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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되새기고 싶은 게임들

15

GG Vol. 

23. 12. 10.

팬데믹의 여파인지, 2023년에는 뭉쳐 두었던 게임들이 갑자기 봇물 터지듯 쏟아져나오는 한 해였다. 게임 마니아들도, 게임을 직업으로 삼는 이들도 올해 나온 굵직한 게임들을 다 플레이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쏟아지는 게임들을 개인이 매년 다 챙겨 플레이해 볼 수는 없다. 그래도 직업이 직업인지라 꾸준히 신작들을 좇는 과정에서 느꼈던 올해의 여러 게임들을 간략히 정리해보면서 한 해의 게임들이 남긴 의미들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GG는 딱히 평점을 매기거나 개별 타이틀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웹진은 아니지만, 한 해의 마무리로서의 의미 정도는 만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올해의 아쉬움: <다키스트 던전 2>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기대만큼의 결과를 만들지 못한 올해의 아쉬웠던 게임들이다. 아무래도 아쉬움을 이야기한다면 올해는 1순으로 <다키스트 던전 2>를 꼽지 않을 수 없다.



<다키스트 던전> 1편은 코즈믹 호러라는 장르가 게임 규칙을 통해 어떻게 얽히고 설킬 수 있는지를 훌륭하게 보여준 작품이었다. 심연의 공포는 심연 그 자체 이상으로 로그라이크 특유의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미래, 팀 구성과 이벤트가 결합하며 한 발 한 발 나갈 때마다 플레이어를 조여내는 공포감, 절체절명의 순간에 단 한 번의 기회가 만들어내는 회생의 짜릿함을 극한까지 만들어낸 바 있었다. 2023년에 2편이 출시된다는 소식은 그래서 적지 않은 이들에게 새로운 기대감을 선사했었다.


그러나 정작 올해 출시된 2편은 1편의 위상을 넘지 못했다. 영웅 캐릭터들의 배경을 보여주며 스킬을 오픈하거나 마차를 타고 이동하며 어둠의 심연을 향한다는 변경점들이 문제라기보다는, 영웅 팀을 꾸려 상황에 맞게 성장시키는 본진 중심의 성장감이 크게 흐트러졌다는 점이 문제로 보인다. 매 막이 끝날 때마다 영웅들의 인간관계가 흔들리며 스킬셋이 뒤바뀌고, 캐릭터 성장의 누적치가 짧게 디자인되어 후반부로 갈수록 어드밴티지가 줄어드는 점은 여러모로 게임을 고정된 패턴의 반복에 가깝게 만든다. 지속적인 플레이를 통해 점차 본진이 강화되는 점으로 성장치를 옮긴 듯 하지만, 이는 결국 게임을 일정 수준 이상 플레이하기 위해선 결국 수십 번의 게임오버를 누적해야 한다는 전제가 되고 말았다.



리메이크 붐 - <데드스페이스>, <RE: 4>


<데드 스페이스>, <RE:4> 처럼 올해 적지 않은 AAA 게임들은 리메이크를 기반으로 출시되었다. 9세대 콘솔게임기들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면서이기도 하고, 과거의 젊었던 게이머들이 이제 중년에 접어들며 자신의 과거에 남은 명작들을 다시금 곱씹어도 될 만큼의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비단 스탠드얼론 게임 뿐 아니라 2000년대의 온라인게임들도 적지 않게 리부트되고 있는 상황도 같은 맥락에서일 것이다.


