comes to think that approaching haltingly, and walking while looking back, may be the method of both writing and living.

  • [인터뷰] 척박한 사회에 다정함을 심고 있는 당신을 위해: 인디게임 개발자 somi

    그가 돌아왔다. ‘죄책감 3부작’으로 한국 인디게임씬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인디게임 개발자 somi가 <미제사건은 끝내야 하니까>라는 제목의 신작으로 돌아왔다. < Back 16 GG Vol. 24. 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Dowon Seo Studies culture in pursuit of a more interesting life. Curious about a wide range of cultural domains, including games, religion, and film.

  • 코스믹 호러의 게임적 변용

    이토 준지풍의 그림체와 크툴루 세계관이 결합된 <공포의 세계>의 장점 역시 동일하다. 그로테스크하고 이질적으로 변화한 마을 구성원들을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다는 소름 돋는 경험이야말로 등대에 강림할 고대신보다 공포스러운 일이다. 내가 온전히 나로 존재할 수 있다는 확신은 일상의 궤도에서 이상 징후와 균열을 발견할 때 불안으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 Back 19 GG Vol. 24. 8.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Hyunyoung Hong Entered the world of games thanks to ads pitching the Famicom as a must-have for the happy household. A steady devotee of Just Dance. Co-wrote Mario, Born in '81, The Theory of Games, and Media and Gender, among others.

