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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같이》는 한국을 어떤 맛으로 기억하는가― 야키니쿠에서 김치까지, 게임 속 한식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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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6. 6. 10.

1. 왜 《용과 같이》에는 한식당이 이렇게 많을까?: 음식과 장소를 통해 드러나는 정체성

     

《용과 같이》 시리즈는 야쿠자와 범죄조직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 중심에는 늘 인간의 욕망이 놓여 있다. 돈을 벌고, 권력을 얻고, 사랑을 쟁취하고, 더 좋은 삶을 꿈꾸는 욕망은 메인 스토리와 서브스토리를 관통하는 주요 동력이다. 플레이어는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사업을 확장하며, 연애를 하고, 유흥을 즐기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욕망하도록 유도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욕망이 게임 시스템 속에서 종종 '배고픔'과 '배부름'의 문제로 번역된다는 점이다.


게임의 캐릭터는 대개 화면 상단에 바(bar) 형태의 체력 게이지를 갖고 있으며, 게이지가 0이 되면 쓰러진다. 그런데 《용과 같이》에서 체력을 깎는 것은 적의 주먹만은 아니다. 상한 도시락을 먹거나, 원치 않는 여성과의 하룻밤을 보내어도 체력이 감소하며, 배가 불러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하는 정장제와 스킬이 존재한다. 권력욕·식욕·성욕이라는 욕망이 공복과 배부름의 수치로 가시화되는 셈이다.


소실된 체력은 드럭스토어에서 구입한 회복 아이템이나 음식 섭취를 통해 회복할 수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용과 같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음식점의 규모이다. 작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플레이어가 이용할 수 있는 음식점은 적게는 20여 곳에서 많게는 40곳이 넘으며, 이들 식당의 모든 메뉴를 제패하는 것은 게임이 권장하는 대표적인 수집 과제 가운데 하나이다. 다시 말해 《용과 같이》에서 음식은 캐릭터의 생존을 돕는 아이템인 동시에, 도시와 장소를 경험하는 하나의 매개이다.


《용과 같이》 시리즈는 현대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판타지 요소가 거의 없이 ‘사실적’으로 구현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시리즈 대부분의 작품을 제작ㆍ총괄하여 “《용과 같이》의 아버지”라고 불리고 있는 나고시 토시히로 총감독은 다른 게임처럼 광활한 맵은 아니지만, 공간의 밀도라는 측면에서만큼은 세계에서 가장 촘촘하게 구성된 맵이라고 생각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내었다. 북적이는 골목과 빽빽한 상점으로 구축된 “밀도 높은 공간”은 시리즈 전체에 걸쳐 일관되게 적용되는 장치이자 일종의 문법이다. 그리고 추상적인 공간을 사실과 경험의 장소로 변모시키기 위해 《용과 같이》 시리즈는 음식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한식 역시 게임에서 ‘음식’이라는 메뉴이자 ‘음식점’이라는 공간의 형태로 재연된다.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플레이 스팟 중 하나인 음식점은, 플레이어의 체력을 보충하는 곳이며 스토리가 진행되는 공간적 배경을 이루기도 한다. 게임 내 음식은 기능적으로는 게임 인물의 생존을 위한 체력 강화를 담당해왔다. 그러나 기능으로만 존재하는 포션과는 달리 음식점이라는 공간에서 판매하는 음식에는 일종의 서사가 부여된다. 상차림은 사진의 형태로 시각적으로 제시되고, 게임 주인공은 음식을 ‘맛보고’ ‘감상’을 제시한다. 음식은 단순한 회복 수단이 아니라 음미와 감상의 대상으로 제시된다.


게임 내 판매되는 메뉴는 신중하게 선별된다. 나고야의 히츠마부시, 홋카이도의 징기스칸 등과 같이 지역의 로컬리티를 드러내는 메뉴가 선별되거나, 지역을 대표하는 실제 명물 맛집이 등장하기도 한다. 1920년에 오사카에 본점을 두고 창업한 복어 요리 전문점 즈보라야나 1960년에 탄생한 게 요리 전문점 카니도라쿠 등이 그 예이다. 1개에 200엔 정도에 판매되는 꼬치튀김부터 1인분에 20000엔을 호가하는 카이세키 정식까지 게임 내 음식점은 다양한 아비투스를 이루는데, 이는 간판을 비롯한 매장 외관, 내부 인테리어, 메뉴, 인스토어 뮤직과 같은 방식으로 입체적이고 적극적으로 구현된다. 해당 음식점과 제휴하여 창업자나 경영인이 게임 내 캐릭터의 형태로 직접 등장하여 음식 메뉴나 경영 철학을 홍보하는 목적의 서브스토리를 전개하기도 한다. 또 인기 셰프테이너 카와고에 타츠야를 모델로 한 필수 퀘스트 〈타츠야의 수행〉을 통해 플레이어가 새로운 지역의 특산 메뉴 음식점을 직접 체험하도록 유도한다. 음식점 방문이 퀘스트 진행의 조건이 됨으로써, 플레이어는 게임 내 공간에 장소성을 부여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렇듯 음식과 음식점은 가상의 공간과 실제 세계 사이의 경계를 흐리며, 게임의 영향력이 화면 밖으로까지 확장되는 계기를 만든다.


게임 속 일본인 주인공이 한국 식당을 방문해 한식을 먹는 행위는 일종의 음식 관광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음식 관광(Culinary Tourism), 즉 미식 기행은 지리학자 윌버 젤린스키가 창안한 개념으로, 특별한 음식을 경험하는 것이 여행의 주된 동기가 되는 것을 일컫는다[1]. 세계화로 인해 서로 엇비슷해지는 대도시의 풍광 속에서 관광객은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원하게 되는데, 이때 음식은 특정 지역의 고유성을 표현하는 매개체가 된다. 또한 ‘현지인’처럼 ‘생활’하기를 목표로 호텔과 같은 ‘업체’ 대신 현지의 ‘집’을 공유하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며 “○○에서 한 달 살기”라는 식의 네이밍을 적극 활용하는 등 휴가와 일상의 결합을 지향하는 오늘날의 여행 트렌드에서도 맛집 탐방은 놓칠 수 없는 이벤트이다[2].


무엇보다 (외국) 음식은 게임에서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을 공유하며 등장한다. 한식은 한국이라는 타지의 음식이며, 많은 경우 (재일)한국인이 운영 또는 소비하는 한식당에서 판매되고 게임 내에서 (재일)한국인의 거점으로 기능한다. 시리즈 내 한식과 함께 또 다른 ‘외국 음식’으로 존재하는 중식의 경우도 상황은 같다. 중국 마피아는 변발을 상기시키는 삭발에 차이나 칼라의 옷으로 중국이라는 국적을 가시화하는데, 이들의 아지트는 중식당으로 위장된다. 이곳은 음식을 먹는 공간이자 동시에 중식도, 청룡도, 돼지머리 등의 이국적인 무기와 음식에서 비롯된 무기용 소품이 즐비한 격투 공간으로 기능한다. 음식관광에서 타자성은 중요한 개념으로, 음식관광은 자신과 다른 문화를 체험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신체적인 방식이기도 하다[3].

