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검색 결과

공란으로 1280개 검색됨

  • 채찍과 당근의 자강두천, 공포 게임의 UX 디자인

    공포 게임의 UX 디자인은 플레이어의 행동 패턴을 유도하고 또 감정선을 조절하는데 가장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때론 위협하고 때로는 도움을 주면서, 무작정 사실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비현실적이지도 않은 범위 안에 플레이어의 경험을 위치시키기 위해 수많은 요소가 무대 뒤에서 암약한다. 마치 영화 ‘캐빈 인 더 우즈’ 에서 미스터리 단체의 직원들이 주인공 일행에게 하나씩 위협을 던져주며 가지고 놀듯이 말이다. 만약 이런 시선으로 공포 게임을 본다면, 이제는 한 번쯤 그 의도와 예상을 부숴주겠다는 불순한 생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 Back 채찍과 당근의 자강두천, 공포 게임의 UX 디자인 10 GG Vol. 23. 2. 10. 밸브의 게임 ‘포탈 2’ 에는 특이하게도 코멘터리 모드가 있다. 이는 일종의 영화 DVD 에 들어있는 코멘터리 특전처럼, 개발자들이 어떻게 게임을 만들고 고쳐나갔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들이 이 게임을 만든 과정은 마치 소설을 짓는 것과 같은 작성과 무수한 퇴고의 연속이다. ‘포탈 2’ 는 퍼즐을 중심으로 한 게임이고, 이들의 고민은 그렇다. 이 퍼즐을 어떻게 풀도록 설계했는가? 그 설계가 어떻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나? 보완하기 위해 어떤 변화를 주었나? 플레이어가 이 설계를 어떻게 이해하도록 할 것인가?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유도한 플레이에서 벗어나는가? 그 벗어난 플레이가 허용 가능한가, 아니면 게임의 핵심을 해치고 있는가? 이러한 수많은 고민이 뭉쳐 어떻게 최종 버전의 게임이 완성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 ‘포탈 2’ 코멘터리 모드 지금까지도 기억이 나는 예시가 하나 있다. 이 퍼즐의 최초 버전은 플레이어의 시작 위치와 출구가 바로 보이는 탁 트인 형태였다. 그러나 그렇게 되자 플레이어들은 퍼즐을 정상적으로 풀어내지 않고 출구 근처로 바로 포탈을 만들어 퍼즐을 ‘무시’ 했다. 그러자 개발자들은 시작 위치와 출구 사이에 큰 벽을 설치했다. 그러자 이제는 플레이어들이 어느 방향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퍼즐을 제대로 풀지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벽을 반쯤 투명한 유리벽으로 바꾸어 출구가 보이면서도 동시에 플레이어가 통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러자 비로소 플레이어들은 퍼즐을 제대로 풀면서 기획자의 의도대로 게임을 플레이해 나갔다. 이 과정 자체가 바로 게임의 UX 디자인에 대한 매우 적절한 설명이다. ‘포탈 2’ 의 제작사 밸브는 ‘하프 라이프’ 시절부터 이처럼 잘 유도된 플레이어 경험을 짜는 능력이 뛰어난 회사였다. 이와 함께 밸브의 게임 중 또다른 작품은 새로운 방식으로 특정 장르적 UX에 접근한다. 공포 게임이자 4인 협동 게임, ‘레프트 4 데드’다. 그때까지 공포 게임은 놀이공원의 다크라이드와 유사한 방식이 주류였다. 즉 주어진 동선, 레일이 있고, 이 동선을 따라가면서 발동하는 트리거들로 적이 등장하거나, 이벤트가 발생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레프트 4 데드’ 는 이런 다소 고전적인, 배치된 오브젝트나 동선 설계처럼 게임 내에 이미 구성되어 변하지 않는 고정 요소를 넘어서서 실시간으로 플레이를 측정하고 이에 따라 플레이 환경을 바꾸는 ‘감독 AI 시스템’ 을 도입했다. 이는 이전부터 있었던 적응형 난이도 시스템의 변형이지만, 공포 게임에 적극적으로 사용되면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낳았다. * ‘레프트 4 데드’ 의 감독 AI는 당시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감독 시스템의 요지는 이렇다. 플레이어의 스테이터스, 잔탄량, 위치 등 여러 모니터링 정보를 통해 플레이어의 현재 스트레스를 가늠한다. 그렇게 측정된 스트레스치를 기반으로 더 많은 적을 등장시킬지, 적을 줄일지, 또는 치료제를 제공할지, 다음 아이템 드롭에서 총알을 제공할지 등을 판단한다. 이 때문에 플레이어가 겪는 현재의 경험은 너무 쉽지도 너무 어렵지도 않게 적절한 상승과 하강의 곡선을 타도록 조율된다. 이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감독 시스템 자체보다는, 이러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한 난이도 조정 툴이 필요할 만큼 공포 게임의 UX는 다른 게임에 비해 독특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여러 게임의 테마 중에서 공포 게임은 그 경험을 설계하기에 가장 어려운 편에 속한다. 이름 자체는 공포이지만, 결국 그 안에서 벌어지는 플레이란 플레이어가 공포를 최대한 회피하고, 또는 그 원인을 찾아내 공포를 해소하는데 중점을 둔다. 이는 공포 게임이 다른 공포 콘텐츠(즉, 공포 영화 같은)와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공포 영화는 콘텐츠 수용자 입장에서 그저 관찰할 수 밖에 없는 일방적인 수용의 입장에 놓이게 되지만 공포 게임에서는 그 공포에 저항하고, 직접적으로 해소하는 역할을 맡게 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암네시아’ 시리즈로 대표되는, 공포의 원인을 직접적으로 제거할 수 없고 피해다녀야 하는 게임들도 그처럼 플레이어의 회피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훨씬 능동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그래서 공포 게임에서의 경험 설계는 더 나아가 어떻게 ‘공포’ 가 총합으로서 긍정적인 체험이 될 수 하는가 하는 고민도 담겨있다. 공포는 그 자체로는 상당히 부정적인 감정이며 불쾌함을 유발하고, 우리가 공포 게임에서 느끼는 쾌락은 그 공포 이후에 이를 극복하고 다시 평정 상태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즉, 좋은 공포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그 UX는 항상 시련과 극복의 연쇄가 될 수 밖에 없다. 공포 게임은 이러한 시련의 과정을 설계하는 방법, 그리고 공포라는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 등에서 많은 고민과 발전의 과정이 있어왔다. 여기에 더불어 사람은 어떤 감각 요인, 또는 자극에 적응하고 둔감해진다는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즉 공포, 또는 공포를 직접 느끼기 바로 전 단계의 긴장은 항상 적정 범위 내에서 움직여야 하는데, 그 적정 범위는 변동성이 있으며 심지어 순간적으로 큰 폭의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다른 게임들에 비해 감정이 관여하는 바가 큰 경험이기에 특히나 그런 면이 부각된다. 최근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칼리스토 프로토콜’ 과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 는 한명의 창조자에게서 출발한 공포 게임이지만 긴장감의 조절에서 서로 다른 방법론을 채택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 은 굉장히 전통적인 방법의, 맵 곳곳에 수많은 트리거를 숨겨두는 방법과 적 AI 의 강화를 필두로 이 긴장감을 조율한다.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는 원작에 없던 감독 시스템을 고정된 트리거 들을 제외하면 매 플레이마다 다른 패턴으로 적이 등장한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개발자는 한 인터뷰에서 공포 게임의 UX 디자인을 ‘호러 엔지니어링’ 이라고 칭했다. 이는 비단 전투 뿐만 아니라 게임 전체의 흐름을 조절하는 요소다. ‘칼리스토 프로토콜’ 은 각 전투의 거리를 좁히고 밀도를 높여, 정해진 레일을 뚫고 가면서 일정 구간을 통과하면 저장하고 다시 일정 구간을 뚫고 가는 일종의 갱신을 하는 느낌의 플레이 구성이다. 하지만 ‘데스 스페이스 리메이크’ 는 리메이크를 통해 오픈월드의 느낌을 가져왔고, 때문에 하나의 레일을 따라 트리거를 배치하는 식으로는 플레이어가 만들어내는 여러 변수에 대처할 수 없기에 감독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직접 레일 위의 난이도 조건을 조절하느냐, 또는 감독 시스템을 활용하느냐는 그 결과물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수도 있고, 말그대로 방법론의 차이이다. 예컨대 게임의 맵을 디자인하는데 있어 미리 정해진 맵을 제공할 것인지, 특정 패턴에 기반한 절차적 생성 기법을 활용할 것인지 하는 차이라고 볼 수도 있다. 중요한건 어떤 방법을 쓰느냐가 아닌 최종적으로 어떤 플레이어의 행동을 유도하고 의도했는지다. 아무리 감독 시스템을 활용한다 하더라도 그 최종 상태에 대한 기준이 잘못되었다면 제대로 된 행동 패턴을 유도하기 어렵다. 그리고 플레이어의 감정선을 조절하기 위한 노력들도 살펴볼 수 있는데, 첫번째로는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대리인, 즉 게임 내 아바타와 실제 플레이어와의 거리감 조절이다. 이를 위한 도구 중 하나가 공포 게임의 UX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부분이 구성 요소 중 하나인 UI 다. 두 게임의 공통 조상인 ‘데드 스페이스’ 를 포함해 이들 게임은 다이제틱 UI 를 사용한다. * 몰입감에 극도로 집중한 UI를 보여주는 ‘칼리스토 프로토콜’ 다이제틱 UI 와 논-다이제틱 UI 에 대한 가장 빠른 설명은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 2’ 로 가능하다. 이 게임에서는 하나의 게임으로 이 두가지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데, 트럭에 부착된 계기반으로 속도를 확인하면 다이제틱 UI, 그게 아니라 화면 구석에 고정된 네비게이션 창으로 속도를 확인하면 논-다이제틱 UI를 사용하는 것이다. 즉 논-다이제틱 UI 는 플레이어와 게임 속 세계 사이에 한겹의 필터가 있는 것과 같다. ‘칼리스토 프로토콜’ 과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 는 이 부분을 제거하고 캐릭터의 등에 달린 장비로 HP를, 총기에 달린 부품으로 잔탄량을 표시하고 인벤토리, 아이템 정보 등도 게임 내 홀로그램 같은 방식으로 처리된다. 이런 UI는 필수적인 부분 외의 정보량을 제한하며 현실감을 더 적게 저해하기에 소위 말하는 ‘몰입감’ 을 강조하게 된다. 어느 시점부터 다이제틱 UI 는 공포 게임의 기본 소양처럼 되었는데, 몰입 엔터테인먼트로서 공포 게임은 감정선을 플레이어가 자신이 조종하는 캐릭터가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차원(현실-게임 속)의 경계를 드러내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해 온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다이제틱 UI 를 위시한 여러 몰입 기믹을 사용하더라도 의도적으로 비현실적인 요소들을 투입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전투 음악 같은 음향효과가 그렇다. 이런 요소는 오히려 현실감을 위해서는 현장의 소리 외엔 없어야 하는게 정상이다. 하지만 이런 음향효과들은 일종의 가이드로서 플레이어의 감정선과 고양감을 다가올 사건에 앞서 준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아무런 전조도 없이 뒤에서 튀어나온 적에게 바로 공격당해 죽는다면,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전조없이 일방적으로 당한, 소위 ‘억까’ 라는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적이 등장하기 직전, 또는 등장 후 공격받기 전 특정한 음향이나 또는 전투음악 같은게 흘러나온다면 플레이어는 위협을 직접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곧 위협이 다가온다는 걸 심리적으로 인지하게 된다. 이는 철저히 비현실적이고 게임이기에 가능한, 일종의 초현실적 요소이지만 공포 게임의 UX 디자인에서는 필수적인 부분이다. 즉, 공포 게임은 일방적으로 플레이어를 겁주고 위협하는게 아니라 꽤나 정당하게 주고 받으며 플레이어와 놀아주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이번엔 어떤 수를 써볼까?” “음… 일단 한 번 죽게 만들까요?” 공포 게임의 UX 디자인은 플레이어의 행동 패턴을 유도하고 또 감정선을 조절하는데 가장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때론 위협하고 때로는 도움을 주면서, 무작정 사실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비현실적이지도 않은 범위 안에 플레이어의 경험을 위치시키기 위해 수많은 요소가 무대 뒤에서 암약한다. 마치 영화 ‘캐빈 인 더 우즈’ 에서 미스터리 단체의 직원들이 주인공 일행에게 하나씩 위협을 던져주며 가지고 놀듯이 말이다. 만약 이런 시선으로 공포 게임을 본다면, 이제는 한 번쯤 그 의도와 예상을 부숴주겠다는 불순한 생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기자) 이명규 게임 기자(2014~), 글쓴이(2006~), 게이머(1996~)