  • 논모던 워페어nonmodern warfare

    당연한 이야기지만 매개자의 증식이 전쟁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다만 현대의 일상적인 세계는 때때로 전쟁보다도 불투명하다. 물류와 인프라가 점점 고도화되면서 모든 것들이 상시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착각이 팽배하지만, 역설적으로 매개자들의 네트워크는 (아이패드처럼) 이음새 없이 매끈하게 빛나는 표면 아래서 가시성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알고리즘의 지배로부터 팬데믹을 거쳐 급격한 기후 변동까지, 2020년대의 우리는 마치 이 모든 비인간 행위자들이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세상에 등장하기라도 한 듯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 Back 논모던 워페어nonmodern warfare 09 GG Vol. 22. 12. 10. 더 이상 편한 날은 없다 The Only Easy Day...Was Yesterday 〈콜 오브 듀티〉 만큼 널리 알려진 게임 프랜차이즈도 드물 것이다. 특히 〈모던 워페어〉 시리즈는 게임 플레이의 일신(一新)과 엄청난 상업적인 성공, 그리고 그에 못지않은 사회/정치적인 논란들이 합쳐져서 그야말로 블록버스터 게임의 어떤 ‘범례’로 자리매김했다. 영화에서 폭발을 떠올리면 반자동적으로 마이클 베이가 연상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대전 FPS 게임을 이야기할 때 모던 워페어를 떠올리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당연하게도 수많은 논의들이 있어 왔고, 그중 대부분은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범주들 사이에서 진동한다. 그런데 이미 나왔던 이야기들을 비슷하게 반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 외에도 이 카테고리들에서 벗어나야만 하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2022년의 시공간은 모던 워페어 시리즈가 발매되었던 2007-2011년과는 완전히 다르며, 심지어 첫 번째 리부트가 등장한 2019년과도 많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1) 흔히 ‘클래식은 시대를 타지 않는다’ 고 이야기하지만, 이 문장에서 생략된 전제는 시대가 변할 때마다 새롭게 (혹은 다시금) 부각되는 관점에 맞춰서 의미망을 성공적으로 업데이트한 작품들만이 클래식으로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방식으로 ‘왜곡’된 2022년의 렌즈로 모던 워페어 시리즈를 바라볼 때, 우리는 기존의 의미망들이 잘 작동하지 않음을 목도한다. 예를 들어, 모던 워페어 시리즈를 개발한 인피니티 워드가 속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2022년 3분기 매출 2) 발표에 따르면 회사 총매출의 52%가 모바일 게임들에서 발생한다. 그중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는 작품은 모던 워페어의 스펙터클한 느낌과는 거의 정반대 편에 서 있는 〈캔디 크러쉬 사가〉다. 2021년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매출 을 기록한 탑 3 게임은 전부 모바일 게임들이며, 리스트 어디에도 콜 오브 듀티와 같은 전통적인 블록버스터나 다른 트리플 A 게임들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액티비전의 챔피언 〈캔디 크러쉬 사가〉만이 당당히 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을 뿐. 3) ‘블록버스터’ 라는 단어가 아주 큰 상업적인 성공을 함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아이러니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계속해서 시장에 쏟아지는 압도적인 연출과 그래픽을 내세운 (모던 워페어 리부트를 포함한) ‘소위’ 대작들은 다른 어떤 게임보다도 더 ‘블록버스터’스러운 외양을 자랑하지만 정작 온전한 의미로서 블록버스터라고 명명되기에는 애매한, 이런 웃지 못할 상황에 처해 있다. * 깜찍한 ‘블록버스터’ 〈캔디 크러쉬 사가〉 게임 플레이의 일신 또한 모던 워페어 시리즈를 규정하는 한 축으로 여겨져 왔다. 〈콜 오브 듀티 4: 모던 워페어〉는 이 시리즈의 근간이 되는 게임 플레이의 포석을 깔았다는 점에서 특히 더 중요한데, 〈하프라이프〉의 오프닝 트램 시퀀스를 센세이셔널하게 비틀어 버린(“repurposing the techniques popularized by Half-Life’s tram to march you through a city being torn apart, and ultimately, to your own execution.”) 4) 프롤로그의 ‘쿠테타The Coup’ 미션부터 마치 드론 조종사가 된 것 같은 섬뜩한 기시감을 전달해 주는 그 유명한 AC-130 건쉽 미션인 ‘하늘의 저승사자Death From Above’, 수많은 적 탱크들과 보병들이 코 앞에서 지나가는 걸 낮은 포복자세로 숨 죽인 채 기다려야 하는 ‘위장 완료All Ghillied Up’ 미션까지, 타이트한 연출로 제어되는 스펙터클이 게임 플레이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매우 ‘쫄깃한’ 싱글 플레이 경험을 선보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모던 워페어 1이 발매되었던 2007년은 보통 해가 아니었다. 7세대 콘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3와 엑스박스 360, 그리고 닌텐도 Wii가 바로 그 전 해에 출시가 된 상황이었고, 업그레이드된 하드웨어에 발맞춰서 무시무시한 타이틀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슈퍼 마리오 갤럭시〉, 〈포탈 1〉, 〈갓 오브 워 2〉, 〈팀 포트리스 2〉, 〈바이오쇼크〉, 〈매스 이펙트 1〉, 〈메트로이드 3 커럽션〉, 〈헤일로 3〉, 〈언차티드: 엘도라도의 보물〉, 〈크라이시스〉 등등. 그 외에도 거대 프랜차이즈의 시작을 알린 〈위쳐 1〉과 〈어새씬 크리드〉가 발매되었다. 즉, 모던 워페어가 게임플레이의 혁신을 이유로 명함을 내밀기에는 좀 뻘쭘한 그림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2007년에 출시한 ‘인디’ FPS 게임 〈스토커 섀도우 오브 체르노빌〉과 비교해봐도, 마치 오래된 롤러코스터를 연속으로 타는 것과 같은 모던 워페어의 계산된 스펙터클은 어느 순간 지겨움과 상호 교차가 가능한 상태가 되어 버린다. 물론 멀티 플레이를 빼놓고 모던 워페어의 게임 플레이에 관해 이야기할 수는 없다. 실제로 캐릭터 퍽과 킬스트릭 시스템은 기존 모던 워페어 시리즈 전체를 관통할 뿐 아니라 다른 많은 멀티플레이 게임들에도 영향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킬스트릭을 통해서 앞서 언급한 AC-130 건쉽을 일종의 공중지원 보너스로 끌어옴으로써 특정한 싱글 플레이 미션의 충격 효과를 멀티플레이에서의 반복으로 소진시키는 탁월함(?)을 뽐내기도 했다. 하지만 참신한 시스템으로 인더스트리를 선도하던 모습은 ‘그땐 그랬지’의 느낌처럼 추억 속의 이야기가 되어 가는 중이다. 모던 워페어 1 리부트의 멀티 플레이 버전으로 2020년 출시한 〈콜 오브 듀티: 워존 퍼시픽〉은 (올해 출시된 워존 2.0과 마찬가지로) 〈배틀그라운드〉와 〈포트나이트〉가 본격적으로 유행시킨 배틀로얄 모드를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혁신의 아이콘이기보다는 노련한 후발 주자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하고 싶어 하는 것이 명백해 보인다. 이처럼 기존 모던 워페어 시리즈의 담론을 지탱하던 두 개의 커다란 범주들(게임 플레이의 혁신, 굉장한 상업적인 성공)은 점점 ‘라떼는 말이야~’와 같은 톤에 가까워지고 있다. 반면 사회/정치적인 논란들을 둘러싼 이야기는 좀 더 미묘한 방향으로 선회한다. 엿같은 날들 S.S.D.D.(Same Shit, Different Day) 사실 모던 워페어 시리즈가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적과 아군이 비교적 명확하고 (영화와 게임 제작자들에게 나치가 얼마나 소중한(?) 빌런인지 생각해 보자) 어느 정도 역사적 평가가 마무리된 2차 세계대전과는 달리 현대전modern warfare은 여전히 ‘전장의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아무리 가상의 국가와 인물, 심지어는 가상의 타임라인을 설정한다고 해도 ‘중동’, ‘러시아’, ‘대량살상 무기’, ‘테러리즘’, ‘블랙 옵스’, ‘극단적 국수주의자’ 등과 같이 민감하고 복잡다단한 역사적인 레이어들이 누적된 키워드는 게임 바깥의 현실과 긴밀하게 연동됨으로써 게임의 유틸리티적인 측면(무해한 오락으로서의 소프트웨어)이 애써 무시하고 싶었던 정치적 텍스트로서의 측면을 급부상시킨다. 더욱이 모던 워페어 시리즈가 연이어서 발매되던 2007년과 2011년 사이에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왠지 끝은 보이지 않는) ‘영원한 전쟁’이 계속되고 있었다. 5) 그 와중에 현대전으로의 전환을 처음부터 탐탁지 않아했던 퍼블리셔 액티비전 6) 과는 달리 개발사 인피니티 워드는 미국 해병대USMC의 자문을 적극적으로 수용함은 물론, 논란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이는 문제적인 미션들도 서슴없이 도입하는 등 매우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특히 1편의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 미션과 2편의 ‘러시아어 사용금지No Russian’ 미션은 지금도 종종 회자될 정도로 악명이 높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와 같이 선명한 정치적인 논란은 블록버스터적인 연출과의 기이한 콜라보를 통해서 (지금은 좀 달라졌지만 대작 할리우드 영화들에서 종종 보이던) 일종의 ‘맛있는 불량식품’을 만들기 위한 완벽한 레시피로 거듭날 수 있다. 모던 워페어 시리즈는 그런 면에서 꽤 훌륭한(?) 길티 플레져 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떤 부분에 더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서 이 게임을 둘러싼 사람들을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맛있는’에 집중하는 (모던 워페어를 포함한)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광적인 팬들이 존재한다. 그 반대편에는 ‘불량식품’에 치를 떠는 (아마도 게임 그 자체를 혐오하는 사람들과 모던 워페어의 정치적 스탠스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혼재되어 있을) 비판자들이 소리 높인다. 마지막으로 ‘맛있는 불량식품’이 가지는, 그 약간의 죄책감이 얹힌 맛을 제대로 음미할 줄 아는 계몽된 냉소주의자들이 조용히 게임을 플레이한다. 폴리곤의 〈 How Call of Duty turned war into a circus 〉 7) 영상은 계몽된 냉소주의자인 화자의 입장에서 나머지 두 팩션을 가로지르는 재치 있는 영상으로 세 가지 다른 입장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이점을 제공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세 부류의 사람들이 모두 동의할 수 있을만한 지점인데, 바로 모던 워페어 시리즈의 내러티브는 바보 같다는 점이다. 이 공통의 감각(?)은 모던 워페어를 둘러싼 담론의 장을 (단발적인) 논란으로 가득 차게 만듦과 동시에 도식적인 구도를 강화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논의의 지루한 공회전을 유지시키는 역설적인 상황을 조성한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루도내러티브 부조화를 통해 이야기해보자. 이전 글 8) 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거의 모든 비디오 게임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루도내러티브 부조화가 작용한다. 이에 따라 게임 플레이를 통한 경험과 게임의 공식적인 내러티브는 마치 한 컵에 담긴 물과 기름처럼 완전히 하나가 되지는 못한 채, 일종의 느슨한 동기화로 연결된다. 때로는 특정한 사건(괴랄한 게임/과금 디자인 혹은 모딩과 같은 유저의 초월적인 개입)으로 인해서 마치 예전 아이튠즈처럼 아예 동기화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지점에 이르기도 한다. 즉, 동기화는 보장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반(半) 연결적인 투 트랙의 구조는 게임의 분열적인 수용을 가속화한다. 모던 워페어 시리즈의 멀티플레이를 이미 수천 시간 이상 뛰었으며, 아마 지금도 리부트의 멀티플레이인 워존에서 구르고 있을 ‘찐팬’들에게 바보 같은 내러티브라는 조롱은 통하지 않는다. 킬스트릭을 달성하면 주어지는 AC-130 건쉽 폭격의 등장을 내러티브적으로 녹여냈다는 것만으로도 모던 워페어의 스토리는 이미 “장르적인 정당성”을 획득한다. 비판자들에게 모던 워페어의 황당무계한 내러티브는 영미 제국주의와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프로파간다 텍스트다. 대부분은 모던 워페어 시리즈를 단 한 번도 플레이해보지 않았을 것이며, 그중 소수는 약간의 싱글 플레이를 통해서 자신들의 신념을 재확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중 누구도 멀티 플레이에 수백 시간 아니 수 시간도 쓰고 싶지 않을 것이다. 계몽된 냉소주의자들은 양쪽의 의견을 모두 공감할 뿐 아니라, 그 간극이 주는 ‘불량식품’의 맛을 은근히 즐기고 있을 것이다. 