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회] 게임비평의 오늘,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 왔고 어디로 향해야 할까?
26
GG Vol.
25. 10. 10.
2021년 여름 창간 이래 국내 디지털게임 비평의 활성화와 신진작가 발굴을 목표로 하는 <게임 제너레이션(이하 GG)>의 게임비평 공모전이 4회차를 맞았다. 이 공모전의 창간과 지속적인 개최에는 게임에 대한 새롭고 신선한 시각을 발굴하는 것뿐 아니라, 한국 게임 비평 씬의 형성과 장기적인 유지 및 확장을 위한 고민들이 녹아 있다. 이번 대담에서는 <GG> 창설에 기여했으며 초창기부터 공모전을 지켜보거나 심사위원 활동에 부분적으로 참여했던 연구자 및 평론가들이 모여, <GG>가 만들고자 했던 게임 비평 및 담론 장의 성격과 현재까지의 성과와 이력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게임 비평 씬에서의 후속세대 양성에 대한 고민과 계획을 함께 짚어보았다.
게임비평 담론 장의 구축 매개로서 <GG>의 성과
이경혁 편집장: 반갑습니다. 게임비평공모전이 올해로 4회를 맞아, 이번 호는 공모전 특집입니다. <GG>는 게임 비평문화 담론의 확산과 동시에 게임 씬의 성립을 위한 후속세대 양성을 목적으로 창간 첫 해부터 공모전을 시작해 왔습니다. 오늘 오시지 못한 강신규 박사님을 포함하면 여기 계신 분들이 창간부터 함께한 개국공신 같은 분들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편집장 후기에서도 풀겠습니다만, 어느덧 4회를 맞으니 개인적으로 남다른 소회가 생기더라고요. 오래전 저와 함께 이 작업을 해보자고 생각했던, <인문학협동조합>에서 출발해서 지금까지 함께한 나의 동료들은 시작 당시의 마음과 지금의 차이는 어떤지, 현재 게임 비평 씬에 대한 각자의 생각은 어떤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에게 게임 비평이란 옛날에 시작할 땐 뭐였지? 그리고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지?’ 정도를 얘기해 보면 좋겠습니다.
이정엽 박사: ‘비평’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어떤 담론의 장 같은 게 살아 있어야 작동한다고 생각하는데요. <GG>가 없었던 시절을 돌이켜 보면 게임 비평을 위한 지면은 사실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 게임을 빠르게 공략할 수 있는 형태의 리뷰나 게임에 대한 산업적 형태의 기사였죠. 거기서 약간의 비평적 톤이나 메타 분석이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그건 그냥 필자가 그런 담론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로 한정됐었던 것 같고요. 제가 스스로 비평가라는 생각을 의식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GG> 같은 저널이 생기는 게 게임 씬 내 비평적인 움직임을 만드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GG>의 편집위원을 하진 않았지만 투고는 초반에 많이 했던 것 같네요.
이경혁 편집장: 사실 이정엽 선생님은 공모전 심사위원도 하셨지요.
이정엽 박사: 네. 공모전 심사도 그렇고 초기에 일을 도왔던 것 같은데. 4년이 지나면서 바뀐 부분이 있다면 그런 형태의 (비평을 위한) 담론의 장이 형성됐다는 거. 게임에 대한 진지한 분석이나 사회적인 분석들이 통용될 수 있는 어떤 무대가 만들어졌다는 건 큰 의미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아니, 처음부터 너무 잘 말씀해 주시는 것 아닌가요. 읽는 분들이 자기들끼리 짜고 친다고 욕할 것 같은데...
이정엽 박사: 조금 뒤에서 까면 되잖아요(웃음) 잘한 부분은 칭찬을 해야죠. 그 전까지 못 했던 건 확실히 맞거든요. 저는 <디스이즈게임>, <게임톡>, <인벤> 등 여러 지면에 기사를 실어본 경험이 있지만, 게임 관련해서 특정한 비평적인 시각을 갖고 분석해달라는 식의 청탁은 받지 못했던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데스크가 현재 게임계의 트렌드를 소화하는 데에 치중하다 보니 메타적 분석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지 않나. 그러다 보니 게임 비평 관련 장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죠.
이경혁 편집장: 근데 ‘게임비평 장’이 있다고 하기에는, <GG>가 게이머나 학술 대중 사이에서 굉장히 많이 읽힌다고 얘기하기는 아직 어렵지 않습니까?
