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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연적으로 실패하지만 계속되는 것,
선택을 위해 제시되는 두 개의 분기점은 결국 실패하지 않는 삶, 매끈한 하나의 서사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선택은 불가피하다. 오히려 굴절된 한 분면만을 인식할 수밖에 없다는 인간의 근본적인 한계가 그 선택이 충실한 것임을 간절하게 희구하게 만드는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 Back 필연적으로 실패하지만 계속되는 것, 21 GG Vol. 24. 12. 10. 모든 미디어는 동시대에 영향력을 미치는 다른 매체들을 상호 참조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초창기 아케이드 게임기를 통해 구현된 게임과 비교해본다면 콘솔이나 PC를 통해 플레이할 수 있는 지금의 어드벤처 게임은 동일한 영역에서 다루기 어려울 정도다. 하나의 사(史)를 기술할 수 있을 만큼 개별적인 영역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게임은 각각의 장르적 특성에 따라 게임 디자인을 비롯한 재현적 특징과 이에 따른 플레이 방식이 상이하게 분화됐다. 이 과정에서 게임은 다른 시각 중심의 미디어 기법을 적극적으로 재매개(remediation)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손쉽게 떠올릴 수 있는 시네마틱 트레일러에서 자주 활용되는 영화의 컷 분할이나 카메라 기법부터 드라마 시리즈를 차용한 에피소드식 전개를 서사를 구성하는 큰 축으로 사용하는 것까지 그 예시를 상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리고 앞서 거론된 미디어들보다는 드물지만 보다 이전부터 근대를 상징하는 기술이자 매체였던 대상, 바로 ‘사진’을 재매개하는 방식을 통해 주요 사건을 전개하는 게임도 존재한다. 돈노드의 대표작 가 그러하다. 블랙웰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 맥스는 5년 만에 혼자 돌아온 고향에서 적응하는 일이 버겁게 느껴진다. 클로이와 재회하기 이전까지 그녀의 최대 관심사는 사진 공모전에 자신의 작품을 제출할 것인가 여부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러나 살인 사건의 목격자가 되고 나서 맥스의 세계는 단절되었던 우정과 관계의 회복, 학교 내 커뮤니티에서 초래되는 약물을 포함한 폭력의 문제, 나아가 지역 내 실종사건까지 급속하게 확장된다. 지역 유지인 가문 덕분에 교내에서 권력자로 군림하지만 집에서는 무시당하는 네이선은 그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우발적으로 드러나는 폭력적인 성향을 통해 보여준다. 그 네이선이 총기로 위협하다 살해한 대상이 자신의 친구이자 이사하면서 관계가 단절된 클로이라는 것을 맥스는 시간을 돌려 그녀를 구한 뒤에서야 깨닫는다. *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는 특정한 관점과 초점을 맞출 대상을 선택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맥스가 찍은 파란 나비는 의 시발점이자 선택의 종결을 의미하는 중요한 상징으로 활용된다. 결정적 실수나 돌이킬 수 없는 비극적 사건을 동일한 시간선의 과거를 다시 불러오는 방식으로 수정하고자 하는 상상은 너무도 흔한 클리셰가 되었다. 다만 몇 번이고 반복해서 특정한 장소와 시간을 소환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세이브’, ‘로드’라는 게임 디자인에서 파생된 것이라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일찍이 아즈마 히로키(東浩紀)부터 요시다 히로시(吉田寛)에 이르기까지 게임의 특수한 재현 양상이 다른 미디어에 미친 영향력에 대한 지적은 유구하다. 게임이 다른 미디어를 재매개하며 발전한 것과 마찬가지로 영화, 웹소설, 애니메이션 역시 게임을 재매개하며 새로운 방식의 서사를 찾아냈다. 에서 시간을 조절하는 맥스의 능력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특정한 국면을 분절적으로 저장하고 다시 불러오거나 실패한 과거를 성공한 현재로 덮어쓴다는 게임의 독특한 시간 재현 방식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을 되돌리거나 정지시키고 특정한 국면의 시간선에 자신을 위치시킬 수 있음에도 맥스의 이능은 전능하지 않다. 그것은 시간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붙들고자 하는 이능이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도 사진을 매개로 하고 있으며 사진이 갖는 매체적 특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맥스가 자신이 찍힌 사진을 통해 사진이 포착한 시간의 한정된 공간 일부에 위치한 자신의 행위를 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세 번째 에피소드인 ‘카오스 이론’ 중에서도 후반부다. 클로이는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대마를 피우며, 트레일러에 거주하는 마약상에게도 협박을 받는 문제적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이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정서적 결핍이라 생각한다. 맥스가 도달한 시간선은 바로 그 클로이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기 직전 집을 나설 때다. 사진이 포착한 좁은 공간 내에서 차키를 숨기는 일에 성공한 맥스는 클로이의 아버지가 사망하는 사건을 막는다. 그러나 13살의 맥스가 저지한 사고 이후 18살의 맥스가 되어 마주한 새로운 현재는 전신 마비로 움직이지 못하게 된 클로이와 대면하는 일이었다. 는 맥스의 시점에서 선택한 결과가 과거, 현재, 미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지문을 통해 지속적으로 환기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특정한 시간과 한정된 공간에 자리한 인간은 자신의 선택이 총체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이것은 인간이 재현을 위한 도구로 캔버스가 아닌 사진기를 선택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사진은 결국 특정한 앵글을 통해 제한된 대상의 부분을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의 주체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 그것은 어떤 대상을 선택하고 무수한 상황 속에서 특정 국면만을 포착하는 하나의 시선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동시에 분절된 샷(shot)은 결코 인간이 전지적일 수 없으며 파편화된 특정 장면을 통해 이어놓은 느슨한 인과가 늘 그 밖의 다른 균열을 배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의 매체적 특성은 어드벤처 게임의 수색 혹은 탐사와도 맞물린다. 플레이어는 게임 내 서사가 진행되는 시간의 흐름과는 별도로 특정한 상황에서 정지된 시간과 공간에 위치한다. 다수의 선택지를 대면하기에 앞서 판단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탐색은 맥스의 이능과 게임이 디자인한 플레이어의 권력을 중첩시킨다. 플레이어 아울러 맥스는 판단을 지연하거나 혹은 선택을 번복하는 방식을 통해 더 나은 경로를 찾고 자신이 계획한 시간선에 도달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가능하지 않은 지향점이다. 특정한 국면에서 수행되는 서사와 탐사는 가능성의 다른 지점들의 내적 규모를 아우를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이 접한 유형을 통해서만 타인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을 모든 면모를 알 수 있는 일은 매우 어렵고 사실 불가능하다. 클로이가 실종자 몽타주를 붙여 가면서 애타게 찾고 있던 레이첼 역시 탐색을 거듭하다 보면 클로이가 진술한 친구 레이첼과는 다른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교사 제퍼슨과 내연 관계였다는 소문, 마약상 프랭크와 연인에 가까워 보이는 정서적 유대를 가졌던 과거는 클로이가 아는 레이첼과는 다른 단면을 보여주는 예다. 블랙웰을 다니는 누구라도 그를 싫어할 것이라 평가받는 클로이의 양부 데이빗은 암실에 감금된 맥스가 탈출하는 데 일조하는 결정적인 활약을 한다. 비록 그가 직업 군인이었던 시절의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고압적인 인물이라 할지라도 클로이를 염려하던 마음만은 진심이었다는 사실은 오히려 그의 강박에 가까운 조사와 수집, 수사를 통해 뒤늦게 증명된다. 그렇기에 (플레이어와 맥스 모두를 포함한) ‘나’의 현재적 판단은 게임이 진행될수록 쉽지 않다. 불확실하게 알 수밖에 없는 한 인간의 선택과 번복이 계속될수록 시간선을 리셋하는 것에 대한 리스크는 커지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은 그럼에도 선택해야 한다는 불안감과 책임에 따라오는 무게를 동반한다. 의 탁월한 지점은 마지막 선택을 남겨둔 맥스의 ‘악몽’ 부분의 묘사에 있다. 게임은 이제 플레이 문법의 관성을 비튼 메타 게임도 그 수를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특정한 서사적 클리셰를 누적해왔다. 친구 혹은 연인, 부모님과 같이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막기 위한 선택과 분투는 익숙한 서사다. 그러나 대화가 단절되어 멀어졌다 5년 만에 재회한 친구를 위해 분투하는 맥스의 내면은 어떨까? 클로이와 만난 일주일 간의 맥스는 분명 이전의 자신과는 다른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관계는 누구 하나의 충실함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클로이는 질서와 권위를 무시하고 선택을 주저하지 않는 인간상이다. 동시에 몇 되지 않는 인간관계에 정서적으로 크게 의존하는 불안정한 청소년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악몽이 맥스에게 보여주는 클로이는 그녀의 미숙함을 조롱하고 맥스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맥스와의 관계 이상의 유대를 과시한다. 악몽은 자신의 충실성이 배반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인 셈이다. 우리는 결코 타인의 내면을 알 수 없다. 다만 짐작할 뿐이다. 거듭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간절하게 살리고 싶어 했던 클로이와의 관계가 아카디안 만을 떠나서도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반복되던 블랙웰에서의 일주일이 그들의 가장 예외적인 순간일 수도 있다. 선택을 위해 제시되는 두 개의 분기점은 결국 실패하지 않는 삶, 매끈한 하나의 서사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선택은 불가피하다. 오히려 굴절된 한 분면만을 인식할 수밖에 없다는 인간의 근본적인 한계가 그 선택이 충실한 것임을 간절하게 희구하게 만드는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성균관대학교 강사) 홍현영 패미콤을 화목한 가족 구성원의 필수품으로 광고한 덕분에 게임의 세계에 입문했다. <저스트댄서> 꾸준러. 『81년생 마리오』, 『게임의 이론』, 『미디어와 젠더』 등을 함께 썼다.
- 공포와 액션의 사이에서: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공포 게임의 공포는 반드시 옅어지고, 무뎌지고, 희석되고, 탈각된다. 바이오하자드/레지던트 이블이 9개의 넘버링과 3개의 외전과 3개의 리메이크, 그 외 다수의 서브 작품을 진행하면서 얻은 결론은 이 태생적 모순을 피하거나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7편의 방향성을 2~4편의 리메이크작과 8편 또한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긍정하고 활용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 Back 19 GG Vol. 24. 8.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Seonggap Hong Freelance writer—a job title suspected of being a synonym for "unemployed." Started out as a reporter at Ddanzi Ilbo, where broke the first story exposing the National Intelligence Service's comment-manipulation operation. A lifelong gamer who wrote a first piece of game criticism in 2001—and is very glad it has since been lost.
- 죽음이라는 기억, 죽음이라는 기록 : 『리턴 오브 디 오브라 딘』
회중시계의 이름은 플레이어에게 내리는 일종의 명령이다. 죽음이라는 사건을 기억하라(memento mortem). 그리고 기억하기 위해, 죽음이라는 개념을 상상하라. ‘기록’될 죽음 위에서 죽음의 ‘기억’을 상기하라. 그러므로 결국, 죽음의 장면(mortem)이 아닌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 < Back Death as Memory, Death as Record: Return of the Obra Dinn 31 GG Vol. 26. 8. 10. Visual media and memory stand in a relation that resists easy definition. Visual media rest on the explicit premise of showing. Memory, however, is something we recall — not something we can claim to see in any definite form. It only brushes past the mind for a moment, always as a vague shape, a soft-edged image. Nor is this merely a matter of the senses. The relation between memory and accuracy is every bit as confounding. Our memories are not laid out tidily, in the format of a physical medium. Memory mixes, weathers, distorts. “A definite memory” is not a phrase to be uttered so easily. Memory possesses no concrete, solid materiality. That is what grounds the way visual media — video games included — confound the workings of memory. The cinematic form of the flashback makes memory’s operation feel as though it were being visually reproduced exactly as it was. Unless something says otherwise, everything unfolding before the eyes from the moment a flashback begins becomes, by fiat, fact. And a certain apparatus-context is lodged in this relation: the way visual media operate memory behaves as though our memory sat on the same plane as their machinery. Flip the switch on a device fit to summon memory, and it unspools before the eyes like a playback. Memory of this kind is hardly distinguished from record. Indeed — it is an attitude that does not distinguish memory from record at all. Lucas Pope’s Return of the Obra Dinn (hereafter Obra Dinn ) may be the most representative video game exhibiting this phenomenon. The game begins as an insurance adjuster of the early nineteenth century takes on the investigation of the Obra Dinn, a ship returned without a single survivor. Receiving from his client Henry Evans a blank logbook along with the pocket watch “Memento Mortem,” the protagonist gains the power to view the moment of death from its remains. The goal becomes to examine each crew member’s death and fill the logbook with their names and causes of death. * Memento Mortem: the sense is close to “remember the event of death.” This pocket watch is an explicit apparatus mediating the playback of memory. Pope’s conceit leads the player to perceive memory as something solid — replayable and fixed. The memory Obra Dinn replays is distinctive in taking the form of a diorama wholly fixed in time and space. The player strolls unconstrained through the world of a frozen memory, observing the middle of things — in medias res — exactly as they stand. In this form, which looks like a waxworks or a museum of everyday life, the essential softness of memory is nowhere to be found. And so, though there are questions that must be raised wherever memory is invoked, players scarcely come into contact with them. Is the memory this instrument reproduces true? Is there no possibility that the device’s function produces some distortion? Why does the game have us skip past such questions and understand the scene as definite? The video game’s “solid memory” carries an even more emphatic definiteness than the cinema’s. The crux lies in the process of verifying memory. Consider films built as one vast flashback — Steven Spielberg’s Saving Private Ryan , James Cameron’s Titanic . Now try denying every memory the film projects. Of course, the moment you take it that way, whatever moving power or theme the viewing yielded will fall apart, and depending on the person the exercise may cause real displeasure — but it is not something one cannot attempt, is it? Suppose Jack and Rose were in fact bitterly at odds, and Rose shoved Jack aside to board the ship — who could verify otherwise? You might fall into an argument with another viewer who loves Titanic , but no one could declare this “possibility of a misled memory” absolutely impossible. That such an absurd claim can be made at all is because there are films — Tim Burton’s Big Fish , Bryan Singer’s The Usual Suspects — that premise the possibility of the flashback itself being deceptive. It is worth recalling that between the former films and these, the only difference is that the possibility of doubt is narratively posed; in the editing of the flashback itself there is none [1] . Obra Dinn , however, presupposes the truth of a definite correct answer. On the basis of gathered clues, the player enters each sailor’s name and cause of death into the logbook, and the game’s mechanics adjudicate whether the entry is correct. (Judgment falls each time three correct answers accumulate, and a confirmed answer can no longer be revised.) The game, that is, settles the question of truth a priori, before one can fall into doubting it. As a past that has an answer, Obra Dinn still holds fast to memory’s solidity. Memory is replayable, and within it lies no possibility of error. What games with mechanics similar to Obra Dinn ’s memory-playback have in common only deepens the question about this solidity. Fullbright’s