  • 제1회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 발표

    안녕하십니까, 게임제너레이션입니다. 제1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을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 Back 제1회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 발표 07 GG Vol. 22. 8. 10. 안녕하십니까, 게임제너레이션입니다. 제1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을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게임평론가이자 연구자. 2015년부터 게임을 업으로 삼아, 평론가로서는 게임이 사회와 관계맺는 방식을, 연구자로서는 상품으로서의 게임이 사회 안에 자리잡는 구조를 살펴본다. 『81년생 마리오』(2017), 『현질의 탄생』(2022) 등을 썼고, 〈다큐프라임〉(EBS)을 비롯한 다큐멘터리와 여러 매체 연재에 참여했다. 디지털게임을 시간권리상품으로 분석한 연구로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게임연구소 '드래곤랩'대표를 맡고 있으며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 현질의 탄생, 새로운 플레이의 탄생: 〈현질의 탄생〉 서평

    지금의 게임 플레이가 더 이상 게임의 시공간 안에서만 이뤄지는 게임 텍스트-플레이어 간 관계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에서, 납금 플레이 개념이 갖는 타당성과 확장성은 크다. 실제 산업자본의 욕망 하에서 비자율적으로 혹은 다분히 교섭적으로 플레이를 하고 있는 플레이어라 할지라도, 전혀 즐겁지 않다면 게임을 지속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지속하는 플레이어들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시대적 당위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현질에 기인한 것이든 그렇지 않든 어떤 플레이가 그냥 별일 아닌 것이라 해버리면, 그 말은 게임이 그 이상의 의미있는 경험을 제공해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된다. < Back 09 GG Vol. 22.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ShinKyu Kang Editorial board member of Culture/Science, a journal specializing in cultural theory. Researches media and culture, including games, broadcasting, comics, and fandom. Books include Fandom in Flux: From Play to Labor, From the Real to the Virtual (2024), Subculture Criticism (2020), IP: The Beginning of Every Story (2021, co-authored), Third Life: New Lifestyles in the Age of Technological Revolution (2020, co-authored), and The Theory of Games: From Play to Digital Games (2019, co-authored). Papers include "Fun Without Winning: Sociality, Agency, and Striving Play in Parent-Child Game Play" (2024), "Fandom That Consumes Communication: Idol Fan Platforms and the Reconfiguration of Fandom" (2022), "How Does 'In-Game Spending' Become Play?: Focusing on In-Depth Interviews with Whale Game Players" (2022, co-authored), and "Gamifying Broadcasting: From Producerly Text to Playerly Text" (2019).

  • 〈포켓몬 고〉는 당신의 시공간에 침투한다

    〈포켓몬 고〉는 2016년 글로벌 출시된 증강 현실 모바일 게임이다. 증강 현실이란 더해진 현실이라는 뜻이니, 현실 위에 정보 레이어가 한 겹 더해졌다는 의미다. 일반적인 지리 데이터 위에 포켓몬스터 데이터를 덧씌워보니 게임이 탄생했다. 출시 초기 〈포켓몬 고〉는 플레이어의 GPS를 추적하여 구글 맵 위에 포켓몬들을 등장시키고,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으로만 보여주던 포켓몬스터 트레이너의 삶을 살아보도록 선보였다. < Back 08 GG Vol. 22. 10.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Leesun Park Studies games from a social perspective. Believes that games, as a tool, ultimately offer a way to explore what it means to be human. These days, mainly writing.

