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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게임 요리에서는 아무 맛이 나지 않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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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6. 6. 10.

게임의 수많은 게임 플레이와 메커니즘은 현실의 그것을 모방하는 식으로 구현되곤 한다. 자연 법칙, 행정 절차, 인문학적 상식 등등 수많은 행위 또는 현상의 시뮬레이팅은 게임의 기본이다. 게임을 하다보면 느끼는 또 하나의 재미는 이렇게 모사된 현실의 현상이나 행위들이 어떻게 비슷하고 어떻게 달라지는지 찾아보는 일이다.



그러한 대표적인, 게임 속에서 매우 자주 찾아볼 수 있지만 구현의 딜레마가 느껴지는 메커니즘 중 하나는 바로 요리다. 의식주 중의 하나로 우리 삶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지만 게임에서는 항상 구현의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요리란 레시피라는 공식을 따라가는 행위이다. 아무리 간단한 음식도 조리법이 있기 마련. 때문에 과정을 실수 없이 해내야 하는 퍼즐 요소로서 수많은 게임에서 활용되었다.


문제는 요리를 하나의 게임 플레이로 구현할 때, 성공의 이면에는 실패가 있다는 점이고, 요리를 하고 나면 발생하는 음식이라는 결과물이 있다는 점이다. 모든 게임플레이에서, 실패의 위험이 있기에 성공의 가치가 생겨나는 법이다. 그런데 요리에서의 실패는 조금 의아한 부분이 있다. 일단 ‘실패한 요리’ 란 무엇일까? 현실에서는 어떤 요리를 실패한다고 하던가?



간단히 생각했을 때, 관건은 역시 ‘맛’ 이다. 어쨌거나 소화 가능한 유기물이라면 모두 가능한 영양분 섭취라는 면을 제외하고, 요리,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맛이다. 특히 요리라는 과정을 볼 때, 우리가 어떠한 레시피라는 공식을 따르는 이유 자체는 적절한 조리를 거쳐 가장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기 위함이기에 ‘레시피를 따라 조리하는’ 요리라는 과정의 성공 여부는 결국 맛에 좌우되게 된다.


그러나, 다른 여느 일상의 메커니즘처럼 요리를 게임에 구현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핵심 가치인 맛이라는 스테이터스를 플레이어들에게 현실과 동일한 방식으로 전달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게임에서 이러한 행위, 또는 메커니즘은 수치화를 기반으로 재창조될 수 밖에 없고, 요리 또한 그렇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 수치화가 대략 가늠이라도 잡히는 다른 요소에 비해 맛이라는 가치를 파라미터로 표현할 수 있을까?


결국 현실에서 실패한 요리와 게임의 실패한 요리는, 이러한 감각 전달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요리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건 맛이 거의 전부라 해도 거짓이 아닐진대, 게임에서는 그 맛을 전달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맛있음’ 을 기반으로 성공을 재정의하는 작업이 먼저 이루어진다. ‘맛있는 요리’ 또는 ‘맛있는 음식’ 이란 어떤 가치를 지니는가? ‘맛있음’ 이란 구체적으로 어떠한 효과로 정의될 수 있는가?


고민 끝에, 수많은 게임들은 이러한 ‘맛있음’ 의 효과를 일종의 섭취한 플레이어의 상승효과로서 받아들였다. 맛있는 음식은 기본적으로 섭취한 인간의 행복을 고양시킨다. 부차적으로 만약 그 음식의 재료들이나 조리 방법이 특히 건강할 경우, 육체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도 자명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게임 속 음식, 요리들은 섭취자에게 버프를 제공하고, 더 귀한 식재료를 쓰고, 더 복잡한 조리 과정을 거치고, 더 맛있는 형태일 때(통솔적인 의미에서) 더 좋은 효과를 부여하게 되었다. 그런데 또다른 문제는 이러한 스테이터스 강화 요소가 모든 게임에 항상 존재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게임에서 ‘맛있는 요리’ 라는 결과물을 판단하려면, 그 게임에서 ‘맛없는 요리’ 또는 ‘실패한 요리’ 는 어떠한 형태를 하고 있는지 먼저 살펴봐야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게임 속 ‘실패한 요리’ 의 유형을 세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각각 이렇다. 1. 아예 음식이 만들어지지 않음. 2. 부정적인 효과가 달리거나 긍정적 효과가 적은 별도의 ‘실패한 음식’ 이 생성됨. 3. 실패한 요리=게임 오버 또는 임무 실패.


첫번째, 요리에 실패할 경우 아예 음식이 만들어지지 않는 경우는 가깝게는 ‘마비노기 모바일’ 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게임의 경우 요리는 확률 생성에 기반하여, 10% 단위로  끊긴 성공 확률에 따라 제작대에 재료를 투입하고 확률적으로 음식이 만들어진다. 매우 단순한 방식이다.