     

     

2. 《용과 같이》 내 한식당 탐방기

     

《용과 같이》 시리즈 내 등장하는 한식당[4]은 도쿄 카무로쵸에 위치한 “한래(韓來)”와 “규우엔(牛遊宴)”, 오사카 소텐보리의 “곱창구이전문점(元祖 ホルモン焼き)”, 요코하마 코리아타운과 인근에 위치한 “어머니의 약속”, “윤 식품”, “전설의 김치 상인”, “하버라이트”, “서바이버” 등이 있다.


한식당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2006년 <용2>로, 시리즈에서 한국인 범죄조직 진권파의 등장과 시작을 같이 한다. 게임의 무대가 도쿄에서 오사카로 확장되면서 게임 내 핵심 세력인 동성회에 대항하는 해외 조직(원)으로 한국인이 설정된 것이다. 한국인의 캐릭터와 한식당의 상관 관계는 국적과 음식의 결합이 얼마나 공고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용과 같이》에 등장하는 한식당을 소개한다.

     


야키니쿠 한래: 《용과 같이》를 대표하는 한식당, “저명 인사들도 방문하는 유명 고깃집”


한래는 “야키니쿠 한래(焼肉 韓來)”라는 간판처럼 고기구이와 한식을 취급하며, 2006년 발매한 <용2>에 처음 등장한 이래 이후 발매된 모든 시리즈와 스핀오프작에서 한 번도 빠짐 없이 등장하는, 시리즈를 대표하는 음식점이다. 한식당 한래는 게임에서 서브스토리나 이벤트가 발생하는 장소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곳이기도 한데, 특히 한류 스타 배용준을 차용한 이루전과 진권파의 보스 한준기와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장소로 연출되었다.


* 야키니쿠 한래의 깔끔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외관

도쿄 최고의 환락가를 표방하는 가상 공간 카무로쵸는 신주쿠에 위치한 유흥가 카부키쵸를 실제 모델로 하여 구현되었다. 한래가 위치한 카무로쵸 북서쪽을 실제 카부키쵸에 대입하면, 일본 최대의 (재일)한국인 코리아타운인 신오쿠보와 경계를 접하는 지역에 해당한다. 입지 측면에서도 한래는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라 재일한국인 문화권과의 접점 위에 놓인 장소인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게임 속 한래가 시리즈의 전개와 함께 K-음식점으로서의 정체성과 이국성(異國性)을 시대적 변화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갱신해 왔다는 사실이다. 초기 작품에서 ‘칸라이’로 읽히던 식당명은 배용준으로 대표되는 1세대 ‘한류’ 열풍과 맞물리며 ‘한라이’로 변경되었는데, 이는 한국적 이미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표방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다소 허름했던 시리즈 초기에 비해 후기로 갈수록 규모도 커지고 내부 역시 정비되며, 한옥의 문살 문양을 활용한 벽면 장식과 전통 매듭공예를 활용한 벽걸이 장식 등 한국 전통문화와 관련된 인테리어 요소가 추가된다. 이러한 변화는 한래가 단순히 ‘한국식 고기구이 식당’을 재현하는 수준을 넘어, 당대 일본 사회에서 소비되는 K-컬처의 이미지와 문화적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곱창구이 전문점: 오사카 구도심에 자리한 원조 호루몬야키


 음식은 특정 장소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표상 가운데 하나이다. 오사카의 “곱창구이 전문점(元祖 ホルモン焼き)”은 <용2>에만 등장하는 장소로, <용극2> 리메이크 과정에서 식당이 위치한 신세이쵸 맵 전체가 삭제되면서 함께 사라졌다. 신세이초는 오사카의 대표적 구도심인 신세카이를 모델로 한 지역으로, 실제로도 호루몬야키와 쿠시카츠 같은 서민적인 음식 문화의 중심지로 잘 알려져 있다. 게임 속 식당은 별도의 상호 없이 “인테스턴(intestine)”이라는 키워드로 수수께끼처럼 제시되는데[5], 내장을 뜻하는 이 단어가 곧 식당의 위치를 찾는 실마리가 된다.


비록 작품 내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이라고 직접 명시되지는 않지만, 이 공간은 메인 서사 속에서 재일한국인 형사 카오루가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의 중간 기점으로 기능한다. 동시에 생존을 위해 신분을 철저히 감춘 한국인 무라이의 은신처를 매개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특히 호루몬야키라는 음식 자체가 일본 사회에서 재일한국인 문화와 역사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식당은 단순한 배경 공간을 넘어 재일한국인 공동체의 기억과 정체성을 환기하는 장소로 읽을 수 있다. 즉 이곳에서 음식은 단순한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특정 장소성과 민족적 기억을 상징하는 문화적 기호로 기능한다.

     


규우엔: 한국인이 운영하는 “발군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고깃집”


2010년대 후반 《용과 같이》 시리즈는 야쿠자의 권력 다툼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서사의 시대적 한계와, 그간 누적된 타이틀과 함께 비대해지고 늙어버린 키류의 서사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용극1>ㆍ<용극2>처럼 전작을 리메이크하거나 <용0>처럼 새로운 과거의 서사를 창작하는 한편, <저지아이즈>나 <북두와 같이> 등의 스핀오프 작품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던 끝에 <용6>에서 주인공 키류의 죽음을 위장하여 은퇴 처리하고, 2020년 <용7> 발매를 기점으로 시리즈의 대대적인 변신을 꾀한다. 카스가 이치반이라는 새로운 주인공을 만들고 턴제 전투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거대한 요코하마 맵을 새롭게 도입하였다. 주인공들은 권력 승계를 위한 다툼에서 조직의 해산과 평화를 위한 다툼으로 방향을 전환하였고, 여성ㆍ외국인ㆍ노숙자ㆍ호스트 등의 하위 주체들이 플레이어블 파티 캐릭터로 대거 등장하며 시리즈가 구현하고자 했던 어두운 “뒷세계”에 다양한 색채를 부여하였다. “Yakuza”라는 영미권 타이틀을 “Like a Dragon”으로 교체한 것도 이때부터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과 (재일)한국인, 한식을 비롯한 관련 콘텐츠도 <용7>부터 크게 증가한다.


카무로초와 이세자키 이진초라는 공간을 공유하며 일부 인물과 세계관을 연동하는 《저지 아이즈》시리즈의 야키니쿠점 “규우엔(牛遊宴)”이 <용7>에서부터 《용과 같이》 시리즈에도 등장한다. 규우엔은 고급 한식당을 표방하는 한래와 달리, 보다 대중적인 야키니쿠 전문점으로 재현된다. 특히 규우엔은 (재일)한국인 캐릭터가 운영하는 음식점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 규우엔의 외관: 가게 앞에 배치된 거대한 소 조형물이 ‘날 것’의 이미지를 강화시킨다

규우엔의 사장 김원승은 <저지 아이즈>에서 주인공 야가미와 프렌드 이벤트를 통해 친분을 쌓고, 길거리 격투 이벤트를 주관하는 인물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또한 후속작 <로스트 저지먼트>에서는 전직 폭주족 출신 인물로 재등장하여 야가미와의 인연을 이어간다. 이처럼 김원승은 단순한 조연을 넘어 시리즈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서사를 부여받는 (재일)한국인 캐릭터라 할 수 있다. 그의 이야기는 <용8>의 식사토크를 통해 다시 소환되며 《저지 아이즈》와 《용과 같이》 시리즈 사이의 세계관적 연속성을 형성한다. 요컨대 규우엔은 단순히 한식을 판매하는 장소를 넘어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다시 말해 이곳에서 음식점은 한국 음식의 소비 공간인 동시에 (재일)한국인의 존재를 서사 속에 연결하는 공간이다.

