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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소녀 게임 속 에서의 여성 재현 문제
누구에게나 이상(理想)이 있다. 거창하게는 미래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소소하게는 입고 싶은 옷이나 만나고 싶은 작품에 대한 것일 수도 있겠다. 저마다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이상 중에서도 특히나 사람에 대한 이상은 우리 일상에서 자주 언급되고 구체화된다. 외모가 아름다운 사람, 스타일이 세련된 사람, 지적인 사람, 활발한 사람, 나보다 키가 큰 사람, 나이가 적은 사람 등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라는 물음에 할 수 있는 대답은 무궁무진하다. 그렇다면 이것을 사람이 아닌 캐릭터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가 보면 어떨까? < Back 미소녀 게임 속 에서의 여성 재현 문제 04 GG Vol. 22. 2. 10. 누구에게나 이상(理想)이 있다. 거창하게는 미래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소소하게는 입고 싶은 옷이나 만나고 싶은 작품에 대한 것일 수도 있겠다. 저마다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이상 중에서도 특히나 사람에 대한 이상은 우리 일상에서 자주 언급되고 구체화된다. 외모가 아름다운 사람, 스타일이 세련된 사람, 지적인 사람, 활발한 사람, 나보다 키가 큰 사람, 나이가 적은 사람 등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라는 물음에 할 수 있는 대답은 무궁무진하다. 그렇다면 이것을 사람이 아닌 캐릭터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가 보면 어떨까?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탓일까, 캐릭터들은 우리가 꿈꾸는 인간상을 그대로 보여주며 이상적인 이미지를 구축해나가는 선두 주자가 되곤 한다. 게임 캐릭터로 따져보자면 미소녀 게임의 히로인들이 여기에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그중에서도 예시를 들만한 캐릭터가 누군고 했을 때, 최근에 출시된 게임까지 갈 것도 없다. 90년대 초반에 나와 지금까지 회자하고 있는 〈동급생 同級生〉이나 〈도키메키 메모리얼 ときめきメモリアル〉 시리즈만 봐도 게임을 소비하는 이들이 추구하는 이상, 환상의 미소녀 상은 분명하게 알아볼 수 있다. 바로 ‘가와이’한 미소녀 상이다. 일본은 어린아이처럼 미숙하고 귀여운 걸 추구하는 가와이(かわいい·귀여운, 사랑스러운) 문화가 1980년대 이후 정착되었는데, 이 가와이 문화는 ‘귀여움’이라는 말 아래 미성숙함과 성숙함의 경계를 불명확하게 만든다. 귀엽고 순진하면서도 성적으로 성숙한 캐릭터들의 유형은 미소녀 게임과 가와이 문화가 분리될 수 없는 관계임을 시사하는 듯하다. 동시에 미성숙과 성숙이라는 정반대의 요소들이 병치 되면서 이용자들의 모순된 욕망이 드러난다. 한마디로 미소녀 게임은 가와이 문화의 정수라고도 볼 수 있는 거다. * 〈동급생〉과 〈도키메키 메모리얼〉. 돌이켜보면 게임 속 첫사랑이었던 그녀들은 소꿉친구, 같은 반 친구, 아는 누나, 체육계 유망주, 보건교사 등 다양한 타입으로 나타나곤 했다. 각자가 떠올리는 그녀들의 모습이나 직업은 아마 비슷하면서 조금씩 다를 것이다. 물론 그 안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미소녀 유형이 없던 건 아니다. 〈동급생〉의 사쿠라기 마이와 〈도키메키 메모리얼〉의 후지사키 시오리는 빼어난 미모, 우수한 성적을 가져 모두가 동경하는 교내 아이돌로 그려졌다. 게임 밖의 아이돌이기도 했던 두 소녀는 그들이 등장했던 게임만큼이나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았다. 이들의 특징은 훗날 등장한 미소녀 캐릭터들에게 그대로 답습되었다. 사쿠라기 마이, 후지사키 시오리라는 조상의 복제가 이루어진 셈이다. 학교를 무대로 한 미소녀 게임일수록 이들의 존재감은 더욱 짙게 드리워진다. 이 외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새롭게 태어난 소녀들의 유형은 학교가 배경이 되지 않아도 어딘지 모를 익숙함이 느껴진다. 이렇게 미소녀 게임의 캐릭터들은 성격, 외모, 직업, 주인공과의 관계 면에서 설득력 있게 구성된 ‘척’하며 소비자가 바라는 이상적인 여성의 틀을 계승한다. 틀을 갖고 태어난 히로인들의 행복은 오로지 플레이어, 즉 주인공인 남성만이 줄 수 있다. 과거 여성이 남성과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살림하는 걸 당연한 행복으로 여겼듯 가상의 미소녀들도 그러한 모습을 보인다. 마치 당신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처럼. 모든 미소녀 게임이 결혼은 곧 해피엔딩이라는 공식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소녀들의 존재의의가 주인공 남성이라는 건 언제나 변함이 없다. 보통 미소녀 게임은 평범하디 평범하기 그지없던 주인공이 여러 미소녀와 갑작스레 얽히는 데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플레이어는 자신을 위협하는 다른 남성이 없는 이 세계를 만끽하며 소녀를 고른다. 그리고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몇 가지 선택지를 지나고 그녀와의 엔딩을 향해 나아간다. 공략이 진행되는 동안 소녀들은 수줍음을 품고 있으면서도 누구 하나 주인공에 대한 흥미는 거두지 않는다. 특히나 풋풋한 첫사랑이 키워드가 되는 게임 속 그녀들은 플레이 기간 내내 꿈 같은 나날을 선사한다. 첫 만남, 첫 데이트, 첫 키스, 첫 경험에 이르도록 모든 과정이 이벤트의 연속이다. 크고 작은 고난을 겪은 후 CG로 공개되는 이 장면들은 그동안 키워온 사랑을 증명한다. 소녀들은 자신의 몸을 주인공에게만 내비치고 공유하면서 행복한 엔딩에 가까워진다. 예상치 못한 각도에서 잘 가꾸어진 몸과 속옷을 보여주는 서비스신은 덤이다. 여성의 몸은 목적을 달성하면 받을 수 있는 보상으로 간주되곤 하는데, 그 시선은 게임 안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리하여 공략 캐릭터는 주인공에게 보호받음과 동시에 침범당한다. 정서적으로 보호받는 것에 대한 감사와 사랑의 표시로 몸의 침범을 허락하는 거다. 남성을 따뜻한 손길로 보듬어주며 성적인 부분도 해결해주는 미소녀의 모습은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성녀와도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긴다. 그야말로 환상이다. 기억에 남는 첫 만남부터 아픈 과거, 그를 딛고 행복을 거머쥐기까지 플레이어의 클릭은 소녀들의 운명을 좌우한다. 그렇게 해서 쥐게 된 엔딩은 소녀들의 존재에 대한 의문마저 낳게 만든다. 자신의 모든 ‘처음’을 플레이어와 공유하지 않은 소녀는 히로인이라는 자리에서 실격하게 되는 건가, 하는. 어쨌거나 서술한 히로인들은 게임이기에 맛볼 수 있는 환상적 여성의 결정체다. 예쁘고 어딘지 순진하면서 순결한, 그렇지만 플레이하는 ‘나’에 한해서만큼은 개방적인. 그럼 이런 이상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소녀들은 어떨까? * 〈여자교도소〉. 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최근 스팀을 살펴보면, 선정적인 요소가 강하게 드러난 게임일수록 특정 카테고리 인기 군에 머무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중 〈여자교도소 Woman’s Prison〉는 앞서 이야기한 게임들과 다르게 사랑보다는 육체적 관계를 부각해 보여준다. 캐릭터들은 욕망에 매우 충실하여 처음 본 남성과의 접촉에도 거리낌이 없다. 애초부터 포르노 이미지를 목적으로 설계된 미소녀들은 첫사랑의 그녀들과는 다르다. 뭔가를 이루기 위해 남성을 유혹하고 이용하는, 마녀와도 같은 측면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설거지론이 생각났다는 리뷰가 달리기도 한 이 게임은 이상적인 여성상에서 탈락한 미소녀들의 집합소다. 이들은 진정한 행복처럼 여겨지는 연애, 결혼은 제쳐두고 성적 자극만을 탐닉한다. 모든 처음을 함께 한 미소녀들과 만나기 전부터 닳고 닳아있던 미소녀들. 두 부류의 소녀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결국 포르노 이미지로의 귀화다. 그런데도 둘은 상반된 운명을 맞는다. 육체적 관계를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소녀들은 가정적이고 화목한 것과는 다른 결의 엔딩을 보게 되는 거다. * 〈당신과 그녀와 그녀의 사랑〉과 〈두근두근 문예부!〉. 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일반적인 가와이함과 마녀 같은 성질을 동시에 지닌 미소녀들도 존재한다. 〈당신과 그녀와 그녀의 사랑 君と彼女と彼女の恋〉이나 〈두근두근 문예부! Doki Doki Literature Club!〉 같은 작품에서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폭력적인 일도 마다치 않는 소녀들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초반부의 이들은 여느 미소녀들처럼 귀여운 면모만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원하는 엔딩에 방해되는 인물을 없애버리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행동이 목도된다. 성인가 게임인 전자의 경우에는 소녀가 플레이어를 사로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몸을 이용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이런 극단을 달리는 행위들은 예상할 수 있듯 주인공 남성과의 사랑을 이유로 한다. 폭력적인 행위의 이유도 남성, 그것을 멈출 수 있는 열쇠도 남성. 그들에게 남성은 맹목적인 삶의 원동력이다. 앞서 말한 ‘마녀’들과는 다른 사유지만, 어떻게 보면 이들도 플레이어의 선택지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마녀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폭력적 행위는 진짜 마녀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가져온다. 상상도 못 한 전개에 공포는 생길지언정, 거부감이나 분노 이전에 이해를 불러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게임 서사에 따른 차이인가? 아니면 캐릭터 메이킹의 차이인가? 사실 이런 포르노 이미지 속 여성은 여성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포르노 안의 신체는 특정한 맥락에서 과장되며 보는 이의 욕망을 자극하고 그것이 실재하는 몸이라고 인식하게끔 한다. 과장된 이미지는 사회 갈등의 접점에 서 있는 걸 이따금 목격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게임 내 여성 이미지, 포르노 이미지도 사회의 한 면을 보여주는 코드가 된다. 실재한다고 인식된 몸은 어느덧 ‘이상적인 형태’라는 이름 아래 자리 잡는다. 우리가 ‘여성’ 하면 긴 생머리, 뽀얀 피부, 큰 가슴, 가느다란 팔다리, 잘록한 허리 등 외적 요소를 주로 떠올리는 것도 그래서일 거다. 이처럼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해온 이미지들은 게임 안에서 재생산되고 어떨 땐 게임 밖으로도 확대된다. 이는 외적인 이미지에 그치지 않고 관념의 영역까지 포함한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등 공주 이야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판 중 하나가 바로 고전적인 여성상을 재현하는 데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주들은 이야기를 주도해나가는 주인공이라는 부분에서 완전한 주체처럼 보이나, 그들의 서사를 완성해주는 건 늘 구원자인 왕자였다. 완벽하게 다른 장르지만 미소녀 게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소녀 게임’이라고 이름 붙어있어도 극을 끌어나가는 건 소녀가 아닌 남성이고 소녀의 서사를 완성하는 것도 당연히 남성이다. 왕자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는 공주 이야기가 남성에 대한 환상을 불어넣었다면, 주 소비층이 남성인 미소녀 게임은 역으로 여성에 대한 환상을 부추긴다. 귀여운 외모, 부족한 남성 자신을 보듬어 줄 사랑, 성에 관련된 거라면 뭐든 들어주는 여성에 대한 환상을 말이다. 그렇게 미소녀는 가와이 문화에, 포르노 이미지에, 고전적인 여성상의 답습에 사로잡히게 된다. 누군가는 ‘그것이 이런 게임의 의의 아니겠느냐’라고 반박할지도 모르겠다. 미소녀 게임은 미소녀와 즐기면 그게 다인 게임이라고. 하지만 판타지가 판타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는 그를 방해하는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특정한 여성상이 요구되는 사회 안에서, 과연 미소녀 게임은 아무 생각 없이 즐겨도 될 이미지와 서사의 집합체일 뿐인가? 미소녀 게임과 현실의 여성상이 어떤 방식으로 맞닿아 있는지, 판타지로 만들어진 게임이 어째서 판타지 그 자체로만 즐겨지지 않는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볼 때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문화연구자) 박다흰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 관해 관심 갖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모 온라인 게임에 복귀했습니다.
