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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문화 비평 평론 웹진 | 게임제너레이션 GG
GG vol. 20 제3회 게임비평공모전 특집 제3회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 4편과, 게임비평에 관한 고민을 담은 글들과 함께합니다. [Editor's View]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에 부쳐 이경혁 2024년 10월 GG 20호는 제3회 게임비평공모전 특집호로 꾸몄습니다. GG는 처음 창간하면서부터 연 1회 게임비평공모전을 여는 것을 주 업무로 삼았고, 다행히 한 해도 쉬지 않고 성공적으로 공모전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제3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 발표 이경혁 2024년 진행된 제3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을 다음과 같이 발표합니다. [공모전수상작] 기계장치의 우주: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의 불능감에 대해 나원영 2022년 만우절 주간, 레딧의 거대한 땅따먹기 픽셀아트 프로젝트인 r/place에서 <레인 월드 (Rain World, 2017)>와 <아우터 와일즈 (Outer Wilds, 2019)>의 서브 레딧끼리 자그마한 동맹을 맺었다. ‘아우터 와일즈 원정대’의 로고를 중앙에 두고 양 게임인 플레이어 캐릭터인 슬러그캣과 화로인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으로 예쁘게 공유된 캔버스를 보고 있자면, 임시적이거나 느슨하게 맺어졌을 몇몇 r/place 동맹들에 비해 두 게임 간의 연합이 제법 어울리게 느껴졌다. 어쩌면, 필연적일지도 모를 만큼? [공모전수상작] 크리퍼가 부수고 간 자리 박정서 마인크래프트(Minecraft)는 겉시늉의 세상이다. 엉성한 외피 이미지로 포장된 네모난 객체들이 생태계를 이룬다. 또한 현실과 비현실, 매끈함과 모서리, 플레이어와 데이브(주인공), 원형과 변형 등 양립 불가능한 것들이 공존한다.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데이브의 몸으로 젖지 않는 비를 피해 귀가한다. 그리고 온기 없는 모닥불을 피워 몸을 녹인다. 방 안이 따뜻한 빛으로 물들면, 솜 없는 침대에 누워 깨어 있는 채로 잠에 든다. [공모전수상작] 〈Ib〉: 미술관이라는 공포 체험 윤수빈 2022년은 〈Ib〉의 공개로부터 10주년이 되는 해였다. 제작자kouri는 스팀을 통해 기존 〈Ib〉에 새로운 기능이나 디테일을 더한 리메이크판을 공개했다. 이듬해 2023년에는 닌텐도 Switch 용 〈Ib〉의 발매 소식이 공개되었고, 게임 홍보를 목적으로 게임의 전시를 재현한 ‘게르테나전’이 도쿄 시부야에서 열리기도 했다. [공모전수상작] 게임으로부터의 선택, 선택으로부터의 풍경-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과 <언더테일>의 제4의 벽 활용을 중심으로 김성은 퀀틱드림의 <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은 사람과 무척이나 유사한 안드로이드의 출현 이후, 그들이 사람처럼 감정을 느끼고 자유의지를 갖고 행동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라는 SF적 상상력 아래 제작된 게임이다. 스토리라인은 크게 수사 보조 안드로이드 코너, 가정용 안드로이드 카라, 그리고 칼이란 인물을 위해 특별제작된 안드로이드 마커스, 이 셋이 초점화자가 되어 진행된다. 인터랙티브 비디오 게임 장르답게 플레이어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여러 다른 엔딩을 볼 수 있다. 제3회 게임비평공모전 심사위원장 심사평 윤태진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이 올해로 벌써 세 번째를 맞이했다. 세 차례 모두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응모작들의 전반적인 수준이 계속 좋아졌다는, 어쩌면 뻔한 총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상향평준화라는 표현이 정확할텐데, 이는 ‘좋은 비평’의 요소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었다는 징표이기도 하겠다. 응모작들의 평균적인 형식적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게임쇼의 미래를 묻다 김재석 ‘게임기자가 되면 뭐가 좋아요?’. 최근 술자리에서 진로를 고민하던 후배가 물었다. 쉽게 답하기 어려운 대답이었다. 필자는 게임기자를 대변할 깜냥도 없을뿐더러, 글밥을 벌어 먹고사는 것이 날로 어려워진다는 사실은 굳이 게임기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아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게임비평의 쓸모 이정엽 게임 비평 역시 앞서 언급한 시의성이나 대규모 자본과의 관련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글의 형식은 게임 비평일 수밖에 없다. 자기 스스로에 대해 자문하지 않는 존재는 점차 자기 합리화의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현재 한국 게임이 처해 있는 다양한 위기들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별점·평점이라는 표면 박동수 별점의 역사를 짧게 훑어보자. 최초의 별점은 1820년경 영국의 마리아나 스타크가 펴낸 『유럽대륙 여행가이드』라 알려져 있고, 본격적으로 별점이 대중화된 것은 1920년대 시작된 ‘미슐랭 가이드’의 별점을 통해서다. 일상시뮬레이션, 현실을 편집하는 꿈을 꾸다 - <심즈> 시리즈를 중심으로 성훈 <심즈>는 특정 대상의 생활을 시뮬레이션하는 소위 ‘라이프 시뮬레이션(Life Simulation)’ 비디오 게임 중에서도 대명사 격에 위치한 시리즈다. 현대적인 직업을 갖고, 퇴근 후 집안일을 하며, 때에 맞춰 공과금을 내야 하는 생활을 다루는 <심즈> 시리즈는 “가장 말도 안 되는 판타지”를 실현하는 비디오 게임으로 예화 되기에는 부적절해 보인다. <심즈> 시리즈의 디자이너 윌 라이트(Will Wright)는 최초에 <심즈>를 구상했을 때 이 게임이 제공할 수 있는 즐거움을 회사에 설득하기가 어려웠다고 회고한다. No Game for Young Men Solip Park While some critics pointed out similarities between Kart Rider and Nintendo’s Mario Kart series, this controversy did not concern its players, especially the young kids already enjoying the game—myself included. Kart Rider marked a pivotal moment in Nexon’s history, peaking at 200,000 concurrent players (in a country of 50 million people), dominating the PC-bang market, and reaching 10 million registered accounts in 2005, within just a year of its release. In 2023, after 18 years of service, Kart Rider was replaced by its sequel, Kart Rider: Drift, though the reception to this successor has been mixed and is still unable to surpass the legacy of its predecessor. 전업 게임평론가의 솔직한 고민 이경혁 경험과 지식, 둘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딱 잘라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둘 모두가 필요한 것이 교양을 딛고 서는 게임평론의 전제가 된다는 생각은 굳건하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대중성은 오히려 게임평론에 필요한 요소 중 이 둘보다 후순위에 선다. 경우에 따라서는 훌륭한 게임 경험과 이를 적절히 일반화하고 풀어내는 지식의 조화만으로도 대중성은 완성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논문세미나] 미국에서의 비디오게임 비평에 대한 개론 - 2017 (원제: Videogame Criticism and Games in the Twenty-First Century) 김지윤 이번 논문 세미나는 비평 공모전 특집에 맞춰, 시카고 대학 영화 및 미디어학과와 영문학과 연구 교수인 패트릭 자고다(Patrick Jagoda)가 2017년에 쓴 "비디오게임 비평과 21세기 게임"을 다루고 있다. 자고다는 시카고 대학에서 웨스턴 게임 랩(Weston Game Lab)과 미디어 아츠 앤 디자인(Media Arts and Design, MADD) 학부 프로그램의 책임자로서, 시카고 대학을 북미 게임 연구의 중심지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인터뷰] 디지털게임 다양성/접근성 가이드북 제작, 스마일게이트 D&I실 이경진 실장 김지수 "이런 사람도 게이머고 저런 사람도 게이머고, 아직 게임을 하지 않은 사람들도 게이머가 될 수 있다라고 확장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우리가 대중 문화로서의 게임의 위상을 스스로 높이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에버랜드에서도 ‘게임문화축제’라고 해서 게임 IP를 가지고 행사를 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게임이 굉장히 대중적인 매체가 되어서 놀이공원에 아이들하고 함께 가서 즐길 수 있는 그런 상황이 된 거잖아요. 그렇다면 게이머라고 했을 때도 게이머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나는 게 앞으로 수익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마인드셋이라고 생각해요." SNS에서 게임제너레이션의 새로운 소식을 받아보세요. 게임제너레이션 메일 구독하기 새로운 업데이트와 뉴스를 등록하신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Enter your email here Sign Up Thanks for submit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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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 게임의 역사도 반세기에 이르면서 레트로 게임에 대한 선호가 일련의 마니아적 현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레트로, 복고라고 불리는 이들 현상은 한편으로는 게이머 세대의 나이듦을 보여주며, 동시에 게임연구자들에게는 이제 게임에서 '클래식'이란 무엇인지를 정의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음을 알려준다. 8bit era in china This article looks to the 8 bit gaming history in China to illuminate the Chinese gaming industry of today, one that earned 2786.87 billion yuan in 2020 (GPC et al. ) . While becoming the world's largest game market, Chinese gaming industry has also attracted worldwide attention. However, despite our fascination with the great success of the Chinese gaming industry in the 21st century, we should not forget the road ahead. Looking back on the early challenges that China's 8 bit gaming industry ever faced is an essential prerequisite for us to understand the industry’s current success. Therefore, this paper will analyze the Chinese 8 bit game and its history. Read More Inside BIC 2021- 감염병 시대의 인디게임페스티벌 참관기 부산행 전날, 병원에 들러 코로나 PCR 진단검사를 받았다. 부산인디커넥트 페스티벌(BIC Festival)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입구에서 PCR 음성 확인증(혹은 백신 접종 완료증)을 제시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작년 BIC-2020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감염병 상황으로 인해 온라인으로만 진행되었지만, 올해는 철저한 방역 절차 아래 오프라인에서도 행사가 개최되었다. 이렇듯,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지금 이 시대의 대표적인 정서를 하나 꼽아보자면 ‘불안’이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감염자가 내 주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혹은 모르는 사이에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다닐 수 있다는 불안감이 어딜 가든 짙게 깔려 있다. Read More [Editor's view]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근래들어 출시되는 많은 게임들을 묶을 수 있는 하나의 키워드는 ‘복고’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이 넘은 게임들이 새로운 플랫폼과 형식으로 다시 현역 복귀 신고를 줄줄이 하고 있는 분위기다. 왕년의 인기 게임들은 함께 성장해 이제는 중장년에 이른 게이머들에게 추억을 앞세우며 다시금 인기를 몰았다. 가장 최근 출시한 <디아블로 2: 레저렉션>은 20여년 전 게임규칙을 그대로 가져왔지만 PC방 게임순위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Read More [북리뷰] 스테이지를 전환하자는 제안, 〈모럴컴뱃〉 따라서 필요한 것은 ‘컨트롤러를 집어들고 게임을 계속 즐기면서’(246쪽) 게임에 대해 계속 대화하는 것이다. 〈모럴컴뱃〉은 게임에 대한 대화를 하기에 아주 좋은 책이다. 310개에 달하는 각주는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연구와 부정적인 연구를 포함하면서 게임에 관한 주요한 사건에 관한 자료들을 포함하고 있다. 게임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든 이 책의 자료를 통해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거기에서부터 새로운 호기심이 찾는 여정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Read More Oldies But Goodies - 클래식 게임의 조건 그래서 다시 클래식 게임이다. 그의 분투는 눈물겹다. 이 보다 더 순수할 수 없을 그 시대만이 줄 수 있는 순정의 게임 경험과 이를 통한 자수성가형 성취감을 제공한 클래식 게임은 게임 미디어의 '형식'으로서 명예의 전당에 봉인되는 순간, 수 많은 아류작과 온전한 장르의 모태가 됨으로써 태를 바꾸어 '미디어'로 존재한다. 이렇게 미디어로 명명된 클래식 게임은 상징으로 일반화되고, 상징을 통해 제시된 '기대'는 클래식 게임 고유의 경험을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재현하고 확장한다. Read More ‘인디게임’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반지하게임즈 이유원 대표 인디게임의 범주에 관해서는 여러 행위자의 관점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바, 모두를 만족시킬 온전한 합의점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관념적인 개념어의 범주와 상관없이 지금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며 인디게임의 가능성을 확장시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호에서는 ‘반지하게임즈’의 이유원 대표를 만나 그가 정체화하고 있는 인디게임은 어떤 개념이며 지향점은 무엇인지 살피고자 한다. 2021년 9월,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이 직접 반지하게임즈 스튜디오를 찾아갔다. Read More 〈디아블로〉 시리즈의 역사로 바라보는 블리자드의 변화 2021년 2월 20일에 시작된 블리즈컨라인(BLIZZConline)의 분위기는 어수선하기만 했다. 2005년 10월 처음 개최된 블리즈컨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가 자신들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는 팬들을 위한 축제로써 기획되었다. 하지만 지난 몇년간의 블리즈컨의 분위기는 분명 예전과 달랐다. 제작자와 게임 팬의 화합의 장이었던 블리즈컨이 끝나면 항상 팬들의 열화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지만, 최근 들어 함성은 잦아들고 작은 수근거림이 더 많이 들리기 시작했다. Read More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단절을 넘어서-퀘이크 리마스터 최근 다수의 리마스터 타이틀이 얼굴을 비추고 있다. 과거 발매되었던 게임의 비주얼이나 시스템을 조정해 다시금 선보이는 리마스터 / 리메이크들이 예다. ROM 혹은 디스크 등의 형태를 넘어서 디지털로 복각되고 라이브 서비스를 진행하는 MMORPG 또한 ‘클래식’이라는 이름을 달고 과거의 빌드를 그대로 서비스하는 사례도 여럿이다. Read More 나는 아직까지도 현역 게이머 - 레트로게이머 꿀딴지곰 인터뷰 네이버 지식인을 통해 기억에서 희미해진 4,000여 개의 고전 게임을 찾아주고 이제는 유튜브로 영역을 넓혀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그는 국내 몇 없는 ‘레트로 게이머’이자 ‘레트로 게임 컬렉터’다. 그를 만나 레트로 게임의 현주소와 그가 생각하는 과거, 현재 게임의 접점을 물었다. 쉼 없이 흘러나오는 전문용어와 자세한 게임의 예시들 그리고 이제 중년이 된 그가 회고한 어린 날의 추억 이야기로 현장엔 웃음이 마를 새가 없었다. 그날의 대화를 정리한다. Read More 노년게이머에에게 경외와 동료애를 - 그레이게이머 연구의 필요성에 대하여 <리그 오브 레전드>가 처음 들어와 국내에서 조금씩 바람을 일으키던, 아직 프로씬은 만들어지기 전이었던 그 시절 전국구 고수로 이름을 떨치던 사람 중에는 ‘황충아리’라는 게이머가 있었다. 챔피언 ‘아리’ 장인으로 유명한 그였지만 ‘아리장인’ 보다 그는 ‘황충아리’로 더 이름을 떨쳤는데, 이유는 그가 노장 게이머였기 때문이었다. ‘삼국지연의’에서 노장 캐릭터로 유명한 황충의 이름이 그에게 붙었지만, 그의 당시 나이는 겨우 30대 중반이었다. Read More 레트로 시대 한국 게임비평의 흔적들 지금의 한국에서 게임 평론 시도들은 일부 웹진의 기자들을 통해 이루어지거나, 일부 게임평론가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꾸준히 평론을 지면에 생산하는 게임평론가는 매우 적다. 이렇다 보니 국내에 게임 평론계는 의미 있게 존재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25년 동안 한국 게임계는 대체 무얼 한 걸까. 이렇다 보니 실제 게임평론을 생산하지 않는 자칭 평론가들은 자신들이 최초의 게임평론가라고 이야기하는 웃지 못할 상황들도 벌어지고는 한다. 이런 점을 정리하려면 먼저 과거에 있었던 게임비평에의 시도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Read More 레트로를 다시 소환하는 인디게임의 방식들 이런 점에서 레트로 장르를 계승하는 인디 게임들이 평론가와 대중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자명하다. 올드 게이머와 뉴 게이머를 이어주는 인디 게임들을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팬덤은 게이머의 확장된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 올드 게이머에겐 추억을, 뉴 게이머에겐 신선함을 말이다. 어찌 보면 레트로 게임, 장르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린다. 누군가에겐 레트로일 수 있지만, 다른 이들에겐 새로운 게이밍일 수 있다. 인디 개발자들의 레트로 장르 경의와 찬사는 게임 과거 게이밍과 현대 게이밍을 이어주는 가교를 만들어 주고 있다. Read More 모험가들은 다시 고향을 찾을 수 있을까? : 게임과 노스탤지어 2015년 9월 1일 게임 개발자 론 길버트(Ron Gilbert)는 자신의 블로그에 ‘Happy Birthday Monkey Island(원숭이 섬 생일 축하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다. 그가 1990년에 개발한 어드벤처 게임 〈원숭이 섬의 비밀〉의 25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글이었다. 그는 글의 마지막에서 〈원숭이 섬의 비밀〉을 함께 만들었던 당시의 팀과 ‘이 게임이 25년간 살아 있을 수 있게 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 후, 오래전에 받은 한 통의 팬레터 사진1)을 첨부한다. 당시 12살이라고 밝히고 있는 크레이그 톰슨(Craig Thompson)이 그에게 보낸 것이다. Read More 모험은 그곳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 게임 속 여성 캐릭터들의 모험에 대하여 게임을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모험가가 된다. 