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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서지는 몸, 나뒹구는 몸 - <스케이트 스토리>와 퀴어한 실패의 미학

    “You Died.” 프롬 소프트웨어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한 번 이상은 보게 되는 문구다.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사망에 다다르면 화면은 까맣게 암전되고, 중앙에 붉은 글씨가 떠오르며 죽음을 알린다. 단정적인 선언과 형식은 게임 오버 화면을 밈으로 기능하게 했다. 이는 다시 프롬 소프트웨어 게임에 관해 떠올리는 정의와 끈끈한 관계를 맺기도 한다. < Back 부서지는 몸, 나뒹구는 몸 - <스케이트 스토리>와 퀴어한 실패의 미학 29 GG Vol. 26. 4. 10. 죽음과 성장의 이분법 바깥에서 “You Died.” 프롬 소프트웨어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한 번 이상은 보게 되는 문구다.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사망에 다다르면 화면은 까맣게 암전되고, 중앙에 붉은 글씨가 떠오르며 죽음을 알린다. 단정적인 선언과 형식은 게임 오버 화면을 밈으로 기능하게 했다. 이는 다시 프롬 소프트웨어 게임에 관해 떠올리는 정의와 끈끈한 관계를 맺기도 한다. 어려운 난이도에 대한 성토는 곧장 ‘유다이’라는 표현으로 수렴되고, 반복되는 죽음의 경험은 어려운 게임이라는 평판과 동의어처럼 엮인다. 어떠한 게임에 관한 이해는 그 게임이 형상화하는 죽음과 연결된다. 일반적으로 게임 속 죽음은 플레이어가 과업 수행에 실패했을 때, 그에 대한 반응으로 부과되는 일종의 처벌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피격되거나, 낭떠러지로 떨어지거나, 목표 지점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맞는 죽음은 실패의 가장 직접적인 피드백으로 작동한다. 이는 단순한 패배의 신호를 넘어, 플레이어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구축해 온 세계를 일시적으로 상실하게 각인시키는 경험이다 [1] . 그러므로 플레이어는 게임 경험을 최적화하기 위하여 죽음을 최소화하고자 한다. 죽음은 무엇이 올바른 플레이인지, 그리고 자신이 그것을 얼마나 성취하고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가늠하게 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무수한 죽음을 거듭한 끝에 도달한 승리는 더욱 각별하게 느껴진다. 수백 번의 사망 끝에 프롬 소프트웨어 게임의 보스를 쓰러뜨리는 유튜버의 영상을 관람하던 시청자들이, 그의 고투에 찬탄을 보내는 광경은 게임 스트리밍계에서 전율을 이끌어내는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플레이어의 여러 번의 죽음은 하나의 극적인 성공 장면으로 수렴되는 것이다. 이렇게 죽음을 겪으며 성장한 플레이어는 고투를 이겨낸 실존적 주체로 긍정된다. <엘든 링>의 스토리텔링과 플레이를 결합해서 논의하려 한 장순호와 최지원은 파편적으로 주어진 세계와, 동시에 여러 죽음으로 산산조각 났던 경험을 수습하는 플레이어 주체를 실존적 인간 영웅으로 호명하기도 한다 [2] . 더 강해진 플레이어, 더 숙련된 조작, 더 큰 보상으로 이어지는 속에서 죽음은 반복적으로 사용된다. 순간의 죽음이 다음 플레이에서의 개선이라는 약속 아래 배치된다. 단적으로 ‘You Died’는 한국어권에서 여성 인명인 ‘유다희’를 환기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프롬 소프트웨어 게임을 ‘유다희 양과의 데이트’라는 수식어로 소화하려는 충동을 인터넷 곳곳에서 포착해볼 수 있다. 이러한 수사는 죽음을 여성화된 대상으로 상정하고, 그와 데이트하는 남성적 주체로 플레이어를 위치시켜, 결국 죽음을 친숙하고 통제 가능한 대상으로 재현한다. - 2인칭의 ‘유다희’ 이러한 서사를 반복적으로 마주하다 보면 게임에서의 죽음 자체를 좀 더 긍정해볼 수 없을까, 하는 물음이 남는다. 축적되는 죽음을 성장 자원으로 삼는다는 골조를 비트는 흥미로운 시도로 를 꼽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게임은 소울라이크 게임에서 공략당하는 보스의 시점을 전면으로 배치해, 반복적인 살해와 피살의 구도를 뒤집어 본다. 보스를 조종하게 된 플레이어는, 아무리 죽여도 끝없이 돌아오는 용사를 계속해서 마주해야 한다. 용사는 죽음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장비, 파훼법, 스킬 따위를 들고 오며 플레이어를 압박한다. 이때 게임은 보스라는 2인칭 화자를 통해 1인칭의 용사를 시니컬하게 응시하는 구도를 택한다. 보스로서의 플레이어가 가질 수 있는 공격 패턴은 한정적이지만, 수없이 죽더라도 끝내 승리할 운명이 정해진 용사 사이의 권력관계는 비대칭적이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보스-플레이어의 구도를 다소 기계적으로 반전시키는 데에 머무른다. 아마도 플레이어를 가차 없이 살해하던 그 모든 매력적인 살해자들에게 끝끝내 품게 되고 마는 기이한 열락과 애착에서 착상되었을 이 게임의 기획은, 보스와 플레이어가 로맨스 가능한 관계로 수렴된다는 점에서 ‘유다희 양과의 데이트’라는 표현을 문자 그대로 구현한 게임처럼 보이기도 한다. 에서 보스가 용사에게 유효한 죽음을 끌어낼 수 없게 되듯, 프롬 소프트웨어에서 죽음을 유도하는 주요한 방식들 또한 장르가 안착됨에 따라 익숙해져 갔다. 독 늪, 화염 피해, 즉사 기믹 등은 여전히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소울라이크 게임이라면 으레 있을 만한 것으로 예측 가능한 패턴이 된다. 이런 맥락 속에서 죽음은 더 잘 대응하고, 효율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반복 자극으로 수렴되고 만다. 그런 한편으로는 미야자키 히데타카가 <다크소울1>을 만든 이후 한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다시금 떠올려보게 된다. 그는 자사의 게임을 두고 ‘마조히즘적’이라고 표현한다 [3] . 그 말에는 자사 게임이 고통을 주고 플레이어를 괴롭힌다는 의식뿐만 아니라, 죽음을 체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틀리고도 기묘한 쾌감의 뉘앙스가 들어 있다. 그렇다면 숙달과 파훼의 문법 바깥, 실패와 파괴 자체에 조금 더 오래 머무를 수는 없을까? 이에 이번 글에서 삼 엥(Sam Eng)의 게임 <스케이트 스토리>를, 파괴되고 망가지는 경험을 즐기는 여정으로 재구성해 보려 한다. 유리와 고통으로 이루어진 존재가 된 플레이어가 매 순간 넘어지고 산산이 부서지더라도, 그 경험을 성장의 내러티브로 환원하지 않는 방식에 주목해 보고 싶다. 그렇게 ‘퀴어한 실패’를 다루는 게임인 <스케이트 스토리>를 바라볼 것이다. 유리와 고통으로 이루어진 몸 “당신은 유리와 고통으로 만들어진 언더월드의 마귀입니다. 악마가 당신에게 스케이트보드를 주며 한 가지 거래를 했습니다. 보드를 타고 달로 가서 그것을 삼키면 자유를 주리라는 거래를 말입니다. ...필요한 건 오직 스케이트보드 뿐입니다.” [4] <스케이트 스토리>의 진행 자체는 상당히 단순하다. 제목에 포함된 ‘스토리’라는 단어가 드러내듯, 이 게임은 플레이어를 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비교적 선형적인 어드벤처 게임이다. 사건의 연속체로서의 스토리는 특정한 방향성을 전제하고 [5] 지옥에서 달로 향하는 운동 역시 단테적 상승의 메타포를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구조는 구원과 도달, 위로의 상승이라는 지배적 가치와 잘 맞물린다. 