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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AI로 새로운 게임성을 만든다는 것: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의 이가빈 PD,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의 한규선 PD
크래프톤의 스튜디오 중 하나인 렐루게임즈는 딥러닝 기술을 게임과 접목시켜 새로운 경험들을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여러 시도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음성 역할 시뮬레이터와 프리폼 채팅 어드벤처라는 독특한 게임 장르를 만들어냈다. 이번 호에서는 평단과 게임사의 관점뿐 아니라, 유저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이하<즈큥도큥>)의 이가빈 PD와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이하<스모킹건>)의 한규선 PD를 만나, AI 기술의 가능성과 현시점에서의 한계를 짚어보고, 새로운 게임성이 만들어진 과정에 대해 들어보았다. < Back [인터뷰] AI로 새로운 게임성을 만든다는 것: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의 이가빈 PD,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의 한규선 PD 19 GG Vol. 24. 8. 10. 바야흐로 AI의 시대이다. 미래 기술로 인식되던 인공지능은 우리의 일상 속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고, 그중에서도 게임은 기술적 도입의 가능성을 넓힐 수 있는 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게임을 만드는 공정에서 AI 기술이 활용된다고 'AI 게임'이라는 이름을 붙일 순 없을 것이다. AI 기술을 이용해서 게임의 근본적인 메커니즘이 다양해지고 그로 인해서 새로운 게임성이 만들어질 때, 'AI 게임'의 시대가 열린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만들고자 하는 게임 기획자들이 있다. 특히, 크래프톤의 스튜디오 중 하나인 렐루게임즈는 딥러닝 기술을 게임과 접목시켜 새로운 경험들을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여러 시도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음성 역할 시뮬레이터와 프리폼 채팅 어드벤처라는 독특한 게임 장르를 만들어냈다. 이번 호에서는 평단과 게임사의 관점뿐 아니라, 유저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이하<즈큥도큥>)의 이가빈 PD와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이하<스모킹건>)의 한규선 PD를 만나, AI 기술의 가능성과 현시점에서의 한계를 짚어보고, 새로운 게임성이 만들어진 과정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경혁 편집장: 최근 게임씬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렐루게임즈의 PD님들을 모셨는데요.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와 맡으신 게임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가빈 PD: 안녕하세요. 저는 이가빈이라고 하고요. 게임 디자이너 출신으로, 지금은 '마법 소녀 그 긴 거' 담당 PD를 맡고 있습니다. 저희는 음성 인식을 통해서 유저들의 목소리를 게임의 데미지로 바꾸어 공방을 주고받는 형태의 게임을 만들었고요. 딥러닝을 본격적으로 사용해서 (게임 내) 판정이나 자연어 인풋, 에셋에도 딥러닝이 들어가게끔 만들었습니다. 한규선 PD: 저는 한규선이고요.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이라는 게임 PD입니다. 저희 게임은 근미래의 탐정이 돼서 로봇 용의자들과 대화를 하는 게임이거든요. 그래서 사건 현장에 가서 증거들을 수집하고 그 증거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용의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때, GPT가 사용되어서 게이머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고, 무슨 말이든 로봇 용의자가 받아치면서 숨겨져 있는 이야기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저희 게임의 가장 큰 특장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저는 두 게임을 다 굉장히 재미있게 즐겼는데요. 플레이하면서 레퍼런스에 대한 생각이 들었어요. 먼저, <즈큥도큥> 같은 경우에는 옛날 플래시 게임 중에 <장미와 동백>이라는 게임이 떠올랐는데요. 혹시 이 게임을 아시나요? 이가빈 PD: 실제로 많이 참고했어요. 특히 그 게임의 대화나 컨셉에서 화족(근대 일본의 귀족 계급)이 나오잖아요? 화족이라고 하면 고고한 컨셉인데, 실제로 인물들은 상욕을 하고 뺨을 때리거든요. 그렇게 반전을 넣은 것을 보면서 컨셉에 반전을 주는 지점이라거나 B급 감성 같은 것들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참고를 많이 했어요. 이경혁 편집장: 실제로 참고를 하셨군요. 저는 <즈큥도큥>를 보면서 그 게임 생각이 많이 났거든요. 익숙한 컨셉이지만 이걸 더 직관적으로 살려낸 느낌이 들었어요. 한편으로, <스모킹 건>을 보면서는 게임이 아니라, <크라임씬> 생각이 많이 났거든요. 플레이하는 입장에서 보면 <크라임씬>을 유저가 직접 하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사건의 전말' 같은 것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한규선 PD: 오! 맞아요. 저도 <크라임씬> 팬이었고, <대탈출>이나 그런 프로그램들을 다 좋아하거든요. 실제로 처음 기획할 때에는 사실 인간 용의자를 상정하고, <크라임씬> 같은 컨셉을 아예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당시에는 GPT나 AI 기술이 지금만큼 발달하지 않아서, 인공지능이 말을 잘 못했거든요. 그래서 용의자를 로봇으로 설정한 게 그런 한계를 어느 정도 커버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는데, 나중에는 오히려 스토리를 풀어나가거나 게임의 컨셉을 지키는 입장에서 더 잘 표현되는 지점들이 생겼던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저도 처음에는 '왜 굳이 로봇 이야기일까?'라고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유저에게 다가오는 순간들이 있더라구요. <장미와 동백> 이경혁 편집장: 지금 두 게임 다 렐루게임즈 소속이고, 다른 인터뷰에서도 말씀하셨던 것처럼 AI 기술을 중요하게 다루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더 사람들의 관심도 받고, 관련된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관련해서 몇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먼저, GPT를 쓰기 때문에 아무래도 비용이 많이 나갈 것 같은데, 매출과 비교했을 때 효용이 있나요? 이가빈 PD: 사실 얼마를 벌어도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죠. (웃음) 서비스를 할 수록 비용이 나가거든요. 한규선 PD: 추리 게임 장르 같은 경우에는 장르적 특성도 있는 것 같고요. 만약에 다시 하라고 그러면 조금 더 대중적인 장르를 할 것 같아요. 사건의 전말이 공개됐을 때, 플레이어들은 다시 플레이할 만한 필요성을 많이 못 느끼거든요. 그래서 더 넓은 시장으로 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고, 그렇게 되면 조금 더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경혁 편집장: 매출과 관련된 질문을 드린 이유는, 오늘날 AI에 관련된 담론 때문인데요. 일각에서는 스토리텔링 기반의 게임에서 콘텐츠를 만들 때 AI가 적용되면 리소스적인 효율성이 나올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게임을 만드시는 입장에서 스토리를 AI가 만든다고 하면, 조금 더 경제적인 효율성이 나올 수 있을까요? 한규선 PD: 스토리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저희 같은 경우에는 오리지널 스토리를 다 쓰고 있거든요. 이야기나 대사 같은 것들을 제작팀이 다 쓰고 있고, GPT나 AI에 맡기는 부분은 일부 리소스 정도이지, 이야기를 탄탄하게 만들려면 아직은 AI에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제작팀마다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가빈 PD: 저희도 비슷해요. GPT나 LLM 같은 경우엔 인간 상식의 평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만약, 스토리를 라이트하게 쓰고자 한다면 쓸 수는 있는데, 극단으로 가는 자극적인 스토리나 상상력이 많이 필요한 부분, 혹은 강한 조미료를 뿌려야 하는 부분은 맡기기 힘든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규선 PD: AI는 절대로 아스파탐을 못 떠올릴 거예요. 아마. (일동 웃음) 이경혁 편집장: 그렇군요. 오늘날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AI는 모든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영역으로 그려지곤 하지만, 실제로 작업하시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만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여쭤보았습니다. 한규선 PD: 그래도 보조도구로는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이가빈 PD: 맞아요. 도구로써는 정말 좋은 역할을 해줘요. 저희도 주문 같은 걸 만들어야 한다거나, 스토리에서 메꿔야 할 빈 공간이 있을 땐 AI에 물어보고 참고도 합니다. 일단, 어딘가에 물어볼 곳이 있다는 사실은 무조건 좋습니다. 무조건적으로 좋아요. 이상한 답변을 주더라도 내가 물어볼 곳이 있고 진지하게 같이 고민을 해준다는 건 좋은 거죠. 이경혁 편집장: 약간 그런 느낌일까요? 옛날 수도승들이 벽하고 대화하는 느낌? 한규선 PD: 제가 느끼기에는 어떤 질문의 정수까지는 닿지 못하는데, 아는 것은 많은 친구 느낌이에요. 질문을 하면 아는 것이 많아서 뭐든 대답은 하는데, 정수에는 미치질 못하는 거죠. 이경혁 편집장: 그런데 사실 AI가 제작 도구로써도 활용되지만, 다른 방식으로도 게임씬에 들어오는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는데요. 가령, <스모킹 건> 같은 경우에는 AI가 배우의 역할도 하지 않나요? 게임을 만드실 때, 거기 나오는 안드로이드에게 일종의 액팅 지도를 해야 하지 않나요? 한규선 PD: 실제로 액팅 지도가 들어가 있어요. 등장하는 캐릭터가 한 18개 정도 되는데, 그 캐릭터성을 다 다르게 표현하려 했거든요. 정보를 가지고 있는 형태는 유사할 수 있어도, 그거를 어떤 식으로 표현하는지는 각자 다 다르게 하고자 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캐릭터마다 다 세팅을 하시는군요. 중간에 오타쿠 의사 로봇이 나올 때, 저는 연기 지도가 있었구나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어떻게 보면 기존의 게임 디렉터와 다르게, 약간 영화 감독 같은 작업이 되었겠는데요? 이런 작업은 기존의 게임 개발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장면들이잖아요. 한규선 PD: AI를 활용한 작업은 저희에게 익숙합니다. 저희는 2019년부터 이런 작업을 4년째 했었거든요. 