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프리버스』와 『비밀의 아이프리』, “프리파라 아저씨”: 무엇이 ‘비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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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5. 12. 10.
비밀의 아이프리
체크 남방을 입은 덩치 산만한 남자가 자기 몸뚱이만 한 알록달록한 보라색 아케이드 게임기 앞에 앉아 있고, 그 뒤에서 작은 여자아이가 차례를 기다리는 사진이 밈처럼 퍼진 적이 있다. 그 게임의 이름은 『프리파라』다. 모두가 사진을 찍혀 밈이 되어 인터넷 세상을 부유하지는 않지만, 많은 수의 프리파라 “프리파라 아저씨”들이 있었고, 프리파라의 시대 당시 10대 중반이었던 나에게 프리파라의 모든 것을 가르쳐준 것도 프리파라 아저씨(들)이었다.

이미지 1: 2020년대 들어서는 “어이 내 몸으로 그런 거 하지 말라고 짤”로도 알려진 이미지. “프리파라 아저씨”로 검색해도 찾을 수 있다. ‘밈화’된 이미지들이 곧잘 그렇듯 원본 이미지의 출처는 알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제는 『프리파라』 기기가 시대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아이프리』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리고 나는 아이프리 아저씨가 되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로 아홉 시부터 오후 여섯 시 정도까지 바지 정장을 입고 (때에 따라 넥타이까지 한다) 일을 하다가 저녁을 먹고 한밤중이 다 되어서 아이프리를 하러 가면, 꼴이 영락없이 후줄근한 ‘프리파라 아저씨’의 전형 그 자체다. 집에서 가까운 대형 마트에도 아이프리 기기가 있지만, 어린이와 주부 용품이 있는 층에 있는 단 한 대뿐인 아이프리 기기를 쓰고 있으면,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없더라도 왠지 여자아이들의 자리를 빼앗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시내의 오락실을 선호한다.
그래도 가능하면 너무 후줄근하지 않은 차림으로, ‘아이돌 프린세스’에 어느 정도 걸맞은 용모로 아이프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나에게 프리파라를 가르쳐 주고 우정 티켓을 교환해 준 프리파라 아저씨들보다 나와 놀아준 적도 없는, 서울 시내의 가챠샵에서 로리타 양복을 차려입고 멋들어지게 프리파라를 하던 프리파라 언니들에 가까운 태도를 어느새 체화했는지 나도 모르겠다.
아이프리를 하는 데에 자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아이프리를 플레이함으로써 우리는 아이프리적 태도와 가치관이 우리 안에 침투하도록 허락하고, 나아가 우리의 현실을 조종하도록 허락하기도 한다.
아이프리는 『프리티 리듬』, 『프리파라』 등을 발매한 신소피아와 타카라토미 아츠의 ‘여아용 아케이드 게임’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TV 애니메이션과 병행되는 미디어 믹스 프로젝트로, 주요 대상층으로 아동을 상정했기에 오락실이 아닌 주택가 주변의 마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아이프리 게임기는 두 종류가 있는데, 플레이어의 아바타인 ‘마이 캐릭터’에게 옷을 입혀서 간단한 리듬게임을 플레이하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아이프리버스』, 그리고 라이브를 감상하고 TV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카드를 수집할 수 있는 『비밀의 아이프리』가 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작중 캐릭터들에게 있어서 아이프리가 어쩌다 ‘비밀의’ 아이프리가 되었는지 간략하게 묘사되기는 하지만, 그러한 애니메이션 스토리의 디테일이 작품의 제목까지 『비밀의 아이프리』로 설정된 이유를 완전하게 설명한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사실 시간순으로는 『비밀의 아이프리』라는 IP 타이틀이 먼저 정해지고, 애니메이션 각본의 상세가 나중에 작성되었다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개연성이 있게 느껴지는 면도 있다. 그러면 아이프리는 도대체 왜 비밀인 것인가?