- 미연시는 시뮬레이션의 꿈을 꾸는가
그리고, 1992년 <동급생>(同級生, elf, 1992)이 출시되었다. < Back 미연시는 시뮬레이션의 꿈을 꾸는가 27 GG Vol. 25. 12. 10.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이라는 단어의 조합 ‘미연시’라는 단어가 있다.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이란 게임 장르를 지칭하는 단어로 이 장르는 코어한 팬층이 존재하며 지금도 계속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게임의 “장르”가 대부분 그렇듯이 이 미연시 역시 엄밀하게 구분되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의 장르를 구체적으로 분류하려고 시도를 했으며 대부분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는데, 비슷한 상황으로 “미연시”라는 장르에 대해서도 이 장르에 대해서 들었을 때 떠올리는 게임들이 각기 다를 가능성이 높다. 제작자가 “이것은 미연시입니다.” 라고 하면 미연시이고 아니다 라고 하면 미연시가 아니다 라는 무난한 결론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먼저 미연시 라는 단어가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통용하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해보고 싶다. 일본에선 이런 단어를 안쓰나요? 라는 의문점이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일본에서는 연애시뮬레이션(恋愛シミュレーションゲーム) 이란 단어를 먼저 사용하였었으며 우리가 흔히 미연시라고 통칭하는 장르의 게임의 역사가 깊은 만큼 다양한 게임이 나왔기 때문에 요즘은 연애시뮬레이션보다는 해당 장르에서 발전된 다른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그 단어 역시 어덜트 게임(アダルトゲーム), 에로 게임(エロゲ), 걸 게임(ギャルゲー), 미소녀 게임(美少女ゲーム), 비주얼 노벨(ビジュアルノベル), 노벨 게임(ノベルゲーム)등 해당 장르를 포함하거나 가리키는 단어들이 엄밀하게 구분되지 않고 사용된다. 근래에 커지고 있는 영어권 시장에서는 Dating Sim 이란 장르가 우리가 부르는 미소녀 연애시뮬레이션에 가장 가까운 것을 가리키는 단어가 될 것이다. 물론 이런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한국에서 부르는 “미소녀”와는 거리가 있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다시 미연시라는 장르로 돌아와 국내에서는 이러한 연애 이야기를 다루는 게임들을 미연시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분류는 장르적 구분이 엄밀하지 않다. 시뮬레이션이란 이름으로 캐릭터의 전투와 육성 시스템을 넣었지만 그 수준이 장식인 정도의 게임도 있을 수 있고, 야한 장면이 존재하는 게임이지만 그냥 야겜이라고 부르기 민망해서 미연시라고 부르는 게임들도 존재한다. 아니면 그냥 야한 장면이 없는 연애를 다룬 게임을 미연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연시라고 부르는 게임에서 ‘미소녀’와 ‘연애’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은 미연시의 어떤 부분에서 찾아 볼 수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한 손쉬운 방식이라면 역시 그 뿌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미연시의 뿌리를 국내에서 찾아보자면 국산 PC 게임에서는 <캠퍼스러브스토리>(남일소프트, 1997), <부킹맨>(FEW, 1997), <스카드젬>(아트림미디어, 2001)등이 나올테고 온라인게임으로 넘어가면 NPC와 쌓아가는 시스템이나 호감도가 존재하는 현재의 캐릭터 뽑기 게임들도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연애 대상으로서의 ‘미소녀’라는 단어를 제외한 연애 시뮬레이션으로 가면 <구운몽-어느 소녀의 사랑이야기>(네오앨리스, 2014)이나 <수상한 메신저>(체리츠, 2016)등을 언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근래에는 한동안 기세가 죽었다고 여겨지던 비주얼노벨 장르의 게임들이 주문형 게임 플랫폼을 중심으로 외산과 국산을 가리지 않고 활발하게 출시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사실 국내에서 국산 게임으로 미연시의 계보를 그리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 꾸준히 한 장르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가 드물고, 각각의 게임들이 국내의 다른 게임의 영향보다는 외산 게임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장르에 한해서라면 그 뿌리를 일본으로 찾아가는 것이 맞다. 연애시뮬레이션의 뿌리 뿐만 아니라 일본의 성인게임은 서브컬쳐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여러 가지 문화코드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성인용 게임 안에 등장한 캐릭터의 원형이나 스토리텔링 방법론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거리가 많겠지만 지면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고, 필자 역시 성인용 게임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리는 다른 지면, 다른 분에게 맡기고자 한다. 우선은 연애시뮬레이션이 시뮬레이션을 다루는 형식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해보자. 미연시라는 장르의 탄생 장르란 이름의 미연시 탄생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일반적으로는 해당 장르명을 전면에 내세운 대표 사례들인 <두근두근 메모리얼>(ときめきメモリアル, KONAMI, 1994) 이나 동시기에 나온 <안젤리크>(アンジェリーク, KOEI, 1994) 정도를 이야기하겠지만, 이 두 게임 역시 일반적인 연애 시뮬레이션으로 인식되는 게임들의 역사의 흐름에서 앞부분이 아니라 중간에 위치해 있다. 그렇다 보니 연애를 주요 소재로 삼는 게임을 찾아보려면 좀더 앞의 역사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보통 일본 게임사를 살피는 시도는 가정용 콘솔 게임을 중심에 두곤 하는데, 지금까지도 시장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콘솔시장에 중심을 두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연애 게임의 계보를 살피려면 PC게임의 역사를 함께 확인해 봐야 한다. 8 0~90년대의 일본 개인용 컴퓨터 환경은 다른 나라의 개인용 컴퓨터 환경과는 크게 달랐다. 개인용 컴퓨터는 기본적으로 업무를 하기 위한 장비이고, 영어로는 일본어 업무를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로 개인용 컴퓨터 환경이 인해 일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제규격으로 표준 언어 코드 체계가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독자적인 언어코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일본의 개인용 컴퓨터 환경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환경이 아니라 일본어 표시를 지원하는 독자규격 PC와 운영체제 소프트웨어가 갈라파고스처럼 독자적인 생태계를 형성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PC-88 / PC-98 이었다. 하지만 전세계에서 그랬듯이 개인용 컴퓨터로 업무만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개인용 컴퓨터로도 게임을 즐겼으며, 가정용 게임기처럼 개발킷이 따로 필요한 것이 아니라 컴퓨터 그 자체로도 소프트웨어 개발이 가능 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 이런 PC환경에서 만들어져 인기를 끈 게임들이 가정용 게임기로 이식되곤 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게임을 만들어 출시 할 수 있었던 점이다. 가정용 게임기 시장은 플랫폼 홀더가 게임의 출시를 강하게 관리했기 때문에, 게임을 자유롭게 출시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개인용 컴퓨터 시장은 게임의 출시에 허락이 필요하지 않았는데 (물론 이후 심의단체가 생겨나면서 지금 시점에서 보기에 무모할 정도의 소재를 다룬 게임들은 안 나오게 된다.) 이러한 특징은 가정용 게임기에서는 다루기 힘든 소재의 게임들이 PC 게임 시장에 출시될 수 있게 만들었다. 성인 게임 등장 성인용 게임은 간단한 규칙에 야한 그림만 붙이면 만 있으면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이 있어 초기 게임 개발사들의 적잖은 시도들이 있었다. 그런 흐름 중에는 술자리에서 문란하게 노는 문화들을 컴퓨터 게임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었다. 일본에는 “야구권(野球拳)”이라는 놀이가 있는데, 단순한 가위바위보를 통해 진 사람이 걸치고 있는 옷을 하나씩 벗는 일종의 술자리 벌칙 게임이었다. 최초의 성인용 게임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주로 언급되는 것이 이 '야구권'을 컴퓨터용으로 옮긴 <허드슨의 야구권>(野球拳, HUDSON) , 1981(추정))이다. 허드슨은 2012년에 코나미에 인수되기 전까지도 유명한 게임 회사 중 하나였는데, <허드슨의 야구권>은 텍스트를 이용한 이른바 아스키 아트(ASCII Art)라고 부르는 트릭으로 여성을 화면에 그린 뒤,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이기면 텍스트로 만들어진 야한 그림을 볼 수 있는 게임이었다. 동 시기에 나온 코에이의 <나이트라이프>(ナイトライフ, KOEI, 1982)가 최초의 성인용 게임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나이트라이프>는 게임이라기보다는 성행위의 체위를 알려주는 일종의 교양 소프트웨어였기 때문에 게임으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개발사 이름이 익숙하실 텐데 '그 코에이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삼국무쌍> 등으로 유명한'그' 코에이가 맞다. 초창기의 이러한 시도들 이후 PC게임 소프트웨어 시장에는 성인용 소프트웨어가 무수히 쏟아졌다. 야한 장면을 모아놓은 사진집 소프트웨어나 간단한 퍼즐 게임을 풀면 야한 사진을 볼 수 있는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초기 게임들이 단순한 포르노에 가까운 사진집들이었다면, 이후에는 좀더 스토리텔링에 무게를 둔 성인용 어드벤처 게임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일본의 어드벤처는 미국의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와는 다른 형태로 발전했는데, 미국 어드벤처 게임들이 포인트 앤 클릭, 텍스트 직접 입력 인터페이스 중심의 게임이었다면 일본의 어드벤처 게임들은 화면 안에 캐릭터가 나오고 선택지가 등장하는 형태로 발전한다. 성인용 게임을 분류하는 사람들이 일컫는 '코에이 성인용 게임 3부작'이 있는데, 앞서 언급한 <나이트라이프>와 함께 <단지처의 유혹>(団地妻の誘惑, KOEI, 1983), <네덜란드 아내는 전기 뱀장어의 꿈을 꾸는가>(オランダ妻は電気ウナギの夢を見るか?, KOEI, 1984)에 이르러서는 좀 더 게임스러워지고 설정도 복잡해 진다. <단지처의 유혹>은 주인공이 여성과 관계를 가지는 보상이 주어지는 형태이긴 했으나, 장면 자체는 자체 규제를 거쳐 직접적으로 행위가 묘사되지는 않았다. 게임 화면은 당시 유행하던 3D 던전 게임의 인터페이스에 기반했다. * <단지처의 유혹> 플레이 장면 1980년대의 성인용 게임은 야한 이미지를 보상의 개념으로 제공하는 게임들이 많았으며, 이야기가 중심이고 야한 이미지는 덤인 정도의 어드벤처 게임, 혹은 성인용 비디오를 컴퓨터로 옮긴 시도들이 상당수 존재했다. 어드벤처 게임들은 선택지를 통해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는 형식이었고, 이런 형태의 진행은 게임의 시나리오에 플레이어가 개입하여 결과가 바뀌긴 했지만 이러한 게임들을 시뮬레이션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성인용 게임 중에 본격적으로 시뮬레이션으로 인식하게 되는 게임들은 이후에 등장한다. 연애를 시뮬레이션하다 연애시뮬레이션의 초기 형태를 띤 게임으로 <도쿄 난파 스트리트>(TOKYOナンパストリート, ENIX, 1985) 가 주로 언급되는데 이 게임 제목에 등장하는 난파(ナンパ)라는 단어는 남성이 여성에게 교제 혹은 성행위를 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뜻하며 헌팅이라는 표현으로 번역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단어라 부가 설명을 덧붙이자면 일반적으로 호쾌한 혹은 불량스러운 남성을 지칭하는 일본의 표현인 경파(硬派 – 코우하로 발음)와 그 반대편에 있는 여성을 밝히는 남성을 지칭하는 연파(軟派 – 난파로 발음)라는 단어가 존재했는데 여기서 난파라는 단어가 여성을 꼬시는 행위 자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변했다고 인식하고 있다 . 