 

     

어머니의 약속: 본격 한식당의 개막, “어머니의 손맛으로 만든 한국 요리”


<용7>에 이르러 선희와 한준기(김용수)라는 한국계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들은 코리아타운 에어리어를 거점으로 조직 ‘거미줄(コミジュル)’을 운영하며 서사의 중심축을 형성한다. 이 지역은 실제 요코하마의 후쿠토미초 코리아타운을 모델로 한 공간으로, 거리 곳곳에는 한글 간판과 한국어를 음차한 상호가 즐비하게 배치되어 있고 (재일)한국인 불량배들과 벌이는 전투에서는 “너 뭐야?” “뒤지게 맞고 싶냐?” 등과 같은 한국어 음성이 사용되어 한국의 느낌을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주목할 점은 코리아타운을 재현하는 과정에서 한식이 핵심적인 문화 표상으로 기능한다는 사실이다. 게임이 재현한 야간 풍경에는 “고향의 맛 불고기”라는 대형 네온 간판이 랜드마크처럼 부각되며, 이를 중심으로 한국 음식점들이 밀집한 경관이 형성된다. 더욱이 과거 일본 사회에서 한국식 고기구이를 지칭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야키니쿠(焼肉)’ 대신 ‘불고기’라는 명칭이 전면에 내세워진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한식이 더 이상 일본 음식문화에 동화된 형태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고유의 음식문화로서 독자적인 정체성과 인지도를 확보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 코리아타운의 야경을 붉게 밝히는 '불고기'의 위엄

이곳에 위치한 게임 내 한식당 “어머니의 약속(オモニの誓い)”은 특별하다. 상호에 표기된 ‘오모니(オモニ)’는 한국어 ‘어머니’를 일본어로 번역하지 않고 음차한 것으로, 한국의 정체성을 즉각적으로 드러낸다. 이곳은 (재일)한국 조직의 본거지와 연결되는 비밀 통로를 품고 있는 장소이자, 코리아타운을 대표하는 본격 한식당으로 설정되어 있다. 점포 내부는 전통적인 공예품 일부와 한국어가 노출된 영화 및 광고 포스터를 적극적으로 배치함으로써 한국이라는 문화적 배경을 환기한다.


* 어머니의 약속: 야키니쿠 없는 야키니쿠전문점 

음식 구성 또한 기존 시리즈에 등장하던 야키니쿠 중심의 한식당과 차이를 보인다. 삼계탕, 닭갈비, 불고기, 삼겹살 등 한국을 대표하는 다양한 메뉴를 제공함으로써, 한국식 고기구이 전문점에 머물렀던 기존의 재현 방식을 넘어 보다 종합적인 한식 문화를 제시하고 있다. 즉 한식당 어머니의 약속은 상호, 공간 디자인, 메뉴 구성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화의 흔적을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장소이며, <용7>이 재현하는 코리아타운의 문화적 중심축으로 기능한다고 볼 수 있다.

     

     

윤식당, 전설의 김치 상인: 한식 = 김치


이밖에도 노점 형태[6]의 “윤 식품”과 “전설의 김치 상인”이라고 표기되는 행상이 코리아 에어리어에 존재한다. 두 노점 모두 다른 음식을 취급하지 않고 오로지 김치만을 판매하며, 김치가 곧 한식의 동의어처럼 통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한국잡화 윤식품: 김치나 한국산 야채 외에도 한국드라마를 취급한다는 간판이 인상적이다. 실제로는 매대에서 “고급김치”만을 판매한다.


하버라이트, 서바이버: 코리아타운 주변의 한식 취급 주점


하버라이트는 중년의 마담이 운영하는 작은 주점이다. 육개장 국밥을 판매하는데, 식사 콤보명에도 “한국의 밥”이라는 표현이 명시된다. 코리아타운의 인근 스낵거리에 위치하여 한국인 조직 거미줄에게 전기를 상납하고 있는 점포 중 한 군데로 설정되어 있어 (재일)한국인 공동체와의 연관성을 드러낸다. 같은 스낵거리에 위치한 서바이버 역시 냉면을 판매하며 코리아타운과의 관계를 공유한다. 이들 장소는 협의의 한식당이라기보다 광의의 K-푸드 취급 점포로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은 행상, 노점, 주점 등 영업 형태는 서로 다르지만, 모두 코리아타운 주변에 위치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즉 한식은 특정 식당에 국한되지 않고 코리아타운 전역의 생활 공간 속으로 확산되어 있으며, 한국과 재일한국인의 존재를 가시화하는 일종의 문화적 경관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야키니쿠, 가장 오래된 재일한식 

     


야키니쿠의 유래


《용과 같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한식의 메뉴는 크게 야키니쿠와 매운 한식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야키니쿠(焼肉)’라는 용어에 대해 간략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본래 ‘불고기’는 동물의 고기를 불에 구워 먹는 음식을 의미하지만, (재일)한국인에 의해 일본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이를 일본어로 직역한 ‘야키니쿠’라는 명칭이 널리 사용되게 되었다. 이는 서양권에서 불고기를 통칭하여 ‘코리안 바비큐(Korean BBQ)’라고 부르는 것과 유사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물론 한식의 정체성을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는 ‘불고기’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불고기’는 간장 양념을 사용한 특정 요리를 가리키는 의미로 정착한 반면, ‘야키니쿠’는 일본 사회에서 형성된 한국계 음식문화 전반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더욱이 이 용어는 재일한국인과 한식이 일본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민족적 정체성과 국가적 정체성의 갈등, 그리고 문화적 융합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이유로 이 글에서는 ‘야키니쿠’라는 명칭을 사용하고자 한다.


야키니쿠는 《용과 같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최초의 한식이기도 하며, 실제 (재일)한국인들이 종사해 온 대표적인 업종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일본에서는 불교의 확산과 함께 675년 덴무 천황이 육식 금지령을 내렸고, 이후 1871년 메이지 천황이 육식 해금을 선언하기까지 약 1200년 동안 육식 문화가 크게 제한되었다. 육식이 허용된 이후에도 일본인들은 주로 살코기를 소비하였으며 내장은 식재료로 활용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1945년 패전 이후 (재일)한국인들이 소와 돼지의 내장을 조리하여 ‘호루몬야키’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일본 사회에도 내장 섭취 문화가 본격적으로 확산되었다.


한편 당시 재일한국인들은 국적 조항 등 제도적 제약으로 인해 취업의 기회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았던 음식점 창업이 중요한 생계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일본 음식문화에 존재하지 않았던 ‘불고기’, 즉 야키니쿠가 일본 사회에 정착하게 되었다[7]. 따라서 야키니쿠는 단순한 음식의 명칭을 넘어 재일한국인의 노동과 생존, 그리고 일본 사회와의 문화적 교섭 과정을 담고 있는 음식이라 할 수 있다[8].  