가능한 한 넘어지지 않고 콤보를 최적화하여 피날레를 향해 부드럽게 전진한다면 이 게임의 엔딩을 쉬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 플레이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스케이트 스토리>의 후기를 보면, 영 어색한 좌우 조작감과 커맨드의 밋밋한 활용처에 대한 비판을 볼 수 있다. 많은 리뷰어들이 지적하듯 조작감은 어딘가 미끄럽게 느껴지고, 스케이트 운전의 감각은 끝내 손에 익지 않는다. 테크닉 커맨드를 익힌 뒤에도 그 사용처는 분명하게 요청되지 않는다. 모든 챕터의 피날레에서 플레이어는 달과 경주를 벌이지만, 이 구간은 3~5분 동안 연속 점수만 채우면 되는 단순한 구조에 가깝기에 숙련의 정점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체현하지 못한다. 그 결과 피날레는 종종 허탈한 감상으로 귀결된다. 이처럼 완벽히 통제되지 않는 조작감은 플레이어를 실패를 극복하는 주체로 영웅화하기보다, 언제나 다시 넘어지고, 산산이 부서질 수밖에 없는 유리 신체의 상태 속에 머무르게 한다. 더불어 사실적인 중력 구현은 스케이트보드의 조작을 한층 어렵게 만든다. 현실에 가까운 물리감이 몰입을 높이기도 하지만, 난해한 조작감으로 받아들여질 위험 또한 안고 있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코너링의 난도가 함께 상승하며, 그 상태에서 킥플립이나 그라인드와 같은 다양한 기술 커맨드를 수행해야 하기에 이중의 도전이 된다 [6] . 이렇게 중력에 밀착된 관계는 게임이 형상화하는 넘어짐–파괴의 경험을 극적으로 빚는다. <스케이트 스토리>와 <사요나라 와일드 하츠>(2019)가 게임 오버를 어떻게 형상화하는지 비교한다면, 전자가 플레이어블 아바타가 파괴되는 감각을 극대화한다는 사실이 두드러진다. 두 작품은 인상적인 사운드트랙을 활용해 리듬 게임적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플레이 메커니즘을 지닌다. 게임의 주인공들은 고정된 캐릭터로, 이들은 방이나 침대와 같은 내밀한 실내에서 외부로 뻗어가는 여정을 소화한다. 스테이지화된 시공간을 거쳐 가며 내면과 외면을 넘나드는 기행문적 체험을 공유한다. 한편 <사요나라 와일드 하츠>가 비행, 유영, 오토바이 운전 등 다양한 이동 방식을 통해 음악과 동기화되는 감정의 궤적을 그려낸다면, <스케이트 스토리>는 중력에 밀착된 감각, 즉 보드에서 미끄러지고 박살 나는 느낌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사요나라 와일드 하츠>에서 죽음은 장애물과 부딪히거나 투사체에 맞았을 때 화면을 암전시키고는 곧장 리셋하는 방식으로 처리된다. 반면 <스케이트 스토리>에서 죽음이 구현되는 방식은 복합적이다. 주인공인 유리 스케이터가 바닥을 구르는 연출은 훨씬 복잡하게 구현되었다. 일반적으로 카메라는 삼인칭의 시점에서 보드를 타는 스케이터의 등 뒤를 따라간다. 그러다 넘어지는 순간, 일인칭에 가깝게 급격히 당겨지고, 시야는 회전하며 바닥을 스친다. 제작자인 삼 엥은 이러한 연출이 스케이트보드 영상을 시청하다 보드에 탄 사람이 넘어질 때 카메라와 함께 시야가 튀고 회전하는 장면에서 영감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7] . 그는 이러한 움직임이 실제로 넘어졌을 때 느꼈던 순간적 감각과 겹친다고 말하며, 게임에서 이 시차적 충돌을 시각적으로 재현하고자 했다. 디볼버 디지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개발 당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오피스로 이동하다 넘어진 탓에 한 손으로 코딩했던 일화를 나누기도 한다 [8] . 이처럼 가상의 지옥이 빚어내는 낙상은 제작자의 일상과 유리되지 않은 채, 신체와 작업의 질감으로 녹아 있다. 이러한 대목을 마주하다 보면 앨리슨 케이퍼가 고안한 ‘불구의 시간’ 개념을 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퀴어 시간성을 규범적 생애 리듬에서 벗어나, 어긋나고 비동시적으로 시간을 살아내는 경험의 양식이라고 할 때, 케이퍼는 그와 불구의 시간 사이 “잠재적으로 연결되거나 중첩되는 지점”을 추적하려 한다. 탈골과 같은 신체적 비유는 온전하게 배열된 몸으로부터 어긋난, 몸을 가로질러 나타나는 시간을 상상하게끔 한다 [9] . 보드에서 떨어진 스케이터의 관절을 어긋나게 만들다 못해 산산이 깨트리는 <스케이트 스토리>는 탈골된 시간을 잠시 시각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바닥을 나뒹구는 카메라의 시선은 넘어짐이라는 조건 속에서 새롭게 생성된 후천적 일인칭으로 전환된다. 그리하여 본래 쭉 뻗어나가야 할 삼인칭의 도로와 몸의 시야가 잠시 포개어지며, 게임 속 몸과 시간의 어긋남이 감각적으로 드러난다. 스케이터의 죽음은 우발적인 미끄러짐이 아니라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거듭 보는 장면이기도 하다. 유리와 고통으로 이루어진 언더월드의 마귀는 매끄럽고 반짝이며, 동시에 언제든 깨질 위기에 놓여 있다. 균형이 조금만 흐트러지거나 스킬 커맨드의 타이밍을 놓칠 경우 몸에는 금이 가고 부서진다. 애초부터 망가지게끔 설계된 존재에게 넘어지는 것은 예외적인 사고가 아니다. 오히려 항상-이미 스케이터에게 주어진 조건에 가깝다. 통상적으로 취약성은 다치지 않고 무사히 완주해야 한다는, 방어적인 플레이와 직결된다. 상처는 피해야 할 실패로, 파손은 잘못된 플레이의 결과다. 그러나 〈스케이트 스토리〉에서 유리 신체의 취약성은 되레 그 규범이 얼마나 달성 불가능한지 폭로하는 듯하다. 부서지도록 설계된 몸 위에서 ‘넘어져서는 안 된다’는 요구는 허약한 이상에 가깝다. 취약한 몸은 정상성의 기준을 추락시키고, 기준 자체의 깨지기 쉬운 성질을 드러낸다. 직선으로 순항해야 할 스토리의 시간은 전진을 종용하지만, 몸은 중력에 붙들린 채 미끄러지고 회전하며 흐름에서 이탈한다. 그렇게 구현된, 박살 난 유리 조각들이 큐빅의 파도처럼 바닥을 뒤덮으며 반짝이는 광경은 실패의 시각적 형상화이며 그 자체로 매혹적인 풍경이 된다. 게임이 구현하는 미성숙과 좌절의 경험은 바로 이러한 퀴어한 실패의 감각과 연결된다. 핼버스탬은 『실패의 기술과 퀴어 예술』에서 퀴어한 실패를 통해 성공/실패의 이분법과 성장 서사, 완결과 성취를 향한 강박 자체를 무너뜨리자고 제안한다. 분명 실패는 불쾌한 경험이며, 핼버스탬은 그와 같은 지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바로 그 일련의 부정적 정동을 이용해 “우리 삶에서 해로운 긍정주의toxic positivity가 지닌 허점을 찾아”내자는 것이 이론의 정치적 기획이다. 실패는 “어둠, 무지, 미완성, 비능력, 파편성”에 머무르려는 선택이며, 이 선택이 “더 창조적이고, 더 협력적이며, 더 놀라운 존재 방식”을 열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10] . 보 루버그는 잭 핼버스탬의 『실패의 기술과 퀴어 예술』 그리고 에스퍼 율의 『The Art of Failure』가 제목부터 상호 텍스트적 독서의 흥미를 자아냄에도 불구하고 두 저자가 서로를 전혀 참조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루버그는 둘을 연결하여 게임이 어떻게 실패를 유희적이고 즐거운 것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11] . 실패를 퀴어한 놀이의 양식으로 제안하는 루버그의 관점에서 보면 완벽한 숙련에 도달하지 못한 채, 어딘가 붕 떠 있는 <스케이트 스토리>의 플레이 경험은 퀴어한 실패의 감각을 조작과 진행의 과정에 걸쳐 퀴어한 실패의 감각을 조직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실패를 긍정하는 활기 플레이어는 유리 스케이터의 취약한 몸을 하나의 렌즈 삼아 그 파편이 흩뿌려진 바닥, 지저 세계를 더듬어 나가게 된다. 