요즘으로 치자면 “여미새”정도로 번역할 수 있지 않을까. (경파에 대한 용례는 가까운 예로 인기있는 고전게임 시리즈인 <열혈경파 쿠니오군> 시리즈를 떠올릴 수도 있다. 난파는 후술할 동급생의 실행 파일명이기도 하다.) '여성을 꼬셔서 에로틱한 상황을 연출해 야한 이미지를 본다' 라는 게임이 기존에 없었던 것은 아니나, 일정 금액을 가지고 특정 장소로 이동하여 캐릭터를 만나 이야기 속에서 선택지를 골라 데이트 중 여성의 호감도를 얻고 야한 상황을 연출하는 것에 이어 결혼까지 가는 흐름은 이후 나오는 연애시뮬레이션 게임 구조의 기초가 여기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의 개발사 에닉스 역시 일본 게임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친숙한 이름인데, 스퀘어를 합병하여 스퀘어 에닉스로 사명을 바꾼 그 에닉스이며, 개발협력에는 호리이 유지가 올라가 있기도 하다. * <도쿄 난파 스트리트> 플레이 장면 성인용 게임들은 이후에도 활발히 나왔는데, 그다지 의미 없는 선택지들과 수위 높은 야한 장면이 연출되는 단순한 어드벤처 게임부터 나름 미스테리처럼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야한 장면이 존재하는 이야기 중심의 어드벤처 게임들이 있었다. 이런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 외에도 퍼즐게임이나 테이블 게임에서 승리하면 상대방 여성이 옷을 벗는 연출로 야한 장면을 “보상”의 감각으로 제공하는 게임들이 꾸준히 나왔는데, 점차 RPG나 시뮬레이션 같이 굳이 야한 장면이 필요 없는 장르의 게임에서도 미소녀와 성인용 이미지를 추가한 다양한 장르의 성인용 게임들이 나오는 흐름을 맞는다. 성인용이 아니더라도 미소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도 나타났다. 인기있던 성인용 게임들이 이미지의 수위를 낮춰 가정용 게임으로 이식되는 경우들도 존재했다. 이 무렵의 게임 중 특히 주목할 부분은 육성 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들이다. 장르의 시발점이자 대표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1991년 작 <프린세스 메이커>(プリンセスメーカー, Gainax, 1991)는 어린 고아를 딸로 삼아 10년간 키우는 게임으로 어떻게 육성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파라미터가 변동하며 이를 통해 다양한 엔딩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인기를 끌었다. <프린세스 메이커>의 개발자인 아카이 타카미는 게임 개발 회고에서 자신은 <노부나가의 야망> 시리즈에서 전투보다 부하 육성이 더 좋았었고 이것으로 게임을 만들고자 했는데, 사내에서 여성의 일생을 다루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딸을 키우는 게임을 만들게 되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프린세스 메이커>의 특징은 파라미터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직업을 가지게 되는 직업 엔딩과 별개로 게임의 진행과 능력치에 따라 바뀌는 결혼 엔딩이 따로 존재했다는 점이다. 연애에 대한 시뮬레이션이라 부르기는 어렵지만 플레이의 결과로 만들어진 수치에 따라 연애의 결과가 나온다는 점은 주목해볼 만 하다. 국내에도 소개되었던 뒤이어 나온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탄생>(誕生 〜Debut〜, Headroom/NEC Avenue, 1993) 이나 <졸업>(卒業, Headroom/Japan Home Video, 1992) 같은 게임들은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의 숫자가 늘었다. <프린세스메이커>와 <탄생>, <졸업> 모두 직접적인 성 묘사가 없었지만 플레이어와의 결혼과 같은 엔딩이 존재하는 것처럼 여성 캐릭터 - 플레이어 관계에 대한 묘사가 연애 혹은 유사 연애로 들어가고 있어 이후 미소녀 게임들에 영향을 준 바 있다. 그리고, 1992년 <동급생>(同級生, elf, 1992)이 출시되었다. * <동급생> 커버 이미지 연애 어드벤처로 분류되어 있는 게임이긴 하지만 연애시뮬레이션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이 게임의 인기와 영향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졸업>과 <탄생>의 원화를 담당했던 타케이 마사키가 디자인한 캐릭터들은 지금까지의 게임과 달리 다양한 구도와 맥락의 이벤트 씬 을 추가해 캐릭터의 설득력을 늘려 나갔고, 게임의 시스템 역시 매우 높은 자유도를 갖도록 디자인되었다. 고정된 이벤트들이긴 하지만 플레이어는 2D로 이루어진 도시의 지도에서 자신의 시간과 자금을 관리하며 여성과 이벤트를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야한 이미지를 볼 수 있었으며, 반대로 매일 방에서 침대를 클릭하면서 잠만 자면서 아무것도 안하고 게임의 엔딩을 보는 것도 가능할 정도로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었다. 이렇다 보니 한정된 시간과 자금으로 최대한 많은 여자와 관계를 맺는 파고드는 공략을 하는 이용자도 존재했다. * <두근두근 메모리얼> PC엔진 버전의 커버 초반에 이야기했듯이 1994년엔 본격적으로 연애시뮬레이션이란 장르를 표방한 <두근두근 메모리얼>이 등장했다. 성인용 게임이 아니라 전연령으로 발매되었으며 PC용이 아니라 가정용 게임기인 PC엔진용으로 출시되었다. <두근두근 메모리얼>은 이후 다른 게임기로 이식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 게임의 장르명은 연애시뮬레이션이긴 했지만 개발자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여성과의 연애보다는 학창생활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에 가까웠다. 게임의 목표가 게임안에 등장하는 다양한 여성중 한 명을 선택해 연애를 하는 것이었지만 그를 위해 본인의 파라미터를 성장시켜야 하는 육성시뮬레이션적인 요소가 강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 게임은 대 히트를 쳤고, 등장하는 히로인 캐릭터들 역시 크게 인기를 끌며 100만단위의 판매량을 달성했다. 이전의 미소녀를 대상으로 한 연애 게임들이 PC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되어 큰 히트작으로 알려지더라도 판매량이 10만단위였던것을 생각하면 이 수치는 굉장히 큰 수치였으며 100만단위의 판매량을 만들어낸 연애를 소재로 한 첫번째 게임이 되었다. 이후 연애를 그리지 않더라도 이러한 시뮬레이션 장르에 미소녀가 나오는 다양한 게임들이 가정용 게임기로 출시되는 계기가 되었다. *< 안젤리크> 패키지 아트 미소녀란 이름을 앞에 붙일 수는 없지만 1994년 코에이에서는 여성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한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이 나왔다. <안젤리크> 역시 스스로를 연애시뮬레이션으로 분류하였으며, <두근두근 메모리얼>과는 달리 <안젤리크>는 배경을 판타지로 옮기고 주인공 여성 캐릭터는 여왕후보로 다른 후보와 경쟁하며 수호성들의 도움을 받아 행성을 육성해서 여왕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당시 개발 상황에 관한 인터뷰를 들여다보면 시나리오만으로는 게임성이 충분하지 않아 여왕 후보 2명을 두어 경쟁시키고, 수호성과 협력하여 행성을 발전시킨다는 건설운영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추가해 완성된 형태가 되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안젤리크>가 가진 연애시뮬레이션으로서의 성격은 연애 자체를 시뮬레이션했다기 보다는 연애 요소를 가진 시뮬레이션 게임이란 의미에 가까웠을 수도 있겠다. 시뮬레이션에서 이야기로 <두근두근 메모리얼> 이후 다양한 육성 시뮬레이션이 미소녀를 다루며 많은 게임이 나왔지만 전반적으로는 성인용 게임보다는 미소녀를 다룬 다양한 게임이 더 주목받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Leaf”사의 게임들이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전의 어드벤처 게임들이 캐릭터와 배경, 스탯이 보이는 3D 던전 게임 느낌의 게임화면을 바탕으로 작은 대사창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형태였다면, Leaf의 <시즈쿠>(雫, Leaf, 1996), <키즈아토>(痕, Leaf, 1996)는 성인용 게임에서도 캐릭터와 스토리에 비중을 좀 더 주며 화면의 전체를 덮는 형태의 이야기를 전달하게 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러한 미연시 장르의 게임이 본격적으로 읽는 게임으로 변화함을 보이는 상징적인 변화이기도 하다. * 좌 , 대사창 중심의 게임 진행과 우 의 화면을 덮는 게임 진행 한편 트루 엔딩이란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인데, 단순히 히로인을 선택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으로 끝이 아닌, 개발자가 제시한 진정한 결말이라는 것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후 스토리에 중심을 둬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Key사의 <카논>(Kanon, Key, 1999)이나 <클라나드>(CLANNAD, Key, 2004), 등이 등장하고 연애를 다루지는 않지만 <슈타인즈게이트>(STEINS;GATE, 5pb, 2009)에서는 트루엔딩에 도달하기 위한 반복 플레이를 루프라는 형태로 본격적으로 다루었다. 이처럼 미연시에서는 게임 속 여성 캐릭터와 자신과의 이야기를 즐기는 것이 아닌 게임 안에서 전체 캐릭터의 이야기를 모두 본 후 전체 이야기의 진정한 결말에 도달하는 형태의 어드벤처가 일반적인 형태가 되어갔다. <선택지의 선택사>에서 저자 시모쿠라 바이오는 로컬 플래그와 글로벌 플래그라는 개념을 이야기한다. 선택지 기반 어드벤처 게임들은 선택지에 따라 플래그라 부르는 게임 시나리오의 조건 스위치를 켜고 끄는데, 로컬 플래그가 한 시나리오 안에서만 동작하고 그 밖에서는 동작하지 않는 플래그라면 글로벌 플래그는 게임 전체에서도 관리되는 조건을 가리킨다. 이를 통해 어드벤처 게임들은 트루 엔딩같은 개념이나 엔딩을 봐야 열리는 다른 시나리오를 다루는 플래그를 글로벌 플래그로 분리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플래그는 <당신과 그녀와 그녀의 사랑>(君と彼女と彼女の恋。, Nitroplus, 2013)이나 <두근두근 문예부>(Doki Doki Literature Club!, Team Salvato, 2017) 처럼 메타픽션을 연출하려면 반드시 필요하며, 미소녀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이 선택지를 통한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작가가 제시하는 엔딩이 중심이 되고 플레이어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형태로만 남게 되는 시스템을 만든다. 결국 미연시의 “시뮬레이션”부분은 각 게임들은 시뮬레이션이란 단어를 자의적으로 다뤄왔다고 밖에 할 수 없겠다. 그 시뮬레이션은 학창 시뮬레이션일 수도, 전략 시뮬레이션일수도, 육성 시뮬레이션의 그것이었을 수도 있었지만 그 게임 안에 연애는 존재하였고, 이러한 연애요소들은 지금도 캐릭터 게임에서 유사한 시스템으로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에 대해 이렇게 접근해 볼 수도 있다. 미연시 시스템을 플레이어 캐릭터의 스탯 달성 여부로 연애 성공을 판단하는 방식과, 플레이어의 선택을 플래그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나누는 것이다. 이 중 스탯을 관리해서 연애를 달성하는 게임만이 엄밀하게 연애를 시뮬레이션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키메키 메모리얼>이 등장한 이후 30년동안 한국에서 게임 안의 캐릭터와의 연애를 그린 게임들을 미연시라고 불렀던 이유는 그것이 캐릭터의 수치를 성장시키는 것이든, 시나리오 라이터가 준비한 이벤트를 보며 선택을 하는 것이든 본인이 선택한 선택지를 통해 캐릭터와의 연애가 진행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으로 받아들였던 시기가 존재하였었던 것이 아닌가 라고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그리고 현대에 들어서 연애시뮬레이션이란 장르는 플레이어가 캐릭터와 유사 연애를 즐기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게 되었다. 현대의 미연시에서 플레이어들은 시나리오 라이터가 제시하는 트루 엔딩까지, 게임이 준비한 모든 이야기를 읽어 나간다. 그리고 게임이 끝난 뒤에는 게임 바깥에서 캐릭터를 소비한다. 결국 시뮬레이션이란 단어는 흔적기관으로만 남아 이 장르를 지키고 있는 것 아닐까.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개발자, 연구자) 오영욱 게임애호가, 게임프로그래머, 게임역사 연구가. 한국게임에 관심이 가지다가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것에 취미를 붙이고 2006년부터 꾸준히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고 있다. 〈한국게임의 역사〉, 〈81년생 마리오〉등의 책에 공저로 참여했으며, 〈던전 앤 파이터〉, 〈아크로폴리스〉, 〈포니타운〉, 〈타임라인던전〉 등의 게임에 개발로 참여했다.
