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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세미나] 미국에서의 비디오게임 비평에 대한 개론 - 2017 (원제: Videogame Criticism and Games in the Twenty-First Cent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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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4. 10. 10.

이번 논문 세미나는 비평 공모전 특집에 맞춰, 시카고 대학 영화 및 미디어학과와 영문학과 연구 교수인 패트릭 자고다(Patrick Jagoda)가 2017년에 쓴 "비디오게임 비평과 21세기 게임"을 다루고 있다. 자고다는 시카고 대학에서 웨스턴 게임 랩(Weston Game Lab)과 미디어 아츠 앤 디자인(Media Arts and Design, MADD) 학부 프로그램의 책임자로서, 시카고 대학을 북미 게임 연구의 중심지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자고다에 따르면, 2017년에 '게임이 예술이다'라는 주장은 이미 너무도 자명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식상한 주제다. 그래서 그는 게임 비평의 필요성을 이론적으로 논증하기보다는, 2017년 당시 미국에서 존재했던 다양한 실험적 게임과 그 비평 흐름을 추적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중요한 사건들과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게임들을 기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나도 자고다가 언급한 게임들과 비평적 작업을 최대한 빠짐없이 정리하는 방향을 택했다. 수많은 설명을 듣는 것보다, 여기에 언급된 게임들을 직접 찾아 살펴보는 것이 게이머와 게임 비평가들에게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미국의 게임이나 비평을 이상적인 모델로 삼을 필요는 없다. 또한 이 글은 7년 전에 쓰여진 것이므로, 최신 경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 게임 비평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 글이 실린 게임 제너레이션 20호를 참고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게임계의 변화

     

자고다는 2007년을 인디 게임, 아트 게임, 시리어스 게임, DIY 게임 제작, 캐주얼 게임과 같은 다양한 게임들이 눈에 띄게 성장한 시점으로 평가한다. 동시에,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게임적 사고방식이 사회적 도구로서 확장된 중요한 시기로 진단한다. 그가 언급하는 주요 흐름은 다음과 같다:


캐주얼 게임: 2006년 닌텐도 Wii를 시작으로 대중을 겨냥한 게임들이 더욱 활발히 제작되기 시작했다. [예: 위 스포츠 (Wii Sports, 2006), 타운으로 놀러가요 동물의 숲 (Animal Crossing: City Folk, 2008)]


작가주의적 게임 디자이너들의 등장: 2007년에서 2009년 사이, 조나단 블로우(Jonathan Blow), 메리 플라나간(Mary Flanagan), 제이슨 로흐러(Jason Rohrer)와 같은 디자이너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예: 페세지 (Passage, 2007), 브레이드 (Braid, 2008), 플라워 (Flower, 2009)]


주류 게임사의 변화: 같은 시기, 더욱 복잡한 내러티브와 다층적인 캐릭터를 도입한 게임들이 출시되었다. [예: 바이오쇼크 (BioShock, 2007), 매스 이펙트 (Mass Effect, 2007), 폴아웃 3 (Fallout 3, 2008)]


예술적 기반: 게임에 대한 예술적 논의가 활발해졌고, 예술 분야에서 정부의 지원도 확대되었다. [예: 스미소니언 비디오 게임 전시회, MoMA의 비디오 게임 컬렉션]


기술 발전: Unity, Twine과 같은 제작 도구와 Steam, PlayStation Network, Xbox Live 같은 온라인 배포 플랫폼이 확산되었다.


제도적 발전: 독립 및 아트 게임 컨퍼런스들이 성장했다. [예: Indiecade, Games for Change Festival, Independent Games Festival]

     


이와 같은 다양한 발전은 문학 비평의 방법론 역사와 유사한 흐름을 반영하면서, 게임 비평 분야에도 지속적인 변화와 성장을 가져왔다. 예를 들면:


역사적 연구: 켄트의 2001년 연구 (Kent, Steven L. The Ultimate History of Video Games: From Pong to Pokémon and Beyond: the Story Behind the Craze That Touched Our Lives and Changed the World. Roseville, CA: Prima Pub, 2001.)