데굴데굴 구르며 바라보는 언더월드는 텅 비고 공허한 듯하면서도 기이한 활기가 가득한 공간이다. 핼버스탬은 미술 콜라주 작업을 독해하며 파편성에 대한 헌신을 강조한다. 깨뜨리고 자해하는 퍼포먼스는 반사회적 페미니즘의 미학을 구현하는데, 여기서 신체는 치유와 복구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원래부터 부서져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신체는 부서지는 것을 통해 다른 관계와 정동을 여는 재료로 등장한다 [12] . <스케이트 스토리>의 유리 신체는 깨짐을 통해 비둘기와 개구리, 철학자의 머리 따위가 NPC로 출현하는 언더월드와 친밀히 접속하는 매개가 된다. 그렇게 게임 속 뉴욕은, 그리고 실제 뉴욕과 그곳의 스케이트보딩 문화까지도 겹치며 읽히게 된다 [13] . 게임의 후반부에 이르면 <스케이트 스토리>는 스스로의 구성적 성질을 노출한다. 사탄의 계약이 영원히 그를 자유롭게 할 수 없음을 깨달은 스케이터는 붕괴하고 만다. 플레이어는 온 사방에 흩날린 스케이터의 육신 조각을 하나둘씩 그러모으게 된다. 그러는 동안에도 스케이트보드는 못처럼 붙박인 이동기다. 분명 스케이트보드는 그를 지옥의 여정에 묶어 두는 규율 장치이자 애증의 대상이지만, 끝내 놓지 못하는 이동 수단이자 쾌락의 매개로 남아 있다. 파편난 육신이 점차 형태를 되찾아가는 동안, 스케이터는 지금까지 지나온 맵을 요약본처럼 다시 미끄러져 지나간다. 이어서 게임은 아예 프로그램이 세계를 렌더링하는 장면을 일종의 맵처럼 제시해 그 위를 달리게끔 한다. 이러한 자기 응시는 플레이 화면을 매끄러운 연속체가 아닌, 구성 요소를 이어붙인 콜라주처럼 이해하게 만든다. 깨진 유리 육신과 이미 플레이한 여정의 파편들을 재편집해 엮어내는 것이다. 파편성의 미학에 기대어, 이러한 연출을 새로운 관계와 의미를 만들어내는 재료로 배치해 보면 어떨까. “어떻게 이 어렵고도 어이없는 일, 달을 먹는 짓을 할 수 있을까요? 왜 굳이 스케이트보드를 타려 할까요, 도대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당신은 유리로 만들어졌는데,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요? 왜 굳이 그런 짓을 하려는 걸까요?” 삼 엥은 <스케이트 스토리>를 “어떻게 인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온 지난한 게임들의 역사 안에 배치한다 [14] . 그에 대한 답을 성장 문법으로 재차 회수하고 싶진 않다. 되레 그러한 게임 속에서 붙들고 싶은 것은 ‘굳이’ 하는 ‘그런 짓’에 몰두하는, 그리고 몰두하게 하는 몸이다. 핼버스탬은 마조히스트에 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마조히스트는 쾌락과 죽음 간의 해소될 수 없다고 가정된 긴장을 해소시키며 자아에 대한 관념을 고통과 상처의 소용돌이에 묶는다. 그는 일관성을 유지하길 거부하고, 죽음에 관한 지식에 맞서 스스로를 무장시키길 거부하고, 그 대신 완패당해 시공간과 욕망에 매인 몸이 되기를 자처한다. [15] ” 스케이트보드를 타며 언더월드를 배회하는 게임의 마지막 장면은, 완패를 수락하고서 지옥에 매인 몸이 되기를 자발적으로 택하는 것처럼 읽힌다. 그런 의미에서 <스케이트 스토리>의 나뒹구는 몸은, 일련의 게임들이 제공해 온 영웅적 회복의 판타지 바깥에서, 깨어진 상태에 머무르려는 몸의 고집을 하나의 삶의 양식으로서 긍정해 보도록 유혹한다. [1] Jesper Juul. 2010. In search of lost time: on game goals and failure costs. In Proceedings of the Fifth International Conference on the Foundations of Digital Games (FDG '10). Association for Computing Machinery, New York, NY, USA, 86–91. https://doi.org/10.1145/1822348.1822360 [2] 장순호, 최지원. (2025). 소울라이크 게임의 파편화 스토리텔링에 대한 연구 :<엘든 링>을 중심으로. PREVIEW : 디지털영상학술지, 22(1), 06. [3] Michael Thomsen. “Dark Night (After Night After Night) of the Soul: Is a 100-hour video game ever worthwhile?” https://slate.com/culture/2012/02/dark-souls-review-is-a-100-hour-video-game-ever-worthwhile.html에서 인용. 원본 링크 소실. [4] 스케이트 스토리 스팀 상점 설명. https://store.steampowered.com/app/1263240/Skate_Story/ [5] H. 포터 애벗. 우찬제 역. (2010). 『서사학 강의』. 서울: 문학과지성사. 44쪽. [6] 동시에 플레이어가 행하는 달의 파괴 역시 중력과 밀접하다. 최대한 많은 콤보를 쌓아 공격력을 비축해 두었다가, 콤보 동안 축적된 추진력을 데미지로 전환하여 땅을 내리찍으며 충격파를 발생시켜 보스에게 데미지를 입히는 전투 방식은 파괴의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한다. [7] SEDaily. “Skate Story with Sam Eng”. Software Engineering Daily. 2026.03.17.등록. 2026.03.24.접속. https://softwareengineeringdaily.com/2026/03/17/skate-story-with-sam-eng/ [8] DevolverDigital. “Skate Story | A Q&A Sesh with Sam Eng | The DEVELOPER?! OMG”. 2025.12.20.등록. 2026.03.04.접속. https://www.youtube.com/watch?v=4MkT39b2OpM 1분 27초 경. [9] 앨리슨 케이퍼. 이명훈 역. (2023). 『페미니스트, 퀴어, 불구』. 파주: 오월의봄. 104쪽. [10] 잭 핼버스탬. 허원 역. (2024). 『실패의 기술과 퀴어 예술』. 서울: 현실문화. 15-62쪽. [11] Bonnie Ruberg. (2017). “PLAYING TO LOSE: The Queer Art of Failing at Video Games.” Gaming Representation: Race, Gender, and Sexuality in Video Games, edited by JENNIFER MALKOWSKI and TREAANDREA M. RUSSWORM, Indiana University Press. 202p. [12] 핼버스탬, 위의 책. 279-281쪽. [13] 서핑을 육지에서 대체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되었던 스케이트보드는 점차 계단과 난간, 광장 등 도시 기물을 수직적이고 공세적으로 타는 과정을 거치며 하위 문화적 아이콘이 되었다. 뉴욕의 경우, 스케이터들은 공식 스케이트파크보다 박물관 계단이나 공공 조각 주변 등을 도전적으로 재전유하며 도시 공간을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고 구성한다. (Richard Blankman. “A Non-Skateboarder's Skateboarding Guide to NYC.” 2023.12.06.등록. 2026.03.24.접속. https://www.blankmanlist.com/p/skateboarding-in-nyc [14] SEDaily, 위의 글. [15] 핼버스탬, 위의 책. 294쪽.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연구자) 김규리 게임이 이야기를 경험시키는 방식에 관심이 있습니다. 이것저것 기웃거리다가 최근에는 <마라톤>을 플레이했습니다.

