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세미나] 즐거움과 죄책감 사이에서 게임하기: 인도 남성 청년들의 게이밍 하위문화와 문화적 불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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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6. 6. 10.
TEXT: Snodgrass, J. G., Dengah, H. F., Upadhyay, C., Else, R. J., & Polzer, E. (2021). Indian Gaming Zones as Oppositional Subculture: A Norm Incongruity “Cultural Dissonance” Approach to Internet Gaming Pleasure and Distress. Current Anthropology, 62(6), 771-797.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죄책감을 느끼는 순간’은 생각보다 자주 찾아온다.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일치하지 않을 때, 그리고 후자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될 때 특히 그렇다. 아마 게임을 사랑하며 성장해 온 젊은 게이머들에게 이러한 양가감정은 낯설지 않을 것이다. 과거 팬덤, 펑크, 오타쿠 문화가 그러했듯 게임 역시 누군가에게는 가장 강렬한 즐거움과 소속감을 제공하는 문화적 실천이다. 그러나 바로 그 즐거움은 게임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과 충돌하며 불안과 죄책감을 낳기도 한다. 이처럼 게임은 즐거움과 낙인, 소속감과 불안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역으로 더더욱 강한 중독적 몰입을 추동하기도 했으며 그 결과 게이머들만의 규범과 정체성을 공유하는 하나의 하위문화를 형성해 왔다.
이번 글에서 다룰 논문은 인도 라자스탄 주의 우다이푸르라는 소도시에서 성인모색기(emerging adult, 유년기와 성인기 사이의 과도기적 단계)에 있는 남성 청년들의 게이밍 하위문화를 풀어내고자 하는 글이다. <대항문화로서 인도 게이밍 존(Indian Gaming Zones as Oppositional Subculture)>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글은 온라인 게임 플레이가 우다이푸르 청년들에게 어떻게 게이머라는 대안적 하위문화 정체성을 제공하는지, 그리고 이들은 즐거움과 죄의식 속에서 왜 게임을 그토록 중독적으로 경험하는지를 탐색한다.
배경 설명 및 문화적 불협화(cultural dissonance) 관점
이 연구는 특정한 사회적 집단의 질병이나 고통을 물리적 맥락을 넘어 문화적/사회적 맥락 속에서 연구하는 의료인류학적 관점으로 ‘게임 중독’ 현상을 바라보고자 하는 글이다. 연구진은 우다이푸르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면서도 게임에 열광적으로 점점 몰입하는 양가적인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의료인류학자 드레슬러의 개념을 일부 사용했다. 드레슬러는 한 개인의 육체와 정신건강을 결정하는 것은 소득, 영양, 의료접근성 같은 물질적 요인뿐 아니라 그 개인이 가진 문화적 가치와 이를 둘러싼 사회적 기대 사이의 관계를 포함한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그는 한 개인이 자신의 문화적 가치에 기반한 신념/행동을 사회에서 공유하는 문화적 모델에 얼마나 근접하게 일치시키는가를 보여주는 문화적 합치(cultural consonance) 개념을 개발했다. 즉 문화적 합치 개념은 개인의 건강이 ‘자신이 중요하다고 믿는 문화적 삶을 실제로 실현할 수 있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문화적 합치가 일어나지 못해 자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사회의 기대가 엇갈린 상황에 놓인 개인은 어떻게 되는가? 이를 위해 연구진은 문화적 합치 개념에 심리학의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개인의 신념과 태도가 양립 불가능성을 제거할 수 없을 때 개인이 고통을 겪는 경향) 개념을 더해 문화적 불협화(cultural dissonance)라는 관점을 개발한다. 이러한 개념을 통해 이 연구는 우다이푸르 청년들의 게임 하위문화를 단순한 병리화 담론에서 말하는 중독이나 반사회적 회피 현상으로 읽는 것을 넘어 온라인에서의 삶과 오프라인에서의 삶 사이에 있는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심리-사회적 협상으로 읽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 글의 배경이 되는 인도 우다이푸르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 연구의 참여자들은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이거나 대학을 다니는 20대 초반의 남성 인도인들이다. 저자들의 언급에 따르면 25세 이전까지의 인도 남성 청년들은 기본적으로 학생 브라마차리아(brahmacharya)로서, 한 가정의 가장이 되기 위한 준비 단계에 있는 위치로 여겨진다. 우다이푸르의 청년 대부분은 중매혼을 거쳐 결혼하며, 그 이전까지는 가장으로서의 생계능력과 좋은 신부를 얻을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아간다. 대부분이 결혼 후에도 부모와 함께 살거나 독립을 하더라도 부모와 가까이 지내며, 이들을 부양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예비) 가장의 역할이 강하게 각인된 이러한 사회에서, 게임을 즐기는 행위는 청년들의 평판을 쉽게 깎고 미래 직업이나 결혼 전망을 어렵게 하는 ‘중독’으로 쉽게 규정된다.
