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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세미나] 여성 게이머들은 어떤 편견 속에서 플레이하며 어떻게 대처하는가?: 필리핀 AOS 게임 <모바일 레전드>를 사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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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5. 12. 10.

TEXT: Amestoso, P. P., Colima, B. K. V., Damasin, A. D., De Cadiz, V. Y. E., Iglesias, M. A., & Nacionales, J. P. (2023). Exploring Gender Stereotypes among Filipina Gamers of Mobile Legends: A Phenomenological Study. Journal of Education and Social Studies, 4(3), 466-478.

     


들어가며

     

게임 산업의 규모가 전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우리는 여러 통계조사 결과에서 여성 게이머들의 비율이 이전보다 크게 늘어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차별적 시선과 젠더 폭력의 위험 속에서 게이밍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여성에 대해 깊이 뿌리박혀 있는 도덕적 기준과 편견이 작동한 결과이자, 여성의 발전을 억압하는 혐오적 시선뿐 아니라 역사적인 젠더 권력의 불평등성까지 정당화하고 유지해 왔다. 특히 게임 세계에서는 여성의 게임 능력을 남성과 비교하는 커다란 장벽이 항상 존재하며, 이곳은 모든 기술산업 분야 중 가장 젠더 불균형이 심각한 곳으로도 지적된다. 게임 제작사 경영진 중 여성의 비율은 현저히 낮고 e-스포츠 선수들 중에서도 여성은 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모바일 레전드> 필리핀 게이머들의 젠더 고정관념 탐색하기(Exploring Gender Stereotypes among Filipina Gamers of Mobile Legends: A Phenomenological Study)’라는 이름의 이 연구는 게임 세계의 젠더 고정관념이 필리핀 여성 게이머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 있다. <모바일 레전드: 뱅뱅(Mobile Legends: Bang Bang)>은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국가, 인종, 젠더를 막론하고 많은 유저들이 플레이하는 유명한 AOS 온라인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영웅 10명 중 한 명을 고를 수 있으며 5명이 한 팀이 되어 적군에 맞서 타워를 수성한다. 휴대폰 전용으로 서비스됨으로써 이 게임은 PC 이용자 기반 게임보다 높은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모바일 레전드>를 가장 많이 플레이하는 국가는 필리핀으로, 필리핀에서만 1억 명 이상이 등록되어 있으며 월별 접속인원은 2천 5백만 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레전드>의 필리핀 e-스포츠 리그에서 여성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으며, 게임의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여성 게이머에 대한 젠더 고정관념과 편견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여성의 온라인 게임 경험이 남성과는 상당히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필리핀의 디지털 산업과 e-스포츠 산업이 확장되는 시점에서, 여성 게이머에 대한 젠더 고정관념을 주목하는 것은 게이머에 대한 중립적 인식을 유지하고 온라인 플레이어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데 있어 여전히 필요한 과제다.

     

     

젠더 고정관념과 사회적 역할 이론

     

젠더 고정관념(gender stereotype)은 ‘여성과 남성 모두가 각각 지녔거나, 지녀야 하거나 실제로 해야 한다고 여겨지는 특성, 특징, 역할에 대한 기대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재현이자 선입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현재 여성이 전세계 게이밍 인구의 절반을 차지함에도, 남성에 비해 짧은 시간 위주의 캐주얼 게임을 주로 한다는 인식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온라인 게임은 남녀 모두에게 열려 있음에도 기존의 젠더 고정관념과 인식을 악화시키는 매개로 지적되어 왔다. 남성 게이머들이 공격적이고 지배적인 존재로 묘사되며 우월하게 여겨지는 한편, 여성 게이머는 순응적이거나 남성에 의존하는 모습으로 규정되며 일반적으로 낮은 위치에 놓이기 때문이다. 한편, 젠더 고정관념에 입각한 태도는 여성 게이머에게 가해지는 원치 않은 위협, 모욕적 태도, 괴롭힘이나 희롱으로도 나타난다. 이는 e-스포츠 분야의 여성들에게 차별이자 동시에 점점 더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자리한다.