Tacoma and KeokeN Interactive’s Deliver Us the Moon handle memory-playback mechanisms akin to Obra Dinn ’s. The two SF-themed games happen to share the same device — a holographic record-and-replay apparatus — through which one reconstructs what happened aboard an emptied space station and a lunar base. Their protagonists stand in positions much like that of Obra Dinn ’s. In Tacoma , an employee dispatched by the Venturis Corporation, owner of Tacoma Station, must investigate the station’s failure to respond. In Deliver Us the Moon , likewise, one becomes an investigator for the World Space Agency, sent to determine the state of a lunar base gone silent. All three games feature figures dispatched under investigative orders from a particular corporation or agency — deployed carrying, without exception, an economic mandate (capital, or energy) on their backs. The games’ goals seem to forge some link with the concreteness — the solidity — of the memories they reproduce. Games of Soft Memory It is worth pausing to survey the games of memory set apart from this solidity — representatively, Dontnod Entertainment’s Tell Me Why and Giant Sparrow’s What Remains of Edith Finch (hereafter Edith Finch ). Unlike the games above, these two deal substantially in memory’s softness. In Tell Me Why , visiting the family home long after their mother’s death, the protagonists see the residue of memories of her. These visions are presented as the product of a supernatural sense held by the twin protagonists, Tyler and Alyson. Tyler carries bad memories of a mother who denied his identity, but as the story proceeds he comes to realize those memories are not accurate. The visions Tell Me Why replays do, to be sure, retain a certain quantum of solidity. But the game’s posture is really about the incompleteness of memory as a form. Memory generates truth within a complex relation to what surrounds it. Tyler’s journey is, in a way, a reconsideration of Obra Dinn ’s proposition: does memory carry truth in itself? His journey is nothing other than the process of that proposition being progressively demolished. * Tell Me Why Edith Finch goes further. Its protagonist, Edith Finch, follows the records her mother left to the house where her mother lived as a child. In this house, where each member of the family met a strange death, Edith recalls what they went through in a variety of sensory modes. The sensibility of Edith Finch approaches magical realism. Through the family’s records, Edith re-experiences the “events” they underwent in an unreal register — becoming an animal, becoming the hero of a comic book, or living the fairy-tale world exactly as the person imagined it. In the experience of Edith Finch , truth is sensory. Edith does not see their past as it was; she experiences only its sensory essence, by detour. What the player perceives by way of Edith’s body is not recorded fact but something distilled of the freedom, confusion, pain, and loneliness they must have felt. Inside the game, accordingly, no definite fact exists. Every expression is only Edith’s imaginative transference of a recorded sensation. In both games, the two figures who pursue memory are bound up with the troubles of family history. Their problems are wholly private, and the value the memories generate carries into the life ahead. For them, one might say, the past is preserved not as record but as intact “memory” — a past without the concreteness of a record, the concept that holds the softness proposed above. And are these “memories” not closer to the memories of our own experience? In the film Marjorie Prime , Michael Almereyda has a character observe that when we remember something, we recall not the original but only our most recent memory of it. We all already know that memory’s value is received in translation, through the subjective lens of the moment at which it is recalled. Why Does That Memory Become a Record? Then let us return to the case of Obra Dinn . Why does this game use “solid memory” as its medium? Because, as explained above, what the game’s premise requires is a past that must become a record. And because Tacoma and Deliver Us the Moon alike (unlike Tell Me Why or Edith Finch ) pose a “public” duty to be discharged through the record. Finally, because that public duty is bound wholly to an economic — or productive — problem. To set the correct value; to normalize productivity. Into the relation of Obra Dinn and memory, in the end, intrudes the mediation of a specific concreteness: calculability. The record is a degraded format that has converted memory into something calculable, and calculability is the video game’s fated terminus. This condition tells us why Obra Dinn ’s art had to be the 1-bit dithered image. The bit is computing’s most microscopic unit. The death-ship that is Obra Dinn ’s setting is presented from the outset as a countable — “digitable” — space, determined by the bit of Y or N. But the discussion could hardly end there — no one takes Obra Dinn for a cold-blooded insurance simulation. The interesting fact is that Obra Dinn , together with Tacoma and Deliver Us the Moon , all end by leaving behind doubt about, and resistance to, this “countable world.” Yet unlike Tacoma and Deliver Us the Moon , which depict the pursuit of a better life within such extreme worlds, Obra Dinn takes a far colder stance, for it withholds any interpretation of, or attitude toward, the situation of the figure presented as its “protagonist.” Through that protagonist’s shell, the player ends up watching a dry conclusion in which all these unquiet deaths are simply priced into claims and filed in a report. Dante Douglas of The A.V. Club calls this ending “violence cleansed of meaning” [2] . Douglas’s point is that the very structure that reduces the atrocious deaths the player has witnessed directly to a dry report — permitting no gesture of commemoration or mourning — makes palpable the coldness of capitalism, epitomized by the East India Company. Melissa Kagen, too, writes along these lines in her book Wandering Games : The final tally records what took place, but players flinch before the limited truth each entry holds. The few words written of each fate and deed do not seem enough; the monetary value assigned to each death feels entirely wrong. The very notion of accounting for events so extraordinary and fantastic in so cold a calculus, in so limited a notation, appears bewilderingly inexact [3] . * In the end, every death is reduced to a dry sum of restitution. Obra Dinn begins from the problem of solid memory reproduced by an apparatus. The game’s fluent structure of play immerses us too deeply to recognize this misled definition of memory, and in the process we are firmly cut off from the most universal of questions — why can this memory be pronounced true? But when it is then reduced to something far more solid still, a document of record, the player takes a hard shock at the merciless step between memory and record. And it is this process that brings home a subtle nuance about the very foundation of “memory as record.” What, after all, was the gaze of the adjuster who strolled numbly through dioramas of fixed memory? Does he feel nothing, and merely enter the correct figures in a ledger? Is the “memory” that I — the player — sensed in playing to be shrunk, inside the game world, into nothing but the cold “record” of a report? In “Excavation and Memory,” Walter Benjamin wrote that memory “is not an instrument for exploring the past, but rather a medium” [4] . This is likely the more accurate description of memory as we feel it in reality. Yet at times, reality inverts Benjamin’s intent and turns memory into an instrument. Its harshness — or coldness — is easily softened by a shared sense of purpose: memory as a “language of necessity,” something that at times must be used just so. But when that necessity keeps shrinking the world — when it narrows all the way down to the bit-level question of Y or N — we begin to feel that something is going wrong. Obra Dinn is, in the end, a game of memory — quite literally, “remember the event of death”: memento mortem. And when the event of death (mortem) has dried past all further reduction, only then do we find ourselves wishing to imagine, and to feel our way back into, the life within those diorama-like scenes. In that respect, is Obra Dinn ’s way of using memory not akin to the soft memory of Tell Me Why ? Only, what Obra Dinn mobilizes are not other conditions within the diegesis. It takes instead, as memory’s other condition, the player’s own senses — the desire, the longing, the gloom felt while walking among all those landscapes of death. The pocket watch’s name, then, is a kind of command issued to the player. Remember the event of death (memento mortem). And in order to remember, imagine the concept of death. Upon the death that will be “recorded,” recall the “memory” of death. And so, in the end: remember death (memento mori), not the scene of dying (mortem). The command is also a voice aimed at our world beyond the game — meaning: from all the records of death scattered across this world, too, retrieve the memory. [1] This is not to claim that Saving Private Ryan or Titanic actually speaks in deliberately false memories. Unless the possibility is planted inside the film as a cinematic device, doubting its truth is, admittedly, a perverse mode of reception. If anything, it is this very posture — treating a given memory as perfectly true — that renders the flashback more suspect. [2] Dante Douglas, “Return of the Obra Dinn Starkly Renders the Violence and Greed of Colonialism,” The A.V. Club. https://www.avclub.com/return-of-the-obra-dinn-starkly-renders-the-violen [3] Melissa Kagen, “Late Capitalism: Caring for Corpses in Return of the Obra Dinn,” in Wandering Games (Cambridge, MA: MIT Press, 2022). [4] Walter Benjamin, “Excavation and Memory,” in Selected Writings, Volume 2, Part 2, 1931–1934 , trans. Rodney Livingstone et al.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1999), p. 576. Tags: 리턴 오브 디 오브라 딘, 루카스 포프, 기억과 기록, 추리 게임, 1비트 그래픽, 타코마, 딜리버 어스 더 문, Return of the Obra Dinn, Lucas Pope, 1-bit Graphics, Detective Game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Sunin Lee Writes and lectures freely across comics, games, and film. A lifework: clearing every Final Fantasy title except the MMORPGs. Mainly plays on the Steam Deck.
- [인터뷰] 쥐와 함께 6년을 살아 온 인디게임사, <카셀게임즈> 황성진 대표
올해로 창립 6년 차를 맞은 카셀게임즈의 황성진 대표를 만나, 그의 창작 철학과 개발 과정에 대한 고민, 인디게임사 운영의 현실, 그리고 다음 프로젝트를 향한 구상까지 진솔하게 들어보았다. < Back [인터뷰] 쥐와 함께 6년을 살아 온 인디게임사, <카셀게임즈> 황성진 대표 25 GG Vol. 25. 8. 10. 이번 호 GG는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출신 학생들이 설립한 인디 게임 개발사 카셀게임즈를 주목한다. 카셀게임즈의 첫 작품 <래트로폴리스(Ratropolis)>는 카드 게임과 디펜스 장르의 요소를 결합하여 쥐들의 도시를 지키는 게임으로, 스팀 ‘탑셀링’ 카테고리 1위를 차지하며 게임 팬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뒤를 이은 차기작 <래토피아(Ratopia)>는 쥐들을 통치하여 사회를 건설하는 샌드박스-던전형 도시 경영 시뮬레이션이며 2023년 경기게임오디션에서 2위를 수상하는 등 가능성을 입증했다. 올해로 창립 6년 차를 맞은 카셀게임즈의 황성진 대표를 만나, 그의 창작 철학과 개발 과정에 대한 고민, 인디게임사 운영의 현실, 그리고 다음 프로젝트를 향한 구상까지 진솔하게 들어보았다. 중소 인디게임사의 살아남기 이경혁 편집장: GG의 인터뷰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게임사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황성진 대표: ‘카셀게임즈’는 서강대학교 평생교육원이라는 게임 교육 전문기관에서 교육받던 학생들이 창업해서 만든 게임 개발사입니다. 대학생 때 만든 <래트로폴리스>에 많은 분들께서 사랑과 응원을 주셔서 창업 기반을 다졌고, 지금은 차기작 <래토피아>를 개발하고 있구요. 회사 규모도 조금씩 키워나가면서 생존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한국에서 중소형 인디 개발사로 6년을 무사히 헤쳐나온 게 쉬운 일은 아니셨을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중견급이라 할 수도 있을텐데요, 출시하신 작품 2개가 나름 시장에서 성과를 유의미하게 보이고 있는데 소회가 어떠신지요. 황성진 대표: 주변에 개발자 모임 가면 뵙고 싶었던 분들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는 걸 보며 마음이 아픈데요. 저희도 응원해 주신 국내 팬 분들이나 정부나 기업체 지원이 아니었으면 현상 유지가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렇게까지 주변에서 좋게 평가해 주시는데도 중소 개발자들의 어려움이 크다는 걸 깨달았어요. 아직 더 발전해야 된다는 걸 느끼고, ‘다음 작품은 더 대박나지 않으면 정말 힘들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하게 됩니다. 이경혁 편집장: 인터뷰는 카셀게임즈라는 회사 얘기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실제로 6년간 중소 게임사를 이끌며 겪었던 여러 가지 힘든 일이 있었을 텐데요. 가장 힘들었던 점이나, 정부나 기관에서 개선해야 한다고 느끼는 문제점들이 있었을까요? 황성진 대표: 팀원들도 회사 생활이 처음이었고 저 역시 비슷하다 보니, 조직 내부에서 운영방향이나 비전, 체계를 정립하는 법을 배우고 서로 맞춰나가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대외적 차원에서 어려웠던 점은 법 이슈나 해외 사이트의 심의절차 정도가 생각나구요. 아니면 보험이나 퇴직금 문제들. 이런 것들을 저도 잘 모르다 보니 갑자기 지출이 확 나가면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어요. 