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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흥미로운 스토리에 이렇게 진부한 요소들이- <승리의 여신: 니케>의 SF 세계관과 캐릭터 디자인의 충돌
〈승리의 여신: 니케〉(이하 〈니케〉)는 2022년 11월 시프트업에서 제작하고 레벨 인피니트에서 서비스하는 FPS/TPS 모바일 게임이다. 출시 전부터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광고에서 이미 한차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2019년 처음 트레일러가 발표되었을 당시 캐릭터들의 섹슈얼한 디자인과 가슴과 엉덩이의 모핑(morphing)이 과도하게 부각된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화젯거리가 있었기 때문인지, 2022년 출시를 앞두고서도 미디어를 통한 광고에서도 이러한 요소들이 부각된 광고가 있었다. < Back 이렇게 흥미로운 스토리에 이렇게 진부한 요소들이- <승리의 여신: 니케>의 SF 세계관과 캐릭터 디자인의 충돌 10 GG Vol. 23. 2. 10. 엉덩이 모핑이 주가 되는 게임은 아니다 〈승리의 여신: 니케〉(이하 〈니케〉)는 2022년 11월 시프트업에서 제작하고 레벨 인피니트에서 서비스하는 FPS/TPS 모바일 게임이다. 출시 전부터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광고에서 이미 한차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2019년 처음 트레일러가 발표되었을 당시 캐릭터들의 섹슈얼한 디자인과 가슴과 엉덩이의 모핑(morphing)이 과도하게 부각된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화젯거리가 있었기 때문인지, 2022년 출시를 앞두고서도 미디어를 통한 광고에서도 이러한 요소들이 부각된 광고가 있었다. 그래서 출시 이후 게임에 대한 리뷰에 접근하는 유튜브 채널들 등에서도 이러한 요소들을 토대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걸 알 수 있다. 출시된 게임은 제작사인 시프트업의 이전 작품들이 그랬던것처럼 수려하지만 섹슈얼리티를 한껏 강조한 여성형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이들 캐릭터를 수집하여 플레이어인 지휘관이 일종의 미소녀 하렘을 만드는 형태를 보여준다. 거기에 가슴과 엉덩이 모핑이 강조된 게임이라니, 이러한 요소들을 좋아하는 유저들의 길티 플레져(guilty pleasure) 정도의 의미에 그치는 게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의 진짜 흥미로운 요소들은 사실 부각해 광고한 것들과는 조금 다른 지점에 있다. 바로 세계관의 설정과 스토리텔링이다. 우선 〈니케〉는 아주 완성도 높은 SF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다. 특히 세계관의 설정과 그 안에서 주가 되는 플레이어블 캐릭터들인 ‘니케’의 설정,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개별적인 스토리 모두 잘 짜인 상태이다. 특히 튜토리얼 성격의 첫번째 챕터 이후에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은 단순히 홍보에 그치는 기타 게임의 애니메이션에 비해 세계관 전체를 잘 조망하고 플레이어가 선택한 ‘지휘관’에 나를 이입시키는 장치로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계속해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제작사는 왜, 엉덩이 모핑을 전면에 내세워서 게임을 홍보하는 전략을 취한 걸까? 게다가 인게임 상황에서는 더더욱 의아함이 커진다. 광고 등에서 한껏 강조했던 게임 상황에서의 캐릭터들의 뒷모습에서 보여주는 모핑은 눈길을 보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아무리 에임(aim)을 자동으로 설정해 놓고 플레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하더라도, 중간중간 상황에 개입해 줘야 하고 미션의 진행사항을 확인해 봐야하는 경우 캐릭터들의 뒷모습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을 만한 여유는 없다. 결국 게임을 하는 상황에서는 이들의 캐릭터 디자인 정보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고, 캐릭터 정보창에 가서 따로 확인을 해야 가능하다. 그러기 때문에 결국 〈승리의 여신: 니케〉에서 초반 광고로 부각되었던 엉덩이의 모핑과 같은 요소는 게임에 대한 특정 유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로만 작용하고, 게임을 수행하게 하는 요소로는 작용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1) 그렇지만 이 게임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스토리텔링인데, 한국에서 생각보다 많이 시도되지 않았던 SF적인 장르 세계관을 충실하게 구현해서 스토리 자체의 몰입감을 유의미하게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게임의 몰입도를 판단하는데 스토리텔링만 개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니케〉의 경우 게임을 진행하게 하는 요소에 스토리텔링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세계관 자체가 그동안 한국에서 나온 SF 세계관의 게임 중에서도 꽤 완성도 높은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완성도 높은 SF 스토리텔링의 장점 〈니케〉는 SF에서 자주 사용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 상황에서의 디스토피아(Distopia)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이 두 가지 요소들은 왜 아포칼립스 상황이 닥쳤는가에 따라서 나타나는 디스토피아의 양상과 구체성이 달라지게 되는데, 〈니케〉의 경우 아포칼립스를 추동한 요소가 기계 생명체인 ‘랩쳐’의 공격을 받고 지상에서 지하로 피신해 방주라는 거대 시설에서 생존했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디스토피아 물이 그렇듯, 인류는 기계 생명체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니케’라는 사이보그를 발명했고, 그들을 통해 랩쳐들의 침공을 저지하고 랩쳐들에게 빼앗긴 지상의 탈환을 위한 목적을 이루고자 한다. * 이미지 출처: https://www.facebook.com/story.php?story_fbid=119867063836200&id=100232432466330&_rdr 여기에서 흥미로운 지점들은 ‘니케’를 사이보그로 설정하고, 그들이 기존에는 보통의 인간이었으나 개조되면서 뇌를 NIMPH(Neuro-Implanted Machine for Protecting Human)라는 나노머신에 의해 컨트롤 당하는 개체들로 설정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점으로 인해서 캐릭터들이 가지게 되는 다양한 요소들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들은 각각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들을 소거당하고 인간에 의해서 조종되는 인형과 같은 존재들이 되었지만 유기체 뇌를 여전히 가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기계의 몸을 가진 존재들이기 때문에 다양한 스토리의 설정이 가능하다. 이는 캐릭터들을 수집해야 하는 게임에서 아주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기존에 인간을 변형시켜 사이보그로 만들었다는 캐릭터들의 기본 설정은 비인간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각기 다른 백그라운드 스토리를 가질 수 있고, 그것이 억지스럽지 않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덕분에 〈니케〉는 캐릭터를 단순히 수집하고 단순히 전투의 지휘관으로 통제권을 가진 사용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의 관계를 맺는 것과 같이 캐릭터들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재미를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내가 수집한 캐릭터들은 단순히 게임에서 활용하는 도구에서 그치지 않고, 수집된 스토리를 기반으로 관계가 발전되는 형태를 보여준다는 특징이 생긴다. 2) 또한 이 지점에서 SF 스토리텔링의 성공적인 형태들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인데, 흔히 비인간 캐릭터들을 설정하면 인간보다 월등한 특수한 능력을 가진 것으로 설정되는 것에 그치는데 비해 〈니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보통 비인간 캐릭터들은 뛰어난 능력과 함께, 인간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같은 것들이 함께 부가되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지 못해 발생하는 인간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비인간 캐릭터들의 가능성들을 오히려 제한하는데, 〈니케〉에서는 사이보그(Cyborg)라는 설정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명확하게 활용하여 이러한 지점들을 극복하고 스토리의 풍부함을 확보하고 있다. 3) 그러기 때문에 게임 스토리 내에서 ‘니케’들은 자신이 인간으로부터 개조된 사이보그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자신들이 어떠한 존재인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들이 도구라는 사실에 자조하거나 절망하기도 하지만 굳이 인간을 닮거나 동경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지점에서 인간과 니케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는 사회적인 부조리나 그 사이에 일어나는 다양한 가치의 충돌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러한 가치의 충돌에 마치 만화의 주인공처럼 부딪히는 주인공(유저)의 시각은 SF 스토리텔링이 보여주는 지금의 현상 너머의 진보적인 가능성을 그리는 특징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게다가 거대 사기업이 자신들만의 고유한 기술력으로 회사를 구성하고, 수집해야 하는 ‘니케’들 역시 그 회사의 특징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설정들은 수집의 또 다른 구체성과 흥미를 유발한다. 일리시온(ELYSION)과 미실리스(MISSILIS), 테트라(TETRA)라는 거대 기업들이 소위 플레이어의 수집대상인 엘리트 니케들을 제작하는 회사들인데, 각각의 회사들 마다의 특징이 명확하게 그러기 때문에 그곳에서 등장하는 ‘니케’들 역시 기본적으로는 비슷한 특징들을 공유하고 있다. 이는 프랭크 하버트(Frank Herbert)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듄(DUNE)〉에서의 세력들을 떠올리게도 하는데, 이러한 구체적인 설정과 세계관 구조의 치밀함은 단순한 수집을 넘어, 캐릭터들을 확보하면서 나에게 주어지는 이야기가 풍부해진다는 장점을 가져온다. 섹슈얼리티한 캐릭터 디자인과 모핑들이 향하는 곳은 어디인가? 이와 같이 〈니케〉는 SF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는 그동안 한국에서 선보였던 게임뿐 아니라 웬만한 미디어 콘텐츠를 통틀어서도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그동안 한국의 SF 스토리텔링의 경우 장르가 가지고 있는 관습(convention)이나 코드(code) 들의 외향적인 요소들만 차용하여 서사 내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부유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2010년대 이후 소설 등에서는 끊임없이 구체적인 시도들이 이루어지면서 이러한 문제들이 어느정도 해소되었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비롯해 게임과 같은 미디어 콘텐츠에서는 유독 그러한 문제점들이 부각되었다. 하지만 〈니케〉의 경우, 이러한 아쉬움들을 해결해 줄 수 있을 정도로 SF 스토리텔링을 적확하게 구현하고 있는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캐릭터들을 모아서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다양하게 마주하는 문제와 해결 방식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식부터, 해결을 위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하는 인식의 전환 양상 역시 SF에서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새롭게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하는 것과 맞닿아 있는 완성도 높은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SF를 기반으로 하여 다양한 사고실험을 구현하고 있는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나 〈호라이즌〉 시리즈와 같은 작품과의 결은 다르지만, 오히려 그들 작품에서 지나치게 프로파간다적이고 무겁게 다루려 했던 지점들을 재치있게 풀어냄으로써 모바일 게임이라는 형식 내에서 취할 수 있는 의미들을 효과적으로 구현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지점들 때문에 오히려 캐릭터들에 반복되고 있는 섹슈얼리티한 디자인의 강조나 모핑 요소와 같은 것들이 더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아쉬움은 단순히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등의 문제로 단순히 게임을 판단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미치는 영향을 감안했을 때도 이러한 요소는 장르의 특성에서 효용성을 확인하기 어려운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 내에서 가상적 실재감을 확대시키는 현전감(Sense of Presence)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했을 때, 게임 플레이 시에 느껴지는 구체적인 정보가 시각작용, 그리고 그에 따라서 움직이는 조작감과 인터페이스의 요소들이 중요하다. 4) 하지만 〈니케〉에서는 게임 플레이시에 아주 복잡하고 거대하게 발생하는 적(랩쳐)을 처리하는 FPS라는 게임의 특징 상 짧은 시간내 복잡한 요소들이 한꺼번에 등장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내가 처리해야 하는 상대에 내가 지정한 에임이 정확하게 가 있는가를 확인하고 혹여 빗나가 소모되는 탄이 없는지를 확인 해야지 캐릭터들의 뒷모습을 감상하고 있을 여유는 없는 것이다. 거기에 모핑 등의 요소들을 넣음으로써 오히려 게임 중 인지되는 정보들이 너무 복잡하게 얽히는 듯한 경향도 있어 일종의 사이버 멀미(cybersickness) 5) 를 유발하기도 한다. 아무리 방치형 게임을 선언하고 있다고 해도 비효율적인 정보들이 게임내 난립하는 형태라는 것이다. 게다가 〈니케〉가 스스로 그려 놓은 세계관 내에서도 이러한 캐릭터 디자인들이 충돌하는 경우를 만들어낸다.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인 지휘관은 아무런 편견 없이 사이보그인 ‘니케’들을 대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리고 그것이 그 세계의 균열을 만들고, 다른 부조리들을 없애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특히 타자화되고 대상화되는데 익숙한 비인간 ‘니케’들을 오히려 능동적으로 타자화와 대상화하지 않고 동일한 객체로 인식하고 대하는 모습이 세계관 전체에서 드러난다. 수많은 세계관 내 부조리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 역시 그로부터 기인한다. 그런데 게임에서 유저들은 편견과 대상화에 맞서는 능동적인 주체를 수행함에도 유독 성적으로 대상화된 부분들은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이상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는 스토리를 쌓아 올라가면서 다양한 전사를 가진 캐릭터들을 상담하고 그들의 아픔과 한계를 공유하는 경험이 늘어나면서 더 크게 와닿는 부분들이다. 나는 이들을 편견 없이 동일한 개체들도 대하고 있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시각적인 부분은 인간들이 도구적으로 성적 대상화한 지점들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각종 편견을 걷어내는 플레이어의 스토리 전개가 쌓아질수록, 반대로 내적으로 쌓이는 묘한 도덕적 부채감 역시 생겨날 수 밖에 없다. 그러기 때문에 섹슈얼리티를 강조한 캐릭터 디자인을 단순히 유저들의 성향과 호응의 문제로 보기에는 진지하게 쌓아 놓은 세계관 위에서 잃는 것이 너무 많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러한 지점들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사전 테스트에서 유저들의 반응을 조사했을 때 78%가 ‘캐릭터의 외형 및 설정이 매력적’이었다고 답한 것이 레퍼런스가 되었을 것이라 본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특정 요소를 부각한 외형적인 것들로 판단한 것은 아닐 거라는 생각을 게임을 플레이하면 할수록 하게 된다. 오히려 78%가 답변했을 때 외형과 더불어 함께 배치된 단어인 ‘설정’과 37%를 각각 치지했던 ‘스토리와 세계관의 몰입감’과 ‘독특하다’라고 답변했던 지점들을 상기해 보았으면 한다. 6) 왜냐하면 〈니케〉는 한국에서 SF 스토리텔링이 미디어 콘텐츠에 구현되었을 때, 얼마나 다양한 가능성과 완성도를 가져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좋은 예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스토리의 치밀한 구성과 완성도를 가진 게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특히 중세 판타지를 기반으로 하는 검과 마법의 세계에 비해 SF적인 미래와 경이감(Sense of wonder)을 형성하는 세계관의 구성이 여전히 미흡한 현 상황에서 〈니케〉는 이정표로 삼을만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후의 환상적인 세계관을 구성할 때 SF적인 요소들이 더 확장될 것으로 기대되는 미래에 이러한 요소들이 좀 더 많은 관심과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1) 해당 부분은 개발사에서도 실제 게임을 출시하면서 언급한 부분이다. “독특한 캐릭터 표현으로 주목받았으나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즐길 거리가 많아 감상할 시간이 많이 없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의 홍보는 정말 의도적으로 특정 유저층에게 어필한 것이라고 해석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한국의 게임시장에서 대중적이지 않은 SF 세계관을 비롯해 FPS와 수집형을 동시에 배치한 게임의 성격을 우회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고도 해석해 볼 수 있다. (출처: http://m.gameinsight.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134 ) 2) 물론 이러한 스토리의 발전에 따라서 관계성이 변화하고, 이전과 다른 행동이나 외향, 반응 등을 이끌어 내는 것 자체가 새로운 형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등에서 그동안 충실하게 보여주었던 방법이고, <니케>는 이러한 방식을 아주 열심히 게임 안에서 구현하고 있다. 물론 비슷한 시기에 서비스가 시작된 <우마무스메>, <무기마도>, <블루 아카이브>, <에버소울>과 같은 게임에도 이러한 요소들은 기본적으로 구현되고 있기 때문에 최근 캐릭터 스토리에 공을 들이는 수집형 게임들은 꾸준히 관심을 받고 성공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니케>의 경우 탄탄하게 구성된 SF 세계관 내에서 이 정도의 완성도 있는 캐릭터 스토리들을 만들어 냈다는데서 이후의 다른 SF 세계관을 구성하는 게임 및 미디어 콘텐츠에서 참고할 만한 자료들을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다. 3) 사이보그(Cyborg)는 인간과 기계의 결합체를 일컫는다. 미디어에서 사이보그에 대한 대중성을 확보해준 대표 콘텐츠인 <로보캅>(1987)의 스토리와 캐릭터 설정을 보면 사이보그의 의미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이들은 SF 서사 내에서는 다른 비인간 캐릭터들인 로봇(robot)이나 안드로이드(Android)들이 그 시작부터 인간중심주의 적인 위계를 가지고 인간에 대한 저항과 동경을 가지는 존재로 그려졌던 것에 비해, 인간의 의미에 대한 확장인 포스트휴먼(posthuman) 담론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여주는 개체로 볼 수 있다. 4) 이승제, 조현주, 「FPS 게임에 나타난 현전감의 구성 용인 연구」, 『한국디자인문화학회지』 16(4), 한국디자인문화학회, 2010, pp.426-427 참조. 5) Rebenitsch, L., and Owen, C. “Review on cybersickness in applications and visual displays.”, Virtual Reality, 20(2), 2016, pp.101-125. 6) http://www.gameple.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3853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평론가) 이지용 SF로 박사학위를 받고 SF평론을 비롯한 문화예술평론과 해당 분야의 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를 빌미로 게임기를 구입하고, 만화를 사 모으며 온갖 OTT를 구독중이다.