     


한국식 야키니쿠는 매콤한 식사, 일본식 야키니쿠는 달콤한 간식


야키니쿠가 한식 및 한식당을 대표하는 메뉴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은 《용과 같이》 시리즈 전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선 게임에 가장 먼저 등장한 한식당이자 시리즈 전반에 걸쳐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한식당인 한래가 야키니쿠 전문점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시리즈 전체에서 등장했던 한식 관련 점포 7곳 가운데 2곳이 야키니쿠 전문점이라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특히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인식이 제작 과정에서 나타난 일종의 무의식적 표상에서도 확인된다는 점이다. <용7>에 등장하는 어머니의 약속은 삼계탕, 닭갈비, 불고기 등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본격 한식당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실제 메뉴에도 야키니쿠 관련 항목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장 간판에는 야키니쿠전문점이라는 문구가, 내부에는 직화구이용 화로가 설치되며, 벽면에는 야키니쿠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기 부위 안내도가 일본어로 구현되어 있다. 이는 제작상의 단순한 실수로 볼 수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 사회에서 한식당과 야키니쿠점이 강하게 중첩되어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 어머니의 약속 내부: 한글 포스터와 실제로는 취급하지 않는 야키니쿠 메뉴와 불판이 보인다

이러한 경향은 게임의 다른 요소들에서도 반복된다. 요코하마 코리아타운을 배경으로 하는 <용7>의 서브 스토리에는 정육점이 등장하며, <용2>에서는 (재일)한국인의 은신처를 찾는 과정에서 호루몬야키점이 중요한 단서로 기능한다. 이처럼 《용과 같이》 시리즈는 한국과 (재일)한국인을 재현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육식과 야키니쿠를 호출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야키니쿠를 (재일)한국인의 역사적 경험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음식문화로 기입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야키니쿠점을 한식당으로 분류할 수는 없다. 야키니쿠는 재일한국인에 의해 시작된 업종이지만, 대중화와 함께 일본 식문화에 깊숙이 정착하면서 일본인이 운영하는 야키니쿠점 역시 크게 증가하였다. 《용과 같이》 시리즈에도 이러한 변화가 반영되어 있다. 도쿄와 오사카 두 지역 모두에 구현된 야키니쿠 식당 규가쿠(牛角)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규가쿠는 1996년 도쿄에서 출발한 야키니쿠 체인으로, “The World's Best Japanese YAKINIKU Restaurant”와 “Japanese BBQ”를 표방하며 일본 국내외에 가장 많은 점포를 운영하는 브랜드 가운데 하나이다.


일본식 야키니쿠 식당 규가쿠와 한국식 야키니쿠점을 비교하면 유사하면서도 몇 가지 중요한 차이를 보인다. 우선 이들 점포 모두 야키니쿠를 중심으로 식사 메뉴와 디저트를 곁들이는 기본적인 구성 방식을 공유한다. 또한 갈비ㆍ우설ㆍ등심ㆍ안창 등 주요 육류 메뉴를 중심으로 희귀하거나 품질이 높은 부위를 별도의 고급 메뉴로 구분한다. ‘특상’ㆍ‘황제’ㆍ‘최고급’ 등의 명칭으로 표기되는 고급 메뉴의 존재와 비중은 각 점포가 지향하는 위상을 드러내는 코드가 된다. 이를 통해 게임 속 야키니쿠점은 “최상급”을 표방하는 고급 음식점 한래와, “가성비” 또는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는 대중 음식점 규우엔 및 규가쿠로 세분화된다.


반면 한국계 야키니쿠점과 일본계 야키니쿠점 사이에는 두 가지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첫째는 내장 메뉴의 유무이다. 한래, 규우엔, 호루몬야키 전문점에는 대창구이와 곱창구이 등 내장구이 메뉴가 포함되어 있지만, 규가쿠에는 이러한 메뉴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일본에서 내장 섭취 문화가 (재일)한국인에 의해 확산되었다는 역사적 배경과도 관련된다.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내장을 식재료로 활용하지 않았으며, 패전 이후 (재일)한국인들이 이를 조리·판매하면서 비로소 대중화되었다. 실제로 내장구이를 가리키는 ‘호르몬(ホルモン)’의 어원이 오사카 방언인 ‘호루모노(버리는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널리 알려져 있다[9]. 따라서 내장 메뉴의 존재 여부는 단순한 메뉴 구성의 차이를 넘어, 야키니쿠가 지닌 한국계 음식문화의 계보를 보여주는 지표로 이해할 수 있다.


* 요코하마 코리아타운의 풍광에서도 곱창은 빠질 수 없다

둘째는 사이드 식사 메뉴의 구성이다. 한래와 규우엔 등 한국계 식당에서는 김치를 중심으로 한 매운맛의 한식 메뉴가 적극적으로 제공된다. ‘모둠 김치’, ‘김치볶음밥’, ‘육개장국밥’, ‘순두부찌개’, ‘돌솥비빔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메뉴는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기반으로 한 매운맛을 통해 한국 음식문화의 특징을 드러낸다. 반면 일본계 야키니쿠점인 규가쿠에서는 이러한 메뉴가 대부분 제외되고 퐁듀, 아이스크림과 같은 디저트류가 비중 있게 배치된다. 냉면이 예외적으로 제공되기는 하지만, 이는 매운맛이 거의 제거된 일본식 냉면의 형태로 재구성되어 있다.


시리즈에 등장하는 냉면은 일본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한 ‘모리오카 냉면’에 가까워 보인다. 토마토(수박), 매실, 시소 등을 고명으로 사용하고 단맛을 강화한 이 음식은 한국 냉면이 일본 사회에서 변용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불고기와 야키니쿠의 관계가 그러하듯, 냉면과 모리오카 냉면 역시 한식과 재일한식의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직역하면 ‘매실 차조기 냉면(梅しそ冷麺)’이 되어야 하지만 게임은 이를 ‘매실 깻잎 냉면’으로 번역한다. 일본에서는 차조기[しそ]를 사용하지만 한국 이용자에게 익숙한 깻잎으로 대체한 것이다. 이는 일본 사회에서 변용된 한식을 다시 한국어권 이용자에게 현지화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으며, 한식이 다층적인 문화 번역의 과정을 거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육개장은 게임 내에서 ‘육개장 국밥(ユッケジャンクッパ)’으로 표기된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육개장’만으로 통용되지만, 일본어판에서는 ‘국밥’이라는 설명을 덧붙여 음식의 성격을 보다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는 한식이 일본 사회에서 수용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화 번역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육개장을 한식당의 메뉴로 선택한 것에는 후술할 김치와 더불어 한식의 본령을 매운맛에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표지이기도 하다.

     

     

3. 그래도 한식=김치


야키니쿠와 더불어 김치는 게임 내 한식 관련 콘텐츠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한다. 본격 한식당 어머니의 약속에서 “어머니의 김치(オモニのキムチ)”, “오이소박이(オイキムチ)”, “깍두기(カクテキ)” 등으로 김치를 세분하여 다양한 종류의 김치를 구현하는데, 이들을 일본어로 표기할 때에도 한국어 음가를 그대로 노출하고, 게임 내 음식점 소개 정보에서도 “어머니가 담근 김치의 맛이 일품이다”라며 김치를 가게의 정체성과 직결시키고 있다.