전부 무지에서 비롯된 것들인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이곳을 창업하기 전에 다른 회사 경험은 없으셨던 거군요. 황성진 대표: 네. 제 경우 단기 인턴이나 지인 회사 일을 도와드린 수준의 경험만 있었고, 저희 다른 팀원들도 거의 다 알바생이었습니다. 그나마 같이 오래 협업했던 프로그래머 분이 회사나 사업 운영경험이 있으셔서, 공부를 따로 해서 회사처럼 운영하기 위한 노력들을 공유해 주셨어요. 지금 제가 대표직이긴 하나 경영 쪽은 그분이 좀 더 주도적으로 얘기해 주시고 협의하는 식으로 맞춰가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사람들이 ‘청년 창업’이라는 얘기를 쉽게 하지만 기업 경험을 많이 못 해 본 청년에게 창업 지원만 하는 게 과연 충분한가 싶어요. 특히 게임 개발사는 콘텐츠를 만들고 운영하는 능력과 기업을 운영하는 능력이 모두 필요한데, 이 둘은 서로 성격이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기업 운영과 관련된 교육이나 지원을 따로 받은 경험이 있으셨을까요? 황성진 대표: 그렇진 않았어요. 경기콘텐츠진흥원 등에서 창업교육 관련 프로그램들이 있긴 하지만 저희는 그 단계는 좀 건너뛴 상태였구요. 멤버들도 어떻게 보면 사원보다는 팀원의 형태에 가깝다보니, 경직된 회사 문화보다는 서로의 피드백을 통해 바꿔나가는 능동적인 운영형태를 원하기도 했어요. 기존의 일반적인 기업이 갖는 체계에 저희 개발자들을 맞추는 게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지금 팀원이 7명 정도인데, 앞으로 회사가 더욱 커진다면 이런 문제가 더 복잡해질 수도 있을 텐데 계속 규모를 확장할 계획이 있으신 거죠? 황성진 대표: 추후 회사가 확장될 여지가 있다고 보지만, 아무래도 체계를 정립하고 규칙을 만들 때 생기는 문제들이 우려되긴 합니다. 기존의 멤버들을 설득시켜야 하는 부분도 있고, 규칙을 만드는 순간 그걸 관리해야 하는 관리자의 코스트도 있고. 없었던 게 규칙으로 생기면 그걸 지켜야 된다는 문제도 있을거구요. 이경혁 편집장: 동아리와 회사의 경계에 있는 조직들이 겪는 문제 같네요. 소규모일 때는 별 문제가 안 되다가 조직이 커지고 원래 우리 그룹이 아니었던 사람이 들어올 때 새로 생기는 문제에 대한 감각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황성진 대표: 네. 그렇다보니 신규 채용을 하고 나서도 자체적으로 조직 체계를 정리하는 시간도 한번 가져보고 이런 식으로 진행해 왔던 것 같아요. 저희 팀 운영을 하면서도 이런 점들이 쉽지 않은데, 다른 인디 개발사 대표님들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더라고요. 다른 게임사는 팀원 간 조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어떤 리더쉽을 발휘하는지 궁금하기도 해요. 이경혁 편집장: 여러 고민이 많으시겠지만, 반대로 카셀게임즈가 6년간 회사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한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게임 개발 지망생들에게 이런 이야기가 도움이 많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떠신가요? 관련 강연도 좀 하셨던 것 같은데요. 황성진 대표: 강연에서는 주로 저희가 게임을 어떤 식으로 개발해 왔고 그 과정에서 제가 느끼고 배운 점에 대해 얘기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느낀 점이나 배운 점들 모두 맥락은 똑같았어요. ‘우리는 가진 게 하나도 없으니까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된다’. 워낙 열악한 상황이니 남들보다 어떻게든 돈이 덜 드는 선에서 홍보 효과를 보려 노력하고, 꾸준히 개발 일지를 써서 공유하고 네트워킹에 열심히 참여하고 공모전 유저 피드백 같은 소통도 더 열심히 해야지 발전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취지로 얘기한 기억이 나네요. IP가 된 '쥐' 이야기 이경혁 편집장: 카셀게임즈의 작품 이야기로 넘어가볼까 합니다. <래트로폴리스>가 대표님의 첫 작업이신가요? 황성진 대표: 제게는 팀을 결성해 만든 게임으로서는 여덟 번째 작품이구요. 다른 팀원들의 경우에도 세 번째 프로젝트쯤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프로젝트를 만들 때마다 단순히 학교에서 배운 프로세스를 적용해서 평가받고 끝내는 형태가 아니라 실제 유저에게 어떻게 재미를 줄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만들곤 해요. <래트로폴리스>는 마지막 학기에 했던 프로젝트였고,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어느 정도 갖춰진 상황에서 상용화 가능한 버전으로 도전하고 싶어 만든 게임이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고 팀원들이 출시까지 함께 해주어 진행하게 됐습니다. 래트로폴리스 이경혁 편집장: 국내도 그렇지만 <래트로폴리스>는 특히 해외 반응이 좋았던 걸로 기억해요. 황성진 대표: 저도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어요. 사실 국내에서도 잘 만든 인디 게임들이 굉장히 많지만 노출이 안 되어 묻히는 경향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는 공모전 수상으로도 도움을 받았고, 국내 스트리머들이 많이 플레이해 주시다 보니 한국 유저의 게임 구매율이 높아지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스팀에서 상위권을 유지해서 해외 유입도 지속될 수 있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경혁 편집장: 겸손하게 말씀해 주셨지만, 해외 반응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가 이 게임의 장르적 특이성 때문이라고도 생각했거든요. <래트로폴리스>는 한국의 소규모 개발사가 보통 만드는 장르들과는 차별화된 점도 있으니까요. 이 장르를 선택하게 된 배경이 있었나요? 황성진 대표: 인디 게임을 좋아하다보니 매번 출시작들을 탐구하곤 하는데, <슬레이 더 스파이어>가 워낙 인기였잖아요. 저도 정말 재미있게 한 게임인데 이 게임의 특성이 심플한 2D 위주라는 점에 주목해서 이런 시스템을 사용해서 게임을 만들어보려 했어요. 우리가 만들기에 기술력이 너무 뛰어난 모델은 (모티브로) 어렵지만, 노력해서 어느 정도는 따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면 용기가 생기거든요. 또 저희만의 차별점을 챙겨야 하기에 제가 즐겨했던 다른 게임들과도 조합해 봤어요. 처음엔 <문명>과 조합했더니 템포가 좀 느리고 요즘 트렌드에 잘 안 맞는 느낌이었어요. 이후 <킹덤>이라는 또 다른 게임을 참고해 실시간 전투나 디펜스를 참고해 조합했더니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대성공했던 해외 인디 게임 2개를 버무렸다 보니 운이 좋게도 해외 반응도 따라왔던 것 같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그래도 턴제 게임인 <슬레이 더 스파이어>를 <킹덤> 류의 실시간 액션으로 녹여낸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두 게임이 근본적으로 가진 차이도 있고요. 황성진 대표: 저희만의 차별성은 실시간과 피지컬 요소를 포함하는 것이었어요. 다만 <킹덤>에 있는 뷰를 가져왔지만 그곳의 조작 방식이나 주인공 캐릭터를 등장시키지는 않을 거고, <슬레이 더 스파이어>의 시스템을 가져왔지만 거기서 발생하는 턴제의 신중한 결정 같은 걸 포함하지는 않겠다. 그 게임에서 호평받는 시스템들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걸 따라가면 (게임이) 완전히 비슷해질 수 있기 때문에 겹치지 않는 쪽으로 가려고 노력했어요. <슬더스>나 <킹덤>의 특정 부분들을 참고했으면 좋겠다는 유저 의견도 많았는데, 처음 이 게임을 만드려 했던 우리의 취지에 벗어나지 않도록 재고를 많이 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가로선상에서 일어나는 전투는 <팔라독> 같은 당시 유행하던 모바일 횡스크롤 디펜스 게임의 영향도 크지 않았나 싶었어요. 황성진 대표: 오히려 <팔라독>이나 <냥코 대전쟁> 같은 게임은 거의 참고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듣긴 했는데 서로 비슷했던 부분이 있었다면 우연이거나 개발자들의 생각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이경혁 편집장: 두 게임을 베이스로 하여 새로운 메카닉을 만들어낸 건데, 이 메카닉의 외피가 ‘쥐’인 것도 흥미로워요. 캐릭터로 쥐를 선택하신 배경도 있을까요? 황성진 대표: 세 가지 이유가 있는데 제가 평소에 이 얘기를 워낙 많이 해서 신선도는 떨어질 것 같지만요(웃음). 예전에 기획했던 게임 중 쥐들의 도시인 탑을 올라가서 보스를 잡는 리듬액션 게임이 있었습니다. 그런 컨셉이 마음에 들어서 이번 작품에서도 쥐가 주인공인 게임을 하고 싶었구요. 또 당시 모바일에서 고양이 컨셉 게임이 많이 나오는 상황이라 고양이보다 쥐로 가면 이목을 끌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마지막으로 실험쥐 자체의 느낌이 참 인디게임과 비슷한 것 같아요. 신약 실험시 많은 실험쥐들에게 약을 투여하고 검사해서 그 중에 하나가 효과가 있으면 디벨롭해서 상용화된 약품으로 전 세계에 배급을 하잖아요. 인디 게임 또한 게임성에 대한 여러 실험들을 하고, 그게 <슬더스>처럼 잘 되면 대기업에서도 활용하게 되고 전 세계 사람들이 플레이할 기회가 생겨나는 거죠. 그런 부분 때문에 쥐라는 컨셉에 빠져들게 됐어요. 이경혁 편집장: 출시한 게임 두 가지가 모두 쥐를 디자인으로 한 것도 재미있었어요. 황성진 대표: 두 번째 게임까지 꼭 쥐로 캐릭터를 할 필요는 없었겠지만 저희의 생존 전략이기도 했어요. 전작에서 어느 정도 유저 풀이 생기다 보니 어떻게든 이 유저분들도 차기작까지 하게끔 끌고 가게 하는 게 우리가 전략적으로 좀 더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해서요. 캐릭터의 모습은 더 예쁘고 귀엽게 만들려고 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쥐들이 뭐랄까 전작보다 좀더 다양한 표현을 하더라고요. 카셀게임즈의 두 번째 게임으로 <래토피아>라는 게임이 나왔는데 전작과 장르가 완전히 다릅니다. <래토피아>는 어떤 게임일까요? 간단히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황성진 대표: <래토피아>는 도시를 건설하고 경영하는 샌드박스 게임입니다. 플레이어가 쥐들의 도시의 지도자가 되어 마음대로 도시를 통치하면서 통치자의 고충도 한번 느껴보고, 쥐들의 도시가 발전하는 걸 보며 대리만족을 하기도 하는 그런 평화로운 게임이에요. <래토피아> 이경혁 편집장: 게임을 해보면 정말 쥐들이 굴을 파잖아요. 굴을 파서 도시를 만들고 운영하는 컨셉의 게임들도 적지 않을텐데, <래토피아> 제작 과정에서는 어떤 레퍼런스를 많이 보셨을까요? 황성진 대표: 가장 많이 참고한 게임은 클레이사의 <산소미포함>이었고 <크래프트 더 월드>라는 게임도 많이 참고했습니다. 그 외 2D 어드벤처 게임인 <스팀월드 디그>나 <테라리아>도 있고, 땅을 파는 게임들이 워낙 많다보니 그런 것들도 은연 중에 많이 참고한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개인적으로 그런 장르를 참 좋아하고 저 같은 경우 <캡틴 오브 인더스트리>도 많이 하는 편입니다. <래토피아>도 처음 데모판을 해보며 국내에서 이런게 나와 참 반가웠던 기억이 있었어요. 이쪽 장르는 사실 처음 만들어 보셨을 텐데 이 장르에 처음 손을 댔을 때는 어떠셨나요? 황성진 대표: 저도 <산소미포함>도 원래 좋아했고 시뮬레이션 게임의 광팬이거든요. 학교 처음 들어갈 때부터 시뮬레이션을 만들고 싶었구요. 그런데 전에도 주변에 말해보면 “뭔 소리냐, 우리는 테트리스 만드는 데도 세 달이 걸린다”는 얘기를 듣곤 했어요(웃음). 시뮬레이션은 개발이 그만큼 어려운 장르라 나중에 성공했을 때 도전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래트로폴리스> 이후 차기작 장르 논의할 때 <산소미포함>을 공유해 드렸더니 팀원들이 마음에 들어하셨어요. 게임이 워낙 어렵고 한두 시간 플레이해서는 알 수 없는 게임이지만, 저희가 자신감도 있었고 하다 보니 그렇게 개발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당시에 제가 완전 몰입해서 빠져들었던 게임 장르를 선택했고, 그 게임에서 더 개선했으면 재미있게 했었을 것 같은 부분을 녹여내려고 했어요. 이경혁 편집장: <래토피아>를 <산소미포함>처럼 어떤 기계공학적인 스타일로 만들지는 않으셨던 것 같아요. 황성진 대표: 그렇죠. 그거는 저조차도 너무 어려웠고, 유저 평가나 팀원들과 회의에서 그 부분이 취향에 안 맞는 것 같다는 분들이 많으셔서 좀 더 가벼운 스타일로 만들려 노력했습니다. 전투 시스템이 있으면 재밌겠다는 의견도 있어서 <래트로폴리스>에서 했던 전투 디펜스를 섞어보려 했구요. 이경혁 편집장: 메카닉 자체는 라이트해지되, 전투나 실시간 액션이 좀더 들어간 형태로 결과물이 나온 셈이네요. 현재 <래토피아>의 시장 반응은 어떻습니까? 황성진 대표: 아직은 기대했던 것보다는 조금 차가운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성과는 있었기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뭔가 저희가 크게 성장하거나 팀원 증원이나 사무실을 저희가 스스로 구할 수 있을 정도의 그런 성공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전작의 경우에는 게임 스트리머들의 푸시도 좀 있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번에는 어땠나요? 황성진 대표: 이번 작품은 아무래도 저희 출시 직전에 <33 원정대>가 워낙 이목을 끌기도 했고, 스트리머 시장 자체도 많이 바뀌었다 보니 주목을 크게 받지는 못했습니다. 다행히 유튜버 풍월량님이 나중에 한 번 플레이하셔서 한국에 좀 알려졌던 것 같아요. 저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저희만의 착각이었고(웃음) 실제 국내 매출은 풍월량님 유튜브가 올라간 시점부터이지 싶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래트로폴리스>와 <래토피아>를 비교해보면 전작은 스테이지 기반이라 스트리밍으로 보여주기가 확실히 편할 것 같거든요. 후자는 특별한 엔딩이 없는 스타일이다보니 중간에 들어가서 보기도 애매하고 시작부터 쭉 긴 시간을 따라가기도 애매한 문제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황성진 대표: 그것도 큰 것 같아요. <래토피아>가 스트리머 분들이나 아니면 전시회 같은 데서 하기에 적합한 게임은 전혀 아니거든요. 이번 작품 같은 경우에는 그래서 홍보적인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해외 반응은 어떤가요? 이 게임 장르는 국내보다 해외가 더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요. 황성진 대표: 7월부터 저희가 정부지원으로 해외 인플루언서 대상 마케팅을 진행해보고 있는데요. 초창기 <래트로폴리스>처럼 스팀 탑 차트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서 유입되는 효과는 얻지 못하다 보니 그렇게 드라마틱한 효과는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얼리액세스 때는 해외 반응이 높았지만 정식 출시 이후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고 있지 않아서요. 다만 <래토피아>는 저희가 서비스하고 유저분들을 더 만나면서 길게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시뮬레이션 게임 플레이어들이 성향 자체가 신중하기도 하고 게임도 출시 직후보다 어느 정도 안정화된 게임을 선호하시는 영향이 있을 거라고도 생각합니다. 이경혁 편집장: 아까 미처 생각을 못했는데 <33 원정대>와 출시 시점이 겹쳤었군요. 알고 내셨던 걸까요? 이런 걸 다 피해 갈 수도 없는 거고 어렵네요. 황성진 대표: 네, 원래는 작년 말에 내려고 했다가 계속 부족한 부분들이 밟혀서 개선하다 보니 밀리게 됐거든요. 4월 말까지 갔다가 <33> 소식을 듣고 또 미루었지만 출시 약속은 지켜야겠다 싶어 5월 초로 잡은 건데. 어떻게든 여러 요인을 생각해본다면 그렇지만, 실은 <33>과 저희 유저 풀이 그렇게 겹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서 그냥 저희가 부족했던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래토피아> 같은 게임을 만들 때 제일 어려운 게 규모의 연산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식량을 얼마를 먹고 얼마간 활동할 수 있고 피로도가 얼마가 쌓이는지 처음에 설정한 기본적인 변수들이 후반으로 갈수록 개체가 늘고 공간이 넓어지면서 방대한 연산을 필요로 하게 되잖아요. 그때부터 기획자가 이 복잡한 연산의 결과를 얼마나 일일이 피드백을 해서 고쳐나갈 수 있는가가 제일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고 <산소미포함>이 그런 걸 되게 잘해냈다고 봐요. 실제 기획할 때 그 규모의 경제라 부르는 부분에서 마주했던 어려움 같은 건 없으셨어요? 황성진 대표: 제가 기술적인 담당은 아니다 보니 팀원분들의 의견을 듣고 그에 맞춰 기획 갈무리를 했거든요. 개체 수가 100명이 넘는 도시를 지향하기 때문에 지원하지 못하는 기존 게임의 기능을 어떻게 돌릴 수 있을지도 많이 논의했어요. 여러 아이디어를 건의하긴 했지만 기술적 검토 결과 최적화에 문제가 생기거나 구현이 어려운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거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최적화가 안 좋아지면 결국 부정적인 유저 경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험에서도 최대한 최적화에 영향 없이 콘텐츠를 추가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정말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요즘 인디게임 개발사에서는 그런 점 때문에 AI를 넣어서 해결하자는 얘기를 하시는 대표님들이 좀 계십니다. AI가 참 효율적인데 어떻게 좀 붙여볼까라는 고민들을 다들 하시다보니 어떻게 생각하시나 싶은데, 카셀게임즈도 AI에 대한 검토를 하시는 편인가요? 황성진 대표: <래토피아>의 경우 AI가 활성화되기 이전 기반 시스템들을 만들어서 잘 접목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AI 답변을 믿고 수정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AI가 아예 저희 시스템 전체를 이해를 해야 거기에 적합한 솔루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물론 인디게임에서 실험적인 시도들이 나오고 결과가 좋으면 대기업이나 다른 팀들에서 그걸 활용하고 발전시킬 텐데요. 아무래도 결국 연산이나 최적화 규모가 커지는 문제다 보니 저희 입장에서 얼리 어댑터처럼 적용하기에는 형편이 그렇게 여유가 있지는 않을 것 같구요. 이경혁 편집장: 슬슬 마지막 얘기로 가야 될 것 같은데, 향후 <래토피아>는 어떤 업데이트 방향을 보고 계신지 궁금하고 차기 신작에 대한 고민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황성진 대표: <래토피아>는 일단 계속 유지보수를 하면서 후속 업데이트를 준비 중입니다. 제가 작성해 놓은 업데이트 리스트에만 몇백 개가 있고 실은 오늘도 10개 정도를 추가하긴 했는데(웃음) 너무 많은 수치라 유저들의 니즈가 큰 것들 위주로 선별해서 진행하려 합니다. 차기작 같은 경우에는 제가 출산을 했고 육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프로그래머 분께서 총괄 핸들을 맡아서 진행하고 계세요. 장르는 다키스트 던전류의 턴제 RPG가 되었고, 오토 배틀러 형태도 약간 고려를 하고 있습니다. 개발 속도는 빠르게 되고 있어서 올해 말쯤 데모 버전이나 프로토타입 정도가 완성될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카셀게임즈의 세 번째 작품도 ‘쥐 시리즈’로 가게 될까요? 황성진 대표: 맞아요. 그리고 아트 담당자님들의 역량도 더 커졌기 때문에 더 귀엽고 애니메이션이 더욱 발전된 형태로 나갈 것 같습니다. 늘 유저분들이 보내주시는 응원에 감사하고, 저희들이 열심히 개발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기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Tags: 인디게임, 인터뷰, 게임산업, 래토피아, 래트로폴리스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연구자) 김지수 문화와 지식, 공간과 학술 장 등 다양한 영역을 공부합니다. 게임의 역사와 게이머의 생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제3회 게임비평공모전 심사위원장 심사평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이 올해로 벌써 세 번째를 맞이했다. 세 차례 모두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응모작들의 전반적인 수준이 계속 좋아졌다는, 어쩌면 뻔한 총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상향평준화라는 표현이 정확할텐데, 이는 ‘좋은 비평’의 요소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었다는 징표이기도 하겠다. 응모작들의 평균적인 형식적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 Back 20 GG Vol. 24. 10.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Taejin Yoon After earning a PhD in television drama studies, has spent more than twenty years teaching, researching, and writing on media-cultural phenomena. The subjects have been varied—games, webtoons, the Korean Wave, variety programs—but all share a common thread: the exploration of "activities that many people enjoy." A few years ago came a small book titled A Study of Digital Game Culture, and these days runs a research organization called the Yonsei Game & Esports Research Center (YEGER), pursuing a range of studies on game culture together with younger researchers.