  • 농사 게임은 왜 힐링이 되었는가: 픽셀 농사와 진짜 밭 사이에서

    평화로운 게임과 다르게, 현실은 훨씬 가혹했다. 노루망을 치지 않아서 상추 밭은 송두리째 사라져버렸다. 현실에서는 야생동물, 폭염, 장마, 해충 등 통제 불가능한 변수가 언제든 침입한다. 각종 병충해도 단 몇 주 사이에 농사를 완전히 무너뜨린다. 너무 덥거나 습하면 작물이 빠르게 상하고, 한 번의 폭우로 뿌리가 썩어버리기도 한다. 농부는 이러한 피해 요소들을 ‘기본값’으로 가정하고, 당연한듯이 울타리와 농약, 비료, 배수로 등 가능한 모든 대비책을 동원하여 농사를 유지하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 Back 농사 게임은 왜 힐링이 되었는가: 픽셀 농사와 진짜 밭 사이에서 27 GG Vol. 25. 12. 10. <스타듀 밸리>나 <목장 이야기>와 같은 농장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전원적 배경의 농부가 되어볼 수 있다. 이들 게임은 도시를 떠나 가족의 농장을 물려받아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동일한 서사를 공유한다. 게임을 시작한 플레이어가 최초로 마주하는 것은 잡초와 돌, 고목 등으로 뒤덮여 오랫동안 방치된 농지다. 이 허름한 농장을 하나씩 정리하고, 땅을 일구고, 작물을 심고, 축사를 가꾸며 매일 꾸준히 노동한 결과가 주는 수확의 기쁨을 맛보는 것이 게임의 핵심 경험이다. 그 과정에 발생하는 마을 사람들과의 교류는 공동체의 온기를 느끼는 순간이다. 농사 게임은 흔히 ‘힐링 게임’으로 분류된다. 경쟁이나 전투 중심의 게임이 순간의 긴장과 급박함을 요구하는 데 반해, 농장을 경영하는 일은 평화롭고 소박한, 말 그대로 ‘목가적 삶’의 감각을 제공한다. 밭에 심어진 옥수수도, 풀을 먹는 젖소도 플레이어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 이들은 보살핌을 받으며 자랄 뿐이고 플레이어는 성장을 지켜보는 존재로 남는다. 필자 역시 직접 농사를 지어보기 전까지는 농사 게임을 ‘힐링’ 장르로 소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도시를 떠나 산골 마을에 거주하며 농촌 사회를 경험하고 손수 농작물을 생산해보니, 게임 속 농사와 현실의 농사 사이에는 생각보다 더 큰 간극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게임과 현실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실제 농사에서 어떤 요소들이 게임화되기 위해 제거, 단순화, 재배치되었는지를 관찰하게 되었고, 게임에서 ‘힐링’이라는 감각이 어떻게 성립하는 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농사를 게임으로 배워 시작하다 다음은 실제로 겪은 농사 이야기다. 도시 생활을 하다 산골 마을로 이주하고, 집 근처에 작은 텃밭을 얻게 되었다. 흙을 조금 파보니 지렁이가 여럿 꿈틀거릴 만큼 토양 상태는 비옥했다. 그대로 두기에는 아까운 땅이라는 생각이 들어 농사 짓기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게임 속에서는 수십 번의 계절을 보내며 방대한 경작지를 일군 베테랑 농부였지만, 현실에서는 식물을 제대로 키워본 적조차 없는 초보자였다. <스타듀 밸리>의 농부는 가장 먼저 땅을 일군다. 필자 역시 튜토리얼을 따라 하듯 밭에 쪼그려 앉아 돌을 골라내고 호미로 잡초를 제거한 뒤 삽으로 흙을 부드럽게 다져 올렸다. 뾰족한 호미로 땅을 내칠 때 가끔씩 땅 속에 살고 있던 지렁이가 걸려서 튀어올랐다. 땅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초를 다졌으니 이제 무엇인가를 심을 차례였다. 원래대로라면 씨앗을 심어야 했지만, 부스트 아이템 ‘모종’을 선택했다. 씨앗 단계를 지난 어린이 상태의 모종을 심으면 어느 정도 성장한 상태에서 심는 만큼 실패 확률도 적고 성장도 빨랐다. 모종 가게 주인에게 “초보자는 잎채소부터 시작하라”는 조언을 들었고, 오이나 딸기 같은 열매 작물은 아직 ‘해금되지 않은 고난이도 작물’이라 생각하고 청상추 모종 15개를 사 들고 돌아왔다. 봄 기운이 완연한 4월은 상추를 심기에는 더없이 좋은 계절이었다. 스타듀 밸리의 농부는 파스닙 15개를 심으며 첫 농사를 시작한다 픽셀처럼 심기 vs 두둑과 고랑 만들기 밭으로 돌아온 뒤, 15개의 모종을 어떤 배열로 심을지 고민했다. <스타듀 밸리>에서 플레이어에게 가장 먼저 주어지는 과제는 봄의 작물 ‘파스닙’(무의 일종) 씨앗 15개를 파종하는 일이다. 플레이어는 도구를 장착해 땅의 ‘상태’를 한 칸씩 경작지로 변화시키고, 땅 한 칸당 씨앗 한 개를 심어 파종을 총 15칸에 걸쳐서 진행한다. 이때 일반적으로 플레이어들은 5x3 또는 3x5의 대칭적 구조로 밭을 만드는 것을 선호한다. 짝이 맞는 이 패턴을 안정적인 구조로 받아들인다. <스타듀 밸리>를 오래 플레이한 탓에, 씨앗 15개를 ‘반듯하게’ 심던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다. 그래서 실제 밭에서도 상추 모종을 똑같은 구조로 심었다. 상추 역시 3x5의 비슷한 구조로 심어졌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자, 텃밭은 게임의 논리를 거부했다. 상추들은 서로의 잎이 뻗어나갈 공간이 부족해졌고, 잎과 잎이 맞부딪히며 통풍이 안되어 병충해가 발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었다. 밀식된 상추는 성장하면서 서로의 잎을 밀어내는 생존 경쟁을 벌였다. 설상가상으로 가운데 줄에 위치한 상추는 공간이 없어서 직접 손이 닿지 않아 관리가 거의 불가능했다. 게임에서는 캐릭터가 작물 위를 가볍게 통과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농부가 움직일 수 있는 동선이 있어야 했다. 결국 ‘한 칸에 한 개의 작물 배치’ 논리는 게임식 접근법이었다. 현실에서는 게임에서의 칸 개념보다는 모종을 심는 ‘두둑’과 여유를 두는 ‘고랑’의 개념이 적절했다. 현실의 농사에서 한 포기의 상추는 한 칸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통풍, 배수, 관리 접근성을 포함해 더 큰 생태적 공간을 필요로 한다. 게임이 제시한 그리드 기반의 단순한 규칙은 실제 농사에서는 훨씬 복잡한 생태적 배치의 문제로 변환되었다. 생장할 여유 간격을 두고 심어진 상추 밭. 출처: 드래곤 별밭 아뜨리에 블로그 현실 농사는 농작물 피해를 디폴트 값으로 둔다 그래도 상추들은 비좁은 환경에서도 제법 잘 자라주었다. 조심스레 잎을 따내어 수확이 가능했다. 수확한 상추로 쌈과 샐러드를 풍성하게 차려먹으니 요리의 즐거움은 구현되지 않았던 게임 속 농부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상추는 많이 수확해도 금방 다시 자라서 화수분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수확의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며칠 만에 물을 주러 나가보니, 밭이 텅 비어있었다. 상추가 있던 자리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상추가 있었는데, 없었다. 다른 밭에 잘못 왔나 싶을 정도로 이상한 경험이었다. 야생 동물인 노루가 습격한 결과였다. 생각해보면 노루가 참 좋아할 만했다. 나의 텃밭은 억세고 질긴 들풀보다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상추가 한 가득 자라있는 완벽한 식탁이었다. 대부분의 농사 게임에서 울타리란, 미적 요소이거나 부가적인 설치물에 가깝다. <스타듀 밸리>에서는 농작물의 피해를 미미한 이벤트로 발생시킨다. 허수아비 설치물이 커버하는 영역에 놓이지 못한 땅은 야간에 등장한 까마귀로 인해 1~2개의 작물이 사라진다. <파밍 시뮬레이터>에는 병충해나 야생동물의 피해를 아예 구현하지 않는다. 잡초가 수확량을 조금 줄이는 정도로 단순화되어 있다. 반면 <천수의 사쿠나히메>는 벼농사에 발생하는 해충과 병해, 잡초의 종류를 현실처럼 다양하게 구현하지만, 어디까지나 이에 실패한다고 하여 품질과 수확량이 감소할 뿐, 벼가 다 죽어버리거나 하는 일은 없다. 평화로운 게임과 다르게, 현실은 훨씬 가혹했다. 노루망을 치지 않아서 상추 밭은 송두리째 사라져버렸다. 현실에서는 야생동물, 폭염, 장마, 해충 등 통제 불가능한 변수가 언제든 침입한다. 각종 병충해도 단 몇 주 사이에 농사를 완전히 무너뜨린다. 너무 덥거나 습하면 작물이 빠르게 상하고, 한 번의 폭우로 뿌리가 썩어버리기도 한다. 농부는 이러한 피해 요소들을 ‘기본값’으로 가정하고, 당연한듯이 울타리와 농약, 비료, 배수로 등 가능한 모든 대비책을 동원하여 농사를 유지하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노동하는 신체성을 지워야 힐링은 완성된다 상추밭이 야생동물의 습격으로 초토화된 후, 여름 작물인 아삭이 고추 몇 그루를 심으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초여름 기운을 받은 고추는 순조롭게 줄기를 뻗고 꽃을 피우며 주렁주렁 열매 맺을 준비를 마친 듯했다. 그러나 어느 날, 초록색으로 보여야 할 고추 줄기가 새카맣게 변해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수십 마리의 노린재가 깨알같이 달라붙어 수액을 빨아먹고 있었다. 노린재는 당장 열매를 떨어뜨리지는 않지만, 식물의 영양분을 가로채 성장을 저해하고 열매를 부실하게 만든다. 농약을 칠 수 있었지만 많은 친환경 농부들이 권장하지 않았다. 손으로 잡아서 없애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했다. 페트병을 반으로 자른 통에 물을 채우고, 고추 줄기 아래에 대고, 통에 떨어지게끔 손으로 노린재 떼를 우수수 떨어뜨렸다. 이 작업을 매일 반복해야만 했다. 노린재와의 전쟁이 끝나면 덥고 습한 날씨를 틈타 민달팽이가 올라타서 고추 열매를 갉아먹었다. 이 과정에서 게임에는 겪지 않은 농사의 육체적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한여름 야외에 몇 분만 서 있어도 온몸은 땀으로 뒤범벅이 되었다. 농부에게 모기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여름의 밭이라는 야외 공간은 야생 모기가 무차별적으로 달려들기 좋고, 식물을 스치기라도 하면 진드기가 몸에 달라붙어 자기도 모르게 피를 빨릴 수 있다. 게임 속 농부는 밀짚모자에 멜빵바지라는 낭만적인 룩을 입고, 현실의 농부는 긴 챙 모자에 마스크부터 팔토시, 스카프까지 생존을 위한 전투복을 입는다. <스타듀 밸리>에서 플레이어의 신체는 화면 구석의 ‘스태미나 게이지’로 단순하게 표상된다. 곡괭이질을 하거나 물을 주면 게이지가 줄어들고, 기력이 바닥나면 탈진한다. 그래도 침대에서 하룻밤 자고 나면 체력은 언제 그랬냐는 듯 100% 회복된다. 게임 속 노동은 조작 장치를 거쳐 대리 수행되기에, 플레이어는 온 몸에 흘러내리는 땀, 허리가 끊어질 듯한 통증, 벌레에 물리는 고통도 느끼지 않는다. 게임이 선사하는 힐링은 역설적으로 노동하는 주체의 몸을 소거했기에 가능하다. 현실의 농사는 클릭 몇 번으로 끝나지 않고 잠을 잔다고 해서 누적된 피로가 말끔히 씻기지도 않는다. 이러한 육체적 한계는 필연적으로 외부의 힘을 필요로 한다. <파밍 시뮬레이터>가 거대한 트랙터와 콤바인을 조작하는 재미를 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현대의 농업은 인간의 몸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노동의 부하를 기계가 대신해주는 것에 익숙하다. 실제 한국의 농촌 현실을 들여다보면, 고령화된 농촌에서 인간의 몸을 대신하는 것은 억 대를 호가하는 농기계들이고, 농기계를 운용하거나 기계가 닿지 않는 궂은 일 처리는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의 손에 맡겨진다. 우리가 마트에서 사 먹는 매끈한 농산물은 힐링 게임이 보여주지 않는 기계 소음과 이주 노동자들의 땀 속에서 생산된다. 최근 각광받는 스마트팜 역시 온도와 습도, 영양 공급을 인공지능과 자동화 시스템에 맡김으로써 예측 불가능하고 고통스러운 자연 속의 인간 노동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결국 농사 게임이 주는 평화로움은 현실 농사가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고통스러운 육체성과 노동의 구조를 차단한 채 수확의 성취감만을 정제하여 제공하는 셈이다. 게임 농부는 치유받지만, 현실 농부는 치열하게 싸운다 우리는 이른바 ‘힐링’이라는 감각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농사짓는 행위가 게임에서 힐링이 되는 이유는 단순히 전원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삼기 때문이 아니라, 현실의 농업이 갖는 복잡성을 제거하고 변형함으로써 불확실한 노동을 ‘확실한 노동’으로 재구성하는 점에 있다. 현실의 농업은 기후, 병해충, 노동력, 시장 변수 등 수많은 요소가 개입하는 복잡하고 불확실한 활동이다. 수확의 결실을 맺기까지 요구하는 힘의 투입은 굉장히 어렵고, 고통스럽고, 장기간을 요구하며 때로는 실패를 수반한다. 반면 게임은 매체적 성격상 불쾌감을 최소화하고 쾌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된다. 만약 현실의 불확실성과 고통을 그대로 재현한다면 게임은 ‘재미’라는 핵심 동력을 잃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농사를 다루는 게임들은 반드시 선택, 제거, 증폭의 단순화 과정을 거쳐 현실의 농업을 플레이 가능한 형태로 재구성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농사 게임이 현실을 은폐한다는 비판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은폐 여부가 아니라, 농사가 어떤 구조적 조정을 거쳐 ‘힐링’으로 재배치되는지 이해하는 일이다. 이 간극을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게임 속 농사가 만들어내는 힐링이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 농업을 둘러싼 조건을 재사유하게 만드는 하나의 분석적 지점임을 확인하게 된다. 현대인들이 농사 게임에서 힐링을 느끼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그들의 일상이 게임 속 농사보다 훨씬 더 통제 불가능하고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성과를 내도 인정받지 못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현대의 노동 환경 속에서, 게임 속 농사는 노력한 만큼 정확히 돌아오는 공정한 세계를 제공한다.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면 반드시 작물이 자라고, 수확하면 반드시 돈이 들어온다. 이 깨끗한 루틴의 반복에서 오는 예측 가능성과 통제 가능성이야말로 게임이 제공하는 진짜 힐링의 본질이다. 그렇다면 왜 많은 것 중에서 '농사'라는 형식을 빌려 이러한 힐링을 추구하는 것일까? 농업이라는 인류 최초의 생산 활동은 본래 자연과의 협상이자 불확실성과의 공존이었다. 그러나 게임은 이 불확실성을 제거함으로써 농업을 통제 가능한 시스템으로 재탄생시킨다. 어쩌면 자연을 완전히 계량화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현대 사회가 자연에 대해 갖는 판타지이자 근대적 욕망의 또 다른 표현일 수 있다. 동시에 농사 게임은 우리가 상실한 것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손으로 땅을 만지고, 씨앗을 심고, 생명이 자라나는 것을 지켜보는 경험. 도시화된 삶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먹는 음식이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는지 알지 못한다. 농사 게임은 이 단절된 관계를 상상적으로나마 복원한다. 결국 농사 게임이 제공하는 힐링은 이중적이다. 한편으로는 현실 농사의 고통을 삭제한 안전한 판타지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노동과 결실의 직접적 연결'이라는 근원적 만족감을 제공한다. 게임 속 농부가 되는 경험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왜 현실에서는 얻을 수 없는 이 만족감을 게임 속에서 찾아 헤매는가? 우리의 노동은 왜 게임 속 농사만큼 명확한 보상과 연결되지 않는가? 그리고 진정한 치유는 게임이 제거한 바로 그 불확실성과 고통을 받아들이는 데서 오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질문들은 농사 게임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을 넘어, 우리 시대의 노동과 자연, 그리고 치유에 대한 욕망을 성찰하게 만든다. 게임 속 농사와 현실의 농사 사이의 간극은, 그래서 우리가 어떤 세계를 살고 있으며 어떤 세계를 꿈꾸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문화연구자) 박이선 사회적인 관점에서 게임을 연구합니다. 게임이라는 도구를 통해 결국 인간을 탐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금은 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 ‘공포’와 ‘놀이’로서의 비장소 : <8번 출구>를 포착하기