이정엽 박사: 일례로 과거에는 여러 개 있었지만 지금은 <월간 게이머즈>가 유일하게 남아있는 국내 게임잡지잖아요. 저는 <게이머즈>가 게임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버티면서 하나의 게임 담론을 만드는 독립된 분야로 성립하고 있다는, ‘장’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매체가 존재하는 이유에 조회수나 구독률만으로 책정할 수 없는 지표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차원에서 <GG>는 제 생각에 국내에서 유일한 게임 비평지라는 생각이 들고요.
물론 다른 비평 조직들이 없었던 건 아니죠. <게임문화연구회>나 김상우 평론가님이 하셨던 <앨리스 온>도 있었지만, <앨리스 온>은 미디어 아트 쪽에 방점이 많이 찍혀 있었고. <게임문화연구회>는 저널을 만들기보다는 이너서클처럼 활동을 했고요. 그러다 보니 외부의 사람들이 들어오기에는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GG>는 지속적으로 공모전을 하며 이너서클의 단계를 넘어서려고 노력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글 쓰는 필진도 굉장히 다양해졌잖아요. 제가 <GG>에 글을 안 쓴 지 한 1년쯤 된 것 같은데요. 요즘 나온 글을 읽으며 느끼는 게 잘 쓰는 후배들이 많아지니까 확실히 다양한 시각이 들어와서 좋아요. 그런 차원에서 오픈된 마인드로 계속해서 후속 세대가 양성된다는 생각이 들어 뜻깊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오영욱 선생님도 <GG> 공모전을 1회부터 4회까지 쭉 지켜보셨을 텐데 어떠셨나요?
오영욱 박사: 네, 사실 <GG> 이전에 네이버 공모전도 봐 왔는데 그게 한 5회 정도 했을거에요. 당시 상을 받으셨던 분들이 네이버에서 책도 발간하고 했지만 그 다음부터는 계속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지면이 없었어요. 수상자 중에 계속 활동하시는 분이 제가 알기로 한 분밖에 안 계시거든요. 그런데 <GG>에서는 수상자들이 활동할 공간을 계속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좋고 게임비평 씬이 형성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어요. 착각인진 모르겠지만 그간 게임 비평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가 꾸준히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왜냐면 2000년대 초에 <게이머즈>를 운영하던 게임문화가 일본에서 가져와서 발간한 <게임비평>이라는 잡지가 있었잖아요. 조금 나오다 휴간되었지만 그 후로도 사람들이 ‘우리도 그런 잡지가 있었으면 좋겠어’라는 얘기를 계속 했었거든요. 지속적인 수요는 있었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저는 지금 나오는 게임 비평들의 수준이 굉장히 높다고 생각해요. 게임에 대한 인문사회학적인 통찰이 담겨있고. 그 전시대의 게임 비평들은 사회적인 깊이는 담지 못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과거에 물론 게임 평론가들도 존재했죠. 게임 잡지에 쓴 글을 모아 평론집을 내기도 하고. 그보다 더 전에는 <컴퓨터 학습> 같은 잡지에서 게임 공략을 하던 대학생들이 있었고. ‘하이텔’도 아니고 ‘케텔’ 시절에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애니메이션부터 게임 비평까지 같이 하셨던 분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지금까지 씬의 유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느낌이 있고요. 반면 지금의 <GG>는 연속성을 가지고 이어지는 부분들이 있어 좋은데 다만 이런 걱정은 있어요. 예를 들어 ‘경혁 샘이 쓰러지면 GG는 없어지겠지’ 같은 생각... 두 번째는 항상 얘기하던 거지만 지금 평론의 느낌이 인문학 지식이 충분하지 않으면 따라가기 힘든 종류의 칼럼들이 많다는 것. 저는 어쨌든 기본적으로 게이머고 개발자다 보니 인문학도는 아니잖아요. 이걸 어떻게 하자라는 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요.