- 즐기는 사람들을 지켜라 - 만화는 어떻게 멸시와 비하를 딛고 일어섰는가
1972년 6월 29일 동아일보에선 “불량만화 화형식”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불량만화는 사회악의 근원이다”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운 ‘한국아동도서보급협회’는 서울 남산 야외음악당(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위치한 자리다!)에서 ‘어린이 악서 추방대회’를 열고 만화책을 모아 불태웠다. 이 단체는 만화를 두고 ‘유소년의 정서발달을 해친다’, ‘제대로 된 지식을 전달하지 못한다’, 그리고 ‘맞춤법과 띄어쓰기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주류의 시선에서, 당시 만화는 ‘악서’였던 셈이다. < Back 즐기는 사람들을 지켜라 - 만화는 어떻게 멸시와 비하를 딛고 일어섰는가 01 GG Vol. 21. 6. 10. 1972년 6월 29일 동아일보에선 “불량만화 화형식”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불량만화는 사회악의 근원이다”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운 ‘한국아동도서보급협회’는 서울 남산 야외음악당(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위치한 자리다!)에서 ‘어린이 악서 추방대회’를 열고 만화책을 모아 불태웠다. 이 단체는 만화를 두고 ‘유소년의 정서발달을 해친다’, ‘제대로 된 지식을 전달하지 못한다’, 그리고 ‘맞춤법과 띄어쓰기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주류의 시선에서, 당시 만화는 ‘악서’였던 셈이다. * 애니센터 앞에서 불타는 만화. 1996년에는 정부가 만화의 표현을 제한하고, 이를 어기면 형사처벌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른바 ‘청보법 파동’이다. 여기에 항의하기 위해 만화가들이 여의도에 모여 ‘만화심의 철폐를 위한 범만화인 결의대회’를 열었고, 1997년에는 이현세 작가의 <천국의 신화>가 기소됐다. 대회가 열린 1996년 11월 3일은 만화의 날이 됐고, 2001년 국가 공식 기념일이 됐다. 2000년 여름에는 ‘둘리아빠’ 김수정 당시 만화가협회장의 주도로 청보법 파동에 항의하는 침묵시위가 개최됐다. 김수정 화백은 “만화가협회 회원과 함께 나서겠다”고 이야기했지만, 현장에는 아마추어 만화동아리 연합,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학생을 비롯한 일반 독자들이 있었다. [1] 2012년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일부 웹툰을 청소년유해매체로 지정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독자와 작가들이 함께 싸웠다. 이 결과 세워진 ‘웹툰자율규제위원회’에서는 2018년 ‘웹툰 자율규제 연령등급 기준에 관한 연구’를 통해 콘텐츠 분야 최초로 ‘차별’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자가진단표를 공개 [2] 하기도 했다. 대중과 호흡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이후에도 평단과 독자들이 웹툰을 제공하는 플랫폼의 역할과 콘텐츠 제공자의 책임, 작가의 위상 변화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2000년과 2012년 사례는 창작자와 향유자가 한 목소리를 내며 만화를 지켜낸 순간들이다. 말하자면, 불량 콘텐츠였던 만화가 문화가 되어가는 장면이다. 현재, 2021년에는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대중교통에서도, 집에서도, 카페에서도, 어디서나 웹툰을 읽는 것이 자연스럽다. 한국의 만화는 이렇게 ‘문화’의 영역으로 발을 들였다. 게임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게임은 ‘청소년의 건전한 정서발달을 해치고’, ‘폭력성을 추동해 범죄를 유발하고’, 심지어 ‘중독을 유발한다’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그런데, 저 말들은 만화에도 똑같이 쓰였던 말이다. 즐기는 사람이 있어야 문화다 소위 ‘주류’의 시선에서 보는 만화는 하위 문화로 여겨졌다. 불량하고, 어딘가 해로울 것 같고, 악당들이 유해물질을 이용해서(?) 만들어내는 이미지다.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도 만화 화형식(?)이 거행되곤 했다.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의 탄압이었지만, 미국에서는 업체들이 앞장서서 CCA(Comics Code Authority)라는 단체를 만들어 ‘승인된’ 만화만 발행하도록 하기도 했다. 미국이 자랑하는 표현의 자유보다 무서운 것이 주류의 시선이었던 셈이다. * 미국 CCA의 승인 씰. 이런 주류의 시선이 탄압하는 역사는 매체를 가리지 않고 유구하다. 소설이, 신문이, 영화가 그랬다. 그러니 가장 막내(?)격 매체인 만화와 게임이 탄압받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인지도 모른다. 이쯤 되면 ‘새로 등장한 매체에 느끼는 공포’를 부르는 말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하지만 이런 탄압과 오명, 억측과 오해에도 불구하고 만화가 ‘문화’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데에는 즐기는 사람들의 힘이 가장 컸다. 2000년 종로 거리에서, 2012년 온라인 게시판에서 창작자와 독자가 함께 목소리를 냈고, 결국 만화는 천천히 문화로 자리잡았다. 그럼에도 만화계에선 여전히 플랫폼의 역할, 콘텐츠 제공자의 책임, 작가의 위상 변화에 대한 토론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역동성이야 말로 문화의 핵심이다. * 〈판타스틱 4〉이슈 1. 우측 상단에 CCA 씰이 있다. 이렇게 창작자의 욕망, 문화를 향유하는 향유자의 열망이 끊임없이 충돌할 때, 문화는 빛을 발한다. 때로는 규제에 질문을 던지며 돌파구를 만들기도 하고, ‘판’ 밖의 돌팔매질에 창작자와 향유자가 함께 항의하기도 하고, 때론 서로를 질타하며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이런 행위가 가능한 중심에는 콘텐츠를 경험하고, 즐기는 사람의 존재가 있다. 어떤 콘텐츠가 ‘문화’로 여겨진다는 건, 이런 과정을 거쳐 제공자와 향유자의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는 걸 의미한다. 게임 역시 즐기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만화와 게임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만화는 그동안 개인 창작자가 주류였지만, 게임은 태생부터 기업이 개발하는 산업의 요소가 더 강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CCA의 사전검열을 피해 피 대신 불꽃이, 살점 대신 바위가 튀는 <판타스틱 4>를 만들어냈고, 한국에서는 시장이 사라지자 온라인 공간에서 창작을 이어간 작가들이 웹툰의 씨앗을 틔웠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게임’은 기업이 만들고, 기업은 이윤을 남겨야만 존속할 수 있다. 때문에 끊임없이 유혹에 시달린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정액제를 넘어 ‘가챠’로 불리는 뽑기를 만났고, ‘P2W(Pay to Win)’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말에도 익숙해지게 됐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 게이머들은 이 과정까지도 어느정도 이해했다. 게임의 태생과, 내가 즐기는 게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들이 즐기는 건 단순히 게임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게임이 주는 경험과 다른 유저와 협동-경쟁하며 느끼는 경험의 총합이다. 그동안 게임이 부당한 탄압을 받을 때 마다, 게이머들은 항상 게임 옆에 서서 비난을 받아냈고, 또 맞섰다. ‘내가 사랑하는 게임’을 지키기 위해서 게이머들은 목소리를 높여왔다. 게임은 문화다. 게이머에겐. 오늘날 게임이 처한 상황은 어떨까? 앞서 말한 것처럼, 게이머에겐 ‘게임은 문화’라는 말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나의 청소년기는 스타리그가, 20대는 LCK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에게 게임은 나 혼자서 즐기는 놀이를 넘어 함께 열광하는 문화였다. 게임을 만화처럼 불태우는 시대는 지났다. 사회의 시선은 느리지만 변하는 중이다. 게이머들은 스스로 문화를 즐기는 법을 터득했다. 그리고, 이제 게이머들은 창작자들, 즉 게임사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블리자드의 ‘님폰없’ 사태, 한국의 트럭시위 릴레이를 보면 전세계적인 추세로 보인다. * 밈이 된 '님폰없'. 이제 게이머들은 ‘게임은 문화’라는 말이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 특히 대형 게임사들에겐 어떤 의미인지 말이다. 게이머들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우리가 즐기고 사랑할 수 있는 게임을 보여 달라”고 말한다. 오히려 게이머들이 ‘더 강한 규제’를 외치는 상황을, 얼마나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묻고 있다. 만화는 발전 과정에서 ‘독자’의 힘으로 핍박을 이겨냈다. 미국은 ‘수퍼히어로’ 장르로, 한국은 독자와 함께 성장했던 역사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2000년과 2012년 사례, 화형식을 거쳐 MCU에 이르기까지 가장 중심엔 독자가 있었다. 최근 웹툰계에 대두되는 플랫폼의 책임을 이야기하는 것 역시 ‘읽는 사람’을 존중하고, 플랫폼을 찾는 이유가 작품임을 생각하라는 의미다. 결국 창작자, 콘텐츠 제공자가 ‘즐기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으면, 문화라고 부르기 어렵다. 게이머들에게 게임은 부정할 수 없는 문화다. 게이머들은 게임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만화계의 2000년과 2012년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게임사들은 게이머들이 원하는,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내기 위해 50년 전 마블처럼 고민하고 있을까? 게임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다. 문화 콘텐츠로서 게임은, 이제 기로에 서 있다. [1] 손발을 잃고 할 말을 잃은 만화가들의 침묵시위, 중앙일보, 2000. 7. 23 https://news.joins.com/article/682613 [2] 웹툰자율규제 연령등급기준에 관한 연구, 한국콘텐츠진흥원, https://www.kocca.kr/cop/bbs/view/B0000147/1836747.do?searchCnd=&searchWrd=&cateTp1=&cateTp2=&useAt=&menuNo=201825&categorys=0&subcate=0&cateCode=&type=&instNo=0&questionTp=&uf_Setting=&recovery=&option1=&option2=&year=&categoryCOM062=&categoryCOM063=&categoryCOM208=&categoryInst=&morePage=&delCode=0&pageIndex=1#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만화평론가) 이재민 2013년부터 만화/웹툰 리뷰 팟캐스트 ‘웹투니스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7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평론공모전, 2019년 콘텐츠진흥원 만화평론공모전 기성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2019년부터 웹진 ‘웹툰인사이트’에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만화를 읽고, 글을 쓰고, 만화를 중심으로 이뤄진 시장 저변의 많은 것들을 찾아보는 일을 합니다. 소설 <룬의 아이들>과 스타리그, LCK, 그리고 수많은 웹툰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 <고룡풍운록>을 통해 보는 무협추리게임
<고룡풍운록>은 무협과 추리를 어떻게 결합시켰을까? 이 무협 추리 게임은 어떤 역사가 누적돼 탄생한 걸까? 어떻게 해서 과거의 토대 위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혁신할 수 있었는가? 이 글은 <고룡풍운록>의 내용, 역사적 맥락, 혁신적인 디자인 및 윤리 개념의 4가지 관점을 통해 독자들에게 이 게임의 핵심을 보여주고자 한다. < Back <고룡풍운록>을 통해 보는 무협추리게임 19 GG Vol. 24. 8. 10. 2024년 2월, 허뤄스튜디오(Heluo Studio, 河洛工作室)의 신작 게임 <고룡풍운록>(古龙风云录)이 발매됐다. 허뤄의 전작인 <하락군협전>(河洛群侠传), <협지도>(侠之道), <천외무림>(天外武林) 등과 비슷한 무협 게임이다. 전작들과 다른 점은 무협 추리게임이라는 점이다. 협객들은 무림에서 벌어진 피비린내 나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조사에 나섰고, 그 수사를 통해 새로운 수수께끼에 끊임없이 맞닥뜨리고 이를 풀어나간다. 액션어드벤처나 일본식 롤플레잉 등 명성 높은 장르들에 비해 무협 추리게임의 파급력은 아직 더 커져야 한다. 하지만 이 장르 역시 지난 수년의 개발 과정에서 많은 작품들이 출시된 바 있다. 예를 들어 <고룡풍운록> 시리즈 이전부터 논리적 사슬이 뚜렷하고, 낱낱이 파헤치는데 집중하는 <묵영협종 墨影侠踪> , 방탈출에 특화돼 있는 <협은행록: 딜레마 의혹>(侠隐行录:困境疑云, Wuxia archive: Crisis escape) , 증거 제시를 강조하는 <천명기어>(天命奇御, Fate Seeker) 시리즈 등이 있었다. <고룡풍운록>은 무협과 추리를 어떻게 결합시켰을까? 이 무협 추리 게임은 어떤 역사가 누적돼 탄생한 걸까? 어떻게 해서 과거의 토대 위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혁신할 수 있었는가? 이 글은 <고룡풍운록>의 내용, 역사적 맥락, 혁신적인 디자인 및 윤리 개념의 4가지 관점을 통해 독자들에게 이 게임의 핵심을 보여주고자 한다. <고룡풍운록> 사건의 제재 선택과 추리 메커니즘 <역전재판> 시리즈, <단간론파(弹丸论破)> 시리즈 등 전통적인 추리게임에서는 추리과정에서 오답을 내린 횟수가 너무 많거나 키포인트에서 오답을 내리면 플레이어가 패배의 결말에 접어들게 되면서 게임을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에 반해 <고룡풍운록>의 추리는 다르다. 예를 들어 <고룡풍운록> 1장 에피소드 ‘싱화촌(杏花村)’에서 강남 주씨 가문의 집사는 자신의 하인이 살해됐다는 점과 그 옆에 무림 인사의 시신 한 구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현장에는 ‘초류향(楚留香)’이라는 무림인사가 돌아다닌다. 무협소설가 고룡(古龍) [1] 의 작품에 정통한 사람들은 초류향이 풍류괴수(风流盗帅)로서 항상 협객과 의리를 자신의 책임으로 여겨왔다는 것, 절대로 재물에 눈이 먼 도둑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안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초류향전기>(楚留香传奇) 시리즈를 읽지 않았거나 추리물의 다양한 관점을 탐구하기를 바란다면 초류향이 살인을 통해 보물을 빼앗는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추리 시스템은 <고룡풍운록>의 중요한 요소지만, 게임의 핵심은 아니다. 추리에 실패해도 극의 서사는 계속된다. 초류향은 직접 주씨 가문 집사를 공격하고, 그의 몸에서 증거물을 찾아내 진실을 밝혀낸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강호는 결국 무공 승부로 문제를 해결했으니, 설령 추리에 성공하더라도 상대방은 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4장에서 주인공은 강별학(江别鹤)의 모략을 모두 들춰내지만, 그를 단죄하지 못한다. 폭로 직후 증거물에 불을 지르고 목격자와 주인공의 추리에 공감하는 무림인사들을 암살할 계획을 미리 세웠기 때문이다. 이런 반칙으로 인해 주인공 역시 칼과 주먹으로 ‘도리’를 말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추리 시스템과 다른 시스템이 함께 작동하기 때문에, 추리 보상으로 진실뿐만 아니라, 전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과 NPC가 자신의 동반자가 된다. 예를 들어 강남의 주씨 집사 사건에서 진실을 감추고 추리하면 캐릭터의 속성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아이템 ‘지혜의 열매(智慧果)’ 2개를, 일부만 추리하면 '지혜의 열매' 1개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만약 너무 많은 단서를 놓치거나 초류향이 돈의 의해서만 동기가 부여되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다. 항저우의 ‘멸문(灭門)의혹 사건’에서 ‘악랄한 방법으로 사자를 죽여 항저우를 도모하려 한’ 음모를 밝혀내면 삼향(三湘; 후난의 옛 별칭)의 맹주 ‘철무쌍(鐵無雙)’이 주인공 팀으로 합류해 주인공들이 대장을 맡고 있는 ‘인의장(仁義庄)’의 실력을 끌어올리게 된다. * 음모가 들통나자 강별학은 증거물을 불태우고 주인공 일행을 불태우려 한다. 사실과 논리를 뛰어넘는 무공의 중요성은 <고룡풍운록>이 턴제 롤플레잉 게임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야기의 배경의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추리게임에서 추리는 사법기관의 주관 하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이야기가 일어나는 역사적 시기와 장소에 따라 구체적으로 다루는 사법기관과 추리하는 장소가 다르다. <벚꽃재결>(樱花裁决)에서는 마치부교(町奉行)와 신센구미(新选组)가 에도의 부교소(奉行所)에서 일이 벌어졌고, <역전재판>(逆转裁判)에서는 나루호도 류이치(成步堂龙一), 오도로키 호스케(王泥喜法介)가 일본 법원에서 변론이 이뤄졌다. 또, <양쯔강의 살인>(山河旅探)에서는 심중평(沈仲平)이 청나라 말기 관아 안에서 추리했으며, <고바야시 마사유키(小林正雪) : 비밀의 방의 복수> 시리즈에서는 경찰인 고바야시 마사유키가 현장 수사에서 용의자와 대치한다. 그러나 <고룡풍운록>의 추리 과정에서 관아는 배경일 뿐이다. 단서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뿐이거나, 아예 나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항저우 멸문의혹 사건’에서 ‘강남 협객’ 강별학과 ‘애재여명(愛才如命)’ 철무쌍은 각자 자기 주장을 고집하며 옥신각신하고, 당사자든 방관자든 관청의 개입을 요청하려 하지 않는다. 가공의 역사를 선호하는 김용과 달리 <고룡풍운록>은 구체적인 역사 속의 왕조와 실제 역사 속 인물을 거의 다루지 않는다. 이것은 이야기가 발생하는 시간을 종종 모호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육소봉전기의 봉무구천>(陆小凤传奇之凤舞九天) 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丰臣秀吉) 일본 태정대신이 등장하고, <창공신검>(苍空神劍)에는 강희황제(康熙皇帝)가 등장하는데, 대부분의 작품들에서는 그 시기를 고증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풍운제일도>(风云第一刀) 주인공 이심환(李寻欢)은 ‘꽃을 탐내는 이씨’로 불린다. 이를 근거로 미뤄볼 때 그는 과거제도가 있던 시대, 즉 수나라에서 청나라 사이에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다 자세한 상황은 고증이 어렵다. 따라서 철도나 전신과 같이 분명 근대에 존재했던 사물이 아닌 한, 이야기의 과학과 기술에 관한 요소들은 특정 기술이 발명됐는지, 혹은 특정한 기물과 재료가 중국에 도입됐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활용할 수 있다. 무협 추리물의 발전 과정 무협 추리의 역사는 명청시대 ‘공안소설(公案小说)’과 원나라 잡극(元杂剧) 중 ‘공안희(公案戏)’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컨대 <용도공안>(龙图公案)은 포증(包拯)이란 인물이 “재물을 탐내 살인하고, 세력에 기대 사람들을 능멸한 절도 및 사기 등 사건”에 관한 이야기다. <제사공안>(诸司公案)은 법의학 지식을 이용해 시체를 부검한 사안에 대한 이야기다. <염명공안>(廉明公案)은 판관의 관료 신분과 권력의식을 강조하고, 이들이 지극히 미세한 것까지 빈틈없이 살펴 절도와 살인, 혼인 등 사건들을 판결하는 이야기다. 공안소설의 영향은 매우 광범위한데, 추리 및 사건 해결류만이 아니라, 사건·재판·형량에 관한 갈래들이 있을 정도다. <홍루몽>의 경우 “가련(贾琏)은 직위가 박탈되고 면죄부를 받아 석방됐다”고 적혀 있다. 공문 장르 작품들의 특징은 누군가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되는데, 그것은 강도나 토비 때문이거나, 탐관오리 때문이거나, 집안의 자질구레한 일 때문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살인, 방화나 그밖에 수습할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일이 번지면서 청렴한 관리가 공정하게 정의를 수호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상형공안>(详刑公案), <율조공안>(律条公案), <명경공안>(明镜公案), <신명공안>(神明公案), <상정공안>(详情公案) 등 대부분이 이와 같다. “모든 작품들은 스토리가 아무리 변화무쌍해도 심리와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묘사되고, 안건을 판결하는 관원들의 세련됨을 높이 평가한다.” [2] 공안소설과 공안희를 바탕으로 관료 중심의 서사를 돌파한 고룡의 작품은 협객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무협추리라는 장르를 빛냈다. 협객 자체가 사건을 수사하는 훈련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수사에서 한 수 아래일 때도 있는 게 당연하다. <육소봉전기의 봉무구천>에서 주인공 육소봉(陆小凤)은 목도인(木道人)의 계략에 걸려 석안(石雁)의 자금관(紫金冠) [3] 을 얻는 데 이용된다. 