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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는 최소로, 이해랑 오해는 풍부할 수 있도록 – 게임 번역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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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6. 4. 10.

모든 번역은 어렵다. 아무리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해 다른 언어를 대하는 부담이 줄어든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그렇다. 번역은 글자의 뜻을 그대로 옮기는 것만이 아니라 그 뜻의 주위와 너머를 두루 살펴 옮기려는 언어에 알맞은 자리를 만드는 것까지 포함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고스러운 일이기에 번역은 원래(그래서 앞으로도) 어렵다. 번역가 홍한별은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에서 번역의 수고로움을 “이쪽을 붙들면 저쪽을 놓치고, 저쪽을 잡으면 이쪽이 사라지는 단어를, 의미를 고정하는 순간 무수한 틈이 생겨버리는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고 짚는다[1]. ‘번역의 투명함’을 통해 번역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번역은 투명해야 한다는데, 마치 우리말로 쓰인 것처럼 잘 읽히는 것도 투명한 번역이고, 매끄럽지 않더라도 번역된 표현임이 명확하게 드러나서 번역 너머의 원문을 들여다보게 하는 것도 투명한 번역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생각해보면, ‘발 번역’이나 ‘초월 번역’이라고 하는 표현은 되도록 신중하게 쓰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번역의 ‘어떤’ 투명함을 선택하느냐는 번역가에게도 그러하겠지만 선호라는 측면에서 수용자에게도 상관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게임 번역’에 대해 회자되는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가 있다. ‘왈도체’로 불리는 〈마이트 앤 매직 6〉(Might and Magic Ⅵ)의 “힘세고 강한 아침”이나, 〈어쌔신 크리드 3〉(Assassin’S Creed Ⅲ)의 “불이야!”가 오역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사례라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의 아이템 ‘서리한’(frostmourne)이나 〈오버 워치〉의 캐릭터 ‘맥크리’의 대사 “석양이 진다”는 좋은 번역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사례다[2]. 오역은 분명 문제다. 몰입을 방해할 수 있고 원문의 본래 의도를 오해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게임에서 세계관에 적극 뛰어드는 걸 방해하거나 엉뚱한 플레이를 하게 만들어 게임 플레이 경험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힘세고 강한 아침”이나 “불이야!”를 앞서 언급한 ‘번역의 투명함’에 비추어 보거나 번역의 좋고나쁨을 이야기하는 사례로 다루기엔 아쉽다. 두 사례 모두 번역가의 고민과 선택을 거친 의도된 결과라기보다는 제한적인 작업 환경으로 인해 빚어진 사고에 가깝다는 것이 공식·비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을 감안한다면, 검수 절차가 충분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해프닝으로 양해하면 더 좋을 일이기 때문이다[3].


그보다 이 사례들을 게이머들 간의 게임 플레이 경험 공유와 표현의 맥락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주로 원문의 의미를 제대로 담지 못한 번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 게임 몰입을 방해받았다는 ― 표현이 주를 이루지만, 넓은 범위에서 이 불만 토로는 게임에서 공통된 경험을 했다는 동질감을 확인하고, 나아가 게임에 대한 정보와 의견을 공유하고 개진하는 유희와 교류 행위로 확장된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게임 번역 관련 게시물을 대상으로 게임 번역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응을 분석한 김홍균과 김순영[4]은 플레이와 스토리 이해에 필요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때, 오탈자, 맞춤법 오류, 번역어 불일치 등 번역문의 전반적인 완성도가 낮을 때 게이머들이 게임 번역에 불만을 느꼈으며, 상대적으로 우리말에 원문 그대로 옮길 표현이 마땅치 않아 의역을 하거나, 원문에는 없지만 게임 플레이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추가로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반응했음을 제시했다. 번역에 대한 문제 제기나 호응은 게임 제작자 측에 피드백으로 작용해서 오류를 정정하거나 게임의 요소로 반영되어 활용되기도 한다[5].


앞서 언급한 ‘번역의 투명함’에 비추어 볼 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게임 플레이를 돕는 번역은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읽히는 전자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게임에서 매끄럽지 않아 원문을 보이게 하는 후자의 투명함은 무엇일까. (비판 혹은 비난을 감수하고)원문의 문화적 맥락에만 충실하게 번역해 해석의 제한이나 오류가 발생할 여지를 두는 것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번역의 투명함이 꼭 옮겨진 결과로만 비춰질까? 매끄럽지 않아 원문을 보이게 하는 투명함이 옮겨지는 과정에서 발휘될 수는 없는 걸까?


