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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세미나] “Sexuality does not belong to the game” - Discourses in Overwatch Community and the Privilege of Belong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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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3. 2. 10.

 - 게임제너레이션은 새 연재로 '논문세미나'를 오픈합니다. 디지털게임을 다룬 국내외의 주요한 논문들을 간략하게 정리, 소개함으로써 디지털게임 연구의 결과들이 대중적으로 손쉽게 유통될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합니다. 새 연재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1. 들어가며 


한때 전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했던 AAA급 게임 〈오버워치(OVERWATCH)〉. 〈오버워치〉는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 내 다양한 논쟁이 오갔던 2010년대 후반을 상징하는 게임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그 인기를 입증하듯, 〈오버워치〉에는 늘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쏟아져나왔고 이를 통해 드러난 현상과 논의들이 논문으로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한 시기를 풍미한 〈오버워치〉는 작년 10월, 서비스를 종료해 후속작인 〈오버워치 2(OVERWATCH 2)〉로 재탄생했다. 이 글은 Triple A!라는 주제를 맞아, 2010년대 후반을 대표한 AAA급 게임 〈오버워치〉에 관한 한 논문을 다루고자 한다. 바로 오버워치 속 ‘퀴어’를 다룬 논문이다.


트랜스미디어, 팬덤, e스포츠 등 게임문화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타냐 발리살로(Tanja Välisalo)와 마리아 루오살라이넨(Maria Ruotsalaine)은 오버워치 관련 글을 이미 몇 차례 내놓은 적 있는 연구자들이다. 두 연구자는 이번 텍스트로 〈오버워치〉 속 퀴어 캐릭터들을 둘러싼 커뮤니티 의견들을 분석하고, 소속·비소속의 구성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는 〈오버워치〉 연구자들이 분류한 데이터들을 따라가며, 퀴어 캐릭터들을 둘러싼 커뮤니티 의견이 어떻게 나뉘고 현실 정치와 이어지는지 살피고자 한다. 그 후 소수자 표현이나 한국적 맥락에 대한 고민을 나눌 생각이다.

덧붙여서 이 논문은 2022년에 등록되었지만, 2016년에서 2020년까지의 데이터를 토대로 하므로 현재에 맞지 않는 상황이 보일 수 있다. 그 점을 고려하면서 봐주길 바란다.



2. 커뮤니티에 소속된다는 것


〈오버워치〉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Blizzard Entertainment)가 2016년에 런칭한 팀 기반 FPS 게임이다. 〈오버워치〉는 슈팅 게임이라는 본질 외에도 각각의 캐릭터에게 서사가 부여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오버워치〉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으로 캐릭터들의 설정을 풀어내는데, 2016년에는 트레이서, 2019년에는 솔저: 76가 퀴어라는 사실이 공개돼 화제가 됐었다. 캐릭터들을 향한 플레이어들의 입장은 둘로 나뉘었다. 게임과 섹슈얼리티의 연결을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과 게임을 통해 드러난 다양성을 기쁘게 생각하는 입장이 그것이었다. 연구자들은 이런 입장 차이에서 발생한 토론을 살피며 소속·비소속 장소로써의 〈오버워치〉 트랜스미디어 세계를 분석한다.


어딘가에 소속될 권리를 갖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협상과 투쟁이 함께 할 수밖에 없다. 소속감이 정체성이라는 개념과 유사하게 이해될수록 더욱 그렇다. 그럼 '소속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연구자들은 '(소속감이)애착 욕구 및 개인이나 그룹이 소속되길 바라는 방식을 포착하게 만든다'는 프로빈(Probyn, 1996)의 말을 인용해 이를 설명한다. 정서적인 영역으로 이해되기도 하는 '소속감'은 끊임없이 변화하거나 경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예를 들어, 북미 게임 커뮤니티의 권력은 여전히 백인 이성애자 남성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에게 주어진 권력은 커뮤니티에 소속되기 용이하고 편안하다는 느낌을 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유저들은 커뮤니티에 소속되기 위해 투쟁할 수밖에 없다. '게이머의 싸움'은 보통 게이머 대 게임 회사·개발자의 대립을 연상시키지만, 사실 이 대립은 커뮤니티 내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한다.



