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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와 ‘놀이’로서의 비장소 : <8번 출구>를 포착하기
현대의 공포는 흐른다. 곧, 어디서든 틈입한다. 일찍이 공포라는 키워드 하에 내포되어 온 스테레오 타입화된 형상들―가령 괴물, 귀신, 살인마, 악마 등―만으로 이 정서의 출처는 설명되지 않는다. 해당 공포는 좀 더 내밀한, 혹은 하이퍼객체와 같은 유동성을 발휘하기에 우리는 이 공포를 ‘앎’의 영역으로 안배하기에 항상 실패한다. < Back ‘공포’와 ‘놀이’로서의 비장소 : <8번 출구>를 포착하기 19 GG Vol. 24. 8. 10. 1. 유동하는 공포의 교집합은‘어디’인가 현대의 공포는 흐른다. 곧, 어디서든 틈입한다. 일찍이 공포라는 키워드 하에 내포되어 온 스테레오 타입화된 형상들―가령 괴물, 귀신, 살인마, 악마 등―만으로 이 정서의 출처는 설명되지 않는다. 해당 공포는 좀 더 내밀한, 혹은 하이퍼객체 [1] 와 같은 유동성을 발휘하기에 우리는 이 공포를 ‘앎’의 영역으로 안배하기에 항상 실패한다. 바우만은 인간이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 순간은 그것이 불분명할 때, 위치가 불확정할 때, 형태가 불확실할 때, 포착이 불가능할 때, 이리저리 유동하며, 종적도 원인도 불가해할 때라고 토로한다 [2] . 그리고 “공포에서 벗어나, 공포의 온상인 무지에서 해방된 세계”로 나아가야 했을 근대(이성)의 희망이 단지 “길고 긴 우회로에 불과했음”을 지적하면서, 오히려 유동적 근대의 환경이 인간의 일생 전체를 다각적인 공포 속에 몰아넣게 되었음을 설파한다 [3] . 우리는 나날이 불어나는 ‘불확실한’ 공포를 동반자 삼아 ‘불확실한’ 삶을 영위하는 유목민이 되어서는, 이 유동하는 공포를 ‘명명하는(내지는 개념화하는)’ 일로부터도 한계를 느껴왔다. 다만 유동성으로 말미암아 ‘미지의 것’으로 한계 지었던 공포에 대하여, 그 윤곽을 포착할 수 있는 주요한 영역이 있다면 그것은 ‘공간 [4] ’에 다름없지 않을까. 공간 자체가 공포의 대상으로 집약될 때, 우리에게는 식별 불가능했던 공포를 잠시나마 직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공간은 직접 경험과 추상적 사고라는 양극단을 가진 연속체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인식가능하기 때문이다 [5] . 그리고 현대인으로서 공간에 대한 공포란 어쩌면 시간에 대한 공포보다 ‘몰입’을 해내게 되는 공포일지도 모른다. 예컨대 푸코의 진단―오늘날의 불안은 확실히 시간보다는 공간에 훨씬 더 근본적으로 관련된다고 믿는다―은 아직까지도 유효한 것이다 [6] . 실제로 우리는 육박하는 시간의 흐름보다 ‘지금-여기’의 내가 머물고 있거나 머물렀던 곳의 으스스함에 대해, 더 나아가 그곳에서의 ‘나’의 존재에 대해 더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지 않은가. 더군다나 상대성이나 추상성이 강한 시간의 공포와 달리, 객관적 지표로서의 구획을 실마리로 지닌 공간의 공포는 인간(들)에게 있어 크고 작은 교집합을 이루게 될 가능성을 둔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현재 유동하던 공간의 공포가 과연 어떤 공동의 지점을 발생시키고 있는가, 즉 ‘어디에서’ 고이고 있는가에 대한 탐색이 될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어디에서’의 문제는 서브 컬처계에서, 특히나 게임의 영역에서 창발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8번 출구>는 바로 이 ‘어디’에 대한 확증의 재현에 다름 없다. 이를테면 소위 ‘유동하는 공포’란 것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흘러들어와 있었고, 이를 포착한 사람들에 의해 그 공포가 어떤 식으로 ‘고임’을 이루며 특정 공간으로서 구축되거나 변용되고 있는지. <8번 출구>는 호러 게임 특유의 점프 스케어를 연발하지 않으면서도, 이런 공간 자체에 압축된 공포만으로 플레이어들을 압도하는 식이다. 사실 게임 자체의 구성은 단순하다. 끝없이 펼쳐진 지하도에서, ‘8번 출구’에 도달할 때까지 소위 ‘이상 현상’이라 불리는 지점을 찾아 탈출에 성공하면 된다. 길게는 60분, 짧게는 2분 남짓으로까지 클리어가 가능하며 특유의 무한 반복 구조로 인해 형식만 놓고 본다면 플레이어 입장에서 다소 ‘심심한’ 게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가 이 게임(의 정체성인 공간)을 두려워하고, 플레이하고, 급기야는 그에 매혹된다. 어디선가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논)픽션의 ‘어디’에 대해. 우리는 어째서 집단적인 공포와 몰입을 이루게 되는 것일까. 2.‘비장소’라는 호러 : ‘인간(성) 없음’의 장 <8번 출구>의 배경이 되는 공간은 지하도이다. 지하도는 일반적으로 ‘북적이는 익명의 사람들’이 ‘스치듯’ 교차하고 통행하는 곳이다. 프랑스의 인류학자 오제에 따르면 이러한 공간은 정체성의 장소, 관계의 장소, 역사의 장소로서의 특질을 갖는 ‘인간적(인류학적) 장소’와 다른, ‘비장소(non-place)’로서 구분되는 곳이다. 장소가 정체성과 관련되며 관계적이고 역사적인 것으로서 규정될 수 있다면, 정체성과 관련되지 않고 관계적이지 않으며 역사적인 것으로 정의될 수 없는 공간은 비장소가 되는 셈이다 [7] . 지하도를 비롯하여 공항, 고속도로, 대형 쇼핑몰, 멀티플렉스 영화관 등이 이러한 비장소로서 지목될 수 있다. 오제는 사람보다 텍스트나 이미지에 의한 매개가 중심이 되는 이러한 비장소의 요소―물리적•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해당 장소를 단지 스쳐지나가는 곳으로 인식하게 만드는―의 작용이 해당 공간에서 요구하는 ‘승객’이나 ‘소비자’, ‘운전자’와 같이 익명의 다수에 의해 공유되는 단일한 정체성을 생성해 냄을 거론한다 [8] . 그리고 이러한 비장소와 이용자들의 일시적인 ‘계약 관계’를 통해 비장소 안에서의 ‘나’의 존재는 ‘행인’과 같은 다소 안정적인 익명성으로서 포섭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8번 출구>에서는 이러한 비장소가 ‘호러’가 된다. 그 이유를 꼽자면, 이때의 ‘비장소’에는 플레이어인 ‘나’를 제외한 최소한의 ‘인간(성)’ 자체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비장소’ 자체가 ‘인간-인간’ 간의 직접 경험이나 교류에 대한 느슨함을 전제하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체험해온 비장소는 ‘대중’ 자체가 경유하는(해야만 하는) 공간으로서 인지되어 왔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비장소는 누구나 그곳을 지나칠 수 있다는 ‘공적 공간’의 지위로서 건설되고 이해된다. 비장소에서 인간은 ‘동존하며 교차하기’라는 공공의 역할을 암묵적으로 약속하고, 그 약속을 공동으로 수행함으로써 비로소 해당 공간에서 ‘이용자’라는 역할을 획득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 비장소에 단독자로서 남게 되었을 때, 공적인 행보에 능숙했던 우리는 이 공간에서의 갑작스러운 사적 행보에 불안을 느낀다. 인간(성)들 사이에서의 익명성이라는 ‘보호막’은 사라지고, 어느새 끊임없이 증식하는 공간과 불명료한 ‘나’만이 대면하게 된다. 이때의 ‘나’는 ‘익명’으로서의 ‘나’도 아니고, 그렇다고 비장소의 바깥에서의 ‘나’의 정체성도 아닌 ‘모름’이라는 공포를 내면화할 수밖에 없는 ‘나’가 된다. 물론 지하도의 복도를 돌 때마다 우리는 ‘중년 남성’의 형상을 띤 NPC의 출현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인간성이 결여된, 움직이는 메트로놈과 다를 바 없다. 그는 해당 공간 내 플레이어(나)의 탈출 욕구나 공포에는 관심이 없다. 게임 내 ‘루프’의 루즈함을 덜기 위한 오브젝트로서, ‘중년 남성’은 인간의 편이 아닌 ‘공간의 일부’로서 기능함에 가깝다. 실제 비장소에서 ‘나’에게 가해지는 위해는 인간(성)에 의해 구호받을 수 있지만, <8번 출구>의 지하도에는 그럴 만한 인간된 타자가 없다. 붉은색 물이 밀려오고, 액자에 귀신이 생기고, 안내판이 뒤집히는 등 예측 불허한 ‘이상 현상’만이 랜덤으로 ‘나’를 덮친다. 어쩌면 <8번 출구>는 익명성에 묻히는 순간 동반되는 비장소성으로부터의 고독, 곧 익명성에 지나치게 안주할 경우 언젠가 어떤 인간(성)으로부터도 구호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공포를 여과 없이 재현해 낸 ‘있을 법한’ 평행 공간의 현현일지도 모른다. 3. ‘리미널 스페이스’라는 밈 : ‘영속적인 현재’에서의 놀이 이처럼 <8번 출구>를 비롯한 ‘호러’된 비장소의 재현 시도들은 해당 게임이 출시된 2023년 이전부터, 북미 커뮤니티 레딧(Reddit)이나 트위터와 같은 웹 공간에서 굵직하게 출몰해 왔으며, 현재까지도 그에 대한 대중들의 ‘몰입’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8번 출구> 자체의 모티브이면서 ‘호러화된 비장소’가 밈(meme)이 된 형태를 총칭해 온 개념이 바로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이다. 리미널 스페이스는 1909년부터 ‘리미널리티(liminality)’라는 학술적 개념을 중심으로 존재해 왔으며, 건축이나 미술 등의 분야에서 차용되다가, 이후 2010년을 전후로 하여 웹공간을 순환하는 ‘인터넷 밈’의 일환으로 점층적으로 대중들 사이에서 출몰한 바가 있다. 이때 ‘리미널’은 ‘문간방(threshold)’ 또는 ‘경계’를 나타내는 라틴어 ‘리멘(Limen)’을 어원으로 두고 있으며 [9] , 인류학자 아놀드 판 헤네프(Arnold van Gennep)가 제시한 ‘통과의례 [10] ’의 3단계 구분―①분리(separation) ②전이(transition) ③재통합(re-aggregation) [11] ―의 중간단계인 ‘전이’의 단계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문화 인류학자 빅터 터너(Victor Turner)는 이러한 일상적인 문화•사회의 상태와, 어떤 상태를 형성하고 시간을 경과시키며 법과 질서를 유지하고 구조적인 지위를 정해가는 과정 사이의 ‘문턱에 있음(리미널리티)’의 상태를 보다 발전시켜 문화적 변화의 전반적인 국면을 설명하기 위한 용어로 확장시키기도 했다 [12] . 