하지만 사건을 조사할 의무는 없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사건을 수사한 협객들은 존경받을 만하다. 게다가 협객들은 비록 주먹을 보탤 친구가 있지만, 자신의 무공으로 도전과 위험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관방은 공식적인 폭력기관처럼 수배령을 내리고, 해적 문서를 발부해 인해전술을 통해 범죄 용의자와 겨룰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추리물에 스릴과 심금을 울리는 색채를 더 하게 된다. 20세기 후반 고룡은 결코 무협 추리물의 기수가 아니었다. 김용의 <설산비호>(雪山飞狐)나, 윈루이안(温瑞安)의 <4대명포>(四大名捕) 시리즈 등 다른 무협 작가들도 관련된 시도를 했었다. 하지만 고룡은 그의 작품의 문학성과 영화화 각색의 전파력 덕분에 이 장르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작가가 됐다. 무협 추리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육소봉전기> 시리즈와 <초류향전기> 시리즈다. 두 시리즈는 수준이 다르고, 심지어 그 중 일부 대목에서는 제3자 대필 루머가 돌기도 했다. 하지만 무협소설 독자들의 공통된 인정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밖에 <명검풍류>(名剑风流), <대기영웅전>(大旗英雄传), <혈앵무>(血鹦鹉)에도 무협추리 요소가 포함돼 있다. <고룡풍운록>은 전작에 비해 현대적인 증거 수집과 추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두아원>(窦娥冤) 에서 판결을 맡은 태수 도올(桃杌)은 증거의 진위를 확인하지 않고, 심지어 모든 증인을 찾아가 증언을 듣지도 않은 채 판결을 내리는 등 경솔하게 행동한다. 고룡의 작품에서 협객은 직관과 우연의 일치에 의존하는데, <육소봉전설의 금붕왕조>(陆小凤传奇之金鹏王朝)에서는 곽천청(霍天青)과 청풍도인(青枫道人)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진술이나 부검 없이 진행한다. 이익을 거둔 자들에게 동기가 있으리라는 판단과 범인의 자백을 근거로 삼을 뿐이다. <고룡풍운록>에서 사건은 인적 증거와 물적 증거를 모두 갖추고 있다. ‘양란풍운기(扬澜风云起)’ 사건에서는 소낭자(娘子), 라오리, 괴이한 낭중(郎中), 대장장이, 샤오리, 미치광이, 마을 주민, 검은옷을 입은 소녀 등 8명의 증인을 조사하여 10년 전 사건에 대한 추리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각 증인이 보는 사건의 진상이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전모를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플레이어가 두 개의 관련 단서를 조합한다고 해도 확실한 관점을 도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두세 가지 가능한 설명 중 적절한 추론을 선택하여 여러 추론이 공통된 결론을 형성하도록 해야 한다. * 조사 탐방 후 강별학(江别鹤) ‘멸문 사건’의 진상을 추리하는 모습 <고룡풍운록> 개발의 득과 실 그동안 많은 추리게임들, <역전재판> 시리즈나 <양쯔강의 살인>은 모두 핵 앤 슬래시(hack and slash) 게임의 생명치와 유사한 카운터를 화면에 표시했다. 만약 플레이어의 추리에도 불구하고 목격자, 검사, 피고인을 타격시키는 허점이 없다면 ‘생명치'가 손실된다. 게임 스토리에서 이는 플레이어 캐릭터의 추리가 엉뚱하거나 허를 찌르는 것으로 해석되고, 다른 사람들은 플레이어 캐릭터에 대한 인내심을 잃는다. 판사나 심리를 책임지는 그밖의 담당자가 인내심을 소진해버리면 플레이어 캐릭터는 다시 추리하더라도 자기 판단을 말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따라서 현 사건의 잠정적 추론은 최종 결론과 판결의 근거로 확정된다. 이 규칙의 설계는 실생활에는 존재하지 않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몰입도 측면에서 볼 때, 게임 속 추리에서는 플레이어가 궁거법(Proof by exhaustion) [4] 을 활용해 시행착오를 저지르지 않도록 한다. <고룡풍운록>과 달리 단서를 조합해 추리하는 과정은 주인공의 사고과정과 같다. 아무런 관련이 없는 증인·증거를 조합하더라도 여론의 추궁을 받지는 않는다. 즉, 플레이어는 궁거법을 활용해 관련될 수 있는 모든 단서를 얼마든지 클릭해볼 수 있다. 본작의 가장 복잡한 단서인 지령장(地灵庄) ‘멸문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단서가 제대로 수집되면 10분도 채 안 돼 궁거를 마칠 수 있다. 그리고 이미 시도됐던 단서의 조합은 아이콘 밝기가 변화하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아직 열거한 적 없는 게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고룡풍운록>에서 추리의 주된 어려움은 단서를 어떻게 사용해 허점을 찾고 진실을 파헤치느냐가 아니라, 단서를 어떻게 수집하느냐에 있다. <역전재판>처럼 관심이 많고 추리만 주목하는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법정 밖 어딘가로 가는 것은 증인·증거물을 모으기 위함이다. 따라서 필요한 수집이 완료되면 이야기는 바로 다음 부분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고룡풍운록>은 그렇지 않다. 가령 ‘악인골 소마성 사건’, ‘강남 주씨 가문 집사 사건’에서 초반부 수수께끼의 단서 수집 범위는 한 장면에 한정돼 있어 상대적으로 쉽다. 그러나 ‘멸문 의혹 사건’과 같은 후반부 수수께끼에서는 조사 범위가 항주성 전체로 변경된다. 이 도시에서는 줄거리 말고도 <육소봉전기의 은갈고리 노름방>(陆小凤传奇之银钩赌坊) 속 은갈고리 노름방, <육소봉전기의 자수대도>(陆小凤传奇之绣花大盗)의 침술가 설씨, <절대쌍교>(绝代双骄)의 헌원삼광(轩辕三光) [5] , <7종 무기>(七种武器)의 ‘장생검(长生剑)’ 백옥경(白玉京), 지령장 입구의 ‘사자 퀴즈’,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특수 계란 수집’ 등 다양한 미션들이 있다. 이 서브 서사들의 미션·수집·전투 역시 강호의 일부였다. 미션에 대한 힌트에도 불구하고, 상호작용하는 NPC와 위치에서 모든 단서들을 수집하고 완벽한 추론을 도출하는 것은 상당히 쉽지 않다. 다른 무협 추리게임들과 비교해 <고룡풍운록>이 만들어내는 판타지 세계는 <묵영협종>이나 <천명기어> 같은 오리지널의 세계관이 아니라, 고룡 작가가 쓴 여러 편의 작품들이 뒤섞여 만들어진 세계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것은 게임 원작과 원작 소설 캐릭터 및 줄거리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게임의 오리지널리티가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면 <고룡풍운록>은 의심할 여지 없이 고룡의 소설을 좋아하는 플레이어들이 속았다고 항의하게 만들 것이다. 반면 게임의 대부분이 원작 내용이고 오리지널리티가 너무 적다면, 원작을 읽으면 그만이지 왜 돈을 주고 게임을 사야 하느냐는 비아냥거림을 피하기 어렵다. * 배후세력은 동경(东景)으로 돌아가 자신의 음모를 이야기한다. <고룡풍운록>은 원작을 바탕으로 새로운 추리 가능성을 제시하면서도, 사건을 다른 갈래로 끌고 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백리장청(百里长青)이란 인물의 ‘오견정기양(五犬旌旗扬)’ 사건과 철무쌍의 ‘멸문 의혹 사건’이 있다. 고룡이 쓴 <7종 무기의 패왕총>(七种武器之霸王枪)에서 정희(丁喜)는 ‘신권소제갈(神拳小诸葛)’ 등정후(邓定侯)를 설득해 '복성고조(福星高照)'를 동경으로 돌려놓으려는 음모를 파헤치고, 백리장청을 구한다. 반면 게임에서는 이 이야기가 두 갈래로 나뉜다. 플레이어가 정희를 믿기로 택할 경우 이야기는 원작과 동일하게 전개된다. 만약 플레이어가 패왕총의 전사 왕성란(王盛兰)을 믿으면, 동경으로 돌아가는 음모에 걸려들게 되고, 대보탑(大宝塔)에서 백리장청과 싸우게 된다. 결국 동경으로 돌아가는 걸 꺾을 수 있지만, 백리장청은 함정에 빠져 죽는다. 이렇게 되면 원작 소설을 읽은 플레이어는 원작에서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경험할 수 있고,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그 안에서 물건을 운반해 훔치거나 신분을 위조하는 것에 대한 수많은 단서 추리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고룡풍운록>의 무협 추리가 이채롭기는 하지만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 단점 중 하나는 고룡의 원작 소설 속 추리를 계승하거나 따르는 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게임의 오리지널 캐릭터는 많지 않다. 주인공 진우(辰雨)를 제외한 십여 명의 컨트롤 가능한 캐릭터들은 모두 고룡 원작 소설 속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원작의 인물들에 대한 묘사는 화려하지 못하다. 사실 고룡은 이미 많은 인물들의 포인트를 보여줄 수 있는 시범을 보였으니, 이대로만 구현하면 합격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심환, 강소어(江小鱼)의 서사가 꽤 온전하다는 것 외에 다른 많은 캐릭터들은 아쉽다. 게임 속에서 설아(雪儿)가 땅굴을 파내는 데 도움을 주는 시퀀스가 나오는데, 이 부분에 얽힌 서사의 핵심은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상관인 단봉(丹凤)과 비연(飞燕)의 의심이나 천금문(天禽门)과 호휴(霍休)의 계략도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육소봉전의 금붕왕조> 서사를 읽어보지 못한 플레이어들에게 이 서브 서사는 뜬금없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초류향전기> 시퀀스에서는 미모의 여사친 소용용(苏蓉蓉), 이홍수(李红袖), 송아(宋甜儿)는 물론이고, “기러기와 나비는 두 날개로 날고, 꽃향기는 세상을 가득 채운다”의 희빙안(姬冰雁)도 등장하지 않는다. <고룡풍운록>의 또 다른 단점은 추리 요소가 다른 요소들과 상호작용하긴 하지만 게임 메커니즘의 혁신적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내용상에서도 의심스럽다는 점이다. 인의장의 ‘진우’는 원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진 협객일 뿐, ‘강남 협객’ 강별학과는 비교도 안 되고, 나약하고 평범한 전형으로 여겨져 온 ‘흥운장주(兴云庄主)’ 용소운(龙啸云) 역시 강호에서의 위상이 훨씬 높다. 그러나 각 문파의 제자들이 단서를 물었을 때, 금품을 요구하지도 않고, 임무를 부여하거나 조건을 제시하지도 않으며, 직접 진을 치지도 않는다. 그저 무기를 쓰거나 권법을 나누는 모습은 너무 얌전해 보인다. 진상이 드러난 후 : 무협 추리게임의 윤리관 무협 추리의 선구자 고룡의 소설은 조정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관헌을 다루더라도 강호 인사들의 시각으로 전시되는 경우가 많다. 강호 사람들의 생각은 관청이나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육소봉전기의 자수대도> 속 여섯 문명은 금구령(金九龄)을 잡을 때, 강도 사건을 당했을 때, 재빠르게 체포하고 단서를 구하지 않는다. 현상금 고지서나 체포영장을 발부하지도 않는다. 고과대사(苦瓜大师)의 방에 가서 육소봉에게 사건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할 뿐이다. <육소봉전기의 결전전후>(陆小凤传奇之决战前后)에서 자금성의 몇몇 고수들은 수천 명의 금군(禁军)을 소집하지만 결국 육소봉이 엽고성(叶孤城)의 시체를 가져가는 것을 막지 못한다. 비록 이후의 무협 추리물이 반드시 이러한 설정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겠지만, 고룡 소설의 캐릭터와 인물은 의심할 여지 없이 21세기 무협 추리물의 정신적 계몽이다. 추리적인 시각에서 보면 무협 추리 게임은 미세한 단서를 보고 그 발전 방향이나 문제의 본질을 인식해, 낱낱이 파헤치는 사안 탐색의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증인 신문과 증거물 조사, 시신 검안 등을 통해 진실을 탐구한다. 하지만 고룡의 무협소설 세계가 지닌 독특한 윤리관을 감안할 때, 진실을 파헤친 뒤에는 대처방식이 제각각이다. 진실에 대한 태도 역시 ‘무협’이 앞서며, 묘당이 아닌 강호의 방식으로 진실을 찾아낸다. 이런 점은 <용투공안>(龙图公案) 등 명청시기의 공안소설 작품들과 크게 다르다. 이런 윤리관은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매직서클(魔环, Magic circle)’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매직서클 이론은 네덜란드 역사학자이자 게임연구의 창시자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에 의해 제시된 바 있다. 이는 게임이 판타지 세계와 현실세계 간의 의식적인 개념의 경계를 만들어 내는 것을 가리킨다. 게임의 규칙이 제한하는, 마치 마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환경에서는 일상 생활의 익숙한 규칙과 현실이 일시정지되고, 대신 게임의 규칙과 허구의 현실이 등장한다. 이 공간에서 플레이어의 행동은 게임 밖에서는 볼 수 없는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변화는 게임이 어떻게 현실에서 고유한 환경을 조성하는지 강조하고, 플레이어들이 게임의 고유한 규칙과 내러티브를 탐색하고 시도하고 또 참여하도록 장려하는 자유롭고 의미 있는 활동임을 보여준다. 무협 추리 게임의 서사, 캐릭터, 룰은 이러한 매직서클을 만든다. 이는 플레이어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복잡하게 변화하는 정세, 정의를 위해 싸우는 숭고한 무협세계에 진입해 검과 그림자가 빛나는 협객의 세계에서 색다른 놀이 경험을 할 수 있게 한다. <무영협종>의 핵심은 ‘정치’에 있다. 무협 추리의 독보적인 존재인 <묵영협종>은 전투 시스템이 부재한 것은 물론이고, 주인공 자신도 무공을 할 줄 모른다. 주인공이 위치한 ‘임연각(临渊阁)’ 에피소드에서 첫 사건은 강호문파와 조정 간의 분쟁이다. 진실을 밝히면 수많은 살상이 이뤄지고, 진실을 숨기려 하면 억울한 누명을 벗을 수 없게 된다. 이후 여섯 문파와 금의위(錦衣衛)가 연이어 등장하는데, 주인공의 사부가 죽음을 무릅쓰고 피신하는 것 역시 정치인들의 도구로 쓰이지 않으려는 속셈이다. 결말은 원나라 말기·명나라 초기의 봉기와 관련된 여러 분쟁들이다. 진실을 말하더라도, 쟁투하는 쌍방은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다. 조정은 사람을 죽이고 입을 막을 수 있고 협객은 판결장을 공격할 수 있다. 진정한 정의는 법정에서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있다. <천명기어>의 핵심은 ‘용서’다. 진실이 밝혀진 뒤에는 악당들이 그동안 무슨 짓을 했든 어쩔 수 없었다거나 자기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면 용서받을 수 있다. 그것의 대표적인 사례가 핵심 빌런 마니교(摩尼教)의 주요 두목 ‘마니구사(摩尼九使)’다. 게임 속 여러 악당들은 극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악을 버리고 선행을 택한다. 예를 들어 궐창매(阙苍鹰)는 점창파(点苍派)에서 대협 양인호(粱人昊)의 사제였다. 그는 사부가 자신의 선배 양인호를 편애한다고 오해한 나머지 마교에 가담하게 되고, 한때 자신의 사매이기도 했던 주인공의 숙모를 살해한다. 해피엔딩에서 그는 자신이 스승을 오해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 사부는 줄곧 그를 보살펴왔고, 그를 의발(스승이 제자에게 전수하는 바리때)의 후예로 삼고 싶어 한다. 결국 궐참매는 과거의 잘못을 뼈저리게 고치고, 다시 위험을 극복해 어려움을 구제하는 길로 들어섰다. 또, 상관인 홍령(虹伶), 호소방(虎啸帮)의 방주로서 소림사(少林寺) 스토리에 이어 주인공의 여사친 형약앵(刑若樱)을 모략한다. 게임의 DLC 버전 <복호미종>(伏虎迷踪)에서 플레이어는 옛 하인의 편지 수수께끼에 남겨진 메시지를 통해 그녀가 멸문당해 어쩔 수 없이 금단(金丹)을 입고 수련한 뒤,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미쳐버려 강자에게 도전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마지막에 주인공은 자신에게 피맺힌 원한을 따지기보다 그녀와 자주 겨루어 다시는 강호에서 말썽을 피우지 않게 한다. <고룡풍운록>의 핵심은 ‘의리’다. 이는 세 가지 차원에서 드러나는데, 우선 재수사의 동기는 ‘의리’이며, 두번째로 의기에 부합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 셋째, 진상규명 이후의 처리 방식은 ‘의리’에 있다. 동기의 관점에서 보면 인의장 장주 심천군(沈天君)이 마교에서 길러낸 소년 자객 진우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모든 내러티브 역시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이야기의 원동력은 진우가 당시 심천군이 왜 회안봉(回雁峰)에 실종됐는지, 나아가 회안봉에 대한 소문이 셀 수 없이 많은 협객을 불러 일으켰는지 알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굳이 조사하지 않더라도 진우와 인의장 책임자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 심지어 심천군은 떠나기 전에 진우에게 손을 쓰지 말라고 특별히 당부하고, 강호의 도의를 위해 연회를 열어 강호 사람들을 불러 이 해묵은 사건을 조사한다. 과정을 통해 보면 협객의 수사기법은 대의명분을 추구할 필요가 없다. ‘항저우 멸문 의혹 사건’에서 진상을 추리하려면 ‘도사’ 초류향이 관련 증인에 대한 몸수색을 해야 한다. 현대의 사건 처리 방식대로 공무를 수행하는 경찰(이야기상에서는 아전이나 포졸)이 처리하도록 한다면, 증인들은 자신이 의심 대상이 됐음을 알게 할 것이다. 경공(轻功)으로 도주하면 사건이 죄에 대한 추궁 없이 종결되거나 미해결 사건으로 끝날 수 있다. 혹은 그들이 강렬한 외공내경(外功内劲)을 믿고 증거를 인멸하여 증거를 대조할 수 없게 할 수도 있다. 사건 결과를 통해 이런 도적 행위는 진상을 밝히고 멸문 의혹 사건의 진범을 찾는 유일한 방법이다. 무협세계에서 친구 간 의리의 우선순위는 사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주인공 진우는 임선아(林仙儿)가 쾌활왕좌(快活王座) 아래의 주색잡기 4인 중 ‘색사(色使)’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심환과 아비(阿飞) 간 의리를 위해 그녀의 죄를 대중에게 알리지 않고, 임선아에게 지난날의 잘못을 깨끗이 고치라고 호통친다. 백비비(白飞飞)가 겉으로 드러나는 의지할 곳 없는 여자가 아닌 유령궁주(幽灵宫主)임을 알게 된 후, 그녀와 심랑(沈浪)의 관계를 고려해 주인공 대오로 합류시킬 수 있게 된다. 비록 운몽선자(云梦仙子)가 주인공 대오에게 ‘천운오화면(天云五花绵)’이라는 기괴한 독약을 쓰지만, 그녀를 격퇴한 후에는 그녀가 대오 멤버 왕영화(王怜花)의 어머니라는 것을 고려해 용서받게 된다. 쾌활왕좌 수하 ‘재사' 금무망(金无望)은 종종 납치하겠다는 협박으로 돈을 벌지만, 주인공 대오에 합류해 안봉(雁峰)으로 돌아가는 진실을 찾게 될 때, 과거의 죄악은 묻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사실 의리가 구하하는 행동이 반드시 합법적이거나 행복을 가져다 줄 수는 없다. <다정검객 무정검>(多情剑客无情剑)에서 이심환은 용소운과의 의리를 위해 자신의 연인 임시음(林诗音)을 용소운에게 넘겨주고, 거액의 재산을 헌납하고 스스로 관외로 떠난다. 그러나 이 작전은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고, 오히려 이심환·임시음·용소운(龙啸云)·용소운(龙小云) 등 네 사람을 수년간 괴롭힌다. 하지만 의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윤리관 덕분에 이 이야기는 오래도록 전해져 <고룡풍운록>에 재등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고룡풍운록>의 가치관이 ‘의리’를 핵심으로 삼은 것은 무협 작품의 정신적 본질과 무관하지 않다. 협객의 행동 패턴은 당대 사회 질서와 종종 모순된다. 무협이란 집단은 통치기관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출현했다. 따라서 무협작품에는 통치기관의 이미지가 흐릿하거나, 등장하더라도 지배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의천도룡기>(倚天屠龙记)에서 장무기(張無忌)는 명교(明敎)의 영웅들을 규합해 만안사(万安寺)로 가서 6대 정파를 구출한다. <사조영웅전>(射雕英雄传)에서 곽정(郭靖)은 칭기즈칸의 아들 툴루이칸의 의형제였지만, 문제 해결은 주로 항룡십팔장(降龙十八掌), 구음진경(九阴真经), 공명권(空明拳) 등에 의존했지, 행군 작전이나 성 공격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소오강호>(笑傲江湖)에서 유정풍(劉正風)은 삼품참장(三品參將)이 되어 금분(金盆)의 손을 씻으려 하지만 조정은 배경으로만 존재할 뿐, 주되게 묘사하는 것은 강호의 이야기다. <고룡풍운록>에서도 이와 같다. 강호의 전설에 의하면 쾌활왕좌 휘하의 색사가 여성들을 노략질했을 때, 강호의 반응은 흥운장주 용소운(龙啸云)이 조정의(赵正义), 강별학, 상관 금홍 등 고수들로 하여금 진을 쳐달라고 요청했다. 관청이 나서지 못하거나 작은 도움만 줄 수 있는 상황에서 의협심을 펼치려는 사람이 있느냐가 문제 해결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만약 <고룡풍운록>으로 시작되는 영웅 연회에 이심환, 심랑, 육소봉, 초류향이 오지 않았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협객은 절차적 정의와 결과적 정의 중 결과적 정의를 우선시한다. 보통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무협 작품에서는 통상 악인들은 벌을 받고, 선은 악을 이긴다. 좋은 사람은 횡포하고 악인을 물리쳐 선량한 백성을 평안하게 하며, 묵은 억울함을 벗어나게 된다. 수완은 그 다음 문제다. <절대쌍교>에서 강소어는 비약에 의지해 진실을 말하고, <신조협려>(神雕侠侣)에서 ‘공손녹악(公孙绿萼)’은 ‘양과(杨过)’를 위해 ‘절정단(绝情丹)’을 훔친다. <천룡팔부>(天龙八部)에서 ‘허죽(虚竹)’은 어둠의 기술 ‘생사부(生死符)’로 정춘추(丁春秋)를 제압한다. 따라서 이 무협의 전통을 이어받은 <고룡풍운록>은 ‘회안봉의 재연을 막다’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은 기선을 잡기 위해 서둘러 무림 인사들이 서로 싸우는 것을 막고 어떤 방법으로든 장보도(藏宝图)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처음부터 주인공에게 있는 보물지도 외에도 수수께끼를 풀고 상인을 찾아 사들이고, 다른 협객들을 직접 빼앗는 방식으로 장보도를 얻을 수 있다. 