    현대의 공포는 흐른다. 곧, 어디서든 틈입한다. 일찍이 공포라는 키워드 하에 내포되어 온 스테레오 타입화된 형상들―가령 괴물, 귀신, 살인마, 악마 등―만으로 이 정서의 출처는 설명되지 않는다. 해당 공포는 좀 더 내밀한, 혹은 하이퍼객체와 같은 유동성을 발휘하기에 우리는 이 공포를 ‘앎’의 영역으로 안배하기에 항상 실패한다. < Back 19 GG Vol. 24. 8.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Chanmi Jeong Pursues scholarship in the Department of Korean Language and Literature at Sungkyunkwan University. A devotee and an observer of subculture. In the midst of tracking down new methodologies for thinking through the times.

  • [게임과 예술] 로딩중인 세계의 권태와 노동에 관한 소고

    상희는 유희와 즐거움의 이미지로서 소비되던 게임의 형식을 빌려 디지털 산업 사회에서 노동하는 신체에 관한 감각을 이야기한다. 나아가 즉각적인 쾌락과 만족, 완전히 개인화된 세계에서 내면적 사유로서 ‘권태’가 가진 정서를 재조명한다. < Back 16 GG Vol. 24. 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Minju Lee Lee Minju majored in Western painting and art theory. Writes and organizes a range of projects. Has curated Animal Loop (Gong-Won, 2019, co-curated), which examined the relationship between performance and performance documentation; Non-Caption Interview (An Unexpected Combination, 2021, curated), which illuminated the aesthetics and politics of the documentary image; and #2 (Doosan Gallery, 2023, co-curated), which explored the event-ness of the exhibition through the form of theater. Attending to the events and performative qualities that images produce, reflects on critical writing and researches the translational relationship between image and text.

  • [인터뷰] 게임은 현대미술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을까 - MMCA서울관 〈게임사회〉 展

    국내 국립 미술관에서 게임을 주제로 한 전시가 기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임사회〉 전에 대한 언론과 소셜미디어의 관심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흔히 접하기 어려운 주제의 전시를 사람들은 어떻게 감상하고 있을까? 이번 호에서 GG는 〈게임사회〉 전에 다녀온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왔다. < Back 12 GG Vol. 23. 6. 10. Tags: 인터뷰, 국립현대미술관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Taehyun Ha Studies with a range of interests—culture and history, religion and games. Enjoys playing games with friends. Lives while figuring out how to make each day a little happier.