그리고 이런 ‘문턱됨’에서 비롯된 ‘리미널 스페이스’란 사적공간과 공적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진 [13] , 하나의 장소 또는 다른 장소도 아닌, 하나의 분야 또는 다른 분야도 아닌, 그들 사이에서(in-between)의 제3의 공간(thirdspace)을 지칭하는 용어라는 뜻으로 정의될 수 있다 [14] . '밈'으로서 대두된 리미널 스페이스에는 ‘문턱에 있음’ 상태의 비장소를 출처 삼은 이미지들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동반된 감각은 대개 ‘공포’로, 이때의 ‘리미널 스페이스’는 <8번 출구>의 지하도와 같이 친숙한 공간으로 보이지만 어쩐지 낯선 위화감과 두려움을 지닌다. 대부분 인적이 없고 시간대가 불명한 이미지의 정보값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텅 빈 건물 복도, 호텔 로비, 끝없이 이어지는 새벽의 어느 국도, 영업이 끝난 쇼핑몰의 내부 등의 형상으로 나타난다 [15] . 그러나 유튜브 스트리머들의 <8번 출구> 플레이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해당 공간을 과연 ‘공포’의 대상으로만 수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숙고가 필요하다. 판 헤네프는 일찍이 이러한 ‘문턱된’ 상태가 적용된 시간을 ‘실험’과 ‘유희’가 넘쳐 흐르는 ‘미술적인 시간’으로 파악하면서, 현실 사회의 구조적인 여러 활동들을 ‘직설법’이라 한다면 사회 문화적인 과정에 있어서의 ‘리미널리티’란 마치 ‘가정법’과도 비슷하여 현실적이고 직설법적인 구조에 반격을 가하는, 일종의 사고•언어•상징•메타포에 대한 ‘놀이적인 창조’의 가능성을 담지하는 ‘가정법적인 시간•공간’이 될 수 있음을 긍정하기도 한 바가 있다 [16] . 그리고 이의 연장선상으로서 우리는 ‘밈’된 리미널 스페이스의 이면에도, 일종의 ‘놀이’로서 대중을 견인하는 측면이 존재함을 추측해 볼 수 있다. <8번 출구>에 대두되는 리미널 스페이스(내지는 비장소)의 경우, 표면적으로 그것은 게임이라는 형식상 어느 정도 ‘거리-두기’가 가능한 공포에서 오는 유희를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그 심층에는 ‘영속된 현재’에 대한 놀이의 감각을 즐기는 플레이어의 정서가 개입되어 있기도 하다. 오로지 지금 이 순간만이 존재하는 ‘현재성’의 지배는 본디 비장소의 특질로, 리미널 스페이스는 이때의 ‘현재성’을 영구히 늘어뜨리는 마력을 지닌다. 결정적으로 이와 같은 요소는 불분명한 과거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자유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욕망을 건드리는 구석이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문턱된 상태’를 이미지나 게임과 같은 매체로서 창조한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오래 머물지 못하고 경유할 뿐인 비장소의 현재성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며, 그에 따른 자극에도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로제 카이와에 따르면 규칙과 놀이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이지만, 놀이의 원천에는 근본적인 자유―쉬고 싶은 욕구이며 아울러 기분전환 및 변덕스러움의 욕구―가 있으며, 이런 자유는 놀이의 필수 불가결한 원동력이 된다 [17] . 곧, <8번 출구> 역시 해당 공간 내에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한 어느 정도의 규칙(e.g. “이상 현상을 발견하면 즉시 되돌아가세요.”)이 존재하긴 하지만, 플레이어가 진입하는 리미널 공간 특유의 ‘영속된 현재’에는 공포만으로 포섭하기 어려운 ‘놀이’의 욕망, 그로 인한 자유로의 (불)가능성이 혼융되어 있다. 4. 공간은 행위자가 된다 공간은 힘이 세다. 개중 비장소는 유동하는 공포의 교차점이자, 몰입할 수 있는 놀이로서의 가능성이 결집된 곳으로, 이를 활용한 ‘리미널 스페이스’라는 밈이 게임의 세계에서 각광 받고 있는 것 또한 특기할 만한 사실이다. 이 불안과 매혹의 비장소는 게임 내에서 현실과 사이버 공간을 횡단하며 대중들을 끌어들이고, 마침내 ‘인간-공간’의 지위 설정에 대한 역전까지를 가능케 한다. 기존 체계에의 인간이 언제나 공간을 생성하고 존립하게 하는 존재였다면, 비장소성을 담지한 리미널 스페이스에서, 오히려 역동적으로 행위하는 쪽은 공간인 셈이다. 이를테면 <8번 출구>의 경우 인간(플레이어)에게 주어진 수행성이 오직 앞뒤로 걷거나 달리는 일에 그쳤다면, ‘지하도’라는 비장소는 그 자체로 각종 ‘이상현상’을 일으키며 인간보다 더욱 스펙터클한 움직임과 변화를 보여주는 식이다. 이 공간은 더 이상 우리에게 익숙하던 객체가 아니며 거꾸로 우리를 응시하고 새로운 관계 속으로 던져버린다 [18] . 그 안에서 인간은 공포로서 압도당하는 한편, 놀이로서 유희하는 복합적인 감각을 지닌다. 이때의 감각에는 비장소성에서 기인한, 근대적 개인들의 내밀한 신경증 같은 것이 동반되어 있다. 결국 게임 내 리미널한 비장소에 대한 ‘공포’와 ‘몰입’의 요인 탐색에 착수하는 일로부터. 우리는 게임의 사회학이 아닌, 게임을 시발점으로 둔 사회학의 단초까지를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궁극적으로 게임은 인간의 복합적인 내면이 투영된 공간, 곧 ‘어디’의 가능태를 탄력적으로 선취하는 사회적 기술로서 긍정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1] 티모시 모튼이 주장한 개념. 시공간에 너무나 거대하게 (hyper-) 퍼져 있어서 인간의 인식을 벗어나는 객체(-object)로, 모튼은 이 하이퍼객체의 특성을 점성(viscosity), 용해성(molten-ness), 비국지성(non-locality), 초차원성(phased-ness), 간객관성(interobjectivity)의 다섯 가지로 명명한다. [2] 지그문트 바우만, 함규진 옮김, 『유동하는 공포』, 산책자, 2009, 11쪽. [3] 위의 책, 12-16쪽 참조. [4] 본고에서는 장소와 공간에 대한 논의에 대하여, 양자 모두 어떠한 물리적 지점이나 위치에 인간의 삶과 실천 행위가 누적되며 특정한 의미가 부여된 곳으로서의 위상을 지님을 전제한다. 다만, 정적이고 안정적이면서 지역성에 기초하여 생활세계에 부착되는 대상으로 장소를 이해하는 논의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추상적이면서 그 자체의 유동성과 역동성을 강조하는 것을 공간에 관한 논의의 특징으로 구분해 둔다. (정헌목, 「전통적인 장소의 변화와 '비장소(non-place)'의 등장」, 『비교문화연구』 제19집 제1호, 서울대학교 비교문학연구소, 2013, 116쪽 참조.) [5] 에드워드 렐프, 김덕현, 김현주, 심승희 옮김, 『장소와 장소상실』, 논형, 2005, 39쪽. [6] 미셸 푸코, 이상길 옮김, 『헤테로토피아』, 문학과지성사, 2023, 48쪽. [7] 마르크 오제, 이상길, 이윤영 옮김, 『비장소』, 아카넷, 2017, 97쪽. [8] 정헌목, 앞의 글, 119쪽. [9] 조대원, 임종엽, 「리미널 스페이스의 특성과 건축적 응용 및 재현에 관한 연구」, 『대한건축학회 학술발표대회 논문집』 계획계 제23권 제1호, 대한건축학회, 2003, 279쪽. [10] 빅터 터너, 이기우, 김익두 옮김, 『제의에서 연극으로』, 현대미학사, 1996, 208쪽 참조. 이 ‘통과의례’는 모든 문화 유형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어떤 사회 문화적인 상태나 지위에서 다른 상태나 지위로 옮겨갈 때, 이를테면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처녀에서 기혼녀로, 아이에서 부모로, 유령에서 조상의 영혼으로, 질병에서 건강으로, 평화에서 전쟁으로, 또는 그 반대로, 곤궁에서 부유로, 겨울에서 봄으로 옮겨갈 때, 그 지표나 매개”로서 이것은 나타나고 있다. [11] 위의 책, 209쪽 참조. 판 헤네프는 통과의례의 3단계를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① (일상 사회생활로부터의) 분리(separation). ② (문지방을 뜻하는) 주변 혹은 전이역(轉移域, transition): 이때 제의의 당사자는 제의 이전의 생활양식과 이후 생활양식의 ‘중간상태’에 빠진다. ③ 재통합(re-aggregation): 이때 다시 제의적인 과정을 통해 세속적인 집단으로 되돌아오는데, 의례의 당사자는 제의 참가 이전보다 더 높은 상태로 이행하며, 의식이 변하고, 이전과는 달라진 사회적 존재가 된다. [12] 위의 책, 207-208쪽. [13] 조경진, 한소영, 「역공간(Liminal Space) 개념으로 해석한 현대도시 공공공간의 혼성적 특성에 관한 연구」, 『한국조경학회지』 39권 4호, 한국조경학회, 2011, 53쪽. [14] 조대원, 임종엽, 앞의 글, 280쪽. [15] 정지돈, 『스페이스 (논)픽션』, 마티, 2022, 39쪽. [16] 빅터 터너, 앞의 책, 208쪽. [17] 로제 카이와, 이상률 옮김, 『놀이와 인간』, 문예출판사, 1996, 57쪽. [18] 신지연, 이승빈, 김영대, 『이제 공간에 주의하십시오』, 영남대학교출반부, 2023, 28쪽.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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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담 없는 플레이의 즐거움
를 통해 게임이 즐거움을 제공하는 데에 언제나 방대하며 무거운 내용과 숭고함, 비장함, 웅장함과 같은 중후한 인상들이 반드시 효용적이지만은 아닐 수도 있으리란 것을 생각해 볼 만하리라. 물론 그렇다고 또 즐거움이란 게 꼭 가벼울 필요도 없지마는, 게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선의 경험’이란 무조건 부피와 무게를 늘려서만 성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 Back 15 GG Vol. 23.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Yeong-Yi Writes with an interest in the interrelations among violence, suffering, and division. Produced works including Mapping the Affective, Pouring Water into a Poisoned Bottomless Jar, and Monthly Paper, and served as dramaturg for the plays Opera Charlotronique and The Man Who Became a Pillow. Author of Hormone Journal and Game Chorus, and co-author of A Mad, Love Song.