그리고 저 같은 경우 옛날 게임잡지를 복간하려는 작업을 하는데 그때 당시의 스타 기자들을 보면 그런 게 있거든요. 과거 스타 기자 중 하나인 정태룡 씨가 <게임라인>의 ‘B급 게임 코너'에서 <풍래의 시렌>이라는 게임을 추천한 적 있어요. 그 사람이 얘기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이 게임을 명작이라고 얘기하지 않았는데 그 사람이 발굴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얘기가 있거든요. 당시 스타 기자가 자기가 좋아했던 B급 게임들을 추천하던 게 마치 영화 평론가의 픽처럼 동작했던 것 같아요. 요즘 영화 평론도 B급 영화도 막 건져내서 얘기하고 그러는데, 지금 <GG>에서 나오는 게임 얘기를 보면 사실 저희는 (발굴은커녕) 트렌드를 따라가기도 약간 힘들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GG>에서 경혁 선생님 글을 많이 봐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대부분 게임에 대한 사회적, 외적 접근이 중심인 것 같아 조금 아쉽긴 합니다.
이경혁 편집장: 냉정하게는 제가 뭐 격겜을 그리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소울류 게임을 열심히 하지도 않는데 학계의 물은 살짝 먹었고. 이런 사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긴 해요. 그러다 보니 (<GG>에) 어느 정도 제 성격이나 제가 추구하는 게 묻어나기도 해요. 그런데 신기한 건 공모전은 제 뜻대로 안 나온다는 겁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현재의 공모전에 대해서는 글이 너무 아카데믹하지 않나, 이렇게 어려운 걸 사람들이 읽을까 항상 고민입니다. 나름대로 심사위원 풀에 계속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만.
오영욱 박사: 근데 생각해 보면... 예를 들어 저는 <버추얼 파이터>같은 격투 게임에서 프레임 단위로 싸움이 일어나는데 그 프레임의 의미나 전투 디자인, 게이머의 수용과정을 고찰하는 글을 보고 싶거든요. 근데 <버파>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 프레임 가지고 때리고 맞고 이런 거 얘기하면 그걸 누가 볼까 하는 생각은 있어요(웃음). 반대로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미국의 당시 사회상황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게임을 몰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글이라 비평하기 좋은 게임이지요.
이경혁 편집장: 아까 제가 하려던 얘기를 해주셨어요. 제가 어느 정도 비평 씬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 아웃풋들이 ‘게임하지 않는 독자’에게 먹혔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게임 갖고 저런 얘기를 하는구나를 따라올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거죠. 근데 우리 공모전을 보면 실제로 정말 게임 메카닉을 파고드는 비평들이 있습니다. 그것도 유의미할 수 있지만, 첫째로 충분히 깊이 파고들지 못한다는 것, 둘째로 굉장히 좁은 독자층에게만 먹힐 수 있는 글이라는게 고민입니다. 저는 그걸 잘 풀면 격투 게임을 모르는 사람들도 따라갈 수 있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리듬 게임 정도를 제외하면 거기까지 나갈 수 있는 필자가 아직까지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늘 가능성은 있는데 아직까지 우리가 그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재현될 수 있다를 보여주진 못하지 않았나. 공모전이 이어진다면 그런 것들이 되게 중요한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정엽 박사: 공모전 심사를 했던 사람의 입장에서 회고를 해보면, 아카데믹한 글들은 기본적으로 대학원에서 보통 어떤 방법론을 가지고 그 대상을 분석해야 된다는 형태의 교육을 하잖아요. 그래서 어떤 이론적인 배경을 넣고 게임이라는 대상을 분석해야 된다는, 인문학적인 방법론으로 접근하는 수련들을 (필자들이)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비평 씬과 학계의 씬이 일정 부분 겹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학계 씬이 (비평 씬의 형성에) 완전히 부정적인 역할을 했던 건 아닌게. 