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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시뮬레이션이라는 말에 대한 동시대의 감각들 - GG필진 대담회

27

GG Vol. 

25. 12. 10.

게임에 대한 무수한 분류 중 ‘시뮬레이션’ 만큼 넓고 모호한 개념도 드물 것이다. 모의 전투부터 시작해서 탑승기에 대한 모사, 역사 재현, 도시 건설과 운영에 이르기까지 시뮬레이션은 다양한 메커니즘과 재현 방식을 넘나들며 서로 다른 의미로 호출되고 있다. 장르로서의 시뮬레이션이 점차 모호해지는 상황 속에서, 현실에 대한 재현과 재미 사이에서 시뮬레이션 게임의 핵심 요소가 무엇인가에 대한 인식도 점차 여러 갈래로 나뉘어지고 있다. 이번 GG의 대담에서는 게임연구자 김규리, 평론가 이선인, 그리고 이경혁 편집장이 함께 시뮬레이션 장르의 확장과 변주 과정을 짚으며, 쉽사리 정의하기 어려운 시뮬레이션의 다층적 의미를 통해 우리가 게임 비평자로서 도달해야 할 질문은 무엇인지 탐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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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션, 그 정의의 모호함

     

이경혁 편집장: <GG>의 대담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의 대주제로는 ‘시뮬레이션’이라는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사실 모든 게임이 시뮬레이션이라지만, 광의의 의미를 차치하고 ‘시뮬레이션은 왜 장르명이 되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면 좋겠습니다. 왜 어떤 게임은 시뮬레이션이라 부르고, 다른 게임은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보는가. 결국 우리 필진 중에 누구를 데려다 놔도 ‘시뮬레이션’이라는 의미를 각자 다르게 쓰고 있을 확률이 높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여러분에게 그동안 시뮬레이션은 어떤 의미였을까? 이 서로 다른 시뮬레이션을 어떻게 좀 묶어서 얘기를 해볼 수 있을까? 이런 얘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먼저 각자가 좋아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이 무엇이었는지 얘기를 시작해 볼까요?

     

김규리 게임연구자: 저는 <유로 트럭>을 좋아했거든요. 그냥 차를 운전하는 것뿐 아니라 (거기서 등장하는) ‘사고’가 재밌었어요. 한 번은 제가 염소 치즈를 싣고 운반지에 배달해야 했는데, 운전 경험도 없고 내비게이션을 보면서 가는데 앞길이 도로 보수 중이라 다른 길을 찾아야 했어요. 그걸 모르고 저는 한 곳만 뱅뱅 돌고 뒤에서 치즈는 다 녹고 있고(웃음) 그러다 너무 길을 못 찾는 이 상황이 화가 나서 그냥 길에 정박해서 잠을 자버렸거든요. 그렇게 했더니 날짜가 지나면서 도로 공사도 끝나고 해서 배달을 완료했는데, 제품은 손상이 되었고 결국 적자를 떠안게 된 일이 있었어요. 근데 저는 그 경험이 너무 재밌더라고요.

     

이경혁 편집장: 규리님은 ‘탈것 시뮬레이션’ 자체의 재미보다도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드러나는 다른 시간이나 유통 데이터에서 나오는 재미를 보신 거네요. 듣다 보니 ‘사고’가 없는 운전은 재미가 없기에 사고 자체가 탈것 시뮬레이션에서도 되게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선인님은 어떤 걸 재밌게 하셨나요?

     

이선인 평론가: 저는 <세틀러 2>가 역시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인 것 같아요. <듄 2>도 그렇구요. RTS 초기작들인데 몇 번을 클릭을 했는지 몰라요. 그 멍청한 CPU와 몇 번씩을 (싸우고) 한 번씩 클리어를 다 해보고 했네요.

     

이경혁 편집장: 소위 말해 탑뷰로 하는 시뮬레이션들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상황을 내가 보고 통제할 수 있다는 전지전능감이라고 할까요? <심시티>부터 시작되는 그 느낌이 있죠. 제 얘기도 해보자면, 저는 여러 게임 장르 중에서도 시뮬레이션을 전문으로 합니다. <산소미포함>, <드워프 포트리스>, <파밍 시뮬레이터>, <투 포인트> 시리즈, 최근에는 <캡틴 오브 인더스트리>라고 섬에서 하루 종일 자원만 파는 게임도 있네요. 그러다 <림월드>로 넘어가고요. 완전히 시뮬레이션 매니아로 인생을 살았는데 이번 주제를 하면서 생각보다 제가 좋아하는 장르가 되게 마이너했다는 걸 깨닫기도 했어요. 혹시 처음으로 해본 시뮬레이션 게임은 무엇이셨나요?