관건이 되는 것은 모두가 어떤 방식으로든 만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모던 워페어가 출시할 때마다 언제나 똑같은 방식으로 비슷한 비판들이 다시 도래하며, 또다시 비슷한 반론이 재등장한다. 비슷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그러거나 말거나 ‘찐팬’들은 바로 이전 모던 워페어와 아주 유사하지만 약간 다른 멀티플레이에 다시 수천 시간을 퍼붓는다. 어쩌면 우리는 이 일련의 행위들을 축제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축제는 반복된다. 그런데 기존 모던 워페어 시리즈의 ‘마이클 베이스러운’ 9) 내러티브가 더 이상 의례 그렇듯이 바보처럼 보이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면, 그때도 우리는 이 축제를 지속할 수 있을까. 가령 자국 내의 ‘극단적 국수주의자’ 반군들이 미국과 인근 유럽 국가들을 침략해서 전쟁이 벌어지자 그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평화 회담장으로 향하는 러시아의 대통령을 국수주의자 무리의 리더가 납치하는 이야기와, 본인부터가 ‘극단적 국수주의자’인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인근 유럽 국가의 침공을 명령하는 이야기 중 어느 쪽이 더 황당무계하고 초현실적인가. 둘 다 만만치 않지만 나는 후자에 손을 들어주겠다. 잘 알려졌다시피 이는 지금까지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가리킨다. 장기전에 돌입하면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에게 행한 전쟁 범죄 10) 가 더 확연하게 드러나는 중인데, 그에 따라 러시아군을 굉장히 악랄하게 묘사해서 많은 비판을 받았던 모던 워페어 1 리부트가 사실 알고 보니 그들을 미화(?)했던 거라는 블랙 코미디스러운 재평가를 받는 지경에 이른다. * 러시아 대통령마저 납치하는 상남자 마카로프. 하지만 게임 바깥의 현실을 따라잡지 못한다. 〈콜 오브 듀티 4: 모던 워페어〉의 ‘쿠테타The Coup’ 미션에서 유저들은 이 게임의 메인 빌런 중 하나인 알 아사드가 생중계되는 카메라를 앞에 두고, 자신들의 머리에 총을 쏘는 것을 중동 ‘어느’ 국가의 대통령의 시점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몇 년 뒤 세계는 아이에스Islamic State가 포로들을 ‘참수’하는 영상들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퍼뜨리는 것을 (이번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또다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11) 그뿐 아니라 마치 ‘아랍의 봄’의 뒤집힌 악몽과도 같이 아이에스는 스마트폰이라는 물리적 네트워크 노드 기반 위에서 소셜 미디어와 다크 웹을 통한 매우 공격적인 ‘모집’ 과정을 전개했다. 그 결과는 도저히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유럽 전역과 동남아시아에 걸쳐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테러들이다. 2010년대 중반의 시점에서 이미 ‘중동을 너무 선정적으로 묘사했다’, ‘스테레오 타입들의 캐릭터로만 채워져 있다’는 식의 관습적인 모던 워페어 비판들은 길을 잃어버린다. 어느 순간 현실은 거의 스너프 필름에 가까워지고, 중동의 ‘새로운 전사’들은 네트워크로 연계된 새로운 양태의 테러를 직접 시연함으로써 기존의 스테레오 타입들에서 아득히 멀어진다. 먼지에서 먼지로 Dust to Dust 모던 워페어 시리즈가 배태한 그 수많은 논란들은 어쩌면 역설적이게도 당시의 세계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음을 알려 주는 일종의 지표가 아닐까. 바꿔 말하면 우리가 지금 이 시점에서 기존 모던 워페어 시리즈를 할 때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거나 오히려 어떤 편안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그만큼 지금의 세계가 더 많이 불안정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렇다면 모던 워페어는 이제 평화로운 시대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당시에는 나름 센세이셔널했던) 추억의 펑크록 앨범 같은 존재가 되어 가는 것인가. 나는 아직 그렇게 단정 짓기는 이르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게임 시리즈는 조금 다른 의미에서 현재의 급격한 불안정성을 예비하는 단초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전이 이전 시기의 전쟁들과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지점은 바로 물류, 장비, 인프라, 기술, 국경, 평화협정 등을 포함한 수많은 비인간적인 요소들에 의해서 심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전쟁은 인간들의 결정에 의해서 많은 것들이 좌지우지된다. 하지만 사소해 보이는 기술 하나가 전쟁의 향방을 결정하거나, 혹은 아예 전쟁 자체를 예방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제3차 대만 해협 위기 때도 그런 일이 벌어졌다. 당시 중국군은 위협용으로 대만의 군기지 근처에 미사일 3개를 연달아 발사했다. 첫 번째 미사일은 예정된 목적지에 떨어졌지만, 나머지 2개의 행방이 묘연했다.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날아가는 도중 그 2개 미사일 내에 GPS 신호가 끊어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는 미국이 개발하고 관리해 온 시스템이다. 즉, 미군은 중국군이 GPS에 접근하는 것을 막아버린 것이다. 이 사건은 단기적으로는 중국군이 물러남으로써 전쟁 위기를 해소하는 계기가 됐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이를 갈고 자체적인 항법 시스템을 개발해서 위성을 쏘아 올리도록 만들었다. 12) 이렇듯 스마트폰의 여러 앱들을 통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GPS 같은 기술조차 전쟁 상황에서는 그 파급력을 가늠하기 어렵다. 모던 워페어 시리즈 역시 이러한 자의식이 느껴지는 레벨 디자인을 선보인다. 앞서도 잠깐 언급했던 ‘하늘의 저승사자Death From Above’ 미션은 (3편의 ‘철의 여인Iron Lady’ 미션도 마찬가지로) 유저들을 AC-130 건쉽 조종사의 모니터링 스크린 앞으로 데려다 놓는데, 이때 유저들이 경험하는 것은 사실 무인 드론 조종사의 포지션에 더 가깝다. 왜냐하면 우리는 실제로 굉음을 내는 건쉽 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방 안에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지상의 풍경은 무인 드론 조종사의 모니터 화면과 놀랄 만큼 유사한 것도 사실이다. 이와 같은 오버랩은 이 미션의 꽤 노골적인 (소격 효과를 노리는) 의도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미션을 수행하는 건쉽 오퍼레이터들의 건조한 대화 중 간간이 들리는 즐거운 환호성과 농담보다도 유저를 더 무겁게 짓누르는 것은 건쉽/드론을 조종하는 감각이다. 한껏 당긴 망원 렌즈 덕에 원근감이 제거된 평평한 화면 위로 작게 꼬물거리는 ‘타겟’들은 마치 치워 버려야 할 ‘벌레’처럼 제시되며, 그들을 ‘처리’하는 과정은 실제 벌레를 잡는 일보다도 훨씬 간단하다. 즉, 수백 명을 학살하는 행위는 전혀 드라마틱하지 않은 일상적인 ‘클릭질’의 영역으로 전환한다. 이는 또다시 무인 드론 조종사의 실제 경험과 겹쳐지면서, 초점을 유저/조종사와 같은 인간적 주체에서 건쉽/드론 - 적외선 카메라 - 모니터/스크린 - 마우스/조이스틱으로 이어지는 (라투르의 표현을 빌자면) 매개자들의 네트워크로 옮겨 놓는다. 그리고 바로 이 비인간 행위자들의 네트워크가 ‘피도 눈물도 없는 차가운 학살자’로서의 유저/드론 조종사를 역으로 ‘주조해’ 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모던 워페어modern warfare가 어째서 ‘근대적이지 않은지nonmodern’ 이해할 수 있다. * ‘하늘의 저승사자Death From Above’ 미션의 스크린(왼쪽)과 실제 무인 드론의 스크린(오른쪽) 당연한 이야기지만 매개자의 증식이 전쟁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다만 현대의 일상적인 세계는 때때로 전쟁보다도 불투명하다. 물류와 인프라가 점점 고도화되면서 모든 것들이 상시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착각이 팽배하지만, 역설적으로 매개자들의 네트워크는 (아이패드처럼) 이음새 없이 매끈하게 빛나는 표면 아래서 가시성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알고리즘의 지배로부터 팬데믹을 거쳐 급격한 기후 변동까지, 2020년대의 우리는 마치 이 모든 비인간 행위자들이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세상에 등장하기라도 한 듯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여기서 모던 워페어 시리즈는 과장된 스펙터클과 거친 매너로 우리의 등을 떠밀면서 그들(비인간 존재들)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였으며, 우리 역시 그들에 의해서 계속해서 새롭게 거듭났었다는 진실을 상기시킨다. 그리하여 위태로운precarious 현재란 다른 무엇도 아닌 그들과 우리가 함께 만들어 온 역사라는 것을 말이다. 그럼 누군가는 비관적인 전망을 하며 이렇게 반문할지 모르겠다. 이제 와서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냐고. 프라이스 대위라면 아마도 다음과 같이 답할 것이다. “네가 알던 그 세계는 끝났어. 그런데 그걸 다시 되찾을 수 있다면 너는 어디까지 갈 수 있지? Your world as you knew it is gone. How far would you go to bring it back?” 1) 얼마 전에 발매한 모던 워페어 2 리부트 역시 이미 여러 해 전부터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 있었다는 것을 고려해 보면, 일종의 타임캡슐적인 성격을 지닌다. 2) Evgeny Obedkov, “Diablo Immortal and Candy Crush were biggest contributors to Activision Blizzard’s mobile growth in Q3” Game World Observer, 2022.11.10. https://gameworldobserver.com/2022/11/10/diablo-immortal-candy-crush-saga-mobile-revenue-activision-blizzard 3) David Curry, “Top Grossing Games (2022)” Business of Apps, 2022.10.27. https://www.businessofapps.com/data/top-grossing-games/ 4) Amr Al-Aaser, “Shock and Awe: The Political Influence of Modern Warfare” Paste Magazine, 2016.11.02. https://www.pastemagazine.com/games/call-of-duty/shock-and-awe-the-political-influence-of-modern-wa/ 5) 미국은 결국 2011년 12월에 이라크 전쟁의 종결을 공식 선언했다. 모던 워페어 3가 출시한 지 한 달 뒤의 일이다. 6) 액티비전이 콜 오브 듀티 4가 모던 워페어로 출시하지 않기를 바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굳이 황금알을 잘 낳고 있는 거위(2차 세계대전 배경의 콜 오브 듀티 1,2,3)의 배를 가르고, 논란이 클 것이 뻔한 현대전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 비즈니스적으로 큰 리스크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바비 코틱은 개발사 인피니티 워드에게 전권을 위임한 상태였고, 개발사는 그대로 밀어붙여서 모던 워페어를 출시한다. 7) Patrick Gill, “How Call of Duty turned war into a circus” Polygon, 2022.05.06. https://www.youtube.com/watch?v=JIEB5DKzJLM 8) 웜뱃, “게임은 XX다: 동어반복적 회로를 차단하기” 게임제너레이션, 2022.08.08. https://gamegeneration.or.kr/board/post/view?pageNum=1&match=id:143 9) 공교롭게도 모던 워페어 2에는 마이클 베이가 감독한 〈더 록〉의 샤워실 총격신을 그대로 옮긴 듯이 오마주한 챕터가 있다. 10) DW Documentary, “War crimes in Ukraine | DW Documentary” DW Documentary 2022.11.27. https://www.youtube.com/watch?v=ONWW02pNvFk 11) 유튜브와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메인스트림 앱들은 재빠르게 대응했지만, 이내 IS는 텔레그램과 Surespot 같이 소셜 미디어의 기능이 혼합된 메시지 앱으로 이동했다. 12) Minnie Chan, “'Unforgettable humiliation' led to development of GPS equivalent” South China Morning Post, 2009.11.13. https://www.scmp.com/article/698161/unforgettable-humiliation-led-development-gps-equivalent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작가) 웜뱃 잡다한 일을 하는 프리랜서입니다. 역시 잡다한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게임에는 특히 관심이 더 많습니다.