내 의견으로는, 아이프리가 비밀인 이유는 아이돌 프린세스를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를 위반하기 때문이다.
아이프리는 분명히 위험한 게임이다. 플레이어가 아저씨라면 더욱 그렇다. 넥타이를 꽉 조이고, 선배와 거래처에는 깍듯하게 대하고, 여유는 최소한으로 두고 솔선수범 성실하게 노동하되 질병을 얻거나 번아웃이 오지 않도록 컨디션을 조절해야 하는 아저씨가 ‘아이돌’로도 모자라서 ‘프린세스’를 추구하는 데에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렇다고 당신이 ‘여아’라고 해서 아이프리가 완전히 안전하고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1]. 당신이 어른이라면, 아주 오래된 기억을 되짚어보자―‘공주병’이라는 표현이 가장 효과적인 인신공격으로 작용하는 것은 초등학교 교실이다.
아이프리는 자의식과 미의식의 과잉이자,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마이캐릭터’의 신체성과 퍼포먼스에서 우리 자신을 보게 하는 해리 현상이다. 그것은 비밀이 될 수밖에 없다.
바비니쿠
원조 아케이드용 미소녀 옷 입히기 카드게임이었던 『멋쟁이 마녀♥ 러브 and 베리』(2004)[2]는 큰 틀에 있어서 ‘프리파라’나 ‘아이프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가지고 있는 의상 카드의 바코드를 게임기에 스캔해서 가상의 미소녀를 코디하고, 라이브 무대를 상징하는 리듬게임을 플레이해서 점수를 얻고, 플레이 보상으로 얻는 새로운 의상 카드는 다음 게임 플레이로 이어지는 원동력이 된다.
차이점은, 『러브베리』에서 플레이어는 스티커북을 열어 옷 입히기 스티커를 붙이듯 ‘러브’, ‘베리’, 혹은 ‘미샤’의 의상을 고르고 그들의 라이브를 대리로 플레이했다면, 이후에 발매된 게임들에서는 플레이어 자신의 아바타가 되는 캐릭터를 스스로 이름 붙이고 기본적인 신체 부위의 단위에서부터 커스텀한다는 점이다.
나아가서 아이프리에서는 ‘마이캐릭터 룸’이라는 웹페이지와 연동하여 간단한 프로필을 작성하거나, 남의 ‘마이캐릭터’ 사진에 ‘좋아요’를 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로써 기존에는 픽션 속 캐릭터의 코디력과 댄스력을 키우는 일종의 육성 게임에 가까웠던 러브베리의 장르적 지향성으로부터, 아이프리에 이르러서는 플레이어 자신의 가상의 육체를 치장하고 공유하는, 말하자면 VRChat에 가까운 이입형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변형되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VRChat 이용자 및 ‘버추얼 유튜버’들을 표현하는 용어 중 ‘바비니쿠’라는 단어가 있다. ‘바비니쿠’ 혹은 ‘버미육’은 ‘버추얼 미소녀 수육(バーチャル美少女受肉)’의 줄임말로, 대개 지정성별 남성인 사람이 버추얼 아바타를 통해 미소녀의 육체로 활동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바비니쿠에 관한 연구는 바비니쿠가 대체로 수육자에게 기존의 신체로는 불가능했던 표현의 자유로움을 가져다준다는 경향성을 발견해 왔다. 여기에는 버추얼 미소녀의 육체를 수육하는 이의 ‘현실’ 내지는 비-버추얼 육체는 미소녀가 아니며 대체로 아저씨라는 전제가 있다[3].
체크 남방을 입은 육중한 프리파라 아저씨의 육체를 대리하는 늘씬하고 화려하고 어린 마이 캐릭터는 이러한 ‘바비니쿠’의 정의를 무리 없이 소화하는 듯하다.
여기서 잠시 “프리파라 아저씨” 밈에 등장하는 게임인 프리파라를 살펴보자. 마이캐릭터 룸 같은 웹페이지와의 연동도 없었고, 최신 티켓을 잃어버리면 그대로 플레이 데이터를 잃어버리게 되었던 프리파라의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은 단연코 ‘우정티켓’이다.