게임 번역 팀 ‘팀 왈도’(Team Waldo)의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Dragon Age: Inquisition) 번역 작업을 참여관찰하고 번역 프로젝트 참가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저 게임 번역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연구한 박수진[6]과 번역 프로젝트 참가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스타필드〉(Starfield) 번역 작업을 주요 사례로 팀 왈도의 번역 작업을 연구한 이현표[7]는 게임 번역 작업에서 번역의 투명함이 드러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두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는 팀 왈도 게임 번역 작업의 특징은 자발적인 참여, 참여자들 간의 토론과 투표를 통해 최적의 번역어를 찾고 이를 작업에 반역하는 협업, 번역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 수집과 반영이다.


번역의 투명함은 최적의 번역어를 찾는 협업 과정에서 주로 발휘된다. 게임에서 반복적으로 다루어지거나 플레이 경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단어나 표현에 대해 자율적으로 논의하고 필요에 따라 투표로 결정해 작업에 적용한다. 시간을 들여 절차를 이어가는 과정이기에 이는 분명 수고로운 작업이다[8]. 이 작업에서 투명함을 발휘되게 하는 것은 번역을 활용해 게임을 플레이할 다른 게이머가 자신이 느낀 재미를 잘 경험하기를 바라는 동료의식이다. 두 연구는 번역 프로젝트의 참가자들이 공통적으로 자신이 게임에서 경험한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하기를 바라는 문화 매개자로서의 동기가 크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는 ‘유저 한국어 패치[9]’ 작업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정품으로 구매해 패치를 사용할 것을 독려하고[10], 많은 공을 들였기에 애정이 있을 것임에도 번역 결과물의 유효기간을 게임 제작자 측이 공식적으로 언어를 지원하기 전까지로 두고, 실제로 이를 실천하는 맥락과도 연결된다. 더 나은 게임 생태계를 만들자는 이러한 게이머들의 우정과 환대는 게임의 재미와 경험을 옮겨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보다 잘 경험하도록 이끌고 밀어준다.


게임 플레이를 돕는 정확한 정보 전달을 추구하고, 번역에 대한 평가를 게임 플레이의 일환으로 다루며, 주관적인 만족이 주된 보상일지라도 수고로운 번역 작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모두 게임을 잘 경험하도록 돕는 일이다. 이것을 게임 번역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는 없다. ‘미국 드라마’ 열풍을 이끌었던 미드족[11]의 자막 제작은 게임 팬 번역과 유사하게 이루어졌고, 출판 분야에서 산업과 문화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번역에 대한 토론과 시도 역시 작품을 잘 경험하는 것에 연관된다. 오히려 다른 매체와 비교해 게임 번역이 갖는 차이는 번역이 닿지 않는 영역이 분명하게 있다는 점이다.


게임 번역은 게임의 세계관과 게임에서 해야 하는 역할을 이해하고 파악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그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부딪칠지는 게이머의 선택에 달려있다. 게이머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게이머는 제작자의 제안 또는 요구를 수행하거나 거부한다. 그리고 게임에 대한 게이머의 이해와 오해 모두 게임을 플레이한 경험으로서 받아들여진다. 이를 고려하면 게임 번역은 제작자와 수용자의 의도가 조응하거나 충돌하는 과정이 잘 이루어지도록 하는 토대이기도 하다. 하여 게임 번역은 ‘이쪽을 잡으면 저쪽이 사라지는’, ‘고정하면 틈이 생기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는 딜레마는 동일해도 그 너머에 대한 기약의 범위가 넓다. “힘 세고 강한 아침”과 “불이야!”가 플레이를 방해할 수 있지만(강조하지만 오역은 문제다 분명히), 게임에서 정의와 자유, 현실과 환상을 마주하며 경험하고 고민하는 경험은 게이머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비어있는/쓰이지 않은/채워지게 될 경험이 더욱 다양하게 이야기될수록 게임 번역이 더 나아질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이 기약을 여백이라고 불러야 할까 희망이라고 불러야 할까 아님 다르게 불러야 할까.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이 더욱 더 많아질수록 무어라 부를지도 점차 선명해질 것이다[12].