3. 게임문화 속 LGBTQ


게임문화 속 LGBTQ는 그동안 다양한 층위에서 혐오를 접해왔다. 이를테면 게임의 LGBTQ 캐릭터 자체는 〈오버워치〉 이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게임 세계 안에서 퀴어 캐릭터의 존재는 대체로 한 명이었고, 그마저도 이성애자 캐릭터들에 의해 온갖 혐오적인 태도와 마주해야 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이하 WoW〉 운영 도중 LGBTQ와 관련해 비판받은 과거가 존재한다. 2006년에 있었던 이 일은 블리자드가 퀴어 친화적인 한 WoW 길드의 홍보를 금지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블리자드는 차별적 괴롭힘이 조장될 수 있는 상황을 막은 거라 발표했지만, 플레이어들의 반발에 의해 이 규정을 곧 철회하였다.


이런 과거들이 있었지만 2010년대에 이르러서는 퀴어 콘텐츠도 게임의 일부로 자리 잡게 되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퀴어 친화적으로 입장을 바꾸었고 여러 게임사에서 다양한 모습의 성소수자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의 주인공 엘리를 포함해, 본문에는 나오지 않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에이펙스 레전드(Apex Legends)〉, 〈발로란트(VALORANT)〉 등, AAA급 게임에서 퀴어 캐릭터를 찾는 일은 이제 그리 어렵지 않아졌다.


〈언더테일(Undertale)〉도 이 사례에 들어가는 게임 중 하나다. 논 바이너리(non-binary) 젠더인 주인공이 등장하고 성 중립적 대명사(they/them)를 사용하며 퀴어 스토리라인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요소들이 있더라도 〈언더테일〉이 LGBTQ 게임으로 소개될 수 있느냐는 다른 영역의 이야기다. 연구자들은 〈언더테일〉이 메커니즘 측면에서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했고, 그로 인해 '게이머들의 게임'으로 정의되었다는 루버그(Ruberg, 2018)의 말을 옮긴다. 루버그(Ruberg, 2018)는 〈언더테일〉의 이런 인기가 퀴어 요소를 삭제하고 게임적 부분에만 초점 맞추는, 일종의 스트레이트워싱(straightwashing)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하였다.


이처럼 게임문화 속 퀴어는 여러 사건 및 논의와 함께 해왔다. 연구자들은 ‘정치적 담론과 대중문화 토론은 새로운 형태의 시민권이며, 이것이 대중문화 텍스트에 참여하게끔 강조한다’는 샌드보스(Sandvoss, 2014)의 말을 인용한다. 거기에 플레이어 커뮤니티가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소속을 둘러싼 투쟁으로 인해 정치화되기도 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이 안에서 투쟁의 수단이자 중심으로서 기능하게 된다.



4. 〈오버워치〉 속 데이터들

연구자들은 2019년에 진행했던 연구로 캐릭터들의 성적지향이 플레이어에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거기서 더 나아가, 플레이어가 〈오버워치〉에 어떤 식으로 연결되고 소속되는지 알아보기로 한 것이 이번 연구다. 이를 위해 연구자들은 오버워치 공식 포럼과 레딧(Reddit)에서 정보를 수집하였다. 수집된 데이터는 다음의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트레이서다. 〈오버워치〉의 상징과도 같은 트레이서는 2016년에 퀴어 캐릭터라는 정보가 공개됐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오버워치〉의 설정들은 게임이 아닌 트랜스미디어로 전달된다. 그래서 트레이서의 퀴어 설정도 단편 만화 '성찰(Reflections)'에서 밝혀지게 되었다. 이후 수석 작가인 마이클 추(Michael Chu)도 트위터로 그녀가 레즈비언임을 공식 인정했다. 이렇듯 오버워치의 첫 퀴어 영웅인 트레이서에 관한 것이 첫 번째 주요 데이터다.