이경혁 편집장: 그러면 4년간 작업을 하시면서 AI를 활용한 작품 중에서 괜찮은 레퍼런스가 되었을 게임이 있었나요? 이가빈 PD: 내부에서 만든 게임이 주로 떠오르긴 하는데요. 사실 저희 <즈큥도큥>의 전신이 되는 게임 중에 <워케스트라>라는 게임이 있었어요. 이 게임은 음성으로 군대를 움직여서 전략 전투를 하는 게임이었는데요. 개발 테스트에서 음성으로 누굴 공격하라거나 어떤 스킬을 쓰라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저는 주체적으로 말을 못 고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옵션을 제공하고 어떤 말을 해야할지 제공해야겠다는 쪽으로 노선을 변경해서 만든 것이 <즈큥도큥>였어요. 한규선 PD: 저희도 이전에 프로토타이핑했던 <데몬>이라는 게임이 있었는데요. GPT가 악령이에요. 이 악령의 이름을 말하면 이기는 게임이거든요. 그래서 얘한테 정보를 숨겨놓고, 그걸 찾아서 성불시키는 게임이었는데, 뭐 개발 과정에서 처참하게 망했죠. (웃음) 이경혁 편집장: 저는 되게 재밌어 했을 것 같은데요? 한규선 PD: 저도 지금 만들면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당시에 가빈 PD님이 테스트를 엄청 깊게 해주셨거든요. 그 과정에서 게임에 정보를 숨기는 것이 어렵구나 하는 점을 배우고, 그다음에 추리 게임으로 방향을 틀었어요. 이경혁 편집장: <스모킹 건>에서도 그런 장면을 봤었던 것 같아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기사에 실을 수는 없겠지만. 한규선 PD: 와! 맞아요. 그거를 이런 식으로 알아차리실 줄은 몰랐는데... 저만 알고 있는 건데... 맞아요. 이경혁 편집장: 기사를 읽으시는 분들도 전신이 되는 게임의 컨셉이나 노하우가 어디에 담겨있는지 찾아보는 재미가 있으실 수 있겠네요. 이경혁 편집장: <즈큥도큥>에 대해서도 몇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렐루게임즈에서 여러 인터뷰가 있었지만, <즈큥도큥> PD님은 인터뷰에 거의 나오신 적이 없잖아요? 이가빈 PD: 네. 이번이 첫 인터뷰예요. 이경혁 편집장: 아시겠지만, 지금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다니, 왜 이런 걸 만들어서, 만든 사람 주소 알아야 된다 뭐 이런 글들이 나오고 있어요. (웃음) 그러면서 우스갯소리지만, 커뮤니티에서는 '이걸 만든 사람은 지금까지 대체 어떤 게임을 했기에 이런 걸 만들 수 있냐'는 궁금증도 올라오거든요. 그런데 저도 그건 궁금하더라구요. 한규선 PD: 저도 궁금하네요. (웃음) 이가빈 PD: 개발자는 어떤 게임을 해놨냐는 질문에 두 가지 분류의 답이 있을 수 있잖아요? 먼저 만들어 온 게임으로 치면, 저는 <테라>로 커리어를 시작해서 <테라> 콘솔로 넘어갔다가, 지금은 없어진 프로젝트인데 소울라이크 게임에서 전투를 담당하는 디자이너였어요. 그리고는 라는 AI 활용 퍼즐 게임에서 처음 AI를 만났죠. 그전까지는 던전 만들고, 전투 만들고, 칼과 방패를 들고 몬스터들과 싸우는 게임들의 콘텐츠 디자이너였어요. 플레이한 게임도 사실은 그것들과 그렇게 크게 다르지는 않은데요. 소울라이크도 했었고, 시뮬레이션을 되게 좋아했었어요. 갓오브워나, 시티 빌더 류도 포함해서 경영 쪽이나 아니면 <용과 같이>도 재밌게 했었어요. 한규선 PD: 내면에 흑염룡이 있으셨군요. (웃음) 이가빈 PD: 그렇게 싱글 플레이를 위주로 했었고요. 딱히 그 안에서 '그런' 게임은 없었다. (일동 웃음) 상상하신 것처럼 집에 가서 뺨 때리고 그러지 않았어요. 저도 여러분과 같은 게임을 하면서 모두가 다 밟는 코스를 밟아왔어요. 그렇게 이상한 사람은 아닙니다. (웃음) 이경혁 편집장: 한편으로, 게임 제목에 대해서도 많은 추측과 이야기들이 있는데요. 어떤 의도로 게임 제목을 정하셨나요? 이가빈 PD: 그게, 원래는 가명이었어요. 어떤 게임을 만들지 소개하는 게임 기획 단계에서 원래는 '최대한 읽기 수치스러운 이름으로 정해야지' 하면서, 제가 생각했을 때 읽기 부끄러운 단어들을 이렇게 다 띄워놓은 건데, 출시할 때가 되니까 이름을 지을 시간이 없어서 (웃음) 바빠 죽겠는데 이름까지 처음부터 다시 정하려면 힘드니까. (그냥 냈어요) 한규선 PD: 최고의 선택이었다. (일동 웃음) 이경혁 편집장: 수치스러운 이름이라고 하셨는데, 게임 내용에서도 저는 참 이게 어렵더라고요. 방에 아무도 없어도 피드백을 주잖아요. 처음에는 뭣 모르고 시작했다가, 제 목소리라는 걸 깨닫고 그때의 수치감은... (웃음) 한규선 PD: 저도 디자이너지만, 디자이너로서 봤을 때 되게 혹독한 게임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이경혁 편집장: 보통은 그냥 자기 목소리 녹음을 해서 들어도 굉장히 어색한데 거기에 이펙트도 먹이고, 에코도 넣어서. 이가빈 PD: 원래 시작은 감정 모델로 음성을 보내서 데미지를 계산하는 통신 시간을 채우기 위함이었어요. 음성 데이터가 갔다 오는 시간이 꽤 걸리거든요. 유저에게 그 딜레이를 기다리게 할 수 없으니까 어떤 시스템이든 만들어야 했는데, 저희는 거기에서 유저의 메인 경험 안에 수치심이라는 걸 넣고자 했어요. 그리고 이 시간을 활용해서 수치심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죠. 이경혁 편집장: 멀티플레이를 제공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까요? 이가빈 PD: 그렇죠. 멀티플레이랑 PVE가 근본적으로 다른 건 뭐냐면, '진심으로 이기고 싶은 상대이냐? 아니냐?'. 그러니까 유저의 몰입도 측면에서 조금 더 내가 많은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냐? 없냐?를 결정짓는 부분인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저는 멀티를 딱 한 번 해보고 도저히 못 하겠어서 접었는데, 서로 모르는 사람이 길에서 만나서 바지를 누가 더 길게 내리는가 그런 느낌이었거든요. (일동 웃음) 이가빈 PD: 그런데 그 시원함도 있죠. 일탈감? 해방감? 한규선 PD: 저희 팀 같은 경우에도 게임 출시하고 난 다음에 이제 쉴 수 있다고 했을 때, 다들 <즈큥도큥>를 한 번씩 키는 거예요. 그 해방감이 있죠. 이가빈 PD: 사회적 체면이라는 게 사실은 되게 별거 아니거든요. 이게 처음에 되게 창피하고 그렇지만, 사회적 체면을 내려놔야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점점 무뎌져 가는 부분들이 있어요. 저희는 그런 지점들을 고민하면서 게임을 만들었어요. 저희 팀원들의 경우에도 사실 매일 이걸 해야 하거든요. 처음에는 수치스럽다가, 지금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요. 한규선 PD: 다만, 저는 그게 무서울 때가 있어요. (일동 웃음) 처음에는 옆에서 게임을 하면 막 킥킥대면서 그랬는데, 지금은 심각하게 주문을 외우는데도 다들 일상화되어 있어요. 이가빈 PD: 그렇죠. 결국 수치심엔 내성이 생겨요. 몇 번 하고 나면 무뎌지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그런데 어떻게 보면 그게 또 리스크이지 않나요? 게임이 장기적으로 갈 수 있는지를 본다면 그 해방감과 상쾌함이 순식간에 끝나는 것도 문제잖아요. 이가빈 PD: 맞아요. 그러니까 계속 더 강한 수치심을 느끼게끔 개발하고 있어요. (일동 웃음) 그런데 저는 이 해방감이 짧아도 좋고, 언젠가 끝나도 좋으니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드리고 싶었어요. 이경혁 편집장: <스모킹 건>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시나리오가 거의 SF 형태인데 크레딧에 나오는 작가분들이 원래 SF 작품 활동을 하시는 분들인가요? 한규선 PD: 아, 시나리오는 주로 제가 썼고요. 원래 SF를 생각하고 한 건 아니었어요. 처음에 로봇이 살인범 이려면은 두 가지 경우밖에 없더라고요. 하나는 스스로 자유 의지를 가지고 살인을 한 경우든지, 아니면 사람의 조종이 있어야 하든지 두 경우이죠. 그런데 시나리오를 확장하려다보니, 아이디어가 점점 커졌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제가 흥미롭다고 느꼈던 점은 로봇 3원칙을 안 썼다는 점이었거든요. 보통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일반적 클리셰인데도, 그걸 안 쓰신 이유가 있을까요? 한규선 PD: 저도 처음에 검토를 했었는데, 로봇 3원칙 자체가 특정 작품에서 나온 이야기더라고요. 그래서 이 개념을 사용할지 고민을 하다가, 그냥 우리만의 방식으로 풀어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경혁 편집장: 이런 세계관을 구축하신 것도 대단하고, 저는 개인적으로 추리 게임을 좋아해서 더 관심이 가는데, 시즌제를 만드실 계획은 혹시 없으신가요? 한규선 PD: 시즌 2를 만들고는 싶어요. 시나리오도 어느 정도 생각해놓은 게 있거든요. 마지막 부분에 보면 회수하지 않은 떡밥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다뤄질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시즌 2를 언급해주셨는데,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AI를 활용한 게임이 종합적인 연출의 능력들도 필요하다 보니 다른 장르의 게임들에도 활용할 여지가 많을 것 같아요. 혹시 다른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하셨나요? 한규선 PD: 이번에 작업을 하면서 시나리오를 처음 써봤거든요. 그런데 종합적으로 연출하고 상상력을 표현하는 일들이 너무 재밌는 작업이더라고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한 NPC라는 영역을 발견했죠. 그래서 나중에는 이런 기술과 시나리오를 조금 더 대중적인 장르에 접목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예를 들어 RPG라든지, 시나리오가 탄탄하게 있는 게임에다가 이런 기술을 도입하는 거죠. 이경혁 편집장: <발더스게이트> 같은 게임에 자유 대화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군요. 한규선 PD: 네. 맞습니다. 그런데 핵심은 그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대화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대화를 통해서 거래를 한다든지 설득을 한다든지 이런 시스템이 메인인 어드벤처 게임도 만들어보고 싶고, 시즌 2를 만들어도 시즌 1에서 배웠던 노하우들을 확장시켜서 플러스 알파로 넣고 싶은 기술들이 많습니다. 특히, <스모킹 건>에서 말로 NPC를 제어하는 파트가 있거든요. 이후 작업에서는 이런 기능을 확대하면서 완전 새로운 게임성을 느끼게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한편으로 <스모킹 건>의 시점이 1인칭이잖아요. 주인공 캐릭터를 아예 안 보여주는데, 1인칭으로 설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한규선 PD: 최근에 어떤 분이 리뷰 쓰신 내용에 공감이 갔는데, 플레이어가 직접 입력하는 게임 형식이기에 이 캐릭터를 규정하는 데 괴리감이 클 수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실제로 유저들의 플레이 스타일을 보면, 어떤 사람은 굉장히 강압적으로 게임을 진행하고, 어떤 사람은 친절한 탐정이 되거든요. 이렇게 사람마다 플레이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제가 캐릭터를 규정해버리면 느낌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캐릭터를 규정하지 않은 거고요. 그리고 게임 내의 인터랙션 요소가 제4의 벽이라고 그러잖아요. 현실까지 이어지는 요소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도 모두 플레이어가 탐정이 되는 경험을 주고 싶었던 점들과 연결돼 있어요. 이경혁 편집장: 두 게임 다 AI 기반을 가지고 있지만, 또 다른 공통점으로 플레이어마다 각기 다른 방식의 플레이를 보인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러면 제작자의 입장에서 유저들의 데이터들을 보실 때, '이런 플레이는 생각도 못 했는데'라고 떠올린 적이 있으세요? 