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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노벨의 미디어믹스 : 무대 위로 소환된 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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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6. 4. 10.


게임의 미디어믹스, ‘슈퍼 마리오’에서 ‘8번 출구’까지

 

게임은 때로 다른 미디어의 언어를 빌려왔다. 소설의 서사 구조, 영화의 연출 문법, 만화의 이미지와 컷 분할 등 다양한 매체의 언어로 구현되곤 했다. 그렇다면 게임이 다양한 형태의 다른 매체로 건너가는 모습은 어떠한가? 사실 우리는 이러한 풍경을 이미 자주 경험했다. 흔히 말하는 ‘미디어 믹스’가 그렇다.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러한 게임의 변용은 하나의 산업적 흐름으로 자리잡은지도 오래다. 하지만 이처럼 익숙한 미디어 믹스의 이동 방식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단순히 인기 IP를 다른 형식으로 재포장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이동 방식에서 중요한 것은 ‘게임의 어떤 요소가 건너가는가’, ‘무엇이 남고 무엇이 새로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이동하는 매체의 형식에 따라 달라지는 층위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슈퍼 마리오가 극장 애니메이션이 된다고 했을 때, 아무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마리오는 이미 오래전부터 아이들의 티셔츠나 장난감에도 있어왔고, 유니버설 스튜디오라는 물리적 공간에도 등장하여 게임 바깥에 존재할 수 있는 게임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2023년 개봉한 『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무비』가 전 세계에서 13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역대 게임 원작 영화 흥행 1위를 기록했을 때도, 그것은 놀라운 일이라기보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다. 마리오는 처음엔 단순한 8비트 횡스크롤 방식의 플랫폼 액션 게임이었지만, 마리오라는 IP는 게임의 경계를 넘어 이미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잡아 있었고, 영상화는 그 아이콘의 자연스러운 확장이었기 때문이다.

 

이보다 꽤 오래 전 실사 영화화 되었던 캡콤의 서바이벌 호러 게임 『바이오하자드』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복잡한 세계관과 인물 관계, 기업의 음모와 생물 병기라는 묵직한 서사를 가진 이 게임은 2002년 실사 영화화 과정에서 원작의 줄거리를 그대로 가져오는 대신 ‘세계관의 차용’이라는 전략을 취했다. 영화는 게임의 세부적인 서사에 얽매이지 않고, 원작이 구축해둔 호러 환경과 설정을 토양 삼아 오리지널 서사를 만들어낸 것이다. 즉, 스토리가 건너간 것이 아니라 원작 게임이 설계해둔 ‘세계관’ 자제가 새로운 이야기의 무대가 된 것이다.

 

2025년 일본 실사 영화 시장을 뒤흔든 『8번 출구(8番出口)』의 사례는 게임의 미디어믹스의 또 다른 가능성을 시사했다. 명확한 스토리도, 입체적인 캐릭터 서사도 없이 무기질한 지하 통로를 걷는 ‘규칙’과 ‘이변’이 전부였던 이 인디 게임을 실사화한 영화가 어떻게 개봉 3일 만에 흥행 수입 9억 5천만 엔을 돌파하며 2025년 일본 실사 영화 1위에 오르고,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될 만큼 강력한 영상 매체로 변모할 수 있었을까? 오히려 영화는 원작에서 가져올 서사가 없었기 때문에 게임이 설계한 ‘무한 루프의 공포’와 ‘공간적 압박감’이라는 순수한 감각에 집중했다. 미디어믹스가 원작에서 가져온 것은 텍스트나 서사가 아니라, 게임이라는 형식이 만들어내는 감각 그 자체였던 셈이다.

 

반대로, ‘스토리가 전부’인 게임은 어떠한가? 비주얼노벨은 게임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플레이어가 실제로 하는 일의 대부분은 읽는 것이다. 그 본질은 텍스트의 향유에 있다. 화면을 채우는 텍스트와 배경 이미지, 표정 정도만 변화하는 고정된 캐릭터 일러스트, 장면의 정서를 받쳐주는 음악과 효과음 등이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게임. 『8번 출구』와는 정반대의 자리에 있는 장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비주얼노벨의 미디어믹스는 전혀 다른 질문을 만들어낸다. 이미 완성된 텍스트를 다른 매체로 옮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만약 그 도달지가 영상 매체가 아니라, 현장에서 배우와 관객의 호흡이 실재하는 연극 같은 오프라인 무대라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읽는 게임, 경계 위의 장르