산업적으로는 이러한 리메이크들은 게이머 소비자층의 인구구성 변동과 밀접하게 엮여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매체고,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10-20대층은 3-40대에 비해 큰 폭의 인구 감소를 보이고 있어 소비자 모수 층 자체가 두텁지 않다. 더불어 소비력 또한 경제활동인구인 3-40대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당분간 2000년대 게임의 리메이크, 리부트는 훨씬 두터운 소비력을 지닌 3-40대의 취향에 맞춰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개별 게임으로 이야기해본다면, 중년층을 향하면서도 동시에 각각의 게임들은 20년이 지난 시점에서의 새로운 세대에게도 어필이 가능하게끔 하는 변경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몇몇 게임들은 지금 시점에서 보기엔 여전히 불편한 인터페이스를 유지하기도 했지만 전작을 고스란히 새 플랫폼에 포팅하기보다는 나름의 변경요소들을 통해 리메이크의 의미를 살리는 경향들을 보였다. 향후 한 10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이러한 리메이크가 이뤄진다면 우리는 데드스페이스 2000’, ‘데드스페이스 2023’등으로 리메이크 년도를 중심으로 한 게임 플레이와 비평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시도들이 만들어내는 같은 게임에 대한 버전별 차이를 통해 또다른 의미들을 되새겨볼 수도 있을 것이다.




국산 스탠드얼론의 해, <데이브 더 다이버>, <P의 거짓>


오랫동안 국산 게임의 중심이었던 모바일 MMORPG들의 수익성이 예전같지 않음은 몇 년 전부터 지적되어 온 바였고, 그에 따라 많은 회사들이 콘솔, PC를 기반으로 해외진출을 모색해 온지도 적잖은 시간이 흘렀다. 2023년은 그런 흐름 중 일부가 결과물을 드러낸 해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라이트한 톤을 선택했다. 어렵지 않은 난이도로 주인공 데이브의 이미지처럼 편안하게 해변에서 맥주마시는 느낌으로 플레이 가능한 이 게임은 바다라는 대상에 대한 독특한 시선의 조합을 보여주었는데, 휴양지로서의 해변과 취미로서의 다이버를 중심에 세운 뒤 주로 공포의 심연으로 다뤄지던 바닷속은 한편으로는 도전적이면서도 동시에 밝고 명랑한 판타지의 세계로 그려낸 뒤 융합시켰다.


식량의 보고, 휴양의 공간, 심연의 공포와 판타지가 적절하게 융합된 <데이브 더 다이버>의 바다는 라이트해 보이는 게임의 외양과는 달리 나름의 유니크한 세계 구축에 성공했고, B급 유머를 통해 전체적인 톤을 잡아가며 성공적인 해외 진출의 성과를 내는 중이다. 단순 매출지표로서가 아니라, 독창적인 세계관이 유기적으로 잘 작동하는 게임메이커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가능해 보인다.



<P의 거짓>AAA급 소울라이크라는 일련의 도전을 시도했고 이 또한 유의미한 수준의 성과에 도달했다. 게임 규칙은 과도한 난이도 꼬기나 지나치게 부드러운 진행 사이의 적절한 지점을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납득 가능한 구조로 구축해냈고, 그런 규칙은 디젤펑크 풍의 세계관 속에 캐릭터와 아이템을 통해 부드럽게 달라붙었다.


오히려 눈길을 끈 것은 세계관과 스토리 부분이다.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이 화두가 되는 시대에 <P의 거짓>은 근대 초기의 오토마타를 통해 동화 피노키오를 재해석해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게임 초반 호텔 입구에서 로봇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문구와 함께 시작되는 이 게임의 주요 주제는 챗GPT를 통해 거짓말을 달고 사는 AI를 늘상 마주하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강철과 강철이 맞부딪히는 매 스테이지의 대전은 강한 추진력을 가진 이야기 진행을 통해 좀더 힘을 받는다.




