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중꺾마”의 장본인,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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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3. 2. 10.
작년 한 해, 한국 사회를 관통한 밈이 있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이 밈은 2022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일명 ‘롤드컵’에서 프로게임단 DRX의 데프트(김혁규) 선수 인터뷰로부터 기인했다. 데프트 선수가 직접 이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인터뷰를 했던 쿠키뉴스의 문대찬 기자가 인터뷰를 요약하는 과정에서 〈DRX 데프트 "로그전 패배 괜찮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표현하며, 해당 문구가 탄생한 것이다. 상대적 약팀이라고 평가받던 DRX가 우승을 하자 해당 표현은 일종의 사회적 밈이 되었고, 이후 다른 e스포츠나 연예계,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 상황에서 사용되며 전국민적인 인지도를 쌓게 되었다. 그리고 이전에 유행했던 밈인 누칼협(누가 칼 들고 협박하냐?: 누군가의 불평에 대한 반응)과 같이 부정적인 성격이 아니라, 끈기와 의지, 꿈을 희망하였기에 ‘중꺾마’는 정치권, 스포츠계, 기업을 넘어 조선일보나 KBS, MBC, SBS, JTBC 등 기성 언론에까지 사용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해당 표현을 처음 사용한 문대찬 기자가 ‘게임 전문지’가 아니라, 종합일간지의 기자라는 점이다. 문대찬 기자가 소속된 쿠키뉴스는 2005년에 만들어진 온라인 뉴스 서비스로,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단순히 인터넷 종합일간지가 게임을 다룬다는 점을 넘어, 게이머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미디어 일반에 진출하면서 만들어지는 변화를 보게 한다. ‘중꺾마’의 대중화만 하더라도 게임과 게임 산업의 맥락을 정확히 포착할 수 있는 사람에 의해, 게임 문화가 대중적으로 확장된 사례이다. 이번 호에서 편집장은 ‘중꺾마’의 장본인인 문대찬 기자와 만나, 게임이 서브컬쳐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경혁 편집장: 먼저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문대찬 기자: 쿠키 뉴스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서 이제 7년 차 기자인 문대찬입니다. 게임과 e스포츠를 취재한 지는 얼마 안 됐어요. 원래는 스포츠 기자로 들어왔는데, 저희 팀 자체가 게임 스포츠 팀이거든요. 그래서 2019년 말부터 e스포츠랑 게임 쪽 팀장울 맡게 되었어요.
이경혁 편집장: 그러나 그 이전부터 e스포츠를 보신 거죠?
문대찬 기자: 네. 어렸을 때 임요환 선수 팬이었거든요. 그래서 당시에는 e스포츠를 봤었고, 최근에도 후배 기자들 기사를 봐줘야 하니까 e스포츠 동향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죠. 그렇지만 본격적으로 e스포츠를 취재한 것은 작년이 첫 번째 시즌이었어요.
종합지 기자의 e스포츠 취재기
이경혁 편집장: 첫 해에 대박을 터트리신 거군요. (웃음) 스타 리그를 보시다가 이제는 LOL 리그를 취재하게 되셨는데, 그 둘 사이에는 간격과 차이가 조금 있잖아요. 어떤 부분이 조금 다르시던가요?
문대찬 기자: 간극이 있죠. 그런데 저는 오히려 기자를 하면서 (스타리그때 보다) e스포츠를 좀 더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그전에는 e스포츠 보다 야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를 조금 더 좋아했었거든요. 그런데 e스포츠를 취재하다 보면 다른 스포츠보다 선수들과 1대1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보장되어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선수 한 명, 한 명을 알아가게 되고 e스포츠의 매력에 확 빠졌어요. 지금은 진짜 누구보다 e스포츠에 열광하면서 챙겨보게 되었죠.
이경혁 편집장: 선수들도 인터뷰에 협조적인가 보네요.