     

‘사회적 역할 이론(Social Role Theory)’에 따르면, 개인의 행위와 태도, 목표는 그들의 젠더에 상응하는 사회적 역할에 큰 영향을 받는다. 즉 사회적 규범과 기대가 남성과 여성에게 서로 다른 역할을 정의하기에, 문화적 규범과 믿음에 기반해 공고해지는 젠더 고정관념은 개인의 행위와 관점, 욕망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젠더의 역할을 구성하는 사회적 기준이 어떻게 개인 고유의 역량과 태도, 커리어 경로에 영향을 주는지를 주목한다는 점에서 이는 본 연구의 핵심적인 이론적 관점이다. 특히, 사회적 역할 이론은 사회적 역할에 변화가 일어날 경우 인식과 행동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젠더 고정관념을 분석한다는 것은 모든 젠더의 플레이어가 임파워링할 수 있는 포용성을 구축하고 다양하고 환대적인 게임 커뮤니티를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연구문제와 방법

     

이 연구는 1) <모바일 레전드>를 플레이하는 여성 필리핀 게이머는 어떠한 젠더 고정관념을 경험하고, 2) 이들은 자신의 젠더와 관련한 고정관념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대응하는가? 라는 두 가지 연구문제에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 <모바일 레전드> 플레이 경험이 있는 다양한 연령대의 필리핀 여성 게이머 16명을 대상으로 반구조화된 인터뷰를 시행했다. 인터뷰는 주로 페이스북 메신저, 구글 미트와 같은 비대면 SNS 플랫폼에서 진행되었으며, 위의 두 가지 연구문제에서 유래한 개방형 질문으로 구성하였다.

     

필리핀 게이머들의 실제 경험을 탐구하기 위해 연구는 기본적으로 해석학적 현상학(hermeneutic phenomenology)에 입각한 질적 방법을 사용했다. 인터뷰에서 수집된 자료는 표로 정리되고 코딩되었으며, 특정한 패턴이나 주제를 식별하기 위해 주제 분석(thematic analysis)을 수행했다. 대주제와 하위주제간의 식별을 위한 자료로 살다냐(Saldaña, 2021)의 코딩 기법을 활용하여 분석에 있어 보다 체계적이고 엄격한 접근을 시도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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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bile Legends: Bang Bang> 게임 일러스트, 출처 – https://www.i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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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bile Legends: Bang Bang> 게임 플레이 장면, 출처 - 구글 플레이스토어

     

<모바일 레전드> 여성 게이머들에 대한 젠더 고정관념

     

먼저 <모바일 레전드>를 플레이하는 여성 게이머가 대부분 경험하는 고정관념은 ‘내려치기(downgrading)’였다. 최선을 다해 게임을 하더라도 이들은 대부분 환영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으며 부정적 피드백을 받았는데, 이는 여성 게이머가 실력과 역량 면에서 남성보다 약하고 무능하다는 젠더 고정관념에 기반한다.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음에도 <모바일 레전드>가 남성, 그 중에서도 소년들만의 게임으로만 여겨지는 인식은 실제 존재하는 여성 게이머에 대한 배타적 인식과 낙인을 강화했다. 이들은 플레이 도중 남성들에게 게임을 접으라는 이야기를 듣는 등 여러 형태의 사이버 폭력을 겪었고, 그 결과 대다수가 남성이나 성 중립적으로 보이기 위해 자신의 프로필을 숨기거나 음성 마이크 사용을 망설이기도 했다.