두 번째는 솔저: 76이다. 2019년에는 솔저: 76도 퀴어 캐릭터라고 드러났다. 그가 게이라는 사실은 트레이서와 비슷한 과정을 통해 나타났다. 빈센트라는 이전 애인이 언급되는 단편소설, '바스테트(Bastet)'와 마이클 추의 트윗으로 퀴어라는 게 확정된 것이다. 레즈비언인 트레이서에 이어, 게이인 솔저: 76에 대한 토론이 두 번째 주요 데이터다.


마지막 세 번째 주인공은 시메트라다. 시메트라는 퀴어 캐릭터가 아님에도 게이 아이콘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시메트라의 이런 ‘게이 아이콘화’는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구성됐기 때문에 특이점을 보인다. 연구자들은 플레이어들의 성적지향과 시메트라가 어떻게 관계되는지 해석을 시도한다.


연구자들은 수집된 자료를 수사적-수행적 담론 분석(rhetoric-performative discourse analysis)을 통해 살핀다. 이 분석법은 원래 포퓰리즘 및 정치 연구를 위해 개발됐지만, 이 연구에서는 서로 다른 담론 사이의 관계와 역학, 구성을 살피기 위해 사용한다. 다음으로 연구자들은 포럼 내 토론을 분석하며, 이를 소비자 담론, 진정성 담론, 작가 담론, LGBTQ 재현 담론, 저항 담론, 총 다섯 가지 범주로 설정한다. 이 범주들은 주요 데이터인 트레이서, 솔저: 76, 시메트라와 함께 설명된다.



5. 〈오버워치〉 데이터 분석


1) 소비자 담론


소비자 담론은 퀴어 캐릭터가 게임에 드러나게 된 전말을 추측하고 평가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퀴어 설정에 불만을 가진 유저들은 블리자드가 관련 플레이어들을 달래고 만족시키기 위해 그리 한 것이며, 게임사는 게임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당 의견에서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다른 두 그룹, 게임 플레이에만 집중하는 유저들과 설정에 더 관심 두는 유저들 간 계층구조가 형성된다. 특히 전자는 이상적인 커뮤니티 구성원의 범주를 설정하는 축이 된다.


이들의 불만은 '팬덤'이라는 용어에 관해서도 찾을 수 있었다. 〈오버워치〉 커뮤니티의 '팬', '팬덤'은 특정 담론 맥락에서 부정적으로 사용되는데, 팬덤이 캐릭터들의 뒷이야기만 상상할 뿐, 게임은 하지 않는다는 게 그 근거다. 누군가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퀴어 캐릭터 공개가 마케팅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퀴어 캐릭터가 미디어에서의 화제성이나 신규 플레이어 확보를 위한 도구로 이용됐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내러티브 콘텐츠가 다른 게임 콘텐츠들보다 열등한 것으로 판단하고 계층 구조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퀴어 콘텐츠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데 일조한다.



2) 작가 담론


게임은 다인원 작업물이기 때문에 저작자 개념이 모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작가 담론은 영화가 감독을 내세우듯 〈오버워치〉의 수석 작가 마이클 추를 주로 앞세운다. 마이클 추는 게임을 예술작품으로 접근하는 작가 담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작가 담론은 퀴어 설정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등장했다. 이 담론은 게임에 대한 권한이 디자이너, 개발자, 작가에게 있으므로 플레이어가 불평할 수 있는 건 없다고 강조한다. 이것은 검열과도 연결되어, 게임에 변경을 요구하는 의견들을 ‘비난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포럼의 한 유저는 '퀴어 설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팬 픽션을 쓰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는데, 연구자들은 ‘주류 콘텐츠에서 LGBTQ를 배제하던 일이 역전된 것’이라 분석한다.


하지만 작가 담론 측이 이러한 의견을 내놓는 건 LGBTQ를 지지해서가 아니다. 작가 담론 측은 퀴어 캐릭터에 대한 찬반 의견을 표명하기보다 도리어 토론 자체가 끝나길 바란다. 더 이상의 논의가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이들의 태도는 작가의 권위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작가 담론은 〈오버워치〉 커뮤니티 소속 권한을 작가에게 부여한다. 그리고 이 권한은 〈오버워치〉의 흐름을 반대하는 토론에 한해, 작가 담론 지지자에게도 주어지게 된다.