아까 <레데리>같이 사회적인 배경이나 역사가 존재하는 게임이 비평적으로 분석하기 좋다는 말씀을 주셨지만, 저는 거기에서부터 게임이 다른 분야와 연결될 수 있는 지점들로 같이 뻗어져 나간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를테면 비교 대상으로 삼을 다른 분야의 저널이 영화에서는 <키노>나 <씨네21>, 음악에서는 <웨이브> 같은 게 떠오르는데요. 그런 잡지들이 폐간되거나 침체되면서 한국 음악에서 인디가 가지는 힘 자체가 같이 줄어든 것 같아요. 과거 같으면 내가 정말 좋은 어떤 음악을 들었는데 <웨이브>에 가면 이미 비평이 올라와 있는 경우가 많았고. 그 글을 보며 작품에 대해서 느꼈던 부분이 상호 교차하면서 훨씬 더 깊이 있는 시선을 갖출 수 있게 되고. 한국 안에서 이런 형태의 대중문화 관련 비평들이 크로스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거든요.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중반 정도까지가 그런 시기였던 것 같아요. 미국의 게임 비평 분야에서도 시도가 아예 없지는 않았습니다. <킬 스크린> 같은 저널도 있었고, 아트포럼 형태의 스타일로 게임을 예술적으로 비평하려고 하는 움직임들이 있었는데 거기도 딱 2016년에 장이 끝나거든요. 2010년대 중반이 사실 그 기간내 매체의 변화를 정량적인 차원으로 환산해서 깊게 보지 않으면 그냥 자본주의 흐름으로 모든 것들을 환산해 버렸던 시점이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신기하게도 그 시기가 얼마 지나지 않아 <GG>가 참전했다는 게 저는 의미심장해요. 오영욱 선생님이 정리해 주셨지만 국내 게임 평론도 초창기의 흐름이 완벽하게 단절됐다고 생각하거든요. 몇몇 분들을 제외하면 게임 평론이라는 걸 (전문적으로) 했던 사람이 거의 없어요. 대부분 다 학계에 적을 두면서 게임을 학술적으로 연구해서 살아남겠다는 형태였죠. 저도 그중의 하나였고. 그렇게 포지셔닝했던 사람들만 남아있던 상황에서 누군가 새롭게 ‘게임 평론가’라고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혼자 주장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사회적인 형태의 공인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러려면 일단 지면이 필요하고 담론의 장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걸, 아마 누구보다 먼저 알고 그걸 지면화를 시킨 게 <GG>의 의의가 아닌가 합니다. 지금 영화도 비평이 망해가고 음악은 이미 아이돌 중심 음악으로 다 재편되어서 인디나 비평의 수혜랄까 이런 것들을 거의 받지 못하게 된 상황이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게임은 그래도 국내에서 계속 게임들이 나오면 그런 것들에 대해 최소한 논의할 장소가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고, 안도감 같은 것도 있어요. 우리 게임 씬 자체가 아직까지는 스스로에 대해서 반성적 회고를 할 수 있는 시선이 갖춰져 있다는 느낌도 들고요.
게임비평 공모전, 4년의 성찰과 아쉬움
이경혁 편집장: 아니, 깐다면서 왜 자꾸 칭찬을... (당황) 그럼 얘기를 돌려서 아쉬운 얘기에 초점을 맞춰 볼까요? 어쨌든 우리가 4년을 해 왔는데, 게임비평 공모전의 형식, 알려지는 숫자, 사회적 영향력 이런 면에서 우리는 뭘 더 해야 되고 뭐가 미진했는가를 한번 진단해보면 좋겠습니다.
오영욱 박사: 우선 저는 트위터를 하고 있는데요. 사실 지금 평론 씬의 최전선은 어떻게 보면 트위터가 아닐까 생각도 합니다. 기존 평단에 없던 사람들이 트위터에서 좋은 평론을 내서 출간하기도 하거든요. 지브리 영화나 안노 히데아키에 대해서 트윗을 쓰는 분이 계셨는데, 어떤 씬이 있고 이 장면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혼자 타래로 몇백 개의 트윗을 다셨거든요. 그 트위터 글만 모았는데 그게 두 권짜리 책으로 나왔어요. 그런 분들이 게임에 대한 글도 쓰시곤 하는데, 그런 느낌의 글들은 제가 지면에서 못 봤던 비평이기 때문에 공모전에도 올라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아마 심사위원이었다면 저는 그런 글을 올려봤을 것 같아요. 다만 트위터에서 글을 쓰시는 분들은 이 공모전의 존재를 모를 가능성도 있어서. 저희가 그나마 가장 열심히 활동하는 데가 트위터이긴 하지만 그런 부분들이 조금 아쉬워요. 어쨌든 (<GG>에 글을) 내는 사람들을 보면 학계가 좀 많다는 느낌을 받고요.