이가빈 PD: 저희 게임에선 똑같은 문장을 어떻게 연기하느냐에서 다른 플레이 모습들이 나오는데요. '향아치'라는 유튜버분께서 조선시대 양반들이, 사극에 나오는 것처럼 창을 하듯이 말씀을 하시는데, 이렇게까지 다양한 컨셉을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한규선 PD: <스모킹 건>은 사건 해결을 위해 추리를 하는 내용들이 정해져 있지만, 그 외의 부분은 사실 다 열려 있어요. 예를 들어, 저녁 식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하면 충분히 할 수 있게끔 되어 있죠. 그런데 저희가 이 게임을 처음 디자인했을 때, 그런 자유의 영역이 재미의 요소가 될 순 있어도 이걸로 5시간을 플레이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추리 자체의 완성도라든지 이야기의 깊이가 없으면 이 게임을 끝까지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유저분들이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니까 자유 대화하는 부분까지 충분히 즐기시더라구요. 특히, 게임에서 에코라는 친구가 말을 되게 잘하는데, 많은 분들이 이 친구와의 대화를 즐기시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어요. 이경혁 편집장: 추리의 영역은 결말이 정해져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한편으로는 결말이 있어도 사건을 플레이어가 조립하는 과정은 각자 달랐던 것 같거든요. 예를 들어, 기존의 게임이 메시지를 전달할 때, 고정된 메시지가 일단 나가고 플레이어마다 그 메시지를 다르게 해석했다고 한다면, <스모킹 건>은 고정된 메시지가 나가는 것이 아닌 지점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유저가 완전히 사건을 다르게 구축하는 경우도 본 적이 있으신가요? 한규선 PD: 네. 예를 들어서 어떤 캐릭터가 어떤 일을 했느냐에 대해서는 해석하는 게 되게 다양하게 열려 있어요. 물론, 전체적인 사건의 전말은 기준점이 마련되어 있지만, 그 사이사이는 플레이어가 메꾸게끔 기획했는데 그걸 되게 즐기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기대한 것보다 더 많이 상상을 하셔서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오고, 그런 부분을 정식 스토리에 반영한 경우도 많아요. 이경혁 편집장: 요즘 AI를 활용하는 게임 개발 프로젝트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지요. 혹시 PD님들은 렐루게임즈 외에 다른 곳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들도 알고 계신가요? 이가빈 PD: 스팀에서만 찾아봐도 AI를 활용한 프로젝트들이 많아요. 사소하게는 에셋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죠. <도키도키(두근두근 AI 심문게임)> 같은 게임이나 <페이크북>도 그렇고, 저희도 (관련된 게임이 나오는 소식에 대해) 약간 촉각을 곤두세워보는 것 같아요. 특히, AI로 게임을 만들었다고 하면 궁금해져요. 저희는 AI 기술의 가능성도 알지만, 시행착오도 겪어봤잖아요. 그러다 보니, AI와 관련된 한계를 어떻게 처리했을지, 어떤 돌파구를 찾았을지 이런 점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말씀하신 것처럼 에셋에 도입하는 경우는 많지만, 한편으로 게임에 AI를 넣는 것과 게임을 AI로 만드는 것은 다르잖아요? 저는 렐루게임즈의 시도가 좋았던 지점이 게임의 규칙과 메커니즘에 AI를 넣었다는 점이거든요. 한규선 PD: 렐루게임즈의 규칙이랄까 대원칙이 하나 있는데, 게임의 코어에 딥러닝이 들어가지 않으면 저희는 프로젝트 승인 자체가 되질 않아요. 아이디어 단계에서 이 게임이 코어에 딥러닝 기술을 필요로 하느냐를 살펴보고, 거기에 게임적 재미를 어떻게 부여할지 살피게 됩니다. 만약 AI 기술과 관계없이 재미있는 게임 기획을 가져오면 승인이 안 날 거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게 제안도 안 해요. 이가빈 PD: 저희는 만드는 중에도 계속 체크를 해요. 이게 진짜 딥러닝 없이 불가능한 게임인지. 이경혁 편집장: 그렇군요. 그런데 게임을 만들면서도 AI 기슬이 발달하잖아요? 그러면 <호라이즌 제로 던>의 엘리자베스 소벡 박사가 가이아를 키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드실 것 같은데, 변화하는 기술을 보며 어떤 기분이 드세요? 한규선 PD: 저희 게임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 (AI가) 말을 되게 못했어요. 예전에는 비용이나 속도 문제 때문에 GPT 3.5를 썼었는데, 그때 로봇은 말도 잘 못하고 약간 떨어지는 느낌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GPT 4로 바꾸니까, 로봇이 초등학생이다가 갑자기 대학을 준비하는 애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그래서 너무나 감격스러운 순간이 있었어요. 특히, 유튜버분들이 플레이하는 거 보면 옛날에는 조금 불안한 지점이 있었는데, 요즘은 저도 놀랄 정도로 말을 잘하고, 내 새끼, 잘한다 이렇게 될 때가 있거든요. (웃음) 앞으로는 더 발전할 거라고 봐요. 어떻게 보면 지금 자유대화가 가능한 NPC의 상용화 앞 단계에 있다고 봐야 하는데, 저는 앞으로 그렇게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이경혁 편집장: 맞죠. 대화형 인공지능의 영역에서 사람들은 오류가 있는지의 여부를 중요하게 살펴보지만, 저는 오류가 있어도 괜찮은 영역이 놀이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모킹 건>의 시나리오를 보면 오류가 생기는 지점도 상정을 하시고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반가웠거든요. 그런데 한편으로 AI와 관련된 이야기에서 또 하나 중요하게 나오는 주제가 편향성이잖아요? 인간이 AI의 편향성을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들도 나오고 있는데, 현업에서 AI를 다루시는 입장에서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가빈 PD: 저는 편향성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AI를 따라가더라도 어디까지 얼마나 따라갈 것인지에 대한 취사 선택을 할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리고 오히려 그런 의존성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AI 기술을 원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있어요. 한규선 PD: 저도 동감하는 지점이, 정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들은 오히려 쉽지만, 어슴푸레한 뭔가가 있다고 하면 오히려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유의미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 지점들은 연구할수록 더 확립될 거고요. 이가빈 PD: 조금 더 첨언하자면, 가끔은 AI를 따라가다 보면 역으로 발견할 수 있는 지점들도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임들을 모아서 어떤 아웃풋이 나왔는지 발견하다 보면 사람들이 어디서 재미를 느끼는지, 왜 이런 게임이 좋은 것인지 알 수 있게 되는 거죠. 한규선 PD: 저희 회사에서 만든 는 AI로 생성하는 퍼즐 게임이거든요. 여기서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는 스테이지들이 있고, 이것을 얼마나 생성하는지가 중요한 과제였어요. 이런 지점에서 '재미 자체를 학습하는 딥러닝'을 만드는 것이 회사의 중요한 장기 프로젝트 중 하나예요. 이경혁 편집장: 말씀하신 지점들에선 게임 분야가 더 AI를 활용할 수 있는 여지들이 많은 것 같네요. 이가빈 PD: 처음에 저는 게임에 AI 기술을 적용하기 조금 어려운 부분들도 있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모든 게임은 행동에 대한 피드백과 학습이 일어나고, 거기서 몰입이 생기면서 유저들이 즐기게끔 설계가 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딥러닝을 도입하면 유저의 행동 자체도 모호해지고 피드백도 모호해지는 부분들이 나오게 되거든요. 예를 들어, 게임에서 자연어로 질문을 하면 이거는 선택지를 고르는 것보다 훨씬 모호한 행동이에요. 그러면 피드백도 모호할 수밖에 없죠. 유저들도 행동을 하면서 이게 얼마나 스스로에게 유의미하고 보상이 될지 모르다 보니,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좌우하느냐가 AI 게임 개발의 핵심적인 부분인 것 같아요. 한규선 PD: 그런 지점에서 오늘날 AI에 관한 기사도 많고, 관련 게임에 대한 이야기도 쏟아져 나오지만, 실제로 AI나 자연어 기술을 활용한 게임이 많이 나왔는지 묻는다면 아니거든요. 기술 발전에 비해서 게임 분야의 활용이 좀 더디거나 오히려 보수적인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렐루게임즈가 주목받는다고 한다면, 그런 것들을 과감하게 시도하는 것이 이유가 될 것도 같고요. 그래도 이렇게 일종의 거품이 생기는 지점들은 사람들의 기대치가 있다는 의미이니, 앞으로 AI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가 밝혀지면 더 많은 발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경혁 편집장: 마지막으로 두 게임 다 AI를 사용했지만, 기술을 활용한 방식이 다르고 게임성이 다르기 때문에 홍보 전략도 달라질 것 같은데요. 그런 지점에서 어떤 분들이 우리 게임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한규선 PD: 일반적으로 추리 게임이라는 장르는 정해진 선택지를 따라서 진행하기 마련인데, <스모킹 건>은 그런 지점에서 새로운 방식의 플레이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추리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즐거워하실 것 같고요. 그리고 수다 떨기 좋아하시는 분들? 시시콜콜한 대화를 즐거워하시는 분들도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과 로봇, AI 사회 이런 것들에 대한 관심이나 고민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엔딩까지 재미있게 플레이하시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이가빈 PD: <즈큥도큥>는 뭐랄까요. 햄버거집에 가서 주문 못하시는 분들? 부끄러움을 되게 많이 타시거나 그런 분들이 한번 해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렸을 때는 저도 짜장면 집에 전화 못하고 되게 창피하고 그랬었는데, 아르바이트를 한 번 하고 나면 모르는 사람한테 말을 붙일 수 있는 용기가 생겨요. 그런 것처럼 극단적인 체험을 하고 나면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미디어문화연구자) 서도원 재미있는 삶을 살고자 문화를 공부합니다. 게임, 종교, 영화 등 폭넓은 문화 영역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 필연적으로 실패하지만 계속되는 것,