평범한 일상을 벗어난 주인공이 되어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고 숨겨진 비밀을 파헤쳐 나가며 때로는 자신 안의 영웅적 면모를 깨워 세상을 구하기도 한다. 플레이어는 게임 속 세계 곳곳에 산재된 난제를 해결하는 모든 여정에 기꺼이 뛰어들며 게임을, 모험을 이어왔다. 게임과 모험은 그 궤적을 함께하며 게임을 경험하는 친숙한 방법론을 구축해왔다. 게임의 역사 자체가 일종의 모험기처럼 계속해서 쓰여지는 것처럼도 보인다. 이 글은 ‘게임’이라는 오래된 모험기를 다른 방향에서 펼쳐 본다. 거꾸로 펼친 모험기는 모험의 바깥에서 주인공의 모험이 무사히 끝나기만을 기다렸던 여인들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 Read More 변호사의 눈으로 본 역전재판 벌써 오래 전 이야기다. 토요일 아침이면 신문을 펼쳐 TV 편성표를 살펴보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곤 했다. 특히 “토요명화”나 “주말의 명화”에서 어떤 영화를 방영하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였는데, 넷플릭스도 IPTV도 없던 시절이니, 시간도 돈도 없는 학생에게는 영화를 볼 기회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편성표 옆에는 영화평론가들이 영화를 간단히 소개하며 별 5개 만점으로 나름의 평가를 달아두었는데, 별점이 높은 영화가 방영되는 날에는 종일 설레었던 기억이 난다. Read More 북유럽 레트로: 핀란드의 레트로게임 문화 핀란드에서 컴퓨터게임이 개발되기 시작한 것이 1970년대부터 였고 80년대부터는 상업화 되었으니 그 역사는 꽤 긴 편이다. 최초의 e스포츠 토너먼트 - 당시에는 “이스포츠”가 아니라 “핀란드 컴퓨터게임 챔피언십”이라 불렸다 - 가 1983년에 이미 개최되었으며, 90년대 초반에 이르면 게임플레이가 청소년들의 주요 여가활동으로 자리잡는다. Read More 역사적 트라우마와 유령의 소환술: 〈반교: 디텐션〉의 역사주의 이처럼 애매하고, 역설적이고, 공백으로 가득 찬 대안적 역사인식의 상징극장(학교)을 탐색하며 퍼즐 열쇠들을 수집하는 플레이어는, 유령이 된 채 부재하는 현재의 표식들을 이어붙이고, 역사의 버려진 시신을 가르는 부검의가 된다. “너는 나고, 나는 너다” 며 자신의 그림자에게 읊조리는 주인공의 대사처럼, 파편화된 상흔들은 수집과 탐색행위로 이뤄진 이 부검에 의해 점차 진혼된다. 플레이어의 부검은 사망 원인 추적에 그치지 않고, 망자의 부릅뜬 눈을 감기는 의식으로 연동되는 것이다. Read More 전자오락, 게이머, 인터페이스의 공진화 인터페이스는 설계에 투영된 이상을 정확히 구사하기 위해 발전할 수도 있지만, 우연한 계기들에 의해 손쉽게 그 설계가 변형되기도 한다. 변형된 인터페이스는 게이머들의 게임 실천 자체를 변형시키기도 하며, 이런 변화된 게임실천은 게임이 제공하는 경험의 변형을 가져오고, 게임성 그 자체를 다르게 느끼게 하는 효과도 가져온다. 이처럼 인터페이스는 단순한 입력장치이고,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 없는 게임의 요소라기보다는 게임을 구성하고 있는 하드웨어이면서 동시에 게이머와 연결되어 신체화된 기계적 대상물이다. 인터페이스는 게임의 설계에 따라 발전하거나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과 게이머는 물론이고 자신과 연결된 모든 환경과 함께 상호작용하며 변화무쌍하게 공진화(co-evolution)하는 과정 안에 놓여있다. Read More 중국의 레트로 게임: 8비트 시대의 흔적들 21세기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산업 규모를 구축하고 있는 중국이지만, 그 이전의 상황이나 흐름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저자는 그 이전의 역사, 그러니까 ‘8비트 게임 시대’를 고찰함으로써 오늘날 중국 게임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라 이 글은 중국의 8비트 게임 시대를 조망하고 그 역사가 지닌 함의를 논한다. 이 글은 또한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의 초기 게임사를 다룬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것이다. Read More 초기 3D 그래픽의 미학, 인지적인 디지털 물성에 관하여 2010년대를 중심으로 다시 반짝였던 포스트 디지털 담론에서 이어지는 미술 작업의 비쥬얼은 그 이름에 걸맞지 않게 최신의 리얼한 그래픽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차라리 그들의 작업에서 나타난 비쥬얼적 특징은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중반까지 볼 수 있었던 낮은 품질의 3D 그래픽에 가까웠다. 이는 보다 리얼하고 현대적인 3D 그래픽 이미지를 미술 작가 개인이 구현하기에는 소요되는 자본과 기술의 한계가 따른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자면 적당한 수준의 3D 그래픽을 구현하는 데에 있어서는 굉장히 접근성이 용이해졌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그들은 로우-파이하고 한편으로는 레트로, 노스탤지어적인 기억과 선명함이 억압되는 특정한 디지털 이미지의 미학에 기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Read More
- e스포츠의 미래를 위하여 - 젠지글로벌아카데미 백현민 디렉터
< Back e스포츠의 미래를 위하여 - 젠지글로벌아카데미 백현민 디렉터 03 GG Vol. 21. 12. 10. 오늘날의 게임 생태는 많은 특수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e스포츠는 ‘보는 게임’으로의 전환이 가장 대표적으로 일어나는 영역이다. e스포츠의 시청자층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으며, 그 안에는 직접 게임을 하지 않지만 중계를 챙겨보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실제로 2012년에 1억 3000만이었던 세계 e스포츠 시청 규모는 2023년에 6억 4,600만 명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 있어 우려도 존재한다. 급변하는 게임 환경 속에서 e스포츠 시장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속 빈 강정이 되지 않을지에 관한 우려이다. 그런데 이러한 우려처럼 게임 생태는 급변할 수 있음에도, 다음 세대를 바라보고 나무를 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얼핏 보면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게임과 교육을 접목시키려 한다. 심지어 게임 교육기관이 미국 대안학교로 인증을 받고, 유수의 대학들과도 연계했다. 이들은 e스포츠에 대해서 어떤 상(想)을 그리고 있는 것일까? 젠지 글로벌 아카데미(GGA, 이하 GGA)의 백현민(Joseph Baek) 디렉터를 편집장이 만나고 왔다. 편집장: 기본적으로 아카데미가 가지고 있는 비전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해 주세요. 백현민 디렉터: 저희의 비전은 저희 학생들이 e스포츠 내에서 성공적인 길을 걷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의 성공은 단순히 게임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에서 각기 다른 꿈을 이루는 것입니다. 편집장: 그러면 그 비전 속에서 학생들의 일과나, 한 학기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등 아카데미의 실제 운영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백현민 디렉터: 먼저 젠지 엘리트 e스포츠 아카데미(GEEA)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GEEA는 국제학교로서 학업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엘리트 학교에서 하루 4시간 고등 교육에 해당하는 수업을 받고 그다음에 저희 건물로 넘어와서 e스포츠 관련 교육을 받게 됩니다. 이때, 수업들은 블록 스케줄 식으로 운영이 돼 월, 수 / 화, 목을 나누어 각기 다른 수업을 하고, 금요일은 선택 과목을 듣게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e스포츠에 관련해 제공하는 교육은 게임 이론 즉, 영상을 보면서 게임에 대해 배우는 부분도 있고, 스크림을 통해서 팀플레이를 배우는 부분도 있고, 금요일 선택 과목 같은 경우에는 e스포츠의 역사나 e스포츠 업계에 관하여 배우는 부분도 있습니다. 특히 교육적 관점에서 저희 GEEA의 특별한 지점은 단순히 게임을 더 잘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개별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끔 가르친다는 부분입니다. 많은 학부모님이 저희한테, “자녀가 예전에는 잠도 안 자고, 밥도 제때 안 먹었고 게임을 했는데, GEEA 수업을 듣고 나서는 새벽 1시에도 영어 숙제를 하고 있었다”는 말씀들을 해주십니다. 이처럼 학업이나 일상적인 부분에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데, 저희는 이런 학업적인 성장이 그들의 게임 플레이에도 반영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 학생들의 평균 티어가 다이아 3이었을 때, 평균 티어가 다이아 1인 다른 학원과의 스크림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이는 저희 학생들이 피지컬 쪽에서 떨어지더라도 팀플레이로 부족한 부분들을 메꾸었기 때문입니다. 편집장: 결국 게임 플레이라는 것이 그냥 ‘논다’는 의미로만 묶이지 않는 것 같아요. 학업도, 게임도 일종의 사회 활동이고 이런 활동을 통해 게임 플레이에서도 기존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보고 계시는 거지요? 백현민 디렉터: 네. 맞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내용을 기반으로 저희의 두 번째 주요 프로그램인 GGA 온라인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GGA는 온라인 학원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편하실 겁니다. GGA 온라인은 개개인의 역량에 맞춘 굉장히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프로 선수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경우에 ‘이번 플레이가 좋았다’, ‘안 좋았다’는 식의 단순한 피드백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저희 코치님들 같은 경우에는 ‘이 순간에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니면 ‘팀원의 플레이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는지’ 등 세부적으로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이 학생의 게임 실력뿐 아니라 소통하는 방법 등 인간적인 영역에서의 성장을 돕는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저희 학생들끼리도 ‘우리는 어떤 전략을 갖고 있었지?’ ‘그 전략이 왜 성공했지?’ 등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소통을 합니다. 이러한 초점은 많은 학생들이 더 빠른 속도로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게 도와주고 있습니다. 편집장: 요즘에는 사설이나 과외 형태로 개인 강습을 받는 학원이나 프로그램이 많은데, GGA 같은 경우에는 그냥 게임을 잘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백현민 디렉터: 네. 저도 그 부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저희는 최고의 선수가 단순히 게임 실력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게임을 통해서 인간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학생들은 더 높은 티어의 선수들과 스크림을 해서도 이길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점수나 티어 등에 신경 쓰지 않고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서 인간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제가 미국에 있었을 때 학원을 운영했었는데 다른 학원들을 보면 굉장히 대표적인 한국 스타일, 그러니까 시험 점수를 올리는 것을 강조하고, 시험을 볼 때 필요한 전략이나 노하우, 팁들을 굉장히 중요시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연습을 하다 보면 시험 점수는 올라가겠지만, 시험 점수 이외에는 얻는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 학생들에게는 내용을 이해하고 이 내용이 왜 중요한지 강조하곤 합니다. 그리고 GGA에서도 학생들이 전반적으로 성장을 함으로써 티어가 함께 올라가고 있습니다. 편집장: e스포츠 선수들 같은 경우에 한동안 인성 문제로 굉장히 논란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e스포츠 플레이에 대한 교육을 받는 데 인성에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가 되고 있나요? 백현민 디렉터: 네. 저희도 그런 부분들을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좀 상대적으로 덜 언급되는 부분이지만, 미국에서는 굉장히 강조되는 부분이 ‘소프트 스킬’이라는 것입니다. 어떤 직업에서 필요한 전문적 지식이나 능력이라기보다 팀워크나 리더십, 소통, 적응력 등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는 부분들을 소프트 스킬이라고 하는데, 하버드 조사에 따르면 직업에서 성공을 결정하는 요인의 85%가 소프트 스킬이라고 합니다. 저도 많은 프로 선수들이 과거 인성 문제로 논란이 되어 있었다는 걸 알고 있고, 그것 때문에 아직도 e스포츠의 평판이 안 좋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다음 세대의 선수들의 인격을 육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바라는 부분은 다음 세대 선수들이 좋은 쪽으로 업계를 대표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세대에 투자함으로써 e스포츠 업계가 장기적으로 성공적인 미래를 가질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 홈페이지에 게시된 GEEA의 수업 사진 편집장: 아카데미의 첫 번째 사업이 일종의 대안 교육의 형태이면서 한국에서는 생소한 방식입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생소함이 같이 있는데 첫 번째는 게임을 가지고 교육을 한다는 생소함. 두 번째는 게임이 아니더라도, 스포츠와 교육을 병행한다는 생소함입니다. 한국의 엘리트 스포츠는 교육과의 병행을 목표로 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이 교육이 정말 성과가 있을지 실제로도 학부모들로부터 질문을 많이 받으실 텐데 주로 어떻게 답변을 하시나요? 백현민 디렉터: 네. 학부모님들이 그런 걱정을 많이 하세요. 특히 한국에서는 학업과 스포츠를 병행한다는 일에 대해서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오히려 전통적인 스포츠보다 e스포츠가 학업과 병행하기에 더 적합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전통적인 스포츠는 신체적인 부분에 많이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e스포츠는 기술적이고 전략적인 부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서 그런 부분들이 인간적인 성장 혹은 학업적인 성장을 많이 유도해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 학생 중에서는 학교에서 성적이 굉장히 안 좋거나 학교를 자퇴한 학생들이 있었지만, 저희 프로그램을 통해서 대학교를 간 사례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런 e스포츠의 특징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 한 학생 같은 경우에는 저희한테 처음 왔을 때 실력이 그렇게 특출나지는 않았지만, 저희 프로그램을 거치고 현재 오버워치 팀 서울 다이너스티의 선수로 등록이 되는 쾌거를 이루어냈습니다. 이런 성공 사례들을 기반으로 전에는 학교에서 성적을 잘 못 내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성적을 잘 내는 학생들도 저희 프로그램과 함께함으로써 자신의 미래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서 많이 오고 있습니다. 편집장: 대안학교 이야기가 나왔는데, 젠지 아카데미는 대안학교로의 기능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시나요? 백현민 디렉터: 먼저 GEEA는 공식적으로도 대안학교로 인정을 받고 있고요. GGA 온라인의 경우, 대안학교는 아니지만 결국은 GEEA와 같은 결과물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GGA 역시 e스포츠 교육을 중점으로 하고 있지만, 저희 프로그램을 통해서 외국으로 유학 가거나 한국 내에서 대학교를 진학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편집장: 고등학교를 대안학교에 다닌다는 것은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데에서 오는 불안함이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게임의 특성상 경쟁을 하다 보니까 지거나 도태된다는 점에서 오는 불안과 스트레스가 있을 것 같은데, 혹시 그런 지점들에 대한 관리가 별도로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백현민 디렉터: 물론 학생들이 경쟁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코치들이야말로 그런 부분을 케어해 주시기에 가장 적합한 분들입니다. 왜냐하면, 저희 코치들은 전부 프로 경험이 있거나 업계에서 굉장히 오랫동안 일해온 분들이기에 게임 내에서의 승패와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를 깊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런 코치진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학생들을 잘 케어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안학교라는 게 남들과 다른 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요즘에는 그것이 성공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공부를 잘하고 좋은 대학을 진학하고 졸업한다고 해서 좋은 직업이나 좋은 미래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e스포츠라는 색다른 길을 감으로써 더 성장을 하고 더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편집장: 많은 학생들이 프로 게이머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아카데미에 문을 두드립니다만 모두가 알다시피 그 도달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당연히 많은 청소년이 좌절감을 느낄 것인데, 교육자의 입장에서는 그런 좌절감을 걷어내고 또 다른 길을 제시해 주셔야 하잖아요. 이에 어떤 길들을 주로 제시하시는지?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진출해서 본인도 만족하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사례가 있으신지 묻고 싶습니다. 백현민 디렉터: 둘 다 한꺼번에 대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많은 학생들이 저희 GGA를 찾아오는 이유는 프로 선수가 되고 싶다는 부분이 맞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학생들에게 얘기하는 것은 ‘GGA가 자동으로 프로 게이머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꿈을 좇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점입니다. 다만, 조금 더 생산적인 방법으로 꿈을 좇게끔 도와주는 것인데, 프로 선수가 된다는 꿈 하나만 너무 좁은 초점으로 바라본다면 프로 선수가 되기를 실패했을 때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게 너무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학생들이 좀 넓은 시야를 갖고 다양한 가능성을 바라보게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대학에 진학한 친구를 사례로 말씀드리자면 그 친구 같은 경우에는 프로 선수가 꿈이었지만 나이나 기타 상황의 문제로 프로 선수가 되지 못했고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새로운 꿈으로 삼았지만 그것도 잘 안 됐습니다. 하지만 저희 프로그램을 통해서 미국의 캔터키 대학에 40% 장학금을 받고 진학을 할 수 있었고 지금도 캔터키 대학에서 e스포츠 관련 부분에 대해 리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 학생 같은 경우에는 저희 젠지 재단에서 후원을 받고 젠지와 인턴십 경험까지 하면서 꿈을 확장시킨 사례입니다. 