- Assessing Genshin’s Soft Power Impact on Southeast Asia
At the Anime Festival Asia (AFA) held in Singapore in November 2023, miHoYo assumed the prime spot at the exhibition—squarely at the entrance of the convention centre. Consequently, fans flocked to the booth for physical merchandise, resulting in three days of traffic slowdown. The booth had photo corners and character goods from the game Genshin Impact (GI), miHoYo’s ticket to global fame since its publication in 2020. < Back Assessing Genshin’s Soft Power Impact on Southeast Asia 29 GG Vol. 26. 4. 10. At the Anime Festival Asia (AFA) held in Singapore in November 2023, miHoYo assumed the prime spot at the exhibition—squarely at the entrance of the convention centre. Consequently, fans flocked to the booth for physical merchandise, resulting in three days of traffic slowdown. The booth had photo corners and character goods from the game Genshin Impact (GI), miHoYo’s ticket to global fame since its publication in 2020. In the past few years, there has been an uptick of events in the region featuring the company, including soundtrack concerts and production collaborations with the likes of Singaporean bubble tea chain LiHoTEA, the regional branch of American cable channel Discovery Channel, and American pizza chain Dominos (Yan, 2023; Genshin.Global , 2022; Lojo, 2024). In 2023, miHoYo held their annual flagship event, HoYoFest, in six Southeast Asian countries, combining all their game titles, including GI, into one event. The expansion of miHoYo can be directly credited to the rise of GI to global fame. By March 2021, GI hit US$1 billion in player spending globally, becoming the fastest game to hit the milestone on both Google Play and the App Store (Chapple, 2021). In the same year, it became the first Chinese game to win the Best Mobile Game award at The Game Awards (TGA), considered the Oscars of the gaming industry (Bankhurst, 2021). To handle their international accounts, miHoYo established a global subsidiary in Singapore in 2022, called Cognosphere. Due to the phenomenal and unexpected global popularity of GI, discourse on whether the game can be a source of Chinese soft power has been rife (Song, 2023; Li and Li, 2023). Soft power is defined as power cultivated through a country’s culture, political values and foreign policies to achieve desired outcomes in external perceptions and relations (Nye, 2004). Soft power may be orchestrated by institutions, but there are instances where soft power is cultivated independently, beyond the agency of the state. miHoYo, then, can be seen as an example of a non-state entity that has contributed to the development of Chinese soft power. How GI is Surveyed Domestically in China Domestically, GI is a source of national pride. In an article assessing the international outreach of GI, Fan Yanchen (2024) notes that “in the current background that Chinese games are striding from ‘export’ to ‘globalization’, [GI] is not only a simple means of entertainment, but also a good carrier for exporting Chinese stories”, reflecting the familiar call from the Chinese authorities for “telling China’s story well” (讲好中国故事) (Liu, 2018). Another article, written by Song Tang (2023), observes that Chinese netizens have been translating reactions of international players into Chinese for locals, “endors[ing] the game’s global impact as a reflection of Chinese cultural influence”. The high quality of the game, in the view of netizens, serves to reverse stereotypes about China being “backward”. It instead displays the “high modernisation” of the country, thereby contributing to the “collective vision of a culturally rising China”. The consensus is that GI has contributed to improving the cultural image of China. The Chinese government has reportedly acknowledged this, with miHoYo being one of the key enterprises designated for national cultural export in 2021 and 2022 (Ministry of Commerce, 2021) and subsequent games developed by miHoYo being endorsed by Beijing for production (Cao, 2023). This positive discourse centres, however, on impressions of GI’s global performance among Western and Chinese audiences. Discussing videos created by Chinese fans of the game, Song (2023) notes that one creator claimed GI encouraged Americans to learn Chinese and understand China. This preference for Western perspectives is also observed in another article about the “Chineseness” of GI. Li and Li (2023) note that, regardless of the opinions that netizens have towards GI, the particular weight placed on Western reactions “revealed Chinese players’ anxiety over acceptance by foreigners, particularly Western consumers in developed countries”. The fixation of Chinese netizens on international responses does not extend to East or Southeast Asia. There are two possible reasons for this lack of attention to East and Southeast Asian responses and the focus on Western responses. The first is the relative success that other Chinese products already have in the region, such as education, food and, in the case of Southeast Asia, popular culture. The second is that the competition between China and the United States has fuelled anti-China sentiments in the West, especially since Covid-19. Hence the enthusiastic uptake of the game—with the United States being the third-largest revenue generator for GI in 2022 (Chapple, 2022)—may be taken as a sign of changing Western sentiments towards the Chinese. Nevertheless, sentiments towards the game from other countries cannot be neglected, especially those of Southeast Asia. According to “The State of Southeast Asia: 2024 Survey Report”, China, with 50.5 per cent of respondents’ votes, became the preferred strategic choice to align with in the US-China rivalry, edging out the United States (49.5 per cent). This contrasts with the previous year, when China scored only 38.9 per cent of the votes (Seah et al., 2024). With China’s unexpected surge in popularity over the past year, it is increasingly important to understand how Chinese cultural products—such as GI—are influencing audiences in Southeast Asia. To address this gap, I surveyed 264 players from Singapore, Malaysia and Indonesia regarding their impressions of the game and its influence on their perspectives of Chinese culture. At the peak of the game’s popularity, GI topped sales charts in Singapore, Malaysia and the Philippines, while the game came in second in Indonesia and Vietnam (Bashir, 2022). It therefore stood to reason that the survey sample be selected from those five countries because of the high number of players. To ensure consistency in results, Singapore and Malaysia were identified as key countries to study on account of the strong presence of ethnic Chinese communities there. Indonesia was also chosen as there is a large local Chinese community in the country too, making it suitable for comparison alongside Singapore and Malaysia. Vietnam and the Philippines were excluded as they possess smaller ethnic Chinese populations in comparison, and the population dynamics may be quite different. Southeast Asian Attitudes towards Genshin Impact Conducted between 1 February 2024 and 20 February 2024, the survey showed that the soft power reach of the game in Southeast Asia is limited for two reasons. First, players in the region are already exposed to Chinese culture through their ethnic Chinese neighbours and friends, minimizing the impact the game would have. Second, players do not regard GI as exclusively Chinese; instead, they perceive it as a global game, thereby diluting the soft power potential it has. The survey involved 264 respondents, with 37 per cent from Indonesia, 33 per cent from Malaysia and 30 per cent from Singapore. Positive but Limited Reach Based on the survey results, GI has a positive but limited soft power reach in Singapore, Malaysia and Indonesia (see Figure 1). * Figure 1: To what extent do you agree with the following statements? According to this figure, most respondents remained neutral about Chinese culture in general. However, the proportion who said the game increased their interest in Chinese culture after playing it (35.5 per cent) exceeded those who disagreed that the game had increased their interest (18.2 per cent). These findings point therefore to a limited but positive soft power reach of the game in Southeast Asia. But what were the possible reasons for this overall neutral effect of GI on local audiences? For the statement, “I am more open to products influenced by Chinese aesthetics after playing GI”, the respondents were asked to explain their perspective. From the answers, two major camps could be discerned among those who took neutral stances: (1) the first camp involved players who did not regard games as important influencers in cultural dissemination and therefore were not in the habit of actively seeking out games for cultural value, and (2) the second camp involved the ethnic Chinese population of Southeast Asia, which is already locally exposed to Chinese culture, blunting the soft power influence of GI. Players from the first camp noted that, so long as the game was fun, they would play it. The cultural influence that the game carries was secondary for them and did not affect their perspectives of China. The second camp comprised Chinese participants or non-Chinese participants who had Chinese friends. As they were already exposed to Chinese culture, they did not view GI as particularly influential on their perspectives. However, while the existing Chinese culture in Southeast Asia limits the soft power influence of GI, the game still seems to have had a positive influence in the region. Among those who answered “Agree” and “Strongly Agree”, there was a higher proportion of non-Chinese than Chinese respondents. This suggests that GI had a slightly greater influence on non-Chinese players than on Chinese players (see Figures 2.1, 2.2 and 2.3). * Figure 2.1 "I am more curious about Chinese Culture after playing GI". * Figure 2.2 "I am keen to visit the places in China that inspired the locations within GI in the next few years". * Figure 2.3 "I am more open to products influenced by Chinese aesthetics after playing GI". A Chinese-Made Global Game Aside from rating the influence of GI on their perspective of Chinese culture, the survey also attempted to assess the respondents’ perceptions of the game as a global one (see Figure 3). * Figure 3 GI is a Global Game The results showed that 51.9 per cent “Strongly Agree” that GI is a global game, followed by 38.6 per cent who “Agree”. Only 0.16 per cent of the respondents “Disagree” and “Strongly Disagree”, with 8 per cent remaining “Neutral”. The reasons for this overwhelming consensus that GI is a global game include (1) it introduces other types of cultures, (2) the game is global in reach and (3) the game allows players from around the world to connect. The next question that the respondents were asked was whether they viewed GI as a Chinese product (see Figure 4). * Figure 4 Do you view GI as a Chinese product? The results showed 85 per cent of the respondents responding “Yes”, while 15 per cent stated “No”. Many among those who answered in the affirmative were straightforward, stating that the game is Chinese in origin since it is produced by a Chinese company. Some respondents stated that the game is Chinese because of the prominent emphasis on “Chineseness” within the game. The minority who indicated that they did not see the game as a Chinese product pointed to the incorporation of Japanese art styles as a key reason for their conclusion, reflecting current debates on the Chineseness of GI. Despite the differing views on whether GI can be regarded as a Chinese or global game, an intriguing perspective emerges upon comparison of the two questions— the game is seen as simultaneously Chinese (local) and global. An explanation arrives in “worlding multiculturalism”(Goh, 2015) where cultural commodities (like GI) are created by corporations (like miHoYo) by infusing the new or relatively unknown (traditional Chinese culture and aesthetics) with both local (Southeast Asian) and familiar (Japanese anime art styles) content, thereby creating interesting new cultural products for consumption (Otmazgin and Ben-Ari, 2015). By maximizing the aesthetics of Chinese culture within a game that is designed to be at once local and global, the developers had unwittingly drawn on the dynamics of worlding multiculturalism to their advantage. It is unsurprising, therefore, that players in the region regard the game as both Chinese and global. Conclusion From the responses, we can conclude that GI has indeed been successful in improving the impression of China’s ability to produce a popular cultural product with global appeal, but this impression does not necessarily lead to the kind of political impact corresponding to Nye’s concept of soft power. Thus, through the respondents’ view of GI as both a Chinese and a global game, the survey reveals that the soft power impact of GI in Southeast Asia is ultimately limited because of the perception that its globality far outweighs the emphasis on Chineseness within the game. *This article is a shortened version of “Assessing Genshin’s Soft Power Impact on Southeast Asia” previously published in SOJOURN: Journal of Social Issues in Southeast Asia Vol.39, No. 3 (Nov 2024). References Bashir, Dale. 2022. “Southeast Asians Spend Most Time, Money on Genshin Imp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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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벤토리 시스템은 어떻게 효율을 재미로 연결시켰는가?