[1] 홍한별,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위고, 2025년.
[2] 게임에서 번역이 헤아리는 자리에 대한 기초적인 논의는 이경혁(2018)의 “게임 번역, 왈도체와 단순 현지화를 넘어서”를 참조. https://www.newstopkorea.com/news/articleView.html?idxno=713
[3] 게임 번역 전문가들은 좋은 번역이 이루어지려면 충분한 일정이나 절차 못지 않게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거나 개발진과의 충분한 의사소통 등 게임에 대한 정보에 더 많이 접근하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두 인터뷰를 참조. “어쩌다 ‘발번역’이 나오는 걸까?” https://www.inven.co.kr/webzine/news/?news=283861 , “라이엇게임즈 현지화 팀이 말하는 ‘좋은 번역’이란?” https://www.gameinsigh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220
[4] 김홍균·김순영(2023). “국내 게임 이용자들의 게임 번역 평가 사례 연구—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게시된 게임 번역 관련 이용자 게시글을 사례로.” 『번역학연구』 24(4), 91-128.
[5] 〈하스스톤〉(Hearthstone)의 캐릭터 ‘데스윙’의 대사 “나는 힘 그 자체다”를 “나는 임금 잡채다”로 들었다는 디시인사이드 하스스톤 갤러리의 글(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hearthstone&no=827575) 화제가 되었고, 게임 제작사인 블리자드는 게임 내 업적을 새로 추가하면서 ‘임금 잡채’를 업적 이름으로 사용했다.
[6] 박수진(2021). “게임 팬 번역가들은 어떻게 번역하는가? -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Dragon Age: Inquisition)’의 현지화 사례를 통해 -.” 『한국게임학회 논문지』 21(5), 115-132.
[7] 이현표(2025). “디지털 환경에서의 게임 유저 번역과 수용 : 팀 왈도 사례 연구.” 『통역과 번역』 27(1), 131-160.
[8] 번역어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을 때 토론 과정에서 해당 텍스트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처럼 이 과정에서 번역 작업 참여자들의 이해도 깊어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맥락들이 기록되고 공유된다면 거기서 출발하는 이야기들도 많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9] 게임에서 한국어로 번역되는 작업을 주로 ‘한글화’로 팬 번역 작업의 결과물을 ‘유저 한글 패치’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번역은 문자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옮기는 것이므로 ‘한국어화’가 바른 표현이다. 이를 적용하면 ‘한글판’, ‘유저 한글 패치’ 대신 ‘한국어판’, ‘유저 한국어 패치’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2010년, 한국 게임 잡지 《게이머즈》의 조기현 기자가 바로잡기를 제안한 이래 더디지만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https://x.com/kinophio/status/15316181741?s=46
[10] ‘유저 한국어 패치’는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 게임을 더 많은 게이머들이 플레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특히 스팀을 중심으로 인디 게임이 많이 알려지는 기회가 되었다. 패치를 배포하는 게이머들은 정품 게임을 구매해서 패치를 활용할 것을 적극 강조했고, 실질적으로 한국어로 플레이할 수 있는 인디 게임의 판매량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져 세계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한국 게임 시장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도록 도왔다. https://www.thisisgame.com/articles/73396
[11] 미드 동호회 ‘자막팀’이 자막을 제작하는 협업 방식은 게임 번역 작업과 큰틀에서 유사하다. 특히 더 나은 번역을 위해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자발적으로 맡는 호혜적 참여를 주목할 만하다. https://www.hani.co.kr/arti/culture/entertainment/196544.html
[12] 게임을 포함해 한국어로 제작된 문화콘텐츠가 외국어로 옮겨지는 사례가 늘면서 그동안 다른 언어를 한국어로 옮기면서 고민했던 번역의 투명함을 반대 방향으로 살피는 기회도 많아질 것이다. 이에 대한 성찰과 토론이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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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 〈게이머즈〉를 비롯한 여러 게임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했다. 저서로 〈게임과 문화연구〉(공저), 〈한국 게임의 역사〉(공저)가 있다.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에서 게임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게임이 삶의 수많은 순간을 어루만지는, 우리와 동행하는 문화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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