난이도에 대해 생각하기: <디아블로 4>와 <스트리트 파이터 6>, <아머드코어 6>


<디아블로> 시리즈는 하드코어 모드를 따로 켜지 않는 한 어려운 난이도의 게임은 아니다. 플레이어의 숙련도가 배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벤트 클리어는 숙련도보다는 아이템과 스탯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고, 이는 일정 시간 이상을 투여함으로써 충분히 축적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의 핵심은 그래서 결국 아이템이다. 아이템을 어떤 식으로 획득할 수 있느냐가 게임의 핵심이며, 적어도 3편에서 시도한 전설 아이템 드랍율 상향은 그다지 매력적인 방식은 아니었다. 2편의 영광과 3편의 실망 이후 발표된 4편을 처음 접하고 든 생각은 그 적당한 절충점을 찾는다는 게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드랍 확률에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결국 게임을 지속적으로 플레이하게 만드는 계기는 끊임없이 주어지는 해야할 것이 얼마나 있는가, 그리고 그 해야할 것해야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스토리 진행과 무관하게 성장하는 캐릭터가 중심인 이 게임은 그러나 그 해야할 것보다는 안해도 되는 것에 더 무게를 실어버린 느낌이다. 단순 선악구도에서 다면화된 캐릭터를 통해 복잡해진 이야기로 넘어간 시도는 흥미롭지만 그것이 해야할 것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몹의 빈도 저하와 같은 패치들은 해야할 것의 양적, 질적 저하를 가져온 결과를 낳았는데, 부실한 오픈월드 구현과 함께 게임의 중심을 잃은 느낌을 받은 부분이었다.



격투 게임을 전문적으로 즐기지 않는 입장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6>는 매우 놀라웠는데, 5편에 비해 확실히 초보-저랭크 존의 대기시간이 크게 줄어듦을 체감했기 때문이었다. 스틱과 6버튼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기술을 연속으로 넣어야 하고, 이를 상대 캐릭터에 반응해 맞춰야 하는 고전적인 대전격투 게임의 방식은 QWER과 쿨타임으로 구성된 요즘의 버튼과는 다른 차원의 인터페이스이고, 이는 이른바 고인물들이나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대전격투 게임의 자리를 만들어온 바 있었다.


<스트리트 파이터 6>가 도입한 새로운 컨트롤 방식은 충분히 의미있는 시도였고, QWER세대에게도 대전격투의 공방과 심리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정작 오래된 게이머 입장에선 손에 맞지 않아 클래식 컨트롤로 돌아가긴 했지만, 라이트해진 컨트롤을 사용하는 상대와도 충분히 유의미한 대전을 펼칠 수 있다는 사실은 비전문 격투게이머에게도 한동안 <스트리트 파이터 6>를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었음은 분명하다.



<아머드코어 6>는 난이도 측면에서도 메카배틀이라는 장르 특성에서도 메이저한 게임으로 부르기는 어려운 축에 속한다. 6편의 경우는 난이도가 다소 애매한데, 어떤 세팅을 하는지에 따라 체감 난이도가 크게 요동친다는 점에서 단순하게 쉽다 어렵다를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작성의 개선과는 별개로 아직까지 특유의 낮은 시인성 문제는 초심자들에게는 쉽지 않은 장벽으로 보인다. HUD 인디케이터를 통하지 않으면 정확한 타격 시점의 인지가 쉽지 않고, 이는 일정 시간의 숙련을 거친다 해도 그다지 보편적으로 납득될 수 있는 형태의 숙련으로 자리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숙달에 이르는 과정 자체는 부드러운 우상향을 만들어내고 있어 지속적인 플레이를 가능케한다. 오히려 꽤 잘 기획된 것으로 보이는 스토리 측면에서 다소 허술한 개연성을 드러내고 있어 아쉬운 부분이라면 아쉬운 부분.




메이저 IP들의 성공, 실패, 그리고 아쉬움 - <마블스 스파이더맨 2>, <호그와트 레거시>


<호그와트 레거시>는 해리포터 세계관을 가져오되 해리포터 시대 이전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측면에서 원작 마니아들로부터 큰 기대를 모은 작품이었다. 실제로 해리포터 IP에 친숙한 이들이 플레이 중 발견하는 요소들은 꽤나 흥미로웠던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IP가 플레이 규칙 안으로까지 들어오지는 못한다는 점이었다.