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라면 누구나 꽉찬 인벤토리에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2023년 대흥행을 이루었던 <발더스게이트3>에서는 아이템의 무게가 발목을 붙잡는다. 일반적으로 처음 게임을 시작한 플레이어는 어떤 아이템이 좋은 아이템이고, 어떤 아이템이 ‘잡템’인지 알 수 없어서 보부상처럼 모든 아이템을 들고 다닌다. 그러다 걸음걸이가 무거워지면 아이템 정리를 해야 하는데, 이때 무엇을 들고 다닐 것이고 무엇을 버리는 것이 효율적인지에 관한 고민이 시작된다. 그래서 유튜브나 커뮤니티에는 ‘발더스게이트 인벤토리 관리 꿀팁’ 글들이 무수히 올라와 있다. < Back 인벤토리 시스템은 어떻게 효율을 재미로 연결시켰는가? 18 GG Vol. 24. 6. 10.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라면 누구나 꽉찬 인벤토리에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2023년 대흥행을 이루었던 <발더스게이트3>에서는 아이템의 무게가 발목을 붙잡는다. 일반적으로 처음 게임을 시작한 플레이어는 어떤 아이템이 좋은 아이템이고, 어떤 아이템이 ‘잡템’인지 알 수 없어서 보부상처럼 모든 아이템을 들고 다닌다. 그러다 걸음걸이가 무거워지면 아이템 정리를 해야 하는데, 이때 무엇을 들고 다닐 것이고 무엇을 버리는 것이 효율적인지에 관한 고민이 시작된다. 그래서 유튜브나 커뮤니티에는 ‘발더스게이트 인벤토리 관리 꿀팁’ 글들이 무수히 올라와 있다. 한편, <마비노기>나 <디아블로2>에서는 아이템의 부피가 플레이어의 고민을 유발한다. 성능이 좋지만 부피가 큰 아이템이 떨어졌을 때, 플레이어는 가치가 낮은 아이템을 순차적으로 버리면서 인벤토리의 공간을 마련하고자 애쓴다. 그리고 버린 아이템보다 얻은 아이템의 가치가 월등히 높다는 확신이 들면, 득템의 기쁨과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 각각 무게와 부피로 제한을 두는 <발더스게이트 3>와 <디아블로2>의 인벤토리 시스템 그런데 사실 정말로 효율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게 하려면, 인벤토리에 제한을 두지 않으면 된다. 게임사가 인벤토리를 디자인할 때, 무게나 개수, 부피의 제한을 두지 않으면 게이머들은 더 빠르게 사냥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아이템을 인벤토리에 넣는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획득하자마자 강해지는 방식을 사용하면 더 직관적이고 더 빠른 플레이가 가능하다. 실제로 이러한 방식을 사용한 게임들도 다수 존재한다. 가령, <하데스>와 같은 로그라이크의 경우에는 인벤토리 창이 따로 없고, 자신이 획득한 기능을 확인할 수 있는 창만 제공한다. 그렇다면 게임사는 왜 인벤토리에 제한을 두어서 게이머들을 괴롭히는 것일까? 인벤토리 시스템은 게이머들에게 스트레스만 안겨주는 개념인가? 효율성을 고민하며 아이템을 먹게 만드는 비효율적 시스템은 누굴 위한 것인가? 이러한 지점에서 인벤토리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재미가 무엇인지 보다 근본적인 차원의 질문을 던져보자. 인벤토리의 한계는 리얼리티의 재현인가? 인벤토리 시스템은 디지털 게임에서 유구한 역사를 가진 전통이다. 초창기 게임 역사에서 자주 이름을 <던전앤드레곤> 시리즈와 <로그>, <울티마> 시리즈는 텍스트로 플레이어가 획득한 아이템을 보여주며 해당 아이템을 활용하여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그중에서도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가 확립한 초창기 CRPG의 인벤토리 시스템은 이후 게임 계보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인벤토리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획득한 아이템을 텍스트로 읽으며 상상해야 했기에 직관적이지 못했다. 이에 <던전 마스터>는 선형적인 텍스트 인벤토리시스템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고, 결국 오늘날까지도 활용되는 그리드 인벤토리나 퀵바 등의 형식을 도입할 수 있었다. 아이템을 넣을 수 있는 칸을 제공하고, 거기에 아이템의 아이콘을 넣거나 빼는 그리드 인벤토리 시스템은 캐릭터와 세계의 분리감을 줄이고, 게임의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 그리고 이후의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들도 그리드 인벤토리 시스템이 만들어낸 토대 위에서 직관성과 상호작용성, 편의성 등을 고려하며 인벤토리 시스템을 발전시켰다. * 텍스트로 구현되는 <로그>의 인벤토리 시스템과 <던전 마스터>의 그리드 인벤토리 시스템 이러한 맥락에서 인벤토리 시스템의 발달 과정을 리얼리티의 재현이라는 기준으로 바라보는 관점도 존재한다. 그리드 인벤토리 시스템이 게임 세계와 플레이어의 간극을 좁혔던 것처럼, 기술 발달로 인해 더욱 현실적으로 게임을 만들 수 있었고 앞으로도 더욱 현실성 높은 게임 구현이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물론, 이러한 예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게임임에도 총기의 기능 고장을 구현해서 군필자들에게 PTSD를 불러오는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의 경우에는 인벤토리 시스템도 최대한 현실적으로 구현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이 발달했음에도 여전히 많은 게임들은 게임의 재미를 위해서 인벤토리의 물리적, 현실적 한계들을 무시한다.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의 경우에도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게임에 도입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성이 게임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실성을 기준으로 인벤토리 시스템의 발달 과정을 선형적으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 중요한 것은 게임의 재미이다. 획득하는 즐거움 그렇다면 게임의 즐거움이라는 차원에서 인벤토리 시스템을 살펴보자. 기본적으로 게임에서 아이템을 획득할 때, 우리는 어떤 재미를 느끼는가? 내 캐릭터가 강해졌다는 느낌, 앞으로 해당 아이템을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 게임 내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는 자유. 이러한 재미들을 직접적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단순히 게임 내 시스템에서 대미지의 수치만 올라가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가시적으로 내가 얻은 아이템의 가치를 보여줄 때, 이러한 재미는 배가된다. <던전 마스터>가 <로그>의 텍스트 아이템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이유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아이템을 보고 그 가치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아이템을 다자인하고 기능을 가시화해왔다. 그러나 아이템 획득의 기쁨은 늘 일시적이다. 캐릭터 성장에 따른 상황이 함께 주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일직선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아케이드 게임이나 로그 라이크의 경우에는 이런 재미가 반감될 가능성이 비교적 적다. <메탈슬러그> 시리즈를 할 때, 핸드건을 쓰다가 헤비머신건을 먹거나, 헤비머신건을 쓰다가 로켓 런처를 먹으면 성장의 기쁨이 느껴지고, 죽거나 탄환이 떨어지면 다시 아이템 획득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RPG의 경우에는 자신이 강해진 만큼 대적자도 강해지거나, 해당 아이템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야 아이템 획득이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이 무한히 확장될 수 없기에, 아이템 획득의 재미는 서서히 줄어들게 된다.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서도 이러한 점이 고민이었을 것이다. 특히, 초창기 CRPG의 경우에는 게임에 넣을 수 있는 데이터 양에 제한이 있었다. 이에 현실성보다는 현실적 이유로 게임 세상을 넓게 구축할 수 없었고, ‘득템의 기쁨’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들을 마련했다. 가령,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는 아이템의 특성을 다양하게 만들고 장착할 수 있는 아이템의 한계를 정했다. 그리고 이러한 한계는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어떤 아이템을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하고, 효율을 좇게 만들었다. 최적화하는 즐거움 일상의 노동 과정에서 늘 효율을 좇아야 하는 오늘날, 게이머는 게임에서까지 효율을 추구해야 하는가? 효율을 좇는 것이 어떻게 재미를 줄 수 있단 말인가? 이때 흥미로운 참고점이 있다. 바로 레고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릴 적에 레고를 조립하며 즐거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완성품을 팔지 않고 조립 전 모습을 판매하는 레고라는 상품은 상당히 비효율적인 상품이다. 물론, 레고의 조립이 꼭 완성품을 지향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 과정에서 창의력이 발휘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10,000 피스 퍼즐은 어떠한가? 어떠한 창의력도 발동될 수 없게끔 모든 피스의 위치에 정답이 존재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퍼즐을 맞추며 재미를 느끼는 것일까? 극도로 비효율적인 상품이 팔리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게이머들이 인벤토리 시스템에서 효율을 추구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재미와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이 존재한다. 자신의 캐릭터를 효율적으로 구축하는 재미, 즉 최적화하는 재미이다. 게이머들은 현재 많은 게임들이 활용하고 있는 인벤토리 시스템에서 아이템을 어떻게 정리하고 활용할지에 관한 재미를 발굴했다. 앞서 언급했던 아이템 선택의 사례, 버린 아이템보다 획득한 아이템의 가치가 높다는 확신에서 오는 즐거움 역시 이러한 재미의 일환이다. 이 과정은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최적화된 ‘결과’가 아닌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선사한다. 덱빌딩 게임은 이런 재미를 극대화한 장르이다.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 시간보다 덱을 구성하고 최적화시키는 시간이 길지만, 플레이어들은 고민 끝에 자신이 의도한 결괏값이 나왔을 때 성취감을 느낀다. 자동사냥 게임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플레이 자체의 시간은 거의 없지만, 게임에서 얻은 아이템들을 정리하고 활용하게 만드는 과정 자체가 게임의 즐거움이 된다. 자동사냥 게임이 무슨 게임이냐고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직장에서 자동사냥을 돌려놓고 퇴근길에 체크하는 과정에서 소유하는 즐거움과 최적화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효율을 좇게 만드는 비효율적 게임 시스템은 게이머에게 불편함만을 주지 않는다. 게이머는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능동적으로 재미를 찾고, 유희하고 있다. 참고문헌 CRPG Book Project. URL: https://crpgbook.wordpress.com/ Bateman, C. & Zagal, J. P. (2017). Game Design Lineages: Minecraft’s Inventory. MuBmann, M., Truman, S., Mammen, S. (2021). Game-Ready Inventory Systems for Virtual Reality. Tags: 인벤토리, 롤플레잉, 아이템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미디어문화연구자) 서도원 재미있는 삶을 살고자 문화를 공부합니다. 게임, 종교, 영화 등 폭넓은 문화 영역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 혼례-귀신-사랑 : <종이혼례복> 시리즈와 ‘중국식 공포’의 유행
최근 중국 내 추리 게임에는 ‘중국식 공포’가 유행하고 있다. <페이퍼돌스>(纸人; 리치컬쳐, 2019)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回门; 핀치게임즈, 2021)은 청나라 말기와 중화민국 초기의 오래된 저택에 들어가 결혼과 장례, 장례용 종이인형, 풍수 등 민속을 바탕으로 스릴 넘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 Back 혼례-귀신-사랑 : <종이혼례복> 시리즈와 ‘중국식 공포’의 유행 15 GG Vol. 23. 12. 10. ※ 역자 설명 : 이 글에서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 안 역주로 부기했다. 미주는 필자가 참고한 텍스트 출처이다. 최근 중국 내 추리 게임에는 ‘중국식 공포’가 유행하고 있다. <페이퍼돌스>(纸人; 리치컬쳐, 2019)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回门; 핀치게임즈, 2021)은 청나라 말기와 중화민국 초기의 오래된 저택에 들어가 결혼과 장례, 장례용 종이인형, 풍수 등 민속을 바탕으로 스릴 넘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음양항아리>(阴阳锅; 폴레스타게임즈, 2022)와 <누나의 북>(阿姐鼓; 폴레스타게임즈, 2023)은 지역 특색이 담긴 민간설화를 선정해 플레이어가 탐험할 수 있는 공포 공간을 설정한다. 도시의 기이한 현상과 춘절 [역주: 중국의 설 연휴] 의 귀신을 연결한 <홍콩실록>(港詭實錄; GHOSTPIE, 2020)과 산속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가족 멸종 사건을 조사하는 <파이어워크>(烟火; Shiying Studio, 2020)는 올해 처음 출시되는 게임이다. 세기말의 ‘초자연적 열풍’을 다룬 <삼복>(三伏; Shiying Studio, 2020) 역시 이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중국식 공포’는 새로운 하위 장르 또는 미학이 된 듯 하다. 이러한 유형의 게임들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높은 평가 중 하나는 의심할 여지없이 “중국인을 겁주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중국인이다”일 것이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하트비트플러스가 개발한 <종이혼례복> 시리즈는 2021년 첫 출시 이후 <종이혼례복2: 장령촌>(纸嫁衣2奘铃村), <종이혼례복3: 원앙의 빚>(纸嫁衣3鸳鸯债), <종이혼례복4: 붉은실의 엉킴>(纸嫁衣4红丝缠), <지옥의 꿈: 사후세계 극장>(无间梦境:来生戏) 등의 속편을 6개월에 한 게임 간격으로 출시하며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이 게임들은 ‘혼제(婚祭)’를 테마로 하는데, 각각 한 커플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종이 신부’가 되는 운명에 맞서 싸우고, 최종적으로 공포를 이겨내 진정한 사랑의 승리를 완성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다섯 게임들은 서로 연결되어 세기에 걸친 스토리 라인을 형성하고 있으며, 전작인 <13호 병동>(13号病院)과 함께 독특한 ‘종이혼례복 유니버스’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종이혼례복> 시리즈는 성공적인 미니 추리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심플한 UI와 순수한 터치 플레이가 경이로운 걸작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종이혼례복> 케이스를 통해 ‘중국식 공포’의 핵심 요소인 “중국인을 겁주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중국인”의 핵심이 무엇인가에 대해 논해 보고자 한다. * 다섯 편의 시리즈, '종이 혼례본 유니버스'를 구성하다 정신분석학의 관점에서 공포(Unheimlichkeit) 개념은 독일어 heimlich에서 유래했다. ‘heimlich’는 친숙하고 친밀하다는 뜻인데, 여기에 부정 접두사를 붙인 ‘unheimlich’는 원래 뜻을 분명히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heimlich’의 특수한 경우인 ‘익숙했던 것이 갑자기 낯설어지다’는 의미로 해석돼 주체가 순수하게 두려움(fear)이 아닌 오싹(creepiness)한 느낌을 갖게 한다. [1] 따라서 ‘공포’는 통상적인 경험으로는 식별할 수 없는 이상, 기존 질서 내부의 어긋남 [원문의 핵심 개념 错置을 모두 ‘어긋남’으로 번역함] 이다. 예를 들어 공포장르 속에서 살아있지도 죽어있지도 않은 좀비, 조타수도 없이 파도를 헤쳐 나아가는 유령선 등이 그것이다. 영화 <샤이닝>(The Shining)에서 문틈으로 흘러넘치는 핏물, 복도 끝의 쌍둥이 역시 경험이나 질서를 뛰어넘는 어긋남으로 평범해 보이는 산꼭대기 호텔을 공포영화의 명장면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런 의미에서 <종이혼례복>은 ‘공포’라는 개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시각적인 이미지로, ‘인간’이라는 속성을 가진 장례용 종이인형을 소재로 삼는다. 이들은 외모는 비슷하지만 팔다리가 뻣뻣하고 표정이 이상하며, 종종 과장된 얼굴 화장을 한다. 무생물이었던 종이 인형은 어두운 게임 장면에서 번쩍이며 게이머들과 친근한 ‘점프 스케어(jump scare)를 한다. 이를 통해 제작진은 중국식의 특색을 살린 ‘유물(類物)’인 장례용 종이 인형을 세팅했다. 예를 들어 <종이혼례복 1>의 주인공 닝쯔푸(宁子服)가 저승 혼례식(冥婚) 현장에서 발견한 종이 요리는 정상 음식의 외관을 정교하게 모방하면서도 차갑고 무미건조해 화장 [원문에서 烧祭는 종이돈 태우기 같은 풍습보다는 화장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같은 오싹한 연상을 유발한다. * ‘유물’의 종이 묶음 제물 그러나 '공포'의 핵심은 잘못된 시각적 이미지보다는 상식과 이상, 경험과 어긋남의 관계에 있다. 