-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단절을 넘어서-퀘이크 리마스터
최근 다수의 리마스터 타이틀이 얼굴을 비추고 있다. 과거 발매되었던 게임의 비주얼이나 시스템을 조정해 다시금 선보이는 리마스터 / 리메이크들이 예다. ROM 혹은 디스크 등의 형태를 넘어서 디지털로 복각되고 라이브 서비스를 진행하는 MMORPG 또한 ‘클래식’이라는 이름을 달고 과거의 빌드를 그대로 서비스하는 사례도 여럿이다. < Back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단절을 넘어서-퀘이크 리마스터 02 GG Vol. 21. 8. 10. 최근 다수의 리마스터 타이틀이 얼굴을 비추고 있다. 과거 발매되었던 게임의 비주얼이나 시스템을 조정해 다시금 선보이는 리마스터 / 리메이크들이 예다. ROM 혹은 디스크 등의 형태를 넘어서 디지털로 복각되고 라이브 서비스를 진행하는 MMORPG 또한 ‘클래식’이라는 이름을 달고 과거의 빌드를 그대로 서비스하는 사례도 여럿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과거의 것에서 영감을 얻는 타이틀도 다수를 만날 수 있다. 8-bit / 16-bit를 넘어 픽셀 그래픽 자체가 레트로를 대표하는 비주얼로도 사용된다. 큰 흐름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과거의 작품들이 현재의 시장에 다시금 얼굴을 비추고 나름의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상태다. 마치, 패션과 대중음악에서 과거의 스타일을 레트로라는 이름 아래 재조명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게임에 있어서 레트로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패션이나 대중음악에서 말하는 레트로 혹은 뉴트로와는 다르게 구분 방식도. 기준도 모호하다. 과거의 문화를 누리는 방식과 대상에 차이를 보인다고는 하지만, 게임에 있어서는 시기 정도만이 레트로를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얼마 전까지 레트로가 패미컴 시절의 게임을 말하는 것이었다면, 현재는 PS1 혹은 PS2까지 포함할 정도로 범주가 확장됐다. * 2000년에 발매된 〈디아블로2〉도 시기 상으로는 레트로라는 단어를 붙여도 될지 모른다. 그렇기에 게임에서의 레트로는 과거의 작품을 의미하는 형태. 클래식(Classic)을 의미하는 것에 가깝다. 그리움을 소비하는 것 그리고 경험하지 못한 과거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과는 기준과 양상이 다르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단순히 올드 게이머들을 위한 추억 팔이로. 반대로 다른 누군가는 과거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계기로 바라보기도 한다. 과거의 게임이 시장 지배적인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에는 여기에 이유가 있다. 이러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게임이 과거 타이틀에서 보여준 플레이와 디자인을 이용해 무수히 많은 시간과 시도를 더하며 켜켜이 쌓여나가는 형태로 정립되어 있어서다. 기존의 것을 기반으로 두고 가치를 더하는 발정 과정이므로 다른 문화적 요소와 달리 게임은 향유층 혹은 세대 간의 단절이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몇 십년 전 게임을 플레이하며 과거에 대한 연민과 추억을 소비할 수는 있겠으나, 그것이 새로운 시장과 소비층을 규정하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본질적으로 과거의 타이틀은 지금과 비교해서 표현 한계가 명확했던 시절의 것일 뿐. 잃어버리거나 사라진 것이 아니다. 회사나 작품이 달라지더라도 플레이라는 형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계속해서 개선되고 발전했다. 더불어 여기에 새로운 생각들이 더해지면서 게임의 발전 중간마다 지점이 될 수 있는 작품들이 등장했다. 항상 진행 중인 게임의 발전에서 플레이어는 필연적으로 자신이 게임을 바라보는 관점이 된 작품. 그리고 다른 세대와 함께 공유하는 중간 지점에 있는 작품을 갖게 된다. 이 사이가 단절되어 있지 않고 연결되어 있으므로 새로이 등장한 향유층과도 접점을 유지할 가능성을 남긴다. 게임의 발전 과정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형태로 진행되기에, 각 계층 사이 또한 어느 정도 연결되는 경향을 보여주는 셈이다. 그렇기에 레트로와 같이 그리움에 단어로 규정하기 보다는 과거 타이틀이라는 단어가 더 적절할 지도 모른다. * 〈슈퍼 마리오〉 처럼 시리즈가 오랜 역사를 가질수록 과거 타이틀은 현재와 더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연속 속에서 게임이란 매체의 발전은 곧, 표현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연속적인 사고의 집합체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타이틀은 과거의 작품에 어느 정도 기반을 두고 있다. 시장에 선보인 바 있는 타이틀의 일부 요소를 차용하거나 발전시키는 것을 통해서 게임이라는 매체가 새로운 층위와 시장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아이디어의 그 근원에서 마주하는 가치. 즉, 어떻게 이러한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는가. 거기에 고전작들을 바라보기 위한 단서가 있다. 수많은 레트로 스타일의 게임이 나오고 있음에도 필연적으로 도달하게 되는 근원이다. 소위 ‘레트로 스타일’로 대표되는 비주얼 측면을 넘어서 과거 고전 타이틀이 존재감을 갖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국내 기준으로 8월 20일 발매된 〈퀘이크 리마스터〉를 보자. 발매 25년이 지난 지금에도 눈여겨볼 디자인적 측면이 눈에 띈다. 〈퀘이크 리마스터〉는 밸런스 측면에서 약간의 조정을 제외하면, 1996년 원작에서 변한 것이 없음에도 말이다. 텍스쳐와 광원 등이 지금에 맞게 조정되었을 뿐이고 게임을 이루는 뼈대와 플레이 흐름이 그 시절의 것 그대로다. 하지만 그럼에도 게임 플레이 자체는 여전히 흥미롭고 전반에 걸쳐 생각해볼 거리를 남긴다. 과거의 시점에서 현재의 게임들에 던지는 질문들이다. 돌이켜보면 〈퀘이크〉는 id 소프트웨어가 1993년 발매한 〈둠〉에 비견될 정도로 게임 업계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쳤던 타이틀이다. 풀 폴리곤 기반 FPS로의 전환과 이에 따른 VGA의 발전. 3D 환경에서의 자유로운 시점 조작과 레벨 디자인. 이후 〈하프라이프〉와 〈콜 오브 듀티〉 등에도 영향을 줬던 게임 엔진. 인터넷을 이용한 멀티 플레이와 경기. 여기서 파생된 WASD 조작 등 현재에도 통용되는 여러 요소들이 퀘이크에서 출발한다. 이와 같은 발전상은 현재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들이지만 당시에는 그야말로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파급력을 가졌던 요소들이다. 〈퀘이크〉가 폴리곤 환경을 십분 활용해 구축한 레벨 디자인과 자유로운 시점 등은 게임이라는 매체가 어떻게 새로운 시점과 플레이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시도이자 해답이었다. 〈퀘이크〉를 통해 만들어낸 하나의 문법은 이후에도 일종의 기준이 됐다. 당시의 개발자들은 퀘이크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구분하고 해석하며,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동시에 3D 환경의 발전과 기기의 성능 상승으로 더 많은 것들을 담아내고 표현할 기계적 한계와 자원도 늘어났다. 특유의 빠른 속도는 하이퍼 FPS라는 경향으로의 발전으로. 고저차를 활용하는 레벨 디자인은 이후 다른 회사의 작품들을 거치며, 더 나아지는 경향을 보여줬다. 근본적인 플레이 흐름을 생각해 볼 때에는 〈퀘이크〉의 그것과 현대의 그것이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다. 예전과 비교해서 시대와 기기의 성능이 크게 달라졌음에도. FPS는 id 소프트웨어가 이룩했던 근본적 의도와 발상의 틀 안에서 여전히 재구축되고 나름의 해석과 관점을 더하고 있는 모습이다. 〈퀘이크 리마스터〉가 보여주는 일면들은 과거의 유산이 어떻게 현재에도 적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한편으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20년이 넘게 지난 타이틀임에도 여전히 재미있는 이유는, 그 안에 있는 게임 디자인의 본질과 당시 개발자들이 고민했던 지점들이 현재도 분명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표현의 한계를 넘기 위한 고민과 노력. 어떤 플레이를 전달할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은 현재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시리즈가 단절되었을지라도 과거를 통해 얻은 가치는 그대로 유지되며 현재까지 계속되는 하나의 경향이 된다. 다른 문화 분야에서의 레트로 / 뉴트로가 과거에 대한 향수에서 출발해 이를 소비하는 형태라면, 게임에서의 레트로는 소비 측면에서의 변화가 아니라 사상의 근원을 찾아나가는 여행에 가까워진다. 따라서 고전 게임을 현재에도 플레이하는 것은 과거의 것을 기준으로 다시 현재의 게임들을 비춰보는 행위가 된다. 과거 개발진이 고민했던 시점과 결과물이 이를 통해서 현재의 게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게임 플레이의 근원이 어디서 오는지. 당시에 어떤 고민과 해답을 내렸는지를 살펴보면, 개인마다 새로운 방향성이 보이기 마련이다. 이를 통해서 수용자인 플레이어는 현재의 게임을 자신의 기준에 맞게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다. 그리고 거기서 얻어진 깨달음은 〈셔블 나이트〉와 같이 과거 게임의 장점을 조립하고 재구축한 타이틀의 등장으로 이어진다. 과거의 결과물에서 출발해 새로운 형태의 표현과 아이디어가 등장하는 셈이다. 마치며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도 과거의 타이틀은 이렇게 끊임없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질 것이다. 게임들이 시장에 발매될수록. 단순 비주얼 측면에서 ‘좋았던 옛날’을 회상하기보다는 거기서 어떤 것들을 배울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해질 것이 분명하다. 과거의 투박함 안에 포함된 그 당시 개발자들의 고민과 결과물. 그리고 명확한 한계를 넘어서 전달하고자 했던 경험들. 이러한 것들이 우리가 십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 과거의 게임을 찾고 플레이하는 원동력이지 않을까 싶다. 현재 향유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의 게임을 바라보기 위한 시각의 정립이다. 게임이라는 매체이자 표현 형태의 발전은 과거에 항상 뿌리를 두고 있다. 이는 앞으로 나올 게임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것을 바라보며 각 요소를 해체하고 재구축하는 과정이 곧 게임이라는 매체의 발전상이다. 따라서 발매된 지 오래 지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과거가 현재까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임을 확인하는 과정과도 같을 것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기자) 정필권 농부이자 제빵사이자 바리스타. 현재는 게임 기자로 글을 쓴 지 8년차 입니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최대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바라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시뮬레이션이라는 말에 대한 동시대의 감각들 - GG필진 대담회
이번 GG의 대담에서는 게임연구자 김규리, 평론가 이선인, 그리고 이경혁 편집장이 함께 시뮬레이션 장르의 확장과 변주 과정을 짚으며, 쉽사리 정의하기 어려운 시뮬레이션의 다층적 의미를 통해 우리가 게임 비평자로서 도달해야 할 질문은 무엇인지 탐색해 본다. < Back 27 GG Vol. 25.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Jisu Kim Studies a range of fields—culture and knowledge, space, and the academic field. Also interested in the history of games and the lives of gamers.
