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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 코옵할 수 있는가? 그럼 깍두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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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6. 2. 10.

깍두기라는 룰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벌어지던 놀이에는 깍두기라는 게 있었음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인생 경력이 그다지 길지 않은 어린이들의 사회에서는 한 두 살의 차이가 체력과 경험, 지혜 면에서 막대한 차이를 만들어냈고, 경우에 따라선 같은 놀이판에 끼기 어려울 정도의 격차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동네 놀이터의 멤버라는 건 늘 정해진 숫자였고, 원활한 놀이를 위해선 때로는 룰을 비틀어가며 경험이 부족한 친구에게 어드밴티지를 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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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들 사이에서 한 두살 차이는 어마어마한 피지컬 차이다. 보통은 경험과 피지컬이 부족한 막내들이 깍두기로 들어오곤 했다.

비단 놀이터에서만이 아니라 디지털게임 이전에 존재했던 많은 놀이에서 우리는 깍두기 개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 천년의 경력과 팬덤을 보유한 바둑에는 하수에게 몇 점 깔고 두도록 하는 접바둑이 있었고, 고수가 기물 하나를 떼고 두는 오드 체스 같은 개념들도 로컬에선 보편적이었다. 중년들의 골프에도 멀리건(실패 타수를 빼주는 방식), 컨시드(홀컵에 공이 붙으면 넣은 것으로 인정)와 같은 깍두기 룰이 일반적이라는 점은 적당히 수준이 맞는 게임 파트너를 현실에서 만나고 엮이는 일이 예나 지금이나 말처럼 쉽지는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혼자 하는 놀이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놀이는 최소한의 파트너를 요구한다. 소꿉놀이, 병정놀이부터 바둑, 장기, 체스와 카드게임, 놀이터의 오징어게임까지 놀이는 대체로 타인과의 상호작용이다. 놀이의 전제에 파트너가 있다는 사실은 <테니스 포 투>나 <스페이스 워>, <퐁>같은 초창기 비디오게임들 또한 2인용에서 시작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말은 놀이의 대전제이기도 했다. 초기 컴퓨터를 활용한 디지털게임의 발전은 그래서 어느 정도는 같이 게임할 상대라는 대전제를 기계로 대체하는 데 집중되기도 했다. 2인용의 <퐁>은 공 튀기기의 상대를 사람에서 쌓인 블록으로 바꾸며 1인용인 <브레이크아웃>이 되었고, 기계 한 대에 동전 하나로 두 사람이 놀던 게임은 1대에 1명, 1코인으로 변화하며 수익률과 회전률 개선에도 영향을 주었다.


<퐁>과 같은 2인용 게임은 상호 경쟁의 구조이지만 90년대에 등장하는 경쟁형 게임인 <스트리트 파이터 2>를 위시한 대전격투 게임과 비교한다면 이는 코옵에 가깝다. 둘의 차이는 두 플레이어가 서로 대결하느냐 아니냐에 있기보다는 투입한 코인의 가치를 두고 현실에서도 승패의 결과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있기 때문이다. <퐁>이 마치 테니스 코트를 대여료를 내고 빌려 함께 노는 것과 같다면, <스트리트 파이터 2>는 좀더 본격적으로 코인을 걸고 벌이는 투기장에 가깝다. 분명 놀이를 위해 대전격투 게임의 두 참여자는 상호 조응하지만, 우리는 이를 코옵이라 부르지 않는다. 오락실의 코옵은 두 참여자가 같이 코인을 넣고 동일한 목표를 향해 플레이하며 실패시 둘 다 게임오버가 되는 상황을 가리키는 플레이였다. 따라서 코옵은 이뤄지지 않는다.


오락실에서 일어나는 실질적 코옵과 경쟁형 멀티플레이 모두 딱히 깍두기 개념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앞서도 지적했듯이, 플레잉 파트너가 될 사람을 모으고 넓히는 기능으로 깍두기 룰이 작동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경쟁이 아니라 함께 힘을 합치는 코옵이라면 깍두기가 아니라 그냥 패널티 플레이가 되고, 동전의 가치가 걸린 격투게임에서 깍두기 따위는 누가 허용하겠는가? (물론 친구라면 짠발을 안쓴다 정도의 동네 룰 안에 들어가긴 할 것이다.)



놀이 파트너를 모으는 일의 고단함


온라인게임 시대의 등장은 놀이의 오랜 고민 중 하나인 함께 할 파트너 문제를 대단히 놀라운 방식으로 해결해버렸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대전 상대를 찾아주는 기본적인 매칭 시스템은 누적된 플레이어의 전적을 점수화해 적당한 긴장감이 감도는 비슷한 실력의 대결로 만들어내는 형식으로 진화했다. 함께 5인용 던전을 돌아야 하는 MMORPG는 초기에는 사람 구하느라 광장에서 하루종일 외치기만 날리며 점프만 뛰는 구조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동매칭 시스템이 도입되며 손쉽게 원하는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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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티찾기는 전용 채팅 채널에 올라오는 구인구직 글을 텍스트 필터링하는 애드온의 방식으로 시작했다. 이미지출처: 와우인벤 애드온게시판

이는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같이 게임의 기본적인 규칙이 고정된 팀원 수를 요구하는 게임에 이르면 매우 중요해진다. PC방 상황을 중심으로 그 앞 세대 게임일 <스타크래프트>의 플레이 양상과 비교해 보자.


