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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러로 인한 게임플레이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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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3. 4. 10.

내가 처음 비디오 게임의 존재를 경험한 것은 1985년으로, 당시 업무차 미국에 자주 다녀오던 작은 고모부가 선물로 들고 온 퐁 전용 게임기가 시작이었다. 퐁은 그저 막대 위치를 롤링 스위치로 조절하며 공을 받아내는 단순한 테니스형 대전 게임이었지만, 나에게는 TV에 나오는 화면을 내가 임의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빠져들 만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비디오 게임의 개념을 익힌 나는, 더 많은 경험을 위해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아케이드 문화에 빠져들었고, 당연하게도 부모님은 흡연하는 사람들이 많은 오락실에 내가 방문하는 것을 마음에 들지 않아 하셨으며, 이러한 상황에 놓인 아이가 나 하나뿐만은 아니었으니, 결국 하나둘 아케이드를 포기하고 집에서 부모님이 사준 패미컴 및 PC로 게임을 즐기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가정용 게임플레이를 거부하고 여전히 오락실을 하교 후 방문하는 것과 최근 타이밍 좋게 창간한 게임 전문 잡지인 게임월드를 집에서 밤에 읽는 것으로 갈증을 채웠다. 아케이드를 포기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나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케이드를 고집했던 이유는 집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업계의 선두를 달리는 기술력이 분명한 그래픽 등 여러 가지가 있었으나, 그중 하나로 아케이드 특유의 전용 디바이스가 주는 재미가 있었다. 전용 기체와 전용 컨트롤러로 즐기는 것은 가정용 게임 경험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고, 그 차이는 가정용으로 발매된 아케이드 이식작을 친구의 집에서 플레이할수록 더욱 명백하게 느껴졌다. 이후 시간이 흘러 나도 가정용 게임기를 집에서 즐기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아케이드 게임을 보다 원코인에 오래 즐길 수 있도록, 이식 소프트의 플레이 목적 그 이상의 이유가 없었다. 아케이드에서 로터리 레버를 장착해 레버를 돌리며 공격 방향을 바꿀 수 있던 미드나이트 레지스탕스, 공격 버튼이 일체화된 롤링 스위치를 돌리며 공격 방향을 정할 수 있던 포가튼 월드, 아웃런 등을 즐기다 가정용 이식작을 플레이하면 같은 게임이라도 그래픽 이전에 손맛의 차이부터 명백했다.


물론 가정용 게임기 역시 게임 체험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전용 컨트롤러들이 있었다. 이 중에서도 파워 글러브, 세가 액티베이터 같은 독특한 컨셉의 컨트롤러는 게임잡지의 소개 덕인지 국내에도 꽤 알려져 게임 매장에 전시된 경우가 많아 적잖이 경험해 볼 수 있었는데, 인식률도 떨어지고 컨트롤러에 어울리는 게임이 많은 것도 아니었기에 화제성에 비해 대부분은 시장에서 몇 개월 만에 자취를 감췄다.


* 세가 액티베이터는 8방향으로 손이나 발을 뻗어 적외선을 끊으면 해당 방향의 신호가 컨트롤러를 대체하는 물건이었는데, 초마다 입력이 필요한 베어너클 등을 대표로 선보였다. 물론 펀치나 킥을 초마다 내지를 수는 없었기에 플레이 감각은 예상대로 좋지 않았다.

이처럼 많은 가정용 특수 컨트롤러들이 그 컨셉을 기술력과 대응 소프트가 받쳐주지 못해 사장되었고, 살아남은 컨트롤러 중에는 아케이드 기분을 집에서 즐기게 해주는 아케이드 스틱 정도가 그나마 대중성을 확보한 정도였지만, 가정용 게임기의 기본 입력 디바이스가 변화하면서 같은 장르의 게임이라도 아케이드와 차별화되기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범퍼 버튼이 들어간 슈퍼 패미컴의 6버튼 패드 사양으로, 1983년 출시된 패미컴의 폭발적인 인기에 오랫동안 가정용 비디오 게임은 방향키+2~3버튼으로 설계가 이어지던 터라 그만큼 조작 체험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지만, 버튼이 많아지니 아이템을 실시간으로 교체하는 등 기존보다 다양해진 조작은 특히 액션 게임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였고, 하드웨어의 성능 향상이 더해져 록맨 X 같은 명작 액션 게임이 다수 선보여지기도 했다. 