  • 별점·평점이라는 표면

    별점의 역사를 짧게 훑어보자. 최초의 별점은 1820년경 영국의 마리아나 스타크가 펴낸 『유럽대륙 여행가이드』라 알려져 있고, 본격적으로 별점이 대중화된 것은 1920년대 시작된 ‘미슐랭 가이드’의 별점을 통해서다. < Back 별점·평점이라는 표면 20 GG Vol. 24. 10. 10. 별점의 역사를 짧게 훑어보자. 최초의 별점은 1820년경 영국의 마리아나 스타크가 펴낸 『유럽대륙 여행가이드』라 알려져 있고, 본격적으로 별점이 대중화된 것은 1920년대 시작된 ‘미슐랭 가이드’의 별점을 통해서다 [1] . 국내에 경우 『조선일보』에 기고하던 영화평론가 정영일이 미국의 영화평론가 레너드 말틴이 매년 발간한 『레너드 말틴의 영화 가이드북 Leonard Maltin's Movie Guide 』의 별 4개 만점 시스템을 별 5개 만점 시스템으로 변경해 가져온 것이 처음으로 알려져 있으며 [2] , 1995년 『씨네21』의 창간과 함께 대중적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포털사이트의 시대가 열리며 영화는 물론 음악, 문학, 만화 등 거의 모든 대중문화 영역에 별점 평가를 남기는 것이 일반화되었으며, 플랫폼의 시대인 지금 음식점은 물론 배달, 과외, 중고거래, 택시 등 생활의 모든 영역에 별점 평가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악의적인 별점테러가 자영업자에게 큰 손해를 입히거나 창작자의 평판을 박살내는 등 일종의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별점은 대중문화의 영역에서 출발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대상을 평가하거나 평가를 찾아보기 위한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영화의 영역에서 특히 공고하게 자리 잡은 별점 평가는 기자와 평론가들이 남기는 잡지와 신문의 공식적인 별점부터 (지금은 서비스 종료한) 네이버 영화와 다음 영화의 네티즌 평점, 왓챠피디아나 키노라이츠와 같은 관객 개인이 직접 평점과 짧은 평을 남길 수 있는 서비스로 이어진다. 해외의 경우에도 IMDB와 레터박스 등을 떠올려볼 수 있겠다. 이와 비슷한 다른 방식도 존재하는데, 단순한 호불호를 표기하는 것이다. 가령 레너드 말틴이 별점평가를 도입한 것과 비슷한 시기 대중적 영화평론가로 이름을 알리던 로저 이버트는 ‘엄지 올리기/내리기(thumbs up/thumbs down)’ 평가방식을 도입했는데, 이와 같은 방식은 ‘썩음/신선함(rotten/fresh)’으로 호불호를 표기하고 참여한 이들의 평가 비중을 퍼센트화하여 공개하는 로튼토마토로 이어지며, 현재 CGV에서 사용하는 ‘골든에그’ 평가의 경우에도 이를 참조한 것이다. 별점 평가가 대상을 수치화하는 것에 비해 단순 호불호만을 표시하는 이러한 방식은 조금 더 환영받는다. 별점 평가가 별점테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넷플릭스에서 별점을 폐지하고 좋아요/싫어요 표기 체계로 변경한 바 있다. 혹은, 아예 메타크리틱에서처럼 각 사이트의 평점을 100점 만점 시스템으로 환산하여 조금 더 정교한 평점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하였다. 게임 웹진의 글인데 영화 이야기를 너무 길게 했다. 현재 게임에서 주로 사용되는 것 또한 사실 별점보단 단순 호불호 평가다. 스팀의 경우 긍정적/부정적 평가만 남길 수 있으며, 긍정적 평가가 80~100%는 매우 긍정적, 70~79%는 대체로 긍정적, 40~69%는 복합적, 20~39%는 대체로 부정적, 0~19%는 매우 부정적으로 구분되고, 리뷰가 500개 이상이면서 긍정적 평가가 95~100%일 경우 압도적으로 긍정적, 0~19%인 경우에는 압도적으로 부정적, 리뷰가 50개 미만이면서 80~100%는 긍정적, 0~19%는 부정적으로 표기하는 등 총 9개의 평가로 구별된다. 2017년 국내 런칭한 게임 전문 커뮤니티 플랫폼 ‘미니맵’의 경우 별 5개 평가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유저가 남긴 평가를 기준으로 취향과 성향에 맞는 게임을 추천해준다는 지점에서 영화 별점 플랫폼 왓챠피디아와 유사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게임 부분에서 전문가들의 평점으로 채워지는 대표적인 매체는 메타크리틱일 것이다. 영화, 드라마, 음악, 게임 등의 분야에서 여러 웹진이 남긴 평점을 종합해 100점 만점으로 평균을 내는 메타크리틱은 대부분의 극찬(Universal acclaim, 90~100), 전반적인 호평(Generally favorable reviews, 75~89), 복합적이거나 보통(Mixed or average reviews, 50~74), 전반적인 혹평(Generally unfavorable reviews, 20~49), 압도적 저평가(Overwhelming dislike, 0~19)의 다섯 단계로 구별된다. 여러 전문가의 평가를 종합한다는 점에서 로튼토마토가 신뢰를 얻는 것처럼, 여러 평점을 종합한 결과라는 지점에서 유저들의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게임의 정식출시 전 미리 플레이해본 평론가와 기자들의 평점이 가장 먼저 공개되는 곳이라는 점에서 관심도가 높다. 이처럼 평점과 별점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대중 비평의 가장 일상적인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트리플A 게임의 메타크리틱 점수가 공개되는 날이면 소셜미디어와 게임 커뮤니티에 일대 소란이 일어나고, 주요 게임의 대형 업데이트는 스팀 평가란의 변동을 통해 즉각적 반응으로 표기된다. 영화에서의 별점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수다거리 정도일 뿐 뉴스거리까진 되지 못하지만 [3] , 메타크리틱이나 스팀 평가의 공개와 변동은 게임언론의 기사로 다뤄지기도 한다. 가령 이런 식이다. 디스이즈게임은 지난 2월 출시된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가 출시 당일 스팀에서 ‘복합적’ 평가를 기록한 것이 며칠 뒤 ‘매우 긍정적’으로 변한 것을 두고 “출시 초기의 악평을 극복한 모양새”라고 평가한다 [4] [5] . 게임메카는 지난 4월 <백영웅전>, 이번 8월 <검은 신화: 오공>이 각각 출시를 앞두고 공개된 메타크리틱 평점을 보도하며 평점과 리뷰 내용을 종합하여 게임을 평가한다 [6] . 물론 스팀의 평가는 출시 이후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가 남긴 평가이며 메타크리틱은 평론가와 기자 등 전문가로 구성된 이들이 남긴 평점의 종합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나, 두 평점 모두 게임의 퀄리티를 평가하는 주요한 지표로서 자리잡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평점은 정말로 비평의 기능을 수행하는가?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의 사례처럼 유저와 전문가 사이의 견해 차이가 논란으로 비화된 사례는, 어떤 면에서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간에) 전문가들이 남긴 평점이 비평으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에 가깝다. 메타크리틱에서 현재 132명의 전문가에게 93점(100점 만점)을 받아 ‘메타크리틱 머스트-플레이’ 마크를 받은, 163,543명의 유저에서 5.8점(10점 만점)의 평점을 받아 ‘복합적 혹은 평균’을 받은 상반된 평가는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비평이 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나아가 이것이 논란으로 이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역설적으로 평점이 비평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증거한다. 오히려 문제적인 것으로 여겨질만한 것은 게임즈비트의 저널리스트 딘 타카하시가 <컵헤드>의 튜토리얼을 가까스로 통과하고 첫 스테이지마저 클리어하지 못하는 처참한 게임플레이 [7] 를 보여준 뒤 혹평하는 프리뷰 기사 [8] 를 작성했던 사건이다. 게임의 기본적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한 듯한 그의 플레이는 많은 게이머로 하여금 ‘전문가’로서 활동하는 그의 전문성을 의심케 했다. 평점이 갖는 비평으로서의 기능 이전에 전문가로서 전문성을 갖지 못한 이들이 평점을 남긴다는 사실은 많은 게이머의 분노를 끌어냈다. 사실 전문성이란 것은 애매한 영역이며, 명확한 기준은 없다. 더군다나 게임 평론가가 되기 위해서 (게임제너레이션의 공모전 등이 있긴 하지만) 등단을 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하지만 게이머들은 그 기준이 존재하는 것처럼 그것을 요구한다. 마치 영화평론가 정성일이 영화 별점을 매길 때 “비평적으로 할복자살할 마음의 준비” [9] 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종종 게임 평론가들이 남긴 평점은 그들의 모든 비평적 견해를 대리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지곤 한다. 하지만 게임 평점을 남기는 일련의 전문가들이 겪는 고충은 단지 평점 혹은 별점이라는 표면만으로 환산되기 어렵다. 