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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의 문화담론 정착을 위한 발걸음, ‘게임제너레이션’
1998년 이후 한국은 스스로나 해외로부터의 평가로나 자타공인 게임 강국으로 불려 왔다. 그러나 게임 강국 한국이라는 단어의 이면에는 다소 불균등한 지점이 존재하는데, 여기서의 게임강국이라는 말은 말그대로 ‘플레이’의 강국이라는 점에만 집중되기 때문이다. < Back 14 GG Vol. 23. 11. 5.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KyungHyuk Lee Game critic and researcher. Since 2015, he has made games his life's work—as a critic, examining how games relate to society, and as a researcher, exploring how games, as commodities, take their place within it. He is the author of Mario, Born in '81 (2017) and The Birth of In-Game Spending (2022), among other works, and has contributed to documentaries including EBS's Docuprime as well as columns across various outlets.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research analyzing digital games as time-rights commodities.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lab Dragon Lab and serves as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 공포라는 감각, 낙차라는 설계도, 림보하는 질문 - <위니언 바이러스>에 나타난 호러 연출, 언캐니와 리미널 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영화 <언프랜디드:다크웹(2018)> 속 ‘다크웹’은 사이버 공간일 뿐임에도 그곳을 실제 존재하는 공간처럼 연출했다. 나룻배를 타고 벽마다 희미한 횃불이 붙은 좁은 동굴 통로를 따라 한참을 깊숙이 들어가야만 닿는 곳. 해당 장면은 앞서 나온 어떤 잔인하고 폭력적이던 장면보다 오싹한 공포감을 일으켰는데, 꼭 그 미지의 공간이 실제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엔딩 크레딧 이후 세트장은 철거되고, 배우들은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그 공간만은 계속 그곳에 남아 손짓하는 것 같았다. < Back 24 GG Vol. 25. 6.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Seongeun Kim Loves all things that carry a story. Studied Korean literature; the game of a lifetime is Life is Strange. After glimpsing the moment when "life is a kaleidoscope" turned into "life is strange," has been falling deep into the world of games too.
- 온라인 시대의 살아있는 화석, 보드게임 이야기
1938년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되어 그 존재가 알려진 실러캔스라는 어류 개체가 있다. 실러캔스는 약 3억 7천 5백만년 전 지구상에 출현하여, 약 7천 5백만년 전 절멸했다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실러캔스는 살아있었다. < Back 온라인 시대의 살아있는 화석, 보드게임 이야기 08 GG Vol. 22. 10. 10. 1938년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되어 그 존재가 알려진 실러캔스라는 어류 개체가 있다. 실러캔스는 약 3억 7천 5백만년 전 지구상에 출현하여, 약 7천 5백만년 전 절멸했다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실러캔스는 살아있었다. 실러캔스를 통해서 연구자들은 어류가 어떤 과정을 거치며 양서류가 되어 가는지 그 과정을 추론할 수 있었다. 나는 보드게임을 보고 있으면 문득 떠오르곤 한다. 몇 천년 전 인류 중 하나가 땅바닥에 놓인 돌멩이를 가지고 재밌게 노는 장면을 말이다. 놀이의 역사 속 보드게임 게임의 역사는 곧 보드게임으로부터 시작한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다. 지금 흔히 말하는 비디오 게임은 전기가 발견되고도 한참 후에나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 전부터 게임을 즐겨왔던 인류는 보드게임을 게임이라 여기며 살아왔다. 요한 하위징아 ‘호모루덴스’라는 책에서 문명은 놀이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좀 더 급진적으로 그는 문명의 모든 것이 놀이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도 한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논란이 있다. 하지만 ‘놀이 문화’가 인류의 역사 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건 부정하기 힘들다. 통일 신라 시대 유물로 알려진 안압지 14면체 주사위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일상에서 게임을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종이가 발명되고 나서 나타난 카드의 존재는 게임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중국에서 발명된 종이 덕분에 사람들은 정보를 이전보다 쉽게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종이는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이점도 가졌다. 당나라에서는 종이 화폐, 즉 지폐에 해당하는 ‘지전(紙錢)’이 생겨났다. 이 때 지전을 활용하거나 혹은 비슷하게 따라한 종이돈을 만들어서 게임에 썼다고 한다. 이게 흔히 아는 트럼프 카드의 시초이다. 이런 카드는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이슬람에 전해지고, 이슬람에 전해진 제지 기술과 카드는 유럽까지 전해진다. 각 지역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바꾸던 카드 정보와 그림은 인쇄기술을 만나면서 점차 통일되어 간다. 인쇄 기술의 발달은 다양한 게임 관련 서적 발행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를 통해서 카드게임 룰이 정리되고,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된다. 지금 한국의 보드게임은 어떠할까?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매년 산업의 전반적인 상황을 알려주는 ‘게임백서’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한다. 2021년에 발간된 게임백서에서는 보드게임 동향에 대해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1. 수집으로의 보드게임 취미 확대 2. 소그룹 플레이 양상 3. 디지털 플랫폼에서 플레이 4. 코로나 19 방역조치로 인한 보드게임 카페의 저성장 5. 물류비 및 제조 원가 상승 6. 온라인 유통 채널의 급상승 7.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광고, 홍보 플랫폼 강화 2020년 당시엔 코로나 여파로 인해 대면활동이 매우 힘들었다. 이런 상황은 게임 산업 전반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쳤는데, 이는 보드게임 산업계에도 다르지 않았다. 보드게임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플레이를 하는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업계 대부분은 매출이 줄지 않았을까 예상했다. 하지만 2021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보드게임 시장 1위인 코리아보드게임즈의 경우 전년 대비 32.7 %의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었다. 코리아보드게임즈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들의 매출도 전년대비 상승했다. 게임백서를 바탕으로 현재 보드게임 상황에 대해서 나름의 추측을 해보았다. 1. IP 컬러배러이션 등으로 비(非)보드게이머의 유입을 통한 매출 증대 2020년에는 위쳐, 워크래프트 등 보드게이머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는 IP를 기반으로 한 보드게임이 출시되었다. 컨텐츠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일종의 굿즈 느낌으로 보드게임을 소유하기 위해서 구매했다. 이를 기반으로 보드게임에 관심 없던 ‘비보드게이머’가 보드게이머가 되기 시작했다. 2. 