문대찬 기자: 네. 최근 들어서는 더더욱 그런 경향이 강해졌어요. 그리고 그중에서도 정말 프로 의식이 넘치는 선수들이 있거든요. 그중 한 명이 데프트 선수예요. (‘중꺾마’가 나온) 그 인터뷰도 정말 특별했던 게, 이번 시즌에는 패배 인터뷰가 도입됐지만, 원래 시즌 중에는 패배한 선수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없었거든요. 롤드컵이나 국제대회에서만 허용이 되었는데, 사실 그날도 DRX가 패하면서 저는 걱정이 되었어요. 선수들 기분도 안 좋을 거고, 그러면 나올 수 있는 내용도 얼마 없을 거니까요. 그런데 데프트 선수가 너무나 프로 의식이 넘치게 인터뷰를 열심히 해줬어요. 저는 원래도 게임에 관한 이야기를 묻기보다 선수들이 성장하는 서사에 초점을 맞춰서 인터뷰를 하는 편인데, 데프트 선수가 그날 인터뷰를 적극적으로 해준 덕분에 저도 그 방향으로 더 집중해서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사실 패배 인터뷰라는 게 굉장히 부담스러우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중꺾마’는 그 상황 속에서도 선수와 미디어의 적극적인 교감에서 나온 결과물이겠네요. 그런데 궁금한 것이 ‘중꺾마’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을 때, 크레딧에 대한 욕심이 안 생기기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문대찬 기자: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처음에 이 표현이 화제가 되었을 때, 이 말이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시는 분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래서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는데, 저는 결국 미디어와 언론이 할 수 있는 일은 해당 선수가 빛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제가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아쉬움이나 그런 건 없던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그래도 문화체육부 장관이 DRX에게 표창장을 줄 때, 인간적으로 기자님도 같이 받으셔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거든요. (웃음)
문대찬 기자: 팬들도 그런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런 말씀들이 고마웠죠. (웃음) 그리고 처음에는 진짜 실감이 안 났어요. 그런데 (언론)업계 분들을 만나다 보니 이분들이 다 이야기를 해주시고, 어떤 선배 기자님은 “오늘이 너의 날이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참 감사했죠. 그리고 무엇보다 요즘은 선수들의 반응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걸 느껴요. 최근에 어떤 선수와 인터뷰를 했는데, “오늘 ‘중꺾마’ 기자님 만난다고 해서 긴장을 했다”면서 “‘중꺾마’ 같은 걸 만들려다가 말실수를 하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게임단 관계자님들도 선수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서 나도 더 적극적으로 인터뷰를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이렇게 선수들한테 제가 인터뷰를 하고 싶은 기자가 된 점이 가장 뿌듯하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만족스러워요.
게이머 DNA를 가진 기자
이경혁 편집장: 정말 많이 달라졌겠네요. 선수 입장에서도 ‘기회가 왔다’고 생각할 수 있고, 요즘 기자는 부정적인 댓글을 들을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는데, 그런 걸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멋있습니다. 이제는 ‘중꺾마의 장본인’이 아니라, ‘인간 문대찬’에 대해서 조금 들어보고 싶은데요. 아까 말씀하신 스타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문대찬 기자: 사실 저는 딱 거기까지 봤어요. 최연성한테 결승전에서 패하고 눈물 흘렸을 때요. 그 이후로는 마음이 아파서 스타크래프트를 못 봤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어떻게 보면 ‘택뱅리쌍’으로 대표되는 후기 리그 시대는 못 보신 거군요. 스타를 직접 하기도 하셨나요?
문대찬 기자: 스타는 저도 친구들이 한창 하니까, 같이 많이 했었죠. 다만 저는 스타에서 아무래도 멀티테스킹이 어려웠어요. 롤은 곧잘 하는데, 스타는 그게 어렵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1:1 게임을 부담스러워해요. 누군가와 함께 짐을 짊어지고 하는 게임들을 좋아해서 롤이나 배틀 그라운드 같은 게임들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저는 게임을 혼자서 즐긴다기보다 어떤 사회적 커뮤니티로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그럼 어릴 적에는 어떤 게임들을 하셨어요? 처음 해보신 게임을 기억해보신다면 뭐가 될까요?
문대찬 기자: 제가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갔을 때, 지금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컴퓨터를 사주셨어요. 그때 CD가 같이 들려왔었는데,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여러 가지 고전 게임들이 들어가 있는 CD였어요. 거기에 알라딘 게임이 있었는데, 제 기억으로 그게 제 인생 첫 번째 게임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도 한 목숨 죽으면 동생이 한 목숨 하고 그렇게 플레이하는 스타일이었어요. (웃음) 이후에는 막 엄청 깊게 어떤 게임들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 번 빠지면 저는 되게 오래 하는 스타일이었어요. 마구마구를 진짜 열심히 했었거든요. 여기에도 친구들이 꽤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했으니까 돈을 많이 쓸 수는 없었지만, 어느 정도 덱을 맞출 정도로 했었죠.
이경혁 편집장: 그렇게 게임을 하시면서 이제는 기자가 되셨는데, 사실 중요한 점은 게임 전문 기자가 아니라 종합지 기자이신 거잖아요? 그런 점에서 궁금한 것이 있는데, 게임과 e스포츠를 다루는 스포츠 기자와 다른 정치부나 경제부 등의 기자들은 서로 어떤 관계인가요?
