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리뷰: 이용률 급락의 구조적 맥락과 데이터가 말하지 않는 것들
28
GG Vol.
26. 2. 10.
1. 게임은 더 이상 국민 여가가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5년 12월 공개한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는 한국 게임문화의 구조적 전환점을 포착했다. 전국 10~69세 국민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게임 이용률은 50.2%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9.7%p, 그리고 2022년 74.4%에서 불과 3년 만에 24.2%p가 감소한 수치이다. 2015년 조사 시작 이래 최저치이자, 과반을 간신히 유지하는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50.2%라는 숫자는 단순한 통계치 하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지난 십수 년간 게임 산업과 담론을 지배해 온 ‘게임의 보편화’라는 신화에 가해진 균열이다. 국민 대부분이 게임을 즐긴다고 자랑해왔던 그간의 조사결과는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이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게임 이용률이 70%대로 상승했다가, 엔데믹 전환 이후 급락세로 반전되었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팬데믹 특수의 종료와 엔데믹 이후의 야외 활동 증가 정도로만 해석하는 것은 본질을 놓치는 일이다. 2019년 이미 65.7%였던 이용률을 감안하면, 현재의 50.2%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훨씬 밑도는 수치다. 즉, 구조적 하락세 위에 팬데믹이라는 일시적 변수가 중첩되었다 사라진 것이며, 팬데믹 이후 드러난 것은 팬데믹 이전부터 있어 왔을, 아니면 최소한 팬데믹과 함께 진행돼 왔을 게임 이용기반의 침식이다.
연령별 격차는 더욱 극명하다. 10대의 이용률은 80.9%로 여전히 높지만, 60대는 23.1%에 불과하다. 이는 게임이 특정 세대의 전유물로 고립되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주목할 점은 10대 이용률 역시 절대 수치는 높지만, 2022년 대비 하락세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10대 인구 자체의 급감과 맞물려, 게임산업의 미래 이용자 풀 자체도 줄어들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손에 쥔 ‘디지털 네이티브’이자 당연한 ‘예비 게이머’로 간주해온 측면이 있지만, 더 이상은 그런 이야기도 쉽게 할 수 없게 되었다.
2. ‘동영상 시청’이라는 대체재의 부상
게임을 떠난 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답은 “동영상 시청으로 갔다”다. 게임 대신 선택한 여가활동의 86.3%가 ‘OTT·영화·TV·애니메이션 시청’이었다. 이 항목이 나타내는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고 중첩적임은 차치하고, 그 수치가 압도적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서·웹툰·웹소설(40.3%)’, ‘운동·스포츠 관람(37.5%)’이 뒤를 이었지만, 그 합조차 ‘OTT·영화·TV·애니메이션 시청’에 미치지 못한다. 디지털 여가를 둘러싼 주의력 경제의 헤게모니가 ‘플레이’에서 다시금 ‘시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응답자가 항목 내 ‘OTT’에 유튜브나 틱톡 같은 숏폼 플랫폼을 포함하거나, ‘영화·TV·애니메이션’을 보고 해당 장르를 재가공한 숏폼 콘텐츠를 함께 떠올렸다면 디지털 여가의 주의력 경제 헤게모니 이동론은 더욱 탄력을 얻는다. (실제 보고서 중반부의 FGI에서 인터뷰이들은 OTT를 비롯한 동영상 시청과 관련해 숏폼을 함께 언급한다.)
이러한 대체재 선택은 우연이 아니다. OTT·영화·TV·애니메이션은 게임과 동일한 ‘스크린 시간’을 두고 경쟁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소비구조를 갖는다. 게임은 능동적 참여와 일정 수준의 몰입을 요구하는 반면, OTT·영화·TV·애니메이션 영상은 (물론 콘텐츠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나) 수동적 시청만으로도 즉각적 만족을 제공한다. 특히 숏폼 콘텐츠까지 확장해 생각하면, 그것들은 15초에서 1분 내외의 짧은 호흡으로도 이용자들의 도파민을 분출시키며, 별도의 진입 장벽이나 학습 곡선 없이도 누구나 바로 소비할 수 있다.