한편 우다이푸르는 휴대전화와 와이파이, 인터넷 기술의 보급으로 SNS나 게임에 대한 접근성이 어느 정도 갖추어진 곳이다. 때문에 많은 연구참여자들은 게이밍 존과 같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카운터 스트라이크> 같은 온라인 게임을 무리없이 즐길 수 있었다. ‘게이밍 존’이란 인도의 대면 게이밍 카페로, 고사양의 네트워크와 PC장비가 구비된 한국의 PC방과 비슷한 곳이다. 연구참여자들은 대부분 중산층이거나 집에 따로 PC를 갖고 있음에도 친구들과 이곳을 함께 방문하며, 텍스트와 음성 채팅을 통해 온라인 유저들과 교류하며 게임을 한다. 대부분의 청년 게이머들은 게이밍 존에 매일같이 출근하면서 ‘진정한 게이머(true gamer)’가 되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매주 일요일은 ‘풀 러시의 날’로 하루종일 게임을 하는 유저도 있을 정도였다.
연구 방법
이 연구는 대상을 분석하기 위해 최소 3가지 이상의 연구방법을 결합했다. 첫째로, 우다이푸르 남성 청년들이 게임에 몰입하고 게이머 정체성을 획득해 가는 과정을 탐색하기 위해 3개의 게이밍 존에서 6주간 참여관찰이 동반된 에스노그라피를 수행했다. 일반적으로 각 존에 12-15명 정도 있는 정기 플레이어들이 연구의 초점이 되었고, 아침과 저녁 최소 1시간 반-최대 3시간 가량 필드노트를 동반한 관찰이 진행되었다. 둘째로, 게이밍 존에 정기적으로 등장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비공식 인터뷰를 수행했다. 인터뷰에서는 게이밍과 게이머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이들이 삶에서 받는 직업과 결혼에 대한 압박의 문제까지 다루고자 했다.
셋째로, 설문조사를 통해 이들이 추구하는 ‘진정한 게이머’ 정체성 모델의 네 가지 핵심 구성 요소를 식별했고, 이 요소들이 어떻게 이들의 긍정적/부정적 게이밍 경험과 연결되는지 파악하고자 했다. 네 가지 핵심요소는 아래 서술할 에스노그라피에서 드러난 4가지 요소(가까운 게이머 친구들 보유, 글로벌 게이머 공동체와의 연결감, 프로 게이머에 대한 꿈, 게이머 하위문화 소속감)이며, 긍정적/부정적 게이밍 경험은 드레슬러의 방법론에 따른 21문항 측정도구를 이용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진은 우다이푸르 청년들이 진정한 게이머 정체성에 가까워진다고 느낄수록, 긍정적 게이밍 경험(즐거움) 뿐 아니라 부정적 게이밍 경험(이에 수반되는 고통) 또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설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위 3가지 분석 결과에 기반한 측정을 시행하여 우다이푸르 청년들이 갖는 긍정적 게이밍과 부정적 게이밍에 대한 문화적 모델을 도출했으며 이것이 개인의 건강 결과와 어떻게 일치하는지를 분석하고자 했다.