아미산(峨眉山)에 도착하면 무림 인사들에게 하산하자고 설득하기 위해 거짓말과 공갈, 뇌물 매수, 주먹질, 발길질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 개방(丐帮)의 서브 서사 ‘옥면요금신의 구원’(玉面瑶琴神救援)에서 주인공 일행은 귀신 행세를 하며 논란을 일으키고, 금불환(金不换)의 음모를 무너뜨린다. 즉, 의협심이라는 목적만 달성할 수 있다면 수단이 떳떳하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또, 재판과 판결 집행에 있어서도 무협추리는 다른 추리와는 사뭇 다른 수단이 있다. 무협 세계는 세 가지 이유에서 불안정하다. 첫째, 때때로 성문법이나 판례법에 의하지 않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중시한다. 가령 <사조영웅전>에서 곽정은 ‘강남칠괴(江南七怪)’ 중 몇몇 스승들이 참혹하게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십(十)’을 보면 황약사(黄药师)가 손을 쓴다는 선입견을 갖게 된다. 고룡의 <절대쌍교>에서 철무쌍은 ‘멸문 의혹 사건’으로 강별학 부자에게 화를 전가당하게 되고, 한을 품고 죽게 된다. 강소어는 강별학의 계략을 알아차리지만, 강호의 신분차이가 워낙 커 악인골 출신임을 밝힐 엄두가 나지 않았고, 경공을 펴 달아난다. 둘째, 공안극과 공안소설의 줄거리와 달리 무협작품은 진실이 밝혀지지만 증거가 없어 당사자의 진술에 의존하게 되거나, 이로 인해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을 범죄 용의자로 직접 지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육소봉전기의 금붕왕조>에서 사휴일(霍休一)은 청풍관(青风观)을 불태우면서 증거를 찾을 수 없게 된다. <육소봉전기의 유령산장>(陆小凤传奇之幽灵山庄)에서 목도인은 죽은 척하여 몸을 빼낸다. 이로 인해 그 자신 말고는 그가 범행에 찌든 ‘늙은 칼자루(老刀把子)’라는 사실을 세상 누구도 알지 못한다. 셋째, 전통적인 추리물에서는 단서 찾기와 수수께끼 풀기, 진상규명이 관건이다. 그 때문에 폭력은 자유자재로 등장한다. 아서 코난 도일의 <보헤미아 왕국의 스캔들>에서 보헤미안 왕은 도둑을 보내 아이린 애들러의 집을 수색해 짐을 바꿔치기한다. 그녀가 가는 길을 막고 강탈하기도 한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에서는 허클리 폴로가 범인의 범행 사실을 밝히자 범인은 바로 죄를 인정하고 자살한다. 하지만 무협 세계에서는 추리 외에도 무공을 겨뤄야 한다. 가령 초류향은 수모음희(水母阴姬)나 석관음(石观音)과 대적해야 하고, 육소봉(陆小凤)은 금구령이나 비구니 무화(无花), 박쥐공자(蝙蝠公子) 원수운(原随云) 등과 싸워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의기투합한 친구들은 전투에선 사람도 많고 세력도 큰 효과를 일으키면서 여론에서도 대의명분을 차지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무협 추리 게임은 세 개의 원류가 합쳐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전통 무협 소재의 롤플레잉 게임이고, 다른 하나는 무협 추리 작품의 문학적 전통이며, 세 번째는 근대 이래 무협 소설이 만들어온 독특한 가치관이다. <고룡풍운록>의 탄생 역시 이와 같다. 허루어 스튜디오(河洛工作室) 이전의 <협지도>(侠之道)나 <협객풍운전>을 비롯해 <선검기협전>(仙剑奇侠传), <검협정연>(剑侠情缘) 등 롤플레잉 게임들은 <고룡풍운록>의 기본적인 모험 업그레이드 프레임을 마련했다. 무협 추리물의 전통을 답습해 협객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만들고, 명민한 무공과 눈썰미로 낱낱이 파헤치고 탐험한다. 고룡과 같이 유명 작가가 인구에 회자하는 무협소설은 검의 빛과 그림자, 은혜와 원한, 의리가 넘치는 낭만적인 무협세계를 만들어냈다. 그 안에 담긴 의리지상주의적 가치관은 <고룡풍운록>의 캐릭터 형성과 줄거리 배치를 관통한다. 이 세 가지가 종합된 <고룡풍운록>은 독보적인 무협 추리물의 메커니즘을 형성하고 있다. 플레이어는 도시 지도에서 대화를 나누며, 탐색과 전투를 통해 단서를 찾고 진실을 파헤친 뒤, 적을 격파하고, 심판과 집행을 통해 정의를 관철시킨다. 이런 융합의 과정에서 이뤄진 일부 설정은 다듬어야 하는 점들이 있지만, 원작에 대한 진지한 사고와 추리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 추리 게임과 다른 게임 시스템의 크로스오버는 매우 정교하다. 이는 많은 게이머들에게 수십 시간에 걸친 회상의 게임 경험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미래 무협 추리 게임 제작에 있어 매우 참고할 만한 모델을 제공한다. 참고문헌 류동후이(刘东辉), 「’공안극’과 ‘공안소설’의 사법적 글쓰기에서 나타난 사회의식」(公案戏”“公案小说”的法事书写体现的社会意识), 『문학연구(文学研究)』, 2023. 9. 위샹더우(余象斗), 『诸司公案』, 베이징췬중출판사(群众出版社), 1999. 왕이원(王一雯), 「명청시대 공안소설 내러티브 변천의 이론적 의의」(明清公案小说故事流变的伦理意义), 『네이장사범대학학보(内江师范学院学报)』, 2023. 차오쉐친(曹雪芹) 저, 청웨이위안(程伟元)·가오어(高鹗) 정리, 「중국예술연구원 홍루몽 연구소(中国艺术研究院红楼梦研究所)가 교정한 “홍루몽”」, 인민문학출판사(人民文学出版社), 2022. 스창위(石昌渝), 「명청시대 공안소설: 유형과 원류」(明代公案小说:类型与源流), 『문학유산(文学遗产)』, 2006. [1] [역주] 대만 국적의 중화권 무협소설가. 고룡은 필명으로, 본명은 숑야오화(熊耀華)이다. 김용(金庸), 양우생(梁羽生)과 함께 신파무협소설의 거장으로 꼽힌다. [2] 스창위(石昌渝), 「명청시대 공안소설: 유형과 원류」(明代公案小说:类型与源流), 문학유산(文学遗产), 2006. [3] [역주] 보라색 금관. 고대 중국에서 남성 무사들이 머리를 묶는 데 사용했던 화려한 장식. 흔히 무협소설에서 등장하며, 주로 왕자나 젊은 장군이 착용한다. [4] [역주] 어떤 조건을 토대로 답변의 대략적인 범위를 결정하고, 이 범위 내에서 모든 상황이 검증될 때까지 가능한 모든 상황을 하나씩 검증하는 추론 방식 [5] [역주] <절대쌍교>에 등장하는 악인 캐릭터. 악인이긴 하지만, 타인에게 강제로 도박을 시키는 기행을 하는것 말고는 딱히 악행을 저지르지 않는다. 악인이 아닌 사람들과 내기를 할 때에는 상대방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며, 어느 정도 의리를 지킨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연구원) 펑텐샤오 彭天笑 (활동가, 작가) 홍명교 활동가, 작가. 사회운동단체 플랫폼C에서 동아시아 국제연대와 사회운동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에게>, <유령,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다>를 썼고, <신장위구르 디스토피아>와 <아이폰을 위해 죽다>(공역) 등을 번역했다.
- 랜덤함: AAA와 인디게임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양날의 검에 관하여
요약하자면 현재 게임 산업 내 랜덤성의 인기와 그것에 대한 두 개의 극단적인 인식은, 처음에는 놀랍게 여겨질 수 있으나 우연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는 랜덤성이 과거의 아날로그 게임들에서 어떤 식으로 기여했는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 Back 랜덤함: AAA와 인디게임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양날의 검에 관하여 17 GG Vol. 24. 4. 10. 이 글의 영어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www.gamegeneration.or.kr Randomness is a double-edged sword. The opposite reception of randomness in AAA and indie game sectors It seems fascinating that the same mathematical phenomenon could become the foundation of the most acclaimed and the most despised design principles of modern gaming. As I will argue in this article, this is precisely what happened to randomness. 동일한 수학적 현상이 가장 찬양되는 동시에 가장 경멸받는 현대 게임 디자인 원칙의 기초라는 사실은 꽤나 흥미롭다 . 이 글은 바로 그 현상 , 랜덤성 (Randomness) 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 랜덤성은 언제나 게임 개발에 있어 일부분이었으나 특히 지난 십여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여러 면에서 현 시점은 게임의 랜덤성 황금기라 할 수 있는데, 이 글에서 논하는 랜덤성에 대한 고찰에 앞서 먼저 인지적 랜덤성 (perceived randomness) 과 객관적 랜덤성 (objective randomness) 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 인지적 랜덤성은 우리가 패턴을 인식하는 능력과 관련 있는데 , 예를 들어 게임 내 이벤트가 ' 난데없이 ' 발생한 것처럼 느껴질 때 , 또는 두 번째 플레이 시 앞서 플레이했을 때보다 이벤트가 덜 발생한다고 느껴질 때 우리가 랜덤하다고 여기는 것을 가리킨다 . 당연한 얘기겠지만 완전히 불규칙하게 느껴진다고 해도 그것은 개발자의 신중한 계획에 따른 것이다 . 반대로 , 객관적 랜덤성은 진짜로 무작위적인 것을 말한다 . 다시 말해 객관적으로 랜덤하다는 것은 우리의 지식 여부와 무관하게 진정으로 무작위적임을 의미한다 . 랜덤성이 지닌 다양한 긍정적인 그리고 부정적인 측면들은 인지적 랜덤 성과 객관적 랜덤성간 차이에서 비롯된다 . 예를 들어 컴퓨터에서 진정한 랜덤성을 구현하는 것은 항상 어려운 과제였다. 하지만 프로그래머의 임무는 랜덤하게 보이게 만들면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예컨대 카지노를 재현한 게임(예를 들어 NES용 <카지노 키드(Casino Kid)>)의 개발자들은 카지노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진정한 랜덤성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은 도박과 유사한 메커니즘이 실제 화폐 구매와 결합되면서 부터다. 랜덤성과 소액결제가 결합되면서 우리는 현대 게임 디자인 내 랜덤성이 지닌 어두운 면을 직면하게 됐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7년 전 게임계를 강타했던 확형 아이템에 대한 논란으로, 이는 EA가 <스타워즈 배틀필드2(Star Wars Battlefield II)>의 속편을 출시했을 때 게임 플레이에서 중요해진 확률형 아이템의 역할에 대해 플레이어들이 예상치 못한 불만을 품고 반발했던 사건이었다. 이 게임에 대한 레딧(Reddit)의 게시물이 10만 개가 넘는 하위 포럼에서 가장 많은 싫어요를 받았다는 사실은 주목할만 것이었다. 이 스캔들은 일부 유럽 국가에서 게임을 일종의 위장 카지노로 간주하고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입법을 도입하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어떤 개발사들은 게임을 수정해서 확률형 아이템을 시즌 패스(<오버워치 2(Overwatch 2)>) 등의 다른 시스템으로 대체했고, 또 다른 회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게 되었는데, 이 때 실제 확률이 얼마나 낮은지 드러나기도 했다. 이러한 모든 조치에도 불구하고 확률형 아이템과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랜덤 메카니즘(비록 동일한 시각적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지만)이 특히 소위 가챠류 게임에서 크게 유행하였는데, 이러한 현상은 특히 <원신(Genshin Impact)>의 출시 이후 글로벌해졌다. 한편, 주사위나 룰렛의 확률은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처럼 확률이 공개되어 있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확률형 아이템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주로 도박과의 유사성에 초점을 맞추곤 하는데, 이러한 비교가 틀렸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게임의 랜덤성이 카지노에서보다 더 위험해질 수 있는 두 개의 중요한 차이점을 모호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첫 번째 문제는 소위 '도박꾼의 오류'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이는 우연의 게임에서 더 많이 질수록 최종적으로 이길 가능성이 더 높다고 여기는 느낌을 의미한다. 이론적으로 볼 때 이러한 느낌은 그러한 인식이 사실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사라져야 한다. 다음에 던지는 동전은 이전의 모든 동전 던지기가 운이 없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합리적인 사람들이 "행운은 마침내 찾아올 것"이라는 느낌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지출을 계속한다. 디지털 게임의 이상한 점은, 이러한 느낌이 실제로 합리적일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어지는 후속 뽑기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할 위험이 커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불운한 플레이어의 손실을 우려하는 개발자들은 가치있는 아이템의 드롭을 보장하는 “동정 메커니즘(pity mechanics, 편집자 주: 한국의 '천장'이나 토큰식 아이템과 유사한 의미다.)”을 도입하곤 한다. 개발자들은 플레이어가 랜덤의 무저갱에 빠지기 전에 자신이 의도한 최적의 경험을 얻을 수 있기를 원하기 때문에, 게임 초반에 플레이어가 얻을 수 있는 드롭을 제어하는 것은 꽤 흔한 일이다. 두 번째 문제는 소위 "매몰 비용 오류"라 불리는 것과 관련된다. 우연의 게임에서 많은 돈을 잃은 도박꾼은 그 손실을 투자로 간주하기 때문에 손실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곤 하는데, 이들은 불운이 연속되는 도중에 멈추면 불운함이 확정된다고 느낀다. 도중에 멈추는 것은 불운의 연속을 사실상 '만드는' 것이라 여기는 셈이다. 이러한 감정은 전통적인 우연의 게임에서는 완전히 비합리적인 것이지만, 온라인 게임에서는 개발자가 특정 플레이어를 겨냥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달라진다. 일부 개발자들은 모바일 게임 개발자들에게 고액 유저를 겨냥해서 특별 혜택을 제공하거나 심지어는 게임 전체를 그들에 맞춰 바꾸라고 공개적으로 조언한다. 이것이 실제로 의미하는 바는 일부 플레이어의 경우 손해를 보더라도 많은 지출을 하는 것이 투자로 간주되며, 이를 통해 스스로가 게임의 개발자로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AAA 및 부분유료화 업계에만 집중했다면 위에서 설명한 어둠의 패턴이 이 글의 유일한 주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동일한 10년간 랜덤성은 인디 게임개발사들이 만든 게임에서도 핵심 메커니즘으로 자리잡았다. 흥미로운 점은 인디게임쪽에서는 이 기술이 격렬한 윤리적 논쟁을 일으키지 않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이 분야에서 랜덤성은 오히려 오픈월드 서바이벌 게임과 같은 새롭게 떠오르는 인기 장르의 탄생과 로그라이크와 같은 오래된 장르 부활의 주요 원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랜덤성과 오늘날 인디 게임의 성공은 밀접하게 관련되어있다. 인디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 랜덤성이 그토록 인기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여러 요인들이 매우 운좋게 합쳐진 데서 온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가장 큰 이유로는 개발 비용의 절감을 들 수 있다. 인디 게임이라고 해서 아무 것도 없는 진공에서 개발되는 것은 아니며, 대작 게임에 길들여진 플레이어들의 새로운 게임 습관에 적응하고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인디 게임은 제작비 면에서 대작 게임과 경쟁할 수는 없지만, 다른 방식으로 가격 대비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디 게임은 훨씬 나은 리플레이성, 더 다양한 파워-업과 무기들, 또는 더 큰 오픈월드와 같은 것들을 제시할 수 있는데, 이 모든 장점들은 랜덤성을 능숙하게 활용할 때 가능해진다. 로그라이크 게임은 가장 오래된 장르 중 하나로서(오리지널 로그가 출시된 것은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거의 30년간을 틈새 장르로서 연명하다가 지난 10년동안 주류 게임의 대열에 들어섰다. 개발자들이 이 장르를 해체하고 다른 많은 장르에 로그라이크적인 랜덤성을 섞어 넣은 것은 이 특이한 궤적이 형성될 수 있었던 주 이유였다. 이러한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두 게임이 바로 <스펠렁키(Spelunky, 2008)>와 <아이작의 번제(The Binding of Issac, 2011)>다. 이들 게임이 출시되기 전까지 로그라이크는 매우 엄격한 기준을 준수해야 했는데, 퍼머 데스(perma-death), 랜덤 환경, 루팅(loot)이 포함되어야 했고 무엇보다도 RPG 장르에 속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했다. 사람들이 대부분의 장르에서 동일한 유형의 랜덤성을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닫자 비로소 로그라이크 혁명이 발발했다. 랜덤 환경 생성은 엄청난 성공을 거둔 또 다른 장르, 즉 <마인크래프트(Minecraft)> 이후에 출시된 서바이벌 게임 장르의 기반이 되었다. 의심할 바 없이 이 장르의 인기는 기존 게임들에서는 단순하고 부차적인 방식으로만 존재했던 제작(크래프팅)과 생존이라는 새로운 메커니즘이었다. 하지만 이 장르의 대중화에 있어 랜덤성이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를 무시해선 안된다. 인디 게임의 제한적 예산은 개발자들로 하여금 특정 장르 게임의 제작을 어렵게 만들어왔다. 한정된 자원으로 나 <스카이림(Skyrim)> 같은 오픈 월드 게임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유지 관리해야 하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도 마찬가지다. 절차적으로 생성된 월드와 <마인크래프트> 이래 대중화된 얼리 액세스 모델은 인디 개발사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매출과 플레이어 참여의 측면에서 AAA 개발사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비록 절차적으로 생성된 월드가 정교한 디테일이나 사실성 측면에서 수작업으로 제작된 월드와 경쟁할 수는 없다해도, 규모 면에서는 수작업 월드를 능가할 수 있으며 무한한 탐험을 가능케 해준다. 한편 랜덤성을 사용하여 두 번의 플레이 세션이 동일하지 않도록 하는 게임에서는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갈증을 느낄 염려가 없다. 게임 제작의 용이성은 보다 자유로운 디자인 관행으로 확장되어 소규모 팀에서도 보다 수월하게 게임 개발작업을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로그라이크 게임에서 불운이나 행운은 플레이 경험의 일부로서 개발자가 모든 운이 '공정’하도록 또는 균형이 잡혀있도록 만들어주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실 디자인 관점에서 문제가 있는 상황(예컨대 지나치게 강하거나 약해진)은 종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게임의 인기를 높이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많은 스트리머가 극단적이고 독특한 상황을 추구하는 가운데, 랜덤성은 그러한 것을 전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기도 하다. 요약하자면 현재 게임 산업 내 랜덤성의 인기와 그것에 대한 두 개의 극단적인 인식은, 처음에는 놀랍게 여겨질 수 있으나 우연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는 랜덤성이 과거의 아날로그 게임들에서 어떤 식으로 기여했는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주사위나 막대 던지기, 카드 섞기 등은 놀라움과 리플레이 효과를 더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사용되어온 매우 오래된 메커니즘이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수백 년 동안 간단한 규칙으로서 사용되어왔다. 동시에 바로 그 동일한 것을 핵심 메커니즘으로 삼아 오락을 도박으로 만들 때 쉽게 오용되고 마는 것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코펜하겐 IT대학 교수) 파베우 그라바치크 파베우 그라바르치크(Pawel Grabarczyk)는 덴마크 코펜하겐 IT대학(IT University of Copenhagen) 부교수이자 폴란드 우치대학교(University of Lodz) 부교수다. 철학을 전공했으며, 철학과 게임 연구(game studies)의 경계에서 작업한다. 그의 연구는 주로 게임 존재론, 마이크로트랜잭션의 윤리, 가상현실, 게임의 역사를 다룬다. 현재 아타리(Atari) 8비트 컴퓨터에 관한 플랫폼 연구(platform studies) 단행본을 집필 중이다. (게임연구자) 나보라 게임연구자입니다. 게임 플레이는 꽤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게임학을 접한 것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우연히 게임 수업을 수강하면서였습니다. 졸업 후에는 간간히 게임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연구나 저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역사>, <게임의 이론>, <81년생 마리오> 등에 참여했습니다.