- 현질의 탄생, 새로운 플레이의 탄생: 〈현질의 탄생〉 서평
지금의 게임 플레이가 더 이상 게임의 시공간 안에서만 이뤄지는 게임 텍스트-플레이어 간 관계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에서, 납금 플레이 개념이 갖는 타당성과 확장성은 크다. 실제 산업자본의 욕망 하에서 비자율적으로 혹은 다분히 교섭적으로 플레이를 하고 있는 플레이어라 할지라도, 전혀 즐겁지 않다면 게임을 지속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지속하는 플레이어들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시대적 당위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현질에 기인한 것이든 그렇지 않든 어떤 플레이가 그냥 별일 아닌 것이라 해버리면, 그 말은 게임이 그 이상의 의미있는 경험을 제공해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된다. < Back 현질의 탄생, 새로운 플레이의 탄생: 〈현질의 탄생〉 서평 09 GG Vol. 22. 12. 10. 놀이란 본래 아무것도 (경제적으로) 생산하지 않는 무언가였다. 디지털 게임(이하 ‘게임’)은 놀이라는 맥락에 디지털 기술이 덧붙으면서 탄생했다. 놀이와 디지털 기술의 접합으로 가상공간에 새로운 환상의 세계를 구축하고,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그 안에서 놀게끔 만든 것이 게임이다. 하지만 게임이 지닌 폭발적인 가능성에 주목한 산업자본의 개입으로 게임도 산업화된다. 이제는 일부 예술적 실험들을 제외하면 게임은 대부분 엔터테인먼트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작동하는 일종의 상품이자 서비스이다. 게임이 상품이자 서비스라는 말은,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플레이어들이 일종의 대가를 지급해야 함을 의미한다. 게임을 개발하고 유통하는 데 크고작은 비용이 드는 만큼 플레이어들의 대가 지급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 방식이나 정도에 따라 게임 자체가 달라지기도 하고 플레이어들의 반응 또한 바뀔 수밖에 없다. 광고를 보든,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들이든, 현금으로 결제를 하든 게임 플레이에 대해 대가를 지급하는 것은, 게임사-게임-플레이어 간 경합의 영역이 된다. 이경혁의 신간 〈현질의 탄생〉은 그 영역 내 양상과 의미를 밝히고자 하는 텍스트다. 책은 크게 2부로 구분된다. 각 부별 분량도 거의 비슷하다. 1부에서는 먼저 게임의 ‘결제사(史)’를 다룬다. 특히 한국적 맥락에서 (하지만 가끔은 해외 맥락과의 관계 속에서) 게임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결제’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살핀다. 결제는 게임 공간, 플레이어의 실력과 같은 ‘게임 밖’, 그리고 난이도, 장르와 문법, 플레이 타임과 같은 ‘게임 안’의 요소에 두루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살피기 위해 저자는 두 축을 구분틀로 삼는다. 한 축은 게임 플랫폼이다. 아케이드 게임에서부터 가정용 콘솔게임, PC 게임, 온라인 게임, 그리고 모바일 게임에 이르기까지 플랫폼의 등장시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다른 한 축은 결제와 관련된 요소들로, ‘대여-구매·소장-불법복제’, ‘물리적 매체 구매·소장-디지털 (소프트웨어) 다운로드-스트리밍’, ‘무료-정액결제-부분 유료결제’와 같이 여러 기준에 따라 본문에 따로 또 같이 등장한다. 이처럼 플랫폼의 축을 결제와 관련된 여러 축들과 교차시키며, 결제가 게임에서 갖는 의미들을 다양하게 논의하는 것이 1부의 대강이다. 2부에서부터는 본격적으로 현질 이야기가 시작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강한 반발을 사지만 한국 게임이 역대급 매출 및 이용자 수를 기록하고 있는 모순적이거나 양가적인 상황이, 현질이 갖는 현재적 의미를 보여준다고 저자는 입을 뗀다. 현질은 일차적으로는 현금(現金)의 ‘현’과 접미사 ‘-질’의 합성어로, 게임 내 캐릭터, 아이템, 재화 등을 현금으로 사는 행위를 낮잡아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저자는 특정 결제방식을 현질이라고 부를 때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소가 ‘이 결제가 실제 게임 플레이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와 ‘그러한 결제가 사실상 강제되는가’임에 주목한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어울려 경쟁하는 온라인 게임 안에서 부분유료결제를 통해 게임 내적인 승패나 우열의 관계에서 확실한 우위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그 결제가 만드는 우위가 매우 확고하고 넘어서기 어려워서 게임을 플레이할 때 그 영향력이 크다면, 그것이 현질’이라고 조작화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현질이 플레이에 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게임 플레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결제방식은 현질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의 승패를 결정하는 특정한 결제양식은 게임 내부의 변화, (저자가 문제적 상황으로 인식하는) 자동전투와 확률형 아이템의 확산으로 이어진다. 먼저, 자동전투의 배경에는 무한히 영속하는 게임시간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경쟁과정이 필수적으로 자리한다. 경쟁에서 게임 플레이를 자동으로 유지하는 행위는 그보다 훨씬 더 간편한 해결책인 경험치와 아이템을 유료로 구매하거나 부스트하는 현질과 선택적 상호관계를 이룬다. 또,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은 유용한 아이템이나 기능을 순수하게 구매할 수 없게 하고 오직 확률형 아이템으로만, 그것도 아주 낮은 확률로 뽑히도록 만듦으로써 플레이어가 많은 지출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현질과 자동전투-확률형 아이템을 따로 떼어 이야기하기 어려운 지점이 이렇게 나타난다. 현질이 놀이로서의 게임 플레이에 긍정적이지 못한 것이라 치부하고 그것을 멀리하자고 말해버리면 편하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플레이어로 하여금 현질을 유도하거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끔 만드는 게임산업의 전략이 아주 은밀하면서도 치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상당수의 플레이어들이 알게 모르게 게임산업의 상업적 팽창과 지속에 복무하고 있다. 그리고 보다 중요하게, 현질의 자장 속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이제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플레이 현장에서 게임을 하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전통적 플레이에서 난이도와 숙련도 사이의 길항은 이제 게임 텍스트와 플레이어 사이의 독립적 상호작용 속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고난이도 상황에 대해 숙련도가 미치지 못하더라도, 현질을 통해 얼마든지 극복 가능하다. 이용자와 규칙이라는 전통적 플레이 상호작용은 그렇게 현질로 인해 계속 침범받는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그러한 상황을 두고 현질에 기반한 플레이는 진정한 플레이가 아니라고 비난하지만, 저자는 현질의 시대 게임 플레이를 진정한 플레이가 아니라기보다는 새로운 플레이라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현질 플레이를 진정한 플레이가 아니라고 규정한다면, 현질에 매달리는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는 전통적인 게임 내 플레이를, 게임 외적인 납금행위와 연결함으로써 플레이 개념 자체를 확장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후 논의를 끌어가기 위해 ‘납금 플레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납금 플레이란 ‘플레이어가 게임 규칙 안에 존재하는 아이템이나 경험치 등을 포함한 게임 내 수치와 상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대상을 구매함으로써 플레이를 만드는 난이도-숙련도 길항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현실의 행위면서도 게임의 난이도와 숙련도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지점을 납금 플레이로 새롭게 개념화함으로써 현질 대중화 이후 현실과 직접적인 교차점을 지닌 현실의 결제로 게임 이후의 플레이를 살펴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현질과 플레이 사이의 그 무엇들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펼친다. 지금의 게임 플레이가 더 이상 게임의 시공간 안에서만 이뤄지는 게임 텍스트-플레이어 간 관계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에서, 납금 플레이 개념이 갖는 타당성과 확장성은 크다. 실제 산업자본의 욕망 하에서 비자율적으로 혹은 다분히 교섭적으로 플레이를 하고 있는 플레이어라 할지라도, 전혀 즐겁지 않다면 게임을 지속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지속하는 플레이어들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시대적 당위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현질에 기인한 것이든 그렇지 않든 어떤 플레이가 그냥 별일 아닌 것이라 해버리면, 그 말은 게임이 그 이상의 의미있는 경험을 제공해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된다. 게임에의 참여가 플레이어에게 어떤 영향력이 있는 무언가라면, 그에 대한 이해는 진지한 것이어야 한다. 좋은 플레이와 나쁜 플레이, 바람직한 플레이와 바람직하지 못한 플레이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플레이다. 게임을 하는 모두가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제 플레이어들은 게임 프레임과 현실세계의 프레임이 교차하는 제3의 공간에 거주한다. 그 안에서 플레이어들은 그들만의 방법을 찾고 그들만의 의미를 만들어낸다. 그런 점에서 플레이어는 (만약 그가 정말 플레이어 빠져들고 있다면) 더 잘 플레이하기 위해 돈을 쓰는 것도 돈을 쓰기 위해 플레이하는 것도 아니며, 오직 플레이하기 위해 플레이한다. 본문의 흐름을 좇으며 써내려간 서평이지만, 앞에서 다루지 못한 〈현질의 탄생〉의 여러 미덕들에 대해서도 간단히 언급하고 싶다. 대표적으로, 석사학위논문에 기반한 텍스트임에도 쉽게 잘 읽힌다. 저자가 연구자만이 아니라 비평가로서 (그것이 텍스트를 매개한 것이라고는 해도) 독자와의 만남을 늘 고민해온 것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본다. 이론을 정리하고 그에 기반해 논리를 쌓아가는 대신 이슈를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면서 그 과정에서 슬쩍슬쩍 개념들을 내놓는 방식, 혼자 말을 꺼내는 대신 앞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 등 논의방식도 꽤 독특하다. 전자오락실에서 숙련된 플레이어들의 대전을 함께 서서 지켜보던 (하지만 본인은 게임을 정말 잘 하지는 못하는) 동네 선배가 흘려주는 옛날 이야기 같달까. 다만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방식으로 종합해 들려주는 선배. 마지막으로 책 제목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 책은 게임 결제 전반을 둘러싼 환경과 결제의 역사, 그리고 그 결제‘들’이 갖는 의미를 폭넓게 다룬다. 그런데 왜 책 제목이 ‘결제’의 탄생이 아니라 ‘현질’의 탄생이었을까? 저자도 92쪽에 이르러서야 “여기부터가 현질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라고 언급할 정도로 현질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야 등장한다. 하지만 책 전체 분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1부 게임의 결제사를 지나, 2부를 읽으면서 현질이 게임의 안과 밖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읽고나면, 그제서야 지금의 게임산업과 문화에서 현질의 탄생이 갖는 중요한 위치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점에서 〈현질의 탄생〉은 결제도 아니고 현질도 아닌, 지금의 게임을 말하는 연구서이자 보고서이자 비평서라 할 수 있다. 지금, 여기서 우리가 게임을 계속 해나가고 그것이 갖는 의미를 말하기 위해서는 이 책을 펼쳐들어야 한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이론 전문지 〈문화/과학〉 편집위원) 강신규 문화이론 전문지 <문화/과학> 편집위원. 게임, 방송, 만화, 팬덤 등 미디어/문화에 대해 연구한다. 저서로 <흔들리는 팬덤: 놀이에서 노동으로, 현실에서 가상으로>(2024), <서브컬처 비평>(2020), <아이피, 모든 이야기의 시작>(2021, 공저), <서드 라이프: 기술혁명 시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2020, 공저), <게임의 이론: 놀이에서 디지털게임까지>(2019, 공저) 등이, 논문으로 ‘이기지 않아도 재미있다: 부모-자녀 게임 플레이의 사회성과 행위성, 그리고 분투형 플레이’(2024), ‘커뮤니케이션을 소비하는 팬덤: 아이돌 팬 플랫폼과 팬덤의 재구성’(2022), ‘‘현질’은 어떻게 플레이가 되는가: 핵납금 게임 플레이어 심층인터뷰를 중심으로’(2022, 공저), ‘게임화하는 방송: 생산자적 텍스트에서 플레이어적 텍스트로’(2019) 등이 있다.
- <앨런 웨이크2> - 화려하게 돌아온 고전 컬트작의 속편
앨런이 갇혀있는 어둠의 장소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에 앞서, 앨런 웨이크 시리즈의 개발사인 레메디 엔터테인먼트(Remedy Entertainment, 이하 ‘레메디’) 및 이 개발사가 핀란드 게임업계 미친 영향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 Back 15 GG Vol. 23.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Game Researcher) Henry Korkeila (Game Researcher) Bora Na A game researcher. Game-playing goes back quite a long way, but the first encounter with game studies came by chance, through a game course taken at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Since graduating, has carried out research and writing centered on game history and culture, here and there. Contributed to The History of Games, The Theory of Games, and Mario, Born in '81, among others.
- DejaVu Sans The NFT Games Dream – is it yet another tulip mania or path to our future?
Constraints can become stepping stones to innovation. The disproportionate market attention towards integrating blockchain technology into games is perhaps stemming from people’s desire to overcome the current constraints. Here, the idea of combining blockchains and games can be examined from two perspectives: First, exploring the intention behind advocating for this change, and second, discussing why such a change is deemed necessary at this time. Combining the findings from these two would allow us to acquire a comprehensive view of this matter and thus enable critical reflections on what the innovation could bring to our future. < Back 15 GG Vol. 23.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Game Developer, Researcher) (Game Developer, Researcher) YoungWook Oh Game enthusiast, game programmer, and historian of games. A growing interest in Korean games turned into a hobby of collecting and organizing materials, and has been steadily gathering and archiving them since 2006. Co-authored books including The History of Korean Games and Mario, Born in '81, and contributed as a developer to games such as Dungeon & Fighter, Acropolis, Pony Town, and Timeline Dungeon.