 

비주얼노벨은 다소 기묘한 위치가 있는 장르다. 플레이어의 조작은 최소화되어 있고, 게임 경험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이야기다. 그래서 비주얼노벨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종종 “이것이 과연 게임인가” 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곤 한다. 하지만 이 질문이야말로 비주얼노벨이라는 장르의 본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비주얼(Visual)과 노벨(Novel), 비주얼노벨이라는 이름 자체가 이미 경계의 모호함을 안고 있다. ‘이미지’와 ‘소설’이라는 이질적인 문법을 동시에 차용한 이 형식은 게임과 문학, 만화 사이의 '경계적 공간'에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복합적인 정체성이 역설적으로 비주얼노벨을 미디어믹스에 가장 최적화된 장르로 기능하게 한다.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있는 장르는 서사 자체가 매체의 중심축을 단단히 붙잡고 있기 때문에, 그 서사를 다른 형식으로 옮기는 것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소설 ‘해리포터’의 서사가 영화 ‘해리포터’를 낳고,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테마파크를 만든 것처럼.

 

2000년대 이후 일본의 비주얼노벨들은 실제로 활발한 미디어믹스를 전개해왔다. 그 경로는 대체로 일정했다. 원작 게임이 인기를 얻으면 만화화, 이른바 코미컬라이즈(comicalize)가 이루어지고, TV 애니메이션화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동인 게임으로 출발한 『쓰르라미 울 적에(ひぐらしのなく頃に)』는 만화와 TV 애니메이션을 거쳐 실사 영화까지 제작됐다. 마찬가지로 『Fate/stay night』는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극장판, 수십 종의 파생 미디어를 아우르는 거대한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CLANNAD』와 『Steins;Gate』 역시 애니메이션화를 통해 원작 게임을 접하지 않은 관객들에게까지 그 이름을 알렸다. 이 작품들의 팬 중 상당수는 게임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먼저 접한 사람들이다.

이 일련의 흐름에는 공통된 방향성이 있다. 텍스트에서 영상으로, 정지된 이미지에서 움직이는 이미지로 옮겨가는 것이다. 독자가 상상하던 장면이 실제로 움직이고, 영상 매체의 문법에 맞는 연출을 통해 화면 위에서 구체화된다. 비주얼노벨이 이미 갖추고 있던 요소들, 캐릭터, 세계관, 서사 구조를 영상 매체가 충실히 계승하면서 새로운 감각적 완성도를 더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경로는 아주 자연스러워서, 비주얼노벨의 미디어믹스란 곧 애니메이션화라는 등식이 거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텍스트가 영상으로 ‘진화’하는 것이라는, 텍스트보다 영상이 고차원적인 매체라는 사고가 장르의 문법에 깊게 박혀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등식은 비단 비주얼노벨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게임이라는 매체 전반에 걸쳐, 미디어믹스는 영상화라는 방향으로 수렴해온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미디어믹스를 조금 더 넓은 시야로 조망해보면, 이 당연해보이는 공식에도 예외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매체가 다른 형태의 매체로 건너가는 모습은 다양한 국가의 산업구조와 문화적 토대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개된다.

 


나라마다 다른 미디어믹스의 풍경

 