에스노그라피 연구 방법과 결과
"모두가 모두를 안다(Everybody knows everybody)"
먼저, 인도의 게이밍 존은 우다이푸르 청년들에게 강력한 우정의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게임하기 좋은 환경을 찾아 이곳에 왔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모두 알게 될 정도로 가족 같은 관계가 되었다. 이들은 게이밍 존에서 자기 시간의 절반 이상을 플레이어가 아닌 ‘관전자’로 보내는 시간에 쓴다. 관전하는 동안 팀원들이나 온라인 친구들에게 지시나 명령을 외치며, 휴식 시간에는 차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며 다음 전략을 논의한다.
게이밍 존에서 이들은 욕설을 하거나 시끄럽게 외치고, 놀리거나 장난스럽게 때리며 상호작용한다. 그간 공공장소에서는 쉽게 용납되지 않았던 행위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자기 담배에 마커로 이름을 적어 게이밍 존 주인의 서랍에 보관한다. 게이밍 존에서 거래되는 담배, 차, 간식 역시 비공식적인 ‘우정의 화폐’로 자리한다.
글로벌 게이머 공동체
우다이푸르 청년들은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을 통해 전세계의 다양한 플레이어들과 친분관계를 맺고 소통했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를 플레이했는데, 여기서 접한 글로벌 네트워크는 그들의 국가적·종교적 정체성을 초월하게 만들었다. 이라크에 사는 길드 친구가 게임에 들어와 자국의 전투가 소강됐다는 소식을 전해 주기도 했고, 파키스탄 무슬림들과 자연스럽게 팀을 맺고 플레이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게임을 하는 동안만큼은 이들은 그저 ‘게이머’였으며, 카스트나 종교, 지리와 같은 다른 소속은 부차적인 것이었다.
연구참여자들은 플레이 도중 힝글리시(hinglish, 힌디어 모어 화자의 인도식 영어)를 활용해 본인의 영어 실력과 게임 지식의 능숙함을 드러내기를 즐겼다. 이들이 자신들을 ‘진정한 게이머’로서 타인들과 구별짓는 지점은 게이밍에 대한 열정과 글로벌한 소속감을 만들어내는 영어 구사 능력, 그리고 (담배, 에너지음료, 정크푸드로 상징되는) 자신을 ‘중독자’로 규정할 수 있는 특정한 소비 패턴이었다.
디지털 시대의 꿈
연구참여자들이 느끼는 게임의 이점은 무엇이었을까? 이들은 게이밍이 자신에게 인생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열정이나 동기, 경쟁심을 제공해주었다고 답변했다. 특히 이들은 게임 실력을 연마하여 꾸준하게 향상시키는 과정에서 큰 즐거움을 얻었다. 이를 위해 유명 팀들 사이의 매치 라이브 방송을 꾸준하게 시청했으며, 장시간 깨어 있기 위해 담배와 에너지음료를 필수로 챙겼다. 게이밍 존 소유주들도 이들의 열정을 알고 존들 간의 지역 매치를 조직하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우다이푸르의 ‘진지한 게이머’ 청년들 대부분은 프로 게이머로 데뷔하는 것을 꿈꾸었다. <도타 2> 플레이로 유명해진 ‘인디언 울브즈’ 같은 인도의 프로 e스포츠 팀들은 이런 꿈을 꾸는 데 큰 영감을 주었다. 프로가 된다는 것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데다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진짜 게이머’의 타이틀을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동시에 자신들이 게임에 대한 지원이 거의 없고 인터넷이 불안정한 소도시 출신이기에, 이러한 꿈이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일정 부분 인식하고 있었다.
하위문화적 도피로서의 게이밍
앞서 언급했듯이, 게이밍 존에서 우다이푸르 청년들은 사회의 다른 곳에서는 용납되지 않던 일종의 자유를 얻었다. 게이밍 존에서만큼은 비명을 지르고, 싸우고, 욕하고, 거칠게 굴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먹고 마실 수 있는 모든 활동이 허용되었다. 때문에 많은 연구참여자들은 게임의 즐거움을 현실 세계에서 도망쳐 내 문제들을 잊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찾았다. 이러한 답변은 우다이푸르의 실업률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청년들이 ‘미래가 없다’고 느끼는 현실 인식에 근거한다. 좋은 직업은 얻기 어렵고 결혼 또한 어차피 부모가 주선하는 중매로 이미 예정되어 있는데, 결혼을 하고 가장이 되면 자기의 게임 생활은 완전히 끝나 버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게이밍 존이라는 공간은 사회적 규범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분리된 일종의 매직 서클(magic circle)과 같은 장소로서, 연구참여자들이 도피하고 싶은 압박적인 상황으로부터 해방이나 문화적 대안을 제공할 수 있었다. 바로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이 공간은 연구참여자들이 다시 맞닥뜨려야 할 실제 세계의 공간 및 관심사와 중요하게 연결된 채로 남아 있었다.