그것은 비평 행위라기엔 (정성일의 말이 드러내는 것처럼) 너무 가볍고, 그것이 받아들여지는 방식은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은 2007년 영화 <디 워>와 관련해 영화비평과 관련한 논란이 벌어졌을 당시 대중비평(mass criticism)에 관한 발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중비평에서 드러난 ‘대중’은 기존 평론가들이 제시하지 못한 참신하고 새로운 각도의 영화보기의 가능성에서부터 파워 블로거나 파워 트위터리안 같은 오피니언 리더들에 의해 쉽게 의견이 조작될 수 있는 획일성까지, 또한 특정 영화인이나 비평가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과 악플에서도 드러나듯이 별다른 성찰이 없는 파시즘적인 양상까지 다양한 얼굴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10] 프롬소프트웨어의 <엘든 링>이 출시됐을 당시 메타크리틱 97점이라는 평론가 점수가 논란이 됐었다. 게임 자체의 높은 난이도 속에서 평론가들이 제한된 시간 내에 온전한 평가를 내렸을지에 관한 의심과 평점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만들어낸 논란이었다. 이에 대해 유튜버 ‘중년게이머 김실장’이 남긴 말은 참고할만 하다. “(<엘든 링>이라는) 하나의 타이틀이고 똑같은 게임인데, 우리는 그 게임을 통해서 같은 경험을 하고 있을까?” [11] 모든 문화예술 작품(혹은 상품)은 향유자의 경험을 전제로 삼는다. 다만 그 경험의 파생물로서 등장하는 비평이 비평으로서 승인되기 위해서는 동일한 대상을 경험했다는 전제를 두어야 한다. 김실장의 말은 하나의 게임을 두고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것은 딘 타카하시의 다소 극단적 사례처럼 플레이 실력의 문제일 수도 있고, 선호하거나 더 잘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 장르의 문제일 수도 있으며, 마감의 문제로 평론가에게 부여된 게임플레이 시간의 제약이 문제일 수도 있다. <엘든 링>이나 <발더스 게이트 3>와 같이 볼륨이 큰 게임의 경우 하나의 게임을 전혀 다른 경험으로 받아들일 길이 게임 자체에 내재되어 있기도 하다. 게임플레이 경험은 녹화되어 리플레이될 수 있을지언정 과학적으로 재연될 수는 없다. 그 경험은 한 편의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것만큼 동등한 경험이 되지 못한다. 게임 비평이 지닌 곤란함은 여기서 출발한다. A라는 게임의 고인물이 B 게임의 뉴비가 되기도 하고, 모든 게임을 훑어가며 플레이하는 라이트 유저와 하나의 게임을 깊게 파고 들어가는 헤비유저 사이의 차이도 존재한다. 그 안에서 비평의 토대라할 수 있는 공통의 경험을 제시하는 것은 꽤나 곤란하다. 누군가가 발견한 요소를 누군가는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고, 여러 제약이 가져오는 탐색의 불가능은 게임 전체를 파악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모두가 비평가의 태도로 게임을 대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같은 지평 위에 서 있는가? 웹진과 언론을 통해 드러나는 별점과 평점은, 영화에서의 별점이 일종의 마케팅 효과를 지닌 것처럼, 게임 구매를 결정하는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되어줄 수는 있다. 다만 그것을 진지한 비평과 등치시키는 것은 경험의 차이, 혹은 평점이라는 표면 뒤에 있는 리뷰와 비평의 영역을 지워버리는 것에 가깝다. 참고하되 그것을 절대적으로 여기지 않을 것, 우리는 미슐랭 3스타 식당에 가서 음식 맛이 없다고 할 수도, 이동진 평론가가 별 5개를 부여한 영화를 보고 지루함에 빠져 잠들 수도 있다. 경험이 상대적인 것처럼 비평 또한 상대적이다. 별점과 평점은 그 상대성의 표현일 뿐이다. [1] 김성태 (2021.05.24). ‘별점’의 함정, 무엇이 문제인가. <지디넷 코리아>. https://zdnet.co.kr/view/?no=20210524104310 [2] 한현우 (2009.03.31). [그것은 이렇습니다] Q: 영화나 뮤지컬에 '별(★)점'을 매기는 이유는?.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3/30/2009033002002.html [3] 물론 올해 개봉한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 박평식 평론가가 별점 4.5개를 준 것으로 크게 화제가 되며 기사까지 난 적이 있지만, 이는 오히려 예외적 사건이다. 대부분의 영화기자/평론가의 별점은 보도자료나 포스터 디자인 등 마케팅의 하나로써 사용된다. [4] 김승주 (2024.02.06). '복합적'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스팀 평가 역주행한 게임. <디스이즈게임>. https://thisisgame.com/webzine/nboard/11/?page=3&n=184405 [5]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복합적’ 평가의 주된 이유는 출시 초기 발견된 버그 때문이었다. 버그나 최적화의 문제는 유저 평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평가기준이 된다. 다만 서로 다른 기술적 환경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 사이에서 그것은 정당한 기준이 될 수 있는가? 나아가 그것은 비평과 얼마나 관련 있는가? 이것은 이 글에서는 소화하기 어려운 또 다른 문제가 된다. [6] 이우민 (2024.04.22). 평작과 수작 사이, 백영웅전 메타크리틱 78점. <게임메카>. https://www.gamemeca.com/view.php?gid=1748202 , 김미희 (2024.08.19). 분위기·전투 호평, 검은 신화: 오공 메타크리틱 82점. <게임메카>. https://www.gamemeca.com/view.php?gid=1752250 [7] Cuphead Gamescom Demo: Dean's Shameful 26 Minutes Of Gameplay https://www.youtube.com/watch?v=848Y1Uu5Htk&embeds_referring_euri=https%3A%2F%2Fnamu.wiki%2F&source_ve_path=MjM4NTE [8] Dean Takahashi. (2017.08.24.). Cuphead hands-on: My 26 minutes of shame with an old-time cartoon game. GameBeat. https://venturebeat.com/games/cuphead-hands-on-my-26-minutes-of-shame-with-an-old-time-cartoon-game/ [9] 정성일, 허문영 (2010). [씨네산책2] 정성일과 허문영이 김영진, 김혜리, 이동진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다(2). <씨네21>. 776호. [10] 심영섭 (2007). ‘대중비평(Mass Criticism) 시대’의 등장, 그리고 비평가와 대중의 거리(距離). http://fca.kr/ab-1068-4 [11] 엘든링에 대한 엇갈린 평가? 경험과 기대에 대한 이야기. https://www.youtube.com/watch?v=LSndHMGBFMA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비평가) 박동수 학부에서 예술학을 전공했고,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미디어문화연구를 전공하고 있다. 영화에 관한 글을 주로 쓰고, 미술, 게임, 방송 등 시각문화 전반에 관심을 가지고 기웃거리고 있다. 영화평론가, 팟캐스트 [카페 크리틱] 진행자, 공동체상영 기획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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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G Vol. 26 제4회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을 공개합니다. 아울러 게임비평의 오늘과 내일에 대한 고민들을 함께 담아냈습니다. Levelling Up: An Overview of Malaysian Video Game Culture One late afternoon in a quaint village. Rembo the rooster crowed loudly, adding to the countryside ambiance. You, your identical twin, and some friends from kindergarten were spinning tops in the yard. Just another joyful day of playing freely. Read More [4회공모전수상작]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 비평을 위한 시론 - 캐릭터 뽑기가 갖는 의의란 하지만 ‘서브컬처’라는 명명에는 꽤나 기묘한 구석이 있다. 문화연구 분야에서 서브컬처는 고급 문화 혹은 주류 문화에 대응하는 하위 문화를 뜻하지만 근래에는 그 외연이 확장되어 “‘주변부’의 취향 공동체로, 전체 문화 속 문화 혹은 사회 내 다양한 문화들”로 규정되곤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국내에서는 일본의 오타쿠 문화와 거기서 파생된 컨텐츠를 가리키는 용어로서 서브컬처가 수입 및 활용되며 정착된 사회적 의미가 존재한다. Read More [4회공모전수상작] 게임은 어떻게 우리를 소외시키는가 소외는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하나는 인간 집단에서 배제되어 외로움을 느낀다는 뜻으로, 일상생활에서 소외라고 말하면 대체로 이를 의미한다. 