매니아 취미로만 인식되던 보드게임, 코로나 19로 인한 가족 중심 소비 증가 코로나 19로 인해 어린이집 또는 학교에서 대면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워졌고 아이의 보육과 교육을 온전히 가정에서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때문이었는지 캐주얼 게임이라 할 수 있는 ‘루미큐브(Rummikub)’ 등의 보드게임 판매가 늘었다. 이를 통해 보드게임에 대해 거의 모르던 사람들이 보드게임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3. 코어 게이머의 증가와 함께 코어 게임 매출 증가 코로나 19 유행 이전부터 보드게임을 즐겼지만 난이도 있는 유로 게임까지는 즐기지 않은 게이머들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19 유행 이후로 다양한 온라인 유통 채널을 통한 게임 홍보와 함께 보드게임 매니아(‘게임백서’에서는 이를 ‘코어 게이머’라 칭한다)를 위한 보드게임이 많이 출시되었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서 많이 바이럴 되었다. 심지어 ‘글룸헤이븐(Gloomhaven)’은 두 번째 인쇄판이 나오기 전까지 리셀러들에 의해서 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위와 같은 세 가지 추론을 종합해보면 보드게임 시장이 코로나 19가 유행한 상황에서도 매출이 커진 현상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일단 IP 컬러배레이션 등과 같은 이유로 보드게임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보드게임을 접한 사람들 중 보드게임에 관심이 커지는 사람들은 온라인을 통한 여러 홍보채널을 통해 이전보다 더 다양하게 발매되는 보드게임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커뮤니티를 통해 ‘꼭 플레이 해봐야 하는 보드게임’에 대한 정보를 얻은 후에는 품절되는 일이 잦은 매니아용 보드게임은 거의 대부분 구매까지 이어진다. 보드게이머들 중에는 보드게임을 모으는 것 자체가 게임이 되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보드게임 출시 주기가 짧아지고 그 종수가 점차 많아지고 있으며 심지어 제조 원가와 물류비용 증가로 인해 보드게임 가격이 비싸지고 있는데도 구매를 주저하기는 커녕 오히려 지갑을 더 열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데뷔하는 실험장 게임. 그리고 보드게임 게임은 언제나 새로운 기술의 실험장이 되곤 했다. 컴퓨터와 관계된 기술은 게임을 위해서 개발된 기술이 아님에도, 이를 가장 먼저 활용하는 곳은 높은 확률로 게임이고는 했다. NPC의 다양한 행동을 위해서 내부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기도 하고 메타버스라는 개념 역시도 게이머들에겐 매우 익숙한 개념이었다. 증강현실도 마찬가지였다. 증강현실을 활용한 여러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했지만 대중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건 게임인 ‘포켓몬 GO’였다. 이처럼 게임은 언제나 새로운 기술에 관심이 많았고 가장 빨리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보드게임은 어떨까? 보드게임은 만질 수 있고, 실제 움직일 수 있는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다양한 기술의 접목으로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한밤의 늑대인간’ 이라는 마피아 류 보드게임에서는 진행자 없이도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플리케이션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언락(Unlock)’ 이라는 게임 시리즈는 카드에 담겨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추리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게임인데, 문제의 답과 판정을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확인 할 수 있다. ‘광기의 저택’이라는 게임은 더 특이하다. 게임을 구매하면 이를 진행할 수 있는 피규어와 모듈 형 게임 판을 제공할 뿐이다. 스팀이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스토리를 확인하고 실제 플레이를 진행할 수 있다. 코로나 19 이후에 게임 홍보 역시도 온라인 채널을 활발히 활용하는 추세로 바뀌었다. 보드게임 콘 등 보통 신작 보드게임을 홍보하던 오프라인 채널을 운영하기 힘들어지면서 많은 유통사들이 온라인을 통해서 홍보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소통 채널은 비단 유통사만 활용한 것은 아니다. 많은 보드게이머들이 보드라이프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서 기존에 보드게임에 친숙하지 않던 이들이 정보를 찾기 쉬워졌으며, 여러 공략방법 역시 얻을 수 있었다. 점차 증가하는 코어 유저 수와 그들이 바라보는 보드게임 보드게임은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수고스러워진다. 많은 부분이 자동으로 실행되는 비디오 게임과 달리 보드게임에서는 플레이어 스스로가 해결해야하는 부분이 많다. 보드게임을 플레이한다고 하면 먼저 룰을 익혀 공부를 해야 한다. 게임에 따라서는 공간 자체도 필요하다. 혼자서 가능한 게임도 있지만, 대부분의 게임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 보드게임 하나를 플레이 하기 위해서는 신경 써야 할 일이 정말 많다. 다시 말하자면 대부분의 보드게이머는 스스로 게임을 행사해야만 한다. 보드게임과 비디오 게임을 가르는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보드게임에 참여하는 모두는 룰북에 있는 룰을 숙지하고, 익숙해져야만 한다. 그 룰에 대한 판정은 플레이어 스스로가 감시하는 특징 역시 가진다. 이는 매우 번거로운 작업이다. 다른 놀이와 비교해도 그렇다. 비디오 게임과도 그렇기에 다르다. 비디오 게임에서는 정해진 룰을 벗어나게 되면 게임 자체가 오류를 일으키거나, 플레이어를 막아 세운다. 하지만 보드게임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룰북이 모든 걸 다 정해줄 수 없는 부분도 있어서 어떠한 경우에는 참여한 플레이어들간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필요할 때도 있다. 뿐만 아니라 보드게임 중 대부분은 그 게임을 펼칠 공간과 같이 플레이할 사람이 필요하다. 모바일을 통해서 언제든지 실행하여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현재의 비디오 게임과는 다른 상황이다. 그래서 보드게임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면 코어 유저로 바뀌는 건 순식간이다. 이렇게 변화한 보드게이머는 점차 더 다양한 게임적 경험에 대해 욕망하게 된다. 특히 함께 게임을 할 플레이어가 필요한 보드게임 특성상 커뮤니티나 모임활동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실러캔스는 과연 실러캔스인가? 지금 발견되는 실러캔스는 과연 예전에 절멸했다고 말하는 실러캔스인걸까? 아무리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말을 하고,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러캔스는 그때의 실러캔스가 아니다. 보드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의 역사와 보드게임 역사는 거의 함께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드게임은 게임이 가지는 본래의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중요한 장르이다. 한편으로는 가장 실험적인 게임일 수 있다. 킥스타터 등의 펀딩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상상력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앞으로는 소량제작이 원활해지고, 국내에도 더욱 다양한 작가가 나타나길 기대한다. 보드게임 시장의 크기가 커짐과는 별개로 다양한 재미를 가진 게임이 발표되고 많이 플레이 될 수 있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더 흥미롭고 재밌어질 보드게임을 바란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께도 많은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 참고문헌 & 자료 1. 호모루덴즈 (요한 하위징아 지음) 2. 게임의 역사와 이해 (김정태 지음, 도서출판 홍릉) 3. 카드 게임의 기원: 플레잉 카드(aka 트럼프 카드)의 역사 1편 - 카드 게임은 어디서 왔을까? (데굴데굴 studio 코리아보드게임즈 유튜브채널) 4. 2021 대한민국 게임백서 (한국콘텐츠진흥원) 5. 실러캔스 항목 (위키백과)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보드게임기획자) 윤창환 보드게임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보드게임을 만드는 재미를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항시 보드게임 게이머 모집 중입니다. @imakeboardgames 인스타그램 으로 연락주세요.