라이벌에 해당하는 메가드라이브의 경우는 3버튼으로 출발했지만 스트리트 파이터 2의 인기 덕에 6개의 공격을 오른손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6버튼 컨트롤러가 추후 발매되었는데, 당연히 3버튼 패드도 대응해야 했던 만큼 대부분 메가드라이브 6버튼 대응 게임의 구성은 3버튼의 키 동시 입력 기능으로 구성된 것이 보통이었지만, 이후 등장하는 대부분의 게임기는 5세대부터 최소 5버튼 이상으로 기본 패드의 버튼을 배치했으며, 이미 액션 게임의 트렌드가 최소 4버튼 이상이 기본으로 자리잡혔기 때문에 그 이하의 버튼 구성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못했다. 현재도 이러한 구성은 크게 변하지 않은 만큼, 패드에 추가된 버튼의 수가 가정용 게임 트렌드까지 바꾸었다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 같이 아케이드와 점차 차별되는 점 때문에 당시는 슈퍼 패미컴과 메가드라이브를 6버튼 사양의 아케이드 기체에 연결 후 시간제 사양으로 오락실에서 즐길 수 있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특히 이때 출시된 게임기 중 하나인 3DO의 경우, 다양한 포맷을 재생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로 개발된 만큼 본체가 아닌 패드에 3.5파이 이어폰 잭이 붙어있어, 게임 사운드를 패드에 꽂은 이어폰만으로도 들을 수 있었기에 밤에 가족들이 깨지 않을 정도로 방이 조용하면서도 내 귀는 손쉽게 1초도 방심할 수 없는 체험이 가능하기도 했다.


그 뒤 3D 기술이 점차 보편화되기 시작하고, 비디오 게임이 장난감에서 첨단 산업으로 이미지가 변하던 1996년에 출시된 닌텐도 64의 패드는 입력 디바이스의 혁신이라고 봐도 틀림없었다. 아날로그 스틱을 통해 스틱을 기울이는 만큼 캐릭터의 이동속도가 달라지는 것도, 디지털 패드의 8 방향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360 방향을 인식하는 컨트롤 감각도 놀라움 그 자체였으며, 후면에 붙은 Z 버튼과 4개의 C 버튼을 활용해 ‘원하는 방향으로 달리면서 시점을 조정하며 총을 쏘는’ 동작을 키보드와 마우스 조합이 아닌 콘솔에서 패드로도 처음 경험할 수 있었다. 


그 밖에 별도 발매된 주변기기를 통해 패드에 진동 기능을 탑재한 것도 신선한 체험이었는데, 이 시점에서 가정용 컨트롤러의 기본 사양은 아케이드와 전혀 다른 노선으로 발전하게 되고, 이후 플레이스테이션이 이러한 아날로그 스틱과 진동 요소를 채택한 듀얼쇼크 패드를 선보였으며, 5세대 게임기 전쟁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이 승리하며 그만큼 많은 사람이 익숙해진 양쪽 아날로그 스틱과 범퍼+트리거 버튼 구성은 점차 다른 게임기에서도 기본으로 자리 잡힌다. 그 뒤로도 각 게임기는 제조사마다 개성있는 컨트롤러를 선보였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을 주며 발전한다. 닌텐도는 다시 게임큐브에서 아날로그 방식 트리거를 선보여 ‘누르는 동안’과 ‘완전히 눌렀을 때’의 조작이 별도로 가능하게 만들었으며, 세가는 드림캐스트까지 계속 기본 패드의 혁신보다 게임에 맞는 전용 컨트롤러의 생산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마이크로 게임 캐릭터와 대화가 가능한 씨맨을 선보일 정도로 놀라운 발상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 전 세계에서 진동 기능을 재치 있게 사용한 게임을 꼽을 때 꼭 언급되는 메탈기어 솔리드의 ‘사이코 맨티스’ 이벤트. 자신의 힘을 보여주겠다며 패드를 바닥에 내려놓으라고 한 뒤, 염력으로 패드를 움직인다는 내용이다.