반면 다른 하나는 철학 특히 마르크스가 주로 사용한 의미로, 한 인간이 특정 대상에 대한 주권을 상실하여 더 이상 주체로 있지 못 하고 오히려 그 대상의 객체로 전락해, 결국에는 자기 자신의 권리와 정체성이 외부 요소에 의해 좌우되는 상태를 뜻한다. Read More [Editor's View] 손이 바쁜 공모전 특집호를 마무리하며 비록 한 해에 여섯 호 밖에 나오지 않는 것 같지만, GG의 발행은 꽤나 연속성이 있는 편입니다. 두 달에 한 번 발행하는 잡지를 위해 발행 전 달에 기획회의를 하고, 걸맞는 필자를 섭외한 뒤 각각의 필자들이 한 달간 원고를 준비합니다. Read More [Interview] A journey towards the next step of Korean game research, Prof. Tae-jin Yoon, the president of DiGRA-K In March 2024, the South Korean regional chapter of the Digital Games Research Association (DiGRA) was established. DiGRA is one of the world's largest international associations for academics and professionals who research digital games and associated phenomena. Its Korean chapter, named “DiGRA-K”, is now the latest new regional hub followed by the ones in Europe, Asia, and North and South America. DiGRA-K aims to promote an interdisciplinary approach to game research, strengthen connections with industry and academia, and support the next generation through international collaborations. Notably, DiGRA-K aims to overcome the gap between academic disciplines in Korea when it comes to research games, while seeking to encompass both industry practitioners and academia. Read More [논문세미나] 데이터가 만든 신화: ‘동남아 성장 신화’를 주도하는 게임 시장 분석 보고서 비판 그러나 동남아시아 시장의 전망에는 비판도 따른다. 게임 시장 전망을 내놓는 글로벌 데이터 분석 기업들이 사실은 시장 담론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홍콩과학기술대학교 웡(K.T. Wong) 교수는 2022년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며, 뉴주(Newzoo)와 같은 글로벌 데이터 분석 기업이 만들어낸 “동남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게임 시장”의 서사가 이 지역의 복잡성을 무시하고 자본주의적 시각으로만 구성된 분석이라고 지적한다. Read More [대담회] 게임비평의 오늘,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 왔고 어디로 향해야 할까? 이번 대담에서는 창설에 기여했으며 초창기부터 공모전을 지켜보거나 심사위원 활동에 부분적으로 참여했던 연구자 및 평론가들이 모여, 가 만들고자 했던 게임 비평 및 담론 장의 성격과 현재까지의 성과와 이력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게임 비평 씬에서의 후속세대 양성에 대한 고민과 계획을 함께 짚어보았다. Read More [제4회 게임비평공모전] 심사위원장 심사평 실망하지 말고 계속 게임을 즐기고, 분석하고, 비판하고, 토론하며, 끊임없이 글을 생산해주기를 기대한다. 문학적 재능이나 학술적 깊이 하나만으로는 훌륭한 비평문이 만들어지기 어렵다. 게임에 대한 애정을 품으면서도 독창적인 문제의식과 충실한 개념 자원을 체계적으로 (그리고 이왕이면 재미있게) 정리할 수 있는 능력 있는 비평가들의 출현을 기대한다. Read More 「스플릿 픽션」에 대해 쓰지 못한다는 말은 하지 않기로 합시다. 작년 겨울 즈음이다. 영화평론가 유운성 선생님께 ‘청탁이 점차 줄고 있다.’며 한탄한 적이 있다. 유운성 선생님은 아무렇지 않게 ‘글 청탁이란 누구나 그 양이 줄어간다.’라고 답해주셨다. 마치 시간에 의해 소멸되는 무언가처럼, 평론가에게 있어서 글을 쓸 기회라는 것은 한정 자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가는 요즘이다. Read More 게임 노동자들은 왜 노조를 만드는가? - 북미 게임 산업의 노동운동단체 GWU Montréal 인터뷰 그런데 민주노총 같은 거대한 노동총연맹이나 기업별 노동조합이 아닌, 제 3자로서 게임 업계만을 지원하는 단체가 활동하고 있는 사실이 다소 의외였다. 새로운 층위를 보여주는 듯한 모습 같아서, 흥미로운 마음을 가지고 포스터에 적힌 링크를 통해 참여 의사를 전달했다. Read More 대중문화의 변화 위에서 게임의 미래를 묻다: GXG2025 컨퍼런스 GG 세션, <시각예술콘텐츠의 오늘과 미래> <시각예술콘텐츠의 오늘과 미래>라는 제목은 게임 행사에서 게임 비평 잡지가 기획한 자리의 이름이라고 보기에 너무나 방대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문화로서의 게임을 이해하려면 현실의 대중문화를 만들어내는 매체들과 게임이 어떻게 협응하는지, 또 대중문화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야 한다. Read More 레벨 업: 말레이시아 비디오 게임 문화 개관 분명히 는 말레이시아산 게임의 잠재력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구조적 문제에 얽매여 있기도 하다. 이 사례가 더 넓은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해하려면, 말레이시아 게임 산업 전반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Read More 번영과 몰락과 애도의 이야기, <33원정대> 특히 이야기의 결론부에서 집중적으로 다룬 애도에 관한 고민들은 게임이 딱히 어떤 정답을 내놓는 것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사회적 참사와 그로부터 비롯된 사회적 애도, 그리고 그 애도를 조롱하는 것이 일련의 문화 코드가 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플레이어들에게는 상당히 무겁고 곱씹어볼 만한 주제를 던진다. 살아남은 자들이 짊어지고 가야 할, 떠난 이들로부터 넘겨받은 그들의 표상들은 남겨진 우리와 어떻게 관계맺으며 가야 할 것인가? Read More 부분 화면 게임 플레이는 어떻게 게임 플레이를 재규정하는가 그러나 방치형 게임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관습화된 감이 있다. 초창기의 시도가 장르 규칙으로 굳어지면서, 메커니즘(부재 시간의 플레이 편입, 실감 가능한 성장을 가시화하는 대시보드형 인터페이스, 자동화의 단계적 해금 등), 과금·보상 구조(보상형 광고, 프리미엄 가속재 혹은 패스, 온보딩 메타 등), 이용 행태(백그라운드 혹은 세컨드 스크린 소비, 효율 중시 공략 문화 등) 차원 모두에서 자유도 강화나 새로운 실험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보긴 어려운 실정이다. Read More 비평공모전 4년을 거쳐 온 편집장의 회고 그렇게 시작한 게임비평공모전을 네 번째 거쳐오는 동안 나에게도 적지 않은 경험이 쌓였고, 어쩌면 게임비평을 보는 시각도 바뀌었을 듯 싶다. 이 글은 어찌 됐건 2020년대 이후 꾸준하게 게임비평의 새로운 자원을 발굴하고자 뛰어 왔던 한 개인의 회고록일 것이지만, 그 경험은 단지 개인 혼자 되새기는 것 이상의 의미가 될 것이라 생각해 지면 한 켠을 빌어 이야기를 새겨두고자 한다. Read More 영상기술, 매체, 도구, 방법론으로서의 머시니마에 대한 소고 도입부에 적어둔 것처럼 머시니마는 1990년대 비디오게임 녹화기술의 등장으로 인해 가능해졌다. 정확하게 말하면 디즈니의 스턴트 시뮬레이터 게임 [스턴트 아일랜드 Stunt Island](1992)에서 인게임 기능으로 처음 도입된 것이 그 출발점이다. 해당 게임은 가상의 섬에서 다양한 스턴트 시퀀스를 제작하고, 그것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녹화해 보여주는 것이 주된 플레이였다. Read More 확률형 부분유료결제 앞에서의 EA가 마주한 고민 포인트를 구매할 수 없으면, 얼티메이트 팀을 구성할 수 없으므로 한국 시장에 은 핵심 요소가 사실상 탈거된 상태로 시장에 출시되었다. EA는 얼티밋 에디션과 FC 포인트 판매 제외의 이유에 관해 "국내법 변경으로 인해 한국에서 FC 포인트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한국 유저들이 7월 17일부터 선수팩, 드래프트, 소모품, 진화에 사용하는 FC 포인트를 구매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소개했다. 국가의 규제와 게임사의 사업 전략이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다. Read More