사회적 도덕 공황: 기술 중독(a technical addiction)이라는 담론과 정서적 고통
앞서 언급했듯 힌두교의 브라마차리아 담론에서 게임은 중요한 인생의 준비 시기를 망칠 수 있는 행위로 간주된다. 남자들이 가정으로 들어가기 전 자신의 ‘동물적’ 충동을 최대한 통제하고 관리해야 할 시기에 게임을 하는 것은 무절제한 시간낭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이는 우다이푸르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연구진들에게도 내재화된 관점이었다. 전통적인 브라만 출신인 한 연구진은 참여관찰 단계에서 연구참여자들의 무절제한 욕설과 줄담배 흡연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다).
또한 인도 우다이푸르 사회에서 게임이 비난받는 맥락은 남성 가장의 역할규범 외에도 ‘기술에 대한 (세대적) 비난’과 결합되어 있다. 우다이푸르 기성세대의 일부는 인터넷이 인도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며, 청년들의 90%가 쓸데없는 인터넷 중독에 빠져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기성의 젠더규범 인식과도 연결된다. 인터넷이 청년 남성과 여성을 부적절한 관계로 끌어들이고, 서구 라이프스타일을 베껴서 혼전 성관계의 유행과 강간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이들 사회가 제시하는 적절한 인터넷 사용의 예시는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미래 직업을 배우기 위해 인터넷을 사용할 때로 한정되고 있었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에 둘러싸인 상태에서, 연구참여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어떤 형태로든 게임에 중독되어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먹지도 자지도 않고 100시간 연속으로 플레이한 연구참여자들도 많았으며, 게임으로 인해 성적이 떨어지거나 출석률을 못 지켜 수업 참여가 금지되는 등 학업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들은 끊임없이 게이밍에 대해 “우리는 그것을 해야 해요(karna to hai)”라 설명하면서도 재빨리 자신과 친구들을 중독자 혹은 시간 낭비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명명하는 데 스스럼이 없었다.
설문조사 및 측정 분석 결과
먼저 설문조사 표본에 대한 기술통계 분석 결과, 응답자들에게서는 긍정적 게이밍 경험이 부정적 게이밍 경험보다 조금 더 높게 나타났다. 이들은 온라인 공동체를 통해 적절한 사회적 소속감과 지원감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프라인 삶에서 크게 외로움을 느끼지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설 검증 단계에서는 진정한 게이머 행동 모델의 4가지 요소 (가까운 게이머 친구들 보유(H1), 글로벌 게이머 공동체와의 연결감(H2), 프로 게이머에 대한 꿈(H3), 게이머 하위문화 소속감(H4)) 들이 긍정적/부정적 게이밍 경험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파악했다. 응답자들에게서는 앞의 세 가지 변수가 강할수록 긍정적 게이밍 경험 보고가 증가했다. 반대로 게이머 하위문화 소속감의 경우 부정적 게이밍 경험이 높아질수록 강하게 드러났다. 이는 응답자들이 느끼는 게이밍의 즐거움이 주류 인도 사회의 규범에서 벗어난 게이머 대항문화에 소속된다는 점에서도 비롯됨을 보여준다.