     

이선인 평론가: 제가 처음 해 본 시뮬레이션은 <듄>보다도 더 앞으로 가네요. <삼국지 1>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시부사와 코우가 만드는 코에이 역사 시뮬레이션 시리즈가 제일 기억에 남지 않을까요? <노부나가의 야망>이나, 나폴리를 다루는 <랑펠로>, 몽골을 다루는 <원조비사> 같은 게임들이 있었죠. 그러면서 <대항해시대> 시리즈로 넘어가게 되네요.

     

이경혁 편집장: 역사 시뮬레이션이라고 하니 저는 최근에 <크루세이더 킹즈> 동아시아 패치가 나와서 이 바쁜 와중에 해봤거든요. 기본적으로 봉건제 시뮬레이션을 표방하고 있는데, 동아시아에는 봉건제가 없으니까 중세의 백작, 남작 같은 걸 어떻게 구현할까 싶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공부만 하더라고요. 중간중간 결정도 ‘이번 과거시험에서 컨닝을 할까 말까’였어요(웃음) 나름 시뮬레이션 게임이니까 중국 역사를 다뤄야겠다는 고민을 한 것 같은데 그 철저한 고증의 결과가 이런 거죠. 중국의 사대부라는 건 공부가 답인 거고. 또 서양은 자기 영지와 장원이 있잖아요? 근데 여기는 관료제니까 시험을 잘 보면 자꾸 다른 데로 발령을 내더라고요.

     

이선인 평론가: 그게 뭔가 ‘시뮬레이션을 해야 된다’는 자의식이 그런 것들을 자꾸 만들어내는 느낌이 있네요.

     

이경혁 편집장: 그 부분이 재미있습니다. ‘시뮬레이션을 해야 재미있다’는 얘기가 여러 방식으로 변주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시뮬레이션 게임 평가를 잘 들어보면 고증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와 고증을 너무 심하게 해서 재미가 없다는 평가가 같이 나오잖아요. 아까 말한 탈것 시뮬레이션의 맥락이 아니라 정말 어떤 메카닉 자체를 재현하는 방식의 시뮬레이션에 있어 재미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되는 듯합니다.


  그렇게 보면 우리에게 보편적인 시뮬레이션이 뭐였을까 생각해 봤을 때 딱 하나가 떠오르는데요. <심즈>입니다. <심즈>가 그렇게 인기가 많은 이유는 뭘까요? 즉 일상생활의 시뮬레이션이 어떻게 게임이 될 수 있을까의 문제입니다. 엄밀하게 정의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 이유를 얘기하다 보면 우리는 시뮬레이션이 게임으로서 이런 의미다를 좀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선인 평론가: 원래 일상생활이 제일 재미없는 것들 중 하나인데, (<심즈>류는) ‘햄스터’의 대용물 같다는 뉘앙스가 있긴 해요. 내가 완전히 플레이 캐릭터로서의 삶을 대행하는 느낌이라기보다는 내가 누군가의 삶을 관리해 준다는 느낌이 좀 강하게 들다 보니까요.


그런데 실은 시뮬레이션의 정의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제가 이번에 <GG>에 청탁을 받고 <테라 닐>을 보내긴 했는데, 다시 (플레이)하면서 이게 시뮬레이션이 맞나 싶더라고요. 아무리 봐도 이건 퍼즐 게임이에요. 그러면서 근래 했던 게임들을 다 짚어봤는데 모두 시뮬레이션이라고 하면 할 수 있고 아니라고 하면 또 아닐 수 있겠더라고요. 심지어는 <쥬라기 월드 에볼루션>도 그래요. <어쌔신 크리드>의 디스커버리 모드 같은 것도 시뮬레이션 쪽인데 이 게임은 시뮬레이션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고요. 그렇게 되니 이제 와서 이걸 시뮬레이션이라고 부르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그걸 장르로 불러야 되는지도 좀 막막해진 상태입니다.