이정엽 박사: 저도 공모전 심사를 하면서 받았던 초기 글들은 여전히 아카데미의 영향력이 좀 있다고 보이고요. 어떤 글들은 방법론을 증명하기 위한 글인가라는 싶을 정도로 과도한 것들도 있었고. 사실 평론의 1차적인 목적이 분석할 대상이 게임이고 이 게임이 가지는 의미를 규명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그 1차적 목적을 망각하는 글들이 꽤 많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한편으로 인상적이었던 건, 영화나 미술, 애니나 웹툰 비평하시던 분들이 그 쪽의 담론 장이 사라지니까 기존에 자신이 했던 형태의 방법론을 가지고 게임을 분석하는 글을 많이 투고했다는 거에요. 그런데 그런 글들은 상대적으로 방법론적인 강박이 덜했던 것 같아요. 그런 비평을 하셨던 분들은 기본적으로 비평이 대상에 대한 어떤 애정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들어가고, 사실 그런 의미에서 (분야간) 접점이 게임 장 안에서 많이 생겼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예를 들면 권태현 선생님이 <GG> 24호에 쓰셨던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 분석글 같은 경우 사실 미술 비평가의 시선이 아니라면 쓸 수 없었던 형태의 글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접점을 갖춘 글들이 <GG> 안에 더 많이 들어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경혁 편집장: 4년간의 모든 로 데이터를 보면 생각보다 <GG> 공모전 응모작 수에서 학계가 압도적인 건 아니긴 합니다. 또 아쉬웠던 점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이정엽 박사: 전에 이경혁 선생님께서 게임이 ‘세상을 보는 창’이라는 얘기를 하셨었지요. 그 표현이 참 좋았던 게 게임을 통해서 다른 연결 지점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하고, 게임을 통해서 외부적인 담론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얻어져야 게임이 대중문화로서 성립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해서였어요. 이를테면 <씨네21>을 보면 영화 얘기를 하지만 사회 문제를 얘기하고, 영화가 가지는 어떤 그 담론의 자장을 풍성하게 넓히는 역할들이 보여지거든요. 그런 것들이 게임 안에만 갇히게 하지 않고 우리 사회와 연결되어 있는 지점에 대한 인식을 자연스럽게 시켜주는 것 같아요.
그런데 <GG>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대부분 퀄리티가 좋지만, 뭐랄까 게임 안의 담론들이 그냥 게임 안에 다 갇혀 있는 거 아닌가라는 느낌을 받아요. 게임이 세상을 보는 창이어야 하는데, 게임을 통해서 외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통해서 게임을 계속 보고 있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사실 게임 평론도 그렇고 글밥을 먹는 분들이 대부분 갖는 강박이 있는 것 같은데요. 게임 바깥으로 나갔을 때의 두려움이라는 게 있는 듯합니다. 내가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아니니까 이 얘기를 해서는 안 되겠다. 실질적으로는 더 많은 부분을 얘기해야 되는데 일정 부분 이상 이야기를 안 하고 그냥 게임 담론 안으로 마무리를 지어버린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게 매체의 단점 때문인지 아니면 게임 평론가들의 어떤 인식적인 한계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분야 웹진이나 비평을 하는 매체와 비교했었을 때 여전히 갖고 있는 약점으로 보입니다.
오영욱 박사: 근데 그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누군지 생각해 볼 필요도 있어요. 지금까지 게임 비평을 해 왔던 대부분은 기자들이었죠. 한국에서 게임 기자라는 직군 자체의 역사를 보면 처음에는 다들 학생들이었어요. 게임 잡지를 처음 만들고 게임을 잘 모르는 어른들이 PC 통신이나 게임을 잘하는 학생들을 데려다가 저단가 착취로 글을 쓰게 한 게 대부분 최초의 게임 공략이나 평론들이었던 겁니다. 그 사람들은 게임 얘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사회 경험도 많지 않고, 심지어 대학 안 가고 계속 게임 하신 분들도 있고 잘 풀리면 게임 회사에 가시고.