- [Editor's View] 재현의 도구냐, 사행성의 도구냐를 묻는 오늘날의 디지털 주사위
알 수 없는 미래를 재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음악과 문학, 영화 등 기존의 많은 매체들이 시간선을 따라 정해진 사건을 풀어가는 형태였던 것과 달리 디지털게임은 '알 수 없음' 자체를 재현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 왔다. 물론 현실에 존재하는 무한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완벽하게 모사할 수는 없고, 제한된 방법으로서의 확률 계산을 통해 게임은 그 알 수 없는 미래라는 상황과, 그 상황에 놓인 인간의 머뭇거림과 결단을 그려내고자 한다. < Back 17 GG Vol. 24. 4.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KyungHyuk Lee Game critic and researcher. Since 2015, he has made games his life's work—as a critic, examining how games relate to society, and as a researcher, exploring how games, as commodities, take their place within it. He is the author of Mario, Born in '81 (2017) and The Birth of In-Game Spending (2022), among other works, and has contributed to documentaries including EBS's Docuprime as well as columns across various outlets.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research analyzing digital games as time-rights commodities.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lab Dragon Lab and serves as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 [인터뷰] 플래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퍼포먼스와 그 이후: RIP Flash 팀
많은 사람들이 인생 첫 게임을 ‘플래시 게임’으로 접했고, ‘마시마로’나 ‘졸라맨’ 등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 등 플래시는 2000년대 문화 전반에서 사용되었다. 따라서 플래시 서비스의 종료는 단순히 하나의 소프트웨어가 단종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인 문화의 단절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에 R.I.P. 플래시 프로젝트는 플래시의 ‘죽음’을 기리며, 그 문화적 산물을 돌아보고자 하였다. < Back 05 GG Vol. 22. 4.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Dowon Seo Studies culture in pursuit of a more interesting life. Curious about a wide range of cultural domains, including games, religion, and film.
- 게임에서 고통과 피로는 어떻게 사회적 재현이 되어왔는가?: 게임의 스트레스 재현과 스토리지의 관계에 대한 간략한 역사
고통과 피로로서 게임에서 재현한 스트레스는 UI를 통한 연장된 체현을 넘어 시뮬레이션으로 적극 활용된다. 이는 무엇보다 시뮬레이션으로서 높은 품질의 몰입을 제공하는데, 이러한 게임에 대한 감상과 이해는 어떤 세계로 그 시뮬레이션을 이해할 것인가와 같은 문제로 이어진다. < Back 22 GG Vol. 25. 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HyunJae Lee Researcher at the K-Culture & Story Contents Research Institute, Kyung Hee University. Researches trends and policy in the content and IT industries, and works as a critic across the content field broadly. Has contributed to projects including "A Survey and Analysis of AI and Digital Policy Trends in Major Countries" (National Information Society Agency), "A Survey and Analysis of Digital Security Trends" (Korea Internet & Security Agency), and "Global Game Industry Trends" (Korea Creative Content Agency). Began working as a critic after winning the Dong-A Ilbo Spring Literary Contest in film criticism, the Korea Manhwa Contents Agency's New Critic Award in comics criticism, and the Game Generation Criticism Award.
- 古典名著邂逅现代科技: 《黑神话:悟空》与中国的3A游戏想象
但就在这“一切朝钱看”的时代与产业环境里,名不见经传的《黑神话:悟空》(흑신화:손오공,后文简称《黑神话》)却在2020年8月20日如电影《大话西游》(대화서유)里“身披金甲圣衣、驾着七彩祥云”的盖世英雄一般横空降世,不仅搅动整个中国游戏业,甚至点燃了社会舆论对中国游戏业的期待。人们在民族主义情绪的激荡下,憧憬着古典文学《西游记》与现代科技虚幻引擎(Unreal Engine)的“邂逅”能第一次铸就伟大的中国3A游戏。 < Back 10 GG Vol. 23. 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Game Researcher) (Game Researcher) Bora Na A game researcher. Game-playing goes back quite a long way, but the first encounter with game studies came by chance, through a game course taken at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Since graduating, has carried out research and writing centered on game history and culture, here and there. Contributed to The History of Games, The Theory of Games, and Mario, Born in '81, among others.
- 지구를 다시 지구로, 지금을 다시 지금으로 만들기: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를 즐기며
테라포밍(Terraforming)이라는 말을 점점 더 자주 듣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기이한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자본가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가 화성을 테라포밍하는 것을 사업의 최종적인 목표로 여긴다는 이야기가 동시대 자본주의 세계의 신화처럼 전해진다. 테라포밍은 말 그대로 어떤 행성을 ‘지구의 형태로 만드는’ 작업을 말한다. 보통은 지구 바깥의 다른 행성을 지구처럼 만들어 인간이 이주하거나, 식민지로 삼기 위한 계획을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개념이다. < Back 지구를 다시 지구로, 지금을 다시 지금으로 만들기: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를 즐기며 05 GG Vol. 22. 4. 10. * 〈호라이즌〉 시리즈 전반에 대한 스포일러 요소가 있습니다. 지구를 지구로 만들기 테라포밍(Terraforming)이라는 말을 점점 더 자주 듣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기이한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자본가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가 화성을 테라포밍하는 것을 사업의 최종적인 목표로 여긴다는 이야기가 동시대 자본주의 세계의 신화처럼 전해진다. 테라포밍은 말 그대로 어떤 행성을 ‘지구의 형태로 만드는’ 작업을 말한다. 보통은 지구 바깥의 다른 행성을 지구처럼 만들어 인간이 이주하거나, 식민지로 삼기 위한 계획을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개념이다. 테라포밍이라는 말은 1942년에 발간된 잭 윌리엄슨(Jack Williamson)의 SF소설 『충돌 궤도』(Collision Orbit)에서 처음 등장했다. 그 이후 1961년에는 저명한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Carl Sagan)이 금성을 테라포밍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안하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뜬구름이었던 상상에는 조금씩 구체성이 부여되기 시작하였고, 그에 따라 문학과 영화 그리고 게임 등 다양한 방면의 창작물에서 활용되며 SF의 핵심적인 개념으로 자리 잡아 왔다. 생각해보면 테라포밍은 굉장히 식민주의적인 발상이다. 