     

김규리 게임연구자: 게임도 광의의 의미에서 그렇고 시뮬레이션은 정말 다양한 범주의 의미화가 가능하잖아요. 그런데 시뮬레이터라고 부르는 게임이나 소프트웨어를 보면 저는 뭔가 정밀한 숙련 조작을 할 수 있는 기술처럼, 어떤 차갑고 중립적인 이미지가 늘 뇌리에 떠오르더라고요. 역사라든가 내러티브 혹은 재현의 외피를 덜어낸 가장 기계적인 메카닉이 시뮬레이션 장르에서 핵심이 된다는 인상이 항상 있었어요. 그래서 외피나 재현 같은 건 분할 가능하지만, 핵심적인 조작은 어디든 적용이 될 수 있게끔 하는 (메커니즘을) 시뮬레이터라고 부르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이경혁 편집장: 방금 시뮬레이션이 차갑고 중립적인 느낌이 있다고 하셨지만, 역으로 <염소 시뮬레이터> 같은 경우엔 또 다른 의미가 되지 않나요? 하지만 그 게임도 보면 시뮬레이터라고 부르죠.

     

이선인 평론가: 그렇죠. 심지어는 최근에 나온 <크라임 씬 클리너>도 청소 시뮬레이터에 속하지만 서사가 쫀쫀하게 들어가 있고, 어떤 범죄적 세계로부터 이탈하려는 주인공의 강력한 욕망 같은 게 항상 이 밑에 도사리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이처럼 강력한 내러티브를 품고 있는 게임은 시뮬레이션이 아니라고 해야 되는가라는 문제에도 봉착한 것 같아요.

     


장르가 아닌 선언으로서 시뮬레이션

     

이경혁 편집장: 결국 ‘시뮬레이션이 정말 장르일까?’ 라는 문제로 들어가게 되네요. 장르로 시뮬레이션을 얘기한다면 그래도 지금보다는 좀더 두터운 정의를 해야 될 것 같은데, 장르로서 이 게임은 시뮬레이션이고 저 게임은 아니다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생각도 들긴 하네요.

     

이선인 평론가: SRPG라고 하는 장르도 예전엔 Simulation RPG의 줄임말이었는데, 요즘은 Strategy RPG로 쓰더라고요. RTS(Real-Time Strategy)도 원래는 리얼타임 시뮬레이션이었잖아요. 시뮬레이션이라는 용어들이 게임 분류에서도 다 탈각되고 있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맞습니다. 실제로 Simulation이 Strategy로 바뀌는 순간에 ‘이 게임이 왜 시뮬레이션이냐’는 방식의 여러 논쟁과 반발들이 있었던 게 기억나요. 예전에 우리는 <스타크래프트>를 시뮬레이션으로 받아들였지만, 후대에는 어딜 봐서 시뮬레이션이냐는 반응이 있죠.

     

이선인 평론가: 제가 정리를 좀 해봤는데, 그렇다면 왜 과거의 Simulation에서 Strategy가 되었느냐를 생각해 보니 복잡계의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삼국지>라고 하면 아케이드, RPG 같은 당대의 (다른) 삼국지 게임들에 비해 코에이 삼국지의 복잡계가 높다는 느낌을 받아요. 즉 복잡하니까 더 다양한 뭔가를 수행할 수 있고 그게 ‘시뮬레이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것 같은데. 다른 장르들의 복잡계가 상승하면서 기존의 시뮬레이션 장르들과 매우 유사한 지점에 온 것 같거든요. <삼국지 2>와 <마운트 앤 블레이드>를 비교하면 후자의 복잡계가 압도적으로 높아요. 전자는 이미 시뮬레이션으로서의 가치가 좀 없어 보이는 느낌도 있죠.