프로 선수라는 원래 꿈은 실패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저희는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대안이나 다른 커리어를 제공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편집장: 한국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일 것 같은데요. 홈페이지에 지금 나와 있는 소개를 보면 미국 대학으로의 진출 케이스들이 많은데 현실적으로 한국 학부모들은 아카데미 출신이 한국 대학에 특례 입학 하기를 바라고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이에 대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백현민 디렉터: 네. 저희도 한국 대학과 파트너십을 맺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사실 아직도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는 게임을 공부에 방해가 되는 것으로 보거나 애들이 스트레스 풀려고 하는 것이라고 가볍게, 혹은 안 좋게 보는 시선들이 많습니다. 이에 저희는 e스포츠를 보는 시선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스포츠와 게임 업계는 전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미래에 성장할 일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e스포츠라는 업계가 책임감 있고 긍정적이며 생산적인 방향으로 성장해 나가려면 이런 시선을 바꿔야 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한국의 대학들이 시선을 바꿀 수 있게끔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저희 졸업생 한 명이 이번에 한성대학교에서 20% 장학금을 받고 진학하게 된 케이스가 있습니다. 한성대학교는 ‘리그 오브 레전드’ 관련 신설 학과를 개설했습니다. 그리고 저희 졸업생은 아니지만 GGA 학원을 경험한 학생도 비슷한 목표를 달성한 학생이 있습니다. 편집장: e스포츠는 굉장히 큰 산업이죠. 그러나 동시에 우리가 항상 가지고 있는 우려, 즉 하나의 게임, 하나의 장르가 영원할 수 없다는 리스크도 분명히 있습니다. 만약 한 장르가 쇠퇴했을 때, 그 길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막막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으실지 묻고 싶습니다. 백현민 디렉터: 네. 말씀하시는 부분도 분명히 우려가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같은 사례가 있다시피 게임 종목이 갑자기 퇴보할 수도 있고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일단 다양한 종목을 가르치고 있고, 무엇보다 저희에게 중요한 것은 게임 자체라기보다 게임이라는 도구를 통해서 인간적으로 학생들이 성장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고 새로운 게임, 새로운 종목들이 나오면 그것을 통해서 또 미래 학생들을 성장시키는 데 노력하려고 합니다. 편집장: 마지막으로 한국 사회에서 게임이, 그리고 e스포츠가 어떤 식으로 인식되면 좋겠다라는 꿈이 있으실까요? 백현민 디렉터: 중요한 것은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뀔지에 관한 것일 것 같습니다. e스포츠를 사랑하고 e스포츠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업계가 더 성장하지 못한 이유는 사회적으로 안 좋게 바라보는 시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선수들이나 코치, 매니저 등 e스포츠라는 환경 자체는 만들어져 있었지만, 프로페셔널하지 않다거나 체계적이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선을 바꾸고 e스포츠라는 업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리더들이 필요한데, 이 리더들은 e스포츠에 대해서 열정만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의 분야에 대한 전문가여야 합니다. 그 분야가 마케팅이 될 수도 있고, 영업이나 스폰서십이 될 수도 있고 교육이 될 수도 있는데, 그런 분들이 많아지면서 e스포츠가 성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e스포츠 배경이 아니라 교육 배경을 가지고 있고 저희 CEO님 같은 경우에도 메이저리그 야구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e스포츠를 사랑하면서 자기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많아질수록 업계가 성장할 뿐만 아니라 다른 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미디어문화연구자) 서도원 재미있는 삶을 살고자 문화를 공부합니다. 게임, 종교, 영화 등 폭넓은 문화 영역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 그 많던 '스타크래프트' 게이머들은 어디로 갔을까
< Back 그 많던 '스타크래프트' 게이머들은 어디로 갔을까 14 GG Vol. 23. 10. 10. 한때 대한민국을 휘어잡던, ‘한국인의 민속놀이’라는 별칭이 너무도 잘 어울렸던 ‘스타크래프트’는 이제 다른 의미로서의 민속놀이가 되었다. 모든 한국인이 할 줄 안다고 생각하기에 붙었던 민속놀이라는 이름은 이제 ‘틀딱들이나 하는 게임’이라는 의미로 변해가는 중이다. 새롭게 태어나 온라인게임에 진입하는 청소년들은 더 이상 ‘스타크래프트’를 플레이하지 않고, 혹시라도 중년들이 ‘라떼는 말이야~’로 ‘스타크래프트’ 이야기를 시작하면 시큰둥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또 한켠에서 ‘스타크래프트’는 여전히 성업중이다. 출시된 지 20여 년이 지난 게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스타크래프트’는 여전히 PC방 점유율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적지 않은 유튜버들의 콘텐츠 기반이 된다. 심지어는 공식리그 종료 후 다양한 인터넷 스트리밍을 통해 자체적인 리그가 자생할 정도니 그 생명력은 명실상부한 고전의 반열에 오른 게임의 것임을 느낄 수 있다. 흘러간 옛 게임이 되면서도 동시에 누군가로부터는 계속 플레이되는, ‘스타크래프트’의 오늘이 보여주는 독특한 모습은 과거 ‘스타크래프트’ 열풍의 중심에 있었던 90-00년대 기준 2-30대가 중년이 되면서 겪게 된 변화로부터 기인할 것이다. 지상파 TV 프로그램에서 ‘스타크래프트’ 성대모사를 해도 전국민이 알아들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당시의 분위기를 생각해 보면, 사실상 모든 젊은이들이 직간접적으로 ‘스타크래프트’에 엮여 있었던 어떤 시기가 있었음은 분명하다. 아마도 한국 게임 역사 속에서 가장 대중적인 게임이었을 영광의 순간을 만들었던, 그 많던 스타크래프트 플레이어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간 것일까? 게임과학연구원 게임과사람 센터는 2023년 중년 게이머 연구를 수행하면서 이와 같은 질문을 마주했다. 2020년대 기준으로 중년이 된 약 30여명의 게이머들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듣게 된, 그들이 ‘스타크래프트’를 떠나게 된 이유를 정리해 본다. 그냥 나이가 들어서, 오래된 게임이라서와 같은 당연한 이야기 이상으로 우리를 둘러싼 게이밍 환경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되새기게 하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라이트게이머는 로컬 플레이를 즐겼고, 그 로컬이 붕괴되어 떠났다 우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뻔한 이야기들을 간단히 짚고 지나가보자. 당연히도 당시 10대, 20대였던 플레이어들은 신체적 노화와 여가시간의 변화를 맞이하며 ‘스타크래프트’로부터 떠났다. 사실상 ‘스타크래프트’의 왕좌를 물려받았다고 평가받는 ‘리그 오브 레전드’로 왕년의 게이머들이 넘어가지 못한 이유도 대체로 여기에 있다. ‘스타크래프트’는 끝난 것 같고, 다른 게임은 뭐가 있나 보는데 새롭게 등장한 게임은 ‘스타크래프트’보다 복잡해 보이고, 멀티플레이 대전에서 딱히 이기기도 힘들어 보인다고 생각한 중년들은 아예 온라인 대전 게임을 벗어나고자 했다. 하지만 신체 노화(이는 실제로 생물학적 노화보다는 ‘나는 늙었다’라는 자기인지가 더 중요한 개념으로 쓰인다) 속에서도 ‘스타크래프트’라는 콘텐츠 자체를 좋아하는 이들은 조금 색다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일명 ‘컴까기’로의 전향이다. "스타의 최대 장점은 1대 7 pc 게임이 된다는 거예요. 혼자서 게임을 하기 좋죠. 치트키 써가면서 신나게 두들겨 패고 막 그런 것들이 되잖아요. 진짜 스트레스 해소인데, 규칙이랑 하는 법은 다 아니까요. (중략) 스타는 단축키가 몇 개 없어서 그나마 쉬워요." (C01) 인터뷰대상자 C01은 가볍게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던 게이머였다. 중년이 된 이후에도 그는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했지만, 과거만큼의 연습시간도 동체시력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그는 배틀넷 대전을 포기했다. 그는 집 PC에 설치된 ‘스타크래프트’로 1:7 AI대전(일명 컴까기)을 즐기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멀티에서 승패를 가리는 대전이 주는 스트레스로부터는 벗어날 수 있으면서도 여전히 적당히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방식으로서의 ‘컴까기’는 그에게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배우는 수고로움까지도 회피할 수 있는 적절한 여가로 남는다. C01의 인터뷰가 중요한 것은 그가 ‘스타크래프트’ 마니아로 분류되는 게이머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2000년대 ‘스타크래프트’ 붐을 형성한 인구의 대다수는 라이트 게이머였다. 커뮤니티에 모여 전략을 연구하고 e스포츠 중계를 챙겨보며 빌드를 연구하고 수련하는 하드코어 이용자보다 대중적 붐을 구성하는 데에 있어서는 라이트게이머들의 머릿수가 더욱 중요하게 작용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마니아들은 여전히 유튜브와 배틀넷에 남지만, 이들은 한 번의 열풍이 지나가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들이 빠져나간 이유는 그들이 ‘스타크래프트’에 열광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게임 콘텐츠 자체로부터 기인하는 문제는 아니었다. "친구들이랑 다같이 몰려다니는 재미였죠. 혼자 있으면 굳이 pc방에 가진 않았을 것 같아요." (C08) "스타를 하더라도 과거만큼 당연히 열심히 하지는 않는 것 같고 가끔씩 물어보면 그래서 같이 만나서 게임을 하기가 쉽지는 사실은 않은 것 같아요 ." (C06) 라이트게이머의 ‘스타크래프트’는 게임 그 자체보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교류의 수단으로서가 더 강했다. 배틀넷에서 익명의 상대와 1:1로 실력을 겨루기보다 이들의 플레이는 주로 다같이 모여 PC방에 가서 2:2, 3:3의 대전을 벌이는 형태였다. 간혹 모인 친구들의 숫자가 홀수가 나오면 함께 팀을 짜서 배틀넷에 들어가거나, 이른바 ‘깍두기’를 껴주는 방식으로 플레이가 진행되었다.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온라인 멀티플레이라고 부르는 방식과는 구분된다 . ‘로컬 플레이’라고 이름붙여볼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기능을 사용하지만, 라이트게이머들의 플레이는 가급적 오프라인에서 이미 관계가 형성된 이들과 함께 즐기는 형태로 귀결되었다. 이들은 익명의 상대와 승부를 벌이는 것 자체에는 관심이 없거나 오히려 부담스러움을 느꼈고, 승패와 무관하게 함께 게임하고 노는 일을 중시했다. 올해 초에 국내에 번역된 C. T. 응우옌의 <행위성의 예술>에는 비슷한 개념이 등장한다. 응우옌은 플레이를 그 목적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하는데, 성취형 플레이와 분투형 플레이다.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면, 성취형 플레이란 게임이 텍스트 안에서 제시하는 규칙으로서의 목표가 플레이어의 목적과 일치하는 경우이고, 분투형 플레이는 그 목표와 목적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경우다. 배틀넷 기반의 온라인 익명 매치 멀티플레이가 성취형 플레이라면, PC방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지인들끼리 모여 벌이는 ‘스타크래프트’ 대결은 분투형 플레이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스타크래프트 ’ 붐의 중심을 이뤘던 라이트게이머들은 자신들이 ‘스타크래프트’를 떠난 이유로 더 이상 게임을 같이 할 사람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게임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그대로이고 적지 않은 이들이 배틀넷 상에 존재하지만, 애초에 배틀넷 익명 대전이 아닌 로컬 플레이를 즐겼던 이들에게는 나이가 들면서 자신이 게임하던 로컬 커뮤니티 – 학교, 동네, 회사 등 – 가 해체되면서 더 이상 게임을 같이 할 사람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수많은 ‘스타크래프트’ 라이트게이머들은 결국 나이가 들면서 생활하는 커뮤니티가 변화하며 ‘스타크래프트’를 왕년의 놀이로 추억하게 된 것이다. PC는 점점 더 보편 디바이스가 아닌 환경으로 가고 있다 2000년대의 라이트게이머들이 떠난 자리는 새롭게 자라난 세대가 채우면 될 일이다 . 그러나 새로운 세대의 로컬 플레이는 ‘리그 오브 레전드’가 차지했으니 ‘스타크래프트’가 들어갈 자리는 없다. 여기에 더해 새롭게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스타크래프트’는 다소 먼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바로 PC라는 ‘스타크래프트’ 구동 플랫폼의 위상이 맞은 변화다. 이 이야기는 아마도 ‘리그 오브 레전드’도 곧 맞이하게 될 변화일 것이다. “집에 PC가 있으면 집에서도 (스타를)하죠. 밤에 집에서 혼자 배틀넷 들어가서도 멀티 했어요.” (C03) “이것도 사실은 좀 불법 영역이긴 한데... 군대 내의 공식 PC방 말고도 업무용 PC에 스타를 깔아서 다른 사무실하고 연결해서 플레이하기도 했었어요. 원래는 안 되는 거지만.”(C06) ‘스타크래프트’는 기본적으로 PC에서 구동되는 게임이다. PC기반의 RTS게임은 키보드 + 마우스라는 인터페이스를 사용하고, ‘스타크래프트’의 조작은 실제로 마우스 없이는 플레이가 매우 어려운 형태로 디자인되어 있다. 초심자가 새로운 게임 하나를 배우기 위해서는 의외로 기본적인 인터페이스에 대한 적응이 중요하다. 처음 3차원 공간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들은 전후좌우로의 이동감각조차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고, 스틱을 사용해 복잡한 커맨드를 넣는 대전격투 게임은 그 숙련도 자체가 문제가 되어 뉴비 유입을 저해하는 요소로도 기능한다. ‘스타크래프트’의 키보드 + 마우스 컨트롤은 언뜻 보기에 쉬워 보이지만, 그것은 우리 시대가 키보드 + 마우스라는 인터페이스가 보편화된 시대라는 전제 안에서 성립하는 이야기다. 지금의 중년 세대는 1990년대에 이른바 ‘PC 교육 의무화 정책’을 거치면서 어린 시절부터 PC를 다루는 법을 익혔고, 각 가정에는 일종의 필수 가전제품처럼 PC가 한 대씩 놓이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2020년대를 기준으로 본다면, 가정이 구비하는 PC의 비율은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2009, 2003)의 ‘인터넷이용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한국 가정의 PC 보유율은 80.9%였으나, 2022년에는 56.2%로 10여년 사이 30%p 이상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PC 외의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디지털 디바이스 전반을 포괄하는 ‘컴퓨터 보유율’이 2022년 기준 81.0%라는 점을 고려하면 모바일 디바이스의 대중화 이후 가정에서의 데스크탑 PC 보유율이 크게 저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때 집에 들어오면 발가락으로 PC 전원버튼부터 누르는 것으로 시작되는 PC생활의 시대는 저물어가는 중이다. PC의 키보드와 마우스로 처리하던 많은 일들은 이제 태블릿과 스마트폰을 통해 훨씬 더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다. 가정 및 개인용 디지털 디바이스로서의 PC가 태블릿, 스마트폰에 자리를 넘겨주는 과정에서 키보드 + 마우스라는 기본 인터페이스의 보편성은 점차 소실되어가기 시작했다. "일단은 지금 pc는 사용을 할 수가 없죠. 그런 고사양 노트북도 지금 갖고 있지 않을 뿐더러, 왜냐하면 지금 주로 문서 작업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러고 이제 애들이 있으니까 컴퓨터나 이런 걸 쉽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은 주로 하는 거는 피시방에 가거나 아니면은 핸드폰이나 태블릿으로 주로 하니까. 가능하면 이제 모바일 기기에 다가 넣고 하려고 하고 있어요." (A03) 인터뷰에 응한 많은 중년 라이트게이머들에게 PC기반 게임은 이제 상대적으로 하드코어한 무언가로 인식되고 있었다. 각종 컴퓨터 쇼핑몰에 가보면 볼 수 있는, 게이밍 PC라고 이름붙은 PC의 가격이 사무용보다 훨씬 비싸게 나오는 장면이 이를 증명한다. 게임용 PC는 어느 정도 게임에 관심과 의지가 있는 이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비용을 치르면서 구매하는 무엇이 되었고, 그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친구들과 함께 적당히 즐기고는 싶은 수준의 라이트 게이머들은 PC보다는 다른 디지털 디바이스에서 작동하는 게임으로 중심을 옮기게 된 것이다. PC로 로컬플레이 하던 이들이 모바일 온라인 시대를 맞이하다 거창하게 이야기했지만, 하나의 문화현상이 등장하는 것보다 퇴보하는 것의 원인을 찾는 일은 훨씬 어렵고 쉽게 일반화할 수 없다. 동체시력과 반사신경이 떨어지고 체력이 예전같지 않은 문제부터 경제생활에 종사하며 여가시간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가장 일반적이라면, 이 연구과정에서 나는 그만큼의 우선순위는 아니지만 라이트게이머들에게는 결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했을 더 많은 이유들을 마주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라이트게이머들이 지적한 두 가지 이유, 로컬플레이의 소멸과 PC환경의 퇴조라는 두 지점은 단지 ‘스타크래프트’ 시절에만 머무르는 이야기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마주하게 될 게임과 게이머의 변화까지를 아우르는 무엇이라는 점이었다. 자칫 우리는 게임과 게이밍을 생각할 때 그 대상을 고정된 무언가로 잠정하는 경향이 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이 대상이 얼마나 역동적이며 다양한 변수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게이머라고 부르는 집단은 결코 과거의 그들이 고정되지 않은 채 새로 들어오는 이와 나가는 이로 진폭을 만들며, 그 개개인 또한 시간과 환경의 변화 속에 각자의 이유로 변해간다. 사람의 변화도 그러할진대, PC라는, 적어도 내 입장에서는 매우 보편적이고 당연했던 어떤 기기가 다음 세대 혹은 PC게임에 딱히 열정이 없는 누군가에게는 이제 매우 어색한 기기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까지를 포함한다면 우리는 게이머를 이야기한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만 한번 더 짚어내는 데 그치고 만다. Tags: 스타크래프트, 중년, 중년게이머, PC, 로컬플레이, 응우옌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유년기부터 게임과 친하게 지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이야기를 업으로 삼은 것은 2015년부터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일련의 계기를 통해 전업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2016), 『81년생 마리오』(2017), 『게임의 이론』(2018), 『슬기로운 미디어생활』(2019), 『현질의 탄생』(2022) 등의 저서,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 〈다큐프라임〉(EBS, 2022), 〈더 게이머〉(KBS, 2019), 〈라이즈 오브 e스포츠〉(MBC, 2020)등의 다큐멘터리 작업, 〈미디어스〉'플레이 더 게임', 〈매일경제〉'게임의 법칙', 〈국방일보〉'전쟁과 게임' 등의 연재, 팟캐스트〈그것은 알기 싫다〉'팟캐문학관'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 게임과 사회가 관계맺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한다. 게임연구소 '드래곤랩' 소장을 맡고 있다.