3) 진정성 담론


대중문화와 그 수용을 다룰 때 되풀이되는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진정성이다. 〈오버워치〉 퀴어 캐릭터들 또한 '진정성'을 가리기 위해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여기에는 〈오버워치〉 세계관과 이미 알려져 있던 캐릭터에 대한 사실이 근거로 활용된다.


솔저: 76의 경우, 그의 다른 설정은 공개되지 않고 오직 성소수자라는 사실만 밝혀진 것에 불만을 내비치는 유저가 상당했다. 이들은 대체로 이성애적이고 남성적인 이미지의 솔저: 76가 동성애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후술할 트레이서의 데이터와 조금 다른 이 반응은 남성 캐릭터와 여성 캐릭터가 다르게 판단되는 지점이 있음을 보여준다.


솔저: 76의 퀴어 설정이 타 캐릭터 스토리에서 공개된 것에 의문을 제기한 유저도 있었다. 솔저: 76에 집중된 콘텐츠가 아니었기 때문에 진정성이 덜하다고 여겨진 것이다. 일부는 솔저: 76의 퀴어 설정을 부정하며 스트레이트워싱하기도 했다.


솔저의 사례만 언급됐지만 진정성에 대한 이 의심은 트레이서도 피해 갈 수 없었다. 이렇듯 진정성 담론은 캐릭터나 스토리 상의 타당성을 비판하고 〈오버워치〉 전체 맥락과 연관 지어 평가한다. 그 탓에 진정성 담론은 세계관이나 설정 등, 텍스트와 관계된 것들이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담론이 진정으로 권위를 부여하는 건 자신이 〈오버워치〉를 가장 잘 안다고 주장하는 커뮤니티 유저들이다. 연구자들은 이들이 "품질 컨트롤러"처럼 위치 지어진다고 말한다.



4) LGBTQ 재현 담론


LGBTQ 재현은 이 연구에서 분석된 모든 논의 안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 단락의 첫 사례로, 트레이서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한 성소수자 유저의 글을 가져온다. 이 유저는 트레이서 같은 캐릭터들이 공감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역설한다. 연구자들은 해당 사례를 들어, 퀴어 캐릭터가 소수자를 재현하는 수단으로 간주된다고 설명한다. 언뜻 소비자 담론과 유사해 보이는 이 담론은 게임이 사회적 기능을 가진다는 생각에 기초한다. 따라서 퀴어 캐릭터의 존재가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데, 몇몇 성소수자 유저는 '공격적이거나 혐오적인 태도를 조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LGBTQ 재현에 항의한 이들은 캐릭터들의 섹슈얼리티가 드러났다는 데 초점을 맞춰 비난한다. 대표적인 예시가 트레이서와 그 애인의 키스였다. 항의 측은 이성애를 중립적이며 비성애적인 것으로, 동성애는 '너무' 성적인 것으로 규정한다. 게다가 (동성)섹슈얼리티를 제하는 것이 해석의 지평을 넓힐 수 있을 거라 주장한다. 한 마디로 섹슈얼리티가 게임에 속하지 않길 바란 것이다. 이에 연구자들은 ‘캐릭터들의 섹슈얼리티와 그 의미를 부정하는 건 또 다른 형태의 스트레이트워싱’이라는 루버그(Ruberg, 2018)의 말을 인용한다.


이렇듯 게임과 섹슈얼리티의 연결을 불만스러워 하는 유저도 상당했지만, 이보다 많았던 건 '무관심' 측이었다. 한 유저는 '캐릭터는 캐릭터일 뿐, 트레이서의 애인이 왜 그렇게 관심받는지 모르겠다'고 밝힌다. 이것은 대중문화에 깊이 빠진 사람이 미성숙하고 불안정하다고 여기는 고정관념의 반영이다. 캐릭터에 관심 갖는 플레이어는 순수하게 게임만 즐기는 이들에 비해 부정적인 시선을 받는다.