  • 불멍을 넘어, 소비자본주의 너머: 게임 〈리틀 인페르노〉 비평(우수상)

    물건을 태워서 종잣돈을 늘리고 새로운 물건을 해금한다. 그리고 일종의 업적이기도 한 특정 물건의 조합을 찾아 태우는 재미는 분명 게임으로서의 즐거움을 플레이어에게 제공한다. 그렇지만 이 게임은 주된 게임성을 경험하게 하는 시스템을 플레이어로 하여금 회의하고 그 밖을 사유하기를 적극적으로 재촉한다. 이러한 점에서 게임 〈리틀 인페르노〉는 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세지가 게임적 시스템과 충돌한다. < Back 불멍을 넘어, 소비자본주의 너머: 게임 〈리틀 인페르노〉 비평(우수상) 07 GG Vol. 22. 8. 10. 장르를 막론하고 게임에서 재미를 주는 가장 주요한 시스템 중 하나는 바로 자본의 재투자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튜토리얼에서 주어진 초기 자금을 가지고 물건을 구매하고 재판매하여 차익을 만들고, 그것을 더 큰 자본으로 불리는 경험은 게임에서 재미와 성취감을 고양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틀이다. 여기 게임 〈리틀 인페르노 (Little Inferno)〉가 있다. 이 게임은 바로 이 과정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여 게임의 구성이 끊임없는 재화의 소비와 재투자의 연속으로만 구성되어있으며 그 밖에 플레이어가 누릴 수 있는 여타의 콘텐츠는 전무하다. 이러한 형태의 게임 플레이 경험은 자본의 투자가 더 많은 자본을 만들어내는 ‘클리커’류 게임과도 비견될 수 있다. 그러나 게임 〈리틀 인페르노〉는 투자한 자본으로 더 많은 자본을 벌어들인다는 쾌감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돈이 더 많은 돈을 불러온다는, 어떻게 보면 현실의 자본주의 구조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는 게임 시스템을 차용하는 게임 〈리틀 인페르노〉는, 동시에 그러한 시스템이 과연 지속가능한지를 묻는다. 태워라! 애태워라! 그리고 다시 태워라! 게임의 배경이 되는 어느 도시는 끊임없이 퍼붓는 눈과 수천 개의 굴뚝에서 내뿜는 연기로 가득하다. 흰 눈과 검은 연기로 얼룩진 흑백의 도시는 흡사 산업혁명이 막 시작된 19세기 영국을 연상케 하지만, 정작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도시의 모습을 직접 보는 일은 없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자신의 맞은 편에 놓인 화덕을 바라보게 되며, 개인용 화덕인 ‘리틀 인페르노’의 구매를 축하한다는 ‘투모로우 코퍼레이션’ 회장의 축하 편지를 받게 된다. 회장은 ‘리틀 인페르노’에 물건을 태움으로써 플레이어가 바깥의 음산한 날씨로부터 차단되어 ‘따뜻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 약속한다. 그러나 곧 그 편지는 바로 화덕으로 올려진 다음 플레이어가 일으킨 불꽃으로 태워져 동전 두어 닢을 뱉어낸다. 이것이 바로 앞으로 이어질 게임 플레이의 시작이다. 플레이어는 주어진 자금을 바탕으로 물건 카탈로그에서 온갖 잡동사니를 -액자, 토끼 인형, 누군가의 신용카드, 커피 컵, 상한 초밥, 접시 뿐만 아니라 작은 달과 행성, 심지어 태양까지- 구매한다. 그리고 그 잡동사니는 오로지 태워지기 위해 구매되는 것이다. 플레이어가 구매한 물건은 배송이 끝나면 박스 형태로 화면 하단에 도착하게 되며, 플레이어는 포장을 풀고 물건을 화덕에 올려놓은 다음 불꽃을 만들어 물건이 타는 모습을 지켜본다. 이때 다 타고 난 물건은 처음 구매했을 때 지불했던 자금보다 더 많은 양의 동전을 남기며, 플레이어는 이 돈을 모아 다시 카탈로그를 살펴 새로운 물건을 구매한다. 게임 ‘리틀 인페르노’는 어떻게 보면 이처럼 단순한 게임 경험을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 〈리틀 인페르노〉는 물건을 태우는 경험 자체의 심미성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이를테면 옥수수를 태우면 팝콘이 되어 터져나온다던가, 은행 모형을 태우면 지폐가 마구 튀어오른다던가, 상한 초밥을 태우면 벌레떼가 날아오른다던가 하는 식으로 태우는 물건의 특성을 고려한 섬세한 애니메이션과 사운드 효과가 돋보인다. ‘불멍’의 즐거움과 안전하게 파괴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음에 빠져든 플레이어는 곧 카탈로그를 펼치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 또 어떤 물건을 구매하여 태울지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된다. * 태우는 물건들마다 고유의 시각적, 청각적 효과가 있다. 게임플레이의 쾌락을 만들어내는 또 다른 요소는 구매한 물건이 바로 배송되지 않는 시스템이다. 게임 초반에는 배송까지 약 5초에서 10초가 걸리던 물건들이, 게임 중후반으로 넘어갈 수록 2분에서 5분까지도 기다려야 주문한 물건들을 받아볼 수 있다. 물건이 배송되길 기다리면서 태울 물건이 있다면 모르되, 게임을 해나갈수록 플레이어는 어느 순간 물건 배송을 기다리며 텅 빈 화덕에 의미없는 불꽃만을 일으키며 초조해할 뿐이다. 보통 대기시간으로 인한 패널티라는 시스템은 모바일 게임에서 주로 차용된다. 마냥 기다리기엔 지루한 대기시간이라는 패널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광고 시청을 제공하고 대기시간을 없애주는 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스템이 혼자 플레이하는 콘솔 게임에 차용되었다는 것은 특기할만한 지점이다. 실제로 우리는 이러한 경험을 일상적으로 하지 않던가? 물건을 주문하고 그 물건이 택배로 도착하기까지 며칠의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비슷한 초조함을 느낀다. 그리고 마침내 인고의 시간이 지나 물건이 도착했을 때 기다리던 물건을 받아본다는 쾌락은 비로소 극대화된다. * 본격 택배 기다리기 시뮬레이터 그런데 게임플레이가 제공하는 ‘불멍’과 ‘안전한 파괴’, 더 나아가 ‘구매행위’ 자체가 주는 쾌락은 어느 순간 의문으로 바뀐다. 이 의문은 카탈로그의 모든 아이템을 구매하고 불태운 것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는 것이 또 다른 상품 카탈로그라는 점에서 시작된다. 물건의 구매와 소비는 연쇄적이다. 이 굴레에는 시작도 끝도 없다. 플레이어는 어느 순간 묻게 된다. 언제까지 불태우기 위해서만 물건을 사고 거기서 더 많은 돈을 얻어 다시 물건을 사는 짓을 반복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게임 초반부터 의미심장하게 제기된 ‘끝은 나게 되어있다 (There’s bound to be an end)’라는 대사에서 암시된다. 계속 사는(buy) 것으로 살아갈 (live) 수 없다 2005년작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등장하여 반짝 인기를 끌었던 미하엘 엔데의 동화 〈모모〉는, 그것이 상품화된 양상과는 정 반대되는 메세지를 보내는 작품이다. 작중 주인공인 모모는 조개껍데기와 빛나는 돌 조각, 낡은 천으로 만들어진 텐트만 가지고도 어린이다운 제약없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누구보다 즐겁게 놀 줄 아는 소녀이다. 그런데 모모를 회유하기 위해 나선 악당인 ‘시간도둑’은 그런 초라한 장난감 대신 크고 화려한 바비 인형을 가지고 놀 것을 제안한다. 이 인형을 가지고 노는 방식은 조개 껍데기를 갖고 노는 방식과는 다르다. 바비 인형을 제대로 갖고 놀기 위해서는 일상복과 파티용 드레스, 운동을 위한 테니스복을 사주어야 한다. 어느 순간 바비 인형과 그 모든 물건이 질린다면 바비 인형의 남자친구인 부비 보이가 있다. 부비 보이에게도 마찬가지로 그만을 위한 향수와 신발, 갖은 옷들을 살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끊임없는 구매와 질림의 연쇄 속에서 길들여진 어린이들은 특유의 상상력이 제약당한 채 모든 일에 지루함만을 느끼는 어른이 되고 만다. 게임 〈리틀 인페르노〉 역시 동화 〈모모〉가 사유한 인간의 소비주체화라는 문제의식을 같은 선상에서 공유한다. 그것은 게임 안에 삽입된 개인용 화덕 장난감 ‘리틀 인페르노’ 광고를 봐도 알 수 있다. ‘리틀 인페르노’ 광고는 끊임없이 사들인 장난감에 질린 아이들이 그 잡동사니를 불태우는 쾌락을, 그리고 다시 다른 물건들을 사들이는 쾌락을 제공한다는 것을 우스꽝스러운 블랙코미디로 묘사한다. 검은 두 손은 얼어붙은 지구를 바라보는 아이의 눈을 가리고 입술을 올려 웃는 얼굴을 만들어준다. 이에 안심한 아이들은 여지껏 사들였다 질려버린 장난감을 박스채 가져와 화덕 안에 던져넣는다. 이처럼 게임 안에서 ‘리틀 인페르노’ 화덕 장난감이 ‘어린이’들을 겨냥한 ‘개인용’ 장난감이라는 점은 특기할만하다.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를 통해 ‘리틀 인페르노’를 소유한 어린이들을 전인격적 주체가 아닌 소비주체로 호명한다. 동시에 자본을 투자해 더 많은 자본을 얻은 다음 그 잉여 자본을 (물건 구매를 통해) 재투자한다는 시스템은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자본가가 자본의 양을 불리는 방식이라 지적했던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리틀 인페르노’를 소유한 어린이들은 소비자본주의 체제에서 구매를 위한 구매와 투자를 위한 투자라는 체제의 원칙을 자연스레 주입당하는 셈이기도 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0TniR3Ghxc * 구매에 이은 파괴에서 오는 쾌락 소비자본주의가 주조한 개인에게는 오로지 눈앞에 놓인 화덕과 구매할 물건이 실린 카탈로그만이 주어져 있을 뿐이다. 몇 년째 이유도 모른 채 지속되는 폭설을 경고하는 날씨 알림 편지도, 바로 옆집에서 말을 걸어오는 이웃의 편지도 화덕에 올라 불태워질 뿐이다. 플레이어로서는 구매와 파괴와 더 많은 구매라는 일련의 행위가 만들어낸 결과로 발생한 기후변화도 인지할 수 없을 뿐더러, 구매와 파괴라는 구조가 과연 맞는 것이냐는 질문을 해오는 이웃과도 연대는 커녕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조차 없다. 따라서 변화는 자신의 화덕을 폭발시키고 만 이웃으로부터 먼저 찾아온다. ‘투모로우 코퍼레이션’의 회장은 이 사건을 그저 안전문제로 치부하고 말지만, 처음으로 방 안의 화덕에서 벗어나 바깥을 보게 된 이웃은 자신이 겪은 일은 사고가 아니었다며, 자신은 햇빛이 좋은 해변가에 있다며 플레이어로 하여금 자신과 같이 화덕을 폭발시키고 밖으로 나오길 종용한다. 이웃과 같이 자신의 화덕도 폭발시킨 플레이어는 이웃과 마찬가지로 처음으로 화덕에서 눈을 떼고 집 밖으로 나가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사람들은 각자 집에 틀어박혀 수천 개의 굴뚝으로 검은 연기를 내보내는데 열중하느라 길거리는 텅 비어있다. 불태울 물건들을 배송하느라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단 한 명의 집배원을 제외하면 말이다. * 텅 빈 거리를 처음으로 나선 주인공 발걸음을 옮기던 주인공은 ‘리틀 인페르노’를 판매하는 회사인 ‘투모로우 코퍼레이션’에 도달하게 되고, ‘리틀 인페르노’를 기획하고 판매한 회장조차 ‘끝은 나게 되어있다 (There’s bound to be an end)’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로켓을 타고 지구를 떠난다. 2012년에 처음 출시된 이 게임은 약 10년 만에 현실이 된 전지구적 기후위기, 일론 머스크와 같은 세계적 부호와 ‘지구를 버리고 화성을 식민화하자’라는 구호까지 예견한다. 그리고 이 예견은 바로 ‘지속불가능한 소비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다. 마침내 플레이어는 열기구를 타고 다니며 기상정보를 전해주던 기상 캐스터를 만나게 된다. 기상 캐스터는 열기구를 태워줄 수 있다며, 원하는 만큼 나아갈 수는 있겠지만 한번 떠나기로 결정하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고 경고한다. 게임은 기상 캐스터와 함께 열기구를 탄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며 엔딩 크레딧을 올린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란 무슨 뜻인가? 당연하게 여겨졌던 구매-투자-더 많은 돈-재투자라는 소비자본주의의 굴레를 한 번이라도 의심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일으키는 어마어마한 기후위기와 사람들간의 고립, 소외, 연대 불가능성을 인식하게 된다면 다시는 물건을 불태우며 ‘불멍’과 ‘물건 구매’에서 안락한 즐거움을 누릴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 열기구를 탄 기상캐스터의 ’다시는 돌아갈 수 없어’ 이 서늘한 불꽃을 응시하라 물건을 태워서 종잣돈을 늘리고 새로운 물건을 해금한다. 그리고 일종의 업적이기도 한 특정 물건의 조합을 찾아 태우는 재미는 분명 게임으로서의 즐거움을 플레이어에게 제공한다. 그렇지만 이 게임은 주된 게임성을 경험하게 하는 시스템을 플레이어로 하여금 회의하고 그 밖을 사유하기를 적극적으로 재촉한다. 이러한 점에서 게임 〈리틀 인페르노〉는 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세지가 게임적 시스템과 충돌한다. 넘어선다. 따라서 〈리틀 인페르노〉는 자신의 게임성을 뛰어넘는 일종의 메타성을 가진다. 이 게임은 자신의 게임성을 구성하는 시스템을 의심하고 회의하도록 플레이어들을 이끎으로써 게임성과 반대되는 메세지를 전하기 때문이다. 눈을 가리고 당장의 쾌락에 매몰되도록 사람들을 이끄는 소비자본주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이 게임은, 따라서 소비자본주의로 인한 기후위기가 닥친 현실 세계에 대한 일종의 알레고리이기도 하다. 당장 지구 곳곳에 산불, 가뭄과 식량난, 전염병이 창궐하는데도 소비주의적 삶의 방식이 영원하리라는 믿음이 지배적인 사회적 분위기에 위화감을 한 번이라도 느꼈다면, 그런 당신에게 게임 〈리틀 인페르노〉를 추천한다. 물건을 태우는 불꽃을 바라보면서도 그 불꽃이 일기까지의 과정과 불꽃이 만들어내는 결과를 떠올리며 서늘함을 느끼게 될테니 말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연구자) 김지운 인디음악 씬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예술사회학 연구와 (공연)사진 촬영에 매진중이다. 라캉 정신분석 철학서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영번역을 맡았다.