     

이경혁 편집장: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봐도 재밌을 것 같아요. 복잡계라고 표현해 주신 게 어떻게 보면 연산의 양과 연산에 활용되는 데이터의 수, 연산 노드 자체의 개수라고 말해 본다면, 옛날 <삼국지 2> 돌리는 PC로는 <마운트 앤 블레이드>를 돌릴 수가 없죠. 그런데 특히 그래픽 같은 외적인 것 말고 순수하게 게임 안에서 작동하는 메커니즘 자체에 들어가는 연산 수가 결국은 시대의 평균이 있는 거잖아요. 그 시대의 평균을 가지고 우리가 똑같이 존재하는 현상 자체를 모사하고 재현하는 과정에서, 메커니즘 자체에 들어가는 연산의 양이 (어느 정도 있다면) 실제 연산결과와 무관하게, 이렇게 방대한 데이터의 연산을 통해 가상 세계를 구현해냈다고 말할 수 있는 일종의 외피로서 ‘시뮬레이션’이라는 용어가 활용되었던 건 아닌가. 이렇게도 얘기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본다면 시뮬레이션은 장르라기보다는 선언에 가까울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면 요즘 저런 식으로 시뮬레이션을 표방하는 게임이 있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김규리 게임연구자: 그리고 애초에 거기서 전제되는 시뮬레이션과 게임 간의 일종의 우열 관계가 있잖아요. 시뮬레이션이 (다른 게임보다) 좀 더 현실적인 거고 좀 더 정밀하게 재현한 것이라는 함의가 계속 개입이 되는데, 지금은 그것 자체가 와해된 지경에 이르지 않았나. 그래서 더 이상 그런 부분이 작동을 하지 않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혹시 손갑철이라는 분을 아실까요? 그 분이 거의 30년 전부터 하이텔 시뮬레이션 게시판에서 활동한 것을 바탕으로 <마이크로소프트 플라이트 시뮬레이터>에 대한 해설서를 집필하셨어요. 엄청난 두께인데, 이게 내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항공에 대한 모든 것을 숙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사명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작업이잖아요. 시뮬레이션을 대할 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굉장히 진지하고 일종의 사명 의식까지 느낄 정도의 마음가짐일 수도 있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이경혁 편집장: 아까의 얘기가 개발자가 선호하는 시뮬레이션이었다면, 규리님 말씀은 이용자가 받아들이는 시뮬레이션의 차원인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가 와닿는 게, <크루세이더 킹즈>를 할 때도 저는 어쨌든 과거를 열심히 봤단 말이에요. 이 시스템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보단 주어진 대로 과거에 급제해야겠다, 내가 급제를 못하면 아들을 잘 키워서 급제시키겠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 게임에 빠져들었거든요. 그냥 한 사람의 일생이라는 걸 계속 그렇게 만들어 가려고 했으니까 저는 그걸 시뮬레이션으로 받아들인 거죠.

     


시뮬레이션은 중립적일 수 있는가?

     

이경혁 편집장: 그렇다면 시뮬레이션이라는 건 두 축에서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개발자가 연산을 통해 세계를 구현하려고 했다는 선언, 그리고 그 선언을 진짜 나의 플레이로 받아들이려는 일종의 태도. 이 둘을 같이 얘기할 수 있겠네요. 개발자와 소비자가 같이 만들어가고, 그 두 개가 일치되는 지점이 있으니까 시장에서 상품으로 기능하는 게 아닐까요. 혹시 이런 지점에서 정말 재미있게 하신 시뮬레이션 게임이 있으실까요? 게임 메카닉도 잘 만들었고, 개발자들 선언에 동의하며, 나도 정말 즐겁게 플레이했던 게임이.

     

이선인 평론가: 저의 경우 재미있게 하면 보통 시뮬레이션의 느낌을 좀 덜 갖는 느낌이 있습니다. 아까 <세틀러 2> 얘기를 했는데 이게 시뮬레이션인가 싶으면 그런 세계가 어디 있나요, 말도 안 되긴 해요(웃음)

     

이경혁 편집장: 저는 <세틀러> 류 중에는 옛날에 로마가 나오는 <시저 3>을 재밌게 했었는데, 그것도 누군가가 시뮬레이션의 관점으로 접근을 하면 말이 안 되긴 해요. 그 게임은 도로를 건물에 효율적으로 붙여야 작동을 하는 게임인데, 시뮬레이션과는 무관해 보이지만 사람들은 그걸 가지고 로마 시대를 굉장히 재미있게 만든 시뮬레이션으로 받아들입니다. 또 처음엔 다 날음식만 먹다가 로마 액젓이나 와인이 공급되고 집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점점 재밌어지죠. 그러면 사람들은 (게임에서) 그 길의 문제를 본 게 아니에요. 그게 어떻게 보면 우리가 시뮬레이션에서 디테일을 크게 보지 않아도 납득할 수 있는 지점인 것 같기도 합니다.

