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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츄는 나와 함께 잠드는 것이 기대되는 모양입니다....-<포켓몬 GO>와 <포켓몬 슬립>의 현실 침투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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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4. 2. 10.



내 포켓몬이 부르니까 자러 가야지


2023년 7월 처음 출시된 포켓몬 컴퍼니의 새로운 모바일 게임 <포켓몬 슬립Pokémon Sleep>은 출시 2개월 만에 전 세계 누적 수면 시간 10만년을 돌파1)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포켓몬 컴퍼니는 ‘수면 엔터테인먼트’라는 듣도 보도 못한 장르를 내세우며 이 앱이 게임이라고 주장했다. 게임의 방식은 단순하다. 이용자가 자면, 게임은 이용자의 수면패턴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포켓몬을 수집한다. 보다시피 이용자가 재미를 느낄 요소라고는 포켓몬밖에 없다.

 

즉 <포켓몬 슬립>의 흥행은 오로지 ‘포켓몬스터’라는 유명하고 사랑받는 주머니 괴물들의 매력 하나만으로 이루어졌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 세계 엄청난 열풍을 일으킨 <포켓몬 GO>의 목표 또한 오로지 현실 공간을 무대로 다양한 포켓몬을 포획하는 것이었다. 포켓몬스터라는 IP는 성공적으로 게임 이용자에게 재미를 유도하고 두 게임을 ‘게임’이라고 인식시켰다.


일단 게임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자 두 게임은 IP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IP를 통해 흥행에 성공한 게임은 역으로 자신들의 현실과의 접합을 이용해 포켓몬스터 IP의 해상도를 높여갔다. <포켓몬 슬립>을 살펴보자. <포켓몬 슬립>이 이용자 수면 측정의 개연성으로 채택하는 것은 바로 포켓몬의 잠자는 모습 연구다.

    


정해진 시각이 되면 이용자의 파트너 포켓몬은 잠자기 약속을 지키라며 이용자에게 알림을 띄운다. 이용자는 파트너 포켓몬과 함께 잠자리에 든다. 다음날 눈을 뜬 이용자를 맞이하는 것은 자신과 비슷한 수면 습관을 가진 새로운 포켓몬들이다. 이를 반복하며 이용자는 포켓몬을 수집하고 연구하며 성장시킨다. 그 과정에서 이용자는 자연스럽게 매일 밤 포켓몬과 함께 잠들고, 포켓몬과 눈 뜨는 일상을 보내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용자는 게임에게 지시받은 대로 매일 포켓몬이라는 생명체를 ‘연구’하게 된다. 포켓몬 연구자가 된 이용자는 포켓몬이라는 가상의 생명체에 대해 현실의 생명체보다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 포켓몬이라는 형상은 이용자 속에서 점점 구체화되며, 이용자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매개로 그들과 가장 내밀한 일상을 공유하며 ‘현실을 함께 한다’는 감각을 전달받는다. 구체화된 형상과 실재하는 감각이 심상에서 결합하며 포켓몬이라는 가상의 생명체는 현실 공간에서의 존재감을 획득한다. 포켓몬 컴퍼니의 이 같은 전략은 기존 팬들의 애착을 강화하고 모바일의 접근성을 이용해 새 이용자를 유치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이러한 전략은 포켓몬스터가 단순히 거대한 IP일뿐만 아니라 꾸준히 콘텐츠의 무한확장 및 구체화를 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포켓몬 컴퍼니는 대내외적으로 포켓몬이라는 생명체를 구체화시키고 그들과 이용자의 거리를 좁히는 방향으로 IP를 개발해왔다. 대표적인 사례인 <포켓몬 GO>는 그저 일부분이다. 현재 포켓몬 게임은 가장 기본이 되는 콘솔 게임이외에도 모바일 게임, 오프라인 카드게임, 아케이드 게임 등 모든 매체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다. 어딜 가나 보이는 다양한 상품과의 콜라보 ‘굿즈’까지 포함할시 포켓몬은 체감상 비둘기보다도 자주 목격된다. 포켓몬이라는 허구의 생명체는 여러 매개를 통해 지금도 끈질기게 현실을 침범하고 있는 셈이다. 포켓몬스터 게임 시리즈의 가장 최근작인 <포켓몬스터 스칼렛·바이올렛>의 DLC에서는 이용자가 포켓몬을 씻기고, 먹이는 걸 넘어 포켓몬의 몸으로 행동하고 다른 이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포켓몬 슬립>이 게임이냐?