- 콘솔게임 시장으로 진입하는 한국 게임산업을 바라보며
< Back 콘솔게임 시장으로 진입하는 한국 게임산업을 바라보며 11 GG Vol. 23. 4. 10. 자주는 아니고 진지하지도 않지만 가끔 닌텐도 스위치 구매를 후회할 때가 있다. 최근 2년 넘게 스위치를 제대로 가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오직 개인적인 게임 취향 탓이다. 무거운 테이스트에 충분한 핍진성을 통해 몰입감이 있는 게임을 선호하는데, 밝은 테이스트에 캐주얼한 게임이 많은 닌텐도가 잘 맞지 않음을 너무 늦게 즉 스위치 구매 후에 깨달았다. 그래도 주기적으로 향후 출시 예정 타이틀을 둘러 보기는 한다. 콘솔은 어린 시절부터의 로망이었고(이 쓸데없는 개인사는 과거 칼럼인 ‘왜 한국 콘솔시장은 작을까? - 한국 콘솔게임에의 회상’ 의 도입부를 참조하면 좋다) 이왕 산 스위치이니 어떻게든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얼마 전 ‘베요네타 3’이 출시되어 실로 오랜만에 스위치를 켜보았다. 예정 신작 리스트를 볼 때마다 확인하는 부분은 한국어화가 되어 있는가이다. 영어여도 게임 진행을 할 수는 있는 정도의 어학 능력이 있긴 하나, 즉각적으로 독해가 가능한 모국어를 따라갈 수준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산 콘솔 게임이 적은 것은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서 ‘더 코마’가 스위치로 발매되었을 때 즐거웠던 기억은 오래 남아 있다. 한국 게임의 콘솔 점유율이 낮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앞서 링크한 과거 칼럼에서 분석했던 바, 한국은 다양한 사회문화적 요소로 인해서 당시 청소년이었던 게임 유저들이 거실의 권력을 가져가지 못했다. 대신 자기 권력이 작동하는 ‘방’에서 가능한 PC 게임이 가정 내 게임의 헤게모니를 가져갔다. 그 결과 약하지만 확실한 오프라인 소셜의 콘솔 게임보다 확고한 온라인 소셜의 PC 게임이 주류가 되었고, 오프라인 소셜의 성격이 지배적인 아케이드(PC방 포함) 게임의 전통은 역설적 오프라인 소셜 기능을 가진 모바일로 계승되었다. 이것이 모바일-콘솔 우선의 세계 여타 시장, 특히 북미 및 유럽 시장과 모바일-PC 우선의 한국 시장의 차이를 낳은 원인이며 과정이었다. (이제 저 과거의 글을 읽을 이유가 없어졌다!) 스위치 구매를 이따금 회의하는 가운데, 요즘은 PS5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와 같은 PS 독점의 트리플A 게임을 하고 싶기 때문인데, 스위치의 전례가 있다 보니 출시작과 출시 예정작을 면밀히 훑고 있다. 즐길 게임이 최소 두 자릿수는 있어야 저 돈이 아깝지 않을 테니까. 그러다 보면 괜히 살 마음 없는 엑스박스의 출시작 리스트도 보게 된다. 호기심엔 답이 없다. 이 지점에 오면 눈에 들어오는 경향성이 있다. 각 콘솔의 출시 예정작 중에서 한국산 게임들의 비중이 점차 늘어난다. NC소프트의 ‘쓰론 앤 리버티’,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퍼스트 디센던트’ 등에 넷마블이 유명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하는 ‘나혼자만 레벨업’ 등이 눈에 띈다. 여기에 네오위즈 작품인 ‘P의 거짓’, 위메이드의 ‘나이트크로우’, 개인적으로는 내 안의 변태를 깨우는 그래픽이라 위험작으로 분류한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 등등까지. 여기에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와 같은 콘솔 기반의 VR 게임들까지 합하면 숫자와 무게감은 더욱 늘어난다. 전통적으로 콘솔 진출에 소극적이었던 한국 게임사들이 대대적인 도전을 하고 있다. 2022년 한국 게임 시장에서 콘솔 게임이 차지하는 비율은 유저의 이용률로 볼 때 17.9%에 불과하다. 이를 세계 전체 게임 시장으로 확장해보면 시장 규모 대비 1.7%다. 자본 규모로는 1조 원 가량에다 5% 정도 비중의 작은 시장이다. 한국이 미국-중국-일본에 이어 세계 게임 시장의 7.6%를 차지하는 세계 4위 시장임에도, 혹은 감안하지 않아도 작다. 그나마 한국 콘솔 게임 시장은 최근 7년 동안 꾸준한 성장을 해오긴 했다. 2015년에 1.8% 비중에 불과했던 이 시장은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라는 히트작이 발매된 2020년에는 6.4%까지 성장했다. 다만 바로 대형 히트작이 없었던 바로 다음 해에 5.5%로 떨어지긴 했지만,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서는 한국 게임사들의 출시 예정작이 출시되면 다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출처 :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 하지만 게임 개발 현장과 전문가들의 지적은 콘솔 성장보다 PC와 모바일의 성장에 집중되어 있다. 일단 최고 파이인 모바일의 비중과 매출에서 성장세가 둔화되는 현상이 뚜렷하다. 팬데믹 특수를 탔던 2020년에 잠시 성장세가 늘어났을 뿐이다.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시장이 성장 한계점에 다다른 것이 더욱 눈에 띈다. 이런 상황은 PC 게임 시장 또한 마찬가지다. 유명 IP의 신작이 출시되면 잠시 매출이 늘어나는 정도인데, 이건 시장이 이미 한계에 도달한 후라는 의미다. * 출처 :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 이미 시장에서의 신호는 PC와 모바일에서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음이 관측되고 있다. 게임사 입장에서 당장 오늘 먹을 것은 있지만 내일, 다음 주, 다음 달, 내년의 먹거리가 불확실해지는 상황이다. 게다가 시장과 개발 현장이 성숙해지고 법적 예술의 지위도 확보된데다 노조들이 제 역할을 하려고 나서기 시작하면서, 인건비 상승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다른 표현을 쓰자면 개발 비용 증가다. 그리하여 한국 게임사들은 다양한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블록체인과 NFT를 접목해서 환금성이 높은 게임을 만들어보는 시도가 있다. 하지만 이 시도는 기존의 과금유도 게임과 기본 구조가 같고, 한국 국내 시장에서는 게임사의 현금 환금을 금지하는 법안이 합헌이라는 판결까지 나와 갈 길이 애매하다. 메타버스 개념을 활용하는 방안도 시도되고 있다. 메타버스는 환경만 제대로 조성된다면 이용자가 곧 컨텐츠 창작자가 되어주기 때문에 컨텐츠 개발 소요가 많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반면 시장에 안착한 후에는 여타의 MMO 게임과의 차별성을 두는 부분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온라인 성범죄의 플랫폼이 되는 등 신종 범죄에 이용 당하는 부작용도 관찰된다. 게임 개발의 노하우를 다른 분야에 적용시켜 가상인간이나 버튜버를 만드는 수익 모델도 제시가 되었지만, 일단 이건 게임 분야가 아니니 논외로 하자. 이런 와중에 느리게나마 확실하게 성장 중인 국내 콘솔 시장과, 이미 확고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북미/유럽의 콘솔 시장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현재 한국의 게임 수출 대상국 1위는 압도적으로 중국인데, 이런 중국의 게임 시장 상황은 최근 몇 년 동안 좋지가 않다. 중국 게임사의 개발 역량이 양질의 측면에서 궤도에 오르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데다, 중국 정부가 자국의 게임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줄이는 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콘솔 게임에 진출하는 것은 중국 시장 대신 북미/유럽 시장을 개척하는 2중의 개척이며, 필수불가결한 개척이 된다. 여기에 더해서 진출 정체 상태인 중국 시장에서조차 콘솔 게임은 성장 중이다. 2021년 대비 2022년의 중국 콘솔 시장의 매출은 17% 증가했다. 비록 불법인 그레이마켓 매출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혹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잠재 성장 예상은 더 높다. 그렇다면, 판호만 얻어낼 수 있다면, 이 성장하는 콘솔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것이다. 여러 모로 한국 게임사에게 콘솔이 다음 개척지가 될 이유들이다. * 출처 : 니코파트너스 그리고 배틀그라운드가 흥행했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게임 개발 현장에 준 메시지 중 하나는, 기존 MMO 게임처럼 온라인 퍼블리싱 판매가 아닌 ESD(Electronic Software Distribution)에서의 판매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 게임이 ESD에서 판매가 가능하다면, 그 ESD는 스팀일 수도 있고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일 수도 있고 닌텐도샵일 수도 있다. 그리하여 배틀그라운드의 2017년 이후 대작과 인디 가릴 것 없이 많은 게임이 스팀을 비롯한 ESD를 통해 출시되었다. 스팀 기준으로 판매 및 접속 성적을 보면 ‘블레스’, ‘섀도우 아레나’ 같은 게임들은 기대 이하의 성적이었지만, ‘스컬’, ‘플레비 퀘스트: 더 크루세이즈’, ‘영원회귀: 블랙서바이벌’ 등은 나쁘지 않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러고 보면 스위치에서 할 게임이 없다고 징징대던 내가 닌텐도샵에서 ‘더 코마: 커팅 클래스’를 샀던 시기도 배틀그라운드 이후인 2019년이었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의 콘솔 게임 시장 진출 시도는 약간의 절박함도 묻어 있다. 집 안에서는 더 이상의 산출이 어려운데, 바깥에서 희망의 씨앗을 보았기에, 그리로 가는 것이다. 당장의 먹거리는 있지만 통계 지표는 그 먹거리가 조만간 포화 상태가 될 것을 경고하고 있으니까. 이는 제국주의에 비유할 수도 있고 이민자에 비유할 수도 있다. 사실 비유의 측면에서는 두 가지 모두 같은 동인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의 시장 성장이 한계이니 외국으로 나간다는 제국의 동인과, 국내에서 원하는 성취나 생존을 이루기 어려우니 외국으로 나간다는 이민의 동인은 사실 포화 상태에서 추동력을 얻는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같다. 단지 서있는 입장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뿐이다. 매출 통계 보고서를 받아든 현장의 경영자와 개발자는 절박한 이민자의 마인드를 갖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절박함은 보상 받을까? 앞서 스팀에 진출했다가 실패를 맛본 게임들의 예를 들었는데, 최근에는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비평적으로 실망을 끌어내면서 사실상 실패의 성적을 거뒀다. 이후에 올 도전들이 이런 식이 되면 큰일난다. 이미 ‘P의 거짓’과 ‘퍼스트 디센던트’는 아류작에 불과하지 않느냐는 눈길을 받고 있다. 우리가 출시 예정작의 미래를 전망할 때 쓸 수 있는 가장 쉬운 단어는 ‘완성도’다. 특히 콘솔이면 소위 ‘패키지 게임’이 우선 떠오르기에 차차 고쳐나갈 수 있는 온라인 기반 게임보다도 출시 직후의 완성도가 더욱 중요하다. 가장 흔히 그리고 가장 먼저 짚는 요건이고, 따라서 엄밀히 따지면 하나마나 한 말이다. 그러니 자칫 놓치기 쉬운 완성도의 중요 요소를 짚어 보는 것이 의미 있을 것이다. 경영 분야에서 비유를 빌려온다면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원리가 있다. 언론인 토머스 프리드먼이 동명의 저서에서 제시한 비유적 개념이다. 렉서스는 세계화, 보편성의 아이콘이고 올리브나무는 전통성, 문화적 오리지널리티의 아이콘이다. 이 짝패는 또한 개방성과 폐쇄성, 수출과 내 수의 상반된 개념을 의미하기도 한다. 프리드먼은 반대의 두 가치 중 하나를 선택하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 다국적 요소에 의해 만들어져 다양한 국가로 팔려나가는 렉서스만을 택해 개방 일변도, 세계화로 나아가기만 하면 큰 시장에서 거대한 성과를 얻어낼 수는 있어도 지구 반대편의 악재로 인한 도미노 현상에 얻어맞을 수가 있다. 때 되면 찾아오는 금융 위기가 가장 확실한 예시다. 이것을 문화 분야로 번역하면 ‘상품에 줏대와 무게감이 없어진다’. 반면 동네 올리브나무를 놓고 싸우는 분쟁은 지엽적이고 유치해 보이지만, 동시에 지역의 뿌리이기도 하다. 프리드먼은 국가를 최후의 올리브나무라고 규정한다. 가족, 지역, 민족, 종교 등은 ‘우리’를 규정하는 판단 준거다. 배타주의와 혐오를 낳기 쉽고 확장성은 0에 가깝지만, 이 또한 렉서스만큼이나 확고한 인간 욕망의 한 축이다. 다시 이를 문화 분야의 언어로 번역하면 ‘확고한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컨텐츠’가 된다. 이 지점에서 떠오르는 장면은 ‘바이오하자드/레지던트 이블’의 1편, 도입부 컷신에서 흘러나왔던 전설적인 대사다. “Wow, What a Mansion!” 본래의 일본어 대사는 “대단한 저택이군” 정도의 문장이지만 허술한 영어 번역과 방만한 연기로 인해 저런 어처구니없는 감정선의 대사가 만들어졌다. 또는 드라마 ‘로스트’에서 한국 장면이랍시고 동남아 식생이나 60년대 간판을 등장시켰던 것을 떠올릴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제작진들이 렉서스를 제대로 타고 저쪽의 올리브나무에 도착하는 임무를 해내지 못한 경우다. * 1편의 왓어맨션은 밈이 되었지만 7편의 현지 재현도는 강력한 효과를 냈다. 반면 성공한 경우는 ‘바이오하자드/레지던트 이블’의 7편이다. 루이지애나 외딴 늪지에 위치한 베이커 저택의 음침함을 현실성 있게 표현해내기 위해, 제작사는 텍사스 출신의 작가를 기용하고 로컬라이제이션 디렉터를 따로 기용했다. 이는 해당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렉서스에 제대로 탑승한 시도였다. 반대의 경우는 드라마 ‘킹덤’이 있다. 일본도 중국도 아닌 조선의 복식과 정부 시스템이 등장하는 이 드라마에서 세계인의 관심을 끈 것은 의외로 복식, 특히 갓이었다. 생소하지만 멋져 보이는 ‘cool hats’에 대한 관심은 올리브나무가 렉서스를 타고 넘어가 전파에 성공한 경우다. 유사한 성과를 보인 게임으로 ‘고스트 오브 쓰시마’를 들 수도 있겠다. * 드라마 속 복식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시킨 드라마 ‘킹덤’. 이는 우리 동네 올리브나무를 설득력 있게 파는 방법에 대해 큰 힌트가 된다. 렉서스 개념과 올리브나무 개념은 서로 정반대의 원리 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 둘을 한 콘텐츠 안에서 구현하려고 한다면 둘의 지향점이 같아진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현실성 혹은 핍진성이다. 그리고 이 지향점의 끝은 몰입감으로 이어지고, 이는 완성도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향후의 콘솔 도전기에서 개인적인 기대작은 올리브나무를 제대로 분석해 딱 맞는 렉서스에 싣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펄어비스의 ‘도깨비’가 되겠다. 이 게임 역시 멀티 플랫폼으로 콘솔을 지원할 예정인데, 트레일러를 통해 본 예상 장점으로는 현대 한국적 환경을 훌륭히 녹여낸 배경이 있다. 한국적이라 하여 고궁이나 한복을 우선 내미는 구시대의 우를 범하지도 않고, 반대로 그런 요소를 철저히 배격하지도 않으며, 전통과 현대가 맥락을 넘어 뒤섞여 있는 현실 한국의 특색을 그대로 녹여냈다. 딱히 이런 배경을 선택하지 않은 다른 게임의 경우에도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원리는 적용될 수 있다. ‘쓰론 앤 리버티’에서는 ‘기상이 전술에 미치는 영향’을 얼마나 현실감 있게 구현해내는지가 이 게임의 올리브나무가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한 명의 게이머로서, 아무쪼록 모든 출시 예정작들이 자신의 올리브나무를 잘 파악하길 바란다. 가능하면 닌텐도 스위치 버전으로 살 것 같지만, 어느 날의 내가 간이 커져서 PS5를 질렀을 수도 잇으니 장담은 못 한다. 다만 어느 버전이든 충분한 몰입감을 주는 핍진성 구축에 성공하였기를. 그리하여 우리의 게임 라이프가 PC와 모바일을 넘어 콘솔의 로망에 다시 가닿기를.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덕질인) 홍성갑 프리랜서 기자. 이 직업명은 ‘무직’의 동의어라고 확신하고 있다. 딴지일보에서 기자 커리어를 시작하여 국정원 댓글 조작을 최초로 보도했다. 애써 뺀 살이 다시 돌아온 것에 자신을 탓하지만 어차피 인생은 돌고 도는 윤회의 쳇바퀴 아니겠냐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 북미의 루트박스: 한국과 다르면서 또 같은
< Back 북미의 루트박스: 한국과 다르면서 또 같은 16 GG Vol. 24. 2. 10. 세계의 루트 박스, 루트 박스의 세계 온라인이 보편화된 이후의 비디오 게임에 대해 사행성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미 새삼스러울 정도로 많이 제기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사행성의 가장 큰 부분으로 지목되는 것은 뽑기. 우리에게는 가챠라는 이름으로 익숙하지만 익숙하지만 영미권에서는 이를 루트 박스 (Loot Box)라고 부른다. 아예 모든 종류의 루트 박스를 금지하고 있는 벨기에와 같은 극단적인 케이스가 아니라도 유럽의 국가들은 루트박스에 대해서 공적인 제재를 선호하고 있다. 루트 박스에 대해서는 엄격한 나이 제한을 두고 있는 독일, 일부 루트 박스에 대해서는 불법 도박으로 규정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아예 EU 전역에서 루트 박스가 금지되는 법안을 준비 중인 네덜란드 등이 대표적인 예다. 유럽 내의 큰 시장에서 그나마 가장 약한 제재를 가하는 곳은 영국이다. 루트 박스가 포함되어 있다는 경고문구를 붙이는 선에서 처리되고 있다. 한국처럼 확률공개를 통해서 루트 박스를 규제하려는 국가도 있다. 2017년 5월 전세계 최초로 게임사들에게 확률공개를 의무화 했던 중국과 이를 따라 2023년부터 확률공개를 의무화한 대만이 대표적이다.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또한 확률공개를 의무로 만드려는 법안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루트 박스의 문제점에 대해서 인식하고 이에 대해서 제재를 가하려고 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공적인 제재를 통해서 루트 박스를 통제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논의의 주변에 있는 미국의 루트 박스 압도적인 규모의 게임시장을 자랑하는 미국에서도 루트 박스는 논의의 대상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202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의 게임시장은 주로 싱글플레이 패키지 게임 위주로 돌아갔기 때문에 루트 박스에 대한 논의는 많지 않았다. 물론 매출의 규모만 보면 모바일 게임들이 몸집을 계속 키워가고 있었지만 게이머 커뮤니티를 주도하는 여론 층은 콘솔에서 즐기는 스토리 위주의 게임에 대해서 고평가하고 논의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가챠가 포함된 모바일 게임이 시장을 완전히 주도하고 있던 한국과는 모양새가 달랐다. 미국의 게이머 커뮤니티의 여론을 주도하는 층은 여전히 콘솔에서 플레이하는 싱글플레이어 게임에 대한 선호가 굉장히 높고 게임을 사서 즐기는 행위를 일종의 책이나 영화 같은 전통적인 문화상품과 비슷하게 생각한다. 작품을 하나 사서 ‘클리어’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렇다 보니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돈을 써야하는 ‘인게임 결제’에 대해서 극도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게임의 스토리를 완결성 있게 즐기는 것을 선호하기에 DLC 또한 ‘인게임 결제의 다른 이름’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아직 루트 박스에 의한 피해가 한국에서처럼 게이머 커뮤니티 안에서 가장 중요한 논의거리까지는 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루트 박스 자체가 화제의 중심에 올랐던 사건이 바로 2021년에 있었던 EA 내부문서 유출이었다. EA의 한 관계자가 내부문서를 캐나다의 공영방송 CBC에 제공하면서 누군가에게는 경악을 금치 못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했던 사실들이 드러났다. 54페이지의 프레젠테이션 안에는 현재는 EA FC로 이름을 바꾼 축구게임 FIFA 시리즈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매출을 견인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거대 프랜차이즈에 대한 EA의 내부 평가는 명확했다. 루트 박스를 통해서 원하는 축구선수를 뽑아야 하는 FIFA 얼티밋 팀(FUT)이라는 컨텐츠가 사실상 게임의 시금석이라고 평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는 플레이어들을 FUT로 인도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고 기술해 놨다. 내부문서를 유출한 관계자는 루트 박스가 포함된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기쁘게 일할 수 없다고 내부고발을 한 이유를 밝혔다. 2024년 현재의 북미의 게임 커뮤니티를 봐도 루트 박스가 가장 뜨거운 주제라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여론을 주도하는 층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는 아닐지언정 루트 박스가 게이머들의 경험을 망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는 분위기다. 사적인 제재에 나서다 미국사회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그 저변에는 항상 국가의 역할과 개인의 자유가 서로를 견제하면서 발전해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국 건국 초기 있었던 연방주의 논쟁부터 남북전쟁을 거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충돌했고 정부와 개인이 충돌해왔다. 그 과정에서 미국 사회는 정부의 공적인 행위를 통한 문제해결에 대한 기피와 불신을 품고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차상위계층에 대한 경제적 도움을 줄 때도 유럽은 세금을 많이 내 정부가 주도하는 복지를 강조하는 반면 미국은 개인의 기부가 모여서 서로가 서로를 돕는 그림을 선호한다. 그리고 이게 미국시장이 루트 박스를 대하는 흥미로운 지점을 만들어낸다. 미 연방거래위원회는 이미 2019년 루트 박스 판매에 대해서 소비자 보호 기능이 더 강화되야 한다고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딱히 공적인 제재를 하지는 않았다. 상술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루트 박스가 문제임을 인식하고 이를 공적 제재에 나서려고 하지만 미국은 아직까지도 사적 제재를 통해서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보인다. 집단소송을 통해서 루트 박스에 대한 견제가 들어가는 형국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에픽게임즈에 대한 소송이었다. 캘리포니아에서 제기 된 집단 소송에 따르면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의 한 모드인 ‘포트나이트: 세이브 더 월드’에서 루트 박스를 판매했다. 소송을 진행한 측에서는 에픽게임즈가 루트 박스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이 게임에 필수적인 요소였으며 미성년자들도 어떤 상품이 나올지 모르는 채 구매를 하는 등의 ‘착취’를 당했다고 밝혔다. 에픽게임즈는 이후 패치를 통해서 루트 박스를 구매할 때 안에 있는 상품을 확인할 수 있게 바꾸었지만 이미 지금까지 구매했던 플레이어로부터 제기된 소송을 피할 수는 없었다. 에픽게임즈사는 2021년 집단소송에서 합의에 이르렀고 2650만 달러 규모의 게임 내 재화를 지급했다. 루트 박스 상품인 ‘라마’를 구입한 모든 플레이어에게 8달러 상당의 V-Bucks를 지급했다. 로켓 리그에서도 같은 일이 있어 루트 박스를 구매한 플레이어들에게 1000 크레딧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서 게임 내 재화를 받은 플레이어는 각각 650만 명과 29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에픽게임즈는 발표했다. 소송은 효과적인 루트박스 규제인가 물론 성공적으로 합의에 이른 소송만 있는 것은 아니다. 캐나다에서는 EA를 상대로 FIFA 시리즈의 루트 박스에 대한 소송이 제기됐다. 원고인 마크 서덜랜드 측은 EA가 소비자를 기만해왔으며 루트 박스는 불법도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 측은 EA가 기만적인 판매방법을 썼을 수 있지만 루트 박스 판매가 일종의 도박이며 따라서 불법이라고 규정한 서덜랜드 측의 주장에는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2023년 공개한 판결문에서 캐나다의 법정은 게임 내에서 통용되는 재화나 아이템은 ‘현금화’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현실에서도 사용 할 수 있는 재화를 걸고 하는 도박과는 다르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물론 EA 측은 이런 판결에 대해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논리를 전개한 소송이 있었지만 결과는 거의 비슷했다. 모바일 게임 브롤 스타즈의 루트 박스가 미성년자에게 판매된 것은 불법도박이라고 주장한 레베카 테일러는 브롤 스타즈의 제작사인 슈퍼셀을 고소하지 않고 이러한 루트 박스 판매를 용인한 애플 앱스토어 측을 고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루트 박스를 구매할 때 쓰는 게임 내 재화인 ‘보석’은 도박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애플은 게임 내 재화 구매까지만 책임이 있고 이후에 게임 내 재화를 이용해서 하는 것들은 애플보다는 제작사 측에 책임이 있다고 명백히 밝힌 것이다. 물론 애플과 함께 양대 앱마켓을 이루고 있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 측에도 비슷한 소송이 있었다. 같은 로펌에 의해서 제기 된 이 소송은 게임의 종류가 브롤 스타즈에서 파이널 판타지 브레이브 엑스비어스로 바뀌었을 뿐이다. 당연하게도 이 소송 또한 상술한 것과 같은 이유로 기각됐다. 실패한 소송을 보면 루트 박스에 대한 규제를 주장하는 측이 루트 박스가 불법도박이라는 점을 입증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보인다. 따라서 루트 박스를 판매하는 게임들이 현재의 갑자기 게임 내부에서 현금을 가져갈 수 있는 ‘환전소’를 만들지 않는 이상 소송은 효과적인 제재가 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게임업계의 의견 업계 내부에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미국 게임업계에 현직으로 일하고 있는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익명으로 들어보았다. 관계자 A는 “미국게임업계의 모바일 게임을 경시하는 풍조는 오히려 업계관계자들 특히나 게임개발자들 사이에서 더욱 심하다”고 말하며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들은 좋은 개발자를 영입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작이 아니면 거들떠도 안보는 사람들이 많다. 인게임 결제가 있는 게임 자체에 대한 반감이 크다보니 오히려 수가 적고 따라서 로트박스 문제는 관심 밖이라는 느낌이 있다”고 말하며 루트박스가 커뮤니티 안에서 크게 회자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BM과 관련한 업무를 하고 있는 관계자 B는 “현재 게이머 커뮤니티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30대 이상은 루트박스를 이용하는 일이 많지 않다. 하지만 모바일 네이티브인 10대들은 거부감 없이 루트박스를 이용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우려할 만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면서 “루트박스와 관련한 소송을 거 주체들이 대부분 10대 자녀를 둔 부모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부모도 모르는 사이에 루트박스에 돈을 탕진하는 일이 소송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나성인) 홍영훈 캘리포니아에서 살면서 게임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에 출연하고 매체에 기고를 하며 많은 분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패션부터 게임까지 분야에 상관없이 재밌는 글을 평생 쓰고 싶습니다.