프리파라의 ‘카드’는 ‘티켓’의 형태를 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었다. ‘프리티켓’에는 공연 티켓이나 비행기 티켓처럼 절취선이 있는데, 절취선을 아래로는 플레이어의 세이브 데이터와 캐릭터에게 입힐 수 있는 의상의 데이터가 담겨있고, 절취선 위로는 친구에게 주는 ‘우정 티켓’이다. 플레이어가 우정 티켓을 게임에 읽어 들이면, 우정 티켓의 소유주를 플레이어 자신의 게임 세계에 불러올 수 있는 식이다.

이미지 2: 한국어판 프리티켓. 위쪽의 우정티켓을 뜯지 않은 상태이다.

이미지 3: ‘마이캐릭터 룸’ 웹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모두의 프리포토’ (왼쪽), WEB 프렌드 카드 (오른쪽).
프리파라와 아이프리버스 사이에 인터넷 기술은 한층 발전하여, 아이프리버스는 만나본 적 없는 이 세상 어딘가의 플레이어를 나의 아이프리 광장에 등장시키기도 하고, 생판 모르는 남의 라이브 사진에 ‘좋아요’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우정 티켓의 역할을 계승하는 ‘프렌드 카드’는 이제는 ‘마이캐릭터 룸’ 웹페이지에서 내려받아 스마트폰으로 공유하고 스캔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돈선필은 이러한 “기술적 여건이 마련”되었을 때 “온라인에 접속하는 그 순간에만 미소녀로 변신하는 유연성”이 발휘되어 “모든 선택이 외부가 아닌 내부, 즉 자기 자신에게서 시작”되는 것의 조건이 만족된다고 보았다. ‘우정티켓’이 전자 발송이 가능해짐으로써, ‘좋아요’한 아이돌 프린세스와 ‘친구’가 되어 ‘함께’ 라이브를 하고 사진을 찍기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상대가 프리파라 아저씨인지 프리파라 언니인지 어떤지 같은 사실은 완벽하게 아이프리버스라는 세계관verse 바깥의 영역으로 가려질 수 있게 되었다.
NPC와 플레이어 캐릭터와 플레이어의 경계선을 가로지르는 마이캐릭터
NPC(논-플레이어 캐릭터)와 플레이어 캐릭터, 그리고 플레이어의 경계는 때때로 모호해진다.
일반적으로 플레이어가 이입하여 조종하는 캐릭터를 플레이어 캐릭터, 플레이어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거나 움직이지 않는 캐릭터를 NPC로 총칭하는 듯하나, ‘컷씬’으로 대표되듯 플레이어 캐릭터를 플레이어가 조종할 수 없는 경우[4]도 있고, 반대로 NPC로 여겨지는 캐릭터를 조종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한 게임도 있다. 캐릭터를 ‘조종한다’는 개념의 정의에 질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정해진 스토리라인에 따라 UI가 지정한 범위의 움직임만을 실행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정말로 캐릭터를 조종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비평가 안준형이 서술하듯, “오히려 마치 내가 그의 정해진 운명을 재생할 뿐인 주인공 캐릭터의 대리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5].

이미지 4: 『아이프리』에서 ‘프렌드 카드’를 스캔하면, ‘프렌드’가 정중앙에 나타난다.