     

김규리 게임연구자: 이 경우는 오히려 게임 메카닉 자체는 로마랑 관계가 없는 건데 어떤 장식적인 요소를 통해 역사 시뮬레이션이라고 느끼게 되는 경우 같네요.

     

이경혁 편집장: 사실 게임 메카닉 자체는 <심시티>가 한 번 확립한 운영 건설 시뮬레이션 메커니즘이 계속 변주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시티 빌더’ 얘기 쪽으로 들어가볼까요? 이게 왜 재미있을까. 사실 <심시티>가 갖고 있는 독특한 메커니즘 하나가 배제이긴 합니다. 기본적으로 시장 행정가의 시점으로 게임을 운영하기 때문에 게임 목적에서 이미 자기가 보유한 토지의 가치를 올린다는 방향이 설정되어 있죠. 빈 땅에 인프라를 깔고 산업을 늘려서 세금을 걷고 재투자를 해서 마천루가 가득한 스카이라인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재미있는 게, 이 게임엔 원래 땅에서 살던 사람들에 대한 얘기가 빠져 있습니다. 결국 젠트리피케이션 얘기로 갈 수밖에 없는거죠. 제가 보기에 <심시티>가 설계하고 재현하는 세계는 어떻게 보면 주류 상업경제의 세계인 거죠.

     

김규리 게임연구자: 실제로 <심시티> 제작자 윌 라이트가 도시 경영 메커니즘을 꾸리기 위해 제이 포레스터의 도시계획이론서 <어반 다이나믹스(Urban Dynamics)>를 참고했다고 하더라구요.

     

이경혁 편집장: 그렇다면 아까 얘기한 대로 ‘시뮬레이션’이 굉장히 차갑고 기계적이고 중립적인가? 에 대해 아니라는 반례를 댈 수 있겠네요. 이 얘기는 요즘 사회과학 쪽에서 많이 얘기하는 기술의 중립성 문제와도 맞닿는 게 아닌가 싶어요. 시뮬레이션이라는 것이 중립적일 수 있을까? 우리가 특히 어떤 정치 사회 문제를 다루는 시뮬레이션을 이야기할 때는 이 얘기를 꼭 같이 해야하지 않을까 해요. 그래서 사실 비평하기 제일 좋은 장르가 시뮬레이션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김규리 게임연구자: 앨피 본이 <게임, 사랑, 정치>에서도 계속 미연시를 공격하죠. 문화적으로 잘못된 아이들의 관계맺기 방식이라는 식으로 좀 나쁘게 이야기를 하는데. 그러니까 시뮬레이션이 마치 아케이드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그 자체의 메커니즘을 플레이어의 오감 속으로 그냥 편입시켜 버리는 방식으로서의 시뮬레이션 자체를 (얘기하는 것이라면), 그리고 결국 그게 우리가 살고 있는 구조랑 착종되어 있고 그 구조가 평탄하지 않다면 비판의 대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선인 평론가: <심시티> 시리즈가 나올 때 실제로 북미에서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제가 찾아보니 심지어 도나 해러웨이도 책의 한 꼭지로 글을 쓴 게 있네요. <심시티>를 다룬다는 건 지도를 그리는 것과 같다는, 말하자면 문명의 통치로 전환시키는 국면이라는 논조의 비판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경혁 편집장: 게이밍 기술로서의 시뮬레이션이 결국 세계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가상의 데이터로 설계해서 그 가상 공간 안에서도 작동하게 만드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당연히 이 기술을 갖고 뭔가 표현하는 건 굉장히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거죠. 저는 <대항해시대> 게임의 영문 표현이 <Uncharted Waters>, 차트가 되지 않은 바다라는 것도 흥미로워요. 지도상의 발견이라는 게 아직 미개척된 세계를 다 차트화하는 과정인 건데, 그렇다면 시뮬레이션이라는 게임이 우리가 존재하는 세계를 다루는 과정도 결국 일종의 ‘차팅’이 아닐까요? 우리 사회에는 그냥 불연속적이고 자연적으로 있는 어떤 현상과 사건들을 디지털 게임 안에 넣으려면 이거를 필연적으로 그리드화해야 하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일종의 깎여 나감들이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가 (시뮬레이션에서) 봐야 될 건, 무엇이 깎여 나갔는가? 혹은 무엇을 어떻게 연산했길래 우리는 저것이 매우 자연스럽다고 이해하게 되는가? 이런 과정일 것 같습니다.