     


직접 담근 김치가 갖는 진정성


김치에 관련하여 주목해야 하는 특징은 김치를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직접 담그는 음식’으로 반복적으로 재현한다는 사실이다. 게임 내 메뉴 설명에서는 “가게 주인이 손수 담근”(규우엔), “식당의 ‘어머니’가 (…) 직접 담근”(어머니의 맹세), “김치 파는 노인이 만든”(전설의 김치) 등과 같은 표현이 사용된다. 즉, 김치는 단순히 소비되는 음식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음식으로 강조된다.


이러한 재현 방식은 한식의 진정성(authenticity)과도 관련된다. 레이첼 살츠만은 뉴욕 캐츠킬 지역의 이민자 음식문화를 분석하면서, 전통 음식이 민족적 정체성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동시에 조리법과 의미가 변형되면서 진정성의 문제가 중요한 쟁점으로 부상한다고 지적하였다[10]. 김치를 ‘직접 담근 음식’으로 반복적으로 묘사하는 방식 역시 음식의 기원과 생산 과정을 강조함으로써 한식으로서의 진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 김치는 오랜 시간 동안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음식으로 인식되어 왔다. 최근에는 1인 가구 증가와 가족구조 변화로 인해 구매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김치를 사 먹는가 혹은 직접 담가 먹는가는 여전히 한국 식문화의 변화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이다. 또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남한과 북한의 김치 문화가 각각 등재될 당시에도 단순히 김치 자체가 아니라 ‘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라는 명칭 아래 김치를 만들고 나누는 문화가 함께 등재되었다. 일본의 교과서 역시 김치와 김장을 한국을 대표하는 식문화로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사회 또한 이러한 문화적 의미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매운맛


김치는 단순한 반찬이나 식재료가 아니라 한국과 (재일)한국인을 드러내는 대표적 문화 기호이며, 한식의 진정성을 구현하는 핵심 기호로 기능한다. 김치가 국민 음식으로 떠오르는 과정은 외국 음식의 상징적 지배에서 해방되어 대중적인 국내 음식을 특정하여 맛의 독립을 선언하고, 국민 음식의 우수성을 찬양하는 대대적인 홍보가 동원되었으며, 표준화나 국제 무역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문화의 형성 과정과 유사하다[11]. 김치라는 기호의 저변에는 발효를 통한 저장성, 마늘과 고추가 만들어내는 매운맛 등의 의미망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김치가 한국과 한민족의 문화 코드로 작동하는 이유는 후자와 깊은 관련을 맺는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김치는 민족성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하였고, 2002년 월드컵을 거치며 ‘매운맛’은 한국인의 성격과 기질을 상징하는 문화적 표상으로 확장되었다. 이 과정에서 고추는 한국인의 문화적 DNA를 대표하는 식재료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12]. 나아가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은 작은 나라지만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국가라는 한국의 자기 인식과 결합하였으며, 오늘날에는 한국인만이 견딜 수 있는 매운맛에 대한 자부심, 이른바 ‘맵부심’이라는 형태로까지 발전하였다. 덴마크의 불닭볶음면 수입 금지 조치가 오히려 홍보가 되었다는 기사[13]나 일본인이 절대 안 믿는다는 한국인의 말 1위가 “안 매워요”[14]라는 커뮤니티의 글은 우월감이 몇 방울 정도 섞인 웃음으로 향유된다.


이러한 인식은 《용과 같이》 시리즈에도 반영된다. <용8>의 식사 토크에서 난바는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만 잘 먹지는 못한다며 “선희라면 괜찮지 않을까? 김치로 단련됐을 거 아냐?”라고 묻는다. 여기서 김치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한국인의 신체와 기질을 형성하는 문화적 자원으로 이해된다. 즉 한국인은 김치를 먹기 때문에 매운맛에 강하다는 문화적 고정관념이 자연스럽게 서사 속에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게임이 김치를 재현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식의 대표 메뉴로서의 김치이고, 다른 하나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특별한 힘의 원천으로서의 김치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용7>의 서브 스토리 “김치는 아주 매운 게 최고”이다. 코리아타운의 노인이 직접 담근 “전설의 김치”를 먹은 인물들은 그동안 망설이던 일을 실행에 옮기거나, 정체되었던 운동 능력을 회복하거나, 노쇠로 인해 겪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한다.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고백하지 못하던 학생은 용기를 얻고, 기록 경신을 갈망하던 육상 선수는 새로운 추진력을 획득하며, 신호가 바뀌기 전에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하던 노인은 다시 활력을 되찾는다.


* “전설의 김치”를 파는 행상 김치 파는 노인

이처럼 《용과 같이》 시리즈에서 김치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K-컬처의 대유이자, 매운맛을 통해 활력과 도전 정신을 부여하는 상징적 에너지의 원천으로 재연된다.

     

     

최고의 김치는 일본 고추로 만들어진다?

     

김치 파는 노인: 오오! 총각은 알아주는구먼. 이 김치가 얼마나 훌륭한지. 그래. 이 김치야말로 압도적인 매운맛과 발군의 감칠맛을 겸비한 전설의 고추…… ‘오니노츠메’를 사용한 최고의 일품이지. (중략) 건강에도 미용에도 아주 좋은데 이 매력을 도통 전할 수가 없단 말이지. (중략) 남녀노소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고! (중략)

카스가: 그 그렇군. 그나저나 고추 하나로 이렇게까지 김치의 맛이 달라지는구나.

김치 파는 노인: 당연하지. 고추는 맵기만 한 게 아니야. 개중에는 토마토보다 단 고추도 있어. 오니노츠메로 만든 이 김치야말로 세계 최고의 김치라고 믿고 있지[15]. 

     