‘텍스트에서 영상으로’의 이행은 현대 미디어믹스의 가장 지배적인 문법이다. 서구권에서 게임 미디어믹스의 중심축은 단연 거대 자본을 투입한 OTT 플랫폼 기반의 영상화에 있다. HBO의 『더 라스트 오브 어스』를 필두로 넷플릭스의 『아케인』, 『사이버펑크: 엣지러너』, 그리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폴아웃』에 이르기까지, 최근 수년간 우리는 게임 IP가 고예산 드라마 시리즈와 애니메이션으로 변모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무비』가 거둔 기록적인 흥행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게임 IP를 하나의 콘텐츠 자산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탄탄한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를 갖춘 게임은, 이미 검증된 서사적 토대를 지닌 원작으로서 영상 제작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서구권의 미디어믹스는 게임이 가진 시네마틱한 연출과 서사 구조를 극대화하여, 게임을 하지 않는 일반 대중에게까지 그 경험을 확장하는 '판타지의 완성'을 지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한국의 미디어믹스 지형은 사뭇 다른 양상을 띤다. 한국 또한 세계적인 콘텐츠 강국이지만, 미디어믹스의 시발점은 게임이 아닌 웹툰과 웹소설에 집중되어 있다. 『신과함께』, 『이태원 클라쓰』, 『나 혼자만 레벨업』 등 성공 가도를 달리는 수많은 영상 콘텐츠의 뿌리는 웹소설의 디지털 활자와 웹툰의 칸 만화에 있다. 한국 게임이 IP로서 미디어믹스의 중심에 서는 사례는 상대적으로 희소하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한국 게임 산업의 특수한 구조가 자리한다. 한국은 오랜 기간 온라인·모바일 게임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으며, 이들은 게임 자체의 서사나 캐릭터의 깊이보다는 '플레이어 간의 경쟁'과 '성장의 시스템'에 최적화된 문법을 지니고 있다. 미디어믹스의 재료가 될 만한 '이야기'보다는 '룰'이 강조되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했던 것이다. 최근 한국도 콘솔 시장의 성장과 함께 스토리 중심 게임의 시도가 늘고 있으나, 여전히 한국에서 게임은 미디어믹스의 '출발지'보다는 웹소설이나 웹툰 같은 다른 IP가 도달하는 '목적지'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나 혼자만 레벨업』이나 『신의 탑』 같은 웹툰 IP가 게임으로 만들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위의 사례들과는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리는 일본의 사례가 있다. 게임의 애니메이션화와 만화화라는 경로는 일본에서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문화권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산업적 영역이 확고히 구축되어 있다. 바로 게임과 만화,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를 실제 현실 공간인 무대로 소환하는 '2.5차원 무대화'다.


일본에서 무대화는 단순히 팬들을 위한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았다. 이는 연출, 자본, 팬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하나의 독립된 산업 체계로 확립되어 있다. 원작의 평면적 이미지를 배우의 육체와 무대라는 입체적 공간으로 번역해내는 이 독특한 공정은, 일본의 미디어믹스 풍경을 다른 나라와 구분 짓는 가장 결정적인 변별점이다. 그리고 이 지점이야말로, 비주얼노벨이라는 '텍스트 매체'가 왜 영상화라는 자명한 경로를 이탈해 무대라는 아날로그적 현장으로 향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무대 위로 소환된 텍스트

 

일본의 미디어믹스 지형에서 가장 독특한 구획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2.5차원’이라 불리는 공연 문화다. 만화나 게임 속 평면적인 2차원 캐릭터를 3차원의 실재하는 무대 위에 재현하는 이 형식은, 2015년 ‘2.5차원 뮤지컬 협회’가 설립될 만큼 일본 내에서 견고한 문화적 위상을 점하고 있다.


이 흐름의 기점으로 자주 언급되는 작품은 2003년 초연된 『뮤지컬 테니스의 왕자(テニスの王子様)』다. 만화적 허용이 가득한 스포츠 연출을 무대적 문법으로 번역해낸 이 작품은, 만화 원작의 캐릭터들을 배우가 직접 연기하는 형식으로 독자적인 팬덤을 형성했고, 이후 수많은 만화·애니메이션·게임 IP가 무대화의 길을 따랐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비주얼노벨이 이러한 흐름 안에서 무대화와 특히 잘 맞는 장르라는 점이다. 연극의 최소 단위가 인물과 대사라면, 비주얼노벨 역시 인물 간의 관계성과 텍스트 중심의 서사 구조를 뼈대로 삼는다. 다른 게임 장르들에서 돋보이는 화려한 시네마틱 영상이나 복잡한 물리 엔진 대신, 정지된 배경 위로 흐르는 대화와 심리 묘사에 집중하는 비주얼노벨의 장르적 특성은 무대의 언어로 번역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최근 도쿄에서 공연된 『괭이갈매기 울 적에』 무대판은 비주얼노벨의 무대화가 영상 매체의 무대화와 어떻게 다른 문법으로 작동하는지 보여준다. 연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풀어야 했던 가장 중요한 문제가 관객이 기억하는 애니메이션의 ‘동적인 이미지를 물리적으로 어떻게 재현(Representation)할 것인가’에 있었다면, 비주얼노벨 원작의 무대는 그 방향이 사뭇 다르다. 여기서는 이미 존재하는 이미지를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평면적인 텍스트와 정지된 일러스트로만 존재하던 가상의 존재에게 처음으로 구체적인 신체와 시간성을 부여(Enactment)하는 작업이 핵심이 된다.