프리파라 및 아이프리에서 ‘우정티켓’이나 ‘프렌드카드’로 불러온 ‘친구’는, 실은 QR코드의 데이터에 저장된 신체부위와 의상의 조합을 불러올 뿐, 친구의 당장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환되고 움직임은 게임 코드에 내재된 모션을 재생할 뿐이라는 점에서, 이 행위를 멀티플레이어 게임이라고 부르는 것은 일반적인 용례로는 어려울 듯하다. 그렇다면 아이프리 게임 속 친구는 NPC라고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앞선 논의와 같이, 플레이어의 주관으로 정해진 마이캐릭터 파츠와 의상을 불러와서 짜여진 움직임을 재생한다는 점에서는 ‘마이캐릭터’ 역시 ‘친구’와 다르지 않다. 안준형은 현실 세계를 불완전하게 재현하는 가상 세계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NPC의 다양성”의 한계를 든다. 아이프리버스에서 만나는 다른 플레이어들의 아바타는 NPC와 동일한 모션으로 움직이더라도, 누군가의 주관과 취향이 반영된 의상과 누군가에게 고유한 이름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으므로 “복제인간”의 혐의를 벗어나는 듯하다[6].
마이캐릭터는 대개 짜여진 대로 움직이는 만큼, ‘버그’를 위시한 예기치 못한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다. 아이프리버스에서 플레이어가 리듬게임을 잘 치거나 엉망으로 치면 스코어에 다소간의 영향을 주고, 그로 인해 아이템의 획득에 차질이 생길 수는 있으나, 예상치 못하게 캐릭터의 움직임이 흐트러지거나 멈추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매끄럽게 최적화된 그래픽의 재생에는 실패의 가능성도, 망설임도 없다. 반면, 기존의 바비니쿠 관련 논의의 중심이 되는 버추얼 유튜버나 VRChat 아바타는 마이캐릭터와 달리 컴퓨터 코드로 짜여진 각본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는다.
그러한 버추얼 유튜버들이 드러내는 사실은, 가상에서 현실을 감각하는 순간은 가상이 현실을 완벽에 가깝게 재현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가상이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고 발생하는 버벅거림과 균열 안에 있다는 사실이다. 현실의 표정이나 움직임을 버추얼 아바타에 반영하는 모션 트래커가 실패하는 순간에 우리는 버추얼 아바타 너머에 있는 사람의 존재를 떠올리고[7], 게임 맵의 제한된 범위는 순환하되 어느 순간 칼로 자른 듯 끝나버리지는 않는 우리의 물리적인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8].
버추얼 유튜버를 연구한 돈선필이 관찰하듯 “의도하지 않은 열화된 상태는 우리에게 실재하는 대상 특유의 정서를 전달”한다면, 열화의 여지를 인게임 UI로 단단하게 제한한 아이프리에는 비밀이 새어 나올 균열이 없는 듯이 보인다.
프리티켓의 절취선 사이로 새어 나가는 혁명적인 비밀에 관하여
영이의 저서 『게임 코러스』는 “코러스에서 발생”한 연극을 “UI의 연속체”인 게임에 비교한다. 고대의 연극에서는 배우가 무대에 올라가서 연기나 대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UI처럼 합창단이 비일상적이고 도취적 차원의 세계가 존재함을 나타냈다고 한다.
『아이프리』의 게임 세계도 연극 세계와 비슷하다. 동전을 넣고 QR코드를 스캔하여 플레이어 캐릭터를 불러오고 의상을 입히는 일련의 UI의 연속이 플레이어를 비밀의 세계로 불러온다. 마침 아이돌 게임인 아이프리의 세계는, 말 그대로 “무대 위의 디오니소스적 세계”(61)인 셈이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코러스는 ‘무대 위의 세계’ 속에서 자기 자신을 다시 발견하고, 결국 이 무대 위의 세계가 곧 자신들의 현실로서 실재한다고”(23) 깨닫고 실천하기 위한 장치였다. 영이는 게임의 UI가 연극의 코러스와 같은 본분을 다하기 위해서는, UI가 플레이어를 “배반”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게임 코러스>가 대표적 예시로 드는 <언더테일>에서는, “픽셀 그래픽 게임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게임이 갑자기 실사 그래픽을 사용”하거나 “게임이 화면 바깥으로 기어나와 게임 자신의 프로그램 제목까지 바꾸”는 연출이 플레이어를 배반하고 “플레이어를 경험적 현실로부터 ‘해방시켜주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61).
