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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장심사평 - 아는 게임을 낯설게 하는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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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6. 10. 10.

제5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에는 모두 123편의 글이 접수되었다. 이 많은 글들을 읽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지금 게임을 둘러싸고 어떤 이야기들이 논의되고 /혹은 논의 될 수 있는가’를 한꺼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오래된 게임을 자신의 기억 속에서 다시 꺼내온 글도 있었고, 여러 게임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 글도 있었으며, 철학과 미학의 언어로 게임의 경험을 구성하는 글도 있었다. 무엇보다 게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할 이야기를 갖고 있다는 자체가 반가운 일이다.


게임을 많이 알고 있는 것과 게임에 대한 좋은 글을 쓰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다. 또한 잘 쓴 글과 오래 마음에 남는 글 역시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이번 심사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간 것은 게임의 개인적 경험이 어떻게 글로 구성되는지, 무엇이 새롭게 발견되는지, 그리고 이것이 게이머와 게임을 둘러싼 많은 이들에게 어떻게 와 닿을 것인지에 대해 숙고했기 때문이었다. 심사위원들은 또한 글의 형식적 완성도, 독창성, 게임의 경험과 매체성에 대한 저자의 고민을 중요하게 고려하며 수상작을 선택했다.



최종적으로 선정한 작품은 세 편이다.


「시야 바깥에 거주하는 법: 〈스타크래프트〉의 단축키가 분할한 감각」은 심사 과정에서 비교적 고르게 좋은 평가를 받은 글이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이 글이 〈스타크래프트〉에 대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글이 주목하는 것은 화면이 아니라 화면을 바라보는 눈이고, 더 정확히 말하면 화면을 바라보면서 동시에 화면 바깥을 감각하는 플레이어의 몸이다.


오랫동안 게임을 한 사람에게는 자신도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들이 몸에 남는다. 어떤 키를 생각하지 않고 누르고, 보이지 않는 장소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고, 손이 움직이는 동안 눈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한다. 이 글은 너무 익숙해서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었던 그 감각을 붙잡는다. 그래서 〈스타크래프트〉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게이머의 경험을 보여주면서도, 오래 플레이했던 사람에게는 자신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미처 언어화하지 못했던 경험을 되돌려준다.


「왜 우리는 운게를 즐길 수 있는가? — '운빨겜'의 쾌락에 대하여」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흥미로운 글이었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실력보다 우연에 크게 좌우되는 게임을 '운빨겜'이라고 부른다. 대개 좋은 의미는 아니다. 그런데 이 글은 그렇다면 왜 우리는 그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는가라는 단순하지만 재미있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글에는 철학적 개념들이 등장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그것이 필자의 플레이 경험과 만나는 방식이다. 게임을 설명하기 위해 개념을 가져왔다기보다 자신이 게임에서 경험했던 쾌락을 이해하기 위해 적절한 언어를 찾아가는 것에 가깝다. 그래서 읽고 나면 '운빨겜'이라는 익숙하고 다소 가벼운 표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가 반드시 잘해서도,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어서도 아니라는 것이다.


「악마를 속이는 군주: 〈소버린 타워〉와 완벽주의의 실패」는 읽는 재미가 있는 글이었다. 문제의식이 완전히 낯선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경험과 게임의 메커니즘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그것을 끝까지 하나의 이야기로 끌고 가는 힘이 있었다. 특히 게임에서의 선택과 실패를 완벽주의라는 문제와 연결하면서도 그것을 거창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역설적 강박성'이라는 문제를 조금 더 밀어붙였다면 훨씬 흥미로운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수상작으로 선정한 것은 한 편의 글을 만들어내는 필자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게임에서 자신만의 문제를 찾아내고, 그것을 다른 사람이 읽고 싶어 하는 이야기로 만드는 능력은 비평에서 생각보다 중요하다.


이 세 편 뿐만 아니라 마지막까지 오래 논의된 작품들도 있었다. 수상은 하지 못했으나 「(초)현실을 상속하기 — 〈포털〉-〈슈퍼리미널〉-〈뷰파인더〉라는 인용의 계보」도 눈에 띄는 비평이었다. 세 게임을 하나의 계보 안에 놓으려는 시도는 상당히 대담했고, 실제로 이 지점 때문에 심사위원들의 평가도 크게 엇갈렸다. 서로 다른 작품들 사이에서 닮은 점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하나의 흐름으로 읽어내려 했다는 점은 분명 흥미로웠다. 조금 더 설득되었으면 좋았을 부분과 조금 덜어냈으면 좋았을 부분이 동시에 있었지만, 수상 여부와 별개로 이번 공모전에서 기억할 만한 시도였다.


이외에도 마지막까지 논의된 글들이 적지 않았다. 예상하지 못했던 두 게임을 함께 놓음으로써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낸 글도 있었고, 게임비평에서 자주 다루지 않았던 소재를 끌어온 글도 있었다. 완성도에서는 조금씩 아쉬움이 있었지만, 무엇을 쓰느냐 못지않게 무엇을 새롭게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한 글들이었다.


이번 공모전의 글들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은 결국 게임에 대해 쓴다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였다. 게임을 잘 아는 사람은 많아졌고, 게임에 대한 정보 역시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다. 게임의 서사와 시스템을 정리하는 일도 이전보다 훨씬 쉬워졌다. 그렇다면 비평은 그 다음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해왔던 행동을 세분화하며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일 수도 있고, 모두가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게임의 요소에서 이상한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한 게임에서 경험한 실패를 자신의 삶과 연결하는 것일 수도 있고, 전혀 관계없어 보였던 여러 게임을 나란히 놓아보는 것일 수도 있다. 이번에 선정된 세 편의 글은 그런 점에서 모두 달랐다.


좋은 비평이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는 어렵다. 다만 누군가의 글을 읽은 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게임이 조금 낯설어지고, 다시 한번 그 게임을 생각하거나 플레이해보고 싶어진다면, 그 글은 이미 꽤 많은 일을 해낸 것이 아닐까. 게임 제너레이션 제5회 게임비평공모전에서 만난 글들이 또 다른 게임과 또 다른 글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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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조교수)

덕후 진화론(덕후는 정신적/육체적/기술적으로 진화한다)을 믿는 팬-미디어 연구자.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영상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5년 박사논문〈유동하는 세계에서 거주하는 삶 : 20~30대 여성청년 이주민들의 집의 의미와 장소화 과정〉으로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 학회 학술상, 2016년 〈비인간 캐릭터에 대한 대중의 환상〉으로 한국방송작가협회 한국방송평론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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