형식주의적 연구: 머레이의 1997년 연구 (Murray, Janet. Hamlet on the Holodeck: The Future of Narrative in Cyberspace. New York: Free P, 1997.)


현상학적 연구: 수드노의 1983년 연구 (Sudnow, David. Pilgrim in the Microworld. New York: Warner Books, 1983.)


플레이어와 게임 캐릭터와의 동일시: 쇼의 2014년 연구 (Shaw, Adrienne. Gaming at the Edge: Sexuality and Gender at the Margins of Gamer Culture. Minneapolis: U of Minnesota P, 2014.)


놀이와 미학 이론: 업튼의 2015년 연구 (Upton, Brian. The Aesthetic of Play. Cambridge, MA: MIT P, 2015.)


게임에서의 감정에 대한 역할: 이스비스터의 2016년 연구 (Isbister, Katherine. How Games Move Us: Emotion by Design. Cambridge, MA: MIT P, 2016.)


네트워크 비디오 게임에서의 정동: 자고다의 2016년 연구 (Jagoda, Patrick. Network Aesthetics. Chicago: U of Chicago P, 2016.)


디자인과 비평의 교차점: 슈리에의 2016년 연구 (Schrier, Karen. Knowledge Games: How Playing Games Can Solve Problems, Create Insight, and Make Change. Baltimore: Johns Hopkins UP, 2016.)

 

     


게임이란 무엇인가?

     

자고다는 비디오 게임이 PC, 콘솔, 모바일, AR 등 여러 플랫폼과 장르에서 계속 성장하고 변화하면서, 무엇을 비디오 게임이라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졌다고 지적한다. 단적인 예로, 크리스틴 러브(Christine Love)의 아날로그 (Analogue: A Hate Story, 2012)를 들 수 있다. 이 게임에 대한 대중적 반응을 보면, 과거 체스나 바둑과 같은 추상 전략 게임에만 국한되었던 '게임'이라는 범주가, 이제는 멀티미디어와 트랜스미디어 작품에까지 마케팅 용어로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디오 게임의 정의에 대한 이러한 모호함은 아날로그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나, 조이 퀸(Zoe Quinn)이 패트릭 린제이(Patrick Lindsey)와 아이작 생클러(Isaac Schankler)와 협업하여 만든 디프레션 퀘스트 (Depression Quest, 2013)에서는 큰 논란을 일으켰다. 형식과 장르의 관점에서 디프레션 퀘스트는 대화형 내러티브와 롤플레잉 게임의 융합으로 볼 수 있다. 이 게임은 주로 텍스트 기반의 내러티브로 구성되어 있지만, 게임적 요소인 의사 결정과 정기적인 피드백 시스템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프레션 퀘스트를 비난하는 이들이 자주 제기했던 불만 중 하나는 이 게임이 '게임이 아니다'라는 주장이었다.

     

디프레션 퀘스트를 둘러싼 논쟁은 결국 ‘진정한 게이머’와 비디오 게임의 정의를 누가 소유할 것인가에 대한 싸움이었다. 자고다는 디프레션 퀘스트가 게임이 아니라는 비판이 형식주의적 논의를 방패로 삼아, 게이머 문화의 경계를 고착화하고 외부인의 침범으로부터 방어하려는 보수적 문화적 충동을 은폐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말하는 '외부인'에는 PC주의를 대표하는 여성과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비디오 게임의 주류적 예시와 깔끔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진지한 예술적 게임이나 DIY 게임 제작자들도 포함된다. 실제로, 이러한 실험적 형식에 자주 사용된 트와인(Twine) 엔진을 활용한 디자이너들 중 다수는 백인, 남성, 이성애자 엔지니어가 아닌, 조이 퀸(Zoe Quinn), 안나 앤트로피(Anna Anthropy), 메릿 코파스(Merritt Kopas), 폴펜틴(Porpentine)과 같은 퀴어 및 트랜스 여성들이었다.