- [Editor's view] 무용한 것들의 세계 속 효율을 생각하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인공 중 하나였던 김희성(변요한 분)이 자주 하던 말을 떠올립니다. 나는 원체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그런 것들. 인간이 만드는 모든 것들 중에 유용한 것이 삶을 지탱하는 기초라면, 무용한 것들은 그 기초를 딛고 삶을 좀더 풍요롭게 만들곤 합니다. 먹고 살 만 해지면 자아 실현을 돌아본다는, 마르크스가 말했던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글을 쓰는" 삶은 모두에게 요원하지만 누구나 꿈꾸는 것이겠지요. < Back 18 GG Vol. 24. 6.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KyungHyuk Lee Game critic and researcher. Since 2015, he has made games his life's work—as a critic, examining how games relate to society, and as a researcher, exploring how games, as commodities, take their place within it. He is the author of Mario, Born in '81 (2017) and The Birth of In-Game Spending (2022), among other works, and has contributed to documentaries including EBS's Docuprime as well as columns across various outlets.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research analyzing digital games as time-rights commodities.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lab Dragon Lab and serves as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 [논문세미나] 게임 플레이를 통한 파트너쉽: 장거리 연애 커플이 친밀감 증진을 위해 디지털 게임을 이용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
“(게임) 플레이를 통한 파트너쉽”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연구는, 게임과 같이 사람들의 생활과 밀착된 활동에서 연인들 사이에 발생하는 실제 의사소통 과정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주목해 롱디 커플이 관계 연결의 매개로 디지털 게임을 이용하는 현상을 탐구한다. < Back [논문세미나] 게임 플레이를 통한 파트너쉽: 장거리 연애 커플이 친밀감 증진을 위해 디지털 게임을 이용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 28 GG Vol. 26. 2. 10. TEXT: Devasia, N., Rodriguez, A., Tuttle, L., & Kientz, J. A. (2025, July). Partnership through Play: Investigating How Long-Distance Couples Use Digital Games to Facilitate Intimacy. In Proceedings of the 2025 ACM Designing Interactive Systems Conference (pp. 3563-3580). 들어가며 미국 대학생의 25-50%가 장거리 연애 중이라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교육과 고용기회가 증가하면서 미국 사회에서 장거리 연애(Long-distance relationship, 이하 롱디) 커플의 비중은 늘어나고 있다. 롱디 커플의 경우 지리적으로 근접한 커플보다 만남의 빈도나 관계 스트레스의 측면에서 여러 장벽을 쉽게 마주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둘 이상의 전자 디바이스를 사용한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CMC)은 실시간 메세지나 영상통화, 여가생활의 공유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롱디 커플의 관계 유지를 위한 핵심 도구가 되었다. 그간 많은 연구들이 게임을 통해 구성되는 ‘일반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주목해 왔다. 그러나 이 중 게임이 구성하는 연인 사이의 ‘로맨틱한 관계'에 초점을 맞춘 연구는 거의 없다. “(게임) 플레이를 통한 파트너쉽”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연구는, 게임과 같이 사람들의 생활과 밀착된 활동에서 연인들 사이에 발생하는 실제 의사소통 과정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주목해 롱디 커플이 관계 연결의 매개로 디지털 게임을 이용하는 현상을 탐구한다. 구체적인 연구질문은 다음과 같다: 1) 디지털 게임의 특징과 양식은 롱디 커플의 친밀감과 유대감 증진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 2) 롱디 커플이 게임을 할 때 서로를 친밀하게 느끼기 위해 이용하는 대인 전략은 무엇인가? 3) 이러한 통찰은 롱디 커플을 위한 특수한 기술 설계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관련 연구 해당 연구는 게임과 관계 문제에 관련되어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여러 주제의 선행연구들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로,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CMC(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의 발전에 주목해 사회적 관계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메신저와 SNS, 게임을 이용하는 선행 연구들을 참고해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선행연구가 ‘우정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게임을 연구하고 있지만 로맨틱한 관계에 게임이 이용되는 방식을 연구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중요한 점은, 게임이 고립된 가상의 경험이라기보다는 친구, 가족, 배우자와 같은 기존의 오프라인 관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플레이어들이 관계유지를 위한 ‘제 3의 장소(third places)'라는 역할을 수행하는 게임의 위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나 자기 자신의 위기 상황에서 기분이나 감정을 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 게임을 이용하는 사례에 대한 연구들이 있다. 즉 게임이 심리적 회복을 명시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플레이어들이 자신만의 의미를 게임에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장거리 관계에 대한 기술 연구가 있다. 일례로 다양한 사인을 통해 친밀감을 전달하고 커플이 소통할 매체를 구성할 수 있는 ‘커플 테크놀로지(couple technology)'의 디자인에 관한 연구들이 있으며, 하센잘 등(Hassenzahl et al, 2012)의 연구처럼 관계성을 매개하기 위한 전략을 풀어내는 연구들도 있다. 특히 하센잘과 동료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성을 인지(awareness), 표현성(expressivity), 물리성(physicalness), 선물 주기(gift giving), 공동행위(joint action), 기억(memories)과 같은 여섯 가지 측면으로 풀어내고 이를 매개하기 위한 전략을 구상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비디오 게임을 하는 커플들을 연구대상으로 삼은 선행연구들이 있다. 본 연구처럼 커플의 유대감 형성 수단으로 게임을 주목하는 연구는 적으며, 대부분은 남성 파트너가 주로 게임을 하고 여성 파트너는 게임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발생되는 관계의 문제를 다뤘다. 본 연구는 하센잘과 동료들의 관계성 및 연결성 관련 논의를 분석의 틀로 삼지만, 주로 연구환경에 주목하는 커플 테크놀로지 연구나 기존 커플들의 게임 연구와는 다른 측면에서, 양자가 적극적으로 애정 표현을 위해 ‘오용(misuse)'하는 매체로 게임을 규정하고자 한다. 연구 방법 이 연구는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질문 아래 롱디 커플을 대상으로 혼합적 연구 방법을 시도했다. 먼저, 연구진의 소속대학과 트위터와 레딧 등 소셜미디어 사이트에서 서로 50마일 이상 떨어져 거주하는 18세 이상의 커플을 조건으로 참여자를 모집했으며, 연구과정에서 이탈하거나 중간에 이별하여 누락된 사례를 제외하고 총 13쌍의 연구참여자를 확보했다. 연구참여자들의 평균 교제기간은 2.34년이고 적게는 2달에서 많게는 8년까지 다양했다. 대부분의 커플은 한달에 한 번 오프라인으로 만남을 가졌으며, 오직 두 커플만 교제 이후 지금까지 실제로 만난 경험이 없었다. 연구 방법은 일지 연구(diary study), 반구조화된 인터뷰, MDA(Mechanics, Dynamics, Aesthetics) 활동을 조합했다. 먼저, 커플들의 게임 경험과 이들이 관계를 위해 활용하는 게임 메커니즘 등을 파악하기 위해 게임 활동 후 최소 5회 이상 구글 폼으로 연구진이 제시한 질문에 대한 답변과 게임 일지를 기록하게끔 했다. 특히 하센잘 등의 연구에서 제시된 관계성의 6가지 측면 중 이들이 어떤 점에 주목하는지를 탐구했다. 다음으로 반구조화된 인터뷰를 통해 게임 활동과 관계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아가 연구진은 이들과 함께 롱디 커플에 특화된 미래의 게임디자인 전형을 만들기 위한 디자인 활동을 수행했다. 인터뷰 종료 후 MDA 프레임워크를 개별 요소로 분할하여 연구참여자 자신들이 원하는 게임의 요소를 스티커 메모로 붙이는 활동을 진행했다. 인터뷰 자료는 질적 분석과 개방 코딩을 병행했고, 일지 기록에 대해서는 통계분석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 1) 게임 일지 기록의 개요: 대부분의 커플은 협동형 농장 시뮬레이션인 <스타듀 밸리>를 가장 많이 플레이했으며(18.3%), 게임 유형은 협력형(85.9%) 또는 목표 지향형(84.5%) 게임으로 나타났다. 평균 플레이 시간은 2시간 가량이었고 게임 플레이 중 파트너와의 연결감은 리커트 척도 결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연결성/관계성의 6가지 측면 중에서는 게임이 인지(92.9%)과 공동행위(87.3%)를 촉진한다는 답변이 주를 이루었다. 2) 커플들이 각자 다른 게임방식을 중시하는 이유: 기본적으로 둘 이상의 플레이어가 참여하는 게임은 ‘협력이냐 경쟁이냐', ‘의존이냐 독립이냐'라는 이분법적인 메카닉의 특성을 지닌다. 인터뷰 결과, 협력형 게임을 즐기는 롱디 커플들은 현실적으로 쉽게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게임이 연인과 함께 성취감과 완결감을 느끼게 해 준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협력형 게임의 과제인 공동의 목표를 위한 소통이 커플의 전반적 의사소통 능력 향상에도 도움을 주었다고 답변했다. 한편 경쟁형 게임을 즐기는 커플들 또한 타인보다 연인과 함께 했을 때 심리적 부담이 더 낮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언급했다. 평소 승부욕이 높은 커플조차도 연인과의 게임에서는 자신의 성격을 쉬이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3) 현실과 게임플레이 사이의 경계성: 롱디 커플들은 대면으로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게임의 특정 측면을 현실의 활동과 유사한 것으로 연동시켜 이해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게임 내 한정 이벤트는 연인과 즐기는 전시관람과 비슷한 것으로 이해되었으며, 연인과의 게임 플레이는 친구와의 플레이보다 특별히 시간을 내 의도적으로 보내는 활동으로 이해되었다. 특히 디스코드나 팬 그룹 등 게임 관련 디지털 공간은 많은 롱디 커플들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돕는 중요한 공간이었고, 실제로 이곳을 통해 교제를 시작한 커플도 있었다. 4) 게임 메카닉을 통한 애정 표현: 커플들은 게임 메카닉을 활용해서 연인에 대한 물리적 애정표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연인의 졸업 선물을 학사모 모양의 아이템으로 주거나, 자신을 구하러 와주는 파트너를 보고 돌봄을 받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롱디 커플들에게 같이 공유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부족하여 불가능했던 일들이 게임 세계를 매개로 가능해졌고, 게임이 이를 보완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중요한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5) 하센잘과 동료들(2012)의 관계성(연결성)의 6가지 측면으로 게임 플레이 분석하기: 마지막으로, 하센잘과 동료들의 연구에서 드러난 관계성이 가지는 여섯 가지 측면 중, 게임을 하는 롱디 커플에게서는 ‘인지’가 가장 자주 느껴졌던 요소로 드러났다. 즉 게임은 ‘인지'를 고취시킴으로써 가까이에 부재한 연인의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매체이며 공동 행위를 통해 상호 공존의 느낌을 구현하는 매체라 할 수 있다. 한편 하센잘의 모델에서 연구참여자들이 게임을 통해 제일 부족하게 느꼈던 요소는 연인 상대와의 ‘기억’을 촉진하는 전략으로, 스크린샷과 같이 게임 속 연인과의 추억을 저장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대부분의 대중적 게임 플랫폼에서 잘 구현되지 못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커플의 게임 플레이 스타일 전형(archetype) 개발하기 분석 결과 커플의 게임 플레이 스타일 유형으로 세 가지 타입이 도출되었다. 첫째는 협력형 게임을 매우 선호하여 공동 행동을 최우선적으로 선호하는 유형으로, 이 경우 ‘관계적 플레이'에 강하게 동기를 받으며 경쟁형 게임보다는 캐주얼하고 협력적, 반복적인 게임을 선호한다. 둘째로 협력형 게임과 경쟁형 게임을 균형있게 플레이하는 유형으로 관계에 동기부여를 받지만 첫 번째 유형과 비교하면 성취감 또한 중요하게 여김을 확인할 수 있다. 셋째로 경쟁형 게임을 매우 선호하여 표현성을 최우선적으로 선호하는 유형이다. 이들은 협력형 게임이 다소 지루해질 수 있는 반면 경쟁형 게임에서는 강력한 성취 동기와 자율성을 획득한다고 답변했다. 위와 같은 분석 결과를 통해 본 연구는 게임 디자이너와 기술을 개발하는 HCI 연구자에게 다음과 같이 제언을 하고 있다. 먼저, 게임과 현실 생활 사이에 비교적 높은 경계성(liminality)이 구축된 상황에서 게임은 평소에는 더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관계유지 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장거리 관계를 유지하고 증진해야 하는 롱디 커플에게 게임은 이러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매체 중 하나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롱디 커플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대중 게임이 극히 드문 상황에서 <잇 테익스 투(It takes Two)>와 같은 커플을 소재로 한 게임이 높은 호응도를 갖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커플을 위한 게임에서 다양한 공동 행위를 유도하거나 선물, 기간 한정 이벤트 기능, 기억(연인과의 추억을 보존할 수 있는 특별 수집품)과 같은 다양한 메커니즘을 구축한다면 관계유지를 위해 플레이어가 게임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방식들을 더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연구자) 김지수 문화와 지식, 공간과 학술 장 등 다양한 영역을 공부합니다. 게임의 역사와 게이머의 생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게임회사는 NFT의 꿈을 꾸는가 : ‘튤립’과 ‘국민템’ 사이에서