<용7>에서 카스가와 전설의 김치파는 노인이 주고 받는 이 대화는 김치의 매력이 단순히 매운맛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매운맛과 감칠맛의 조화, 그리고 건강과 미용에 대한 효능에 있음을 강조한다. 또한 이러한 김치의 특성이 모두 원재료인 고추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한국의 음식점과 급식소에서는 배추김치의 원재료인 배추와 고춧가루의 원산지를 모두 표시하도록 법률로 규정한다. 이는 김치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가 고추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런데 문제는 게임이 김치의 비법 재료를 ‘오니노츠메(鬼の爪)’라는 품종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니노츠메’는 직역하면 ‘귀신의 손톱’이라는 뜻으로, 일본의 대표적인 고추 품종인 ‘다카노츠메(鷹の爪, 매의 발톱)’를 연상시키는 가상의 품종이다. 다카노츠메는 오늘날 일본의 전통 고추 품종을 대표하는 존재로 알려져 있으며, 오사카부가 지정한 전통 야채로 보호·육성된다. 즉 게임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인 김치의 핵심 재료를 일본의 전통 품종을 연상시키는 고추로 설정하고, 이를 통해 “세계 최고의 김치”가 만들어진다고 서술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고추의 기원과 전래 경로를 둘러싼 논쟁은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 특히 한일 관계에서는 임진왜란을 계기로 일본에서 유입되었다는 설과 조선을 통해 일본에 전파되었다는 설이 대립해 왔다. 그러나 주영하가 지적하듯 이러한 기원 논쟁은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탐구라기보다 우열 관계를 전제한 전파론적 사고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 실제로 음식의 역사는 특정 민족이 일방적으로 창조한 결과라기보다 다양한 공동체가 접촉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동화와 변용의 역사에 가깝다[16].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문화적 자산이자 정체성의 표상으로 기능한다. 롱이 지적하듯 음식은 관광과 지역 정체성의 핵심 자원이 되었으며, 원산지와 식재료, 조리법은 진정성과 소유권을 둘러싼 중요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17]. 프랑스 와인의 원산지 명칭 제도와 같은 지리적 표시는 이러한 경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동일한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을 사용하더라도 프랑스 보르도산 와인이 호주산 와인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는 원산지 표기가 품질과 정통성의 지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용7>의 “전설의 김치” 서사는 주목을 요한다. 이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사례가 <용5>에 등장하는 “아메리카 소스 순두부찌개”이다. 어패류와 갑각류를 활용한 아메리카 소스와 생크림, 코코넛 파우더를 결합한 이 메뉴는 순두부찌개라는 한식에 새로운 조리법과 맛을 접목한 퓨전 음식으로, 실제 오프라인에서도 판매되며 화제를 모았다. 이는 한식의 외연을 확장하는 미식적 실험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음식문화는 국경을 넘어 이동하고 변용되며 새로운 형태로 발전한다. 그러나 모든 변형이 동일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순두부찌개에 아메리카 소스를 첨가하는 것은 기존 음식의 외연을 확장하는 시도일 수 있지만, 김치의 우수성과 정체성을 설명하는 핵심 근거를 일본 품종에 귀속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특히 김치가 한국과 한국인을 대표하는 민족음식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설정은 단순한 퓨전이나 현지화의 범주를 넘어 김치의 진정성과 문화적 소유권에 관한 질문을 제기하게 된다.


더욱이 한국 사회에서 김치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스스로를 설명하는 핵심 문화 기호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리아타운이라는 (재일)한국인의 공간을 배경으로,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입을 통해 ‘세계 최고의 김치’의 비결을 일본 품종을 연상시키는 고추에 귀속시키는 서사는 민감한 해석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특히 한일 양국 사이에는 식민지배의 역사와 그에 대한 기억, 책임, 해석을 둘러싼 쟁점들이 현재까지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다단한 맥락 속에서 김치와 같이 민족ㆍ국가 정체성과 밀접하게 결합된 음식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를 일본의 전통 품종에 귀속시키는 서사는 한식에 대한 전반적인 호의적 재현과는 별개로, 음식의 원산지와 진정성, 그리고 문화적 소유권을 둘러싼 동시대적 논의를 요한다. 다시 말해 《용과 같이》 시리즈는 한식을 한국과 (재일)한국인의 문화적 표상으로 적극 활용하면서도, 동시에 그 정체성과 경계를 둘러싼 복합적인 긴장과 협상의 과정을 함께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4. 날 것, 익힌 것, 썩은 것

     

레비스트로스는 『신화학』에서 자연과 문화의 관계를 ‘날 것(le cru)’과 ‘익힌 것(le cuit)’의 대립을 통해 설명하였다. 날 것은 자연 상태에 가까운 음식이며, 익힌 것은 인간의 문화적 개입을 통해 변형된 음식이다. 여기에 발효를 통해 생성되는 ‘썩은 것(le pourri)’이 더해지면서 음식은 자연과 문화의 경계를 드러내는 상징체계로 기능한다. 《용과 같이》 시리즈에 재현되는 대표적인 한식 메뉴인 야키니쿠, 곱창, 냉면, 육개장, 김치를 레비스트로스를 빌어 분류하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날 것

익힌 것

썩은 것

야키니쿠

냉면 · 육개장

김치

굽기

삶기

발효

매운맛 소

매운맛 중

매운맛 대

     

표의 좌측은 ‘날 것’에 가까운 음식군, 가운데는 삶기와 끓이기를 거친 ‘익힌 것’, 우측은 발효를 통해 만들어지는 ‘썩은 것’을 의미한다. 야키니쿠는 굽기를 통해 섭취되는 음식이지만 생고기의 상태가 강조된다는 점에서 ‘날 것’에 가까운 위치를 차지한다. 반면 냉면과 육개장은 삶기의 과정을 거친 음식으로서 ‘익힌 것’의 범주에 속한다. (본격 한식당 “어머니의 약속”에서 판매하는 삼겹살은 야키니쿠에, 불고기와 닭갈비는 여기에 ‘굽기’라는 조리를 강화한 것으로, 삼계탕은 ‘삶기’의 영역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비해 김치는 발효를 통해 생산되는 대표적인 ‘썩은 것’의 영역에 위치한다.


한편 레비스트로스의 분류에 더하여 매운맛의 정도를 보조 축으로 설정하였다. 흥미롭게도 《용과 같이》에 등장하는 한식은 좌측에서 우측으로 이동할수록 매운맛이 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야키니쿠와 삼겹살은 상대적으로 매운맛이 약한 반면, 육개장과 순두부찌개는 보다 강한 매운맛을 지니며, 김치는 몹시 매운맛을 갖는다. 즉 《용과 같이》의 한식은 조리 방식뿐 아니라 매운맛의 강도에 따라서도 일정한 분포를 형성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용과 같이》 시리즈에서 음식은 단순히 체력을 회복하는 소비 아이템이나 서사의 배경 소재에 머물지 않는다. 특히 최근작인 <용7>과 <용8>에서는 정규 캐릭터의 전용기와 극기, 그리고 게스트 캐릭터의 ‘딜리버리 헬프’를 통해 음식이 전투 연출의 핵심 소재로 활용된다. 일반적인 음식 콘텐츠가 이미지나 텍스트를 통해 완성된 음식을 제시하는 데 그친다면, 딜리버리 헬프는 음식의 조리 과정을 영상으로 재현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는 음식이 지닌 문화적 함의를 보다 적극적으로 시각화하는 장치로 이해할 수 있다.


야키니쿠는 익혀 먹는 음식이지만 손님에게는 생고기의 상태로 제공되며, 특히 소고기는 날것에 가까울수록 신선하고 품질이 좋은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용과 같이》의 야키니쿠 역시 이러한 특징을 반영한다. 예컨대 한래의 메뉴 설명은 “안창살: 소의 횡격막에 해당하는 고기”, “우설: 소의 혀를 얇게 썬 것”과 같이 조리법보다는 재료의 부위와 생물학적 정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즉 음식이 완성된 요리라기보다 해체된 동물의 신체 일부로 제시된다는 점에서 ‘날 것’의 특징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루시 롱이 지적하였듯 이국의 음식은 친숙함과 낯섦 사이에 위치하며, 그 낯섦은 맛의 문제를 넘어 ‘먹을 수 있는가 없는가’라는 터부의 영역과도 연결된다[18]. 《용과 같이》 시리즈에 재현된 (재일)한식 역시 이러한 경계 위에 놓여 있다.