     

     

게임이라는 범주를 넘어 

     

게임의 정의가 확장되면서, 오락적 기능보다는 교육적 효과를 강조하는 새로운 유형의 게임이 등장하거나, 게임의 기능을 다른 분야에 적용하려는 시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리어스 게임


시리어스 게임은 1970년 클라크 앱트(Clark Abt)가 제안한 개념으로, "분명하고 신중하게 고안된 교육적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오락을 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게임을 뜻한다.


2004년에는 사회적 참여를 장려하는 게임의 제작과 배포를 지원하는 게임즈 포 체인지 (Games for Change) 재단이 설립되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시리어스 게임들이 등장했다.


다르푸르 이즈 다잉 (Darfur Is Dying, 2006): 액션과 경영 시뮬레이션을 결합해, 다르푸르 전쟁과 난민 위기를 다루는 게임.


맥도날드 비디오게임 (McDonald's Videogame, 2006)과 오일 갓 (Oil God, 2006): 기업의 탐욕을 패러디한 시뮬레이션 게임.


카트 라이프 (Cart Life, 2011)와 스펜트 (SPENT, 2011): 미국의 저취업과 빈곤 문제를 다룬 게임.


페이트 오브 더 월드 (Fate of the World, 2011)와 바이오하모니어스 (Bioharmonious, 2013): 기후 변화와 환경 균형 문제를 다룬다.

     


게이미피케이션:


전통적으로 게임이 아닌 활동에 게임 메커니즘을 사용하여 소비자 행동, 직원 교육, 건강 및 운동 습관, 교육 및 기타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비디오 게임 형태의 매체가 일상 생활의 다양한 측면으로 스며들어 학습을 장려함 [예: 칸 아카데미 (Khan Academy, 2006), F-12 (2013, DirecTV의 직원 교육 게임)]


전문가와 아마추어 모두의 기여를 요청하여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고자 하는 시도들 [예: 폴딧 (Foldit, 2008), EteRNA (2010)]


     

개인적인 서사, 혹은 특정 인물의 전기를 다루는 게임들:


메리 플래너건(Mary Flanagan)의 도메스틱 (domestic, 2003): 인칭 슈팅 엔진을 사용하여 어린 시절의 집 화재에 대한 기억을 되새긴다.


안나 앤트로피(Anna Anthropy)의 오마이갓 아 유 올라이트? (ohmygod are you alright?, 2015): 차에 치인 경험으로 시작하여, 적절한 재정적 자원이 없는 트랜스 여성으로서 병원과 의료를 탐색하는 어려움을 탐구한다.


피터 브린슨(Peter Brinson)과 쿠로쉬 발라네자드(Kurosh ValaNejad)의 더 캣 앤 더 쿠  (The Cat and the Coup, 2011): 민주적 수단으로 선출된 최초의 이란 총리 모하마드 모사데그를 무너뜨리기 위한 1953년 CIA 쿠데타를 다룬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다.

     


아트 게임과 게임 아트:


“아트 게임”은 제이슨 로흐러(Jason Rohrer)가 2005년에 제안한 개념으로, 매체의 고유한 속성을 사용하여 예술적, 철학적 문제를 탐구하는 게임을 말한다. [예: 조나단 블로우(Jonathan Blow)의 브레이드 (Braid, 2008)]


반대로, "게임 아트"는 존 샤프(John Sharp)가 제시한 용어로, 게임을 이용해 만든 예술 작품을 의미하며, 게임에서 "예술"로 초점을 옮긴다. [예: 코리 아칸젤(Cory Arcangel)의 슈퍼 마리오 클라우즈 (Super Mario Clouds, 2002)]

     

     

게임 비평의 경향

     

비디오 게임은 이제 단순한 오락을 넘어, 일상 생활의 일부이자, 대중 매체로서 사회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개인적이거나 예술적인 의미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다. 이러한 비디오 게임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비디오 게임 비평은 다양한 학제 간 방법을 통해 접근하고 있다. 주요 경향을 살펴보면...

     


게임 미학과 형태


존 샤프의 2015년 연구 (Sharp, John. Works of Game: On the Aesthetics of Games and Art. Cambridge, MA: MIT P, 2015.)