  • 게임백서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들과 알려주지 않는 것들

    2023년 1월 2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이하 ‘백서’ 혹은 ‘게임백서’)〉를 발행했다. 백서는 연 1회 발행되며, 1년 간의 국내 게임산업 현황(산업, 수출입, 제작 및 배급업체, 종사자, e스포츠 등), 게임이용 동향(플랫폼별 이용, 게임에 대한 인식 및 태도 등), 해외 게임산업 현황(플랫폼별·국가별) 등을 다룬다. 국내외 산업규모, 이용행태를 파악하고 경제적 가치를 분석해 정책수립이나 연구조사를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백서 발행의 목적이다. < Back 10 GG Vol. 23. 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ShinKyu Kang Editorial board member of Culture/Science, a journal specializing in cultural theory. Researches media and culture, including games, broadcasting, comics, and fandom. Books include Fandom in Flux: From Play to Labor, From the Real to the Virtual (2024), Subculture Criticism (2020), IP: The Beginning of Every Story (2021, co-authored), Third Life: New Lifestyles in the Age of Technological Revolution (2020, co-authored), and The Theory of Games: From Play to Digital Games (2019, co-authored). Papers include "Fun Without Winning: Sociality, Agency, and Striving Play in Parent-Child Game Play" (2024), "Fandom That Consumes Communication: Idol Fan Platforms and the Reconfiguration of Fandom" (2022), "How Does 'In-Game Spending' Become Play?: Focusing on In-Depth Interviews with Whale Game Players" (2022, co-authored), and "Gamifying Broadcasting: From Producerly Text to Playerly Text" (2019).