LGBTQ 담론에서 마지막으로 나온 의견은 '현실의 문제를 게임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특히 섹슈얼리티 문제는 동성애를 정치적인 주제로 보는 시선이 많기 때문에 게임에서 논하기 예민한 부분이 있다. 그 탓에 트레이서의 성적지향이 공개됐을 때, 그를 반기는 사람들을 일컬어 리버럴, 사회 정의 전사(social justice warriors), 눈송이(snowflakes)라고 칭하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민감하고 미성숙한 사람을 뜻하며,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공격하기 위해 쓰는 이 용어들은 게이머게이트(Gamergate) 당시 확산됐다. 트레이서의 설정 공개와 게이머게이트는 사실상 다른 맥락이지만, 해당 용어는 〈오버워치〉 커뮤니티에까지 계승되었다.



5) 저항 담론


솔저: 76과 트레이서는 작가에 의해 퀴어로 설정됐다. 반면 시메트라는 퀴어 설정이 없음에도 ‘게이 아이콘’으로 환영받는다. 시메트라가 ‘게이 아이콘’으로 불리게 된 데에는 첫째로 그녀의 조작성이 큰 이유를 차지했다. 시메트라는 전통적인 FPS 메커니즘을 따르지 않았고, 이것이 ‘게이머 자본’을 획득하지 못한 이들에게 좋은 대안이 된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를 ‘퀴어 게임 메커니즘’이라 칭한 엔글(Engle, 2017)의 말을 가져오며, 시메트라가 대안적 존재이므로 퀴어에 친숙해질 수밖에 없다고 역설한다.


물론 시메트라가 플레이 메커니즘만으로 퀴어에 친숙해질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시메트라가 게이 아이콘으로 불리는 데에는 게임적 특성 말고도 다른 이유가 함께한다. 그에 앞서, 시메트라가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것을 설명해두어야겠다. 이를 설명한 이유는 시메트라가 약자라는 사실에 마음이 간다고 밝힌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여왕’으로 불리는 시메트라의 당당한 모습에서 마돈나(Madonna)나 주디 갈런드(Judy Garland) 같은 게이 아이콘을 연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저항 담론은 소비자 담론과 반대된다. 소비자 담론은 플레이어가 다양한 서비스를 기대하는 고객으로 위치 지어지지만, 저항 담론의 시메트라 플레이어는 커뮤니티 바깥쪽에 자리 잡는다.


하지만 개발자의 의도와는 다르다며 시메트라의 게이 아이콘화를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트레이서와 솔저: 76의 퀴어 설정을 지지했던 작가 담론이 비공식 퀴어 독해를 반대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다. 이 반대는 퀴어 관련 게시글과 공간을 규제하며 이루어진다.


이렇듯 시메트라 플레이는 소속을 위한 투쟁이 어렵다는 걸 보여준다. 그럼에도 시메트라를 플레이하고 게이 아이콘이라 칭하는 건 게임 문화 내 이성애적 남성성에 저항하는 한 방식이 될 수 있다.



5. 〈오버워치〉 커뮤니티를 넘어

소속감은 각 그룹의 플레이어 및 게임 제작자, 사회와의 상호작용, 생산과 소비 사이의 역학에서 구성된다. 그를 추적한 이 연구는 퀴어 영웅의 도입을 둘러싼 논의와 권리를 정의한다. 연구자들은 〈오버워치〉 커뮤니티 내 개개인의 소속이 다양한 문화권과 투쟁에 연결된 점에서 착안해, 미국의 정치적 상황과도 연결 짓는다. 캐릭터들은 〈오버워치〉를 이해하도록 돕는 동시에 논쟁의 연결점이 된다.


그러나 스트레이트워싱 사례 등, 〈오버워치〉 트랜스미디어 표현의 한계는 존재한다. 연구자들은 게임문화의 포용성을 발전시키기 위해 트랜스미디어 내러티브에 섹슈얼리티, 젠더, 민족성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소수자 집단을 위해 커뮤니티 의견에 귀 기울일 것을 제언한다.