거의 모든 ‘중국식 공포’ 게임에는 현대적 개체의 전근대적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s)’ [ 미셸 푸코가 정의한 개념으로, ‘다른’을 뜻하는 ‘heteros’와 ‘장소’를 의미하는 ‘topos’의 합성어. “사회 안에 존재하면서 유토피아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실제로 현실화된 유토피아인 장소들” ] 에서의 어긋남과 과학 패러다임에서의 이루 말할 수 없는 어긋남이 포함되어 있다. <종이혼례복> 시리즈에서 또 다른 높은 어긋남은 앞의 두 가지의 불안정 구조를 깨뜨린다. 그것은 로맨스 신화와 이성의 어긋남이다. 결혼: 형성되는 건 아무 것도 없고(无物之阵), 망령은 돌아온다 婚:无物之阵,幽灵复返 [루쉰은 자신의 '무물지진(无物之阵)' 개념이 권위주의 통치의 산물이자 민중의 열등감을 드러내는 것이라 여겼다.] <종이혼례복> 시리즈는 현대도시에 살던 주인공들이 갑자기 세상과 단절된 ‘산골마을’로 내동댕이쳐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곳은 모든 마을 사람들이 ‘혼제’를 신봉하는 장령촌이나 봉건적 가부장이 점거한 말수촌(末水村)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살아남은 이가 아무도 없거나 귀신의 기운이 넘치는 익창진(益昌鎭)이 될 수도 있다. 이곳들은 현대사회와 거리가 멀고 교통이 불편하며 통신신호가 사라지고 역사의 흐름에서 벗어나 고집을 부리며 오래된 신앙과 의식을 이어가는 헤테로토피아이다. 플레이어는 주인공들의 시각을 통해 완전히 낯설기만한 스릴러 놀이터가 아니라 익숙한 듯하지만 마주하기 어려운 ‘무물지진(无物之阵)’—반복적으로 출현하는 죽음의 상징물들(관, 향초, 종이돈 등)]—이 정돈되지 않은 현대 이전의 역사, 틈만 있으면 파고드는 집단적 무의식을 가리킨다. 물론 조작해 현대적 공간을 하루아침에 이화시켜 ‘귀신을 불렀다’는 것이다.동네 입구 조화, 이웃집 할아버지의 혼백이 깃든 아파트, 길가의 장사용품점……현대적 공간을 떠도는 전근대적 자투리 조각은 ‘익숙한 물건의 낯설게 하기’라는 원칙에 더 부합하고, 오싹한 느낌을 더 잘 만들어낸다. 물론 이 게임은 때때로 역으로 작동해 현대성의 공간을 하룻밤 사이에 낯설게 하여(异化) "유령을 초대”한다. 주거단지(小区) 입구의 화단, 이웃의 영혼이 깃든 주거용 건물, 거리의 장례용품 가게 ......등등은 현대성의 공간에 떠다니는 전근대의 잔재이며, 이는 “익숙한 것의 낯설게 하기”의 원칙에 더 부합하고 소름 끼치는 느낌을 줄 가능성이 더 크다. * 모든 이야기의 근원지는 장령촌 <종이혼례복 2: 장령촌>에서는 이러한 무물지진의 구축 과정을 의도적으로 추적한다. 어려서부터 ‘종이 신부’로 발탁된 여주인공 타오멍옌(陶梦嫣)은 ‘혼제’의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홀로 장령촌으로 돌아와 지상의 궁궐에서 마을의 역사를 파헤친다. 이와 동시에 <종이혼례복> 시리즈를 관통하는 세계관은 당나라 현장 스님이 경을 취하여 장령촌을 지나다가 자신이 지은 구장진경(九藏真经) [아홉 편의 숨겨진 불교 경전] 가운데 육장(六藏)이 이교(异教) [주류적인 종교와는 다른 종교] 적인 컬트임을 발견하고, 작별 인사를 하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이를 소각해달라고 당부한다. 마을 사람들은 제멋대로 경전을 남기면서 ‘육장(六藏)’을 ‘육장(六葬)’ [여섯 번의 장례] 으로 왜곡한다. 이에 따라 마을 이장을 종교적인 리더로 삼아 정기적으로 의식을 주관하고 적령기 여성이 사신(适神)에 제사를 지내는 ‘혼제’ 의식이 탄생하게 된다. 희생된 여성에겐 종이로 묶인 제사물품과 같이 ‘종이 신부’란 별명이 붙었는데, 이것이 바로 게임 타이틀 ‘종이혼례복’의 유래다. 흥미롭게도 게임은 ‘육장보살(六葬菩萨)’ [게임 속 캐릭터] 신앙을 현장 취경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억지로 갖다붙인다. 심지어 당나라 적인걸(狄仁杰)이 악신에 제사를 지낸 걸 말끔히 제거했던 기록까지 그럴듯하게 가미하고 있다. 현장법사 캐릭터는 역사적 인물(실존하는 불교의 고승)과 전설적 캐릭터(신마소설의 주인공) [신마소설은 신, 귀신, 요괴 등을 주제로 한 한자문화권 고전 소설을 가리킨다] 의 이중적인 성격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에 출처를 추적하는 데 있어 진짜같기도 하고 가짜같기도 한 효과를 낸다. 당나라 때부터 천여 년간 이어져 온 오랜 관습은, 애써 시간의 깊이를 늘리고 거짓의 숭고함을 만들어, 기나긴 전현대 역사 속에서 공간 내부의 질서—원래 그랬다면 그게 맞는 것이라는—를 구축했다. 번잡한 의식(무엇을 해야 하는지)과 엄혹한 금기(무엇을 해선 안 되는지)가 질서의 하나된 양면을 이루고, 집단적 무의식의 ‘무물지진’을 점차 흔들기 어렵게 만든다. 의심할 여지 없이 철저한 상례로 굳어질 때까지 말이다. 그 사이에 잘못 들어가게 된 개인과 관행 하의 집단은 어긋남과 충돌을 만든다. 닝쯔푸나 양샤오핑 등 질서에 도전하는 외래자, 타오멍옌, 쭈샤오홍(祝小红) 등 반향식의 ‘종이 신부’는 역대 게임 주인공들이 관례에 편입되지 못하고 타자로 전락해 배척당하거나 교살당할 수밖에 없다. ‘중국식 공포’ 게임의 이질적 공간은 미래로 가지 않고 필연적으로 과거로 돌아간다. 주인공들은 에얼리언의 침입이나 터미네이터 사냥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육장보살 역시 크툴루(Cthulhu) 같은 냉혹한 우주의 신이 아니라, 아득한 별빛을 통해 인간의 생사를 굽어본다. ‘중국식 공포’의 귀신들은 제사상 위의 감실 상자[龛笼; 동양 사원에서 신령이나 부처 등의 상을 올려놓은 작은 상자] 안에 반듯하게 앉아, 감도는 향불을 사이에 두고 발원(發願)과 고충(诉苦)을 듣고, 평범한 사람들과 약간의 지전(纸钱)이나 억울하게 뒤집어 쓴 조금의 빚을 시시콜콜하게 따진다. 그렇게 무물지진 안 모든 이들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모든 것을 마음에 두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반복적인 우화는 구체적인 서사 차원으로 정착되어 ‘혼제’ 의식의 세 요소인 귀신, 제물을 바치는 사람, 제물의 끌어당김과 격추 등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다. 일반적 격식에 따르면 귀신은 역사를 기원하고 집단적으로 추앙받는 이질적인 힘이며, 제사를 올리는 사람에게 공정한 거래를 약속하는 원칙이며, 제사를 올리는 자는 경전과 악당의 기능을 담당하여 제물을 박해하는 대가로 거래를 성사시킨다. 제사물품인 ‘종이 신부’와 그 애인은 이질적 공간을 벗어나 현대 문명으로 돌아와 자기 구원을 완수해야 한다. 하지만 돌아온 귀신들은 오히려 <종이혼례복>의 이야기가 이러한 격식을 벗어나게 한다. 최고신으로 여겨지는 ‘육장보살’은 “만물이 묻히면 모두 그의 관할이 된다”는 ‘거대한 능력’을 보여주기는커녕, 무물지진을 타파하기로 결심한 주인공들에 의해 여러 차례 목이 비틀어 끊어짐으로서 플레이어들의 입에서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시리즈 전체의 진정한 악역 캐릭터 네모리는 제사물품의 자리를 차지했던 ‘유령’이다. 마을 촌장으로부터 마을에 유해하다는 단언받고,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은 그녀는 현대 대학교육을 통해 작은 산골마을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었다. 그리곤 다시 돌아와 육장보살 신앙이 지배하는 공간에서 제사를 지내는 사람이 되었고, 자신을 새로운 귀신으로 만들 때까지 계속해서 새로운 제사물품을 찾으며 의식을 완성해나간다. * 종이혼례복 시리즈의 진정한 악역 녜모리 이는 일찍이 ‘육장보살’ 역시 정전을 장악한 현장법사에 의해 추방되고 관가에 의해 토벌된 ‘유령’이었지만, 암암리에 천 년을 떠도는 악신이 된 것임을 일깨워준다. 그것은 그녀와 같이, 혹은 전현대의 파편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끊임없이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무물지진’이 완전히 깨질 때까지 그들은 끊임없이 실패하지만, 영원히 계속해서 그 실패를 반복할 것이다. 귀신: 말로도 안 되고, 배척해서도 안 된다 鬼:不可言说,不可摈弃 우리가 ‘중국식 공포’ 게임의 첫번째 어긋남으로 현대적 개체와 전근대적 이질적 공간의 어긋남을 지목한다면, 중국에서 공포 장르 서사는 전근대적인 문예작품 속에서 대응물을 찾기 힘들다는 역설적인 사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요재지이>(聊斋志异)[청나라 시대 포송령이 지은 8권 491편의 지괴소설집으로, 신선과 요괴의 이야기를 기술하고 있음] 등의 지괴서사(志怪故事) [위진남북조 시대에 유행한 기괴한 이야기 소설집] 속 꽃요괴는 기본적으로 “깜짝 놀라게 하는” 기능을 갖고 있지 않으며, <서유기> 같은 신마소설 속 삼계 체계 [불교에서 삼계란 윤회의 세계를 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으로 구분한 것을 가리킨다] 는 권력사회의 복사판으로, 사람 마음이 귀신보다 무섭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그밖에 신선과 요괴 이야기 등 설화집이나 필담집 역시 보통 현대 독자들에게는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을 주진 않는다. 다시 말해 ‘중국식 공포’는 직접적으로 인용할 수 있는 ‘중국식’ 텍스트도 없고, 전현대사의 완벽한 이식도 아니다. ‘공포’는 현대화의 산물이며, 주류이데올로기—어쩌면 ‘과학’—에서 주변화되어 남은 잉여이다. 토마스 쿤(Thomas Samuel Kuhn)은 <과학혁명의 구조> 에서 현대과학의 진로는 본질적으로 낡은 패러다임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체하는 혁명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른바 ‘패러다임(paradigm)’은 과학 연구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따르는 어떤 패턴으로, 이 분야의 합리적인 문제(무엇을 연구할 것인가)와 방법(어떻게 연구할 것인가)을 규정하여 법칙, 이론, 기구 등을 포함해 정립한 일관된 과학 전통을 형성한다. 과학이 물질 세계에 대한 수수께끼 풀기 게임이라면, 패러다임은 게임의 규칙과 무엇이 ‘미스터리’가 될 자격이 있는지를 창안한다. 이에 대해 쿤은 ‘상자’라는 비유를 제시한 바 있다. “이런 활동은 패러다임이 제공하는 미리 만들어놓은 경직된 상자에 자연을 처넣으려는 것 같습니다. 기존 과학의 목적은 새로운 유형의 현상을 발견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상자에 채워지지 않은 현상은 종종 완전히 무시되고 새로운 이론을 발명하는 것도 아니며, 다른 사람이 새로운 이론을 발명하는 것도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 하지만 이러한 신앙 패러다임으로 인한 제약은 과학 발전에 꼭 필수적입니다.” [2] 현대 과학은 수백 년의 발전을 거쳐 ‘신화’로 분류되는 다른 패러다임을 대체하는 새로운 ‘신화’가 됐다. 새로운 신화의 서사 공간이 매우 넓고, 말과 전망이 유달리 아름다워 현대적인 개인이 상자의 사면 장벽을 쉽게 홀시할 수 있다. 하지만 상자 밖의 사물은 여전히 존재하며,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다. 패러다임에 포함될 수 없는 현상은 언어구조에서 '도깨비', '풍습', '전통' 또는 그밖에 다른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것과 가리키는 것 사이의 어긋남에 무관하게 무엇이라 말할 수 없게 만든다. 말할 수 없는 것은 정리 또는 판별할 수 없으므로 배제할 수 없다. <종이혼례복4: 붉은실의 엉킴>에서 장천루이의 민속학 전공이라는 배경은 고등교육과 과학은 상자 안의 모든 것을 해결하지만 공포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자조적인 자기 인식이다. * 민속학 연구생 장천루이(张辰瑞)의 자조 하지만 <종이혼례복> 제작진은 그런 자조에 만족하지 않고 상자의 경계를 반복적으로 넘나들었다. 과학적 패러다임과 전근대의 뒤얽힘은 엉뚱한 효과를 낳았다. 화재경보기로 인해 연소된 지전 더미, 복사기로 복사된 부적…… 각종 ‘물리적 귀신 퇴치’ 수단은 플레이어들로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시리즈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인 ‘뒤얽힘’은 음과 양을 통하게 하는 두 개의 매개인 불과 핸드폰이다. 둘은 겉으로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인다. 전자는 제물을 태우는 풍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양에서 음으로 옮겨지는 것은 본질적으로 상징적인 투사이며, 제사물품은 화염 속에서 재로 변하지만 다른 가치 영역에서는 오랫동안 지속된다. <종이혼례복>의 주인공들은 흔한 지전이나 종이인형은 물론, 귀신과 통화할 수 있는 종이로 만든 핸드폰까지 불태운다. 현대 과학기술 장비가 버젓이 제사물품의 대열에 오르자 플레이어들은 “원래 현지에 사업자가 있나? 그럼 누구에게 전화요금을 내야 하지?”라며 경탄을 금치 못했다. 후자는 다음과 같은 설정을 기반으로 육안으로 귀신에 쉽게 속고 무심한 기계만이 위장을 간파할 수 있다. 그 때문에 휴대폰 카메라는 주인공이 귀신을 정확하게 잡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과학기술의 눈으로 상자 밖의 공간을 응시하는 것 역시 일종의 어긋남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익숙한 것의 낯설게 하기”는 오싹함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두 매개 모두 통일된 전제를 숨기고 있기 때문인데, 그것은 바로 현대적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과학은 궁극적으로 불가해한 것을 해명하고 정복하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 음양을 소통하는 두 가지 매개체: 불과 휴대전화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이리저리 뛰어도, <종이혼례복>의 결말은 패러다임 속으로 돌아온다. 헤테로토피아의 모든 요괴들은 진기한 꽃(奇花) 명타란(冥陀兰)이 일으키는 환각이다. ‘작은 산골마을’은 필연적으로 현대 문명에 의해 재발견되고 청산되며 수용된다. 무고한 사람은 구출되고, 악한 자는 법의 처벌을 받게 된다. 주인공들은 탈출에 성공하거나, 일시적으로 (귀신을) 격퇴하지만 실제 ‘공포’—‘중국식 공포’는 결코 핏대를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를 이겨본 적은 없다. 아무리 무서운 괴물이라도 핏대를 세우면 공격할 수 있고 소멸할 수 있는 대상이며 이때 두려움은 화력 부족에서 비롯된다. ‘중국식 공포’는 피와 살이 없는 몸이라 애석하게도 <무간몽경: 내생희>의 마지막 예고편에서 역대 주인공들이 힘을 합쳐 ‘무물지진’이 아닌 악역 녜모리를 물리치려 한다. 상자 안에서 주인공들은 잠시나마 자신이 무적이라고 믿지만, 이중으로 엇갈린 위치는 오직 사랑의 신화에 의해서만 메워지게 된다. 사랑: 로맨스 신화,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 情:浪漫神话,至死不渝 “사랑이 죽었다”는 요즘, <종이혼례복>의 역대 주인공들은 희귀한 사랑 신화의 독실한 신도들로, 플레이어들은 이들을 ‘로맨티스트 싸움꾼’이라며 농담삼아 부른다. 백중날[음력 7월 15일] 귀신문을 뚫고 아내를 구한 닝쯔푸, “정 때문에 목숨까지 버리는” 량샤오핑(梁少平), ‘원앙 빚(鸳鸯债)’을 대신 갚고 악당과 함께 죽은 왕자오통(王娇彤), 서로를 위해 목숨을 바친 장천루이와 추이완잉(崔婉莺), 그리고 전생과 현생, 재연과 인연을 이어온 쉰위앙펑(荀元丰)과 타오멍옌 등이 그들이다. 여기서 각 커플의 성이나 이름은 모두 고전문학 속 고전적인 애정 텍스트인 <요재지이의 섭소천>(聊斋志异之聂小倩), 양축전설(梁祝故事) [중국 동진시대부터 1,700여 년 동안 민담으로 전해져 온 4대 애정소설 중 하나] , <교홍기>(娇红记) [명나라 맹잔순(孟称舜)이 쓴 희곡] , <서상기>(崔莺莺待月西厢记) [원나라 왕실보(王实甫)가 1295~1307년 무렵에 쓴 허구 잡문] , <요재지이: 소취>(聊斋志异之小翠) [청대 소설가 포송령이 여우 귀신의 이미지를 빌어 쓴 소설] 등에 대응한다. 혼의 이탈과 나비가 되는 것, 치료 등 줄거리 역시 위 고전작품들에 오마주를 뉘앙스가 뚜렷하다. 이 텍스트들의 공통점은 사랑이란 하나하나의 개인이 만들어낸 낭만적 기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에 있다. “산 자는 죽을 수 있고, 죽은 자는 살 수도 있다”(<모란정 牡丹亭>에서 인용)는 말처럼, 사랑이 깊어지면 인간과 귀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가문의 편견을 산산조각낼 수 있다는 것은 논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개인은 현대 주체의 사유에 가까운 방식으로 봉건적인 예법과 도덕에 선전포고를 한다. 설령 선전포고가 항상 무기력하더라도, 설령 최종 결말은 두 집안의 사회 지위·경제 형편이 걸맞아[门当户对] 함께 살게 되거나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함께 화를 입어[玉石俱焚] 함께 죽는 것으로 끝날지라도, 설령 과도하게 낭만적이어서 실현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전근대적인 배경에서 그들은 여전히 경전 말씀에서 벗어나 도리를 위반하는 해로운 서적으로 폄하받으며, 올바른 사람이라면 읽어선 안 되는 것으로 취급받는다. * 《무간몽경: 내생희》(无间梦境:来生戏)의 주인공 커플 애정 신화의 합법화는 지난 2세기에 걸친 현대화 과정의 산물이기도 하다. “애정 신화는 사실 하나의 배다리처럼 유럽 문화를 현대와 개인으로 건너가 개인주의 담론의 중요한 초석 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동시에 애정 신화는 낭만주의의 테마 중 하나로서 시종일관 광기나 비이성/반이성적 함의를 항상 담고 있다. 따라서 일종의 파괴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일대일로 이뤄지는 현대의 배타적 사랑은 ‘개체’와 ‘여성’의 탄생을 전제로 성과 사랑, 육체와 정신의 통합과 순결을 원칙으로 한다. 즉, 약수가 삼천리를 뻗어 흘러도[弱水三千; 아무리 많은 상대가 있어도], 그/그녀가 아니면 안 된다. 녜모리가 쌍둥이 동생 녜모치(聂莫琪)를 훔쳐서 기둥을 바꾼 후, 닝쯔푸는 절대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 했고, 그녀가 아니면 안됐기에 수많은 난관을 거쳐 녜모치의 영혼을 죽음에서 구해야 했다. 량샤오핑의 아무것도 따지지 않는 사랑은 어린 시절부터 장령촌에서 자란 쭈샤오홍을 일깨웠다. 같은 죽음이라고 하더라도 제사물품대 위에 놓인 ‘종이 신부’가 되는 것보다는 족쇄를 풀고 나비가 되어 추락하는 것이 낫다. 낭만 신화가 신화인 이유는 사랑이 이성적 계산의 범위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개인이 계급, 이익, 나아가 생사를 초월하도록 재촉한다. 높은 사람은 ‘고귀한 배신’을 결심하고, 낮은 사람은 무릎을 치켜들어 ‘나는 마땅히 어떻게 해야 한다’를 단호히 던져버리고, ‘나는 어떻게 하겠다’고 함성을 지른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사랑은 ‘공포’와 같은 구조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그것들은 모두 상자 바깥에 있다. 사랑은 <종이혼례복>의 주인공들이 행동하는 최대 동인이다. 게임은 첫 작품에서 ‘순애보에 빠진 싸움꾼’이 약혼녀를 구한다는 단일한 시점에서 남녀 주인공들이 서로를 구한다는 두 가지 시점으로 바뀌어 고정된다. 그리고 오마주를 표하는 고전 텍스트들처럼 두 개체의 기적을 짙게 그려낸다. 과학과 자본이 만연하고 개인의 감정이 함께 시들어가는 시대에 현대 이성에 대한 최고의 어긋남으로 충족되는 사랑의 신화만 남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안에 담긴 전복적 역량은 무물지진을 돌파하고 우리에게 절대 사로잡히지 말라고 격려한다. 왜냐하면 죽어서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공포’는 싸워서 이길 수 없지만, 진정한 사랑은 결국 충분하다. 죄를 지으면 사랑에 빠지게 되고, 남녀가 치정에 빠지게 한다. ‘중국식 공포’의 핵심적인 어긋남은 현대 개인의 두 눈으로 응시하면서도 직시할 수 없는 전근대적 잔재다. 사후 결혼, 종이인형, 오래된 신앙, 잔혹한 의식, 우매한 마을 사람들…… 죽음의 기호들이 널려 있는 헤테로토피아에서, 집단 무의식이 굳어져 무물지진을 만들고, 과학상자 밖의 침묵은 익숙했던 일상의 흉악한 틈새를 드러내며 '중국인이 중국인을 놀라게 하는' 이기(利器)로 변모한다. <종이혼례복> 플레이어들이 공포게임에서 사랑을 감상하는 데 열중하는 것은 진정한 사랑도 일찍이 낯선 신화로 전락한 지 오래됐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부디 오호(五湖) [오월지방의 호수] 의 밝은 달과 인내심이 원앙의 빚을 갚게 하기를.” [4] [1] 탕메이신(唐梅欣)의 《恐惑概念的演变——从弗洛伊德、海德格尔到拉康 프로이드와 하이데거에서 라캉으로의 공포 개념의 변화》, 2021년 우한대학(武汉大学) 석사학위논문 참고. [2] 토마스 쿤 저, 진우룬(金吾伦)·후신허(胡新和) 역, <과학혁명의 구조>, 베이징대학출판사, 2003년 [3] 다이진화(戴锦华), <电影批评(第二版)>, 베이징대학출판사, 2015년 [4] <종이혼례복 3: 원앙의 빚>의 서문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Researcher) 徐佳(서가) (활동가, 작가) 홍명교 활동가, 작가. 사회운동단체 플랫폼C에서 동아시아 국제연대와 사회운동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에게>, <유령,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다>를 썼고, <신장위구르 디스토피아>와 <아이폰을 위해 죽다>(공역) 등을 번역했다.