그 분들은 정말 밥 먹고 게임만 했거든요. 사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해 왔고요. 예를 들어 저는 <블랙 팬서>를 비평하는 사람들이 흑인 운동의 맥락을 얘기해 주기 전까지 그런 게 있는 줄 몰랐어요. 정치사회적인 지식도 예를 들면 학생운동부터 시작하셨던 경혁 선생님과 비교해 본다면 그게 끊겼을 때 대학에 들어가서 졸업할 때까지 사실은 잘 몰랐고요. 그런 상황에서 이제 게임을 해 온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이런 느낌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요즘은 다양한 경험을 해본 분들이 많이들 게임을 하니까 많이 나아졌다고는 생각하는데. 옛날에 게임을 하던 사람들은 극단적인 게임 오타쿠들이었고 게임 비평을 하던 사람들은 게임에 대해서만 잘 알고 그거를 (외부와) 어떻게 연결을 해야 할지는 몰랐다는 것도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두 가지 고민이 드는 것 같아요. 아까 말씀하신 게임만을 딥하게 파거나 메카닉이나 UI에 치중한 글들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고 공모전에서는 다양한 주제의 유니크한 글들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근데 저도 과연 그런 글 중에 뭐가 정말 좋은 글인지를 확답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네요. 그리고 두 번째가 더 큰데, 잘 쓴 글이 하나 있을 때 이 필자가 이걸로 지속적으로 이 얘기를 할 수 있는지 지속성에 대한 담보가 정말 안 보이는 것 같습니다. 우리 공모전의 목적은 결국은 신진 발굴인데, 4회 정도 진행해 보니 계속 작업을 하는 필자와 그렇지 못한 필자가 있지 않습니까? 냉정하게 얘기하면 게임 씬에서 자기 시각을 갖고 계속 비평이란 유의미한 활동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누군가가, 저와는 또 다른 포인트에서 전문성과 지속성을 갖고 나오면 최고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런 필자를 찾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이정엽 박사: 그동안은 게임이 되게 기술 중심적인 미디어였고 게임 창작에는 큰 자본과 코딩실력 같은 것들이 필요했는데 지금은 점점 그 장벽이 약해지고, 누구나 상용 게임 엔진을 바탕으로 게임을 쉽게 할 수 있게 됐죠. AI가 그런 허들을 더 낮춰주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게임이 받아들일 수 있는 소재적인 것들이 더 많아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게임도 사회 문제들을 굉장히 많이 다루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게이머들이 바라보고 있는 게임의 대상은 되게 장르화돼 있고 패턴화되어 있다고 보여요. 그거를 누군가가 풀어줘야 되는데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 게임 비평 씬에서는 서구도 그렇고 한국은 더 없었다는 생각이 들고.
근데 조금씩 그런 움직임들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일례로 제가 BIC 심사위원장 하면서 제안한 ‘소셜 임팩트 게임상’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데요. 그런 것들이 상으로 만들어졌을 때 ‘아 이런 주제로도 게임을 만들 수 있겠구나’라고 개발자가 역으로 인식하기도 합니다. BIC에서 소셜 임팩트 게임상을 만든 뒤에, <언폴디드: 동백이야기>같이 4.3 사건을 다룬 게임들이 나오기도 하고요. 게임의 소재적 다양성이 넓어지고 역사, 젠더, 심리, 1인가구의 문제 등을 다루는 임팩트 게임들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결국 ‘장을 만들어 주는 게 사람들한테 얼마나 큰 역할을 미치는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GG> 역시 지금까지는 그 장을 만드는 데까지는 성공한 것 같고요.
그런데 <GG>가 여기서 게임 안에 다시 갇혀버린다면 그건 가능성을 훨씬 더 줄이는 일인 것 같아요. <GG>가 지금 보면 메인 토픽과 아티클, 인터뷰, 해외논문 번역 등 몇 가지 세션이 있는데 이 중 게임 바깥의 것을 보여주는 형태의 섹션이 필요하고, 그것과 게임의 관계를 어떻게 접목을 시킬 건지 통시적으로 점검하는 세션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게임과 다른 분야의 접점을 넓혀줄 거는 생각이 들어요. 기본적으로 평론이라는 건 일종의 분석 대상으로 삼는 매체가 사회와 맺는 관계를 어떤 식으로 재증명해야 되는지를 스스로 나름대로의 어떤 논리를 가지고 뚫어 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게 ‘오타쿠의 한계다’라고 접어버리는 순간 그다음부터 그 가능성은 안 열린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형태로든 담론의 공간을 만들어 놓고, 혼자 할 수는 없으니 많은 다른 평론가들에게 그런 형태의 지면들을 유도해 가며 담론을 만드는 것부터가 <GG>가 다시 해야 될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영욱 박사: 제가 편집위원회를 그래도 좀 오래 했었는데, 이정엽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시도들을 다 해봤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더라구요. 