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까지도 현역 게이머 - 레트로게이머 꿀딴지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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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1. 8. 10.
세상에 게임은 많다. 또한 각자가 생각하는 게임의 종류 역시 다르다. 누군가는 스마트폰이 한창 보급화될 때 유행한 ‘후르츠 닌자’를 떠올릴 것이고 또 누군가는 ‘오버워치’, ‘서든어택’과 같은 온라인 총싸움을 제일 먼저 그릴 수도 있다. 9월 9일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오후, 지방의 한 카페에서 만난 레트로 게이머 꿀딴지곰은 “그럼에도 게임은 순환 한다”, 보다 자세히는 “다르지만 같다"라고 말했다.
네이버 지식인을 통해 기억에서 희미해진 4,000여 개의 고전 게임을 찾아주고 이제는 유튜브로 영역을 넓혀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그는 국내 몇 없는 ‘레트로 게이머’이자 ‘레트로 게임 컬렉터’다. 그를 만나 레트로 게임의 현주소와 그가 생각하는 과거, 현재 게임의 접점을 물었다. 쉼 없이 흘러나오는 전문용어와 자세한 게임의 예시들 그리고 이제 중년이 된 그가 회고한 어린 날의 추억 이야기로 현장엔 웃음이 마를 새가 없었다. 그날의 대화를 정리한다.
* 꿀딴지곰의 활동 캐릭터.
Q: 네이버 지식인에서 오랜 시간 활동한 걸로 안다.
A: 지금은 유튜브로 넘어간 지 3년쯤 됐다. 지식인은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알게 된 서비스다. 인터넷을 하고 있었는데 누가 게임을 찾아 달라고 글을 올렸더라.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이건 답을 달아줄 수 있으니까 답을 해줬다. 상투적인 문구로 감사를 전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정말로 고마워하는 사람도 많았다. ‘내 인생을 찾아줬다’ ‘잃어버린 나의 무엇을 찾아줬다’ 하는 식으로 아주 고마워하는 마음에 감동을 먹었다. 그때부터 눈에 불을 켜고 답을 달기 시작했다.
Q: 그렇게 찾아준 고전 게임이 4,000여 개가 넘는다고...
A: 채택된 것만 4,000개가 넘는다. (웃음) 하면서 깨닫게 된 거는 질문하는 사람의 요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다. 보면 질문이 굉장히 주관적이고 중구난방이다. 예를 들어 ‘저 어렸을 때예요’, ‘저 중학교 때예요’ 하는데 나는 그 사람들의 나이를 모르지 않나. 그게 많은 질문자들의 공통점이다. 내가 게임을 많이 안다고 해도 세상의 모든 게임을 알 수는 없다. 다만 머릿속에 어느 정도 정리된 게 있으니까 그 데이터베이스랑 비교해서 비슷한 건 빨리 찾아주고 아니면 구글링을 하고 거기에 여타 힌트들을 더해서 찾아준다. (탐정 같다고 하니) (웃으며) 내 유튜브 이름이 ‘꿀딴지곰의 게임 탐정사무소’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하하.
Q: 레트로 게임을 많이 혹은 오래 했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걸 다 기억하는 게 더욱 신기하다.
A: 다른 건 기억력이 좋지 않다. 그냥 내 관심사만 기억하는 것 같다. 사람마다 선택적 기억력이 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게임, 서브컬쳐, 애니메이션 이런 거에만 유독 기억력이 좋다.
Q: 유튜브 얘기를 좀 해보자. 꽤 많은 영상이 쌓여 있던데.
A: 일주일에 하나씩 그래도 100개까지는 올려보자 했고 얼마 전에 100개를 넘었다. 생업 때문에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 다루고 싶은 주제는 많은데 시간이 안 되다 보니까 자주 올리지 못한다. 유튜브가 또 업로드를 자주 안 하면 노출을 안 시켜준다. 그동안 꾸준히 하긴 했는데 너무 지쳐서 요즘은 살짝 슬럼프다. 충전 시간이 있으면 좋은데 그럴 새가 없었다. 자료조사도 하고 할 게 많으니까... 시간이 좀 필요하다.