     


가면살인마 붓처즈 쇼: 여전히 익히지 않은 날 것으로 남아있는 한식


K-컬처의 영향으로 (재일)한국인과 한식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대거 등장하는 <용7>에서도 한식을 ‘날 것’의 이미지와 연결하여 재현하는 경향은 유효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리아타운의 정육점 후계자인 지에이이다. 그는 코리아타운의 공터에서 하키 마스크를 쓴 채 칼을 휘두르는 모습 때문에 사람들에게 “가면 살인마”로 오해받는다. 가업을 잇기 위한 연습으로 오해가 해소되지만, 그는 딜리버리 헬프에서 여전히 “가면살인마”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서브스토리 26. <가면살인마>). 정육과 해체, 그리고 날고기라는 이미지가 결합하여 형성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가면살인마의 붓처즈 쇼”라는 스킬 연출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장면에서 지에이는 고기를 익히거나 조리하지 않는다. 대신 칼로 재료를 절단하고 해체하는 과정이 전면에 제시되며, 화면은 온통 붉은색의 선혈로 가득하다. 완성된 음식 접시(문명)가 아닌 손바닥(야생) 위에 올려진 생고기의 형태로 제시된다. 또한 스킬 설명은 조리법이 아니라 “소름 끼치는 해체 작업”(딜리버리 헬프 내 “Skill help” 설명 중)을 강조하고 있다. 즉 음식은 완성된 요리라기보다 해체된 동물의 몸으로 제시되며, ‘익힌 것’보다 ‘날 것’의 이미지가 전면화된다.


* 가면 살인마 지에이의 붓처즈 쇼: 적색, 육식, 생식의 이미지로 드러난다

이러한 연출은 일본인 시라카와 키요에의 “마돈나의 무료 급식”이나 중국인 쵸우의 “인간 중화볶음의 극”과 비교할 때 더욱 분명해진다. 먼저 시라카와의 “마돈나의 무료 급식”은 시라카와(白川)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듯 흰색의 포근한 니트를 입은 인물이 무와 두부 등 흰색 식재료를 손질하고, 이를 물에 끓여 익힘으로써 음식을 완성하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완성된 음식 역시 흰색 그릇에 담긴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는 고깃국”이며, 시라카와는 이를 두 손으로 공손히 건넨다. 조리 과정과 결과물 모두가 따뜻함과 안정감, 그리고 ‘익힘’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 시라카와 키요에가 만든 마돈나의 무료 급식. 백색, 채식, 화식(火食)의 이미지로 드러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색채 구성이 한국과 일본의 대표 음식이 상징하는 이미지와도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을 대표하는 민족음식이 붉은 김치라면 일본은 하얀 쌀밥이 이를 대신한다. 실제로 《용과 같이》 시리즈에서 재현되는 한식 역시 붉은색을 중심으로 시각화된다. 지에이의 붓처즈쇼가 선혈을 연상시키는 붉은 육즙과 생고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김치와 육개장 등 주요 한식 메뉴 역시 붉은 색채를 공유한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즉 게임은 일본의 음식을 흰색과 따뜻함, 익힌 것의 이미지로, (재일)한국의 한식을 붉은색과 강렬함, 날 것의 이미지로 대비시키고 있는 셈이다.


중국 음식과의 비교에서는 차이가 더욱 분명해진다. 쵸우가 구사하는 “인간 중화볶음의 극”은 중화풍 화구와 웍을 사용하여 재료를 볶고 가열하는 과정이 전면에 제시되며, “중화요리는 화력이 생명”, “소금을 적당량”과 같은 대사를 통해 조리 행위 자체를 강조한다. 물론 적을 웍으로 볶아내는 과장된 연출은 공격적이고 폭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장은 야쿠자를 주인공으로 삼는 성인 등급의 게임 특성상 파워와 웃음을 전달하는 연출 장치로 기능한다. 중요한 점은 쵸우의 기술이 재료를 가열하고 조리하는 ‘익힘’의 과정을 명확하게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반면 (재일)한식은 조리의 결과보다 절단과 해체, 그리고 생고기의 상태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재현된다. 즉 일본 음식이 흰색과 따뜻함을 통해 ‘익힌 것’의 이미지를, 중국 음식이 화력과 조리를 통해 ‘익힌 것’의 과정을 강조한다면, (재일)한식은 여전히 절단과 날고기의 이미지를 통해 ‘날 것’에 가까운 위치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용7> 이후의 작품들에서는 이러한 경향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본격 한식당 “어머니의 약속”의 한식 구성과 전달 방식이다. 메뉴 삼겹살은 생고기를 굽는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야키니쿠처럼 짐승의 생물학적 정보를 중심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상추와 홍고추로 장식된 완성된 음식의 사진과 함께 “얇게 썬 돼지고기 삼겹살을 바삭하게 구워 여러 재료와 함께 싸서 먹는다”처럼 조리 방법과 먹는 방식이 함께 제시된다. 불고기와 닭갈비 역시 양념과 조리 과정을 강조하며, 한식을 ‘날 것’이 아닌 ‘익힌 것’으로 재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한국 문화의 위상 변화와 더불어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와 주변부 인물을 조명해 온 시리즈의 방향성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미약하지만, 《용과 같이》 속 한식은 점차 ‘날 것’에서 ‘익힌 것’으로 이동하며 문화적 가공과 조리의 이미지를 획득하고 있다.

     


5. 곱창과 김치, 버려진 것의 부활

     

한편 게임 내에서 줄곧 (재일)한국인과 직결되던 메뉴였던 곱창은 레비스트로스의 도식 안에서도 예외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그것은 단순한 ‘익힌 것’이 아니라 ‘태운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사에지마: 그 곱창이랑 똑같다. 내도 니도. 고기는 너무 바싹 구우면 딱딱해져가 먹질 못하지. 그런데 곱창은 다르데이. 바싹 타야지 가치가 있거든. 태우고 태우고 시커멓게 될 때까지 태워가 기름을 쫙 빼야 맛있는기라. 아무리 쫙 빼입고 좋은 생활을 해도 어차피 야쿠자- 태생이, 좋은 고기와는 다른기라.

마지마  : 우리는 곱창 같은 쓰레기라 이거가?

사에지마: 맞다. 그러니까 우리는 좀 더 타야 하는 기다. 덜 탄 곱창은 그냥 쓰레기니까. 쓰레기는 태우고 또 태워서 시커매져야 비로소 의미가 있는 기다[19].

     

* 마지마와 사에지마의 대화: 곱창으로 비유되는, 버려진 것의 부활

 <용5>에서 사에지마는 수감 전 한래에서 마지마와 마지막 식사를 하며 “곱창은 바싹 태워야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일반적인 고기가 지나치게 익으면 먹을 수 없게 되는 반면, 곱창은 오히려 불에 태워질수록 맛을 획득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곱창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주인공들의 삶을 비유하는 상징으로 기능한다. “뒷세계”로 표현되는 사회의 이면에 있는 주인공들은 끊임없는 시련과 단련을 통해 자신을 ‘태우며’ 살아간다. 태운 것은 일반적으로는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것이지만, 그것은 형태가 불에 태워지는 소멸을 거치고 불사와 정화의 힘을 갖고 재생한다. 키류ㆍ사에지마ㆍ카스가 등의 주인공은 사회에서 배척당하는 범죄조직 출신 인물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누구보다 불의에 저항하며 자신을 던져 약자를 돕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버려진 것”을 의미하던 곱창이 불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획득하듯, 이들 역시 고난을 통과함으로써 비로소 자신의 존재 의미를 증명한다.


