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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호흡을 고르고 냉정하게 바라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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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1. 6. 10.

바야흐로 오늘날 게임업계의 키워드는 메타버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메타버스가 오고 있다”고 발언했다. 에픽게임즈 CEO 팀 스위니도 10억 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메타버스를 핵심 비전으로 언급했다. 마크 저커버그는 "향후 5년 후에 페이스북을 메타버스 회사로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펄어비스와 텐센트도 메타버스를 주요 아젠다로 언급했고, 지난 NDC에서도 넥슨 김대훤 부사장이 “더이상 게임 회사, 게임 산업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 제안했다. 다분히 메타버스를 의식한 발언이다.


게임지에서 일하는 필자도 하루에도 몇 통씩 메타버스 관련 보도자료를 받는다. 오전에만 한국콘텐츠진흥원, 버추얼휴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그리고 에픽게임즈 코리아로부터 '메타버스'라는 키워드가 담긴 보도자료를 받아서 읽었다.그래서 대관절 메타버스란 무엇인가? 보도자료는 대답이 없다.


메타버스는 최근 만들어진 개념어가 아니다. 접두어 메타(Meta)에 세상을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합쳐진 메타버스는 ‘초월적 세상’ 정도로 읽을 수 있다. 영문 위키피디아는 메타버스를 "유저간 공유되는 영구적인 3차원 가상 공간을 현실 세계와 연결해 만들어진 미래의 인터넷"[1]이라고 정의한다. 한국에 메타버스를 알리는 데 앞장서는 김상균 강원대 교수는 “디지털 미디어에 담긴 세상, 디지털화된 지구”[2]라고 썼다.


최근 뜨는 용어로 부각된 메타버스를 완전 부정할 마음은 없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메타버스가 약속하는 것이 ‘새로운 세상’이라는 들썩임에 동조하기 어렵다. 메타버스가 대단하다고 여겨지는 이유의 대부분은 이미 게임이라는 미디어가 제공하고 있어서 ‘새로운’ 감각을 받지 못했다. 또 과문한 탓에 아직 게임과 메타버스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결정적 단서를 찾지 못했다.


게임이라는 매체는 오래전부터 디지털 세상에서 유저간 공유되는 3차원 가상 공간을 제공해왔다. 어쩌면 게임이야말로 메타버스의 프로토타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오늘날 메타버스를 아젠다로 삼은 기업들은 대부분 게임사이거나 게임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젠슨 황은 GPU와 메타버스 플랫폼 <옴니버스>를, 팀 스위니는 언리얼엔진과 <포트나이트>를, 마크 저커버그는 오큘러스 헤드셋과 <호라이즌>을 팔아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업계가 그간 게임이라고 호명하던 대상을 달리 불러야 할 까닭은 되지 않는다. 필자는 다소 확정적으로 오늘날 메타버스라는 마케팅 용어가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유행어가 모이는 메타버스… 과연?


이런 와중에 ‘초월적 세상’의 화폐를 NFT, 대체 불가능 토큰으로 삼으려는 시도가 상당히 활발하다. 현재 생태계에서 메타버스는 기업들이 자사 콘텐츠에 기존 화폐가 아닌 NFT를 도입하기 유리하도록 활용되고 있다. 일찌감치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든 위메이드는  <미르4> 글로벌 버전의 NFT 결제를 지원할 예정이다.


네이버제트가 서비스 중인 <제페토>는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다른 유저와 만나 점프, 슈팅, 라이딩 게임을 할 수 있다. 현금으로 구입할 수 있는 인앱 재화가 있고, 페이팔 계정을 통해 재화를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다. 현행 게임법은 사행성을 띤 게임물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제페토>는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네이버제트는 <제페토>가 게임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가상세계 플랫폼의 법적정의를 분명히 하고 게임과 구분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3]고 제안했다.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유행하기 훨씬 이전 일이다. 게임 생태계 일각에서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답을 찾으려는 이들이 있었다. 


법에 가상세계를 어떻게 제도에 담을지에 관한 논의를 제대로 시작하지 않은 가운데 몇몇 사람들은 2021년 메타버스라는 방패를 들고 섰다. 그리고 필자는 <제페토>와 뒤에 살펴볼 <세컨드라이프> 의 지향점은 유사하다고 본다. 규제 당국은 암호화폐와 관련한 룰이 없어 난감하다. 스카이피플은 거래소 없이 자율등급을 받아서 게임을 연 뒤 게임 밖 NFT 거래소를 열어 아이템을 판매할 수 있게 했다. 


그렇게 <파이브스타즈>는 15세 등급으로 운영됐고, 거래소 운영을 확인한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의 등급분류를 취소시켰다. (6월 23일 스카이피플은 행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했다.[4]) 7월 국회에서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가격을 암호화폐로 사고파는 것이 합당한지를 놓고 토론회가 열렸다.