- [논문세미나] 미국에서의 비디오게임 비평에 대한 개론 - 2017 (원제: Videogame Criticism and Games in the Twenty-First Century)
< Back [논문세미나] 미국에서의 비디오게임 비평에 대한 개론 - 2017 (원제: Videogame Criticism and Games in the Twenty-First Century) 20 GG Vol. 24. 10. 10. 이번 논문 세미나는 비평 공모전 특집에 맞춰, 시카고 대학 영화 및 미디어학과와 영문학과 연구 교수인 패트릭 자고다(Patrick Jagoda)가 2017년에 쓴 "비디오게임 비평과 21세기 게임"을 다루고 있다. 자고다는 시카고 대학에서 웨스턴 게임 랩(Weston Game Lab)과 미디어 아츠 앤 디자인(Media Arts and Design, MADD) 학부 프로그램의 책임자로서, 시카고 대학을 북미 게임 연구의 중심지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자고다에 따르면, 2017년에 '게임이 예술이다'라는 주장은 이미 너무도 자명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식상한 주제다. 그래서 그는 게임 비평의 필요성을 이론적으로 논증하기보다는, 2017년 당시 미국에서 존재했던 다양한 실험적 게임과 그 비평 흐름을 추적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중요한 사건들과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게임들을 기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나도 자고다가 언급한 게임들과 비평적 작업을 최대한 빠짐없이 정리하는 방향을 택했다. 수많은 설명을 듣는 것보다, 여기에 언급된 게임들을 직접 찾아 살펴보는 것이 게이머와 게임 비평가들에게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미국의 게임이나 비평을 이상적인 모델로 삼을 필요는 없다. 또한 이 글은 7년 전에 쓰여진 것이므로, 최신 경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 게임 비평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 글이 실린 게임 제너레이션 20호를 참고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게임계의 변화 자고다는 2007년을 인디 게임, 아트 게임, 시리어스 게임, DIY 게임 제작, 캐주얼 게임과 같은 다양한 게임들이 눈에 띄게 성장한 시점으로 평가한다. 동시에,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게임적 사고방식이 사회적 도구로서 확장된 중요한 시기로 진단한다. 그가 언급하는 주요 흐름은 다음과 같다: 캐주얼 게임: 2006년 닌텐도 Wii를 시작으로 대중을 겨냥한 게임들이 더욱 활발히 제작되기 시작했다. [예: 위 스포츠 ( Wii Sports , 2006), 타운으로 놀러가요 동물의 숲 ( Animal Crossing: City Folk, 2008)] 작가주의적 게임 디자이너들의 등장: 2007년에서 2009년 사이, 조나단 블로우(Jonathan Blow), 메리 플라나간(Mary Flanagan), 제이슨 로흐러(Jason Rohrer)와 같은 디자이너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예: 페세지 ( Passage, 2007), 브레이드 ( Braid, 2008), 플라워 ( Flower, 2009)] 주류 게임사의 변화: 같은 시기, 더욱 복잡한 내러티브와 다층적인 캐릭터를 도입한 게임들이 출시되었다. [예: 바이오쇼크 ( BioShock , 2007), 매스 이펙트 ( Mass Effect , 2007), 폴아웃 3 (Fallout 3 , 2008)] 예술적 기반: 게임에 대한 예술적 논의가 활발해졌고, 예술 분야에서 정부의 지원도 확대되었다. [예: 스미소니언 비디오 게임 전시회, MoMA의 비디오 게임 컬렉션] 기술 발전: Unity, Twine과 같은 제작 도구와 Steam, PlayStation Network, Xbox Live 같은 온라인 배포 플랫폼이 확산되었다. 제도적 발전: 독립 및 아트 게임 컨퍼런스들이 성장했다. [예: Indiecade, Games for Change Festival, Independent Games Festival] 이와 같은 다양한 발전은 문학 비평의 방법론 역사와 유사한 흐름을 반영하면서, 게임 비평 분야에도 지속적인 변화와 성장을 가져왔다. 예를 들면: 역사적 연구: 켄트의 2001년 연구 (Kent, Steven L. The Ultimate History of Video Games: From Pong to Pokémon and Beyond: the Story Behind the Craze That Touched Our Lives and Changed the World. Roseville, CA: Prima Pub, 2001.) 형식주의적 연구: 머레이의 1997년 연구 ( Murray, Janet. Hamlet on the Holodeck: The Future of Narrative in Cyberspace. New York: Free P, 1997.) 현상학적 연구: 수드노의 1983년 연구 (Sudnow, David. Pilgrim in the Microworld. New York: Warner Books, 1983.) 플레이어와 게임 캐릭터와의 동일시: 쇼의 2014년 연구 (Shaw, Adrienne. Gaming at the Edge: Sexuality and Gender at the Margins of Gamer Culture. Minneapolis: U of Minnesota P, 2014.) 놀이와 미학 이론: 업튼의 2015년 연구 (Upton, Brian. The Aesthetic of Play. Cambridge, MA: MIT P, 2015.) 게임에서의 감정에 대한 역할: 이스비스터의 2016년 연구 (Isbister, Katherine. How Games Move Us: Emotion by Design. Cambridge, MA: MIT P, 2016.) 네트워크 비디오 게임에서의 정동: 자고다의 2016년 연구 (Jagoda, Patrick. Network Aesthetics. Chicago: U of Chicago P, 2016.) 디자인과 비평의 교차점 : 슈리에의 2016년 연구 (Schrier, Karen. Knowledge Games: How Playing Games Can Solve Problems, Create Insight, and Make Change. Baltimore: Johns Hopkins UP, 2016.) 게임이란 무엇인가? 자고다는 비디오 게임이 PC, 콘솔, 모바일, AR 등 여러 플랫폼과 장르에서 계속 성장하고 변화하면서, 무엇을 비디오 게임이라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졌다고 지적한다. 단적인 예로, 크리스틴 러브(Christine Love)의 아날로그 ( Analogue: A Hate Story , 2012)를 들 수 있다. 이 게임에 대한 대중적 반응을 보면, 과거 체스나 바둑과 같은 추상 전략 게임에만 국한되었던 '게임'이라는 범주가, 이제는 멀티미디어와 트랜스미디어 작품에까지 마케팅 용어로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디오 게임의 정의에 대한 이러한 모호함은 아날로그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나, 조이 퀸(Zoe Quinn)이 패트릭 린제이(Patrick Lindsey)와 아이작 생클러(Isaac Schankler)와 협업하여 만든 디프레션 퀘스트 ( Depression Quest, 2013)에서는 큰 논란을 일으켰다. 형식과 장르의 관점에서 디프레션 퀘스트 는 대화형 내러티브와 롤플레잉 게임의 융합으로 볼 수 있다. 이 게임은 주로 텍스트 기반의 내러티브로 구성되어 있지만, 게임적 요소인 의사 결정과 정기적인 피드백 시스템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프레션 퀘스트 를 비난하는 이들이 자주 제기했던 불만 중 하나는 이 게임이 '게임이 아니다'라는 주장이었다. 디프레션 퀘스트 를 둘러싼 논쟁은 결국 ‘진정한 게이머’와 비디오 게임의 정의를 누가 소유할 것인가에 대한 싸움이었다. 자고다는 디프레션 퀘스트 가 게임이 아니라는 비판이 형식주의적 논의를 방패로 삼아, 게이머 문화의 경계를 고착화하고 외부인의 침범으로부터 방어하려는 보수적 문화적 충동을 은폐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말하는 '외부인'에는 PC주의를 대표하는 여성과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비디오 게임의 주류적 예시와 깔끔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진지한 예술적 게임이나 DIY 게임 제작자들도 포함된다. 실제로, 이러한 실험적 형식에 자주 사용된 트와인(Twine) 엔진을 활용한 디자이너들 중 다수는 백인, 남성, 이성애자 엔지니어가 아닌, 조이 퀸(Zoe Quinn), 안나 앤트로피(Anna Anthropy), 메릿 코파스(Merritt Kopas), 폴펜틴(Porpentine)과 같은 퀴어 및 트랜스 여성들이었다. 게임이라는 범주를 넘어 게임의 정의가 확장되면서, 오락적 기능보다는 교육적 효과를 강조하는 새로운 유형의 게임이 등장하거나, 게임의 기능을 다른 분야에 적용하려는 시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리어스 게임 시리어스 게임은 1970년 클라크 앱트(Clark Abt)가 제안한 개념으로, "분명하고 신중하게 고안된 교육적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오락을 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게임을 뜻한다. 2004년에는 사회적 참여를 장려하는 게임의 제작과 배포를 지원하는 게임즈 포 체인지 (Games for Change) 재단이 설립되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시리어스 게임들이 등장했다. 다르푸르 이즈 다잉 ( Darfur Is Dying , 2006): 액션과 경영 시뮬레이션을 결합해, 다르푸르 전쟁과 난민 위기를 다루는 게임. 맥도날드 비디오게임 ( McDonald's Videogame , 2006)과 오일 갓 ( Oil God , 2006): 기업의 탐욕을 패러디한 시뮬레이션 게임. 카트 라이프 ( Cart Life , 2011)와 스펜트 ( SPENT , 2011): 미국의 저취업과 빈곤 문제를 다룬 게임. 페이트 오브 더 월드 ( Fate of the World , 2011)와 바이오하모니어스 ( Bioharmonious , 2013): 기후 변화와 환경 균형 문제를 다룬다. 게이미피케이션: 전통적으로 게임이 아닌 활동에 게임 메커니즘을 사용하여 소비자 행동, 직원 교육, 건강 및 운동 습관, 교육 및 기타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비디오 게임 형태의 매체가 일상 생활의 다양한 측면으로 스며들어 학습을 장려함 [예: 칸 아카데미 (Khan Academy, 2006), F-12 (2013, DirecTV의 직원 교육 게임)] 전문가와 아마추어 모두의 기여를 요청하여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고자 하는 시도들 [예: 폴딧 ( Foldit , 2008), EteRNA (2010)] 개인적인 서사, 혹은 특정 인물의 전기를 다루는 게임들: 메리 플래너건(Mary Flanagan)의 도메스틱 (domestic , 2003): 인칭 슈팅 엔진을 사용하여 어린 시절의 집 화재에 대한 기억을 되새긴다. 안나 앤트로피(Anna Anthropy)의 오마이갓 아 유 올라이트? ( ohmygod are you alright? , 2015): 차에 치인 경험으로 시작하여, 적절한 재정적 자원이 없는 트랜스 여성으로서 병원과 의료를 탐색하는 어려움을 탐구한다. 피터 브린슨(Peter Brinson)과 쿠로쉬 발라네자드(Kurosh ValaNejad)의 더 캣 앤 더 쿠 ( The Cat and the Coup, 2011): 민주적 수단으로 선출된 최초의 이란 총리 모하마드 모사데그를 무너뜨리기 위한 1953년 CIA 쿠데타를 다룬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다. 아트 게임과 게임 아트: “아트 게임” 은 제이슨 로흐러(Jason Rohrer)가 2005년에 제안한 개념으로, 매체의 고유한 속성을 사용하여 예술적, 철학적 문제를 탐구하는 게임을 말한다. [예: 조나단 블로우(Jonathan Blow)의 브레이드 ( Braid , 2008)] 반대로, "게임 아트" 는 존 샤프(John Sharp)가 제시한 용어로, 게임을 이용해 만든 예술 작품을 의미하며, 게임에서 "예술"로 초점을 옮긴다. [예: 코리 아칸젤(Cory Arcangel)의 슈퍼 마리오 클라우즈 ( Super Mario Clouds , 2002)] 게임 비평의 경향 비디오 게임은 이제 단순한 오락을 넘어, 일상 생활의 일부이자, 대중 매체로서 사회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개인적이거나 예술적인 의미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다. 이러한 비디오 게임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비디오 게임 비평은 다양한 학제 간 방법을 통해 접근하고 있다. 주요 경향을 살펴보면... 게임 미학과 형태 존 샤프의 2015년 연구 (Sharp, John. Works of Game: On the Aesthetics of Games and Art. Cambridge, MA: MIT P, 2015.) 샤프는 사물이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암시하는 특성을 설명하는 제임스 깁슨의 "어포던스" 개념을 활용한다. 샤프는 조디(Jodi)의 SOD (2002)와 브렌다 로메로(Brenda Romero)의 씨오칸 레앗 ( Sîochân Leat, 2009) 같은 아방가르드 게임에서 개념적, 형식적, 경험적 어포던스를 분석하며, 그래픽, 서사, 메커닉, 규칙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분석은 형식주의적이지만, 게임 공동체에 대한 이해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샤프는 게임 공동체가 체스를 하나의 게임으로 보는 반면, 예술 공동체는 체스를 예술적 표현의 재료로 보는 관점을 대조하며, 미술사와 시각 디자인의 전통에 기반하여 분석한다. 비디오 게임의 문화와 역사 칼리 코큐렉의 2015년 연구 (Kocurek, Carly A. Coin-Operated Americans: Rebooting Boyhood at the Video Game Arcade. Minneapolis: U of Minnesota P, 2015.) 코큐렉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초 비디오 게임과 오락실이 미국 남성성을 어떻게 형성했는지 탐구한다. 코큐렉은 이러한 게임들이 젊은 남성들에게 컴퓨터 중심의 화이트칼라 서비스 경제와 규제가 완화된 시장에서 노동자이자 투자자로서의 역할을 준비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그녀의 연구는 미국학과 문화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게임 자체보다는 오락실 공간, 사진, 기타 역사적 문서에 초점을 맞춘다. 이같은 연구는 게임 문화 연구라는 성장하는 학문 분야에 속하며, 비슷하게는 Twitch TV에서 특정 플레이어를 시청하는 커뮤니티와 e스포츠 관객들에 대한 연구도 유망한 연구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인 문학 비평과 창작 글쓰기 사이에 큰 격차가 있는 영문학과 같은 학문 분과와 달리, 게임 연구는 이론과 실천을 자주 통합한다. 케이티 살렌(Katie Salen)과 에릭 짐머만(Eric Zimmerman)의 2003년 저서는 형식적인 이론과 실용적인 디자인 조언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Salen, Katie and Eric Zimmerman. Rules of Play: Game Design Fundamentals. Cambridge, MA: MIT P, 2003.) 슈라이어(Schrier, Karen)의 2016년 저서도 학문 분과 간의 경계를 넘는다. 슈라이어는 심리학, 교육학, 비판 이론,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을 끌어와,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임을 효과적으로 디자인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Schrier, Karen. Knowledge Games: How Playing Games Can Solve Problems, Create Insight, and Make Change. Baltimore: Johns Hopkins UP, 2016.) 기타 철학과 비판 이론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비디오 게임을 사용하는 연구 맥켄지 워크의 2007년 저서 (Wark, McKenzie. Gamer Theory. Cambridge, Mass: Harvard UP, 2007.) 디지털 게임의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을 탐구하는 연구 몬포트의 2009년 저서 (Montfort, Nick and Ian Bogost. Racing the Beam: The Atari Video Computer System. Cambridge, MA: MIT P, 2009) 실제 플레이어의 행동을 민족지학적, 질적 방법론을 통해 연구 쇼의 2014년 연구 (Shaw, Adrienne. Gaming at the Edge: Sexuality and Gender at the Margins of Gamer Culture. Minneapolis: U of Minnesota P, 2014) 나아가, 21세기 초반 게임 연구에 중요한 기여자 중 일부인 이안 보고스트(Ian Bogost)와 메리 플래나간(Mary Flanagan)은 게임의 형식, 문화, 역사에 주목하면서도 성공적인 게임 디자이너로서의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문화연구자) 김지윤 연세대학교에서 언론홍보영상학과 인류학을 공부하고,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미디어문화연구를 전공했다. 부족한 실력으로 게임을 하다가 게임의 신체적 퍼포먼스에 관심을 갖게 되어 게임 연구를 시작했다. 여성 게이머의 게임 플레이 경험을 분석한 석사학위 논문을 써서 2020년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우수 학위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미국 시카고대학 영화·미디어학과 (Cinema and Media Studies) 박사 과정에서 게임문화를 전공하고 있다.