다양한 동적 오브젝트들을 통해 빽빽하게 채워진 호그와트 성과 원작의 느낌을 살리는 주변 마을들은 해리포터 세계에 들어와있음을 보여주지만, 이러한 세계관 요소들은 전투에 개입하지는 못한다. 마법 속성을 통해 일련의 상성관계를 만들고 이를 통해 방어-회피-카운터-콤보를 유발하는 전투 방식은 해리포터 세계관 속의 전투라고 상상하기는 어려운, 게임적인 우회 루트의 결과물로 이해된다. 게임 내 지팡이 상점에서 지팡이를 교체해도 아무런 전투속성 변화가 없다는 점은 게임으로 <호그와트 레거시>에 접근한 이들에겐 다소간의 실망감이었을 것이다. 다만 원작의 전투 씬 자체가 다소 모호한 구성임은 감안할 필요가 있고, 오히려 좀더 적극적으로 원작을 기반으로 전투의 공방을 새롭게 재구성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마블스 스파이더맨 2>는 같은 지점에서 충분히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해볼 수 있겠다. 1편의 출시 때부터 <배트맨 아캄>3부작의 프리플로우 액션은 <스파이더맨>에 더 어울린다는 이야기가 많았고, 2편에서도 특유의 경쾌한 액션은 원작 IP의 캐릭터 감성을 고스란히 살리며 이어졌다. 기본적인 체술, 웹 스윙을 통한 맵 이동, 스파이더 센스를 활용한 공격알람 시스템 등은 1편에서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르렀고, 2편에 추가된 새로운 특수기들과 장비들은 원작의 스파이더맨이 과학/공학 너드라는 사실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설득력있으면서도 화려한 액션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했다.


애초에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원작부터가 도심을 기반으로 한다. 웹 스윙은 건물이 없으면 사용이 어려운 기술인데, 2편에 도입된 윙슈트는 이런 점을 보완하면서도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어반 판타지 액션으로서의 완성도는 뉴욕의 젊은이라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와 일상을 녹이는 다양한 서브퀘스트와 잘 엮이며 스파이더맨 세계관이 정밀하게 작동하는 생동감넘치는 도시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이 시리즈가 가진 치명적 한계로서의 한국어 더빙 문제는 시리즈의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비영어권 사용자들에게 치명적으로 다가온다. 안그래도 빠른 액션 씬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주인공들의 입담은 자막 이용자들에겐 게임의 중대한 재미 하나를 순식간에 놓치게 만든다.




닌텐도의 길: <젤다의전설: 왕국의 눈물>,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원더>


<젤다: 왕눈>은 발매 직후의 고평가 외에 부정적인 평가들도 없지 않은 편이다. 특히 1편인 <젤다: 야숨>을 플레이했지만 시리즈의 팬이 아닌 경우 부정적 평가가 두드러지는데, 1편의 확장팩 같다는 평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평가는 다소 억울해 보일 정도로 2편은 새로운 만질 거리들을 제공하고 있지만, 납득하지 못할 평가는 또 아니다.


전반적으로 상대적 캐주얼함을 가지고 있는 스위치계열 게임 중에서 <젤다>시리즈는 꽤 마니악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요소들이 인터페이스상의 불편함으로 들어간다면 조금은 개선점으로 봐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이를테면 인벤토리 처리의 불편함이라던가, 새로 추가된 크래프팅 시스템이 주는 번거로움 같은 부분들은 설령 시리즈의 팬이라 하더라도 다소 부담스럽고, 물흐르듯 이어저야 하는 플레이를 중간중간 멈추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래도 전통적인 시리즈 특유의 스타일을 스위치플랫폼에서 계속 발전,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스위치 기반 <젤다>시리즈의 두 작품은 여전히 고평가받을 가치가 충분하다. 오히려 과도하게 그래픽에 많은 리소스를 투자해 제작비와 제작시간이 산으로 가는 케이스와 비교한다면 <젤다>시리즈 특유의 시각적 분위기는 게임 플레이 자체에 더 많은 공수를 들일 수 있게 만드는 배경이며, 그로 인해 매 신작마다 여전히 게임하는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게 만드는 요소일 것이다.