이렇게 메타버스의 이름 아래 몇 년 동안 업계에서 유행했던 개념들이 하나로 모이고 있다.  메타버스는 VR과도 밀접하다. 전진수 SK텔레콤 메타버스 컴퍼니장은 “VR도 메타버스로 가는 여정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 말을 듣고 VR에 대한 업계의 회의가 떠올랐다.


정부는 실감형 콘텐츠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적잖은 공적 자원을 투자했다. 정부는 작년 실감형 콘텐츠 육성에만 1,500억 원을 투자했지만 모두가 기억하는 K-실감형 콘텐츠는 없다. 그런데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연간 매출액 10억 원 미만인 VR 관련 회사가 68.7%다. 이 중 ‘1억 원 이상 3억 원 미만’이 23.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100억 원 이상 매출 기업은 전체 조사대상 중 6.3%, 4개 업체에 불과했다.[5]


VR은 언젠가 크게 뜰 수 있고, 메타버스 콘텐츠의 톱니바퀴가 되겠지만, 오늘날 언급되는 장밋빛 전망은 대중이 실제로 콘텐츠를 받아들이는 수준보다 훨씬 높은 곳에 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누구를 위한 ‘초월적 세상’인가?


가장 우려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 있다. 메타버스를 건설하려는 사람들이 사용자 생각은 얼마나 하고 있냐는 것이다. 메타버스 IP의 소유권은 기업이 가지고 있다.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기업이 철저하게 소유권을 가지는 ‘초월적 세상’에서 유저들은 계속 행복할 수 있을까? 


이윤 창출을 지상과제로 삼는 기업들이, 돈이 안 돼서 메타버스를 ‘섭종’한다면 메타버스에 진심이던 사람들은 세상을 잃어버리게 된다. 블리자드는 2018년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공식 e스포츠 리그를 즉각 폐지해버린 적 있다. 비록 그 수가 주도적인 e스포츠보다 적었지만, 선수와 팬들은 하루아침에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던 대상을 잃어버린 것이다.


메타버스의 최우수 사례로 알려진 <마인크래프트>의 청소년 이용 불가 사태도 비슷하게 볼 수 있다. 세간에 알려진 바와 같이 바뀐 MS의 정책에 의해 미성년 회원들이 게임이 즐길 수 없게 되었다. 10년 넘게 유지 중인 셧다운제의 비합리성과 별개로 MS는 이 사건이 공론화되기 전까지 미성년자들을 차단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아울러 콘텐츠 산업은 흥행 산업이다. AR이 뜰 것 같았지만 널리 성공한 콘텐츠는 <포켓몬 GO> 하나였던 것처럼, 우후죽순 등장하는 메타버스 콘텐츠가 모두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간혹 <제페토>에서 <로블록스>로 또 <마인크래프트>로 디지털 국경을 넘나드는 정력적인 유저층도 존재하겠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이 원하는 그림은 아닐 것이다.


게임이 메타버스의 프로토타입이라면, 넷마블의 스토리 플랫폼 〈BTS 유니버스 스토리〉가 모든 메타버스가 뜰 수 없다는 주장의 적절한 근거가 될 것이다. 사용자들은 그저 IP가 좋아서, 홍보모델의 팬이라는 이유로 그 콘텐츠에 애착관계를 가지고 오래도록 붙잡지 않는다.[6]



코로나19가 끝나도 메타버스에서'만' 만나시겠습니까?


한편 코로나19를 극복하려는 여러 모색은 세간의 메타버스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 건국대 총학생회는 가상 캠퍼스를 만든 뒤 그곳에서 축제를 진행했고, 트래비스 스콧은 <포트나이트> 안에서 가상 콘서트를 열었다. BTS 멤버들도 <메이플스토리>와 <서든어택>으로 아미와 만남을 가진 적 있다. <마인크래프트>로 졸업식을 연 일본 초등학생 사례도 있다.



이러한 이벤트는 메타버스의 사례로 자주 호출되지만, 코로나19로 발생된 제약을 극복하려는 대체재 성격이 강하다. 건국대 학생들에게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메타버스 축제를 열자 한다면 과연 기뻐할까? 코로나19가 끝난 뒤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을 언택트로만 보려고 할까? 이전부터 뮤지션들은 인터넷으로 팬들과 소통하지 않았나? 또 <마인크래프트>로 졸업식을 연 학생들은 분명 귀엽고 독창적인 시도를 했지만, 알려진 총인원은 8명으로 그리 많지 않다.