이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전반적인 분석 결과 긍정적 게이밍 경험과 부정적 게이밍 경험은 강하게 양의 상관관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높은 긍정적 플레이 경험을 갖는 플레이어들은 대다수가 동시에 높은 부정적 플레이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긍정적 플레이 경험을 추동했던 변수들은 각각 더 높은 부정적 게이밍 경험과 연결되었다. 즉, 우다이푸르 남성 청년의 게이밍 경험에서 양자는 기본적으로 대립되는 경험이 아니라 밀접하게 상호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론
이처럼 게임 플레이에 대한 우다이푸르 청년들의 양가적인 감정은 게임의 긍정성과 부정성이 대립되는 관점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들이 게이머 하위문화와 주류 사회 속에서 경험하는 ‘문화적 불협화’의 두 가지 얼굴로 해석할 수 있다. 하위문화와 주류 사회라는 두 세계가 가지는 양립 불가능성이야말로 연구참여자들의 정체성과 의식을 이중적이고 분열화시키는 기제이다. 이들이 게임을 하면서도 내재된 위험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은, 이들이 단순히 게임 속 세상에만 고립되어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외부 세계와의 연결을 전제로 플레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동시에 연구진은 우다이푸르 청년들이 자기 게이밍을 ‘중독’이라 의미화하는 것은 자신들이 처한 인지적, 정서적 불협화를 최소화하는 또 다른 하나의 방안이라고 설명한다. 진정한 게이머 정체성과 인도 사회의 일부로서 남성화된 규범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 사이에서 이들은 전자를 일시적 중독으로 의미화함으로써, 자기의 미래의 삶을 상대적으로 우월한 것으로 올려놓고 현재에 자신이 겪는 고통이나 스트레스, 불화하는 감각을 최대한 줄이고자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우다이푸르 청년들의 하위문화로서 게이밍 경험에 대한 분석이 기존 게이머들에 대한 분석적 시선을 확장해 준다고 본다. 그간 게임 중독이라는 문제는 생체의학적 관점에서 약물이나 도박 중독과 같은 정신질환의 문제로 다루어졌거나, 혹은 문화적 관점으로 갈 경우 소비주의를 조장하고 청/소년의 도덕성을 위협하는 ‘도덕적 공황(Moral panic)’의 유발 기제 정도로 다루어져 왔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 연구의 참여자들이 ‘자기 스스로가 위험하게 온라인 게임에 중독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야말로 게이밍 중독에 대한 사회적 공황 이론을 불완전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정리하며
우다이푸르 청년들에 대한 ‘문화적 불협화’라는 저자들의 관점은, 특정한 하위문화 집단을 저항과 복종이라는 이분법에 근간해서 판단하지 않으려는 연구진의 지적 노력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게이밍 존에서 이들이 보여준 문화는 주류 인도 사회가 가정하는 지배적 남성성의 규범들에 일정 부분 대항하고도 있지만, 동시에 이들은 스스로가 주류 집단에서 벗어난 사회적 거부자 혹은 ‘루저’ 라는 낙인을 일정 부분 내재화하고도 있다. 주류 규범에 완전히 동화되지도, 완전히 벗어나지도 못한 이들의 이중적인 상황은 (미래에는 어차피 게임 생활을 포기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 자신의 위치를 일시적인 중독자로 격하하는 행동으로 현상되어 나타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게임 중독의 문제를 어떻게 기존의 문화적 접근과 다른 방향에서 논의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글이기에, 우다이푸르 청년의 하위문화가 갖는 대항성에 대한 분석이 심화되지 못한 것은 한계로 남는다. 그런 점에서 이 논문의 주요 리뷰어 중 하나인 레슬리 조 위버의 지적은 매우 유의미하다. 논문에서 더 논의되어야 했을 사항은 청년들이 단순히 중독 사실을 인정하는 것 외에도 이러한 불협화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떻게 구체적으로 불협화를 해소하려 노력하는지, 나아가 게이머 공동체는 궁극적으로 인도 가부장제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라는 좀더 심층적인 분석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논문이 이런저런 맥락에서 폴 윌리스의 <학교와 계급 재생산>을 떠올리게 하는 만큼, 이들의 문화적 불협화가 인도 사회의 더 큰 문화적 맥락에서 작동하는 남성 중심성과 마초성에 대한 광범위한 규범을 어떻게 재생산하거나 혹은 벗어나는지를 본격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