예전에는 UI/UX 특집을 매일 연재해보자고도 했었는데, 두세 번 다음부터는 필자를 못 구했던 것 같아요.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 특집도 자주 만들었는데 그것도 요즘은 좀 잘 못하죠. 사실 뭘 다루냐를 결정하는 것도 힘들고 쓸 사람이 부족해서가 가장 크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그리고 또 드는 생각이, 예전에 제가 게임을 좋아하니까 대학에서 국문과에 있는 게임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텍스트 분석’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던 기억이 나요. 당시 전 공학 수학 배우던 공대생이었고 전공도 달라서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최소한의 지식이 없었거든요. 어쨌든 평론의 동기를 가진 사람들은 주변에 적잖이 있지만 ‘어떻게 글을 끝까지 쓰는 훈련을 받아서 정제된 형태의 글을 내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게임 씬의 후속 세대를 위한 과제와 전망
이경혁 편집장: 제가 매번 씬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결국 그 또래에 같은 방향을 보는 사람들이 모여야 된다는 생각이 드는데, 특히 함께하는 그룹의 중요성이 크다는 걸 느껴요. 작년 공모전이 끝나고 제일 뿌듯했던 순간이 언제였냐면 수상자가 4명이 나왔어요. 지스타에서 시상식을 해서 다 초청했는데, <GG> 편집위원과 수상자들이 1차만 같이 하고 2차는 알아서 하라고 하셨는데 그 오신 분들끼리 2차를 가신거에요. 이 작업을 하며 3-4년 동안 가장 보람찼던 때가 그 순간이었어요.
이정엽 박사: 국문과에 오래 적을 두고 있다 보니 느낀 건데, 피어 리뷰를 통해서 생성되는 동료 의식이 중요하고 그런걸 만들어주는게 ‘문단’이잖아요. 글을 통해 드러나는 어떤 사람의 강한 자아의식도 동료의 의식과 같이 부딪혔을 때 ‘내가 타인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를 한번 거쳐서 객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자정 작용을 해주는 부분이 문단일 텐데요. 게임은 사실 개인적으로 즐기고 SNS에 올려서 내 기분을 발산하는 형태의 문화가 기본적으로 자리 잡았기에, ‘동료에 의한 피어 리뷰를 거친다’는 마인드를 굉장히 적게 가지고 있는 미디어였다고 봅니다. 그러다 보니 게이머, 게임 생산자, 게임 평론가들 사이를 아우르는 형태의 접점의 장이 많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정제되지 않았다고 해도 내 자의식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별로 부끄럽지 않은 거죠. 그런 마인드를 갖고 기본적으로 작업해 온 장르였기 때문에.
그런데 저는 평론이 어느 정도 공적인 담론에서 얘기해야 하는 장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리뷰든 논문이든 어떤 글에서 갖춰야 할 사회적인 요건 같은 것들이 있잖아요. 게임 씬은 그걸 기존의 학계나 평단, 예술계의 스타일을 빌려와서 형성해왔던 건데. 예컨대 아즈마 히로키처럼 타 분야에서 내공을 쌓은 사람이 와서 이 분야를 휘저을 때 그것에 대한 대응 논리가 형성이 안 되는, 일종의 어떤 식민성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중요한 지적입니다. 매번 공모전마다 유행하는 주제가 있어요. 예를 들어 저희 1회차에는 내러톨로지, 루돌로지에 대한 글만 한 열 개가 왔어요. 보면서도 아쉬웠던 게 한 가지 주제가 휩쓸면 다 그쪽만 다루는 것 같은 거에요.
오영욱 박사: 항상 공모전 수상 소감들을 보면 ‘자기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어 외로웠다’는 이야기들도 많거든요. 저는 그 분들이 늦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이 얘기를 주변에서 지인들과 할 수가 없었구나’라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필진분들이 <GG> 밖에서도 서로의 글을 읽고 비평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정엽 박사: 저도 그런 바람이 좀 있어요. <GG>에서도 필진끼리 오프라인 만남 같은 것들이 잘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문단 같은 경우에는 한 명이 등단하면 등단지 외의 다른 모임도 가면서 그 안에서 서로 인정해 주는 문화가 있고, 그게 무언의 사회적인 소속감을 만들기도 하거든요. 인정감, 소속감이 만들어지면 그걸 바탕으로 내가 쓰는 글에 대해 더 책임감을 갖고, 스스로 문학 생태계나 씬 안에서 어떤 자장을 만들것인지 반성적인 태도를 갖게 되기도 하고요.