선택을 위해 제시되는 두 개의 분기점은 결국 실패하지 않는 삶, 매끈한 하나의 서사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선택은 불가피하다. 오히려 굴절된 한 분면만을 인식할 수밖에 없다는 인간의 근본적인 한계가 그 선택이 충실한 것임을 간절하게 희구하게 만드는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 Back 필연적으로 실패하지만 계속되는 것, 21 GG Vol. 24. 12. 10. 모든 미디어는 동시대에 영향력을 미치는 다른 매체들을 상호 참조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초창기 아케이드 게임기를 통해 구현된 게임과 비교해본다면 콘솔이나 PC를 통해 플레이할 수 있는 지금의 어드벤처 게임은 동일한 영역에서 다루기 어려울 정도다. 하나의 사(史)를 기술할 수 있을 만큼 개별적인 영역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게임은 각각의 장르적 특성에 따라 게임 디자인을 비롯한 재현적 특징과 이에 따른 플레이 방식이 상이하게 분화됐다. 이 과정에서 게임은 다른 시각 중심의 미디어 기법을 적극적으로 재매개(remediation)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손쉽게 떠올릴 수 있는 시네마틱 트레일러에서 자주 활용되는 영화의 컷 분할이나 카메라 기법부터 드라마 시리즈를 차용한 에피소드식 전개를 서사를 구성하는 큰 축으로 사용하는 것까지 그 예시를 상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리고 앞서 거론된 미디어들보다는 드물지만 보다 이전부터 근대를 상징하는 기술이자 매체였던 대상, 바로 ‘사진’을 재매개하는 방식을 통해 주요 사건을 전개하는 게임도 존재한다. 돈노드의 대표작 가 그러하다. 블랙웰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 맥스는 5년 만에 혼자 돌아온 고향에서 적응하는 일이 버겁게 느껴진다. 클로이와 재회하기 이전까지 그녀의 최대 관심사는 사진 공모전에 자신의 작품을 제출할 것인가 여부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러나 살인 사건의 목격자가 되고 나서 맥스의 세계는 단절되었던 우정과 관계의 회복, 학교 내 커뮤니티에서 초래되는 약물을 포함한 폭력의 문제, 나아가 지역 내 실종사건까지 급속하게 확장된다. 지역 유지인 가문 덕분에 교내에서 권력자로 군림하지만 집에서는 무시당하는 네이선은 그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우발적으로 드러나는 폭력적인 성향을 통해 보여준다. 그 네이선이 총기로 위협하다 살해한 대상이 자신의 친구이자 이사하면서 관계가 단절된 클로이라는 것을 맥스는 시간을 돌려 그녀를 구한 뒤에서야 깨닫는다. *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는 특정한 관점과 초점을 맞출 대상을 선택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맥스가 찍은 파란 나비는 의 시발점이자 선택의 종결을 의미하는 중요한 상징으로 활용된다. 결정적 실수나 돌이킬 수 없는 비극적 사건을 동일한 시간선의 과거를 다시 불러오는 방식으로 수정하고자 하는 상상은 너무도 흔한 클리셰가 되었다. 다만 몇 번이고 반복해서 특정한 장소와 시간을 소환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세이브’, ‘로드’라는 게임 디자인에서 파생된 것이라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일찍이 아즈마 히로키(東浩紀)부터 요시다 히로시(吉田寛)에 이르기까지 게임의 특수한 재현 양상이 다른 미디어에 미친 영향력에 대한 지적은 유구하다. 게임이 다른 미디어를 재매개하며 발전한 것과 마찬가지로 영화, 웹소설, 애니메이션 역시 게임을 재매개하며 새로운 방식의 서사를 찾아냈다. 에서 시간을 조절하는 맥스의 능력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특정한 국면을 분절적으로 저장하고 다시 불러오거나 실패한 과거를 성공한 현재로 덮어쓴다는 게임의 독특한 시간 재현 방식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을 되돌리거나 정지시키고 특정한 국면의 시간선에 자신을 위치시킬 수 있음에도 맥스의 이능은 전능하지 않다. 그것은 시간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붙들고자 하는 이능이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도 사진을 매개로 하고 있으며 사진이 갖는 매체적 특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맥스가 자신이 찍힌 사진을 통해 사진이 포착한 시간의 한정된 공간 일부에 위치한 자신의 행위를 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세 번째 에피소드인 ‘카오스 이론’ 중에서도 후반부다. 클로이는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대마를 피우며, 트레일러에 거주하는 마약상에게도 협박을 받는 문제적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이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정서적 결핍이라 생각한다. 맥스가 도달한 시간선은 바로 그 클로이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기 직전 집을 나설 때다. 사진이 포착한 좁은 공간 내에서 차키를 숨기는 일에 성공한 맥스는 클로이의 아버지가 사망하는 사건을 막는다. 그러나 13살의 맥스가 저지한 사고 이후 18살의 맥스가 되어 마주한 새로운 현재는 전신 마비로 움직이지 못하게 된 클로이와 대면하는 일이었다. 는 맥스의 시점에서 선택한 결과가 과거, 현재, 미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지문을 통해 지속적으로 환기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특정한 시간과 한정된 공간에 자리한 인간은 자신의 선택이 총체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이것은 인간이 재현을 위한 도구로 캔버스가 아닌 사진기를 선택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사진은 결국 특정한 앵글을 통해 제한된 대상의 부분을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의 주체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 그것은 어떤 대상을 선택하고 무수한 상황 속에서 특정 국면만을 포착하는 하나의 시선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동시에 분절된 샷(shot)은 결코 인간이 전지적일 수 없으며 파편화된 특정 장면을 통해 이어놓은 느슨한 인과가 늘 그 밖의 다른 균열을 배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의 매체적 특성은 어드벤처 게임의 수색 혹은 탐사와도 맞물린다. 플레이어는 게임 내 서사가 진행되는 시간의 흐름과는 별도로 특정한 상황에서 정지된 시간과 공간에 위치한다. 다수의 선택지를 대면하기에 앞서 판단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탐색은 맥스의 이능과 게임이 디자인한 플레이어의 권력을 중첩시킨다. 플레이어 아울러 맥스는 판단을 지연하거나 혹은 선택을 번복하는 방식을 통해 더 나은 경로를 찾고 자신이 계획한 시간선에 도달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가능하지 않은 지향점이다. 특정한 국면에서 수행되는 서사와 탐사는 가능성의 다른 지점들의 내적 규모를 아우를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이 접한 유형을 통해서만 타인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을 모든 면모를 알 수 있는 일은 매우 어렵고 사실 불가능하다. 클로이가 실종자 몽타주를 붙여 가면서 애타게 찾고 있던 레이첼 역시 탐색을 거듭하다 보면 클로이가 진술한 친구 레이첼과는 다른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교사 제퍼슨과 내연 관계였다는 소문, 마약상 프랭크와 연인에 가까워 보이는 정서적 유대를 가졌던 과거는 클로이가 아는 레이첼과는 다른 단면을 보여주는 예다. 블랙웰을 다니는 누구라도 그를 싫어할 것이라 평가받는 클로이의 양부 데이빗은 암실에 감금된 맥스가 탈출하는 데 일조하는 결정적인 활약을 한다. 비록 그가 직업 군인이었던 시절의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고압적인 인물이라 할지라도 클로이를 염려하던 마음만은 진심이었다는 사실은 오히려 그의 강박에 가까운 조사와 수집, 수사를 통해 뒤늦게 증명된다. 그렇기에 (플레이어와 맥스 모두를 포함한) ‘나’의 현재적 판단은 게임이 진행될수록 쉽지 않다. 불확실하게 알 수밖에 없는 한 인간의 선택과 번복이 계속될수록 시간선을 리셋하는 것에 대한 리스크는 커지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은 그럼에도 선택해야 한다는 불안감과 책임에 따라오는 무게를 동반한다. 의 탁월한 지점은 마지막 선택을 남겨둔 맥스의 ‘악몽’ 부분의 묘사에 있다. 게임은 이제 플레이 문법의 관성을 비튼 메타 게임도 그 수를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특정한 서사적 클리셰를 누적해왔다. 친구 혹은 연인, 부모님과 같이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막기 위한 선택과 분투는 익숙한 서사다. 그러나 대화가 단절되어 멀어졌다 5년 만에 재회한 친구를 위해 분투하는 맥스의 내면은 어떨까? 클로이와 만난 일주일 간의 맥스는 분명 이전의 자신과는 다른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관계는 누구 하나의 충실함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클로이는 질서와 권위를 무시하고 선택을 주저하지 않는 인간상이다. 동시에 몇 되지 않는 인간관계에 정서적으로 크게 의존하는 불안정한 청소년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악몽이 맥스에게 보여주는 클로이는 그녀의 미숙함을 조롱하고 맥스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맥스와의 관계 이상의 유대를 과시한다. 악몽은 자신의 충실성이 배반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인 셈이다. 우리는 결코 타인의 내면을 알 수 없다. 다만 짐작할 뿐이다. 거듭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간절하게 살리고 싶어 했던 클로이와의 관계가 아카디안 만을 떠나서도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반복되던 블랙웰에서의 일주일이 그들의 가장 예외적인 순간일 수도 있다. 선택을 위해 제시되는 두 개의 분기점은 결국 실패하지 않는 삶, 매끈한 하나의 서사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선택은 불가피하다. 오히려 굴절된 한 분면만을 인식할 수밖에 없다는 인간의 근본적인 한계가 그 선택이 충실한 것임을 간절하게 희구하게 만드는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성균관대학교 강사) 홍현영 패미콤을 화목한 가족 구성원의 필수품으로 광고한 덕분에 게임의 세계에 입문했다. <저스트댄서> 꾸준러. 『81년생 마리오』, 『게임의 이론』, 『미디어와 젠더』 등을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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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3 디지털게임이 등장한 지도 반세기가 지났고, 우리는 게임이 본격화된 21세기를 맞이한 순간으로부터 사반세기를 보냈다. 역사가 될 수 있을 만큼의 세월을 보낸 지금, 지난 25년간 우리와 우리의 게임이 겪어 온 변화를 되짚으며 다가올 미래를 꼽아 본다. '포터블'과 '모바일': 주머니 속 게임의 사반세기 변천사 '포터블'과 '모바일'이라는 두 개념의 차이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둘 다 휴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 문화적 의미와 게임 경험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2005-2011년 사이 닌텐도 DS 시리즈와 소니 PSP 시리즈가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과 병행하여 존재했던 시기에 주목하여 이 두 개념을 생산적으로 구분해서 사용하자고 제안한 연구도 있다(McCrea, 2011). Read More <사이렌> 속 불쾌한 플레이 리플레이 디자인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사이렌>의 내러티브는 더욱이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다. 