새로움은 한계가 눈에 보일 때 도드라진다. 게임에 블록체인을 접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주목을 받는 배경에는 그 시도가 만들 새로운 결과에 대한 기대 못지않게 그러한 새로움을 필요로 하는 현재에 대한 불만이 함께 놓여있다. 이를 생각하면 게임에 블록체인을 접목한다는 아이디어는 어떤 변화를 의도하는가와 더불어 그 변화가 왜 필요한지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는 지금의 위치를 이해하고 그로부터 나아갈 위치가 어디쯤일지 더 분명하게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 Back 게임회사는 NFT의 꿈을 꾸는가 : ‘튤립’과 ‘국민템’ 사이에서 05 GG Vol. 22. 4. 10. NFT, 현상인가 징후인가? 새로움은 한계가 눈에 보일 때 도드라진다. 게임에 블록체인을 접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주목을 받는 배경에는 그 시도가 만들 새로운 결과에 대한 기대 못지않게 그러한 새로움을 필요로 하는 현재에 대한 불만이 함께 놓여있다. 이를 생각하면 게임에 블록체인을 접목한다는 아이디어는 어떤 변화를 의도하는가와 더불어 그 변화가 왜 필요한지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는 지금의 위치를 이해하고 그로부터 나아갈 위치가 어디쯤일지 더 분명하게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블록체인을 접목한 게임에 대한 논의는 현재보다는 미래에 대한 논의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연관된 주제인 ‘P2E’나 ‘NFT’등에 대해서도 현재보다는 미래, 그중에서도 그동안 시도된 사례나 앞으로의 구상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고 있다. 무언가 빠진 것 같으면서도 일련의 다양한 시도들이 종횡무진 펼쳐진 다음 지속되는 것들이 다음 패러다임을 이루게 될 것을 생각하면, 지금은 일단 결과에 대한 검증보다는 가능성의 좌표를 최대한 넓히는 과정으로 이해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게임에서의 NFT를 사회적인 관점과 기술적인 관점으로 헤아리고자 한다. 대체불가능성과 탈중앙화를 중심으로 게임의 현재와 NFT를 통해 제기되는 미래상을 연결하면서, 연관된 기술적 과제는 무엇인지, 이러한 시도가 게임에 남기게 될 의미는 무엇일지 가늠하고자 한다. 대체불가능성의 여러 맥락 ‘대체불가능한 토큰(Non Fungiable Token)’이라는 뜻의 ‘NFT’는 기술적 맥락보다는 ‘고유성이 강력히 보장되는’ 소유권이 강조된 가상자산의 맥락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짙다. 이로 인해 ‘대체불가능한’이라는 속성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그것을 전제로 두고 그것의 가치가 어느 정도일 수 있을지, 어떻게 활용할지 등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둔다. 한국 현행법상 아직까지 게임 서비스에 NFT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해서, 활용에 대한 논의가 실질적으로 실현되기까지 여러 제약과 시간이 따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본격적으로 도입하게 되면 초기비용이 큰 가상자산에 비해 게임은 조금 더 수월하게 가상자산에 접근하는 경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게임이 수월한 경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게이머들은 게임을 하기 위해 어느 정도 부담을 감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게이머는 게임의 팬이 되는 경우가 많고 팬에게 블록체인에 접근하는 비용은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금액으로 여겨질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많은 블록체인들에게 게임과 블록체인을 접목하는 시도의 계기를 제공한 〈크립토키티(CryptoKitties)〉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게임 내 거래를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을 통해서만 결제하게 한 이 게임은 희귀한 고양이를 만들수록 비싼 금액으로 거래가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이 게임의 재미는 어디에서 발생했을까? 희귀한 고양이를 만드는 과정일까? 아니면 고양이가 희귀할수록 금액이 치솟는 과정일까? 고양이에게서 느끼는 귀여움, 그리고 고양이를 수집하고 교배하는 과정이 이 게임의 속성으로 제시되지만, 게임 바깥에서 활용될 수 있는 화폐가 결합되었기 때문에 게임의 온전히 기본적인 재미만이 발휘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이 게임에서 희귀한 고양이를 만든 상황을 가정해보는 것으로 좀 더 살펴볼 수 있다. 만일 수집과 교배를 통해 희귀한 고양이를 얻는 데 성공했다면, 그것이 즐거운 이유는 무엇일까? 나만의 캐릭터를 얻었다는 만족일까, 아니면 높은 금액으로 거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일까. 아마 이 두 가지 모두일 것이다. 실제로 거래할 생각이 없더라도 캐릭터에 평가되는 높은 금액은 소장하는 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재미는 기존 온라인 게임에서 경험하던 만족과 닮은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관건은 NFT를 통해 새로워질 수 있는 측면이 무엇이냐일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게임회사와 게이머의 관점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대체불가능성에 대한 상반된 관점 먼저 게임회사는 NFT를 도입하는 것이 게임의 재미와 어떻게 결합할 수 있을지, 어떤 변화를 계획하는지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나인크로니클 (Nine Chronicles)〉과 같은 게임이 모든 로직과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올려 탈중앙화함으로써 블록체인의 특성을 게임에 전면적으로 적용한 사례도 분명 있지만, “왜 블록체인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실행하면서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러한 경향은 비즈니스 모델에서도 드러나는데, 현재 가장 유효한 비즈니스 모델은 아이템을 미리 판매하는 것이며, 이는 블록체인만의 특징을 활용했다기보다는 기존의 모델에 블록체인을 접목한 것에 가깝다. 그렇다 보니 게임에 가상자산을 접목하는 개연성이 선명하지 않다. 플랫폼의 수수료나 이용자 간의 거래를 회사가 직접 중개할 수 없는 법적인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의도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시된 아이디어 대부분이 게임에 블록체인을 접목하는 것보다는 게임회사가 직접 발행한 가상자산을 화폐로 사용하면서 그 과정은 게임회사가 완전히 통제하려는 의도를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짐작할 수 있다. 게임회사의 NFT가 (아직) 상품으로서의 가치에 치중해 있다면 게이머들에게 NFT는 상반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투자상품으로서의 게임 아이템이고, 다른 하나는 (게임 서비스가 종료되어도 남아 있는) 소장품으로서의 게임 아이템이다. 후자를 주목할 만한데, 서비스 중심으로 운영되는 게임이 종료될 경우 게임이 서비스되는 동안 게이머들이 게임에서 소비한 시간과 재화가 함께 소멸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동안 게이머가 직접 남긴 스크린샷 외에 이용자가 게임에 대해 느끼는 가치를 기록으로 남길 방법이 뚜렷하게 없는 상태에서 NFT는 게임에 대한 고유한 기록을 남기는 방법의 새로운 유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NFT는 ‘애정’의 차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기존에 존재하는 게임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여러 방법들 외에 새로운 표현 경로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대체불가능성’은 게임에 대한 애정, 팬심을 뚜렷하게 각인한다는 맥락으로 사용될 수 있다. 기술적으로 정말 대체 불가능함을 달성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게임에 대한 애정을 입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식으로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이용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서버 종료를 통해 이루어지는 온라인 게임의 결말을 경험하면서 이용자들은 플레이하는 동안 충분히 누리고 즐기는 것으로 게임의 영속성에 대한 나름의 감각을 체득했다. 서버 종료가 되면 그것이 사라질 수 있음을 알면서도 과금을 하는 것에는 영속성에 대한 기대보다는 현재의 만족을 지향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렇지만 언젠가 서버 종료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시기를 알 수 없다는 것은 여전히 게이머에게는 위험 요소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NFT는 소멸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면서도 게임에 대한 애정을 가장 뚜렷하게 입증하는 기록이 될 수 있다. 탈중앙화를 둘러싼 배경과 맥락 대체불가능성과 관련하여 현재 블록체인이 보장하는 것은 데이터이다. 작업증명(PoW)이나 용량 제한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관련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현재로서 게임의 모든 체계를 블록체인에 올리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게임 자체는 블록체인의 바깥인 아웃체인에 두고 게임회사가 게임을 관리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게임 서비스가 사라지고 아이템을 소유했다는 데이터가 남게 된다. 데이터가 있기는 한데 활용할 수는 없으니 대체불가능성이 덜 유효해진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데이터를 추가할 수 있지만 그럴수록 블록체인에 담을 수 있는 게임 데이터의 양은 줄어들고 비용은 커진다. 게임의 콘텐츠가 줄어들고 이용자의 활동을 기록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려 게임을 플레이하기 힘들어지기도 할 것이다. 한편으로 전력 문제나 거래 비용, 거래시간과 같이 현재 블록체인이 지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로 시도되고 있는 방법들은 증명을 위임하는 등 효율화를 추구하면서 블록체인이 지향하는 탈중앙화에 배치되는 경향이 있다. 현재 많은 블록체인 거래들이 실제로는 거래소 중심으로 일어나서 블록체인이 지향하고 있는 탈중앙화와는 거리가 있기도 하다. 모든 것을 통제하는 중앙화된 방식을 게임회사가 의도한 것이라면 그것이 굳이 블록체인일 필요는 없다. 지금의 시스템에서 데이터와 아이템의 가치를 보장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이 아닌 기존의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는 것이 속도와 비용 면에서 훨씬 효율적이기도 하다. 이런 배경 때문에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개연성이 크게 보이지 않는 게임은 블록체인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을 표방하더라도 법과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보장할 수 없는 가치를 보장한다고 주장하는 일종의 기만행위라는 의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게임의 탈중앙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시도는 게임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중앙서버를 두지 않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게임회사와 이용자 관계의 새로운 전환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흥미롭다. 기존 게임에서 중앙화된 서버를 중심으로 게임회사와 이용자의 관계가 형성되었다면, 탈중앙화된 게임에서는 게임회사와 이용자의 관계가 보다 수평적이고 개방적으로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계가 성립될 경우, 게임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과 수익모델 등에 두루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캐릭터의 ‘성장’과 ‘우위’를 지향하면서 발생한 기존 게임의 문제들이 ‘탈중앙화된 관계’를 지향하는 게임에서는 해소되거나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이것과 저것 사이 혹은 너머의 그것 게임에서의 NFT는 어떤 결과를 만들어나가게 될까. 다음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것보다는, 새로운 시도와 지금까지의 경험이 서로 병합되거나 절충되면서 확장되된 형태의 결과를 만들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 먼저 앞서 지적한 블록체인의 문제를 기술의 발전을 통해 해결할 가능성을 꼽을 수 있다. 블록체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작업증명(PoW)에 지나치게 많은 전력량을 사용한다는 것인데, 요즘은 이 방법을 채택하지 않는 블록체인 기술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미 작동하고 있는 블록체인이 새롭게 이 방법을 채택할 가능성은 낮지만 대체불가능성과 탈중앙화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의 기술적 대안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는, 법과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원하는 게임회사의 욕망을 블록체인에 담으려는 것은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게임 속 화폐와 실제 화폐가 연계된다는 아이디어가 새롭진 않다. 이를 되짚어 생각해보면 게임 속 화폐가 실제 화폐와 연계되지 않아 온 이유가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이 새롭다고 해서 연계될 수 없는 이유를 단번에 뛰어넘을 수는 없다. 만일 특히 거래 시스템에서 블록체인 활용도가 높아진다면 그 방식은 기존 시스템에 블록체인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방식일 것이다. 자연히 가상자산과 실제 화폐의 연계는 기존의 법안을 충족시키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질 것이 요청된다. 게임 회사와 이용자의 새로운 소통 면에서도 블록체인 활용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브 온라인(EVE Online)〉의 사례를 짚어 볼 만하다. 게임을 서비스하는 CCP 게임즈는 해마다 ‘이브 팬 페스트’를 개최한다. 이브 온라인 이용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데, 부대행사 중 ‘플레이어 프레젠테이션’은 신청한 게이머에게 40분의 프리젠테이션 기회 또는 원탁회의 주관 기회를 제공한다. 이 게임은 전 세계 단일 서버로 운영되어서 이용자들의 참여가 중요한데, 이 행사에서 여러 가지 정치적인 관계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게임회사가 이용자들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다양한 장을 만들고 또 실제로 그 의견을 수용해 게임에 반영함으로써 이용자의 피드백이 게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는 게임회사가 의사결정을 주도하여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부터 벗어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블록체인은 이 과정에서 게이머의 의견을 기록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며, 의사소통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서비스가 오래 지속될 경우 게임회사와 이용자 사이의 의사소통 아카이브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신뢰가 낮아진 게임과 이용자 간의 관계를 블록체인으로 보완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게임 안에서 생성되는 아이템에 대한 기록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이용자들이 누구나 블록체인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면 확률 문제 등을 검증할 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많은 우려와 문제가 제기되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신뢰와 깊이 연관된다면, 신뢰를 회복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을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의 토대 위에서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게임회사가 NFT를 통해 꾸는 꿈은 무엇인가? 다가올 미래를 암시하는 징후인가, 현재의 한계가 중첩된 현상인가? 분명한 것은 그것이 현상인지 징후인지 확인하기 위해 성큼 나아가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발걸음이 어떤 자취를 남기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 발걸음의 경로와 좌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출발점을 중심으로 한 지형을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좌표를 확장하는 앞으로에 대한 논의에 집중하면서 그동안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은 질문들을 살펴야 한다. “게임의 목적이 재미 추구가 아닌 다른 것이 될 때 그것을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부터 말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사회학자) 강지웅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 〈게이머즈〉를 비롯한 여러 게임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했다. 저서로 〈게임과 문화연구〉(공저), 〈한국 게임의 역사〉(공저)가 있다.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에서 게임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게임이 삶의 수많은 순간을 어루만지는, 우리와 동행하는 문화임을 믿는다. (게임개발자, 연구자) 오영욱 게임애호가, 게임프로그래머, 게임역사 연구가. 한국게임에 관심이 가지다가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것에 취미를 붙이고 2006년부터 꾸준히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고 있다. 〈한국게임의 역사〉, 〈81년생 마리오〉등의 책 에 공저로 참여했으며, 〈던전 앤 파이터〉, 〈아크로폴리스〉, 〈포니타운〉, 〈타임라인던전〉 등의 게임에 개발로 참여했다.
- 코스믹 호러의 게임적 변용
이토 준지풍의 그림체와 크툴루 세계관이 결합된 <공포의 세계>의 장점 역시 동일하다. 그로테스크하고 이질적으로 변화한 마을 구성원들을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다는 소름 돋는 경험이야말로 등대에 강림할 고대신보다 공포스러운 일이다. 내가 온전히 나로 존재할 수 있다는 확신은 일상의 궤도에서 이상 징후와 균열을 발견할 때 불안으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 Back 19 GG Vol. 24. 8.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Hyunyoung Hong Entered the world of games thanks to ads pitching the Famicom as a must-have for the happy household. A steady devotee of Just Dance. Co-wrote Mario, Born in '81, The Theory of Games, and Media and Gender, among others.