게이머 용어로는 ‘자유도’로 일컬어지는, UI가 허락하는 게임 속 움직임의 범위에 있어서 프리파라와 아이프리는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제한되어 있다. 앞서 서술했듯, 의외성이나 버그 등 “UI의 배반”으로 일컬어질 만한 현상이 일어날 확률은 극히 낮다.
그러나 프리파라의 가상 세계에는 균열이 있었다. 그 균열은 바늘자국처럼 일렬로 숭숭 뚫린 구멍의 모양으로, 인쇄업계에서는 그 균열을 가리켜 ‘미싱’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그 균열로부터 프리티켓을 “똑하고 반으로 나눠서 친구들을 컴플릿하자バキンと半分こで 友達コンプリートしよ[9]”는 프로파간다야말로 프리파라의 세계의 근본이었다.
우정티켓은 실물이기 때문에 반드시 물리적 ‘현실’의 세계에서 교환될 필요가 있었다. 프리파라 아저씨와 만나거나, 적어도 우편을 교환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자크 데리다라는 철학자나 일반우편으로 티켓을 교환한 경험이 있는 여러 프리파라 유저들의 기록에 따르면 우편물이 반드시 발신인으로부터 수신인에게 똑바로 도착하리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발신이라는 절차가 있었다는 사실로부터 벌써 비밀에는 균열이 나기 시작한다.
비록 프리파라 아저씨들의 ‘비밀’에 균열을 내는 기능을 대표적으로 도맡았던 우정티켓은 이제는 프리파라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아이프리는 여전히 카드 용지가 부족해지면 직원을 불러와야 하는 카드 게임이고, 여전히 커다랗고 알록달록한 게임기와 조그만한 의자와 동전 투입구와 카드 배출구가 있는 아케이드 게임이다. 질량 없이 플레이할 수‘ 없는 게임이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아이프리에서 프렌드 카드의 데이터를 불러 오거나, 마이캐릭터 룸에서 누군가의 사진에 좋아요를 찍거나, 아이프리 광장에서 다른 사람의 마이 캐릭터와 마주칠 때 떠올릴 수 있다. 그 순간, 각각 가상과 현실이라고 생각되었던 게임과 삶의 경계가 느슨해진다. 아이프리 아저씨는 자신이 모션 파일을 재생하는 소녀를 바라보는 감상자인 동시에, 그녀를 “추동하는 의지”[10]이자 그녀 “안의 사람[11]”이라는 사실을 마주한다. 그에게는 ‘아이돌’을, ‘프린세스’를 표현하고자 하는 능동적이고 반동적인 욕망이 있다.
2020년경 업로드된 프리파라 게임 OST 「Realize!」를 “완전 카피”한 남성을 찍은 유튜브 쇼츠의 조회수가 요사이 폭발적으로 올라, 2025년에는 프리파라의 음악과 댄스를 맡은 원본 아티스트 i☆Ris가 반대로 “완전 카피남”을 모방하는 영상을 틱톡에 게시했다. 여자 아이돌과 완전 카피 프리파라 아저씨가 “힘을 합쳐 두근거림을 발견力合わせて トキメキ探してく[13]”하는 프리파라의 전복적 가치를 “리얼라이즈”하고 있다고 해석하기에 손색없는 장면이다.

이미지 5: 통칭 “완전카피남 完コピニキ”로 알려진 남성이 「Realize!」를 완벽하게 따라하고 있다[14]. (왼쪽) / 「Realize!」를 포함한 프리파라의 OST 전반을 맡은 아이돌 유닛 I☆Ris의 공식 틱톡 채널에 게시된 영상[15] (오른쪽)
그리고 시스-헤테로-비장애인-신경전형인-성인 남성들의 가치로 가득한 사회를, 아이돌 프린세스들이 소녀들의 파라다이스에서 체득한 이데올로기로 모두 전복하고 만다면…… 프리파라의 제작사가 스스로 드러낸 욕망의 편린인 아래 사진이 만우절 농담에 그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