우리가 맨날 메타비평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은 그 메타 비평을 하는 주체에게도 사회적인 인정이 주어진 상황에서야 메타적인 사고가 주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이렇게 공모전을 거쳐 나온 평론가들에 대한 지면을 마련해 주는 걸로 끝나지 않고,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준과, 그들이 왜 게임을 비평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 질문에 대해 계속 화답할 수 있을 정도의 대외적인 활동이 뒷받침되어야 비평이 지속될 수 있을 겁니다. 이런게 잘 형성이 된다면 어느 날 어떤 필자가 이경혁 선생님을 저격하려고 다른 잡지를 만들지도 몰라요. 그게 되어야 실질적으로 그 장이 완성되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경혁 편집장: 그 점은 제가 더욱 신경써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회적인 어떤 인정과 존경을 이 바닥에서 만드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제가 그동안 레거시 미디어에서 겪었던 수많은 일들을 생각하면(웃음) 외부에서는 여전히 오타쿠라는 말을 듣는 한편 내부에서는 평론가가 아니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요. 이제 시니어가 된 입장에서 다음 세대가 조금 더 편하게 자리잡게 하려면 말씀하신 사회적 인정을 어떻게 만들어주고 자존감을 북돋을 수 있는가 고민을 해봐야겠네요. 사실 오프라인 네트워크가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데, 안타깝게도 이 잡지를 혼자 하고 있다 보니 그게 잘 되지 못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정엽 박사: 실은 <GG>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은 되게 외로운 형태의 싸움이었던 거 같아요. 경혁 선생님도 그런 차원에서 다른 미디어나 학계,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인 인준을 바라는 조직들로부터 부당하게 곡해당하거나 아니면 오타쿠 클리셰를 뒤집어 쓰시거나 이렇게 끝났다는 거는 우리가 그 안에서 사실 <GG>에 대응할 만한 형태의 거울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예를 들어 게임 웹진들도 서로 계속 싸우고 있지만 그것은 비교대상이 될 수 있는 거울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자생력 측면에서 게임 평론이 웹진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가 하면 분명히 쉽지 않지요. 원고료도 줘야 되고 필자도 모아야 되고, 그 안에서 어떤 무브먼트도 만들어 나가야 되고, 자기만의 어떤 시각들을 확보해 나가야 되는데. 분야를 막론하고 평론들 자체가 많이 붕괴한 상황에서 게임이 이렇게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만 해도 사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자장을 거의 못 만들고 있는 상황이니까. 여하간 어떤 거울이 빨리 생겨야 <GG>도 경쟁심도 갖고 배울 것도 생기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제가 <GG>에서 역할이 좀 더 있다면 그런 걸 하고 싶어요. 후배 평론가들과 얘기를 더 나누고, 그분들이 아직 지면에 못 쓴 나머지 것들이 많이 있을 텐데 그게 무엇일지, 게임을 통해 세계의 어떤 측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건지, 이런 게 더 많이 나와야 된다라고 생각해서요. 여기도 어떻게 보면 세대 교체를 위한 ‘문단’을 형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여요.
오영욱 박사: 그랬으면 좋겠어요. 저는 젊은 필자랑 이야기를 해볼 기회가 별로 없으니까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어요. 젊은 게임 연구자들도 사실 점점 줄어들고 있고, 저 같은 경우에는 게임 역사 얘기를 계속 해야 하는데 ‘게임 역사 연구자’라는게 있나, 내 작업물을 누군가한테 물려줘야 할 텐데 그걸 누구한테 물려주지 싶어요. 그러면 양성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나도 조금 있으면 40대 중반이고 새로운 사람을 만들어야 하는 소명이 오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제가 대학에서 학생들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처음에 공모전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우리 대담의 핵심은 게임비평 씬의 후속세대에 대한 고민이네요. 공모전이라는 이름을 걸고 우리는 ‘게임 이야기할 다음 세대의 사람들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일을 해왔던 것 같고요. 저는 실무자로서 씬 형성에 대한 욕심이 있는 사람이다 보니 항상 고민이 있고, 그래서 사실 이 자리도 처음에 같이 의견을 모았던 사람들에게 도대체 우리는 어디까지 온 걸까라는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공모전 수상작이 나가는 호에 같이 실리면 이 글을 보시는 다른 독자들도 함께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담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