- 곰고기 백파운드: 교육용 게임과 〈오레곤 트레일〉의 유산
현 시점에 〈오레곤 트레일(The Oregon Trail)〉에 대한 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된다. MECC(Minnesota Educational Computing Consortium)가 만든 이 고전 게임에 대한 글은 수없이 많은데, 예컨대 캐릭터가 게임 내 여정 속에서 가장 많이 겪게 되는 이질(dysentery)은 유명한 관용구가 되어 온갖 상황에서 사용되어왔다. 이 글은 〈오레곤 트레일〉이 남긴 유산 그리고 여전히 미국의 게임문화와 주류 대중문화를 이어주고 있는 게임의 영향력에 대한 증언이다. < Back 06 GG Vol. 22. 6.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Game Researcher) Marc Lajeunesse Marc is a PhD candidate in Concordia University's department of communication studies in Montreal, Canada. Marc’s research focuses on toxicity in online games. He is driven to understand toxic phenomena in order to help create more positive conditions within games with the ultimate hope that we can produce more equitable and joyful play experiences for more people. He has published on the Steam marketplace and DOTA 2, and is a co-author of the upcoming Microstreaming on Twitch (under contract with MIT Press). (Game Researcher) Bora Na A game researcher. Game-playing goes back quite a long way, but the first encounter with game studies came by chance, through a game course taken at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Since graduating, has carried out research and writing centered on game history and culture, here and there. Contributed to The History of Games, The Theory of Games, and Mario, Born in '81, among others.
- 아서 왕의 죽음: 〈레드 데드 리뎀션 2〉, 기사 로맨스, 종말과 지연의 이중주(장려상)
락스타 게임즈의 웨스턴 RPG 〈레드 데드 리뎀션 2〉(이하 〈레데리2〉)는 여러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주인공 아서 모건을 아서 왕에 빗댄다. 이들이 미국 서부 개척 시대 끝물의 무법자를 별안간 중세 원탁의 기사에 견준다면, 에필로그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잭의 독서는 여태 플레이한 내용을 또 한 편씩의 기사 로맨스로 요약한다1). 오늘날 낭만적 사랑을 다루는 장르로 통용되는 로맨스(romance)는 본디 서양 중세에 등장한 서사 문학 양식이자 장르를 가리키는 말로, 주로 기사 개인의 모험과 탐색, 사회적 규범과 폭력적 충동 사이의 긴장, 숙녀와의 사랑 등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 < Back 아서 왕의 죽음: 〈레드 데드 리뎀션 2〉, 기사 로맨스, 종말과 지연의 이중주(장려상) 07 GG Vol. 22. 8. 10. 아서: 우리 집안은 영국인도 아니었다고. 숀: 아무렴, 아서왕이시여! 미키: 좋은 이름이에요. 강한 이름입죠. 왕 같은 이름! 저만의 왕 같은 분이세요, 아서 씨. 존: 서부 모험 얘기가 재밌나 보지? 잭: 이젠 별로요. 기사 얘길 읽고 있었어요. 있잖아요, 원탁의 기사들요. 존: 거기 왕 이름이 뭐더라? 잭: 아서 왕도 있고, 랜슬롯 경이랑, 귀네비어 왕비랑, 잔뜩 더 있어요. 존: 그 이름… 잭: 좀 맘에 들어요. 존: 그거 알아? 아빠도 그래. 락스타 게임즈의 웨스턴 RPG 〈레드 데드 리뎀션 2〉(이하 〈레데리2〉)는 여러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주인공 아서 모건을 아서 왕에 빗댄다. 이들이 미국 서부 개척 시대 끝물의 무법자를 별안간 중세 원탁의 기사에 견준다면, 에필로그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잭의 독서는 여태 플레이한 내용을 또 한 편씩의 기사 로맨스로 요약한다 1) . 오늘날 낭만적 사랑을 다루는 장르로 통용되는 로맨스(romance)는 본디 서양 중세에 등장한 서사 문학 양식이자 장르를 가리키는 말로, 주로 기사 개인의 모험과 탐색, 사회적 규범과 폭력적 충동 사이의 긴장, 숙녀와의 사랑 등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 본디 〈레데리2〉가 장르적 상상력을 빚진 할리우드 웨스턴 시네마의 원형적 트로프가 중세 기사 로맨스와 공유하는 바가 많다는 점, 나아가 웨스턴 장르의 발달에 크게 영향을 미친 일본 사무라이 시네마가 중세 유럽 봉건제와 흔히 비교되는 에도 시대 사회 구조를 모티프 삼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인유 자체는 그리 새삼스러울 일은 아니다. 그러나 〈레데리2〉의 기사 로맨스 인유는 단지 두 장르의 표면적 유사성을 가리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사 로맨스 장르를 참조점 삼아 〈레데리2〉는 내러티브는 물론 오픈월드까지 아우르는 고유한 주제의식을 구축한다. 자기기만의 루도내러티브 협박, 갈취, 폭행, 재물절도, 가축절도, 침입, 강도, 강간, 밀렵, 살인미수, 탈옥 2회. 이는 〈레데리2〉에서 자행 가능한 범죄를 열거한 것이 아니다(이 게임이 제공하는 범죄-유희의 목록에 성폭력은 포함되지 않는다). 영국 중세 말, 로맨스 『아서 왕의 죽음』을 집필한 기사 토마스 말로리 경의 화려한 범죄 경력이다. 아서 왕 전설을 집대성하며 그처럼 고귀한 기사도의 공동체를 그려낸 장본인이 정작 “기사도라기보다 모범적인 깡패질의 기록”(Cooper x)에 수렴하는 삶을 살았다는 사실은 말로리의 독자들을 꾸준히 당혹스럽게 만들어 왔다. 명예로운 신념이 이끄는 삶에 대한 선망과 직업범죄자로서의 삶의 이력을 한 사람 안에 어떻게 화해시킬 것인가? 어쩌면 〈레데리2〉의 플레이어야말로 말로리의 자아분열적 모순을 가장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단지 앞의 질문이 무법자 아서 모건을 플레이하는 경험을 요약하는 문장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레데리2〉가 자기기만이 얼마나 강력하게 자기모순을 지탱하는 기제인지, 나아가 자기성찰이 과연, 어떻게, 얼마나 가능한지 묻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 아서의 일기. “매번 끝이 없다. 현상금사냥꾼. 핑커튼. 법집행인. 가는 곳마다 문명이 더 늘어선다. 어쩌면 앞으론 이게 다일지도 모른다. 차차 알게 되겠지. 이곳이 슬슬 기분나쁘다. 서부의 탁 트인 땅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나마 남아있는 땅으로라도. 하지만 그곳마저도 내가 기억하던 모습이 아니다.” 손글씨에 드로잉을 곁들인 일기는 이 과묵한 무법자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내밀한 창구이자, 플레이어의 정서가 주인공 및 게임의 내러티브와 호응하도록 조율하는 가이드로 기능한다. 1899년. 오프닝에서부터 〈레데리2〉는 한 시대의 끝을 배경으로 삼겠다 선언한다. 〈레데리2〉의 세계는 문명 대 야생이라는 오래된 신화적 내러티브의 시공간이다. 선형적 흐름으로 표상되는 근대 ‘역사의 진보’와 함께 백인 문명은 기어이 서부의 야성을 길들였다. 제도적 권력보다 개인의 물리적 폭력이 훨씬 선명한 실체를 지니던 서부의 경계적 공간에서 활개 쳤던 무법자들은 이제 국가권력·자본주의·물리적 폭력의 결합체인 미연방 및 핑커튼 요원들에게 뒤쫓기는 처지다. 아서가 20년을 충성한 반 더 린드 갱은 낯선 풍경들 사이에 갇혀 이리저리 내몰리며 몰락의 수순을 걷고, 시나리오 후반부터 급격히 쇠약해지는 아서의 병든 육신은 플레이 경험을 세계의 풍경과 동기화시킨다. 역사의 흐름과 인간 문명의 발전을 ‘황금시대’로부터의 점진적 쇠퇴로 인식하는 중세 역사관처럼, 〈레데리2〉의 게임 세계는 새 시대의 도래를 기념하기보다 이전 시대의 종말을 애도한다. 과거에 대한 향수는 무법자의 존재론으로 거듭난다. 우리 시대는 다 지나갔으며 세상이 더는 우릴 원치 않는다는 아서의 한탄은 무법자들의 좌절감과 위기의식을 간명하게 요약한다. 〈레데리2〉 재현의 철학의 대변자이기도 한 동시대 사상가 에블린 밀러가 문명 대 야생의 신화적 구도를 구세계 문명의 퇴폐와 신세계 자연의 순수로 변주하고 후자로의 회귀를 주장한다면, 밀러를 정신적 지주로 삼는 더치 반 더 린드의 리더십은 이를 다시 문명 대 무법자의 구도로 전유함으로써 범죄에 반체제적 투쟁이라는 대의를 덧씌운다. 더치와 아서는 무법자가 현재에서 미래로 돌이킬 수 없이 나아가는 근대 역사의 선형적 시간성과 불화하는 존재라는 핵심적 인식을 공유한다. 더치가 설파하는 사회 개혁이나 원시의 지상낙원 타히티로의 도피라는 비전은 아서의 향수와 마찬가지로 다가올 미래가 아니라 ‘좋았던 과거’를 향한다. 하지만 무법자들의 세계관은 역사적 현실에 시대착오와 자기기만이 뒤섞여 만들어진 왜곡의 결과물이다. 그들 마음속의 더 조화롭고 더 단순했던 과거, 생계형 강력범죄자가 환영받았던 과거는 존재한 적 없다. 따지고 보면 문명 대 야생의 이분법에서 무법자가 야생의 영역에 속하며 문명과 적대해 왔노라는 단순명쾌한 환원부터가 환상이다. 그들은 스스로도 문명 없이는 존재 불가능한, 서부 개척 시대 백인 문명 경계의 최전선이지, 야생이나 자연의 일부였던 적은 없다. 인간 제도가 없는 타히티(식민주의적 환상이다)로의 탈출을 꿈꾸지만, 텐트에서 축음기로 오페라를 감상하고, 대도시에서 목격한 세련된 삶에 매혹을 숨기지 못하는 더치의 모순처럼. 인지왜곡을 바탕으로 무법자들은 시대착오를 반복한다. 익숙한 방식 이외에는 변화하는 세상에 대응할 다른 방법을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거금을 기대하고 전차역 금고를 턴다거나(물론 푼돈밖에 없다) 석유 재벌 콘월을 살해하는(시스템화된 자본주의는 가령 적대 갱의 리더를 죽이면 전체가 와해되는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식의 행동은 집단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과오는 막연한 위기의식과 그럴듯한 수사를 갖췄을 뿐, (게이머에게는 『호모 루덴스』로 더 유명할) 요한 하위징아가 『중세의 가을』에서 조명한, 중세 말 부르고뉴와 네덜란드 등지 기사들의 시대착오적인 “기사도적 환상”이나(92), 리 패터슨이 초서를 통해 진단한, 중세 후기 영국 기사계급의 “자기인식의 실패”(230)에서 비롯한 정체성의 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된다. 급변하는 역사적 풍경에 맞서 만들어낸 자기기만적 세계관의 폐쇄회로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까닭이다. 추억보정이란 이름의 인지왜곡을 걷어내고 나면 과거의 실체는 어떤 모습일까? 갱이 돌이킬 수 없이 와해되는 순간에야 아서와 존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의 더치는 “우리가 생각했던 그런 사람”이었던 적이 있는가? 기실 이는 아서를 대체해 다음 세대 주인공이 될 존 마스턴이 꾸준히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존: 가끔은 세상이 우리가 기억하던 그런 모습이었던 적이 있긴 했는지 모르겠어. 우리들이 우리가 생각하던 그런 사람들이었던 적이 있긴 했는지. 아서: 내가 그랬지, 그렇게 땅굴 파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마스턴. 그런 생각 아무 도움 안 돼. 이동 중 발생하는 이 대화는 무법자들의 세계관과 자기인식이 어딘가 뒤틀려 있음을 일찍부터 암시하는 중요한 실마리지만, 플레이어가 목표 지점까지 너무 빨리 도착하면 대사를 출력할 시간이 부족해 생략된다는 점에서도 의미심장하다. 충직한 아서처럼, 당장의 임무 완수를 최우선 삼는 플레이어는 무법자들의 인지왜곡을 회의하거나 성찰할 기회를 놓치고 만다. 아서가 묵살했던 존의 질문은 시간이 한참 지난 뒤 아서의 결핵이 밝혀지는 시퀀스에서, 오직 명예 수치를 높게 쌓은 아서에게만, 보이스오버로 되돌아온다. 아서의 자기성찰은 오직 그를 조종하는 플레이어가 반복적인 선행을 통해 아서 내면에 선한 마음이 있으며, 그가 명예와 범죄 사이에서 자기분열적 모순을 치열하게 경험하고 있노라는 루도내러티브를 구성할 때라야만 가능해진다. 그렇게 죽음을 앞두고서야 아서는 선한 신념에 이끌리면서도 범죄를 일삼는 자기모순을 지탱해 온 것이 다름 아닌 스스로의 기만이었으며, 끝내 자신의 죽음을 결정한 것이 바로 그 자기기만이었음을 깨닫는다. 반면 명예 수치가 낮은 아서에게 자기성찰의 기회는 없다. 자기 자신은 스스로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맞느냐는 질문은 악인에 가까운 아서의 뇌리를 죽는 순간까지 스치지 않는다. 또다른 ‘아서 왕의 죽음’으로서〈레데리2〉는 자기인식의 실패가 이끄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체험 가능한 서사로 구현한다. 