게임업계는 해마다 그래픽의 발전이 가장 큰 이슈이기에 사실 게임 패드의 발전은 자칫 와 닿지 않을 수 있지만, 세대가 변할수록 항상 꾸준히 발전해왔다. WII처럼 가속도계와 적외선 센서를 사용하여 사용자의 동작을 감지하기도 하고, 입으로 패드에 바람을 불면 게임 내 바람이 불기도 하며, 트리거에 패드 본체와는 별도의 진동을 탑재하여 FPS와 레이싱 게임 체험에서 특히 화제를 모은 엑스박스원의 임펄스 트리거, 자사의 최신 기종 컨트롤러에 기존의 회전형이 아닌 휴대폰과 같은 리니어 진동 모터를 탑재해 패드의 진동 촉감을 더욱 실감 나게 연출한 닌텐도와 소니, 최근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 5의 듀얼센스에 선보인 적응형 트리거는 상황에 따라 트리거의 압력이 달라지도록 조절되어, 총의 탄약이 떨어졌을 때 탄이 격발되지 않는 느낌까지도 패드로 구현하고 있다.


이 밖에도 터치 패드 등 게임 입력 디바이스는 새로운 기술을 꾸준히 도입하며 발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기술들은 몰입도를 극대화하는 데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마이크 기능을 이용해 패드에 소리를 질러야 플레이어를 가로막은 문이 파괴되거나, 버스를 기다리는 그녀를 멀리서 부르기도 하는 등 기술을 활용한 신선한 아이디어의 게임도 꾸준히 등장하게 한다. 현재는 주춤한 상태지만 아이토이를 시작으로 플레이스테이션 아이, 키넥트처럼 모션 감지 컨트롤러의 출현은 게임 컨트롤의 새로운 장을 열기도 했으며, 여전히 레이싱 컨트롤러나 아케이드 스틱 같이 보다 특정 장르의 몰입감을 올려주는 컨트롤러도, 큰북의 달인 컨트롤러처럼 특정 게임에 완전히 최적화된 컨트롤러도, 한 손으로 모든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컨트롤러도 출시되고 있고, 기술력의 발전과 가격은 상관없으니 아케이드와 동일한 퀄리티이길 원하는 수요층이 트렌드가 되면서 가정용 특수 컨트롤러의 정교함도 아케이드와 차이가 사라진 지 오래되어, 이제는 역으로 가정용 패드를 아케이드 기계에 탑재하는 경우도 있다.


패미컴을 시작으로 현재의 게임 패드가 기본형으로 자리잡힌 것도 벌써 40년이 지났다. 그 과정에서 이 작은 입력 디바이스는 꾸준히 진화했고, 그만큼 게임을 즐기는 방식도 풍부해졌다. 패드 기술과 게임의 발전은 분리할 수 없으며, 앞으로도 입력 디바이스에 첨단 기술이 적용되며 꾸준히 게임 체험도 발전할 것이라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물론 그 완성도를 판단하는 것은 그것을 적절하게 활용한 게임들과, 플레이어와 입력 디바이스의 상호작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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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코리아 대표)

1999년 월간 게임라인을 시작으로 게임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적지 않은 기간을 게임 개발사에서 보낸 뒤, 게임 제작자보다 글로서 게임 문화에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으로 2018년부터 IGN Korea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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