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view] 선언을 넘어선, 실천으로서의 게임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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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1. 6. 10.
디지털게임은 이제 뉴미디어라고 부르기엔 다소 민망한 나이가 되었다. 처음 등장한 것으로도 거의 반세기에 달하는 이 매체는 그러나 그 발전과 변화의 폭이 너무 넓어 초창기와 지금을 비교하면 도대체 어디까지를 공통점으로 봐야 할 것인지 난감할 지경의 다양성을 만들어 왔다. 지금까지도 게임이란 무엇인가 라는 정의를 쉽게 내리기 어려운 이유다.
등장 이래 조금씩 저변을 넓혀 온 게임은 이제 모바일 네트워크 시대에 이르러 서브컬처가 아닌 대중문화의 일환으로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설령 그것이 단순한 산업적 규모에 대한 찬사이건, 혹은 디지털게임이 만들어 낸 기존의 매체와는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사고와 감정에 접근하는 방법에 대한 동경이건 간에 이제 게임은 대중문화의 프레임 밖에 두기 어려운 존재감을 확보했다.
<게임 제너레이션>은 먼 훗날 최초의 게임 세대로 일컬어질 수 있을 바로 이 시대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자 시작된 잡지다. 게임이라는 매체를 만나 변화하기 시작한 인간의 삶과 생각, 행동이 다시 또 게임에 반영되는 과정 전반을 살피며 우리의 관심사는 게임을 넘어 게임하는 인간을 향한다. 게임을 곱씹어 거기에 비춰지는 우리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에의 탐색이 〈게임 제너레이션〉의 가장 큰 목표다.
<게임 제너레이션>은 총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매 호마다 선정되는 ‘집중기획’을 통해 동시대 게임 담론의 주요 주제들을 깊은 호흡으로 검토하고, 빠르게 나타나고 사라지는 흐름을 ‘TRENDS’에서 놓치지 않도록 주시한다. 마지막으로 ‘ARTICLES’에서 오늘날 게임에 대한 비평과, 게임개발자 및 게이머라는 사람에게 묻는 인터뷰로 게임과 게이머라는 게임문화의 근간을 맨손으로 훑으며 우리 시대의 게임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로서의 게임’을 손쉽게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그 말이 현재로서는 다분히 공허한 선언에 그치는 것은 아닌가 우려한다. ‘게임은 문화다’라고 선언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게임을 문화의 틀 안에서 바라보고 사고하며 이를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일일 것이다. <게임 제너레이션>의 창간과 도전은 그런 실천을 통한 실험이며, 창간호의 기획도 그러한 방향에서 이루어졌다.
'문화로서의 게임'이라는 대주제를 두고 먼저 고민한 것은 다른 선배격의 매체들이 겪어 온 과정이었다. 영화와 만화라는 두 매체가 표현양식에서 서브컬처를 지나 대중매체로 변화해 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지점들은 없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한송희, 이재민 두 평론가의 글에서 찾아보고자 했다. '문화'라는 말을 굳이 강조해야 하는 지금 게임의 상황은 어떤 사회적 배경에서 나타나는지에 대한 고민은 이정엽 교수가 고민의 결과로 가져왔다. 문화매체 성립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비평의 영역은 어떤 과정을 거쳐오고 있는지, 앞으로 어디로 가야할 지에 대한 고민을 담은 강신규 박사의 글도 적지 않은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동시에 같은 고민을 다른 지역에서 하고 있는 북미의 게임연구자 Mia Consalvo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동시대적 공통요소는 무엇이 있는지를 생각하고자 했다.
TRENDS에서는 현재 가장 뜨거운 단어들의 현황을 살펴보고자 했다. 2021년 7월 다시한번 불타오른 셧다운제 이슈와 함께 게임 관련법들에 대한 관심이 재부상했는데, 수 차례 여러 가지 입법 발의는 뉴스에 나왔지만 실제로 입법되었는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실제 국회에서 게임법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이도경 비서관이 현업의 시각에서 관련 내용을 정리해 주었다. 게임 플레이와 콘텐츠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결제양식에 최근 불고 있는 새로운 변화인 구독형 결제는 어떤 변화와 가능성을 내포하는지를 홍성갑 기자가 점검했고, 비즈니스 워드로 2021년 하반기 중심에 선 메타버스라는 말이 게임과 갖는 유사성으로부터 시작되는 메타버스 게임에 대한 관심이 품고 있는 실체와 허상을 분리하고자 하는 고민을 김재석 기자가 담아냈다.
디지털게임에 대한 다양한 비평을 담는 Articles 코너에서는 비평이나 평론의 형식을 정의하지 않고 다양한 관점의 글들을 모아보고자 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전장 구성이 갖는 원근법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김얼터 작가의 글은 시각예술의 측면에서 게임디자인에 접근하는 흥미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2021년 상반기 트럭시위 사태로 화제가 되었던 〈로스트아크〉난민사태에서의 '난민'을 본격적으로 해석하고자 한 오영진 평론가의 도전은 실제 게이머들의 위상을 생각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스탠스들에 대한 고민을 안겨준다. 2021년 GOTY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잇 테이크 투〉를 살피는 이명규 기자의 시선은 코옵이라는 보기 드문 형태의 플레이를 이해하는 단초들을 제공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도 정작 '초딩 게임'이라는 선입견에 강하게 묶여 있는 〈로블록스〉의 의미는 박이선 연구자의 정리를 통해 좀더 뚜렷해진다. 야쿠자 게임으로만 알려져 있던 〈용과 같이〉에 접근하는 시사평론가 김민하의 글은 이 게임을 '관광 게임'으로 정의하며 일본이라는 현실배경과 게임의 연계를 되새기게끔 한다.
게임텍스트 뿐 아니라 사람으로도 이뤄지는 것이 게임문화다보니 매 호에서는 항상 사람을 향한 인터뷰를 포함하고자 했고, 첫 호에서는 두 사람을 만났다. 인디게임 개발자 somi는 스스로의 작품들을 '죄책감 3부작'이라고 부르며 연결성을 부여하고, 이는 게임에서의 작가론을 가능케 하는 점이다. 작가로서의 의미를 가능케 하는 somi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동시에 세계 최대 e스포츠를 운영하는 라이엇게임즈 코리아의 진예원 PD를 만나 한국 e스포츠의 현황과 미래에 대해 현업의 시각에서 느끼는 바를 받아적고자 했다.
격월로 정리하는 이슈들은 아무래도 시기마다 적절한 대응이라기보다는 좀더 긴 호흡에서 한국의 게임문화를 곱씹는 결과물로 자리할 것이다. 긴급한 소식에 대한 논의는 다른 여러 매체와 커뮤니티에 맡기고, 우리는 숨을 고를 때 비로소 보이는 문제들로 시선을 던지고 말을 걸고자 한다. 기획회의 내내 이야기했던, '웹진보다 무겁게, 학술지보다 가볍게'라는 기조는 주제와 소재, 톤까지를 아우르는 우리의 슬로건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글을 찾아 읽을 독자가 있을 거냐고 반문하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없으면 때로는 독자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도 잡지의 힘이자 의무이기도 했음을 잊지 않는다.
매우 급박하게 변하는 것 같지만 그 기저에 흐르는 도도한 맥락을 놓치지 않고자 하는 것이 〈게임 제너레이션〉의 목표다. 첫 호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꾸준히 그리고 우직하게 그 길로 가고자 한다. 동시대의 교양으로서, 혹은 지금 시대의 가장 뜨거운 놀이로서 게임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앞으로 이어질 의 모든 이야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