- Alan Wake 2 – The brilliant sequel to a cult classic
< Back Alan Wake 2 – The brilliant sequel to a cult classic 15 GG Vol. 23. 12. 10. ***You can see Korean version of this article at this URL: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36aa6690-bf8c-4d72-ab97-33b03e4db055 Alan Wake 2 . The long-awaited sequel to the 2010 game that follows the protagonist of the same name, Alan Wake , who is a bestselling crime fiction author. The first game takes place in a fictional city of Bright Falls in the northwestern United States of America. Alan suffers from the infamous writer’s block and decides to travel for a vacation to Bright Falls with his wife Alice. They end up residing in a cabin on an island in the middle of a lake. However, after a nightmarish evening and a fight with his wife, Alan wakes up in a car he does not remember driving off road, or how he got there. The locals tell Alan that there has not been cabin in the lake for decades, and this marks the beginning of the spiralling story where Alan tries desperately to find his wife. Things get complicated when hallucinations and events of a book he does not remember writing start to come to life around him. Alan Wake 2 continues the story of the writer who has been trapped in an alternative dimension for over a decade navigating a warped version of New York City. He attempts to escape back to reality by writing a story involving an FBI agent Saga Anderson, the second protagonist of the game. Saga’s story takes place in the very same Bright Falls. Things turn to worse when different versions of Alan work against him and it is up to the writer to destroy them before they inflict too much damage and terror in the real world. Both games belong to the genres of third-person shooter and survival horror, somewhere between Resident Evil series and Silent Hill series in its tempo and pacing with action scenes. Before we delve a bit deeper into the Dark Place that has Alan trapped, I shall talk more about the developers of the Alan Wake series, Remedy Entertainment (henceforth Remedy ), and their impact on Finnish games industry. Remedy Entertainment – from Death Rally to first Alan Wake Remedy is a Finnish powerhouse with multiple massively popular game franchises and releases. With first game published all the way back in 1996, Death Rally , Remedy has been very well-known developer in Finland and globally. What really helped Remedy to become so powerful could be attributed to luck to some degree, but even more should be attributed to their ambition to push not only the gaming as experience but themselves with design decisions. The lucky part? Death Rally was published by Apogee (later 3D realms ) who also published Duke Nukem 3D around the same time. The popularity of Duke Nukem 3D helped Remedy to be part of a big publisher to ensure the future of the company. Death Rally managed to sell over 100 000 copies in the late 1990s, and that was more than enough to pave way for the next chapter for Remedy , Max Payne . Max Payne was released in 2001 and was the first massive international success for a Finnish game development team and truly started the shift of working on games from being “just for the nerds” to “a career to be taken seriously”. Max Payne is most known for its film noir style of storytelling and setting, but even more Max Payne is known for its “Bullet Time” mechanic where player can slow time and aim faster than their opponents. In 2002, Remedy sold the rights to the game series to Take-Two Interactive for ten million dollars, while Rockstar Games would publish the sequel The Fall of Max Payne in 2003. The games have sold reportedly over eight million copies, further ensuring the legacy of Remedy and Max Payne as the important events in Finnish game industry. With the tonal change and de-stigmatization regarding video games, more opportunities started to rise for those interested in studying and making games. There have been video games as topic for courses and classes in higher education institutes (HEI) in Finland ever since 2003 with multiple HEIs offering degree programmes focusing on video games at all levels from Bachelor’s to Master’s and all the way to doctorate degrees. The success story of Remedy is not the only catalyst for video games and gaming becoming so permeated in everyday life in Finland, but it is the first one to gather sizeable international attention. The history of video game industry in Finland goes back to the 1980s when hobbyism towards programming and the rising popularity of game consoles, and later in the 1990s Personal Computers (PC), gave birth to the “demoscene” (computer art subculture) that is still active. Programmers turned their hobbyism and experiences partaking in demoscene into a business. The very first development groups that started from demoscene with successful games are Bloodhouse (known for their Stardust and Super Stardust games) and Terramarque , who fused later to Housemarque . Housemarque is still going strong as their latest game, Returnal (2021), has been a commercial success. Further success stories from game companies, such as Remedy and Housemarque , have ensured that game industry, education, hobbyism, demoscene and gaming as career are still surging onwards with no end in sight. After Max Payne , Remedy spent time to develop new game ideas and after two years in 2005 Alan Wake was born. Microsoft Game Studios was chosen as the collaborator. The game was finally published in 2010 for Xbox 360, and somewhat later in 2012 for Windows PCs. Alan Wake did not sell as many copies initially as expected, but the game has since sold over four million copies and has become a cult classic in survival horror genre. In many ways Alan Wake was intended to be the opposite of Max Payne as Remedy wanted Alan’s story to focus more on the narrative and atmosphere than action. Not only that, but Max Payne was a cop which is suitable career for action, whereas Alan as an author is rather atypical choice. Further, the first Alan Wake is structured like a television program with episodic storytelling and progression. Remedy has said that they felt Alan Wake to be first season with the downloadable content to work as a bridge to what lies beyond the conclusion of the game. After Alan Wake – from 2010 to 2023 In retrospective it might be easy to say that Alan Wake was impactful enough to warrant a sequel soon after its release in 2010, but metrics that mattered to the publisher, namely sales, weren’t enough to justify a direct sequel at the time. Further, Microsoft reportedly wanted a new intellectual property (IP) focusing on interactive storytelling. So, back to the drawing board for Remedy to start the process from the scratch. In 2013 Remedy announced Quantum Break to be released in 2015 but was delayed avoiding competition with exclusive games set to be released for the Xbox One only. Quantum Break shifted the focus from dark and harsh environment to a cleaner science fiction where events take place in the 2010s. Quantum Break is about a time travel experiment gone wrong bringing a growing fracture in time while an existence threatening the end of the world looms around. The protagonist must use their time control abilities to prevent that. As is the case with previous games from Remedy , the game is also third-person shooter with further focus on action than Alan Wake . Remedy advertised Quantum Break as an “entertainment experience” and “transmedia action-shooter video game and television hybrid”. This means that Quantum Break incorporates a live action television show to be watched at certain points during the game play, called “junction points” in-game. The television show reflects the choices player makes and sets the stage for the next episode in the game. The gambit of doing two side-by-side productions for the same entertainment artefact paid off as the game received positive reception with its story, gameplay, visuals, and the performances of actors being praised. However, the inclusion of television show to be so closely interacting with the game was something that garnered rather mixed opinions. But that is the price to pay when you truly push the creative boundaries which Remedy is known for. Quantum Break was the best-selling new IP published by Microsoft during Xbox One console generation until it was eventually broken two years later by Sea of Thieves . After Quantum Break , Remedy separated from Microsoft and had their initial public offering (or stock launch) in 2017. The publishing rights to Quantum Break are still owned by Microsoft , but Remedy acquired the publishing rights to Alan Wake from Microsoft in 2019. The first new IP after this decade long partnership with Microsoft was a project called P7. At the same time Remedy announced that they were developing a story mode to the sequel of Crossfire by Smilegate . This shift in company practice from a partnership deal to a publicly owned company meant that project P7 needed to be developed more efficiently and in shorter amount of time to prevent the delays and inflation of the development costs. Alan Wake took seven years to publish and Quantum Break five years. Remedy managed yet another success story by completing the project P7 in three years. This project has become known as Control (2019). Control shifts the focus again, but this time the shift happens in how the game world reacts around the player rather than tonal change in story telling. Control focuses on the protagonist, Jesse Faden, exploring the paranormal headquarters of a secret U.S. government agency Federal Bureau of Control (FBC), called the Oldest House. Jesse is the new Director of the Bureau and must utilize various abilities and interact with the environment to defeat enemy only known as the Hiss that has invaded and corrupted reality. FBC studies Altered World Events and collects Objects of Power from these events inside the Oldest House, which itself is an Object of Power. The Game starts with Jesse arriving to the headquarters to seek answers related to her brother after a prior event in their youth that led to the brother being kidnapped and an Object of Power claimed by the FBC. It is up to Jesse to prevent the spread of the Hiss outside the Oldest House, understand what Hiss’ aims are and where her brother is. The town where she lived with her brother was called Ordinary. Control , like so many previous titles before by Remedy , was met with a commercial and critical success with its storytelling, world building, audiovisual presentation and the characters being praised. Even though Control has its contained story, literally in more than one way, its world is shared by a certain writer trapped in their own Dark Place, after all. The plunder of CrossfireX Before the massive success of Alan Wake 2 gets the spotlight it much deserves, there is one very, very important lesson Remedy had to learn from. That is the development of the story mode to the CrossfireX (2022) that Remedy worked on since 2016 as another project alongside Control . Short story short, Remedy missed the mark with the story mode massively even after that long time in development with reviews reporting bad pacing and tempo and shallow characters. Essentially many other game development studios could have done the same as Remedy did. The “mark of Remedy” was not in the story. What did Remedy learn from this? I strongly believe it is about playing to your strengths as studio and keeping your identity, rather than trying to play into others’ hand. However, the silver lining is that CrossfireX was shut down after mere sixteen months in May 2023 after its release in February 2022. The game is dubbed to be a massive misfire with awful controls, bland story mode, and very cliche multiplayer experience that didn’t reach its target audience in the Western markets. In the West, the first-person shooter genre is dominated by Call of Duty , Halo , Overwatch , and Battlefield , and it would have required more than an amazing story by Remedy to get a sizeable enough market share. Bringing it all together for Alan Wake, again After this both short and lengthy history of Remedy ’s past games, it is time to return to one version of our reality in this current time. The sequel to Alan Wake and why everything written above matters. Much like Bethesda has its imprinted style, so has Remedy . In Alan Wake 2 , Remedy successfully incorporates lessons learned from their previous games with continued passion to push the boundaries of what games are and how they are experienced. The Remedy style of episodic gameplay is present, and so are intersecting timelines and character stories. Furthermore, the player has the freedom to choose the order they engage in the stories being told, and the exploration of the perceived reality being shifted when one is going through their Dark Time. Alan Wake 2 continues the story of the author who has been trapped in the Dark Place for thirteen years. Alan feels that the only way for him to escape back to the real world is to write a horror story that takes place in Bright Falls where the events of the first game took place. The game combines survival horror and crime investigation game play styles with Remedy -esque focus on detail and storytelling through atmosphere that is always uneasy . One of the ways Remedy is pushing the medium of episodic presentation of games further is the given freedom in which order players want to complete the stories being told. The initial start and the eventual end are using forced perspective of Saga Anderson and Alan, respectively. These two separate stories will become intertwined with each other increasingly as the game progresses over its roughly twenty-hour duration. The success of Alan Wake is yet another feather in their cap, as Remedy truly shows through Alan Wake 2 that they have learned their lessons and are building upon their strengths. It is joyful to see the passion to provide entertainment experience through quality game play and storytelling in Alan Wake 2 , while the developers are experimenting with various puzzles and honing certain experiences to build upon for future games. 2023 has been a massively successful year for gamers with numerous amazing games released which each would have won numerous awards in any other year. Alan Wake 2 being released late in 2023 and still it managed to be nominated in eight categories for the 2023 Game Awards ceremony and won the Critics’ Choice Award at the Golden Joystick Awards 2023 earlier this year. The only game to rival Alan Wake 2 in this behemoth of a gaming year is Baldur’s Gate 3 in the number of nominated categories. Remedy went all out on Alan Wake 2 and that shows, and it is very delightful to see. Remedy is brining high quality survival horror to the front pages and setting the trend of their future with this sequel. This will bode only good news for Remedy and the Finnish game industry because the continued success of Remedy in the post-covid era shows that with proper development environment and direction of resources amazing things happen. In a world filled with scummy monetization practices, Remedy shows that when passion and love for games is given time and space to flourish, the success is nothing but guaranteed. Remedy is one of the flagship companies turning the ship from live services to complete packages and complete entertainment experiences. A feature-complete game is more wanted and treasured by the players than a shiny skin of a horse for more than half the price of a sixty-dollar, or nowadays seventy-dollar, game. The Future , The Present and The Past - Remedy Connected Universe Finally, or another beginning. What complicates the storytelling of Remedy games is the confirmation of Remedy Connected Universe becoming canon in Control ’s second expansion called “ AWE ” that features our dear writer, Alan Wake and the Dark Presence. However, in the base game of Control , players can find documents that FBC has been made aware of what is going on with and around Alan Wake. The creative director of Remedy , Sam Lake, made it clear that Control and Alan Wake games share the universe and Control: AWE was merely the first crossover. Sam Lake has mentioned earlier that they have at Remedy had the idea of connected universe for multiple years and through Control and Alan Wake they can finally utilize that aspect. Alan Wake 2 fully embraces this connection with FBC and what happens in the Bright Falls. Safe to say that Saga Anderson’s career as FBI agent gathers certain attention further pulling these universes together as she works to investigate and solve the murders in Bright Falls. Further connections between these worlds are in place and two of them are present in the spin-off Alan Wake’s American Nightmare . Namely, the town called Ordinary (see above about Jesse’s past) and another character that is quite head-scratching to deal with. Oh, and not to forget about Ahti, the FBC’s janitor having good times in Bright Falls. Remedy has confirmed to be working on the sequel to Control , and it can be assumed it further combines the workings FBC and Jesse to the ones of Saga and Alan. How? Who knows currently, but right now you can immerse yourself to Alan Wake and Saga Anderson in a fantastic survival horror game that does not let you go from its grasp. Be ready, be prepared, and don’t burn your light too fast. One of the best horror games in years is here and its a testament to Remedy ’s learned lessons and utilizing their own strengths to new heights.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Postdoctoral Researcher) Henry Korkeila PhD, MSc, is postdoctoral researcher whose recent work has focused on the avatarization of our analog cultures as they inevitably turn into digital cultures. Special focus has been on avatars themselves, usage of avatars in their different contexts including multiple online video game genres. He has approached avatars through the types of capital, or resources, they have. His recent works in progress continue to explore the cultures of MMOs, and game accessibility and inclusivity at large.