- [Editor's View] 시간 속의 게임, 게임 속의 시간
좋으나 싫으나 우리는 시간 속을 살아가는 존재들입니다. 우리 존재들이 살아온 시간의 시간의 누적을 기록해 역사라고 부르기도 하죠. 그 누적 속에서 놀이는 사실 오랫동안 잉여시간 취급을 받아온 것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 Back [Editor's View] 시간 속의 게임, 게임 속의 시간 21 GG Vol. 24. 12. 10. 좋으나 싫으나 우리는 시간 속을 살아가는 존재들입니다. 우리 존재들이 살아온 시간의 시간의 누적을 기록해 역사라고 부르기도 하죠. 그 누적 속에서 놀이는 사실 오랫동안 잉여시간 취급을 받아온 것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21세기 들어 놀이에 들어가는 많은 시간들은 더 이상 잉여에 머물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놀이는 그 자체로 돈이 드는 일이 되었고, 놀이를 만들어내는 기업은 상품으로서의 놀이를 팔아 이윤을 얻습니다. 생산의 체계 안에서 작동하는 것이 21세기의 놀이이고, 아마도 그 대표적인 도구가 디지털게임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시간 속에서 게임은 이제 꽤나 공식적인 시간의 통제 안에 놓입니다. 게임하는 시간을 통제하고 단속하는 모습들은 PC방과 온라인게임사의 정액제 요금, 셧다운제, 일정 시간동안 플레이하면 경고문이 뜨는 것과 같은 직접적 제도 뿐 아니라 게이머들 스스로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내재적 규율로서도 작동합니다. 게임 시간은 어떤 이들에겐 생산의 잉여시간이 아니라 생산시간과 경합하는 시간이 되기도 하죠. 시간 속의 게임만이 게임과 시간의 전부 또한 아닙니다. 우리는 게임 안에서 작동하는 시간도 목도합니다. 하드웨어의 한계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 종류의 시간 지연, 누적된 플레이시간이 계량화되는 아이템이라는 개념의 발흥은 이제 게임과 시간이 대단히 복잡한 방식으로 얽히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GG 21호는 게임과 시간이 얽히는 여러 모습들의 일부를 포착하고자 했습니다. 이 때의 시간은 물리량으로서일 수도 있고, 다분히 철학적인 개념일 수도 있고, 혹은 산업화와 표준화의 틀 안에서 작동하는 객관적 기준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게임과 시간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일이 디지털게임을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사실임을 다시금 체감합니다. GG 21호가 발행되는 2024년 12월의 시간은 사회적으로는 좀더 급박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빠르게 째깍거리는 엄혹한 시간을 빨리 벗어나 따뜻하고 행복한 연말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드림.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게임평론가이자 연구자. 2015년부터 게임을 업으로 삼아, 평론가로서는 게임이 사회와 관계맺는 방식을, 연구자로서는 상품으로서의 게임이 사회 안에 자리잡는 구조를 살펴본다. 『81년생 마리오』(2017), 『현질의 탄생』(2022) 등을 썼고, 〈다큐프라임〉(EBS)을 비롯한 다큐멘터리와 여러 매체 연재에 참여했다. 디지털게임을 시간권리상품으로 분석한 연구로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게임연구소 '드래곤랩'대표를 맡고 있으며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 재현, 시뮬레이션 그리고 구현이라는 꼭짓점의 버뮤다 삼각지대
게임에서의 기술 구현은 이처럼 재현과 시뮬레이션 둘 중 어느 쪽으로도 수렴되지 않으며, 둘의 합이 성공적인 구현을 담보하지도 않는다. 기술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전적으로 기술 자체의 구현에 몰두하는 것과도 다른 이야기다. 드물게 범례처럼 떠오르는 각각의 개별 작품들을 통해서 여전히 명확히 잡히지 않는 좌표를 다시 한번 확인할 따름이다. < Back 24 GG Vol. 25. 6.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Wombat A freelancer who does odd jobs of all kinds. Interested, fittingly, in all kinds of odds and ends. With games, the interest runs especially deep.
- 초기 3D 그래픽의 미학, 인지적인 디지털 물성에 관하여
2010년대를 중심으로 다시 반짝였던 포스트 디지털 담론에서 이어지는 미술 작업의 비쥬얼은 그 이름에 걸맞지 않게 최신의 리얼한 그래픽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차라리 그들의 작업에서 나타난 비쥬얼적 특징은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중반까지 볼 수 있었던 낮은 품질의 3D 그래픽에 가까웠다. 이는 보다 리얼하고 현대적인 3D 그래픽 이미지를 미술 작가 개인이 구현하기에는 소요되는 자본과 기술의 한계가 따른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자면 적당한 수준의 3D 그래픽을 구현하는 데에 있어서는 굉장히 접근성이 용이해졌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그들은 로우-파이하고 한편으로는 레트로, 노스탤지어적인 기억과 선명함이 억압되는 특정한 디지털 이미지의 미학에 기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 Back 초기 3D 그래픽의 미학, 인지적인 디지털 물성에 관하여 02 GG Vol. 21. 8. 10. 작년 앞서 해보기로 발매한 하이퍼 FPS 장르의 게임 〈울트라킬〉은 그래픽만 놓고 보면 도저히 최신 게임으로는 보이질 않는다. 마치 목각인형처럼 보이는 각진 3D 모델링에 저화질의 텍스처는 흡사 도트 이미지로 보일 지경이다. 물론 이같은 조야한 그래픽 비쥬얼은 ‘레트로’ 스타일을 표방하며 제작된 이 게임에서 의도된 것이다. 레트로란 지나간 과거의 특정한 시대적 양식을 다시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울트라킬〉이 참조하는 과거는 90년대 중후반으로, 최초로 비디오 게임에 완전한 3D 그래픽이 도입되기 시작하던 때이다. ‘3D 폴리곤 모델링’과 ‘텍스처 매핑’ 기술의 도입을 특징으로 하는 당시 게임의 3D 그래픽은 가히 혁신적이었다. 물론 지금 와서 본다면 여러모로 조악하기 그지없어 보이지만, 그때는 이와 같은 완전한 3D 그래픽이 게임에서 구현되는 것은 훨씬 나중의 일처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더미였다. 앞서 살짝 언급한 것처럼, 당시로써는 컴퓨터로 연산 가능한 폴리곤 수의 한계로 인해 마치 목각인형처럼 각져 보이는 캐릭터와 오브젝트의 모습과 저화질의 텍스처로 인해 색과 이미지가 뭉개져 보이는 등의 그래픽 결함은 훤히 눈에 보이고 있었다, 물론 그와 같은 게임 리소스에 의한 문제뿐만이 아니라 당시의 디스플레이 기기의 해상도 또한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낮았다. 눈에 띄는 문제는 대부분 각짐의 문제와 관련되어 나타났다, 적은 폴리곤 수로 인하여 각져보이는 3D 모델링뿐만 아니라 흔히 ‘계단 현상’으로 불리우며 선이 구불구불하게 보이는 그래픽 문제는 당시 3D 그래픽 초기 역사의 대표적인 결함이었다. 물론 그와 같은 문제들은 컴퓨터의 연산 능력과 디스플레이 기기의 발달 그리고 안티 앨리어싱 기술의 도입 등에 의해 점차 해결되어 갔다. 이제는 가장 뛰어난 게임 그래픽을 살펴볼 수 있는 최신 AAA 게임의 트레일러가 발표될 때 과거와 같은 각진 폴리곤 모델링이나 계단 현상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울트라킬〉의 게임 플레이 이미지 (출처: https://hakita.itch.io/ultrakill-prelude )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울트라킬〉의 그래픽은 초창기 3D 그레픽의 대표적인 결함들을 오히려 전면적으로 드러내며 중요한 비쥬얼 형식으로 삼는다. 〈울트라킬〉은 의도적으로 로우-파이한 3D 그래픽 스타일을 지향하며, 흔히 우리가 3D 게임 그래픽의 결함이나 한계로 여겼던 요소들을 감각적인 스타일로 다시 제시한다. 과거에는 한계로서 여겨졌던 낮은 해상도나 각진 3D 모델링, 뭉개진 텍스처, 어색한 에니메이션 등의 요소가 이제는 특정한 미적 양식이 되어 다시 나타나는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의 재현 기술 시각예술작가 ‘하룬 파로키’는 자신의 영상 작업 〈평행 I – IV〉(2012-2014)에서 비디오 게임 그래픽의 발전사를 다룬 바 있다. 비디오 게임 역사 초기의 도트 그래픽에서부터 시작해서 오늘날의 리얼한 3D 그래픽까지 게임의 이미지는 점점 사실적으로 발전해 왔다. 그리고 바로 이 게임 그래픽 이미지의 ’리얼함‘은 하룬 파로키가 조망한 것처럼 게임의 기술적 발전을 가늠하는 데에 있어서 핵심적인 준거점이 되어 왔다. 얼핏 보면 이러한 그래픽의 발전은 마치 잘 보이지 않던 어떤 사물이 점점 잘 보이게 되는 경우처럼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생각되곤 한다. 이미지가 도달해야 할 결과는 항상 고정되어 있다. 덜 사실적인 것에서 사실적인 것으로 말이다. 그래픽 이미지가 도달해야 할 현실의 비쥬얼이 항상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처럼 느껴진다. 부족한 것이 있다면 그저 주어진 컴퓨터의 연산 능력과 디스플레이 기기의 기술적 한계에 불과한 것처럼 말이다. 컴퓨터의 연상 능력이 발달하고 디스플레이 기기의 해상도가 좋아지면 그에 따라 그래픽 이미지는 자연스레 리얼해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결코 게임 그래픽 이미지가 사실성을 획득하는 데에 있어서, 마치 잘 보이지 않던 어떤 사물이 잘 보이게 되는 경우처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과정이란 없을 것이다. 오늘날의 게임 그래픽이 보여주는 놀라운 리얼함에 도달하기까지는 ’3D 모델링‘과 ’텍스처 매핑‘, ’랜더링‘, ’광원 효과‘, ’에니메이션’ 등의 프로그래밍 기술과 더불어 ‘해상도’와 ‘프레임’과 같은 디스플레이 기기의 발달을 규정하는 수없이 다양하고 특정한 ’사실성의 기술‘에 의해 가능했다. 그러한 사실성의 기술은 단순히 현실의 비쥬얼을 모방하는 의미를 넘어 현실을 특정한 방식으로 재현한다. 과거의 게임 그래픽을 보게 되면 새삼 놀랄 때가 있다. 출시된 당시에 봤을 때는 분명 그래픽 수준에 깜짝 놀랐던 거 같은데 지금 보니까 어딘가 엉성해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당시에 놀랐었다는 게 놀라운 것이다. 나는 여전히 ’크라이실사스‘라고도 불렸던 〈크라이시스〉의 실사와도 같은 그래픽이 주었던 충격과 〈스타워즈: 배틀프론트〉의 포토리얼리즘 그래픽을 보고 놀랐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당시에는 이런 순진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도대체 게임 그래픽이 이보다도 더 좋아질 수가 있을까?” 하지만 지금 우리가 도달한 현재가 발전의 한계에 달했다는 생각은 흔한 환상이다. 이같은 환상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언리얼 엔진5‘의 그래픽 시연 영상을 보고서도 나는 똑같이 생각했다. “도대체 이보다 더 그래픽이 더 좋아질 수 있을까?” 이미 충분히 리얼한 것 같은데 말이다. 끊임없이 더욱 사실적인 이미지로 나아가는 게임 그래픽에 대한 요구 속에서 특정한 게임 그래픽 기술의 특징이 드러나는 것은 하나의 재현 양식이나 특정한 기술적 특징으로 여겨지기보다는 그래픽의 오류 혹은 결함으로 여겨지기 마련이다. 흔히 폴리곤 하면 떠오르는 각진 면들과 텅 비어있는 내부의 모습은 리얼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며, 매핑된 텍스처 또한 평면 이미지처럼 보여선 곤란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게임 그래픽에서의 사실성의 기술은 바로 그 기술의 고유한 특징을 드러내선 안되는 것이다. 다각형의 모음인 폴리곤 모델링은 자신의 구성 요소인 다각형 면을 드러내는 일, 즉 각져 보여선 안되며, 매핑된 텍스처 또한 최대한 평면성을 감추고 깊이감의 환영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게 게임 그래픽의 발전은 역설적으로 도입되는 기술의 흔적을 가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각진 폴리곤‘, ’납작해 보이는 텍스처‘와 같이 그래픽 기술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초기의 3D 그래픽은 흔히 당시 기술적 수준의 한계에 의한 결함을 포함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울트라킬〉이 결함으로 여겨졌던 초기 3D 그래픽의 고유한 특징들을 특유의 미학으로 제시하였듯, 거기엔 단순히 과거 기술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이상의 고유한 매력이 담겨있다. 낮은 품질 3D 그래픽의 미학 2016년에 발매한 게임 〈back in 1995〉은 제목처럼 특정한 시기를 가리킨다. 1995년, 앞서 언급한 〈울트라킬〉이 모티프로 삼았던 것과 같이 비디오 게임에 완전한 3D 그래픽이 최초로 도입되던 시기이다. 〈울트라킬〉과 마찬가지로 〈back in 1995〉의 그래픽 비쥬얼 또한 초기 3D 그래픽에서 발생하던 온갖 문제들을 담고 있다. 제작자는 말한다. “저해상도 모델, 텍스처 워핑, CRT 에뮬레이션, 고정 CCTV 스타일 카메라 각도를 포함한 레트로 3D 그래픽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세계에 빠져보세요.” https://store.steampowered.com/app/433380/Back_in_1995/ 그러나 게임은 단순히 비쥬얼적인 매력에 기대고 있지만은 않는다. 주목할 만한 지점은 이 게임의 장르다. 〈back in 1995〉이 표방하는 ’서바이벌 미스터리 호러‘ 장르는 이 게임의 독특한 로우-파이 3D 그래픽의 미학과 불가분이다. 〈back in 1995〉는 ’서바이벌 미스터리 호러‘장르 속에서 왜 초기의 3D 그래픽이 여전히 설득력을 갖고 매력적일 수 있는지, 이 양식의 고유한 미학은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 〈back in 1995〉의 게임 플레이 이미지 (출처: https://store.steampowered.com/app/433380/Back_in_1995/ ) 레트로의 의미는 단순히 지나간 그때의 스타일을 다시 반복하며 애호하는 것 정도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이 굳이 지나간 특정한 과거의 것을 재현하고자 하는 일은 당연하게도 시간성이라는 문제와 관련된다. 문화 연구자 ’사이먼 레이놀즈‘는 근래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레트로 문화에 관해 비판적으로 분석한 자신의 저서 『레트로 마니아』에서 레트로 문화와 시간성에 관해 이렇게 질문을 던진 바 있다. “문화가 노스텔지어에 매달려서 앞으로 나갈 힘을 잃은 걸까, 아니면 문화가 더는 앞으로 나가지 않아서 결정적이고 역동적이던 시대에 노스탤지어를 느끼는걸까?” 사이먼 레이놀즈, 『레트로 마니아』 최성민 역, 작업실유령, 2014, p.15 흔히 노스탤지어가 과거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으로 이해되는 것과는 상반되는 레이놀즈의 태도는 노스탤지어적 과거에 대한 과도한 매혹을 짐짓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back in 1995〉의 미스터리 호러 분위기 또한 전적으로 지나간 과거라는 시간, 저화질의 그래픽처럼 뿌예진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비롯된다. 작중 플레이어블 캐릭터인 켄트는 자신의 과거를 이해하기 위한 실마리가 도시 저편의 라디오 타워에 있다고 여기며, 도시 곳곳의 흔적을 더듬으면서 라디오 타워로 향한다. 아마도 개발자 자신의 자아가 강하게 투영된 듯 보이는 그는 과거에 대한 노스탤지어적 향수와 억압된 트라우마적 기억 사이를 오간다. 비록 〈back in 1995〉은 부족한 게임성으로 인해 많은 호평을 받진 못했지만, 로우-파이 3D 그래픽과 시간성에 관한 연관 그리고 무엇보다 호러 장르와의 연결성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자 한다. 다시 비쥬얼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초창기의 3D 그래픽이 갖고 있던 온갖 결함들은 특히나 낮은 해상도와 관련이 있었다. 이 낮은 해상도는 무엇보다도 ’가시성의 제한‘이라는 특징이 되었는데, 이는 당시의 그래픽만이 가질 수 있었던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했었다. 〈back in 1995〉 또한 노골적으로 참조했던 〈사일런트 힐〉시리즈는 그와 같은 시각의 제한에 의해 탄생할 수 있었던 초기 3D 그래픽 게임 역사의 마스터 피스 중 하나다. 〈사일런트 힐〉의 비쥬얼 아이덴티티이기도 한 연기는 사실 당시 하드웨어의 성능 한계로부터 비롯된 눈속임이었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말하자면 당시 하드웨어 성능에 따르면 랜더링 가능한 게임 공간의 디테일에 한계가 있었다. 일정 거리 이상의 공간은 아예 불러올 수도 없었는데, 이와 같은 부족한 디테일을 적절히 숨기기 위해서 게임 공간 전체에 연기를 깔았던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는 게임 세계에 대한 플레이어의 시야를 제한하여 이 게임의 미스터리 호러스러운 분위기를 더욱 잘 살릴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처럼 ’제한된 시야‘에 의해 생겨나는 특유의 미스터리 호러적인 분위기는 〈사일런트 힐〉에서 연기 에피소드에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닌 듯 싶다. 오히려 〈사일런트 힐〉은 연기에 가려진 시야 저편뿐만이 아니라 연기에 가려지지 않은 공간까지도 포함하여 아예 이 게임 세계 전체가 명확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는 연기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그래픽 텍스처의 저화질은 게임에 음산한 분위기를 더했고, 각진 폴리곤 모델링은 마치 기괴하게 변형된 신체처럼 보였다. 2012년 〈사일런트 힐〉 시리즈의 일부는 HD로 리마스터 되었지만, 이 1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낡은 게임의 품질 개선은 되려 게이머들로부터 큰 비난을 받게 되었다. 문제는 게임이 너무 잘 보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안개는 대부분 걷혀졌으며, 텍스처의 퀄리티는 업스케일링 되면서 〈사일런트 힐〉 특유의 그로테스크하고 미스터리 호러한 분위기가 전부 안개처럼 사라져버린 것이다. 지금 와서 살펴보자면 이 잘 보이지 않으며, 명확하지도 못한 세계가 갖는 독특한 미적 특징은 디지털 그래픽 매체에 대한 인지적인 물성을 나타내고 있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게임 그래픽의 발전은 도입되는 기술의 흔적을 감추는 방식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초기 3D 그래픽 게임에서는 여전히 도입된 기술의 흔적이 물씬 남아있는 것이다. 바로 그 점이 초기 3D 그래픽을 매력적이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플레이 중인 디지털 가상 세계의 고유한 물성이 오늘날의 리얼한 그래픽 이미지들보다도 더 극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 ’Puppet Combo’의 게임 의 플레이 이미지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nlgFGZ2hs-A) * ’Puppet Combo’의 게임 의 플레이 이미지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xNMzvoc1Wyw ) 〈back in 1995〉와 〈사일런트 힐〉이 바로 저 명확하지 않은 세계로 인해 느껴지는 잔잔한 공포 혹은 미스터리적 분위기에 집중했다면, 독립 게임 개발 스튜디오 ’Puppet Combo’는 로우-파이 3D 그래픽이 갖는 독특한 물성에 의해 느껴지는 즉물적인 공포감에 집중한다. 주로 80년대의 B급 고어, 슬래셔 무비를 참조하는 이들의 방향성은 언뜻 생각하기에 고어나 슬래셔와 같이 날것의 표현이 중요한 장르적 연출이 어떻게 저화질의 로우-파이한 3D 그래픽 스타일로 충분히 표현될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거친 폴리곤 덩어리로 표현된 신체가 갖는 날것의 물성은 흔히 고어 장르에서 고깃덩이로 추락해버리는 날 것이 된 신체의 물성과 닮아있다. 〈퀘이크〉에서 처치하자마자 순식간에 투박한 고깃덩이로 뒤바뀌어버리는 괴물들의 모습, 〈GTA: 산 안드레아스〉에서 헤드샷에 의해 순식간에 머리는 사라지고 피 분수가 분출되는 모습, 〈폴아웃 3〉에서 사정 없이 절단되는 팔다리와 물리 엔진에 의해 사후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시신의 모습은 게임의 고유한 물성에 의해서 출현할 수 있었던 독특한 고어적 순간들이다. * 안가영 작가의 〈KIN거운생활: 온라인 KIN 온라인〉, Machinima, FHD color, 20min 13s, 2020-2021 (출처: https://angayoung.cargo.site/KIN-online ) 낮은 해상도와 프레임, 어색한 에니메이션, 퀄리티가 좋지 않는 폴리곤 모델링과 저해상도의 텍스처 등을 특징으로 하는 독특한 디지털 미학은 비디오 게임에만 국한되어 나타나지 않는다. 근 몇 년간 시각예술 분야에서도 이같은 독특한 이미지 양식을 인용한 작업들이 종종 나타나곤 했다. 미술작가 김희천은 그가 몇 번이나 주제로 삼았던 ‘서울‘이라는 장소의 부유감을 은유하기 위해서 낮은 품질의 3D 폴리곤 모델링 특유의 유령적 물성을 차용한 바 있다. 그의 영상작업 〈바벨〉에서 서울의 지하철 공간을 돌아다니는 멍청하게 생긴 저품질 폴리곤 인간들은 T 포즈로 자세가 고정되거나 허접한 에니매이션으로 이동하며 서로 겹쳐지고 벽을 통과하기도 한다. 또한 아예 비디오 게임을 주요한 참조점으로 삼는 미술작가 안가영 또한 개인이 구현 가능한 조야한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의 미학을 경유하여 작업을 전개하곤 한다. 그의 연작중 하나 〈 KIN거운생활: 온라인 KIN 온라인〉의 그래픽 비쥬얼은 비록 앞서 로우-파이 3D 그래픽의 주요한 특징으로 언급했던 ‘폴리곤 모델링’과 ‘텍스처’의 퀄리티는 훌륭한 수준이지만, 광원 효과의 의도적인 날림에 의해 여전히 그래픽의 이미지의 품질이 현저하게 낮아 보인다. 이와 같은 낮은 품질의 3D 그래픽이 갖는 독특한 유령적 물성은 김희천에게선 서울이라는 장소의 부유감에 의해 인용되었다면 안가영에게는 신체와 정체성의 부유감에 의해 인용된다. 2010년대를 중심으로 다시 반짝였던 포스트 디지털 담론에서 이어지는 미술 작업의 비쥬얼은 그 이름에 걸맞지 않게 최신의 리얼한 그래픽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차라리 그들의 작업에서 나타난 비쥬얼적 특징은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중반까지 볼 수 있었던 낮은 품질의 3D 그래픽에 가까웠다. 이는 보다 리얼하고 현대적인 3D 그래픽 이미지를 미술 작가 개인이 구현하기에는 소요되는 자본과 기술의 한계가 따른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자면 적당한 수준의 3D 그래픽을 구현하는 데에 있어서는 굉장히 접근성이 용이해졌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그들은 로우-파이하고 한편으로는 레트로, 노스탤지어적인 기억과 선명함이 억압되는 특정한 디지털 이미지의 미학에 기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연구자) 안준형 아티스트 폴리티컬 파티 '배드 뉴 데이즈'와 마르크스주의 기반 연구기관 '조사'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게임 매체에 관한 관심을 바탕으로 게임 미디어의 정치성 및 게임 속 이미지의 재현 체계와 그것의 주체성 및 윤리적 문제에 관해 비평적 글쓰기를 수행하고 있다.