두번째, 요리에 성능이 다른 실패한 요리가 별도로 생성되는 경우 또한 매우 많은 게임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몬스터 헌터’ 시리즈를 보면, 전통적으로 들어가 있는 고기를 굽는 액션은 기본적으로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눌러야 하는 간단한 퍼즐의 형태다. 고기가 구워지는 도중 고기는 3단계에 걸쳐 모습이 변하고, 구워지는 고기가 적절하게 익은 모습일 때 버튼을 눌러 완료하는 형태다. 실패한다면 덜익은 고기나 탄 고기가 생성되고, 이들은 그 긍정적인 효과(스태미너 증가)가 적게 설정되어 있다.


세번째, 요리의 성공/실패 여부가 게임의 성공/실패 여부 자체를 판가름 하는 기준인 게임들도 종종 있다. 대표적으로는 아예 요리를 협심해서 만드는게 목표인 ‘오버쿡드!’ 가 있으며, ‘커피톡’ 시리즈 역시 넓게는 여기에 포함할 수 있다.



‘커피톡’ 에서는 어떤 재료를 넣더라도 음료는 만들어지지만, 누군가에게 무언가 제공해야 하는 정답이 정해져 있고, 이들이 두루뭉술하게 주문하는 재료의 조합을 가지고 하나하나 맞추어 완성해 제공해야 한다. 즉, 여기서는 요리 자체의 완성이 아니라 ‘먹는 사람의 기호를 맞추는 것’ 까지가 성공적인 요리라는 의미이며, 이를 맞추는 건 게임의 엔딩과 업적 달성에 영향을 주니 게임의 성취도 자체로 음식의 성공을 판가름하는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여기서 두번째 케이스들이다. 어쨌거나 게임의 아이템 데이터 베이스를 쓸모가 그저 ‘실패 판정’ 인 아이템이 차지하고 있다는 건 그 자체로 사하중이나 다름 없다. 그 뿐 아니라 여러가지 이유로 이 ‘실패한 요리’ 가 쓰임새를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이렇게 만들어지는 ‘실패한 요리’ 가 특별한, 또는 유용한 쓰임새를 가진 게임들을 살펴보면 ‘룬 팩토리’ 시리즈와 대중적인 게임 중에서는 ‘원신’ 이 있다.


(이미지 출처 : 룬 팩토리 4 정보봇 @RF4_KR_info)

‘룬 팩토리’ 시리즈의 실패한 요리는 레시피에서 어긋난 요리를 하게 되면 발생한다. 이 요리들은 적에게 디버프를 거는 용도로 쓰일 수 있고, 또 일부 괴상한 취향을 가진 NPC 에게 주어 호감도를 올리는 용도로 쓰인다. ‘원신’ 에서도 실패한 요리는 비슷한 쓰임이 있다. 이상한 요리를 만들어 접대하거나, 호감도를 올리기 위해 선물하기도 한다. 또 업적 중에도 이 이상한 요리를 만들어내는게 있다. 또한, ‘몬스터 헌터’ 에서도 일부 아이템의 재료로서 잘못 구워진 고기를 요구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요리를 일종의 스킬 체크로 활용하는 방식과 음식이라는 아이템을 얻기 위한 허들로서 활용하는 방식 두가지에 따라 게임 속 ‘요리’ 와 ‘음식’ 의 위상이 달라진다. ‘오버쿡드!’ 와 ‘커피톡’ 은 요리라는 스킬 체크를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활용하는 게임들이다. ‘몬스터 헌터’ 시리즈나 ‘룬 팩토리’ 시리즈, ‘마비노기 모바일’ 등은 음식이라는 아이템을 얻기 위한 과정이고, 이에 실패할 경우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을 얻게 되는 식이다. 그리고 이쯤 오면, 이들 요리를 판단하는데 ‘맛’ 이 대체 무슨 상관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서 이야기했듯, 근본적으로 이러한 괴리는 게임 속 ‘요리’ 라는 개념이 플레이어에게 직접적으로 그 맛을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실의 ‘실패한 요리’ 와 개념적으로나 표현적으로나 차이가 생기는데서 발생한다. 현실의 요리는 ‘맛이 없다’ 고 하면 끝이지만, 그 맛이라는게 게임 속에서는 전달할 수 없으니 그 ‘실패’ 를 여러 개념으로 대체하다보니 생기는 일이다.