  • 게임제너레이션::필자::한송희

    자기소개를 해야 할 일이 생기면 편의상 “영화연구합니다”라고 말하지만 스스로는 영화를 매개로 세계를 탐구하는 문화연구자로 정체화하고 있다. 주로 재현, 표상, 담론의 정치학에 관심을 기울이며, 무한히 확장하고 분할되다 중첩되기도 하는 세상의 모든 경계에 애정을 쏟고 있다. 나와 나 아닌 것, 안과 밖, 이곳과 저곳, 우리와 저들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하면 더 무르고 희미하게 만들어 느슨한 연결을 가능케 할까, 가 최근의 가장 큰 관심사다. 한송희 한송희 자기소개를 해야 할 일이 생기면 편의상 “영화연구합니다”라고 말하지만 스스로는 영화를 매개로 세계를 탐구하는 문화연구자로 정체화하고 있다. 주로 재현, 표상, 담론의 정치학에 관심을 기울이며, 무한히 확장하고 분할되다 중첩되기도 하는 세상의 모든 경계에 애정을 쏟고 있다. 나와 나 아닌 것, 안과 밖, 이곳과 저곳, 우리와 저들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하면 더 무르고 희미하게 만들어 느슨한 연결을 가능케 할까, 가 최근의 가장 큰 관심사다. Read More 버튼 더보기 게임문화/비평에 대한 작은 바람 -권력투쟁을 위한 비평의 역할과 책임에 관하여 2021.06.10 몇 달 전의 일이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촌 동생이 꽤나 발칙한 사고를 쳤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사건의 진상은 이러했다. 요 귀여운 녀석이 게임에 미쳐 부모님 몰래 수십만 원어치의 현질을 했고, 그걸 들켜 죗값을 달게 받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장성한 아들을 둔 우리 엄마는 비슷한 일을 이미 여러 번 겪은 바, 대수롭지 않게 ‘애들 다 그러면서 크는 거지’라며 심심한 위로를 건넸지만 이모는 ‘이노무 시키를 대체 어떻게 해야 하냐’며 발을 동동거렸다. 전체 1건 로딩중 더보기

  • 17

    GG Vol. 17 아곤과 알레아의 경합으로 일컬어지는 놀이의 전통 끝자락에서, 디지털게임은 운과 확률을 동원해 만들어지는 다양한 경우의 수 판타지 세계를 열어내는 데 성공했다. 한편으로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여겨지면서도, 또다른 측면에서는 과도한 확률 의존으로 비판받는 오묘한 확률과 게임의 세계를 고찰해 본다. 22대 국회의원선거 공약이 말하는 대한민국과 디지털게임 민주주의 국가의 운영은 행정부만큼이나 입법부도 중요하다. 입법부를 구성하는 선거가, 쓰는 입장에서는 한창 진행중이고 읽는 입장에서는 투표 직전이거나 끝났을 것이다. 그리고 게임 또한 문화이자 산업으로서, 정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비단 단속이나 규제의 의미만이 아니고 진흥과 지원의 의미로도 그렇다. 그리하여 윤석열 대통령의 게임 공약을 분석했던 시도에 이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등장한 게임 관련 공약을 살펴본다. Read More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 깊이 읽기 이 글은 이번 게임백서에서 주목할 만한 데이터들과 놓치면 안 될 흐름들을 소개한다. 백서가 더 널리 활용되기 위해 고려할 지점들에 대해서는 지난 10호에서 살핀 바 있고, 그 내용들이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므로 이 글에서 반복하지는 않도록 한다. 물론 그 중에는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음도 언급할 필요가 있겠다. Read More MMORPG 레이드와 확률에 대응하는 플레이어 게임은 ‘불확실성’의 매체다. 보통 게임에서 불확실성은 두 차원으로 작동하는데, 하나가 게임의 결과와 관련된다면, 다른 하나는 게임 시스템에 의해 제공되는 특정 기회의 작동과 관련된다. 고도의 플레이 스킬을 요구하는 게임이든 운 중심으로 플레이되는 게임이든, 플레이어가 그에 참여해 플레이한 결과가 어떤 것일지는, 실제 플레이를 끝내기 전까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다. Read More Randomness is a double-edged sword. The opposite reception of randomness in AAA and indie game sectors It seems fascinating that the same mathematical phenomenon could become the foundation of the most acclaimed and the most despised design principles of modern gaming. As I will argue in this article, this is precisely what happened to randomness. Read More What’s fair price for video games? In Korean gamer communities, there's this saying about playing games from the Steam library: "Back then, we never paid to play the game. Nowadays, we never play despite paying the game." The phrase sarcastically highlights the contrast between the game market back in the 80s-90s, when no one actually paid a fair price for video games with the abundance of pirated and copied games in Korea, compared to now with digital game distribution channels when people do not play the game despite after purchase. Read More [Editor's View] 재현의 도구냐, 사행성의 도구냐를 묻는 오늘날의 디지털 주사위 알 수 없는 미래를 재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음악과 문학, 영화 등 기존의 많은 매체들이 시간선을 따라 정해진 사건을 풀어가는 형태였던 것과 달리 디지털게임은 '알 수 없음' 자체를 재현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 왔다. 물론 현실에 존재하는 무한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완벽하게 모사할 수는 없고, 제한된 방법으로서의 확률 계산을 통해 게임은 그 알 수 없는 미래라는 상황과, 그 상황에 놓인 인간의 머뭇거림과 결단을 그려내고자 한다. Read More [논문세미나] 디지털게임에 나타나는 알레아의 세 층위 연구자인 임해량, 이동은은 알레아를 주술적 알레아, 시스템적 알레아, 영웅적 알레아 세 층위로 나누고, 그를 <하스스톤>의 일부 상황과 연결해 바라본다. 연구자들은 놀이가 가지는 우연성이 사행성 담론에 매몰되어 있음을 지적하며, 이것이 가지는 긍정적인 측면을 발굴해 내고자 한다. 즉 이 연구는 알레아를 새로이 탐색하려는 시도이다. Read More 게임 개발자가 바라보는 확률의 구현 게임에서는 확률이 필수 불가결이라는 의견도 있고 지나치게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게임에서 확률을 실제로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는 알고 있을까? Read More 디지털 연산장치와 확률이라는 조합의 아이러니 디지털게임에 관한 가장 흥미로운 아이러니는 이 매체의 물적 기반인 컴퓨터의 시작이다. 빠르고 정확한 계산을 위해 설계된 이 전자장치는 애초에 암호해독이나 탄도 계산 같은 전쟁 기술을 보조하는 도구로 만들어졌는데, 그런 도구로 사람들은 놀이하는 방법을 찾아내 즐기고 돈을 번다. 전쟁용 전자장비를 활용해 만든 놀이들의 상당수가 전쟁과 전투를 재현하려 든다는 점까지를 생각한다면 꽤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된다. Read More 랜덤함: AAA와 인디게임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양날의 검에 관하여 요약하자면 현재 게임 산업 내 랜덤성의 인기와 그것에 대한 두 개의 극단적인 인식은, 처음에는 놀랍게 여겨질 수 있으나 우연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는 랜덤성이 과거의 아날로그 게임들에서 어떤 식으로 기여했는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Read More 마일즈 모랄레스의 정체성과 브루클린이라는 ‘장소’ 마일즈의 불안은 인물(아마도 다른 시간선에서 스파이더맨이어야 했으나 프라울러가 되고 만 마일즈)의 형상을 취하다가 거미로 변모한다. 그의 공포는 스파이더맨이라는 자격과 정체성 그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었던 셈이다. Read More 모든 게임의 확률은 여전히 주사위다 비록 이제는 멀티코어를 활용하거나 별도의 알고리즘, 하드웨어를 이용해 진정한 의미의 난수를 디지털에서도 생성할 수는 있지만, 여전히 그 벽은 높다. 주사위라면 단 몇백원 만에 유의미하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확률놀음을 할 수 있는데, 그 이상의 것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Read More 방치형RPG 비판 - 동시대 게임의 사회적 상상력의 문제 2010년대에 ‘방치’는 많은 비디오게임(이하 ‘게임’)의 핵심적인 플레이 방식으로 자리잡았고, 심지어 새로운 장르인 ‘방치형 게임(idle game)’까지 형성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게임 매체로 떠오르면서 방치형 모바일 게임의 성장을 추동했는데, 가령 캐주얼 모바일 게임인 ‘타비카에루(旅かえる)’는 5년 전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방치형 게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Read More 셧다운제부터 게임 사전심의까지 - 21대 국회에서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 그럼에도 유독 지난 국회에서는 ‘친게임’이라 부를 만한 국회의원이 다수 활동했으며, 유의미한 성과를 기록했다. 게임이라는 의제에 대한 정치권의 높은 관심은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어져 각 정당의 대통령 후보들이 게임 정책을 힘주어 발표하거나, 게임 전문 유튜버, 매체와 인터뷰를 가지기도 했다. Read More 유보된 이야기와 넓어진 유희공간- <용과 같이 8> 이 글에서 다루는 <용과 같이>는 전통적으로 자유도가 높은 게임으로 취급되진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카무로쵸에는 들어가지 못하는 공간이 수두룩하고, 선형적인 이야기 속에서 선택지는 주어지지 않으며, 무수한 미니게임이 게임의 공간을 채우고 있을 뿐이다. Read More 확률이 만드는 스킵: 즐거움과 귀찮음 사이를 맥동하는 플레이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상황을 풍부한 경우의 수로 뽑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확률은 디지털게임에서 직면하는 상황의 다채로움을 만들어내며 빛을 발한다. ‘다키스트 던전’에서 랜덤하게 튀어나오는 스트레스 상황과 영웅의 기상은 플레이어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나락에서 극락까지의 폭넓은 감정 변화를 만들어내고, ‘슬레이 더 스파이어’에서 매 라운드마다 주어지는 랜덤한 카드보상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예측불가능한 도전에 대해 예측과 적응으로 돌파하게 만드는 즐거움의 원천이다. Read More