  • 독점 게임의 새 지형도: 많이 목마른 소니, 아직 배고픈 MS

    2D 횡스크롤 플랫폼 게임의 역사에 기념비적인 족적을 남긴 '록맨' 시리즈. 보스의 무기를 빼앗아 쓴다는 기믹과 대단히 어려운 난이도, 그리고 귀엽고 다부진 주인공 록맨으로 출시와 함께 게임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캡콤은 1987년부터 30년 넘는 세월 동안 이 프랜차이즈를 이끌고 있다.  < Back 독점 게임의 새 지형도: 많이 목마른 소니, 아직 배고픈 MS 09 GG Vol. 22. 12. 10. 독점? 그땐 그랬지… 2D 횡스크롤 플랫폼 게임의 역사에 기념비적인 족적을 남긴 '록맨' 시리즈. 보스의 무기를 빼앗아 쓴다는 기믹과 대단히 어려운 난이도, 그리고 귀엽고 다부진 주인공 록맨으로 출시와 함께 게임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캡콤은 1987년부터 30년 넘는 세월 동안 이 프랜차이즈를 이끌고 있다. 〈록맨〉(1987)은 닌텐도 패미컴(ファミコン)의 독점 게임이었다. 클래식 록맨의 정식 넘버링 타이틀 기준, 록맨은 패미컴으로 6편, 슈퍼 패미컴으로 1편(록맨 7, 1995), 플레이스테이션(PS)으로 1편이 출시됐다. 2년 터울을 두고 출시한 〈록맨 2〉(1988)와 〈록맨 3〉(1990)은 나란히 100만 장 넘는 판매고를 넘기며 '캡콤 플래티넘 타이틀'에 올랐다 . 1987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록맨은 패미컴의 킬러 타이틀 중 하나였다. 클래식 록맨 시리즈가 PS에 이식된 것은 1999년의 일이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들 게임을 해볼 방법은 패미컴을 구하는 길밖에는 없었다. 마찬가지로 〈가디언 히어로즈〉(1996)나 〈그란디아〉(1997)를 하려면 세가 새턴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이런 게임들이 시간에 흘러 타 플랫폼에도 이식되거나 리메이크되면서 (특정 기기를 소유하지 않은) 소비자는 아쉬움을 덜고, 공급자는 (이미 재미를 본) 타이틀의 재발매를 통한 경제적 효과를 보는 일이 예사였다. 그리고 어느 한편에서는 '늘 그렇듯이' 답을 찾으려는 몇몇 긱(Geek)들은 에뮬(Emulator)이라는 괴물을 창조하는 등의 방식으로 콘솔 없이 고전게임을 구동했다. 아무튼 오늘날까지 일본 주요 게임사들은 기간 한정 독점 발매 전략을 잘 쓰고 있다. 앞서 록맨 시리즈의 예를 든 캡콤이 대표적이다. 〈몬스터 헌터: 월드〉(2018)는 PS4, XBO 독점작으로 1월 발매되어 큰 인기를 누렸다. 캡콤은 콘솔 독점 발매 7개월 만에 스팀(PC)에서 게임 판매를 시작했고, 그 해 스팀에서 1,000만 장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스팀에서는 동시접속자가 투명하게 공개되는데, 출시 첫날 〈몬스터 헌터: 월드〉에 접속한 사람들은 24만 명을 넘겼다. 10년에서 7개월로 짧아진 독점 기간은 오늘날 게임 생태계의 시계가 얼마나 빠르게 흘러가는지를, 그리고 좋은 게임에 대한 대중적 요구가 얼마나 강력한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판매해야 할 물건이 소프트웨어만 있는 것이 아닌 회사들은 계산법이 다르다. 오늘날에도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2017)이나 〈모여봐요! 동물의 숲〉(2020)을 플레이하려면 필수적으로 닌텐도 스위치(NS)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닌텐도는 서드파티의 게임이 자사 생태계에 입점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자신들의 킬러 타이틀이 다른 게임기에서 실행되는 부분에는 극도로 보수적이다. 〈포켓몬스터 소드·실드〉(2019),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2019)처럼 닌텐도가 유통하는 게임들도 좀처럼 스위치 바깥을 나가지 않는다. 오늘날 NS 바깥의 닌텐도 게임은 모바일게임 〈슈퍼 마리오 런〉(2016)이나 〈피크민 블룸〉(2021)처럼 소수 사례만 있을 뿐이다. 그렇게 NS는 5년 만에 1억 대가 팔렸다. 오늘의 주인공 소니는 어떨까?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PS에도 강력한 독점작 파이프라인이 작동한다. 최근 PS 독점으로 나온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2022)가 대표적이다. 전작 〈갓 오브 워〉(2018)의 PS4 독점이 풀린 것은 최초 발매로부터 약 4년이 지난 2022년이다. 〈호라이즌 제로 던〉(2017)이 PC로 간 시점은 3년이 지난 2020년 8월이다. 리메이크작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2022)에서도, 지난 10월 PC 버전으로 발매된 ‘언차티드’ 합본판에서도 소니가 여타 게임사보다는 긴 호흡의 기간 한정 독점을 가져간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최근 소니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베데스다가 포함된 제니맥스를 인수한 데 이어 액티비전블리자드(AB)까지 가져가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니는 MS의 인수가 성사되면 〈스타필드〉(2023)는 물론 북미 지역 현세대 최고 인기 게임 ‘콜 오브 듀티’를 PS에서 서비스하지 못하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MS Xbox의 필 스펜서는 "콘솔 독점권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시에 MS는 ‘콜 오브 듀티’에 대한 소니의 권리를 계속 보장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독점 게임과 시장 독과점 사이 MS가 벌이고 있는 공격적인 인수전에 대해서는 이미 좋은 자료가 많이 나와 있다. 이 글에서는 짧게 짚고 넘어가자. 요약하자면, MS는 우리 돈으로 90조 원이 넘는 금액을 100% 현금으로 지불하면서 AB를 사려 한다. 그러나 MS는 이미 게임 시장에 지배자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규제 기관들은 이 딜을 검토해야만 한다. 현재 약 30여 개의 국가 규제당국이 MS의 AB 승인 건을 검토 중이다. 22년 9월, 영국 경쟁시장청(CMA)측은 시장 경쟁 하락의 이유로 인수를 일차 기각했으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11월 초 집중 조사를 개시했다. 미화 687억 달러가 오가는 역대급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선봉에는 소니가 있다. 지난 8월 브라질 경제보호행정위원회(CADE)에 "MS의 인수는 독점 행위", "'콜 오브 듀티'는 유저 커뮤니티의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비슷한 예산으로 비슷한 작품을 만들어도 경쟁이 불가하다"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보냈다. 또 지난 11월, 영국 CMA는 소니와 MS가 제출한 서한 일부를 공개했다. 이때 소니는 "인수가 완료되면 Xbox는 콜 오브 듀티, 헤일로, 기어즈 오브 워, 둠, 오버워치 등 베스트셀러 FPS를 모두 살 수 있는 상점이 되면서 경쟁의 압박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강력한 우려를 표했다. MS는 "PS의 월 사용자는 Xbox의 두 배에 달한다. 약 6천만 명 정도 더 많다", "소니는 MS보다 많은 독점 게임을 가지고 있다", "많은 콘솔 게이머가 ‘콜 오브 듀티’를 플레이하지 않는다"라며 CMA에 방어 논리를 전개했다. 명실상부 ‘콜 오브 듀티’는 서양, 특히 북미 시장에서 파괴적인 프랜차이즈다.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II〉(2022)는 지난 10월 28일 출시 이후 전 세계 매출 8억 달러(약 1조 1천 368억 원)를 벌었다. 액티비전은 보도자료를 내고 “영화 〈탑건: 매버릭〉과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박스오피스 오프닝 성적을 합친 것보다 높은 수치”라고 자찬했다. 영화를 ‘콜 오브 듀티’ 흥행 비교 대상으로 사용하기는 액티비전이 자주 쓰는 방식인데, 지난 2019년에도 액티비전은 "'콜 오브 듀티' 프랜차이즈의 전체 매출은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 시리즈 전체보다 많고 영화 '스타워즈'의 2배나 된다"라고 이야기한 적 있다. MS의 독점작이었던 ‘헤일로’, ‘기어즈’, ‘포르자 호라이즌’은 상업적으로 소니에게 절실한 타이틀이 아니었다.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이 거느리는 강력한 개발사군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흥행 보증 수표 ‘콜 오브 듀티’는 이야기가 다른 듯하다. 소니는 이 프랜차이즈를 계속해서 PS 생태계에 남겨둘 필요가 있다. 이번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II〉에서도 재차 확인되듯, '콜 오브 듀티'의 싱글플레이 분량은 점점 줄고 있다. 일각에서는 "멀티를 위한 튜토리얼로 전락했다"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게임의 멀티플레이 모드는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현재 '콜 오브 듀티' 멀티플레이의 핵심 BM은 스킨인데, 앞으로 ‘콜 오브 듀티’가 PS에서 빠지면 소니는 인 게임 결제 수수료 30%를 잃게 된다. 더구나 MS는 토드 하워드의 신작 〈스타필드〉 출시 플랫폼에 PS를 제외했다. 많이 목마른 소니, 아직 배고픈 MS MS의 AB 인수에 소니는 적잖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 소니의 게임 분야 실적도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다. 지난 2분기 소니의 게임 분야 영업이익은 421억 엔(약 4,05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1% 감소했다. 소니의 실적을 이끈 쪽은 카메라, 영상 장비, 반도체 분야와 음악사업이었다. 그래서 소니는 목이 많이 마르다. 오랜 기간 독점 게임을 서비스하며 성과를 냈던 소니가 이제는 MS 독점 게임에 대응해야 하는 반대 입장에 서게 됐다. 우려를 불식하려는 듯 MS는 소니에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10년 계약 연장을 제안했다. 소니와 액티비전 사이에 맺어진 이전 계약은 2024년에 만료된다. MS에 급한 사안은 세계 규제기관의 승인이므로, 자신들이 시장 독과점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낼 필요가 있다. 애플과 에픽게임즈가 서로에게 소장을 날리며 인앱결제 수수료를 놓고 법률 다툼을 하는 것과는 다르게 MS와 소니는 규제기관에 보내는 ‘입장문’과 투자로 상대적으로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소니의 투자를 보면 독점 게임 철학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소니는 한때 MS 산하에 있던 ‘데스티니’ 시리즈의 번지를 인수했고, 지난 31일에는 〈엘든 링〉(2022)의 개발사 프롬 소프트웨어의 지분 14.09%를 확보했다. MS는 아직 배가 많이 고프다. 이미 윈도우라는 설명이 필요 없는 OS를 보유하고 있고, Xbox 기기를 판매 중이며, 월 구독 모델인 Xbox 게임패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 중이다. 게이머에게 확실히 그 존재를 각인시킨 게임패스는 독점 게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스타필드〉나 〈엘더 스크롤 6〉가 게임패스에 입점한다면, 자사 콘솔과 PC를 아우르는 독점 게임 모델이 출현하게 된다. MS는 게임패스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서라면 일부 콘솔, DL 매출을 포기하고 게임패스에 게임을 포함할 수 있다. 캡콤의 〈몬스터 헌터: 월드〉 사례처럼 짧은 독점 기간을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 소비자는 더이상 독점 게임을 해보기 위해 콘솔을 구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 국제적인 반도체 수급난이 계속되거나, Xbox 하드웨어 보급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판단된다면, MS는 게임패스에 힘을 더 실어줄 것이다. 콘솔 사용이 주는 고유한 재미가 변함이 없다면, MS의 ‘하드웨어 + 게임패스’ 투 트랙 전략으로 일어날 자기잠식효과도 치명적인 수준으로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필 스펜서는 ‘클라우드 게임 등으로 콘솔 시장이 위축되지 않겠느냐’라는 물음에 "모바일과 태블릿 등 일부 주요 기기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지만, 가정용 콘솔이 게임을 경험할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이야기한 적 있다. 최근 필 스펜서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꺼냈다. 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콘솔 독점 게임은 갈수록 보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유저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사용 기기에 상관없이 친구들을 만나 플레이하도록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 발언 이후, 〈스타필드〉의 PS 출시가 배제되었기에 일각에서는 기업의 언행 불일치를 지적했다. 필자는 싱글플레이가 중요한 게임은 (기간 한정) 독점으로 가져가고, 멀티플레이가 중요한 게임은 여러 플랫폼에 열어놓겠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MS의 AB 인수가 성사되면, MS는 다음 사냥감을 찾아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게임 애널리스트 다니엘 아흐메드는 "게임패스가 이제 Xbox 생태계의 중심에 서면서 MS가 서비스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유저 유입으로 이어지는 독점 콘텐츠와 IP에 투자하는 게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지지 않으려 소니는 열정적으로 파트너를 찾고 있다. 바로 3주 전 흥미로운 보도가 나왔다. 바로 소니가 한국의 엔씨소프트와 손을 잡고 〈호라이즌 제로 던〉 기반 MMORPG를 개발 중이라는 소식. 엔씨소프트는 "현재 개발 중인 미공개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는 확인이 어렵다"라는 입장이다. 지난 11일, 엔씨소프트는 컨퍼런스콜에서 "아주 훌륭한 글로벌 파트너와 저희가 협력하는 내용이 많이 진행됐다. 회사 이름 공개를 할 순 없으나 곧 사업 쪽에서 발표드릴 것"이라고 말한 적 있는데, 이 '아주 훌륭한 파트너'는 소니일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콘솔 삼국지’에서 닌텐도는 독야청청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닌텐도의 독점 게임 정책은 전통적이면서 일관된 면이 있다. 게이머에게 닌텐도의 기조는 이미 ‘당연한 조건’처럼 인식되기 때문에, 닌텐도의 독점 정책을 힐난하는 소비자는 드문 듯하다. 그렇게 〈포켓몬 스칼렛·바이올렛〉(2022)은 출시 3일 만에 천만 장을 팔았고, 〈스플래툰 3〉(2022)도 출시 사흘 만에 일본에서만 345만 장 판매됐다. 그러나 하드웨어 판매 실적이 부진한 탓에 닌텐도의 연 매출은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도 닌텐도의 소프트파워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듯하다. 독점 게임에 새 지형도가 펼쳐져도 닌텐도 월드는 굳건할 것만 같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작가) 김재석 8년 동안 디스이즈게임 취재기자로 일했다. 지금은 서브컬처 스타트업에서 대외협력을 맡고 있다. 에디터와 치트키의 권능을 사랑한다.