FGI 결과는 이러한 맥락을 생생하게 전한다. 50대 게임 미이용자들은 OTT를 보는 것이 편하며, 게임을 하는 시간이 아깝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20~30대 미이용자 사이에서도 게임은 집중해야 하는데, OTT나 숏폼은 틀어놓기만 하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왔다. 팬데믹 이후 확산된 동영상 시청 문화는 사람들에게 ‘노력 없는 혹은 힘을 들이지 않는’ 휴식의 경험을 각인시켰고, 게임의 능동성은 이제 강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즐거움을 얻기 위해 뒤따르는 피로로도 인식된다.
이는 단순한 선호의 변화가 아니라, 여가 문화의 패러다임 전환을 나타낸다. 과거 게임이 제공했던 도전과 성취의 쾌락은, 알고리즘이 최적화한 무한 스크롤의 수동적 쾌락과의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 특히 비여가시간에 일과 학습에 많은 집중을 해야 하는 직장인과 학생들에게 여가 시간은 ‘재충전’의 시간이지 ‘또 다른 도전’의 시간이 아니다. 게임 미이용 이유 1위가 ‘이용 시간 부족(44.0%)’이지만, 그들은 같은 시간에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이는 절대적 시간 부족이 아니라, 게임에 투자할 ‘심리적 여력’의 부족을 의미한다.
3. 비즈니스 모델의 피로감
게임 이용률 하락의 또 다른 요인은 비즈니스 모델의 피로감이다. 조사에서 게임 미이용 이유 2위는 ‘게임 흥미 감소(36.0%)’였고, ‘게임 이용동기 부족(33.1%)’도 상위권에 올랐다. FGI에서 20~30대 이용자들은 반복적인 과금 구조, 새로운 경험의 부족, 돈을 쓰지 않으면 강해질 수 없는 구조에 대한 피로감을 토로했다.
특히 한국 게임 시장을 지배해 온 확률형 아이템 중심의 모델은 단기 수익 극대화에 큰 도움이 되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신규 이용자의 유입을 막는 장벽으로 기능했다. 시간과 노력 대신 돈을 써야 강해지는(Pay to Win) 구조로의 이행은, 많은 게임 플레이를 취미가 아닌 투자, 심하게는 도박과 유사한 행위로 인식되게끔 만들었다.
2025년 조사에서 게임 내 신규 상품 구매 경험이 있는 이용자는 37.8%에 불과했다. 이는 대다수 이용자가 무과금 혹은 최소 과금으로 게임을 즐기려 함을 뜻하며, 동시에 수익은 소수의 ‘고래 유저’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고착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구조에서 신규 이용자는 과금(특히 고래) 이용자를 위한 들러리 역할로 전락하기 쉽고, 당연히 게임에 진입을 안 하거나 게임을 이탈하는 선택을 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4. 플랫폼 전쟁의 새로운 국면
플랫폼별 이용률 변화는 시장 재편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모바일은 여전히 89.1%로 압도적이지만, 전년 대비 2.6%p 감소했다. PC는 58.1%로 2.9%p 줄었다. 반면, 콘솔은 28.6%로 4.5%p 증가하며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였다. 플레이스테이션 5 프로, 닌텐도 스위치 2 등 현세대 콘솔은 완성도 높은 패키지 게임 중심의 생태계를 구축했고, 이는 모바일의 P2W 피로감에 질린 이용자들에게 유의미한 대안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 보인다. 조사에서 콘솔 게임 이용 이유 1~2위가 각각 ‘이용 환경의 익숙함, 편리 또는 편안함(59.4%)’, ‘플랫폼 독점 콘텐츠/플랫폼 고유 매력(18.7%)’이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는 모바일 게임 이용 이유 1위가 마찬가지로 ‘이용 환경의 익숙함, 편리 또는 편안함’이긴 하나 응답률이 72.0%로 높다는 점, 그리고 ‘플랫폼 독점 콘텐츠/플랫폼 고유 매력’이 7.8%로 3위에 그친다는 점과 대비된다.