- 랜덤함: AAA와 인디게임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양날의 검에 관하여
< Back 랜덤함: AAA와 인디게임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양날의 검에 관하여 17 GG Vol. 24. 4. 10. 이 글의 영어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www.gamegeneration.or.kr Randomness is a double-edged sword. The opposite reception of randomness in AAA and indie game sectors It seems fascinating that the same mathematical phenomenon could become the foundation of the most acclaimed and the most despised design principles of modern gaming. As I will argue in this article, this is precisely what happened to randomness. 동일한 수학적 현상이 가장 찬양되는 동시에 가장 경멸받는 현대 게임 디자인 원칙의 기초라는 사실은 꽤나 흥미롭다 . 이 글은 바로 그 현상 , 랜덤성 (Randomness) 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 랜덤성은 언제나 게임 개발에 있어 일부분이었으나 특히 지난 십여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여러 면에서 현 시점은 게임의 랜덤성 황금기라 할 수 있는데, 이 글에서 논하는 랜덤성에 대한 고찰에 앞서 먼저 인지적 랜덤성 (perceived randomness) 과 객관적 랜덤성 (objective randomness) 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 인지적 랜덤성은 우리가 패턴을 인식하는 능력과 관련 있는데 , 예를 들어 게임 내 이벤트가 ' 난데없이 ' 발생한 것처럼 느껴질 때 , 또는 두 번째 플레이 시 앞서 플레이했을 때보다 이벤트가 덜 발생한다고 느껴질 때 우리가 랜덤하다고 여기는 것을 가리킨다 . 당연한 얘기겠지만 완전히 불규칙하게 느껴진다고 해도 그것은 개발자의 신중한 계획에 따른 것이다 . 반대로 , 객관적 랜덤성은 진짜로 무작위적인 것을 말한다 . 다시 말해 객관적으로 랜덤하다는 것은 우리의 지식 여부와 무관하게 진정으로 무작위적임을 의미한다 . 랜덤성이 지닌 다양한 긍정적인 그리고 부정적인 측면들은 인지적 랜덤 성과 객관적 랜덤성간 차이에서 비롯된다 . 예를 들어 컴퓨터에서 진정한 랜덤성을 구현하는 것은 항상 어려운 과제였다. 하지만 프로그래머의 임무는 랜덤하게 보이게 만들면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예컨대 카지노를 재현한 게임(예를 들어 NES용 <카지노 키드(Casino Kid)>)의 개발자들은 카지노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진정한 랜덤성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은 도박과 유사한 메커니즘이 실제 화폐 구매와 결합되면서 부터다. 랜덤성과 소액결제가 결합되면서 우리는 현대 게임 디자인 내 랜덤성이 지닌 어두운 면을 직면하게 됐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7년 전 게임계를 강타했던 확형 아이템에 대한 논란으로, 이는 EA가 <스타워즈 배틀필드2(Star Wars Battlefield II)>의 속편을 출시했을 때 게임 플레이에서 중요해진 확률형 아이템의 역할에 대해 플레이어들이 예상치 못한 불만을 품고 반발했던 사건이었다. 이 게임에 대한 레딧(Reddit)의 게시물이 10만 개가 넘는 하위 포럼에서 가장 많은 싫어요를 받았다는 사실은 주목할만 것이었다. 이 스캔들은 일부 유럽 국가에서 게임을 일종의 위장 카지노로 간주하고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입법을 도입하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어떤 개발사들은 게임을 수정해서 확률형 아이템을 시즌 패스(<오버워치 2(Overwatch 2)>) 등의 다른 시스템으로 대체했고, 또 다른 회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게 되었는데, 이 때 실제 확률이 얼마나 낮은지 드러나기도 했다. 이러한 모든 조치에도 불구하고 확률형 아이템과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랜덤 메카니즘(비록 동일한 시각적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지만)이 특히 소위 가챠류 게임에서 크게 유행하였는데, 이러한 현상은 특히 <원신(Genshin Impact)>의 출시 이후 글로벌해졌다. 한편, 주사위나 룰렛의 확률은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처럼 확률이 공개되어 있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확률형 아이템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주로 도박과의 유사성에 초점을 맞추곤 하는데, 이러한 비교가 틀렸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게임의 랜덤성이 카지노에서보다 더 위험해질 수 있는 두 개의 중요한 차이점을 모호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첫 번째 문제는 소위 '도박꾼의 오류'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이는 우연의 게임에서 더 많이 질수록 최종적으로 이길 가능성이 더 높다고 여기는 느낌을 의미한다. 이론적으로 볼 때 이러한 느낌은 그러한 인식이 사실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사라져야 한다. 다음에 던지는 동전은 이전의 모든 동전 던지기가 운이 없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합리적인 사람들이 "행운은 마침내 찾아올 것"이라는 느낌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지출을 계속한다. 디지털 게임의 이상한 점은, 이러한 느낌이 실제로 합리적일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어지는 후속 뽑기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할 위험이 커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불운한 플레이어의 손실을 우려하는 개발자들은 가치있는 아이템의 드롭을 보장하는 “동정 메커니즘(pity mechanics, 편집자 주: 한국의 '천장'이나 토큰식 아이템과 유사한 의미다.)”을 도입하곤 한다. 개발자들은 플레이어가 랜덤의 무저갱에 빠지기 전에 자신이 의도한 최적의 경험을 얻을 수 있기를 원하기 때문에, 게임 초반에 플레이어가 얻을 수 있는 드롭을 제어하는 것은 꽤 흔한 일이다. 두 번째 문제는 소위 "매몰 비용 오류"라 불리는 것과 관련된다. 우연의 게임에서 많은 돈을 잃은 도박꾼은 그 손실을 투자로 간주하기 때문에 손실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곤 하는데, 이들은 불운이 연속되는 도중에 멈추면 불운함이 확정된다고 느낀다. 도중에 멈추는 것은 불운의 연속을 사실상 '만드는' 것이라 여기는 셈이다. 이러한 감정은 전통적인 우연의 게임에서는 완전히 비합리적인 것이지만, 온라인 게임에서는 개발자가 특정 플레이어를 겨냥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달라진다. 일부 개발자들은 모바일 게임 개발자들에게 고액 유저를 겨냥해서 특별 혜택을 제공하거나 심지어는 게임 전체를 그들에 맞춰 바꾸라고 공개적으로 조언한다. 이것이 실제로 의미하는 바는 일부 플레이어의 경우 손해를 보더라도 많은 지출을 하는 것이 투자로 간주되며, 이를 통해 스스로가 게임의 개발자로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AAA 및 부분유료화 업계에만 집중했다면 위에서 설명한 어둠의 패턴이 이 글의 유일한 주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동일한 10년간 랜덤성은 인디 게임개발사들이 만든 게임에서도 핵심 메커니즘으로 자리잡았다. 흥미로운 점은 인디게임쪽에서는 이 기술이 격렬한 윤리적 논쟁을 일으키지 않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이 분야에서 랜덤성은 오히려 오픈월드 서바이벌 게임과 같은 새롭게 떠오르는 인기 장르의 탄생과 로그라이크와 같은 오래된 장르 부활의 주요 원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랜덤성과 오늘날 인디 게임의 성공은 밀접하게 관련되어있다. 인디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 랜덤성이 그토록 인기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여러 요인들이 매우 운좋게 합쳐진 데서 온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가장 큰 이유로는 개발 비용의 절감을 들 수 있다. 인디 게임이라고 해서 아무 것도 없는 진공에서 개발되는 것은 아니며, 대작 게임에 길들여진 플레이어들의 새로운 게임 습관에 적응하고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인디 게임은 제작비 면에서 대작 게임과 경쟁할 수는 없지만, 다른 방식으로 가격 대비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디 게임은 훨씬 나은 리플레이성, 더 다양한 파워-업과 무기들, 또는 더 큰 오픈월드와 같은 것들을 제시할 수 있는데, 이 모든 장점들은 랜덤성을 능숙하게 활용할 때 가능해진다. 로그라이크 게임은 가장 오래된 장르 중 하나로서(오리지널 로그가 출시된 것은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거의 30년간을 틈새 장르로서 연명하다가 지난 10년동안 주류 게임의 대열에 들어섰다. 개발자들이 이 장르를 해체하고 다른 많은 장르에 로그라이크적인 랜덤성을 섞어 넣은 것은 이 특이한 궤적이 형성될 수 있었던 주 이유였다. 이러한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두 게임이 바로 <스펠렁키(Spelunky, 2008)>와 <아이작의 번제(The Binding of Issac, 2011)>다. 이들 게임이 출시되기 전까지 로그라이크는 매우 엄격한 기준을 준수해야 했는데, 퍼머 데스(perma-death), 랜덤 환경, 루팅(loot)이 포함되어야 했고 무엇보다도 RPG 장르에 속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했다. 사람들이 대부분의 장르에서 동일한 유형의 랜덤성을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닫자 비로소 로그라이크 혁명이 발발했다. 랜덤 환경 생성은 엄청난 성공을 거둔 또 다른 장르, 즉 <마인크래프트(Minecraft)> 이후에 출시된 서바이벌 게임 장르의 기반이 되었다. 의심할 바 없이 이 장르의 인기는 기존 게임들에서는 단순하고 부차적인 방식으로만 존재했던 제작(크래프팅)과 생존이라는 새로운 메커니즘이었다. 하지만 이 장르의 대중화에 있어 랜덤성이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를 무시해선 안된다. 인디 게임의 제한적 예산은 개발자들로 하여금 특정 장르 게임의 제작을 어렵게 만들어왔다. 한정된 자원으로 나 <스카이림(Skyrim)> 같은 오픈 월드 게임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유지 관리해야 하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도 마찬가지다. 절차적으로 생성된 월드와 <마인크래프트> 이래 대중화된 얼리 액세스 모델은 인디 개발사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매출과 플레이어 참여의 측면에서 AAA 개발사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비록 절차적으로 생성된 월드가 정교한 디테일이나 사실성 측면에서 수작업으로 제작된 월드와 경쟁할 수는 없다해도, 규모 면에서는 수작업 월드를 능가할 수 있으며 무한한 탐험을 가능케 해준다. 한편 랜덤성을 사용하여 두 번의 플레이 세션이 동일하지 않도록 하는 게임에서는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갈증을 느낄 염려가 없다. 게임 제작의 용이성은 보다 자유로운 디자인 관행으로 확장되어 소규모 팀에서도 보다 수월하게 게임 개발작업을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로그라이크 게임에서 불운이나 행운은 플레이 경험의 일부로서 개발자가 모든 운이 '공정’하도록 또는 균형이 잡혀있도록 만들어주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실 디자인 관점에서 문제가 있는 상황(예컨대 지나치게 강하거나 약해진)은 종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게임의 인기를 높이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많은 스트리머가 극단적이고 독특한 상황을 추구하는 가운데, 랜덤성은 그러한 것을 전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기도 하다. 요약하자면 현재 게임 산업 내 랜덤성의 인기와 그것에 대한 두 개의 극단적인 인식은, 처음에는 놀랍게 여겨질 수 있으나 우연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는 랜덤성이 과거의 아날로그 게임들에서 어떤 식으로 기여했는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주사위나 막대 던지기, 카드 섞기 등은 놀라움과 리플레이 효과를 더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사용되어온 매우 오래된 메커니즘이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수백 년 동안 간단한 규칙으로서 사용되어왔다. 동시에 바로 그 동일한 것을 핵심 메커니즘으로 삼아 오락을 도박으로 만들 때 쉽게 오용되고 마는 것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코펜하겐 IT대학 교수) 파웰 그라바첵, Pawel Grabazeck (게임연구자) 나보라 게임연구자입니다. 게임 플레이는 꽤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게임학을 접한 것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우연히 게임 수업을 수강하면서였습니다. 졸업 후에는 간간히 게임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연구나 저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역사>, <게임의 이론>, <81년생 마리오> 등에 참여했습니다.
- 일본의 보는 게임: 같은 듯 다른 일본의 상황들
< Back 일본의 보는 게임: 같은 듯 다른 일본의 상황들 03 GG Vol. 21. 12. 10. 1. ‘보는 게임’에 대한 기억 필자는 어릴 적부터 그다지 게임에 소질이 없었던 탓에 점프를 하여 성벽을 오르거나 호랑이를 탄 채 불타는 링을 뛰어넘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지나치게 긴장한 나머지 제대로 시도도 한 번 못 해본 채 늘 동일한 순간에서 몇 번이고 죽었다 다시 살아나기를 반복해야 했다. 그렇게 게이머로서의 자질이 부족했던 어린이는 자라서 주로 남들은 안 하는 게임만 ‘보는’ 어른이 되었다. 필자의 소위 ‘보는 게임’과 관련된 가장 오래되고 충격적인 경험은 전자오락실이 아니었다. 한번은 필자와 동생보다 몇 살 많았던 6학년짜리 엄마 친구 아들이 집에 놀러 온 적이 있었다. 이제껏 본 적 없는 현란한 동작으로 버튼을 눌러 공격을 피하고 조이스틱을 움직이며 놀라운 속도로 결승선에 도착하는 기염을 토한 그는 우리가 지금까지 만난 적이 없는 고수였다. 직접 하는 것만큼 긴장한 우리는 손에 땀을 쥔 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고수를 진심을 다해 응원했다. 두번째는 일본의 어느 복합 엔터테인먼트 체인점이었다. 최고 난이도의 곡을 북을 치는 속도, 절묘한 타이밍, 강약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플레이하던 고수는 퍼포먼스를 마치곤 구경하던 이들의 박수를 받으며 다른 게임기를 향해 사람들 사이를 유유히 걸어나갔다. 이렇게 직접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고수의 플레이는 보는 것을 넘어 게임 자체를 예술 작품을 감상 하듯 바라보게 되었고 마치 스포츠 경기를 관람 하듯 프로게이머의 경기를 즐기게 되었다. 또한 인터넷 게임 방송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직접 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타인의 게임 플레이를 보면서 즐기는 ‘보는 게임’ 이 게임 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보는 게임’은 타인의 플레이를 보고 이를 통해 자신의 실력도 키워 보겠다는 목적성을 가지는 경우도 있지만 해본 적 없는 (혹은 할 생각이 없는) 게임이라도 타인의 플레이를 보는 것으로 또 다른 재미를 느끼며 플레이어가 직접 하는 게임과는 별개로 ‘보는 게임’ 만의 즐거움과 의미를 가지게 된다. 1) 최근 몇 년 사이에 일본에서도 게임 방송 2) 이나 e스포츠와 같은 ‘보는 게임’이 디지털 네이티브 3)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방치형 플레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감상만을 목적으로 하는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났으며 여배우 혼다 츠바사나 한국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대형 유튜버 히카킨 (HIKAKIN) 4) 이 게임 채널을 개설하기도 하였고,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 방송을 주로 하는 샤루루(しゃるる) 와 같은 게임 전문 방송인도 등장하였다. 이에 따라 게임 방송을 위한 전용 스트리밍 플랫폼을 전문으로 제공하는 OPENREC.tv나 Dozle(도즈루) 5) 와 같은 회사들도 주목받고 있다. e스포츠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져 플레이어 커뮤니티가 주최하는 이벤트 및 대회가 늘어나게 되었고 일본의 유명 연예 프로덕션인 요시모토 흥업(吉本興業)에서 e스포츠 팀을 창설하는 등 이전과 달리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하게 되었다. 또한 AbemaTV와 같은 케이블 방송 뿐 만 아니라 지상파 방송에서도 e스포츠 전문 프로그램을 방영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실제로 일본의 ‘보는 게임’은 어떤 식으로 전개되고 있을까? 게임 방송과 e스포츠를 중심으로 일본의 새로운 ‘보는 게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인용한 인터뷰는 2021년 9월부터 11월에 걸쳐 총 10명의 20대 초반에서 40대 중반 사이의 일본인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반구조식 인터뷰를 통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그중 일부 내용을 번역하여 인용하였다. 2. 새로운 세대의 전유물? 평소 인터넷 방송을 자주 보는 것은 주로 10~20대로 이전부터 인기가 있었던 〈회전 초밥집 전 메뉴 시켜서 클리어하기〉와 같은 ‘한번 해보았다(〇〇やってみた)’ 형식의 방송과 함께 게임 방송의 인기가 급격하게 올라가게 되었다. 6) 이러한 영향인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 <코로코로믹스 (コロコロミック)>(小学館) 가 실시한 2019년 ‘관심 있는 직업 랭킹’에서 이전에는 순위에 들지 못했던 프로게이머와 게임 전문 방송인(주로 게임 유튜버)이 각각 2위, 3위를 차지하기도 하였다. 7) 본인이 직접 플레이하지 않는 게임 관련 영상을 자주 찾아본다는 N은 ‘보는 게임’의 매력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멋진 장면을 보거나 (드물기는 하지만) 게임 공략을 참고하려고 본다. 플레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개가 다양하기 때문에 재미있다… [중략]…전혀 다른 게임을 하는 친구들과도 좋아하는 게임 방송에 대한 정보는 공유할 수 있고 이야기하는 것도 즐겁다" (N, 20대, 남, 대학생). 평소 e스포츠에 관심이 많아 자주 본다는 Z는 ‘보는 게임’의 재미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다. "게임에 대한 공략법도 알 수 있고, 야구나 축구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며 보는 것과 같은 재미가 있다" (Z, 20대, 남, 아르바이트). N과 Z에게 있어서 ‘보는 게임’은 ‘하는 게임’과는 분명히 다른 즐거움을 제공하는 게임을 즐기는 또 다른 방식이다. 게임은 하지 않지만 게임 방송을 자주 본다는 W는 집에서 주로 방송을 틀어 놓고 운동을 하면서 보거나 듣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사람 (본인의 최애 (推し))이 (게임을 하면서) 보이는 반응도 재미있고 (성우이기 때문에 ) 해설하는 목소리도 좋아서 굳이 프로게이머와 같은 고 스킬이나 화려한 테크닉이 없어도 매우 재미있다" (W, 20대, 여, 회사원). "아르바이트 하면서도 (게임 방송을) BGM처럼 들었다. 주로 집에서는 틀어놓고 보면서 공부하면서 들으면서…청소하면서 보면서…들으면서… [중략]…해본 적 없어도 (공략 방법 등이) 새롭고 그 자체만으로 게임은 즐길 수 있다" (H, 20대, 여, 대학생). H의 부모님은 게임을 하면서 성장한 세대이기 때문에 오히려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해 매우 엄격했다고 한다. 게임이 얼마나 재미있고 쉽게 몰입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W와 H의 경우처럼 게임 방송과 같은 새로운 ‘보는 게임’에 익숙한 세대에게 ‘보는 게임’은 때때로 ‘라디오와 같은 듣는 게임’이기도 하며 때론 운동이나 청소 등과 같이 ‘다른 무엇인가를 동시에 하면서 하는 게임 (しながらゲーム)’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물론 게임 방송을 보는 것은 비단 젊은 세대 뿐만이 아니다. 일본 게임의 전성기를 ‘하는 게임’을 체험하면서 성장한 세대 중에도 게임 방송을 자주 보는 이들이 있다. 인터뷰를 진행한 30대의 K와 M, 40대의 C가 이에 해당한다. 어렸을 적부터 다가시야 (駄菓子屋) 8) 나 제과점 앞의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구경했다는 K와 M은 비슷한 ‘보는 게임’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K는 다양한 플랫폼의 게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C는 평소 타인과 경쟁할 필요도 없고 그냥 보면서 힐링이 되는 〈펭귄의 섬〉 과 같은 스마트폰 게임을 주로 하는데 동일한 맥락에서 게임 방송을 보기 시작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어느 누구보다도 자주 게임 방송을 본다는 M은 이렇게 말한다. "많이는 보지만 단순히 송신되는 것을 그냥 그대로 받은 느낌? 이랄까…… 게임이라고는 볼 수 없기 때문에 ‘보는 게임’으로서 성립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M, 30대, 남, 서비스직). 3. ‘보는 게임은 게임이 아니다.’ 그렇다면 일본의 ‘보는 게임’ 문화는 이전에는 없었던 전혀 새로운 것일까? 게임 문화를 주도해 왔으며 ‘하는 게임’에 익숙한 이들은 이처럼 게임 방송은 ‘보는 게임’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게임 방송이나 e스포츠와 같은 새롭게 등장한 ‘보는 게임’이 어떠한 재미가 있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다소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특히 Y는 시간이 날 때마다 다양한 게임을 하지만 게임 방송은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물론 게임을 하면 (게임 방송을 보는 것) 그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동영상을 볼 시간에 역시 직접 플레이하는 편이 몇 배는 더 즐겁다" (Y, 30대, 남, 대학원생). Y는 ‘보는 게임’을 어릴 적 친구 집에 놀러 가 게임을 할 때 서로의 순서를 기다리며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훈수를 두면서 게임을 보던 광경이라고 설명한다. 