앞선 일련의 전략들은 현실의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AR 게임 <포켓몬 GO>의 엄청난 흥행과 현실의 생활 습관을 관리하는 <포켓몬 슬립>의 약진이라는 특수한 결과를 탄생시켰다. 왜 ‘특수한’ 결과일까? 평소 우리가 보아온 다른 사례들과 비교하면 쉽게 답을 알 수 있다. 이 대대적인 IP 경쟁력 강화 작업은 포켓몬 컴퍼니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가령 <포켓몬 슬립>은 정말 ‘게임’인가? <듀오링고Duolingo>는 ‘게임하듯 재미있게’ 언어를 배우는 언어학습 앱이지만, 아무도 그것을 게임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아무리 녹색 부엉이가 호들갑을 떨어도 <듀오링고>를 재미있기 때문에 시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반면 <포켓몬 슬립>은 <듀오링고>처럼 수면습관 개선이라는 명백히 실용적인 목적을 가지지만 게임으로 여겨진다. 물론 앞서 말했듯 포켓몬의 존재 덕분이다. ‘포켓몬’에 대한 애정이 사람들을 웬 수면측정 앱으로 이끌었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란 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적 요소를 적용하여 흥미를 유발하는 것을 뜻하는 단어다. 이 연로한 단어를 모셔온 이유는 이 단어가 근래에는 더 이상 예전만큼 주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디지털 환경이 인간의 생활을 지배하는 지금, 게임적 메커니즘 또한 인간의 생활 전반에 스며들었다. 사람들은 매일 금융거래 앱에 들어가 출석체크를 하고 포인트를 받으며, 중고거래 앱에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며 자신의 레벨을 올린다. 이것은 달리 말해 이런 세상에서 게임이 ‘게임’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게임적 요소로 치장한 가지각색의 서비스보다 그들이 조금 더 게임 같아야 한다는 뜻이다.


대다수의 게임에게 이것은 고민거리가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게임은 게임적 요소를 통해 이용자를 유혹해야만 하는 실용적인 목적이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떠한 사명감이나 따내야할 사업 예산이 없는 이상 게임에 실용적인 목적을 넣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다. 게임의 본질, 즉 재미에만 충실하면 당연히 게임은 금융거래 앱이나 중고거래 앱보다 재밌고 게임 같다. 그렇지 않은 게임도 물론 일부 있다. 그에 대해선 유감이다. 이런 현실에 반해 포켓몬 컴퍼니는 실용적인 목적을 역으로 자신들의 IP 강화에 이용하였다.

     


게임 이용자는 대개 현실을 바라지 않는다


이번에는 훨씬 최신이지만 마찬가지로 근래 관심이 부쩍 시들어버린 단어를 가져와보겠다. 바로 한때 전 세계인을 3차원 가상공간으로 불러 모았던 메타버스(Metaverse)다. 코로나19를 타고 전 세계로 퍼진 메타버스 열풍은 빠르게 퍼진 만큼 빠르게 식었다. 대면 활동이 제한되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현실의 사회·경제활동이 가능하단 점은 한때 메타버스를 주목해야하는 가장 큰 이유이자 게임과의 차별점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종식되고 현재 남아있는 <로블록스Roblox>나 <제페토ZEPETO> 등의 메타버스 공간을 게임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그들 세계는 현실과 닮아있을지언정 현실 공간과 별개의 규범으로 운영되며, 이용자들은 즐거움을 추구하고, 그들이 즐거운 이유는 그것이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타버스로 통칭되는 게임의 현재 모습은 현실의 사회·경제활동을 수행하는 것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메타버스의 대다수 이용자가 어린 연령대라는 사실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로블록스>의 로우 폴리곤 세상은 빈말로도 현실과 닮았다고 할 수 없다. 이용자들은 현실과 다른 다양한 세계를 넘나들며 체험하고 교류하는 것을 주요 즐거움으로 삼는다. <제페토> 역시 마찬가지다. 언론에 <제페토>는 어쨌든 얼굴인식과 AR 기술을 활용한 메타버스로 소개되지만, <제페토>의 아바타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 더 중요한 사실은 <제페토>를 깊게 즐길수록 아바타가 점점 현실의 모습과 멀어진다는 것이다. 달라진 아바타로 다양한 테마의 배경을 즐기는 것이 <제페토>의 핵심이다. 이 사실은 대부분의 AR 게임이 왜 흥행에 실패하였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즐거움을 원하는 게임 이용자는 대개 현실을 바라지 않는다.