- [논문세미나] “Sexuality does not belong to the game” - Discourses in Overwatch Community and the Privilege of Belonging
한때 전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했던 AAA급 게임 〈오버워치(OVERWATCH)〉. 〈오버워치〉는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 내 다양한 논쟁이 오갔던 2010년대 후반을 상징하는 게임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그 인기를 입증하듯, 〈오버워치〉에는 늘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쏟아져나왔고 이를 통해 드러난 현상과 논의들이 논문으로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한 시기를 풍미한 〈오버워치〉는 작년 10월, 서비스를 종료해 후속작인 〈오버워치 2(OVERWATCH 2)〉로 재탄생했다. 이 글은 Triple A!라는 주제를 맞아, 2010년대 후반을 대표한 AAA급 게임 〈오버워치〉에 관한 한 논문을 다루고자 한다. 바로 오버워치 속 ‘퀴어’를 다룬 논문이다. < Back [논문세미나] “Sexuality does not belong to the game” - Discourses in Overwatch Community and the Privilege of Belonging 10 GG Vol. 23. 2. 10. - 게임제너레이션은 새 연재로 '논문세미나'를 오픈합니다. 디지털게임을 다룬 국내외의 주요한 논문들을 간략하게 정리, 소개함으로써 디지털게임 연구의 결과들이 대중적으로 손쉽게 유통될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합니다. 새 연재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1. 들어가며 한때 전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했던 AAA급 게임 〈오버워치(OVERWATCH)〉. 〈오버워치〉는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 내 다양한 논쟁이 오갔던 2010년대 후반을 상징하는 게임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그 인기를 입증하듯, 〈오버워치〉에는 늘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쏟아져나왔고 이를 통해 드러난 현상과 논의들이 논문으로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한 시기를 풍미한 〈오버워치〉는 작년 10월, 서비스를 종료해 후속작인 〈오버워치 2(OVERWATCH 2)〉로 재탄생했다. 이 글은 Triple A!라는 주제를 맞아, 2010년대 후반을 대표한 AAA급 게임 〈오버워치〉에 관한 한 논문을 다루고자 한다. 바로 오버워치 속 ‘퀴어’를 다룬 논문이다. 트랜스미디어, 팬덤, e스포츠 등 게임문화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타냐 발리살로(Tanja Välisalo)와 마리아 루오살라이넨(Maria Ruotsalaine)은 오버워치 관련 글을 이미 몇 차례 내놓은 적 있는 연구자들이다. 두 연구자는 이번 텍스트로 〈오버워치〉 속 퀴어 캐릭터들을 둘러싼 커뮤니티 의견들을 분석하고, 소속·비소속의 구성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는 〈오버워치〉 연구자들이 분류한 데이터들을 따라가며, 퀴어 캐릭터들을 둘러싼 커뮤니티 의견이 어떻게 나뉘고 현실 정치와 이어지는지 살피고자 한다. 그 후 소수자 표현이나 한국적 맥락에 대한 고민을 나눌 생각이다. 덧붙여서 이 논문은 2022년에 등록되었지만, 2016년에서 2020년까지의 데이터를 토대로 하므로 현재에 맞지 않는 상황이 보일 수 있다. 그 점을 고려하면서 봐주길 바란다. 2. 커뮤니티에 소속된다는 것 〈오버워치〉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Blizzard Entertainment)가 2016년에 런칭한 팀 기반 FPS 게임이다. 〈오버워치〉는 슈팅 게임이라는 본질 외에도 각각의 캐릭터에게 서사가 부여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오버워치〉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으로 캐릭터들의 설정을 풀어내는데, 2016년에는 트레이서, 2019년에는 솔저: 76가 퀴어라는 사실이 공개돼 화제가 됐었다. 캐릭터들을 향한 플레이어들의 입장은 둘로 나뉘었다. 게임과 섹슈얼리티의 연결을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과 게임을 통해 드러난 다양성을 기쁘게 생각하는 입장이 그것이었다. 연구자들은 이런 입장 차이에서 발생한 토론을 살피며 소속·비소속 장소로써의 〈오버워치〉 트랜스미디어 세계를 분석한다. 어딘가에 소속될 권리를 갖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협상과 투쟁이 함께 할 수밖에 없다. 소속감이 정체성이라는 개념과 유사하게 이해될수록 더욱 그렇다. 그럼 '소속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연구자들은 '(소속감이)애착 욕구 및 개인이나 그룹이 소속되길 바라는 방식을 포착하게 만든다'는 프로빈(Probyn, 1996)의 말을 인용해 이를 설명한다. 정서적인 영역으로 이해되기도 하는 '소속감'은 끊임없이 변화하거나 경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예를 들어, 북미 게임 커뮤니티의 권력은 여전히 백인 이성애자 남성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에게 주어진 권력은 커뮤니티에 소속되기 용이하고 편안하다는 느낌을 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유저들은 커뮤니티에 소속되기 위해 투쟁할 수밖에 없다. '게이머의 싸움'은 보통 게이머 대 게임 회사·개발자의 대립을 연상시키지만, 사실 이 대립은 커뮤니티 내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한다. 3. 게임문화 속 LGBTQ 게임문화 속 LGBTQ는 그동안 다양한 층위에서 혐오를 접해왔다. 이를테면 게임의 LGBTQ 캐릭터 자체는 〈오버워치〉 이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게임 세계 안에서 퀴어 캐릭터의 존재는 대체로 한 명이었고, 그마저도 이성애자 캐릭터들에 의해 온갖 혐오적인 태도와 마주해야 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이하 WoW〉 운영 도중 LGBTQ와 관련해 비판받은 과거가 존재한다. 2006년에 있었던 이 일은 블리자드가 퀴어 친화적인 한 WoW 길드의 홍보를 금지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블리자드는 차별적 괴롭힘이 조장될 수 있는 상황을 막은 거라 발표했지만, 플레이어들의 반발에 의해 이 규정을 곧 철회하였다. 이런 과거들이 있었지만 2010년대에 이르러서는 퀴어 콘텐츠도 게임의 일부로 자리 잡게 되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퀴어 친화적으로 입장을 바꾸었고 여러 게임사에서 다양한 모습의 성소수자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의 주인공 엘리를 포함해, 본문에는 나오지 않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에이펙스 레전드(Apex Legends)〉, 〈발로란트(VALORANT)〉 등, AAA급 게임에서 퀴어 캐릭터를 찾는 일은 이제 그리 어렵지 않아졌다. 〈언더테일(Undertale)〉도 이 사례에 들어가는 게임 중 하나다. 논 바이너리(non-binary) 젠더인 주인공이 등장하고 성 중립적 대명사(they/them)를 사용하며 퀴어 스토리라인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요소들이 있더라도 〈언더테일〉이 LGBTQ 게임으로 소개될 수 있느냐는 다른 영역의 이야기다. 연구자들은 〈언더테일〉이 메커니즘 측면에서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했고, 그로 인해 '게이머들의 게임'으로 정의되었다는 루버그(Ruberg, 2018)의 말을 옮긴다. 루버그(Ruberg, 2018)는 〈언더테일〉의 이런 인기가 퀴어 요소를 삭제하고 게임적 부분에만 초점 맞추는, 일종의 스트레이트워싱(straightwashing)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하였다. 이처럼 게임문화 속 퀴어는 여러 사건 및 논의와 함께 해왔다. 연구자들은 ‘정치적 담론과 대중문화 토론은 새로운 형태의 시민권이며, 이것이 대중문화 텍스트에 참여하게끔 강조한다’는 샌드보스(Sandvoss, 2014)의 말을 인용한다. 거기에 플레이어 커뮤니티가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소속을 둘러싼 투쟁으로 인해 정치화되기도 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이 안에서 투쟁의 수단이자 중심으로서 기능하게 된다. 4. 〈오버워치〉 속 데이터들 연구자들은 2019년에 진행했던 연구로 캐릭터들의 성적지향이 플레이어에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거기서 더 나아가, 플레이어가 〈오버워치〉에 어떤 식으로 연결되고 소속되는지 알아보기로 한 것이 이번 연구다. 이를 위해 연구자들은 오버워치 공식 포럼과 레딧(Reddit)에서 정보를 수집하였다. 수집된 데이터는 다음의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는 트레이서다. 〈오버워치〉의 상징과도 같은 트레이서는 2016년에 퀴어 캐릭터라는 정보가 공개됐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오버워치〉의 설정들은 게임이 아닌 트랜스미디어로 전달된다. 그래서 트레이서의 퀴어 설정도 단편 만화 '성찰(Reflections)'에서 밝혀지게 되었다. 이후 수석 작가인 마이클 추(Michael Chu)도 트위터로 그녀가 레즈비언임을 공식 인정했다. 이렇듯 오버워치의 첫 퀴어 영웅인 트레이서에 관한 것이 첫 번째 주요 데이터다. 두 번째 는 솔저: 76이다. 2019년에는 솔저: 76도 퀴어 캐릭터라고 드러났다. 그가 게이라는 사실은 트레이서와 비슷한 과정을 통해 나타났다. 빈센트라는 이전 애인이 언급되는 단편소설, '바스테트(Bastet)'와 마이클 추의 트윗으로 퀴어라는 게 확정된 것이다. 레즈비언인 트레이서에 이어, 게이인 솔저: 76에 대한 토론이 두 번째 주요 데이터다. 마지막 세 번째 주인공은 시메트라다. 시메트라는 퀴어 캐릭터가 아님에도 게이 아이콘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시메트라의 이런 ‘게이 아이콘화’는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구성됐기 때문에 특이점을 보인다. 연구자들은 플레이어들의 성적지향과 시메트라가 어떻게 관계되는지 해석을 시도한다. 연구자들은 수집된 자료를 수사적-수행적 담론 분석(rhetoric-performative discourse analysis)을 통해 살핀다. 이 분석법은 원래 포퓰리즘 및 정치 연구를 위해 개발됐지만, 이 연구에서는 서로 다른 담론 사이의 관계와 역학, 구성을 살피기 위해 사용한다. 다음으로 연구자들은 포럼 내 토론을 분석하며, 이를 소비자 담론, 진정성 담론, 작가 담론, LGBTQ 재현 담론, 저항 담론, 총 다섯 가지 범주로 설정한다. 이 범주들은 주요 데이터인 트레이서, 솔저: 76, 시메트라와 함께 설명된다. 5. 〈오버워치〉 데이터 분석 1) 소비자 담론 소비자 담론은 퀴어 캐릭터가 게임에 드러나게 된 전말을 추측하고 평가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퀴어 설정에 불만을 가진 유저들은 블리자드가 관련 플레이어들을 달래고 만족시키기 위해 그리 한 것이며, 게임사는 게임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당 의견에서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다른 두 그룹, 게임 플레이에만 집중하는 유저들과 설정에 더 관심 두는 유저들 간 계층구조가 형성된다. 특히 전자는 이상적인 커뮤니티 구성원의 범주를 설정하는 축이 된다. 이들의 불만은 '팬덤'이라는 용어에 관해서도 찾을 수 있었다. 〈오버워치〉 커뮤니티의 '팬', '팬덤'은 특정 담론 맥락에서 부정적으로 사용되는데, 팬덤이 캐릭터들의 뒷이야기만 상상할 뿐, 게임은 하지 않는다는 게 그 근거다. 누군가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퀴어 캐릭터 공개가 마케팅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퀴어 캐릭터가 미디어에서의 화제성이나 신규 플레이어 확보를 위한 도구로 이용됐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내러티브 콘텐츠가 다른 게임 콘텐츠들보다 열등한 것으로 판단하고 계층 구조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퀴어 콘텐츠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데 일조한다. 2) 작가 담론 게임은 다인원 작업물이기 때문에 저작자 개념이 모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작가 담론은 영화가 감독을 내세우듯 〈오버워치〉의 수석 작가 마이클 추를 주로 앞세운다. 마이클 추는 게임을 예술작품으로 접근하는 작가 담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작가 담론은 퀴어 설정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등장했다. 이 담론은 게임에 대한 권한이 디자이너, 개발자, 작가에게 있으므로 플레이어가 불평할 수 있는 건 없다고 강조한다. 이것은 검열과도 연결되어, 게임에 변경을 요구하는 의견들을 ‘비난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포럼의 한 유저는 '퀴어 설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팬 픽션을 쓰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는데, 연구자들은 ‘주류 콘텐츠에서 LGBTQ를 배제하던 일이 역전된 것’이라 분석한다. 하지만 작가 담론 측이 이러한 의견을 내놓는 건 LGBTQ를 지지해서가 아니다. 작가 담론 측은 퀴어 캐릭터에 대한 찬반 의견을 표명하기보다 도리어 토론 자체가 끝나길 바란다. 더 이상의 논의가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이들의 태도는 작가의 권위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작가 담론은 〈오버워치〉 커뮤니티 소속 권한을 작가에게 부여한다. 그리고 이 권한은 〈오버워치〉의 흐름을 반대하는 토론에 한해, 작가 담론 지지자에게도 주어지게 된다. 3) 진정성 담론 대중문화와 그 수용을 다룰 때 되풀이되는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진정성이다. 〈오버워치〉 퀴어 캐릭터들 또한 '진정성'을 가리기 위해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여기에는 〈오버워치〉 세계관과 이미 알려져 있던 캐릭터에 대한 사실이 근거로 활용된다. 솔저: 76의 경우, 그의 다른 설정은 공개되지 않고 오직 성소수자라는 사실만 밝혀진 것에 불만을 내비치는 유저가 상당했다. 이들은 대체로 이성애적이고 남성적인 이미지의 솔저: 76가 동성애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후술할 트레이서의 데이터와 조금 다른 이 반응은 남성 캐릭터와 여성 캐릭터가 다르게 판단되는 지점이 있음을 보여준다. 솔저: 76의 퀴어 설정이 타 캐릭터 스토리에서 공개된 것에 의문을 제기한 유저도 있었다. 솔저: 76에 집중된 콘텐츠가 아니었기 때문에 진정성이 덜하다고 여겨진 것이다. 일부는 솔저: 76의 퀴어 설정을 부정하며 스트레이트워싱하기도 했다. 솔저의 사례만 언급됐지만 진정성에 대한 이 의심은 트레이서도 피해 갈 수 없었다. 이렇듯 진정성 담론은 캐릭터나 스토리 상의 타당성을 비판하고 〈오버워치〉 전체 맥락과 연관 지어 평가한다. 