  • <역전재판 456 오도로키 셀렉션> : 법정 미스터리와 내재적 오리엔탈리즘의 그림자

    ”이의있음!“ <역전재판>하면 가장 먼저 이 대사가 떠오른다. 나는 이 게임 시리즈를 2009년부터 하기 시작해서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주 재미있게 하고 있다. 주인공 변호사의 ”이의있음“ 이란 외침은 언제나 나를 들뜨게 한다. 2009년 당시만 해도 한글판이 정식 발매되지 않았던 때라서 모바일 폰으로 영문판을 사서 플레이했고, 스마트폰, 스마트패드가 생긴 뒤에는 어플리케이션을 구입해서 일본어판으로 플레이 했다. <역전재판>은 2019년이 되어서야 1,2,3편의 합본판이 한글화가 되어 정식 출시되었다. 그리고 올해 초 4,5,6편의 합본판이 출시된다는 소식에 너무나 반갑고 기대가 컸다. 어른이 되어서 하는 <역전재판>은 어떻게 다를까 궁금하기도 했다. 변호사가 외치는 ”이의없음“은 여전히 나를 설레게 만들까? < Back <역전재판 456 오도로키 셀렉션> : 법정 미스터리와 내재적 오리엔탈리즘의 그림자 18 GG Vol. 24. 6. 10. 본문은 <역전재판> 시리즈의 주요 설정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의있음!“ <역전재판>하면 가장 먼저 이 대사가 떠오른다. 나는 이 게임 시리즈를 2009년부터 하기 시작해서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주 재미있게 하고 있다. 주인공 변호사의 ”이의있음“ 이란 외침은 언제나 나를 들뜨게 한다. 2009년 당시만 해도 한글판이 정식 발매되지 않았던 때라서 모바일 폰으로 영문판을 사서 플레이했고, 스마트폰, 스마트패드가 생긴 뒤에는 어플리케이션을 구입해서 일본어판으로 플레이 했다. <역전재판>은 2019년이 되어서야 1,2,3편의 합본판이 한글화가 되어 정식 출시되었다. 그리고 올해 초 4,5,6편의 합본판이 출시된다는 소식에 너무나 반갑고 기대가 컸다. 어른이 되어서 하는 <역전재판>은 어떻게 다를까 궁금하기도 했다. 변호사가 외치는 ”이의없음“은 여전히 나를 설레게 만들까? * <역전재판 456> 메인 타이틀 <역전재판> 시리즈는 대표적인 법정 미스터리 게임이다. <게임제너레이션> 2호에 "변호사의 눈으로 본 역전재판"이라는 기사가 수록된 바도 있다. 2001년 일본에서 첫 작품을 출시한 이후로 스핀오프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11개의 시리즈가 발매된 <역전재판>은 전세계 팬들에게 추억의 게임이자 다음 시리즈를 계속해서 기다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역전재판> 시리즈는 주인공인 변호사가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을 변호하여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텍스트 기반 어드벤처 게임이다. 게임은 크게 재판을 위한 증거와 정보를 수집하는 탐정 파트와 피고인, 증인, 검사와 협상을 하는 법정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1인칭 비주얼 노벨 장르인 <역전재판>은 사건의 흐름을 파악하고 진범을 밝혀내는 과정을 변호사인 주인공의 시점으로 보여주기 위해 변호사가 탐정의 역할을 수행한다. 탐문 조사와 증거 수집 등이 탐정 파트에서 진행되고, 법정 파트에서는 피고인의 변호를 위해 변호사가 심리 중에 진범을 기소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의 변호사 역할을 보조하는 조력자로 미스터리한 존재가 등장하는데, 바로 ‘영매사’다. ‘영매’는 역전재판을 본격 미스터리 법정 추리극으로 만들어주는 중요한 장치다. 미스터리 서사에는 '서스펜스'와 '본격 미스터리' 두 가지 종류의 이야기가 있다. 이 두 가지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는데, 서스펜스가 수수께끼에 대한 ‘흥미’가 추진력이 되어 독자를 끌어들이는 이야기라고 한다면, 본격 미스터리는 수수께끼가 논리적으로 ‘해명’되는 과정이 주안이 되는 이야기를 뜻한다. 이는 2018년 오사카에서 개최된 "GAME CREATORS CONFERENCE'18(GCC'18)" 에서 <역전재판1, 2, 3, 4>의 제작자인 타쿠미 슈가 <역전재판> 시리즈에 대해 설명하며 했던 말이다. 그는 <역전재판>을 ‘본격 미스터리’라고 설명하면서, "본격 미스터리에서는 작가와 독자 사이에 약속된 규칙과 전제만 있다면 어떤 요소든 논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역전재판> 초기 시리즈의 '영매'라는 오컬트적인 요소다. <역전재판> 시리즈의 등장인물 중에는 영매사가 존재하고, 법정에 죽은 사람의 혼을 불러와 증언을 시키거나, 주인공인 나루호도 류이치는 영매가 된 영혼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이 게임에서 ‘영매’라는 장치는 ‘단서’와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미스터리 서사를 완성시킨다. <역전재판>은 선형적이고 단일한 스토리라인을 따르는 미스터리 서사물에 가까운 게임이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영매는 선형적인 서사를 가지고 있는 추리 미스터리 장르가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생겨나는 '반복'과 '전형'을 타파하고자 만들어진 하나의 장치로 볼 수 있다. <역전재판>을 문학의 미스터리 장르와 비교한 유승환(2017)은 <역전재판>이 게임이라는 장치를 통해 이야기(서사)를 놀이의 대상으로 만들고, 독자(플레이어)들이 게임의 서사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는 체험의 공간으로 만든다고 말한다. 게임의 내러티브와 ‘영매’와 같은 색다른 게임적 요소를 통해 게임 속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재판 자체가 하나의 체험이자 놀이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역전재판>은 그저 단순히 법정에서 피고인을 무죄로 만드는 게임이 아니라, 변호사 주인공이 증거와 정보를 수집하는 탐정 역할도 수행하고, 신비로운 존재인 영매사에게 새로운 단서와 조언을 얻기도 하면서 억울한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하고 사건의 진상을 밝혀나가는, 미스터리=수수께끼를 해결하는 일종의 추리 게임이 된다. 호평을 받았던 초기 시리즈에 이어서, 이러한 서사 전개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후기 시리즈인 <역전재판 456>가 차례대로 출시되었다. 초기 제작자인 타쿠미 슈가 하차한 뒤, 야마자키 타케시가 디렉팅에 참여한 후기 시리즈에서도 영매처럼 ‘단서’와 ‘조력’의 역할을 하는 색다른 게임 시스템이 새롭게 등장한다. 반복되는 구조상 지루함을 깨부숴주는 장치로써 주인공 오도로키 호스케의 '잡아내다'나 키즈키 코코네의 '심리 스코프'가 그 예다. 이 두 가지 시스템은 피고인이나 증인이 새로운 증언을 하도록 만드는 장치로 활용된다. ‘잡아내다’는 상대방의 버릇을 찾아 어떤 증언을 할 때 긴장을 하는지, 무엇을 숨기려고 하는지를 잡아낸다. ‘심리 스코프’는 상대방의 증언과 감정의 ‘모순’을 찾아 새로운 단서를 끄집어낸다. * <역전재판 4>의 ‘잡아내다’ / <역전재판 5>의 ‘심리 스코프’ <역전재판 6>에서 처음 등장한 '아니마의 비전'은 죽은 자가 사망하기 직전 몇 초 가량의 감각을 재현하여 보여주는 영적인 능력이다. 이 영적 능력은 전작들의 장치들이 단순히 ‘단서’나 ‘조력’의 역할을 했던 것과는 달리, 오컬트적인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법정에서 ‘결정적인 증거’로 허용된다. 이는 <역전재판 6>의 배경이 1~5편과는 다르게 일본이 아니라 ‘쿠라인 왕국’이라는 가공의 국가를 무대로 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설정이다. 쿠라인 왕국은 영매가 가능한 자만이 왕이 될 수 있는 신정국가로, 죽은 자의 혼(=아니마)을 신앙으로 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매의 역할도 기존 작들과는 다르게 나타나고 법정에서도 ‘아니마의 비전’이 더욱 크게 자리잡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아니마의 비전’만으로 손쉽게 피고인에게 유죄가 내려질 만큼 이 장치는 결정적인 증거로 작동한다. <역전재판 6>은 시스템적으로 완벽하게 논리적 부정을 하지 못하도록 현실국가 일본이 아닌 가상의 국가를 무대로 세우고, 오컬트적 요소를 지닌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서 게임 난이도는 높이고 색다른 미스터리적 재미를 가져왔다. * <역전재판 6>의 ‘아니마의 비전’ 그렇다면 갑자기 왜 <역전재판 6>의 배경은 일본에서 쿠라인 왕국으로 옮겨왔을까? 그것은 아마도 타쿠미 슈가 언급했듯이 미스터리를 위해 준비한 새로운 게임 시스템인 ‘아니마의 비전’을 ‘작가와 독자 사이에 약속된 규칙과 전제’를 통해 논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기 위함일 것이다. <역전재판 6>에는 ‘아니마의 비전’ 뿐만 아니라 미스터리를 위해 활용된 설정이 한 가지가 더 있다. 쿠라인 왕국에는 '변호죄'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이는 피고인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이를 변호한 변호사도 동일한 형벌을 받게 된다는 설정이다. 이는 게임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주인공이 변호에 실패하면 사형에 처해져 게임오버가 된다'는 게임적 리얼리즘(아즈마 히로키, 2012)의 요소로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변호죄'는 플레이어가 조금 더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 늘어지는 스토리에 긴장감을 주는 패널티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전의 작품들과 <역전재판 6>의 가장 큰 차이점 혹은 흥미로운 지점이 여기에 있다. <역전재판 6>에서 쿠라인 왕국의 공주는 '아니마 비전'만이 진실이며 범죄자를 변호하는 변호인은 모두 악인이라고 규정한다. 이 어린 공주에게 깨달음을 주는 사람은 다름아닌 일본인 변호사(주인공)다. 또한 변호죄로 인해 변호사가 모두 죽거나 사라져버린 쿠라인 왕국에서 23년만에 무죄판결을 받아내는 이 역시 일본인 변호사다. 쿠라인에도 변호사 출신 혁명파가 존재하지만 독재 권력 앞에서 힘을 못 쓰고 결국 혁명의 기폭제가 되는 것은 일본인 주인공이다. 