  • 게임제너레이션::필자::张成(장청)

    화동사범대학(华东师范大学) 철학과 박사후연구원. 张成(장청) 张成(장청) 화동사범대학(华东师范大学) 철학과 박사후연구원. Read More 버튼 더보기 ‘병’의 은유 : 요코오 타로의 질병 서사 2023.10.10 <니어> 시리즈와 <드래그 온 드라군> 시리즈에서 질병은 반복해서 절망의 폐쇄회로를 다룬다. 세계멸망의 꽃이 나타나 드래그 온 드라군 월드에 레드아이가 퍼지고, 카임은 레드 드래곤과 계약을 맺어 2003년 도쿄 신주쿠에 이르기까지 결전을 벌이며, 레드 드래곤의 몸속에 마소가 확산되어 니어 월드에 전파되고, 인간이 만든 로봇들은 마소를 다른 세계로 돌려보내 세계멸망의 꽃은 Zero의 눈에 탄생하게 된다. 전체 1건 로딩중 더보기

  • [논문세미나] Breaking Barriers –The Emergence of a Video Game Culture and Industry in the Arab World

    세계 각국을 먼나라 이웃나라로 나눌 때, 아랍 국가들은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먼 나라다. 아랍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데 아랍의 게임에 대하여 아는 것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러나 막상 아랍의 게임에 대하여 찾고자 결심한다면 우리는 의외로 많은 정보들과 마주할 수 있다. 급성장하는 아랍의 게임시장이 가진 매력적인 자본과 가능성에 전 세계의 게임사들이 눈독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한국도 포함이다. < Back 24 GG Vol. 25. 6.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Minjung Son Studying modern literature and culture at the Graduate School of Sungkyunkwan University. Has always been with games as much as with writing. Plays all sorts of games—every kind there is.

  • [Editor's View] 시간 속의 게임, 게임 속의 시간

    좋으나 싫으나 우리는 시간 속을 살아가는 존재들입니다. 우리 존재들이 살아온 시간의 시간의 누적을 기록해 역사라고 부르기도 하죠. 그 누적 속에서 놀이는 사실 오랫동안 잉여시간 취급을 받아온 것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 Back 21 GG Vol. 24.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KyungHyuk Lee Game critic and researcher. Since 2015, he has made games his life's work—as a critic, examining how games relate to society, and as a researcher, exploring how games, as commodities, take their place within it. He is the author of Mario, Born in '81 (2017) and The Birth of In-Game Spending (2022), among other works, and has contributed to documentaries including EBS's Docuprime as well as columns across various outlets.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research analyzing digital games as time-rights commodities.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lab Dragon Lab and serves as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 Visually Impaired and Gaming: Overcoming the wall of prejudice

    I sometimes have had chances to discuss about "game accessibility" ever since I started working for Banjiha Games (Korean word for "Semi-basement") as a writer, while representing people with visual impairment like me. Sure, I do like games. But I'm not good at it. And frankly speaking, my current work also has to do little with the game. So I must admit that I try to talk cautiously whenever such a topic arises < Back 12 GG Vol. 23. 6. 10. Tags: english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 게임제너레이션::필자::KyungHyuk Lee

    He has been close to games since childhood, but it was not until 2015 that he started talking about games in earnest. After living as an ordinary office worker, he entered the life of a full-time game columnist, critic, and researcher through a series of opportunities. Books such as "Game, Another Window to View the World" (2016), "Mario Born in 1981" (2017), "The Theory of Game" (2018), "Wise Media Life" (2019), and "The Birth of Reality" (2022); papers such as "Is purchasing game items part of play?" (2019); "Dakyu Prime" (EBS, 2022), Gamer (KBS), "The Game Law", 2019 BC) and "Economy of Game", etc.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institute 'Dragon Lab'. KyungHyuk Lee KyungHyuk Lee He has been close to games since childhood, but it was not until 2015 that he started talking about games in earnest. After living as an ordinary office worker, he entered the life of a full-time game columnist, critic, and researcher through a series of opportunities. Books such as "Game, Another Window to View the World" (2016), "Mario Born in 1981" (2017), "The Theory of Game" (2018), "Wise Media Life" (2019), and "The Birth of Reality" (2022); papers such as "Is purchasing game items part of play?" (2019); "Dakyu Prime" (EBS, 2022), Gamer (KBS), "The Game Law", 2019 BC) and "Economy of Game", etc.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institute 'Dragon Lab'. Read More 버튼 더보기 Can “Black Myth: Wukong” Be Truly Understood Beyond Chinese Cultural Borders? 2025.06.10 As a cultural epicentre of East Asia for centuries, China has consistently brought its classical literature to games. From the earliest days of video games, Chinese developers have adapted their classic literature like “Investiture of the Gods (Fengshen Yanyi)” and “Strange Tales from a Chinese Studio (Liaozhai Zhiyi)” into virtual worlds. 버튼 더보기 What’s fair price for video games? 2024.04.10 In Korean gamer communities, there's this saying about playing games from the Steam library: "Back then, we never paid to play the game. Nowadays, we never play despite paying the game." The phrase sarcastically highlights the contrast between the game market back in the 80s-90s, when no one actually paid a fair price for video games with the abundance of pirated and copied games in Korea, compared to now with digital game distribution channels when people do not play the game despite after purchase. 버튼 더보기 Disco Music as the Vestige of a Failed Revolution: Disco Elysium 2022.12.10 The title of Disco Elysium, a highly controversial role-playing game that came out in 2019, does not tell you much about what kind of a game it is or what it's about. In fact, it's not easy to deduce why the word "disco" is included in the title of the game when its story centers around a derelict alcoholic detective investigating a murder in the port city Revachol, a place of mixed industrial prosperity and dilapidation. 전체 3건 로딩중 더보기

  • 플레이어의 숙련도가 머물렀던 곳은 어디였을까: 터치스크린 시대의 숙련도

    매체라는 말은 A와 B 사이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로서의 의미를 담고 있다. 텔레비전과 영화, 스마트폰을 우리가 매체라고 부르는 데에는 이들이 각각 생각과 생각, 창작자와 수용자, 혹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도구로 활용된다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게임도 같은 의미에서 매체다. < Back 11 GG Vol. 23. 4.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KyungHyuk Lee Game critic and researcher. Since 2015, he has made games his life's work—as a critic, examining how games relate to society, and as a researcher, exploring how games, as commodities, take their place within it. He is the author of Mario, Born in '81 (2017) and The Birth of In-Game Spending (2022), among other works, and has contributed to documentaries including EBS's Docuprime as well as columns across various outlets.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research analyzing digital games as time-rights commodities.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lab Dragon Lab and serves as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 [인터뷰] 25년간 게임의 지평은 어떻게 바뀌었나? : 게임 역사연구자 나보라, 게임 아카이비스트 오영욱 대담회

    한때 미래 세계를 의미했던 21세기가 들어선 지도 벌써 25년이 지났다. 그 25년 동안 많은 문화적 변화가 야기되었는데, 그중에서도 게임은 급격한 속도로 우리의 일상 안으로 들어왔고 다양한 문화적 유산들을 만들어냈다. 이번 호에서는 게임 역사 연구자인 나보라 박사와 게임 아카이빙을 하고 있는 오영욱 박사를 모시고 그동안 우리의 게임이 얼마나 변했는지에 대해 대담회 형식으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Back 23 GG Vol. 25. 4. 10. Tags: 좌담회, 게임역사, 게임연구, 아카이빙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Dowon Seo Studies culture in pursuit of a more interesting life. Curious about a wide range of cultural domains, including games, religion, and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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