     

반면 포켓몬이 선사하는 이 모든 간접 체험에도 포켓몬은 현실이 아닌 가상의 생명체다. 이용자들은 포켓몬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을 현실에서 보고 싶어 한다. 가상공간에서 굳이 현실의 일을 하는 것은 내키지 않지만, 현실의 일에 가상의 상상력이 끼어드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거의 유일하게 성공한 AR 게임이 <포켓몬 GO>라는 사실은 AR 기술의 한계에도 포켓몬이 그들의 방대한 배경을 통해 이용자들을 감성적으로 매혹하고, 이를 믿어주고 싶은 이용자들이 넘어가준 것에 가깝다. ‘포켓몬’을 가지고 있지 않은 다른 게임이 현실에 발을 들이기 위해서는 현실에 첨가할 매력적인 가상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는 다른 도구를 찾아야만 할 것이다. 보통은 기술력으로 돌파구를 찾고, 그래서 돈이 많이 든다.

     


캐릭터는 좋은데 게임성은 별로?


<포켓몬 슬립>은 강력하게 형성된 IP에 힘입어 성공한 ‘게임’으로 거듭남과 동시에 그 자체로 이용자들이 ‘포켓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모바일 게임의 규모를 무시할 수 없는 현재의 게임 지형에서 포켓몬 컴퍼니의 이러한 노력은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더불어 <포켓몬 슬립>의 사례는 매력적인 캐릭터 IP의 영향력이 단순히 뽑기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 수집 모바일 게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캐릭터 IP는 게임의 한 구성 요소를 넘어 독자적으로 재미와 아우라를 창출할 수 있는 요소로 등극하였다. 독자성을 가진 IP는 결코 베껴지지 않는단 점에서 그것을 보유한 회사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남는다. 점진적으로 애착 관계를 형성한 이용자에게 캐릭터의 존재는 이미 현실이고, 이는 대체 불가능하다.


다만 캐릭터 IP가 게임 안에서 독자적으로 재미를 창출하는 지위에 놓였다는 이야기는 사실임과 동시에 아이러니한 논란을 동반한다. IP는 게임의 중대한 구성 요소로서 애정을 기반으로 한 재미를 담보하지만,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성’이라는 각자 다른 정의를 기준으로 게임을 평가할 때 ‘캐릭터’의 존재는 흔히 논외이기 때문이다. ‘게임성’이라는 모호한 개념은 대개 재미와 비슷한 용도로 사용되지만 캐릭터를 보며 느끼는 재미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실제로 포켓몬스터 게임 시리즈는 신작이 나올 때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 격한 ‘게임성’ 논란을 일으켰다. 같은 시기 같은 장르의 다른 게임에 비해 질 낮은 그래픽과 각종 버그 등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지적 또한 매 게임 시리즈마다 있어왔다. <포켓몬스터 스칼렛·바이올렛> 출시 초기에는 게임이 불가능할 정도의 다양한 버그가 문제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용자들이 게임을 할 때 이 모든 요소는 종합적으로 고려되므로, 이런 식의 분리는 무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당연하게도 게임의 모든 요소는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미비한 기술력이나 불합리한 시스템은 게임 진행 및 몰입을 방해해 시리즈 자체의 호감을 하락시키며, 그것은 IP도 마찬가지다. ‘게임성’이라는 합의되지 않은 정의를 합의하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이미 이용자들의 게임 선택 기준에는 IP를 포함한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포켓몬은 왜 우리의 수면을 책임지려 하나?


왜 포켓몬 컴퍼니는 ‘수면 엔터테인먼트’라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의 조합으로 우리의 수면 습관을 관리하고 싶어 하며, 왜 이 수면 측정 앱은 흥행에 성공했는가? ‘포켓몬’이라는 가상의 아이콘은 이용자가 키, 몸무게, 습성, 성격, 먹이와 서식지를 넘어 잠자는 모습까지 연구하게 만들며 구체화된 형상으로 머릿속에 안착하는 것에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들은 점차 거리를 좁히며 치밀하게 이용자의 현실 공간에 침투해 일상 속에 자리 잡았다. 포켓몬에 대한 애정이 게임을 플레이하게 만들고, 게임 플레이는 다시금 이용자의 애정을 강화시켰다. 게임에서 흔히 ‘현실’이라는 요소가 가상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과 정반대되는 구조를 통해 <포켓몬 슬립>이라는 독특한 ‘게임’은 목표를 달성했다.


이것은 현재 게임에서 IP라는 요소가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인 재미를 달성할 수 있는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동시에 이는 오랜 기간 축적된 IP가 어디까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무엇까지 할 수 있을지 질문하게 만든다. 확실한 것은, 포켓몬은 앞으로도 이용자들의 일상을 서슴없이 침략하고 더욱 친근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1) 디스이즈게임, 2023.10.20., 수면 게임 ‘포켓몬 슬립’ 전 세계 누적 수면 시간 10만 년 돌파, https://www.thisisgame.com/webzine/game/nboard/225/?n=179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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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현대문학과 문화를 공부 중입니다. 글과 함께한 만큼 게임과 늘 함께 해왔습니다. 별별 게임 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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