그 탓에 진정성 담론은 세계관이나 설정 등, 텍스트와 관계된 것들이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담론이 진정으로 권위를 부여하는 건 자신이 〈오버워치〉를 가장 잘 안다고 주장하는 커뮤니티 유저들이다. 연구자들은 이들이 "품질 컨트롤러"처럼 위치 지어진다고 말한다. 4) LGBTQ 재현 담론 LGBTQ 재현은 이 연구에서 분석된 모든 논의 안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 단락의 첫 사례로, 트레이서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한 성소수자 유저의 글을 가져온다. 이 유저는 트레이서 같은 캐릭터들이 공감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역설한다. 연구자들은 해당 사례를 들어, 퀴어 캐릭터가 소수자를 재현하는 수단으로 간주된다고 설명한다. 언뜻 소비자 담론과 유사해 보이는 이 담론은 게임이 사회적 기능을 가진다는 생각에 기초한다. 따라서 퀴어 캐릭터의 존재가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데, 몇몇 성소수자 유저는 '공격적이거나 혐오적인 태도를 조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LGBTQ 재현에 항의한 이들은 캐릭터들의 섹슈얼리티가 드러났다는 데 초점을 맞춰 비난한다. 대표적인 예시가 트레이서와 그 애인의 키스였다. 항의 측은 이성애를 중립적이며 비성애적인 것으로, 동성애는 '너무' 성적인 것으로 규정한다. 게다가 (동성)섹슈얼리티를 제하는 것이 해석의 지평을 넓힐 수 있을 거라 주장한다. 한 마디로 섹슈얼리티가 게임에 속하지 않길 바란 것이다. 이에 연구자들은 ‘캐릭터들의 섹슈얼리티와 그 의미를 부정하는 건 또 다른 형태의 스트레이트워싱’이라는 루버그(Ruberg, 2018)의 말을 인용한다. 이렇듯 게임과 섹슈얼리티의 연결을 불만스러워 하는 유저도 상당했지만, 이보다 많았던 건 '무관심' 측이었다. 한 유저는 '캐릭터는 캐릭터일 뿐, 트레이서의 애인이 왜 그렇게 관심받는지 모르겠다'고 밝힌다. 이것은 대중문화에 깊이 빠진 사람이 미성숙하고 불안정하다고 여기는 고정관념의 반영이다. 캐릭터에 관심 갖는 플레이어는 순수하게 게임만 즐기는 이들에 비해 부정적인 시선을 받는다. LGBTQ 담론에서 마지막으로 나온 의견은 '현실의 문제를 게임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특히 섹슈얼리티 문제는 동성애를 정치적인 주제로 보는 시선이 많기 때문에 게임에서 논하기 예민한 부분이 있다. 그 탓에 트레이서의 성적지향이 공개됐을 때, 그를 반기는 사람들을 일컬어 리버럴, 사회 정의 전사(social justice warriors), 눈송이(snowflakes)라고 칭하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민감하고 미성숙한 사람을 뜻하며,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공격하기 위해 쓰는 이 용어들은 게이머게이트(Gamergate) 당시 확산됐다. 트레이서의 설정 공개와 게이머게이트는 사실상 다른 맥락이지만, 해당 용어는 〈오버워치〉 커뮤니티에까지 계승되었다. 5) 저항 담론 솔저: 76과 트레이서는 작가에 의해 퀴어로 설정됐다. 반면 시메트라는 퀴어 설정이 없음에도 ‘게이 아이콘’으로 환영받는다. 시메트라가 ‘게이 아이콘’으로 불리게 된 데에는 첫째로 그녀의 조작성이 큰 이유를 차지했다. 시메트라는 전통적인 FPS 메커니즘을 따르지 않았고, 이것이 ‘게이머 자본’을 획득하지 못한 이들에게 좋은 대안이 된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를 ‘퀴어 게임 메커니즘’이라 칭한 엔글(Engle, 2017)의 말을 가져오며, 시메트라가 대안적 존재이므로 퀴어에 친숙해질 수밖에 없다고 역설한다. 물론 시메트라가 플레이 메커니즘만으로 퀴어에 친숙해질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시메트라가 게이 아이콘으로 불리는 데에는 게임적 특성 말고도 다른 이유가 함께한다. 그에 앞서, 시메트라가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것을 설명해두어야겠다. 이를 설명한 이유는 시메트라가 약자라는 사실에 마음이 간다고 밝힌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여왕’으로 불리는 시메트라의 당당한 모습에서 마돈나(Madonna)나 주디 갈런드(Judy Garland) 같은 게이 아이콘을 연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저항 담론은 소비자 담론과 반대된다. 소비자 담론은 플레이어가 다양한 서비스를 기대하는 고객으로 위치 지어지지만, 저항 담론의 시메트라 플레이어는 커뮤니티 바깥쪽에 자리 잡는다. 하지만 개발자의 의도와는 다르다며 시메트라의 게이 아이콘화를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트레이서와 솔저: 76의 퀴어 설정을 지지했던 작가 담론이 비공식 퀴어 독해를 반대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다. 이 반대는 퀴어 관련 게시글과 공간을 규제하며 이루어진다. 이렇듯 시메트라 플레이는 소속을 위한 투쟁이 어렵다는 걸 보여준다. 그럼에도 시메트라를 플레이하고 게이 아이콘이라 칭하는 건 게임 문화 내 이성애적 남성성에 저항하는 한 방식이 될 수 있다. 5. 〈오버워치〉 커뮤니티를 넘어 소속감은 각 그룹의 플레이어 및 게임 제작자, 사회와의 상호작용, 생산과 소비 사이의 역학에서 구성된다. 그를 추적한 이 연구는 퀴어 영웅의 도입을 둘러싼 논의와 권리를 정의한다. 연구자들은 〈오버워치〉 커뮤니티 내 개개인의 소속이 다양한 문화권과 투쟁에 연결된 점에서 착안해, 미국의 정치적 상황과도 연결 짓는다. 캐릭터들은 〈오버워치〉를 이해하도록 돕는 동시에 논쟁의 연결점이 된다. 그러나 스트레이트워싱 사례 등, 〈오버워치〉 트랜스미디어 표현의 한계는 존재한다. 연구자들은 게임문화의 포용성을 발전시키기 위해 트랜스미디어 내러티브에 섹슈얼리티, 젠더, 민족성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소수자 집단을 위해 커뮤니티 의견에 귀 기울일 것을 제언한다. 6. 나가며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게일 루빈(Gayle Rubin)은 그의 저작 〈일탈〉에서 미국의 성 정치 역사를 풀어낸다. 루빈(2011)에 따르면, 2차대전 이후인 1950년대 미국 사회는 ‘성범죄자’와 ‘동성애자’에 대한 불안이 집중된 시기라고 한다. ‘성범죄자’라는 용어는 강간범, 더 나아가 아동 성추행범을 의미하게 만들었고 이는 곧 동성애자를 상징하는 기호가 되었다(Rubin, 2011). 서술한 사례 속 년도를 보면 알겠지만, 퀴어에 대한 탄압이 시작되고 지금까지 100년의 세월도 채 흐르지 않았다. 이후 동성애자 탄압의 역사는 몇십 년간 이어졌다. 루빈은 섹슈얼리티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를 더 풀어낸 뒤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법적 형태, 사회적 관습, 이데올로기에 흔적을 남긴 싸움과 투쟁의 잔여물은 목전의 갈등이 사라지고 난 먼 훗날에도 섹슈얼리티를 체득하는 방식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오늘날의 시대가 성 정치의 중요한 분기점이라는 사실을 이런 모든 신호가 말해주고 있다.”(Rubin, 2011, 293p) 사실 루빈의 글은 미국 성 정치 역사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게임과는 접점이 없어 보이는, 갑작스럽고 거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도 발제자가 이 글을 〈오버워치〉 논문 끝에 연결한 이유는 역사 서술 뒤에 이어지는 루빈의 말 때문이었다. 루빈은 섹슈얼리티가 먼 미래에까지 끼칠 영향을 파악해야 한다고 역설하는데, 사실 이 말 자체는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미국의 퀴어 탄압 역사를 살피고 지금의 게임문화를 살피면 그 무게가 조금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과연 이 역사가 게임 문화 내 섹슈얼리티 문제에 단 하나의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초기 디지털 스페이스는 인종, 젠더, 계급에 상관없이 모두가 어울릴 수 있는 희망적 공간으로 그려지곤 했다. 그러나 이 연구가 〈오버워치〉를 통해 보여주었듯, 오늘날 게임 커뮤니티는 다양한 문화와 투쟁으로 소속·비소속의 여부가 얽히게 된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루빈의 논의를 끌고 와서 한국 게임 문화를 떠올릴 수밖에 없어진다. 연구자들이 〈오버워치〉 커뮤니티 내 소속을 분석하고 미국의 정치적 상황과 연결 지은 것처럼, 우리도 이를 한국적 맥락과 함께 보는 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과거 성소수자의 미디어 표현이 중요했던 이유는 미디어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었던 게 크다(Gross, 2001: Shaw, 2014 재인용). 그랬던 미디어는 이제 소수자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 아니게 되었다. 거기에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수용과 경계가 뒤엉키기 때문에 재현의 문제가 더더욱 복잡해졌다. 그러면 여기서 앞으로의 AAA 게임에 대해서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영향력 있는 AAA 게임 스튜디오들이 LGBTQ 표현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고(Makuch, 2015: Ruberg, 재인용 2018) 그에 따라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게임은 여전히 남성성 중심으로 돌아간다. 캐릭터가 미디어 표현의 책임을 플레이어에게 전가하거나 다양성이 미적 다원주의로 환원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Shaw, 2014). 이런 상황 속에서 AAA 게임은 어떻게 다양성을 표현해나갈 것인가? 플레이어들의 소속·비소속은 어떤 식으로 변화할 것인가? 큰 힘에 따르는 큰 책임을 지게 된 AAA 게임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듯하다. 참고문헌 Ruberg, B. (2018). Straightwashing Undertale: Video games and the limits of LGBTQ representation. Journal of Transformative Works and Cultures, 28. Rubin, G. (2011) Deviations: A Gayle Rubin Reader. 임옥희·조혜영·신혜수·허윤 (역) (2015). 〈일탈: 게일 루빈 선집〉. 서울: 현실문화. Shaw, A. (2015). Gaming at the Edge: Sexuality and Gender at the Margins of Gamer Culture. Minnesota University Press.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문화연구자) 박다흰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 관해 관심 갖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모 온라인 게임에 복귀했습니다.
- <시티즌 슬리퍼>: 꿈에서 깨어나지 않기를
인류는 늘 유한성에 저항해 왔다. 이러한 저항은 단지 물리적인 제약을 극복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착화된 이념을 넘어서는 일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유한성에 대한 저항은 어떤 의미인가? 이 글에서는 저마다의 '몸에 새겨진 꿈'으로부터 그 답에 다가서고자 한다. 여기에서 몸은 지극히 사회적이며 개인적인 신체를 뜻한다. 그리고 꿈은 희망과 절망을 의미한다. ‘꿈을 꾸는 것’은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자, 실현될 가능성이 없는 헛된 기대이기 때문이다. < Back 22 GG Vol. 25. 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Jeongseo Park Studied art theory and works in the visual arts through exhibitions, criticism, and workshops. With an interest in (un)science, explores new media art and video games. Recent projects include the research Uncanny Games and Eerie Games (2024,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RE:SEARCH), the exhibition Echoes of Dysfunction (2024, WWW SPACE), the workshop Game Criticism for the Oppressed (2024, Art Korea Lab's Art Lab Club), and the exhibition-workshop Playful Media (2024, Haja Center Media Art Workshop).
- 내 마음의 퍼즐 상자: 〈애니멀 웰〉과 〈리프 이어〉의 세계에 대해
이 글은 《게임제너레이션》 20호에 실린 「기계장치의 우주: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의 불능감에 대해」의 후속편으로, 지난 글의 결론부에서 언급만 하고 넘어갔던 장르명인 ‘메트로브레이니아(metroidbrainia)’에 대한 논지를 심화해 〈애니멀 웰 (Animal Well, 2024)〉과 〈리프 이어 (Leap Year, 2024)〉를 뜯어보는 것이 목표다. 그러므로 우선 곧장, 메트로브레이니아가 무엇인지를 정리하며 글을 열겠다. < Back 24 GG Vol. 25. 6.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Wonyoung Na Began writing popular music criticism in 2016 through the webzine weiv, and in 2022 published Alternate Reality Ghost through the webzine ma-te-ri-al. Tends to play small games in short sessions on a laptop. To be continued.
- [인터뷰] e스포츠의 현장감은 어디서 오는가: 라이엇게임즈 함영승 PD
그런데 따지고 보면 뭔가 이상하다. ‘현장 중계를 가서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는 말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경기를 보는 것이 아쉽다는 의미인데, 게임의 배경은 이미 온라인 세계가 아니던가? 그러면 e스포츠에서 현장감은 무엇을 의미할까? 팬들이 경기장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소환사의 협곡’으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인데, 대체 팬들은 어떠한 지점에서 현장감을 느끼는 것일까? 전통적인 스포츠에서 이야기하는 현장감과 e스포츠의 현장감은 그 성질이 다를까? 이러한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 이번 호에서는 MBC에서 전통 스포츠를 중계하다가 지금은 LCK 중계를 하고 있는 라이엇게임즈의 함영승 PD를 만나고 왔다. < Back 08 GG Vol. 22. 10.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Dowon Seo Studies culture in pursuit of a more interesting life. Curious about a wide range of cultural domains, including games, religion, and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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