     

이선인 평론가: 사실 곤잘로 프라스카 이후 우리가 게임은 시뮬레이션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현실로부터의 선별이 있을 수밖에 없을 텐데요. 우리가 구태여 시뮬레이션이 더 정치적이라고 느끼게 되는 것도 결국 이게 현실의 모사임을 전제하게 되는 측면이 있어서 그런 것 같거든요. 예를 들면 우리가 <진삼국무쌍>을 할 때 병사 얼굴이 안 나오는 것에는 신경을 안 쓰는데, <어게인스트 더 스톰>을 할 때 노동자들 얼굴이 안 나오는 것에는 신경 쓰곤 하잖아요. 어떤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라는 것이 우리에게 현실을 자꾸 비추게 만드는 근간이 되는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SF 시뮬레이션은 어떻습니까? <갤럭틱 시빌라이제이션>이나 아니면 <문명>을 이야기해보아도 좋겠네요. <문명>을 다루는 비평의 방식도 사실은 세대가 좀 바뀐 것 같습니다. 초창기1세대에 <문명>이 극찬받은 이유는 일종의 대본이 없이 AI들에게 상황과 조건만을 부여했더니 이들이 역사를 만들어가는 방식이 실제 역사랑 유사했기 때문이었거든요. 2세대에 들어오면 이 게임의 근간에 자리하는 제국주의 이데올로기 비판이 나옵니다. 실제 등장하는 대부분의 문명들이 전근대적 제국주의건 근대적 제국주의건 ‘확장성’에 기반한 문명들이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 피드백을 받아서 <문명> 4편 이후부터는 제3세계와 비서구, 비남성을 다루기 시작합니다. <문명> 같이 실존하는 역사의 시뮬레이션을 다루는 것도 재미 측면에서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선인 평론가: 하지만 여전히 어떤 문명을 고르더라도 (게임 내에서) 지정된 테크트리는 서유럽 중심으로 이미 짜여져 있기 때문에 어떻게 가도 (진행이) 똑같아지는 부분은 비판받고 있지요. 말씀하신 제국주의나 비서구, 비남성 문제를 <문명>이 일종의 스킨의 측면에서 돌파하려고 했었던 게 오히려 위화감을 줬던 것 같아요.

     

김규리 게임연구자: 맞습니다. 기존의 똑같은 서사와 구도에 캐릭터 스킨만 바꿔서 ‘여성도 지배자야’라고 이야기하는 게 도대체 어떤 임파워링이 될 것인가에 대한 회의도 있었죠.

     

이경혁 편집장: 그렇죠. 실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메이저한 인류의 역사라는 원전 자체가 굉장히 남성 중심적이고 전쟁과 전복, 확장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왔기에, 역사 시뮬레이션을 만들 때 다른 얘기를 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겁니다. 이에 앞선 선결 과제가 ‘대안 역사’일 텐데, 결국 전쟁과 갈등 없이 게임이라는 디자인이 가능한가? 라는 질문에 도달하게 돼요. 대부분의 게임들이 충돌과 갈등과 극복을 핵심 메커니즘으로 삼다보니 여기서부터는 좀 어려워지더라고요.

     


‘도구’로부터 ‘놀이’로, 시뮬레이션의 이행

     

이경혁 편집장: 지금까지의 얘기를 정리해 보자면, 재현하려는 오브제가 눈에 보이는 뭔가가 아니라 그 뒤에서 작동하는 일종의 구조나 메커니즘일 경우 대부분 시뮬레이션이라는 방법을 사용해 재현하려고 하는 거겠죠. 예를 들어 <심시티>에서는 도시 자체보다도 도시와 세상이 돌아가는 메커니즘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 거고요. 그럴 경우 현실의 문제를 외피를 넘어 한 겹 더 볼 수 있는 도구로서의 시뮬레이션은 충분히 유의미할 겁니다. 어떻게 보면 비판적 게이밍이나 사회 참여적 게이밍을 할 때 ‘시뮬레이션’은 굉장히 효과적인 방법론으로도 이해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을 우리가 이것만 가리키진 않지요.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운전 시뮬레이션은 또 완전히 다른 얘기입니다. 우리는 이것도 시뮬레이션이라고 부르는데 이건 다른 시뮬레이션이잖아요?