이러한 특징은 김치와도 연결된다. 레비스트로스의 분류에 따르면 김치는 ‘썩은 것’에 해당한다. 물론 여기서의 썩음은 단순한 부패가 아니라 발효라는 문화적 기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획득한 상태를 의미한다. 김치는 본래 채소를 장기간 보존하기 위한 저장 음식으로 발전하였지만, 오늘날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즉 김치는 자연적 변형의 결과물이면서도 동시에 인간의 문화적 개입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곱창이 ‘태움을 통해 재생된 음식’이라면, 김치는 ‘발효를 통해 재생된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용과 같이》 시리즈에 재현된 한식은 레비스트로스의 ‘날 것–익힌 것–썩은 것’이라는 도식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야키니쿠는 날 것에 가까운 음식으로, 냉면과 육개장은 익힌 음식으로, 김치는 썩은 음식으로 배치된다. 여기에 곱창은 ‘태운 것’이라는 예외적 범주를 형성하며 독자적인 의미를 획득한다. 특히 곱창과 김치는 각각 태움과 발효를 통해 새로운 가치로 거듭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이는 단순한 조리 방식의 차이를 넘어, 주변부와 배제의 경험을 새로운 정체성과 가치로 전환해 온 한국과 (재일)한국인의 역사적 경험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읽을 수 있다.

     

     

6. 마무리

     

《용과 같이》에 재연된 한식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한국과 (재일)한국인의 역사와 기억을 담아내는 문화적 표상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야키니쿠는 재일한국인의 노동과 생존의 역사를, 김치는 한국 사회가 공유하는 문화적 상상력을, 곱창과 김치는 버려진 것의 재생이라는 서사를 각각 담고 있었다. 특히 레비스트로스의 도식을 통해 살펴본 결과, 게임 속 한식은 날 것과 익힌 것, 태운 것과 썩은 것 사이를 오가며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문화적 의미를 생산하는 상징 체계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용과 같이》가 재현하는 한식의 풍경은 음식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한국과 (재일)한국인을 둘러싼 기억과 문화적 번역의 풍경이다. 플레이어가 한래에서 고기를 굽고, 코리아타운에서 김치를 사고, 어머니의 약속에서 삼계탕을 먹는 순간, 그 음식들은 더 이상 체력을 회복하는 아이템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한국을 상상하는 방식이자, 일본 사회 속에서 (재일)한국인이 만들어 온 삶과 기억의 풍경이 된다.




[1] 루시 M. 롱, 「음식관광」, 옥스퍼드 음식의 역사: 27개 주제로 보는 음식 연구, 김병순 옮김, 따비, 2020, 631면.
[2] Boniface, Priscilla, Tasting Tourism: Travelling for Food and Drink, Routledge, 2003.
[3] Long, Lucy M., 「Culinary Tourism: A Folkloristic Perspective on Eating and Otherness」, Southern Folklore 55(3), University Press of Kentucky, 1998, pp.181-204.
[4] 이 글에서 ‘한식당’은 본격 한식 전문점부터 메뉴 중 한식을 취급하는 곳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명칭으로 사용한다.
[5] <용2> 11장 철의 규칙 중
[6] 뒤에 점포는 있지만 게임 내 물품 구매는 허름한 매대에서 이루어진다.
[7] 신재경, 「재일동포 그들은 누구인가: 한국 불고기가 일본 인기요리 ‘야키니쿠’ 된 사연」, 제주의소리, 2011.06.07.
[8] 이시재, 「근대일본의 ‘화양절충’ 요리의 형성에 나타난 문화 변용」, 아시아리뷰󰡕 5(1),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2015, 47면.
[9] 이붕언, 재일동포 1세, 기억의 저편: 사진으로 기록한 재일동포 1세들의 마지막 초상, 윤상인 옮김, 동아시아, 2009: 이기원, 「[책 속으로 떠난 역사 여행 38] 일식 ‘호르몬야키’에 담긴 슬픈 역사」, 오마이뉴스, 2009.04.24. 재인용.
[10] Rachelle H. Saltzman, “Rites of Intensification: Eating and Ethnicity in the Catskills”, Southern Folklore, 55(3), 1998, pp.205-223.
[11] CHO, Hong Sik, 「Food and Nationalism: Kimchi and Korean National Identity」, The Korean Journal of International Studies󰡕 4-1, 2006, pp.207-229. Published online December 31, 2006.
[12] 한경구, 「어떤 음식은 생각하기에 좋다: 김치와 한국민족성의 정수」, 한국문화인류학󰡕 26, 한국문화인류학회, 1994, 51-68면; 한경구, 「The Anthropology of the Discourse on the Koreanness of Koreans」, Korea Journal 43(1), 한국학중앙연구원, 2003.
[13] 이미나, 「“얼마나 맵길래…” 외신기자 불닭볶음면 시식 ‘홍보효과 톡톡’」, 한국경제, 2024.06.24.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62473417, 검색일: 2024.1.10.>
[14] “일본인이 믿으면 안 되는 한국인의 말 1위”, 루리웹, 2022.2.21. <https://m.ruliweb.com/community/board/300781/read/55991578?, 검색일: 2024.1.10.>; 「“매운 거 잘 먹어…술 잘 마셔” 일본인이 한국서 하면 안 되는 말」, 세계일보󰡕, 2018.1.3. <https://www.segye.com/newsView/20180103003068, 검색일: 2024.1.10.>
[15] <용7> 서브스토리 “김치는 아주 매운 게 최고(そのキムチ、激辛につき)” 중
[16] 전파는 19세기 인종주의와 제국주의의 진화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된 개념으로 이미 인류학계에서 폐기되었다. 오히려 인류의 이동과 음식의 역사에서는 서로 다른 공동체의 접촉과정에서 발생하는 음식의 문화적 ‘동화와 변용’이 더 주요할 것이다. - 주영하, 「감수의 글」 중, 제프리 M. 필쳐 엮음, 옥스퍼드 음식의 역사: 27개 주제로 보는 음식 연구, 김병순 옮김, 따비, 2020.
[17] 루시 M. 롱, 「음식관광」, 옥스퍼드 음식의 역사: 27개 주제로 보는 음식 연구󰡕, 김병순 옮김, 따비, 2020, 652면.
[18] Long, Lucy M.(1998), op. cit.
[19] <용5>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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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오래도록 학생으로 살았고, 《메이플스토리》에서는 신궁으로 살았다. 서버 직업 랭킹 2위를 달성했지만 이력서에 기재한 바는 없다. 눈과 손은 예전 같지 않아도 근성으로 버티며 플레이 중이다. 구비문학 연구자로서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 설화와 신화에서부터 현대 게임의 서사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이야기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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