인간의 생존이나 욕망을 위해 지구 바깥의 행성을 인간의 공간으로 뒤바꾸는 것만큼 궁극적인 식민주의가 있을까. 실제로 테라포밍은 행성 간 자원개발 같은 문제와 함께 다루어지며 식민주의의 알레고리로 사용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영화 〈아바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테라포밍은 단순한 착취에서 나아가 어떤 생태계를 통째로 전환하는 것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인간중심성과 인간/자연 이분법의 극한에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지구 안의 생태계에서도 인간들은 수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무려 지구 바깥의 다른 별을 ‘지구화’한다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 상상인가. 그러나, 여타 ‘-되기’의 문제가 그렇듯 테라포밍은 지구가 아닌 것을 지구로 만드는 일에 구체적인 형상을 부여하면서 그 자체로 ‘과연 무엇이 지구를 만드는가’하는 질문이 되기도 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지구가 아닌 것이 지구가 될 수 있을까. 대체로 물과 에너지원의 존재, 인간이 숨 쉴 수 있는 대기 상태, 물질의 합성이 잘 일어날 수 있는 환경 등이 꼽힌다. 그러나 정말 그것이면 어디든 ‘지구의 형태’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이렇게 우리가 딛을 수 있는 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 〈호라이즌〉 시리즈의 세계관은 고유의 탁월한 설정으로 흥미로운 영역을 열어낸다. 〈호라이즌〉 시리즈를 거칠게 요약하면, 지구를 다시 테라포밍하는 것에서 비롯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유저 경험이나 그래픽에 대한 호평도 눈에 띄지만 〈호라이즌〉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은 세계관에 있다. 〈호라이즌〉 시리즈는 세계가 멸망한 이후의 세계를 다루는 소위 포스트 아포칼립스 서사이지만, 여러 방면에서 전형성을 크게 벗어난다. 고대와 미래가 이상하게 꼬여있는 새로운 인류의 모습을 그려내고, 무엇보다 자연과 로봇이 어우러진 생태계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렇게 독특한 세계관은 지구가 완전히 파괴된 이후에 그것을 다시 복구하는 과정을 배경으로 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호라이즌〉의 세계관에서 지구가 멸망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날 우리의 세계처럼 지구의 환경은 점점 더 악화되었고, 그에 따른 분쟁도 격화된다. 물론 그만큼 환경을 위한 기술도 거듭 발전했지만, 역시나 문제는 자본주의. 테드 파로라는 자본가는 유기물을 스스로 분해하여 에너지로 만들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여 큰돈을 번다. 그러한 기술은 처음에는 생태와 융합을 지향하는 친환경적인 솔루션이었고, 망가져가는 지구 생태계에 희망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군사용 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본격화된다. 2050년대에 들어서면 파로 오토메이티드 솔루션사(社)의 군사용 로봇이 선진국 군대의 대부분을 대체한다. 인류는 전쟁을 거듭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군사용 로봇 시스템은 계속 발달하여 자체적으로 에너지원을 찾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인공지능을 통해 로봇들이 스스로 생산하고, 통제하는 일종의 생태적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수준에 도달한다. 그렇게 고도로 발달한 로봇 시스템은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시작하고, 결국 ‘파로 역병’이라고 불리는 결함이 확산되면서 로봇들은 끊임없이 개체 수를 늘려나가며 지구의 모든 유기물과 생명체를 자신의 에너지원으로 바꾸어 나간다. 인간들은 저항해보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지구 상의 모든 생명과 에너지원이 고갈되는 광경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 테드 파로는 로봇들의 군사 목적 활용을 반대하며 퇴사했던 핵심 개발자 엘리자베스 소백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보안을 핑계로 로봇에 접근할 수 있는 코드를 제대로 구축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로봇들이 지구를 모두 파괴하기 전에 그들을 멈추는 방법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소백이 찾은 유일한 방법은 지구가 완전히 황폐화된 이후에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즉 지구를 다시 테라포밍할 시스템을 갖추어 놓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지구를 포맷하는 것. 이것이 〈호라이즌: 제로 던〉에서 드러나는 ‘제로 던’ 프로젝트의 전말이다. * 테라포밍 시스템을 총괄하는 ‘가이아’의 홀로그램 모습. 그 프로젝트를 위해 전세계에서 모인 사람들은 지구의 멸망을 준비하며 지구를 다시 지구로 만들기 위한 알고리즘을 구축한다. 전체 테라포밍 시스템을 총괄하는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 ‘가이아’를 중심으로 그리스 신들의 이름을 가진 9개의 하위 기능이 각각의 역할을 하며 지구를 다시 지구로 만드는 시스템이 계획된다. 1) 기본적인 세계관은 이 정도로 언급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2017년에 첫 출시된 〈호라이즌: 제로 던〉이 엘리자베스 소백의 복제인간인 주인공 에일로이의 탄생 비화와 이러한 세계관의 구조를 밝혀나가는 서사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면, 신작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는 하데스 시스템의 오류로 문제를 일으킨 가이아의 테라포밍 시스템을 다시 복구하고, ‘제로 던' 당시에 방주를 타고 지구 바깥으로 피신했던 21세기의 고대인들과 조우하는 이야기가 핵심에 있다. 초반부에 백업된 가이아의 데이터를 찾으면, 가이아의 홀로그램과 관계를 맺으며 그의 하위 기능들을 복구해나가는 퀘스트를 통해 게임의 핵심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런데 지구의 명운을 짊어진 인공지능들이 모두 그리스 신들의 이름을 가졌다는 점이 계속 눈에 밟힌다. 이러한 설정뿐만 아니라, 〈호라이즌〉 시리즈 전반의 서구중심주의를 먼저 비판적으로 짚을 필요가 있다. 지구를 죽이고 살린 인물들과 모든 주요 사건이 모두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거나, 심지어 미국 서부의 IT자본들이 그 모든 것의 주체가 된다는 설정은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또한 신생 인류 각 부족의 모습이나 풍습을 그려내는 방식에서는 전반적으로 오리엔탈리즘의 향기가 진하게 풍긴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을 입체적으로 견지하더라도 가이아가 흑인 여성의 이미지로 재현되었다는 점은 단순한 ‘PC 요소’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굉장히 흥미로운 지점이 될 수 있다. 가이아는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과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가 주장한 ‘가이아 가설’을 연상시킨다. 가이아 가설은 대기의 원소 구성이나 해양의 염분 농도가 오랜 시간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지구에 살고 있는 다종다양한 생물들의 영향이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지구를 무생물적 기반이 아니라, 생물과 무생물이 복합된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 보는 관점이다. 러브록은 지구를 가이아로 부르며 지구가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조정하는 지적인 생명체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은 이른바 에코페미니즘이라고 불리는 사상적 흐름의 기반이 된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가이아의 존재가 〈호라이즌〉의 세계관에서는 테크놀로지와 완전히 결합되어 있다는 점도 재미있는 지점이다. 자연을 총괄하는 여신이 인공지능 알고리듬이라는 설정은 독특한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기술과 자연의 이분법을 가로지르게 된다. 여기에서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은 신적인 존재와 실제로 구분이 되지 않는다. 