- 〈디아블로〉 시리즈의 역사로 바라보는 블리자드의 변화
2021년 2월 20일에 시작된 블리즈컨라인(BLIZZConline)의 분위기는 어수선하기만 했다. 2005년 10월 처음 개최된 블리즈컨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가 자신들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는 팬들을 위한 축제로써 기획되었다. 하지만 지난 몇년간의 블리즈컨의 분위기는 분명 예전과 달랐다. 제작자와 게임 팬의 화합의 장이었던 블리즈컨이 끝나면 항상 팬들의 열화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지만, 최근 들어 함성은 잦아들고 작은 수근거림이 더 많이 들리기 시작했다. < Back 02 GG Vol. 21. 8.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Hyunho Lim A game developer who makes games while chasing the adventure-tales of the heroes of game development past. Has worn many titles over a very long stretch—CEO, designer, indie game developer, project manager—but at heart an ordinary soul who hopes simply to be called a gamer and a game developer.
- 넷마블 게임 박물관에 느꼈던 게임의 과거와 미래
2025년 3월 넷마블 게임 박물관이 정식으로 일반 공개를 시작했다. 넷마블 게임 박물관은 아직 정확하게 공지는 되지 않았지만 현재(2025년)기준으로 한국에서 최초로 정부에 등록된 게임을 테마로 한 박물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국내에서 이름에 컴퓨터가 들어간 등록박물관은 2023년 기준으로 넥슨 컴퓨터 박물관이 유일하다.) < Back 넷마블 게임 박물관에 느꼈던 게임의 과거와 미래 23 GG Vol. 25. 4. 10. 넷마블 게임 박물관 문을 열다. 2025년 3월 넷마블 게임 박물관이 정식으로 일반 공개를 시작했다. 넷마블 게임 박물관은 아직 정확하게 공지는 되지 않았지만 현재(2025년)기준으로 한국에서 최초로 정부에 등록된 게임을 테마로 한 박물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국내에서 이름에 컴퓨터가 들어간 등록박물관은 2023년 기준으로 넥슨 컴퓨터 박물관이 유일하다.) 물론 이전에도 게임을 가지고 있는 박물관이 없지는 않았다. 레트로 게임 카페를 표방하는 개인이 운영하는 공간이나 제주도에 있는 컴퓨터 박물관, 지금은 없어졌던 제로하나 박물관에도 과거의 게임을 상당 수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럼에도 서울이라는 접근성과 게임 업계에서는 대기업에 속하는 넷마블이 운영한다는 지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넷마블의 게임 박물관에 기대하는 부분이 컸다. 필자는 게임 박물관이 일반 공개를 시작한 날과 두번째 주의 평일의 시간을 골라 방문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면서 박물관도 조금씩 개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 언급된 내용이나 정보가 방문 시점에는 다를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이야기하고 싶다. 또한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박물관 개관 준비의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완전히 객관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싶다. * 넷마블 박물관 초입 (직접촬영) 넷마블 박물관 직접 가보다. 역사속에서 초기의 박물관은 여러 유산들을 모아서 대중에게 공개하는 형태였다. 넷마블의 게임 박물관도 이러한 형식은 충실히 지키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넷마블의 게임 박물관을 처음 방문하면 넓은 공간에서 “나 혼자만 레벨업”의 주인공이 이야기해주는 인류의 게임에 대한 역사를 짧게 훑는 영상을 보여준 후, 보이는 수장고로 넘어간다. 보이는 수장고는 초반의 수장고와 유물에 대한 전시 공간은 게임 관련 유물을 보여주는 주된 공간이며 특히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1980년대 이전의 기기들은 레플리카이긴 하지만 사진이 아니라 실제 기기를 볼 수 있다는 점은 넷마블 게임 박물관이 가지고 있는 큰 장점이다. 2배로 크기를 키운 둘을 위한 테니스나 PDP-1의 레플리카에서 재현한 스페이스워!(Spacewar!)의 동작화면은 국내에서는 쉽사리 보기 힘든 물건이며 전시 공간 마지막에 존재하는 실물 컴퓨터스페이스(ComputerSpace) 역시 마찬가지다. * 보이는 수장고 전경 (직접 촬영) 보이는 수장고 오른편에는 보기 힘든 수장품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보이는 수장고는 뒤에도 공간이 있어 수장품들의 뒷모습들도 확인할 수 있다. 90년대 대기업들에서 정식 발매된 가정용 게임기용 기기들이나 팩과 패키지 매뉴얼들의 실물은 지금은 대부분 수집가들의 손에 들어가있기 때문에 실물을 실제로 보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물건을 확인할 수 있는 보이는 수장고는 정말 좋은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 보이는 수장고 뒷편 보이는 수장고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소장품 인벤토리는 대형 스크린 5개로 이루어진 키오스크로 수장품들의 이미지가 계속 흘러가면서 이미지를 터치하면 수장품들의 정보를 확인 할 수 있다. 소장품들이 적지 않아서 흘러가는 소장품의 이미지를 보는 것도 즐거움을 준다. * 소장품 인벤토리 이렇게 보이는 수장고가 끝나면, 좀 더 어린 연령대의 관람객들을 위한 자신의 적성에 맞는 게임 개발자를 알아볼 수 있는 체험 키오스크나 게임 개발자들의 테이블과 실제 게임 개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려주는 프로젝션 아트, 그리고 이어서 <제2의 나라>에서 게임 캐릭터 생성을 체험하는 코너가 나온다. 연령대에 따라 관심사가 갈리는 콘텐츠일 수 있겠지만 <제 2의 나라> 게임 개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컴퓨터 모니터와 벽면을 넘나드는 캐릭터의 설명은 한번쯤 봐 둘만 하다. * 오른쪽 버튼을 꼭 눌러 보길 바란다. 게임의 사운드 트랙과 함께 박물관의 두번째 아카이브인 라이브러리가 나온다. * 도서 라이브러리 게임 박물관의 라이브러리는 다양한 책들이 존재한다. 해외서적과 함께 최신서적 중심으로 되어있긴 하지만 책은 점차적으로 늘려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 아카이브 키오스크 한편 한 켠엔 1990년부터 2010년대의 한국의 게임 역사를 정리해놓은 디지털 아카이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 디지털 아카이브는 인터랙티브 키오스크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해당 기가 한국에서 있었던 주요 게임 사건과 함께 당시 자료들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여기까지 지나면 게임에 등장하는 한국과 함께 마지막으로 올해 11월 30일까지 진행하는 한국 PC 게임 스테이지 특별전을 하고 있다. 보이는 수장고와 마찬가지로 한국 PC 게임 스테이지 역시 90년대 한국 PC 패키지 게임의 실물과 역사를 간략하게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으며, 지금은 실물을 보기 매우 힘들어진 당시 PC게임 패키지와 매뉴얼등의 실물이 실제 전시되어있다. * 게임 체험존 마지막으로는 누구에게나 인기가 있는 게임 체험 존이 존재한다. 고전 아케이드게임 중심의 체험존이긴 하지만 실제 이야기를 들어보면 넷마블 사내 카페인 'ㅋㅋ다방'은 외부인들도 이용 가능하다보니 어린이들은 자리를 안떠나려고 하고 있고, 보호자들이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게임을 좋아하는 데는 연령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보인다. 게임 박물관 VS 컴퓨터 박물관 한국에서도 컴퓨터 테마의 박물관은 몇 군데 존재하며, 게임 박물관을 표방하는 개인이 운영하는 곳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비교를 해볼수 있는 곳이라면 정식으로 국가에 등록된 박물관들과 비교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국내에서 현재 컴퓨터 등을 테마로 한 등록된 박물관은 넥슨 컴퓨터 박물관 정도이다. 시대가 흐르면서 컴퓨터 역시 수집 대상이 되었고 박물관의 전시품에 포함되고 있다. 넷마블 게임 박물관 옆에 있는 G밸리 산업 박물관에서도 90년대 국산 가정용 컴퓨터들이 전시되어있으며 국립 중앙 박물관의 어린이 박물관 등에는 PC통신 시절 사용하던 단말기가 통신의 역사를 설명하며 배치되어 있었던 적도 있다. 한양대 박물관에는 국내 초창기의 아날로그 컴퓨터가 존재하며, 한글 박물관 또한 다양한 한글 시대 컴퓨터 소프트웨어들을 소장하고 있기도 하다. 이와 함께 조금씩 게임들이 전시되어있는 부분도 찾아볼 수 있다. 넥슨 컴퓨터 박물관의 경우 주된 테마는 컴퓨터이기 때문에 게임 박물관과 바로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1층의 가정용 게임기의 발전과 실물 가정용 게임기의 전시라든가, 게임 사운드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체험 코너, 그리고 2층의 게임 체험 공간과 라이브러리, 3층의 교육코너와 함께 있는 오픈수장고들은 현재 디지털 기기 및 게임 박물관에서 어떤식으로 전시 및 체험을 진행하는지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 있음을 알수 있다. 오픈 수장고의 경우 넥슨 컴퓨터 박물관의 경우는 거리가 있고 살펴보기 힘들게 배치되어 있다면 넷마블의 그 것은 좀 더 보기 좋게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라이브러리의 경우는 넥슨 컴퓨터 박물관이 좀 더 오래되었다 보니 과거 자료를 좀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번에 개관한 넷마블 게임 박물관의 경우는 매우 고가에 거래되는 수집품이 되어버려 그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던 국산 가정용 게임들의 실물을 오픈 수장고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한편 넥슨 컴퓨터 박물관이 가장 자랑하고 있는 콘텐츠인 복원된 바람의 나라나 PC통신 서비스 같은 국내의 환경을 재현한 게임환경들은 넷마블에서는 체험해보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 넥슨 컴퓨터 박물관의 PC통신 체험코너 (2013년 직접 촬영) 조금 강하게 평가하자면 넷마블 게임 박물관에 대한 느낌이라면 보기 힘든 유물들이 잘 정리되어있는 유물 쇼룸이다. 어디서도 보기 힘든 우주 거북선 패키지 라든가, 실물을 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정식 발매된 국산 게임기들, 레플리카지만 테니스포투(Tennis For Two), MIT PDP-1, 거의 원본에 가깝게 복각해놓은 마지막 코너의 퐁 까지 다큐멘터리나 책에서나 볼 수 있는 기기들을 실제로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은 넷마블 게임 박물관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강점이며, 레트로 게임 마니아나 게임의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이면 한번 쯤 눈으로 봐야하는 물건들이 정말 많다. 다만 박물관 운영 초기라 이러한 유물에 대한 정보가 부드럽게 전달되는 지는 아쉬움이 있다. 일반적으로 박물관이라면 유물 옆에 좀 길게 적어놓은 텍스트 패널을 둘 법 하지만 넷마블 게임 박물관의 경우 이러한 설명들을 모두 한 단계 아래에 숨겨놓은 경향이 강하다. 전체 디자인 철학이 그렇게 디자인되었다는 느낌인데, 이렇다보니 좀 거칠게는 쇼룸이라는 느낌을 주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본다. 대부분의 설명을 QR코드로 들어갈수 있는 음성 안내 페이지나 인터렉티브 키오스를 통해 볼 수 있다는 점은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나 사람이 많이 몰릴 경우, 혹은 키오스크를 놓치는 사람이라면 유물에 대한 설명을 놓칠수 있다는 점은 박물관의 구성에서 특히 아쉬운 부분이었다. * 인터랙티브 키오스크 과거를 전시한 박물관과 게임 박물관의 미래 넷마블 게임 박물관에 대한 평가를 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다. 어떤 사람들은 소장품 구색의 아쉬움을 이야기 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도서관에 대한 자료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고, 공간의 크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먼저 던져봐야 할 것 같다. 그래서 게임 박물관은 어떤 것을 전시해야 할 것인가. 앞서 말했듯이 넷마블 박물관은 희귀한 게임 관련 유물들이 정말 많다. 물론 게임 팩이나 가정용 게임기에 한정하면 더 많이 모은 수집가들이 존재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박물관의 전시는 대부분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넷마블 게임 박물관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명확해진다. “유물이 존재하지 않는 게임들은 어떻게 전시할 것인가.” 우리는 지금은 대부분 구성품이 존재하지 않는 게임을 즐기고 있다. 가정용 콘솔이나 PC용으로는 패키지들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게임 구매의 주된 흐름은 주문형 게임으로 넘어가고 있으며 게임 패키지의 구성품도 소장용으로 나오는 아주 소수로 찍어 프리미엄이 붙는 패키지 외에는 칩만 들어가있으며, 게임에 대한 설명등은 유튜브나 홈페이지로 대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편 과거의 게임들은 에뮬레이터나 어밴던웨어 등으로 현재의 기기에서 즐길수 있는 경우가 존재하긴 하지만, 당시 패키지의 물성이나 기기의 물성들을 직접 체험하기는 매우 힘들다. 그렇다보니 전문가라는 사람이 매뉴얼을 읽지 않고 기기와 게임의 특성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게임을 평가하는 경우도 발생하기 쉬운 상황이기도 하다. 이러한 게임을 위해서는 넷마블 게임 박물관이란 공간은 정말 필요한 부분이다. 대부분의 고전 게임 패키지들이 수집가들의 손에 들어가 빛을 보기 힘든 상황에서 연구자나 과거 게임의 구성품을 살펴 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한편 2000년대 들어서 이러한 물성이 거의 없이 소프트웨어로만 존재하는 게임들은 박물관에 전시하기 참 힘든 상황이 되었다. CD 등으로 나오기라도 했다면 CD 등을 전시하겠지만 USB 디스크등의 실물 조차 안나오고 다운로드로만 존재했던 게임이라면 어떤 것을 전시해야할 것인가.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고민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의문은 게임을 어떻게 아카이브할 것인가와도 연결된다. 특히 온라인 게임 중심의 시장이 진행되어온 한국에서는 이러한 문제는 더욱더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게임을 어떻게 아카이브 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들은 사실 전세계적으로도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다만 점차 이러한 논의들이 활발해져가면서 미국, 유럽, 일본등에서는 단체등이 생기면서 점차 연구나 토론이 늘어나고 있다. 한편 유물로서의 게임만 전시하다보니 당대의 게임 문화, 개발자, 환경들에 대한 전달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도 약점이다. 유물에 대한 설명들도 아쉬운 지점들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박물관의 준비 문제라기보다는 이러한 연구 자체가 부족한 한국 게임 학계의 토양에 대해 이야기해야할 것이다. 넷마블 게임 박물관이 게임의 미래도 보존하길 바라며 시작하면서 박물관의 역사에서 유물의 전시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현대의 박물관의 역할은 좀 더 다양해졌다. 앞서 말한 아카이브와 함께 연구, 교육 등이 전시와 함께 따라오는 박물관의 역할이다. 박물관의 입구에서는 청소년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습지들이 존재하며, 라이브러리에 존재하는 <배틀 가로세로> 풍의 퀴즈 게임들은 어린이들이 박물관에서 학습할 수 있는 좋은 체험 프로그램이지만, 이러한 체험활동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공간의 아쉬움은 있다. 첫번째 방의 게임 영상이나, 제2의 나라 체험관 같은 넓고 화려한 체험관도 좋지만 좀 더 박물관스러운 아날로그한 학습공간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마블 게임 박물관의 개설이 반갑다. 지금까지의 한국에서는 게임 역사를 정리할 구심점이란 것이 부족했었고 이러한 박물관같은 구심점이 생겨나면 자석처럼 자료와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꾸준한 투자만 계속 된다면 박물관을 중심으로 새로운 유물들이 모이고 연구가 계속되며 네트워크가 생겨날 수 있다. 이렇게 모인 자료들과 사람들은 새로운 게임의 역사를 조명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대의 박물관은 유물을 한번 배치하고 끝나는 고정된 공간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기획전과 교육 프로그램 업데이트 되는 지식들을 피드백하는 공간이 되었다. 넷마블 게임 박물관 역시 앞으로의 게임을 아카이브하며 새로운 역사를 정리해나가는 게임 역사를 전시하는 공간의 최전선이 되기를 희망한다. Tags: 넷마블, 아카이빙, 박물관, 학예연구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개발자, 연구자) 오영욱 게임애호가, 게임프로그래머, 게임역사 연구가. 한국게임에 관심이 가지다가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것에 취미를 붙이고 2006년부터 꾸준히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고 있다. 〈한국게임의 역사〉, 〈81년생 마리오〉등의 책에 공저로 참여했으며, 〈던전 앤 파이터〉, 〈아크로폴리스〉, 〈포니타운〉, 〈타임라인던전〉 등의 게임에 개발로 참여했다.