이러한 무대화는 다른 미디어믹스와 근본적으로 다른 조건 위에 서 있다. 애니메이션화가 원작의 감각적 경험을 시각적으로 확장하여 보편적 향유를 돕는다면, 무대화는 오히려 디지털의 가변성을 아날로그의 일회성으로 되돌린다. 게임에서는 세이브와 로드를 통해 언제든 실패를 교정하고 서사를 재시작할 수 있지만, 무대 위의 공연은 막이 오르고 내리는 그 찰나의 시간 안에서만 존재하며 끝나면 소멸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에서 가오나시가 괴물로 변해가는 장면을 생각해보자. 애니메이션에서는 그 변화가 유려한 작화와 매끄러운 프레임으로 표현됐다. 무대 위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배우 여럿이 검은 천 안에서 천의 끄트머리를 붙잡고 펄럭이며 그 부피를 점점 불려갔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역시 검은 옷의 배우들이 작은 하얀 종이 새를 연 날리듯이 천장을 향해 밀어 올리고, 날갯짓 하나하나를 사람의 손으로 구현해냈다.


비주얼노벨의 무대화는 방향이 반대다. 정지된 텍스트와 이미지로만 존재하던 것에 처음으로 신체와 시간성을 부여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괭이갈매기 울 적에』 무대에서 원작 게임의 추리 대결 장면은 이렇게 구현됐다. 원작 게임에서는 그저 두 캐릭터가 붉은 텍스트와 파란 텍스트로 추리를 주고 받던 장면이었다. 무대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배우들이 종이판을 들고 무대 위를 빠르게 이동하며 종이판 위로 붉은 글씨와 파란 글씨를 빔으로 쏘고, 텍스트가 총알처럼 공간을 날아가 서로를 공격하는 연출로 재구성됐다. 화면 속에서 눈으로만 읽던 언어가 배우의 몸을 빌려 공간 안에서 물리적인 속도와 무게를 얻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IP를 널리 알리는 ‘확산’의 논리보다는, 원작의 서사를 이미 내면화한 팬들에게 그 이야기를 다른 차원의 감각으로 재경험하게 하는 ‘전환’의 논리에 가깝다. 비주얼노벨의 무대화는 영상화가 제공하는 시각적 쾌감과는 또 다른, 배우의 육체와 관객의 호흡이 부딪히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현장감의 마찰’을 활용한다. 더 많은 관객에게 퍼져나가는 확산성보다는, 기존 경험의 층위를 다각화하려는 시도로서 무대화는 기능한다는 것이다.

 


마치며 : 매체의 경계 너머에서

 

미디어믹스의 성공 여부는 그 결과물이 원작의 명성을 얼마나 소비했느냐가 아니라, 관객으로 하여금 다시 원작 게임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게 만들었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극장을 나서며 다시 게임을 켜고 싶어졌다면, 그것은 새로운 미디어의 언어가 원작이 가진 가치를 훌륭하게 재발견해냈다는 증거다.


슈퍼 마리오가 애니메이션 영화가 되고, 스토리 없는 인디 게임의 실사 영화가 칸 영화제의 스크린에 걸리고, 텍스트와 일러스트로만 존재하던 캐릭터가 무대 위에서 실제 몸을 얻어 걷고 말하는 시대다. 가장 디지털화된 게임 속 상상력의 공간이 가장 아날로그적인 현실의 무대가 되고, 게임 속 캐릭터가 실제 인물이 되어 관객들에게 말을 거는 시대인 것이다.


이제 게임은 더 이상 하나의 매체 안에 고립된 섬이 아니다. 게임은 타 매체의 언어를 빌려 스스로를 증명하고, 어떤 매체들은 게임이 가진 몰입의 문법을 활용하기 위해 다시 게임의 형태로 돌아온다. 이러한 순환 안에서 미디어믹스는 단순히 IP를 반복 소비하는 산업적 전략을 넘어, 하나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매체적 환경 속에서 얼마나 다양한 형식으로 생존하고 변주될 수 있는지를 묻는 끊임없는 실험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다시 게임을 켜고, 미디어의 경계를 넘어 계속해서 살아남을 이야기의 힘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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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콘텐츠연구자)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닌텐도 게임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몇 개월 전 스팀덱을 할부로 구매하여 열심히 즐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선 문화매개를 전공했고, 현재는 일본의 리츠메이칸 대학교 첨단종합학술연구과 박사과정에 재학중 입니다. 게임과 웹툰 등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와 문화를 연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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