나아가 그것은 생태계의 일부, 아니 생태계 그 자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러한 설정에서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 『사이보그 매니페스토』의 “여신이 되기보다 사이보그가 되겠다”는 선언은 한 번 더 뒤집어지면서 전복적인 의미가 발생된다. 지금을 지금으로 만들기 이러한 요소 이외에도 〈호라이즌〉이 흥미로운 여성 서사인 이유는, 단지 주인공 에일로이가 여성이라는 점이나 에일로이가 태어난 노라 부족이 모계 사회라는 설정을 훨씬 초과한다. 2) 오히려 21세기 인류의 지식과 역사를 신생 인류에게 전달했어야 할 남신 아폴로의 이름을 딴 인공지능이 파괴된 상태로 리셋된 지구가 서사의 배경이라는 점이 더욱 근본적인 차이를 만든다. 생물학적인 이분법에서의 여성이 아니라, 남근적 대문자 역사와의 관계 속에서 여성적인 것의 위상을 고민해야 한다. 플레이어가 에일로이와 함께 탐험하는 세계는 고대(21세기)와 역사적 단절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고대의 사물들은 말 그대로 고고학적 사물이 된다. 푸코(Michel Foucault)는 『지식의 고고학』 등 텍스트를 통해서 고고학을 역사와 대별되는 개념으로 사용했다. 역사는 세계를 선형적이고 논리적인 시간에 배치하는 작업이다. 또한 역사는 서술하는 주체의 관점에서의 질서이다. 그러나, 고고학은 땅에 파묻혀 있던 것을 갑자기 지금-여기에 튀어나오게 하면서 잘 정리되어 있던 역사적 배열을 깨뜨리곤 한다. 그렇기에 고고학적 사유에는 일종의 변증법이 작동하는 것이다. * 테낙스 부족이 신전으로 삼고 있는 과거의 전쟁기념관에서 포커스로 데이터를 발견했다. 설정에 따라 데이터 손상이 심한 경우에는 내용의 일부가 누락되곤 한다. 〈호라이즌〉 시리즈에서 플레이의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는, 에일로이가 관자놀이에 끼고 다니는 ‘포커스’의 활용이다. 일종의 AR기기인 포커스는 플레이어가 버튼을 누르면 주변 공간을 스캔하면서 기존과 다르게 볼 수 있도록 해준다. 낯선 공간에 진입하면 패드의 버튼을 연신 눌러대며 새로운 요소는 없는지, 혹은 유실된 데이터 포인트는 없는지 말 그대로 발굴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렇게 발견되는 데이터 포인트의 정보들은 게임의 퍼즐 요소에 실질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게임 속 세계의 고대(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근미래인 21세기 중반)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자료들이다. 그것은 단지 읽을 거리를 제공할 뿐이지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이상하게 뒤틀리는 감각을 주어 흥미롭게 작동한다. 듀얼센스를 잡고 있는 플레이어의 시간에서 현재가 게임 속 에일로이의 시점에서는 고대가 되면서, 플레이어는 끊임없이 지금을 발굴하는 작업하게 된다.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에서는 북미 대륙의 서쪽으로 나아가면서 동부 출신인 에일로이 입장에서는 야만적이고 호전적인 종족으로 여겨졌던 테낙스 부족을 만나게 된다. 처음 그들이 등장했을 때, 현대식 군대 제식에서나 볼 수 있는 경례를 하는 모습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이 성지로 삼고 있는 공간은 21세기의 전쟁기념관이었다. 그들은 그곳의 홀로그램 자료들을 기반으로 일종의 종교를 만들어 고대의 전사들을 섬기면서, 전쟁기념관의 프로파간다 영상들이 제시하는 이념에 맞추어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공간 이외에도 〈호라이즌〉에는 데이터가 보관된 서버룸이나, 일종의 시드볼트, 심지어 인류의 유산으로 여겨지는 미술품을 보관하고 있는 수장고가 등장한다. 결코 불가능한 영원성을 전제하면서 시간들을 하나의 지평에 물질적으로 모아내는 장소인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이례적인 위상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기도 하다. 이렇게 시간에 대한 감각을 꼬아내는 설정은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의 전개에서 가장 핵심적인 지점에서도 작동하는데, 가이아의 백업 데이터를 처음 발견하는 곳에서 플레이어는 정말로 뜬금없이 구 인류의 생존 세력을 마주하게 된다. 그들이 전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엄청난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한 보호막을 입고 있기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활을 쏘는 것 밖에 없는 상황에서 플레이어는 엄청난 무력감을 느낀다. 플레이어를 당황시키는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시간이 꼬여있어서 그들을 뭐라고 불러야할지도 헷갈린다. 비슷한 맥락에서 게임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퀜 부족은 에일로이처럼 포커스를 지니고 있어서, 고대의 데이터에 접속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소벡 박사와 똑같이 생긴 에일로이를 ‘살아있는 선조’(living ancestor)라고 부르기도 한다. 세계관 전반의 이렇게 꼬여있는 시간성을 통해 플레이어는 계속해서 지금이라는 시간을 다시 돌아볼 수 있다. * 지구로 돌아온 구 인류의 일원인 틸다 판 더 미어는 자신의 수장고에 고대 인류의 미술품을 보관하고 있었다. 이 설정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라익스미술관(Rijksmuseum)과 협업 프로젝트로 이루어졌다. 관련 링크: https://blog.playstation.com/2022/04/06/preserving-art-through-tildas-vault-in-horizon-forbidden-west/ 회복이 아닌 전복 SF, 특히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관은 이렇게 지금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 또한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세계가 몽땅 망해버린 이후에도 이야기를 이어갈 누군가를 등장시킨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희망의 서사이기도 하다. 파국을 뜻하는 카타스트로피(catastrophe)는 아무것도 없는 절멸을 뜻하지 않는다. 어원적으로 그것은 ‘아래로 뒤집다.’ 혹은 ‘반전’이라는 뜻과 통한다. 그러한 세계의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것은 사실 무언가 뒤집어져 쏟아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호라이즌〉의 서사도 인류에게 희망을 주고, 결국 인류는 승리할 것이라는 인간중심적인 감동을 주는 것일까. 한편으로는 그런 측면을 부정하기 어렵다. 홀로그램으로 과거의 라스베가스의 화려한 모습이 복원되는 장면 등을 극적으로 연출하고, 인류애를 자극하는 요소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라이즌〉의 세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에일로이의 동료들과 그 시대의 인간들이 ‘우리’ 인간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우리 시대의 인간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들은 지구로 다시 돌아와서도 깽판을 치고 결국 복제인간인 주인공에게 죽임을 당한다. 에일로이와 동료들은 단지 시대적으로 우리 시대 이후의 사람들일 뿐만 아니라, 복제인간이거나 대부분 인공지능 로봇에 의해 배양되어 태어난 말 그대로의 포스트-휴먼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호라이즌〉은 인류를 회복시키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인류를 전복시키는 이야기이다. 〈호라이즌〉은 이렇게 인간 너머의 인간들, 그러니까 인간이 아니기에 인간이라는 존재를 성찰하게 만드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이런 식으로 〈호라이즌〉은 같아 보이는 것의 다름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닌 것, 지구이면서 지구가 아닌 것, 지금이면서 지금이 아닌 것. 지구를 다시 지구로 만드는 작업은 반복이지만, 차이를 가지고 있는 반복이 된다. 아니, 사실 차이는 반복을 통해서만 드러난다. 여기에서 시간의 문제는 특히 중요하게 작동한다. SF가 가지는 근본적인 가능성은 그러한 시간성에 있다. SF의 시간성은 순간적으로 우리의 지금을 돌아볼 수 있는 틈새를 만든다. 우리는 오직 미래를 통해서만 현재를 볼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우리는 우리가 아닌 존재들을 통해서만 우리를 돌아볼 수 있다. 1) 가이아의 하위 기능들의 역할을 간략히 정리한 메모를 덧붙인다. 미네르바는 인류가 멸종한 이후에도 파로의 로봇들을 멈추기 위한 코드 분석을 지속하여 결국 로봇들을 멈추는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이다. 