- 15년 만에 다시 돌아온 <어이쿠, 왕자님>, 게 섯거라 이놈아!
버틀러는 이러한 패러디적인 창조성을 원본이라는 것 자체도 원래 본질적으로 원본인 것이 아니라 원본이라고 가정되는 이상적 자질을 모방을 통해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원본이 동시에 모방본이라는 점에서 원본과 모방본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든다. 모방본도 원본도 원본의 상상적 특성들을 모방하는 것이고, 오히려 모방본이 원본의 모방적 자질을 드러내주는 것이라면 이제 오히려 모방본이 원본에 선행한다는 역설적인 생각까지 가능해진다. 이는 원본이 가진 창조성의 가치와 패러디의 모방본이 가진 창조성의 가치가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며, 오히려 패러디 요소를 내재하고 있는 모방본이 원본에 선행하여 더 높은 창조적 위치를 점유한다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 Back 15년 만에 다시 돌아온 <어이쿠, 왕자님>, 게 섯거라 이놈아! 10 GG Vol. 23. 2. 10. 〈프린세스메이커〉라는 게임을 아는가? PC용 게임으로 시작하여 모바일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사랑받아 온 이 게임은 1991년 최초로 ‘육성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를 개척해낸 게임이다. 이 새로운 장르의 주인공은 그야말로 귀엽고 밝은 ‘소녀’다. 게임을 시작하면 우리는 자신의 딸을 다양한 방식으로 육성시킬 수 있다. 물론 딸이 ‘프린세스’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게임이 시작되면 우리는 우리가 짜놓은 스케줄을 따라 움직이고, ‘아버지’라고 부르며 밝게 웃어주는 딸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아마도 이후 〈프린세스메이커〉 시리즈가 연이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게임 플레이를 통해 발생하는 딸과의 다양한 정서적 감응 때문이 아니었을까. 게이머들은 플레이를 통해 딸과 대화를 나누기도, 바캉스를 즐기기도 하며 8년동안 자라나는 딸에게 애정, 슬픔 혹은 (내가 원하는 엔딩을 이루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분노 등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감정의 발생은 게임의 이야기 진행 방식이 영화나 드라마와는 달리 게이머에게 일정한 역할을 부여하면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게이머는 적어도 마우스를 클릭하는 등의 아주 작은 행동을 통해, 게임의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는 ‘권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권위는 우리가 행위하고 조작하는 대상에 대한 ‘애정’이나 ‘친밀감’과 같은 정서적 교류를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기제가 된다. 그러나 나는 이 게임이 재밌으면서도 어딘가 불편했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게임 안으로 들어간 게이머인 ‘나’는 내가 사회적으로 주체화한 성별과는 무관하게 딸이 ‘아버지’라 부르는 걸 묵과해야했던 경험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프린세스메이커〉는 기본적으로 ‘아버지가 딸을 키우는’ 게임이다. 내러티브상으로는 여성 게이머를 고려하지 않은 ‘남성적’ 게임이었다는 의미이다. 여성 게이머는 게임 밖에서는 여성이지만 게임 안에서는 ‘딸을 잘 키워 왕자를 만나도록 애쓰는 아버지’로 남아야 하는 것이〈프린세스메이커〉를 플레이하는 여성 게이머의 역설이다. 심지어 〈프린세스메이커〉의 엔딩 중 하나엔 그 딸이 아버지와 결혼을 원해 아내가 되기도 한다. 아니 내 딸이 나(시스젠더 여성+남성애자)와 결혼을 원하다니. 이 얼마나 이성애-전복적인 상황인가. 지금 생각해보면 〈프린세스메이커〉를 통해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접했던 많은 여성들이 이미 이 당시 탈이성애를 경험하고도 남았을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그 딸이 자라면서 다양한 경험을 시도하는 것(다이어트를 하거나,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풍류환을 먹고 가슴이 커진다던가 하는)이 나 자신을 대상화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결국 나는 이 시리즈가 묘하게 불편해졌다. 그렇게 10대가 가고 20대에 접어든 나는 2007년 우리나라의 몇몇 아마추어 여성 게이머가 〈프린세스메이커〉의 성역할을 전도시킨 일종의 패러디 게임 〈어이쿠 왕자님∼호감가는 모양새〉 (이후 〈어이쿠 왕자님〉)를 제작하고 있다는 소식을 블로그를 통해 접했다. 이 게임은 딸이 아닌 아들을 키우는 형식이고, 게임 속 주체를 아버지/어머니 중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어이쿠 왕자님〉은 단순히 〈프린세스메이커〉 패러디로서의 특성만 갖는 것이 아니었다. 이 게임은 인디문화의 속성을 공유하는 게임인 동시에 남성 동성애물을 표방한다는 의미의 동인(同人)게임 1) 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나는 이 게임이 PC 게임으로 발매되고 드라마시디까지 제작되는 걸 보면서 굉장한 희열을 느꼈다. 그리고는 이를 플레이하는 여성 게이머들을 찾기 시작해 논문을 썼다. 그게 무려 15년 전이다. 그런 〈어이쿠 왕자님〉이 2023년 크라우드펀딩으로 다시 돌아왔다. 심지어 펀딩율 1200%를 달성하고, 오디오 드라마까지 풀로 착장한 채. 〈어이쿠 왕자님〉은 단순한 인디/BL 게임으로 호명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 〈어이쿠 왕자님〉과 〈프린세스메이커〉의 첫 번째 차이점은 프린세스메이커 시리즈의 커다란 틀로써 작용하고 있었던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아버지 혹은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로 변용하여 제작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여성 게이머의 젠더 트러블 요소로 작용했던 '아버지 되기'에서 선택적 사항을 더한 것으로 '아버지 혹은 어머니'되기를 통해 여성 게이머로서 느낄 수 있었던 젠더 트러블적 요소를 제거하여 여성 게이머의 주체성을 부각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어이쿠 왕자님〉은 〈프린세스메이커〉가 가진 남성적 요소들을 제거하여 원작과는 다른 의미를 게이머에게 전달한다. 여기서 남성적 요소들이란 남성 게이머가 〈프린세스메이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 요소, 즉 여성을 보는 대상으로 하며 남성의 시각을 주체로 하여 얻는 쾌락적 요소를 말한다. 〈어이쿠 왕자님〉은 〈프린세스메이커〉를 〈프린세스메이커〉로 전복시킴으로써 여성 게이머들에게 보는 대상을 남성으로 치환시키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원작이 가진 의미를 완전히 전복한 것으로 남성을 위한 게임에서 여성을 위한 게임으로 의미화하는 과정이라 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프린세스메이커〉와 〈어이쿠 왕자님〉이 지닌 가장 큰 차이점은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차이점을 복합적으로 변용하여 이성애적인 젠더체계의 틀을 벗어나 남성 성장서사를 남성 동성성애 서사로 패러디 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어이쿠 왕자님〉은 부성애와 모성애가 선택적으로 존재하는 게임적 장치와 더불어 남성동성성애의 서사로 패러디함으로써 당시 소수였던 여성 게이머들뿐만 아니라 이를 플레이하는 게이머 모두에게 원본과 원본을 넘어서는 패러디의 의미를 플레이를 통해 경험하게 했다. 인디게임이 일반적으로 기존의 지배적인 문화, 주류문화의 흐름으로부터 벗어난 게임을 말한다는 점에서 〈어이쿠 왕자님〉 인디게임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인디게임의 생성 동기와 존립 근거가 새로움에서 찾을 수 있다면 〈어이쿠 왕자님〉이 가지고 있는 새로움-창조성은 단순히 개인의 주관적인 기회가 아니라 사회구조와 그 구조내의 행위자와의 충돌, 그리고 그러한 충돌 과정에서 정체성을 생성하고 새로운 생활양식의 변화와 사회적 관계를 구축하면서 기존 질서에 대한 대안적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어이쿠 왕자님〉을 플레이하는 여성 게이머들은 기존의 사이버 공간에서 이미 원본을 동성성애화하여 패러디한 2차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행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있던 세대였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기존의 텍스트 부분 및 내용이나 형식을 변형하고 확대하며 생략하는 과정을 통해 그들의 콘텐츠을 생산하고 유통하는데 익숙했던 것이다. 특히 게임이라는 영역은 여전히 생산이 제한된 영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공간의 지속적인 생산경험을 통해 여성 게이머들은 자신이 게임 유통과 생산 과정에 진입이 가능하다는 생산자적 자율성과 창조성을 획득하여 〈어이쿠 왕자님〉이라는 게임을 생산해낸 것이다. '인디 집단'자체가 수년간 축적해둔 일상적 생산적 주체의 경험은 고착화된 구조나, 단계가 아닌 잠재적으로 단순한 수용자, 게이머가 될 수 있으며 동시에 진화를 통한 창조적 생산자가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게 한다. 특히 게임이라는 매체는 실제와 허구 사이의 경계가 붕괴되는 공간을 만들어 낸다. 게임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새롭게 자기표현을 찾는 능동적 생산자를 관객으로부터 유도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몰입하고 플레이하는 것에 큰 도움을 준다. 게임이라는 공간에서 실제 본인의 성별과 상관없이 스스로 새로운 자기 정체성을 만들고, 억제된 욕구 표현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만들며 주체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여성 게이머들은 자신들의 젠더를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생물학적 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여성들은 앞서 논의한 다양하고 새로운 주체를 경험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동시에 〈어이쿠 왕자님〉에는 풍자와 익살적인 요소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게임의 배경은 시공간이 모호한 중세 판타지 풍의 바이케 왕국이다. 바이케 왕국을 거꾸로 읽으면 게이바다. 또한 바이케 왕국에 내려오는 전통춤으로는 바닥에 꽂힌 길다란 봉 주위를 돌며 추는 매우 관능적인 춤이라 할 수 있는 'bar dance'(봉춤)이 있으며, 정기적으로 국가에서 주최하는 경연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현재 왕위는 노므헨 국왕이 갖고 있으며, 왕족 '맨슨(이명박)'이 등장하여 해저도로를 건설하자고 굳건히 이야기 하는 이벤트는 당대의 정치상황을 절묘하게 패러디 하여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어이쿠 왕자님〉의 패러디 요소는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기존의 패러디의 의미를 더욱 확장시킨다. 패러디의 성립조건에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전복과 치환, 다른 의미 담기를 통해서 단순하게 익살과 풍자의 모방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어이쿠 왕자님〉은 기존 텍스트의 담론적 권위나 지위에 의존하여 기존 텍스트의 의미체계와는 전혀 다른 의미체계를 지니는 새로운 텍스트를 생산한다. 패러디 기법인 '낯설게 하기'는 기존 텍스트의 병치, 재구성, 해체를 이용한 담론효과를 산출하는 것이다. 이는 보이는 대상에서의 보는 주체로의 여성, 이성애중심의 젠더체계의 전복이라는 이중적 패러디를 생산하면서 더욱 심화된다. 이러한 이중적 패러디는 모방의 한 형식이지만 동시에 패러디된 작품을 희생시키지 않는 다는 점에서, 그리고 '차이'의 창조성을 생성한다는 점에서, 유희적이고 해체적이면서 동시에 창조적이라도 말할 수 있다. 버틀러는 이러한 패러디적인 창조성을 원본이라는 것 자체도 원래 본질적으로 원본인 것이 아니라 원본이라고 가정되는 이상적 자질을 모방을 통해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원본이 동시에 모방본이라는 점에서 원본과 모방본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든다. 모방본도 원본도 원본의 상상적 특성들을 모방하는 것이고, 오히려 모방본이 원본의 모방적 자질을 드러내주는 것이라면 이제 오히려 모방본이 원본에 선행한다는 역설적인 생각까지 가능해진다. 이는 원본이 가진 창조성의 가치와 패러디의 모방본이 가진 창조성의 가치가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며, 오히려 패러디 요소를 내재하고 있는 모방본이 원본에 선행하여 더 높은 창조적 위치를 점유한다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1) 현재는 동인이라는 용어는 거의 쓰이지 않고, BL(Boys’ Love)이라는 용어로 대체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인은 사실 일본에서 수입되어 처음에 ‘동인지’라는 소수의 문인들이 창작 활동을 위해 만든 문예잡지에서 유래되었다. 그 이후 한국에서 동인은 아마추어라는 뜻을 강하게 내포하게 되었고, 주류 콘텐츠가 될 수 없었던 남성동성애서사 또한 동인의 대표적인 콘텐츠로 자리잡게 되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조교수) 장민지 덕후 진화론(덕후는 정신적/육체적/기술적으로 진화한다)을 믿는 팬-미디어 연구자.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영상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5년 박사논문〈유동하는 세계에서 거주하는 삶 : 20~30대 여성청년 이주민들의 집의 의미와 장소화 과정〉으로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 학회 학술상, 2016년 〈비인간 캐릭터에 대한 대중의 환상〉으로 한국방송작가협회 한국방송평론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 애증의 가 2023년에 보여준 가능성
<와우>의 명성이 예전 같지 않은지는 오래되었다. 열성 플레이어들도 나이를 먹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새로운 플레이어의 유입보다 기존 플레이어의 여전한 참여가 <와우>를 유지시키고 있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와우>가 기존 플레이어들만을 만족시키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 Back 애증의 가 2023년에 보여준 가능성 15 GG Vol. 23. 12. 10.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이하 ‘와우’)>로 원고를 써야 한다고 했을 때, 절대 고인물 플레이어처럼 예전 이야기를 하지는 말자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와우>의 9번째 확장팩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용군단(World of Warcraft: Dragonflight, 이하 ‘용군단’)>은 여러 면에서 ‘예전으로 돌아가는’ 텍스트다. 우선, 오리지널 시절부터 위세를 떨쳤던 용군단의 귀환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플레이어로 하여금 초자연적이었던 어둠땅을 뒤로 하고 아제로스로 돌아오게 한다는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용군단이 한 때 자신들의 왕국이었던 유서 깊은 고향으로 돌아온 가운데, 호드와 얼라이언스 영웅들은 다시 부름을 받고 아제로스에서 신비한 용의 섬을 탐험하고 고대의 비밀을 파헤쳐야 한다. 캠페인의 주요 캐릭터는 당연히 대부분 용족이다. 알렉스트라자, 노즈도르무, 래시온, 칼렉고스 등은 특히 초기 캠페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3번째 확장팩이었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대격변(World of Warcraft: Cataclysm)> 이후 이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용군단>이 플레이어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이유 중 하나이며, 모험의 주 무대가 어둡고 우울했던 어둠땅을 벗어나 아제로스 하이 판타지로 복귀했음을 의미한다. 설정과 캐릭터가 친숙하다 해도, <용군단>이 <와우>의 20여 년 역사에 현대적인 인상을 더해줌에는 틀림이 없다. 그간 <와우>의 주된 이야기 줄기는 아제로스의 큰 두 대립진영인 얼라이언스와 호드 간 전쟁으로 규정돼 왔다. 특히 전전 확장팩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격전의 아제로스(World of Warcraft: Battle for Azeroth)>에서는 두 진영의 큰 전쟁으로 인해 아제로스가 황폐화될 뻔했다. 하지만 <용군단>은 두 진영 간 갈등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다. 용의 섬에서 벌어지는 모험은 얼라이언스와 호드 사이에 누가 섬을 개척하고 점령할지를 놓고 벌이는 경쟁이 아니라, 많은 세력과 NPC들의 공유, 그리고 두 진영의 협력과 공동 탐험에 가깝다. 이는 실제 게임 플레이에도 반영된다. 이제 각기 다른 진영에 있는 플레이어라 할지라도 함께 모여 던전, 공격대 등을 즐길 수 있다. 대립과 경쟁에서, 협력과 탐험으로 게임 세계의 초점이 전환한 것이다. 용의 섬에 봉인돼 있던 드랙티르 종족도 추가되었다. 판다렌처럼 얼라이언스와 호드 양 진영 모두에서 선택 가능한 중립 종족이고, 전용 직업인 기원사로만 캐릭터를 생성할 수 있다. 늑대인간처럼 용 형태와 인간 형태 모두를 가지며, 전투 중에는 비인간 형태로 고정된다. 기원사는 사슬 방어구를 착용하는 하이브리드 클래스로, 원거리 딜러와 힐러를 오간다. 죽음의 기사나 악마사냥꾼처럼 확장팩 구간 시작 직전인 58레벨에서 시작, 전용 퀘스트라인 진행을 통해 기본 기술을 배워나간다. 신규 직업 외에 종족별 직업도 추가되었다. 이제 모든 종족에서 도적, 마법사, 사제, 수도사, 흑마법사를 플레이할 수 있다. 특성도 네 번째 확장팩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판다리아의 안개(World of Warcraft: Mists of Pandaria)> 이전으로 돌아갔다. 선택한 직업과 전문화에 대한 하나의 특성 트리 대신, 이제 각 전문화에는 두 개의 트리가 존재한다. 하나는 클래스 전체에 걸쳐 공유되며 방해, 이동강화, 생존과 같은 유용성에 중점을 두고, 다른 하나는 해당 전문화에만 해당하며 전투, 방어, 치유 스킬에 중점을 둔다. 특정 목적 달성을 고려할 경우 선택지가 좁았던 기존과 달리, <용군단>의 특성 트리는 비교적 폭넓은 선택지를 특징으로 한다. 그리고 그 특성은 전투할 때를 제외한 거의 모든 때 변경 및 조정이 가능하다. 재미있게도 각 특성 트리의 많은 능력은, 군단의 유물, 어둠땅의 성약의 단 능력과 같은 소스로부터 상당 부분 가져와졌다. UI(user interface) 개편도 특기할 만하다. <와우>의 진입장벽을 높여왔던 대표적인 요소 중 하나가 애드온(addon)이었다. 기존에는 UI 스크립트 기능이 있고 애드온을 통해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었을 뿐, 게임 내에서 기본적으로 UI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하지는 않았다. <용군단>에서는 UI를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디자인을 변경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개체 상호작용 기능도 생겨 콘솔패드로 플레이하는 일부 플레이어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여전히 많은 플레이어들이 애드온을 사용하고 싶어 하고 또 사용하고 있겠지만, 앞으로 <와우>를 플레이하는 데 있어 애드온이 필수라고 말할 필요는 없어졌다. 메인 스토리 퀘스트에의 참여를 권장하는 분위기는 여전히 남아 있다. 차기 확장팩을 앞둔 패치 전까지는 대장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4개 지역을 탐험하고 최대 레벨에 도달한 후에야, 영웅 던전, 월드 퀘스트 등과 같은 항목에 대한 참여가 가능하다. 물론 각 구역의 메인 스토리 퀘스트가 대부분 독립형이고 다른 퀘스트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경우가 많기는 하다. 사이드 퀘스트 역시 언제든 중단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용군단>의 메인 콘텐츠들을 즐기는 데 있어 메인 스토리 퀘스트를 생략하기는 쉽지 않다. 그 퀘스트가 선형적이긴 해도 상당한 재미를 주는 것은 사실이나, 메인 스토리 퀘스트로의 참여 권장은 <와우>의 자유도가 높아졌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여전히 주저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용군단>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콘텐츠 중 하나는 용 조련술이다. 만렙 전까지는 캐릭터를 강제로 지상에 묶어두었던 기존 확장팩에서와 달리, <용군단>에서는 초반부터 하늘을 날 수 있다. 용 조련술은 쾌감 넘치는 공중 이동방식으로, 캐릭터들은 용에 올라타 높은 하늘에서 급강하해 속도를 올리고, 다시 고삐를 당겨 쌓은 가속도로 활공을 즐길 수 있다. 반대로 오르막길을 비행하는 일이 어려워졌음은 물론이다. 물론 이 새로운 콘텐츠는 가상의 세계에 현실감을 더하는 요소이자, 진작 이뤄졌을 법한 요소이기도 하다. 날/탈것이 타서부터 내릴 때까지, 거리에 상관없이 똑같은 속도를 내는 기존의 설정이 오히려 비현실적이었다. 용 조련술은 이제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정해진 거리를 이동하는 데 있어 동선만이 아니라 속도의 완급과 가속을 고려하게 만든다. 그 밖에도 플레이어들은 시간제한 도전이나 멀티 플레이어 경주를 통해 용 조련에 익숙해지고, 용의 섬 곳곳에서 비룡들의 형상 꾸미기 요소를 수집하거나 기술을 강화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용군단>의 레벨 상한인 70레벨을 향해 나아가면서 이루어진다. 용 조련술로 인해 비행은 더 이상 단순히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방법이 아니라, 그 자체로 매력적인 게임 플레이 요소가 된다. 완전히 새로운 요소들을 몇몇 제시하고, 지난 것들 중 의미 있는 요소들을 그보다 더 많이 현대화함으로써 <용군단>은 <와우> 플레이어들이 그동안 좋아해 왔던 캐릭터, 몬스터, 그리고 게임 플레이 시스템의 핵심에 가까이 다가선다. <와우>의 명성이 예전 같지 않은지는 오래되었다. 열성 플레이어들도 나이를 먹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새로운 플레이어의 유입보다 기존 플레이어의 여전한 참여가 <와우>를 유지시키고 있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와우>가 기존 플레이어들만을 만족시키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용군단>에서 발견되는 기존 아이디어의 적용과 변경, 새로운 아이디어의 추가는,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기억하면서도 다음에 올 일을 포용하는 <와우>의 면모임에 다름 아니다. <용군단>은 과거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고, 그 배움을 통해 앞으로 갈 방향을 찾았다. 그 방향에서는 다음 확장팩 이후 쓸모가 없게 될 (이번 확장팩의) 새로운 시스템보다는, 애초에 <와우>가 내재하고 있던 시스템들을 개선하는 일이 더 중요한 듯하다. 여전히 <와우>가 진화 중이고, 다음 확장팩이 기대되는 이유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이론 전문지 〈문화/과학〉 편집위원) 강신규 문화이론 전문지 <문화/과학> 편집위원. 게임, 방송, 만화, 팬덤 등 미디어/문화에 대해 연구한다. 저서로 <흔들리는 팬덤: 놀이에서 노동으로, 현실에서 가상으로>(2024), <서브컬처 비평>(2020), <아이피, 모든 이야기의 시작>(2021, 공저), <서드 라이프: 기술혁명 시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2020, 공저), <게임의 이론: 놀이에서 디지털게임까지>(2019, 공저) 등이, 논문으로 ‘이기지 않아도 재미있다: 부모-자녀 게임 플레이의 사회성과 행위성, 그리고 분투형 플레이’(2024), ‘커뮤니케이션을 소비하는 팬덤: 아이돌 팬 플랫폼과 팬덤의 재구성’(2022), ‘‘현질’은 어떻게 플레이가 되는가: 핵납금 게임 플레이어 심층인터뷰를 중심으로’(2022, 공저), ‘게임화하는 방송: 생산자적 텍스트에서 플레이어적 텍스트로’(2019) 등이 있다.