이 게임의 내러티브 진행은 극도로 제한된 정보량으로 제공되는 내러티브 전개이다. 게이머는 일반적으로 주어진 스테이지를 플레이하면서 게임의 스토리를 파악하기 어렵다. <사이렌>은 그저 스테이지가 시작하면 게이머에게 클리어 조건을 제시하고 방치한다. Read More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 현실과 가상의 구분을 없앴던 비범함에 대해서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은 2024년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로, 노르웨이의 ‘마츠 스틴’라는 게이머의 삶에 주목한다. 작품은 작년 한 해 동안 선댄스 영화제에서의 수상과 더불어 여러 영화제에 이름을 올리며 유명세를 얻었고, 현재는 OTT서비스 ‘넷플릭스’와 계약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다큐멘터리에 접근할 수 있도록 공개되어있다. Read More Collaborate, Compete, and Broadcast: Gaming’s 21st Century Cultural Shifts from MMOs to Live Streaming and Online Platforms If you’re a video game enthusiast born after the year 2000, chances are good that you grew up with relatively easy access to video game media. Though gaming still maintains some of its countercultural reputation, it has simultaneously become a facet of mainstream culture, and the sheer volume of player-produced video game content has done a lot of legwork to keep our favorite games alive in our eyes and ears long after we’ve signed off for the night. For even some of the most obscure games, it feels like there is a limitless amount of game content available for players to consume without even needing to play. Video gaming’s cultural spaces now weave in and out of games, online communities, and numerous digital platforms like Steam and Discord. Read More [Editor's View] 21세기 1쿼터를 마무리하며 나이든 게이머들에겐 섬뜩하게 들릴 수 있지만, 2000년대가 시작된 것도 올해로 벌써 25년, 한 쿼터가 지났습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 말을 되새겨보면, 우리네 강산은 벌써 두 번 하고도 반은 변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온라인 대중화에 힘입어 디지털게임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던 시점도 아마 그와 비슷한 만큼의 시간을 겪어왔을 것입니다. Read More [Interview] The Story of Digital Game Diversity & Accessibility and Making Books About it – Kyung-jin Lee, Diversity & Inclusion Director at Smilegate In August 2024, Smilegate – one of the best-known South Korean game developers & publishers, published two books aimed at game developers, focusing on game accessibility and diversity. The first book, “게임 접근성 개념과 사례 (Concepts and Cases of Game Accessibility)”, explores the concept and current state of accessibility and diversity in South Korean games and case studies. It also delves deep into design approaches to ensure all players can fully enjoy games without restrictions. Smilegate’s second book, “콘텐츠 다양성 개념과 사례(Concepts and Cases of Content Diversity)”, introduces the idea of "cultural diversity" and examines how it has been implemented in South Korean media and games. Read More [Paper Seminar] The Legacy Goes On: Wuxia and its impact seen in the gaming landscape of Vietnam Wuxia represents the martial arts and fantasy literary subgenre that dominates East Asian and Southeast Asian cultures (Chen, 2009), especially where Chinese-speaking societies are founded, or the trace of Chinese culture is recorded. The Chinese martial arts and heroics of ancient times take place in wuxia stories that have expanded into various media such as literature and movies and television programming. Wuxia under its local names kiếm hiệp and truyện chưởng has established itself as an important cultural phenomenon in Vietnam. Wuxia fiction introduced in Vietnam during the early 20th century experienced various historical transitions through print media and online gaming until reaching its current state. The current wuxia content in Vietnamese video games will be examined through an investigation of how wuxia originated historically from its literary heritage. This article has the life course approach and concepts like nostalgia and cultural proximity recruited to study the influence of early wuxia experiences on current gaming choices in Vietnam. Read More [논문세미나] 베트남 게임 환경과 무협문학의 관계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 무술과 영웅담은 문학, 영화, 텔레비전 등 다양한 미디어로 확장되는 무협 이야기를 이루는 근간이 된다. 베트남 현지어로 키엠히엡(kiếm hiệp), 트루옌쯔엉(truyện chưởng)으로 불리는 무협물은 베트남에서 중요한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았다. 20세기 초 베트남에 처음 소개된 무협소설은 인쇄매체와 온라인게임을 통해 다양한 역사적 변천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는데, 우리는 이 글에서 오늘날의 베트남 디지털게임이 다루는 무협 콘텐츠가 어떠한 배경 속에서 무협문학으로부터의 유산을 이어받고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나는 초창기의 무협물에 관한 경험이 베트남의 동시대 게임에 미친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생애사적 접근법과 문화적 근접성의 개념을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Read More [북리뷰] 도망쳐 도착한 곳의 낙원: 가브리엘 제빈, <내일 또 내일 또 내일> 심지어 게임을 업으로 삼은 이에게도. 그때 게임이 경이로웠던 것은 삶의 고통과는 무관한 신비 그 자체였기에 노스탤지어는 더욱 짙은 그리움을 부른다. 그럼 지금의 당신에게 게임은 어떤 경험인가. 지금 다시 플레이하면 분명 지루하게 느낄 그 시절의 게임들과 비교하면 오늘의 게임은 어떤 의미인가. 여전히 신비로운가, 혹은 신비를 잃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내게는 이 소설이 그렇게 묻는 것처럼 읽히기도 한다. Read More [북미통신]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변화하는 북미 게임계의 DEI 기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하자마자 한 달안에 70개가 넘는 행정명령을 쏟아냈다. 그 중에서도 취임 첫 날 바로 서명하고 공포한 행정명령들은 향후 정책적 방향을 가늠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 중 하나가 백악관 행정명령 14151호다. 행정명령의 제목은 ‘급진적이고 낭비적인 정부 DEI 프로그램의 종료’다. Read More [인터뷰] 25년간 게임의 지평은 어떻게 바뀌었나? : 게임 역사연구자 나보라, 게임 아카이비스트 오영욱 대담회 한때 미래 세계를 의미했던 21세기가 들어선 지도 벌써 25년이 지났다. 그 25년 동안 많은 문화적 변화가 야기되었는데, 그중에서도 게임은 급격한 속도로 우리의 일상 안으로 들어왔고 다양한 문화적 유산들을 만들어냈다. 이번 호에서는 게임 역사 연구자인 나보라 박사와 게임 아카이빙을 하고 있는 오영욱 박사를 모시고 그동안 우리의 게임이 얼마나 변했는지에 대해 대담회 형식으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Read More [인터뷰] 근대에서 현대로의 궤적을 따르다, <더 파이어 노바디 스타티드> 아로코트 개발자 작년 8월 열린 부산인디게임페스티벌(BIC)에 출품된 <더 파이어 노바디 스타티드(The Fire Nobody Started)는 흔히 접할 수 있는 게임들과는 다른 내러티브와 아트의 독창성을 자랑하는 게임이다.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형식의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각각 특정 시대로 대변되는 기차 칸들을 오가며 유럽 근세사의 질곡을 체험하게 된다. 산업혁명기부터 베트남 전쟁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 사회의 다양한 굵직한 사건들을 다루는 이 게임에는 인류로부터 비롯되는 발전과 폭력이라는 양가적 주제가 녹아나 있다. Read More e스포츠 25년, 그 좌충우돌의 역사 초창기 e스포츠는 열악한 환경에서 탄생했다. 1999년 처음 중계된 제5회 하이텔배 KPGL(Korea Professional Gamers League) 당시에는 방송국 지원이 없어 탁구대에 천을 씌워 경기 테이블과 중계석으로 사용했으며, 경기복 두 벌을 출전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입었다. Read More 게임결제문화의 25년 변화가 드러내는 온라인게임의 특이점 디지털게임의 결제수단과 결제방식은 오늘날 게임계 이슈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단순히 신작 타이틀과 DLC, 시즌패스의 가격과 가성비 논란부터 시작해 최근에는 인게임 아이템의 가성비 문제, 이용자간 거래 문제, 그리고 확률형아이템 문제에 이르기까지 게임 분야의 핫 이슈 상당수는 게임의 결제와 직접적인 연관을 가지고 있다. Read More 게임커뮤니티가 걸어온 지난 25년과 오늘 한 세기를 농구 한 경기로 본다면 이제 1쿼터의 막판이다. 