비슷한 느낌은 현실에서도 있다. 맛있는 요리를 구분하는데 있어 절대적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먹기엔 맛이 없는데, 다른 사람이 먹으면 괜찮고, 또는 만족한 맛은 아닌데 가격 생각하면 괜찮은 것 같고, 또 보기에는 나쁘지 않고... 반대로 나쁘지 않지만 이 가격에 이 수준이면 안될 것 같고. 현실에서 ‘맛있는 요리’ 를 구분하는데에 ‘맛’ 이 지배적이라는데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지만, 그 ‘맛’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기대치, 취향 자체가 모두 다르니 오히려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기 어렵다.


결국 게임에서의 요리의 성공과 실패는 현실과는 달리 명확한 기준이 필요했고, 둘은 극적으로 대비되어야만 했다. 더구나 이러한 요리, 그리고 음식이라는 아이템이 게임마다 가지는 플레이에서의 비중이 다르기 때문에 ‘실패한 요리’ 라는 개념은 여기저기 분화하게 되었고, 그 ‘실패한 요리’ 의 대척으로서 ‘성공한 요리’ 또한 변화해 왔다보니 현실의 요리와 게임 상의 요리 상의 괴리가 좁혀지기는 커녕 벌어지기만 했다. 즉 게임 상에서 현실의 요리를 최대한 모사하려던 시도가 결국 또 거리감을 오히려 만드는 셈.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게임 속 요리의 가치 기준이 현실과 아예 상관이 없어져도 되는 건 아니다. 결국 게임 속에 등장하는 요리와 레시피는 현실의 것을 따오거나 그에 기반할 수 밖에 없고, 과거 유행했던 플래시 게임 ‘고향만두’ 처럼 엉터리 스킬체크로 가득하다면 게임이 보여주는 요리에 전혀 공감할 수 없게 된다. 요는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 상에서 맛을 보지는 못하지만, 레시피와 외형, 그리고 조리 과정 등을 통해 그 맛을 유추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맛을 간접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그 맛으로 연결되는 논리적 연관성(조리법, 외형, 재료의 종류 등)을 설득력 있게 내어야 그나마 게임 속 요리와 현실 요리의 간극을 좁히고 맛을 간접적으로 연상할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게임 내에 등장하는 요리/음식이 특별하게 기억에 남은 경우는 그 맛을 어떻게 표현했느냐보다도, 맛을 제외한 다른 음식의 특성을 이용하여 요리가 가지는 의미를 제대로 전달했을 때였다. 애초에 맛으로 승부할 수 없다면, 감성으로 승부하면 된다.



그래서 게임 플레이에서 어떤 확실한 가치나 대단한 목적이 아닌, 그저 평범한 행위로서 하는 요리가 더 깊게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는 경우도 있다. ‘천수의 사쿠나 히메’ 에서 농사를 하고 밥을 짓는건 그다지 특출난 게임 플레이도 아니고 대단한 요리를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 자체로 값지게 쌀을 수확해 밥을 지어 동료들과 나눠먹는 기억이 너무나 특별하게 남았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커피톡’ 시리즈에서도 어떤 음료를 탄다고 해서 대단한 효과가 돌아오는건 아니지만, 마시고 난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요.” 라고 하는 말 하나를 듣기 위해서 레시피를 검토하며 몇 번이고 재시도를 하곤 했다.


정말 일상적인 요소이지만 요리가 가져다주는 만족감은 보편적이면서도 특별하기 때문이고, 요리란 어떤 과정 속에서 플레이어의 행동과 몰입감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예를 들어 ‘몬스터 헌터’ 시리즈에서의 요리와 음식은 어디까지나 주된 콘텐츠가 아닌 사냥을 준비하는 과정의 일부이고 플레이어의 준비 상태를 점검하는 기능이기도 하다.


그만큼 앞서 소개한 게임들 중 게임 내에서 작거나 크거나 요리가 구현되었을 때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는 메커니즘의 논리나 구현의 적절함 만큼이나 ‘요리’ 라는 행위가 들어갈 당위성이 크게 영향을 미쳐왔다. 요리는 게임 속 일상성을 유지하고 플레이어의 몰입을 끌어들이는 요소이고, 때론 게임 내 다른 캐릭터와의 유대를 상징하는 물건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결국 게임이나 현실이나 요리와 음식의 쓰임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저 맛을 느낄 수 있냐 없냐이고, 이런 면에서는 우리가 직접 섭취하는 음식이 아니라 브라운관을 통해서 보는 간접 경험으로서의 요리, 음식과 맥락이 맞닿아 있는 것 같다. 핵심 감각을 배제한 상태에서 어떠한 물질의 특성을 표현하는 건 언뜻 불가능해보이지만, 때론 보이지 않아도 아름다움을 알 수 있듯이 훌륭한 요리, 맛있는 음식의 가치는 다른 방식으로라도 전달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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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게임 기자(2014~), 글쓴이(2006~), 게이머(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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