- 그린게이밍의 새로운 지평을 찾아서
2020년 이래 아이폰은 충전기 미포함으로 출시되고 있다. 애플에 따르면 이는 포장 쓰레기와 전자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서, 판매되는 아이폰 한 대당 소요되는 원자재량 및 포장용 패키지 절감을 통해 운송용 팔레트 한 대당 70% 더 많은 제품을 실을 수 있어 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Calma, 2020). < Back 그린게이밍의 새로운 지평을 찾아서 22 GG Vol. 25. 2. 10. you can see the english version of this article at below URL: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3a3f169a-8f0a-4d4b-b844-a2fb22042dcc From physical to digital, 실물에서 디지털로 2020년 이래 아이폰은 충전기 미포함으로 출시되고 있다. 애플에 따르면 이는 포장 쓰레기와 전자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서, 판매되는 아이폰 한 대당 소요되는 원자재량 및 포장용 패키지 절감을 통해 운송용 팔레트 한 대당 70% 더 많은 제품을 실을 수 있어 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Calma, 2020). 이러한 계산이 정확한 것인지의 여부와는 별개로, 애플의 충전기 미포함 조치는 친환경 전자제품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스마트폰 제조사뿐 아니라 세탁기,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 여타의 제조업체들 또한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들거나 최소한 에너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렇다면 수익(2024년 기준 1,870억 달러)과 이용자수(2024년 기준 33억2천만명), 그리고 시간(하나의 제품이 매달 30억 시간에 달하는 엔터테인먼트 제공 가능)에 있어 세계에서 최고 수준에 이른 분야(Ball, 2021; Konvoy Ventures, 2023; Sinclair, 2023; Technavio, 2025)는 어떨까? 비디오게임 및 디지털 산업 전반과 환경 간의 관계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비디오게임이 물리적 형태였던 시대(역주: 패키지게임 시대)에 가장 악명 높았던 사건으로는 위키피디아에 전용 페이지도 개설되어 있는 “아타리 비디오게임 매립”사건을 들 수 있는데, 2014년에 출간된 의 저자인 레이포드 귄스(Raiford Guins)는 1980년대에 벌어졌던 여러 사건들에 대해 조사하면서 해당 사건이 있었던 매립지 인근 주민들과 인터뷰를 진행(Guins, 2014)한 바 있다. 이 전설적인 매립지 사건은 비디오게임 산업에 있어 플라스틱 사용의 절감이나 친환경적인 포장 등을 고민하는 지속가능성의 개념이 제기되는 계기가 되었는데(Martin, 2020), 이 시기 비디오게임이 물리적 형태를 지녔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비디오게임과 환경 간의 관계를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스토어가 열리고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면서 더 많은 게이머들이 실물 카피 대신 게임을 다운로드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비디오게임 산업에 있어 친환경이라는 개념은 서서히 탄소 발자국과 에너지 소비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원의 청정도를 추적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현재 우리는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정확히 어떤 점이 문제인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게이머, 퍼블리셔, 개발자, 정책입안자, 연구자 등 모든 측면에 걸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Tapsell & Purchese, 2021). 실제로 이와 관련해서 다양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 기반의 게임 언론 유로게이머(Eurogamer)의 크리스 탭셀(Chris Tapsell)과 로버트 퍼체스(Robert Purchese)는 게임과 환경에 관한 문제에 대한 포괄적인 개요를 비롯해서 소비자로서 우리가 보다 책임감 있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심층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Tapsell & Purchese, 2021). 뿐만 아니라 환경을 주제로 하는 게임 제작 이벤트인 그린게임잼(Green Game Jam) 등의 운동이나 이니셔티브도 진행 중이다. “그린 게이밍(Green Gaming)”이라는 용어 또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구자들이 찾아낸 비디오게임과 환경과 관련된 문제들은 무엇이며, 학계가 규정하는 그린 게이밍이란 무엇인가? Detour: A little bit about method, 연구방법론 간단히 살펴보기 최근 나는 동료들과 비디오게임과 환경 문제와 관련된 학술 논문과 단행본 및 챕터, 학회 발표문, 논문을 포함한 50개의 문서에 대한 체계적 검토를 진행했다(이 논문은 현재 심사 중이다) (Ho et al., 2024). 우리는 “그린게이밍(Green Gaming)”이나 “에코게임(Ecogames)”와 같은 여러 키워드를 활용해서 Web of Science와 Google Scholar 등 다양한 논문 추천 시스템을 포함한 여러 학술 데이터베이스에서 관련 자료들을 찾았다. 그 결과 400편 이상의 문서를 찾을 수 있었는데, 이를 제목과 초록 및 본문을 검토하는 여러 번의 스크리닝 과정을 거쳐 50개의 관련 문서를 골라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Main Contributors, (게임과 환경간 연구의) 주요 기여자들 미디어 연구에 뿌리를 둔 전통적인 게임연구(traditional game studies)는 비디오게임에 대한 이해를 구축하는데 기여해왔다. 미디어 연구분야는 비디오게임이 문학이나 예술작품과 같은 텍스트의 일종으로서 이론적, 비평적 분석을 통해 보다 심도 있게 통찰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경향은 분석 대상의 대부분이 게임연구 분야의 논문이었던 우리 연구팀의 초록, 제목, 카테고리에 대한 단어 분석작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알렌다 챙(Alenda Y. Chang)의 와 벤자민 에이브러햄(Benjamin J. Abraham)의 등의 대표적인 저작들은 비디오게임과 환경 간의 관계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개발자, 퍼블리셔, 소비자들이 비디오게임 산업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중요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다. 에 실린 여러 챕터들에서는 한발 더 나아간 탐구를 볼 수 있다. 비디오게임은 단지 예술 작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도구이자 실현이다. 따라서 다른 영역들 또한 비디오게임이 인간에게 미치는 효과를 이해하거나(심리학) 교육 목적으로 활용하거나(교육이나 건축) 비디오게임을 작동시키는 기술에 직접적으로 기여(컴퓨터 사이언스)하고 있다. 컴퓨터 사이언스 분야의 논문 대부분은 게임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기술과 방법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라우드 게이밍이 이론상 친환경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제안(Chuah et al., 2014)되기도 했으나, 스태디아(Stadia)의 실패에서 보았듯, 클라우드 게이밍은 성공적으로 구현되지 못했다. 다른 연구에서는 클라우드 게이밍이 단순히 에너지 부담을 데이터 센터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며 그러한 데이터 센터들이 게임 운영 지원을 위해 일주일 내내 24시간 가동되어야 함을 지적하기도 한다(Aslan, 2020; Mills et al., 2019). Education: From video games to pro-environmental awareness, 교육: 비디오게임으로부터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까지 비디오게임의 핵심 하드웨어인 그래픽처리장치(GPU)는 현실을 시뮬레이션하기에 모자람 없는 성능을 제공해왔다. 현대 기술은 현실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재창조해내고 있다. 그 세계에서는 인간, 오우거, 마녀들이 놀랍도록 현실에 가까운 일상을 보낸다. 날씨 또한 사실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는데, 추우면 몸을 떨고 비가 내리면 몸이 젖으며 들고 있던 철검이 번개를 맞기도 있다.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비디오게임의 몰입감과 포토-리얼리스틱한 그래픽은 기술적 관점을 넘어 예전 나의 스승이 수행했던 연구에서 암시했던 부분, 즉 (비디오게임이) 현실과 대중의 인식을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자, 과학자, 그리고 교육자들 또한 이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했는데, 예를 들어 고등연구소(Institute for Advanced Study)의 제프리 펑(Jeffrey Fung)은 태양계와 항성, 행성들은 시뮬레이션하는 GPU 기반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Fung, 2020). 따라서 환경 문제에 있어 비디오게임의 아마도 가장 중요한 용도 중 하나는 인식의 제고일 것이다. 연구자들은 특정 교육을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시리어스게임 또는 교육용 게임에서 잠재력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킥스타터 프로젝트로 시작하여 후에 미국 교육부의 지원도 받게 된 게임 에서 플레이어들은 생태학적 균형을 유지하는 가운데 예측된 유성 충돌을 막기 위해 협력해야 하는 시나리오로 만들어졌다. 이 게임에서 설계된 유한한 자원과 외부적 영향 요인은 현실적인 게임플레이 경험을 만들어내는데, 여기에는 실제 상황에서 부딪히게 될 여러 어려움들이 반영되어있다 (Fjællingsdal & Klöckner, 2019). 연구자들은 또한 시리어스 게임, 상업용 게임, 풍자적 게임, 게이미피케이션 앱들이 게이머의 친환경적 행동 채택을 장려하는 효과를 평가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환경 문제 및 환경 착취의 문제를 인식하도록 디자인된 이러한 게임들은 플레이어들의 인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게임 내 지속 가능한 기술들을 일상 생활의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데 있어 중간 정도의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Boncu et al., 2022). 최근에는 상업적으로 성공한 게임 타이틀을 연구 대상으로 활용한 연구들이 등장하고 있다. 에드워드 J.크로울리는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게임의 교육적 측면을 연구하기 위해 <레드 데드 리뎀션2(Red Dead Redemption2)>의 세계를 활용했다(Crowley et al. 2011). 연구자들은 게임에 묘사된 야생동물종에 대하여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지식을 테스트했보았다. 그 결과 가상세계 내 여러 동물종과의 상호작용은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들(즉 플레이어들)의 종 식별 능력을 향상시켰는데, 특히 유제류와 어류에서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 내에서 물고기를 잡는 플레이어들은 실제로 물고기의 이름, 서식지, 심지어는 소리까지 배우고 기억했다. 그런가 하면 게이머들이 가상 공간에서도 자연스럽게 녹색 식물이 많은 장소에 끌리고 이러한 지역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사실도 관찰됐다(Truong et al., 2018). Video games are more than playing, 비디오게임은 단순한 플레이 이상이다 비디오게임의 기술적 측면에 직접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컴퓨터 과학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학문 분야는 ‘플레이’라는 비디오 게임의 특정 측면에 중점을 두고 있다. 비디오 게임은 영화나 문학처럼 면밀히 검토할 수 있는 새로운 예술 형식으로 간주되어 왔다(Gee, 2006). 그러나 영화나 문학의 경우,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행위는 상이한 개인들을 가로지르는 번역이 가능하다. 즉 의미에 대한 해석은 개인별로 다를 수 있지만, 소비하는 행위 자체는 개인들 간의 차이를 가로질러 동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비디오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다양한 설정, 선호도, 장르에 따라 개인들 사이에서 상이하게 이해된다. 예를 들어 <콜오브듀티(Call of Duty)>의 플레이경험은 <캔디크러쉬(Candy Crush)>과 매우 다르다. 따라서 전통적인 게임 연구자들은 비디오 게임과의 상호작용을 보다 심도 있게 이해하기 위해 비디오 게임을 플레이하는 행위를 비판적으로 검토해 왔다. 예를 들어, 게이머들이 <레드 데드 리뎀션2>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와 같은 가상 세계에 몰입할 때, 그 플레이는 예상치 못한 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다(Crowley et al., 2021; Truong et al., 2018). 이에 더해 모든 게임에는 의도된 플레이 방식이 존재함에도, 스피드런(게임을 가능한 한 빨리 완료하는 것), 챌린지(한 가지 메커니즘만 사용하여 게임 완료하기), 모딩(외형 변경 또는 새로운 게임 만들기)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게이머들은 언제나 새로운 참여 방식을 찾아내 왔다. 이러한 행동들은 플레이에서 파생된 것이지만, 여기에는 비디오 게임에 내재된 무한하고 경계 없는 창의성이 구현되어 있다(Lamerichs, 2024; Scully-Blaker, 2024). 게이머들이 비디오 게임에 보다 빠져들수록 게임에 대한 다른 생각의 가능성 또한 증가한다. 그에 따라 연구자들도 비디오 게임 및 게임산업 전반에 대한 자신들의 관점을 진화시키고 있다(Abraham, 2022a; Fizek, 2024). 연구자들은 게임플레이에만 집중하는 것에서 벗어나 개발자, 규제, 퍼블리셔에 대해 보다 많은 질문을 직접적으로 던지면서 연구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의 저자 벤자민 J.에이브러햄(Benjamin J. Abraham)은 비디오 게임의 탄소 발자국을 생산부터 유통, 그리고 최종적으로 게이머들이 플레이하는 시점에 이르기까지 분석했다(Abraham, 2022a). 여기서 에이브러햄은 비디오 게임이 세계에 미치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포함해 더 큰 맥락에서 스스로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한편 비디오 게임의 하드웨어에 특별히 초점을 맞춘 연구는 드문데, 2019년 에반 밀스(Evan Mills)는 동료들과 비디오 게임 하드웨어의 에너지 사용과 관련된 기술적 연구, 에너지 정책, 컴퓨터 에너지 라벨링 프로그램 및 표준, 그리고 규제가 심각하게 부족함을 발견했다(Mills et al., 2019). 결론적으로 비디오 게임 소비가 실제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이라 하겠다. Green Gaming,그린 게이밍 2019년, 나는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Breath of the Wild)>의 세계를 탐험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 이후의 봉쇄 기간 동안 <동물의 숲: 뉴 호라이즌>의 섬은 낚시, 나무 심기, 꽃 가꾸기와 같은 일상적인 작업으로 가득 찬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해주었다. 콜린 밀번(Colin Milburn)의 '그린 게이밍(green gaming)'에 대한 정의에 따르면 이러한 게임들은 "환경 통제적인 게임(games of environmental control)"으로 분류되는데, 이는 플레이어들이 직접적으로 환경을 제어하고 조작할 수 있는 유형의 게임을 뜻한다 (Milburn, 2018). 게임 연구의 짧은 역사 동안, 연구자들은 비디오 게임과 환경 간의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에코게임,' '생태학적 게임,' '지속 가능한 게임,' 또는 '기후 변화 게임' 등과 같은 다양한 용어들을 '그린 게이밍'과 상호 교환적으로 사용해 왔다(Abraham, 2022b; Abraham & Jayemanne, 2017; de Beke et al., 2024). 하지만 이러한 용어들은 주로 학술적 맥락 내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왔을뿐 아니라, 앞서 설명한대로 플레이하는 행위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다. 벤자민 에이브러햄이나 에반 밀스 같은 연구자들은 게이밍(gaming)을 소프트웨어의 생산과 유통, 특정 하드웨어의 선택, 이용자의 다변화된 선호도와 행동까지 관여됨으로써 보다 포괄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실제로 '그린 게이밍'을 구글링 해보면 높은 확률로 그 첫 검색 결과로서 HowStuffWorks가 나올 수 있는데, HowStuffWorks에서 다루는 내용의 초점은 게임플레이를 통한 에너지 절약, 하드웨어 재활용, 게임플레이를 통한 환경 인식 제고에 놓여져 있다(Watson, n.d.). 따라서 연구자들에게는 비디오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생산, 선택, 구매, 소비하는 것을 포함하는 그린 게이밍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요구된다 할 수 있다. 결국 "그린 게이밍이란, 비디오 게임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 모두에 대해 환경을 의식하는 생산, 구매, 소비를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개발자와 게이머들의 행동은 단순히 오락적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욕망뿐만 아니라 환경의 지속가능성과 자원 보존에 대한 책임감에 의해 주도된다"(Ho et al., 2024). 기후 변화 및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른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일상 활동에서조차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재고해야 함을 깨달은 것은 최근에 이르러서라 할 수 있다. 비디오 게임 및 그것이 미치는 환경적 영향에 관한 과학적 연구는 현재 다소 제한적이고 불충분한 상황이다. 하지만 비디오 게임은 젊은 세대에게 지배적인 엔터테인먼트이며, 따라서 이제 질문은 더 이상 비디오 게임의 잠재력에 관한 것이 아니라 책임감 있게 비디오 게임을 제작, 선택, 구매, 소비, 플레이할 수 있는 방법을 보다 현실적이고 실천적으로 고민하는 것에 놓여있다 하겠다. 참고문헌 Abraham,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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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연구자) 만 또안 호 (게임연구자) 나보라 게임연구자입니다. 게임 플레이는 꽤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게임학을 접한 것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우연히 게임 수업을 수강하면서였습니다. 졸업 후에는 간간히 게임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연구나 저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역사>, <게임의 이론>, <81년생 마리오> 등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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