Q: ‘고전 게임 속 표절 특집’을 재밌게 봤다. 영상에 등장하는 예시들을 다 어떻게 찾았나?
A: 게임 영상은 다 내가 직접 플레이해서 캡처 한다. 언급한 표절 특집은 사운드 효과음에 대한 표절을 다룬 건데 원본의 영화나 기타 등등의 영상 자료를 찾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예를 들어 ‘골든 액스(Golden Axe)’라는 게임이 있다. 적을 때리면 적이 비명을 지른다. 어느 날 영화 <람보>를 우연하게 보다가 영화 속에서 게임에서 났던 소리와 똑같은 소리가 나더라. 듣고 깜짝 놀랐다. 누가 들어도 저건 골든 액스에서 졸개가 죽을 때 나는 소리였다. 관련 자료를 열심히 구글링을 했다. 그렇게 차츰 자료를 모아서 주제로 다루게 됐다.
Q: 어려서부터 게임을 정말 열심히 한 것 같다.
A: 기억하는 제일 처음의 게임은 ‘브레이크아웃(Breakout)’, ‘스피드 레이스(Speed Race)’ 그리고 퐁(Pong)의 아케이드 버전이다. 퐁은 스피너 두 개를 돌려서 서로 대전할 수 있는 대전 게임이다. 너무 어렵고 그래서 오래 할 수 없으니까 ‘돈 아깝다’고 생각했었다. (웃음)
Q: 현역으로 퐁 오리지널로 실제로 플레이해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은데...
A: 나는 내가 게임을 남들보다 많이 했는지도 몰랐다. 그냥 그만큼 세월이 흘러갔다. 나이가 어느 정도 있다 보니까 그 세월 동안 빠짐없이 게임이 채워졌다. 다만 게임에 대해 정리된 어떤 아카이빙이 없는 건 참 답답하다. 특히 학술적인 논문은 거의 없다. 있다 해도 그놈의 게임 중독 사례에 대한 게 대부분이다. 아니면 게임은 유해한 거다, 아니다 하는 뭐 그런 거랑... 게임의 기획적 측면이나 게임 자체의 분석에 대한 자료는 많이 부족하다. 게임을 인문학적으로 분석한 것도 적고.
* 꿀딴지곰이 직접 아카이빙한 게임 자료들. 레트로 게임기부터 게임 CD까지 벽장 한 면이 가득 차 있다.
Q: 게임 자료의 아카이빙 문제가 꽤 큰 거 같다.
A: 국내에 아카이빙은 안타깝게도 없다. 오히려 국산 게임 아카이빙을 외국 사람들이 해놓은 게 있다. 그 자료가 전 세계에 유일무이할 거다. 왜냐하면 굉장히 귀찮은 일이고 자료가 태부족이기도 하고.. 한국 사람들이 정작 이 일을 안 한다. 물론 관심 있는 사람이 몇몇 있다. 언론사에도 있고 기자도 있고. 하지만 책을 쓰려 하지 않고 또 아카이빙까지는 엄두도 안 낸다. 여기저기서 하겠다는 생각은 많이 하지만 아직까지 결과물을 본 적은 없다.
Q: 게임 아카이빙에 관한 펀딩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 않나?
A: 심지어 대기업에서도 계속 이와 관련된 걸 진행하고 있는걸로 알고 있다. 게임 박물관을 만들겠다고 하는 곳도 있다. 근데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자사 내에 없는 게 문제다. 외부 인력을 고용해서 해야 하는데 전문가가 드물다. 결국 전문가라고 해서 게임 제작 전문가를 초빙하곤 하는데 오히려 이런 일은 게임 제작 전문가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차라리 나와 같은 게이머이자 콜렉터가 이런 일을 잘 할 수 있을 거다. 근데 이쪽(콜렉터)으로 잘 접근을 하지 않으니까.