종국에는 〈레데리2〉의 철학을 대변해 온 에블린 밀러도 같은 운명을 맞는다. 서구 문명의 병폐를 비판하는 내내 스스로 그 일부였음을 뒤늦게 깨달은 밀러의 최후를 목도한 뒤 존은 일기에 적는다. 그 많은 학식도 가엾은 밀러 씨를 “자기 스스로 생각했던 것만큼” 지혜로운 사람으로 만들진 못했노라고. 궁극적으로 이는 〈레데리2〉 자신조차 끝내 벗어나지 못하는 과오다. 〈레데리2〉는 무법자들을 역사적 몰락의 풍경에 깊이 연루된 존재로 묘사하기 위해 이들을 오히려 탈역사화하는 모순을 범한다. 에스더 라이트는 〈레데리2〉가 서부의 역사를 곧 서구 근대 문명 진보의 역사로 표상하는 전통을 성찰하는 태도를 취하지만, 종국에는 서구·백인·남성 중심 진보의 서부 역사관을 재생산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Rockstar Games,” “Women out of Date”). 이 재생산 과정에서 게임은 번번이 반 더 린드 갱이나 ‘옛 서부’의 과거를 상징적 인간 역사 이전의 상태로 표상하려는 충동에 시달린다. 결국 〈레데리2〉는, 어쩌면 필연적으로, 무법자들이 범하던 과거의 편집이라는 오류를 좀더 교묘한 방식으로 수행한다는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레데리2〉에서 성찰은 가능하지만, 오직 최후의 순간에야 가능하다. 그리고 이 필연적인 완성이자 종말의 순간을 지연하는 것이 〈레데리2〉의 전략이다. 지연하는 오픈월드, 팽창하는 게임 오픈월드 시스템을 빼놓고 〈레데리2〉를 제대로 논의하기는 불가능하다. 세기전환기 미국 땅을 방대하고, 치밀하며, 상호작용 가능한 공간으로 구현한 〈레데리2〉의 게임 세계는 발매 이래 꾸준히 찬사의 대상이었고, 아직까지 번번이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지는 장소다. 하지만 이는 게임을 둘러싼 불평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레데리2〉의 오픈월드가 동시대 게임 테크놀로지로 구현 가능한 플레이어 자유도와 비선형적 게임 경험의 지평을 확장하는 반면, 상술한 메인 시나리오는 극단적으로 선형적인 플레이 경험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레데리2〉에서 시나리오 미션과 오픈월드 상호작용, 선형성/비선형성 간 괴리와 불협화음은 전례 없이 극대화된다. 로맨스의 오랜 관심사이기도 했던 이 긴장을 〈레데리2〉는 오직 디지털게임만이 가능한 방식으로 주제화한다. 서사의 비집약성과 비선형성은 문학 양식이자 장르로서 로맨스를 특징짓는 요소다. 로맨스는 결말을 향해 내달리기보다 산만하게 떠돌아다니며, 우연한 조우를 통해 모험의 원래 목적과 상관없는 곁가지로 빠지기를 반복한다. 로맨스의 이러한 성격은 서사의 필연적 선형성에 저항하는 충동으로 해석되곤 한다. 패트리샤 파커는 로맨스가 불가피한 결말을 끝없이 지연하는 팽창의 양식이라고 정의한 바 있고(4, 63), 리 패터슨은 로맨스가 개인의 사적인 이야기에 주목함으로써 역사적 의식을 억누르는 힘을 지닌 장르라고 해석한다(107). 기사 로맨스의 주인공인 편력기사(knight errant)의 errant는 모험의 방랑을 뜻하지만, 인식적·도덕적 탈선을 뜻하는 error에서 파생된 말이기도 하다. 로맨스의 팽창하는 모험은 이야기를 지연하고, 필연적인 종말과 완성의 순간을 유예하며, 선형적 시간성에 저항하며 서사적·물리적·도덕적 방황 자체의 즐거움에 주목하는 일이다. 이는 〈레데리2〉가 역사에 뒤쫓기는 무법자 아서 모건을 플레이하는 경험을 통해 구현하는 바이기도 하다. * “실패: 잘못된 말에 안장을 얹었습니다.” 일단 시나리오 미션에 진입하면, 시시각각 개입하는 시스템 인터페이스의 지시사항을 충실히 따르지 않았다간 온갖 기상천외한 사유로 게임오버를 당하기 십상이다. 〈레데리2〉의 시나리오는 선형적 시간성에 관한 자의식적 루도내러티브를 구성한다. 증기기관차처럼 내달리는 근대 선형적 역사의 흐름을 구시대의 무법자는 거스를 수 없다. 〈레데리2〉가 전작 〈레드 데드 리뎀션〉(이하 〈레데리1〉)의 프리퀄임을 고려하면, 예정된 종말의 미래로 치닫는 〈레데리2〉의 시간의 흐름은 더더욱 필연적이고 불가피하게 다가온다. 아서나 플레이어는 한 시대의 끝을, 갱의 분열과 몰락을, 아서 자신의 죽음을 결코 막을 수 없다. 시나리오 미션이 구성하는 게임플레이의 선형성 역시 플레이어 행위자성의 감각을 저해한다. 시나리오 미션 내내 플레이어는 시스템 인터페이스의 개입을 끊임없이 마주한다. 정확히 특정 지점으로 이동해 정확히 특정 행동을 수행하라는 지령은 종종 강제적인 조작 매뉴얼에 가까워지고, 여기서 이탈해 비선형적 플레이를 추구하는 시도는 게임오버로 차단된다. 결국 이 손쓸 수 없는 몰락의 이야기를 진행하며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자유란 기껏해야 번번이 돌아오는 전투 구간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살상을 자행할지 정도뿐인데, 이는 아서가 시대의 변화 앞에 좌절감을 느끼며 폭력적 충동을 다스리기 어렵다고 고백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주체를 좌절시키는 (역사와 게임 시스템의) 선형적 힘이야말로 〈레데리2〉의 서사와 플레이경험이 동기화되는 지점이다. 반면 〈레데리2〉의 비선형적 오픈월드 시스템은 이 선형적 시간성에 저항하는 지연과 팽창의 경험을 극대화한다. 오픈월드는 게임플레이를 시나리오로부터 이탈시키고, 사건과 사건 사이의 틈을 비집고 팽창시킴으로써 선형적 시간의 흐름을 지연한다.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두 세계는 암묵적으로 전혀 다른 법칙에 따라 작동한다. 시나리오 미션에서 반 더 린드 갱의 몰락이 조밀한 인과관계 속에서 긴박하게 진행되는 반면, 오픈월드에서는 밤낮이 수없이 바뀌며 아서의 수염이 자라고 체중이 변할지언정 갱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선형적 플레이를 조작 단위로 강제하던 시스템 인터페이스의 개입이 몰입적 플레이를 강조하는 오픈월드에서 자취를 감추는 것은 물론이다. 오픈월드의 전례 없는 규모와 디테일, 높은 상호작용성은 물리적 플레이타임은 물론, 시나리오에서 좌절되었던 행위자성의 감각마저 팽창시킨다. 실패·도피·배신의 드라마의 구심점인 갱 캠프를 떠나 플레이어는 드넓은 자연을 탐험하며 수백 종의 동물들을 관찰하고 사냥하거나, 길에서 우연히 조우하는 행인과 상호작용하거나, 마을에 들어가 목욕과 이발을 한 뒤 포커를 치고 짐승 가죽으로 옷을 지어 입고, 갱의 명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온갖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비선형적 활동에 역동적으로 반응하는 오픈월드는 자유로운 자기실현의 감각을 통해 플레이어를 끝없이 붙들어 놓는다(비약적으로 불어나는 플레이타임이 암시하듯 이 행위자성 감각의 팽창이야말로 게임플레이의 즐거움의 요체인지도 모른다). 〈레데리2〉 오픈월드의 비선형적 플레이경험은 선형적 역사의 시간에 맞서 종말의 미래를 끝없이 유예하는 지연의 시간성을 구성한다. 결핵으로 소진되어 가는 아서의 생명조차 선형적 시간이 지배하는 시나리오 미션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영원하다. 역사 바깥에, 비선형적 편력의 세계에 머무는 한 아서 왕은 죽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자기기만일 것이다. 서부의 가을, 또는 “끝없는 여름” 〈레데리2〉는 개인을 좌절시키는 역사의 흐름과 그것을 뿌리치려는 개인의 충동 간 긴장을 게임화한다. 이는 아서의 죽음 이후 에필로그와 포스트게임의 플레이어 캐릭터로 거듭나는 존 마스턴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에필로그에서 존은 폭력의 세계에서 벗어나 정직한 삶을 일구고, 옛 배신자에게 복수함으로써 과거에 매듭을 짓는다. 엔딩크레딧 시퀀스는 〈레데리2〉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레데리1〉을 예고한다. 마침내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진 존과 애비게일의 결혼식 장면과 정부 요원들이 그의 자취를 추적해 오는 장면이 교차하고, 그 위로 게임 클리어 업적을 달성했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다. 업적 이름은 “끝없는 여름”이다. 크레딧이 모두 지나가고 나면 마침내 시나리오 미션의 제약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포스트게임 오픈월드를 존과 플레이어는 영원히 누빌 수 있다. 〈레데리2〉의 결말로부터 〈레데리1〉의 오프닝으로 향하는 이 거역 불가능한 선형적 시간 한가운데서, 머지않아 또다시 찾아올 폭력과 죽음의 미래는 끝없는 여름의 정지된 시간 속에 언제까지고 유예된다. 하지만 이는 다가올 미래를 없는 일로 만들지는 못한다. 머지않아 불청객이 방문할 것이고, 존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폭력의 세계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자유로워졌다고 믿었던 순간 자기 손으로 일군 농장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을 것이다. 결국 〈레데리2〉의 존은 역사로부터 자유로운 삶이 가능하다는 착오에 빠진다. 그는 무법자였던 과거를 청산함으로써 개인의 역사로부터의 자유를, 복수를 통해 되찾은 돈으로 은행빚을 청산하고 자기 소유 농장을 유유자적 경영함으로써 동시대 사회라는 역사로부터의 자유를 얻는다. 포스트게임 오픈월드의 영원한 여름의 시간 속에서 선형적 시간은 힘을 잃고, 무한한 활동의 자유 속에 행위의 인과는 의미를 상실한다. 물론 이는 환상에 불과하다. 그로부터 4년 뒤, 〈레데리1〉은 역사로부터 자유로운 * 엔딩크레딧 시퀀스 위로 뜨는 에필로그 클리어 업적 달성 메시지, “트로피 획득! 끝없는 여름”. 하지만 이 여름이 어떻게 끝나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개인이라는 (미국적인) 꿈이 얼마나 큰 착각이며 자기기만이었는지 무자비하게 폭로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결국 존 마스턴은 다시금 세상이 자기가 생각하던 그런 곳이 아니었음을,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던 그런 사람이 아니었음을 깨달을 운명이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모든 것이 가을을 가리키고 있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는 한 서부의 여름은 영원할 것이므로. 그렇게 아서 왕의 죽음 뒤에도 존과 플레이어는 다시 한번 종말을 지연하고 인식적 과오 속에서 즐거움이 팽창하는 ‘로맨틱한’ 편력을 계속한다. 끝없는, 여름이었다. 1) 오늘날 낭만적 사랑을 다루는 장르로 통용되는 로맨스(romance)는 본디 서양 중세에 등장한 서사 문학 양식이자 장르를 가리키는 말로, 주로 기사 개인의 모험과 탐색, 사회적 규범과 폭력적 충동 사이의 긴장, 숙녀와의 사랑 등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 참고문헌 Cooper, Helen. Introduction. Le Morte Darthur: The Winchester Manuscript, by Sir Thomas Malory, edited by Cooper, Oxford UP, 2008, pp. vii-xxx. Huizinga, Johan. Autumntide of the Middle Ages: A Study of Forms of Life and Thought of the Fourteenth and Fifteenth Centuries in France and the Low Countries. Translated by Diane Webb, edited by Anton van der Lem and Graeme Small, Leiden UP, 2020. Parker, Patricia A. Inescapable Romance: Studies in the Poetics of a Mode. 1979. Princeton UP, 2015. Patterson, Lee. Chaucer and the Subject of History. U of Wisconsin P, 1991. Red Dead Redemption 2. Rockstar Games, 2018. Wright, Esther. “Rockstar Games, Red Dead Redemption, and Narratives of ‘Progress.’” European Journal of American Studies, vol. 16, no. 3, 2021, pp. 1-19. ---. “Women Out of Date.” Bullet Points Monthly, December 2018, https://bulletpointsmonthly.com/2018/11/12/women-out-of-date/. Accessed 11 June 2022.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연구자) 김선오 영문학을 전공하고 중세 로맨스에서 여성의 사랑이 재현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게임은 오랫동안 꾸준히 플레이해 왔지만, 특히 중학생 때 코에이의 대항해시대 프랜차이즈를 접하지 않았더라면 삶의 궤적이 전혀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하곤 한다. 비디오게임, 영화, 드라마 등 동시대 미디어가 역사, 역사적 배경, 그리고 역사와 개인(특히 여성)의 관계를 다루는 방식에 관심이 많다.