     

김규리 게임연구자: 제가 사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운전에 문외한이라 익혀볼 겸 운전면허 시뮬레이션도 알아봤는데요(웃음). 물론 시뮬레이션 운전이 효과가 있느냐에 대한 이견들도 많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비용 절감의 문제가 제일 클 거에요.

     

이경혁 편집장: 아니 저는 그 얘기를 듣고 진짜 놀랐는데, 요즘은 면허 시험을 직접 운전이 아니라 시뮬레이터를 하고 딴다면서요? 많이 싼가요?

     

김규리 게임연구자: 운전 시뮬레이션은 40시간 정도 연습권이 한 50만 원 정도인데 일반적으로 그냥 운전면허 준비장에 가는 것의 반값 정도에요. 훨씬 더 싸고 체험도 많이 할 수 있어서 다들 간다고 하더라구요. 현실을 쉽게 모조하고 대체하면서 비용까지 절약해 주는 이점이 확실히 큰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이 얘기야말로 게임의 방법론이 되기 이전의 시뮬레이션의 방법론이네요. 예를 들어 전쟁을 직접 하면 너무 많은 비용이 드니 모의 게임으로 효과를 보자. 이런 차원의 시뮬레이션은 지금도 많이 쓰지 않을까요? 전투기 조종사들 시뮬레이션도 있을 거고요.

     

김규리 게임연구자: 네. 마이크로소프트가 프로그램화하기 이전에도 ‘플라이트 시뮬레이션’은 역사적으로 계속 존재했는데, 미국에서 양차 대전 사이에 항공기 운송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비행사 양성 비용 문제 때문에 그전까지는 유원지에나 처박혀 있었던 조종 시뮬레이션이 본격적으로 훈련에 도입됐다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확실히 어떤 정형화된 환경을 만들어 놓고 이 사람이 이런 환경 안에서 충분히 조작을 숙지하면 그 이후에 현실에서 어떤 변수가 오더라도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어떤 항상성에 대한 일종의 평균치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자체가 이 영역 전반에서 크게 작동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번에 조사하다가 신기했던 게, 한국에서 나온 어떤 논문은 아예 인공지능 주행 자동차의 AI 알고리즘을 <GTA>에 박아 놓았더라구요. 아예 연구논문을 이렇게 구성한 걸 보면서, 이런 구성이 게임 밖 세계에서도 그대로 통용되리라는 믿음이 작동하고 있고. 그 믿음을 통해서 이것이 학술 장에 등록이 되고 학계의 지식 자체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가 됐구나 하는, 너무도 당연스럽겠지만 저에게는 새로웠던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이선인 평론가: 약간 옆으로 뛰는 얘기지만,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명에 나름대로 영향을 준 전봉 같은 곳이 있는데요. 옛날에 SSI(Strategic Simulations, Inc.)에서 나온 <컴퓨터 비스마르크>라는 전략 시뮬레이션이 있는데, 아발론 힐의 보드게임 <비스마르크>와 유사했죠. 처음 이 시뮬레이션이라고 하는 용어는 어느 정도는 ‘테이블 게임을 시뮬레이트한다’는 의미에서 썼던 것 같아요. 그 후 이 용어가 일반론으로 넘어오면서, 예를 들면 시스템 소프트의 <대전략> 같은 게임들을 시뮬레이션이라고 부르면서 정착된 느낌이 있는 듯해요.

     

이경혁 편집장: 그래서 저 또한 시뮬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정체불명이라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있어요. 예전에 군대에 있을 때 BCTP(Battle Command Training Program)이라는 걸 해본 적이 있었어요. 우리 사단과 어느 사단을 지정해서 이 두 사단이 모의 전투를 벌이는 거예요. 그런데 이때의 시뮬레이션은 재미 용도가 아니잖아요. 특히 직업군인들은 진급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성과의 문제고 일종의 실제 용도에 가까운 시뮬레이션이었는데 우리 부대 단장은 그 전투를 즐기더라고요. 그래서 아까 얘기했던 시뮬레이션이 현실의 도구에서 ‘재미’로 넘어오는 어떤 순간에 좀 이런 것도 있었던 게 아닐까 해요.