국내 게임사들도 이러한 흐름을 감지하고 콘솔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모바일 시장의 성장 둔화가 명확해진 지금, 80조 원 규모의 글로벌 콘솔 시장은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는다. 이에 많은 게임사들이 기존 PC → 모바일게임 중심에서 콘솔로 플랫폼을 확장 중이다. 다만, 콘솔을 중심으로 하되 멀티 플랫폼 형식을 취하는 것도 중요한 흐름 중 하나다. 이는 고품질 그래픽, 사실적 묘사, 액션 손맛 등을 구현하는 데 있어 콘솔이 최적의 플랫폼이고, 바로 그러한 점이 게임 개발 및 출시과정에 반영돼 있음을 의미한다. 거기에다 멀티 플랫포밍 전략은 최근 글로벌 게임 비즈니스의 추세이기도 하다.
모바일 시장 자체의 변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SensorTower)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한국 모바일게임 다운로드 수는 약 2억 1천만 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다(유예나, 2026). 다운로드 감소는 신규 유입 둔화를 의미하며, 이는 시장이 성숙을 넘어 포화 단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시장이 포화 단계에 접어들면 소수의 검증된 타이틀에 이용자가 집중되고, 신작의 성공 확률은 급격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5. 잃어버린 10대
조사에서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10대 게임 이용률의 질적 변화다. 10대 이용률은 80.9%로 여전히 높지만, 절대 인구수가 급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2년 0.78명, 2023년 0.72명, 2024년 0.7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며, 2020년부터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되었다. 이는 현재 10대 인구가 향후 10년 간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임을 가리킨다. 게임 이용률이 유지되더라도, 모집단 자체가 줄어들면 절대적인 이용자 수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10대의 여가시간 자체가 감소하고 있으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남은 여가 시간마저 동영상 이용에 잠식당하고 있다.
학부모 세대의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여전하다. 조사에서 게임 이용에 부정적인 주변 사람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40.1%였으며, 특히 ‘조/부모님(20.6%)’, ‘친구/연인/배우자(14.8%)’가 주를 이뤘다. 그런 중에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예방 및 해소를 위해 부모 및 자녀가 함께 게임 사업자에게 게임 서비스 시간이나 기간 제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게임시간 선택제’에 대한 인지도는 28.3%에 그쳐,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런 구조적 변화와 긍정적이지 못한 환경이 지속되는 속에서 10대가 게임을 계속 여가로 선택할까? 현재 20~30대가 보여주는 게임 이탈 현상을 고려하면, 전망은 어둡다. 게임 업계와 정부 입장에서 미래 이용자 풀에 대한 고려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6. 게임 문화의 재구성이 필요한 시점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가 보여주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게임의 문화적 위상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임은 더 이상 국민 여가가 아니며, 특정 연령층의 전유물로 축소되고 있다. 동영상 플랫폼이라는 오래된 경쟁자는 게임보다 더 쉽고, 더 빠르게, 더 적은 에너지로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제 소위 게임과 관련된 일에 종사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런 근본적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여가 활동 간의 경쟁은 어떻게 작동하나, 게임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은 무엇인가, 디지털 콘텐츠 소비의 미래는 어디로 향하며 그 안에서 게임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 그래서 결국 지금 우리는 게임을 무엇 때문에 하는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어떻게 내려가야 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게임을 돈을 쓰는 곳이 아니라 경험을 얻는 곳으로, 시간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즐기는 것으로,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덜 쉽지만 훨씬 더 의미 있는 유희를 주는 것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는 부분이다. 이는 게임 메카니즘과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인 혁신,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와 즐거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한다.
50.2%는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 이 수치가 바닥이 되어 반등의 계기가 될지, 아니면 더 깊은 추락의 중간 지점이 될지는 지금의 업계, 정부, 그리고 이용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