문대찬 기자: 사실 회사 내에서도 다른 부서 기자분들과 교류할 일이 거의 없어요. 회사에서도 사실 e스포츠나 게임을 다룬다고 하면 뭔가 큰 걸 하고 잘하는 것 같은데 (라고만 생각하시고) 잘 모르시죠. 그래서 종합 매체에서 게임을 한다는 게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어요. 장점은 일단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는 영역이다 보니까 조금 더 자유롭게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제가 이직을 하지 않고 오래 있을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걸 해야하는 사람이거든요. 저는 성장 과정에서도 학원을 안 가고 싶으면 안 갔어요. 부모님께서도 그렇게 해 주시는 편이었고요. 그런데 저희 회사는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예요. 특히 게임과 e스포츠를 종합 매체에서 다루고 있는 매체가 저희랑 저희 계열사인 국민일보밖에 없어요. 그 상황에서 다른 매체 같은 경우는 (게임을 다루기에) 힘든 부분들이 있는데 저희는 배려도 많이 받고, 게임 전문지가 가지고 있는 이해관계 같은 것들도 없어요. 야간의 일정을 하더라도 다음 날 오전에 쉴 수 있게 해주고 그런 식이어서 저희도 열심히 할 수 있는 거죠. 다만, 단점도 회사의 많은 분들이 게임이라는 분야에 대해 잘 모르신다는 거예요. 그래서 기사를 쓰더라도 저희는 엄청 쉽게 썼고, 이것보다 더 쉽게 쓸 수 없는데, 어떤 분들은 너무 어려워서 모르겠다거나 하는 반응들을 보이셔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희 팀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진다던가 그런 측면들이 있죠. 사실 ‘중꺾마’가 처음 e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을 때 보고를 했어요. 그런데 당시 사내에선 큰 관심을 못 받았거든요. 단순히 ‘게임계 유행어’ 정도로 생각하신 것 같아요. 월드컵 때 중꺾마가 큰 관심을 받으면서 뒤늦게 노를 젓기 시작했는데, 그런 부분들이 아쉽죠.
* 쿠키뉴스 홈페이지 메인 배너, ‘중꺾마’가 들어가있다.
이경혁 편집장: 저는 종합지에서 게임을 다룬다는 것에 의미가 되게 크다고 생각해요. 게임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이 영역을 산업적으로만 접근한다거나 하면 같은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거든요. 이런 맥락에서 종합지에서 게임을 전문적으로 다루시는 분들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전망이 좀 있을까요?
문대찬 기자: 그래도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 롤 파크에 오시는 통신사나 언론사 기자님들이 엄청 많아졌었어요. 기자실이 부족할 정도로요. 특히 결승전에는 무조건 거의 오시고, 이제 개막전도 많이 오셔요. 실제로 경제지나 이런 곳에서도 젊은 기자들에게 e스포츠 좋아하는지 많이 물어보신대요. 좋아한다고 하면 가보라고 해서 취재하시고, 그런 기자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그런 기자들이 갈수록 성장하면 점점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이경혁 편집장: 게임이 대중화되려면 미디어 종사자도 많이 늘어야 할 건데, 그런 부분에서 변화가 만들어지고 있군요. 마지막으로 게임 기자로의 어려움을 여쭙고 싶은데요. 기자님의 기사를 볼 때, 단편적이지 않은 게임들을 다뤄주시는 지점들이 인상 깊었거든요. 그런데 일반 독자들도 함께 볼 수 있는 기사를 쓰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으실까요?
문대찬 기자: 정말 그 부분이 가장 큰 고민이기는 해요. 게임에 대해서 잘 아는 일부 독자층을 만족시키는 기사를 쓸 것이냐? 아니면 이제 종합지의 신분으로, 모두가 다 알 수 있는 기사를 쓸 것이냐? 사실 노력도 많이 해봤어요. 가령, ‘한타’ 같은 용어들도 어려워하세요. 그런데 이걸 쉬운 용어로 바꾸기가 참 어려운 거죠. 홈런 같은 건데, 홈런을 뭐라고 다르게 표현하지는 않잖아요? 어떻게 보면 게임에 대한 배경 지식이 전혀 없으신 것이어서, 저희도 정말 많은 단어들을 바꿔봤어요. 한타는 대규모 교전이라고 쓰거든요. 그런 식의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고, MMORPG도 다중 접속 역할 분담 게임 이런 식으로 최대한 풀어서 쓰려고 하고 있어요. 그런 맥락에서 저희가 만든 기획 중에 ‘쿡기자가 해봤다’라는 기획이 있어요. 이걸 많은 분들이 좋아하세요. 왜냐하면 저희가 거기에 참석하는 기자들의 명함 같은 것들을 만들어놓았거든요. 이 기자는 어떤 게임을 선호하고, 게임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고 시작을 해요. 어떤 기자가 혼자서 기사를 쓰면 그 판단은 해당 기자의 취향에 따라서 독자들에게 전달이 되는데, 각기 다른 취향을 가진 기자 셋이 모여서 한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니까 게임사 입장에서도, 독자들에게도 선택을 할 수 있게 정보를 전달드릴 수 있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향들로 많이 생각을 해보고 있어요.