Q: ‘마메(MAME, 오락실 게임을 PC에서 즐길 수 있게 만든 에뮬레이터 소프트웨어)’를 보면서 우리가 게임 아카이빙을 한다면 이런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A: 나도 디지털 아카이빙에 관심이 많다. 물론 아직까지 저작권자가 존재하는 게임들의 경우 저작권 문제까지 동시에 해결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아카이빙은 사실상 고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최후의 보루처럼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나는 실기 유저지만, 실기는 무한하지 않다. 특히 실물 아케이드 자료 같은 경우는 다 망가지게 돼 있다. 기판이 녹슬고 부서져서 결국 못 하게 되는 날이 온다. 영원히 게임을 지속할 수 있도록 디지털로 복원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한때 기판을 모았는데 그러면서 ‘마메’ 같은 디지털 자료의 소중함을 더욱 느꼈다. 예전에는 (마메) 재현율이 약간 떨어졌지만 지금은 90% 이상 똑같다. 그게 너무 소중하다. 어렸을 때 기억에 들어있는 BGM이 똑같이 흘러나올 때의 추억 같은 거. 기판은 상태에 따라 화면이 아예 안 나오거나, 오류가 잦다. 어쩔 때는 갑자기 사운드가 안 나올 때도 있다. 일부 불법 복제 기판은 사운드를 아예 날리고 루프 사운드로 대체하기도 한다. 효과음도 한가지를 돌려 쓸 때도 있다. 모든 적이 같은 소리로 죽는 거지.(웃음)
Q: 게임을 모은 건 아카이빙을 위해서였나?
A: 아니다. 다 어려서부터 가지고 있던 게임들이다. 팩이나 게임기 일부는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거고 본격적으로 모을려고 맘 먹었을 땐 CD류부터 모았다. 처음에는 플레이스테이션1 게임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터가 크니까 이걸 디지털로 아카이빙 하는 건 힘들지 않나. 그래서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레트로 자료가 점점 귀해지는 거다. 어느 날 내가 하고 싶은 게임을 못 할 수도 있겠다 싶어 자료를 다시 모으게 됐다. 대략 2000년 초반 즈음?
Q: 어릴 땐 어떻게 다양한 게임들을 접했나?
A: 미디어가 없을 때는 오락실을 돌아다녔다. 자기네 동네 오락실만 가는 사람은 진성 아케이드 게이머가 아니다. (웃음) 나는 자전거를 타고 다른 동네로 원정을 다녔다. 지나가다가 모르는 동네에 오락실이 보이면 무조건 들어간다. 안 들어가면 게이머가 아니다. 그래서 출시된 게임을 연도 별로 알고 있는 거다. 매년 오락실에 갔으니까.
지금은 대한민국의 오락실들이 다 사라지고 있는 시점이다. 대형 오락실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남았다. 부산에는 삼보 게임랜드, 여기는 아직 남아있다. 이런 곳도 없어지면 이제 결국 대한민국의 역사 깊은 오락실은 (거의 다) 사라지는 거다. 삼보가 어느 정도 대형이냐 하면 디스코 팡팡이 실내에 있다. 삼보 게임랜드에서 제일 유명한 게 디스코 팡팡이다.
Q: 그렇다면 ‘진성 게이머’로서, 또 레트로 게이머로서 요즘 날의 게임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생각하나?
A: 나는 약간 반반이다. 우리 세대랑 요즘 세대는 접하는 게임 자체가 다르다. 간단하게 우리는 동전을 넣으면 그 게임을 정말 잘하지 않고서는 반드시 끝이 있다. 너무 잘해서 엔딩을 보든 아니면 못해서 중간에 끝내든 동전이 떨어지면 집에 가야 한다. 한계가 있는 거다.
