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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게임비평공모전 심사위원장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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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4. 10. 10.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이 올해로 벌써 세 번째를 맞이했다. 세 차례 모두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응모작들의 전반적인 수준이 계속 좋아졌다는, 어쩌면 뻔한 총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상향평준화라는 표현이 정확할텐데, 이는 ‘좋은 비평’의 요소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었다는 징표이기도 하겠다. 응모작들의 평균적인 형식적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형식적 완성도가 높다고 모두 훌륭한 비평문이 될 수는 없다. 비평문이 단순 경험담이나 감상문과 구별된다는 것은 대부분 아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소화되지 않은 이론적 개념에 매몰되어 갈 길도 할 말도 잃은 글쓰기 역시 좋은 비평문이 될 수 없다. 게임 비평가는 게임 애호가와 게임 연구자의 중간에 서서 애정과 이론을 한꺼번에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번 공모전에 출품된 48편 가운데 아쉽게 당선권에 들지 못한 글들 중 상당수는 거창한 문제의식으로 시작했으나 추상적인 과잉 개념 사이를 떠돌다가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채 엉거주춤 글을 닫은 경우들이었다.

     

다섯 명의 심사위원들이 개별심사와 집단 토론을 거쳐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한 네 편의 비평문은—물론 완전하진 않지만—자기만의 분명한 시각을 유려하게 풀어가는 한 편 위와 같은 함정들을 잘 피한 수작들이었다. 각 당선작에 대한 간단한 심사평을 접수번호 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 평가는 다섯 심사위원의 의견을 종합하여 요약한 것이다.

     

나원영의 “기계장치의 우주 - 레인월드와 아우터와일즈의 불능감에 대해”는 무엇보다 게임에 대한 애정이 돋보이는 글이었다. 게임에 대해 잘 알고 많이 하는 저자가 즐겁게 쓴 흔적이 뚜렷했고, 독자로 하여금 비평문 속 게임에 대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글이라는 것도 강점이었다. 개념의 투박함이 아쉽고 친절하지 않은 글쓰기 방식도 마이너스 요인이었지만, 저자 나름의 시각이 분명하고 앞으로 좋은 비평가가 될 수 있는 잠재력 또한 높다고 판단했다.

     

박정서의 “크리퍼가 부수고 간 자리”는 인문학적 관심과 지식을 기반으로 하되 독창적인 시각으로 게임을 바라본 수작이었다. 많은 사람들에 의해 회자되고 비평 대상이 되었던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신선한 관점에서 새롭게 접근했다는 점이 놀라웠으며, 제목의 압축성이 비평의 핵심 내용과 잘 조응한 글이기도 했다. 군데 군데 현학적 문장들이 독이성을 떨어트리는 점과 결론이 다소 흐지부지되었다는 점이 작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윤수빈의 “미술관이라는 공포 체험”은 보기에 따라 엉뚱한 비약으로 읽히기도 하고 독창적인 시각으로 보이기도 하는 흥미로운 글이었다. RPG 게임 <Ib>과 전시회 <게르테나전>을 넘나들면서 시각성과 장소감을 게임에 연결지어 설명한 시도는 다른 글과의 분명한 차별성을 보인다. 반면 자신의 이야기를 깔끔하게 마무리하진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비평문의 기능 중 하나가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훌륭한 비평문의 요소를 갖춘 글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성은의 “게임으로부터의 선택, 선택으로부터의 풍경”은 게임에 대한 오랜 애정과 비평이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도를 둘 다 보여준 좋은 사례이다. 문장과 문체 또한 유려하여 독이성이 높았다. 하지만 모범적인 구조와 내용이라는 긍정적 평가는 안전한 (비교)구도 속에서 전형적인 내용을 도식적으로 나열했다는 비판적 평가를 낳기도 한다. ‘제 4의 벽’ 개념적 도구로 삼은 <언더테일> 비평을 독창적이라 평가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글의 높은 완성도만으로도 당선작으로 선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상 네 편 외에도 딱 한 두 개의 흠결 때문에 당선작에 포함되지 못 한 응모작이 다수 있었다. 이 창의적이고 흥미로운 글들을 쓴 예비 게임 비평가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앞서 두 차례의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을 통해 이미 좋은 비평가들이 배출되었으나, 우리나라 게임 평론의 토양이 갑자기 비옥해졌을 리는 없다. 이번 3회 공모전을 위해 글을 썼던 저자들, 특히 당선의 영예를 안은 네 분의 새내기 비평가들은 앞으로도 게임 및 게임 비평, 그리고 게임 연구를 향한 애정을 잃지 않고 꾸준한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 게임계 전반의 발전에 기여해주기를 기대한다.

     

제 3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심사위원장 윤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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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교수)

텔레비전 드라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지금까지 20년 이상 미디어문화현상에 대한 강의와 연구와 집필을 했다. 게임, 웹툰, 한류, 예능 프로그램 등 썼던 글의 소재는 다양하지만 모두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활동들”을 탐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몇 년 전에는 『디지털게임문화연구』라는 작은 책을 낸 적이 있고, 요즘은 《연세게임·이스포츠 연구센터(YEGER)》라는 연구 조직을 운영하며 후배 연구자들과 함께 여러 게임문화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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