- Three Trends in Western AAA Games Research: Creators, Culture, and Cash.
The AAA space continues to be one where art, industry, and culture coalesce. What games research attunes us to most is that each of these elements, while moving forward, seems to be stuck in stasis where the problems of the past remain unresolved. In the pleasure of the next big release, the anticipation of the next hype cycle, and the excitement of the next awards ceremony, it’s clear that AAA development is no-doubt heading full-bore into a future of even greater artistic heights, but these heights come with even more troubling extremes. Despite interventions on the part of games journalists and academics, and mobilization attempts from game workers, long-standing and pervasive issues with the legitimacy of games, and the exploitation of workers and players alike, persist. Academic work on the AAA space shines a spotlight on the issues that continue to go unresolved while major gaming studios propel forward in the perpetual quest for artistic recognition, prestige, and the almighty dollar. < Back Three Trends in Western AAA Games Research: Creators, Culture, and Cash. 10 GG Vol. 23. 2. 10. On December 8th, 2022, the 9th iteration of The Game Awards, a Hollywood-style awards show “celebrating the best in games,” streamed live to 103 million viewers. 1) Not unlike the Oscars, The Game Awards is an amalgamation of industry recognition for games large and small, a validation of the artistic or technical merits of games, and an indicator of the cultural spaces games are being marketed towards. While The Game Awards does recognize smaller games, it is largely part of the cultural apparatus of AAA marketing and recognition for the most recent blockbuster games. Indeed, the Game Awards have been a hype and marketing machine, where numerous awards are given out rapid-fire style without ceremony or acceptance speeches to make room for trailers, first-looks, and gameplay premieres, some of which include elaborate musical presentations, or lead-ins from super-star creators like Hideo Kojima, famous for the Metal Gear franchise (Konami), and more recently Death Stranding (Kojima Productions, 2019). The largest AAA titles such as last year’s God of War: Ragnarok (Sony, 2022) and Game of the Year Winner Elden Ring (FromSoftware, 2022) get the lion’s share of the screen time, and while smaller games are not forgotten, it is mainly a night to celebrate and market big budget and mainstream games. Not inconsequentially, the night ended with a now-infamous young man crashing Hidetaka Miyazaki’s acceptance speech - another reminder that no matter how much we dress up mainstream games culture there is a level of meme-driven social deviance bubbling beneath the artifice. This confluence of socio-economic forces as seen through the pageantry of The Game Awards is emblematic of three linked trends within Western research on the AAA game space: First is the creative domain and the artistic merits of big budget games. Second is the cultural domain, which is concerned with both the studio spaces and work environments that produce and ship these large-scale projects, which tie into the cultures of play that grow out of communities of players. Third is the monetary element through the marketing and monetization of games as premium entertainment experiences. This article is a brief introduction to a small portion of the discourse around these trends in the context of AAA games. To begin with the creative and artistic merits of games, it’s important to understand that a great deal of media and scholarly attention on games into the late 1990s and early 2000s focused on the harms and benefits of games on society, with the largest emphasis on the impact of violent gaming content on children and youth. 2) While many players and some scholars of this time implicitly understood games as having artistic value, there was a prevalent current of thought that saw games as a lesser media form. As Felan Parker notes, the discussion around games and their artistic merit came about in the wake of American film critic Roger Ebert’s notorious, and still oft-quoted comments, “that games can never be art,” between 2005 and 2010. 3) More attention within journalism and academic spaces was reserved for this debate in the wake of these comments, and one strategy to uplift games from this ‘non-art’ assumption was to elevate game designers as auteur figures, not unlike world-famous Hollywood directors who are able to leave a distinct artistic flourish on their games. 4) This trend is still visible through the elevation of key directors at The Game Awards just a few months ago. AAA games, due to their high visibility and large budgets for production and marketing, maintain a status as flagship games for new consoles. They are also more likely to be games that push the technological limits of design, and so dominated the discussion of artistic games until the indie boom of the early 2010s. Brendan Keogh notes that AAA game studios operate under large publishers most interested in making profits, and so many games designed within a AAA framework have traditionally been conventional or risk-averse. 5) Yet, the legend of the videogame auteur continues, and games like Kojima’s Death Stranding (Kojima Productions, 2019) can make unconventional choices regarding gameplay and aesthetic, while ‘indie’ games make up a much smaller portion of games discourse than they did through the 2010s. In part, AAA has both been influenced by and co-opted elements of ‘Indie’ design and aesthetic. 6) There are certainly familiar AAA games that do not defy convention with any regularity, such as annual sports releases or FPS franchises like Call of Duty (Activision). Awards season, and to a larger extent games journalism, has adapted to celebrate a form of AAA game that takes the familiar tropes and genre conventions of yesteryear’s big budget titles while providing the slightest bit of something new or challenging to our collective sensibilities, thereby offering a hint of indie spirit that upholds the idea that these titles are the products of auteurs. In part because the ‘are games art’ debate is still alive in popular culture, players and the industry support this arrangement because it seems to validate gaming as an activity, while elevating the cultural cache of games which will ultimately sell more copies and grow the consumer base. The inner workings of the AAA studio space are unfortunately lost in the emphasis of the auteur figure, but this has also been taken up in academic work on AAA games. There are two prominent topics when thinking about AAA work culture: overwork and the gendered work space. An early piece on overwork in the games industry was written by Dyer-Witheford and de Peuter in 2006, and examined labor exploitation, burnout, worker turnover, and struggles to unionize within this extreme work culture. 7) Twelve years later, in 2018, former Kotaku writer Jason Schreier posted an exposé on the overwork, or ‘crunch culture’ within Rockstar Games as the company was finishing work on Red Dead Redemption II (Rockstar Games, 2018). 8) Despite being a known issue within big budget game development for nearly two decades, crunch persists and continues to be a key topic of analysis, particularly as scholars explore possibilities for unionization and workers rights. 9) Related to this is the gender divide within game studios. Drawing from a 2013 Game Developer’s Magazine survey, deWinter and Kocurek point out that “the gendered disparity in salary is significant in all areas of game employment except programming and engineering (which is 96 percent male).” 10) Contrary to assumptions that this is because women to not play games or are averse to entering the games industry, deWinter and Kocurek found that women were far more likely to be alienated by the workplace culture that has itself been influenced by the toxic and misogynist elements of game culture, and as a consequence would burn out more quickly and leave the industry. 11) Much of the work written on games culture indirectly engages with AAA games precisely because of this feedback loop between the culture and the workplace. Critically, any change to either the player culture or work culture of gaming needs to occur simultaneously between the labor and leisure spaces of gaming culture. Recently much of the focus on AAA games, and gaming in general, has been on business models and monetization. In particular, the prevalence of microtransactions, loot boxes, and battle passes. While these tend to be associated with mobile and free-to-play games, there is no set definition for AAA games and so there is no inherent exclusion of a game from the AAA category based on a free-to-play model. As Daniel Joseph’s work on battle passes shows, big-budget games produced by large studios, such as Apex Legends, DOTA 2, or Fortnite, can use free-to-models and microtransactions as the primary method of monetizing their games. 12) Importantly for Joseph, these models effectively turn games into shopping platforms that obfuscate their primary goal of extracting money from the consumer. 13) Exactly how predatory these models are becoming is of great concern, as is the way microtransactions change what kinds of AAA games are being made as there is a much larger emphasis on the service, or seasonal model of games precisely because they can make more money off of their players. It isn’t just a question of exploitation, but how these monetization models change the way AAA games are made and how they’re consumed. Building on the labor issues within AAA design, this also is creating new forms of crunch, as Joseph points out that Fortnite developers “...reported exhausting 100-h work weeks due to the massive success of the game and the drive to constantly be developing for the next season and battle pass.” 14) The AAA space continues to be one where art, industry, and culture coalesce. What games research attunes us to most is that each of these elements, while moving forward, seems to be stuck in stasis where the problems of the past remain unresolved. In the pleasure of the next big release, the anticipation of the next hype cycle, and the excitement of the next awards ceremony, it’s clear that AAA development is no-doubt heading full-bore into a future of even greater artistic heights, but these heights come with even more troubling extremes. Despite interventions on the part of games journalists and academics, and mobilization attempts from game workers, long-standing and pervasive issues with the legitimacy of games, and the exploitation of workers and players alike, persist. Academic work on the AAA space shines a spotlight on the issues that continue to go unresolved while major gaming studios propel forward in the perpetual quest for artistic recognition, prestige, and the almighty dollar. 1) Zheng, Jenny. “The Game Awards 2022 Received Over 103 Million Views, Sets New Viewership Record.” Gamespot. December 16th, 2022. 2) Ivory, James D., “A Brief History of Video Games.” The Video Game Debate: Unraveling the Physical, Social, and Psychological Effects of Digital Games. Edited by Rachel Kowert and Thorsten Quandt. New York and London: Routledge, 2016, 16-17. 3) Parker, Felan. “Roger Ebert and the Games-as-Art Debate.” Cinema Journal 57, no 3 (2018):77-79. 4) Ibid., 95-96. 5) Keogh, Brendan. “Between Triple-A, Indie, Casual, and DIY: Sites of Tension in the Videogames Cultural Industries.” The Routledge Companion to the Cultural Industries. Edited by Kate Oakley and Justin O’Connor. New York and London: Routledge, 2015. 153-154. 6) Lipkin, Nadav. “Examining Indie’s Independence: The Meaning of ‘Indie’ Games, The Politics of Production, and Mainstream Co-optation.” Loading… The Journal of the Canadian Game Studies Association 7, no 11 (2012): 8-15. 7) Dyer-Witheford, Nick, and de Peuter, Greig. “‘EA Spouse’ and the Crisis of Video Game Labour: Enjoyment, Exclusion, Exploitation, Exodus.” Canadian Journal of Communication 31, no 3 (2006): 599-617. 8) Schreier, Jason. “Inside Rockstar Games’ Culture of Crunch. Kotaku. October 23rd, 2018. 9) Cote, Amanda, and Harris, Brandon, C. “‘Weekends Became Something Other People Did’: Understanding and Intervening in the Habitus of Video Game Crunch.” Convergence: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New Research into Media Technologies 27, no.1 (2021): 161-176. 10) deWinter, Jennifer and Kocurek, Carly. “” Gaming Representation: Race, Gender, and Sexuality in Video Games. Edited by Jennifer Malkowski and Treaandrea M. Russworm. Bloomington: Indiana University Press, 2017, 65. 11) Ibid. 12) Joseph, Daniel. “Battle Pass Capitalism.” Journal of Consumer Culture 21, 1 (2021):68-83. 13) Ibid., 81. 14) Ibid.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Game Researcher) Marc Lajeunesse Marc is a PhD candidate in Concordia University's department of communication studies in Montreal, Canada. Marc’s research focuses on toxicity in online games. He is driven to understand toxic phenomena in order to help create more positive conditions within games with the ultimate hope that we can produce more equitable and joyful play experiences for more people. He has published on the Steam marketplace and DOTA 2, and is a co-author of the upcoming Microstreaming on Twitch (under contract with MIT Press). (게임연구자) 나보라 게임연구자입니다. 게임 플레이는 꽤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게임학을 접한 것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우연히 게임 수업을 수강하면서였습니다. 졸업 후에는 간간히 게임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연구나 저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역사>, <게임의 이론>, <81년생 마리오> 등에 참여했습니다.