쿼터나 25년이라고 하면 엄청 긴 세월은 아닌 것 같지만 사반세기로 지칭해 세기 개념이 오면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묵직함이 있다. 한 쿼터도 긴 시간이고 역사의 한 두께다. Read More 넷마블 게임 박물관에 느꼈던 게임의 과거와 미래 2025년 3월 넷마블 게임 박물관이 정식으로 일반 공개를 시작했다. 넷마블 게임 박물관은 아직 정확하게 공지는 되지 않았지만 현재(2025년)기준으로 한국에서 최초로 정부에 등록된 게임을 테마로 한 박물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국내에서 이름에 컴퓨터가 들어간 등록박물관은 2023년 기준으로 넥슨 컴퓨터 박물관이 유일하다.) Read More 오락실 시대의 대표주자 대전격투 게임, 어떻게 변해왔나 2000년대 이후 대전격투게임에 초점을 맞춰, 사반세기 동안 대전격투게임과 그 문화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논의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대전격투게임의 주요 변화 양상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은 무엇이고, 그것이 게임 플레이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구체적인 논의를 위해 역사적 맥락, 산업 구조, 기술 변화, 문화 수용 등의 차원을 고려한다. Read More 지금 우리는 무엇을 '롤플레이'하는가 21세기의 사반세기를 돌아 마주한 것은 언어의 순수에 대한 갈망 하나만이 아니다. 70년대에 탄생하고, 90년대에 완숙하여, 2000년대에 끝없이 분화한 이 장르를 태초의 조건으로만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RPG’라고 부르던 조건은 이제, 수많은 가능성들에 의해 취사적으로 선택되고 조립되고 분화되었다. 차라리 이렇게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제 비디오 게임의 세계에 순수한 RPG라는 것은 규정 불가능하다. Read More 협업, 경쟁, 방송: MMO로부터 라이브 스트리밍과 온라인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21세기 북미 게임씬 만약 당신이 2000년 이후에 태어난 게임팬이라면 성장 과정에서 게임 매체를 비교적 쉽게 접했을 가능성이 높다. 반문화적(countercultural) 이미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현 시점의 게임은 주류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으며, 플레이어들이 직접 제작한 게임 관련 콘텐츠의 양도 엄청나게 방대해져서 게임을 종료한 뒤에도 좋아하는 게임들을 눈과 귀로 계속 즐길 수 있는 상황을 맞았다. 아무리 마이너한 게임일지라도 직접 플레이하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거의 무한히 느껴질 지경이다.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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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7 GG의 첫 번째 게임비평공모전에서 입상한 주요 작품들을 수록하였다. [Editor's view] 게임비평공모전에 부쳐 GG 7호는 제1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들을 중심으로 꾸몄습니다. 게임비평이라는 영역 자체가 사회 전반에서는 다소 낯선 부문일 수 있겠지만, 무려 93건의 응모작이 들어온 것을 보면서 적어도 게임에 대한 비 평적 접근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심사 과정에서 가졌던 고민들과, 공모전과 GG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드리고자 합니다. Read More 〈디스코 엘리시움〉 하나의 세계에서 태동하는 모순, 적대, 역설의 게임(장려상) 그럼에도 비평적으로 찬사를 받으며 우뚝 선 ZA/UM의 개발자들은 이제 비디오 게임이야말로 21세기를 이끌어나갈 예술이라고 밝히는 데에 이르렀다. “타인의 기억에 남고 싶다면, 체계적으로 반감을 사야 합니다. 반감을 살 준비가 되었다면, 정말로 역사적인 기회를 얻게 됩니다.”3)는 말은 그들에게 매우 적절하지 않을까. Read More 게임은 XX다: 동어반복적 회로를 차단하기(최우수상) “장르에 무관하게 예술 작품은 환언하기가 불가능하다. (중략) 지식은 언제나 위로 환언하기 혹은 아래로 환언하기에 해당하지만, 예술은 소크라테스적 철학과 마찬가지로 지식의 일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Read More 게임을 산책하기(장려상) 지난 5월 2일 민형배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가상공간에서의 가상인물을 통한 음란행위”를 성범죄로 규정하고 있다1). 물론 민형배 의원의 개정안은 현실의 성폭행 범주를 고스란히 옮겨와 메타버스 속 성범죄를 온전히 규정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이 개정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메타버스라는 아바타를 신체의 확장으로 바라보며, 아바타의 경험이 실제 신체의 체험과 동등한 위치에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Read More 그들만의 게임 바깥에서 서성거리기 : 다크소울3과 ‘프롬갤’의 ‘요르시카 살해 전통’ (장려상) 다크소울3은 나의 첫 패키지 게임이었다. 유튜브를 돌아다니다 이 게임을 소개하는 영상을 우연히 접했다. 고딕 건물이 빛바랜 색감과 얽혀드는 게임 속 광경이 매력적이었고, 그렇게 난생처음으로 스팀 게임이라는 걸 구매해 봤다. 무턱대고 시작한 게임은 참 까다로웠다. 알고 보니 다크소울은 어려운 난이도로 이름이 높은 타이틀이었다. 이 게임의 디자인은 다양한 함정이나 어려운 전투를 활용해 플레이어에게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부각한다.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죽고 화면에 떠오르는 'You Died' 문구는 일종의 밈이 될 정도였다. Read More 리듬 게임, 가장 빈곤해서 가장 자유로운(우수상) 거듭 말하자면 리듬 게임은 빈곤한 장르다. 그러나 그 빈곤함은 게임 일반에 공통된 특정한 요소를 급진적으로 밀어붙임으로써 세공된 빈곤함이다. 가위바위보를 할 때조차도 우리는 상대와 ‘동시’에 손을 내밀어야 하고, “안 내면 술래”다. 동궤에서 리듬 게임은 유한하고 폐쇄적인 장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유한성과 폐쇄성 덕분에 우리는 극도의 해방감을 체험하게 된다. Read More 불멍을 넘어, 소비자본주의 너머: 게임 〈리틀 인페르노〉 비평(우수상) 물건을 태워서 종잣돈을 늘리고 새로운 물건을 해금한다. 그리고 일종의 업적이기도 한 특정 물건의 조합을 찾아 태우는 재미는 분명 게임으로서의 즐거움을 플레이어에게 제공한다. 그렇지만 이 게임은 주된 게임성을 경험하게 하는 시스템을 플레이어로 하여금 회의하고 그 밖을 사유하기를 적극적으로 재촉한다. 이러한 점에서 게임 〈리틀 인페르노〉는 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세지가 게임적 시스템과 충돌한다. Read More 비디오 게임이라는 강신술의 세계에서(장려상) 미래의 비디오 게임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구차한 물음에 수많은 미디어들은 상당량 유사한 패턴으로 반응한다. 이를테면 어니스트 클라인의 소설이자 해당 작품을 영화화한 작품 〈레디 플레이어 원〉은 육체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아바타 캐릭터로 이루어진 초대형 MMORPG라는 형태로 구현되는데, 지금 시점에서는 구태의연한 표현에 가깝다. 1994년 방영을 시작한 〈기동무투전 G 건담〉에서도 이미 플레이어의 육체를 트레이싱해 반응하는 아케이드 대전 액션 게임이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가 주장하는 미래의 비디오 게임은 통상 플레이어 육체의 즉시적 피드백, VR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세계의 확립, 대체 육체가 활동할 수 있는 사이버 스페이스적 환경이라는 3개의 요소를 고정된 표징처럼 다루는 경향이 있다. Read More 심사위원장 총평 제 1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연세대학교의 윤태진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이번 응모작들의 전반적인 수준이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심사위원들이 기대했던 정도를 훨씬 뛰어넘는 좋은 원고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어서 매우 기뻤습니다. 응모해주 신 90여명의 예비 비평가 모두에게 감사와 격려를 전합니다. Read More 아서 왕의 죽음: 〈레드 데드 리뎀션 2〉, 기사 로맨스, 종말과 지연의 이중주(장려상) 락스타 게임즈의 웨스턴 RPG 〈레드 데드 리뎀션 2〉(이하 〈레데리2〉)는 여러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주인공 아서 모건을 아서 왕에 빗댄다. 이들이 미국 서부 개척 시대 끝물의 무법자를 별안간 중세 원탁의 기사에 견준다면, 에필로그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잭의 독서는 여태 플레이한 내용을 또 한 편씩의 기사 로맨스로 요약한다1). 오늘날 낭만적 사랑을 다루는 장르로 통용되는 로맨스(romance)는 본디 서양 중세에 등장한 서사 문학 양식이자 장르를 가리키는 말로, 주로 기사 개인의 모험과 탐색, 사회적 규범과 폭력적 충동 사이의 긴장, 숙녀와의 사랑 등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 Read More 자각몽으로서 게임(우수상) 비디오 게임의 모순적인 표현을 지적하는 말로 ‘루도내러티브 부조화’(Ludonarrative dissonance)라는 개념이 쓰이곤 한다. 이는 게임 디자이너 클린트 호킹이 〈바이오쇼크〉를 비평하며 제시한 용어로, 말 그대로 게임 플레이(ludo)와 게임의 스토리(narrative) 사이의 부조화를 의미한다. 그는 〈바이오쇼크〉에서 플레이를 통해 경험하는 규칙이 게임 속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의 내용과 상충하고, 게임의 진행에 따라 강제되는 선택이 전자에서 제시된 딜레마를 소거한다는 모순이 있음을 지적한다. Read More 제1회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 발표 안녕하십니까, 게임제너레이션입니다. 제1회 게임제너 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을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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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5 AAA게임뿐 아니라 우리에게는 B급이라 불리는 독특한 테이스트를 자랑하는 게임들이 존재한다. 때로는 AAA의 토양이 되고, 때로는 인디게임의 기반이 되는 이들 B급 게임과 함께, AAA를 추구했지만 오히려 '똥겜'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게임들을 살펴보며 게임에서의 '웰메이드'가 무엇인지를 역으로 살필 수 있을 것이다. A급과 B급의 차이, 끊임없이 저항하고 결국은 차지하는 우리는 가끔 B급, 다시 말해 A급이 아닌 ‘것’을 하나의 영역으로 묶어 생각한다. 