근데 요즘은 게임을 시작하면 엔딩이 없다. MMORPG 같은 것도 그렇고 ‘마인크래프트’는 오픈 월드에 샌드박스형 게임이라 끝이 없다. 계속 끝없이 즐기는 무한 콘텐츠. 이걸 초등학생이 즐기면 어떨 거 같은가. 우리 초등학교 때는 기껏해야 겔러그나 보글보글 이런 걸 했다. 해봤자 얼마 못하고... 중독될 새가 없었다. 가정용 게임기가 있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고.
요즘은 핸드폰 한 개만 있으면 끝없이 즐길 수 있다. ‘브롤스타즈’, ‘어몽 어스’ 같이 게임으로 끝없이 대전한다. 가뜩이나 학교도 안 가는 코로나 시대에. 그래서 이거에 질린 부모들이 게임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어렸을 때 오픈 월드 게임을 만났다면 나도 중독됐을 거 같다. 아이들이 이런 무한한 콘텐츠를 접하게 되면 얼마나 신세계일까. 그래서 문제인거다.
Q: 10대들의 경우 콘솔이나 피시 게임의 가격이 비싸니 쉽게 구매하지 못한다. 그래서 유튜브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걸 본다고 들었다.
A: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보는 세대’가 된 거다. 내가 오락실에서 돈이 없을 때 뒤에서 손가락 빨면서 형들이 하는 게임을 봤던 것처럼. 그 형들이 이제는 유튜버가 되는 거다. 오락실 심리라고 보면 된다. 내가 하고 싶은데 형들은 이미 하고 있고 나는 동전이 없고.
* 꿀딴지곰이 직접 모은 게임 슬롯 중 하나를 후후 불어 꽂자 각종 고전 게임들이 선명하게 플레이됐다.
Q: 최신 게임도 좀 하는 편인가?
A: 안타깝게도 내가 대중적인 게임을 안 좋아한다. 그거 말고도 즐길 게 많으니까... 나는 한 번 하면 승부욕이 많아서 가급적 이겨야 한다. 그래서 시작할 엄두가 안 난다. 마지막으로 했던 게임은 ‘스트리트 파이터2’, ‘킹오파(킹 오브 파이터즈)’ 정도였다. 그때 투자했던 시간을 기억해보면 (새 게임을 시작하면) 안 될 것 같다. 아마 유튜브도 포기해야 할 거다. 요새 하는 게임은 그냥 유튜브를 위한 게임이다. 그래서 일부러 유튜브 주제도 하고 싶은 게임 위주로 하고 있다.
Q: 레트로 게이머로서 신작 게임을 보면 이건 어디서 가져왔다 하는 게 느껴지는지.
A: 그건 모든 게임에서 느껴진다. 요즘 게임에서 사실 나는 참신함을 못 느낀다. 옛날 게임에 다 있던 거다. 단지 그래픽이 더 좋아지고 3D로 바뀌었을 뿐이다. 옛날 3D 게임에서 가져온 것도 아주 많고 그런 것들이 자기 카피가 되고 있다. 특히 일본이나 미국에서 나왔던 것에 독특하고 참신한 게 많았기 때문에 좋은 장점만 따와서 새롭게 런칭하는 게임들이 다수다. 결과적으로 게임이 주는 원초적인 재미는 옛날 게임 하고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단지 그래픽이 좀 더 좋아졌다는 거랑 인터페이스가 친절해졌다. 이 두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을 거 같다.
Q: 레트로 게임이라 말하기는 하지만. 음악, 영화 등에 클래식이라는 표현이 있지 않나. 레트로 게임의 클래식을 꼽아줄 수 있는가?