인류는 코로나19와 그로 빚어진 고난을 반드시 극복해야 하고, 조금씩 그 길로 가고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이후로도 우리는 언택트 라이프를 이어나갈까? 필자가 봤을 때, 판데믹은 온라인 소통의 이점을 재확인해주었을 뿐이지,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전격 이주하는 출발점은 아니다. 이미 많은 전문가가 메타버스는 현실의 삶을 완벽히 대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만나지 못해서 매일 밤 <클럽하우스>에서 알게 된 사람들이 결국에는 ‘이 시국’을 뚫고 만났다는 유의 사례는 상당히 많다. “코로나 사태에도 붐비는 클럽과 헌팅포차”를 보면 알 수 있듯 “인간은 신체를 가졌기에 (중략) 지난 5천 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모이는 경향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7]이다. “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우리는 수백만 년의 진화에 의해 만들어진 생화학적 체제의 지배를 받는다.”[8] 


코로나19 이후에도 우리는 실제 만남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토론이 메타버스의 밸류에이션을 바로 매길 수 있다


메타버스라는 신조어에 대한 토론도 부족하다는 인상이다. 독자들에게 묻고 싶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 어플리케이션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평점을 남기는 것도 메타버스라고 할 수 있을까?  에 국순당 주점 광고를 하는 게 메타버스인가? 어디까지가 메타버스이며, 메타버스와 게임의 차이는 무엇인가? 아직 메타버스에는 규범적, 기술적 의미에 대한 정의가 부족하다.


미국의 린든 랩에서 2003년 서비스를 시작한 <세컨드 라이프>는 가상세계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유무형의 가치를 실현시키고, ‘린든 달러’를 현금화 할 수 있도록 열어놓았다. 당시 <세컨드 라이프>가 게임인지 소셜미디어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이 토론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대두와 함께 사그라들었다. 단일 플랫폼의 온라인 시뮬레이션보다는 라이프의 영토를 온라인 그 자체로 확대하는 것이 좋았던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세컨드 라이프>를 소셜미디어가 아닌 게임으로 분류하는 것이 중론이다. 물론 메타버스가 일반화된 미래에 <세컨드 라이프>를 메타버스의 원류로 분류할 지도 모른다.



2007년, <세컨드 라이프>는 한국에서도 공식 서비스를 진행한 적 있다. 당시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여성가족부 3개 부처가 한 자리에 모여 <세컨드 라이프>를 어떻게 볼지 회의를 연 적 있다. 지난한 논의 과정을 생략하고 결론만 보자면, 린든 화폐의 환전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린든랩은 한국 공식 서비스를 2009년에 마쳤다. 이와 별개로 <세컨드 라이프>의 접속자 규모는 감소했다.


앞으로 우리가 메타버스의 벨류에이션을 매길 때 <세컨드 라이프>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어떤 장벽이 작용했나, 사용자들은 어떻게 반응했나, 기업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앞서 살펴본  <제페토> 문제를 볼 때도 함께 비춰봄직하다.



마치며


메타버스에 ‘기회의 땅’이나 ‘골드러시’ 같은 수식어가 붙은 보도를 본다. 이것이야말로 일종의 은유가 아닐까 한다.


19세기 금을 따라 서쪽으로 ‘러시’한 개척민 중 성공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개중에는 지하 깊은 곳에서 금을 캤다고 착각한 사람들이 있었다. 착각한 사람들이 캤던 것은 금이 아니라 유황과 철을 화합한 파이라이트, 황철석이었다. 진짜로 금이 나와서 대박이 터진 곳도 있었지만, 금이 동나자 이내 유령 도시가 되어버렸다.[9]


1821년, 스코틀랜드의 탐험가 그레거 맥그레거는 항해에서 돌아와 중앙아메리카의  포야이스라는 나라의 왕이 되었다며 ‘기회의 땅’ 포야이스의 국채를 사라고 홍보했다. 비옥한 토양에 사금이 물처럼 흐르는 곳이라며. 그러나 포야이스 같은 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10]



한 시장 조사 업체는 메타버스의 2025년 시장 규모가 2,800억 달러(약 315조 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달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으로 메타버스 TF를 꾸렸다. 언론과 시장은 메타버스에 대한 부푼 꿈으로 가득하다. 메타버스가 진정 잘 나가기 위해서는, 이런 매운 사례도 한 번쯤 봐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사족으로 붙여봤다.




[1] 방승언, 「미래의 인터넷? '메타버스 게임', 거품일까 아닐까?」, 디스이즈게임, 2021.5.20.
[2] 김상균, 「메타버스」, 플랜비디자인, 2020, p.23
[3] 한국콘텐츠진흥원, 「가상세계산업 관련법 개정 및 진흥법 제정방안 연구」 (2011)
[4] 김한준, 「스카이피플 '파이브스타즈', 게임위에 집행정지 가처분 승소」,지디넷코리아, 2021.6.24.
[5]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가상현실 게임사업체 실태조사」
[6] 김재석 「BTS 유니버스 스토리, 흥행 저조의 이유는?」, 디스이즈게임, 2020.10.7.
[7] 유현준, 「공간의 미래」, 을유출판사, 2021, p.13
[8]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 2015, p.544
[9] https://ko.wikipedia.org/wiki/%EA%B3%A8%EB%93%9C_%EB%9F%AC%EC%8B%9C
[10] https://en.wikipedia.org/wiki/Gregor_MacGreg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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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디스이즈게임 취재기자. 에디터와 치트키의 권능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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