이러한 설정들은 기존 편들과는 다르게, 우월적 위치에서 다른 나라를 일깨우고 지도하는 일본(혹은 일본인)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기존의 오리엔탈리즘과는 다르지만 또 하나의 오리엔탈리즘을 재현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주인공의 시선은 다정하며 타 문화를 업신여기지는 않지만, 왜인지 모르게 현실 국가인 일본에서 가상 국가인 쿠라인 왕국으로 배경을 옮겨오면서, 일본 혹은 일본인(주인공)의 위치는 과거 동양을 바라보는 서구인들의 위치가 된 것 같다. 쿠라인 왕국에 대한 묘사도 서양에서 동양을 바라보는 오리엔탈리즘적인 시선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힌두교의 빈디 장식과 유사해 보이는 이마의 점과 의상 디자인, 배경으로 등장하는 건물양식, 산스크리트어와 비슷한 언어체계 등 쿠라인 왕국의 설정에는 힌두교와 불교 문화권의 요소들이 상당히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특히 작중에서 혁명군의 깃발에 그려진 용의 그림은 부탄의 국기와 매우 흡사하다. 실제로 <역전재판 6>을 접해본 이용자들은 쿠라인 왕국의 묘사가 부탄이나 티베트 지역 등 히말라야 인근의 국가들의 문화적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다양한 추측들을 하고 있다. 정체불명의 동양적 이미지들이 혼종된 쿠라인 왕국은 게임이 창조해 낸 가상의 국가가 아닌 정체성 없는 기묘한 국가의 모습으로 <역전재판 6>의 무대가 되었다. 쿠라인 왕국에 대한 이러한 묘사는 같은 동양권 국가들 내에서도 오리엔탈리즘을 내재화한 서구 중심주의적 시각으로 다른 동양의 국가들을 바라볼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한다. 물론 <역전재판>의 게임적 재미 때문에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 이런 문제의식은 무시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가상의 동양 국가 쿠라인 왕국이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을 내재한 채로 재현된 것이라면, 이는 제작자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충분히 비판과 우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역전재판>이 동양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을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역전재판 6>의 ‘쿠라인 왕국’과 관련된 스크린샷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에서는 서양의 관점에서 바라본 동양에 대한 편견이 수많은 텍스트들과 권위에 의해 객관과 보편의 지위를 획득했다고 말한다(Edward W. Said, 1991). 이러한 인식은 서양이 동양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동양 국가들간의 인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동양 내부에서 다시 서로를 대립적으로 구별하는 의식과 담론인 내재화된 오리엔탈리즘을 의미한다. 그러한 양상 중 하나인 일본적 오리엔탈리즘은, 아시아의 일원으로 자신을 동일한 하는 것이 아닌 타자적 시각으로 다른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일본을 구별하려는 자의식이 강화된 동일시와 객관화의 산물이다(강상중, 1997; 윤지관 외, 2006). 아시아에 대한 서양의 시선이나 서구의 제국주의를 수용한 일본은 아시아에 대해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적 관점을 지니게 되었다(최유경, 2009). 일본에서 만들어진 게임에서 등장하는 종교적이고 신비한 가상의 동양권 국가가 제3세계적인 묘사로 등장하고, 다양한 동양 문화권의 요소를 뒤섞어 쿠라인이라는 가상 국가를 창조했다는 점,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이미지들만 취사선택하여 재구성한 측면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이질감은 피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역전재판 6>은 오리엔탈리즘적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이 충분히 가능하다. 이미 미국 연방정부와 많은 주정부, 기관들이 공식 문서에서 '오리엔탈(Oriental)'이라는 단어 사용을 지양하고 있다. '오리엔탈'이라는 단어가 아시아인들을 비하하거나 고정관념화하는 차별적 의미를 내포할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어 왔기 때문이다. 동양인을 하나의 단일 집단으로 환원시키고, 서구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존재로 대상화하는 시각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인데, 이에 따라 2016년 이후 미국 연방정부 법전과 공문서에서는 '오리엔탈'이라는 표현 대신 '아시안(Asian)'이란 표현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특정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오리엔탈리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으로 예술계에서 '오리엔탈풍'과 같은 단어는 아직까지도 사용되고 있고, 오리엔탈리즘적 고정관념은 일상 도처에 알게 모르게 내재되어 있다. 동양의 내재적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설명한 진태원(2014)은 동양인들 자신도 그 틀에 따라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상상하도록 만들어 '오리엔탈리즘과 다른' 동양을 사고하는 것을 어렵도록 만든다고 했다. 한국적 미스터리 장르와 오컬트 장르의 교차성에 대해 설명한 박인성(2022)은 주술적인 요소 역시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통해 오컬트 장르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고, 장르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환경과 로컬적인 특수성, 문화의 시대적 상황과 교섭하면서 더욱 개성적으로 갱신될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에 <역전재판 6>에서 ‘아니마의 비전’과 유사한 시스템을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일본을 배경으로 일본인 영매사 캐릭터가 수행했다면, 이는 또다른 형태의 오리엔탈리즘이 아니라 초자연적인 신비 현상이나 무속, 로컬리티의 성공으로 받아들여졌을지도 모른다. 초자연적이거나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된 미스터리 장르 게임은 <역전재판> 이후로도 계속 등장해왔다. 데스게임 학급재판이 펼쳐지는 <단간론파> 시리즈나 한국에서 개발한 초능력 추리 어드벤처 게임인 <스테퍼 케이스>, 타임루프를 주제로 한 <레이징 루프> 등이 그 예시이다. 이 요소들은 미스터리 추리 장르에 있어서 스토리의 기발함, 다시 말해 ‘상상력의 확장’을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다. <역전재판 6>에서 보여준 쿠라인 왕국의 요소들 역시 위와 같은 ‘상상력의 확장’을 위한 장치임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일본의 내재적 오리엔탈리즘적 요소로 읽힐 위험이 있다. 게임과 서사를 확장하고 한계를 뛰어넘는 것은 시리즈가 이어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게임 시리즈가 나이를 먹어가듯이 게임 이용자도 나이를 먹는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게임적 요소나 상상력의 확장을 위한 요소, 이념, 재미 모두 시대에 맞게 성장하거나 진화해야 한다. 나루호도 류이치와 오도로키 호스케, 키즈키 코코네의 법정 이야기를 이대로 멈추기에는 너무나 아쉽다. 이 작품을 아주 오랫동안 좋아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 시리즈가 출시되면 좋겠다고 바라는 입장에서 이 게임의 문화적 비평이 어렵게 느껴졌던 것과는 별개로, <역전재판>이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뻔하게 반복되는 구조와 서사라는 평가를 '역전'할 수 있는 새롭고 기발한 이야기의 법정 미스터리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이어지는 역전에 ”이의없음!!!“ 참고자료 강상중. (1997).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 이산. 강신규. (2021). 《서브컬처 비평》. 커뮤니케이션북스. 박인성. (2022). 미스터리란 무엇인가 한국적 장르 서사와 미스터리 ① - 오컬트와 미스터리의 친연성과 교차성. 계간 미스터리, 270-284. 아즈마 히로키東浩紀. (2012).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 장이지 역. 현실문화. 유승환. (2017). 게임과 서사의 충돌과 그 극복의 노력. 『스토리앤이미지텔링』 제14집. 윤지관, 정정호, 태혜숙, 설준규, 성은애, 김성곤, 이경원, 고부응, 이석구, 김상률, 오길영. (2006). 《에드워드 사이드 다시 읽기: 오리엔탈리즘을 넘어 화해와 공존으로》. 책세상. 진태원. (2014). "오리엔탈리즘과 다른 동양은 존재하는가". 한겨례. 책과 생각. 최유경. (2009). 조선을 향한 일본의 오리엔탈리즘 - 일본근대 미술 속의 조선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Tags: 오리엔탈리즘, 판타지, 법정물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미디어콘텐츠연구자) 이미몽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닌텐도 게임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몇 개월 전 스팀덱을 할부로 구매하여 열심히 즐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선 문화매개를 전공했고, 현재는 일본의 리츠메이칸 대학교 첨단종합학술연구과 박사과정에 재학중 입니다. 게임과 웹툰 등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와 문화를 연구합니다.