그렇게 미네르바가 군사용 로봇을 멈추면, 헤파이토스는 지구 곳곳에 소위 ‘가마솥’(cauldron)이라고 불리는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동물 형태의 생태적 로봇들을 만들어 지구에 순환 시스템을 복구한다. 동시에 아이테르는 대기를, 포세이돈은 바다를 정화하고, 데메테르는 토양을 복원하여 식물이 다시 생장하도록 돕는다. 아르테미스는 생체 동물들의 유전자를 복원하여 재생산하는 역할을 하고, 엘리우시아는 인간의 유전자를 보관하고 있다가 생태계가 복원되면 인간을 배양하여 태어나게 만들고, 나아가 인큐베이팅까지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다. 그렇게 다시 태어난 인간들은 정보와 지식의 아카이브인 아폴로를 통해 21세기 수준의 지식을 다시 복원하고, 무엇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파로 역병’에 대한 역사적 기록을 공유한다. (사실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는데, 제로 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파로가 자신의 과오가 영원히 남는 것이 두려워 아폴로를 파괴해버렸기 때문이다. 지구의 테라포밍 이후에 다시 태어난 인류가 고대 문명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하데스는, 테라포밍이 오류를 일으키는 것을 대비하여 이 모든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모든 것을 다시 초기화한 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2) 물론 〈호라이즌〉은 거대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지구의 운명을 건 서사이고, 때로는 에일로이가 남성 영웅의 여성 버전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개는 플레이의 중요한 기점 곳곳에서 주어지는 대화의 선택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지점이다. 에일로이는 선형적으로 전개되는 서사의 인물이 아니라, 게임의 플레이어가 만들어가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큐레이터, 미술비평가) 권태현 글을 쓰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예술계에서 활동하지만 쉽게 예술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것들에 항상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예술 바깥의 것들을 어떻게 예술 안쪽의 대상으로 사유할 수 있을지 탐구한다. 정치적인 것을 감각의 문제로 파악하는 관점에 무게를 두고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7000eichen@gmail.com )
- 구독 서비스의 대두 앞에서 떠올리는 생각들
구독 서비스의 미래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과거 부분유료결제와 확률형아이템이라는 결제방식의 변화가 가져온 게임 내부까지의 변화를 겪으며 우리는 다음에 올 결제양식의 변화에 대해서는 그저 시장의 흐름에 맡기기만 하는 것이 최선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노동과 생산의 영역에서 가격의 결정이 그저 시장의 힘에 의해서만 이루어짐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은 오늘날 최저임금제와 같은 여러 보완책들을 이끌어낸 바 있다. 아주 같은 맥락은 아니겠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소비와 이용의 차원으로 들어온 여가의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는 일련의 ‘여가의 정치경제학’과 같은 생각을 떠올려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 Back 09 GG Vol. 22.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KyungHyuk Lee Game critic and researcher. Since 2015, he has made games his life's work—as a critic, examining how games relate to society, and as a researcher, exploring how games, as commodities, take their place within it. He is the author of Mario, Born in '81 (2017) and The Birth of In-Game Spending (2022), among other works, and has contributed to documentaries including EBS's Docuprime as well as columns across various outlets.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research analyzing digital games as time-rights commodities.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lab Dragon Lab and serves as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 마블 스파이더맨 2, 코믹스의 그늘을 벗어나 자신의 서사를 하는 방법
‘좋은 이야기란 무엇인가?’ 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답할 수 있는 방법은 너무나 많다. 그건 방법론도 다양해서 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제대로 된 독자를 설정하지 못하면 어떤 좋은 이야기라도 먹히지 않을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티븐 킹은 이야기를 쓰기 전에 가상의 독자를 설정하기를 당부했다. 그리고 매번 그의 가상의 독자 역할을 맡아준건 그의 부인, 태비사 킹이었다. 비록 그런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떤 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 것인가, 하는 고민은 좋은 이야기에서는 필수적인 고민이다. < Back 15 GG Vol. 23.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MyungKyu Lee Game journalist (2014–), writer (2006–), gamer (1996–).
- '실험 게임 페스티벌'이라는 실험: 아웃오브 인덱스의 여정
아웃 오브 인덱스 (Out Of Index: 이하 OOI) 는 국내 유일의 실험 게임 페스티벌이다. 자바 언어의 에러 메시지 중 ‘배열을 벗어났다’는 뜻의 ‘Array Index Out Of Bounds’ 에서 영감을 얻은 페스티벌의 이름은, ‘장르’나 ‘트렌드’ 와 같은 단어로 설명되어지는 일반적인 분류(Index) 밖에 자리한 실험적인 작품들을 다루고자 하는 페스티벌의 철학을 담고 있다. < Back 03 GG Vol. 21.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Seonyong Park The kind of person who, with nothing to play, makes something to play with—and with no playground around, builds one and gathers friends to it. And so: makes games, builds developer communities, and creates game events.
- e스포츠 25년, 그 좌충우돌의 역사
초창기 e스포츠는 열악한 환경에서 탄생했다. 1999년 처음 중계된 제5회 하이텔배 KPGL(Korea Professional Gamers League) 당시에는 방송국 지원이 없어 탁구대에 천을 씌워 경기 테이블과 중계석으로 사용했으며, 경기복 두 벌을 출전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입었다. < Back e스포츠 25년, 그 좌충우돌의 역사 23 GG Vol. 25. 4. 10. 다른 그 무엇도 아닌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며 시작된 2000년은 한국이스포츠협회(이하 협회)의 전신인 ‘21세기 프로게임협회’가 창설되고 전문적인 리그대회가 한참 생겨나던 시기였다. 당시 e스포츠는 젊은 남성층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인기를 얻던 문화 콘텐츠였지만, 기성세대에게는 그저 유치하고 심지어 병리적인 사회 현상으로 여겨지곤 했다. 어느 누구도, 심지어 당시 게임을 플레이하던 프로게이머조차도 e스포츠가 이렇게 커다란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e스포츠는 치열하게 대결하며 전략과 열정을 공유하던 게이머 공동체에서 시작되었으나, 산업의 성장과 함께 e스포츠의 정체성도 변화되어 갔다. 