     

다음으로, <모바일 레전드>의 여성 게이머들은 실력이 약하다는 고정관념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게임에서 항상 서포터를 하는 역할로만 낙인지워지기도 한다. 실력자가 아니라는 편견 때문에 여성 게이머들은 게임에서 실수하기를 두려워했는데, 혹여 게임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에는 언제나 ‘지원 영웅이나 하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 게이밍의 시대’라는 결과에 젠더 고정관념이 위협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며, 온라인 게임 내 여성들이 실제 게임 경험에서 이 위협에 직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남초 게임인 <모바일 레전드>를 여성이 플레이한다는 이유 자체만으로 여성 게이머들은 ‘바이섹슈얼’이나 ‘레즈비언’이라는 취급을 받기도 했다. 오직 (시스젠더) 남성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것을 여성이 하는 상황이 펼쳐졌을 때, 그들은 젠더 규범의 바깥이라는 비정상적 영역에 속한 사람들로 낙인찍히게 되는 것이다.

     


젠더 고정관념에 대한 <모바일 레전드> 여성 게이머들의 대응

     

그렇다면, 상기한 이러한 젠더 고정관념에 대해 <모바일 레전드> 필리핀 여성 게이머들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었을까?

     

우선 가능한 대응 메커니즘 중 하나로 ‘무시(ignoring)’가 있다. 내가 게임을 하고 싶고 그동안 이 게임을 잘 즐겨 왔기 때문에, 또 그들이 내게 개인적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 내버려 두자고 마음 속에 새기며 다음 게임을 잘 준비하는 것이다. 즉 여성 게이머들은 주어진 젠더 고정관념을 적극적으로 무시하는 것이 이를 다룰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믿고 있었다. 가끔, 자신의 실수에 유독 끔찍하게 반응하는 남성 게이머에 맞서 이들은 차분히 대응하며 다음 전략을 준비하기도 한다. 무시와 비슷한 또 다른 대처법으로는 ‘보복(retaliate)’도 있다. 자기에게 악담이 온다면 똑같은 형태로 돌려주고, 누군가가 폭력적 언행을 한다면 신고하고 그 사람을 차단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젠더 고정관념에 맞서는 또 하나의 방법은 게임에 더더욱 헌신하고 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탁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그들의 능력을 증명하겠다는 목표로 게임에 집중하는 여성들도 있었다. 자신들에 대한 괴롭힘이나 부정적 평가를 피하고, 젠더 폭력이라는 두려움에 맞서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는 것이다. <모바일 레전드>에서는 분명히 프로 게이머에 준할 만한 실력을 가진 여성 게이머들도 존재했는데, 이들은 곧 프로로 평가받지 못하는 다른 여성 게이머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싸우는 이들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모바일 레전드> 게임 시간을 줄이고 운동이나 야외활동이나 학업에 시간을 더 들이는 사례도 있었다.

     


정리하며

     

‘<모바일 레전드> 필리핀 게이머들의 젠더 고정관념 탐색하기’는 <리그 오브 레전드>와 비슷한 형태의 휴대폰 전용 AOS 게임에서 여성 게이머들이 겪는 위기와 대응 방식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질적 접근법을 택하고 있으면서도 분석 내용이 표면적인 수준에 그친다는 점은 큰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여성 게이머들이 온라인 게임의 남성지배적 문화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이들이 취하는 소극적이거나 적극적인 서로 다른 방식의 전략들이 각자 어떤 맥락에서 발생했으며 어떤 효과를 가질 수 있는지의 문제는 심층적으로 다루어지지 못했다.

     

다만 이 연구의 주요 함의 중 하나는 ‘다양성과 포용성’의 문제를 마주한 게임의 시대에도 여전히 남성 게이머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장르적 영역이 존재하며, 여전히 여러 연령과 젠더의 플레이어들이 접속하고 있는 모바일/온라인 게임 분야에서도 젠더 차별과 고정관념이 공고히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질적 소비자로서의 비중을 높여 가고 있음에도 여성 게이머들이 겪는 불변의 게임문화를 구성하는 핵심 논리는 무엇인지, 게임 산업분야는 이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하는지, 좀더 문화적이고 실질적인 연구들이 더 많이 수행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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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구자)

문화와 지식, 공간과 학술 장 등 다양한 영역을 공부합니다. 게임의 역사와 게이머의 생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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