- The Resonant Samurai: Historical Accuracy versus Market Appeal
By now, the online backlash against the inclusion of Yasuke as one of two protagonists in the story has become somewhat infamous, if not tired, since outrage first erupted last year. Although the game had teased at the 2022 UbiForward as Codename Red, it wasn’t until the full reveal on May 15, 2024, with the cinematic trailer that the inclusion of Yasuke, as a co-protagonist, became clear. < Back The Resonant Samurai: Historical Accuracy versus Market Appeal 24 GG Vol. 25. 6. 10. ***이 글의 한국어 버전은 아래 URL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953c58c4-a26a-4e46-8aac-48c10227ca8b Introduction: Yasuke Enters the Franchise By now, the online backlash against the inclusion of Yasuke as one of two protagonists in the story has become somewhat infamous, if not tired, since outrage first erupted last year. Although the game had teased at the 2022 UbiForward as Codename Red [1] , it wasn’t until the full reveal on May 15, 2024, with the cinematic trailer that the inclusion of Yasuke, as a co-protagonist, became clear. [2] [3] For over two months, criticism swirled at design choices in both Western and Japanese circles, though the online discontent among segments of the more conservative Western audience specifically focused on the inclusion of Yasuke, [4] leading, among the many heated discussion threads, to harassment of members of the development team. On July 23rd, Ubisoft released a somewhat ambiguous statement about the context, backhandedly addressing global audiences by way of seemingly focusing on the Japanese Community, and reaffirming their commitment to overall authenticity . [5] * Figure 1: Yasuke as Protagonist This statement raises a number of concerns that articulate the controversy surrounding Yasuke, which taken at face value is about historical accuracy, but arguably has more to do with how this segment of the audience has been served by the franchise so far. As discussed by de Wildt and Aupers in a 2021 study focusing on the franchise overall and including dozens of interviews with former Ubisoft game directors and assorted senior developers, Assassin’s Creed overall privileges the marketability of any given setting. [6] That marketability is further contextualized by a audience that is disproportionately European and American (roughly 79% all of Ubisoft sales). [7] With that market in mind, Ubisoft has put to use a model they term the “marketing-brand-editorial burger,” where the core of the franchise must remain generally similar, while changing the sauce (the cultural setting) in order to draw in new or repeat clientele. [8] To that end, most of the franchise’s games have generally featured protagonists that are relatively uncomplicated to access for that core audience. For instance, Black Flag’ s Edward Kenway presents a European perspective into Nassau and Caribbean colonialism, while Assassin’s Creed II and Brotherhood engages with Ezio as a cultural insider in Renaissance Italy. [9] [10] [11] It also uses Ezio as a way to access the comparatively more distant Istanbul setting and culture in Revelations . [12] Even when protagonists are more complicated, as is the case for Connor Kenway in Assassin’s Creed III [13] and Adewale in Freedom Cry , [14] it is nonetheless the dominant European and American perspectives that orient the core structure of the games. [15] [16] So, why is that centering of the Western audience the case, and how does the controversy surrounding indicate breaks or continuities with this design trend? The answer, broadly, comes from a prioritizing of resonance, of expectations, above accuracy. The Question of Accuracy: Accuracy versus Expectations The question of historical accuracy in the Assassin’s Creed series, over its 18-year span, has been the subject of thousands of games journalism pieces, not to mention dozens of academic articles and book chapters. In early inroads, historical accuracy appears as a demand, essential for games to be taken seriously, as a pedagogical tool, an archaeological model or an account of events past. [17] This demand is draped over a number of design elements, such as the areas of the game included, in conjunction with the time period covered (along with the key events that the narrative focuses on). Perhaps most importantly, there is enduring concern and desire for the protagonists at the center of these games to match the historical period which audiences understand as a coherent whole. In other words, the setting, the story and the characters need to work in harmony, but whether that harmony adheres to historical truth is another matter altogether. [18] [19] When discussing historical accuracy, it would be useful to consider at what point is the media portrayal considered accurate. Is any deviation allowed? As Adam Chapman argues, there is a threshold where the game can be considered historically resonant, and that point is when individual players deem the historical aspects to match their pre-existing knowledge. [20] Evidently players tolerate deviation from historical fact as necessary to game adaptation in general, and especially in the context of Assassin’s Creed , where historical figures are repositioned as actors in secret conspiracies and ancient aliens plotlines. The fact that the franchise requires a genealogy of assassins and templars, in this case the Kakushiba Ikki (League of the Hidden) and the Shinbakufu (True Shogunate). The distortions necessary to make the armature of the franchise fit with the real persons that the game adapts are in most cases no more or less intensive than the depth provided to Yasuke. This level of adaptation or distortion is also in line with the degree of departure players can find in Odyssey [21] , for instance, with the portrayals of Sokrates and Aspasia of Miletus, [22] or Origins ’ Cleopatra. [23] The games are all, to put it bluntly, historical fiction, rather than history, an approach detailed by Ubisoft itself. [24] As they explain in their 2025 open letter, Yasuke presented an “ideal candidate” for the series formula that incorporates “fantasy elements” and that his “unique and mysterious life” is considered by the company to be a match for franchise patterns. [25] The idea of Yasuke as a candidate for cultural representation is in keeping with de Wildt and Aupers mentioned earlier, where marketing dominates broader choices, and where any narrative or representational choice “defers to the market and the largest possible audience.” [26] Franchise lead Jean Guesdon had previously spoken about tapping into popular zeitgeist to buttress franchise sales, so relying on Yasuke, a figure that has become increasingly visible in popular media over the past two decades makes sense. [27] Unlike Sucker Punch’s Ghost of Tsushima , [28] from which Shadows borrows much of its visual language and colour scheme, Assassin’s Creed provide Yasuke a proxy for audiences, not as a man of colour, but as an outsider to Japan.Yasuke is legitimate enough as a choice, given his historic presence, yet, like players, experience Japan as a foreigner becoming gradually integrated. [29] In other words, the game’s internal structure is positioned to open with, and favor an outsider perspective, over one of the other notable candidates audiences can imagine, including notable samurai like Musashi Miyamoto or Sasaki Kojiro. * Figure 2: Yasuke Criticized for Use of nanban (European) concepts in the context of Japanese warfare. This tension, between what a game company considers an ideal candidate, and what serves historical accuracy most, has been the subject of research over the past few years. [30] In my previous work on the subject, I locate this decision space as shaped by the tension between representation and identification. As film scholar Charles Acland notes, with respect to cinema, the work of identification is complicated and requires exiting one’s own reality to inhabit the specific circumstances of another person, in another place and time. [31] Identification, on the other hand, provides protagonists and perspectives ready-made for individuals to absorb into their experiential frame. This form of media production is positioned to produce the “that resonates with me” reaction, and has been the subject of academic critique concerning Assassin’s Creed for the better part of the last decade. So far, installments have been positioned to always provide that kind of easy identification, if not in main protagonists, then at least in circumstances and ideological positions. Yasuke, in that vein, presents a particular issue. His perspective provides an outside-in look at feudal Japan, but it also bucks against the generally empowering positions that series protagonists have enjoyed. Yasuke’s inclusion seems in itself revolutionary and novel, but as scholar Kishonna Gray noted in the case of Adéwalé in Haiti, there is an echo of white European and American social positions within the very framework of the game. [32] Even when the characters are non-white, their social positions in the game privilege the presumed Euro-American audience mentioned above. In Shadows , Yasuke is not gated from spaces any more than the game’s other protagonist, Naoe, is. The game’s fiction smooths out the creases in what would otherwise be a presumably more confronting experience. Then, if the game resonating with audiences is the primary goal, the game’s choice to platform Yasuke presents quite logically, with the exception that the audience being favored is not the same audience that has been favored in the past decade. To put it bluntly, the racial intolerance evident in Yasuke’s characterization as a “DEI hire” showcases as barrier in audiences identification with a man of colour, more than a rigorous analysis of whether that character’s story is accurate, which is already difficult to claim for any Assassin’s Creed protagonist in good faith. [33] The backlash, at least in the West, has clearly been centered on race and gender, while the Japanese response has certainly been more tempered, and focused on how players are allowed to