연구자와 산업 관계자 각자 e스포츠에 대해 다른 정의를 내리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지점은 e스포츠가 기존 산업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갔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미디어학자인 허친스(Brett Hutchins) 는 e스포츠가 미디어와 스포츠, 컴퓨터 게임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하이브리드 산업이라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게임과 e스포츠 문화를 연구하는 테일러(T.L.Taylor) 는 e스포츠가 텔레비전, 게임, 인터넷 그리고 온라인 네트워크의 융합을 통해 형성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e스포츠는 그 전부터 존재했던 미디어·문화 산업의 울타리 안팎을 넘나들며 다른 그 무엇도 아닌 e스포츠만의 정체성을 획득하기 시작했다. 어느 하나로 규정하기 힘든 e스포츠의 혼종성은 게임 산업의 빠른 생애주기, 플랫폼의 전환 등 변화의 순간마다 과감한 결단을 통해 변화에 적응하고자 노력한 결과이다. 그래서 e스포츠는 매순간 위기와 함께 했다. 짧은 호황기를 누리다가도 돌발적인 변수로 인해 다시금 어려움을 맞닥뜨렸다. 불안정한 기반 위에서 내가 즐기고 있는 이 리그와 종목이 언제 무너지거나 중단될지 알 수 없기에 팬들은 늘 불안감을 품은 채 선수와 팀을 응원한다. 그렇기에 e스포츠가 무엇인지 한 마디로 정의하는 것보다는 그 변화의 흔적을 그저 따라가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공교롭게도 대한민국에서 e스포츠가 시작된 시점으로 여겨지는 1999년은 내가 태어난 해이기도 하다. e스포츠의 역사를 훑는 일은 나의 성장기를 되짚어 보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 글은 한 명의 팬으로서, 그리고 이 산업과 함께 자라온 동시대인으로서 e스포츠 문화의 궤적을 따라가 보려는 짧은 기록이다. 초기 e스포츠의 도약과 제도화 초창기 e스포츠는 열악한 환경에서 탄생했다. 1999년 처음 중계된 제5회 하이텔배 KPGL(Korea Professional Gamers League) 당시에는 방송국 지원이 없어 탁구대에 천을 씌워 경기 테이블과 중계석으로 사용했으며, 경기복 두 벌을 출전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입었다. 좁은 방 하나에서 선수들끼리 함께 자거나 PC방에서 생활하는 일이 빈번했다. 게임 자체에 대한 사회 전반의 부정적 인식과 신생 산업의 불안정한 기반에도 게임에 대한 열정으로 버티던 게이머와 산업 관계자들은 2000년 말 붕괴한 닷컴 버블로 인해 한 차례 무너져 내렸다. KPGL, PKO, KIGL과 같은 초기 스타크래프트 리그는 빠르게 폐지되었고 우후죽순 생겨나던 게임대회 주최사 역시 자취를 감추었다. 게임만 해서 먹고 산다는 목표는 당시로서는 허황된 꿈에 가까웠다. 많은 선수들이 다른 직업을 겸하여 생활하거나 게이머 경력을 통해 게임 관련 회사에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 때문에 선수들의 프로 수명은 짧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 최초의 프로게이머로 인정받는 신주영, 한국통신(Korenet) CF를 촬영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이기석, 지금은 방송인으로 더욱 유명한 기욤 패트리 등이 이 시기에 짧은 인기를 누린 게이머들이었다. 그리고 2003년부터 게임 방송사를 중심으로 한 차례의 도약이 이루어졌다. 대표적으로 온게임넷과 MBC 게임(당시 이름은 geMBC)이라는 두 케이블채널은 기존의 대회 주관 업체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메꾸며 방송 중심의 게임리그 시스템을 구축하기에 이른다. 1대1 대결이던 기존 대회 형식에 더해 팀 단위의 리그를 새로 만들면서 그와 함께 대기업의 재정지원을 받는 프로팀이 등장한다. 임요환, 최연성의 SKT와 강민, 홍진호, 박정석의 KT는 스타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팀을 꾸리며 통신사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이러한 구도는 단순히 팬들의 즐거움을 넘어 기업이 홍보를 위해 전면에 나서 팀을 만들고 자본을 투자하여 리그의 판을 키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특히 광안리에서 진행된 2004년 스카이 프로리그 결승전(한빛 스타즈 vs SKT T1)에는 10만여 명의 관중이 몰려 상징적인 순간을 만들어냈고, 2005년 So1 스타리그 결승전(임요환 vs 오영종)은 역대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는 등 스타리그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다. 당시 기사에서 SK텔레콤 T1은 팀 창단만으로 150억 원이 넘는 홍보 효과를 봤다고 전해지며 리그를 후원한 신한은행 역시 300억 원이 넘는 홍보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한다. 이를 기점으로 2006년까지 대기업팀의 적극적인 창단이 이루어졌다. * [2004년의 광안리 대첩(출처: https://home.kepco.co.kr/kepco/front/html/WZ/2023_09_10/sub1_4.html )] 특히 협회에 의해 2005년부터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대한 본격적인 제도화가 이루어졌다. 협회 공인 대회에서 입상한 선수는 준프로게이머의 자격을 얻게 되고, 매년 진행되는 드래프트 제도를 통해 특정 팀에 소속되면 프로게이머가 되는 식이었다. 또한 각 팀 내에서도 연습생을 10여명 내외로 육성하며 선수 인력의 재생산을 위해 힘쓰기 시작했다. 오늘날 대기업 구단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e스포츠 아카데미의 국내 모델이 이때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프로게이머는 점차 많은 게이머와 청소년들이 꿈꾸는 어엿한 직업으로 자리잡았다. 한 차례의 위기 그리고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의 등장 그런데 이때부터 커진 파이 를 둘러싸고 산업 행위자들 사이의 치열한 힘 싸움이 시작된다. 2007년 협회와 양 방송사 사이의 중계권료를 둘러싼 논란이 발생했고, 2010년에는 블리자드와 협회, 방송사 간 지적재산권 소송이 이어졌다. 그 전까지 게임사가 협회와 방송사의 IP 활용을 암묵적으로 승인하는 형식이었다면, 이제는 e스포츠 산업의 생산과 유통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초창기 e스포츠 리그의 제작과 주최, 방송을 도맡아 하며 독점적인 권한을 수행하던 방송사는 이 시기부터 서서히 힘을 잃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러한 힘 싸움에 더해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 사건까지 벌어지며 스타크래프트 리그뿐 아니라 e스포츠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을 입힌다. 다른 한편에서는 2011년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리그 오브 레전드가 서서히 인기를 모으고 있었다. 이후 2013년, 넓게 보면 2016년까지 국내 e스포츠 산업은 과도기를 거치게 된다. 당시 나를 포함한 청소년들은 이러한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하고 또 적극적으로 수용하던 세대였을 것이다. 당장 PC방에서 친구들과 하던 게임이 스타크래프트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로 바뀌었고, 당시 보급되기 시작한 스마트폰을 통해 아프리카 TV를 보는 것이 또래 문화가 되었다. 교실에서 남자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던 밈(meme)은 ‘날아오르라 주작이여’에서 ‘이걸 나진이’로 옮겨갔다. 페이커(Faker)가 미드 마이를 썼다느니 미드 리븐을 썼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경기 다음날 아침부터 화제가 되었다. 그 중에서도 아프리카 TV와 트위치, 유튜브 게이밍과 같은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의 등장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스트리밍 플랫폼은 ‘보는 게임’ 문화의 대중화를 이끌며 산업의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매체였는데, e스포츠 역시 마찬가지여서 수용자층을 하드코어 게이머에서 캐주얼 팬으로까지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더불어 전현직 프로게이머가 스트리밍 플랫폼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선수와 팬 사이의 온라인 소통의 기회도 확대되었다. 라이브 채팅을 통한 정동의 공유는 기존의 TV라는 일방향적 정보 제공을 넘어 실시간 상호작용에 기반한 능동적인 콘텐츠 소비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테일러는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e스포츠가 단순히 스포 츠가 아니라 복합적인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에 가까워졌다고 분석했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또 다른 장점은 방송사에서 여러 사정으로 인해 제한적으로만 방영할 수밖에 없던 다양한 종목의 리그를 중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전까지 어렵게 찾아보아야만 했던 해외 리그나 철권, 워크래프트 3와 같이 한국에서 대중적 인기를 얻는 데 실패한 종목의 국내 리그도 인터넷 스트리밍을 통해 챙겨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인터넷 스트리머 중심의 게임 대회가 인기를 끌고 아마추어 게이머 대상의 리그 역시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중계가 가능해지면서 풀뿌리 리그와 자생적 e스포츠 생태계의 기반이 마련되었다. 