플랫포머 액션의 종손이라 불러도 될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원더>의 성취는 올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수준이다. 시각과 청각을 모두 활용해 만들어내는 하모니가 게임 메카닉에 고스란히 녹아들며, 각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새로운 적과 오브젝트들은 거의 40년에 가깝게 이어진 2D 플랫포머라는 장르가 필연적으로 떠안아야 하는 진부함을 넘어서는 참신하고 독창적인 기믹을 들고나온다. 오히려 이 오래된 장르가 진부하기는커녕 앞으로도 더 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선언으로도 읽힌다.


본격적인 스위치 플랫폼의 대표주자다보니 특유의 2인 코옵 또한 훌륭하게 구현되었다. 오프라인 코옵 뿐 아니라 온라인 코옵도 구현되었고, 이를 통한 협업으로 난이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성이라 말그대로 함께 하는 게임으로의 지향 또한 뚜렷하게 잘 드러나고 있다. 특히 온라인 멀티플레이에서 익명의 매칭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트롤링에 대한 섬세한 대처는 이 게임을 빛나게 만드는 포인트.




메이저한 게임은 아니지만, 눈길을 사로잡았던 게임들


건설운영 시뮬레이션 <어게인스트 더 스톰><심시티>류처럼 엔딩없이 무한으로 도시를 키우는 방식을 벗어나 로그라이트적 개념을 통한 스테이지 클리어의 반복을 중심에 둔 게임이다. <시저>, <세틀러>, <안노>등의 비슷한 게임들이 최소한의 적을 두고 공-방 상호작용을 포함하는 것과 달리 이 게임은 애초에 전투 유닛 자체가 없지만, 주어진 과제의 기한 내 완수라는 미션이 주는 압박감은 매번 리셋되는 조건과 맞물리며 굉장한 몰입도를 자랑한다.




중세 용병단을 다룬 전략롤플레잉 <워테일즈>는 정해진 스토리 없이 말그대로 유랑하는 용병단의 상황을 풍성하게 담아낸 수작이다. 주어지는 상황들은 딱히 진엔딩이라 할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며, 게임의 난이도 조절은 단순히 적의 레벨이 올라가는 것 이상으로 용병단의 재정적 운영 자체가 점점 힘들어지는 구조를 통해서도 이루어지며 전투와 운영 두 면에서의 충분한 고려를 요구하여 게임의 몰입을 높인다. 사실상 후반부에 이르면 도덕적인 플레이가 어려울 만큼의 처절한 상황 설정은 현실을 떠나 가상공간에 푹 빠져 오랫동안 사고하고 플레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팔루자에서의 6>은 아직 얼리억세스이지만 FPS장르에서의 새로운 논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게임으로 보인다.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편의를 높이는 게임적 방식이 아닌, 전장이라는 현실이 제공하는 실제 장벽이 되는 상황들을 겪도록 만든 구성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다른 의미의 몰입과 집착을 불러낸다. 일정 거리를 벗어나면 무전이 아닌 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채팅이 지원되지 않으며 핑 포인트 또한 자주 시야를 가리는 등 사실상 전장에 놓인 병사가 겪게 되는 고립 상황은 특히 강렬한 사운드 효과들 귀가 멍해진다거나 실내 교전시 울리는 소리 등 에 의해 배가된다. 다만 매우 가까운 시대에 실제로 벌어진 전쟁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는 조금 더 차가운 시점에서의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그래도 딱 하나를 꼽으라면 - <앨런 웨이크 2>, <발더스 게이트 3>


하나를 꼽겠다 해놓고 굳이 두 개의 게임을 집는 이유는 둘 다 큰 임팩트를 내게 남겼기 때문이다. <앨런 웨이크 2>13년만에 돌아온 후속작을 통해 전작이 미처 다 끝맺지 못한 이야기를 <퀀텀브레이크>, <컨트롤> 등을 통해 그동안 꾸준하게 쌓아 온 제작사의 세계관을 통해 완성시켰는데, 그 완성도와 메시지가 올해 나온 여러 게임 중에서도 독보적이다.