damage holy sites. The subsequent question that arises is whether or not this entire outrage, as visible as it has been, represents the whole of the consumer base in the West, or rather a specific subset of consumers. The Payoff: Yasuke as Commodity Whether or not reception to Yasuke has been hot or cold is difficult to definitely weigh in on. How do we define success? Is it based on the sentiment of a vocal segment of the audience, or do we prioritize something closer to an international audience reception? Do we look at critical reception, and do we look in a vacuum or in the context of how recent installments have been received? Perhaps the most representative forum for critical and audience reception remains Metacritic, despite concerted efforts to review bomb the title. [34] In fact, when comparing the open-world installments, the pattern is relatively stable. Critics have Shadows at 81, compared to Valhalla ’s 80, Odyssey ’s 83, and Origins ’ 81. Audiences, even keeping in mind a greater proportion of disproportionately negative reviews, have Shadows at 62, compared to Valhalla ’s 60, Odyssey ’s 68, and Origins ’ 73. Critical consensus seems to be that the game is qualitatively in line with previous installments, and for audiences seems a slight improvement over the previous title. Where it does depart is in Shadows ’ higher proportion of extremely low scores, which may be indicative of review bombing. Metacritic, like any review aggregator, will overrepresent audiences that are already invested enough to log on and review, but the consistency in scores over time indicates relative stability between titles at a broader level. * Figure 3: Review Score Aggregates for all Open-World AC Titles (Mirage Omitted). Surely then, the outrage professed against Yasuke was equally felt in terms of sales, which would at least provide an industrial indication that the game was boycotted or sold less well. In actuality, Shadows boasts the second-highest day one sales for the franchise, behind Valhalla , which Ubisoft attributes to the “perfect storm” of conditions during the pandemic. [35] Longer tail analytics show a “modest” sales record of roughly 1.7M copies sold on Playstation 5 alone (Alinea, 2025). [36] So, the picture is somewhat murky, given that we won’t have the long-tail data for a while yet. Compared to Odyssey’s roughly 2M sales in the first month, as well as keeping in mind the pressures on discretionary expenses in the current economic climate, the game is not the historic success of yore, but it’s certainly still successful. Conclusion: It was Never about Accuracy The academic response, as always, will take a longer while to cement, as qualitative studies and criticism goes through the comparatively longer publication cycle. It is my sense, given the title’s consistency within franchise patterns, that academic consensus will broadly settle where it has for the past decade: that Shadows is a relatively safe market bet, with serviceable characters and the core formula unchanged. It is, in many ways, the same Assassin’s Creed we’ve come to know since 2007, and more specifically since the series’ open-world shift in 2017. Within that framework though, the Japanese governmental response to the game is novel, as critiques of desecration of ritual sites has generally been confined to academic critiques, rather than the state. [37] [38] In fact, the homage paid to the series at the Paris Olympics for Ubisoft’s assistance with the Notre Dame reconstruction signals a significant gap in how Western states interact with the company’s cultural products. Likewise, the Yasuke controversy, which seems to have lost steam since last year, has faded away into the series’ tenuous relationship with race and gender across many of its installments. It is nonetheless interesting to consider which way audience sentiment slices. Here, Yasuke was called out as corporate pandering to modern sensibilities and audience demand, yet that was not so much the case when Odyssey ’s Alexios was provided as a secondary protagonist for players to enjoy, or when company scandals revealed that Aya was intended as the main character of Origins , despite the release featuring almost exclusively Bayek. The audience’s rigidity regarding accuracy is always one that has been shaped by personal taste, and if the issue was really the accuracy of the character, we’d have had similarly caustic debates about many titles in the series. [1] Ubisoft, dir. 2022. Ubisoft Forward: Official Livestream - September 2022 | #UbiForward . https://www.youtube.com/watch?v=rvV4ZBx6_bo . [2] Ubisoft, dir. 2024. Assassin’s Creed Shadows: Official World Premiere Trailer. https://www.youtube.com/watch?v=vovkzbtYBC8 . [3] Ubisoft. 2024. “Assassin’s Creed Shadows Launches November 15, Features Dual Protagonists in Feudal Japan.” https://news.ubisoft.com/en-ca/article/2LH4Ael4X1TlNJY3B3aYg5/assassins-creed-shadows-launches-november-15-features-dual-protagonists-in-feudal-japan . [4] Walker, John. 2024. “Ubisoft Issues Weird Statement On Assassin’s Creed Shadows Controversies.” Kotaku, July 23, 2024. https://kotaku.com/assassins-creed-shadows-ubisoft-statement-yasuke-1851602337 . [5] Ubisoft. 2024. “Assassin’s Creed Shadows - An Update for the Japanese Community.” https://news.ubisoft.com/en-us/article/7dWPCtVQU7udC0KkPFOyXh/assassins-creed-shadows-an-update-for-the-japanese-community . [6] Wildt, Lars de, and Stef Aupers. 2019. “Playing the Other: Role-Playing Religion in Videogames.” European Journal of Cultural Studies 22 (5–6): 867–84. https://doi.org/10.1177/1367549418790454 . [7] Ibid, 4. [8] Ibid, 11-12. [9] Ubisoft. 2013. “Assassin’s Creed IV: Black Flag.” [10] Ubisoft. 2009. “Assassin’s Creed II.” 2009. Ubisoft. [11] Ubisoft. 2010. “Assassin’s Creed: Brotherhood.” [12] Ubisoft. 2011. “Assassin’s Creed: Revelations.” [13] Ubisoft. 2013. “Assassin’s Creed.” [14] Ubisoft. 2013. “Assassin’s Creed Freedom Cry.” [15] Shaw, Adrienne. 2015. “The Tyranny of Realism: Historical Accuracy and Politics of Representation in Assassin’s Creed III.” Loading... 9 (14). https://journals.sfu.ca/loading/index.php/loading/article/view/157 . [16] Zanescu, Andrei. 2023. “Blockbuster Resonance in Games: How Assassin’s Creed and Magic: The Gathering Simulate Classical Antiquity.” Phd, Concordia University. https://spectrum.library.concordia.ca/id/eprint/992024/ . [17] Ibid, 17-57. [18] de Wildt and Aupers, 2019. [19] Westin, Jonathan, and Ragnar Hedlund. 2016. “Polychronia – Negotiating the Popular Representation of a Common Past in Assassin’s Creed.” Journal of Gaming & Virtual Worlds 8 (March):3–20. https://doi.org/10.1386/jgvw.8.1.3_1 . [20] Chapman, Adam. 2016. Digital Games as History: How Videogames Represent the Past and Offer Access to Historical Practice. 1st ed. New York: Routledge. [21] Ubisoft. 2018. “Assassin’s Creed Odyssey.” [22] Ubisoft North America, dir. 2017. Assassin’s Creed Origins: Developer Q&A - History & Setting | Ubisoft [NA]. https://www.youtube.com/watch?v=FK43sE36rdo . [23] Ubisoft. 2017. “Assassin’s Creed Origins.” [24] Ubisoft. 2024. “Assassin’s Creed Shadows - An Update for the Japanese Community.” https://news.ubisoft.com/en-us/article/7dWPCtVQU7udC0KkPFOyXh/assassins-creed-shadows-an-update-for-the-japanese-community . [25] Ibidem. [26] De Wildt and Aupers, 13. [27] Zanescu, 2023. [28] Fox, Nate. 2020. “Ghost of Tsushima.” Sucker Punch Productions. [29] DJangi, Parissa. 2025. “The Real History of Yasuke, Japan’s First Black Samurai.” History.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history/article/the-real-history-of-yasuke-japans-first-black-samurai . [30] Eklund, Lina, Björn Sjöblom, and Patrick Prax. 2019. “Lost in Translation: Video Games Becoming Cultural Heritage?” Cultural Sociology 13 (4): 444. [31] Acland, Charles R. 2020. American Blockbuster: Movies, Technology, and Wonder. 1 online resource (xi, 388 pages) : illustrations (black and white) vols. Sign, Storage, Transmission. Durham: Duke University Press. https://doi.org/10.1515/9781478012160 . [32] Gray, Kishonna L. 2018. “POWER IN THE VISUAL: EXAMINING NARRATIVES OF CONTROLLING BLACK BODIES IN CONTEMPORARY GAMING.” Velvet Light Trap, no. 81 (March), 62–67. [33] Mercante, Alyssa. 2024. “This Was Never About Anything Other Than Hate.” Kotaku. July 23, 2024. https://kotaku.com/this-was-never-about-anything-other-than-hate-1851602820 . [34] Wolens, Joshua. 2025. “Ubisoft Says Don’t Compare Assassin’s Creed Shadows’ Success to Valhalla: The Latter Launched in Covid’s ‘perfect Storm’ and Feedback on Platforms ‘Less Affected by Review Bombing’ Is Stellar.” PC Gamer, March 25, 2025. https://www.pcgamer.com/games/assassins-creed/ubisoft-says-dont-compare-assassins-creed-shadows-success-to-valhalla-the-latter-launched-in-covids-perfect-storm-and-feedback-on-platforms-less-affected-by-review-bombing-is-stellar/ . [35] Ibidem. [36] Alinea. 2025. “Xbox Dominated PlayStation’s Top 10 Games by Copies Sold in April, as Forza Horizon 5 Overtakes 1.4 Million Copies on PS5.” Alinea. https://alineaanalytics.com/blog/playstation_april_2025/ . [37] Small, Zachary. 2024. “The Fight Over a Black Samurai in Assassin’s Creed Shadows.” The New York Times, September 11, 2024, sec. Arts. https://www.nytimes.com/2024/09/11/arts/assassins-creed-shadows-yasuke-samurai-japan.html . [38] Murray, Conor. n.d. “New ‘Assassin’s Creed’ Releases To Strong Reviews—But Sparks Anti-’Woke’ Backlash And Roils Japanese Government.” Forbes. Accessed May 30, 2025. https://www.forbes.com/sites/conormurray/2025/03/21/new-assassins-creed-releases-to-strong-reviews-but-sparks-anti-woke-backlash-and-roils-japanese-government/ .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Researcher) 안드레이 자네스쿠 캐나다 몬트리올에 위치한 콩코르디아 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와 인류학·사회학과에서 박사후 연구원 및 시간강사로 재직 중이다. AAA 게임 스튜디오의 문화적 적응 관행에서 '공명(resonance)'을 기업 전략으로 활용하는 방식과, 영화 및 텔레비전의 문화 자본과 연결된 시상 기관 형성을 통한 게임의 정당화 과정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Assassin’s Creed, Magic: The Gathering, DOTA 2 등 다양한 게임과 시상 기관에 관한 게임 및 플랫폼 연구를 활발히 발표하고 있으며, 《New Media & Society》(2021), 《Games & Culture》(2024), 《The Journal of Consumer Culture》(2021), 《Convergence》등에 논문을 발표한 바 있으며 또한 『Streaming by the Rest of Us: Microstreaming Videogames on Twitch』(MIT Press, 2025)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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