- 레벨 업: 말레이시아 비디오 게임 문화 개관
분명히 는 말레이시아산 게임의 잠재력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구조적 문제에 얽매여 있기도 하다. 이 사례가 더 넓은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해하려면, 말레이시아 게임 산업 전반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Back 26 GG Vol. 25. 10.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Editor-in-Chief in GameGeneration) (Editor-in-Chief in GameGeneration) KyungHyuk Lee Game critic and researcher. Since 2015, he has made games his life's work—as a critic, examining how games relate to society, and as a researcher, exploring how games, as commodities, take their place within it. He is the author of Mario, Born in '81 (2017) and The Birth of In-Game Spending (2022), among other works, and has contributed to documentaries including EBS's Docuprime as well as columns across various outlets.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research analyzing digital games as time-rights commodities.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lab Dragon Lab and serves as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 Towards more responsible representational practices in games
How we talk about a medium reveals a lot about who we consider its target audience or user and what purposes we attribute to their engagement with the medium. The public discourse on digital games in both Europe and North America, have for many years been characterized by the idea, that digital games was, roughly speaking, for young, teenage boys, who spend hours upon hours painted by the luminescence of the computer screen and immersed in mindless entertainment. This was of course never true. < Back Towards more responsible representational practices in games 04 GG Vol. 22. 2. 10. - 이 글의 한글 번역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gamegeneration.or.kr/board/post/view?pageNum=1&match=id:88 Towards more responsible representational practices in games How we talk about a medium reveals a lot about who we consider its target audience or user and what purposes we attribute to their engagement with the medium. The public discourse on digital games in both Europe and North America, have for many years been characterized by the idea, that digital games was, roughly speaking, for young, teenage boys, who spend hours upon hours painted by the luminescence of the computer screen and immersed in mindless entertainment. This was of course never true. Recently, however, many people have begun questioning this stereotype gamer and exploring the diversity of people who actually play games. But who are these ‘other’ players then? They may be toddlers who play their first game on their parents’ smartphone, the retired woman immersed in a game of Wordfeud, the ‘granny gamer’ playing CS: Go with their grandchild. But they may also be gaymers socializing around a game of Fortnite, or the young mother playing on her Nintendo Switch while her baby sleeps next to her and so on. Critiquing the norms of game culture Digital games are of course not played by stereotypes but by actual players who experience the games they play in unique and individual ways. During the last 10 years, game journalists, cultural critics and scholars have discussed the issue of representation of gender, ethnicity, disability, age, and bodies and in mainstream games. Although these discussions took off with the greatest intensity in North America, they are now also gaining speed in a European context under the heading of norm critique. The discussions about representation in games are essentially about three things: First, how does games portray different identities or aspects of peoples’ identities, if at all. Second, what is the representation of marginalized people in the player base of different games. And third, how are marginalized people represented in the game industry and under what conditions are they working. These three things are often intertwined in public discourse. It is often assumed that if a game represents someone, e.g., women, in a negative way, female players will generally turn away from the games. It is also often assumed that better representation of marginalized people in the game industry will result in better portrayals of these people in the game. Although there is certainly some truth to this, game scholars have also pointed out, that reality is much more complex than that. Games addressing serious topics Several studies have revealed a long-lasting imbalance in the number of female game characters, their roles and function in the game, and found that in their visual appearance, female characters have typically been highly sexualized. An analysis of over 500 games released between 1983 -2014 shows, that the sexualization of the female body peaked in the late 90’s and have been declining since 2006. This decline may mark a slow change in the way that the overall game industry thinks about their own games and its ability to address and raise awareness of serious topics. When British game company Ninja Theory, for example, released their game Hellblade: Senua’s Sacrifice in 2017, creative director of the company, Tameem Antoniades, explained in an interview that they wanted the game to be more than just entertainment, as they tried to offer an experience of how it is to suffer from psychosis, that would feel true to player. Similarly, Forgotten, a Danish indie game demo released in 2018, aimed to represent what it feels like to suffer from Alzheimer disease. The game is currently under development by Autoscopia Interactive. The European indie game industry has also started considering how to tell stories from the perspectives of socially and economically marginalized people. Bury me, my love, developed by French game company The Pixel Hunt, tells the story of a Syrian refugee as she makes her way through Europe to Paris. When another British AAA-game company, Playground Games, released the fifth installment in their racing game series Forza Horizon in Autumn 2021, it reached the headlines of mainstream media, that the character creation module in the game allowed players to choose gender-neutral pronouns to their character, as well as fit their characters with prosthetic limbs. Although much debate focusses on the representation of game characters, inclusive game design is of course not limited to this specific issue. The emergence of the indie game industry also sees an increase of games that delivers experiences that go beyond the well-tested model of the AAA-industry and offers modes of play that catered to players who cannot afford sitting several hours fixed in front of a computer. This is particularly true in Denmark where the game industry is mostly comprised of small-scale, indie developers, except from a few bigger studios such as IO Interactive. *Forgotten is a short game that aims to convey the experience of how it is to live with Altzheimer’s disease. In the image, the faces of game characters are blurred to give a sense of memory loss and disorientation. Expanding the player base This slow change can in part be explained by the second issue – the diversity of the player base. It seems that the game industry is becoming increasingly willing to try to reach a new target audience and in different ways cater for the diversity of the player base. Research shows that there is no direct causal relation between the representation of marginalized identities in games, and the diversity of the player base, and that marginalized groups, such as LGBTQ-people, have played games despite negative portrayals of LGBTQ characters in the game. As even mainstream media have gained an interest in the problematic portrayals of marginalized people in games, it becomes increasingly difficult for game companies to continue to reproduce these negative stereotypes. On the other hand, this public discourse also serves as an incentive to the game industry to latch onto new target demographics with strong spending powers. However, negative portrayals of marginalized identities in games only account for half of the problem. Many marginalized groups still experience bullying, discrimination and abusive behavior when playing especially online games. Here, it is interesting to note, that when it comes to the marginalization of players, the discourse in Europe primarily revolves around the experience of (young) female players. The conditions of other marginalized groups, such as various ethnicities, socially- and economically marginalized people, and so on, are still lacking in the public discussions. This means, that while game have begun to tackle the issue of how to respectfully convey the stories of these marginalized identities, the game industry, have still not grasped the potential of addressing these groups as players. Improving working conditions through unionizing The marginalization of people in the game industry have received considerable attention in the last couple of years. Although this issue already attracted attention ten years ago, when marginalized workers, and especially female workers, of the game industry began spreading stories of discrimination, sexism, and harassment under the hashtag #1ReasonWhy , these issues have made the headlines again the last couple of years, as toxic work culture, sexual misconduct and abusive behavior have been exposed in the European AAA-industry. In the context of North Europe, scandals of a similar magnitude have yet to be exposed, although media stories have documented some cases of abusive conduct. Trade unions appear as obvious institutions to tackle such issue and better the conditions for marginalized workers. But even though the Scandinavian countries generally have a strong tradition for unionizing, it should be noted that worker in the Scandinavian game industry are still not by large unionized. Therefore, while many discussions are ongoing in the public discourse about how games responsibly represent marginalized people and how to provide an inclusive culture for players falling outside the normative stereotype of the male gamer, the is still call for a change in the organization of the game industry.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Game Researcher) Ida Jørgensen Holds a PhD in game studies from the IT University of Copenhagen, Denmark where her research revolved around gender representation, game culture and games as media. Today she works as a postdoctoral researcher at the University of Southern Denmark. (게임연구자) 나보라 게임연구자입니다. 게임 플레이는 꽤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게임학을 접한 것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우연히 게임 수업을 수강하면서였습니다. 졸업 후에는 간간히 게임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연구나 저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역사>, <게임의 이론>, <81년생 마리오> 등에 참여했습니다.
- [북리뷰] 여성 게이머는 총을 쏠 수 있는가? 그리고 이 질문은 왜 중요한가?
이 책은 ‘여성 게이머는 총을 쏠 수 있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에서 출발하여 게이머, 게임 캐릭터, 게임 산업 관련 종사자 앞에 ‘여성’이라는 이름이 붙었을 때 마주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과 불편함, 그리고 이런 문제들이 왜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가에 대해서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단순히 ‘이런 사례가 있고 그래서 나쁘다’는 식의 단편적인 나열이 아니라 앞서 밝힌 문제들이 어디에서부터 기인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면서 과연 지금까지 여성을 위한, 여성을 그린, 여성에 의한 게임이 존재하였는가에 대한 질문도 함께 던지고 있다. < Back 13 GG Vol. 23. 8.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Juhyung Shin Conducts research mainly on serious games and the places where serious games are played. Also takes part in the game archiving project at the Ritsumeikan Center for Game Studies (RCGS).
- MMORPG 레이드와 확률에 대응하는 플레이어
게임은 ‘불확실성’의 매체다. 보통 게임에서 불확실성은 두 차원으로 작동하는데, 하나가 게임의 결과와 관련된다면, 다른 하나는 게임 시스템에 의해 제공되는 특정 기회의 작동과 관련된다. 고도의 플레이 스킬을 요구하는 게임이든 운 중심으로 플레이되는 게임이든, 플레이어가 그에 참여해 플레이한 결과가 어떤 것일지는, 실제 플레이를 끝내기 전까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다. < Back 17 GG Vol. 24. 4.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ShinKyu Kang Editorial board member of Culture/Science, a journal specializing in cultural theory. Researches media and culture, including games, broadcasting, comics, and fandom. Books include Fandom in Flux: From Play to Labor, From the Real to the Virtual (2024), Subculture Criticism (2020), IP: The Beginning of Every Story (2021, co-authored), Third Life: New Lifestyles in the Age of Technological Revolution (2020, co-authored), and The Theory of Games: From Play to Digital Games (2019, co-authored). Papers include "Fun Without Winning: Sociality, Agency, and Striving Play in Parent-Child Game Play" (2024), "Fandom That Consumes Communication: Idol Fan Platforms and the Reconfiguration of Fandom" (2022), "How Does 'In-Game Spending' Become Play?: Focusing on In-Depth Interviews with Whale Game Players" (2022, co-authored), and "Gamifying Broadcasting: From Producerly Text to Playerly Text" (2019).