전작인 <앨런 웨이크 1>에서 게임은 작가를 통해 만들어지는 예술이 현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라는 주제를 통해 미스터리 어드벤처를 구현해 낸 바 있었다. 이번 후속작은 창작과 예술의 심연으로 빨려들어간 작가 앨런 웨이크와 함께 FBI요원 사가 앤더슨이 등장하며 작품을 예술이게 하는 기둥으로 존재하는 것이 작가와 영감 뿐 아니라 작품의 수용자임을 환기시킨다. 세계를 이해한 작가가 자신의 경험과 영감을 통해 작품을 만들고, 만들어진 작품은 수용자에 의해 해석되고 피드백되며 다시 작가를 향한다. 이 루프 피드백은 동시대 매체와 콘텐츠의 구조에 대한 제작자가 게임이라는 형식을 통해 우리에게 보내는 새로운 산출물이며, 우리는 이 작품에 대해 플레이하고 비평함으로써 비로소 작품을 완성시키는 구조 안에 놓인다.




<발더스 게이트 3>은 대중들이 디지털게임에 기대하는 거의 모든 것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수준의 퀄리티로 구현된 세계와, 그 안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멋지게 얽어내며 모두의 기대를 만족시켰다. 탄탄한 원전 룰북의 힘을 통해 쌓아올려진 게임의 구성은 잘 만들어진 레고 블록으로 구현해 낸, 언제 어느 자리에서도 플레이어가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루트들마다 우리도 그거 고민했어로 대답하는 제작진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작품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구조 위에 올려진 다양한 캐릭터와 이야기들, 특히 사실상 진주인공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더 다크 어지의 이야기는 가히 오래된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클리셰를 가장 정통적이고 전통적인 방법으로 풀어내되 멀티엔딩과 선택분기라는 방식을 통해 게임 매체적인 방법으로 가장 아름답게 구현한 결과를 빚어냈다.




너무 많은 게임들이 충분히 유의미한 경험들을 남겨준 2023년이었고, 글을 마무리하는 시점에도 나는 계속 쏟아지는 2024, 2025년의 출시 예고작들을 본다. ‘이 게임은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 것일까?’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고 또 그런 게임을 선호하는 입장에서 2023년은 정말 할 말도, 할 게임도 많은 해였다. 게임이 넘칠수록 바빠지는 삶이지만, 이런 식의 바쁨이라면 앞으로도 어느 정도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거라고 자위해볼 수 있는 미래가 될 것이다. 모두의 게임 경험들이 내년에도 더 풍족하고 흡족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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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유년기부터 게임과 친하게 지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이야기를 업으로 삼은 것은 2015년부터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일련의 계기를 통해 전업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2016), 『81년생 마리오』(2017), 『게임의 이론』(2018), 『슬기로운 미디어생활』(2019), 『현질의 탄생』(2022) 등의 저서,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 〈다큐프라임〉(EBS, 2022), 〈더 게이머〉(KBS, 2019), 〈라이즈 오브 e스포츠〉(MBC, 2020)등의 다큐멘터리 작업, 〈미디어스〉'플레이 더 게임', 〈매일경제〉'게임의 법칙', 〈국방일보〉'전쟁과 게임' 등의 연재, 팟캐스트〈그것은 알기 싫다〉'팟캐문학관'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 게임과 사회가 관계맺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한다. 게임연구소 '드래곤랩'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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