즉 ‘보는 게임’ 에서는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 타인과 같은 플레이 경험과 공간,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게임은 플레이한다는 행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연결된 화면이나 채팅으로 이루어진 물리적 거리가 존재하는 환경에서의 ‘보는 게임’은 게임을 완전히 체험하고 있다고 하기 어려우며 플레이의 경험 자체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즉 ‘하지 않고’ 보는 것만으로 진정한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냐는 것이다. 어느 시기부터 ‘보는 게임’으로 생각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있다며 I는 일본의 전자오락실인 게임 센터(ゲームセンター)에서의 ‘보는 게임’에 대한 기억을 말한다. "게임 센터에서 양복을 입은 샐러리맨이 능숙하게 플레이하는 것을 주변의 모두가 연극을 관람하는 것처럼 구경했던 적이 있다 … [중략]… 신입생과 이야기할 때 처음 해본 게임이 스마트폰 게임이고 게임 센터도 별로 가본 적이 없다고 해서 세대 차이가 느껴져 충격을 받았다" (I, 30대, 남, 대학원생). 게임을 본다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며 게임 방송이나 e스포츠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Y나 I가 경험한 것과 같은 ‘보는 게임’ 이 존재했다. 특히 닌텐도에서 1983년 발매한 〈패미컴(패밀리 컴퓨터: ファミリーコンピュータ)〉이 일본전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게임은 가족과 함께, 남녀노소가 함께 즐기는 여가로서 자리를 잡았고 아케이드 게임 역시 이전부터 특유의 직접 몸을 움직여 ‘하는 게임’ 문화를 형성하고 있었다. 또한 아케이드 게임의 주된 플레이 공간인 게임 센터는 젊은이들이 게임을 하면서 서로 교류를 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며 한국의 PC방과 같은 대표적인 게임 공간 (장소)으로 ‘보는 게임’이 발생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9) *레트로 분위기의 게임 센터 〈쟈리가니(ザリガニ)〉(왼쪽) 와 〈제로(ゼロ)〉 (오른쪽). (2016-11-24일본, 오사카 촬영). 친구의 플레이를 옆에서 지켜보며 ‘보는 게임’이 이루어지는 장소. 대부분의 게임 센터들이 위치상으로도 그렇지만 게임 센터 외부에 설치된 게임기가 많아 행인이나 주위의 다른 플레이어들이 쉽게 플레이를 볼 수 있는 ‘보는 게임’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에 가깝다. 게임 센터에서 플레이하는 것은 이처럼 언제라도 ‘보는 게임’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 누군가의 멋진 플레이를 보는 것은 게임 방송을 통해 타인의 플레이를 보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대를 풍미한 게임의 고수 〈다카하시 명인(高橋名人)〉 10) 의 플레이를 보면서 박수를 보내며 열광하던 이들이 있었으며 격투 게임 대회에서는 친구들의 플레이를 구경하며 응원하는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이처럼 장소와 시간을 공유하는 게임 플레이에 익숙한 게임 문화에서 새로운 ‘보는 게임’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반면 처음 접한 게임이 스마트폰 게임이며 보거나 듣는, 혹은 ‘무엇을 하면서 보는 게임’을 체험하며 성장한 젊은 세대들에게 새로운 ‘보는 게임’은 TikTok이나 Instagram에 사진을 올리거나 ‘좋아요’와 같은 공감을 얻고 공감 하는 것과 동일한 함께 공유하는 경험일 수 있다. 게임 방송이 다루는 게임들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 인기 있는 격투 게임이나 슈팅 게임에서 높은 점수를 내거나 플레이어의 테크닉을 보여주는 것에 중점을 두는 방송도 있지만 앞서 언급된 것처럼 프로게이머가 아니더라도 또는 특별한 스킬이 없어도 게임을 하면서 재미있는 반응을 보여주는 방송이나 80년대 혹은 90년대의 매니악한 레트로 게임 (retro game) 플레이를 하는 게임 방송이 많다. 물론 감상할 수 있는 게임 방송도 인기가 있다. 예를 들자면 〈게임 산책(ゲームさんぽ)〉 11) 채널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채널에서는 다양한 게임들을 소개하고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전형적인 ‘보는 게임’ 콘텐츠이다. 그러나 타인이 플레이하는 것을 게임 테마와 관련된 전문가인 초대 손님들이 보면서 코멘트를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마치 시사 교양 프로그램의 좌담회처럼 진행된다. 즉 ‘보는 게임을 보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보는 게임’을 재해석하고 평가하는 새로운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스스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게임 방송에서 대신 도전해 주고 있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 것 만큼 그 내용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 수 있고 멋진 플레이를 볼 수 있어서 재미있다는 N과 H와 같은 젊은 세대에게 있어서 게임 방송은 동료나 친구 혹은 그 구역의 고수가 플레이 하는 모습을 보는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으며 이러한 게임 플레이를 통해 친근함을 느끼고 마치 자신이 플레이 하는 것과 같이 동일시하기도 한다. 한편, 집에서 그리고 게임 센터에서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했던 일본의 게임 문화를 주도해 온 30~40대의 세대들에게는 게임 방송을 ‘보는 게임’으로 이해하기 위한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4. ‘e스포츠는 뭐가 다르죠?’ 일본의 e스포츠 그렇다면 e스포츠는 어떤 식으로 전개되고 있을까?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e스포츠라는 용어가 알려지게 된 것은 2015년 〈사단법인 일본 e스포츠협회 (JeSPA)〉가 설립되면서부터이다. 2018년 문부과학성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e스포츠 대회 개최나 프로게이머 팀의 출범이 잇따르며, 스폰서계약을 체결하려는 기업들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공개된 KADOKAWA Game Linkage의 조사에서도 일본의 2019년 e스포츠 시장 규모가 이미 60억 엔을 넘어섰으며 코로나로 인한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의 e스포츠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본에서 e스포츠라는 용어가 정착하기 훨씬 전부터 각 게임 센터에서 개최하는 격투 게임 중심의 게임 대전 이벤트가 있었다. 하이스코어를 목적으로 하는 게이머 (고수) 12) 들이 존재했고 아케이드 게임의 전성기에 등장한 〈스트리트파이터II〉 13) 로 인해 플레이어가 서로 대전하는 게임 문화도 형성되게 되었다. 그러나 평소 디지털과 아날로그 할 것 없이 게임을 자주 한다는 T는 ‘보는 게임’으로의 e스포츠는 역시 익숙하지 않다며 e스포츠에 관해서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이렇게 말한다. "e스포츠와 RTA(Real Time Attack)와 뭐가 다른가? 차이가 있다면 있겠지만 게임은 역시 하는 거다. 경기를 보는 것과 다르다. 보고 하고 보고 하고. 일본에서는 게임 콘텐츠도 PvP나 PvE나, Minecraft 등 서바이벌 적인 것 만이 인기있는 콘텐츠가 아니니까" (T, 30대, 남, 회사원).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e스포츠를 즐기는 인구는 증가하고 있으나 T의 이야기처럼 경기를 관람하는 것은 바둑이나 장기 대회에서는 흔한 광경이지만 e스포츠를 관람한다는 것은 아직 보편화되지는 않았다. 또한 국제적인 e스포츠 대회에서 인기있는 종목들 중에는 일본에서는 그다지 인기 없는 장르의 게임도 많다. 한국에서는 이미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거액의 상금이 걸린 대규모 대회나 유명 기업들과 스폰서를 체결한 대회들이 개최되면서 프로게이머가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일본의 경우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젊은 세대에게도 e스포츠라는 ‘보는 문화’는 친숙한 광경은 아니다. e스포츠는 일본에서 아직 ‘관람형’ 보다는 ‘하는’ 게임이 중심이기 때문이다. 가정용 콘솔 게임기가 많이 보급되어 상대적으로 PC게임이 주종목으로 채택되는 e스포츠의 시작이 늦어지게 되었지만 14) 2018년에는 기존의 e스포츠 3개 단체가 통합하여 〈일본 e스포츠 연합 (JeSU)〉이 발족하게 되었다. 15) 물론 일본에도 한국과 같은 e스포츠가 존재하지만, 대도시보다는 중소도시와 연계한 형태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일본만의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16) 한국에서는 〈스타크래프트〉와 PC방이 e스포츠의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일본에서는 중소도시의 현/구/시 도청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역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e스포츠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인프라가 준비되기도 전에 e스포츠의 지역 대회는 활성화되었다. 도쿄와 같은 대도시에 비해 인구감소 및 고령화에 따른 문제를 겪고 있는 중소도시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는데 e스포츠가 지역 활성화 뿐만 아니라 노년층의 건강 증진을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e스포츠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17) 와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지역 경제를 부흥하고자 하는 목적도 가진다. 대표인 사례로 이바라키(茨城県)현에서는 e스포츠를 통해 지역 세대 간 격차를 줄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고등학생을 위한 e스포츠 대회나 e스포츠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아카데미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9년에는 일본 최초의 47개의 도/부/현이 참가하는 이벤트〈도/부/현 대항e스포츠대회(全国都道府県対抗eスポーツ選手権2019IBARAKI)〉를 개최하였다. 또한 교토부(京都府)에서는 2019년 〈교토 e스포츠 서밋〉이 열렸고 2021년에는 지역 경제 부흥을 도모하는 〈KAMEOKA e-SPORTS PARTY〉를 가메오카 온천 지역에서 개최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도/부/현 대항 e스포츠 대회(全国都道府県対抗eスポーツ選手権2019IBARAKI)〉의 앰배서더 Vtiber 이바라키 히요리 (茨ひより) (왼쪽) 18) 과 교토의 의 포스터 (오른쪽) 일본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교육 기관도 생겨나고 있다. 주로 고등학교와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프로게이머 양성 학교가 설립되었고 대학에서는 e스포츠를 커리큘럼에 넣은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하였다. 19)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장수 인구가 많은 일본에서 노년층의 건강 관리를 위해서도 e스포츠가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 액티브티협회〉에서는 ‘건강 게임 지도사’ 의 자격증 코스를 통한 교육 세미나와 노년층을 위한 e스포츠 이벤트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20) 이러한 e스포츠는 새로운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국의 중소 도시에 e스포츠 시설과 팀이 생기면서 이웃 지역과의 대회 등을 개최하기 위한 시니어 e스포츠 팀도 나타나게 되었다. 21) * 평균 연령 65세 이상으로 구성된 시니어 e스포츠 팀 의 공식 홈페이지, https://matagi-snps.com/ (2021년 10월 06일 접속)(왼쪽) 과 건강 게임 지도사 양성 강좌 안내 전단지 (오른쪽) T가 언급한 것과 같이 일본에는 일반적인 e스포츠 대회와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RTA in Japan〉과 〈AFTER 6 LEAGUE〉가 있다. 사단법인 RTA에서는 운영하는 일본 최대 규모의 〈RTA in Japan〉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1년에 2번에 걸쳐 『RTA in Japan Summer』와 『RTA in Japan Winter』를 개최하고 있으며 일단 특정 게임을 최단 시간으로 클리어해야 하므로 주로 〈천수의 사쿠나히메(天穂のサクナヒメ)〉나 〈별의 커비 64(星のカービィ64)〉,〈 슈퍼 마리오 64 DS(スーパーマリオ64DS)〉와 같은 게임이 다수 플레이 종목에 포함된다. 〈AFTER 6 LEAGUE〉는 대회 타이틀이 상징하는 것처럼 퇴근 후 (6시 이후) 플레이하는 회사원을 중심으로 하는 e스포츠 리그이며 뜨거운 반응을 얻어 2022년에 2번째 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의 경우는 〈리그 오브 레전드〉나 와 같은 주로 국제적인 e스포츠 대회의 종목인 게임을 중심으로 덴츠 ( Dentsu.Inc ) 등의 대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대회이다. * 〈AFTER 6 LEAGUE〉의 공식 홈페이지, https://a6l.jp/ (2021년 10월 06일 접속) 지금까지는 국제 e스포츠 대회에서 널리 알려진 프로 게임 팀이나 프로게이머는 드물다. 22) 일본 국내의 e스포츠 대회는 상금 역시 매우 적은 수준인데 이것은 대회의 상금 규정이 〈경품 표시법(景品表示法)〉과 〈도박 관련 형법(賭博罪)〉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23) 따라서 일본의 e스포츠 대회에서는 국제 대회와 같은 많은 상금을 걸 수도 비싼 입장료를 받아 수익을 낼 수도 없는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 도/부/현을 중심으로 경기 시설이 설치되고, 2018년부터는 공인 프로게이머를 위한 프로라이선스가 제도화되었다. 이에 따라 상금에 대한 규정도 변경되어 대규모의 e스포츠 대회가 진행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됨에 따라 e스포츠 활성화의 가능성이 늘어나게 되었다. 24) 그러나 아직까지는 단발성 이벤트화 되어 있는 e스포츠 대회, 열악한 관람 문화, 전문적인 프로게이머의 부족으로 인해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고 남아있는 과제는 많아 보인다. 5. ‘보는 게임’과 ‘~하면서 보는 게임’ 일본의 ‘보는 게임’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보는 게임은 확실히 기존의 하는 게임과는 구별되는 현상이지만 완전한 새로운 것은 아니며 이전에도 존재했다. 특히 가정용 콘솔과 함께 일본의 게임 문화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아케이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임센터에서는 이러한 ‘보는 게임’은 흔하게 일어나는 광경이었다. 둘째, 새로운 ‘보는 게임’인 게임 방송과 e스포츠의 수용에서는 세대 간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기존의 가정용 콘솔과 아케이드 게임 중심의 게임 문화에서 성장하여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는 플레이 경험이 익숙한 이들에게 물리적 환경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와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느끼기 어려운 새로운 ‘보는 게임’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으며 e스포츠 경우도 그러하다. 물론 일본 e스포츠의 출발점은 이전의 격투 게임 대회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현재와는 달리 플레이어 간의 팬 교류 행사나 오락실 홍보 이벤트로서의 성격이 강했다. 따라서 인터넷의 발전과 더불어 확장된 방식의 ‘보는 게임’인 게임 방송이나 세계적인 e스포츠의 흐름과는 다른 전개를 보이게 된 e스포츠와 관련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타인의 플레이를 보는 것 자체가 가치가 있다’는 인식이 수월하게 공유되지 못한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셋째, 현재 일본에서 새로운 ‘보는 게임’을 경험할 수 있는 무대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은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전과 비교하여 이러한 ‘보는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인터넷 환경과 인프라도 구축되었다. 따라서 타인의 플레이를 서로 다른 공간, 다른 시간에서 공유하면서 동시에 ‘보면서 들으면서~하면서’ 즐기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되었고 기존의 게임문화와는 또 다른 게임문화가 형성되어 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세대에 따라 즐기는 게임의 장르나 플랫폼이 다르며 어디까지 ‘보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대답도 달라질 것이다. ‘보는 게임’ 이 의미 있는 것은 단순히 타인의 게임 플레이를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능동적으로 교류하고 확장시켜 다시 새로운 즐거움을 공유해 나가는 방식이며 이처럼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도 늘어날 것이다. 앞으로 ‘보는 게임’ 혹은 ‘~하는 게임 보는 게임’이 어떤 식으로 더욱더 변화될 것인지를 기대해본다. 1) 이경혁.『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 - 게이머, 게임을 말하다』. 로고폴리스. 2016. 2) 게임실황동화 (ゲーム実況動画) 혹은 줄여서 게임실황(ゲーム実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YouTube, Twitch 이외에도 니코니코 동화 (ニコニコ 動画) 사이트가 있다. 3) 디지털 디바이스로 가득한 환경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성장한 이 세대에게 디지털 게임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 방법을 제시한 마크 프렌스키 (2006)는 이들을 이전 세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설명한다. Prensky, M. (2006). Don't bother me, Mom, I'm learning!: How computer and video games are preparing your kids for 21st century success and how you can help!. St. Paul: Paragon house. 4) 유튜브에서 게임 방송 콘텐츠가 인기를 얻게 되자 <히카킨 게임스>라는 채널을 개설하였다. PC 게임 뿐만 아니라 모바일 게임 등 다양한 게임을 플레이한다. 5) 유명 유튜버 Dozle(ドズル)를 중심으로 하는 회사로 주로 <마인크래프트> 관련 게임 방송 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6) Cross Marketing.『YouTubeの利用実態に関する調査』.2020. https://qr.paps.jp/W9uDU(2021년 10월 06일 접속) 7) <코로코로믹스온라인 (コロコロミックオンライン)>의 홈페이지, https://corocoro.jp/82218/ (2021년 10월 6일 접속)) 8) 옛날 문방구 (문구점)와 비슷한 형태로 가게 앞에 몇 대의 게임기가 설치되어 있거나 과자와 어린이들의 장난감 등을 주로 판매한다. 9) 加藤裕康.『ゲームセンター文化論メディア社会のコミュニケーション』. 新泉社. 2011. 카토(加藤)(2011)는 게임을 ‘보면서 즐기는 문화’를 형성해온 게임 센터를 중심으로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메타적인 게임 현상에 대해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게임 센터는 일본 특유의 게임 문화와 맞물려 있을 뿐 만 아니라 게임을 하거나 보는 행위 이외에도 그곳에 있는 사람들 간의 교류가 형성되는 장소로 게임 센터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상호작용에 주목한다. 10) 패미컴 붐과 함께 인기를 끌었던 일본의 게이머이며 특기는 1초에 16회이상의 연타였고 그의 35주년을 기념하여 2021년 <타카하시명인 탄생 35주년기념 앱 ~게임은 1일 1시간!~ (高橋名人35周年記念アプリ〜ゲームは1日1時間!〜)> 이 앱으로 출시되기도 하였다. 11) Livedoor사의 이 채널은 ‘다양한 관점에서의 게임 방송’을 컨셉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면 2021년 3월 20일 <모여라 동물의 숲> 편에서는 마을의 부엉이 박물관 설립을 테마로 설정했는데 국립미술관 큐레이터와 예술 전문가를 초대하여 게임 플레이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며 게임 플레이 뿐 만 아니라 실제 게임 속 큐레이션 및 작품의 재현에 대해서 논의하기도 했다. 12) 게임의 최고 점수를 노리는 고수들을High Scorer (ハイスコアラー) 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13) 1991년 등장한 이후 엄청난 인기를 끌었으며 전국 게임센터 대항 격투게임 대회 영상 등이 판매되기도 하였다. 14) 青山学院大学総合研究所研究ユニット「五輪eスポ」.『eスポーツ産業論』. 同友館. 2020. 15) 는 주로 e스포츠 대회의 보급, 프로라이선스의 발급 및 프로게이머의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2020년 8월말 현재 전국적으로 25개의 지부가 생겨났다, 공식 홈페이지, https://jesu.or.jp/ (2021년 10월 06일 접속) 16) 筧誠一郎 .『e スポーツ地方創生~日本における発展のかたち~』.白夜書房. 2019. 17) e스포츠를 전망이 밝은 비즈니스 분야로 꼽히고 있으며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적합한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18) 공식 홈페이지, https://www.ibaraki-esports.com (2021년 10월 06일 접속) 19) 게이오 대학에서이라는 수업이 개설되었고 쿠마모토 산업대 중심으로 이 설립되었다. 20) 공식 홈페이지, http://www.jp-activity.jp (2021년 10월 06일 접속) 21) 아키타현(秋田県)에서 일본 최초의 시니어 e스포츠 프로 팀이 활동하고 있다. 팀명은 로 주로 포트나이트를 중심으로 플레이하는 팀이다. 22)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가진 선수들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전문적인 프로게이머 선수가 부족하고 지금까지는 이렇다 할 전업 프로게이머 전문 육성 기관이 없었기 때문에 특히 겸업 선수들 중에는 게임 실력이 좋은 사람이 ‘어쩌다 보니 프로게이머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는 경우도 있다. 23) 프로게이머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일반인’이 게임 플레이를 보여주고 고액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간주되어 경품 관련 법률에 저촉되는 행위로 규정된다. 따라서 10만엔을 넘어가는 상금은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24) 그러나 일본 최초의 e스포츠 프로라이선스에는 국제 대회의 등록 종목인 <하스스톤>이나<리그 오브 레전드>,<스타크래프트 II>등은 포함되어 있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리츠메이칸대학 기누가사 종합 연구 기구 전문 연구원) 신주형 주로 시리어스 게임과 시리어스 게임을 플레이하는 장소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리츠메이칸대학 게임 연구 센터 (RCGS)의 게임 아카이빙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 게임제너레이션::필자:: 윤수빈
윤수빈 윤수빈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대사(?) "햇살이 강해졌다!"가 삶의 모토. 여섯 살 때 위키위키를 보고 다마고치 캐릭터를 따라 그린 것을 시작으로 줄곧 게임 팬아트를 그리고 있으며, 종종 '룬츠'라는 닉네임으로 동인지를 쓰고 그린다. 최근 관심사는 3DS로 사진 찍기. Read More 버튼 읽기 [공모전수상작] 〈Ib〉: 미술관이라는 공포 체험 2022년은 〈Ib〉의 공개로부터 10주년이 되는 해였다. 제작자kouri는 스팀을 통해 기존 〈Ib〉에 새로운 기능이나 디테일을 더한 리메이크판을 공개했다. 이듬해 2023년에는 닌텐도 Switch 용 〈Ib〉의 발매 소식이 공개되었고, 게임 홍보를 목적으로 게임의 전시를 재현한 ‘게르테나전’이 도쿄 시부야에서 열리기도 했다.
- 게임제너레이션::필자::김지수
김지수 김지수 문화와 지식, 공간과 학술 장 등 다양한 영역을 공부합니다. 게임의 역사와 게이머의 생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Read More 버튼 읽기 [인터뷰] 디지털게임 다양성/접근성 가이드북 제작, 스마일게이트 D&I실 이경진 실장 "이런 사람도 게이머고 저런 사람도 게이머고, 아직 게임을 하지 않은 사람들도 게이머가 될 수 있다라고 확장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우리가 대중 문화로서의 게임의 위상을 스스로 높이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에버랜드에서도 ‘게임문화축제’라고 해서 게임 IP를 가지고 행사를 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게임이 굉장히 대중적인 매체가 되어서 놀이공원에 아이들하고 함께 가서 즐길 수 있는 그런 상황이 된 거잖아요. 그렇다면 게이머라고 했을 때도 게이머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나는 게 앞으로 수익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마인드셋이라고 생각해요." 버튼 읽기 [인터뷰] TRPG로 미술하기: <조우를 위한 대화형 지도> 제작자 인터뷰 지난 6월과 7월, 전시장 ‘팩션’에서는 TRPG(Tabletop Role Playing Game)라는 게임의 형식과 관객 참여형 예술을 결합한 전시 <조우를 위한 대화형 지도: 노스탤지어의 벌레들>이 열렸다. 전시장을 활용해 약 한시간 반 동안 진행되는 퍼포먼스에서, 작가는 TRPG 게임 마스터가 되고 게임의 참여자인 관객들은 재난이 닥친 고향에 돌아왔다는 설정의 캐릭터가 되어 함께 이야기를 구성한다. 버튼 읽기 [인터뷰] 공동연구처럼 돌아가는 스피드런의 세계, 스피드런 유튜버 천제누구 생산을 위해 기획된 방법론인 효율은 오늘날 디지털 게임에서 주요한 플레이 방법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효율적인 플레이를 위한 전략이 동원되고, 최고의 효율을 달성하는 것이 플레이의 미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러한 효율적 플레이의 정점에, 최단시간 내 게임 클리어를 목적으로 하는 스피드런(speedrun)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