A: 어디까지가 레트로인가 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근데 그건 각자 다를 거 같다. 내 기준으로 얘기하자면 비디오 게임 기준으로 아케이드 게임을 일 순위로 봤을 때, 거기서부터 연도를 따지고 싶다. 오락실을 기준으로. 오락실이 대중화된 게 79, 80년 그때라고 보면 거기가 원년이고. 가정용 게임기 중에는 ‘패미컴’이 일 세대이고. 그 다음이 16비트 ‘슈퍼패미컴’, ‘메가드라이브’. 카트리지 문화 중에서도 슈퍼패미컴 까지가 레트로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CD부터는 그때 당시에도 32비트 이러면서 차세대 기종 느낌으로 나왔기 때문에. CD 기종이 나왔던 시기가 96~7년 이때니까, 80년부터 따지면 그 시기까지 대략 17년 정도 됐으니(오락실부터 CD가 대중화되기까지) 그 17년 동안을 나는 레트로 라고 부르고 싶다. 가정용 기준으로는 카트리지. 오락실 기준으로는 90년대까지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나오는 오락실 게임들은 약간 체감형 게임부터 리듬 게임 이런 것들 위주로 나왔기 때문에 그쪽은 레트로 게임이라는 느낌이 나한테는 없다. 단어를 좀 압축하면 클래식은 팩이 있으면 훅 불어서 딱 꽂는, 이것이 클래식이지 않을까. CD는 후 불지 않으니까.
Q: 레트로 게임에 대한 걸 계속 수집하고 영상으로 만드는 이유나 목적이 있는지?
A: 목적은 뚜렷하다. 내 기억을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의 기억은 언젠가 휘발된다. 그래서 유튜브에 박제하기 시작했다. 처음 지식인을 열심히 했던 건 내 흔적을 남기고 아카이빙을 하려고 했던 거다. 어느 순간 네이버를 못 믿겠더라. 스크린 샷도 자꾸 날려 먹고 서버도 위태위태한 느낌? 영상은 움직이는 거니까 더 기억이 또렷하게 난다. 그래서 그런 것도 정리도 할 겸 내 얘기도 하고 싶고 내 기억을 남기고 싶어서 제작하는 것이다.
Q: 남을 위한 게 아니라 나를 위한 활동으로 보면 될까?
A: 내 영상의 특징은 내가 보고 내가 재미있어야 한다. 그래서 가끔 내 영상도 찾아본다. 어렸을 때 내가 다녔던 오락실을 그대로 만들고 싶은 게 가장 큰 목표였다. 근데 그러려면 공간도 필요하고 기판도 필요하고 관리도 필요하고.. 그래서 이거를 디지털로 아케이드 아카이빙을 해주면, 오락실을 구현해주면 어떨까 생각했다. 예를 들어 82년도 83년도 연도를 넣을 때마다 게임이 바뀌는 걸 상상을 하곤 했다. 실제로 이거랑 비슷한 아이디어를 구현해서 해외 제작사에서 만든 게임이 스팀(Steam, 전제 게임 유통망)에 있다.(New Retro Arcade: Neon) 근데 한국판은 없다. 한국 스타일의 8090 오락실을 구현한 것은 없으니까.
Q: 끝으로 마지막 질문이다. 활동명이 ‘꿀딴지곰’인 이유가 무엇일까?
A: 예전에 나우누리를 했었다.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가 3대 피시통신이었다. 원래 나우누리는 도스에서 운영되는 인터넷 서비스였다. 그래서 한글 ID를 지원 안 했고 영어만 됐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한글로 ID를 만들 수 있다는 거다. 그런데 4자까지만 됐다. 이것저것 해보다가 그때 내 별명이 ‘푸우’였다. 그래서 그냥 푸우를 한국말로 해볼까 하다가 ‘꿀딴지곰’이라고 정했다. 중요한 건 가운데가 ‘단’이 아니라 ‘딴’이다. ‘단지’가 아니라 ‘딴지’인 거지. 왜 그렇게 정했는지는 모르겠다. ‘꿀딴지곰’이나 ‘꿀단지곰’을 치면 어쨌든 내가 뜬다. 지금까지 닉네임을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