  • 오래된 미래: 1989년에 상상한 미래형 컨트롤러, U-Force와 파워 글러브의 대결

    조이스틱과 게이머의 남근선망을 연결 짓는 비평(Pozo, 2015)은 어찌 보면 지나치게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사례를 보면 어떨까. 2009년, “섹스와 테크놀로지”를 테마로 개최된 Arse Electronika 컨퍼런스에서 SF미디어 랩은 실험적인 게임 컨트롤러 하나를 선보였다. “조이딕(Joydick)”으로 명명된 이 게임 컨트롤러는 벨트로 부착시킨 원기둥 물체를 상하좌우로 움직여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해준다. 당시 SF미디어랩의 공동대표였던 노아 와인스타인(Noa Weinstein)이 게시한 유튜브 영상에 의하면, 이러한 조이딕은 “사용자의 페니스를 네 개의 주요 방향 으로 화면의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는 조이스틱으로 변환시킨다." < Back 오래된 미래: 1989년에 상상한 미래형 컨트롤러, U-Force와 파워 글러브의 대결 11 GG Vol. 23. 4. 10. * JOYDICK의 사진. * 다양한 모양의 조이스틱들 “표준적” 컨트롤러? 조이스틱과 게이머의 남근선망을 연결 짓는 비평(Pozo, 2015)은 어찌 보면 지나치게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사례를 보면 어떨까. 2009년, “섹스와 테크놀로지”를 테마로 개최된 Arse Electronika 컨퍼런스에서 SF미디어 랩은 실험적인 게임 컨트롤러 하나를 선보였다. “조이딕(Joydick)”으로 명명된 이 게임 컨트롤러는 벨트로 부착시킨 원기둥 물체를 상하좌우로 움직여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해준다. 당시 SF미디어랩의 공동대표였던 노아 와인스타인(Noa Weinstein)이 게시한 유튜브 영상에 의하면, 이러한 조이딕은 “사용자의 페니스를 네 개의 주요 방향 으로 화면의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는 조이스틱으로 변환시킨다.” 1) 조이딕은 실제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다기 보다는 당시의 게임문화에 대한 일종의 농담으로서 기획된 것이었다. "페니스"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조이딕을 본래 설계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조이딕은 아이러니한 방식을 통해 특정한 신체의 형태에 척도를 부과·이용하는 게임 컨트롤러의 속성을 조명한다.(Pozo, 2015). 컨트롤러를 연구하는 많은 연구자들은 보편적 형태의 컨트롤러가 특정 형태의 신체를 표준으로 상정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특정한 방식의 플레이스타일을 정석적인 것으로 만들어낸다는 점을 비판한다 (Pozo, 2015; Boluk, LeMieux, 2017; Marcotte, 2018). 그렇다면, 표준에서 벗어난 형태의 컨트롤러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이 글에서는 1990년 초 게임 잡지에 실렸던 컨트롤러 기기들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1990년대 초까지의 비디오 게임 잡지에서는 다양한 모양, 질감, 그리고 기능을 가진 컨트롤러에 대한 광고와 리뷰가 범람하였다. 이를 통해 조이스틱과, 알록달록한 버튼, 그리고 고무 패킹과 같은 물성들이 당시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있었음을, 그리고 이러한 인터페이스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경험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물론 그 당시에는 게임 소프트웨어와 컨트롤러 사이의 위계가 지금만큼 공고하게 구축되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실험적인 형식의 컨트롤러를 먼저 개발한 다음, 그러한 컨트롤러가 추구하는 기능에 호환되는 게임 소프트를 개발하는 방식이 지금에 비해 더 빈번하게 일어났다. 한편 1990년대 중반 이후로는 게임패드의 형식이 대체로 굳어지게 된다. 왼쪽에는 십자 모양의 방향키가, 오른쪽에는 네 개의 원형 버튼이 자리 잡고 있으며, 컨트롤러의 상단에는 검지로 누를 수 있는 L버튼(Left;왼쪽)과 R버튼(Right; 오른쪽)이 위치하는 오늘날과 유사한 형태의 게임 패드가 주류로 자리 잡게 된다. 컨트롤러 형식이 표준화되면서 그 모습도 서로 비슷해져 갔고, 이에 따라 90년대 중반부터는 게임 잡지에서 컨트롤러를 묘사하는 사진 이미지 경쟁도 현저하게 줄어들게 된다. 게임이 더 이상 최신의 신기한 기술로 여겨지지 않게 되면서 게임 기기가 주는 물성에 매혹되기보다는 게임 자체의 스크린샷이나 공략에 더욱 관심을 집중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 U-Force와 파워 글러브의 광고 U-Force와 파워 글러브(Power Glove)의 경쟁구도 1989년에는 브로더번드(Broderbund)사의 U-Force와 마텔(Mattel)사의 파워글러브(Power Glove)가 출시되었다. U-Force는 노트북처럼 펴고 접을 수 있는 폴더 형태로, 수직으로 맞물리는 적외선 장을 통해 손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기기였다. 그리고 파워 글러브는 장갑처럼 손에 착용하는 형태로, 손을 움직이거나 손가락을 굽히는 방식으로 게임을 조작할 수 있었다. 두 기기 모두 기존의 컨트롤러와는 매우 다른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신기한 최신 장난감의 자리를 놓고 서로 경쟁하게 되었다. GamePro나, Electronig Gaming Monthly를 포함하여 다양한 게임 잡지들에서 둘을 비교하는 특집 기사를 다루었으며, 각 제품 개발의 책임자인 데이브 카퍼(Dave Capper)와 스캇 굿맨(Scott Goodman)의 인터뷰를 싣기도 했다. 2) * 파워글러브와 U-Force를 다루는 특집기사 U-Force와 파워글러브는 현실의 상호작용과 더 유사한 방식의 “향상된 상호작용”을 통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U-Force는 특히 플레이어의 행동이 아무런 접촉 없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비접촉식 플레이에 기술적으로 보다 진보적인 이미지를 부여하고자 했다. 당시에 실렸던 광고 카피를 보자. “그 어떤 것도 들고 있거나, 올라타거나, 착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U-Force는 당신의 커맨드에 반응하는 파워-장을 만들어 내며, 바로 당신을 컨트롤러로 만듭니다.” 3) 다시 말해, U-Force 광고는 사용자가 기기에 접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사용자의 행동이 조이스틱이나 버튼을 사용하여 변형되거나 매개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Electronic Gaming Monthly의 인터뷰에 실린 데이브 카퍼의 인터뷰도 이러한 의도를 뒷받침한다. 그는 ”플레이어를 특정 루틴에 가두어 게임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하는 신체적 접촉을 제거하여 게임 플레이 방식에 혁신을 주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던 파워글러브는, 게이머의 플레이 행위에 삼차원 공간을 더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가령 GamePro 기사는 파워글러브를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플레이어의 손 동작은, 일종의 조이스틱이 되어 3차원 공간에서 손과 손가락의 위치를 감지하는 파워글러브의 센서를 통해 화면의 개체와 캐릭터의 동작을 지시합니다.” 4) 파워글러브 또한 (U-Force와 마찬가지로) 플레이어의 동작이 컨트롤러를 거쳐서 입력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플레이어의 몸이 컨트롤러로 변환된다”는 수사를 사용한다. 스캇 굿맨은 인터뷰를 통해 ‘파워글러브 컨트롤러가 제공하는 움직임이 조이스틱이나 버튼의 그것보다 현실의 상호작용과 더욱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파워글러브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플레이에 추가된 3차원 특성이다. 실생활에서는 버튼을 누르거나 조이스틱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공을 감싸서 공을 잡기 때문이다.” 5) 그러나 당시 게임 잡지에 실렸던 많은 리뷰들에서 알 수 있듯이 카퍼와 굿맨이 주장했던 “향상된 상호 작용”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플레이어는 새로운 컨트롤러를 사용하는 방법을 새롭게 습득해야 했으며, 이는 게임 플레이를 오히려 더 어렵고 부자연스럽게 만들었다. Electronic Gaming Monthly의 리뷰 기사도 U-Force와 파워글러브를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두 기기는 그들이 시도하려던 ‘향상된 상호작용’을 아주 간신히 성공시켰다. 비록 게임의 몰입도를 향상시켰기보다는 컨트롤러에 대한 개입만을 증가시킨 것이지만 말이다.” 6) * 1989년 12월, 텍사스 지역 신문인 New Braunfels Herald-Zeitung의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 섹션. 많은 어린이들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파워 글러브를 받고 싶다는 편지를 보낸 것을 알 수 있다. * VR 기기로 소개된 파워 글러브 비표준적인 컨트롤러의 가능성 게임의 물리적인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현실의 움직임과 더욱 유사한 플레이 경험을 만들고 싶다는 U-Force와 파워글러브의 상상은 오늘날의 VR기술과도 공명하는 부분이 있다. 실제로 두 컨트롤러 기기를 포함하여 표준적이지 않은 형태의 컨트롤러들은, 2000년대 이후 게임 잡지에서는 초기 형태의 VR 장치로 간주되기도 한다. 1990년대 초 이전 시기에 시도·구상되었던 많은 가상현실 기술들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는 현대의 HMD 기기나 모션 캡처 기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초기 VR장치 중 일부는 상업적인 의미에서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VR 장치의 디자인이나 작동원리를 위한 길을 닦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Video Game & Computer Entertainment에 실린 기사에서, 저자들은 실험적인 인터페이스가 기존 컨트롤러를 사용할 수 없는 장애를 가진 게이머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7) 데이브 카퍼는, U-Force가 출시되기 이전 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컨트롤러에 사용된 기술이 컴퓨터 및 의료 응용 프로그램에서 장애인을 지원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8) 물론 이것은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미사여구일 뿐, 정말로 그런 목적으로 컨트롤러가 설계되지는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표준적이지 않은 컨트롤러와 대안적인 인터페이스는 기술의 미래를 상상해줄 뿐 아니라 게임에 참여하고 플레이하는 보다 다양한 방식에 영감을 줄 수 있다. 혹은, 기술 혁신과 이용자의 저변을 넓히는 대안적 상상력은 애초부터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것일 수도 있겠다. 1989년보다 무려 34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또 다른 어떤 컨트롤러를 상상할 수 있을까? 1) Through the use of a carefully designed strap-on interface, the users penis is converted into a joystick capable of moving the character onscreen in all four cardinal directions“.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8JORtc2gAsY 2) Marshall Rosenthall. (1989). Dare to compare: U-Force vs. Power Glove. Electronic Gaming Monthly, 2, 46-48. 3) There's nothing to hold, nothing to jump on, nothing to wear. U-Force creates a power field that responds to your every command--making you the controller. 출처: Nintendo Power Flash Canada. (1989, Summer-Fall). U-Force advertisement. Issue 05. 4) The action of the player's hand, which becomes the joystick, dictates the action of objects and characters on the screen via sensors in the power glove that perceive hand and finger positions in three-dimensional space. 출처: Marshall Rosenthall. (1989). Dare to compare: U-Force vs. Power Glove. Electronic Gaming Monthly, 2, 46-48. 5) But what really makes this and all the Glove games so good is the three-dimensional quality added to play. You actually grab a ball in real life by wrapping your fingers around it - not by pressing a button or moving a joystick. 출처: Marshall Rosenthall. (1989). Dare to compare: U-Force vs. Power Glove. Electronic Gaming Monthly, 2, 46-48. 6) Both units marginally succeed at what they're trying to do, although this 'enhanced interaction' is really added involvement with the controller units rather than an improved involvement with the games. 출처: Bill Kunkel & Joyce Worley. (1989, August). A question of control: A survey of joysticks & other devices for game players. Video Games & Computer Entertainment, 7, 42-45. 7) Bill Kunkel & Joyce Worley. (1989, August). A question of control: A survey of joysticks & other devices for game players. Video Games & Computer Entertainment, 7, 42-45. 8) Freiberger, P. (1989, January 12). Don't touch that joystick. The Kokomo Tribune, p. 22. 참고문헌-논문: Boluk, S., & LeMieux, P. (2017). About, Within, Around, Without: A Survey of Six Metagames. In P. Zagal & S. Deterding (Eds.), The Gameful World: Approaches, Issues, Applications (pp. 23-74). MIT Press. Marcotte, J. (2018). Queering control (lers) through reflective game design practices. Game Studies, 18(3), 1-16. Pozo, D. (2015). Countergaming’s porn parodies, hard-core and soft. In T. Apperley & D. J. O’Donoghue (Eds.), Rated M for Mature: Sex and Sexuality in Video Games (pp. 133-146). Bloomsbury Publishing. 참고문헌-신문기사 및 잡지: Bill Kunkel & Joyce Worley. (1989, August). A question of control: A survey of joysticks & other devices for game players. Video Games & Computer Entertainment, 7, 42-45. Freiberger, P. (1989, January 12). Don't touch that joystick. The Kokomo Tribune, p. 22. Marshall Rosenthall. (1989). Dare to compare: U-Force vs. Power Glove. Electronic Gaming Monthly, 2, 46-48. PC Leisure. (1990, Winter). Virtual unreality. (Issue 4). 44-47. The Cutting Edge: Slip Your Hand Into Action / Nothing Comes Between You and the Game. (1989, May). GamePro, 1, 6-7. Nintendo Power Flash Canada. (1989, Summer-Fall). U-Force advertisement. Issue 05. GamePro. (1989, May). Power Glove advertisement. Issue 1. New Braunfels Herald-Zeitung, December 17, 1989, "Local second graders pen letters to Santa Claus.")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문화연구자) 김지윤 연세대학교에서 언론홍보영상학과 인류학을 공부하고,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미디어문화연구를 전공했다. 부족한 실력으로 게임을 하다가 게임의 신체적 퍼포먼스에 관심을 갖게 되어 게임 연구를 시작했다. 여성 게이머의 게임 플레이 경험을 분석한 석사학위 논문을 써서 2020년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우수 학위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미국 시카고대학 영화·미디어학과 (Cinema and Media Studies) 박사 과정에서 게임문화를 전공하고 있다.