샤프는 사물이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암시하는 특성을 설명하는 제임스 깁슨의 "어포던스" 개념을 활용한다. 샤프는 조디(Jodi)의 SOD (2002)와 브렌다 로메로(Brenda Romero)의 씨오칸 레앗 (Sîochân Leat, 2009) 같은 아방가르드 게임에서 개념적, 형식적, 경험적 어포던스를 분석하며, 그래픽, 서사, 메커닉, 규칙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분석은 형식주의적이지만, 게임 공동체에 대한 이해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샤프는 게임 공동체가 체스를 하나의 게임으로 보는 반면, 예술 공동체는 체스를 예술적 표현의 재료로 보는 관점을 대조하며, 미술사와 시각 디자인의 전통에 기반하여 분석한다.

     


비디오 게임의 문화와 역사


칼리 코큐렉의 2015년 연구 (Kocurek, Carly A. Coin-Operated Americans: Rebooting Boyhood at the Video Game Arcade. Minneapolis: U of Minnesota P, 2015.)


코큐렉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초 비디오 게임과 오락실이 미국 남성성을 어떻게 형성했는지 탐구한다. 코큐렉은 이러한 게임들이 젊은 남성들에게 컴퓨터 중심의 화이트칼라 서비스 경제와 규제가 완화된 시장에서 노동자이자 투자자로서의 역할을 준비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그녀의 연구는 미국학과 문화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게임 자체보다는 오락실 공간, 사진, 기타 역사적 문서에 초점을 맞춘다.


이같은 연구는 게임 문화 연구라는 성장하는 학문 분야에 속하며, 비슷하게는 Twitch TV에서 특정 플레이어를 시청하는 커뮤니티와 e스포츠 관객들에 대한 연구도 유망한 연구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인


문학 비평과 창작 글쓰기 사이에 큰 격차가 있는 영문학과 같은 학문 분과와 달리, 게임 연구는 이론과 실천을 자주 통합한다.


케이티 살렌(Katie Salen)과 에릭 짐머만(Eric Zimmerman)의 2003년 저서는 형식적인 이론과 실용적인 디자인 조언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Salen, Katie and Eric Zimmerman. Rules of Play: Game Design Fundamentals. Cambridge, MA: MIT P, 2003.)


슈라이어(Schrier, Karen)의 2016년 저서도 학문 분과 간의 경계를 넘는다. 슈라이어는 심리학, 교육학, 비판 이론,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을 끌어와,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임을 효과적으로 디자인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Schrier, Karen. Knowledge Games: How Playing Games Can Solve Problems, Create Insight, and Make Change. Baltimore: Johns Hopkins UP, 2016.)

     


기타


철학과 비판 이론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비디오 게임을 사용하는 연구 맥켄지 워크의 2007년 저서 (Wark, McKenzie. Gamer Theory. Cambridge, Mass: Harvard UP, 2007.)


디지털 게임의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을 탐구하는 연구 몬포트의 2009년 저서 (Montfort, Nick and Ian Bogost. Racing the Beam: The Atari Video Computer System. Cambridge, MA: MIT P, 2009)


실제 플레이어의 행동을 민족지학적, 질적 방법론을 통해 연구 쇼의 2014년 연구 (Shaw, Adrienne. Gaming at the Edge: Sexuality and Gender at the Margins of Gamer Culture. Minneapolis: U of Minnesota P, 2014)


나아가, 21세기 초반 게임 연구에 중요한 기여자 중 일부인 이안 보고스트(Ian Bogost)와 메리 플래나간(Mary Flanagan)은 게임의 형식, 문화, 역사에 주목하면서도 성공적인 게임 디자이너로서의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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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문화연구자)

연세대학교에서 언론홍보영상학과 인류학을 공부하고,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미디어문화연구를 전공했다. 부족한 실력으로 게임을 하다가 게임의 신체적 퍼포먼스에 관심을 갖게 되어 게임 연구를 시작했다. 여성 게이머의 게임 플레이 경험을 분석한 석사학위 논문을 써서 2020년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우수 학위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미국 시카고대학 영화·미디어학과 (Cinema and Media Studies) 박사 과정에서 게임문화를 전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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