     

이선인 평론가: 생각해 보면 그렇네요. 시뮬레이션이라고 하는 게 본질적으로 어느 정도 재미를 담지하고 있는 거라면, 결국에는 실패의 가능성이 적다는 것. 현실적으로 실패에 대한 피드백이 극도로 낮기 때문에 이걸 즐김으로써만 빠져나올 수 있는 부분이 되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이 실패는 나를 죽이지 못하잖아요. 그러니까 재미있는 거죠,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심지어 게임 오버가 되어도 사람들은 세이브 로드를 하면서 그 삶과 경계를 왔다 갔다 하는 거니까요. 시뮬레이션이 가격이 싸서 발전한 놀이라고 하지만, 사실 플레이를 생각했을 때는 절대 싼 가격은 아니에요. 비행 시뮬레이션 매니아들은 이 장비를 다 갖추잖아요. 제 친구는 한 4-500을 썼는데, 기종이 하나 바뀌면 이 세팅 장비를 전부 다 바꿔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흥미로운 건 그 친구가 비행 시뮬레이션을 하다가 관제에 흥미를 갖게 되서 언제부턴가 게임에서 관제만 하기 시작하더라구요. 게임사도 그런 플레이어들의 수요를 아니까 그 관제 기능을 추가해 준 거죠. 여기서는 뭐가 재미가 될지 모르는 거에요.

     

이선인 평론가: 근데 이쯤 오면 시뮬레이션과 롤플레잉에도 어느 정도의 상당한 섞임이 생기네요. 어떻게 보면 롤 플레잉이라는 장르명은 잘못 뺏긴 것 같아요. 이쪽이 롤 플레잉이란 장르가 되어야 했던 건 아니었을까? (웃음)

     

이경혁 편집장: ‘롤플레잉’도 두 가지로 구분한다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추상화된 형태로 롤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과 오히려 추상적이지 않은 구체적인 걸로 롤 플레이를 시키는 것, 이 둘의 차이로 갈라지는 거 아닐까요?

     

김규리 게임연구자: ‘쉽 시뮬레이터’ 같은 것도 엮어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사실 플라이트에 비하면 쉽 시뮬레이터는 좀 발달이 늦긴 했거든요. 여러 이유가 있긴 하겠지만 제가 알기로 전쟁을 배경으로 해서 비로소 쉽 시뮬레이터가 대중화된 형태로 나왔다고 들었어요. 내가 이 망망대해에서 하염없이 바뀌지도 않는 파도를 보며 플레이하려면 결국 어떤 종류의 목적의식을 계속 고취해야 되잖아요. 그런 맥락에서 전쟁이라는 뒷설정 같은 것들이 활용되면서 훨씬 그 상황에 이입하게 만들어 주는 거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일종의 롤 플레잉을 하면서 배의 조정 자체에 내가 사명감을 지니고 동화될 수 있도록 그렇게 작용하는 기제가 있는 것 같아요.

     

이선인 평론가: 결국 게임으로서의 시뮬레이션은 이러한 서사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는 측면이 있네요.

     

이경혁 편집장: 우리가 시뮬레이션이라는 말이 좀 모호하다는 얘기로 시작을 해서, 이런저런 의미를 하나씩 잡고 연원도 찾아보고 지금 사람들은 어떻게 쓰는지도 생각해 보았는데요. 결과적으로 시뮬레이션이 무엇인지 정의내릴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만은 명확해지는 것 같습니다. ‘시뮬레이션’의 의미 자체는 매우 불명확하지만, 이 불명확하다는 것은 시뮬레이션을 반드시 엄밀하게 정의해야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 말이 가리키고 있는 행위가 품고 있는 더 많은 다양성들을 개별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도로 오늘 얘기를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시뮬레이션이라는 단어로 사용되는 다양한 게임 플레이와 게임 제작의 의미들을 꺼내보다 보면 우리가 말한 것 이외에도 다른 이야기들도 충분히 나올 수 있겠지요? <GG>의 이번 호에서도 필자마다 조금씩 다른 시뮬레이션을 얘기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모신 두 분께서 관련 아티클을 쓰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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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구자)

문화와 지식, 공간과 학술 장 등 다양한 영역을 공부합니다. 게임의 역사와 게이머의 생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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