딱 집어서 이야기할 수 없지만 B급은 ‘A급이 아닌 무언가’로 정의된다. 그렇다면 B급을 인지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하는 것은 A급에 대한 정의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A는 늘 우리에게 ‘보편’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B를 보고나서야 A가 A임을, 다시 말해 그것이 우리에게 보편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Read More B급 게임이란 무엇인가 게임과 B급이 여러 차원에서 연결돼 왔기에, 둘의 관계를 명확히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분명한 것은, 게임에서 ‘B급’이라 불리는 것들 역시 (그렇지 않은 것들 못지않게) 나름의 의미를 만들어가며 게임문화의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해왔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게임과 B급에 대한 논의는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감이 있다. 이 글에서는 앞서 말한 연결지점 중 세 번째와 네 번째 지점을 중심으로 게임+B급에 대해 논의하도록 한다. B급 정서나 코드가 게임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그것을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살핌으로써, 게임에서의 B급, B급 게임, B급 게임문화 등이 게임문화 전반과의 관계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정리한다. Read More Lost Ark and the Impression of Korean Games from the Western Perspective Lost Ark and the Impression of Korean Games from the Western Perspective On February 11th, 2022 after three days of early access, Lost Ark officially released in the west to over one million players. Produced by Smilegate, a Korean developer, and distributed in the west by Amazon Game Studios, the release of Lost Ark is an opportunity to consider the impression that Korean games have made among western audiences. Despite several successful Korean games launching in the West over the last 20 years, the idea of a ‘Korean game’ hasn’t really taken hold in the public consciousness of western players in the same way Japanese games have dominated the gaming landscape. Through a combination of Lost Ark’s management, the engagement of high-profile content creators, and the role of the Korean Lost Ark community in helping the game succeed among the western playerbase, Lost Ark is in a unique position to configure western player expectations about what a Korean game can be. Read More [Editor's View] AAA의 반대편을 향한 탐색 이를 테면 B급 게임이라고 불리는 게임들이 그러합니다. 특유의 감성을 아예 하나의 코드로 삼아 발전하는 B급 장르는 영화나 만화 등에서의 감성을 이어가며 게임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얹지만, 이른바 ‘똥겜’으로 불리는 그룹들 또한 존재합니다. 그저 못 만 들었다고만 평가하기에는 그곳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Read More [UX를찾아서] 오버워치에는 미니맵이 없다 미니맵은 게임에서 주로 사용되는 UI(User Interface)중 하나로, 게임의 상단이나 하단 구석에 항상 압축적이고 간략하게 표시되는 작은 지도를 말한다. 특히 MMO(Massively Multiplayer Online) 게임이나 FPS(First Person Shooter) 장르에서 게이머의 시야는 1인칭 혹은 3인칭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미니맵이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확장된 버전의 전체 지도는 특정 버튼을 눌렀을 때 보이는 토글(toggle) 화면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 반면, 미니맵은 대부분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Head Up Display)로서 화면에 상시 표시된다. Read More [인터뷰] 플래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퍼포먼스와 그 이후: RIP Flash 팀 많은 사람들이 인생 첫 게임을 ‘플래시 게임’으로 접했고, ‘마시마로’나 ‘졸라맨’ 등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 등 플래시는 2000년대 문화 전반에서 사용되었다. 따라서 플래시 서비스의 종료는 단순히 하나의 소프트웨어 가 단종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인 문화의 단절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에 R.I.P. 플래시 프로젝트는 플래시의 ‘죽음’을 기리며, 그 문화적 산물을 돌아보고자 하였다. Read More 〈Deluded Reality (망상 현실)〉: ‘통로’를 지나 풀 다이브(full-dive) 필자는 지난 호에서도 큐레이터 동료가 언급한 바 있는 전시, 《MODS》(2021, 합정지구, 서울)에서 장진승 작가와 프로젝트 ‘SYNC’를 진행했었다.1) 전시를 위한 이 프로젝트는 작가와 서로 관심이 있는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시작되었는데, 우리의 대화는 동시대 시뮬레이션 비디오게임 플레이어의 자율성, 몰입도로 초점이 맞춰졌다. Read More 〈디아블로3〉는 왜 ‘똥3’, ‘수면제’가 되었는가? 누구든 이 글의 제목이 표시하고 있는 의문에 현혹되어 본문을 읽기 시작한 독자라면 그의 추억 속에서 디아블로가 스타크래프트와 마찬가지로 ‘민속놀이’에 준하는 반열에 올려져 있음직하다.1) 특정 게임을 민속놀이에 비유하는 표현은, 물론 오래도록 익숙해진 대상에 대한 게이머들의 애정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진 밈 중 하나이다. 그러나 어느 로맨스도 항상 분홍빛으로만 채색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 애정은 옅어지고 힐난과 혐오의 감정이 찾아오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때마다 변하게 된 것은 ‘나’와 대상이거나 양자가 달라지면서 마땅히 뒤따른 관계의 양상이지 ‘사랑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Read More 夢としてのクソゲ 「ファミコンを通じて超能力を開発する」というテーマで開発されたゲームがあった。 1980年代当時の日本の超能力ブームのなか、超能力者として知られていた清田益章氏(通称、「エスパー清田」)が監修した『マインドシーカー』(FC,1989)という作品だ。作中に登場する清田氏の指示を こなし、この作品を遊ぶことで、実際に超能力が使えるようになる……ということになっていた。 Read More 게임회사는 NFT의 꿈을 꾸는가 : ‘튤립’과 ‘국민템’ 사이에서 새로움은 한계가 눈에 보일 때 도드라진다. 게임에 블록체인을 접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주목을 받는 배경에는 그 시도가 만들 새로운 결과에 대한 기대 못지않게 그러한 새로움을 필요로 하는 현재에 대한 불만이 함께 놓여있다. 이를 생각하면 게임에 블록체인을 접목한다는 아이디어는 어떤 변화를 의도하는가와 더불어 그 변화가 왜 필요한지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는 지금의 위치를 이해하고 그로부터 나아갈 위치가 어디쯤일지 더 분명하게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Read More 기울어진 협곡에서 - <당신엄마가 당신보다 잘 하는 게임〉에 부쳐 사람들이 게임을 좋아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공평하다는 것이다. 게임은 모니터 건너편에 앉은 사람이 누구인지 판단할 방법이 없고, 오로지 그가 제때에 버튼을 누르고 있는지 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게임은 인종, 성별, 계급에 상관없이 오로지 실력과 그것을 위해 쏟는 노력만 있으면 누구든지 승자가 될 수 있다. 이는 인터넷이 보편화 되던 시절 즈음에 유행하던 “전자민주주의”라는 장밋빛 구상, 즉 익명성을 전제로 하는 온라인에서는 모두가 계급장을 떼고 의견 대 의견으로만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의 게임 버전이었다. Read More 꿈으로서의 '쿠소게' "패미컴을 통해 초능력을 개발한다"라는 테마로 개발된 게임이 있었다. 1980년대 당시 일본의 초능력 붐 속에서 초능력자로 알려졌던 키요타 마스아키(清田益章; 통칭, 에스퍼 키요타)씨가 감수한 〈마인드시커〉라는 작품이다. 플레이 과정에서 조언자 격으로 등장하는 키요타씨의 지시를 받아 가며 게임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이 작품의 핵심 컨셉은 "실제로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였다. Read More 똥겜 리뷰를 보는 즐거움 똥겜 전문 리뷰어에 대해 언급하기에 앞서 ‘똥겜’과 혼용되서 사용되는 ‘망겜’, ‘쿠소게(クソゲー)’와의 용례를 통한 차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혹자는 망겜과 똥겜을 동의이음어와 같이 분류하기도 하지만 흥행에 실패한 게임을 총칭하는 망겜과 똥겜을 사용하는 맥락은 다른 지점이 있다. 똥겜의 번역어인 쿠소게와도 똥겜이 활용되는 지점은 상이한 부분이 존재한다. Read More 서구의 관점에서 본 〈로스트 아크〉와 한국 게임 3일간의 얼리 억세스 기간이 지난 2022년 2월 11일 〈로스트 아크〉가 서구의 백만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출시되었다. 한국의 개발사 스마일게이트(Smilegate)가 제작하고 서구의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Amazon Game Studios)가 배급을 맡은 〈로스트아크〉는 서구 게이머들의 한국 게임에 대한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지난 20여년 간 몇몇 한국산 게임이 서구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음에도, 게임 분야에서 뚜렷한 일본산 게임에 대한 인식과는 달리, '한국 게임'에 대한 개념은 아직 서구권 게이머들 사이에서 명확하게 형성되어 있지 않다. 서구권에서의 성공을 도모하기 위한 게임의 운영관리 방침, 유명 콘텐츠 제작자들의 참여, 그리고 한국의 〈로스트 아크〉 커뮤니티의 역할 등을 통해 〈로스트 아크〉는 한국의 게임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서구 게이머들의 기대를 형성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놓여있다. Read More 윤석열 정부의 게임 정책을 예견해 보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당선자가 윤석열 후보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고백하건대, 미래가 어떻게 될지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다. 