  • 22대 국회의원선거 공약이 말하는 대한민국과 디지털게임

    민주주의 국가의 운영은 행정부만큼이나 입법부도 중요하다. 입법부를 구성하는 선거가, 쓰는 입장에서는 한창 진행중이고 읽는 입장에서는 투표 직전이거나 끝났을 것이다. 그리고 게임 또한 문화이자 산업으로서, 정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비단 단속이나 규제의 의미만이 아니고 진흥과 지원의 의미로도 그렇다. 그리하여 윤석열 대통령의 게임 공약을 분석했던 시도에 이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등장한 게임 관련 공약을 살펴본다. < Back 17 GG Vol. 24. 4.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Seonggap Hong Freelance writer—a job title suspected of being a synonym for "unemployed." Started out as a reporter at Ddanzi Ilbo, where broke the first story exposing the National Intelligence Service's comment-manipulation operation. A lifelong gamer who wrote a first piece of game criticism in 2001—and is very glad it has since been lost.

  • [논문세미나] Press X to Wait: The Cultural Politics of Slow Game Time in Red Dead Redemption 2

    이번 세미나에서 리뷰할 논문은 지난 2022년 8월 ‘게임 스터디즈(Game Studies)’라는 저널에 게재된 〈Press X to Wait: The Cultural Politics of Slow Game Time in Red Dead Redemption 2〉이다. 번역하면 “X를 눌러 기다리시오: 레드 데드 리뎀션 2에서 느리게 흘러가는 게임 시간의 문화정치” 정도 될 수 있다. 이 논문은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레드 데드 리뎀션 2〉과 시간에 대한 감각을 다룬다.  < Back 11 GG Vol. 23. 4.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Leesun Park Studies games from a social perspective. Believes that games, as a tool, ultimately offer a way to explore what it means to be human. These days, mainly writing.

  • 온라인 시대의 살아있는 화석, 보드게임 이야기

    1938년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되어 그 존재가 알려진 실러캔스라는 어류 개체가 있다. 실러캔스는 약 3억 7천 5백만년 전 지구상에 출현하여, 약 7천 5백만년 전 절멸했다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실러캔스는 살아있었다.   < Back 08 GG Vol. 22. 10.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Changhwan Yoon Someone who makes board games. Wants to spread the joy of making board games far and wide. Always recruiting fellow board game players. Get in touch via Instagram @imakeboardgames.