세 명의 친구가 모여 PC방에서 놀기로 한다. <스타크래프트>시대였다면 이 셋의 선택은 대부분 세 사람이 한 팀이 되어 배틀넷의 모르는 세 사람과 대결하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3:3 헌터 초보만요”가 이들이 만드는 방제였고, 셋은 오프라인의 지인이 협력해 익명의 팀 하나에 맞서는 플레이를 밤새 즐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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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크래프트> 멀티플레이에서 고수는 설 자리가 없다. 모든 방은 초보만 찾는다.

같은 인원수가 <오버워치>와 <리그오브레전드>에 이르면 이 코옵은 조금 이상해진다. 다섯 명이 한 팀이어야 하는 것이 대전제인 <리그오브레전드>에서 이들은 게임을 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세 사람이 대전에 뛰어들고, 이름도 실력도 모를 온라인의 두 사람을 팀원으로 받아들인다. 같은 세 명이지만, 게임의 대전제가 바뀌면서 이들의 놀이는 코옵에서 코옵이 아닌, 혹은 절반만 코옵인 어떤 상황으로 넘어간다. 같이 앉은 세 사람은 계속 목소리로 “정글 어디갔냐!”를 외치겠지만, 그 목소리는 같은 팀의 나머지 두 명에겐 닿을 리 없기 때문이다.


인원 수가 달라지면 상황은 좀더 극적으로 변한다. 네 명이라면 같은 두 상황에서 이들은 <스타크래프트>를 2:2로 구성할 것이다. 이 팀 매칭에는 꽤 많은 정보들이 들어간다. 참가한 네 사람의 게임실력, 경험, 친밀도가 팀 구성에서 검토된다. 하지만 <리그오브레전드>에서는 세 사람과 동일하게 그저 5인 팟의 한 자리를 용병으로 받는 구조가 된다. 물론 지인팟이 네 명이 된다는 점에서 패배의 책임을 좀더 용병에게 몰기 쉽다는 안정감은 발생할 것이다.


다섯 명의 상황은 <스타크래프트>에서는 다시금 깍두기 룰을 부활시키도록 만든다. 2:3의 팀 매칭을 위해서는 고수 2명과 하수 3명을 나누어 불균형한 팀을 짜야 하기 때문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완벽한 5인팟을 짜는 기쁨을 누리는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깍두기 룰의 원인이었던 파트너 찾기가 온라인에서 손쉬워지면서 깍두기는 없어져야 했겠지만, 우리는 5인팟에서 여전히 깍두기 룰이 살아남는 것을 보았다. 왜냐하면, 5인팟에서 파트너는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 5인 플레이는 정확히는 온라인 게임이 아니다. 네트워크를 사용해 여러 대의 PC를 연결했지만 우리는 이를 온라인게임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이 글 안에서 쓰는 온라인게임의 의미는 정확히 ‘파트너를 온라인에서 찾는 게임’이고, 이는 좀더 구체적으로는 온라인에서 익명의 게임 파트너를 찾는 과정을 가리킨다.


MMORPG의 던전 찾기라면 조금 다른 부분이 있을 것이다. 길드 같은 공간에서 5인팟을 찾는 것은 위의 구분으로라면 오프라인 파트너 매칭에 가깝고, 실제로 깍두기 룰과 유사한 방식, 이를테면 고렙 유저의 저렙 버스 태워주기가 횡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10인, 25인을 넘어 40인에 이르는 대규모 공격대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대형 콘텐츠를 플레이하려면 지인팟만으로 팀을 꾸리기 불가능하며, 이때부터는 구인공고를 날리고 면접을 보는 것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다만 그렇게 구한 공대원은 정규 공격대일 경우 정기 출석과 채널 활동을 통해 서로 친목을 다지며 지인 혹은 준지인이 되며 다시금 오프라인 매칭에 가까운 인원이 되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렇지 않은 공격대원의 사례다. 이른바 ‘막공’, 딱히 아는 네트워크가 아니지만 힐러가 모자라(힐러는 항상 모자라니까) 자리를 채워야 할 사람을 모으는 경우가 있고, 아예 이것이 정규화된 던전 찾기, 공격대 찾기와 같은 본격적인 온라인 익명매칭 시스템의 경우가 있다. 앞서 이야기한 지인, 혹은 준 지인의 사례와 이 둘은 완전한 대조를 이루는데, 그 결정적 차이는 이 관계가 매우 인스턴트하다는 점에 있다.


공격대 찾기나 막공 지원으로 들어온 플레이어와도 죽이 잘 맞으면 친구가 될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그렇게 만난 관계는 일회적이다. 우리는 지난주 파티에서 함께 한 플레이어를 ‘전우’로 느낄 수 있는가? 그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 관계는 일회적이고 찰나적이며, 두 번 다시 마주칠 일이 없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그렇기에 MMORPG 코옵의 온라인 매칭은 <리그오브레전드>의 그 팀 매칭과 인스턴트하다는 점에서도 동일하다.