공약을 열심히 들여다보면 집권 후 방향성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일 뿐이다. 다이나믹 코리아는 본게임 이전, 프리게임 때부터 치 열하고 예측 불가능이다. Read More 지구를 다시 지구로, 지금을 다시 지금으로 만들기: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를 즐기며 테라포밍(Terraforming)이라는 말을 점점 더 자주 듣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기이한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자본가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가 화성을 테라포 밍하는 것을 사업의 최종적인 목표로 여긴다는 이야기가 동시대 자본주의 세계의 신화처럼 전해진다. 테라포밍은 말 그대로 어떤 행성을 ‘지구의 형태로 만드는’ 작업을 말한다. 보통은 지구 바깥의 다른 행성을 지구처럼 만들어 인간이 이주하거나, 식민지로 삼기 위한 계획을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개념이다.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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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1 게임과 시간이 얽히며 만들어지는 21세기 디지털게임의 독특한 현상들을 기술, 철학, 산업의 관점에서 살펴봅니다 4X장르의 강자 패러독스 인터랙티브가 구축한 대전략의 길 개인적으로 4X/대전략 게이머가 되는 일에는 하나의 허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문명’ 시리즈로 만족할 것이냐, 아니면 거기서 더 나아가 다른 4X, 대전략 게임에도 손을 대기 시작하느냐다. 애초에 일반적으로는 4X 라는 명칭도 무슨 소리인지를 잘 모른다. Read More <검은 신화: 오공>의 성취는 중국 문화권 바깥에서도 충분히 이해되는 것인가? 이를테면 많은 한국 게이머들은 매 챕터가 끝날 때 등장하는 ‘다음 회에서 알아보자’가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려운데, 이는 회본 형태로 챕터가 정리되는 서유기 원전의 끝 문장을 그대로 차용해 온 부분이고 원전 ‘서유기’가 한국에서는 널리 읽히는 편은 아니라는 문제에서 기인한다. 그나마 친연성이 있는 한국에서도 이런 상황인데, 서구권까지 넘어가게 되면 사실상 <오공>을 이해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 되고 만다. Read More <다키스트 던전>을 <다키스트 던전>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개발진이 어째서 전작과 후속작의 틀을 바꾸고자 했는지. 어떤 요소들이 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아야만 결정이 왜 내려졌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무엇이 다키스트 던전을 각별하게 만들었는가?’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Read More <마우스워싱>: 노스탤지어가 흐물거릴 때 자본주의적 체인 안에서 상품이 개별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과정은 세세하게 분할되어 실체는 추상적인 절차로 파편화되고 프로세스는 우연적인 집합에 불과할 때, 블랙 박스 속 물건을 통해 주권을 재확인하고자 하는 지미의 시도는 실패로 끝난다. Read More [Editor's View] 시간 속의 게임, 게임 속의 시간 좋으나 싫으나 우리는 시간 속을 살아가는 존재들입니다. 우리 존재들이 살아온 시간의 시간의 누적을 기록해 역사라고 부르기도 하죠. 그 누적 속에서 놀이는 사실 오랫동안 잉여시간 취급을 받아온 것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Read More [논문세미나] 우리 삶 속의 게임: : No Time to Dream 브랙스턴 소더만(Braxton Soderman)의 은 젠더화된 게임 취향을 ‘시간’의 관점에서 규명한 글이다. 그에 따르면 흔히 게이머는 ’하드코어(hardcore)’와 ‘캐주얼(casual)’ 집단으로 구분되고, 이중 하드코어 게이머는 ‘백인 청소년 남성’, 캐주얼 게이머는 ‘중년의 여성’ 집단으로 표상되곤 한다. 즉, 백인 청소년 남성들이 곧 ‘하드코어 게임’을 즐기는 ‘하드코어 게이머’이며, ‘캐주얼 게임’을 플레이하는 ‘캐주얼 게이머’는 곧 중년 여성들이라 인식되어왔다는 것이다. Read More [논문세미나] 평행하다가도 뒤엉키는 게임과 현실의 시간: "Introduction to Game Time". In First Person: New Media as Story, Performance, and Game 게임에 열중하다가 시계를 봤을 때 몇 시간이 훌쩍 흘러가있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반대로 온라인 게임을 할 때면 많은 양의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 몬스터가 다시 리젠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우두커니 한 자리에 서있는 그 순간은 몇 초밖에 되지 않더라도 어느 때보다 지난하게 흘러간다. 시간은 어떤 플레이를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체감되기 때문에 게임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흘러가는 면이 있다. Read More [인터뷰] 게임연구학회의 새로운 도전, DiGRA-K 윤태진 학회장 024년 3월, 세계 최대 게임 연구 단체인 '디그라(DiGRA; Digital Games Research Association)'의 한국지회(디그라 한국학회)가 설립되었다. 디그라 한국학회는 영미권과 유럽, 남미 등에 이어 18번째로 설립된 지회로서, 게임 연구의 학제적 접근과 현장과의 연결성을 지향하고 후속세대 지원, 국제교류 및 협력연구 등의 활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분과를 뛰어넘는 학술교류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상대적으로 미진했던 국내 게임 연구 분야에 있어, 다양한 업계 현장과 학계를 포괄하고자 하는 새로운 형태의 학회가 만들어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Read More 게임에 대한 트랜스페미닌 커뮤니티의 문화 코드화 트랜스페미닌 (transfeminine)은 논바이너리부터 트랜스여성까지, 트랜스젠더 중에 상대적으로 여성적이라고 여겨지는 젠더 표현을 지향하는 모든 이들을 아우르는 표현이다. 논바이너리 중에 스스로를 여성 젠더에 더 가깝다고 느끼는 이들 (she/they)이 여기 속하고 트랜스여성 (she/her)이 가장 확실하게 속하는 계열이다. 그리고 트랜스페미닌 커뮤니티라고 하면 다양한 SNS 및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를 기반으로 산발적으로 발생한 정체성 기반 네트워크를 이른다. Read More 어느새 넘쳐나는 연말 게임쇼 총정리 어워드가 필요로 하는 여론이 이 세 원천에서 발원하기에, 보통 시상식 심사는 창작자 중심 구성에서 출발해 비평자가 추가되고, 여기에 수용자를 대변하는 용도로 대중 투표가 추가되어 구성이 된다. 문화산업계에서 가장 젊은 업계인 게임의 시상식 또한 창작자들의 심사 투표로 이루어지는 경우, 비평자들이 갑론을박을 하며 심사 투표하는 경우, 대중의 투표가 추가되는 경우로 분류할 수가 있다. Read More 자아와 투쟁하던 이야기로 세상을 구하게 만드는 방법 - 헬블레이드 2: 세누아의 전설 가상의 인물을 창조하고 묘사하는 것은 때로 놀라울 만큼 쉽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천재나, 비현실적인 실력을 가진 전사를 만들 수도 있다. 어떤 문제도 간단히 해결할 수 있고,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곤란함은 그들의 비범함 앞에서는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 Read More 지연시간을 두고 벌이는 개발자와 이용자의 개선과 적응 현대 게임 서버의 개발자들은 0.3초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가정하고 게임 서버를 개발한다. 이부분을 명시적으로 정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0.2초~0.5초에서 지연이 발생했을 때도 자연스럽게 게임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설계해야 한다는 부분은 경험을 통해서나 혹은 선배 개발자들의 조언을 통해 이어져 내려오기도 한다. Read More 쿨타임과 숨고르기 숨고르기가 중요한 이유는 지속에 있다. 게임은 승패가 분명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재미있지만, 이겼을 때만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과정이 충분하다면 지는 것도 재미있을 수 있다.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을 우선시한다면 패배는 게임을 지속하는 것을 방해하며, 다른 게임을 선택할 때 이길 수 있느냐를 가장 염두에 두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게임에 흥미를 느끼는 동안 지더라도 다시 도전하고, 다른 게임을 선택할 때 자기만의 취향과 기준으로 고를 수 있다. 숨고르기는 게임을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잘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Read More 플레이시간의 자본주의적 상품관계 - 탕진의 재미와 축적의 재미 온라인게임 시대가 만들어낸 이 변화는 놀이 역사에서 보기 드문 전환을 만들어냈다. 노는 일이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무언가가 되었다는 것이다. 놀이의 본질은 일종의 무용함, 생산의 시간에 맞선 시간 탕진의 즐거움에 가까웠지만,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는 그 무용함의 효용마저도 상품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이기도 하다. Read More 필연적으로 실패하지만 계속되는 것, 선택을 위해 제시되는 두 개의 분기점은 결국 실패하지 않는 삶, 매끈한 하나의 서사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선택은 불가피하다. 오히려 굴절된 한 분면만을 인식할 수밖에 없다는 인간의 근본적인 한계가 그 선택이 충실한 것임을 간절하게 희구하게 만드는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Read More
- 프로필 | 게임제너레이션 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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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AI로 새로운 게임성을 만든다는 것: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의 이가빈 PD,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의 한규선 PD](https://static.wixstatic.com/media/d03518_00576bf427c0462f9e0cb48138c0d103~mv2.jpg/v1/fit/w_176,h_124,q_80,usm_0.66_1.00_0.01,blur_3,enc_auto/d03518_00576bf427c0462f9e0cb48138c0d103~mv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