즉 스트리밍 플랫폼의 발전은 한편에서는 전 세계 팬들과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국제화의 흐름을 만들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지역과 소규모 리그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며 e스포츠 문화의 저변을 넓혀주었다. e스포츠의 황금기 스트리밍 플랫폼의 발전에 힘입어 e스포츠 산업은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이 이루어졌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e스포츠 산업규모는 연평균 17.9%의 성장률을 보였으며 국제적으로는 매년 30.7%의 고속 성장이 진행되었다. 경기장 역시 양적·질적 확장이 이루어져 2016년 OGN e스타디움이 개장한 이후 2018년에는 LOL 파크와 VSG 아레나가, 2020년에는 아프리카TV 콜로세움, V.Space 아레나, 부산·광주 e스포츠 경기장이 연이어 개장했다. 프로게이머 평균 연봉 역시 2018년 50% 넘게 뛴 데 이어 2019년에는 80%나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경제적 성장과 함께 두드러진 건 기술의 발전이었다. 대표적으로 e스포츠 관전 및 연출 기능이 개선을 거듭하면서 e스포츠는 거대한 스펙타클 이벤트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초창기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관전 및 연출 기능은 옵저버의 수동 조작과 선수 얼굴 클로즈업이 전부일 정도로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해설진은 경기 시작 전이나 직후 맵 위에 마우스로 그림을 그리면서 바둑처럼 맵을 설명하고 각 선수의 전략을 예상했다. 선수의 미네랄과 가스 보유량, 인구수를 보여주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한참 시간이 지난 ‘EVER 스타리그 2007’이었다. 반면 2010년대에 들어 게임사가 리그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려는 의욕을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관전 및 중계 모드의 기능을 대폭 개선하면서 보다 직관적이면서도 극적인 시청을 가능하게 했다. 2015년부터 LCK에서는 스포트라이트 카메라 기능을 통해 게임 화면을 3D 애니메이션처럼 연출할 수 있게 되었고 2018년에는 한국에서 개최된 월즈 무대에서 가상 걸그룹 K/DA의 증강현실 무대를 꾸몄다. 같은 해 OGN에서는 VR을 통한 배틀그라운드 경기 생중계가 국내 최초로 시도되었다. 이 같은 실험적 시도는 비록 모두 상용화되지는 않았더라도, 그 당시 기술의 발전과 e스포츠 산업 전반에 만연하던 낙관을 반영한 산물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9oDlvOV3qs * 리그오브레전드 2018 월드 챔피언십 K/DA 오프닝 세레머니 영상 다시, 겨울을 나는 e스포츠 그러나 최근의 e스포츠 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또 한 번 어려움을 맞이하게 되었다. 당장 e스포츠 게임단과 게임 대회 운영사들의 누적된 적자가 문제되었다. 특히 젠지 e스포츠의 CEO인 아놀드 허(Arnold Hur)는 2023년 ‘e스포츠의 겨울’을 주장하며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함을 역설했다. 또 라이엇 게임즈나 블리자드, 일렉트로닉 아츠(EA)와 같이 게임과 e스포츠 업계를 지탱하는 게임사들이 2024년 들어 줄줄이 구조조정과 해고를 단행하며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다. 위기를 초래한 내부적·외부적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지나치게 빠른 성장과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를 그 이유로 들 수 있을 것이다. 특정 종목에 편중되어 있는 산업 구조 역시 산업의 안정화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이에 게임사와 구단은 나름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LCK는 2020년부터 폐쇄형 프랜차이즈 리그 [1] 로 전환했으며 FC 온라인 슈퍼챔피언스 리그 역시 2025년부터 리그 프랜차이즈화를 시도하고 있다. 반대로 오버워치 리그는 프랜차이즈 및 연고제를 2024년부터 폐지하고 개방형 리그 시스템으로 개편했다. 다른 한편 2023년 정식출시한 게임 이터널 리턴은 국내 최초로 지역 연고 풀리그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e스포츠 구단 역시 참여 종목 다양화와 함께 아카데미 설립, 국내외 대학과의 활동 연계, 팬덤 마케팅 활성화 등의 노력을 통해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의 e스포츠는 빠르게 달려온 궤도를 잠시 조정하는 또 하나의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처럼 갑작스럽게 닥친 위기에 무너지기보다, 이제는 산업 전체가 변화의 국면을 인식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차분히 모색하고 있다. 다가올 e스포츠의 모습, 그리고 그것을 즐기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모두가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러나 e스포츠는 처음부터 고정된 형태로 존재하지 않았다. 스포츠이자 게임이고, 방송이자 오락이며 문화인 이 복합적 정체성은 위기의 순간마다 유연하게 적응하며 스스로를 재정의하는 힘의 원천이었다.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무너졌을 때도, 방송사가 사라졌을 때도, 플랫폼이 전환되었을 때도 e스포츠는 멈추지 않았다. 누구도 이 산업이 여기까지 올 줄 몰랐듯, 지금의 과도기 역시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시 한번 자신을 재구성할 시간, 본질을 점검할 기회일지 모른다. 아직도 춥고 눈이 내리는 날씨이지만, 곧 봄이 올 것이다. 변화의 속도에 익숙한 e스포츠가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따뜻한 봄을 맞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 Hutchins, B. (2008) Signs of meta-change in second modernity: The growth of e-sport and the World Cyber Games. New Media and Society, 10(6): 851-869. - Taylor, T. L. (2018) Watch me play : Twitch and the rise of game live streaming, Princeton, New Jersey : Princeton University Press. - 박건하. (2004) 게이머들의 PC방 문화와 프로게임리그의 형성에 관한 연구. 연세대학교 대학원 문화학협동과정 석사학위논문. - 이용범. (2020) 동북아시아 e스포츠 현황에 대한 기초연구 1: 정동(affect)의 실각, 한국 e스포츠 10년사. <한국게임학회 논문지>, 20권 2호. 61-73. - 정헌목 (2009) ‘스타’ 게이머 팬클럽을 통해 본 e-스포츠 팬덤의 형성과정과 특성. <비교문화연구>, 15권 1호. 51-95. - 진예원. (2022) 이스포츠의 기술성(technicity) 분석을 통해 본 포스트디지털 문화 연구.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미디어문화연구전공 석사학위논문. [1] 프랜차이즈 모델은 리그에 소속되는 팀을 고정하여 이 팀들이 강등이나 해체의 위험 부담 없이 수익 창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을 의미한다. 반대로 개방형 모델은 리그 참가 및 탈퇴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기에 리그 소속팀이 자주 바뀌며, 승강제를 도입해 경쟁을 보다 치열하게 만들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프로야구 KBO 리그는 프랜차이즈 모델, 프로축구 K리그는 개방형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Tags: e스포츠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연구자) 박여찬 e스포츠를 포함한 보는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미디어문화연구를 전공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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