  • 효율 같은 건 필요 없어: 느리고 답답하게 게임하기

    효율성은 분명 중요한 요소일 수 있지만, 그것이 유일한 플레이 방식일 필요는 없다. 게임에서 비효율을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성공에 관심 없는 것이나 열등하거나 패배적인, 혹은 의도에서 벗어난 부적응적인 태도라고 보긴 힘들다. <월든>에서 소로가 자연 속에서 존재하는 고유한 삶의 속도를 발견했듯이, 무엇이 게임에서 ‘성공'인지 각자가 내리는 정의가 다를 뿐이며 플레이어 각각에게 존재하는 삶의 속도가 다를 뿐이다. 비효율적인 게임 플레이는 게임이 단순한 목표 달성의 도구가 아닌 복합적인 경험의 장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 Back 효율 같은 건 필요 없어: 느리고 답답하게 게임하기 18 GG Vol. 24. 6. 10. * 데이비드 소로의 원작 <월든>은 2017년 디지털게임으로 발매된 바 있다. 스팀 등을 통해 플레이할 수 있다. 월든에 대한 단상 <월든(Walden)>이라는 게임이 있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라는 인물이 되어 그의 삶을 체험한다. 소로는 1845년에 도시를 떠나 숲 속 외딴 오두막에서 몇 년간 거주했고, 그때 깨달은 점들을 책 <월든>으로 썼다. 책과 동명의 게임 <월든>에서 플레이어는 1845년의 소로가 되어 당시의 삶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플레이어는 소로처럼 사계절 내내 매일 나무에 망치를 두드려 집을 수리하고,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옷을 기우며, 열매를 따서 병에 저장하고, 나룻배에 올라 노를 저어 호수를 이동한다. 실제 소로가 하던 일을 그대로 따라해보면서 여정을 하다보면 어느새 소로가 남긴 책 한 권, 월든을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월든>에서 소로가 도시와의 오랜 분리 생활 끝에 알게된 것은 무엇이었을까? 책과 게임에서 모두 언급되듯, 모든 사물에게는 각자 고유한 삶의 속도가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알게 되었다. 사과나무는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와 계절에 맞게 성숙할 필요가 없었고, 어디선가 북소리 장단이 들려온다면 발걸음을 맞추려고 애쓰기보다는 자신만의 음악을 듣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다른 사람의 목적, 시간, 가치판단 때문에 굳이 자신의 것을 바꿔야 할 필요가 없다는 <월든>의 통찰을 통해, 우리는 단지 소로의 삶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가 미덕으로 여기는 ‘효율’이라는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다. 자신만의 선택과 속도로 게임을 즐기기 현대사회의 보편적인 속성뿐 아니라, 많은 게임들이 효율성을 추구하도록 설계되고 있다. 플레이어들은 그에 맞춰 게임에서 최적의 선택을 찾아간다. 게임 문화에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플레이는 많은 이들에게 이상적인 방식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게임은 단순히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전개 방식을 통해 플레이어들에게 폭넓은 경험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미디어이기도 하다. 일부 플레이어들은 의도적으로 비효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일부 제작자들은 비효율을 강요하기도 한다. 효율 떨어지더라도 감수할만한 다른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게임 <월든>의 철학을 게임 플레이에도 적용하면서, 게임 플레이에서 관찰되는 다양한 비효율의 사례와 그 배경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효율성보다 더 우선되는 가치에는 어떤 것이 있는 지를 알아보는 과정을 통해 게임 플레이의 다양성 또는 인간 플레이어의 다양성에 대해 짚어볼 것이다. 실력을 증명하기 위한 의도된 ‘비효율’ 게임에서 가장 효율적인 선택지를 찾는 과정은 마치 퍼즐을 푸는 것과도 같다. ‘A라는 상황에서 B라는 아이템을 선택하고 C라는 행동을 하면 최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해답을 얻기 위해 플레이어는 수많은 조합이나 계산을 해보거나 공략을 찾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서 퍼즐의 답을 찾아나간다. 하지만 어떤 플레이어들은 퍼즐의 해답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의도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 게임이 보장하는 정도(正道)를 무시하고 매우 비효율적인 방법을 고의적으로 행한다. 자신의 실력을 확인거나 과시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되는데, 예를 들면 초보자의 무기를 가지고 보스 몬스터까지 격파하는 문화가 바로 그것이다. 게임 <다크소울> 시리즈에서는 “SL1 Run”이라는 문화가 있는데, 이는 캐릭터의 레벨을 전혀 올리지 않고 소울 레벨 1로 게임의 끝까지 완주하는 챌린지를 뜻한다. 쉽게 말해 ‘노렙업 플레이’이다. 스트리밍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이러한 플레이는 극단적인 모습에 무모하다는 감상을 전달하다가도 동시에 경외감을 선사하는 모습이다. 공격력이 매우 약한 초심자의 무기로 강력한 보스를 격파하는 이러한 도전은 사실 굉장히 비효율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의도된 비효율적 플레이는 동시에 플레이어의 실력을 가장 쉽게 증명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 되기도 한다. 엄청난 시간의 플레이 타임이나 스피드런 기록의 수치가 의미하는 플레이어의 실력이 있듯, 알몸 상태의 막대기로 보스를 이기는 비효율적인 실황은 자신이 얼마나 실력자인지 알리고자 하는 플레이어의 선택에서 비롯된다.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서 생긴 ‘비효율’ 승리나 성공이 아닌 다른 것에 게임 플레이의 목적이 있는 경우에도 비효율의 상황은 발생한다. 단순히 멋지다는 이유로 선택되는 무기, 장비, 스킬이 바로 그것이다. 어떠한 플레이어들은 능력적인 효과와는 상관 없이, 방어력이 비교적 낮지만 자신의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는 보인다는 이유로 그 옷을 선택하거나, 노출된 몸이 더 아름답기 때문에 옷을 입히지 않기도 한다. 또는 냉기 마법보다 화염 마법이 덜 효과적인 상황임에도 불길이 이글거리는 모습이 시각적으로 더 강렬해보인다는 이유로 화염 마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취향의 문제에 캐릭터와의 관계로 비효율적인 선택이 배가되기도 한다. <포켓몬스터> 시리즈에서 플레이어는 포켓몬의 능력치를 따져 강력한 팀을 구성해 배틀을 진행해야 하지만, 자신과 게임 속에서 오랫동안 인연이 이어왔거나 더 귀엽다고 생각되는 포켓몬을 배정시키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비효율적인 선택은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비슷하다. 수납력이 떨어지는 불편한 지갑이라도 누군가와의 추억이 담긴 선물이라면 기꺼이 가지고 다니는 것과 같다. 스토리 전개를 위해 효율성을 과감히 포기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인간의 삶 자체를 시뮬레이션화한 게임 <심즈4>는 현실처럼 다양한 직업군을 제공한다. 플레이어가 만든 캐릭터 ‘심’이 성장해 성인이 되면 직업을 가질 수 있는데, 하루종일 글만 쓰는 작가부터 명망있는 사업가, 인스타 인플루언서까지 50개에 달하는 직업이 플레이어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그렇듯 각각 직업군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모두 다르고 근무시간, 출근 요일도 각양각색으로 나타난다. <심즈4>에서 효율적인 플레이 방식은 캐릭터가 오랫동안 고소득 직장에서 능력을 쌓아 승진하고 부를 축적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심에게 극적인 스토리라인을 만들어주기 위해 비효율적인 결정을 내린다. 다른 직업과 비교했을 때 시급이 적은 바텐더나 화가를 시켜 힘겨운 삶에 살게 하고, 다양한 일을 경험해보기 위해 승진 없이 여러 직업을 전전하고 낮은 보수의 직업을 이어나간다. 현실성을 강조해서 나타난 ‘비효율’ ‘탈것’이란 보통 게임에서 말, 자동차, 비행기처럼 캐릭터를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는 수단이다. 도보로 먼 거리를 이용해야하는 상황에서 이동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탈것은 게임에서 플레이의 효율을 증가시키는 대표적인 시스템이다. 근래에 들어서는 플레이어의 시간을 아껴주는 편의성 콘텐츠로 보편적으로 이해되고 있다. 반면 어떤 게임들은 일부러 탈것을 존재시키지 않는다. 개발자의 의도가 담겼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 개발자들은 게임의 현실감을 증가시키고 싶은 의도에서 플레이어가 두 다리로 직접 걸어서 이동하도록 한다. 또는 탈것이 게임 내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의 이동속도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플레이어가 탈것에게 기대하는 높은 속도의 이동이 아닌 실제로 그 수단이 현실에서 사용되는 시간의 그대로를 느끼게끔 하는 것이다. 현실성의 강조는 탈것뿐 아니라 게임 속 캐릭터의 생활 방식 자체에 적용될 수 있다. <레드 데드 리뎀션2>는 현실적인 연출을 묘사한 게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캐릭터가 직접 사냥하고, 가죽을 하나하나 벗기고, 요리를 하는 시간까지 상당한 시간을 소모한다. 이러한 게임의 표현 방식은 일각에서는 현실성이 높아 몰입을 가져다준다는 평가 받기도 했지만 상당수의 플레이어의 시간을 잡아먹고 답답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이들은 자신의 플레이타임 대비 얻은 게임 속 자원의 형편 없음을 지적했다.( 게임제너레이션 11호 글 참조) 혹자는 이런 상황을 보고 개발자들이 ‘낭만’을 추구한 결과라고 표현한다. ‘낭만’은 상대적인 가치다. 어떤 사람에게는 낭만이지만 다른 이에게는 그저 답답함 뿐인 부정적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소위 ‘개발자의 낭만’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게임의 평판에도 부정적인 평가를 가져오게 된다면 개발자는 뒤늦게 조치를 취하기도 하는데, 탈것을 유료 재화나 DLC로 추가 업데이트 하거나 불필요한 소요 시간을 단축하는 버튼 등의 시스템을 추가한다. 물론 현실성을 강조해서 나타난 비효율적 플레이는 개발자의 문제만이 아니라, 플레이어 자신에 의해 추구될 수도 있다. 탈 것이 있음에도 타지 않는 플레이어들에 해당되는 말이다. 필자의 경우 <용과 같이 8>에서 캐릭터를 빠르게 먼 장소까지 이동할 수 있는 택시라는 수단이 있었음에도 잘 이용하지 않았다. 평소 일본 요코하마로 여행을 떠나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선뜻 실현할 수 없었는데, 게임 속 배경인 요코하마의 거리 풍경이 너무 잘 표현되어있었기 때문에 굳이 도보를 통해 걸어가면서 여행의 정취를 느끼고 싶었다. 덕분에 플레이타임은 게임 공략에서 제시하는 수준보다 훨씬 초과하였지만, 주변 경관을 즐기기 위해 느릿느릿 도보를 선택하는 플레이어에게는 비효율적인 선택이 오히려 더 가치있는 플레이가 될 수 있었다. 시간의 가치가 달라서 만들어진 (상대적인) ‘비효율’ 마지막으로 언급하는 비효율의 사례는 플레이어의 삶 전반에 깔린 태도이자 시간에 대한 문제다. 게임을 즐기는 부류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공략을 보면서 빠르고 효율적인 선택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부류와 공략 따윈 신경쓰지 않고 스스로 헤매고 깨닫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부류다. 두 타입의 플레이어 모두 각자의 만족감을 추구한다. 공략을 보지 않는 플레이어는 고행길을 스스로 헤쳐나가는 데에서 성취감을 얻는다. 반면 공략을 보는 타입의 플레이어는 불필요한 시간 낭비 없이 게임을 최적의 루트로 클리어 한다는 데에서 만족감을 얻게 된다. 이러한 플레이어의 태도는 각자의 시간의 가치가 달라서 나눠진다고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스카이: 빛의 아이들>이라는 게임을 할 때의 일이었다. 게임에는 양초라는 상징적인 아이템이 있다. 이 양초는 스킬이나 캐릭터 커스텀 등을 구입할 때 사용되는 주요 재화로, 게임의 맵 전체에 걸쳐 분포 되어있었다. 플레이어들은 맵을 탐험하면서 양초를 수집해야만 했지만, 그래도 어차피 게임은 맵을 탐험하는 것이 주 콘텐츠였기 때문에 양초란 사실 수집을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재화이기도 했다. 나는 한 플레이어와의 대화 중 어떤 이야기를 들었고, 그가 게임 커뮤니티에서 읽은 양초 획득 공략법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가 말하길, 전체 맵에는 총 00개의 양초가 분포되어 있고, 양초 위치를 외워서 최단 거리로 이동하면 이 게임은 하루 XX분만 해도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양초 위치가 표시된 맵 지도는 커뮤니티에 다 나와있으니 참고하라고 했다. 그의 이야기 뒤에 이어진 내 대답은 크게 부응하진 못했다. “아, 그렇구나. 고마워. 근데 왜 그래야 하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플레이어와 그렇지 않는 플레이어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이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타당한 이유도 있었던 것이, 그 플레이어는 “하루 중 게임에 접속할 수 있는 시간이 XX분밖에 안된다”라고 언급하면서 자신이 그렇게 소위 ‘효율충’이 되어버린 데에는 배경이 있음을 설명했다. 하루에 30분밖에 게임을 할 수 없는 사람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만을 추구해서 하루종일 느긋하게 할 수 있는 사람과 동등한 성취를 얻도록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수 있다. 효율/비효율은 플레이어의 다양성의 문제 효율성은 분명 중요한 요소일 수 있지만, 그것이 유일한 플레이 방식일 필요는 없다. 게임에서 비효율을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성공에 관심 없는 것이나 열등하거나 패배적인, 혹은 의도에서 벗어난 부적응적인 태도라고 보긴 힘들다. <월든>에서 소로가 자연 속에서 존재하는 고유한 삶의 속도를 발견했듯이, 무엇이 게임에서 ‘성공'인지 각자가 내리는 정의가 다를 뿐이며 플레이어 각각에게 존재하는 삶의 속도가 다를 뿐이다. 비효율적인 게임 플레이는 게임이 단순한 목표 달성의 도구가 아닌 복합적인 경험의 장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선택을 통해 게임을 어떻게 접근하고 경험하는지를 드러낸다. 효율을 추구하는 플레이어들은 빠른 진행과 최적의 결과를 위해 게임 내의 모든 선택을 계산하지만, 그렇지 않은 플레이어들은 탐험과 발견, 그리고 감정적인 만족감을 중요시한다. 이는 마치 소로가 숲 속에서 자신의 리듬을 찾았듯이, 플레이어들이 게임 속에서 자신의 고유한 리듬을 찾는 과정과도 같다. Tags: 제노바첸, 효율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문화연구자) 박이선 사회적인 관점에서 게임을 연구합니다. 게임이라는 도구를 통해 결국 인간을 탐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금은 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 고전 명작과 현대 테크놀로지의 해후: 『검은 신화 : 오공』과 중국 AAA게임의 상상

    2017년부터 중국 게임산업의 실제 매출은 확고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곧 중국 게임산업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AAA게임이야말로 한 나라의 게임산업의 종합적인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게이머들에게 뼈아픈 점은 중국이 내내 자체적인 3A게임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관련된 시도조차 부족하다는 사실에 있다. 다시 말해, 상업적 성장 측면에서 중국 게임산업은 ‘최고의 시대’이지만, 문화예술과 창조성의 측면에서는 ‘최악의 시대’라는 것이다. < Back 10 GG Vol. 23. 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Activist, Writer) Deng Jian (邓剑) Associate Professor at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Soochow University. Focuses on digital game cultural studies as a primary research interest, and writes a column on games, among other pieces, for The Paper. (Activist, Writer) Myeonggyo Hong Activist and writer. Works at the social movement organization Platform C on East Asian international solidarity and social movements. Author of To My Vanished Chinese Friend and A Ghost Throws a Punch at the World, and translator of Xinjiang Uyghur Dystopia and Dying for an iPhone (co-transl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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