- 여름은 언제 시작할까 - 북미 최대의 게임쇼, E3가 맞이한 변화와 도전
미국에는 100일간의 여름(100 days of summer)라는 개념이 있다. 5월의 마지막 월요일에 자리잡고 있는 공휴일인 메모리얼 데이를 여름의 시작으로 본다. 한국으로 치면 현충일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 메모리얼 데이는 가진 의미와는 상관 없이 그렇게 한국의 절기로 치면 입하같은 날이다. 그리고 여름의 끝은 9월의 첫째 월요일인 레이버 데이다. 노동절 연휴가 되면 이제 여름이 끝났음을 실감한다. 대략 이 기간이 100일이기 때문에 이 때를 100일간의 여름이라고 부른다. 한국에서도 소소한 인기를 끈 영화 500일의 썸머 또한 이런 개념에서 제목을 빌려온 것이다. 여름에 특별한 시작과 끝이 있다는 개념. 이 개념에 입각해서 보자면 게이머들에게 여름의 시작과 끝은 뭘까? 게이머들에게 여름의 시작은 E3고 끝은 게임스컴이다. < Back 여름은 언제 시작할까 - 북미 최대의 게임쇼, E3가 맞이한 변화와 도전 01 GG Vol. 21. 6. 10. 여름은 언제 시작할까? 한국에는 입하라는 날이 있기 때문에 이 날이 공식적으로 여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절기상 여름 말고 사람들은 누구나 본인의 문화적 배경이나 취향에 따라서 서로 다른 날을 여름의 시작으로 생각할 것이다. 미국에는 100 일간의 여름 (100 days of summer) 라는 개념이 있다 . 5 월의 마지막 월요일에 자리잡고 있는 공휴일인 메모리얼 데이를 여름의 시작으로 본다 . 한국으로 치면 현충일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 메모리얼 데이는 가진 의미와는 상관 없이 그렇게 한국의 절기로 치면 입하같은 날이다 . 그리고 여름의 끝은 9 월의 첫째 월요일인 레이버 데이다 . 노동절 연휴가 되면 이제 여름이 끝났음을 실감한다 . 대략 이 기간이 100 일이기 때문에 이 때를 100 일간의 여름이라고 부른다 . 한국에서도 소소한 인기를 끈 영화 500 일의 썸머 또한 이런 개념에서 제목을 빌려온 것이다 . 여름에 특별한 시작과 끝이 있다는 개념 . 이 개념에 입각해서 보자면 게이머들에게 여름의 시작과 끝은 뭘까 ? 게이머들에게 여름의 시작은 E3 고 끝은 게임스컴이다 . 매년 E3 가 열리던 6 월은 게이머들에게 올해 대작들은 뭐가 나오는지 볼 수 있고 더운 여름 집 안에 혹은 사무실에서 ‘돌릴’ 게임이 뭔지 생각해 보는 시기였다 . 화려한 부스들이 가득한 E3 의 행사장에 가지 못하면 무척 아쉽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 역사적으로 봐도 E3 는 ‘산업종사자들을 위한 행사’였던 기간도 꽤 길다 . 일반적인 게이머들은 행사장에 들어갈 수 없었을 때도 많았다는 이야기 . 하지만 E3 는 언제나 일반 게이머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 대형 게임사들이 발표하는 뉴스만으로 많은 사람들을 설레게 했기 때문이다 . 그래서 북미의 게이머들에게 E3 는 ‘게임의 여름’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 코로나는 모든 것을 바꿔 놓는다 . 게임의 여름도 . 하지만 2020 년에는 게임의 여름이 없었다 . 코로나가 여름이란 존재를 삭제해버렸다 . E3 뿐만 아니라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오프라인 이벤트들이 취소됐다 . 미국 내에서 2020 년에 가장 크게 유행을 탔던 말을 하나 꼽자면 ‘취소’ (cancel) 였을 정도 . 취소를 망설이면서 시간을 끄는 행사들은 온라인에서 ‘책임감없이 행동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 E3 의 오프라인 이벤트 취소는 너무 당연한 수순이었다 . E3는 아주 전형적인 공룡이었다 . 기업은 생산성을 떨어뜨리지 않고 재택 근무로 전환해야 하며 이런 유연성이 바로 기업의 경쟁력이라는인식에 기초해 볼 때 E3 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직된 회사였다 . 온라인 이벤트로 재빠르게 전향해서 브랜드를 살릴 기회가 없던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이벤트를 취소한 뒤에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 . 온라인 행사를 기획하고 실행할 능력이 없었다 . 게임의 여름은 신호탄 없이 표류하기 시작했다 . 그리고 진공상태가 된 이 자리를 누가 채울까 하냐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 온라인 이벤트로 E3 에 모일 시선을 잡아 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 그리고 그 자리를 치고 들어가서 가장 눈 길을 끈 것은 제프 킬리였다 . 진공상태를 채우려던 제프 킬리 제프 킬리는 캐나다 출신의 게임 저널리스트이자 게임 행사의 사회자이며 프로듀서다 .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E3 의 메인 행사들을 진행했었다 . 게임계 최대의 이벤트마다 호스트로서 함께 할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거대했다 . 본인이 주관하고 프로듀싱하는 ‘아카데미 스타일’의 게임 시상식인 The Game Awards(TGA) 를 시작한 2014 년 경부터 그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 보통 매체에서 선정을 하고 리스트만을 발표하던 기존의 게임 시상식과는 달리 TGA 는 화려한 쇼를 동반했고 그 중심에는 호스트인 제프 킬리가 있었다 . TGA 는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GOTY 를 정할 때 메이저로 거론되는 행사에 꼽힐 정도로 급성장을 했다 . 그렇게 본인 자신의 브랜드가 그 어떤 게임계의 인사보다 커져감을 느낀 그는 사실 2020 년에 본인의 야망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오랫동안 해오던 E3 호스트 역할을 고사했다 . 본인이 떠남으로서 무게감이 떨어진 E3 를 대체할 무엇인가를 기획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인들의 예상이었다 . 타이밍 또한 절묘했는데 그 동안 영향력이 꾸준히 하락해 온 E3 는 2020 년에 치명타를 맞을 것으로 보였다 . 제프 킬리 외에도 행사장의 디자인을 책임지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을 하기로 했던 에이전시 iam8bit 또한 e3 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히면서 행사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 그런데 코로나는 이런 계획에 도움도 아니고 타격도 아닌 이상한 상황을 만들었다 . E3 가 없어진 진공상태를 만들었지만 제프 킬리 조차 이런 갑작스런 상황에 완벽히 대비됐을리가 없다 . 그는 업계인들에게 Summer Game Fest(SGF) 라는 행사를 조직할 것이며 원하는 게임제작사나 퍼블리셔들은 누구나 무료로 참여가능하다고 덱을 만들어 돌리기 시작했다 . 딱 봐도 허술한 느낌이 들었지만 급하게 만들어진 것 치고는 나쁘지 않다는 반응도 있었다 . 급조된 100% 온라인 이벤트긴 했지만 제프 킬리 개인의 브랜드를 통해 꽤 많은 게임사들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 E3 가 없어진 공간은 누구도 제대로 채우진 못했지만 그나마 제프 킬리가 앞서가고 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었다 . 승부의 해 2021 년 2021년에는 자연스럽게 대결구도가 형성됐다 . 2020 년을 통채로 날려버린 E3 측은 이번에야 말로 100% 온라인 이벤트를 진행하겠다고 하면서 2 월부터 계획을 발표해나갔다 . 버추얼 부스와 온라인 컨퍼런스를 혼합한 형식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 공식적으로 게임의 여름이 돌아왔음을 알린 것이다 . 지난해 SGF 는 물론 TGA 까지 100% 온라인 이벤트로 진행하면서 경험을 쌓은 제프 킬리는 2021 년을 E3 타도 원년의 해로 정한 것같이 매우 공격적으로 행사를 준비했다 . E3 의 개최날짜가 발표되자 거의 비슷한 시기를 골라서 SGF 를 개최했다 . 정면승부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 행사가 조금씩 가까워 오자 양측은 게임의 여름을 준비하는 퍼블리셔들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 닌텐도 , 마이크로소프트 , 유비소프트 , 소니와 같은 초대형 퍼블리셔들이 어떤 행사에 참가하는지가 이벤트의 성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 주목도가 높은 이벤트에 마케팅 예산을 쏟아부어 자신의 게임을 알려야 하는 중소 퍼블리셔들은 치열한 눈치게임에 들어갔다 . 게임의 여름에서 살아남은 승자는 SGF 일지 E3 일지에 많은 이목이 쏠렸다 . E3와 SGF 누가 이겼을까 ?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무승부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 E3 는 전통의 강자답게 많은 퍼블리셔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 닌텐도 , 유비소프트 , 스퀘어 에닉스 , 엑스박스와 베데스다 등이 E3 의 브랜딩 아래 자신들의 행사를 진행했다 . 하지만 E3 의 버추얼 부스 및 행사의 진행은 최악이라는 평을 면하지 못했다 . 특히나 시스템 오작동으로 버추얼 부스를 운영해야 하는 벤더들이 접속조차 하지 못하는 사고가 기사화 되기도 했다 . 코타쿠가 쓴 ‘ E3 는 매우 실망스럽다’는 직설에 가까운 기사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 SGF가 완승이냐고 하면 그렇게 말하긴 힘들다 . 많은 퍼블리셔들이 SGF 의 브랜드 아래서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 하지만 최소한 제프 킬리는 현재 게임계에서 가장 많이 기대를 받는 게임 엘든링을 본인의 행사를 통해서 공개하면서 이른바 ‘대세감’을 보여줬다 . 최소한 SGF 가 E3 와 ‘맞짱’을 뜰만하다는 인식을 심는데 성공했다 . 물론 엘든링을 제외하면 쇼 자체는 AAA 급 타이틀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실망스럽단 의견도 많았다 . 게임쇼의 미래 사실 그렇다면 SGF 와 E3 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 미국에서 격돌을 한 두개의 행사는 게임쇼의 미래를 가늠하게 한다 . 100%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이벤트는 과연 우리에게 게임쇼라는 것이 필요한가 되묻게 한다 . 일주일 동안 벌어진 게임계의 축제는 E3 나 SGF 라는 ‘행사의 브랜드 네임’보다는 거대한 게임을 보유하고 언제 어떻게 이를 공개할지 칼자루를 쥐고 있는 퍼블리셔들에게 좌우됐다 . 이 기간 동안 가장 많은 동시시청자수를 기록한 것은 닌텐도의 이벤트였다 . 엘든링이 나온 SGF 를 아주 근소한 차이로 제쳤다 . 엄청난 기대를 받고 있는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후속편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 닌텐도의 행사 자체는 닌텐도의 중역들이 어설픈 스피치를 하는 최악의 것이었지만 IP 의 힘으로 310 만명이 넘는 시청자를 끌어모은 것이다 . 그렇다면 닌텐도의 발표가 E3 라는 브랜딩 아래 이뤄지지 않았다면 과연 주목도가 떨어졌을까 ?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 따라서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 과연 게임쇼라는 커다란 우산을 필요할까 ? 퍼블리셔들이 그 우산 밑으로 들어가야 하는가 ? 이것에 대한 답은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하기로 결정한 PAX 웨스트 때 다시 한 번 떠오를 것이다 . 코로나는 모든 것을 바꿨지만 가장 크게 바꾼 것은 게임쇼라는 개념 자체일지도 모른다 .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나성인) 홍영훈 캘리포니아에서 살면서 게임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에 출연하고 매체에 기고를 하며 많은 분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패션부터 게임까지 분야에 상관없이 재밌는 글을 평생 쓰고 싶습니다.
- : 공포의 세계에서 배회한다는 것
선형적 서사에 있어 반복은 매혹의 대상이 아니다. 그 세계에서 무한한 반복이란 오직 탈출해야 할 환경에 불과하다. 이야기들은 그 사실을 붙잡고는 ‘사실 진짜 생은 반복의 바깥에 있어’라고 끝없이 주장한다. <팜 스프링스>가 흥미로웠던 것은 두 주인공이 일시적으로나마 반복에 매혹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결국 탈출의 의지가 발생하고, 두 사람은 또다시 ‘진짜 삶’과 마주하기 위해 바깥으로 탈출한다. < Back 15 GG Vol. 23.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Sunin Lee Writes and lectures freely across comics, games, and film. A lifework: clearing every Final Fantasy title except the MMORPGs. Mainly plays on the Steam Deck.
- 프리 포 올에서 협력을 유도하기 – 아크 레이더스
멀티플레이어 게임이라는 틀 안에서도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은 정말이지 천차만별의 형태를 보인다. 게임이 추구하는 바에 따라 서로 적대적인가, 우호적인가, 규모는 얼마나 되는가, 실시간인가 비동기인가 같은 각종 요소에 따라 어떤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가의 큰 틀이 정해지곤 한다. < Back 28 GG Vol. 26. 2. 10. Tags: 익스트랙션슈터, 코옵, 슈터, 1인칭, FFA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MyungKyu Lee Game journalist (2014–), writer (2006–), gamer (1996–).








![[북리뷰] 여성 게이머는 총을 쏠 수 있는가? 그리고 이 질문은 왜 중요한가?](https://static.wixstatic.com/media/d03518_2da5ccbd0cae4d76a6beefe25c568010~mv2.jpg/v1/fit/w_176,h_124,q_80,usm_0.66_1.00_0.01,blur_3,enc_auto/d03518_2da5ccbd0cae4d76a6beefe25c568010~mv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