온라인게임의 등장이 함께 할 파트너를 손쉽게 찾아준다는 변화를 가져왔다고 앞서 설명한 말에 이제 의미 하나를 덧붙일 수 있겠다. 그 새로 찾은 파트너가 온라인이 아닌 매칭과 갖는 가장 큰 차이는 인스턴트함이다. 동네 놀이터에서 만난 놀이상대는 언젠가 나의 친구가 될 수 있지만(물론 그렇기에 원수가 되는 일도 흔하다), 온라인 매칭은 그 목적이 코옵이건 아니건간에 대체로 일회적이며, 다분히 ‘게임을 같이 한다는’ 목적성만에 오롯이 부합하는 관계에 집중된 인스턴트 파트너 관계다.



합리화되는 놀이 속의 코옵


온라인게임의 인스턴트한 파트너 관계로 이뤄지는 코옵의 문제를 살펴보다 보면 베버가 이야기한 도구적 합리성 이야기에 매우 닿아 있다는 점을 깨닫는다. 목적의 효율적 달성을 위해 수단을 계산하고 선택하는 행위로서의 도구적 합리성은 게임이라는 놀이를 할 때 순수하게 그 놀이 자체를 위해 필요한 항목들에 집중된 연산으로 구성되는 온라인 인스턴트 매칭으로 나타난다. 고레벨 아이템을 주는 레이드몹 사냥을 위해 최저 아이템렙과 공략경험을 필터링해 멤버를 구성하건, 개개인이 가진 게임 기록에 의거해 비슷한 점수대의 플레이어들을 한 팀으로 모아 비슷한 평균점수의 상대와 매칭시키건 상관없이 온라인게임에서의 코옵은 기본적으로 도구적 합리성의 결과에 가깝다. 베버의 논지를 곱씹어보면, 결국 깍두기란 매우 전근대(!)적인 놀이문화라는 결론에 닿게 된다. 게임이라는 규칙이 제시하는 승리나 대결의 우위보다 팀과 파트너를 구성하고 그 상호작용 자체, 혹은 그 놀이를 통해 매직 서클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놀이 결과와는 무관한 상호관계를 바라보는 깍두기 룰은 아마도 베버가 오늘날 온라인게임을 플레이했다면 지적하지 않고는 못 배겼을 전근대적 요소였을 것이다.


베버는 언제나 분석에서 가치중립성을 강조하는 양반이었고 그의 근대, 전근대에 대한 분석은 딱히 어떤 가치판단이 들어간 결과물은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온라인의 도입으로 인해 달라진 코옵과 팀매칭의 사례를 두고 무엇이 더 좋았다 나쁘다를 비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편으로는 친목과 우애가 만들어지는 오프라인의 팀매칭 코옵을 그리워하면서도 동시에 지인 베이스로는 4인팟도 꾸리지 못하는 현실에 낙담하며 온라인 매칭의 편리함을 즐기기도 하는 것이 나다. 하지만 정말 어느 순간 규칙의 사이를 메꾸던 윤활유로서의 깍두기가 모든 종류의 온라인 코옵에서 말라붙어버리는 것은 오래 묵은 게이머 입장에서는 그 매끄러움이 남긴 향수 때문이라도 아쉬움을 만드는 것만큼은 사실이라고 고백할 수 있겠다.


다시금 돌아보면 온라인 시대에 이뤄지는 온라인 기반의 코옵이라는 건 오래된 코옵의 방식을 대체했다기보다는 그 중의 일부를 더욱 매끄럽고 정밀하게 가다듬은 결과에 가까워 보인다. 그 과정에서 휘발된 오프라인 기반의 어떤 관계들은 결함이라기보단 기술과 제도에 의한 선택의 결과로서 어쩔 수 없이 놓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날아간 아쉬움이 무엇인지 정확히 짚지는 못해도, 적어도 온라인게임을 굳이 PC방에 모여서 함으로써 아쉬운 무언가를 붙잡으려고들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PC방도 예전같지 않다는 말을 듣다보면, 그 PC방 시대와 함께 휘발되는 되게 오래된 무언가도 함께 예전같지 않다는 말에 묶여 있음을 어렴풋이 직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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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유년기부터 게임과 친하게 지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이야기를 업으로 삼은 것은 2015년부터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일련의 계기를 통해 전업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2016), 『81년생 마리오』(2017), 『게임의 이론』(2018), 『슬기로운 미디어생활』(2019), 『현질의 탄생』(2022) 등의 저서,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 〈다큐프라임〉(EBS, 2022), 〈더 게이머〉(KBS, 2019), 〈라이즈 오브 e스포츠〉(MBC, 2020)등의 다큐멘터리 작업, 〈미디어스〉'플레이 더 게임', 〈매일경제〉'게임의 법칙', 〈국방일보〉'전쟁과 게임' 등의 연재, 팟캐스트〈그것은 알기 싫다〉'팟캐문학관'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 게임과 사회가 관계맺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한다. 게임연구소 '드래곤랩'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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