6. 나가며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게일 루빈(Gayle Rubin)은 그의 저작 〈일탈〉에서 미국의 성 정치 역사를 풀어낸다. 루빈(2011)에 따르면, 2차대전 이후인 1950년대 미국 사회는 ‘성범죄자’와 ‘동성애자’에 대한 불안이 집중된 시기라고 한다. ‘성범죄자’라는 용어는 강간범, 더 나아가 아동 성추행범을 의미하게 만들었고 이는 곧 동성애자를 상징하는 기호가 되었다(Rubin, 2011). 서술한 사례 속 년도를 보면 알겠지만, 퀴어에 대한 탄압이 시작되고 지금까지 100년의 세월도 채 흐르지 않았다. 이후 동성애자 탄압의 역사는 몇십 년간 이어졌다. 루빈은 섹슈얼리티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를 더 풀어낸 뒤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법적 형태, 사회적 관습, 이데올로기에 흔적을 남긴 싸움과 투쟁의 잔여물은 목전의 갈등이 사라지고 난 먼 훗날에도 섹슈얼리티를 체득하는 방식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오늘날의 시대가 성 정치의 중요한 분기점이라는 사실을 이런 모든 신호가 말해주고 있다.”(Rubin, 2011, 293p)


사실 루빈의 글은 미국 성 정치 역사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게임과는 접점이 없어 보이는, 갑작스럽고 거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도 발제자가 이 글을 〈오버워치〉 논문 끝에 연결한 이유는 역사 서술 뒤에 이어지는 루빈의 말 때문이었다. 루빈은 섹슈얼리티가 먼 미래에까지 끼칠 영향을 파악해야 한다고 역설하는데, 사실 이 말 자체는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미국의 퀴어 탄압 역사를 살피고 지금의 게임문화를 살피면 그 무게가 조금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과연 이 역사가 게임 문화 내 섹슈얼리티 문제에 단 하나의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초기 디지털 스페이스는 인종, 젠더, 계급에 상관없이 모두가 어울릴 수 있는 희망적 공간으로 그려지곤 했다. 그러나 이 연구가 〈오버워치〉를 통해 보여주었듯, 오늘날 게임 커뮤니티는 다양한 문화와 투쟁으로 소속·비소속의 여부가 얽히게 된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루빈의 논의를 끌고 와서 한국 게임 문화를 떠올릴 수밖에 없어진다. 연구자들이 〈오버워치〉 커뮤니티 내 소속을 분석하고 미국의 정치적 상황과 연결 지은 것처럼, 우리도 이를 한국적 맥락과 함께 보는 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과거 성소수자의 미디어 표현이 중요했던 이유는 미디어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었던 게 크다(Gross, 2001: Shaw, 2014 재인용). 그랬던 미디어는 이제 소수자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 아니게 되었다. 거기에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수용과 경계가 뒤엉키기 때문에 재현의 문제가 더더욱 복잡해졌다. 그러면 여기서 앞으로의 AAA 게임에 대해서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영향력 있는 AAA 게임 스튜디오들이 LGBTQ 표현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고(Makuch, 2015: Ruberg, 재인용 2018) 그에 따라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게임은 여전히 남성성 중심으로 돌아간다. 캐릭터가 미디어 표현의 책임을 플레이어에게 전가하거나 다양성이 미적 다원주의로 환원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Shaw, 2014). 이런 상황 속에서 AAA 게임은 어떻게 다양성을 표현해나갈 것인가? 플레이어들의 소속·비소속은 어떤 식으로 변화할 것인가? 큰 힘에 따르는 큰 책임을 지게 된 AAA 게임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듯하다.




참고문헌

Ruberg, B. (2018). Straightwashing Undertale: Video games and the limits of LGBTQ representation. Journal of Transformative Works and Cultures, 28.
Rubin, G. (2011) Deviations: A Gayle Rubin Reader. 임옥희·조혜영·신혜수·허윤 (역) (2015). 〈일탈: 게일 루빈 선집〉. 서울: 현실문화. 
Shaw, A. (2015). Gaming at the Edge: Sexuality and Gender at the Margins of Gamer Culture. Minnesota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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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문화연구자)

융합예술과 문화연구를 공부했습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 관해 관심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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