  • 구독이 세상을, 게임을 바꿀까? - 구독형 결제, 가능성과 한계 그리고

    여기 두 개의 질문이 있다. “당신은 지금까지 몇 개의 게임을 플레이해봤습니까?”와 “당신은 지금까지 몇 개의 게임을 소유해봤습니까?”이다.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나온 두 개의 숫자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소유하지 않은 게임도 플레이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 Back 구독이 세상을, 게임을 바꿀까? - 구독형 결제, 가능성과 한계 그리고 01 GG Vol. 21. 6. 10. 여기 두 개의 질문이 있다. “당신은 지금까지 몇 개의 게임을 플레이해봤습니까?”와 “당신은 지금까지 몇 개의 게임을 소유해봤습니까?”이다.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나온 두 개의 숫자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소유하지 않은 게임도 플레이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초의 게임은 플레이어가 소유하지 않았다. 혹은 소유할 수 없었다. 게임이 탑재된 게임기의 소유자는 게임기를 비치한 술집이나 음식점의 오너였으며, 플레이어들은 동전을 넣고 플레이 시간을 구매했다. 이 공간은 곧 오락실, PC방으로 바뀌었다. 시대가 지나니 집집마다 콘솔과 PC를 구비할 수 있게 되었다. 플레이어 개인이 게임 플랫폼을 소유했으니 게임도 소유할 수 있었고, 플레이어들에게 게임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상점이 생겨났다. 이 상점들의 상당수는 현재 ESD(Electronic Software Distribution)라고 불리는 온라인 마켓들로 바뀌었다. 현재의 시장은 어떨까. 소유와 대여가 섞여 있다. 여전히 콘솔과 PC 게임의 중요한 축이 소유인 한편, 모바일 게임을 비롯한 많은 게임은 대여의 방법론을 갖고 있다. 인게임 결제를 주된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무료 게임들은, 플레이어 개인이 그 게임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대여기간이 무기한이며 대여비용이 0일 뿐이다. 월정액을 지불하는 유형의 게임들도 본질은 대여다. 최근 들어서는 대여의 방법이 추가되었다. 구독 경제는 2020년대의 화두일 것으로 예상되는 비즈니스 모델인데, 이에 맞춘 듯 게임 구독 서비스가 등장했다. 게임 구독 서비스는 기존에 존재하는 시즌 패스와는 다른 개념이다. 시즌 패스는 향후 발매될 DLC(DownLoadable Contents)를 한 번에 조금 싼 가격으로 구매하고 발매 때마다 적용받는다. 게임 구독 서비스는 구독 경제의 기본 개념과 같다. ‘일정 기간’만 접근권을 갖는, 정기 지불의 형태다. 영상물 시장에서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OTT 서비스가 보여준 모델이다. 이 새로운 서비스 시장에 뛰어든 사업 주체는 세 종류다. 하나는 자체 유통망이 있는 개발사다. 현재 EA의 ‘EA 플레이’, 유비소프트의 ‘유비소프트 플러스’ 등의 서비스가 있다. 구독 서비스를 정착시키고 있는 이 두 회사의 공통점은 자체적으로 성공한 ESD를 가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후 다른 개발사가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유통사다. 온라인 마켓인 험블 번들의 구독 서비스인 ‘험블 초이스’는 매달 12개의 후보작을 골라서 구독자들에게 보내준다. 이중에서 구독자는 자기의 구독 등급에 따라 3~10개의 게임을 고를 수 있다. 애플 또한 ‘애플 아케이드’라는 구독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인게임 결제와 DLC 등의 추가 결제를 완전히 배제하는 정책으로, 대여 형태에 큰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세 번째는 게임 콘솔 회사다. 소니/닌텐도/마이크로소프트 3사는 제각각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 ‘닌텐도 스위치 온라인’, ‘엑스박스 게임 패스’를 갖고 있다. 이 세 서비스는 온라인 멀티플레이 기능을 포함한다. 즉,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온라인 플레이가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초기에는 네트워크 접속권을 기본권으로 생각했던 플레이어 상당수가 당황하고 나아가 분노하기도 했다. 콘솔사의 서비스 셋 중에서는 닌텐도가 가장 초라하다. 고작해야 고전 콘솔 게임을 제공할 뿐이지만 볼륨 자체는 크다. 반면 소니의 경우에는 매달마다 무료 게임을 2개씩 제공하며,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엔 엑스박스와 PC 양쪽은 물론 모바일까지 통합한 구독 옵션이 있다. 한쪽은 독점작 위주로 승부하고, 한쪽은 다양한 환경의 교차 통합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넷플릭스의 성공이 이미 증명해줬듯, 소비자가 구독을 결정하게 하는 요소는 결국 컨텐츠의 양과 다양성이다. 이 부분이 보유한 히트 IP가 많은 EA와 유비소프트가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이며, 현재는 인지도가 높지 않은 애플 아케이드의 향후 전망이 밝은 이유다. 따라서 구독 서비스 시장에서의 우위는 제작사보다 유통사와 콘솔사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최상위 퍼블리셔들이 동원할 수 있는 구독 리스트의 양이 더 많기 때문이다. 다만 그 과정이 일방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OTT 시장에서 이미 보고 있는 것처럼, 구독의 힘은 컨텐츠에서 나온다. 따라서 컨텐츠 프로바이더 역할을 하는 제작사의 힘이 유통 퍼블리셔를 때때로 이기는 모습이 나올 것이다. 시장에서의 전망은 그렇다 치고, 게임 구독 서비스는 과연 게임 소비 문화를 바꿀 수 있을까? 소유가 중심인 시대를 끝맺고 다시 대여가 중심인 시대로 가게 될까? 이 대여의 코드를 공유하며 함께 엮인 사업 모델이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다. 단순히 세이브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시켜 여러 곳에서 불러올 수 있게 하는 정도를 지나, 게임 플레이 자체가 클라우드에서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처음 질문에서 나왔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게임 구동 플랫폼을 개인이 소유하기 어려웠던 시절은 대여의 시기였다. 극초기의 아케이드가 그랬고, PC방이 그랬다. 기술이 대중화되고 가정 경제가 탄탄해져 구동 플랫폼을 개인이 구매할 수 있게 되자 소유의 시기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플랫폼의 사양이 비싸지면 대여로 가는 패턴이 나타나게 되는 걸까? 그래픽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구동 플랫폼의 하드웨어 사양은 꾸준히 높아졌다. 이런 고사양을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PC방은 여전히 좋은 대안이다. 그리하여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등장한다. 기본적인 개념은 스트리밍 형태다. 게임이 구동되는 기기는 서비스 제공자의 클라우드 컴퓨터이고, 입력기기는 내 손 안의 컨트롤러나 모바일 기기이다. 그 조작 신호가 회사의 구동 기기에 가닿고, 기기의 게임 화면은 다시 이쪽으로 전송된다. 입력기기와 콘솔 간의 거리가 멀어봐야 몇 미터인 시대에서 몇십 내지는 몇백 킬로미터인 시대가 되는 것이다. 이는 모두 5G의 기술과 인프라가 충분해졌기에 가능한 방법이다. * 연산장치와 입력인터페이스의 거리는 통신기술 발전에 힘입어 점점 멀어지는 추세다. 그리고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최소한 당분간은, 구독 서비스와 함께 돌아갈 전망이다. 어차피 기기가 비싸거나 해서 구매를 망설였던 소비자들인데다, 고스펙의 실물 기기를 제공받는 것이 아니다. 대여 형식이 걸맞는 서비스 형태다. 5G 통신망을 사용해야 하니 이동통신사도 비즈니스에 들어오게 된다. 현재 마이크로스프트는 엑스박스 게임 패스에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베타 테스트 중인데 한국에서는 SKT와 협업을 한다. 엔비디아는 ‘지포스나우’라는 서비스를 시작했고, 한국에서의 협업 이통사는 LG유플러스다. KT의 경우엔 독자적으로 ‘게임박스’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상위 퍼블리셔 중 하나인 구글은 ‘구글 스테디아’를, 아마존은 ‘아마존 루나’를 발표했다. 구글의 경우를 보면, 우선 일시불로 조작용 컨트롤러와 접속용 크롬캐스트를 사고 3개월 이용권을 받는 형식이다. 정정, ‘이었다’. 구글 스테디아는 담당 팀이 해체되면서 서비스 포기로 가는 상태다. 아마존 루나는 여러 회사의 구독 서비스를 아마존의 플랫폼에 모아놓는 형태를 추구하고 있는데, 아직은 정식 출시 전인 얼리 억세스 단계라 채널이 많지 않다. 구독 서비스 유형 중에서 가장 최신의 형태이다 보니까 정착은커녕 아직 정돈이 되지 않은 모양새다. 동시에, 컨텐츠를 직접 보유하지 않은 퍼블리셔가 초기 단계에서 고전하고 있는 형국이다. 서비스 형태가 정돈되어 시장에 정착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게임 기기를 원격으로 빌리는 서비스이니, 종래에는 기기 사양에서의 자유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소니가 서비스하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라고 해서 반드시 플레이스테이션만을 이용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엑스박스의 스트리밍을 버리는 대신 마이크로소프트만의 슈퍼 컴퓨터를 콘솔로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이런 구도가 실현된다면 개발 환경은 크게 변할 것이다. 구동 기기가 PC이든 콘솔이든, 개발은 기기 사양의 한계점을 상정해야만 한다. 그리고 대중적 보급의 필요성 때문에 구동 기기의 한계선은 당대 기술의 최첨단보다는 몇 계단 낮다. 따라서 스트리밍이 모여드는 메인프레임의 사양이 최첨단을 그대로 따라간다면, 몇몇 장르는 현재 처해 있는 장르의 내적 한계를 돌파할 수도 있다. MMORPG가 서버 렉의 문제를 상당 부분 탈출할 수 있다거나, 오픈월드가 NPC의 리액션을 세세한 맥락과 상황에 따라 사실적으로 다르게 내보인다거나 하는 전망이 가능하다. 문제는 없을까? 게임의 세이브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에만 저장하게 되면서 제기되었던 문제가 다시 나올 수 있다. 주도권이 회사에게로 완전히 넘어가게 된다는 점이다. 인게임에서 억울한 상황을 당해 소송을 벌인다거나, 잊혀질 권리를 찾기 위해 자신의 데이터를 지워달라고 요청하는 유저를 상상해볼 수 있다. 이런 식의 갈등 과정에서 칼자루는 회사가 쥐고 있다. 반면 이런 중앙집권의 형태에서 반대의 논거를 읽어낼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다른 대여 방식에 비해 구독은 지속성에 특징이 있다. 판매자 입장에서 구독이 끊긴다는 것은 소유권 판매를 할 때보다 이윤이 극도로 낮다는 의미다. 그리고 구독을 취소하는 것은 구매를 취소하는 것보다 간편하기 때문에, 오히려 회사는 구독자들의 반응에 더 예민해진다는 전망이다. 그래서 최초의 질문 2개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 2개가 솟아나게 된다. 하나, 게임 구독 리스트 내지는 ‘1면 게임’의 선정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험블 번들이 매달 선정하는 12개의 게임이라든가, 리스트의 상단에 노출되는 게임은 어떻게 선정될까? 선정 기준은 합리적일까? 유튜브와 OTT 서비스의 경우엔 소비 패턴을 학습한 알고리즘이라는 대답을 내놓았지만, 이보다는 좀 더 진지한 질문과 대답이 필요할 것이다. 알고리즘이라는 방패 뒤에서 이용자들에 대한 취향 조작이 시도되고 있다는 의혹은 지금도 존재하며, 알고리즘 자체가 광고 상품이나 로비 내용이 되는 경우 또한 우려해야 한다. 둘, 세이브 데이터는 누구의 소유인가? 게임 내 아이템과 인게임 결제 혹은 ‘현질’의 이슈에서 참고할 부분이 있겠지만, 예상되는 미래는 있다. 어쩌면 소비자들이 보유한 세이브 데이터가 정리되어야 할 부실기업의 인질이 되거나, 혹은 매각될 회사의 자산으로 처리되는 미래다. 그러면 이 데이터의 ‘소유권’은 회사에 있는 걸까 소비자에게 있는 걸까? 소유권은 빼더라도, 비유적 의미의 지분은 소비자에게 있는 것일까? 이 논의를 더 진행하면 데이터 주권에 따른 기본소득 논의와도 맞닿는다. 그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보자. 현재까지 제시된 구독 서비스를 요약하면 이렇다. 성능 좋은 플랫폼 기기에 여러 사람이 스트리밍으로 접속하여 그 처리 능력을 활용할 수 있고, 그 서비스를 구독의 형태로 판매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 내지는 회사에서 보유한 고성능 컴퓨터를 구성원들이 클라우드 스트리밍으로 이용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그리고 지자체와 회사는 이를 자신들의 강점으로 홍보하는 것이 가능하다. 산업단지 조성에 있어 새로운 옵션이 될지도 모르겠다. *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에 등장하는 소버린 문명의 군대는 전투를 스트리밍 방식으로 수행한다. 코지마 히데오 감독의 게임 [메탈기어 솔리드 2]에서 소재 중 하나로 다룬 적이 있는 ‘비디오 게임으로 만들어지는 병사’ 개념이 떠오른다. 현재 드론 조종사의 전투 업무 형태가 후에는 더 많은 보직의 군인에게 가능해질 수도 있다. 이런 상상의 끝에서, 질문은 다음 지점으로 흐르게 된다. 게임 구독 서비스는, 나아가 구독 경제는 이 정도로 세상을 바꿀 수 있게 될까? 우버의 예를 떠올려 보면, 2010년대의 화두 중 하나였던 공유 경제 개념은 예상보다 세상을 많이 바꾸지는 못했다. 최종 단계의 퍼블리셔들이 기존 체제와의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반면 구독 경제는 기존 체제의 일부를 변형한 버전이다. 이미 완성차 구독 서비스도 등장한 만큼, 적응이 훨씬 쉽다. 그리고 작아서 적응하기 쉬운 변화는 불가역적 변화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덕질인) 홍성갑 프리랜서 작가. 이 직업명은 ‘무직’의 동의어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딴지일보에서 기자를 시작하여 국정원 댓글 조작을 최초로 보도했다. 평생 게이머로서 살면서, 2001년에 처음 게임 비평을 썼고 현재 유실된 것을 매우 기뻐하고 있다.

  • 스팀의 ‘양식화된’ 태그를 통해서 본 예술로서의 게임, 혹은 게임으로서의 예술

    지금으로부터 자그마치 12년 전, 그러니까 2014년에 ‘태그’ 기능이 스팀에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스팀은 스스로 이 기능을 “새롭고 강력한 게임 구매 방법”이라 설명한다. “지속적으로 부착된 태그는 독립적인 부류로 나누어지고, 모두가 함께 정의한 장르, 주제, 특징으로 나누어진 상품들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즉 여기서 ‘태그’는 “장르, 주제, 특징”과는 다른 제4의 분류법이다. 나아가 스팀의 ‘태그’ 기능 소개 페이지는 “어떤 단어로도 태그를 달 수 있”음을 명시한다. < Back 29 GG Vol. 26. 4.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Yeong-Yi Writes with an interest in the interrelations among violence, suffering, and division. Produced works including Mapping the Affective, Pouring Water into a Poisoned Bottomless Jar, and Monthly Paper, and served as dramaturg for the plays Opera Charlotronique and The Man Who Became a Pillow. Author of Hormone Journal and Game Chorus, and co-author of A Mad, Love Song.

​게임세대의 문화담론 플랫폼 게임제너레이션은 크래프톤의 후원으로 게임문화재단이 만들고 있습니다.

gg로고
게임문화재단
KRAFTON_Horizontal_Logo_Black.jpg
드래곤랩 로고

Powered by 

발행처 : (재)게임문화재단  I  발행인 : 유병한  I  편집인 : 조수현

주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방배로 114, 2층(방배동)  I  등록번호 : 서초마00115호  I  등록일 : 2021.6.28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